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의 시간을 너에게 웅진 당신의 그림책 6
마르틴 스마타나 지음,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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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꼭 잘 그려야 그림책을 만들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 같아서 일부러 구입해서 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긴장과 우울 속에 자유를 저당 잡히며 몇 년을 버텨내는 동안 누군가는 그 속에서도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모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생각을 한다. 지어낸 희망이 아니라 지구상의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모으고, 그 내용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꾸몄다. 그런데 붓이나 펜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다.






















 


털실, 헌 옷 조각, 단추, 골판지, 솜, 지푸라기, 펠트지 같은 폐품을 이용하여 오리고 붙여서, 그림을 '만들었다'. 

사진 상으로는 잘 안 나타나는지 모르지만 책의 큰 그림으로 보면 재료의 질감이 바로 느껴져 마치 손으로 만지면 어떤 부분은 폭신폭신할것 같고 어떤 부분은 거칠거칠 할 것만 같다. 


이렇게 책을 만든 저자의 이름은 마르틴 스마타나. 슬로바키아 사람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이면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의 원제는 A Year of Good News. 평범한 제목이다. 오히려 우리말 제목이 더 눈에 띈다. 제목의 '볕뉘'란, 작은 틈을 통하여 잠깐 비치는 햇볕이란 뜻. 

책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QR코드를 이용하면 이 책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볼 수 있다고 작가 설명이 있기에 들어가봤더니 웃고 있는 작가의 얼굴, 그리고 이 책의52가지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인터뷰, 혹은 영상들이 일련번호를 붙여 수록되어 있었다. 


좋은 소식은 나쁜 소식에 가려 잘 들리지 않기 마련이지만, 사실 세상에는 마음을 따듯하게 덥히는 이야기가 아주 많아요.

작가의 말대로 좋은 소식들이 드문 것이 아니라 나쁜 소식에 가려서 잘 들리지 않는 것뿐이라면 좋겠다.

그림에 자신이 없더라도 이렇게 꼴라쥬 기법을 이용하여 더 독특한 그림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게 하는 또 하나의 Good news가 되어주지 않는가? 작가는 이래 저래 기쁜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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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8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11-08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이쁘고, 그림들도 이쁘네요.^^
이런 형태의 그림책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그림책 작가의 창의성은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종종 듭니다.
재료들만 가지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니~~^^

hnine 2022-11-08 13:53   좋아요 2 | URL
이상하게 나이 들면서 그림책의 매력을 더 발견해나가는 것 같아요. 글만 있는 책보다 아무래도 더 전달력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글보다 더 자신 없는게 그림이라 그냥 꿈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그림책은 그림을 못그린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으니...^^
우리는 창작의 세계에 대해 너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2-11-08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꼴라쥬 사랑스럽네요.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이 계절에 잘 어울립니다. 볕뉘의 시간을 너에게 ~ 아휴 제목도 난로 같아요.

hnine 2022-11-08 13:55   좋아요 2 | URL
맞아요.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 딱 그거예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소식들이, 볕뉘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네요.
직접 가지않고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식들을 다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은 SNS 의 위력이겠지요.
꼴라쥬도 얼마나 사랑스럽게 만들었는지, 소장하고 싶어서 구입했답니다.

바람돌이 2022-11-08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꼴라쥬 작품 만드는거 왠만한 감각으로는 힘들듯요. 주변에 저런 물건이 널려 있다고 다 만들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
따뜻한 느낌의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네요.

hnine 2022-11-09 04:20   좋아요 2 | URL
기술 대신 감각! 일단 저는 솔깃했거든요 ^^
요즘 어두운 소식들 속에 파묻혀 살다보니 저런 따뜻하고 사랑스런 그림책에 더 마음이 가나봅니다.
저자가 만든 ˝연˝이라는 영화도 한번 보고 싶어요.
 
