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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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유명한 <동물 농장>과 <1984년> 이전에 <카탈로니아 찬가> 가 있었다.

시간순서로도 그렇지만, 작가의 스페인내전 참전기록 <카탈로니아 찬가> 없이 <동물농장>과 <1984년> 같은 소설이 나왔을까 싶어서이다. 

카탈로니아는 스페인 북동부지방 이름으로서 항구도시 바르셀로나가 위치해있는 곳이다.

전체주의, 파시즘을 혐오하던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 (1935-1939) 취재를 위해 종군기자로 갔다가 카탈로니아에서 직접 의용군에 지원해버린다. 이 책의 첫문장은 그 입대 전날 기록에서 시작한다.

의용군에 입대하기 전날이었다. 나는 바르셀로나의 레닌 병영에서 장교 탁자 앞에 서 있는 한 이탈리아인 의용병과 마주쳤다. (9쪽)

여기서 ''는 조지 오웰 작가 자신이다. 자기처럼 의용군에 지원한 한 이탈리아 출신 의용군을 보며 호감을 느끼면서 그의 행색과 표정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읽고 있다.

이 이탈리아인 의용병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가 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의 남루한 군복과 사나우면서도 애처로워 보이는 얼굴은 당시의 특별한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 같다. 그는 그 전쟁과 관련한 내 모든 기억과 얽혀 있다. 바르셀로나의 적기, 초라해 보이느 병사들을 가득 태우고 전선으로 기어가던 가늘고 긴 기차, 전선 쪽으로 한참 올라가면 나오는 전쟁에 찌든 잿빛 소도시, 질퍽질퍽하면서도 얼음속처럼 추운 산속 참호.

1936년 12월 말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으로부터 불과 일곱 달 전이다. (11쪽)


파시스트에 맞서는 공화파 통일노동당 소속으로 1936년 12월에 의용군에 지원하여 1937년 1월부터 5월까지 스페인 아라곤 전선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 기록이니, 소설이라기 보다 다큐멘터리에 더 가깝다고 보여진다.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엔 자기 의견이나 생각이 많이 들어가있기는 하지만 허구의 인물이나 사건이 아닌 실제 사건, 실제 인물, 실제 상황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어떤 이념과 기대를 가지고 내 조국도 아닌 스페인 내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현장에서 그 이념과 기대는 어떻게 실현되고 있었는지, 몸으로 겪어 얻은 결론은 무엇인지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의용군에 입대는 하였으나 기대하던 전투에 투입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고 무기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상태로 전선에서 대기 상태로 몇 주를 보내며 그는 점차 이 내전의 실상과 목적을 파악해가는데, 전쟁은 그가 목적으로 하던 혁명, 즉 노동자를 위한 혁명을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었으며 전체주의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된다. 작가에게는 파시즘에 대항하는 혁명이 더 중요했고 그 혁명을 이루기 위해 거칠 수 밖에 없는 전쟁이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혁명보다는 전쟁의 승리가 더 중요한 공산주의, 리더 없이 나가야하는 무정부주의의 한계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이 책 5장에 보면 구체적이고 날카롭게 나타나있다. 


6, 7장엔 파시스트들과의 참호전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와중에도 작가 특유의 유머코드는 군데군데 살아있다.

그 포탄들은 너무나 천천히 날아 달리기를 해도 쫓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포탄이 날아가는 소리가 마치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며 휘파람을 부는 소리 같았다. (114쪽)


8장, 즉 이 책의 중반부 쯤 오면 작가가 파악해가고 있는 공산주의 실상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스페인내전에 처음 투입되었을때 작가가 본 스페인의 모습, 즉 사회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 같은 스페인의 모습이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이론적으로는 완전한 평등이었다. 실제적인 면에서도 완전한 평등에 가까웠다. 사회주의를 미리 맛보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 예컨대 속물 근성이라든가, 돈을 악착같이 벌어 모으려는 태도, 상관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 그곳에는 농민과 우리만 있었다. 누구도 주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소유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그것은 지구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게임 속에서의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한 국면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경험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줄 만큼은 지속되었다. (...) 냉담과 냉소보다는 희망이 더 정상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공동체, ,동지>라는 말이 대부분의 나라에서처럼 허위가 아니라 진정한 동지적 관계를 의미하는공동체에 속해 있었다. 우리는 평등의 공기 속에서 숨을 쉬었다. (...) 그 결과 사회주의의 수립을 갈구하는 내 용망은 전보다 훨씬 더 실제적이 되었다. (140, 141쪽)

그가 애초에 지향하던 사회주의의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지 잘 드러내주는 부분이라서 인용해봤다. '이론적으로는'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서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이 오래 가지 못하였음을.

작가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아주 다른 길로 구별되어 갔으며 스페인은 점차 프랑코의 독재 영향권으로 들어가 공산주의의 주도 아래 들어가는 것을 목격해갔다. 전쟁은 사회주의 국가 실현을 위한 혁명을 위한 길로서가 아니라, 공산주의 정권의 승리를 위한 필수적인 전쟁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는 것을 알아가면서 작가는 큰 실망과 패배감을 느낀다.

