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 1
김상균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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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니 증강현실이니 하는 용어에 겨우 익숙해질만하자 이제 메타버스라는 말이 더 자주 귀에 들어오고 있다. 메타버스는 또 뭔가.

현재 국내 검색 사이트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로 검색을 해보면 이 책 저자의 이름을 피해갈수 없었다. 현재 강원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인지과학,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말로 소개되는 김상균. 그의 최근 저서중 하나인 <메타버스>를 읽어보았다.

우선 '메타버스'의 뜻부터 설명하고 시작해야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메타 (meta)'와 '유니버스 (universe)' 의 합성어로서, 메타는 초월, 가상을, 유니버스는 우주를 뜻한다. 즉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 기존의 '가상현실' 이라는 개념과 다른점이 뭘까. 다른 점이라기 보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을 포함하는 훨씬 광범위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기술연구단체인 ASF의 분류 방식에 따라 메타버스를 네 가지로 분류해놓았다.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이다.


1. 증강현실 세계 (Augmented reality) : 현실 공간에 가상이 보이는 상황 

 간단히 말하면 현실세계 + 판타지 + 편의성 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현실에 판타지를 더해주는 역할은 이미 1990년대부터 알려져왔는데 여기에 편이성을 더해준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앞유리에 길 안내 이미지가 나타나는 HUD가 여기에 해당한다. 

10, 20대가 스마트폰에 꼭 설치하는 앱 중에는 사진을 보정하는 앱인 스노우, 소다, 우타캠 등이 있다고 한다. 실제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 외형으로 증강하는 앱이라고 하는데 앱으로 보정된 모습까지가 실제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 '제페토'라는 서비스인데 증강 현실로 또 다른 나가 태어나는 것이다.

여기서 야기될 문제점: 증강현실 콩깍지


2. 라이프로깅 세계 (Lifelogging world) : 내 삶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

현실의 나 -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 + 이상적인 나 = 라이프로깅 세계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여 저장하고 때로는 공유하는 활동을 말한다.

소셜미디어를 예로 들면 제일 쉽다. 

여기서 야기될 문제점:  무엇이 나일까 하는 의문점, 즉 멀티 페르소나의 문제이다.


3. 거울 세계 (Mirror world) : 세상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

현실 세계 + 효율성 + 확장성 = 거울 세계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내는 메타버스를 말한다. 현실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해서 만들어진다. 요리 안하는 식당인 배달의 민족, 방 없는 호텔 에어비앤비, 모두의 교실이 된 zoom 등을 예로 들어 말할 수 있고, 구글 어스, 네이버 맵 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거울 세계에 해당한다. 

여기서 야기되는 문제점: 어떤 각도로 현실을 비출까? 거울에 비친 현실은 누구의 것일까?


4. 가상 세계 (Virtual world) : 어디에도 없던 세상을 창조한다.

신세계 + 소통 + 놀이 = 가상세계

현실과는 다른 공간, 시대,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 제도 등을 디자인해 놓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메타버스가 가상세계이다. 크게 분류하면 게임 형태와 비게임 형태로 나눠지는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WoW), 포트나이트, 리니지 등의 게임이 게임형태 가상세계에 포함되고, 로블록스, 세컨드라이트 등은 여럿이 모여 어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게임형태 가상 세계이다. 

우리는 왜 가상세계를 만들고 거기 머물고자 하는가? 현실에서 느끼는 탐험, 소통, 성취의 기쁨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어딘가 부족하여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기술은 발전했고 눈에 보이는 것은 많은데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한도가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직접 해볼 수 있는 것 이상의 수준으로 기술과 지식이 발전했다는 의미도 된다. 

