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 삶의 근원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황석공 지음, 문이원 엮음, 신연우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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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을 훌쩍 넘긴, 불혹보다 지천명에 가까운 나이가 되고 나니 여러 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것을 느끼곤 한다.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끼고 일상 속에서 난관을 만나더라도 이전처럼 안절부절 하기보다는 우선 깊이 생각하는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고 책을 가까이 하는 즐기는 것인데 그것 역시 추구하는 방향, 노선의 수정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된다. 나의 시간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비해 나의 시선과 관심은 어느새 과거로 향해 있었다. 새로운 지식, 흥미진진하고 감성을 충족시키는 책보다는 오래전 역사 속의 고전, 인문서적에서 삶의 방향을 찾고 있었다. ‘지천명(知天命)’의 의미를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소서>가 출간됐을 때 처음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素書’ 이외의 글귀에 시선이 머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황석공’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삶의 근원은 무엇인가’란 부제와 표지 한 귀퉁이에 적힌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이 나로 하여금 책장을 넘기게 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황석공의 <소서>가 어떻게 전해지게 되었는지 말해준다. 장량이 진시황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은둔하고 있을 때, 어느 다리를 지나다가 한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신고 있던 신발을 다짜고짜 던지더니 장량에게 주워오라 시키더니 자신에게 신겨주기까지 하라는 게 아닌가. 노인의 기이한 행동은 계속된다. 약속장소에 맞춰 나온 장량을 특별한 이유없이 연거푸 꾸짖더니 세 번째 만나서야 노인(황석공으로 알려진)은 한 권의 책을 내미는데 그게 바로 <소서>라는 것이다. 근본을 제시하는 비밀의 책이란 의미의 <소서>를 손에 넣은 장량. 그는 이후 소하, 한신과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당시 장량은 책의 일부만을 활용했다는데 그렇다면 이 책 <소서(素書)>는 대체 어떤 것을 담고 있는 걸까.

 

 

<소서>는 총 1,336자로 이뤄진 책인데 ‘근원을 밝히다.-원시’,‘도를 바로 세우다.-정도’,‘사람의 뜻을 구하다.-구인지지’,‘덕을 근본으로 삼고 도를 높이 받든다.-본덕종도’,‘의를 좇는다.-준의’,‘예를 즐기다.-안례’해서 모두 여섯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장에는 제일 먼저 원문을 수록하고 아래에 번역, 해설해 놓는 글을 실었는데 그 내용이 ‘놀랍다.’ 잠깐 놀라움의 의미를 짚어보자면 여태껏 어디서도 접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놀랍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접했던 얘기들, 어찌 보면 익숙하다고 할 수도 있는 글이라는 점이다. 마치 공자의 <논어>를 직접 읽지 않았지만 ‘배우고 때 맞추어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논어>의 첫 구절을 살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소서>의 첫 문장이 ‘夫道, 德, 仁, 義, 禮, 五者一體也’, ‘도, 덕, 인, 의, 예, 이 다섯 가지는 한 몸이다’인데 이는 사람의 근본 소양이라고 한다. 다만 본래는 하나인 다섯 가지가 때론 각각 분리되기도 하기 때문에 도, 덕, 인, 의, 예를 모두 갖춘 사람이 크게 이름을 떨친다면서 황석공이 장량에게 <소서>를 건넨 것도 여러 번 시험을 통해 장량이 크게 될 인물이라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끊고 욕심을 이겨내야 누가 되는 것을 제거할 수 있다’는 대목 역시 인간이 기본적인 본능은 생존과 직결되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 해도 욕구를 지나치게 추구하고 집착하게 되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엉킨 실타래처럼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면서 지나친 욕심을 과감하게 끊어내라며 일침을 가한다.

 

 

황석공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하고 나서야 장량이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소서>는 어서 ‘비서(秘書)’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일까. 장량은 다섯 가지의 근본을 갖추지 못하는 사람이 그 책을 손에 넣을 것을 두려워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무덤에 <소서>가 함께 묻히게 되는데...그후 5백여 년이 흘러 도굴꾼이 장량의 무덤을 파헤치면서 <소서>는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자, 여기에 5백여 년의 세월을 견딘 비서, <소서>가 앞에 놓여있다. 나는 과연 이 책을 손에 넣어도 될 만한, 그런 부족함이 없는 인물인가.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그게 현실임을 인정하자. 지금은.

