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루스가 나온단다.  

삼성전자와 교보문고가 손잡고 아마존의 킨들과 같은 이북 리더를 출시한다고 한다.  
그동안 인터넷상의 이북 컨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여러 곳 있었다. 형태도 텍스트를 데스크탑에 다운받아 보는 것, 오디오 파일로 듣는 것, 전자 도서관의 형식으로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컨텐츠의 양과 질, 기기의 휴대성, 가격, 사업성, 컨텐츠의 보관 등... 안정적으로 운영된 모델은 아직 나오지 못했다.  

이번에 SNE-50k 소식을 듣고, 솔직히 귀가 솔깃했었는데, 그 내용을 알아보니 약간의 실망과 우려가 앞선다.   
파피루스를 살펴보면서, 개인적으로 '이북 리더라면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화면
크기 - 5인치

작다 작아.  어떤 뉴스에는 기기가 A5 종이 만할 것이라고 했는데, 자료사진을 보니 화면은 커녕 기기 전체도 A5는 안될 것 같다. 
그만한 화면이라면 이미 나와있는 PMP나 전자사전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책의 가독성이나 감동은 활자의 크기, 그림, 페이지 안의 배치 등에도 많이 좌우된다.
이북을 책으로 제대로 즐기려면 이북 리더도 크기가 책만해야 하고, 나아가 책처럼 양면 스크린으로 폴더형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스크린이 크면, 저시력자나 노인들이 활자를 키워서 볼 수 있는 기능과 결합시키면 이들에게는 오히려 일반 책보다도 더 경쟁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메모리 - 512MB   

작다 작아. 네오럭스도 1G의 메모리라는데, 512가 뭥미~? 
책에는 글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 표지서부터 책 속의 그림, 사진 등을 진짜 책과 비슷한 정도로 볼 수 있게 하려면 512메가도 적다. 책을 몇백권 저장하네...하는 것은 순전히 텍스트로 된 책을 말하는 것이지, 화보가 많은 잡지나, 미술 혹은 공예 서적, 어린이들의 그림책 등이 몇 권이나 들어가겠는가?


외부 연결 - 무선네트워크 없음. USB 포트 연결 

개인적으로는, 무선 네트워크가 지원되지 않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북을 다운받을 때만 컴에 연결시키면 되니, MP3나 외장하드를 사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무선모뎀 포기하는 대신 그만큼 부피와 무게와 원가가 줄어들면 잠시잠시 컴에 연결하는 것 정도는 감수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연결장치를 usb 포트로만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SD 카드 포트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옛날부터 일반 서점에서 종이 책과 함께 (책 내용이 저장된) SD 카드를 진열해 놓고, 그것을 샘플 리더로 보고 고르는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그렇게 되면 e-북을 꼭 인터넷으로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서도 살 수 있을 것이다! 마치 CD 음반을 오프라인서 보고 고르는 것처럼.  
 

터치 스크린  

환영한다. 단, 메뉴 선택할 때만 작동하는 터치스크린은 제대로 된 터치스크린이 아니다. 
밑줄긋기, 메모, 책갈피 등의 기능이 책을 읽을 때에도 구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앞에서 말한 양면 스크린의 폴더형의 e-리더로 만들어서 XO-2( http://wiki.laptop.org/go/XO-2 참조) 처럼 한쪽 터치스크린이 자판으로 호환된다면, 간단한 문서 편집기도 될 수 있겠다!   