여기서 야기되는 문제점: 의미없는 놀이터냐 vs. 성장의 터전이냐


무엇보다도 궁금한 것은 이렇게 가면 궁극적으로 현실은 소멸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메타버스가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과연, Where do we end up? 유토피아 아니면 디스토피아 그 어느 쪽일까를 예상해보지만 이것은 극단적인 양극일뿐 완전한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라는 것이 존재할까. 두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거나 그 중간쯤 어디이거나,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 세계를 보강한다는 측면에서 발생하였고 의미가 있으므로 메타버스가 현실을 완전히 대체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메타버스의 거대한 손을 점차 감당해갈 수 있을 것인가. 메타버스의 거대한 손의 예로서 아마존을 들었다. 아마존은 이미 amazon.com의 온라인 쇼핑몰 차원이 아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종인 아마존 웹 서비스 (AWS, Amazon Web Service)는 개인에게 있어 네이버 클라우드나 구글 드라이브가 이용되듯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런 서비스를 빌려주는 서비스이다. 즉 기업들이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 등의 메타버스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용량이 아주 큰 저장 장치, 처리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인 서버급 컴퓨터, 안정적인 테크워크 등을 빌려주는 아마존의 서비스를 AWS라고 한다. 아마존의 전체 수입중 이 AWS가 벌어다주는 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메타버스의 흐름 속에 이미 들어와 있음에도 메타버스를 발전된 게임과 정확히 구분하여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불편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런 미래가 코 앞에 있다. 더구나 몇년전 시작된 코로나는 그 속도를 더 가속화 시키며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는 이제 메타버스 안에서 울고 웃으며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좋은 성적 얻어서 좋은 대학 가라는 잔소리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장려해야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책 그만 보고 게임도 좀 하거라" 면서. 메타버스가 게임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 세계 속에 들어가는 접근성을 따라올만한 것이 없는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사이 후속편 <메타버스 2>가 출간되었다. 어제 주문했더니 바로 오늘 도착해서 내가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표지가 1권과 너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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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14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타버스 메타버스 하길래 이걸 알고는 지나가야겠구나 싶어 이 책을 사둔 참입니다. 기술은 더 발전한다고 하는데 나이들어가는 인간들은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모르고 살면 편한데 모르면 불편해지겠죠. 휴..

hnine 2022-07-14 12:24   좋아요 0 | URL
메타버스, 빨리 알수록 유리해요. 이걸 모르면서 10년 후를 계획한다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거든요.
저도 사두고 나서 좀 있다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 시작하니까 금방 읽어지더라고요. 그만큼 뜬금없는 먼 미래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뜻이겠지요.

서니데이 2022-08-10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hnine 2022-08-10 22: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8-1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hnine 2022-08-11 15:43   좋아요 0 | URL
당선될때마다 오셔서 축하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과학책 만드는 법 - 끝없는 호기심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저자와 독자를 잇기 위하여 땅콩문고
임은선 지음 / 유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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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과학책을 만드는 일이나 쓰는 일에 관심이 없어졌지만 제목을 보고 이 책을 굳이 구입해서 읽어보고 말았다. 한때 아주 티끌만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시로 왜? 왜? 하고 뭐든 엄마한테 물어보는 나이의 아이를 키울때였고 질문을 받을때마다 대답을 해줘야 하는 일이 엄마의 중요한 임무일 때였다. 내 전공이 과학의 한 분야이기도 하고. 그런 여러 가지 배경이 작용하여 당시 참여하고 있던 어린이책 공부 모임에서 아이가 묻고 엄마가 대답하는 형식의 과학책을 구상하여 발표를 한적이 있다. 나는 아주 쉽게 쓴다고 썼음에도 듣는 회원들 모두 이게 무슨 어린이책이냐고 하여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이 책은 물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과학책 만드는 법에 관한 책은 아니다. 그리고 과학책 '쓰는' 방법에 관한 책도 아니다. 과학에 관심이 있고 알고 싶은 성인 독자층을 대상으로, 과학을 전공한 사람과 독자를 이어주는 편집자의 입장에서 과학책 만드는 과정에 대해 요약해놓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도 과학을 전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과학에 관한 책을 만들때 과학적 지식이 전혀 없어도 됨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첫 챕터에서 저자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

분량은 140여쪽. 간단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다.


1. 과학책을 만드는 필요충분 조건-과학책 편집자가 되는 과정

  • 과학에 대한 관심, 즉 과학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다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할 필요는 없다.
  • 과학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국내외 인터넷 서점 사이트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과학 카테고리를 검색하여 어떤 책들이 읽히고 있는지 보아야 하고 과학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 외국어 능력이 있어야 한다. 최근엔 과학 출판에서 국내서 비중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외서의 비율이 높고 중요하다.

