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개정판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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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성매매'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건 아마도 나 스스로도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정리되길 바랐는데 책에서도 이렇다 저렇다 한 쪽으로 결론을 내려주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은 아직도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편에 선다는 게 때로는 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한다. 성매매에 대해서 '안되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혹은 '그렇지만 왜?'라고 묻고는 스스로 대답을 내릴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어도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가부장제(인종주의, 계급 차별‥‥‥)는 일종의 색안경이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육안이 되어버린 그 색안경을 벗어야, 여성의 현실이 보인다. 눈을 감아야 보인다. 나는 갑자기 색안경이 `벗겨져서` 눈이 먼 상태인데, 그는 이제 다 보이니 얼마나 좋으냐, 그러니 그만 보라고 말한다. 나는 아무 말도 못했는데, 내가 연단으로 나오는 사이, 세상은 내가(여성이) 말하려고 폼 잡는 것 자체에 이미 충격받은 듯했다. 나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 평소 여성주의를 이해하는 동료라고 믿었던 그에게마저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이지 절망스러웠다. (p.21-22)

여성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편안할 수는 없다. 다른(alternative)렌즈를 착용했을 때 눈의 이물감은 어쩔 수 없다.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지지해준다(empower). 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의문을 갖게 하고,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대안적 행복, 즐거움 같은 것이다. (p.23)

여성주의는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 남성의 경험과 기존 언어는 일치하지만, 여성의 삶과 기존 언어는 불일치한다. 남성 중심적 언어는 갈등 없이 수용된다. 하지만 여성주의는 기존의 나와 충돌하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성에게, 공동체에, 전 인류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적 지성을 제공한다. 남성이 자기를 알려면 `여성 문제(젠더)`를 알아야 한다. 여성 문제는 곧 남성 문제다. 여성이라는 타자의 범주가 조재해야 남성 주체도 성립하기 때문이다. (p.23)

모든 물음은 질문하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질문 내용은 질문자의 입장과 관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물음에는 이미 특정한 형태의 답이 전제되어 있다. (p.26)

물론, 남성들도 같지 않다. 남성들 중에는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고, 부자도 있고, 지식인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남성들은 개인 혹은 인간으로 간주되지만, 여성들은 여성으로 여겨진다. 여성이나 페미니즘이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자 내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억압이다. 여성들 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여성 해방이다. 여성을 여성으로 환원하는 것이 가부장제이기 때문이다. (p.29)

"남성적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질문에, "당연하지요, 세상에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라고 답한 프랑스의 철학자 뤼스 이리가레(Luce Iregaray, 1932~, 서구 전통 철학의 `남근이성중심주의` 사유를 비판하는 프랑스의 페미니즘 철학자)의 말대로, 세상에 하나의 목소리만 있을 때는 다른 목소리는 물론이고, 그 한 가지 목소리마저도 알기 어렵다. 의미는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하며, 인식은 경계를 만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p.44)

하지만 여성들은 안다. 장애인이나 노동자가 인간으로서 권리를 주장할 대와는 다르게, 자기 권리를 외치는 여성을 사회가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여성에게는 언제나 권리보다 도리(의무)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사실을‥‥‥. (p.47)

여성이 자궁이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면 성대가 있는 사람은 모두 오페라 가수가 되어야 하는가? 성대를 가진 사람이 가수가 되는 것은 선택과 노력의 결과이듯이, 어머니가 되는 것 역시 개별 여성들의 선택에 따른 문제이다. (p.58)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개인으로서 여성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 모든 여성은 어머니라는 생각 대문에 여성은 다 같다고 간주된다. 그래서 한 여성의 실수나 무능력은 언제나 전체 여성을 욕 먹이는 일이 된다. (p.59)

모든 여성이 어머니의 의무나 재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출산은 전쟁에는 미달하되 전쟁만큼 사망률이 높은 유일한, 위험한 사회 활동일 뿐이다. (p.61)

우리 사회가 여성을 그토록 어머니로 호명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머니로 간주되는 여성은 성적 주체가 될 수 없고, 자신의 몸을 가질 수 없다. 그녀의 몸은 남성만이 주체가 되는 가족과 국가의 소유다. (p.65)