그해 4월말, 보름의 휴가를 얻어 들른 바르셀로나는 노동 계급의 지배가 아닌 다시 부르조아적 분위기가 지배적인, 그가 의용군 입대차 머물렀던 1936년 12월과 이미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가 휴가차 바르셀로나에 머무르는 동안 그의 이런 생각을 굳히게 되는 큰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르셀로나 시가전이다. 정부의 치안대 (공산주의자)가 전국노동자연맹 (무정부주의자) 거점인 전화교환국을 점거하여 노동자연맹을 쫓아낸 것을 계기로 치안대와 통일사회당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 대 전국노동자연맹과 무정부주의연합 (통일노동자당)이 맞섬으로써 이들 사이의 분열이 공고화 된 것이다. 조지 오웰은 통일노동자당 소속이었고, 애초에 통일사회당과 통일노동자당은 파시즘에 대항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노선을 걷고 있었으나 이제 통일사회당은 통일노동자당을 일컬어 '위장한 파시스트 조직'이라며 바르셀로나 시가전과 그에 이어진 바르셀로나 전투에 대한 누명을 씌우기 시작했다. 조지 오웰이 이 책을 쓰기로 시작한 동기 중의 하나가 자기가 본 것을 바탕으로 통일노동자당에 대한 이런 누명을 벗겨내고자 한 것이라고 볼수 있고 이 책의 11장에서 본격적으로 이것을 증명해보이는 기술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가전은 통일노동자당의 단독공작을 통해 일어난 폭동이었다는 것이 공산주의자들의 주장이었고, 스페인 내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영향력을 커져갔으며 통일노동자당과 전국노동자연맹의 간부들도 차츰 몸을 사리게 되고 전쟁에 대한 외국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등)의 지원과 조력이 끊어질까봐 눈치보는 분위기가 팽배해져갔다. 

더불어, 바르셀로나 전투에서 작가가 목격한 것은 통일사회당, 공산주의, 통일노동자당 사이의 분열이라는 것도 있지만 또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정작 민간인들의 모습이었다.

그때를 돌이켜볼때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는 당시에 우연히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 갑자기 내 시야에 흘끗 들어온 민간인의 모습이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의미 없는 소동으로 비칠 뿐이었다. (191쪽)

독재와 전체주의에 맞서 민중들이 주인이 되는 평등 사회를 이루자는 이념아래 전투가 벌어지지만 정작 그 민중들에게 그런 전투는 의미없는 또하나의 노동으로 비춰질 뿐이라는 것. 

얼마전에 읽은 치누아 아체베의 <사바나의 개미언덕>의 한 대목도 그러했다.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해 한 대학에서 열린 연설회에 정작 노동자들은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시가전 후 다시 전선으로 돌아온 작가는 전쟁이 끝난 뒤 스페인의 운명을 예측하고 있었다. 즉, 스페인에는 공산주의자들 영향이 더욱 강력한 우익정부가 들어설 것이고, 그 정부는 결국 파시스트적 경향을 가질 수 밖에 없을거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투에 참가한 작가는 목에 총상을 입고 타라고나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받고서 탈출하듯이 서둘러 영국으로 돌아온다. 스페인내전의 결말, 자기 이념의 결말을 보고서 내린 결단인 셈이고 스페인내전에 의용군으로 참전한지 여섯달 후의 일이다. 그리고 이듬해 이 글을 쓰게 된다. 자기가 참전하여 목격한 사실을 토대로 스페인내전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과 통일노동자당의 누명을 벗기고자 하는 개인적인 노력의 일환, 이것이 이 책 <카탈로니아 찬가>의 탄생 배경이라면 배경이다. 문학적 목적으로 쓰였다고 보기엔 그 목적이 처음부터 뚜렷하다. 차라리 정치적 목적이라면 모를까.


그의 예견대로 스페인 내전은 군부 반란군 (프랑코 군부)이 승리를 거두었고, 스페인 공화국은 사라지고 프랑코의 파시즘 국가가 탄생하였다.


경험은 인식을 지배한다고 믿는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록은 인식과 추론을 바탕으로 한 것보다 우위에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페인내전의 경험은 이 책 한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작가의 사상과 가치관은 터닝포인트를 겪었고 세계를 보는 눈도 달라졌을 것이다. 동물농장과 1984가 이 책보다 나중에 쓰여졌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 책 제목이 카탈로니아에 대한 오마쥬 (Homage to Catalonia) 인 것도 너무나 잘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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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1-16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하여튼 저하고 맞지 않는 작가입니다. 꼭 집어서 한 명 더 고르라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사실 이런 얘긴 하지 말아야 건전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데, 글쎄 지금 취중이란 말입니다. 하하하...!

hnine 2021-01-17 04:31   좋아요 0 | URL
솔제니친 책은 저도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한권 읽었는데 먼저 읽은 동생이 말하기를 이 책 한권이 딱 하루 얘기라고 하면서 읽어보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중학교때 얘기라 벌써 오래전 일이어요. 지금 읽어도 재밌게 읽진 않았을텐데 중학생때이니 어땠을까요.
책을 그렇게 많이 읽으시는데 맞지 않는 작가도 있으시겠지요. 저도 그런 작가가 있나...생각해보니,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맞지 않는 작가 나올때까지 더 많이 읽어야겠어요 ㅋㅋ (이 무슨 엉뚱한 결론인지).
 
사바나의 개미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3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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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나이지리아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이다.

캉안이라는 아프리카의 가상국이 배경이고 샘, 이켐, 크리스 세사람의 주요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중고등학교때부터 친구였고 함께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공부를 마치고 세사람은 모두 고국을 위해 일하리라는 포부를 가지고 돌아오는데, 원래 의사 지망생이었으나 영국 사람들을 모방하기 좋아하고 남들의 기대에 맞추는 경향이 있던 샘은 학교 교장의 한마디에 군인이 되기로 방향을 바꾸었고 군인이 된 샘은 캉안으로 돌아와 쿠데타를 통해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크리스와 이켐은 각각 공보처장관과 신문사편집장이 되면서 세 사람 사이는 예전같지 않게 된다. 

