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듯이 뱀파이어다. 밤에 굳이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그런 에드워드가 밤이면 벨라가 잠든 옆에서 벨라를 지켜본다. 벨라는 악몽을 종종 꾸는데, 그런 벨라 옆에 있어준다. 벨라는 자다가 깨면 에드워드가 자신의 옆에 있었음을 볼 수 있고 알 수 있다. 

밤에만 에드워드가 벨라 옆에 있는 것도 아니다. 

벨라가 에드워드와 헤어지고 깊고 깊은 수렁과 우울에 빠졌을 때, 자신을 내던졌을 때, 그래서 절벽에서 몸을 날렸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미친듯이 달렸을 때, 그러니까 각종 위험한 순간에 또 에드워드가 있어준다. 에드워드는 벨라와 헤어졌지만, 벨라가 벨라 자신을 내던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절벽에서 깊은 물로 풍덩- 몸을 던지는 벨라 앞에 에드워드의 환영이 보인다. '그러지마' 라고 에드워드는 말한다. 벨라는, 산다.




어제 정희진의 강연은 무척 재미있었다. 책으로 읽었던 정희진과 강연으로 만난 정희진은 많이 달랐다. 책으로는 꽤 냉철한 분이라 생각했는데, 강연에서는 엄청 뜨거운 분이셨다. 재미있게 강연을 듣고, 또 그 강연을 들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도 했는데, 그래서 같이 들은 친구들과 강연 후기를 나누고 싶었다. 강연이 끝난 건 밤 열 시. 다음날 출근이라 그냥 집에 가자, 라고 다들 강연장을 나섰는데, 그래도 못내 아쉬워 결국 뼈해장국에 소주를 일 잔 하기로 결정하고 뼈해장국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네 명은 강연이 왜 좋았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소주잔을 부딪치며 얘기했다. 연신 좋았어, 오늘 강연도 좋았고, 여기에 같이 가자고 해줘서 고맙고,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고. 그렇게 신나게 얘기 하다가, 열한시를 조금 넘겨 일어섰다. 지하철이 늦게 온다면 버스가 차라리 빠르지 않을까,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려 탔다. 늦은 밤이니까 씽씽 달리면 빠르게 가지 않을까. 


그런데 버스가 느릿느릿 가더라. 신호마다 다 걸리고, 차도 막히고, 안막히는 곳에서도 그냥 천천히 가는 거다. 아아, 왜때문이야 ㅠㅠ 지하철 타고 갈걸,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고...하는 수 없이 여기에서 내려서 택시를 탈까, 하고 둘러보니, 지나가고 있는 곳에는 사람도 없고 어둡기만 하다. 아아, 카카오택시를 불러도 여기서 기다리는 건 무리야. 일단 탔으니까 가자, 하다가, 어차피 이 버스는 집까지 가지도 않는 터라 중간에 갈아타는 버스를 검색해봤다. 내려서 얼른 그 버스로 갈아타고 싶었다. 어차피 늦는다면 집앞까지 가는 게 좋을테니까. 그런데 내가 갈아타야 할 버스는 막차가 출발했다는 거다. 제기랄 ㅠㅠ


하는수없이 버스 안에서 내가 내릴 곳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바깥을 보면서, 이 늦은 밤에 이 낯선 곳을 지나는 거 너무 싫다...생각하면서, 에드워드 생각이 났다. 아, 이럴 때 에드워드가 있다면 좋을텐데! 에드워드라면 이 늦은 밤 쫄아 있는 내 옆에서 나를 지켜봐줄텐데! 그러다가 혹여라도 내게 어떤 위험이 닥친다면 갑자기 나타나서 으르렁- 거려줄텐데!!! 왜 나는 벨라가 아니고 왜 내게는 에드워드가 없는거지? 왜지? 왜때문이지?


에드워드, 컴온!!!



그러나 내가 에드워드 컴온, 이라고 이천번 외쳐봤자 에드워드는 내게 와주지 않았고, 나는 내릴 곳에서 내려 허둥지둥 택시를 잡아타고 자정이 넘어 귀가했다. 귀가하는 내내 긴장하고 있다가 집에 와서 탁- 하고 풀어져버려가지고 씻고 뻗어버렸다. 아침은 언제나 그렇듯 너무 빨리 왔고.... 아, 아침이여!




버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제 나는 광화문에서 우리 동네까지 가는 버스가 지나가는 걸 보고 '저 버스정류장에서 저 버스가 서는걸까?' 하고 궁금해해서 찾고 싶었다. 그런데 도무지 어떻게 찾아야할지를 모르겠는 거다. 일단 네이버를 켜고 광화문 버스정류장..이런 거 검색하고 있었더니 옆에서 D 가 버스 어플로 찾으라는 거다. 버스 어플에 버스 번호를 입력하면 버스 정류장이 뜨지 않냐고. 오! 그래서 그렇게 하는데 내가 잘 못찾으니까 줘봐, 이러면서 후루룩 넘기더니 찾아줬다. 아, 여기가 거기구나. 그러면 이 버스정류장 번호 외워야지, 하고 중얼거리며 외우려고 하니, 또 D 가 그런다. 그냥 별에 체크해, 그러면 즐겨찾기가 되고, 이따가 버스 오는 거 보려면 그 별에만 들어가면 돼......



?????????????????!!!!!!!!!!!!!!!!!!!!!!!!!!!!!!!!!!



아, 나는 얼마나 스마트하지 못한 인간인가. 나는 진짜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지 못해서, 그 좋은 아이폰을 가지고도 그냥 전화하고 메세지하고 북플 들어오고 트윗 들어가고 메일 확인하고.....아, 사진도 찍는구나. 그게 전부다. 똑같은 걸 검색할 때도 나는 언제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남동생이나 친구들이 결과를 들이밀때마다 놀란다. 넌 어떻게 찾았냐???? 하아- 이 D 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지도를 봐도 길을 못 찾을 때, 그 지도를 보고서는, 음 이게 이 방향이니까 이 쪽에서 저 쪽으로 가면 돼, 하고 언제나 척척 알려주곤 한다. 뭐 검색할 때도 원하는 결과를 착착 링크해주고, 어제 버스 어플을 매우 스마트하게 사용하기도 하고... 문득, D 는 전체를 보는 눈이 뛰어나구나, 싶더라. 지도를 보는 것도, 앱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것도, 원하는 걸 얻어내는 검색까지도, 전체적으로 볼 줄 아는 시야를 가져야 되는 게 아닐까. 나는 너무 부분에만 집중하고, 배타적인 게 아닐까. 왜 버스정류장을 즐겨찾기 할 생각을 안하고 번호를 무조건 외우려고만 했을까. 왜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질 못해, 왜, 대체 왜.....



일전에 나는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의 전화번호는 외우고 다니자고 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이러다가 며칠전에 완전 바윗덩어리에 머리 받은 상태가 된 적이 있어서, 이제 이걸 주장할 수가 없게 됐다.


그러니까, 퇴사하는 직원의 송별회였다. 몇몇만 참석하는 소규모 회식이었는데,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고나니 부장님과 대리 한 명이 오질 않았더라. 부장님 어디쯤 오시는지 전화해보고 음식을 주문하자, 라는 얘기가 나왔고, 옆에서 다른 직원이 제가 전화할게요, 하는데 나는, 내가 할게, 하고서는 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부장님 이름 검색해서 안누르시고요? 라는 직원에게, 아 난 그냥 다 외워서 해, 하고는 번호를 눌렀는데...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씨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당연한듯 꾹꾹 척척 번호를 눌러놓고 초록색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앗차! 헤어진 애인의 이름이 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것도 지금 번호가 아니라 한 6년전쯤의 옛날 번호. 미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핸드폰에서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그 번호도 지우지 않고 있어서 이름이 떴기에 망정이지, 안떴으면 어쩔뻔했어. 그냥 통화 누르고서는 통화할 뻔 했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봤자 이미 없는 번호긴 하겠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순간 너무 멘붕이 와서 멍- 했더니 옆에서 직원이 왜그러세요, 한다. 