 

 

[덧]

 

한자의 표기에 있어 의문 나는 점이 있다. (한자에 무지하기 때문에 생긴 의문이다)

책의 첫 대목 [夫道, 德, 仁, 義, 禮, 五者一體也]. 여기의 ‘夫’는 오자인가 아닌가. 원문에 이어지는 해설의 내용을 보면 ‘夫’는 ‘天’의 오자로 ‘夫道’가 아니라 ‘天道’가 맞다.

허나 ‘夫’가 이 글에서 ‘무릇’, ‘대저’의 부사적 의미를 지닌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저 도,덕,인,의,예 다섯 가지는 한 몸이다’고 해석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夫道, 德, 仁, 義, 禮, 五者一體也]ㅡㅡ> [夫 道德仁義禮, 五者一體也] 이렇게 해야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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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15-06-29 19:35   좋아요 0 | URL
먼저 만나고 계시면 제가 합류할게요 ^^

2015-06-29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15-06-2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
 
백미러 속의 우주 - 대칭으로 읽는 현대 물리학
데이브 골드버그 지음, 박병철 옮김 / 해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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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러 속의 우주> 표지를 보는 순간 배시시 웃음이 났다. 하얀 표지를 가득 채운 검은선으로 이뤄진 삼각형들을 보니 문득 어린 시절의 놀이가 생각났다. 종이에 점을 아무렇게나 마구잡이로 가~득 찍은 다음 친구와 서로 번갈아가며 점과 점을 선으로 이어 삼각형을 만들었다. 하얀 종이에 삼각형이 하나씩 생기다가 한참 후엔 더 이상 연결할 수 없을 정도로 종이가 메워지면 삼각형을 누가 더 많이 만들었는지 개수를 새어보곤 했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이웃한 세 개의 선분으로 둘러싸인 도형이 삼각형이라는 개념을 가장 쉽고, 확실하게 각인하게 된 놀이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작은 삼각형들로 가득한 표지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은 백미러. 무의식중에 뒤를 흘깃 돌아보고선 내뱉은 한마디. “엇, 뭐야?”

 

 

책은 의문으로 시작된다. ‘우주는 왜 텅 비어 있지 않고 무언가가 존재하는가? 미래는 왜 과거와 다른가?’ 세상에 태어나 주변의 사물과 자연을 조금씩 인지하게 되면서 누구나 한 번은 바로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특히 우주는 무중력 상태인데, 어떻게 수많은 행성들이 서로 간격을 유지하고 움직이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게 된 계기도 바로 이것이었다. 다만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게 ‘물리학의 관심과 재미의 정도’가 ‘물리학의 완전 이해’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어서 내게 있어 물리학은 가까이 하고 싶으나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런 학문이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드디어, 희미하나마 희망을 맞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전환점의 중심이자 계기가 된 것이 바로 <백미러 속의 우주>이다. ‘대칭으로 읽는 현대 물리학’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은 ‘대칭’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칭이 뭐 별건가? 뻔한 거 아냐? ‘점이나 직선 또는 평면의 양쪽에 있는 부분이 꼭 같은 형으로 배치’된 것이 대칭아냐? 특별한 것도 없는데 괜히 호들갑이네...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은 절반만 맞고 볼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대칭은 좀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수학이나 과학적 측면을 비롯해서 체스 게임의 규칙이나 상대성이론, DNA의 이중나선, 중력과 블랙홀의 원리 등 자연의 모든 것에서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조금, 아주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물리학은 대칭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더 이상의 잔소리는 필요 없다. - 17쪽. 머리말 중에서

 

 

댄 브라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천사와 악마]에는 바티칸을 폭파하려는 무리들이 ‘반물질’을 이용하는 대목이 있다. 반물질 0.5그램을 훔쳐서 일종의 핵폭탄을 만드는데 이 영화로 인해 한동안 ‘반물질’에 대해 관심이 일었는데 저자는 ‘반물질’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이라는 접두어가 붙어 있을 뿐 ‘반물질은 무해하다’면서 물질과 반물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울을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오른손잡이인 내가 거울 속에서는 왼손잡이로 보이지만 거울 속 세계는 단순히 ‘반전’되는 이상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물질과 반물질의 궁극적인 차이는 여전히 미지로 남는다.……우주의 탄생 초기에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곤 우주 탄생 직후에 모종의 대칭 붕괴가 일어나서 우리가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 뿐이다.- 75~76쪽.