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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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읽었던 책을 7년만에 다시 읽었다. (이전 리뷰 https://blog.aladin.co.kr/hnine/7870254)

저자 강상중은 1950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 도쿄대학 대학원 교수로 재직 당시에 이 책을 썼으며 이미 전작 <고민하는 힘>으로 일본은 물론 우리 나라에까지 이름을 알린 후였다. 

"왜 태어난 것인가?" 라고 물으며 번민과 고민을 거듭하던 저자의 아들이 세상을 떠나는 참변을 당하고, 바로 이어 일본의 3.11 대지진을 겪으며 그 자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진지하고 진실되게 살고 싶어한 사람이다. 그는 과연 어디에서 답을 찾는가.

7년만에 다시 읽는 책은 처음 읽을 때와 사뭇 달랐다. 이 다름이 신선하다. 처음 읽을 때보다 훨신 공감도가 높아진 듯, 이해가 잘 되었다.

사고와 행동의 제약은 지금보다 더 컸을지라도 신의 섭리 속에서 살던 때 인간은 더 행복하고 안전했다. 덜 고민했고 덜 불안했다. 근대에 이르러 신의 자리에 과학이 들어오고 개인의 자유 추구 의지가 생겨남에 따라 인간의 고뇌는 깊어졌고 의문이 많아졌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되었다. 새로운 특권이 역으로 구속의 도구가 되어 시도 때도 없이 인간의 삶을 짓누르게 되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들어갈 수도, 돌아설 수도 없는 문 아래 서다" (60쪽)


저자는 이러한 인간 유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호모 파티엔스)" 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렀다. 고통이나 괴로움을 어물어물 격려나 위로로 잊게 해주는 발명된 행복방정식이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근대 이래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존재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기 실현이라는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인간, 지금의 자기가 아닌 진짜 자기를 찾는데 몰두하는 인간은 2012년 당시 100만명의 우울증 환자와 연간 3만명의 자살자라는 통계 수치를 남겼다. 이런 말기적 현상을 낳을 정도로 자아 실현에 과몰입되는데 일조한 요인으로 저자는 두가지를 들었다.

첫째,글로벌 자본주의 안에서 인간은 모두 대체 가능하고 교체 가능한 균질한 '상품'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과,

둘째, '진짜 자기를 찾아라' 라는 담론이 마치 구호처럼 흘러 넘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기를 찾아라 라고 외치며 우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로 인용하고 있는 세 사람이 있는데 일본의 소설가 나스메 소세키, 독일의사회학자 막스 베버,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이다. 이들은 고민의 선구자격이었던 사람들이다. 


옛날에는 주술이나 종교가 고민거리를 해소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어쩌면 철학에 그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그에 필적하는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 것은 과학입니다. (110쪽)


그러다가 일본의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등의 큰 사건을 겪으며 과학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고 과학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19세기말 많은 사람들에게 이전에 종교가 차지하던 위치를 점하고 있던 과학에 대한 신뢰를 잃고나자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고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종교, 과학 그 무엇을 믿든, 그 믿음을 잃어버린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믿음의 대상이 나타나기 전, 즉 새로운 대상을 그 자리에 대체품으로 세우기 전엔 방황하고 고민하며 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믿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이토록 크고 무거운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물음, 의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을 하며 현재를 견디어야 할까?

답을 구하기 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 한다. 태도란 단순히 수동적인 것으로 간주하면 안되고 세계를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초의미'의 존재로 인식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하나하나 책임을 갖고 결단해 나가는 것, 이것이 태도라는 것이고, 그저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는 '운명'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이렇게 거듭나는 인생을 오래 오래 즐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왜 살아야 하는가 이유를 찾는 생각의 힘은 그 답만 구하는데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데 머물지 않고, 그 문제 자체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이고, 거듭나기로 들어가는 문턱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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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21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오랜만의 리뷰 반갑습니다
두번째 독서군요. 오래전 이 책 낭독하며 제게 무척 힘이 되었던 책입니다. 사는 일에 혼란과 갈등이 올 때 그 의미를 짚어 주었던 아스름한 기억이 납니다. 저자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던가 그랬지요. 글 좋아서 사랑할 것,도 샀더랬죠. 철학의 자리를 과학으로. 고민하는 사람 그 너머로 거듭나야 하는데 말이죠.