-어...헤어진 애인한테 전화했네.

-받았어요?

-아니, 통화 버튼 안눌렀어.

-차장님, 제가 전화할게요. 



.....................이 멍한 사건을 앞에 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부장님 번호가 몇 번이더라, 하고 생각하는데, 생각이 진짜 1도 안나는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옆에서 직원이 통화를 마치고 이제 이름 검색하고 전화하세요, 라고 해주는데, 하하하하하, 나 부장님 저장 안해놨어, 외우니까....

그래봤자 필요한 전화번호가 맞춤하게 기억도 안나고 ㅠㅠ 

전화번호를 외운다는 건... 뭘까?

이제 외우지 말자.

전화번호 외우는 거,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안외워!! 를 결심하며 소고기를 씹었다. 

이제와 안외운다고 소리치면 뭐하나, 하아, 이미 머릿속에 있는 번호를 어쩔 거야. 몇 년 전의 번호까지 튀어나오는데, 이걸 어떡해.....

인생은 뭘까?




인생은 뭘까, 하니까 생각나는데,

어제 점심을 같이 먹은 직원이 나 때문에 '인생은 뭘까'가 입에 붙어서, 엄마랑 톻화하는 와중에 '엄마, 인생은 뭘까?' 하고 물었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전에 함께 술을 마신 직원2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인생은 뭘까? 하고 친구들에게 물었다고. 친구들이 너 왜그러냐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는데, 그 직원은 '우리 차장님하고 같이 있으면 철학자가 다 된다니까' 했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맨날맨날 질문하고 돌아다닌다. 인생은 뭘까? 남자는 뭘까? 우정은 뭘까? 연애는 뭘까? 섹스는 뭘까? 다이어트는 뭘까? 돈은..뭘까? 이러면서 ㅋㅋㅋㅋ 직원2는, 차장님 때문에 자꾸 질문을 하게 돼요,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친구의 블로그에서 이런 인용문을 봤다.


“아무 것도 하지마! 일하지 마! 그냥 집에 있어! 돈은 내가 벌 테니 너는 그냥 집에서 놀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신구가 양동근에게 한 말이란다. 아...너무나 멋지고 근사한 말이다. 정말 들어보고 싶은 말이다. 일전에 회사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관둘지 말지를 심히 고민하고 있으려니, 엄마가 내게 그랬더랬다. '야, 관둬, 엄마가 너 설마 밥 굶기겠냐, 관둬' 라고... 크- 멋진 엄마야.

저 대사를 어제 읽어보면서, 아, 누가 저렇게 말해주면 진짜 영혼을 송두리째 맡기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것도 하지마, 일하지 마, 집에 있어, 돈은 내가 벌 테는 너는 그냥 놀아, 라고 해준다면...아아, 내 영혼은 당신의 것. 날 그냥 가져버려요...


라고 한참 상상하다가,


그렇지만 이 세상에 그 누가, 나를 나만큼 사랑할 것이며, 이 세상에 그 누가, 나를 나만큼 잘 먹일 것이냐.....라는 현실적인 물음 앞에 닥치게 되는 것이다. 누가 나를 먹여 살린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내가 나한테 하는 것만큼 잘 먹일 순 없을거야... 그렇게 나는 내 영혼을 사수한다.....





지난 주말에 조카랑 놀아주고 있는데, 칠 살 조카가 '이모 똥머리 해줘' 하며 머리끈을 내민다. 어? 이모 똥머리 할 줄 모르는데??? 했더니, 이모가 나 이렇게 해줬었잖아, 하고는 손으로 머리를 잡고 모양을 만든다. 이모도 하는 거, 하면서. 아, 그거! 그건 똥머리라는 거창한 이름 붙일 건 아니고, 그러니까 조카가 놀고 있는데 머리가 목에 닿아 더워보여서, 내가 머리 목에 닿는 거 너무 싫어라 해서, 조카 머리를 묶어주었는데, 꼬랑지가 목에 닿을까봐, 난 또 그것도 넘나 싫어해서, 마지막에 머리끈을 두르면서 남은 머리까지 함께 묶어버린 거다. 그걸 다시 해달란 거였다.




바로 이런 머리다.


예쁜 조카의 사진을 찍었다면 조카 사진 올렸을텐데, 이 머리 모양 잘 설명은 안되고, 조카 머리 사진은 찍어둔 게 없고, 그래서 그냥 내가 나 찍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머리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머리통 엄청 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머리를 조카 해줬는데, 내 조카는, 누굴 닮아 그런지, 머리통도 너무 예쁘고 얼굴도 너무 예쁘고 그냥 다 예뻐가지고, 머리를 저렇게 해줘도 또 찬란하게 예쁜거다. 아유 예뻐 ㅠㅠ 우리 이쁜이 ♡




어휴..이제 그만 쓰자.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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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9-30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페이퍼 읽다보니....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human minute` 라던가요.
에드워드랑 항상 같이있으니까, 벨라가 양치하고 머리 빗고... 그런 시간을 달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내가 잘때도 같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흐흠....
어제밤처럼 차들이 다들 제각각이면 더욱 더 에드워드가 생각날 것 같아요.
항상 같이 있어줄 뿐 아니라, 나를 위험에서 구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남자.
멋지죠.... 멋있어요, 우리 에드워드. 하트 뿅뿅!
가장 큰 함정은 우리의 에드워드가 인간이 아니라는 건데.... 하아... 그래서 더욱 매력적일까요?

에드워드 페이퍼에 급 화창해지는 아침이예요.
다락방님, 굿모닝~~~~

다락방 2016-09-30 16:51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원서에서는 human minute 군요!
네, 그런 시간 당연히 필요하죠. 제가 한결같이 주장하는 바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24시간 365일 껌처럼 붙어 있어서는 결코 안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떨어져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벨라가 에드워드를 얼마나 사랑했습니까. 심지어 자기가 뱀파이어가 될 생각까지 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human minute 가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그쵸?
어제 밤길에 너무 쫄아가지고 --;; 에드워드 생각이 너무 간절했어요. 히융 ㅠㅠ

에드워드는 밤에 생각하면 굿나잇 아침에 생각하면 굿모닝이네요. 샤라라랑~

단발머리 2016-09-30 16:51   좋아요 0 | URL
s 없이 human minute라네요~~~ 제 댓글에서도 s 지웠어요 ㅎㅎㅎ 아니면 어쩌나 찾아서 확인해보는 소심함^^

다락방 2016-09-30 16:51   좋아요 0 | URL
오케이 접수!!

유부만두 2016-09-3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라뽀끼 해먹었어요.... 하...
인생 몰까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6-09-30 15:22   좋아요 1 | URL
아...저 어제 점심에 라볶이 사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어요 ㅠㅠ 유부만두님이 한 라볶이 먹고 싶어요 ㅠㅠ

제가 인생이 뭘까, 라고 앞자리 직원에게 물으니, `빅엿이요!` 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정말...그런걸까요?

