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아리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

 

 1. 우리들의 조부님, 현길언, 창비 [정경윤,]

 

 2. 생각의 좌표, 홍세화, 한겨레출판 [김민주, 정경윤]

 

 3.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현대문학 [양숙경,]

 

 4.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이왕주, 효형출판 [김민주, 박근태]

 

 5.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민음사 [김효진, ]

 

 6. 못난 것도 힘이 된다, 이상석, 양철북 [김민주, 김효진, ]

 

 7. 확신의 함정, 금태섭, 한겨레출판

 

 8. 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창비 [이지현, ]

 

 9. 청춘의 독서,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이지현, 정경윤]

 

10.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 김형술, 사문난적 [김효진, 양숙경]

 

11. 신갈나무 투쟁기, 차윤정, 지성사 [이일행, 박근태 ]

 

12.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해냄 [이수현, 이일행]

 

13. 예수전, 김규항, 돌베개 [이수현, ]

 

14.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최민식, 샘터사

 

15. 소년의 눈물, 서경식, 돌베개

 

* 이 책을 바탕으로 이젠 활동 내용을 정리하면서 활동집을 만들자!

 

* 우선 기초자료 정리를 설 연휴기간까지(~24일까지)야.

 

* 표지 디자인에 더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해.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연락 줘!

 

<동아리 활동 자료집> 준비 마무리!

- 아직도 응답이 없는 친구들은 어쩌자는 것인지? ㅋ

- 하나 빠트렸네, 동아리 활동하면서 느낀 감상 정리해서 올려줘~ <그 때 카페에 모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2-01-18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8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권력과 웃음의 상관성>

 

   승리의 2012년을 시작한 지 열흘 째! 몸은 감기로 계속 고생중이지만, 초저녁에 잠깐씩 들었다가 깨는 잠 때문에 한밤 중에도 깨어있는 일이 요즘 잦다. 책을 읽기도 하지만, 그것도 시들해지는 날이면 가끔 '다음'에서 영화를 다운받아 보게 된다. <루키>라는 영화를 보려고 했으나 다운로드 목록에 없어서 결국 고른 영화가 <장미의 이름>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예전에 읽었지만, 내가 예전에 읽어 온 책이 대부분 그랬듯이  스릴러 넘치는 소설이었다는 정도만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영화를 보다 보니까 조금씩 줄거리가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이 수도원 수사들의 죽음의 원인을 알아 낸 윌리엄 수사와 호르헤 수사와의 논쟁이었다. 호르헤 수사는 수도원의 장서관에 보관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 2편'에 관심을 보이는 수도사들을 죽인다. '시학 제 2편'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에 대한 이야기인데, 호르헤 수사는 종교(기독교)는 인간의 두려운 마음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데, 바로 웃음이 그 인간의 두려움을 없애주기 떄문에 이 책을 읽었던, 또는, 읽으려던 수사를 죽이는 것이다. 웃음은 종교(권력)의 가장 큰 적으로 생각했다. 결국 호르헤 수사는 장서관에 불을 지르고 수많은 책들과 함께 죽음을 선택한다. 

 

   이 장면의 대사를 듣는 순간 번개 같이 머릿속에 떠오른 한 구절은 한나 아렌트가 했던 "권위의 가장 큰 적은 경멸이며, 권위를 훼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웃음이다." 라는 말이다. 확실히 웃음에는 두려움을 없애는 극복하는 에너지가 있다. 또한 웃음의 전파력은 강력한 것이라 현실의 권력은 웃음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이를 증명하는 실례가 바로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아닐까? 

 

   사람들이 나꼼수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꼼수가 전달하고 있는 내용이 거대 보수 언론이 외면하던 사실인 까닭도 있지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태도나 방식에 있다. 이들은 현실과 소설-합리적 추론-의 영역을 넘나들지만, 언제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태도는 거침 없이 당당하다. 소위 말해서 '쫄지 않는다'. 여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웃음이 더해지면, 뭔가 조마조마하던 청취자도 그 순간 어느새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눅들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결국 나꼼수의 힘은, 이 웃음에 있다. 이 나꼼수의 웃음은 이제 공공연히 전파되어 사람들이 더 이상 권력의 눈치를 안 보게 되었다. 나꼼수의 웃음이 사람들에게서 두려움을 없애버린 것이다. '쫄지마, 씨바',는 이제 내 친구가 새해 문자 메시지로 보내기도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답장으로, '그래 씨바!'로 답장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승리의 2012년'을 기대하고 있다. (1년 전을 생각해 보면 정말 상전벽해가 아닌가 싶다.) 이 모든 게 가카 때문이 아니라, 그 웃음 때문이다. 2012년 말에, 웃음이 우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2-01-14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정봉주 구속 때, 저만은 아니었을걸요.
눈물 흘리지만, 뜨뜻해져 오고 벅차오르는 희망을 동시에 느낀 사람들~