 

 

우주는 물론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인 ‘대칭’은 천재 수학자 에미 뇌터의 연구에 의해 가능했다. 에미 뇌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인데 저자는 ‘이 뇌터야말로 20세기 과학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 물리학자 에미 뇌터를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수학자를 꿈꿨지만 당시의 학계가 뇌터를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뇌터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들었고 그 결과 ‘모든 대칭에는 그에 대응되는 불변량이 존재한다.’는 ‘뇌터의 정리’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1915년에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중력에 관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은 혁명적인 이론이었다. 여기에는 대칭이 아름답고도 심오한 방식으로 깊이 개입되어 있는데, 당시에는 그 누구도 이 사실을 간파하지 못했다. - 188쪽.

 

 

반물질, 엔트로피, 상대성이론, 중력과 블랙홀, 힉스입자...단어만 봐도 왠지 숨이 턱하니 막히고 소화가 안되는 듯 갑갑해짐을 느낀다. 이렇게 어렵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물리학적 법칙도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한결 쉽게 와닿는다. 우주의 미스터리함, 대칭과 비대칭, 자연의 크기 변화를 저자는 [맨 인 블랙],[스파이더맨],[스타트렉]과 같은 영화와 [걸리버 여행기],[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빌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대목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넉살 좋고 언제나 여유가 넘치는 저자는 아유, 그래도 되유. 괜찮어유. 이 정도로 끝! 해주니 무지한 나로선 얼마나 고마운지...이를테면 ‘물리학계의 슈가보이, 백주부, 백종원’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다. 이미 얘기했지 않은가. ‘물리학의 관심과 재미의 정도’가 ‘물리학의 완전 이해’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이 책을 들여다보면 틀림없이 많은 부분은 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 뭐, 어떤가? 인간은 바닷가에 뒹구는 한 조각 모래알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하찮은 존재라지 않은가. 그러니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지구가 있는 곳은 우주에서 전혀 특별한 장소가 아니다!” 코페르니쿠스는 이 엄청난 사실을 제일 먼저 간파한 사람이었다. 그 후로 천문학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때마다 인간은 점점 더 변방으로 밀려났다. 인간은 우주의 주인은커녕, 바닷가에 뒹구는 한 조각 모래알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하찮은 존재였던 것이다. -141쪽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작은애가 조만간 학교에서 기말고사를 친다. 요며칠 과학공부를 하는데 시험범위에 ‘우리 생활과 물질/물체와 물질’이 있는 게 아닌가. 3학년이 되어 과학을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물체와 물질이 무엇인지, 물질의 성질과 상태의 차이는 어려운 개념일수도 있다. 다만 아이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는 물질과 반물질, 대칭과 비대칭에서 헤매는데 아들은 물질과 물체 속에서 방황하는구나’ 싶어서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아들아. 까짓거, 쉽게 생각해. 우리는 우주를 개척하는 탐험대가 아니라 관광객이야. 재밌고 즐겨보자구.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우주는 실제보다 가까이 있으며, 그로부터 이 세계의 모든 차이점이 발생한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뒤를 돌아볼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는 우주관광을 떠나기 위해 출발지에 모인 관광객들이다. - 23쪽.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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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 25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효진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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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통계청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분기별 월평균 도서구입비’인데요. 전국 단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1분기 이후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럼 평균독서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 9.2권, 월 0.76권으로 한 달에 책 한 권도 채 못 읽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더 놀라운 것은 이것조차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기사를 보는 순간 가슴이 갑갑해지면서 의문이 들더군요. 포털사이트나 온라인상에 운영되고 있는 독서 동호회가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도 넘는데 왜 이렇게 책 읽는 사람이 적은 걸까. 스마트폰, 태블릿 pc 사용인구가 많아지면서 책에 대한 관심이나 독서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라 짐작은 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뭔가가, 더 원론적인 그런 이유가 있을 것 같거든요.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저자가 사이토 다카시라는 점에서 호감이 갔습니다. 예전에 그의 <고전 시작>을 읽었는데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전을 읽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 ‘고전력’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고전 읽기의 필요성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참이어서 그 글을 보는 순간 ‘아하, 이거구나’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런 그가 독서법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니 그냥 넘길 수가 없더군요.

 

‘나 역시 독서가 사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저자는 우리의 삶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바꿔주는 것은 독서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십대 미혼모와 마약으로 감옥에 드나들던 오프라 윈프리가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인으로 불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으며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가 무슨 일이든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꼽은 것이 모두 책, 독서라고 말이지요. 그런 다음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요.