부가기능
  

시계, 다이어리, 메모장, 계산기....  뭐... 이런 기능은 어느 기계든 구색으로 있는 것이니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이왕 있을 부가기능이라면, 큰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글씨 인식 기능이나 자판 기능이 동반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부가기능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아! 추가하고 싶은 부가기능이 있다.
텍스트를 소리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내장해 주었으면 좋겠다.  
Voice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나와 있으니,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고, 
텍스트와 음성 중에 읽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읽는 프로그램에도 '책갈피' 기능이 가능하게 했으면 좋겠다.  

voice 프로그램에 대해서 욕심을 낸다면 - 내가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은 구입한지 벌써 5년 정도 되어서 그런지 - 영어 읽는 사람과 한글 읽는 사람이 따로 따로이다(영어 읽는 목소리는 한글을 그냥 건너뛰고, 한글 읽는 목소리는 영어를 완전 콩글리시 발음으로 읽는다. 우리 애가 그 소리를 들으면 배꼽을 잡고 웃는다. ^^). 영어와 한글을 다 읽을 줄 아는 프로그램이어야 한영 혼합되어 있는 글을 어색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건전지 및 충전  

건전지야 뭐, 한 번 충전해서 오래 볼 수 있으면 좋은 거다. (아, 폭발도 하지 말아야 한다.) 
노트북이나 mp3를 사용하다 보면, 충전 때문에 은근히 신경 쓰일 때가 많다.
이북 리더의 전지는 핸드폰의 그것처럼 충전기가 따로 있고 전지도 두세개 미리 장만해서 전지는 늘 충전을 해가면서 읽을 수 있고, 하루이틀 전원을 연결하지 않고도 전지를 갈아끼우면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요즘 MP3는 부피를 줄인다고 AA 전지를 사용하는 기종이 단종되다시피 했는데,  
충전에 신경 쓰기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은 AA 전지를 사용하는 MP3를 구하느라 애먹었었다.
같은 이유로 노트북 충전기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없다고 해서 오죽하면 같은 기종의 중고 노트북을 순전히 '충전용'으로 살까 고민했을까!   
충전과 건전지 지속시간 때문에 성가신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일까? 왜 충전기가 별도로 나오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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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7-29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터치스크린 비추에요. 손의 기름기(?)가 묻어 글씨 읽기 안 좋을 때가 많거든요.

가을산 2009-07-29 08:5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무엇이 되었든 책에 줄치고 메모할 수 있게는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마냐 2009-08-05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걍. 킨들을 기다려보심이.. 웹에 연결된 전자북과 그렇지 않은 건...싱크가 된다 하여도 왠지.

가을산 2009-08-05 10:01   좋아요 0 | URL
킨들용 한국어 컨텐츠가 많아지면 생각해볼만 하겠네요.
근데... 결국은 진짜 책을 계속 볼 것 같아요. 전자책은 여행용 정도로만 쓰구요.

2009-08-29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9-08-30 09:19   좋아요 0 | URL
쭈욱 쓰다보니 그런 것 같긴 한데요....
다시 생각해 보니 그냥 미니 노트북과 별 차이가 없어질 것 같아요.
왠만큼 혁신적인 컨셉이 아니라면 미니노트북 쓰게 될 것 같슴다.
 

세상이 바뀌어 있다.  

미디어법은 규정에도 없는 '재투표'로 가결되었다 하고,  

buddy 하나는 평택에서 연행되었다.

소방전의 물도 끊어진 공장,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진료하고 마실 물 전해주게 해달라는 의료인을

기자회견 중에 잡아가?

정말 눈 뜨고 살기 힘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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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준누나 2009-07-2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 저녁 저는 동네분들과 학교아래 약수터에서 아이들 데리고 조촐하게 삼겹살 파티를 했지요... 냉장실에서
며칠동안 마셔주기를 고대하던 맥주캔을 터트리며...그렇게 하루의 찌든 일과를 버리고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돌아와 TV를 켜는 순간.... 그 아름답고 즐거웠던 시간들을 깡그리 망쳐버린 소식에... 술이 확 깹디다...