'울면 지는거다, 웃자'

근데 말이죠,'쫄지마, 씨바''그래 씨바!'...땡큐, 유아 웰컴처럼 관용어 아니었어요?@@

느티나무 2012-01-14 16:28   좋아요 0 | URL
뭔가 거대한 민심의 흐름이라는 게 있지요. 그게 옳든 그르든 어떤 한 방향이 정해지면 그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불행히도 이명박이 당선될 때도 그랬죠. 이젠 다른 흐름이 형성되고 있었는데, 나꼼수가 그 흐름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게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물론 폄하하는 분들도 있지만!)

전 비속어 사용을 못 해서..ㅠㅠ(자기 검열이 심해서 그런가 봐요...) 쉽게 그래 씨바.. 이런 말이 안 나와요.ㅠㅠ

2012-01-14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4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두 안녕! 새해고, 방학이다. 모두들 복된 새해 되시라, 좋은 방학 보내시라! 이번 모임은 다음주 금요일에 한다지?(뉘앙스가 좀 이상하네. 오후에 특강수업을 듣는다는 친구들이 날짜 변경을 요청하던데, 다들 의견을 모은 것인가?) 오늘이 목요일이니 적어도 내일까지는 너희들의 손에 숙제글을 받아야할텐데 지금 열심히 쓰고 있으니 그리 늦지는 않을 거야.

 

   나는 지난 모임 숙제 이야기가 재밌었어. 인터뷰해 온 친구들 얘기도 다양해서 좋았고, 내가 잘 몰랐던 속내를 알 수 있어서 도움도 됐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얘기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예수'에 대한 생각도 솔직한 얘기를 들어서 재미있었다. 그런데, 모임에서도 얘기했지만, 재미 뒤에 숨은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한단다. 우리는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그런데 자기가 편견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더 거침없이 자기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고 했었단다. (또한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이런 사람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예수를 믿든 아니든 예수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하게 알아두는 게 좋겠다는 얘기도 했었다.

 

   모임 끝나고 같이 저녁 먹으려고 했는데 약속 못 지켜서 미안했다. 갑자기 우리 집에 일이 생겨서 서둘러 가야했거든. 저녁에 대한 아쉬움은 붕어빵과 닭꼬치로 달랬으니 그쯤 해 두고, 다음에 또 함께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겠지?

 

   이번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흑백사진의 표지 가운데에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라는 제목이 걸려있네. 근데 제목과 사진을 보니, 어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책의 제목과 사진이 이미 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지? 우리는 무엇을, 왜, 사랑, 해야 하는가,를 각각 떼어서 스스로에게 물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당연히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야겠지. 우리가 글쓰기는 제법 많이 했으니 이번에는 사진을 찍어보자. 여러 장 찍을 수는 있지만, 그 중에서 맘에 드는 사진을 골라서 모임에서 한 5장 정도만 소개해 줘. 단 거기에 사진을 찍으면서, 보면서 떠올린 네 생각도 짧게 써오렴(이런 걸 포토에세이라고 하는 건가?) 보너스로, 최민식이라는 사진작가에 대해서도 좀 자료를 찾아보렴. 부산에서 활동하시는 대단한 작가라는 걸 알게 될 테니.( 그래서 이 사진의 주요 배경이 전부 '부산'이거든.)

 

   아, 생활나누기도 해야지? 이번엔 뭐 상황극 같은 거 해 볼까? 아니면 어떤 주제로 3분 스피치 같은 거 해 볼까? 우리가 준비하는 자체 '독서 퀴즈' 같은 건 어때? 난 뭘 해도 재밌을 거 같은데... 준비하는 너희들은 또 부담스러울라나? 근데 돌이켜보면 늘 이 부담감 속에서 무엇인가를 해 왔고, 그러면서 조금씩 우리가 자랐던 게 아닐까 싶은데... 그럼 따로 준비하는 거 없이 모임 당일에 내가 활동거리를 만들어서 나눠줄게.(기대+걱정하시라!)

