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폐허를 걸으며 위안을 얻다
제프 다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무슨, 남자가....?” “여기서 남자가 왜?”

다른 부모,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성인이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을 이룬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예삿일이 아니다. 남편과 난 혈액형만 같을 뿐, 모든 점에서 반대였다. 야외촬영. 난 “생략하자”, 남편은 “하자!”고 했다. 신혼여행. 난 “어디든 푹 쉬다 오자”, 남편은 “해외로, 명소는 당연히 둘러보고”였다. 여느 커플과는 정반대의 반응에 난 툭하면 무슨 남자가 그래?를 연발했고 남편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 내가 졌다졌어. 결국 우리는 야외촬영을 했고 해외로 신혼여행을 갔다. 하지만 야외촬영 내내 어색한 웃음을 연발하다 얼굴에 쥐가 날 정도였던 난 그 후로 카메라는 쳐다보기도 싫어졌고 우리와 다른 기후(툭하면 비가 오는), 먹거리의 나라로 떠난 신혼여행에선 가이드의 빡빡한 일정을 따라다니다가 심한 몸살감기에 걸려버렸다. 신혼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면서 난 불평을 늘어놨다. “여행가서 꼭 그렇게 바쁘게 다녀야 돼? 느긋하게 멍하니 있으면 안돼? 호텔 수영장에 수영은커녕 발 한 번 못 담그고 이게 뭐야?”

 

 

그린 올리브빛, 이불 밖으로 쑥 튀어나온 맨발.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를 보면서 십수 년 전 티격태격 하면서 다녔던 신혼여행이 떠올랐다. 첨엔 이 책이 정말 ‘요가’책인 줄 알았다. 나처럼 게으르고 매사에 귀찮아하는 사람을 위한 요가책일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이 나와 그냥 스쳐지나갈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우연히 표지에서 ‘여행 산문집’이란 문구를 보게 됐고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요소의 조합이 호기심을 유발했다.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에서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털어놓는다. 그냥 공통점이 있고 통하는 어떤 여행객을 만나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는데 서술방식이 독특하다. 소설로 치면 1인칭도, 2인칭도 아닌 전지적 작가시점에 가까운 느낌? 분명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데 대화 내용보다는 그 순간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자주 방문한 술집이 어떤 곳이며 어떤 사람들이 찾는지 말한다. 마치 저자가 여행객이 아니라 그곳에 오랫동안 살고 있고 그 곳을 찾은 여행객들을 지켜보고 관찰하면서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글로 풀어내는 것 같다. 심지어 명소를 찾은 자신의 행동과 느낌마저 다른 이가 관찰하는 것처럼. 여행한 지역의 역사적, 고고학적 의미에 대해 알려고 애쓰지 않는 자신을 오히려 ‘무지의 고고학’이라며 퉁치듯 넘겨버린다.

 

 

작가는 무위도식하는 순간에도 작가. 도대체 하려는 말이 정확히 무언지 알 수 없는 글을 줄줄이 늘어놓기 일쑤였지만 일순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단박에 사람의 시선을 빼앗고 가슴에 묵직한 무언가를 떠안겼다. 우연히 보게 된 사진에서 랩티스 마그나, 고대 유물의 폐허를 마주한 그는 당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리비아로의 여정에 나섰다. 도착하자마자 시종일관 투덜대던 저자는 폐허, ‘구역’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곳의 시간과 공간에 압도되고 암스테르담에서 바지를 뒤집어 입는 황당한 액션에 폭소를 터뜨리려는 찰라 또 한 방 날린다.

 

 

바닷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내가 원하던 상태였다. 역사를 지리처럼 경험하는 것, 시간적인 것을 공간적인 것으로 경험하는 것 말이다. 바람은 시간의 숨결이 되어 서둘러 지나간다. 반면 고요함은, 멈춰버린 시간의 황홀감이 된다. - 71쪽.

 

마흔이 지나면 온 세상이 오리가 지나간 자리의 물결처럼 되는거야. 마흔이 지나면 인생은 원래 낭비하기 위해 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 - 149쪽.

 

 

로마에서 시작해서 리비아, 태국, 암스테르담, 캄보디아, 파리, 디트로이트.... 저자는 세계 여러 곳을 찾아 머물면서 겪은 일화들, 때론 웃음이 터지고 때론 섬뜩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저자는 순간 떠오르는 상념,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풀어내고 있다. 그런 글을, 여정을 때로 고개를 젓고 때로 공감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궁금해졌다. 내 안에도 ‘폐허’가 존재하겠지. 내게 있어 ‘구역’은 어떤 걸까. 내 안으로의 여행을 떠날 시점이 다가온 걸까.