구체적으로 일이 터진 것은 한동안 가뭄으로 시달리고 있는 아바존이라는 지역의 주민들이 자기 지역을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 대통령궁으로 직접 찾아오는 일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이 된 샘은 이 일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공보처장이자 친구인 크리스를 포함한 각료들을 소집하여 이 일이 더 커지거나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잠잠해지게 하고 싶은 자기 뜻을 알아주기 바라며 협조를 바라지만 크리스부터가 여기에 냉담하기만 하다. 결국 대통령 각하 즉 샘은 검찰총장을 불러 아마존 주민들의 의견을 적당히 들어주는 척 하며 무마할 것을 명하고 크리스에게는 언론 보도를 주의시킬 것을 부탁한다. 크리스는 이런 사실을 신문사편집장인 이켐에게 알리고, 이에 동조할 수 없는 이켐은 그날 밤 <태양에게 바치는 찬가>라는 비유적인 글을 쓴다. 이 글은 새정부와 대통령의 정책과 행태를 비웃고 풍자, 경고하는 내용인데 이 책 제목 <사바나의 개미언덕>의 유래를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아침은 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모두 머리가 여럿 달린 아주 오래된 청동 동상이 되었고 그들의 얼굴은 단지 뭉툭해진 이목구비만 남아 마치 사바나에 새로 돋아난 풀에게 지난 해 덤불에서 발생한 불에 대해 이야기해 주려고 남아 있는 개미 언덕 같습니다. (55쪽)


창조주 전능자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중간역할자 메신저 외눈박이 신에게 올리는 말로써, 당신 (외눈박이 신) 보기에 인간이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고 뜻을 거역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 같을지라도 그것이 노여운 나머지 내팽기치며 무시해버리는 짓을 하지 말것이며 하물며 인간 세상을 다 불태워 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라고 탄식하며 부탁, 내지는 경고하는 내용이다. 이 책의 요점이 이켐이 쓴 이 <태양에 바치는 찬가>라는 글에 집약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여기서 사바나는 아프리카 신생국 캉안을, 개미 언덕은 사바나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써온 민중들의 흔적과 역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샘, 크리스, 이켐 세사람 모두 캉안이라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포부는 같았을지모르나 그들이 택한 방법과 길은 달랐다. 결국 대통령은 이켐에게 신문사 편집장 정직 명령을 내리고 대통령궁으로의 불법 데모 행진과 관련하여 아바존 지도자들과 함께 체포한다. 이켐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크리스는 흥분하여 그의 행적를 수소문하며 찾아다니지만 행방은 묘연하고 믿고 싶지 않은 루머만 떠돌뿐이다.

치누아 아체베는 아프리카의 가상국 캉안을 배경으로 조국인 나이지리아는 물론 제3세계 신생국의 문제점을 파헤쳐보려고 했다. 서구 제국주의적 식민주의에서 해방은 했지만 신생국이 스스로 헤쳐나갈 길은 순탄하지 않다. 강력한 지도력의 필요성을 독재자의 출현이 대신하고, 독재자의 불안은 언론 탄압, 민심 수용 실패, 대립과 반목, 부정부패로 이어지면서 국가 운영은 혼돈속 진흙탕 길을 걷는다. 이런 상황의 책임을 서구 제국주의에 전담시키는 대신 아프리카 자국민에게서도 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은 그의 이전 작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와 같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그의 첫번째 소설이고 <사비나의 개미언덕>은 그의 다섯편의 소설중 마지막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세사람 주인공 모두 뜻하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되고 역시 개미언덕의 일부로 남는 것인가 절망스러울때, 이켐과 그의 여인 엘레와 사이에 태어난 아기의 명명식을 목적으로 크리스의 연인이었던 비어트리스를 비롯한 여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 하고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 새롭다. 그렇게 맺은 작가의 의도를 다시 헤아려보게 하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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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펭귄클래식 4
조지 오웰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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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때문에 어린이책 카테고리에 들어가있기도 하다는 책.

읽지 않았음에도 읽은 듯 착각할 정도로 많이 인용되는 책.

추천 도서 목록에 단골로 들어가있는 책.


다른 책을 읽다가 잠시 참고만 하려고 들춰본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어느새 끝까지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이전에 읽은 저자의 다른 책 <1984년> 에 비해 분량이 적기도하고, 읽다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1903년 6월 25일 인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모국인 영국에서 식민지 인도로 파견된 관리였는데 1907년 어린 조지 오웰은 어머니하고만 영국으로 다시 이주하여 소년기의 대부분을 아버지의 부재속에 보냈다. 입학한 학교에서 학비를 감면받으며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부유한 집 아이들로부터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며 놀림받은 경험때문일까. 그는 일찍부터 계급 차이에 눈을 떴다고 한다. 이후 47세라는 길지 않은 생애 동안 그의 이력은 매우 다양하다. 버마, 스페인, 프랑스, 모로코, 스코들랜드 등의 나라로 이주해다니면서 방송국, 잡지사, 참전, 교직, 탄광지대 등을 거쳤고 그곳 민중들의 삶을 눈으로 보거나 직접 체험하며 전체주의, 계급주의에 맞서 사회주의에 대한 이상을 키운다. 

<동물농장>은 1943년 그가 영국 런던으로 돌아와 완성시킨 소설로서 1917년 러시아 혁명을 비꼬아 풍자한 풍자소설이며 정치소설이다. 짐작되다시피 내용때문에 이리저리 출판이 미뤄지다가 1945년에 비로소 출판이 되었다.


농장운영을 게을리하고 술만 마시는 장원농장  주인 존스 씨로 인하여 농장 운영은 엉망이고 농장의 동물들은 일은 죽도록 하면서도 배고픔에 시달리는 생활을 한다. 불만이 점점 커져가던중 수퇘지 메이저 영감은 농장의 동물들을 모아놓고 자기의 꿈 얘기를 하며 반란을 준비하자고 연설한다. 

"우리는 왜 이 비참한 상태에 계속 있어야 합니까? 우리가 힘들게 생산한 것을 거의 모두 인간이 빼앗아 가기 때문이오. 

인간은 우리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적이오. 인간을 제거합시다. 혁명! 모든 인간은 적이오. 모든 동물은 동무요." (34-36쪽)

사흘 후 동물들을 선동하던 메이저영감은 죽고 혁명은 성공적으로 수행된다. 농장주인 존스는 이웃마을로 쫓겨나고 농장은 동물들의 것이 되어 이름도 장원농장에서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똑똑한 돼지 나폴레온이 새로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혁명후 농장은 과연 메이저영감과 동물들이 이루고자했던 그런 곳이 되는가? 혁명의 꿈은 실현되는가? 