2.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 나만의 도서 목록 만들기

본격적으로 과학책을 만들려면 우선 어떤 책을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베스트셀러를 분석하고, 과학의 영역 중 어떤 분야의 책을 만들 것인지 선택한다. 주제별, 대상별, 읽는 목적별 결정을 해야하고, 국내서를 만들것인지 번역서를 만들 것인지 결정해야한다.

3. 과학책을 기획하는 방법-해외편

  • 검토소견서를 작성해보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과학책 기획 훈련방법이다.
  • 유명 저자의 책은 이미 그 저자의 책을 출간했던 출판사에 저작권 옵션이 있거나 선인세가 무척 높게 형성되어 있다. 그 외의 저자를 찾는 방법으로는 참고문헌 찾기, 관심분야 키워드로 찾기, 고전, 해적판, 계약만료 도서 찾기 등의 방법이 있다.

4. 과학책을 기획하는 방법-국내편

  • 유명저자들은 각자 연구 활동과 이미 계약된 책들이 밀려 있어 집필이 불가능할때가 많다. 대신 신규저자를 찾는 방법에는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나 독립 출판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는 과학자나 과학도를 찾아보는 방법이 있다. 
  • 모든 저자가 과학자일 필요는 없다. 과학 덕후나 과학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으로서, 예를 들면 취미로 천체 사진을 찍거나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 일러스트레이터 등도 과학책의 저자가 될 수 있다.
  • 편집자 스스로 입문서에 직접 입문해본다.

5. 과학책을 편집하는 방법-번역서의 경우

해외도서를 계약하기로 했다면 선인세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저자에게 저자서문 요청하기, 저자 정보 요청하기 등이 필요하며, 번역자를 섭외한다. 

6. 과학자와의 미팅

저자와의 미팅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팅에서 저자가 궁금한 개념을 잘 설명해주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설명해주는 과학 개념을 일반인인 편집자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저자로서 염두에 두기 조금 곤란할 것이다. 

7. 어떻게 만들 것인가-편집과정

과학책 편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독성이다. 편집과정은 저자의 글을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가는가의 연속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학책 한권이 만들어진다. 

쓰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이런 노력과 수고에 비하면 읽는 우리는 얼마나 편한가. 누리는 기쁨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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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기자 상담실 -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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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어린이는 배우고 어른은 가르친다는 편견을 벗어나 어른이 어린이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어린이가 그들의 의견을 얘기해주는 것이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묻는다고 해서 질문의 종류나 범위를 따로 분별하지 않는다. 같은 어른끼리 할수 있는 고민상담을 거의 같은 식으로 어린이에게 묻는 것이다. 

어린이를 가르치는 대상, 본보기를 보여야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하던 어른은 과연 어린이들이 뭐라고 대답할까 궁금할 것이다. 질문의 뜻이나 이해할지 의구심이 들기도 할 것이다.

어른이 자기들에게 고민을 얘기한다고 하니 어린이들은 으쓱할 것이다. 스스로 자기도 모자라는 존재, 덜 채워진 존재가 아닌, 당당하게 어른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잔소리가 심한 남자친구와 계속 만나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질문부터, 남편을 좋아하는건지 그저 집착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부부의 사랑이란 뭘까 하는 질문도 있다.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 사춘기 아이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를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길지, 오전반에만 보낼지 고민이라는 질문 등, 질문들을 읽어보면 어른이라면 대부분 한번씩 해봄직한 고민이라서 쉽게 공감이 간다. 

어린이들의 대답을 보면 정말 어린이들이 제시한 답일까 생각이 드는 것들도 있고, 역시 어린이들이구나 하는 답변들도 있다.

잔소리 심한 남자친구와 계속 만나야 하느냐는 고민에는 헤어지라고 단칼에 말하는가 하면,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는 고민에 대해서는 우리 아빠도 별로 말이 없어서 엄마가 늘 화를 낸다며 그럴때마다 할 말이 없어서 말을 안할뿐인 아빠가 오히려 불쌍하다고 하다고, 그럴땐 차라리 편지를 써보거나 문자를 보내보시라고 한다.


