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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 데이 - [할인행사]
안톤 후쿠아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LA 경찰청 13년 경력의 베테랑 마약 수사관, 알론조 해리스 경관(덴젤 워싱턴). 그는 오랜 세월 거리의 범죄자들과 씨름해온 탓에 어느덧 정의감은 퇴색한 채,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나름의 생존기술을 터득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이용,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면서 필요악이라는 명분으로 모든 걸 합리화한다.
이러한 알론조 밑에 새로 들어온 신참 제이크 호이트(에단 호크). 인정받는 형사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마약반에 들어온 제이크는 견습삼아 하룻동안 알론조를 따라나서지만 그에겐 상상치도 못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닌 선배 경관 알론조에게 경외감을 느끼던 제이크는 그와 함께 할수록 점차 혼란에 빠진다. 서로의 판이한 가치관으로 인해 두 사람의 갈등은 점차 파국을 향해 치달아가고 결국 모든 것이 알론조가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제이크는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훈련일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다소 평범한 제목의 영화라 내용까지 평범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 투캅스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사실 투캅스식의 평범하고 흔한 카테고리에서 훨씬 벗어나 있다. 이 잔악무도한 영화는 LA 경찰이 갱과 마약, 폭력과 배신이 들끓는 비열한 거리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두명의 대조되는 인물을 내세워서 크게 두가지로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남겨진 자들만의 몫 일테다.
영화의 갈등구조는 두 형사의 만남에서부터 이미 시작된다. 이 극명한 대립구조는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며 초반 30여분이 지날때까지 그 흔한 총격전 한 번 등장하지 않음에도 관객들을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게 묶어 놓는다.
신참내기 제이크는 베테랑 형사 알론조와 첫 만남에서 둘 사이에 뭔가 범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그 불길한 모호함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불안함과 긴장감으로 뒤바껴가고 마침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파국을 초래하기에 이르런다.
경찰학교에서 배웠던 모든 것을 잊어라,고 말하며 시작되는 베테랑 형사 알론조의 모호한 생존이론은 제이크를 단숨에 혼란에 빠뜨린다. 살아남기 위해선 경찰학교에서 배웠던 모든 것을 잊고 거리의 법칙을 배워 나가라고 충고하는 알론조는 힘과 권력, 범죄와 법망, 타협과 옹호, 거래와 해결에 대한 독특하면서도 불쾌한 해법들을 제시하면서 위험으로부터 생존하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하지만 신비스러울 정도로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닌 알론조에게 제이크는 점차 빠져들기 시작하고 그만의 생존방식 속으로 서서히 융화되어간다.
하지만 시종일관 감옥에 갈테냐, 집으로 갈테냐를 외치며 극단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알론조의 불법적인 행위들은 이내 제이크로 하여금 분노와 환멸을 느끼게 하며 피할수 없는 비극을 부르게 한다.
영화가 빛날 수 있었던 여러 요소들 중에는 우선 감독 안톤후쿠아의 리얼하고 빠른 템포의 연출감각을 들수 있겠다. 실제로 그는 뒷골목의 갱들을 섭외해서 거칠고 살벌한 뒷골목의 풍경을 실감나게 그려내었다.
각본의 힘 또한 대단했다. 치밀하게 계산된 시나리오는 관객들의 예측을 일찌감치 따돌리고 사건이 전개될수록 더욱 강렬한 힘을 발휘했다.
드라마의 긴장감을 적시에 밀고 당겨서 극적 재미를 배가시킬 줄 아는 감독의 탁월한 능력은 정교하게 짜여진 미장센과 어우러져 심장박동 소리까지 전달될 듯한 현장감 넘치는 화면들을 선사한다. 특히 후반부의 충격적인 반전은 보는이의 뒷통수를 때리기엔 충분하며 극악무도한 느와르의 느낌을 생생히 살려낸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도 덴젤워싱턴의 완벽연기가 없었더라면 그 빛이 바래질수 밖에 없었으리라.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단연 덴젤워싱턴의 흡입력 넘치는 연기력일 것이다.
이제 그의 연기에 대해선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듯싶다. 눈 빛 하나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는 이미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에 버금갈 수준이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으로도 이미 증명이 되었듯이 그의 연기는 더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완벽 그 자체였다.(덴젤의 카리스마에 주눅들지 않고 투혼을 발휘한 이산 호크의 연기력이 무색할 정도였으니)
트레이닝 데이는 미국 박스오피스 2주연속 1위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역대 덴젤워싱턴 영화중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1억불이라는 대성공을 거둔 빅히트작이 평단으로부터도 열띤 찬사를 받아내기란 무척 힘들다. 하지만 (흡사 알론조의 시니컬한 웃음처럼, 비웃기라도 하듯) 트레이닝 데이는 폭력적인 느와르의 형식을 띠고도 평단과 관객 모두로 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어냄과 동시에 느와르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트레이닝 데이는 조용하게 시작해서 폭풍처럼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영화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미국 내에 암처럼 깊게 뿌리밖혀있는 경찰과 폭력세력간의 비열한 암투를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며 현실은 이러하다는 주제를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속에서 강렬한 방식으로 전개시킨 수작이다.
끝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영화의 도입부였다. 아침 거리, 날이 밝으며, 들뜬 기대를 안고 집을 나선 신참내기 형사와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베테랑 형사가 만나서 대립적인 갈등구조를 보이는 초반 대화씬들이 왠지 인상에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