스윗듀 2016-09-30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로 시작해서 똥머리로 끝내는 다락방님은 그런 여자! 재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9-30 15:22   좋아요 0 | URL
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여자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9-3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희진처럼 읽기˝가 손이 데일듯 뜨거웠어요. 역시 뜨거운 분이군요 ^^

다락방 2016-09-30 15:22   좋아요 0 | URL
저도 뜨거운 사람인데, 저보다 훨씬, 제가 데일 정도로 뜨거운 분이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저렇게 뜨거운 분이시구나, 새삼 좋았어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헤헷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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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가의 졸 지적인 글이다. 심지어 대단히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작가가 영생을 누렸으면 좋겠다. 나오는 책마다 족족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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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9-2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보고싶긴한데 비위가 좀 약해서... 괜찮을까요ㅠ? 사진이 없으면 오히려 편하게 읽을것같은데 당연히 사진이 많겠죠ㅠ?

다락방 2016-09-30 00:41   좋아요 0 | URL
음.. 괜찮을지 아닐지 저로서는 잘 판단이 안되는데요. 일단 사진은 계속 나오고요, 어떤 사진에는 저도 윽!! 하긴 했었어요. 그렇지만.. 어... 사진을 패쓰하고 읽으시면 어떨까요? ㅠㅠ

책한엄마 2016-09-30 0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더러운 건 딱 질색인데-특히 `충`들어간 말이나(요즘 어떤 무리 때문에!!) 벌레는 너무 싫어요.그래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건 정말 저도 영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작가 때문입니다.팬심이 비호감을 상쇄하는 기적!!

다락방 2016-09-30 08:50   좋아요 0 | URL
네, 이 작가는 영생을 누려서 지금처럼 계속 꾸준히 책도 써주고 칼럼도 써주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새아의서재 2016-09-3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이 읽어도 괜찮을지요? ^^

다락방 2016-09-30 08:50   좋아요 0 | URL
물론입니다! 얼마든지요!! 오히려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새아의서재 2016-09-3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감사해요. 이 자신있는 추천을 믿고 해외배송 감행합니다.

다락방 2016-09-30 09:40   좋아요 0 | URL
네, 자신있습니다! 서민 교수님의 기생충 책은 시리즈로 다 사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9-3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이 백자평이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9-30 15:23   좋아요 0 | URL
아니, 이걸 이렇게 자랑스레 써놨는데 구매자 타이틀이 안뜨더라고요? 어찌나 황당하던지. 제가 알라딘에서 산 게 아니었나봐요 ㅠㅠㅠ 너무 부끄러워서 후다닥 구매했어요. 휴..

백자평이란 자고로 작가의 영생을 빌어줘야 진짜 아니겠습니까! ㅎㅎ
 

하루에 페이퍼는 하나씩만 써야 되는데 두 개를 써버리고 있네... 쩝......남들이 보면 겁나 한가한 줄 알겠지만 아니다. 나름 겁나 눈치 보면서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 눈치 보며 페이퍼 쓰는 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달까...
















몇해전에 '나탈리 포트만'과 '애쉬톤 커쳐' 주연의 영화 [친구와 연인 사이]를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여자랑 남자는 친구 사이었는데 섹스를 트게 된거다. 여자는 직업이 의사였고 그래서 바빴고 그래서 연애할 시간이 없었으므로, 새벽 두시에 자기가 부르면 와서는 아침을 먹지 않고 떠나는 단순한 섹스 파트너를 원했던 것. 애쉬톤 커쳐는 자기가 그걸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둘은 각자 섹스를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때, 상대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낸다. 그렇게 만나서 섹스를 하는 거다.

그러면서 연인이 갖는 부담감은 갖지 말자, 다른 이성과도 섹스를 하라 등등, 서로가 친구이면서 섹스파트너인 것에 대한 나름의 구두계약을 하게 되는데, 친구로 지내다가 몸을 터버려가지고, 필연적으로 이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뭐 이런 스토리다.


영화의 마지막에, 남자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깨달은 여자가 남자에게 고백하러 가는데, 남자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걸 보게 된다. 그걸 보고 절망한 여자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펑펑 우는 장면이 있다. 도넛츠를 한박스 사가지고, 그걸 한 입 가득 넣고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울면서 운전을 한다. 크- 나 이 장면 너무 좋아 ㅠㅠ






저 영상에서도 중간에 여자가 동생으로부터 문자메세지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되게 아이폰이 갖고 싶었다. 당시에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었는데, 여자와 남자가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을 때, 아이폰에 뜨는 문자메세지 창이 너무 예쁜 거다!!!




저 문자메세지 창이 너무 예뻐서, 저거 보고 너무 아이폰 갖고 싶은 거다. 나도 저런 문자메세지 창이 떴으면 좋겠다!!



하아- 그러나, 아이폰으로 바꿨어도 저 문자메세지 창이 뜨진 않았다.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었는데, 문자메세지 창이 바뀌었더라. 나는 진짜 저 창 하나 보고 바꿨는데 ㅠㅠ 슬퍼 ㅠㅠ 저 창으로 문자 확인하고 싶었는데... ㅠㅠㅠ 다시 저렇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ㅠㅠㅠ

게다가 최근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했더니, 이건 더 망.... 문자창이 구리다 ㅠㅠ




위에가 내용 미리보기 안되는 문자창, 밑에가 내용 미리보기 되는 문자창. 둘다 내건데 나는 내용 안보이는 걸로 해놓고 쓴다. 어쨌든, 너무 밉다. 하나도 안예뻐... 안예뻐... ㅠㅠ





핸드크림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여태 써보니 나는 버츠비가 제일 좋아, 검색창에 버츠비를 넣고 결제를 하려는데, 아아, 내가 이렇게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살면 안된다..하는데 생각이 미친다. 이게 저려미도 아니고.... 일단 조금 남았으니 그것도 다 쓰고, 집에 뒤져보면 뭔가 핸드크림 또 있을거야...그거 쓰자, 하고는 조용히 창을 닫았다. 



올해는, 어떻게든 그냥 나보자. 가능할거야. 책상이랑 화장대 다 뒤집으면 뭔가 하나 또 나올거야...... 안녕, 버츠비.......

젊은 시절에는 핸드크림 같은 거, 안바르고 잘만 살았는데... 이젠 나이 들어서 그런지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네..건조해지고..아, 노화여....

3월달에 영월에 여행가면서 바디버터를 샀더랬다. 25,000원이나 주고 큰 맘먹고 샀는데, 영월에 여행가서 이별통보를 받았다. 그 후에 바디버터를 꼴도 보기가 싫어져서 내팽개치고 몸에 바르질 않았었다. 바디버터가 꼴보기 싫어졌다기보다는, 내 자신을 내팽개쳤다는 게 맞을 거다. 며칠전에 이제 계절상 바디로션 바를 때가 됐네, 하고서는, 그 때 내던진 바디버터를 찾아서는 살펴보니, 유통기한이 개봉후 12개월이더라. 아직 많이 남았고, 다시 바르자, 싶어서 며칠전부터 그걸 다시 바르고 있다.


영월은 내 친구 e 의 고향이다. 몇해전에 e 와 함께 영월에 처음 갔었다. 그때, 나의 알라딘 서재에 처음으로 악플이 달린 걸 확인했다. 처음 받아본 악플은 여행 내내 나를 신경쓰이게 했는데, 그 뒤로는 뭐 이제 악플 달리든 말든, 하고 단단해졌다. 어쨌든 몇년후 나는 영월을 다시 e 와 찾았는데, 이번엔 이별을 하게 된거다. 그렇게 영월에 가기만 하면 내게 나쁜 일이 생겨서 e 도 너무 속상해했고, 나도 너무 찝찝했다. 영월은 나랑 궁합이 안맞는건가...