 

 

‘오, 이건 뭐지?’하며 펼쳐든 책,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또 다시 내뱉었다. ‘이건 뭘까?’ 여행서? 아니다. 본문에서 사진(한 챕터당 작은 흑백사진 하나)을 구경할 수 없다니. 지금까지 어떤 여행서도 이렇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 산문집인가? 했지만 자유롭게 썼다고 모두 산문집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제야 저자가 서두에 털어놓은 말이 생각났다. ‘이 책에 적은 일들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만, 그중 몇몇은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 역시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뭘까. 이 책은. 암튼 정체가 묘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길들지 않는다 -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것은 붉은 늑대. 실루엣만 있어서 시선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 표정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왠지 알 것 같다. 저 늑대는 분명 나를 보고 있다. 내 주변을 서성이며 간간이 무심한 듯 고개를 돌리기도 하지만 목표를 잊진 않는다. 노리는 건 오직 나의 허점. 아차 하는 순간 저 녀석은 내 목덜미에 날카로운 이빨을 박아버리겠지. 꾸울꺽. 녀석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침을 삼킨다. 늑대와 나.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 이어진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나는 길들지 않는다>를 보면서 학창시절에 읽었던 <어린왕자>가 떠올랐다.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 속에 ‘길들이다’는 대목이 있었다.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유일한 존재가 된다고 했던가?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라던 여우의 말이 말랑말랑하고 인상적이어서 읽자마자 단박에 가슴에 꽂혀버렸다. ‘길들이다’는 것이 이렇게 감상적인 거구나 감탄을 했다. 만약 그때의 날 마루야마 겐지가 봤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넌, 주거쓰. 아웃!”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진정한 젊음’이 무엇인가를 모색한다. 젊음은 단순히 육체적인 젊음, 건강함이나 신체 기능의 탁월함이 아니라는 것. 육체가 늙었더라도 정신적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젊음이라고 강조한다.

 

 

육체는 비록 늙었어도 정신의 젊음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특질이며, 또 특권이다.…… 인간 역시 야생동물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해주기 바란다. - 15쪽.

 

 

그렇다면 생명이 다해서 죽음을 맞을 때까지 진정한 젊음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절대, 길들지 마라”고 한다. 가족에 길들지 말고, 직장에 길들지 말고, 지배자들에게 길들지 말라고. 아니, 인간은 본디 사회적 동물이라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학교, 회사조직에 들어가면서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히 적응하고 길들기 마련인데 길들지 말라니! 어쩌란 말야? 대체 이유가 뭔데? 뭣 때문에 그러는건데? 거센 항의의 말이 툭툭 튀어나왔다.

 

 

당신의 젊음을 말살한 그 최초의 적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유아기와 유년기에 부모가 당신에게 쏟은 사랑이다. 특히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이다. - 25쪽.

 

 

저자는 진정한 젊음은 정신적인 자립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자립은 또 뭐냐? 주어진 상황을 전체적,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에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제대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인데 문제는 여기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어머니도,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고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는 회사도 걸림돌이 된다는 거다. 어머니는 자식이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남편 포함) 자신의 방식대로, 원하는 대로 길들이고 있고. 대부분의 직장인 역시 도전보다는 ‘안정’을 취하려는 습성 때문에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끌려 다니다가 인생을 마감하기 일쑤라며 꼬집는다. 지배자, 국가에 대해서는 더 강한 어조로 말한다. 사회가 혼란하고 정치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해지는데 국가는 바로 그것을 노린다고. 특히 중년보다 젊은 사람을. 그 예로 저자는 미국 정부가 실업자가 증가하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군인의 숫자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하면 진정한 당신 자신으로 살지 않았고, 진정한 인생으로부터 피해만 다닌 얼간이였다. 누가 폭력을 가하며 강요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집단과 조직에 팔아넘기면서 이용당하고 종속당하는 타율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 81쪽.

 

 

의지박약이야. 그건 죽은 삶이야. 넌 현대판 노예야. 총알받이나 다를 바 없어....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봤다. 솔직히, 기분 나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고 앞으로 그와의 관계를 끊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곱씹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그가 그렇게 쓴 소리를 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나이가 적다고 생각도 젊지 않다는 건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모든 점에서 존경할만한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허점과 부족한 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까.

 

 

백 보 아니 천 보를 양보해서, 신과 위인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그들이 있을 곳은 자신 속 밖에는 없다. 신과 악마와 위인은 모두 당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다. - 179쪽.

 

 

결국 화살은, 해결책은, 자신을 구제할 수 있은 힘은 타인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비롯된다는 것과 흡사하다. 삶의 시작도 매듭도 모두 내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니. 짐작했지만 훨씬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저자가 던진 선동, 질문에 대한 나의 해답을 모색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 In the Blue 17
문지혁 글.사진 / 쉼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태어난 곳은 눈이 많은 고장이라고 한다. 어떤 날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아침에 문을 열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하는데. 아주 어렸을 때, 최초의 기억 이전의 일을 가족에게서 들은 거라 솔직히 실감나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올해는 눈을 볼 수 있으려나? 은근히 바랄 뿐이다.