 

   살(矢) 같이 빠른 시간이다. 이번 방학에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마음먹었다면 더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화살 같이 빠른 시간을 가장 알뜰하게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 뻔한 답이 될 테지만, 나는 자기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간의 주인으로 살 수 있으니까. 흘러가는 시간은 시간대로 맡겨두고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에 대해서 온전히 집중하는 생활! 그 해야 할 것이 공부든 놀이든 방황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너희들의 방학이 그랬으면 좋겠다.

 

   다음 모임에서도 의논할 게 많다. 겨울 캠프 일정도 짜야 하고, 동아리 활동집 구성도 해야 할 테니까.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동아리 활동집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너희들의 내적 성장의 흔적이 온전히 담긴 책이면 족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희들 각자가 지금껏 활동했던 내용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시간이 우선 필요하겠지? 그렇게 정리하면서 한 번 더 자기 자신을 성찰할 수 있을 테고! 지금,  조금, 여유가 있을 때 정리해 주면 좋겠다. 미루지 말고, 당장, 시작하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매 2012-01-11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축하하러 왔어요~^^ 이달의 마이리뷰 당선을 축하,축하~~드립니다^^
2012년에도 쭈욱. 좋은 글들을 많이 올려주세요~~~!!

느티나무 2012-01-13 13:34   좋아요 0 | URL
오늘은 동아리 모임이 있어서 학교에 왔는데, 보충수업하는 학생들이 있어 활기는 있네요.(애들은 힘들겠죠?) 동아리 모임도 있고, 또 논술특강도 있어서 모처럼 바쁜 오후시간입니다. 처음에 결심했던 책 읽기가 흐물흐물하지 않도록 가끔 알려주세요~"선생님, 요즘 어떤 책 읽고 계세요? 글은 안 쓰시나요?" 이렇게 말이지요.ㅋㅋ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진실의 성장, 그리고 아이들과의 사소한 이야기>

 

   ...... 아이들 내면의 성장은 안중에도 없는 오늘날과 같은 교육 풍토 속에서는 아이들에게 진실한 교사가 능력 있는 교사로 대접받기는 매우 어렵다. 교사의 능력이란 것이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수치로만 계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는 나쁜 교사가 되겠노라고 아예 공공연히 말하는 교사들도 있다. 그 자조 섞인 말 속에는 좋은 교사는 곧 무능한 교사라는 등식이 은연중에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등식은 관리자의 시선만이 아닌, 학생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그들로부터 푸대접을 받는 억울한 일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요즘 이런 난제를 조금씩 풀어 가고 있다. 그 방법은 뜻밖에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느리게 다가가는 것. 아이들의 행동에 느리게 반응하는 것.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까지 잠자코 있어 주는 것. 느린 속도로 아이들의 진실을 채취하는 것. 그렇게 '진실하고 느리게'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 여유를 부리며 느린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느려터진 교사가 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서서히 아이들의 힘을 빼는 것.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아이의 진실을 성장시켜 주는 것. 말하자면 싸움의 도를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나는 신사적으로 대하는데 상대가 비굴하게 나오면 지는 싸움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아이의 진실을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아이들과 닭싸움을 곧잘 한다. 내가 이길 때도 있고 아이들이 이길 때도 있다. 누가 이기든 중요하지 않다. 어느 쪽이든 진실이 이기면 되는 거니까. ......(후략)

 

책을 펴내며 중에서[10-11쪽]

 

   며칠 전에 안준철 선생님께서 책을 보내주시겠다는 <댓글>을 내 서재에 써 놓으셨다. 얼마 전에 내가 교육공동체 벗에서 엮은 <교육 불가능의 시대>라는 책에 대한 리뷰를 썼는데, 그걸 보시고 연락을 주셨다. 나는 전화를 드릴까 하다가, 좀 쑥스러워서-전화를 받으시면 뭐라고 말씀을 해야하나 싶어서-그냥 답글로 주소와 이름을 남겨놓기만 했다. 그리고는, 선생님께서 여기에 들어오셔서 다시 보실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었는데, 달리 어떻게 하기가 그래서 어물거리다가 그만 잊고 말았다.