영월을 이렇게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긴 나랑 안맞아, 하고 내버려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기억을 갖고 싶었고, 영월은 내게 나쁜 곳이다, 라는 걸 지워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가고 싶어졌다. 딱히 뭘 하고 싶다거나 뭘 먹고싶어서가 아니라, 나쁜 일만 일어나는 곳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다시 가고 싶어졌다. 가뜩이나 내가 영월에서 자꾸 속상한 일만 생겨서 자기도 속상해하는 e 에게, 나 영월을 다시 갈까해, 라고 말했다. 가서 좋은 기억 남기고 싶어, 라고. e 는 얼마든지 오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가기로 했다. 달력을 들여다보고 날짜를 체크해야겠다. 



음...아이폰 문자메세지 얘기하려다가, 왜 영월까지 갔지......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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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6-09-2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영월은 0월이라고도 읽을 수 있잖아요. 가셔서 새로운 이미지를 많이 담아오세요!!!! (조금 억지같지만...ㅠㅠ)

다락방 2016-09-28 13:28   좋아요 0 | URL
네, 에이바님. 조만간 날잡고 다녀와야겠어요.
그나저나 에이바님 댓글을 읽으니 <12월 32일>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돌아온다고....네가 올때까지 나에겐 아직 12월 이라고.... 하아- 세상은 슬픈 노래 투성이에요....(산으로 가는 댓글)

건조기후 2016-09-2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월에서 좋지 않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닐 거예요. 슬픈 일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그렇지, 그래도 웃었고, 즐거웠고, 좋았던 시간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자꾸자꾸 가서 그랬던 기억 일깨우고 다시 좋은 기억도 쌓고, 영월을 확 바꿔놔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은 죽어가는 도시도 살려내는 여자.... (뭐라는 거 ㅋㅋㅋ)

다락방님, 약국에 글리세린이라고 화장품 만들 때 쓰는 원액 천원에 파는 거 있는데 자기 전에 이거 발라봐요. 보들보들 애기손 돼요 ㅎㅎㅎ 평소에는 다른 거 쓰고 자기 전에 한 번씩 이거 발라주면 손 걱정 없어요. :)

다락방 2016-09-28 13: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건조기후님. 이별 통보 받고 꺼이꺼이 울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좋았더랬어요. 맛있는 것도 먹고 수다도 떨고, 그랬었어요. 바디 버터 바르면서 피부야 예뻐져라, 이러기도 했고요. 그런 시간도 분명 있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큰 슬픈 일이 다 묻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런데 제가... 죽어가는 도시도 살립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국에 가서 글리세린 사라는 말씀이시죠. 이거 바세린 같은 건가요? 오케이, 보들보들 애기손... 아아 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부드러운 손을 저는 어쩌면 좋아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보들보들 손)에 대해 걱정이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6-09-28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이폰3 쓸때 저 영화 속 문자 모양이었는데...

다락방 2016-09-28 15:59   좋아요 0 | URL
저거 너무 예뻐요. 저 문자 받고 싶어요. ㅜㅜ
저는 5s부터 시작해서 저걸 받을 수가 없었어요. ㅜㅜ

2016-09-28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9-28 17:47   좋아요 2 | URL
네 ㅋㅋㅋㅋㅋㅋㅋ 친구 사인데 딱히 뭐라 포현할 말이 없어서 섹스를 튼 사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만들어낸 말 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09-28 2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섹스를 튼 사이... 너무 자연스럽게 읽고 넘어갔는데 생각해보니 핫한 신조어네요. 마치 고대 페르시아때부터 있던 표현같이 익숙합니다. 조만간 국어사전에 실리겠네요ㅎ

다락방 2016-09-28 22:41   좋아요 3 | URL
국어사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어사전에 나오기엔 좀 속된 표현 같아요 ㅋㅋㅋㅌㅌ

고양이라디오 2016-09-28 23:12   좋아요 3 | URL
국어사전에는 안나와도 영어로 번역되서 옥스포드 영어사전에는 실릴것같네요ㅎ

다락방 2016-09-29 07:5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다면 저는 저작권료를 받게 될까요? ㅎㅎㅎㅎㅎ

clavis 2016-09-28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는 에로스는 도시의 건설자,라잖아요..전 다락방님의 용감함이 이 페이퍼의 관전 뽀인트라고 봅니다^^대단하세요 나라면 다시 가는게 겁났을텐데.. 락방님의 자기긍정과 그로인한 정면돌파에 맘으로 함께 합니다♥♥

다락방 2016-09-29 07:59   좋아요 3 | URL
저는 제가 용기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클래비스님의 댓글을 읽으니 오, 저는 정말 용기 있는 여자사람인가 봅니다. 멋져요...ㅎㅎㅎㅎㅎ
고마워요, 함께 해주셔서요. 관심있게 지켜봐주시고 응원도 해주셔서요. 기뻐요. ♡

감은빛 2016-09-29 2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딘가에서 방귀를 튼다는 표현을 본 적이 있는데,
섹스를 튼다는 표현도 가능하군요!

영월을 지나간 적은 많은데, 영월로 여행을 간 적은 없는 듯해요.

다락방 2016-09-30 09:42   좋아요 4 | URL
아 싫어..방귀 튼다는 거... 방귀든 섹스든 뭐든, 그걸 안 트는 게 거리감도 있고 사이도 좋은 채로 오래오래 유지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뭐든 다 안트는 게 좋은 것 같아요. ㅎㅎ
 

















지금 내가 읽고 있는 표지는 이 표지가 아닌데, 검색하면 이 표지밖에 뜨질 않는다. 오래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었었는데, 그 당시에 내게 이 책은 좋지 않은 기억만 남겼다. 그러니까 이 두꺼운 책을 들고 출근하던 길, 지하철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다가 내려오던 아저씨와 부딪친거다. 당시 팔 사이에 이 책을 끼고 있었는데, 책의 모서리가 부딪친 아저씨를 쳤고, 이 책의 무게나 두께로 보았을 때 그 아저씨는 많이 아팠을 것이다. 아저씨는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고, 내게 "책 가방에 잘 넣고 다녀!" 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나는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이 책은 꼴도 보기가 싫어져서, 내용이 재미있는지 어떤지 기억도 안난다. 


게다가 나는 이 책을 읽기 오래전에 영화를 봤었다. 알고 본 게 아니라, 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나온다고 해서 오오, 식스센스의 소년, 하고는 봤던 건데, 전체적으로 침울하고 우울했으며 여자주인공이 너무나 마음에 안드는 거다. 히융... 



[가을의 전설]에 나왔던 '줄리아 오몬드'가 주연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안어울려.... 



이렇게 나랑 나쁜 인연을 가진 책이지만, 그것이 책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것 같아서, 언제고 다시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얼마전에 알라딘에서 이 책을 사면 여권지갑을 준다는 게 아닌가! 여권지갑은 내게 필요는 없었다. 재작년이었나, 선물 받은 여권지갑이 있었고, 나는 여권지갑은 하나면 족했다. 그거면 됐다. 그러나, 이 책을 사면 주는 여권지갑을 꼭 받고 싶었다. 나는 알라딘 중고샵에서 개인으로 중고책을 팔고 있는데, 그때 사은품으로 끼워주고 싶은 거다. 사은품이 있을 때마다 주문 들어오면 넣어서 배송하곤 했는데, 최근엔 받아둔 사은품이 없어 늘 재미없게 책만 보냈던 거다. 여권지갑이라니, 크, 얼마나 좋은 사은품인가. 그래도 나름 기준을 세워서, 두 권 이상 주문하는 사람에게 줄까 생각중이다 ㅋㅋㅋㅋㅋ 사은품 넣어주는 깨알재미. 



각설하고,






돈이 많고 고집이 세고 지위도 있는 한 남자가, 얼음만 가득한 곳에 사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여자는 남자의 뜻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가 너무 좋다. 그래서, 이 고집 세고 가진 게 많은 남자가, 여자를 따라 움직인다. 사랑은 뭘까?



