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소나무

 
- 김광규

 

새마을 회관 앞마당에서

자연 보호를 받고 있는

늙은 소나무

시원한 그림자 드리우고

바람의 몸짓 보여주며

백여 년을 변함없이 너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송진마저 말라 버린 몸통을 보면

뿌리가 아플 때도 되었는데

너의 고달픔 짐작도 못하고 회원들은

시멘트로 밑동을 싸 바르고

주사까지 놓으면서

그냥 서 있으라고 한다

아무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해도

늙음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

오래간만에 털썩 주저앉아 너도

한번 쉬고 싶을 것이다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기에

몇 백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너의 졸음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

백여 년 동안 뜨고 있던

푸른 눈을 감으며

끝내 서서 잠드는구나

가지마다 붉게 시드는

늙은 소나무

 

* 지난 주말 빗속을 뚫고 경북 영덕의 칠보산 자연휴양림, 울진의 불영사,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을 다녀왔다. 불영사로 들어가기 전 잠시 들렀던 행곡리 처진 소나무를 보며 떠오른 시 한 편. 마침 지난 주 수업시간에 읽었던 시인데, 행곡리 처진 소나무를 보니 바로 생각이 났다. 늙어간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인데, 인간만 늙지 않으려고 애쓴다.

* 행곡리 처진 소나무의 모습은 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416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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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리 아이들과 미술관에 다녀왔다. 모네에서 워홀까지-부산, 전시회가 주목적이었으나, 아이들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도 못 하고, 2층에 국내 작가 전시회를 무척 재미있게 관람하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면옥향천에 들러서 저녁도 맛있게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찍은 기념 사진!~ 예쁜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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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20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암만 좋다라고 해도 결국 스스로가 안땡기면 꽝ㅋ 지하철에서 한컷~ 전 이런 소소한 일상이 좋아요!

느티나무 2011-10-21 00:4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결국 자기의 취향의 문제더라구요. 전 그냥 애들에게 여러 곳을 소개해 주고 싶답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이런 것도 알게 되겠죠. 지하철 사진은 그래도 퇴근 시간이 좀 지난 후라, 사람이 별로 없더라구요.(부산의 지하철은 요렇게 생겼답니다.)ㅋ
 

 

   전에 계시던 교감선생님께서 다른 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가셨다. 부임해 가시기 며칠 전, 따로 살짝 부르시더니, 꼭 선생님들께 선물을 받고 싶은데, 그게 뭐냐면 선생님들께서 짧게 쪽지를 써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1년 반 동안 교감선생님 옆 자리에 앉아서 생각의 차이로 때론 갈등도 있었지만, 또 배우고 싶은 점도 많았던 분이신지라 흔쾌히 하겠다고 나섰다. 선생님들의 쪽지를 받아서 만들어 드린, "선물"이다. 지난 금요일에 새 학교로 찾아가서 뵙고 전달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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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20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런거 도대체 뭐라고 써야되나 이게 무슨...막 이랬는데 이렇게 보니 참 좋네요~
진심이 들어있는 짧은 한마디가 많은 추억을 생각나게 하더라구요*^^*

느티나무 2011-10-21 00:58   좋아요 0 | URL
저게 사진으로 보면 크기가 잘 감이 안 오실테지만, 검은색 보드지(5mm 정도)가 Ao(전지) 크기입니다. 하트 조각은 모두 29조각입니다. 퍼즐처럼 다양한 모양으로 잘라서 나눠드렸는데, 선생님들께서 흔쾌히 써 주시더군요. 저는 보드지에 모양을 그리고, 풀로 조각을 붙이는 단순 작업을 했지요. 사실, 가신 교감선생님께서 우리 학교에 오시기 전 학교에서도 그 학교 선생님들께서 써 주신 글을 보여주시더라구요. 은퇴 후에 이 종이에 적힌 이름들을 보면 그 사람과의 소중한 추억이 잘 생각이 날 것 같다고 하셔서... 저도 성의껏 도와드렸답니다. 일하면서도 무척 즐거웠구요. ^^

완두콩 2011-11-0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건 참 용기있는 일인데...-ㅅ- 난 정말 용감했어요!

느티나무 2011-11-14 21:29   좋아요 0 | URL
용감한 일인가요?(적는다고 다 기억에 또 남는 건 아닐 수도...ㅠㅠ) 교단일기를 읽으며 샘이 참 고민이 많은 교사-본인의 푸념과는 상관 없이-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올해 멋진 선생님을 알게 되고, 같이 근무하게 되어서 무척 기쁩니다.
 

 

아일랜드의 뉴 에이지 작곡가 1942년생,

Phil coulter, Take me home,  Sea of Tranquility, 1984  

아일랜드? 아일랜드! 영화 Once가 생각났고, 그 중에서 가장 유쾌한(?) 노래였던 이 노래...

 

Glen Hansard & Marketa Irglova, Broken Hearted Hoover Sucker Guy, Once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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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g, Ring, <Ring, Ring> 싱글, 1973 

One of us, <The Visitors>, 1981

   이런 노래가 좋은 요즘이다. 이제 늙어가는 것인가? 

   그래도, 아니, 그래서 ABBA는... 불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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