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와 둘러본 삼청동.


걷다 보면 한옥이 나오다가, 하얀 색 작은 갤러리가 튀어나오고, 현대적인 건물 있는 옆에 어릴 적 살던 동네 같은 풍경이 나오고. 

한국식 담을 따라 몇발자국 걷다보면 담장은 끝나고 독특한 문양의 벽돌로 지은 현대식 건물이 나왔다.

이런 의외성 때문에 재미있던 곳, 삼청동.

이런 의외성의 배경에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 현상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그것만 아니면 더 좋았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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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1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여행은 걸어야 더 잘 보이는것. 삼청동 저 길도 찜해둡니다

hnine 2022-01-14 14:15   좋아요 0 | URL
그렇죠! 나이 들어갈수록 다리 힘이 중요한 이유에 되도록 오래까지 걸어다닐 수 있기 위함도 있기 때문에 요즘 시간 날때마다 하체 운동 열심히 하려고 한답니다.
삼청동은 당연히 전통 가옥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은 했었는데 예상치 못하던 것은 저렇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단순하고 모던한 건물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남편 말에 의하면 자기 고등학교 다닐 시절엔 (먼먼 옛날)여기가 다 그냥 살림집들이고 평범한 동네였다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고. 평범한 살림집들은 새로운 상가 건물로 대신 하고 수십 년 자기가 살던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 하는 과정이 일어나고 있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1-14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 바람돌이님과 노선이 비슷한데요?
길 가다가 만나는 것 아닙니까?
얼굴도 몰라보고 그냥 지나치겠죠??ㅋㅋㅋ
저도 저런 골목길 좋아해요.
저는 아담한 한옥을 개조한 카페나, 저런 옛집 개조한 아담한 카페가 있는 저런 곳이 어딘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바로 삼청동였군요?
한양 가면 삼청동도~ㅋㅋㅋ
서울은 구경할 곳이 지천이어 그게 참 부러워요. 대전도 좀 그러하지 않나요?^^
제가 사는 곳은 죄다 풀밭 아님 아파트여서 저런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죠.
아...요새 카페는 조금 특이한 외관으로 꾸미는 추세긴 했습니다.^^

hnine 2022-01-14 14:20   좋아요 1 | URL
한양 가시면 꼭 한번 가보세요. 많이 걸을 각오 하시고 ^^
원래 저날 큰 맘 먹고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보러가려고 했었는데 입장 제한에 따라 그날 인원 예약이 다 마감되었더라고요. 다행히 서울공예박물관은 예매가 아직 가능하기에 그곳으로 간 것이었어요. 그리고 삼청동길은 아주 예전부터 가보고 싶던 곳이고요.
저희 집도 죄다 풀밭 아니면 아파트 ㅋㅋ
삼청동 가니까 아직 굴뚝에 연기 나오고 있는 목욕탕도 있더라고요 ^^
그런 곳에 현대적 건물도 불쑥 끼워져 있고, 그런데 그게 어색해보이기 보다 의외성이 주는 신선함이랄까, 아무튼 재미있었어요.
책읽는나무님도 꼭 한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주방 한켠에 치워놓았을 뿐 아무것도 해준 것 없고
키우고자 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저렇게 쑥쑥 자라고 있는 양파

사소하다고 하려나.
나는 늘 감동을 받는다.
생명의 본성은 생명을 이어나가려고 하는 데 있구나.
물이 없어도 집이 없어도. 
살기를 끝내려 하기보다 
이어나가려고 하는구나.

귀한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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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1-10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값 비쌀 때는 양파로 요리해도 무방하죠??^^

hnine 2022-01-10 14:32   좋아요 1 | URL
요즘 파값 너무 비싸죠?
양파에서 자라나오는 저 파 처럼 생긴 부분은 매운 맛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비주얼만 파 ^^
 





거울



지난주말 시골집에 갔는데

우리집에 참, 이상한 새 한마리가 산다.

배쪽은 짙은 밤색, 등 쪽은 검은색, 깃에는 흰색 점이 박힌 참새만한 새인데

이 새는 하루종일 마루에 걸어놓은 거울에 와서 논다.

파르륵, 날갯짓을 하며 거울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어머니 말씀대로, 살면서 세상에 별놈의 새를 다 본다.

거울 속 제 모습을 두고 짝이 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저녁 무렵,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여름에 안방으로 새 한 마리 들어왔기에 들고 있던 파리채로 그만 후려갈겼다.

그게 짝인갑다.