러시아 혁명 시대의 인물, 계층을 각각 상징하는 동물들이 나오고 있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동물들이 누구를 상징하는지 어렵지 않게 연관지을 수 있게 조지 오웰의 풍자는 치밀하고 정확하다. 어떻게 전체주의라는 것이 생겨나고 어떤 상태에서 혁명이 탄생하게 되는지, 그리고 혁명후 세상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말을 보게 되는지 조지 오웰은 마치 그 시대를 다 겪고 한참을 더 살아 결과를 눈에 본듯 분석적이고 꿰뚫어보며 쓰고 있다. 전체주의를 유지시키는데 언어는 어떻게 변질된 방법으로 이용되는지, 종교가 어떻게 대중을 회유하는데 이용되는지, 대중의 무지와 안일, 자포자기는 사고와 판단 대신 맹목적인 희망과 복종의 삶으로 이끌 뿐이며, 결국 대중 전체를 위한 혁명은 소수 엘리트들에 의한, 소수 특정 계층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 

등장하는 동물중 '복서'라는 이름의 말이 있다. 똑똑하지는 않지만 변함없는 성실함과 일할 때 보여주는 엄청난 힘 때문에 농장 식구들 모두로부터 존경을 받는 동물이다. 어떤 어려움과 좌절이 있어도 결론은 늘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것, 그래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겠다는 것이고, 혁명이 약속한 그들의 동물농장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주며 살아온 복서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순간까지도 자기의 생각과 믿음을 의심하줄 몰랐다. 

결국 국가나 사회가 원하는 것은 복서같은 인물이 아닐까? 의심없이 희망하고, 문제의 답을 늘 자기 자신의 노력에서 찾으며, 죽을때까지 성실한 복서. 내가, 당신이, 우리들이, 성실하게 피땀흘려 살아가는 모습은 결국 이 소설 속 복서로서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걸 몰라야하는건가? 자꾸 그런 걸 알아가면 의심없이 성실하게 생을 마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스노볼처럼 총명한 돼지로 살다가 권력자의 눈 밖에 나서 영영 추방당하고 반역자로 몰리는 삶, 모두에게 존경받고 성실한 삶을 살아간 복서의 삶. 이 둘 중 선택하라면 어느 쪽을 택해야 할 것인가. 

조지 오웰은 이 소설을 통해 정말 엄청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혁명 처럼 이미 지나간 어떤 특정 시기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고 동물농장의 이야기는 더구나 아니었다. 소설의 후반부에 가면 두 발로 다니는 것은 모두 적, 네발로 다니는 것은 모두 동무라고 외치던 돼지들이 스스로 두 발로 걷는 장면이 나온다. 돼지가 경멸하던 인간과, 인간이 지배하며 부려먹던 돼지의 모습 사이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는 것이다. 

이미 역사 속에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라고 부인 못하고 자꾸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떠올리며 새로운 연관짓기를 해보고 있노라니 슬퍼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은 정말 열심히 살아볼 가치가 있는 곳인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만큼 살아온 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려니 슬플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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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3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2021년 신축년 새해 행복하고 건강한 나날로 가득 채워지시길 바랍니다.
┝┦┎┑
┕┚┖┙┣┕┃
┶ ┎┒
┑┕┚┣┗┃
^ㅡ^♡받으세요♡

hnine 2021-01-01 06:09   좋아요 1 | URL
scott님, 우리 함께 행복하고 함께 건강한 나날이 되도록 애써보아요.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1-01-01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민음사 걸로 읽은 것 같습니다. 상징적 문장이 신선했어요.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님이 뜻하는 대로 일이 술술 풀리는 행복한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 ★ ★

hnine 2021-01-01 19:08   좋아요 0 | URL
저희 집에도 민음사 것도 있는데 손에 잡히는대로 읽었네요.
뜻하는대로 일이 술술 풀리면 참 좋겠지만, 그런 일은 별로 안일어나는 것 같아요 ㅠㅠ
안분지족, 이 말을 대신 새기며 살까봐요.
페크님, 늘 제 서재 들러주시고 관심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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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5개국어로 출간되어 현재까지 800만부 이상 팔린 '아프리카'문학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구전되어 내려오는 것이 더 많았던 아프리카 문학의 고전이라고까지 불리는 이 소설의 작가 치누아 아체베는 1930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다. 목사 아버지를 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고 미션 스쿨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가 들어간 나이지리아의 이바단 대학교도 그당시에는 런던 대학교 소속이었다고 한다. 나이지리아 방송국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아프리카 여러 지역과 미국 등을 여행하게 되었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게 되었다. 그의 첫 소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발표한 것은 1958년 그의 나이 28세때였는데 그때 나이지리아는 2년 뒤 1960년 영국의 식민지령으로부터 독립을 약속받고 정권 이양을 준비하는 기간이었다. 

첫 소설 이후로도 출판을 거듭하면서 치누아 아체베는 출판사 편집자, 외교관 활동, 대학 선임연구원등의 활동을 하였고 문예지 창간을 주도하기도 했다. 1972년 그의 나이 42세때 미국 애머스트 대학의 객원교수로 초빙된 것을 계기로 미국의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게 되고 이후 코네티컷 대학 객원 교수, 나이지리아 대학 교수를 거쳐 57세때는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고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나이지리아 최고문화훈장인 국가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2004년 그에게 주어진 나이지리아 연방공화국 지도자 훈장은 나이지리아 정치 상황에 대한 항의로 수상을 거부하였다. 아프리카와 미국, 유럽을 드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2013년 미국에서 지병으로 사망하였다. 