문제는 어머니의 권력과 여성의 권력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지위가 높은 사회일수록 여성의 지위는 낮다. 어머니는 아들의 대리인이다. 고부 갈등은 여성과 여성의 갈등이 아니다. 시어머니/며느리는 여성의 관점에서 비롯된 정체성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과 맺고 있는 힘의 관계를 설명할 뿐이다. 어머니의 권력은 결국 출세한 아들의 권력에서 나온다. 어머니의 행복한 삶은 잘난 아들을 통해서(정확히 말하면 아들의 아내의 노동을 통해서) 보장된다. 그런 어머니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찬성할 리 없다. (p.70)

대개 남성들은 인과 관계나 의사 전달 위주의 말하기 방식(report-talk)에 익숙하지만, 여성들은 원칙적이기보다는 맥락적이고 공감하는 말하기 방식(rapport-talk)에 능하다. 이제까지 여성들의 말하기 방식은 열등하거나 비논리적, 사적이라고 비하되어 왔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여성적 방식`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민주주의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84)

만에 하나 그녀가 당선되더라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 운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녀의 정체성은 공주이지, 여성도 시민도 아니다. 아무리 과거사 `해결책`을 제시한다 해도 진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녀의 대권 도전 자체가 `충과 효의 갈등`이라는 시대착오적 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인간 박근혜`의 불가능성. 이것이 그녀의 실존이자 한국 현대사다. `대통령 박근혜`는 여성도 새통령이 될 수 있다는 근대 민주주의의 성과가 아니라 신분 사회의 부활이다. (p.100)

《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와 연애할 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상대방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자신 속에 내재된 풍부한 감성과 사랑의 능력을, 상대 남자의 매력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p.104)

남성은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욕이 생기지만, 분노했을 대 성 욕구가 일어나는 여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가 남성의 입장에서 해석된다는 데 있다. 남성은 성폭력 상황에서 여성의 목숨을 건 저항을 `자극`으로 이해하고 수용한다. 가정폭력의 경우,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들은 자기가 아내를 `힘들게 가르쳤다`고 생각하고, 아내에 대한 폭력을 남편의 성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가해자인 남편은 `부부 싸움 후 섹스로 화해` 했다고 만족하지만, 피해자인 아내는 `구타 후 강간` 당했다고 생각한다. (p.108-109)

섹스와 음식 만들기는 가부장제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노동이다. 즉, 음식과 성을 노동으로 강요받는 사람은 여성이지만, 여성은 음식과 성을 즐길 수도 없고 욕망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남성은 수천 년 전부터 생식이나 쾌락, 자기 실현 등 다양한 차원에서 성을 즐겨왔지만, 여성의 성은 지금까지도 출산의 영역에 한정할 것을 강요받는다. 여성의 성욕이 부계 가족 유지-아들 낳기만을 위해 허용되듯, 여성의 식욕이 찬양되는 시기는 임신했을 때뿐이다.
남성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은 동시에 달성하기 힘든 이중 메시지인 경우가 많다. 음식을 만들되 먹지 말라, 말라갱이가 되되 가슴과 엉덩이는 풍만하라, 정숙하면서도 섹시하라 ‥‥‥. 식욕, 성욕, 수면욕은 인간의 3대 욕구가 아니라 남성의 3대 욕구인 셈이다. (p.112-113)

현행 성폭력 특별법에서 강간은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되었을 경우에 한정된다. 성폭력을 피해자의 인권 침해가 아니라 `임신 가능한 부녀자 보호`라는 가부장적 시각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대에서 남성 간 성폭력, 성 전환자에 대한 강간, 여성 성기에 이물질 삽입 등은 강간이 아니라 추행죄가 적용되어 강간보다 형량이 낮다. 피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 전환자든, 성기 삽입이든, 이물질 삽입이든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인권 침해이고 성폭력이다. 가부장제 사회가 `임신 가능한 부녀가`만을 `여성`으로 볼 때, 성폭력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아니라 남성 각자가 소유한 `임신 가능에 대한 부녀`에 대한 침해죄-`사유재산권` 침해-가 된다. 이러한 문화적 규범 때문에 성폭력 특별법이 있어도 아내나 성판매 여성에 대한 강간은 처별하기 어렵다. 자기 아내나 성판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다른 남성의 `가임 가능한 부녀자`가 아니므로 남성 연대의 가부장제 질서를 위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p.17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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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4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5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6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6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5-05-0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性매매의 논란은 이전 대부분 사람이 성을 인격으로 즉 도덕의 기준을 보다가 현재에는 비非인격, 즉 노동으로 간주하면서 의견 차가 발생했죠. 기본적으로 도덕의 기준의 임의적이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5-05-06 18:13   좋아요 0 | URL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 찬성과 반대를 말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립간 2015-05-07 07:46   좋아요 0 | URL
이번 대화/논란과 관련하여 다락방 님께는 좀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엉겁결에 엉켜 들어오셨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다락방 2015-05-07 11:33   좋아요 0 | URL
아뇨, 저도 관심이 있었는걸요. 괜찮습니다.
 