아버지도 참......

그래서 내가 팔순의 아버지께 왜, 그 새를 죽였냐고

난생처음 버릇없이 화를 내었다.

그리고 내 얼굴이 비치는 그 마루의 거울 속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고영민 이라는 시인의 <공손한 손> 이라는 시집에 수록된 '거울'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시 라기 보다 마치 짧은 얘기 한편을 읽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저 마지막 행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내 얼굴이 비치는 그 마루의 거울 속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 시의 제목을 '새'도, '아버지'도 아닌 '거울'이라고 했기 때문일 것 같다.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시인이 거울을 본 순간 시인 눈에 비치는 것은 시인 자신의 얼굴뿐 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오늘은 

내가 가지고 있는 고영민 시인의 시집 두 권을 다시 읽어보는 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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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1-0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제목만 보면 으시시한 공포 얘기일 것만 같다는 느낌이...ㅋㅋ

hnine 2022-01-06 23:23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제목만 읽으시면 안됩니다~ ㅋㅋ
옛날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인데, 쓸쓸한 옛날 이야기인셈이지요.

그런데 이 얘기를 제 남편이 듣더니 자기 경험으로도 새들이 워낙 거울 주위에 모여들어 들여다보는 걸 좋아한다네요.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 어쩌다 보니 황혼, 마음은 놔두고 나이만 들었습니다
이나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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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나도 영낙없이 갖고 있던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 이 저자의 수필집 <여자의 허물벗기 (1992, 문학사상사)>를 읽고나서였다.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 문학에 대한 통찰, 자기가 대하는 사람을 환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고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의 고민과 불안을 치료하는 입장이지 자기 자신은 고민과 불안으로 시간과 정신 낭비하지 않는다는 특권의식을 내세우지 않았다. 치료하는 직업가보다는, 사람에 대해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읽고 쓰고 공부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저자의 행보가 괜히 존경스러워, 이후로 그녀가 내온 책들은 거의 다 읽어오고 있다.

최근에 나온 에세이집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저자의 경향을 워낙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목이 어떻든 신경쓰지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닌 듯한 표지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구입하여 바로 읽기 시작했을 뿐이다.

1961년생. 염색하지 않은 백발 그대로, 단정한 단발로 사람들 앞에 서는 저자가 어느 새 손주를 둔 할머니가 되었다고 했다. 노년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책 전체에 흐르는 주제라고 할까. 심각한 이론을 바탕으로 쓰지도 않았고 그저 평소 생각을 정리한 기록에 가까워 공감하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제발 젊은 사람들에게, 특히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네가 원하는 것을 하라!"는 참으로 아리송하고 쓸모없는 주문 같은 것은 하지 말았으면. 예수님도, 부처님도, 그분들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만 하고 살지는 앖았다. 하물며 우리 같은 어리석은 미물이 무슨 수로 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단 말인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라는 부추김은 '폭력으로 정권을 뒤집어라.', '혁명으로 계급을 전복시켜라.'하는 말처럼 때론 아주 위험하다. (30)

젊은 세대에게 조언을 하는 것을 매우 삼가하면서 그래도 해야한다면 사회의 트렌드가 어떻든 책임감있고 자기 경험과 소신을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지만 그분들의 유전자를 내가 받았으니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는 것이고 부모의 가르침이 내 머릿속에 있고 내가 그것을 잊지 않고 실천한다면 여전히 부모의 영혼이 내 안에 살아 있다는 것. 그러니 부모의 죽음, 먼저 가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고 그들과 나눈 시간과 경험과 지혜를 잘 간직해 가능한 많이 꺼내 많이 써먹으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까. 사랑하는 사람의 유전자 혹은 기억이 내 몸과 마음 속에 있는 한, 죽음으로써 그들이 내 곁을 떠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74)

먼저 간 이의 죽음을 슬픔 외에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자 나의 죽음을 두려움 외에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자살은 자신이 지고 갈 짐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모두 옮겨지게 하고 생명을 가진 주체의 책임에서 우물쭈물 도피해보려는 시도가 불운하게 성공한 결과일 뿐이다. (100)

정신과 의사이니 아무래도 다른 진료과보다 많이 접했을 자살에 대한 저자의 정의랄까. 

불운한 성공을 흉내내지 말것.


노년이 되면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가 '쓸모없음'이라 고백하면서 그녀가 생각하기에 가장 끝까지 지키고 싶은 "쓸모"란 무엇일까 얘기한다.