 

   오늘 점심 때쯤에 방학하고 거의 일주일만에 학교에 갔다. 공문 처리할 게 있다며 학교에서 호출을 받고 가는 길이어서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사실, 오늘 오전은 딱히 갈 데가 없어서 학교에 가기는 가야 했지만!) 내 자리에 앉으려는데 우체국 소인이 찍힌 누런 봉투가 책상에 올려져 있었다. 뭐지, 하면서 발신자를 보니, 바로 안준철 선생님이셨다. 그때서야, 와! 책 보내셨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뜯어보니 선생님께서 쓰신,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안준철의 시와 아이들)>이 들어있다. 속지에는 <존경과 우정을 담아서 OOO샘께>라고 써 주셨다. 아마 보내신 날이 12월 27,8일 쯤이라 진작에 학교에 와 있었을텐데, 오늘에서야 내 손에 들어왔다.

 

   전에도 썼지만 안준철 선생님과의 인연은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선생님께서는 잘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오마이뉴스에 연재하시는 글을 틈틈이 읽으면서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죽을 쑤고 있는 내 처지에서는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에이, 설마 이렇게 좋기만 하겠어?'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이 쓰신 <세상 조촐한 것들이>,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라는 시집도 읽었고, <그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같은 교육에세이를 꼼꼼하게 읽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점 선생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회활동하면서 선생님을 모시고 초청강연을 열기도 했다는 얘기는 전에도 했다. 강연도 그랬고, 뒷풀이 자리에서도 조용조용하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하시는 말씀에 진정성이 느껴져서 나 혼자 했던 괜한 오해가 풀리기도 했다. 그때쯤이었나, 선생님께서 부산에서 지인들을 만나는데 같이 '맥주 한 잔 하자'고 하시며 전화를 하셨는데, 마침 그날 북부지회에 일이 있어서 못 가 뵈서 안타까웠다. 아무튼, 그 이후로는 가끔 메일을 보내드리기만 했을 뿐, 다시 뵐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선생님께 새로 책을 받고보니 선생님의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이처럼 작은 인연을 귀하게 여시는 분이시니, 아이들과 맺은 인연도 귀하게 여기시고 정성을 다하시는 분이실 것 같다. 나도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교사이고 싶다. 선생님께 말씀으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행동으로 배우는 것이 더 오래, 더 깊이 남을 것 같다.

 

   2년 동안 쉬었던 담임을 올해는 신청을 했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담임을 맡게 될 것이다. 막상 담임을 신청하고 나서는 올해 내가 만나게 될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나는 아이들과 어떤 1년을 지내게 될까, 설렘과 기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과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 마침 선생님께 책 선물을 받고 서문만 읽었는데도, 불안과 걱정은 조금 덜은 것 같다. 느리게 다가가면서 녀석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면 뭐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가져 본다.

 

   이제부터 천천히 선생님의 새 책을 펼쳐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 개정판
다카기 진자부로 지음, 김원식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적 반핵운동가이자 시민과학자인 다카기 진자부로 박사의 유언적 저서'라는 부제가 붙은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은 내가 2011년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한 해를 돌아보는 기사에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가 양념처럼 등장하지만, 올해는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에 특히 더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아마도 먼 훗날, 역사가들은 2011년을 원전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이 전환되는 해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2011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의 중순에, 세계적인 탈원전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우리나라는 영덕과 삼척 인근에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밝힌 것이다. 원전의 안전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인데도, 항상 '한국 원전은 (일본과) 다르다, 안전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물론 이 말을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테지만, 어쨌든 원자력발전소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단 우리 동네만 빼고!) 하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오랜 홍보전략이 효과적이라는 방증이다. 아울러 우리들은 여전히 원자력에너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도 하다.  

 

   우리 학교에 토론논술 교육 전문가이신 선생님이 계신데, 겨울방학 중에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논술 특강을 해 보자는 제안을 하셨다. 배운다는 자세로 얼른 참여하기로 했고,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논술 특강의 주제를 생각해 보기로 했는데, 대체로 <원자력 시대,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가 시의적절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각자 역할 분담을 했는데, 학생들에게 읽힐 책 선정은 내 몫이었다. 나도 원자력 분야에 대해서는 읽어본 책이 없는지라 알라딘을 돌아다니며 눈대중으로 고른 책이 세 권이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에너지 현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 같은) <기후 변화의 유혹, 원자력>을 주 텍스트로 삼았고, 원자력발전을 옹호하는 입장의 <원자력, 대안은 없다>, 원자력발전의 효용성을 부정하는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을 부텍스트로 삼았다.

