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지 어느덧 2달이 다 되어간다. 

이사라면 진저리칠만큼 끝도 없는 일이 터지고 반복되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일이 이토록 고생스러울 줄이야.... 왜 쉬운길을 놔두고 어려운길에 들어섰는지 신만이 아실일이다. 

그동안 어머니 오셨다 보름동안 계시다 가셨다. 정말 어려운 날들...힘겨운날들.... 치매가 진행되어가는 와중이고 아직은 우릴 알아보시기에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주위에서 많이들 만류하더라. 그게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고...하지만 평소에 어머니를 좋아하였기에 우리집에 오시는 건 정말 자연스러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버님이랑 같이 모셔왔다가 다음날 아버님혼자 농사일이 바빠 돌아가신 후로는 계속 문제의 연속이었다.밤이면 집에 가시겠다며 떼쓰시고 안 데려다 주면 혼자서 걸어서라도 가시겠다고 하셨다.그러다 결국 아버님이 가신것도 자꾸 오해를 하시며 화를 내시는 등 자신이 버려졌다고 아버님께서 어머님자신을 방치했다고 해석해버리시고 굉장히 화를 내시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도대체 보름이라는 기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님의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옛날이야기는 어머니가 어렸을적 친정에서 자랄때부터 시작하신다. 고장난 카세트처럼 반복 또 반복....처음에는 들어주는거 그거 하나 못하겠냐 생각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치시는지 자신이 살아오신 인생에 대한 넋두리를 하실때는 곁에 없는 아버님에게 화를 내시며 자꾸 전화를 해달라시곤 했다. 5분전에 전화를 했는데도 까맣게 잊으시고 말이다... 

그런일이 반복되고 새벽5시도 안되어서 어머니는 자고있는 나를 내려다 보며 앉아계시곤 했다.(거실에서 어머니랑 둘이서 계속 잤었다) 내가 살짝 실눈을 뜰라치면 어머니는  

"야,야~ 네가 누고?" "여기가 어디요?" "네가 누구길래 내가 여기와 있노?" 하신다...그 말씀을 하실때마다 느끼는 절망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나는 대답한다.  

"어머니 막내며느리요..." "어머니 막내아들 **마누라요..." 이 대답을 할때마다  정말 죄송하고 어머니가 너무 안쓰럽다...그러면 어머니는 자신이 한심하다는듯 웃음을 터트리시며 또 그러신다. 

"새벽에 일어났는데 당최 내가 어디에 와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깜깜한데 누워있는 저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더라고...내가 인제 바보가 됐는갑다...." 

나는 몇달전에 읽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날마다 매시간마다 생각이 났었다. 도대체 그 무엇이 우리의 어머니를 이렇게 만드는 것인가? 그 책과 마찬가지로 어머니는 자신이 왜 시집을 오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한을 다해서 내게 이야기 하시곤 했다.  

"그때는 일제시대라 색시공출을 면할라꼬 내가 시집을 안갔나~, 그때도 안갈낀데 바로 옆집에 느네 시아버지누부가 나를 잘보고 그리로 안 집어넣었나...하시며 처음엔 한탄에 가까운 말씀이 나중엔 분노의 수준으로 넋두리를 하셨다.  

어머니도 한집안의 둘째딸로 태어나셨고 할아버지가 훈장노릇을 하는 환경에서 뒷뜰을 거닐며 한자 읽는걸 배웠다하셨다. 그때이야기를 하면 어머니는 참 평화로워보이셨다. 그때는 오롯이 아이였고 한집안의 자식이기만 하면 되었으니까...하지만 시할아버지도 안계신 집에 시집을 오고 시집온지 몇달만에 만주에 계시던 시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통에 그 탓이 모두 당시 새색시였던 어머니에게 쏟아진채로 시할머니께 평생을 당하며 사셨다. 예전엔 그런사고방식이었다고 들었다. 

그동안 어머니의 가슴속에 맺힌 한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고 답답하였으면 이렇게 편안해야할 노년에 이런병으로 찾아올까....자식들인 우리는 어머니의 한을 10분의 1일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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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녘부터 잠결에 들려오는 빗방울 소리에 아...비가 오고 있구나.... 

모닝벨소리에 끄고는 어둠속에서 뒤척이고 있으려니 곧이어 딸래미가 어둠을 뚫고 곧장 욕실로 걸어가는게 보였다..(남푠과 나는 거실에서 잔다) 

딸도 일어났는데하며 겨우겨우 일어나서는 커튼을 젖혔는데 빗방울들이 온통 창문을 가리고 방울방울 메달려있다. 