가을산 2009-07-23 10:3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어제 뉴스를 보기는 해야겠는데, 정작 보자니 큰 용기가 필요하더라구요.

stella.K 2009-07-25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가을산님 덕분에 일식도 보고...!^^

가을산 2009-07-23 13:16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해요. ^^

2009-07-23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9-07-23 22:48   좋아요 0 | URL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1. 내일은 일식 

몇일 전부터 기상청 홈피를 들락거리면서 마음 졸이고 있다.  
전국이 다 흐리다면,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에 공연히 비행기 시간표도 검색해 보고... 
좀 더 오버해서 비자 없이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남쪽 나라는 어디인지, 비행기의 동향 창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  
상상의 나래를 펴는 과정이 정작 일식을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운 것 같다.  

오늘 낮까지는 대전이랑 경북지방 날씨가 햇빛 쨍으로 예보되었었는데,
어라, 오후에 다시 나온 예보에는 구름이 낀단다.    
내일 새벽에 예보를 확인하고 여차하면 김포공항에 가야 하나... 
 

2. 벌써 15년!!  

목성에 미확인 물체가 충돌했다고 한다.  혜성이나 소혹성으로 짐작되는 물체라는데,

기사에는 친절하게도 이전에 20여 조각으로 부서져서 목성과 충돌하는 '우주쇼'를 제대로 보여주었던 '슈메이커-레비 9' 혜성 이야기도 곁들여 주었다.  

그 기사를 읽는 순간 충격으로 얼어붙었다.
 . 
 .
 .
그게 벌써 15년 전의 일이었다니~~!!!! 
5년쯤 전인 줄 알았는데...    ㅡ,ㅡ      
내 시간 돌리도~~~   


3. 파시즘의 냄새가 진동한다.  

뉴라이트의 만화에서.
박근혜의 말에 대한  조갑제와 보수 단체의 반응에서. 
 
'내가 진리'이고 '나와 다르면 적'이라는 사고. 
따라서 '적은 없애야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 불문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리더의 미덕'이라는 궤변. 
무지몽매한 백성들의 원성일랑 무시해라.
언론법이 통과되고, 시간이 지나면, 
방송이 '제자리'를 찾으면, 학생들이 전교조의 세뇌에서 풀려나면 잠잠해질 터이니.  

훠이... 악취야 물러나라!  
악취 제거에는 촛불이 좋다던데...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촛불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소심함 한자락 추가. 
 사회의 다른 쟁점은 일단 모두 접어두고 미디어법 개정 저지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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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은반짝 2009-07-22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오늘 귀한 선물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물까지 만들어주셔서 낚시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동 ㅠ_ㅜ
내일 잘 보겠습니당 ^^

가을산 2009-07-22 06:2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전 오늘 새벽에 '일어나는 꿈'만 4번 꾸었어요.
각각의 꿈에서는 온갖 천문 현상이 난무하고.... 날씨도 흐리고... 맑은 하늘 찾아 삼만리 ㅡ,ㅡ
다행히 아침에 하늘이 맑네요. ^^
정작 개기일식이 보이는 지역에는 장마전선이 드리워져 있네요.

모래알은반짝 2009-07-2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대전은 약간 어두워졌어요~ 절정에 달한듯해요^^ 태양이 살짝 보여요~★

가을산 2009-07-22 20:13   좋아요 0 | URL
저도 보았어요. ^^ 아침에 애 학교 데려다주고 그길로 경부고속도로 타고 경상북도 어디멘가의 휴게소에 들어가서 보았어요.
 

1. 그래도 세상은 돌아간다. 

49제와 안장식이 거행되었다.
장자연 사건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나, 관련자들은 거의 다 면죄부를 받았다.
아시아 대륙 저편에서는 분리독립 움직임 때문에 수백명이 죽었고,  
Ddos 악성코드의 공격은 우리의 정신을 더욱더 분산시키는 가운데,
평택 쌍용 자동차 공장에는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한편으로, 전례가 없었었던 일로, 생활고를 호소하는 인척들이 생겨났다.   

나는... 내일 평택에 의료지원 갈 자원자를 찾는다는 문자를 질끈 씹고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목소리에도 면피만 할 정도의 시늉만 한 채로,    
오늘은 집 보면서 일식 자료를 찾았고, 내일은 시댁에 갈 예정이다. 