 

   우연히 주문한 부텍스트인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이 먼저 도착했기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집중력이 생기면서 며칠에 걸쳐서 천천히 읽었다. 나로서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라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막연했던 믿음-신화-이 구체적인 사실로 바뀌는 재미도 함께 느꼈다.

 

   이 책은 한 평생을 일본의 원자력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해 온 다카기 진자부로(이름은 낯설었으나 저서 목록을 보니, <시민과학자로 살다>는 책은 이미 알고 있는 책이었다.)의 주장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글이다. 일반 시민들의 원자력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성격의 책답게 전문적인 용어는 거의 없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졌다. 책의 성격에 맞게 내용도 원자력의 개념과 역사를 개괄하고, 우리가 원자력에너지라고 할 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무한하다, 깨끗하다, 안전하다, 우수하다, 경제적이다' 라는 이미지가 사실과 다른 거짓된 믿음이라는 뜻의 '신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신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본 정부를 비롯한 원자력 옹호 세력들이 어떤 전략을 쓰는지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늘 보여주는 정부의 무능한 대처도 함께 꼬집고 있다.(이 책 보면서 느낀 건데, 일본 정부와 우리나라 정부가 원자력발전 정책에 대처하는 방식이 어쩌면 그리도 똑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이렇게 하라고 누가 가르쳐주나?) 

 

   이 책에 따르면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형성 배경(화학반응이 아니라 핵반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처음 핵분열 현상을 발견하고는 이를 원자폭탄 같은 무기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종전 이후, 핵의 평화적 이용이 강조되었으나 초기에는 누구도 평화적(상업적) 이용에 회의적이었지만, 1960년대 이후 적극 도입을 주장하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을 받아 원자력 발전소가 처음 건설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원자력에너지를 '발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그 희망섞인 기대에도 불국하고 결국 그 생산과정에서의 위험성 떄문에 '발전' 분야로만 제한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후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한 정부의 강력한 후원 아래, 1980년대말까지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신화'는 그 양상을 달리하면서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갔으나, 원자력발전의 잇단 사고와 함께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력을 보면서 국민들이 서서히 그 신화를 의심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산업으로서의 원자력 시대는 서서히 사양화의 길을 걷게 된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도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막연히 경제적일 거라는 생각을 해 왔다.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은 '필요악'이라고 믿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당장은 대안 에너지-아직은 주류가 될 수 없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을 과장하는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했다. 전체 에너지 생산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의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에 버금가려면 아직도 많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원자력에너지의 위험성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 내가 내린 막연한 결론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게 설명한다. 앞으로 더욱 전력자유화 추세가 본격화된다면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데다가 원자력 발전의 난제인 핵폐기물 문제(처리 비용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전력회사도 원자력 발전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따라서 이익을 위해선 지옥에라도 찾아가는 기업이 포기하는 사업이 원자력발전 사업이기 때문에 이 분야는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존하는 매장자원의 경제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곧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도 엄밀히 계산하면 지금의 원자력에너지의 경제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원자력 에너지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사양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는 하지만) 왜 원자력의 시대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에 따르면 원자력 에너지 도입은 경제성이든, 안전성이든, 지속가능성이든 모든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데 왜 일본 정부는 이를 고집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1960년대 초반 일본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으로 발전회사에서 원자력 발전을 시작하게 되었다는데, 일본 정부가 재벌에 엄청난 특혜를 베풀면서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짓도록 해야할 어떤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일본은 원자폭탄의 피해당사국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원자력에너지를 서둘러 도입하려는 것을 잘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반대편의 주장, 즉 원자력을 옹호하는 세력의 논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다카기 진자부로 박사의 말처럼 원자력에너지에 대해 이렇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한 결론이 내려진다면 전 세계에 원자력발전소는 당장 가동을 중지해야 할 것인데, 독일 등 일부 국가는 가동중단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원전 강국인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들은 원전 계속 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들의 원전 옹호 논리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다른 분야에서처럼 과학계에서도 같은 현상을 두고도 다른 해석을 할 수 있거나,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자료와 통계를 이용해서 필요한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 한 권의 책으로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타당한 주장도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주장이라면 그 또한 거짓된 믿음인 '신화'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직은 서로의 주장을 더 비교하고 검토해봐야겠다. (어째 결론이 좀 어정쩡하다.) 그러니 기다려달라, 아직은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