그가 그곳에 4년 이상 머물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와 내 어머니 사이에 열렬한 에너지가 있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기지 안으로 이사시키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거절했다. 어머니는 북그린란드에서 태어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비좁은 곳에 갇히게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아버지가 어머니를 따라나와 베니어판과 물결무늬 양철판으로 지은 막사로 옮겼다. 그 막사는 미국인들이 기지를 세울 지역에서 이누이트들을 내쫓고 나서 세워준 것이었다. 지금도 나는 아버지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는지 자문해본다. 대답은 물론, 어머니가 살아 있는 한 아버지는 어머니가 따라오라는 눈치만 줬으면, 골프 가방과 골프채를 버리고 암흑 속 지옥의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라도 뛰어들었으리라는 것이다. (p.57-58)



위 구절을 읽자, 내가 따라오라는 눈치만 주면 지옥의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라도 뛰어들 사람이 누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어. 그렇다면, 따라오라는 눈치만 주면 내가 따라갈 사람은 누가 있을까....를 생각해봤는데, 여기에도 답을 할 수가 없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지옥의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는 가고 싶지가 않다...

.

.

.

.

지옥까지 따라가진 않을래.


내가, 자연인이 되는 것까지는 해볼 수 있겠다. 이를테면 산속 깊이 들어가서 우리가 먹을 걸 우리가 공급하자고 말하는 남자를 내가 사랑하는 거라면, 그것까지 따라갈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따라가기 이전에, 그러면 우리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자, 라든가 일주일의 반만 붙어살자, 라고 먼저 쇼부를 치려고 할 것 같다. 남자가 '그건 절대 안돼, 매일 붙어 있지 않을 거면 헤어져' 라고 나로서는 좀 황당한 요구를 한다면, 그렇지만 나는 그 남자랑 헤어지긴 싫으니까, 알았다고 한 뒤에, 함께 살면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도시로 나가서, 와인과 책을 잔뜩 사가지고 오겠다. 우리가 텃밭에서 상추며 고추를 수확할 수는 있겠지만, 치즈는 만들 수가 없잖아. 치즈를 사오겠다, 내가. 우리가 바닷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를 잡을 순 있겠지만, 초콜렛을 만들순 없잖아. 그러니까 내가 일주일에 한두번씩 나가서 그걸 사올게. 당신하고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새소리를 듣는 것은 큰 행복이겠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나는 당신이 좋고, 당신하고 헤어지기 싫어서 여기까지 따라왔지만, 나는 당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싶어.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아아, 역시 나는 



지옥의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당신을 따라갈 수는 없어.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옥의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하는 남자를, 대체 내가 뭣하러 사랑한담??????????????????

너나 가라, 지옥. 난 안갈란다.



나랑 열렬한 에너지를 나눌 사람은 부디 지옥행을 선택하지 않기를.




눈 얘기 잔뜩 나오는 책을 조금 읽다가 잠들어서 그런건 아니겠지만, 어젯밤에는 자다가 깼다. 추웠다. 얇은 이불을 덮고 잤었는데 추워서, 중간에 깨서 조금 더 두꺼운 이불을 꺼내왔다. 그리고 덮었더니 포근포근. 포근포근해서 좋았다.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는데, 남동생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더라. 핸드폰을 보니 한시간 전에 집에 오고 있다고 써있었다. 얼른 들어와라 나는 잔다, 라고 문자를 넣었더니, 허해서 뼈해장국 좀 먹고 들어갈게, 라고 답이 온다. 집 가까운 곳에 24시간 뼈해장국집이 있다. 나는 응, 나도 먹고 싶다...라고 보냈더니, 아아, 거친 내 남동생은, 터프하게 말했다.



나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열두시가 넘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나 나가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뼈해장국이 눈앞에 아른아른 ㅋㅋㅋㅋㅋㅋㅋㅋ 먹고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소주 한 잔 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얼마나 낭만적이야. 자다 일어나서 튀어나가 소주를 마시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말이다. 이걸 내가 세상에 또 누구랑 할 수 있겠어????????????? 게다가 아빠한테도 남동생 만나러 간다고 하면 걱정도 안하실것이고.... 나갈까.....잠깐 고민하다가 됐다, 먹고 와라, 했다. 왜냐하면 나는,



야윌거니까.....




아이고 힘들어라.



나갈걸 그랬나..나가서 뼈해장국 한그릇에 소주 좀 하고 들어올 걸 그랬나..아침이 되니까 후회되네.....그런 기회가 또 어딨다고.....쩝..........





얼마전에 화장대 서랍을 열었는데, 거기엔 생소한 립스틱이 들어있었다. 핫핑크 색이었다. 진분홍이라고 해야하나..



이게 왜 내 화장대 서랍에 들어있을까... 내가 산걸까? 내가 샀으니까 여기 있겠지??? 언제 산걸까? 

나는 ????????????????????????????????? 이렇게 되어가지고, 그래도 있으니까 발라보자, 하고서는 발랐다. 이건 좀, 심하게 진분홍인데 ㅋㅋㅋㅋㅋ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바를 생각도 안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거 테스트 해보고는 다들 부담스럽다고 사지 않을 색이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나는 바르고 다닌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입술 보고 한마디씩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뽀샵되는 어플로 찍으니 얌전한 분홍으로 보인다. 음...얌전하네.....

이거 바를 때마다 그 노래 자꾸 생각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 내 모든 걸 따라하는 핫이슈~ ♪

핫이슈 부분을 핫핑크로 바꿔 부르고 싶다.




그리고 나 내일 이거 들으러 간다.



두근두근...

퇴근하고 열나게 뛰어가야 되는데, 가서 졸면 어떡하지 ㅠㅠ 떨려... ㅠㅠㅠ 


금요일밤에는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 하룻밤 자야되는 일이 생겼는데, 고양이랑 한 번도 같이 자본 적이 없어서 넘나 떨린다. 친구는 내게 고양이털 알러지 있진 않은지 물었는데, 한 번도 자본적이 없어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어. 으윽, 떨려. 예전부터 이 친구가 자기 집 와서 자라고 했었는데 나는 고양이 때문에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이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겨가지고... 아아, 내가 메탈 알러지도 있고 해산물도 때에 따라 알러지가 있고 소염제에도 알러지가 있고..여러가지로 알러지가 있지만, 부디, 고양이털 알러지는 없길 바란다 ㅠㅠ



창 밖에는 귀뚜라미가 운다.

창 안에서는 내가 울고...


는 아니고 라임 맞출라고 그냥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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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다락방 2016-09-28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유쾌한 글 재미있게 읽었어요ㅋ 해장국 부분에서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네요~츄릅!

다락방 2016-09-28 09:57   좋아요 0 | URL
어휴, 배가 고파서 그런지 해장국 너무 생각나네요. 오늘 점심은 뭐먹지? 고민중입니다. ㅎㅎ

2016-09-28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9-28 11:52   좋아요 0 | URL
아!
죄송합니다, 제 기억력이 메롱이라서 ㅠㅠ
누구한테 선물 받았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렇다면 오래되었을텐데, 음..써도 되겠지..생각해봅니다.

그나저나, 이거 공개댓글로 하셔도 괜찮으신지...

2016-09-28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6-09-28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럴수 있을것 같아요. 따라오라는 눈치만 준다면 세상끝 어는 오지라도 따라갈 수 있을것 같아요.

이렇게 써놓고 다시 생각해보니 저 추운 지방에서 평생 살아야한다면 너무 추울것 같아서 좀 망설여지긴 하네요. 저에겐 지금 서울의 겨울도 너무 추워요.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어도 아직 적응이 안 되어요.