밥을 하고 반찬을 하고 다시 이부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자니 서서히 짙어지는 안개...내가사는 곳이 댐주변이라는게 이렇게 안개가 짙어지면 아주 실감난다. 신기한것이 이 안개가 9시가까이 되면 더욱 짙어지다가 서서히 없어진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엔 이시각에도 묵묵히 안개는 저 유리창너머에 서있다. 숨쉬기에도 벅찬 안개가 저기 버티고 있으니 오늘은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을라구....  

************* 

[러블리본즈] 나 [엄마를 부탁해] 요즘에 읽었던 책들이 우연찮게도 죽은이의 시각에서 본 가족의 모습이 소재다. 말하는이가 죽은 주인공이다. 그래서일까? 기분 아주 깔린다. 윽. 

가끔 나의 취미는 읽고싶은 책들을 구입해 쌓아놓고 은근히 내곁에 있는것을 즐기며 읽는순간을 고대하게 하는짓...그것들을 순간순간 훔쳐보며 음미하는 짓. 이런 소심한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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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3-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비오는 날엔 꼼짝않고 집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직딩맘의 서글픔이여...
맞아요. 읽을 책 없으면 불안합니다. 요즘 불안해요.. 한 10권은 싸놓고 있어야 맘이 편합니다.

해리포터7 2010-03-1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저두 직딩맘일땐 비가올때 나가야한다는게 제일 곤욕이었지요.
제에게 비는 한여름 더울때 내리는 비만 빼곤 그리 달갑지 않으니...
전 괜히 좋아하는 작가책 나오고서 한참을 기다렸다 사기도 한담니다.
다른분들 평하는 것도 감상하고 몸이 달(?)때까지 즐기는...ㅎㅎㅎ
 

하루는 책을 읽다가 시간을 보내고... 

하루는 리뷰를 쓰다가 시간을 보내고.... 

하루는 뜨개질을 하다가 시간을 보내고... 

하루는 반찬을 만들다가 시간을 보내고...  

하루는 아이들 공부에 참견하다가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마구마구 시간을 흘려보내도 좋을까?

그제 저녁엔 아들과 휴대폰과 공부땜에 싸우곤 어디론가 나가버려야 겠기에 마구 주섬주섬 옷을 입었는데 아들이 먼저 학원간다고 쌩하니 문을 꽝 닫고 나가 버리더라...그 순간 나갈 이유같은 건 없어지고 아! 내가 또 잘못하였구나....하고 후회막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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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3-1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오랜만이네요. 뜨개질만 빼고는 저와 같은 일과인데요? ^^
저는 그중에 아이 공부 참견하는 시간이 제일 싫어요. 좀 알아서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가당치 않는 기대를 겨우 열살 아이에게 하고는 한답니다.
아드님이 학원에서 돌아올 때에는 기분이 많이 나아져있으면, 해리포터님 마음도 많이 편안해져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해리포터7 2010-03-1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정말 반가워요...이렇게 제서재에 숨어설랑 여기저기 눈으로만 훑고 다닌답니다.
그게요.중2올라가는 아들이랑은 쉽게 화해가 되지 않네요. 나이를 넘 의식해서인지. 지할일은 지가 알아서 당연히 할줄 알고 있다가 기대가 무너져서인지...너무 큰기대일랑 말아야 하는뎅...
 

아침내내 울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며 책을 읽는다. 

1년을 벼러서 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어느 한마디로도 엄마를 표현할 수 없지만 엄마란 참 고독하였구나... 

아까는 봄볕이라 여길만큼 햇살이 들더니 돌연 문을 뜯듯 세차게 바람이 인다. 

두배로 두꺼워진 눈을 들여다보자니 오늘하루는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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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리뷰가 꽤나 길어지고 있다.  

아씨...긴말 하긴 싫은데....왜 그럴까?? 

아마도 할말이 너무나 많은데 안으로만 삼키고 또 삼키고... 

아무도 내 말은 들어줄 사람이 없고 혼자 벽이 되어버린 느낌. 

자꾸 이런저런 생각이 얽힌다.  

생각이 복잡해 지는걸 막으려면 먹거나,자거나,쓸데없는 것을 읽어야 한다... 

이럴때 음식을 하면 손을 베이거나 그릇을 깨고, 

빨래를 하면 때가 지지않는 옷에 화풀이를 하게 되고, 

청소를 하면 방방마다 모든물건들이 옮겨달라 아우성이라 집안대청소가 되버린다. 

그러므로 오늘도 난 농땡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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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임이네 2010-03-1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 잘지내고계시죠 새해 문자 고마웠어요 .^^

해리포터7 2010-03-1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임이네님...
저는 물론 그자리에 잘 있답니다.
그렇게 눈이 내리더니 오늘은 봄바람이 살랑이네요.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