 

눈이 내리고 있다. 길가에도 건물에도 하얗게 눈이 쌓여있고 그 사이로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어떤 책이든 표지에선 나지막한 소리나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 이 책에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일상의 소리조차 고요한 적막 속에 잠겨버린 듯하다. ‘홋카이도’ 어떤 곳일까. 이곳은.

 

“아빠, 바다는 왜 파래?” “바다는 하늘의 거울이거든”

언뜻 이 광고가 떠올랐다. 홋카이도는 막연하게 일본에서도 북쪽, 눈이 많은 ‘설국’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표지를 지나 책장을 몇 장 넘기자 전혀 의외의 모습이 드러났다. 푸른 바다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곳이구나 싶었다.

 

책에는 홋카이도의 세 도시가 소개되어 있다. 가장 먼저 오타루.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언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오타루’는 운하의 도시로 불린다고 한다. 19세기 말부터 항만의 도시, 산업과 무역의 도시로 불리다가 21세기를 앞두고 관광 중심지로 오타루의 역할은 바뀌었다. 예전의 분주함은 덜하지만 오타루의 아름다움은 퇴색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증기시계는 도시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여행자들에게 시간을 알려주고 오르골당에서는 동화의 한 장면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영화 [러브레터]. “오겡키데스까~” “와타시와 겡기데쓰” 영화 속 여주인공이 설원에서 오열하듯 외치던 대사가 한때 유행어가 되다시피 했는데 그 영화의 배경도 이 곳, 오타루였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외국을 여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나라에 도착한다. - 본문 중에서

 

오타루가 낭만과 추억이 가득한 도시라면 삿포로는 ‘바쁘고 분주하면서도 단정한 비지니스맨’ 같은 느낌을 준다. 철저한 계획하에 도시화가 진행되어 도로여건이 상당히 좋아서 그만큼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삿포로의 미소라멘은 일본의 3대 라멘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돼지 뼈 육수와 미소된장으로 맛을 낸다고 하는데 내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라면골목 ‘라멘요코초’에선 분명 내 입맛에 꼭 맞는 라면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하코다테는 ‘에키벤’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철도역에서 파는 도시락은 그 지역의 특산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에키벤’을 위해 여행하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란다. 그러고보니 [에키벤]이란 만화가 있던데 기회가 되면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코다테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청명한 하늘이 단 15분 만에 회백색으로 변해버린 도시의 모습과 하코다테산 정상의 비석 옆에 있던 눈사람 모자의 모습이었다. 눈, 눈, 눈. 사진은 온통 눈투성이었지만 그 풍경이 결코 쓸쓸하다거나 외롭게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그 공간 속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까 궁금해졌다.

 

저녁을 지나 밤이 되면 이 도시는 우리를 압도하지도 윽박지르지도 않은 채 그저 나지막이 속삭인다. 숨겨진 밤의 이야기들을 한 번 들어보지 않겠냐고. 우리는 너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 269쪽.

 

번짐시리즈는 항상 출간하자마자 읽었다. 하지만 이번 <홋카이도>만은 책 읽는 시기를 한껏 늦추었다. 무르익은 가을보다 스산한 찬바람이 이는 초겨울에 홋카이도를 만나고 싶어서였다. 그러면 느낌이 배가되지 않을까 했는데 적중했다. 겨울의 홋카이도를 만나고 싶은 후유증이 생길 거라는 건 예상 밖이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박산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웹툰, 보시나요? 전 즐겨보는 편입니다. 두세 군데의 포털사이트마다 꼭꼭 챙겨보는 웹툰이 있는데요. 혹시 이런 상상 해보셨어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의 감정을 전할 수는 없을까? 바로 이런 것을 담은 웹툰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어느 날 신선하고 획기적이고 참신한 앱이 개발됩니다. 바로 반경 10m 안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알람이 울리는 건데요. 주인공은 고등학생. 한창 이성에 관심을 갖는 시기의 주인공들에게 그 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기대가 됩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 그것 때문에 아파하고 방황하는 아이가 여기 있습니다. <이름을 말해줘>의 콜린인데요. 책을 읽는 내내 콜린과 캐서린에게 이 앱이 있었다면 둘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더군요.

