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점점 드는걸 절실히 느낀다. 어쩜 곱게 늙어가는 소녀같은 아주머니들도 많더구만 쩝& ...해리포터7은 날로 날로 도를 더해가는 행태가 가관이라... 

 며칠전에 남푠은 약속이 있다면서 같이 나가잔다. (요즘들어 남푠은 술자리에 나를 자주 데리고 간다,이유는 모르겠다???) 물론 조신한 아낙네(?)로선 사양해야 하겠지만 그말을 듣자마자 나는 몸에 붕 뜨는 걸 느낀다. 얼굴엔 화색이 돌고 남푠을 향한 말투가 경쾌해진다.ㅎㅎㅎ 특히 술마시는 장소가 내가 좋아하는 안주가 나오는 곳이었으므로 두말하지 않고 따라 나섰다.  

 그치만 남푠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 막창집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른사람보다 먼저 도착한 우리는 주메뉴를 아예 제외시키고 오돌뼈라는 제목을 가리키며 시켰다. 막창을 먹기위해서 갔지만 나름 오돌뼈도 맛이 괜찮았기에 흥에 겨워졌다. 만나기로 한 사람은 나도 잘아는 남푠의 절친을 표방(?)한 나의 적수인" 0사장", 이름뒤에 붙은 '사장'이라는 호칭은 대체 왜 붙었는지 이유조차 모른채 10년가까이 술친구로 지내온 사이다. 물론 남푠과... 

 나의 적수라고 말한 것은 요즘은 좀 덜하지만 예전엔 일주일에 몇번은 남푠이 퇴근시간전인것 같은데 전화를 해보면 어느새 "0사장"과 만나서는 벌서 술이 거나해 있고 12시가 넘어서 들어오기 일쑤였다. 화가난 나는 그래~  "0사장"하고 같이 살림이라도 차린거 아냐?! 하고 화 섞인 농담도 했었다. 그래서 암묵적으로 나만 느끼는 거지만 "0사장"은 나의 적수인 것이다. ㅋㅋㅋ 

 이날도 "0사장"외에 같이온 난생 처음본 남자분도 계셨다. 나도 처음 보고 남푠도 처음본 사이였지만 소주병은 자꾸 바닥을 드러내는 속도가 붙는다. 아마 매운 오돌뼈 때문이었을까? 난 정말 술 즐겨마시는 아주 술이 쎈 아줌마가 되어 첨보는 분한테 질문도 하고 농담도 하고 그렇게 되었다. 아마도 그분이 영업직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잘 받아줘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술이 꽤 취했었는데 노래방을 또 가잔다. 물론 "0사장"이..말짱했을땐 분명 거절했을만한 일이었지만 술 취한김에 또 따라갔다. 그리곤 또 알콜을 들이붓고 마구 따라주며 건배까지 하자고 떠든다. 난생 첨본 남자분과 네명이서 절친처럼 흥에 겨워 노래를 불러제낀다. 근데 딱 여기까지만 해도 난 창피해서 죽겠는데 (물론 그땐 몰랐지ㅋㅋㅋ) 자꾸 노래를 부르란다.  

 첫번째곡은 그냥 인사치래로 다~아는 "어머나"를 불렀다. 물론 다 따라 부르니 기분도 좋았다. 노래 못 불러도 안 챙피했다. 근데 또 부르란다.우쒸! 술에 취하니까 노래방 책자의 글들이 춤을 추더라. 그래서 뛰쳐나갔다. 카운터로 가서 주인아주머니에게 노래좀 찾아달랬다. 그때 떠오른 노래가 왜 하필 sg워너비의 "사랑해"였을까?!  노래방주인아주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노래를 찾아서  불렀는데 이노래는 내가 불러서는 안되는 곡이었다. 정말 끔찍했다. 참사였다. 도대체 음이 올라가야 말이쥐! 그냥 들으면 좋은 노래인데 내가 하면 완죤 노래방 테러수준이었다. 에고ㅡ.ㅡ!! 

