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낙동고에서 1학년들과 국어수업을 해 본 후 독서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공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서모임을 꾸렸습니다. 국어 공부 좀 제대로 해 보자, 이러면서 애들을 꼬셨지요. 그게 벌써 6년 전이네요. 그 때부터 해마다 새로운 친구들과 꾸준히 모임을 해 왔습니다.

   모임은 기본적으로 2주에 한 번입니다. 이 정도 간격이 꼭 필요한데 모일 때마다 책을 읽어야 해서 1주일은 책을 읽는 시간이고, 다른 1주일은 제가 내준 숙제를 하는 시간이니까 2주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책은 제가 읽어 본 것 중에서 좋았던 책(재미+감동+의미+지식) 중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골랐습니다.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골고루 선택했고, 책을 읽고 아이들과 같이 활동할 수 있는 내용을 고민하면서 골랐습니다.[여러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들도 많은데, 제가 읽기에 버거워서, 아이들과 저는 아주 쉬운 책만 읽습니다.]


책 이름


과제 내용 [예시]


연을 쫓는 아이


내가 ‘성장’했구나, 아니면 ‘어른이 되고 있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 무엇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나? 구체적인 경험을 써 보자.


거미/그리운 여우


시집에서 고른 시 낭송하기(배경음악 준비할 것). 낭송이 끝나면 사회자가 이 시를 고른 이유를 인터뷰할 테니 미리 준비해 오렴.


호모 코레아이쿠스


가까운 사람의 뇌구조 그려서 발표하기(20대/30대/40대/50대). 모둠활동을 통해 한국인의 뇌구조 만들기.


슬럼독 밀리어내어


나의 인생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정답으로 만들고 ‘퀴즈쇼’ 형식으로 문제 출제하기 --> 맞힌 사람에게 간단한 선물도 준비하면 좋아!

   본격적인 독후 활동을 하기 전에 책에 대한 50자 평을 꼭 했습니다. 이외에 정해진 활동은 없습니다. 선택된 책에 따라서 상황극도 했고, 인물 비평도 해 보고, 주제 토론도 해 보고, 시낭송회도 열고, 노래도 부르고, 수필도 쓰고, 영화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부모님의 자서전도 받아 써 오고, 초청 강연도 열고, 시를 이야기로 옮기기도 하고, 내용 요약해서 쓰기 등 아무튼 다양하게 활동을 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모임의 진행은 학생 중에서 희망자가 합니다. 1년 정도 지나면 모두가 진행을 한 번씩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의외로 모임을 이끌어 가는데 부담감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진행을 한 번 맡고 나면 그 다음 모임부터는 훨씬 성숙해집니다.

   이상하게 동아리 아이들 중엔 ‘울보’들이 많습니다.(담당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아리 모임을 하다보면 가끔 울음이 터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가을 어느 모임이 완전히 울음바다가 된 적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 자신들 들여다보는 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늘 배웁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는 게 보입니다. 책의 종류에 따라 관심사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저는 아이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인권, 평화, 차별, 생명, 자유, 역사, 문화……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는 게 좋았습니다. 수업시간과는 달리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 학생들의 다른 면을 보게 되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우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관계가 형성됩니다.

    일상적인 활동 외에 1박 2일 여름 독서캠프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바로 캠프를 다녀옵니다. 물론 전체적인 준비는 한 달 전부터 하는데, 계획, 진행, 평가팀으로 나눠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입니다. 가서도 빡빡한 책읽기 모임을 합니다. 2010년에 특별히, 우리 학교의 김은규 선생님과 인근학교에 계신 김진수(금명여고), 김현숙(낙동고), 박대현(낙동고) 선생님들과 함께 꾸린 독서캠프라서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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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11-09-0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캠프 운영 사례가 아니라 일상적 동아리 활동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길래 급하게 쓴 동아리 사례기... 이 글이 다른 선생님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pjy 2011-09-0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헐렁하지 않은데요~ 공부하랴 숙제하랴 책읽으랴 빡빡하구만요^^

느티나무 2011-09-07 16:52   좋아요 0 | URL
ㅋㅋ 오해가 있어요~.. 애들은 공부도 하고, 책도 있어야 하니까, 힘든데... 담당교사인 제가 설렁설렁하게... 다른 활동은 별로 안 하고, 좀 게으르게 책 읽기에만 집중한답시고 헐렁하게 살고 있거든요.(주변에 동아리 하시는 샘들 보면, 진짜 애들 데리고 활동 많이 하셔서... 그랬답니다.)
 