똑똑, 하고 내 남동생이 내 방문을 노크했을 때, 나는 양 손에 각각 4kg 짜리 덤벨을 들고 스쿼트 중이었다. 헉헉 숨이차가며 들어와, 라고 말했고 남동생은 들어와서 '엽기 떡볶이 주문할 건데 무슨 맛으로 할까' 물었다. 나는 보통맛 있으면 보통맛으로 하라고 간신히 말을 끝마친 뒤, 온 김에 나 자세 좀 봐줘, 라고 말했다. 그러자 스맛폰으로 메뉴판을 보고있던 남동생은 고개를 들어 나를 잠깐동안 보았고, 그러더니 말했다. '잘하고 있어, 그대로 해' 라고. 앗싸. 내 자세가 제대로 됐을 거라는 건 사실 하면서도 알고 있었지만, 잘하고 있다는 말이 필요했다.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일을 더 잘하게 된다. 잘한다는 칭찬을 받으면 그 일을 더 잘해내고 싶어지는 거다. 그래서 학창시절에도 국어를, 영어를, 일어를 잘했다. 선생님들이 칭찬해줬고, 칭찬해주면 나 이렇게 잘한다고 보여주고 싶어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못한다'고 생각하고 정말 못해서 혼났던 과목들은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사, 세계사, 한국지리, 세계지리........씨양-



나는 영어를, 일어를, 국어를 앞으로도 내내 잘할 줄 알았다. 마스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자 나의 영어는 영어 축에도 끼지 못했다. 그저 교과서만 잘 했던 내가 무슨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겠는가. 대학에 가자 어학연수며 해외여행이며 어릴때 잠깐 살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던 애들이 툭툭 튀어나왔고, 그 애들은 교수랑 영어로 대화를 하더라..왓츠 유어 네임? 에만 답할 수 있던 나로서는 멘탈에 충격이 왔고..그래서...어차피 여기서 내가 영어 공부 해봤자 '잘한다'는 칭찬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영어에 손을 놔버렸고, 그래서 지금은 영어멍충이가 되었다...일본어는 쓸 일이 없으니 이제 히라가나를 읽을 수도 없게 되고.... 역시 사람은, 특히 나는, 칭찬해줘야 더 잘하는 그런 단순한 인간인 것 같다. 하아-





주말에 영화 [나쁜 사랑]을 보았다. 일전에 친구랑 극장에 갔다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게됐고, 보자보자 며 호들갑을 떨다가 찾았던 것. 포스터에 쓰인 '당신은 내 심장을 멎게 해'는 좀 오글거리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면 왜 저런 카피여야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심장이 멎는 걸 알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이 영화는 진짜 .. 병맛이었다. 하아-


다 보고나서 친구에게 짜증난다고 하자 친구도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라고 했다. 하아- 결국 우리는 지하철 역까지 걸으며 이 영화에 대해 뒷담화를 해댔고, '다음에 좋은 영화를 봐서 이 기분을 만회하자'고 했다. 하아-


그러니까 여자는 우연히 늦은 밤 남자를 마주치게 된다. 그들은 밤새 같이 걷고 이야기하고 담배 피우며 '다음에 파리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던 이들은 그러나 엇갈린 채 파리에서 만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자는 남자친구랑 미국으로 떠나고 남자는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남자가 결혼하게 되는 여자가 공교롭게도 여자의 친동생이다.