 

소설은 신동으로 알려진 콜린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캐서린에게 차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전 순간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떠올랐습니다. 강백호는 중학 3년동안 무려 50번이나 퇴짜를 맞거든요.) 사춘기 때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번이 열아홉 번째로 차이는 거라면요? 사정은 조금 달라지겠죠? 아주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두뇌로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콜린이지만 연애는 달랐습니다. 두뇌가 발달한 아이들이 대체로 연애에 서툰 면모를 보이는데 콜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의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콜린에게 어느날 친구 하산이 무턱대고 자동차 여행을 제안합니다. 명석한 두뇌에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거침없이 뱉어내는 엉뚱한 천재 콜린에 비해 하산은 매사에 느긋하고 유머러스합니다. 콜린과 하산은 정반대의 성향을 지녔지만 둘은 금세 친구가 됩니다. 하산과 함께 하면서 콜린은 다른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할 수 있었는데요. 정해진 기간도,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떠난 자동차 여행에 콜린과 하산은 누구를 만나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살림에 서툰 제게 남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살림은 몸으로 터득하는 건데 글로 배워서 그렇지.” 차는 사람과 차이는 사람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리고 공식으로 나타내는 콜린에게 바로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사랑은 글로, 수식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콜린과 ‘열아홉 번째’ 차인 ‘캐서린’과의 관계에 숨겨진 의외의 사실과 뒤늦게 알게 된 오류와 그로 인해 벌어진 일을 하나씩 알게 되는데요. 아이라기엔 어른 같고 어른이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콜린, 하산, 린지. 좋아하고 사랑하고 깨지고 오해하고 상처받고 시간이 흘러 잊고 치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바로 제 곁에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꽝 멸종 프로젝트 - Dr.심의 몸 개그, 그것이 알고 싶다
심현도.이형진 지음, 성낙진 그림 / 청춘스타일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리즈시절 때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붙여뒀어요. 그거 보고 자극 받으려고요”

독서모임 뒤풀이 때 누군가 말했다. 리즈시절이라. 난 어땠더라? 앨범을 보려 해도 그 앞에 쌓인 몇 겹의 책탑을 치우지 않는 한 불가능. 두어 장의 사진이 휴대폰에 파일로 남아있긴 하지만 도저히 지금의 나와 동일인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고집 부릴 걸 부려야지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불가능한 일을 위해 애쓰기 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과거와 현재의 나 사이에 분명히 선을 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나’ 대신 다른 것을 목표로 세웠다. 바로 지하철 계단 한 번에 오르기. 지하에서 지상에 도달하기까지 칸칸이 이어지는 계단(2호선은 특히 계단이 많다)을 다리통증이나 숨을 헐떡이지 않고 거뜬히 오르고 싶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12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려도 녹초가 되지 않는 체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걷기를 하고 있을 때 이 책 <몸꽝멸종 프로젝트>가 출간됐다.

 

 

<몸꽝멸종 프로젝트>는 만화형식으로 되어 있다. 책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나뚱뚱’과 매일 운동해도 근육이 안 생기는 ‘고갈비’, 두 사람이 닥터 심의 조언을 받아 몸꽝을 탈출하는 과정이다. 닥터 심은 가장 먼저 체계적인 식이요법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할 영양소에 대해 짚어준다. 탄수화물을 먹어서 살이 찐다고 하는 이유가 뭔지, 지방이라고 모두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필수영양소라는 것, 하루 단백질 섭취 필요량을 알려주는데 성인과 성장기의 아이에게 필요한 단백질량(비율)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산수식단’이란 것도 처음 접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 항상 신경이 쓰였던 게 칼로리였는데 닥터 심은 칼로리에 연연하지 마라고 한다. 성인 개인마다 섭취할 영양소를 숫자로 정해두고 필요에 따라 더하고 빼는 방식인데 그림과 표로 되어 있어서 쉽게 이해가 된다. 난 평소에 고기를 안 먹는데 그 대신 대체할 음식은 무엇이고 양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수월하다. 48시간(혹은 24시간)동안 금식한 다음 13일간 서서히 식이조절을 하는 ‘리버스 다이어트’도 신선했다. 수행자나 맹수들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금식하는 것처럼 금식하는 동안 내장기관이 독성을 배출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운동에 대한 부분도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사람은 일단 에너지를 먼저 소비한 다음 지방이 가장 마지막에 연소되기 때문에 체지방을 날리려면 어떻게 운동하는 것이 좋은지,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비교하면서 짚어준다. 효과적인 운동하는 방법으로 ‘산수 트레이닝’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윗몸 일으키기나 스쿼트 같은 운동을 일정한 양으로 하는 것보다 매일 횟수를 늘려가는 것이 몸을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몸꽝멸종 프로젝트>는 다른 책에 비해 크기가 작다. 한 손으로 들고 읽기에 부담이 없는 크기라 휴대하기엔 좋지만 본문 글의 양이 많은 경우 글자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에 담겨있는 내용을 따져보면 그 정도의 불편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숙달이 될 때까지 한동안 갖고 다니면서 틈틈이 보면 좋을 것 같다.

 

 

기억해! 몸짱이 되는 건 한 번 정상에 도달하면 되는 등산이 아닌, 평생 오르는 등산이라는 것을 - 32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