 그 다음날 필름은 자꾸짜꾸 재생된다. 그 와중에 끈기는 시간대도 있다. 흑흑ㅡ.ㅡ  여하튼 집까지 무사히 뛰어왔다는 사실~그 기억하나만은 생생하다는 사실... 

 그리고 이거 나이드는 징표인가? 왜이렇게 사람이 바뀌는 거징??? 이젠 얼굴에 철판도 아주 두껍게 깔렸나보다. 그날일을 떠올려보면 웃기기만 하다.  

 P.S....그 다음날 일어나보니 손바닥에 멍이 들어있었다. 헉?! 분명히 넘어진 기억도 없고 벽돌을 격파한적도 없는데...그날의 필름을 돌리고 또 돌리고 했지만 생각나는건 몸 흔들다 옷자락에 걸려 병을 깬 정도??하핫!!  

 그리고  손바닥에 피멍이 든 자국이 탬버린을 흔들며 템버린으로 때린 손쪽이었다는 걸 깨닫기는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노래방을 넘 오랫만에 간겨~ 우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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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래미가 맨날 지적을 한다. 정말이지 암 생각없이 메달리기엔 그게 딱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게임을 하는것도 아니고 가장쉬운 걸 하지만 어찌나 시간이 후딱가는데 느끼는건 10분인데 정신차려보면 1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ㅎㅎㅎ 

 11월 말에 김장을 끝냈다 올해는 남푠이 3일 휴가를 김장하는데 다 써버렸다. 사실 겨울이라 놀러갈데도 없고 아들넘 기말고사가 코앞이라 어디 갈 수도 없었다.  그런데 김치에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남푠은 배추를 자꾸 더 사잔다 그래서 결국은 처음 30포기정도에서 12포기더,10포기더 사서 3번이나 배추를 절여야 했다. 다리와 허리가 후들거리고 어깨와 목이 아팠다. 결국엔 맛은 생각도 안하고 후딱 절여지게 소금을 몽창 뿌려버렸다. 좀 짜긴 하더군....그래서 양념에는 새우젓쪼금,까나리젓작은병,소금쪼금으로 간했다. 그래도 짤것같다.  그렇게 180리터김치냉장고에 한가득 또 작은 김치냉장고에 한가득 담고도 남아서 그냥냉장고에도 자리를 내어서 마구 쑤셔 넣었다.  이사가면 김치냉장고가 한개 없어지는데 어찌할꼬... 그와중에도 운동을 핑게로 최근에 개업한 전자대리점에 들러서 스탠드형김치냉장고를 구경하고 사려던 세탁기를 샀다.  이불을 팡팡 빨고싶은 욕심에 젤로 큰걸로다 사버렸다. 근데 전기요금은 어쩐다냐???    

 힘은 들고 피곤하고 남푠이 3일내내 술을 마시는 통에 짜증이 나있었는데  손님까지 초대해서 수육을 삶아댔다. 김치를 쭉쭉찢어놓고 노란배추속잎을 잘 씻어 놓고 배추전을 굽고 수육을 썰어냈더니 짖궃은 술친구는 이런 배추만 한가득이다고 핀잔을 준다. 좀 그렇긴했다. ㅋㅋㅋ 이지방에선 왠만해선 배추전을 구경하기 힘든가보다 배추전을 신기하게 쳐다본다. 시댁에선 명절때마다 상에 올리는데 말이다.

 며칠있다가 그 친구분은 유자를 한자루 사다주셨다. 또 일거리라고 인상을 썼더니 남푠이 다 썰어준단다. 그래서 한단지에 유자청을 또 담게 되었다. 향이 정말 좋아서 힘든줄도 모르고 한거 같다. 

