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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

다구치 란디

사라진 동생에게 전파 보내기!

그리고 아침이 왔고, 평소처럼 눈을 떴다. 일어나서 문득 옆을 보니 마리에가 없었다. 이불은 마리에의 몸 형태로 부풀어 있었다. 마리에의 동굴. 마치 곤충이 빠져나간 껍데기 같았다. 방을 나와 마리에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마리에는 없었다... 마리에는 이제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과연 사라진 동생은 어디에 있는가?
안테나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모양을 띠고 있지만 인간의 신체에 대한 다소 난해한 해석이다. 순간 순간 서늘한 공포와 오싹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지만 본격 호러물은 아니며 추리나 스릴러로 보기에도 좀 무리가 있다.
무라카미 류가 '굉장하다, 그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라는 극찬을 하며 일본 평단 및 독자들 사이에서 호러 스릴러의 새로운 메신저로 추앙받고 있는 다구치 란디지만 사실 한국 독자들에게까지 그 여파가 제대로 미칠지는 의문스럽다. 이유인 즉슨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의 견해로 보건데 이 책은 '느낌표' 선정 도서 같은 부류의 책들에 익숙해져 있는 국내 대다수의 독서가들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책이 될 것이다. 쉽고 계몽적으로 읽혀지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관을 백 프로 이해하기란 정말 힘들지만 굉장히 신선한 발상과 견해, 탁월한 구성과 스토리 라인은 기존의 장르 관습에 지겨워하던 매니아들의 입맛에 탄산음료같은 자극을 줄만하다.

안테나는 인간의 신체에 대해 놀랍고도 대담한 해석을 제시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신체란 안과 밖, 내부 기관들과 외부 기관들, 육체적인 요소들과 정신적인 요소들이 서로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하며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들은 어떤 자극으로 인해 타인의 신체와도 연결될 수 있으며 신체와 신체, 정신과 정신, 정신과 신체 모든 것들이 네트워크처럼 회신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것이 책의 제목인 '안테나'이다. 안테나를 이용해서 멀리 있는 친구에게도, 낯선 타인들에게도, 행방불명된 사람들에게도, 심지어는 죽은 이들이나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이들에게까지도 전파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상천외의 발상이 책의 전편에 걸쳐 충격적으로 그려진다.
이 안테나 이론으로 작가는 현대인의 자아와 분열, 상처와 화해, 기억과 무의식, 집단과 개인등의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아우른다.
책의 저자 다구치 란디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인터넷 작가이다. 7만명이 넘는 고정 독자들에게 호러소설 메일 매거진을 발송하며 인터넷상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실력있는 여류 작가가 인터넷 밖으로 뛰쳐나와 쓴 오프라인 작품이 '콘센트'와 '안테나'이다. 이 책의 전편이라 할 수 있는 '콘센트'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분명 '안테나'와 개연성이 있는 작품일 것이다. 시간이 되면 '콘센트'도 꼭 읽어볼 생각이다.

'안테나'는 단절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어떻게 외부와의 소통을 전개해야 할 지에 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이다!

두 가지만 덧붙이자면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들 처럼 딱 맞아 떨어지며, 명쾌한 논리적 해답으로 마무리되는 추리 소설적 재미를 기대하고 이 책을 보아서는 안 된다. 이 책은 그런 부류의 책이 절.대. 아니다. 처음 부터 끝까지 모호하고 몽환적이다. 미스터리에 대한 정확한 답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들만의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때문에 모든 수수께끼들은 작가가 제시한 여러가지 단서와 복선을 이용해 스스로 유추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런 류의 책들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분명히 '끝이 시시해' '마무리가 맘에 안들어' '처음엔 좋았는데 갈수록 이상해져' '너무 난해해' 이런 말들을 늘어놓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인간의 신체와 관련된 내용이라서 이 책에는 성적 코드들이 무수하게 많이 등장한다. 때문에 미성년자들은... 알아서 판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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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카도노 코우헤이

새로운 감각의 퓨전 호러. 기분 나쁜 거품 부기팝!