hnine 2022-10-21 15:50   좋아요 2 | URL
잠깐 참고하려고 들췄다가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말았어요. 이런거 보면 앞으로 새책을 읽는 시간을 줄이고 한번 읽었던 책들 중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들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제 우리 나이에 하는 질문들은 답이 있는 질문보다는 ˝왜 살아야 하는가˝ 같은, 답을 구하는 방식을 달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저 책을 첫번 읽을때는 못했던 것 같아요.

stella.K 2022-10-21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말로 오랜만이네요. 왜 일케 오랜만이십니까?
뭔일이 있으셨던 건 아니구요?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안 나네요. 어렵고 지루하다는 기억밖엔.
저도 다시 한 번 읽어 볼 걸 그랬나요? 그런데 없는 것 같아요.
있으면 한 번 더 읽어 볼텐데.ㅋ
누구는 그러더군요. 책은 세번은 읽어 줘야한다고.
뭐 그러면 좋겠지만 적어도 한 번은 더 읽어줘야하는 것 같습니다.

서재 이미지 바꾸셨네요?
그러고 보니 h님 직접 그린 그림인가 봅니다.
좋은데요?
h님네 강아지 잘 있죠?^^

hnine 2022-10-21 20:33   좋아요 1 | URL
아까 급하게 올리고 다시 검토를 안했더니 지금 보니까 오자 남발이군요 ㅋㅋ
저 오랜만이죠? 책을 별로 안읽었어요 ^^ 잘 안읽히더라고요. 이 책 저도 처음 읽을땐 만만치 않았어요. 이번에 다시 읽는데 덜 어려운걸 보니 나이는 헛먹은게 아닌가봐요. 저자가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더 잘 공감이 되고요.
서재 이미지는 헝가리 화가의 두남매라는 그림을 제가 따라그려본거랍니다.
반가와해주셔서 고마워요 stella님.
(우리 강아지 이제 노견이 되어가요. 같이 늙어간다고 해야할까요 ㅠㅠ)
 





















서울 전시를 놓치고

도록이라도 갖고 있어야지.

냉큼 구입했다.



요즘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들이 주인공인지라

거의 모든 그림이 마음을 끌었으나

그 중 이 두 그림은

더 많이

마음을 끌었다.
















위의 라이너스 반 데 벨데의 그림,

그리고 아래 데이비드 살레의 그림.

공통점은 바로 현대인의 자화상 같은 것 아닐까.

샘으로 가서 물을 마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병으로 날라가 물을 마시는 편을 택하고

가까이 얼굴을 보고 있지만 모자를 벗어 인사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도록 그 사이엔 나무 가지가 얼키고 설켜 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땅속의 저 복잡한 것들의 정체는 또 뭐람?

보고 또 보는 중.



책을 잘 안 읽고 있는 요즘

그림보고 멍 때리기가 취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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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9-2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 와서 그런 거죠? 나인님.^^
너무 오랜만입니다.
그림은 역시 좋아하고 계셨네요ㅋㅋ

hnine 2022-09-22 15:16   좋아요 2 | URL
2022년 가을이요? 아니면 인생의 가을? ^^
책읽는 나무님의 포스팅은 그래도 계속 따라가며 보고 있답니다.
책 손에서 놓은지 오래되었어요. 이러다 또 불붙으면 돌아갈겁니다.

페크pek0501 2022-09-2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의 영화 감상, 좋습니다. 응원합니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색감이 좋습니다요.^^

hnine 2022-09-22 15:18   좋아요 1 | URL
영화도 잘 안봐요 요즘. 보고 싶은 영화가 별로 없어서요.
그림은 저도 그리는건 영 아닌데 보고 맘대로 해석하는 재미에 맛들렸습니다.
책 읽을 시간에 미술관 구경하러 다니고 있답니다.

scott 2022-09-2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대전에 이번에 피카소등 명화들 전시 시작한다고 합니다!ㅎㅎ

꼭 가보세요!