 샛노랗게 차오르는  유자청단지를 보고있자니 향긋한 냄새가 감도는것 같다. 어서 시식을 해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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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중학생으로 2지망도 아닌 3지망으로 배치를 받은 아들은 늘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에 이제는 이력이 난 듯하다. 가끔 복잡한 버스안땜에 들고갈 준비물이 망가질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것도 하루면 잊어버리고 늘 학교 가는게 즐겁다는 아들.... 다니는 학교 평이 워낙 나빴던 터라 걱정도 많이 했었지만 아이가 좋아한다면야  뭐 별탈만 없으면 좋겠다 싶다. 

 이제 좀 공부를 알아서 해줬으면 하는 엄마의 생각과는 다르게도 아들은 야구에 푹 빠져서  살고 있다. 책가방엔 책은 없고 야구글러브와 공이 들어있다. 심지어 비오는 날도 복도에서 해야한다며 꼬박꼬박 챙겨가지고 다닌다. 몇번이나 진짜 야구선수 할 생각은 없냐고 물어봤지만 그건 아니란다. 자신은 야구를 취미로 하는 멋진 경찰이 되는게 장래 희망이란다.ㅠ.ㅠ.. 

 중학교 시험은 3,4일에 나눠친다. 아들은  학교서 집중해서 수업듣는게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에서 공부 안하냐고 물으면 학교에서 6시간이나 공부하고 오는데 더하면 힘들단다. 그리고 1학년때 안 놀면 언제 놀것이냐고 지 나름대로는 나를 설득까지 시키며 정당화한다. 솔직히 머리하나는 타고난 녀석은 시험기간만 하는 벼락치기에는 소질이 있는지 그 나름대로 점수대는 유지해주며 한다는 말이 우리집은 정말 이상하단다. 다른친구들 부모님은 평균이 90점 이상만 나와도 잘했다고 휴대폰에 용돈을 주는데 우리집은 구박만 한다고....게다가 저희반에서 휴대폰없는 애는 지 하나뿐이라고 징징대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우리부부가 공부를 그렇게 강압적으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못했다고 마구마구 혼내는 것도 아니다. 성적이 떨어지면 딱 그만큼 나오게 노력했으니 성적이 그렇다고 객관적으로 얘기한다. 듣는 아들은 기분이 나쁘겠지만.ㅋㅋ 

 시험하루전까지도 야구를 하면서 학교생활을 한 녀석은 기출문제집을 늘 덜 풀고 시험에 임한다. 평소에도 10시전에 잠자리에 드는 녀석은 시험기간에 1시간 늦게 자고 1시간 일찍 일어나는것이 아주 큰손해 라는 듯 큰소리 쳐댄다. 피곤해 죽겠다공. 하지만 저번 중간고사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시험 일주일전부터 시험기간모드로 들어가 주신다. 며칠전 친 기말고사때는 기간을 며칠(?)  앞당기더니 시험치고 와서는 그담날 시험칠걸 공부해야한다며 지방에 틀어박힌다. 들어가면서 엄마에게도 한소리 한다. 엄마 저는 공부를 좀 해야하니 외로우시더라도 참으란다. 좀 있다 쉴때 놀아드린다공.....그리곤 2시간3시간 떠들며 외우다가 지가 좋아라하는 육포를 받으러 나온다. 하핫!!무슨 돌고래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1시간에 2개씩 육포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먹는것에 워낙 약한 울 아들녀석은 이게 진짜 통한다.흐흐흐

시험을 치고 자기반에 있는 전교 1등에게 매번 시험지를 맞춰본다는 녀석 어쩌다 그애가 틀리고 지가 정답을 맞출때면 아주 흡족해하며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남자애들도 여자애들과 별반 다를거 없이 공부잘하는 애와 정답을 체크한다는 말을 들으니 참 우습다. 그렇게 천방지축이던 중1남학생들이 시험기간만 되면 그래도 점수하나 잘 받을려고 기를 쓴다니. . 

 아뭏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올해도 다 지나가니 아들의 중학교 1학년은 정말로 행복했었는지 돌아보는 일만 남았구나.아무쪼록 행복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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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12-07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아들을 두셨네요. 저렇게 자기 생각이 있으면 갈수록 알아서 할거예요. 좋으시겠어요. ^^

해리포터7 2009-12-0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남들에게는 좋은 아들넘입니다. 하지만 내자식이 되면 늘 속이 부글부글 하답니다. 사춘기라고 딱히 힘들게 하지 않는게 아직은 고마울 따름입니다.