밥을 하는 행위는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상당히 섬세하고 때론 복잡할 수 있다. 무언가를 다듬고, 썰고, 씻고, 무치는 행위들을 집중해서 하며 마치 참선하는 것처럼 마음을 비우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누군가 내가 해주는 음식을 깨끗이 먹고 감사해 한다면 성취감을 느끼고, 그 대상과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되기도 한다. 누구든, 밥상 차려주는 사람에게는 빚을 지는 것이니까.

지금도 365일 부엌에는 빠짐없이 들어간다. 아파도 들어간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정말 죽기 직전까지, 음식을 스스로 해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살 수 있다면 원이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음식 차리기란 대소변 내보내는 것을 제외하고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후의 창조적 행위이며 사실은 참 숭고한 일이 아닌가 싶다. (166)

내 손으로 음식 만드는 자들이여. 자부심을 가지라. 나 역시 오랫동안 밥상을 차려오면서 투덜대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까지 의의를 달아본 적이 없었는데. 


'어른답게 말하기'란 소제목의 글은 더 주목해서 읽게 되었다. 다른 이에게는 쉽게 던지면서 자신은 듣기 싫어하는 '라떼'와 '꼰대' 라는 말이 유행어인 세상 아닌가. 노년이 되면 입을 여는 대신 귀를 열고 지갑을 열라고 했다지만 그렇다고 그저 입 다물고 듣기만 하다가는 우스운 노인, 비웃음 혹은 배제의 대상, 호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말의 양이 아니라 '질', 즉 언제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진짜 관건이라고 했다.

일단, 지금까지 잘 살아온 '나'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좀 참자. 내 경험을 나누어주면 좋을 것 같지만, 들을 귀가 없는 사람에게는 내 입만 아프다. 젊은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겠다는 지나친 의욕은 버릴 것. 늙은이들에게 중요한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도 중요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묻기 전에 자기 이야기를 먼저 풀어내는 것은 되도록 자제할 것. 이야기가 그리 하고 싶으면 돈 주고 정신과 의사를 찾는게 낫다. 만약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이 싫어한다면 정말 필요한 불행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그들과 함께 식사라도 한끼 하는것이 훨씬 낫다. 

첫째, 배우고 싶은 후배나 제자에게만 전수해줄 것

둘째, 때를 잘 살필 것

셋째, 나는 그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그 시간에 자기 계발을 더 할 것. (217, 219)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계발하는데 더 힘쓰라는 세번째 사항이 특히 마음에 든다.


몇 페이지 넘기면 나오는 다음 대목도 함께 세트. 

노인이 되어 갈수록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통제대마왕이 되려고 한다면서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들이 잊고 있는 것,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자신들을 뛰어넘는 젊은이들의 능력과 잠재적인 에너지다. 그들이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보고 싶은 것은 젊은이들이 삶의 과정 중에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와 실수들이다. 누가 도대체 실패를 하지 않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고, 좌절을 겪지 않고 지혜로울 수 있는가? 자신보다 젊은이들을 통제하려는 이들은 그런 기본적인 삶의 원칙은 거부하고, 상대를 자신들의 꼭두각시, 집사, 노예 혹은 로봇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마음속 깊이에는 '자신이 사라지고 있다, 쓸모 없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이 숨어 있다. 불안은 때로 파괴적인 에너지로 작용한다. (232)


지금까지의 저자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세상의 귀한 분들처럼 일생을 다 바쳐서 진리를 찾아 헤매지는 못했지만, 다만 매일 밥을 핶고 책을 읽었고 몸이 허락하는 한 일했으면 된 거 아닐까. 

이 마지막 페이지의 문구대로라면 나도? 

이렇게 위안삼으며, 노년을 통과하는 비결중 하나는 역시 과한 욕심 내려놓기임을 되새겨 본다. 

나보다는 연배인 저자. 다행이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아 조금 뒤에 따라가며 흉내라도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고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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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1-02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자가 벌써 할머니가 되었군요.
근데 전 이제 더 이상 새치라고 우길 수도 없는 이 흰머리가 용납이 잘 안 되더라구요.
물론 그렇다고 완벽하게 염색을 하는 것도 아니죠.
더 이상 버티기 곤란하다 싶을 때 염색을 하는데
그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ㅠ
과감하게 흰머리 내놓고 다니는 사람 보면 부럽기도 해요.
저도 나이 더 들면 그런 용기가 나올까요?
하긴 지구를 생각하면 염색은 안하는 게 좋다고 하던데...