일본 제4회 전격게임소설대상 대상수상작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 전방위 미디어로 퍼져나가고 있는 인기작. 이 작품은 시간축이나 시점을 바꿔, 하나의 사건을 쫓아가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 특징으로, 오가타 코우지의 독특한 작풍이 매력적인 일러스트는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 필자가 비교적 최근에 읽은 소설.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막상 손이 안 갔던 책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었다. 전격 게임 소설 대상은 일본에서 꽤 알아주는 장르소설 공모전 중 하나다. 카도노 코우헤이는 이 작품으로 일약 베스트 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고 부기팝은 일본 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부기팝은 현재까지 총 11개의 타이틀이 나왔고 영화, TV애니메이션, 극장용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으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왜 이 작품이 대단한 지는 그 뛰어난 구성법과 독특한 문체에 있다. 세계가 위기에 처해 있을때 자동으로 각성하는 부기팝을 통해 작가는 인류가 범하는 여러 종류의 죄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날카로운 듯 하면서도 어딘지 애수가 흐르는 작가의 문체는 독자들의 가슴을 쥐고 흔들기에 충분했다. 부기팝 시리즈의 1편에 해당하는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는 하나의 사건을 다섯 명의 시점으로 나뉘어서 그리고 있다. 신요우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여학생 연쇄 실종사건의 배후에 숨겨진 식인귀 '만티코어'와 오리지널 '에코즈' 사신 '부기팝'등의 엄청난 진실들이 절묘하게 얽히있다.

등장 인물 다섯 명은 모두 자신들이 본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때문에 하나의 사건이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져 각각 다섯 명에게 조금씩 보여진 것이다. 그것들은 마지막 조각이 완성되면서 비로소 완전한 전모를 알 수 있게금 한다. 이러한 구성 방식이 상당히 흡입력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비슷한 구성을 지닌 작품이 과거에도 있었다. 빌 밸린저의 '사라진 시간'이나 '이와 손톱'등의 작품에서도 하나의 사건을 시간의 차이를 두고 다르게 진행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부기팝'이 뛰어난 이유는 독특한 진행 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고등학생들이다. 그리고 흔히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개성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서로 친구이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사이이기도 하며 웃고 이야기하고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진실로 알 수는 없다. 드러나보이는 것은 일부분일 뿐이니까.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통을 안고 있는지는 모두 다 알 수 없다. 절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도, 그저 자신의 인생에 의미없이 스쳐지나간 인물에게도 모두 그들만의 세계와 그들만의 이야기는 각각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부기팝은 이러한 인물들의 뒤얽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때 그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는 그 아이의 시각이 되어야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 속에 많은 인물들이 조금 혹은 많이 개입되어 있지만 모든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고 사건이 지나가 버리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

만티코어라는 살인귀가 학교에 몰래 숨어들어 학생들을 위협하고 부기팝이 나타나지만 아이들에겐 제 각각 자신들의 삶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때문에 이 이야기는 호러 판타지의 분위기를 보이면서도 어찌보면 학원물의 분위기도 풍기고 있다.

전체적으로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이거다, 라고 딱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했다. 신비스럽기도, 무섭기도, 슬프기도, 감동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부기팝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조용한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모두 생동감 넘치고 공감이 간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움이 곳곳에 배어 있는 작가의 뛰어난 필력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 꾼 인지를 알 수 있게 했다. 더구나 2,3개월 간격으로 꾸준히 새로운 시리즈들을 써 낸 작가의 역량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끝으로 두 가지 만 덧붙이면 이 작품은 상당히 모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우선 굉장히 많은 캐릭터에 헛갈리기 쉽상이고 다섯 가지 이야기가 시간 상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제 멋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마지막 이야기를 읽기 전까지는 사건의 내막을 알 수 없다. 비슷한 예를 들면 '몬스터'나 '20세기 소년들'과 유사한 형식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런 형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좀 난해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 한 가지는 순전히 필자의 생각이지만 제시카 알바가 등장하는 인기 드라마 '다크엔젤'과도 유사점이 상당하다. 만티코어라는 용어부터 시작해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초인, 그것을 양성, 조종하는 배후의 시설,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메시아적 캐릭터 등... 무엇보다도 다양한 캐릭터들을 풀었다가 쥐었다가 하는 이야기의 흐름이 비슷해 보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부기팝'을 보았을지는 의문~!

현재 필자는 부기팝 2편인 '이미지네이터'까지만 읽은지라 부기팝 전체 시리즈에 대한 비평은 차후로 미루겠다~~ 참고로 2편 '이미지네이터'도 너무 좋았다. 읽을수록 문장력이 굉장한 작가라는 사실에 거듭 탄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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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내를 가진 남자

패트릭 퀜틴

-미국 추리소설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 서스펜스의 꽃!

