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낭비한 죄 - 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그대에게
박원자 지음 / 김영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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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불교 관련 저술 활동을 해오던 저자가 덕망있는 스님들을 찾아가 그분들의 수행하는 삶에 대해 인터뷰한 기록 모음집이다.

2012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2020년에 5쇄를 찍었다. 

2,30대엔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했지 '어떻게', '왜'는 그 다음 문제였다. 나이를 더 먹어가고 '무엇'에 대한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지고 나자 이제는 근본적인 물음이 끊이질 않는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답이 없는 물음을 일부러 하는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꾸 스며나오게 된다. 50대에 이르러 이렇게 질문이 더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질줄 몰랐다.

수행하는 스님들의 말에서 어떤 답을 컨닝한다기 보다는 그들의 수행하는 자세, 태도를 읽고 싶어 읽은 책이다.

"인생에는 정해진 법이 없다"

이 책에서도 역시 이런 결론. 정해진 법이 없다는 것은 되는대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정하며 살아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실패만 하는 인생도, 성공만 하는 인생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인생의 모든 시간들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서 누가 감히 낭비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생각했는데, 아닌가? 무엇이 낭비일까.

봉은사 혜국스님의 말씀은 간단했다.

오늘 하루 할 일을 못 하고 사는 사람은 인생을 낭비하고 사는 것입니다. (25쪽)

삶의 의미에 대한 생각에 빠져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내면 그것이 인생의 낭비이다. 뭘 모르고 그냥 살아낸 시간들이 낭비가 아니고, 깨우침 없이 머슴처럼 살아온 세월들이 낭비가 아니다. 

수덕사 숭산스님을 옆에서 지켜본 한 비구니 스님은 본인의 삶을 돌아보니 너무 많이 자고 너무 많이 먹었다고 했다. (45쪽)

영평사 환성 스님의 일갈이 제일 맘에 와닿는다. 이 역시 간단하다.

삶, 몰입해서 최선을 다할뿐.(265쪽)

오늘 할 일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는 삶.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해도 될까.

복잡한 삶이 이렇게 한 마디로 간단하게 요약되어도 되는 것일까.

복잡하면 복잡한대로, 간단하면 간단한대로.

인생에는 답이 없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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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런던 아이코닉 런던 - 도시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런던의 오늘
성종민.김규봉 지음 / 이담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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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며 유럽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도시 런던.

저자와 출판사의 의도는 기존의 런던 여행, 관광책과 차별화 시키려던 것이었다 할지라도 여전히 여행, 관광 관련 책인 것은 부인할수 없다. 하지만 읽어보니 기존의 책들과 다른 것도 확실했다. 런던을 여행하게 되면 둘러보와야할 장소 안내, 그곳의 역사적 배경 정도를 설명하는 관광 여행책들의 관점이 주로 런던의 과거에 집중되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면 이 책은 제목처럼 런던의 현재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하여 있는, 미래지향적 가치관의 반영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쓰여진 책인 듯 하다. 이제 런던에 가면 영국의 과거와 연관지어 보는 대신 런던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를 그려보는 색다른 시각을 갖추게 하는 계기를 이 책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여행책과 차이가 있어 읽어볼만 했고, 앞으로 런던에 또 갈 기회가 생기면 참고서로 다시 들춰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기획하고 쓴 성종민이라는 저자 자신이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분이었다. 소개글에 의하면 수십년 전 서울에서 살사 댄서를 포함하여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이력이 있고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차려 잘 나가다가 회사에서 물러나게 되는 일을 겪는다. 낙심과 절망 끝에 어느 날 홀린 듯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런던대에서 문화예술정책 석사 학위를 받았고 10년 째 빨간바지라는 이름의 런던 여행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직접 투어 가이드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정책이라는 전공 분야에서 온 전문성을 살려 오래 묵지 않은 생생한 정보와 현장성을 책 속에서 유감없이 전달해주고 있다. 내가 최근 런던에 다녀온 것이 2018년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모르던 정보들이 들어있어 이 책의 출판 년도를 보니 2022년 2월이다. 그 정도면 최신 정보를 담고 있을 수 밖에.

런던을 패딩턴, 킹스 크로스, 시티 오브 런던, 카나리 워프, 서더크, 그 외 지역, 이렇게 여섯 개의 큰 지역으로 구분하였고 그 밑에 place 1부터 place 30 까지, 서른 개의 구체적인 장소를 뽑아 설명하였다. 

