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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끄덕 세계사 1 : 고대 제국의 흥망 - 술술 읽히고 착착 정리되는 ㅣ 끄덕끄덕 세계사 1
서경석 지음 / 아카넷주니어 / 2015년 2월
평점 :
집중이수제라고 아세요? 학생들이 많은 과목을 공부하는데서 오는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특정과목을 일정기간에 몰아서 학습하는 건데요. 역사(세계사), 사회처럼 학습 분량이 만만치 않은 과목까지 집중이수제를 하니까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의 수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시험범위는 많다보니 자연히 암기할 것도 많아지죠. 그러다보니 해당 과목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더군요. 사회와 역사에 대한 기본임과 동시에 커다란 틀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인데 의미 없이 지나치는 것 같아 엄마인 저로선 안타깝더군요.
얼마전 출간된 <끄덕끄덕 세계사>에 관심이 갔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아이가 역사나 세계사를 ‘암기하는 과목’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류의 생활,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나가는 과정, 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했거든요. 역사를 전공하고 학생들을 지도해서인지 이 책의 저자도 역사에 대한 인식, 가치관을 강조하고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역사란 무엇이고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 조목조목 말하는데요. 역사란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 속의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역사는 이야기이자 문학’이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본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 문명의 탄생’ ‘2부 지역을 통일한 제국의 등장’으로 인류의 문명이 어떻게 탄생해서 어떤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보는데요. 최초의 인류를 발굴하는 것으로 출발해서 오랫동안 침팬지를 관찰한 제인 구달의 연구를 인간이 생태계의 정점에 설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봅니다. 뿐만 아니라 인류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전환점이라는 농경의 시작과 불의 사용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얼마전부터 <일리아스>를 읽기 시작해서인지 미케네 문명에서 트로이전쟁과 관련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흔히 트로이 전쟁의 시초가 파리스의 심판과 파리스가 메넬랑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를 납치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관련 책을 찾아보면 그것보다는 트로이가 자리한 위치,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요충지였기 때문에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어떤 것으로든 전쟁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군요. 고대 인도에서 여러 종교가 파생되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왜? 어떻게? 어떤 학문이든 공부하다보면 이 두 가지 질문을 수없이 되새기게 됩니다. 특히 문자가 없던 시대이거나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 역사학자들은 하나의 의문과 질문을 풀어내기 위해 상상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다음 숙고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요. 바로 그런 오랜 노력의 결실이 본문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사진과 그림은 몰입감을 더해주고 ‘똑똑하게 정리하는 착착 마인드맵’ 코너로 해당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이 있었음에도 다시 국제사회로 돌아왔습니다. 이는 독일이 그 책임을 직시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사 청산은 화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제조건입니다.”
최근 일본을 방문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자회견이 화제가 됐었죠. 독일과 일본. 두 나라는 2차 대전의 전범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역사를 인지하는 태도에서는 상반되는 차이를 보여주는데요. 부끄러웠던 지난 역사를 직시하고 또다시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역사를 되새기고 기억하는 것.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은 자기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따라서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없다. 하지만 역사를 잊지 않고 지킨 민족은 언젠가는 나라를 되찾아 더욱 발전할 수 있다. - 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