시립에서도 뭔가 열린다고 합니다 !^^

hnine 2022-09-22 16:17   좋아요 1 | URL
최근 가본 전시 중엔 석남정 서울미술관 전시, 과천현대미술관의 한국채색화, 마이아트뮤지엄 호안 미로전 등이 좋았는데 역시 최고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기증품 전시였어요.
 
[eBook] 인생은 애매해도 빵은 맛있으니까 - 당신에게 건네는 달콤한 위로 한 조각
라비니야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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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제가 빵순이거든요." 라고 굳이 자신을 표현할 때 언급할 필요 없다. 내가 알기론 대부분의 여자가 빵순이이기 때문이다. 나도 역시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3년 반 동안 끼니로서 밥이 아니라 빵을 먹으며 살면서도 거의 밥을 그리워하지 않고 무난히 그 시기를 지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나를 포함하여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빵에 대해서 할 말도 많을 것이다. 삶의 어느 순간을 지나면서 빵과 비유하고 싶을 때가 많았을 것이고 빵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 사람은 할 말이 더 많을 것이다. 밥보다 만드는 과정이 길고 복잡하고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브런치 작가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필명 라비니야라는 이름으로 세 권의 책을 내었고 이 책은 순서상 그 두번째 책이다. 아마도 저자는 빵 만큼이나 글쓰기도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한 때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꿀 정도의 그림 실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어쩌면 브런치 작가로서의 데뷰는 안성맞춤 기회였을 것이다. '당신에게 건네는 달콤한 위로 한 조각'이라는 표지 소개문장이 적격이다. 달콤한 위로의 목적으로 읽기에 부족함이 없다. 글도 매끄럽고 그림까지 삽입되어 있어 지루할 틈도 없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 100%, 나도 모르는 미소를 지으며 페이지를 넘겨갈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구입하며 기대했던 것은 아마도 공감 그 이상이었나보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저자 만의 발견, 생각, 주관 등을 들어보고 싶었나보다. 재미있게 후다닥 넘어가는 페이지였지만 잠시 읽기를 멈추고 머무르며 생각해보게 하는 페이지는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달콤한 위로 한 조각이라는 소개글은 과장이 아니다. 나도 빵으로서 소감을 표현해보자면, 기존에 나와 있는 빵의 맛과 풍미에는 뒤지지 않으나, 아직 저자만의 빵을 만들지는 못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랄까.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을 들었을때 자신만의 구체적인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에 가까운 삶을 사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신의 삶을 긍정하게 만들거나 활력을 주는 구체적인 대상과 행위를 만들어 두는 건, 마음을 돌보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나의 감정을 잘 보듬어 가기 위해서는 먼저 내 안에서 걸어 나와 주변을 둘러보고 생기를 건넬 수 있는 만족스러운 일들을 시도해 보는게 중요하다.

우울할 때 내게 '빵'은 위로와 즐거움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자신의 취향과 관심에 맞춰 난 이게 있으면 그래도 힘이 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소중한 보물처럼 하나씩 지녔으면 좋겠다. 나의 이야기를 하나씩 추려서 맛있게 반죽하고 만들어 낸 이 책이 어떤 이의 마음에 쏙 드는 훌륭한 맛이기를 바란다. ( 책 서문 중에서 )



언젠가는 저자만의 레서피로, 저자만의 고유한 빵을 만들고 소개할 날이 오리라고 응원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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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9-2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에 저, 토스트를 먹었어요. 빵순이는 아니지만 간편해서 애용해요. 식빵을 구워 계란 후라이와 치즈를 올리고 뜨거운 커피를 탔죠.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이라면 저는 딱 나올 것 같아요. 책을 들고 있을 때, 노트북으로 글을 쓸 때, 커피 마실 때, 그리고 넷플릭스로 관심 가는 영화를 찾아볼 때, 가을이 느껴지는 저녁 산책...
그런데 하기 싫은 일도 많답니다. 오이 소박이를 담그려고 오이를 잔뜩 사 다 놓고 아직도 하지 않고 있다는... 언제 할지 모른다는...ㅋㅋ

hnine 2022-09-22 15:25   좋아요 1 | URL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저는 아프다가 나았을때요. 그게 아무리 단순히 체하거나 감기거나 두통이었더라도 아픔에서 벗어났을때 행복감을 느껴요.
저 며칠 전에 오이소박이 담그었는데 지금 너무 맛있게 잘 먹고 있어요. 어서 담그세요~
 