여기 실린 어린이들이 모든 어린이들을 대표한다고 볼수는 없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어린이의 연령층도 제시가되어 있지 않아 모르겠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을 되었을 어린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주 어린 아이들은 아니라는 것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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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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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고 난 뒤 세상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가 제일 슬퍼할까 부터, 이 세상은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까지. 하지만 죽은 사람은 결코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남은 사람의 얘기일뿐.

제목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에서 죽은 사람은 엄마이다. 엄마는 죽어 누워있고 아버지와 다섯 남매가 엄마가 죽기 전에 묻어달라고 부탁한 장소로 엄마의 관을 마차에 싣고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 중 <소리와 분노> 다음으로 많이 알려지고 읽혀진 작품이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가 아닐까 한다. 소리와 분노보다는 그나마 덜 복잡하고 따라가기 어렵지 않아 보통 먼저 읽기를 권유받는 작품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도 만만치 않았다.

윌리엄 포크너는1897년 미국 남부의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그는 작품은 달라도 공통적으로 그가 설정한 미국 남부의 한 가상의 장소를 무대로 하여 쓰고 있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으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소설 습작을 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그가 30대에 발표한 작품이다.

다양한 직업 경험과 미국 남부의 독특한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배경은 그로 하여금 실존문학작가로서 출발하게 하였을지 모르나 작품에 대한 투철한 작가의식은 그로 하여금 기존 문학 기법의 답습보다는 실험적 시도를 하게 하였고 이 작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에서 보여지듯 다양한 관점을 이용한 특이한 서술 구조, 화자의 의식과 심리 상태 묘사 방법 등은 그를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의 자리에 올려놓았고 이러한 독특한 문학세계는 그에게 전미 도서상, 퓰리처상,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다.

소설은 한 가족의 엄마 애디의 죽음을 출발점으로 한다. 애디는 집에서 40마일이나 떨어진 자기 고향에 묻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죽는다. 애디의 죽음에서 시작하여 애디를 묻기까지의 열흘 동안의 여정을 총 열다섯 사람이 돌아가면서 화자가 되어 서술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열 다섯 화자 중에는 무능하고 답답한 남편 앤스가 있다. 40마일이나 걸려 가야하는 먼 곳에 묻어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려한다는 것이 오히려 의외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능하고 이기적이고 사태 파악과 대처 능력이 한참 부족한 가장이다. 엄마가 임종에 이를때부터 아무 말 없이 관을 만들기에만 전념하는 큰 아들 캐시는 그것만이 자기의 의무이자 책임인양 처음부터 끝까지 말없이 관 짜는 일에만 전념한다. 엄마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면서도 직시하기를 두려워하는 둘째 아들 달, 가장 극적인 인물 세째 아들 주얼은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게는 가족보다는 말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고명딸 듀이 델은 가족들 모르게 혼전 임신을 한 상태이며 아무도 모르게 아기를 지워버리려고 한다. 막내아들 바더만은 아직 어리기도 하고 엄마가 죽었다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물고기의 죽음과 혼동을 할 정도로 지능 수준이 낮다. 가족 외에도 화자에는 동네 목사, 약사 부부, 이들의 이웃 툴 부부등이 나와 애디의 죽음이라는 사건 자체보다는 그 이후 시간을 보내는 방식과 관점을 각기 다른 관점으로 판이하게 다른 상황으로 그려지고 있음을 작가는 집중하여 보여주고 있다.

분위기는 대체로 암울하고 희망적이지 못하다. 가족 중 누구도 앞날이 밝아보이지 않는다. 제일 답답하고 변화가 기대되지 않는 인물 아버지 애디의 의외의 반전으로 맺는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이게 뭔가 하는 페이소스마저 안겨준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 인간의 죽음은 죽은 이 외 다른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기는 한 것인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짐작하는 의미와 아무 상관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허망함까지. 


작품의 명성에 비해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소개글을 보니 엄마의 죽음이라는 핵심 사건 외에는 복잡하게 사건이 얽혀있는 구성도 아닌 듯하여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난 후엔 가볍게 시작했던 것을 후회하며 더욱 이것 저것 참고 자료를 찾아 이 작품에 대한 다층적 해석에 대해 찾아보게 하였다. 지금까지도 많은 학자들에게 과제처럼 남겨져있다는 윌리엄 포크너의 이 작품에 대해 책의 말미에 해설자는 다음과 같은 권유를 덧붙여 놓았다.