   6년 전 처음 낙동고에서 ‘글밭 나래, 우주인’이라는 이름으로 독서토론 동아리를 시작하고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 온 일이 ‘독서캠프’라는 이름의 1박 2일 동아리 활동이었다. 2주마다 모여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는 독서토론 활동도 서로에게의 마음을 여는데 좋지만, 함께 ‘밤’을 같이 보내며 여러 활동을 하면 훨씬 더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되어 좋았다.

   2010년에도 여름 ‘독서캠프’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같은 동아리를 운영하고 계시는 우리 학교, 인근 학교(금곡고, 낙동고, 금명여고)의 훌륭한 선생님들과 모임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름 독서캠프를 같이 해 보자는 의견을 나와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1. 여름 독서캠프 준비하기

   캠프 장소는 가까운 ‘학생교육원’으로 정하고 방학 전에 미리 예약을 했다. 각 학교의 희망자를 중심으로 캠프 기획회의를 구성해서 여러 번 토의를 거쳤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에 참가한 학생들은 다음 회의 때까지 동아리 회원들의 의견을 정리해 왔다. 다시 회의, 검토, 수정 이렇게 하기를 서너 차례, 최종 캠프 일정표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독서캠프 참가 동의서를 만들고, 학부모의 서면 동의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참가 동의서를 다 모아서 학교장의 결재를 받았다.

2. 여름 독서캠프 일정표


8월 11일:첫째날


8월 12일:둘째날


시간


활동


시간


활동


13:00-14:00


숙소 도착


00:00-07:00


취침 및 기상


14:00-14:30


정리 및 모둠 확인


07:00-07:30


산책 및 체조


14:30-17:00


*모둠 활동[친교의 시간]


07:30-09:00


아침식사[학교별 준비]


17:00-19:00


저녁 준비[학교별 준비]


09:00-10:00


독서토론 발표회[강당]


19:00-21:00


*초청 강연[아시아평화연대]


10:00-11:00


롤링 페이퍼


21:00-22:00


독서토론[십시일반]


11:00-12:00


숙소 및 짐정리


22:00-23:00


*독서 퀴즈[몸으로 말해요]


12:00-13:00


귀가


23:00-24:00


정리 및 자유시간


* 식사는 학교별로 재료 준비해서 먹습니다.

  소박하지만 우리가 여러 차례 의논해서 만든 독서캠프 내용이다. 모둠활동에 다양한 놀이를 많이 준비해서 빨리 친해졌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 활동하는 정정수 씨와 샤골 씨의 초청 강연을 듣기 위해 ‘말해요, 찬드라’(이란주, 삶이보이는창)을 미리 읽어왔고, 십시일반(박재동외, 창비)을 읽고 ‘청소년 인권 반올림’이라는 주제로 모둠별 토론 후에 상황극으로 토론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한밤중까지 이어진 독서퀴즈에 열정을 다 쏟기도 했고, 롤링 페이퍼에 짧은 만남에 대한 아쉬움과 이번 독서캠프 평가까지 빼곡하게 담았다.

3. 여름 독서캠프 후기

  • 막상 집에 가려니깐 아쉬웠다. 피곤했지만 정말로 재미있는 캠프였다. 애들과 더 친해지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도 해보고 캠프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OO고 1학년] 
  • 나름 여러 캠프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알차고, 의미 있고, 재미있는 캠프는 처음이었다. 처음엔 장소도 가깝고, 낯선 사람들이랑 짧은 1박 2일을 보내는 것에 선입견이 있었지만, 캠프를 마치고 내려가는 지금, 이틀간 난 참 많은 것을 얻은 사람 같아서 행복하다. [OO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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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11-09-0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아리 활동 사례를 소개하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말끝에 동아리 캠프 사례도 좀 넣고... 이런 걸 동아리 캠프 사례를 중심으로 써달라는 뜻으로 알고 이렇게 썼다. 나중에 통화 후 잘못 썼다는 걸 알고 다시 썼다. ^^;;
 

   얘들아, 안녕! 이제 9월이다. 이제 곧 추석. 그러고 보니, 좀 여유가 있었던 방학이 아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학교는 언제나 바쁘다. 늘 시간에 허덕이면서 살지. 그런데 동아리 숙제글을 쓰는 이 시간엔 마음을 집중해야 하기도 하지만 느긋하게 생각할 수가 있어서 참 좋다. 내가 동아리를 계속하려는 이유도 이런 것 때문인가?