작가가 활동한 시기는 나이지리아가 영국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 독립하여 새로운 국가 설립이라는 당면 과제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가치관 등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시대였고, 아마 그런 일종의 붕괴와 건립을 동시에 목격하면서 그는 아프리카의 이전 역사부터 되돌아보다가 영국 제국주의 체제의 침입이 이루어지던 19세기 말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읽어보면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나 고발성 강한 소설로만 읽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치 아프리카에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 책을 읽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오콩코라는 한 개인의 일대기 같기도 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의 관혼상제를 비롯한 풍습, 설화, 민속, 규범 등을 소개해주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첫 페이지부터 주인공인 오콩코가 얼마나 용맹스런 사람인지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콩코는 아홉 마을과 그 너머까지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두 손으로 건실한 업적을 쌓고 명예를 일궈냈다. 열여덟 젊은 나이에 '고양이' 아말린제를 내던져 마을에 명예를 안겨 줬다. (...) 그가 '고양이'라고 불린 것은 그의 등이 한번도 땅에 닿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사람을 오콩코가 시합에서 내던졌는데, 노인들은 이를 두고 마을의 시조들이 황야에서 일곱 밤낮 동안 귀신과 싸운 사건에 버금가는 격렬한 사건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11쪽)

용맹스러움을 표현하는 비유가 독특하다. 

젊을 때부터 용맹스러웠고 가족 부양에 책임감이 투철했으며 부족의 관습과 전통을 지키는데 충실했던 주인공 오콩코가 어떤 실수를 저지름으로 해서 마을에서 추방당해 일곱해를 지나야 돌아올 수 있게 된다. 그가 다른 마을로 유배가있는 동안 부족에는 서양에서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들어온 백인들에 의해 하나 둘씩 서양 문물이 들어오게 되는데, 평소 부족에서 낮은 대우를 받던 사람들과 여성들이 주로 합류하기 시작한다. 서양 백인들은 종교만 가지고온게 아니라 학교, 법원도 함께 들여와서 부족민들을 교육시키고 백인들 자국의 법에 따라 부족의 일을 재판하기 시작했다. 


"백인이 땅에 대한 우리의 관습을 알기나 하는가?"

"우리말조차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알겠나. 그런데도 백인은 우리 관습이 나쁘다고 말하네. 게다가 백인의 종교를 받아들인 우리 형제들마저 우리의 관습이 나쁘다고 말한다네. 우리 형제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렸는데 어떻게 우리가 싸울 수 있겠는가? 백인은 대단히 영리하네. 종교를 가지고 즐기면서 여기에 머물도록 했네. 이제 그가 우리 형제들을 손에 넣었고, 우리 부족은 더 이상 하나로 뭉쳐 행동하지 않네. 그가 우리를 함께 묶어 두었던 것들에 칼을 꽂으니 우리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네." (207쪽)

7년만에 유배에서 돌아온 오콩코가 부족 친구로부터 마을 상황에 대해 얘기를 듣는 대목이다. 주목할 것은 이 대목만으로도 작가는 부족의 붕괴와 해체는 외부 백인들의 침탈과, 거기에 더해서 부족 토착민들의 동조가 합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짚었다는 것이다.

자기 부족이 백인들의 지배하에 점차 넘어가고 있는 상태를 보자 오콩코는 도저히 두고 볼수 가 없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광경이었고 지금까지 그의 가치관과 신념과 목표가 뿌리채 뽑히는 것 같았다. 그냥 참고 복종할 오콩코가 아니다. 그는 마침내 결심하고 단행하여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


치누아 아체베의 이 소설이 의미있는 것은 오콩코라는 인물의 비극의 원인은 우선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아프리카에 가한 폭력과 침탈이었지만, 이런 세력에 수동적으로 대처하고 적극적으로 막아내지 못한 전통사회의 나약함에도 원인이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었다는데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분석이다. 전통사회의 대처 방식이라는 공식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어려서부터 이런 서양의 문명의 혜택을 받고 교육받고 성장한 작가의 입장에서 한쪽으로만 보지 않고 다각적인 입장을 제시하려고 한 노력은 충분히 엿보인다. 그리고 붕괴되고 나면 끝이 아니라 그것이 새로운 세상으로의 전환점이 되기를, 그것만이 이제 남은 돌파구이고 생존 통로임을 제시하고자한 노력도 볼 수 있다. 

제목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예이츠 (W.B.Yeats)의 시 "재림"에서 인용하였다고하는데 인용부분은 이 책 맨 앞에 소개되어 있다.

돌고 돌아 더욱 넓은 동심원을 그려 나가

매는 주인의 말을 들을 수 없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중심은 힘을 잃어,

그저 혼돈만이 세상에 풀어헤쳐진다.


-  W. B. 예이츠, "재림" -




 


이 책도 미국 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도서중 한권이다.




원서 첫 페이지인데 이미 우리말 책으로 다 읽고 봐서 그런지 아주 못읽을정도로 어려워보이진 않는다.











집에 마침 치누아 아체베의 다른 책이 한권 더 있다. 

<사바나의 개미 언덕>

이왕 시작했으니 이어서 읽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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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12-16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미언덕이 더 좋았습니다! 정성들인 서평 잘 읽었습니다. 많이 배웠고요!! ^^

hnine 2020-12-16 22:17   좋아요 2 | URL
Falstaff님 이미 두권 다 읽으셨군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다른 유명한 작품으로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을 들던데 확실히 <암흑의 핵심>에서의 아프리카와 이 작품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 그리는 아프리카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그곳에서 나고 자란 태생이 전하는 역사와 문화는 다르게 전달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지요.
책 뒤에 나이지리아 이보족의 언어 단어 풀이가 나오잖아요. 유난히 이응 (ㅇ) 소리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은 것이 재미있지않으시던가요? ^^
<사바나의 개미언덕>도 기대를 가지고 읽어보겠습니다.