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강인식 지음 / 원더박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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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마디로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인간 승리의 책이라고 해야할까? 그렇다면 승리의 대상이 된것은 무엇일까. 어린 나이에 이룬 업적일까, 아니면 병마를 싸워이겼다는 것일까. 읽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주인공 박현묵군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내외적으로 매우 드문 유전질환인 중증 혈우병 환자인 박현묵군. 그는 태어나 걷기 시잘할 때부터 여러 심한 출혈을 겪으며 침대에 누워서 생활할 때가 많았고 입원도 잦았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했으며 초등학교 다닐때에는 절반 정도만 출석할 수 있었다. 그나마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중고등학교는 다녀보지도 못하고 8년 동안을 집에서 주로 침대생활을 하며 가족 외에는 그가 좋아하는 작가 톨킨 매니아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그가 아는 사람의 전부였다. 

20세가 되던 2019년, 주치의의 소개로 신약 프로젝트에 지원하여 참가하게되었고 여기서 뜻밖의 결과가 보이게 된것이 획기적인 계기가 되어 통증과 고통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게 된다. 이에 힘입어 21세가 된 이듬해 검정고시와 수능을 치룰 결심을 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한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 톨킨이 엮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번역자가 되어 달라는 제의를 받아들이기까지 하였다. 수능을 치르고 다음해 2021년 서울대에 입학했을 때 그의 나이 는 22세였다. 박현묵군의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쓰고 싶어한 책의 저자 강인식 기자와는 이때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기 시작하였다. 책을 내기 위한 일종의 인터뷰였다. 이것이 이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이자 책 내용에 대한 간단한 줄거리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대신 현묵 군의 엄마는 집에서 공부방을 꾸려 엄마의 직장이자 현묵이 교육의 장소를 만들었다. 늘 내출혈이 일어날 가능성을 안고 살았으며 그럴 때마다 끊이지 않는 고통을 참는 시간들이었다. 늘 아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했다. 그렇게 집에서만 지내던 생활 중 집에 있던 해리포터 1,3,4 권을 읽게 되었고 읽다 보니 즐거웠다. 다 읽어치우고 집에 없는 2권을 빌리러 집 근처 도서관에 휠체어를 타고 다녀올 정도였다. 그렇게 5권, 6권을 빌려다 읽었다.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톨킨의 <반지의 제왕> 을 처음 만나게 된다. 어떻게 보면 현묵의 운명을 바꿔 놓은 이 책이 처음부터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난해하기만 한 책 1권만 읽고 제쳐놓은 채 한동안 시간이 지난 후 톨킨에 대한 유튜브를 접하게 되었고, 반지의 제왕을 톨킨이 단순히 지어낸 이야기로서가 아닌, 신화가 없는 영국에 신화를 만들고 싶어 톨킨이 창조한 세계임을 알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은 하나의 이야기 수준을 넘어서 하나의 또다른 세계였고 기록이었던 것이다. 가상의 언어를 만들었고 가상의 인물들을 만들어 낸 톨킨은 그야말로 다른 급의 작가였다. 박현묵 군은 감탄했고 그 안에 흠뻑 빠져들어 탐구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묵군은 톨키니스트의 한 사람이 되었고 그것이 현묵군의 어찌보면 공허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메워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때 마침 새롭게 현묵의 주치의가 된 한림대부속 한강성심병원의 김준범 의사는 현묵을 처음 만날때 절망과 어두움, 부정적인 마인드의 젊은 환지일거라 예상했으나 현묵에게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몇번의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경험이 있는 환자로 보이지 않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힘든 통증과 출혈 속에서도 틈틈이 학업에 몰두하는 모습, 희망의 가능성을 놓치 않는 태도, 지혜와 성실함, 신약에 도전해보는 용기 등에 감명을 받은 김준범 의사는 나중에 현묵이 대학에 지원할때 추천서에 그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책에 몇번 인용된 현묵의 다음과 같은 말,