   우리 지난 번 모임은 금태섭의 ‘확신의 함정’을 읽고 ‘나의 배신 이야기’를 했었다. 숙제를 낼 때는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 약간 기대를 했었는데, 소개했던 내용의 강도가 대체로 약해서(?) 약간 실망이었다고나 할까?(내가 배신(?)당한 건가?) 그 원인을 잠시 생각해 보니까 두세 가지 정도가 생각나더라. 우리가 아직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충분히 친한 사이가 아니든가, 너희들이 정말 착한 세계에 살아서 배신당할 일이 진짜로 없었든가(동화 속 세계에는 배신이 없지, 아마!), 아니면 지나간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쿨한 거라고 해야 하나, 둔감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대범하다고 할까-이겠지. 아무튼 요즘들어서 책 내용과 숙제의 방향이 자꾸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 좀 상황에 딱딱 들어맞는 멋진 숙제를 내 줄 수는 없을까, 나는 늘 그게 고민이다.)

   생활나누기를 어떤 주제로 해 볼까? 며칠 전부터 계속 마음속으로는 음, 작년에 실패했던(?) 노래부르기를 해 보려고 했는데, 애들은 싫어하려나?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1. 사연이 있는 노래 부르기, 2. 주말에 시집 한 권 읽고 맘에 들었던 시 낭송하기, 3. 상황극-주제는 그 자리에서 공개하면 되니까-꾸미기, 인데 어떤 게 가장 재미있고 의미도 있을까? [여기까지 쓴 걸 본 몇몇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1번이 가장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 1번, 노래부르기를 해 보자. 주제는 당연히 사연이 있는 노래. 사연을 앞에서 짧게 발표하고,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 저번처럼 음악실에서 하는 것이 좋겠지? 작년에는 무척 실망스러웠었는데…… 설마 올해 또 반복하지는 않겠지? 준비 잘 해 오너라.]

   이번에 읽은 책, 대한민국 원주민은 어땠어? 제목을 보면서는 원주민이란 단어는 ‘인디언’, ‘에스키모’ 같은 낯이 설면서도 어떤 미개한(?) 부족에게나 쓰는 것이라 왠지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대한민국에도 원주민이라는 존재가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100년 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 해 보면 아마 지금의 우리와 닮은 점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최근의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그러면 원주민이란 결국, 아주 오랜 기간 이 땅에서 힘들게 살아온 우리 ‘조상들’을 말하는 것이겠지. 이 책은 이 조상-더 좁게는 조부모, 부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들의 삶을 더듬어 본 이야기이다. 작가의 가족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이 가족이야기만 읽어도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대강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나와는 너무 멀리 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아마 할머니, 할아버지께 이런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당신들 어렸을 때 이야기라거나, 당신들의 부모이신 증조부님들의 삶이 이랬다고 하실 것이다.

   음, 그러면 오늘의 숙제로 조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조부모님들의 결혼 이야기에 대해서 알아오면 좋겠다. 어떻게 결혼하게 됐는지,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을까? 아니면 젊었을 때 힘들었던 일이라든지, 무척 좋았던 일이라든지, 속상한 이야기가 있으면 조부모님께 이야기를 들어와서 발표해 주면 좋겠다.(결혼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이런 게 현실적으로 하기가 힘들다면 너희들이 5~60년이 지난 다음에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가정하고 지금 현재의 내 생활과 상황을 이야기로 써 보자. 물론 5~60년 후의 네 자식들은 2010년대의 학교나 사회 상황을 책에서만 배워서 아는 정도니까, “이 할아버지(할머니)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말이야~”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좋다.

   다른 숙제를 쓰다가 지웠다. A4 용지에 벌써 가득이네. 그럼 숙제는 여기까지!