이 책의 키워드를 뽑자면 건축, 도시계획, 도시 재생이라고 하겠는데. 이 세가지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수 있었고 이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도시 재생에 반영되고 있는지 비교적 잘 설명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최근 런던 도시 재생에 가장 중심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건축가로 든 사람은, 이름이 익숙한 노만 포스터, 렌조 피아노, 리차드 로저스도 아닌, 토마스 헤더윅 (Thomas Headerwick,1970~  ) 이라는, 나에게는 생소한 사람이었다. 건축가이면서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토마스 헤더윅의 작품으로는 런던 이층 버스 (모서리가 둥글게 유선형의 뒷모습으로 새로 디자인된),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런던에서 지금 가장 힙한 지역으로 부상한 패딩턴 베이슨에 있는 팔각형으로 접히는 다리 (Rolling Bridge) 등, 그의 행보로 봐서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석탄 창고에서 복합문화상업공간으로 탄생한 콜드롭야드 (Cold Drop Yard)의 쇼핑몰 2층에는 삼성 킹스 크로스 플래그십이 있다고 하는데 들은 적도 본적도 없어 이상하다 했더니 2019년 9월에 오픈했다고 한다. 

옛것을 좋아하는 지키고 싶어하는 영국 사람들에게 미래 지향적, 도시 재생 사업이라는 말이 어쩐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는 않는다 싶었는데,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은 듯 하다. 예를 들어 런던 금융 중심가인 시티 오브 런던에 위치한 세인트 폴 대성당은 런던을 대표하는 성공회 대성당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돔 성당이고 오랜시간 서민들과 호흡을 함께 해온 상징적인 건물인데, 세인트 폴 조망권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새 건물을 지을때 세인트 폴 대성당만큼은 보이게 지어야 한다는 건축 법안이다. 이로 인하여 1963년까지 런던에는 변변한 고층 빌딩 하나 없었다가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시장이 제한 조건을 많이 완화시키면서 몇몇 빌딩이 예외 승인을 받아 지어짐으로써 스카이라인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현재와 같은 스카이라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국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건물들이 기술적으로 하이테크 건축을 지향하고 있고 혁신적인 외관을 가짐에 따라 건물의 본명대신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건물들이 많다. 거킨, 위키토키 빌딩, 치즈 그레이터 등은 모두 건물을 일컫는 별명들이다.

도시재생은 특이점이 있어야 한다.

도시 재생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도시 재생은 예술성을 갖춰야 한다.

저자가 후기에 덧붙인 내용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도시 재생 사업이 화두가 되어 있고, 최근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상황과 현실이 같지는 않지만 런던을 비롯한 여러 도시들의 경우를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덧붙여, 책 속 내용과 연관된 음악이나 동영상을 읽는 사람이 바로 그 자리에서 듣고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QR코드를 삽입해놓은 아이디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참신하고 읽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음악뿐 아니라 내용에 있는 장소를 책을 읽으면서 바로 동영상으로 직접 볼수도 있고 저자의 음성으로 직접 설명을 들을 수도 있으니 현장감을 한층 높여준다.

아쉬운 점도 덧붙이자면, 2022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믿기 어려운 표지 디자인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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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5-3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표지는 1980년대 어디쯤 있는듯한 느낌이네요. ㅎㅎ 도시재생에 대한 관점이 맘에 드네요. 물론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겠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 나라 곳곳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도시 재생 사업이란 것들도 지차체의 일회적인 보여주기식이 아니고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모두 좋은 선택이었으면 해요. 이런 책들 좀 많이 보고 말이죠. ^^

hnine 2022-06-01 08: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표지만 보고 골랐다면 안 읽었을수도 있을 정도라고 할까요.
그런데 내용은 꽤 읽을만 했어요.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도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도 예전에 쓰이다가 안쓰이는 건물이나 장소 (연초장, 철도역, 정미소 등등) 를 완전히 허물기 보다는 옛날 용도를 살리고 예술성을 더해 재건축해서 이용하여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그 마을 자체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구심점역할을 하게 하는 노력이 눈에 많이 띄지요.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었는데 나중에 따로 구입해서 봐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역사는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 - 이석연의 이집트 터키 인문 탐사 기행기
이석연 지음 / 새빛컴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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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저자이고 비교적 최근에,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를 여행한 기록을 읽어보고 싶어 고른 책이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여행이 뜸해지긴 했지만 그 이전에도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이집트 여행기가 많지는 않았다.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 것 같은 제목때문이었나, 생소한 저자 이름에도 불구하고 2013년에 다녀온 기록이니 아주 최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2013년 여행 당시 현지에서 썼다는 이 글은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이코노미 조선'에 연재되었던 것을 수정보완하여 2021년에 책으로 내었다고 한다. 동행인은 저자의 부인.