 

초반부터 시종일관 책을 읽는 것, 독서의 필요성, 중요성을 몇 번이고 강조한 저자는 책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만화를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만화를 읽고 어떤 점이 나에게 인상적인지,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어떤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지 말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독서라고 생각한다(108쪽)’는 대목은 만화를 즐겨 읽는 저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했구요. ‘읽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때 바로 책을 손에 넣어야 독서로 이어진다(113쪽)’는 구절은 책을 수시로, 충동적으로 구입하면서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저의 양심에 면죄부를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독서의 기술 10’을 알려주고 있는데요. 책을 고를 때 표지와 목차를 살펴보는 것이나 여러 권을 동시에 읽어나가는 ‘동시병행 독서법’,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라 때로 필요한 부분을 취합선택해서 읽는 ‘발췌독서’, 소리 내어 읽는 ‘음독’,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거나 혼자가 아닌 뜻을 같이 하는 여러 명과 함께 독서하는 등 대부분은 예전부터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특이한 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비판적 책읽기라고 해서 독서의 최종단계로 통하는 ‘깊은 통찰을 얻게 하는 질문 독서’는 제게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어서 저의 독서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독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 부담감을 느낀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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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oo 2015-06-2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 9.2권도 믿기 어려워 보여요. 그보다 훨씬 적을 거 같아요. ㅎㅎ

몽당연필 2015-06-21 23:04   좋아요 0 | URL
헉, 그렇다면, 저것보다 더 적을 거라는 말씀?
왠지 급우울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낭만인생 2015-06-3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년에 단 한권도 읽지 않죠. 대신 읽는 사람은 일년에 수백권을 읽어내니 평균적으로 한 두 권이 되지 않을까요?
사이토 다카시는 명료하고 깔끈함 문장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리뷰가 참 좋습니다.

몽당연필 2015-06-30 10:4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이것조차 평균치였네요
왠지 씁쓸한데요 ^^;;

몽당연필 2015-06-30 10:45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에 힘이 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
 
끄덕끄덕 세계사 2 : 중세에서 근대로 - 술술 읽히고 착착 정리되는 끄덕끄덕 세계사 2
서경석 지음 / 아카넷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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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끄덕 세계사> 두 번째 책이 출간됐네요. 저자는 첫 번째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역사란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 속의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때문에 역사를 어려운 학문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이야기이자 문학’으로 생각하라고. 읽은지 시간이 좀 흘러서 정확한 문구는 아니지만 ‘역사를 옛이야기 듣듯이 쉽게 다가가라’는 의미였는데요. 읽는 순간 마음에 와 닿더군요. 역사를 일단 지식으로, 암기해야 하는 학문으로 생각하면 그 순간부터 왠지 공부가 하기 싫어지죠. 그치만 옛이야기는 다릅니다. 똑같은 얘기지만 듣고듣고 또 들어도 매번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잖아요.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역사는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삶의 ‘상식’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마련인데요. 이쯤되면 <끄덕끄덕 세계사>의 두 번째 이야기가 왠지 기대가 되지 않으세요?

 

두 번째, 2권에서는 ‘중세와 근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잠깐 ‘중세’와 ‘근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뭔지 알아보면, 예전에 읽은 책에서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노예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노예제, 봉건제, 자본주의로 나누는데 그것이 곧 ‘고대, 중세, 근대’라는 시대와 일치한다고 합니다. 고로, <끄덕끄덕 세계사> 2권에서는 노예가 있는 ‘중세’와 노예가 존재하지 않는 ‘근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거지요.

 

 

아무리 화려한 꽃도 때가 되면 초라하게 지듯이 인류의 역사도 마찬가집니다. 한때 찬란하고 빛나는 꽃을 피운 제국들이 멸망하기 시작하는데요. 그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훈 족입니다. 중앙아시아의 초원지대에 유목민족인 훈 족이 서쪽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용맹한 훈 족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던 서고트족이 살던 곳을 떠나 로마로 들어가면서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벌어지는데요. 이로 인해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은 전혀 다른,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가난한 상인이었던 무함마드가 신의 계시를 받고 완전한 창조주이자 유일한 최고신인 알라를 믿고 숭배하는 종교를 창시하는데요. 바로 이슬람교입니다. 이슬람제국은 신의 대리인, 마호메드의 후계자인 ‘칼리프’를 위시하여 주변으로 영토를 점차 확장해나가 서유럽까지 북상하는데요. 카를 마르텔이 이를 막아냅니다. 유럽이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변화를 맞을 때 중국과 동아시아도 혼란을 겪습니다. 위,촉,오 삼국을 진나라가 통일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수나라에 의해 멸망하는데요. 이후 수나라는 전국적으로 일어난 반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멸망의 길을 걷고 당나라가 들어섭니다.