- 내일부턴 조금씩 서늘해진다고 하지? 조금만 더 버티고 견디자.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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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수업

   역시나 보충수업. 이게 참 미묘하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있었나? 안 하는 사람보다 나보다 더 많이 하는 사람을 보면서 좋게 생각하기로…… 아무튼 하루에 두 시간씩!(준비하는 거야 하루에 수업을 두 시간을 하나 네 시간을 하나 똑같지만, 그래도 왠지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두 시간을 하니까 수업시간에도 훨씬 집중력이 생겨서 좋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수업했는데, 3학년 애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잘 모르겠다.

   이번 보충수업 교재가 EBS 인터넷수능이라서 동영상을 쭉 봤다. 한 번도 강의동영상을 제대로 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학생들은 보면 좀 어렵겠다 싶었지만, 선생님들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수업을 좀 더 충실하게 준비해야겠다는 반성도 들었다. ‘수업시수가 너무 많아’, ‘학교 일도 얼마나 많은데’, ‘입시공부에만 매몰되는 거 아냐?’ 이런 푸념도 걱정도 다 맞고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이지만, 어쨌든 내 몫은 다하면서 바꾸고 싶다.

   아내는 7월 18일부터 8월 12일까지, 나는 8월 1일부터 19일까지 보충수업을 했는데, 정작 진복이는 8월 1일부터 5일까지가 방학이었다. (하필이면 둘 다 출근하는데 진복이는 딱 그 때가 어린이집 방학기간!) 그래서 달랑 세 명인 가족이 방학동안 다 같이 노는 날이 없어서 여행 한 번 못 같다.(방학하는 날부터 2박 3일간 제주도에 가긴 갔었네! 거긴 장모님을 모시고 다녀왔으니 빼고.) 아무리 보충이 많은 때라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아쉽다.


폐렴

   진복이가 어린이집 방학 마지막 날(5일) 저녁부터 슬슬 감기 증세가 있어 병원에 갔더니 목감기라고 했다. 주말동안은 열이 오르고 기침이 잦아서 다시 병원에 갔더니 폐렴이라고 했다. 닝겔을 안 맞겠다고 펑펑 울다가 한 번 실패하고 겨우 주사를 맞고 나니까 훨씬 괜찮아졌다.

   입원 없이 사흘 동안 통원하면서 닝겔을 맞고 조금씩 괜찮아지는데, 폐렴은 사나흘만에 다 나았으나 감기가 안 떨어져서 무척 고생을 했다. (지금도 여전히 감기로 고생 중!) 폐렴에 걸린 동안은 개학한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않아서 보충수업을 마치고 난 오후에는 셋이서 밖으로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집안에서 뒹굴면서 보냈다.


나는 꼼수다

   방학 동안의 나의 즐거움은 바로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듣기였다.(잘 모르시는 분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세요.) ‘가카 헌정방송’이라는 컨셉트로,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데, 처음엔 말도 잘 안 들리고 해서 뭐 이런 걸 듣는 사람이 있나, 이랬는데 들어보니까 재미가 있었다. 짧은 건 50분, 긴 건 100분 이상인 방송을 매일 한 편씩 ‘정주행’했다.

   ‘나는 꼼수다’를 들으면 들을수록 속이 시원한 게 더위에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음…. 이 분위기를 무엇으로 말해야 할까? 한 마디로, 백문(百聞)이 불여일청(不如一聽)이다. 아무튼 우리 ‘가카’를 조금이라도 존경하는 분이라면, 꼼수를!


걷기

   지난 방학 내내 밤마다 구민운동장을 걸었다. 적어도 한 번에 1시간씩, 일주일에 네다섯 번. 사실, 시작은 네 달 전부터(이 일기장 첫머리에 썼었다.)였고, 그 이후로 꾸준히 해 온 셈이다. 올해는 열대야도 적어서 밤늦게 나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아주 상쾌하다. 아주 늦게 나간 날은 그 넓은 구민운동장에 나 밖에 없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걷기 운동을 했더니 몸도 가벼워지고, 몸무게도 줄고, 기분도 좋고, 또 먹는 음식도 조절하게 되고…… 여러 가지로 좋은 일이 많아졌다. 이러니 앞으로도 꾸준히 꼭 ‘걷기’를 해야겠다는 욕심이 든다.


