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중엔 꽤 있고 남자들 중엔 드물다.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하는 사람.
나 역시 무척이나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외지에서 혼자 지내는 동안 밥을 해먹은 횟수가 3년 동안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빵만으로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아니 그건 버티는게 아니라 오히려 즐기는 것이라 할 정도인 나였다.
그때는 혼자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 혼자 알아서 먹으면 되는 입장이 아니라 내가 매일 끼니를 책임져야 할 식구들이 있다. 매일 밥, 국, 반찬으로 이루어진 밥상을 차려보고, 또 내가 좋아하는 빵을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빵과 밥은, 그 성분도, 만드는 방법도, 과정도 참 다르다는 것을 직접 내 손으로,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식구들에게 빵보다는 밥을 권하게 되었다.
서양 사람들은 매일 주식으로 하는 것이니까 라면서 빵을 먹는다면 일단 달달한 맛이 도는 빵은 불합격이다. 주식으로 먹는 대표적인 빵중의 하나인 바게뜨만 보더라도 원재료는 딱 네가지이다. 밀가루, 소금, 이스트, 그리고 물. 그런데 나도 몇번 만들어보았지만 제대로 만들기가 참 어렵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서 오븐 돌리는 일을 되도록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성격상 빵을 한번 만들고 나면 계속 다른 빵에 도전해보고 싶어지고, 그러다보니 관련 인터넷 싸이트나 책을 찾아보며 보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지라, 어느 날 문득 그만 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L-Shin님 페이퍼를 보고 문득 생각나서 지난 사진첩을 뒤져 보니 이게 벌써 1년 반 전의 기록이다. 별 모양의 틀에 만들어서 다 만들고 나니 별 속의 보름달 모양이 되어버린 빵인데, 그 당시에는 '계란빵'이라며 만들었던 것이다.
계란빵 2개 분량:
-밀가루 1/2 컵,
-우유 1/5컵,
-설탕 1 Ts,
-꿀 1 Ts,
-베이킹 파우더 0.3 ts,
-계란 1 개,
이렇게 섞어 저어주고,
이것을 틀에 1/3 정도 차오르게 붓고,
그 위에 별도의 계란을 하나씩 넣어준다.
180도 오븐에서 20분.
길에서 파는 계란빵은 이것과 또 모양이 다르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본 음식 관련 책이다.
저자는 베이킹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전문가라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현재 그릇 디자이너로 중국에 가족과 함께 머무르고 있는 이 성실 씨이다. 본인이 빵을 무척 좋아하기도 했고 아토피인 아이때문에 직접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웰빙이라는 이름이 닉네임으로 따라다닐 만큼 몸에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받아본 건강 검진 결과에 기겁을 했다는 저자를 보면서 나는 또 다짐한다. 역시 빵은 이벤트이고 밥은 일상이라고. 이벤트가 일상을 넘어서는 곤란하다고.
참고로 위의 책은 간간이 복잡하지 않은 빵이나 쿠키 레시피가 곁들여져 있고, 저자의 재치있는 글솜씨에, 한손에 들어오는 부담없는 크기의 책이라 한번 쯤 볼만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말과 표현이 지나치게 풍성하여 좀 유감이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