애초에 그가 이집트 여행을 하게 된 경위를 보니 저자 자신이 여행과 독서는 정신을 일깨워주는 두 키워드이자 인생을 지탱해 주는 두 기둥이라고 할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젊었던 시절 빠져 읽었던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나일강 살인사건', '오리엔탈특급 살인사건'의 무대를 언젠가 꼭 찾아가리라 했던 20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집트까지 직항 항로가 없어 두바이를 경유해서 카이로까지 가느라 두바이에 대한 내용이 가장 먼저 짧게 나온다. 

이집트 문명에 관한 책에 나오는 지명들이 지금의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해당하는지 익히는 것은 여행전 필수인 것 같다. 두바이는 독립국이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연합 UAE)을 구성하는 에미리트(토호국)중 하나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왜 우리는 1천년 이상 앞서 있는 이집트 문명과 신화보다 그리스 로마 문명에 더 익숙해져 있는가 하는 문제를 언급한다. 이것은 이 책에 앞서 읽었던 양정무 교수의 미술이야기1 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1호인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그보다 1천년 먼저 세워진 룩소르의 카르낙 신전과 닮았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카르낙의 아몬 대신전의 규모와 예술성, 정교함에 비하면 파르테논 신전은 왜소하고 초라하다고까지 했다. 두곳 모두 가본적 없는 나는 바로 공감할 수는 없어 아쉽지만 시대적으로 1천년 이상 차이가 있다는 저자의 말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이어서 서구인들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비판한다.


자신들의 문명의 뿌리를 그리스, 로마 문명에 두고 유색인종에 대한 우월감을 지니고 있는 서구인들은 유색인종이 이룩한 문명의 성과를 애써 외면하면서 검은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오리엔트문명과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 (41쪽) 


방문하는 곳의 역사와 배경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책중 상당 부분이 호텔 시설, 일반적 관광객들의 여행 소감글의 느낌이 진하게 나는 것, 수록한 사진들, 저자와 동반자의 의상, 자세 등을 볼때 마치 오래전 부모님의 여행기록서를 보는 느낌마저 들었던 것은 10년 전 여행기록 방식이 그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도 아마 지금 다시 가서 기록을 한다면 이와는 다르지 않을까.

자기들 역사의 뿌리를 그리스 로마 문명에서 찾은 서구인에 의해 이집트 문명이 은근히 따돌림당한 이력 외에도 이집트 문명 연구에 필수적인 피라미드에 관하여 어느 정도 해독할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어리석은 실수로 두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기원전 47년 카이사르가 이집트를 침략했을 때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도서관 장서 70만권을 모두 불태운 사건인데 이 중에는 그 유명한 <이집트사>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두번째는 기원후 390년 로마 황제가 이교를 금지하면서 유일하게 고대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이집트 제사장 계층을 몰아냄으로써 고서와 고대 비문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들의 대가 끊긴 일이다. 훨씬 나중인 19세기에 프랑스의 천재언어학자 샹폴리옹에 의해 로제타스톤의 상형문자가 해독되어 이집트학 탄생의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프랑스 언어학자가 이집트의 로제타스톤 문자를 해석하기까지는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이 역사적 사건에 의해 이집트 문명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비록 이집트를 침략하긴 했지만 거기서 깊은 인상을 받은 나폴레옹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나는 이집트에서

거추장스러운 문명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거기서 모든 것을 꿈꾸었고, 꿈꾸었던 모든 것을 실현시킬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이집트에서 보낸 시기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순간이었기에

(본책 66쪽에 인용되어 있음)



나일강 하류의 카이로에 이어 저자는 나일강 상류 쪽으로 이동하여 이집트 신왕국의 중심지였던 룩소르 (현재 지명 '테베')와 아가사 크리스티가 나일 살인사건을 집필한 현장이라는 '아스완'으로 향한다. 

나는 이집트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으나 함께 수록된 터어키에 대한 여행기록도 이집트와 비슷한 분량이고, 저자가 이집트 못지 않은 깊은 인상을 터어키 여행에서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집트 문명과 별개로 터어키는 일리어드를 쓴 호머의 고향, 트로이 전쟁, 세계를 지배하고자 했던 오스만제국의 숨겨진 힘을 느낄 수 있어 다시금 터키의 저력을 느낀다고까지 했다.