"아프다는 것으로 나를 정의하거나, 무엇을 못 한 것에 대한 변명으로 삼고 싶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못 했다면 그것은 나태함 때문이에요. 장애 때문이 아니죠."

그의 삶에 대한 태도이다. 변명하지 않는 삶. 

나는 나를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무엇으로 나의 나태함을 변명하려 하는가 생각해보게 한, 가볍고도 무겁게 읽을 수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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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8-2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박군 보다 몇 배를 산 저는 뭐하고 사나 참 부끄럽게 만드네요.
이 책 기억하겠습니다.

근데 책이 싸지는 않군요.ㅎ

hnine 2022-08-23 21:23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부끄러웠답니다.
동시에 현묵이를 이렇게 키운 현묵이 어머님은 어떤 분이실까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가족, 특히 어머니의 삶에 대한 태도가 곧 자식의 삶에 대한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칠테니까요.
그건 그렇고 <반지의 제왕>을 시도도 못해본 저로서는 그점도 부럽네요.

페크pek0501 2022-09-04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대하는 태도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싶네요. 저는 특히 어떤 시련에도 티 안 나고 태연히 보이는 사람을 우러러 봅니다.
가령 암에 걸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나타나 활짝 웃는 사람, 이런 분 보면 막 안아 주고 싶어져요. 마치 나에게 ˝당신도 병에 걸리면 나처럼 나을 수 있어.˝라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거든요. 저를 힘나게 하죠.^^

hnine 2022-09-04 23:16   좋아요 1 | URL
실은 어떤 사람의 행적이나 업적보다 감동받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대하는 태도 같아요. 작은 감정에도 휘둘리고 (쉽게 웃고 쉽게 화내고) 표내는 저로서는 더욱 그렇네요.
책 속의 저 아이는 (제 아들과 비슷한 나이기 때문에 이렇게 불러요) 나이는 그래도 생각은 더 어른 같더라고요. stella님의 댓글에도 썼지만 저 엄마가 어떤 분이신지 상상해보게 되고요.

숲노래 2022-10-19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만 읽은 아이들이 꽤 많더군요.
반지의제왕은 까맣게 모르는 아이들이 많고요.

우리 집 큰아이는 열 살 무렵 동서문화사 1980년대 옮김판 <반지 이야기>를 처음 읽고서 이 책을 그야말로 끝없이 다시 읽고 또 읽더군요. 큰아이가 이따금 하는 메이플스토리란 게임이 있고, 이 게임을 하며 만난 ‘게임동무‘가 해리포터가 재미있다고 말했다기에 해리포터를 처음으로 장만해서 건네주었는데, 15살 큰아이는 해리포터를 한 번만 슥 읽고서 ˝이렇게 재미없는 책을 왜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하지? 이상해.˝ 하고 한 마디만 하고는, 해리포터는 집에서 치워 달라 하시더라구요.

저도 톨킨 님이 쓴 책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끼는데, 이 대단한 숨빛을 느낀 아이가 마음빛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이야기꾸러미라면 이 책을 읽어 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hnine 2022-10-19 12:53   좋아요 0 | URL
저는 해리 포터도 반지 이야기도, 모두 끝까지 읽지 못한 사람으로써 부끄럽기만 합니다.
숲노래님 댓글에서 오랜만에 사름벼리 소식을 읽어 반갑습니다. 벼리와 보라가 거의 매일 등장하고, 그 소박한 밥상 차림 사진을 구경하던 때가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