이렇게,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런 세상이 무섭다.


2. 그래도 세상은 돌아간다. 

7월 22일에는 21세기에 우리 나라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식이 있을 예정이다.
개기일식은 아니지만, 태양의 80-90%가 가려질 것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수십년간의 개기일식을  예보하는 지도를 보면서 '언제 2009년까지 기다리나'고 한 숨을 쉬었었는데,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돌아서 2009년이 오고야 말았다.   
이런 천문학적 이벤트가 있을 때면 지구는 그저 복닥거리는 인간시장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가 있다.
이날 휴가라도 하루 내야겠다.

일식은 22일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해서 9시 50분에 절정에 이르고, 11시 10분에 끝날 예정이고, 남쪽에서 볼수록 갈수록 가려지는 면적이 커진다. 
아래의 사이트에 가면 자기가 사는 곳의 일식 정보를 알아볼 수가 있다. 
http://eclipse.gsfc.nasa.gov/SEgoogle/SEgoogle2001/SE2009Jul22Tgoogle.html 


귀차니스트들을 위하여, 사진 몇 장 첨부한다. 




아래는 위의 주소로 가면 검색할 수 있는 자료의 사례. 서울의 정보이다.
서울서는 해가 78%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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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이리 다를까?

시국선언을 조직하는데, buddy가 내 이름을 명단에서 임의로 뺐다고 한다. 공무원이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렇게까지 조심해야 하나?'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아침, 남편이 '당신 혹시 대전시 보건의료인 어쩌구 하는데 서명했어?' 라고 묻는다.
동료 교수들이 선언에 동참하라고 메일을 계속 보내서 자기는 성가시다고....
한술 더 떠서 내가 이름을 올리면 나 때문에 자기까지 보직에서 사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놈의 보직, 뭐 그리 애지중지할 거라고.. )

이거 왠 오버냐???? ㅡ,ㅡ


반박을 했다.


내가 당신더러 왜 시국선언에 이름 올리지 않느냐고 따지지 않는 것처럼
당신도 내가 내 이름을 올리던 말던 내 생각을 존중해야 할 거 아니냐고.

그리고, 공무원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자기 이름과 생각을 밝혔다고 해서
본인 뿐 아니라 남편까지 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세상이냐, 정말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어쨌든 이름 올리면 이혼이야..' 이러면서 나가는데... 그 뒤꼭지에 대고 답했다.
'이혼하고 싶으면 그냥 말해. 이런 걸 핑계로 들이대지 말구..'


ps. 평소에는 부부 관계가 이렇게 살벌하지 않다. 정치 이야기만 안 나온다면...

2. 갈수록 태산...

기>

몇 주 전에 일터 근처의 노숙자 A가 노숙자 B를 데리고 왔다.
환자는 얼굴이 창백하고 언듯 보기에도 위중해 보였다.
그분을 진료한 옆 방 선생, 내가 노숙자 진료센터랑 관계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상의를 해왔다.

입원시설도 없고, 상주 의사라고는 갓 의대 졸업하고 온 공보의 한 명 밖에 없는 시설이지만, 대전 시내에 달리 보낼 곳도 없기에 구급차에 태워서 희망진료센터로 보냈다.
그리로 보내면 최소한 그냥 버려두지는 않을 것을 알기에.  

환자는 결국 진료센터 간사가 이리저리 사정하고, 개인적으로 연대보증을 서서 국립대 병원인 C 병원에 입원하였고, 얼마 전, 병명이 밝혀졌다.

위암 말기에 간경화증.
거기다가 입원과 함께 갑자기 술을 못 마시게 되어서 알콜 금단증상인 '진전섬망'이 심하게 왔다고 한다.