Falstaff 2020-12-17 09:35   좋아요 3 | URL
조지프 콘라드는 1970년대 들어서 아체베에게 코가 깨집니다. 아체베는 <암흑의 핵심>을 꼭 집어 완전히 서양인의 시각으로 쓴 전형적인 식민문학이라고 선을 그어버립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세계문학에서 식민/반反식민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평론가 백낙청의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을 통해 신민문학 논의와 사회 각 분야의 반半식민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됩지요. <민족문학...>을 통해 아체베를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고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 저도 조지프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은 별로 인상깊지 않았습니다. <로드 짐>은 재미는 있었지만 동남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그의 접근이 불편했고요. 오히려 영국 내의 고정간첩을 그린 <비밀요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혹시 마르케스도 콘라드가 맘에 들지 않아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산적 두령으로 등장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만. (ㅎㅎㅎ 농담입니다.)
아체베가 외교관을 했다는 건, 나이지리아 내에서 이보족이 독립을 선언하고 만든 비아프라 공화국에서였는데요, 다른 부족들에 의한 이보족 탄압은 아디치에가 쓴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에 잘 묘사되었더라고요.
ㅎㅎㅎ hnine 님께선 축구, 그것도 유럽 축구를 잘 보시지 않으셔서 이응(ㅇ)소리로 시작하는 이름이 낯설게 들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축구 팬들은 음바페, 인자기 등등 꽤 익숙하답니다.
답글을 길게 쓰고 읽어보니까.... 이거 괜히 잘난 척한 거 아닌가 싶어 은근히 걱정됩니다. ^^;;

hnine 2020-12-17 15:17   좋아요 2 | URL
저도 마침 <암흑의 핵심>을 얼마전에 읽고난 후라서, 치누아 아체베의 이 소설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비교를 해보게 되더라고요.
이보족의 새로운 공화국 (비아프라 공화국)을 위해 외교관으로 일했었다는 것은 리뷰쓰느라고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이 사람 정말 민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정치, 사회, 문화, 문학, 교육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한 것 같아요.
나이지리아 출신으로서 탈식민지 문학으로 지금과 같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까지 유럽, 미국과의 연결 고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적지 않았겠지요. 대단한 사람입니다.
<사바나의 개미언덕> 읽기 시작했는데 비아프라 공화국 외교관으로 지냈던 경험이 이 소설의 바탕이 되었겠구나 라는 섣부른 짐작을 하던 중입니다.
잘난 척이라니요. 별것 아닌 리뷰를 읽어주신 것만해도 고마운데, 이렇게 시간내서 자세히 답글로 설명까지 해주시니 저는 더욱 감사드릴뿐입니다.
그런데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아직 못읽어서 댓글중 Falstaff님의 농담을 못알아들었어요 흑흑. 이렇게 자극까지 주시고.
아프리카 말에 이응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게 제가 잘못본게 아니군요. 재미있어요. 그 궁금증까지 완벽하게 풀어주셨습니다!

scott 2020-12-21 22:50   좋아요 0 | URL
팔라스타프님 대단!
(✯◡✯)

hnine 2020-12-22 12:04   좋아요 1 | URL
동감이요! ^^

scott 2020-12-2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영어 -번역서 번갈아가며 ~
식민지 지배 때문이지만 영어로 써서 영미권에서 더 폭넓게 읽게 되고 서구에 편협한 시각이 아닌 나이지리아인들에 삶이 어떻게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지는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중심은 힘을 잃어,그저 혼돈만이 세상에 풀어헤쳐진다.‘예이츠에 시구절에서 뽑아올린 영토-부족-한남자에 일생이 처절하게 그려졌네요.
사바나 개미 언덕은 번역자가 다르네요 ㅎㅎ

hnine 2020-12-22 12:12   좋아요 1 | URL
예이츠의 시가 참 적절하게 인용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scott님이 한번 더 짚어주시니 더욱 그렇네요. 모든 것을 산산히 부서뜨린 주체가 누구일까요. 그 주체가 누구고 대상이 누구였던간에 그 영향은 지금까지 인류 전체에 계속되고 있어서 여전히 세상에 풀어헤쳐진 혼돈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프리카 문학이라고 해서 다가가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의외로 읽는데 그리 낯설고 어렵지 않았어요. 지금 읽고 있는 사바나의 개미언덕도 번역자는 다르지만 어렵지 않게 읽혀요.
(저는 자꾸 치누아 아체베를 치아누 아베체라고 읽는답니다 ㅠㅠ)

Falstaff 2020-12-22 13:43   좋아요 1 | URL
저는 주제 사라마구를 주제 사마라구...라고 읽는답니다. ㅠㅠ

scott 2020-12-22 14:42   좋아요 1 | URL
팔스타프님 전 치누아 아체베를
치누아체베로 검색하고 읽고 쓰고 다녔어용 ㅋㅋㅋㅋㅋ

주제 사라마구 사마라구 ㅋㅋ
입에는 주제 사마라구가 촥!

페크pek0501 2020-12-23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가 모르는 작가네요. 하긴 제가 모르는 작가가 어디 한둘이겠습니까만은...ㅋ
민음사 책은 다 사고 싶더라고요. 이상하게 맘이 끌려요.
검색해 보겠습니다.

hnine 2020-12-24 04:35   좋아요 1 | URL
갈수록 아는 저자 아는 분야의 책만 읽게 되는 경향이 있어서 책은 읽되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 (편견)을 확인하고 굳게 하는 결과만 낳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생소한 이름의 책도 집어들어보는데, 이 책과 저자는 저에게만 생소했지 많이 알려진 작가이더라고요. 이 사람의 다른 책도 이어서 지금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좋네요.

서니데이 2020-12-2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제 서재에서 오늘부터 소소한 이벤트 합니다.
시간 되실 때 놀러오세요.^^

hnine 2020-12-24 04:35   좋아요 1 | URL
다녀왔어요. good idea~

scott 2020-12-2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미세먼지 최악인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
치누아! 아체베 원서 옆에 트리 한그루 놓고 가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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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rry ☆ Christma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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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rry ..:+ +:.. Christma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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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행복한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

hnine 2020-12-24 15:13   좋아요 1 | URL
이렇게 온라인으로나마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 그려진 카드 받아본 건 올해 처음이네요.
종교인은 아니지만 이렇게 카드를 주고 받고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나누는 풍습이 사라지지 말고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scott님도 베리 메리 크리스마스요!!

scott 2021-01-0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치누아 아체베 !
만쉐^0^

hnine 2021-01-11 23:35   좋아요 0 | URL
아이쿠,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1-01-0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hnine 2021-01-11 23:36   좋아요 1 | URL
주말은 추웠는데 내일부터 조금씩 날씨가 풀린다네요.
봄도 멀지 않았겠지요?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53 편의 영화를 봤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많이 본 해는 아직 없었다. 