전 나이들수록 책과, 드라마와 영화를 더 많이 보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ㅋ

hnine 2022-01-03 05:49   좋아요 2 | URL
저자 본인이 결혼을 늦지 않게 해서 자식들도 일찍 둔 편이라고 하더니 아들도 결혼을 늦지 않게 한 모양이죠 ^^
손주 봐주는게 너무 좋다고 여러 군데서 언급을 했어요.
저는 부모님으로부터 유전 영향인지 아직 염색 안하고 있는데 제 친구들은 대부분 염색하더군요.
책, 드라마, 영화. 우리에게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요? 코로나 덕분에 그걸 더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프레이야 2022-01-06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최후까지 살아남을 쓸모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대소변 내보니는 정말 최초이자 최후까지 살아남을 창조적 쓸모이자 생존의 필요충분 요건인 거 같아요. 대소변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는 목숨을 보며 또 그걸 거두어 주는 노목숨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부엌에 들어가 음식 만들고 밥상 차리는 일도 못지 않은 쓸모네요. 기본은 하고 사는 듯 ㅎㅎ 말수 줄이고 양질의 말을 하고 사는지도 점검해야겠어요. 여기서도 TPO가 중요하군요. 어렵네요. 오늘 날씨가 제법 따뜻하고 좋아요.^^

hnine 2022-01-06 23:29   좋아요 2 | URL
살아있다는 것의 정의부터 생각해보게 되어요. 생물학적으로 호흡이 가능하고 뇌가 기능을 할수 있을때까지를 말할지 (기계를 써서라도), 아니면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할때까지를 말할지.
저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아무도 청하지 않은 옛날 얘기, 간섭, 지시, 충고의 말 하기 전에 이런 것들부터 생각해보고 점검해보는게 훨씬 유익한 일 같아요.
잘 늙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기때문에 노력하면 멋있는 일이기도 하겠다, 이렇게 생각의 방향을 잡으려고 한답니다.
오늘 낮에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밖에서 식사를 했는데, 햇빛이 따뜻해서 참 좋았어요.

프레이야 2022-01-06 23:35   좋아요 1 | URL
나인 님 전 요즘 헷갈리는 게 있어요.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을 때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정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인간다운 삶이 아닌 거 같은 삶도 살아 있는 것이더라구요. 오히려 그 애착이랄까 집착이 덜하지도 않고요 에구

hnine 2022-01-07 00:27   좋아요 2 | URL
아마 살아있는 동안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할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해요. 살아있는다는 것에 대해서요. 그리고 그 답도 바뀌어갈 수 있겠지요. 이게 또한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 ^^
이런 문제는 그냥 머리속으로 생각만 할때보다 가족, 친지등 주위에서 어떤 구체적인 경우을 겪거나 보게 되면 더 답이 보일때가 많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02-10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hnine 2022-02-11 06: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영감이 떠오른다' 라고까지 하긴 뭐하지만 아무튼 이른 아침의 나는 하루 중 가장 희망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정신 상태를 갖게 된다. 해보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등, 불과 몇시간후면 스물스물 사라질 생각들이지만 이런 생각들로 머리 속이 채워지는 느낌.


오늘 아침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는데 시선이 딱 박히는 곳에 이 시집이 있었다. 

























"저는 당연히 카톨릭 신부가 될거라고 생각했었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냐는 팟캐스트 진행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던 사람이었지.


오랜만에 이 시집을 다시 꺼내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생은 그저 가끔씩 끔찍하고, 

아주 자주 평범하다는 것을.


(표지, 시인의 말)


끔찍한 날이 가끔씩 오는 생은 나쁘지 않지. 자주가 아니고 가끔씩이라니까.

시인이 그걸 알게 되고서,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되고서, 삶을 더 긍정할 수 있게 되었기를 바란다. 체념이 아니라 긍정.




"사랑했던 거 맞죠?"

"네"

"그런데 사랑이 식었죠?"

"네"


강물에게 기록 같은 건 없습니다

사랑은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시 '장마의 나날' 중에서)



사랑이 새로 생겨났던 것처럼 사랑은 식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미움으로 돌변하기도 하고 끝나기도 하고 다시 시작되기도 한다고, 나도 이제 거의 인정한다.




석양에 영웅은 없다. 지친 날개를 꺾는 것도, 핑계처럼 떨어지는 꽃도 다 석양의 일이다.


(시 '석양에 영웅은 없다' 중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 석양의 시간. 