머리는 명석한데 삶에 대한 성찰과 느낌이 없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상상력도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포크너를 권하고 싶다. 한 점으로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며 존재가 확대되는 기쁜 체험이 있길 바란다. 

(작품 해설 309쪽)


머리는 그리 명석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상상력은 포기할 수 없는 내가 읽으며 버거웠던 이유가 있었나보다.

그래도 이제 <내가 죽어 누워있을때> 라는 제목이 더 이상 의문스럽지 않고, 제목이 왜 이미 죽은 엄마 <나>로 되어 있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 죽어 누워있을때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것도. 단, 죽은 그 사람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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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6-21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09쪽의 해설을 읽으니 제가 꼭 읽어야 할 책 같네요.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며 죽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이 책도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hnine 2022-06-21 14:32   좋아요 2 | URL
페크님, 이반일리치의 죽음은 이반일리치 본인의 관점에서 주로 쓰여있지요. 이 소설은 달라요. 어떻게 보면 죽은 사람은 쏙 빠지고 주변 인물들에 의해 서술이 이루어져요. 죽은 엄마가 화자가 되는 부분은 짧게 한번 나오긴 하지만요.
번역자의 해설 인용한 부분을 보면 소설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 같지요?
이 작품을 제가 제대로 다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할 것 같은 (특히 소리와 분노) 생각이 드는 것 보면 여기가 끝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연극으로 만들어져도 책 만큼 의미가 잘 전달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yamoo 2022-06-28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디게 재미없더라구요~ 포크너는 저와 안맞나 봐요~~죄다 지루해서 걍 읽다 덮어버린다능~~ㅡㅡ;;

hnine 2022-06-29 06:32   좋아요 1 | URL
벌써 시도하셨었군요.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지요 ㅋㅋ

mini74 2022-07-08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이해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당선 축하드립니다 *^^*

hnine 2022-07-09 12:11   좋아요 1 | URL
제목부터 확 잡아끄는데가 있는 책이었지요.
죽음은 작가들뿐 아니라 모든 인간들의 주제이기도 하기 때문에요.
이렇게 일부러 들러서 축하해주시고, 감사합니다.
mini님도 축하드려요.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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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짧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할때 인생은 긴 편인가? 짧은 편인가?

생존 기간에 대한 길고 짧음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란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사람마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생각은 바뀔 것이다. 그저 느낌이다. 그런데 단순한 기분으로서가 아니라 피부로 그 느낌이 피부로, 더 깊게 느껴지는 일이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몇페이지 넘기지 않아 만나는 저 소제목이 즉각 공감을 부르고나니 이어서 다음 문장이 나온다.


50세가 되면 인생이 정말로 짧아지기 시작한다 (22)


50세. 눈에 드러나지 않게 정신적 위기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나이. 


인생의 이 시기에는 우울증이라는 검은 구렁이가 가장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들마저 집어삼키려고 틈을 노린다. (34)


누가 알았을까. 출렁거리던 30,40대, 변화와 불안정의 터널을 지나 50대에 이르면 어느 정도 평정의 시기에 이르리라 생각했는데, 정신적 위기를 또 겪어야 한다니.

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없다. 의학의 발전은 평균수명을 늘려놓았을뿐 젊음을 연장시켜놓지는 않았다. 유예된 노년, 아무 것도 할일 없이 노년의 시기를 쭉쭉 늘여놓았을 뿐이다. 인생은, 살 가치가 있는 시기로서의 인생은 짧구나 하는 생각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전의 강인했던 성격도 무색하다. 

인정. 직접 경험해본 것은 인정이 빠르다. 그렇다면 인정하고서 우리가 취해야할 태도는 무엇인가.