53 편중 별점 다섯으로 표시해놓은 영화가 여섯 편이었다.



1. 마나나의 가출 (원제 My Happy Family)







2017 Georgia (국명) 영화이다.

감독은 나나 에크브티미슈빌리, 시몬 그로스

주연은 이아 슈글리아시빌리


50대 고등학교교사 마나나는 허름하고 좁은 아파트에서 친정부모, 생활력 없는 남편, 백수 딸 부부, 역시 백수인 아들과 함께 산다. 온 식구들의 뒤치닥꺼리에 지치고 반쯤 자기 삶은 포기하다시피 하고 살던 마나나는 뜻밖의 계기로 뜻밖의 결단을 내리고 실행한다. 가족에게는 돌발적으로 밖에 이해안되는 마나나의 결단이 무엇인지는 우리말 영화 제목에 나타나 있다.

영화가 다 끝났는데 끝인지 모르고 한동안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던 영화이다.




2. 집안사정 (원제 A Family Affair)




2015년 네덜란드 영화

감독 톰 파사에르 (Tom Fassaert) 가 직접 자신의 가족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이다.

가족관계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에 결핍되었던 최소한의 교류, 애정, 시간은 나중에 어떤 노력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refill, replace, recover 불가인 경우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집안사정'이라는 우리말 번역 제목이 재미있다. 영화 전체 분위기와 너무 다른 느낌의 제목이다.)







3. 스카페이스 (Scarface)




1983년 미국 영화. 1932년에 동명의 영화가 출시된바 있다. 워낙 유명한 영화인데 잔혹한 범죄 영화 쯤으로 생각하고 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Brian De Palma), 각본은 올리버 스톤, 주연 알 파치노 (Al Pacino), 미셸 파이퍼 (Michelle Pfeiffer)

쿠바 난민이자 전과자 경력이 있는 토니 몬타나는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 플러리다주 마이애미에 도착한다. 스카페이스는 토니의 또다른 이름으로서, 실제 이 영화가 모델로 삼았다는 알 카포네의 별명이기도 했다. 


암흑가의 거물로 성공한 토니는 모든 것을 얻었지만 모든 것을 잃었다.

"The world is yours." 이 영화의 유명한 대사이다.

과연 욕설, 살인, 복수, 폭력, 마약, 총격전이 난무하는 영화인 것은 맞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머리 속에는 그런 잔혹한 장면들에 겹쳐 성공이라는 이름의 신화에 가려진 허상, 우리가 일생을 두고 좇던 것의 허망함이, 엔딩 씬의 쓸쓸한 음악과 함께 더 깊게, 더 오래 남아있게 된다. 음악은 조르지오 모로더 (Giorgio Moroder)가 맡았다.

영화속 얘기로 따라가며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영화속 주인공들의 사는 모습이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때의 오싹함, 곧이어 드는 쓸쓸함은 이후로 그 영화를 결코 다른 영화들 속에 묻히지 못하게 한다.







4. 밤에 우리 영혼은 (원제 Our Souls at Night)



2017년 미국 영화.

감독은 리테쉬 바트라 (Ritesh Batra), 주연은 그 유명한 제인 폰다 (Jane Fonda)와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 이다.

부인과 사별한 전직교사 루이스 (로버트 레드포드)를 이웃에 사는 애디 (제인 폰다)가 찾아와 가끔 함께 옆에서 잠을 자줄수 있겠냐는 제안을 한다. 이게 어떻게 전개될 영화일까 궁금해하며 보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외로움은 나이가 들어도 결코 적응되지 않고, 포기되지 않는 문제인가보다. 죽는 순간까지도 피하고 싶고 벗어나려 애쓰는 것. 외로움이다.

솔직하고 분명한 제인 폰다의 제안, 감정에 솔직하고자 노력하는 로버트 레드포드, 두 노년 거장의 연기는 화려하기보다 절제되고 담백했다. 

쓸쓸하고 따뜻한 영화. 우정이어도 좋고 사랑이어도 좋을 관계는 노년이라는 나이가 주는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본다면, 꼭 쓸쓸함으로 감상을 마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80이넘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절제된 연기는 젊은 시절에도 저렇게 연기했을까 찾아서 비교해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울지 않아도, 말로 하소연하지 않아도, 종이에 먹물이 배어나오듯 얼굴에서 슬픔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모든 걸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 모습대로 진정성있으면서 그의 진심은 더 깊은 속에서 배어나오고 있는 것을 어떻게 저렇게 연기할까. 

<밤에 우리 영혼은> 이라는 제목때문일까. 고등학교때 영어교과서에 실렸던 <밤은 천개의 눈을 가졌어요>라는 시가 떠올랐다.






















제목도 다른 이 책을 여기에 왜 올렸을까요?

→(영화 원작자가 이 소설 <축복>의 저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여러분께 강추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5. 당신의 부탁



2017년 한국

감독, 각본 이동은

임수정, 윤찬영 주연


독립영화로 제작된 영화이다.

시카고타자기라는 TV드라마를 뒤늦게 본후 임수정이 나오는 다른 작품도 보고 싶어져서 검색하여 찾아낸 영화이다.

이 영화와 아래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일전에 페이퍼로 감상을 올린 적이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두 영화 모두 놓치지 않고 보길 바라는 영화이다.









6.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년 한국

감독 각본 김초희

강말금, 윤승아, 배유람, 윤여정 출연.












여섯편 올리고 보니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영화는 오래된 영화 스카페이스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다.

많이 알려진 영화도 보긴 했는데 별 다섯개 줄 정도는 아니었나보다.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결혼이야기>가 빠졌네? 하고 보니 그 영화 본건 올해가 아니라 벌써 작년의 일이다. 