정희진 선생님 강연 무척 재밌어요. 저는 책만 읽고 강연 처음 들었을 때 무척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글과 말은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다락방 2016-09-28 13:07   좋아요 0 | URL
음, 제가 잘은 모르지만, 감은빛님은 지금 사회적으로 많이 활동하고 계시는데, 한 사람을 따라 가는 삶이 가능할까요? 오지까지 따라오라는 사람은 그냥 사랑하지 마세요. ㅎㅎ

정희진 선생님 강연 한 번도 안들어봐서 설레네요. 두근두근해요. 퇴근 후에 가면 피곤할텐데 졸면 어쩌지 걱정도 되고요 ㅠㅠ

감은빛 2016-09-29 22:58   좋아요 0 | URL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고향을 떠났을 때에도, 평택을 떠났을 때에도,
모두 다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한 거였으니까요.

어쩌면 제가 다 버리고 떠나고 싶어질 지도 모르죠. ㅎㅎ

다락방 2016-09-30 09:43   좋아요 0 | URL
어제 친구랑 `꽂히는 것에 올인한다`는 얘기를 했었거든요. 친구는 사랑에 꽂혀서 요즘 사랑에 올인중이라고 했는데, 감은빛님 댓글 읽으니까, 감은빛님도 꽂히는 것에 올인하는 분이신가 봐요. 그러니까 다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버린다는 거, 쉽지 않잖아요.

어쨌든 제가 감은빛님을 잘못봤네요. 실례했어요. :)

하이드 2016-09-2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어떨까 생각해보니,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부득부득 따라갈거에요. 애인은 어떨까 생각해보니 음.. 모르겠네요. 대신은 가줄것 같은데.

다락방 2016-09-28 13:24   좋아요 1 | URL
저는 연애중일 때, 그리고 비연애중일 때를 모두 곰곰 생각해봤을 때, 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것 같아요. 제가 다른 누구를 아무리 아무리 사랑해도 제 모든 걸 걸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 포기하고, 변하려고 노력하고 그럴 수 있지만, 제 모든 걸 던지지는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곳이 어디인지 따져보고 갈 것 같아요.

꼬마요정 2016-09-2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못 따라갑니다. 저는 포기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요..ㅠㅠ

자다가 일어나서 뼈해장국에 소주라니요... 다음날은 무려 수요일인데 말입니다. ㅎㅎ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밤에 뭔가를 하기엔 너무 지치더라구요..흑흑..ㅠㅠㅠㅠ

립스틱 색깔 너무 이쁩니다. 노란 모자 속 다락방님의 얼굴이 자꾸 연상됩니다. 안젤리나 졸리와 닮았을거야..라며..

저도 강의 같은 거 있으면 늘 걱정합니다. 졸면 어쩌지...ㅠㅠ 워낙 잠이 많아서요...

저는 고양이털 알러지 없어요 ㅎㅎ 그래서 다섯마리와 함께 살지요. 너~무 이쁩니다. ㅎㅎ 다락방님도 부디, 고양이털 알러지가 없길 바래요~~~

다락방 2016-09-28 13:26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저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일정부분은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지옥까지는..무리에요. 하하하하하.

그나저나 꼬마요정님 어쩌지요 ㅠㅠ 저는 졸리와 닮은 구석이 1도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 제가 졸리를 퍼스나콘으로 써서 정말 죄송해요. 흙흙 ㅠㅠ
꼬마요정님은 고양이 무려 다섯 마리와 함께 지내고 계시군요. 크- 네, 저도 고양이털 알러지가 없길 바랍니닷!!

hellas 2016-09-2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게 엄청 재미없게읽은기억이 나는데. 왜 별이 세개일까 싶어서 다시읽어봐야하나.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ㅂ;

다락방 2016-09-28 13:31   좋아요 0 | URL
저도 재미없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재미도 없고 여러가지로 짜증만 나는 책이었는데,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60쪽 정도밖에 못읽었어요. ㅎㅎ

hellas 2016-09-28 13:37   좋아요 0 | URL
이번엔 성공하시길:)

다락방 2016-09-28 13:59   좋아요 0 | URL
화이팅!! ㅎㅎ
읽을 책이 수두룩한데 왜 대체 다시 읽고 있는건지 원... ㅎㅎ

아무개 2016-09-2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가면서 뭐하러 누굴 데려갑니까.
혼자 뚜벅뚜벅 가는거지.

내일 감자탕?? ㅎㅎ



다락방 2016-09-28 13:59   좋아요 0 | URL
난 지옥 안갈거에요. ㅎㅎㅎㅎㅎ 지옥 싫어 ㅋㅋㅋㅋㅋ

내일 끝나는 시간 보고 결정합시다. 집까지도 멀어서 늦게 끝나면 먹긴 뭘 먹는담 ㅠㅠ 그렇지만 뼈해장국에 소주 한 잔 하고 싶긴 해요. 내일 끝나는 거 봐서 뼈해장국에 소주 일 잔 해요. ㅋㅋ

아무개 2016-09-28 14:01   좋아요 0 | URL
뭐 죽으면 끝이라 지옥따위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애인에게는 말이라도
대신가줄께 라고 해볼껄 그랬어요.
머리끄댕이 잡혀서 끌려가게 생겼음 ㅡ‥ㅡ

다락방 2016-09-28 14:04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바보 ㅎㅎㅎㅎㅎ

clavis 2016-09-2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윌거니까..에서 빵 터졌습니다

눈짓하면 따라가고싶은 사람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다락방 2016-09-29 08:00   좋아요 1 | URL
오! 눈짓하면 따라가고 싶은 사람이 있으세요, 클래비스님?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것 같아요. 계속계속 사랑하세요, 클래비스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한정판 더블 커버 에디션)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몇개월 전에 jtbc 뉴스에서 알랭 드 보통의 인터뷰를 보았다. 앞으로 어떤 책을 쓸거냐는 질문이었나, 보통은 사랑의 시작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고 했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이야기를 관심있어 하고 쓰거나 읽는데, 그 이후에 그들이 어떻게 그 사랑을 지속시켜 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며,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한거다. 나는 보통의 작품을 몇 권 읽었지만 그에게 매력을 느끼진 못했었는데, 이 대답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어? 그건 너무나 좋겠는데? 마침 나는 사랑이라는 것이 열정이 아니라, 낭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노력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막 알게됐던 것이다. 그렇게 보통이 쓰고자 했던 그 책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책이었다. 내가 기다리던 책이 나온 것이 기뻤고,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라고 말하고선 그런 이야기를 써낸 작가라는 것이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고 그것을 지키는 사람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경우에 하겠다고 말해놓고 하지 못하니까. 내 경우엔 다이어트...(응?)



여러 해가 지나고 또 어러 편의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접한 후에야 라비는 몇몇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한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p.16)



몇 해전까지만 해도 나는, 사랑이 노력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죽기보다 인정하기가 싫었다. 그건 내가 가진 사랑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졌다. 왜 사랑이, 우리의 열정과 설레임으로 시작된 사랑이, 노력으로 유지되어야 한단 말인가. 노력이라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인데, 내가 정말 못하는 것인데, 그걸로 유지된다고 하면 대체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 아니, 사랑은, 설레임이고 열정이고 긴장이다. 그것이어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애를 쓰고 노력해야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사랑일 수 있는거야, 의리 아니야?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설레임과 낭만과 흥분과 성적 긴장감으로 시작된 남자와 나 사이에 단지 그것들만이 전부인채로 존재한다면, 그 관계가 오래 유지될 리는 없었고, 나는 그걸 몰랐다. 나의 연애는 그래서 늘 짧았다. 나는 노력하지 않았고, 뭐든 시들해지면, 이건 사랑이 식은거지, 하고는 뒤돌아섰다. 돌아섬에 있어서 나는 거침이 없었다. 이별은 물론 아프지만, 그것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왜냐하면, 설레임도 긴장도 사라졌는데, 그걸 뭣하러 유지해? 나는 만남의 기쁨과 달콤함만을 취하고, 그것을 유지해야 하는 데 드는 많은 것들은 취하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살아왔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나름대로 충만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 했다.