책 한권에 여러 나라를 잠깐씩 다녀온 후 쓴 여행기보다는 한 나라라도 자세히, 저자만의 시각과 느낌을 읽어낼 수 있는 여행기를 기대했으나 인문 탐사 기행기라는 표지소개문구만큼의 만족감을 얻지는 못하고 마치어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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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6-1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nine 2022-06-11 07: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6-11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hnine 2022-06-12 04: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즘 리뷰를 자주 못올리고 있어요. 분발하겠습니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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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7권이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하지만 현재 나와있는 것은 6권까지 이다. 이중 내가 가장 먼저 읽은 것은 5권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과 미술이었다.

그래도 제일 친숙하다 싶은 것이 르네상스 미술 아닐까 해서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읽은 것은, 2권 그리스 로마 문명과 미술이었다. 이것 역시 낯설지 않다 싶은 느낌에서 고른 것이다.








이 두 권은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는데 읽고 나니 이런 책은 대출이 아니라 소장용이겠다 확신이 들어 이미 읽은 두 권 포함해서 여섯 권 모두 구입을 했다. 옆에 끼고 있다는 느긋함 때문일까. 가까이에 여섯권 주루룩 꽂아두고서 눈으로만 행복할뿐 실제로 읽는 것은 한동안 못하고 있다가 이제서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근래이다.

1권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영국 박물관에 두어 차례 가서 느낀 것은, 정확하진 않지만 이 박물관 소장품의 반은 그리스 로마 미술품과 더불어 원시, 이집트 미술품, 아시리아를 비롯한 메소포타미아 미술품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게 그것 같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지만 들어가서 바로 처음 눈에 들어오는 로제타스톤 부터 시작해서 방문객들이 모여있는 미라, 이집트에서 끌어다모셔놓은 신전, 무덤벽화, 람세스 2세 석조상, 파피루스, 



















이 그림은 2018년 영국박물관에서 구입한 아래 책 (↙ ) 첫 페이지에 수록된 삽화이다.






지난 달부터 박물관에서 고대 이집트 문명에 관한 강좌를 신청하여 듣고 있는데 이 강의를 원활하게 듣기 위한 목적도 있고, 언젠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해야겠다는 수년 전 생각을 이참에 개시하는데 양정무 교수의 미술이야기 1권만한 책이 없었다.


이 책은 

-1. 원시미술

-2. 이집트 미술

-3 메소포타미아 미술

이렇게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원시시대 미술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사실 미술품이라기 보다 생활용품, 그들의 생활을 짐작하게 해주는 유물들인데, 이런 구분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언급이 나온다. 미술품과 생활용품을 굳이 구분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빗살무늬토기의 그 무늬를 꼭 어떤 기능을 위해 새겨넣었겠느냐 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만든 원시인들은 쓸모보다는 장식에 더 시간을 들였을지 모르며, 미술이란 먹고사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위로 보고, 미술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사치스런 무엇으로 여기는 것은 현대인들의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동굴벽화로 라스코 동굴벽화 (프랑스), 알타미라 동굴벽화 (스페인), 쇼베 동굴벽화 (프랑스)를 들었고, 동굴은 생활 공간이 아니라 신성한 공간이었으며 최초의 화가는 아마도 주술사였을 거라고 한다. 이 원시미술 파트에서는 그 시대에 상응하는 우리 나라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 유물도 함께 설명이 되어 있어 좋았다. 

2부 이집트 미술편으로 넘어가면서 저자는 우선 이집트 미술은 그저 놀라움 자체라고 한다. 한 나라가 3,000년동안 지속되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이라는 것이다. 이집트 문명과 나일강의 관계에 대해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라고 한다. 나일강은 이집트의 유일한 수자원이자 주요 교통로이며 이집트의 모든 생명이 나고 죽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역할을 갖고 있다. 혹시 이집트에 가볼 기회가 생긴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은 카이로와 룩소르인데 카이로에는 이집트 박물관이 있고 근처에 기자의 대 피라미드가 있자만 그 외 나머지 유적은 전부 이집트 신왕국의 중심지였던 룩소르에 있기 때문이다. 두 곳 사이의 거리는 나일강이 시작되는 곳과 끝나는 곳의 거리라고 할 만한 것이라서 시간 여유가 없는 방문객들의 경우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고.  