하늘바람 2009-12-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멋진 엽서를 보내주셨던 해리포터님
역시 든드난 아들을 두셨네요.
늘 인사가 늦고 자주 못 찾아뵈어서 죄송했어요
 

  저녁산책때마다 강너머 바라다보이는 아파트...우리가 내년이면 들어가 살집이라고 생각하니 자꾸 정이 가는게 매일 관련까페를 기웃거리고 한번씩 안내책자를 훑어보는게 하루 일과가 되었다.  사실 다음번에 살집은 평수가 작아지거나 주택일꺼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순식간에 평수늘린 고층아파트로 가닥이 잡혔다. 

  은연중에 아버님 어머님을 의식해서일까..저층이라 덜 깝깝하기도 할꺼같다. 저층엔 살아본적이 없어서 고민이지만 말이다. 햇살이 오후까지 들어오지 않겠지만 바람이 해결해줄꺼라고 믿고 있다. 5년간 통풍이 가장 큰 문제였던만큼 그거 하나만 해결하면 된다 생각했다. 오후늦게까지 해가 들어오는 것도 너무 시달려서 여름이 정말 힘들었었는데 해결이 되겠지.... 

  그동안 살았던 아파트가 대부분 주변여건이 안좋았다. 강을 둘러싸고 식당가를 끼고 있었던 아파트는 주 출입구에 술집과 모텔들이 있었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주방베란다를 쳐다보면 모텔들 불빛이 반짝인다.  이사가는 곳은 아직 개발이 덜되어진 곳으로 번화가와 다리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은 솔직이 잘 모르겠다. 우선적으로 조용하겠다는 것 하나만 만족된다면 좋겠다.  

  지금의 옆집, 윗집같은 이웃만 아니면 될것 같은데...왜 우리집은 엘리베이터 옆인지,  옆집이 싸우기만 하면 우리집 문앞에서 소리지르는지...먼저번 살던 사람도 그렇더니 새로이사온 사람들도 또 그러네....그리고 윗집으로 말할것 같으면.....음 도저히 구제불능인 집이다. 최소한 11시이후엔 아이들을 재워야 하지 않나? 그게 예의 아닌가? 최소한 조용히 다니게라도 지도를 해야한다. 하지만 몇번의 항의끝에 우리가 포기하고 말았다. 내가 일하러 다닐때는 정말 힘들었다. 윗집땜에 잠을 못자서...그 소음의 강도란 것이 의자를 넘어뜨리는 소리와 뛰어다니는 소리 어른의 강도로 쿵쾅거리며 빠르게 걷는 소리, 소리지르기, TV크게 틀어놓기, 쾅쾅거리며 문닫기등등, 그 모든 소리가  연속된다고 생각해보면 괴로움의 강도는 정말.... 

  아뭏든 내년봄이면 이모든것과 굿바이일것을 희망하며 꿈에 부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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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0-2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러워요
전 올 겨울 추운집에서 어찌 날지 걱정하고 있거든요 봄엔 새 집도 알아봐야 하는데
이것저것 잘 될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너무 부러운 이야기네요

2009-10-22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2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쉴새없이 생각한다. 심지어 다른사람과 대화를 나눌때도 머리속에 딴생각이 떠오른다. 머리큰 아이들은 이젠 그런 엄마를 이해해야 할지 화를 내야할지 갈팡질팡인가보다.며칠전엔 이런 상황을 바꿔보려고 불교책자를 주문해보았다. 늘 부러움반 의문반으로 경전을 읽는 염불을 하는 스님들은 생각을 다스릴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었다. 머릿속을 정리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이런건 심리학책을 사서 읽어봐야하나? 자기개발서?아뭏튼 무한히 노력해봐야할 것 같아. 