그러나 늘상 내가 먼저 손을 놓다가, 손을 놓고 싶지 않은 상대가 생겼다. 그러자 모든게 달라졌다. 나는 혹여라도 상대가 내게서 -그동안의 내가 그래왔듯이-거침없이 달아날까 두려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로부터 이별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헤어지는 걸 도무지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 평소에 내가 하지 않겠다고 했던 많은 것들을 나는 하고 있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상대에게 쏟고 있었다. 좋아한다고 자주 속삭이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마다 얘기했으며, 잠들기 전에는 시시콜콜 오늘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얘기했다. 상대는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됐다. 내 일상은 별로 대단할 게 없는데도, 상대와 통화할 때면 할 말이 넘쳐났다. 매일 얘기하는데도 매일 그렇게나 할 말이 많았다. 하루 중에 내가 상대를 생각하고, 상대에게 말을 걸고, 상대가 하는 말을 듣고 하는 시간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늘어났다. 그런데 그것이 내 시간을 빼앗는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충족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상대가 내게 자랑스러운 사람인만큼, 상대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고 싶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 사람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서라면, 그동안의 나와는 달라질 수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기쁘고 행복했다. 상대를 오랜 시간 좋아했는데, 그게 충족됨으로 채워졌으니까.




라비는 느린 걸음으로 토요일의 인파를 헤치며 쿼터마일의 집으로 향한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행운을 나눠주고 싶을 지경이다. 여하튼 그는 사랑에 관한 낭만적인 관념을 지탱하는 핵심 과제 세 가지를 족히 통과했다. 사람을 제대로 만났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녀가 받아들여주었다. (p.27)




나는 상대의 매력을 알고 있었다. 나는 상대와 대화가 끝난 후에는 그 대화를 곱씹으며 상대의 일상과, 성격과, 성향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곰곰 상대를 분석하고는, 당신은 이런 점이 있네, 라고 말해주는 게 좋았다. 가끔은 그 사람과 함께 사는 건 어떤 삶을 가져다줄까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루의 일상에서 우리가 눈을 뜨고 각자의 일을 하고 그러다 어느 한 때에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함께 잠드는 것은, 내게 어떤 느낌을 줄까. 그것은 지금처럼 큰 만족인걸까, 아니면 우리는 점차로 서로에게 지치게 될까?



그녀가 대구 살과 시금치로 파이를 만들 때 열심히 집중하는 표정, 더플코트의 단추를 목까지 채울 때의 귀여움, 둘이 함께 아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할 때 드러나는 꾀바른 지성에 그는 그녀와 꼭 결혼해야겠다는 느낌이 든다. (p.56)



내가 대구 살과 시금치로 파이를 만들어본적이 없어서인지, 더플코트의 단추가 목까지 채워지지 않아서인지, 꾀바른 지성을 갖추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에게 꼭 결혼해야겠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고, 그래서 나는 그와 더이상의 긴 이야기를 써낼 수가 없었다. 애를 쓰고 노력을 하면 관계가 얼마만큼 유지되는지, 나는 더이상을 알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인지, 긴 시간을 한결같이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큰 존경심이 든다. 내가 하지 못하는 걸, 당신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오래 함께한 사람들이 매일매일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보다는 지리한 일상으로 한숨을 내쉬며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도 안다. 사소한 걸로 크게 싸우게 된다는 것도 안다. 라비는 그토록 매력적인 커스틴과 결혼했건만, 꼭 결혼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결혼했건만, 식탁에 놓을 컵에 대한 의견이 달라 서로 냉전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진중한 사람들이다. 커스틴은 현재 '지자체 사업의 조달 방법'이란 제목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고 다음 달에 던디에 가 그곳 공무원들 앞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라비는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공간 구축'에 관한 논문을 썼다. 그럼에도 별것 아닌 일들이 두 사람 사이에 계속해서 놀랍도록 자주 끼어든다. 예를 들어, 잠잘 때 가장 적합한 온도는 몇 도인가? 커스틴은 다음 날 머리를 맑게 유지하고 활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밤에 맑은 공기를 많이 마셔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침실 공기가 탁하고 답답한 것보다는 차라리 다소 추운 쪽을(그래서 필요하다면 점퍼를 껴입거나 보온 잠옷을 입는 쪽을)더 좋아한다. 창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하지만 라비가 어린 시절 베이루트에서 겪은 겨울은 혹독했고, 기습저인 돌풍은 언제나 큰 문제였다(전시에도 그의 가족은 여전히 외풍에 유난스러웠다). 그는 블라인드를 치고 커튼을 빈틈없이 여미고 유리창 안쪽에 습기가 차야 왠지 안전하고 포근하고 호사스럽다고 느낀다. (p.74)




사소한 일로 결혼을 후회하기도 하다가 다시 좋은 사이가 되기도 하다가 그들은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낳는 것은 무한한 사랑을 베풀기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일을 같이하면서 그들에겐 또다른 기류가 형성된다. 함께 아이를 돌보고 기쁜 시간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들은 성욕에서 좀 멀어진다. 함께 누워도 섹스하기엔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다가, 외도가 찾아온다. 출장지에서의 하룻밤. 


라비는 외도를 아내에게 끝까지 고백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 사이에 더 낫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낭만을 선택하면 가정생활이 끝난다는 것도 안다. 가정생활을 선택하면 낭만을 인생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도. 그는 그동안 커스틴과 함께 지내온 시간과, 함께 만들어낸 가정을 선택한다. 어차피 새로운 낭만을 선택해도, 그것이 지루함이 될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최선인지 그는 이제 더 성숙한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 와 깨닫게 되었듯이, 그런 희망은 허튼 감상에 불과했고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패배와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잔인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희생되지 않는 깔끔한 해결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모험과 안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걸 그는 알았다. 사랑이 넘치는 결혼 생활과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성욕을 죽이고, 외도는 결혼 생활을 죽인다. 두 패러다임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자유사상가인 동시에 결혼한 낭만주의자가 될 순 없다. 그는 어느 쪽의 손실도 가볍게 보지 않는다. 로런에게 작별을 고한다면 결혼 생활은 지키겠지만 그 자신의 애정과 원기의 중요한 원천을 포기하게 된다. 바람둥이도 성실한 배우자도 일을 바로잡는 게 아니다. 이 문제엔 방도가 없다. 그는 주방에서 눈물을 흘리며 오랜만에 흐느껴 운다. 그가 잃어버린 것, 그가 위험에 빠뜨린 것, 그의 선택들이 얼마나 큰 고통으로 돌아왔는지를 생각하면서. (p.239)



모두에게 행운을 나누어주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흥분됐던 둘의 관계가. 어쩌다가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며 울게 만들게 된걸까. 왜 이런 과정과 이런 시간이 함께 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게 되는걸까. 이것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요한 일인 걸까.



그가 이 일이 더 발전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일면 그녀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불행하게 할지 알 정도로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그 자신과 사랑의 여정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비추어 볼 때,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어떤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신속히 그 길을 빠져나오는 것임을 그는 안다. (p.237)





위의 문장들을 읽다가, 나는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친절속에서 길을 잃었구나, 생각했다. 친절 속에서 손을 놓아버렸고, 친절 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나는 더 불행해질지도 모를 어떤 기회를 갖지 못했구나. 불행해질 기회를 갖지 못해서, 나는 행복한걸까? 그래서 내 앞으로의 삶은, 그 불행속에서 빠져나와, 행복으로 향하게 된걸까?