기구한 운명! 이혼한 전처와 우연히 조우하는 주인공은 그녀의 초췌한 모습에 깊은 동정심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살인이 발생하고 그 시각 주인공과 전처는 같이 있었다. 서로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었지만 이 은밀한 만남을 외부에 알릴 수는 없었다. 주인공은 범인을 찾아서 홀로 고독한 추적을 벌이고 목을 조여오는 긴장감에 숨쉴 틈 조차 없다.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재미를 선사하는 패트릭 퀜틴의 걸작 <두 아내를 가진 사나이> 영미는 물론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추리소설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극찬을 받은 작품. 개인적으로는 윌리엄 아이리시 이후 제대로 된 서스펜스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었다. 아이리시의 작품들 처럼 정말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레이몬드 챈들러, 아이라 레빈 등과 함께 하드보일드 서스펜스의 개척자로 불리우는 패트릭 퀜틴의 천제적인 구성이 단연 돋보인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 놀라운 구성, 치밀한 복선, 충격적인 반전 등, 읽기 시작하면 손에 땀을 쥐며 단숨에 읽어버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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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이노우에 유메히토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의 실체, 소름끼치는 반전! 일본 호러문학의 진수!


메두사를 보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시멘트에 몸을 담근 채 돌이 되어 죽은 작가. 그 미스터리한 죽음의 비밀을 밝히고자 작가가 쓴 마지막 원고의 행방을 찾아나서는 한 남자. 하지만 메두사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뒤틀린 현실과 숨통을 조여오는 공포가 그를 혼란스럽게 한다. 일본에서 미스터리 호러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노우에 유메히토의 이 작품은 뛰어난 완성도를 갖추었음에도 의외로 국내에서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다. 기막힌 편집과 라스트의 놀라운 반전은 엄청 충격적이며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공포가 압권이다.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형벌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느끼는 순간 소름끼치는 공포의 실체와 조우하게 된다. 메두사의 비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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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엘러리 퀸

예상을 뒤집는 비극, 충격적 결말! 세계 3대 추리 소설의 걸작!


<'Y의 비극'>은 엘러리 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임에 틀림없다. 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없을 듯 싶다. 그만큼 <'Y의 비극'>은 주옥같은 퀸의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작품.
XYZ시리즈에서는 명탐정 퀸이 등장하지 않는 대신 귀머거리 명탐정인 드루리 레인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XYZ시리즈를 모두 다 읽고 나서 드루리 레인을 가장 좋아하는 탐정으로 꼽게 되었다. 그 정도로 귀머거리 탐정인 드루리 레인의 매력은 보는 이를 압도시킬 정도다.
XYZ시리즈에서 보여준 레인의 뛰어난 추리와 활약상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 내유외강의 날카로움을 보인다. 전직 배우 출신답게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인용하며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사건의 마무리단계에서 보여지는 컴퓨터같이 치밀한 직관력과 사고력은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정도로 강렬하다.
<'Y의 비극'>은 비극 시리즈 4부작 중 최고 걸작이다. 개인적으론, 가장 잘만들어진 추리 문학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완벽 그 자체였다. 이상한 혈통을 지닌 비극적인 집안의 너무나도 비극적인 이야기를 섬세하면서도 잔인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비틀릴대로 비틀린 해터 집안은 마치 수십년을 뛰어넘어 지금 현대인들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그정도로 작가의 안목과 세계관은 시공을 초월한다.
이 소설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최후의 범인이 밝혀지는 마지막 대목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지만 사실 모든 단서들은 후반부와 맞물려서 이미 전반부와 중반부에 모두 다 공개되어져 있다. 마치 치밀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퍼즐같이, 작가는 처음부터 사건의 모든 비밀을 복선과 함께 조금씩 흘려놓으며 최후까지 탄탄한 설득력을 과시한다. 아마도 추리소설 사상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 아닌가 싶다! 이 반전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것이며 보고 나서도 한동안은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Y의 비극'>은 발표당시 엄청난 화재를 불러 일으키며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하지만 그것이 비단 라스트의 충격적인 반전때문만은 아님을 퀸의 독자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비주류로 취급되기 쉬운 흥미위주의 스릴러장르를 문학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엘러리 퀸의 뛰어난 문학적 재능이 작품 내내 빛을 발했기에 모든 추리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라스트에서 죄에 대한 처벌을 놓고 고뇌하는 드루리 레인의 모습은 인간에게 있어서 환경에 의해 되물림되는 악(惡)과 범죄에 대한 심도깊은 질문을 던지며 긴 감동과 여운을 제시한다.
<'Y의 비극'>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읽을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선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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