승>

오늘은 그 환자를 데려왔던 노숙자 A가 아파서 왔다.
외상도 있었고, 최근에 금주 치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걸음 걷기가 어렵다고 했다.
느낌에 이 분도 진전섬망이 곧 나타날 것 같다.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원래대로라면 이분도 구급차에 실어서 큰 병원으로 보내야 했다.
그런데
궁리 끝에 결국 이 사람더러도 희망진료센터로 가라고 했다.
이번에는 구급차로 보내는 대신에 내 돈 1만원을 주고 택시를 타고 가라 했다.

전>

왜 종합병원에 보내지 못했을까?
왜 택시를 태워 보냈을까?
여기에는 무척 복잡한 경제적, 관료적인 딜레마가 깔려 있다.


배경 1.

위암과 간경화 진단을 받은 환자 B가 진전섬망에서 회복되자 이내 병원에서 도망쳤다. 아마 치료비 부담 걱정에 그런 것 같다.
차라리 병원에 그냥 있는 상태라면 환자의 딱한 사정을 내세워서 여기저기 치료비를 구해볼 수 있으련만, 이미 사라져 버렸으니... ㅡ,ㅡ 
그 환자의 진단, 치료비 200여만원을 고스란히 진료센터와 센터 간사가 물어내야 하게 되었다.
그 환자를 보낸 나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사정을 알면서 비슷한 환자를 또 보내다니, 정말 면목이 없는 일이다.

배경 2.

대전에는 공공 종합병원이 없다.
모 국립대 병원이 있기는 한데, 다른 시도의 시립병원과 같은 역할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민단체 등이 공공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다른 구 보건소에서 희망진료센터에 결핵에 걸린 노숙인 C씨의 치료를 의뢰해 온 적이 있다. 공공병원은 없고, 결핵으로 위중한 노숙인을 길거리에 둘 수도 없고 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인구 150만인 대전광역시에서는 이 환자를 해결하지 못하고 남부지방의 모 도시에 있는 결핵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병원조차 보호자 없고 열까지 오르는 그 환자를 퇴원조치 시켰고, 그 환자는 혼자서 그 몸을 이끌고 다시 대전의 진료센터로 찾아 왔다.

공공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이 사례를 들어서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이런 사실이 기사화 되었다.


이에 대한 대전시의 반응은?


애초에 그 결핵 노숙인에 관해 상담을 해온 보건소의 담당자더러 '일 처리를 잘못했다'고 질책을 했다고 한다. 다른 방도가 전혀 없는데, 담당자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이번 사례를 들은 어떤 기자가 B씨의 건도 기사화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진료센터 관계자가 기자를 만류했다.
이유는.... 내가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

결>

이런 마당에 환자를 또 보낸다...?
그래서 면피를 위해 구급차 대신 택시를 이용하게 했다.
‘보건소서 보낸 것이 아니다’라고 오리발 내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ㅡ,ㅡ

어떻게 했어야 할까?

보건소 구급차에 태워서 국립대 병원으로 보냈어야 할까?
공공병원이 필요 없다는 시청 담당자에게 환자를 보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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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9-06-1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쓰레기(노숙자라서 쓰레기가 아니라 하는 짓이) 하나 때문에 좋은 일 하는 분들이 날벼락 맞게 생겼군요. 200만원이면 풍선껌이 도대체 몇개인가... 엉엉엉...

저는 오늘 이틀 연속 하한가 가는 바람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요. 엉엉엉엉엉...

그나저나 '이혼하고 싶으면 그냥 말해. 이런 걸 핑계로 들이대지 말구..'(왠지 이휘향, 양금석 톤일 것 같은) 대사 너무 멋져요. 드라마의 한 장면 같네요.

2009-06-14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5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9-06-2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없음

안녕하세요. 승주나무입니다.
알라딘 서재지기와 네티즌들이 함께 시국선언 의견광고를 하려고 합니다.
알라디너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여의사를 댓글로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강요는 아닙니다^^;;

즐찾 서재들을 다니면서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남기는 스팸성 댓글이지만 어여삐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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