* 2학기 시작이다.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무엇보다도 현실은 개학한 지 한 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마음은 방학이라 그런가 보다. 현실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마음을 돌릴 수밖에!  

* 2학기에도 좋은 일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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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너무 오래 기다렸다.  1,2권의 초판이 나왔을 때 냉큼 읽어버렸으니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못해 어느 순간, 목이 빠져버린 건 아닌지...... 그리 기다리던 책이 나왔는데도, '어? 이제 책 나왔네?' 딱 이 정도의 감흥이었다. 

   사실, 한동안은 십자군 이야기의 부록에 실려 있는 도서 목록을 쪽 읽어나가기도 했고, 작가의 다른 책-한나라 이야기나 르네상스 미술이야기 등도 나올 때마다 후다닥 읽었다. 그러면서도, 늘 십자군 이야기는 언제쯤, 이런 미련을 떨칠 수 없었는데, 정작 책을 사면서도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야기 3권을 펼쳤을 때 앞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읽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한참 전개되는 과정이라 느낌을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작가 스스로도 이제부터는 '열정'과 '재능'보다는 '책임'과 '노력'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느낀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냥 막연한, 근거가 없는 느낌일 뿐이다.)

   2011년 7월의 책읽기는 딱 1권이다. 6월에 좀 몰아서 읽은 탓도 있지만. 7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들은 제법 시간이 걸리는 책이라서 8월로 넘긴 탓도 있다.(그랬는데 정작 8월에도 책은 거의 안 읽고 산다.그러니 8월 독서 목록에도 책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별일 없이 살아지더라.) 

   6,7월엔 알라딘 이벤트에 두 번 당첨됐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인문사회책으로 서재 꾸미기>, 뭐 이런 거랑 비슷한 거였는데 정확한 기억이 없다. 인문사회 책을 사면 자동으로 응모되는 이벤트였는데, 거기서 3등을 했다. 그래서 받은 책이 두꺼운 인문학, 사회과학책 10권이었다. 내가 읽기에 벅찬 책이 많아서 필요하신 선생님을 찾는 학내 쪽지를 돌렸더니, 신기하게도 중복되는 책 없이 신청하신 선생님들은 모두 책을 챙겨가셨다. (참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하기도 하지. 하긴, 안 그랬으면 사는 게 얼마나 똑같을까?) 

   최근에 당첨된 이벤트는 역시 알라딘에서 댓글을 달면 추첨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거였는데, 대표 인문학, 사회과학 저자의 자필 사인이 담긴 책을 한 권 받았다. (50명) 당첨되었다는 연락은 오래 전에 받아서 어떤 분의 사인이 담긴 책을 받게 될까, 몹시 궁금했었는데, 어제 책을 받았다. 바로 이 책이다.

   또 요즘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내년에 새로 쓸 교과서를 만들어서 학교에 들고 와 검토, 채택을 해 달라고 새 교과서(국어과목군의 책, 예를 들면 문학, 독서, 화법과 작문 1,2, 문법 이런 책을 새 교육과정에 맞춰서 바뀐 교과서를 선택해야 한다.) 만든 것을 거의 모든 출판사에서 교사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교사들이 어떤 회사에서 만든 교과서를 선택하려면 미리 봐야 하니까 검토용으로 1부씩 보내주고 있다.)

   창비에서는 발빠르게, 내부 검토본을 미리 만들어서 일부 국어교사들에게 검토에 참여할 의향을 물었고, 내부 검토본을 보고 검토 의견을 내는 교사들에게 창비에서 발간한 책을 기념품(?)으로 준다고 했다. 교과서에 내 의견도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내부 검토본을 읽어 보고 메일을 보냈더니 8월 초에 기념품을 보내왔다. 기념품으로 받은 책은 바로 이거다. 

   그런데 경품으로 받게 되는 이런 책들은 이상하게 집에 꽂히지 않는다. 어떤 책은 나의 관심권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 때문에 내가 가져도 안 읽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딱 좋아하는 책은 이미 우리집 서가에 꽂혀 있기 때문에, 이럴 때 그동안 고마운 사람들에게 책으로 빚잔치하는 하는 격이다. 이런 책만 받으면 왜 갑자기 고마운 사람이 그리 많이 떠오르는지......(평소에 좀더 착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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