 

 

영화를 보면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번갈아서 보여주는 ‘교차편집’ 기법으로 진행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 책도 그렇습니다. 동일한 시기에 동양과 서양에서 일어난 변화를 함께 수록해놓고 있는데요. 동양과 서양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다고 해서 완전히 별개의 역사를 가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세워진 하나의 조각을 쓰러뜨리면 잇따라 다른 조각들이 차례로 쓰러지게 되는 도미노처럼 말이지요.

 

 

책의 주된 독자층이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그림이나 사진을 본문 곳곳에 수록해놓아서 지루하지 않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불상으로 불리는 중국의 러산 대불이나 이슬람 건축 특유의 기하학적 무늬장식이 돋보이는 비비하눔 사원은 컬러사진을 두 페이지에 걸쳐 있어서 그 규모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울산성 전투도’도 일부 수록되어 있는데요. 우리 군이 일본군에 의해 첩첩이 포위된 모습을 보니 어찌나 안타깝고 슬프던지... 만약 조선이 7년간의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땠을까, 지금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에 있으며 35년의 일제강점기를 거쳐 같은 민족 간에 총구를 겨누는 전쟁을 겪고 남과 북으로 나뉘어 2015년 6월,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반만년을 흐르는 동안 우리는 세계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겪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테구요. 오늘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과거를 살아간 이들의 모습과 삶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것. 지나온 역사 속에서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다짐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 비단 한 나라의 역사가 아니라 이웃한 주변의 나라, 세계의 역사로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겠지요. 중세와 근대에 이어 <끄덕끄덕 세계사> 3권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의 세계를 다룰 예정이라고 하는데 급격한 변화를 겪은 세계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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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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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란 작가를 알게 된 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란 책을 통해서였는데요. 벌써 몇 년이 지났네요. 어린 시절 동화로 읽었던 백설공주. 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제목이 인상적인 책이어서 끌리더군요. '백설공주‘가 의미하는 것도 궁금했구요. 오랫동안 타지에 살던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오자 의문의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여형사. 실마리가 조금씩 풀릴 때마다 감춰져있던 비밀과 오랜 증오가 드러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독일의 타우누스 지방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 ‘타우누스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이전에 출간된 시리즈가 세 권 있고 <백설공주>는 네 번째라는 거예요. 매력적인 주인공도, 저자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방석도 마음에 들어서 시리즈를 하나하나 모으곤 했는데요. 모든 작품을 미처 다 만나기도 전에 새로운 작품이 출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 바로 <산 자와 죽은 자>입니다.

막 동이 튼 겨울날 아침,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던 노부인이 갑자기 맥없이 쓰러집니다. 마침 근처를 조깅하던 여자가 노부인을 발견하는데요. 80미터 떨어진 곳에서 소음기를 단 총으로 단번에 저격을 성공한 범인은 이미 현장을 유유히 벗어난 뒤였습니다. 조용한 마을에 난데없이 벌어진 사건은 행복한 신혼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도 불러오게 됩니다. 바로 피아인데요. 크리스토프와 비밀리에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 그녀는 오붓하게 남미로 떠나기 위해 휴가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사건현장이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불려나오게 되는데요. 범죄에 사용된 무기나 방식이 철저한 사전준비와 계획에 의한 것이라 직감한 피아는 피해자와 주변인물과의 관계를 조사합니다. 혹시 피해자에게 원한을 품고 있거나 적은 없었는지 알아보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조차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그야말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거지요.

뭣 하나 뚜렷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또 다시 사건이 일어납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주방에서 손녀와 쿠키를 만들고 있던 노부인의 머리에 부엌 창문으로 날아든 총알이 박힙니다.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치장한 집안이 삽시간에 충격의 도가니에 빠지고 사건현장에 출동한 피아는 이번 사건 역시 동일범에 의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요. 범인은 대체 무엇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걸까? 갑작스레 죽음을 맞게 된 피해자간에 어떤 공통요인이 있는 것일까? ‘스나이퍼’의 정체는 과연 누구일까?

숨겨진 비밀과 단서를 찾아 하나하나 연결하며 읽어나가면서 역시 넬레 노이하우스! 감탄을 했습니다. 몇 년 만에 만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호흡이 척척 맞는 최강의 콤비 그 자체였구요. 딴엔 프로파일러라며 깐족대고 밉상인 행동을 일삼는 네프와 강력반 수사팀간의 밀당도 소설의 재미를 주는 요소로 한 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야기, 스토리가 가진 힘이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지만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욕망과 그늘, 그로 인해 벌어지는 슬픔과 아픔은 인간을 어떻게, 얼마나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는지 가히 충격적이라 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단순히 킬링타임용의 유희거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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