제목은 결혼이야기인데 실제 보면 이혼이야기였던 영화.

내년에도 많은 영화를 보게 되려나? 코로나19 때문만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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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12-16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들어 본 것 같고, 스카페이스 정도만 알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네요.
50여편을 보셨다니 많이 보셨네요.
한 주에 한 편 본 셈이네요.
저는 요즘 영화는 많이 못 보고 있는데 드라마를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냥 괜찮다 싶은 것만 챙겨 보는데도 시간이 꽤 많이 걸디더군요.
보통 미니시리즈가 16회 정도 하는데 어떤 건 16회가 너무 길다 싶은 것도 있더군요.
일본처럼 10회나 12회 정도만 해도 좋을 것 같은데...

hnine 2020-12-16 22:24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서 드라마를 못본답니다 10회 넘을때까지 끈기있게 계속 보질 못해요. 그래도 최근에 <시카고타자기>는 너무나 재미있게 잘 봤지만요. 아마 그것이 유일할겁니다. ^^
50여편 보면서 별점 다섯개로 기록해놓은 것이 여섯편이면 너무 적은걸까요. 저 여섯편은 꼭 다시보고 싶을 정도로 놀람 또는 여운을 진하게 남겼거든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저 영화때문에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도 갑자기 생겼고 더 찾아보고 싶어졌는데 네플릭스에 독립영화가 별로 많이 올라와있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유부만두 2020-12-1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올해 영화를 많이 봤다, 싶었는데 어쩜 소개하신 작품들은 다 새롭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hnine 2020-12-18 08:29   좋아요 0 | URL
위에 올린 영화들중 스카페이스를 제외하고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나름 독특하고 주제가 돋보이는 영화들이었어요.
거의 넷플릭스를 통해 본 영화인데 유부만드님께도 추천드립니다.

icaru 2021-01-1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53편을 보셨다고요 ^^ ㅎㅎㅎㅎ 보신 것 중에 별 다섯 6편을 친절하게 공개해 주셨네용~~ 저는 나인님의 53편 중 별넷도 넘넘 궁금하네요! 페이퍼 제목 보고 찌리릿 전기 맞은 것 같았어요! 저도 올해처럼 영화를 많이 봤던 해가 없거든요. 주로 넷플릭스와 왓챠를 통해서였는데, 위에서는 ˝밤에 우리 영혼은˝만 넷플릭스에서 이것을 볼까말까 고민만 했던 ㅎ(밤은 천개의 눈을 가졌지만은 저도 떠올렸는데 그것도 찌리릿 ㅋㅋㅋ )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주변에서 봤다는 사람 열이면 열 모두 좋았다고 해서 너무 궁금해하고 있고요~ 넷플릭스에도 왓챠에도 없더라고요. 했는데 내렸나. 제 주변 사람들 중에는 명절 티비 특선 영화로 봤다는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저는 그것도 놓치고 ㅎ

hnine 2021-01-15 16:29   좋아요 0 | URL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저는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내렸다보네요.
별넷 준 영화가 더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는 영화일수도 있겠네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이 영화 별 넷 준 영화인데 추천해드려요. 2020년 영화니까 아직 따끈따끈 ^^
원제는 I‘m thinking of ending things
무엇을 끝내려고 하는지는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입다물고 있겠습니다.

icaru 2021-01-15 16:4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저도 그영화를 건드렸(끝까지 못봐서 ;;;)답니다. 러닝타임 두 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더라고요~ 색감이라고 해야 되나 그게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보게 되었는데,,,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을 검색해서 읽고 난 다음에 봐야겠다라는 유혹이 (그러니까 대놓고 스포일러를 취하겠다) 드는 영화였어요! ㅋㅋ 너무 늦은 시각이라 끊고, 남겨 뒀는데 (영화가 어려웠다는 증거겠죠?) 와-- 원작으로 읽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ㅎㅎ 아 그런데 정말이지 무엇을 끝내려고 했는지는 감도 못 잡겠던데요. 처음엔 관계를 끝내겠단는 여성의 내면의 목소리겠거니 했는데, 그 말을 남자친구도 다 들으니까,,, 시종일관 여주인공의 표정이 묘했는데,,,, (좋은 건지 싫은 건지..) ㅋㅋ 아무튼 다 보고 나서~~

hnine 2021-01-17 16:35   좋아요 0 | URL
아, 찬실이는 복도 많지, 네플릭스 아니고 TV에서 봤네요 . 착각했어요.

icaru 2021-01-2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저 주말에 마나나의 가출과 당신의 부탁을 보았답니다. 먼저 좋은 영화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마나나의 가출은 정말 어딜가도 50대 여성의 삶이라는게 보편적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감 많이 했어요... 여주인공의 연기가 너무 괜찮았다고 할까요 ㅠ;; 3대가 사는 복잡한 세간살이도 눈여겨 보게 되더라고요... 건축탐구 집 혹은 구해줘 홈즈도 아닌데 ㅎㅎㅎ

icaru 2021-01-2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부탁도 아마 나인님 아녔으면 못 보고 지나쳤을 텐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히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수행해 나가는게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세대가 비슷한 동성의 분이 추천해 주신 영화들이 코드가 맞는거 같아요!

hnine 2021-01-23 15:19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공감이 가는 영화는 아니었을텐데 좋은 영화라고 공감해주시니 저도 기분이 좋아요. 저도 50대이지만 아직도 미우니 고우니 해도 가족이 최우선 순위에 있거든요. 마나나의 가출 까지는 뭐, 그럴 수 있지, 그런 생각 누구나 한번 해보는거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당신의 부탁은 제가 뒤늦게 시카고타자기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나서 임수정이라는 배우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검색해보다가 알게 된 영화였어요. icaru님 표현 그대로, 담담히,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수동적이라기 보다 자기 소신대로, 자기 마음이 가리키는대로 실행하는 모습이 오히려 용기있고 후회하지 않을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맞아요, 이런 영화는 동성끼리 더 공감할만한 영화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