한없이 무력에 빠지게 되는 그 잠깐의시간을 빌어 우리는 날개를 꺾기도 하고 변명을 마련하기도 한다.

나 이제 곧 그런 변명을 대대적으로 하게 될지도 모르니, 이때 석양은 하루의 석양이 아니라 일년의 석양.



불머리를 앓고도 다시 불장난을 하는 아이처럼


(시 'Cold Case 2' 중에서)


이제 그런 불장난할 무모함과 용기는 다시 없겠지.

그런 아이가 될 수는 없는거겠지.

아이때에도 막상 그런 불장난을 해보지 못한 것 같아 억울하구나.



어쩌면 인생은 만두다. 파릇한 청춘과 짜내도 계속 나오는 땀이나 눈물, 지친 살과 뼈, 거기에 기억까지 넣고 버무리는 만두는 인생을 닮았다.


하얀 만두피 속에 태생이 다른 것들을 슬쩍 감춰놓은 것도 생을 닮았다. 잘게 부수어지고 갈리고 결국은 뜨거워져야 서로를 이해하는 만두는 생이다.


뒤엉켜 뜨거워지기 전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뜨거워진 순간 출신을 묻지 않고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만두는 인생을 닮았다.


(시 '만두쟁반' 중에서)


만두를 보고 이렇고 표현할 수 있다니. 이게 어디 후천적인 노력만으로 될 일인가.



앞으로 읽고 싶은 책도 많지만 내가 이미 한번 읽은 책 중에 결코 한번 읽고 말게 아닌 책들이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생각하니, 새해에는 하루에 한권씩 읽은 책 다시 보기 프로젝트를 해볼까 하는,

연식 드러나는 새 계획이 떠오른 오늘 아침.

역시 오후가 되고 저녁이 되어가면서 스물스물 사라질 확률이 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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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31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아침에 맑고 기운찬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네요. 좋습니다.
오늘 하루는 좀 길게 가면 좋겠어요 왠지.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

hnine 2022-01-01 09:07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 자주 서재에서 뵙게 되어 참 좋습니다.
새해의 첫책으로 프레이야님의 책을 읽으려고 앞에 두고 있답니다.
리뷰는 바로 못 올리더라도 이해해주세요. 리뷰와 상관없이 저는 한글자도 흘리지 않고 꼭꼭 읽을테니까요. 그러고 싶은 책일테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ppy New Year!
Bonne Annee!
Feliz Ano Nuevos!

얄라알라 2021-12-3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명적인(?)....이라 하면 과장이겠지만, 스트레칭하시다 시선이 머문 곳, 딱 그 곳에 있던 시집을 소개해주시니 느낌 돋습니다!

hnine 2022-01-01 09:17   좋아요 1 | URL
스트레칭하면서 시선은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꽂이로 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저 시집에만 눈이 가지 않고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쳐다보게 되는게 사실이지만 아마 저 날은 저 시집에 마음이 특히 더 꽂혔나봐요.
아마 며칠 후엔 그 옆에 있는 책을 꺼내들지도 모르겠죠? 운명이라기 보다 단순히 책의 위치가 그 날 아침 다시 꺼내 읽는 책으로 선정되게 한다고 봐야겠지요 ^^
새 책을 사서 읽는 것도 좋지만 읽었던 책 중에도 기억에서 사라지면 너무 아까울 구절이나 내용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것 다시 주워담는 일, 언젠가 해보고 싶어요.

scott 2021-12-31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인의 말처럼 [강물에게 기록 같은 건 없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강물에 휩쓸리듯 지나가 버리길 바랄뿐입니다
에이치 나인님 새해 福 마뉘 ^ㅅ^

hnine 2022-01-01 09:21   좋아요 1 | URL
강물에게 기록 같은 건 없습니다.
단순한 한 문장인데 철학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말이죠.
코로나 팬데믹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전 인류가 이렇게 환경, 미래 무시하고 막 나가기를 계속하면 제2의 코로나, 아니 코로나보다 더 속수무책 난관이 또 오지 않으리란 법 없다고 봐요. 모르고 싶은 진실이라고 해서 그동안 너무 무시하고 인간 편위 위주로 살아온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한 종류의 팬데믹이 오래 갈거라고 예상은 못했네요.
scott 님의 새해 프로젝트는 뭘까요? ^^
새해가 시작되었고 어제 아들이 엄마 이제 나이가 어떻게 되신거냐고 확인시켜주듯이 물어보기에 딱 서른 셋이라고 얘기하고 싶더라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