십칠년을 살았던 그들은 그들 관계가 너무나 삐걱거린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동의해서 상담치료를 받는다. 이 역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였다. 그리고 이것 역시 그들 역사의 한 부분이 된다. 어떤 부분은 포기했다 느껴졌고, 어떤 부분은 지루하다 생각했고, 어떤 부분은 기대와 달랐고, 어떤 부분은 화를 냈지만,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 순간, 상대가 내게 있음에, 내가 상대 옆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둘이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들이 하나의 역사를 그렇게 오래 써왔다는 것은, 실로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함께 이뤄온 것에 황홀한 충성심을 느낀다. 다투게 되고 화나고 웃음 나고 어리석고 아름다운 그들의 결혼 생활은 틀림없이 그들만의 것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여기까지 온 것,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광기를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노력하고 그때마다 새로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결혼 생활을 지켜온 것에 자부심을 느긴다. 여기까지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많기도 많았을 텐데, 이별이 자연스럽고 거의 불가피한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결혼 생활에 머무른 것은 기이하고도 신기한 업적이며 두 사람은 그들만의 전투로 단련된 상흔 입은 사랑에 충성심을 느낀다. (p.290)



나는 내내 누구와도 함께 오랜 시간을 사랑하며 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역시 그렇다. 그런 일은 사실상 불가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함께 만들어가는 긴 역사가 몹시 근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역사가 아름다움과 황홀함만으로 채워진 게 아닐지라도, 함께 만들어온 것이니까.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 있었기에 기쁨이 크겨 느껴졌던 것처럼, 부정적이라 생각되는 질투와 분노와 흥분이 그 역사의 틈틈이에 스며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역사를 이루는 축이 되었다. 그런 것들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은, 그들이 한 발 한 발 용기를 내어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제 거의 어떤 것도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처럼 완전히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을 유지하고, 거의 정상인이라는 지위를 계속 확보하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 이 계획들이 어느 영웅담 못지않게 영웅적인 면모를 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조국에 봉사하거나 적과 싸우라고 부름을 받을 리는 없지만, 그의 제한된 영역 안에서도 용기가 필요하다. 불안에 굴복하지 않을 용기, 좌절하여 남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용기, 세상이 부주의하게 입힌 상처를 감지 하더라도 너무 분노하지 않을 용기, 미치지 않고 어떻게든 적당히 인내하며 결혼 생활의 어려움들을 극복할 용기, 이것은 진정한 용기이고, 그 무엇보다 더욱 영웅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이 늦은 오후 여름 햇살 아래 스코틀랜드의 산비탈에서 경험한 짧은 순간-그리고 그 이후에도 때때로-라비 칸은 커스틴이 곁에 있으면 인생이 무엇을 요구하든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겠다고 느낀다. (p.293)




서로 사랑했던 두 사람이 낭만으로 시작해서 용기로 유지하게 되는 이야기를 읽노라니, 함께 산다는 것이 굉장히 우아하고 숭고하게 느껴진다. 나는 언제나 오래 지속되는 관계에 대해서 존경을 표했었는데, 라비와 커스틴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며 관계를 유지해나가고자 할 때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프로포즈 할 때 상대에게 건네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앞으로 함께 살면 지금처럼 흥분되고 좋기만 한 게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함께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거야, 하고. 이 책과 함께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셋트로 주면 더 좋을 것 같다. 보통은 사랑의 시작과 오래 지속되는 관계에 대해 얘기하고, 반스는 그리하여 헤어지고 난 후, 에 대해서 얘기하니까. 아, 이것은 얼마나 멋진 한쌍인가!



이 책의 제 2부 제목은 <그 후로 오래오래> 이다. 이 제목을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그 후로 오래오래, 라는 문장이, 그 자체만으로 크게 울린다. 



그 후로 오래오래

당신과 내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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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09-27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띠지색깔이 곱네요!!별 다섯개라~
사랑의 파도가 잔잔해진 이후의 현실에 대해 보통옹이 어케 풀어나갈지 기대되요ㅎ저 또한 사랑에 대해 늘 냉소적이니까요ㅎㅎ
엠마 이후로 회복되셨으리라^^;

다락방 2016-09-28 08:04   좋아요 1 | URL
새롭게 알게 됐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걸 차곡차곡 정리해준 글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만 그걸 읽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었어요.
엠마 보다는 보통이네요. 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9-27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통은 한물갔다, 고 생각했는데 별 다섯이라니 읽어봐야 겠네요 ^^

다락방 2016-09-28 08:05   좋아요 1 | URL
저는 한 번도 보통의 책을 만족하며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어요. 제가 읽은 보통의 책 중에서는 이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하핫.

나뭇잎처럼 2016-09-27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통 읽고 아 써야지,했는데 이리 주단을 펼쳐놓으시니 감히 노트북 펼칠 생각이 들질 않네요 ㅋㅋㅋ 안그래도 가까운 생일자에게 벌써 기프티북 하나 날렸지요. 제 안에서 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펼쳐볼 집 안의 바이블로 삼을까 하옵니다 ㅎㅎ

다락방 2016-09-28 08:06   좋아요 1 | URL
이미 누군가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것 같아요. 아니면 함께 살고 있는 중이거나요.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이 책은 책장에 꽂아둘까 합니다. 훗.

[그장소] 2016-09-2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못볼것 같아요 ..보면 너무 가슴아플것 같아서..

다락방 2016-09-28 08:08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분명 가슴 아픈 장면들이 있더라고요. 함께 십칠년을 살고서도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서로 상처를 주고 받고 상담치료가 필요해지는 과정도 슬펐고,
성욕이 사라지는 것도 슬펐고,
가정을 지켜야 하므로 낭만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걸 보는 것도 슬펐어요.
분명 많은 기쁜 일들과 행복한 사건들이 틈틈이 끼어들지만, 이렇게 슬픈 순간들도 끼어드는 것 같아요.

[그장소] 2016-09-28 15:44   좋아요 0 | URL
음 , 다른 어떤 것보다 제가 그 누구와도 그런 십칠년산이 되지못한다는게 가장 서글픈데요!^^;;

치니 2016-09-28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언젠가부터 보통은 안 읽기로 스르르 맘 먹게 되었는데, 이 리뷰를 보니 또 읽고 싶어지네요? 믿고 묻는 다락방 님의 개인 별 추천, 저에겐 어떻겠습니까? ㅎ

다락방 2016-09-28 08:58   좋아요 1 | URL
치니님, 저는 이 책을 매우 좋게 읽었지만, 치니님은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치니님께는 딱히 새로울 게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ㅎㅎㅎㅎㅎ 읽으시면 나쁘다곤 안하시겠지만 별다섯!! 이러진 않으실듯요 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6-09-28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 <우리도 사랑일까>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 때문에 최근 보통을 안읽었음에도 이 책을 샀어요 ㅎㅎ
별다섯이라 좀 놀래긴 했지만 즐겁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ㅎㅎ

다락방 2016-09-28 14:28   좋아요 1 | URL
저는 [우리도 사랑일까]도 별로 였거든요. ㅎㅎ 보통 꺼는 이상하게 좋은 게 없었는데 이 책은 좋아요. 이 책도 막 별 다섯!! 이건 아니고 4.5쯤인데, 5로 확 줘버림요. ㅎㅎ 전 좋았는데, 웽님이 다섯개 줄 정도로 좋아할지는 모르겠어요. 전 특히 좋았던 부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어요.

2017-01-07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7 0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