3,000년 동안 문화적 내구성을 가지고 지속되어 오던 이집트 문화가 왜 지금은 사라지고 말았을까 라는 물음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집트 종교의 쇠락과 관련지었다. 이집트 특유의 내세관을 담고 있던 이집트의 종교가 점차 약화되다가 결정적으로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가 이집트 땅을 다스리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고대 이집트 문자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도 사라지는 등, 이집트 문명에 대한 이해 역시 완전히 소멸되는 시기가 왔다. 근대에 들어 서양의 여러 나라가 이집트의 고대미술품을 발굴하면서부터는 이집트를 괴기스럽고 이상한 미신의 나라로 폄하하는 시각이 조성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최근들어 이집트 문명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되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집트 문명하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설명 또는 설명하려 시도되는 분야가 상징에 대한 것이다. 그림, 기호, 문자 등 거의 변함없는 상징 체계라 3,000년의 역사 동안 변함없이 통용되었기 때문에 그 의미를 해석할 줄 아는 것은 이집트 문명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런 상징 체계에 대해 익숙해져 있다면 직접 유적지를 돌아보거나 박물관을 방문하였을때 이해의 폭이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이집트 미술을 다룬 2부 부제가 <그들은 영생을 꿈꿨다>라면 메소포타미아 미술을 다룬 3부에는 <삶은 처절한 투쟁이다>라는 한 문장이 뒤따르고 있다. 사후 세계를 믿고 삶과 죽음을 생각했던 이집트가 있었다면 메소포타미아 미술은 전쟁, 사냥, 권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많다. 메소포타미아란 그리스어로 '두 강 사이의 땅' 이라는 뜻인데 두 강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말한다. 오늘날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에 걸친 지역이다. 

이 곳에서 수메르 문명으로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아시리아, 바빌로니아를 거치면서 전성기를 누리다가 기원전 500년 페르시아 제국에 의해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정복을 당하고 페르시아는 알렉산대 대왕에 의해 정복당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데, 페르시아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은 단순히 여가 활동, 미의 탐구의 결과물이 아니다. 원시 미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미술에서 보듯이 미술활동은 생존이고 영생에 대한 기원이며 권력의 이야기이다. 자연을 극복하고 문명을 이루어낸 역사이다.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미술에 대한 이런 이해가 어쩌면 단순히 문명에 대한 지식 습득보다 더 중요한 깨우침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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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05-19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술사 책은 읽은 게 꽤 됩니다만 모두 서양미술사라...
그림을 사게 되니 아주 좋더이다. 도판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그림을 사게 되니 몰랐던 우리 작가들도 알 수 있고 우리나라 화가들이 서양 화가들에 비해 절대 빠지지 않는 우수한 작가들이란 사실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소소합니다.

이전에 벅물관이나 전시회 다니며 느꼈던 좋음과는 다른 차원이 열린 듯해서 좋습니다!ㅎ

hnine 2022-05-19 13:02   좋아요 1 | URL
yamoo님 서재 다녀오는 길인데 그림 쇼핑 초보를 위해 친절한 길잡이가 되는 글 차근차근 다 읽었습니다.
구입을 시작하셨다니 진일보하셨습니다. 저는 일보를 위해 한 다리 들은채로 지금 몇년 째랍니다.
아무렴요. 책으로 보고 읽고 하는 것보다 직접 구매를 해봐야 몸으로 감을 익혀갈 것 같아요.
 
<슬라브, 막이 오른다> - 낯선듯 낯설지 않은 슬라브의 이야기들





오늘 아침 바람돌이님의 <슬라브 막이 오른다> 페이퍼를 보다가 책에 실렸다는 사진이 익숙하여 기억을 더듬더듬. 몇년 전 프라하 여행하면서 책에 실린 것과 똑같은 사진을 찍어놓은 것이 생각나서 지난 사진 앨범을 뒤적거리게 되었다.


























프라하 국립극장 아래층 입구에 있던 하트.

바츨라프 하벨을 기리는 마음을 나타낸 기념비 같은 것이다. 

시내에는 바츨라프 광장이라는 곳도 있다. 관광객들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곳. 여기 바츨라프는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이 아니라 19세기 체코의 독립운동을 주도한 성 바츨라프를 기리기 위해 세운 바츨라프 기마상에서 유래하여 이름 붙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저 책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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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5-0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각도가 다르니 책보다 hnine님 사진이 더 좋네요. ^^ 체코 저도 가고 싶은데 코로나 전에 다음 여행지는 동유럽이다 하면서 여행계획 짜기 시작하다가 딱 막혔다는... 내년쯤에는 갈 수 있을까요? 저도 저 하트 사진 찍어오고 싶은데 말이죠. ^^

hnine 2022-05-06 08:11   좋아요 0 | URL
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딱 찍어놓고 있던 즈음에 코로나가 터졌어요. 내년 쯤엔 갈수 있겠죠? 바람돌이님은 프라하, 저는 오스트리아 빈~ ^^
저곳은 프라하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따로 일정을 세워놓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프라하 시내를 걸어다니며 시간을 보내던 날 들른 곳이었어요. 같이 갔던 남편에게 사진 보여주니 이런 곳에도 갔었나? 그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