지난 금요일에 시댁엘 갔었다. 어머니는 그전보다는 평온한 모습이다. 요즘엔 아버님께서 밥을 하신단다...부끄러워 고개숙이는 며느리다. 싸가지고간 김장김치며(김치냉장고가 기능이 좋은건지 아직은 먹기좋게 적당히 익어있다) . 멸치, 마늘쫑장아찌 등을 꺼내 상에 올렸더니 어머님 늘 하시던대로 칭찬을 하신다. 그렇지 어머님마음이 원래저런 자상하신 모습인데 치매란것이  성화를 내게 하고 화를 돋구니 그동안 어머니걱정이 많이 되었었는데 그나마 부엌일에 손을 떼고 나시더니 부쩍 여유로와진 모습이시다. 가끔 한탄조로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꼬....를 되뇌시지만 어쩔수 없지않은가.... 

일요일날 아침먹고 나오기전까지 김치를 잘 담궜네..간이 딱 맞다. 누가 김치를 해왔냐..정말 니가 담궜냐. 정말 맛있게 잘 했네. 이런말씀을 수도없이 하신다. 물론 조금전에 하신말씀도 가물가물하기에 빚어진 사태다. 나중에는 김치가 아주 맛있는 걸 보아하니 사왔겠구나 하신다.흐흐흐. 이 막내며느리가 아직도 갓 시집온 새색시인줄 아시나보다. 암껏도 할 줄 모르던 막내며느리가 했다는걸 이해하실수 없으신게지.하핫!  이런것 저런것 잘 챙겨드시라고 당부에 또 당부를 드렸건만 추석날 가져갔던 과자를 왜 안꺼내줘서 맛도 못 봤다는 투정을 또 날리신다. 예전에 그 고고하던 말씀과 집안 구석구석 뒤지시며 찾아내시던 기억력 모두 이젠 저 안개너머로 보내시고 말이다.... 

곁에서 챙겨드릴수 없음이 안타깝기만 하다...그래도 이번에 시골에 간 타이밍이 절묘했는지 마침 아버님께서 들깨를 터신다며 우리 식구모두를 데리고 산꼭대기밭으로 가셨다.정말 시집가서 이런일 해본거 처음이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도록 하루왼종일 밭일해본건 처음이니 그동안 얼마나 며느리같지 않았나 후회해본다. 들깨털기는 의외로 마음을 비워야하는 노동이었다. 처음엔 아버님혼자 이 많은 들깨를 농사지으셨구나하면서 들깨알 하나라도 더 털려고 오래 붙잡고 때리면서 털었더니 손가락 마디마디며 어깨 손목 안아픈곳이 없더라 아버님이랑 남푠은 산처럼 쌓인 들깨를 자랑했는데 난 그 반이 될까말까한 양이었다. 점심먹으러 내려올때 아버님께서 그렇게 털면 안된다며  차근차근 설명해주신다.어째 나처럼 들깨털다가는 오늘안에 다 못한다는 말이 뜨끔해졌다. 

점심먹고 다시 밭에 가서 작업을 재개했는데 설거지하고 뒤늦게 우리가 올라간사이 벌써 아버님께선 지개로 너른 밭에 널려있는 들깨더미들을 우리가 쉽게 털수 있도록 날라다 놓으셨다. 그리고 막내며느리 앉을 자리에 편하게 하라고 폭신하게 더미를 넣어놓으셨다..들깨를 털다가 가슴이 울컥거렸다...눈앞엔 들깨와 먼지가 일렁이고 눈은 뜨거워지고..우리가 이렇게 때맞춰 안왔다면 이 모든걸 고스란히 아버님혼자 하셨을텐데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하였다. 

그런마음이 들면 뭐하나 평소엔 어짜피 아무런 도움도 못되는게 우리들인데....집에 올땐 또다시 아버님이 요즘 도라지캐는 남의일다니신다며 도라지를 한가득 주신다....그동안 받은 것도 모자라 늘 주시기만 하시는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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