저자는 노인의 위상이 높아지려면 의학의 진전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의 진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책은 나이듦이라는 현상을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잘 들여다보고 나이듦에 지배당하지 않고 끝까지 생을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는 어떤 삶의 철학이 요구되는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생의 마지막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39)


나이가 들었으면 포기하라든가, 즐거움을 탐하기 보다 명상과 연구에 몰두하라든가, 어차피 노년에는 욕망이 감퇴한다든가 하는 생각을 버리라고 한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기만 하다면 습관의 가치를 생각해보라. 습관은 찬양해야한다. 규칙성은 운명의 존재론적 기반이요 생존의 조건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라고 한다. 시시해보이는 일상이 우리를 끝까지 세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루틴은 역사 없는 존재들이 우발적으로 빚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를 바로 세우는 뼈대이다.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휴식 중인 것은 아니다. 어떤 사건이 잿빛 일상에서 확 떠오르려면 백색의 시간, 별일 없이 살아가는 중립의 지속이 필요하다. 허를 찌르는 순간은 거의 항상 자잘한 소음을 배경으로 삼는다. 단조로운 일상이 없으면 전격적인 변화도 가능하지 않다. 우리 일상의 선율은 일종의 통주저음이다. 그 통주저음을 배경 삼아 이따금 가슴 떨리는 아리아가 연주된다. (71)


그까짓거 사랑, 아무것도 아닌 사랑, 영원하지 않는 사랑, 변색되기 마련인 사랑이라고, 마치 사랑 따위에서는 초월한 듯 폄하하지 말아야겠다. 사랑 아니고 더 위대하고 영원한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거기서 존재의 가치를 찾으려고 헤매지 말아야겠다.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삶과 인생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우울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사랑은 어느 나이에나 우리를 각성키시고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사랑은 타자의 존재를 기뻐하고 나 또한 살아 있음으로써 상대에게 매일 그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170)


이게 나인 걸 어쩌겠어

나이듦은 나태함과 패배주의가 아니라 이런 여유와 느긋함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다 가능하고 할 수 있다는 클리셰 대신 이 말은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살아온 세월이 주는 훈장 같은 것이다. 남의 잣대가 아니라 나의 생각, 나의 판단. 적어도 나 자신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자신감이다. 살아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 자기 역할을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기 방식대로 반응하는 것이다.


대상과 성격은 다르지만 읽으면서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을 떠올렸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 분명 지금보다 조금씩 더 노인에 가까워졌을 그 날들을 위해 오늘 나는 오늘의 루틴을 지속한다. 그 통주저음 속에 언젠가 한번 울릴 아리아를 꿈꾸며. 그때의 가슴떨림을 기다리며.

기존의 사고 방식을 붙들고 버티기 보다, 어제까지 하던 생각도 오늘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융통성, 개방성을 가지고 사고 방식의 업그레이드 작업은 노년에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충분히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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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6-0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인생이 길어지는 것이 노년이 늘어나는 거라 반갑지 않어요… 노안이 와서 글도 잘 못 읽고 신체 활동도 굼뜨고.. 저 같은 경우는 다리가 안 좋아 예전처럼 계단을 쉽게 내려가지 못하는 걸 봐서는.. 백세 시대니 인생이 길어졌느니 하는 게 호들갑으로 느껴집니다…

hnine 2022-06-10 06:06   좋아요 0 | URL
그나마 연장된 노년이 건강한 노년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 그렇질 못하고 불편한 몸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수명만 연장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본문에 연장된 노년을 마라톤 선수가 도착지점에 돌아왔는데도 퇴장못하고 아무 할 일없이 그곳에 있어야 상태에 비유를 했더라고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고 더 이상 역할도 주어지지 않고 그냥 거기 있어야 하는 상태요.
상황을 바꿀수 없으니 노년이 연장되어가면서 스스로 예전에는 필요없던 사고방식의 새로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다리가 안좋아지셨군요. 치료는 받고 계신가요? 더 심해지지 않아야할텐데요.

서니데이 2022-06-1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 짧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라는 첫문장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시간은 늘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았는데요.^^
더 빨라지면 곤란해, 요즘은 조금 더 빠릅니다.^^;
hnine님, 오늘은 비가 와서 조금 시원했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hnine 2022-06-16 07:56   좋아요 1 | URL
비오면 금방 쌀쌀해지더라고요.
여기는 오늘 아침 하늘이 흐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