결혼 바로 직전에야 남자는 자신의 아내될 사람이 그녀의 여동생이란 사실을 알게되지만 번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결혼식장에서는 그녀를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도저히 아내에게 집중할 수가 없다. 결혼식에 참석한 그녀는, 참석한 후에야 동생의 남편이 '그'라는 것을 알게되고, 짧은 일정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남자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낳고 행복한 일상을 산다.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고 시간이 지나, 아내의 엄마 생일이 되었고, 그 생일파티에 언니가 참석한다는 걸 알게 되자 또 흔들흔들한다. 그리고 엄마의 생일에 만나게 된 그와 그녀는 눈에 불꽃이 튀고 감정을 전달하고, 정원의 으슥한 창고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언니와 동생은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언니는 지금 이 일이 몹시 괴롭다. 괴로운데 이 남자를 사랑한다. 히융-



다같이 엄마의 집에 머무르던 중, 동생과 조카와 엄마가 잠깐동안 집을 비운 사이, 남자는 이 언니가 혼자 있는 방에 문을 열고 들어온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이러면 안돼, 라며 잽싸게 자기 방에서 도망치고, 그때 마침 나갔던 가족들이 돌아온다. 이 장면이 가장 빡치는 장면이었는데, 아니, 대체 왜, 언제 가족들이 돌아올지 모르는 이곳에서 저 남자는 저렇게 그녀의 방문을 연거지? 왜 그방으로 들어간거지? 하고 자꾸 신경질이 난거다. 친구도 이 장면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했다. 게다가 모두 다같이 산책가게 되었을 때는 산속에 있는 동굴에서 둘이 또 만나 또 사랑을 확인하고..



결국 미국으로 돌아갈 일정을 늦추게 된 그녀는 그와 밀월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에게 말한다. 자신의 동생, 그러니까 그의 아내에게는 이 일을 결코 말하지 말아달라고, 동생이 알면 자기는 죽어버릴 거라고, 자기는 동생을 너무나 사랑한다고. 이 자매는 몹시 사이가 좋았고 서로를 끔찍이 생각하는 사이었는데, 게다가 동생은 언니를 크게 의지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동생의 남편과 사랑하는 자신이 얼마나 야속하고 또 이 상황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이런 모든 복합적인 감정으로 그녀는 그에게 묻는다. 


왜 하필 내 동생을 선택했어요?



라고. 그런데 하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답변을 그가 한다.



내가 당신 동생을 선택한 게 아니에요.



야! 이런 병맛... 이건 뭐야..허세야 뭐야. 니가 선택한 게 아니라니, 니가 선택해서 결혼했잖아, 병신아. 난 이 장면에서 짜증이 폭발했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대입하기'를 해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동생의 남편이 되었다. 그것이 야속하고 서운해 그에게 묻는다. 너 왜 하필이면 내 동생을 택한거야? 그런데 남자가 '내가 그녀를 선택한 게 아니야, 그녀가 나를 선택한거지' 라고 대답한다..... 야, 이 씨방새를. 있던 정이 다 떨어질 것 같다. 내 여동생과 사는 남자가, 내 여동생을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 '걔가 하자고 해서 했어' 혹은 '걔가 나를 좋아해서 그랬어' 라고 한다면...나는 내 사랑도 식을 것 같고, 내 여동생을 위해서도 화가 날것같다. 겨우 이따위 놈이랑... Orz


하아- 너무 짜증이 나는 거다.



돌아오는 길, 곰곰 생각해봤다. 나는 이런 적이 없었던가?

있었다. 왜 그를 사귀냐는 물음에 '그가 나를 좋아해서' 라고 답한 적이 물론 있었다.

게다가 이성을 잃고 가족들이 다같이 머무르는 집에서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는 남자가 짜증났다고 했지만, 나 역시 사랑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은 적이 있지 않던가. '그러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라고 뒤늦게 생각한 일이 내게도 있지 않은가. 

내가 스트레스 받고, 내가 짜증났던 영화속 상황들을, 내가 한 적도 있지 않은가. 후-



나는 내가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란 걸 안다. 그래서 항상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이성을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잘 생각해봐, 침착해, 하고 스스로에게 정말이지 겁나게 많이 말한다. 내가 사랑에 빠져 둔하게 행동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언제나 냉정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서 생각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때가 있었다. 아니, 많았다. 사랑에 빠져 간이고 쓸개고 내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주체적으로 사랑할 것이다...라지만 속절없이 끌려가기만 한 적도 있었다. 

영화속, 언니의 방문을 열던 남자도.... 이성이 없었던 건 아닐텐데...

그의 찌질하고 멍청한 모습들은, 전부 나였다.



그래도, 이 영화는 짜증나고 스트레스 이빠이 영화였다. 하아-








토요일에 만난 친구는 내게 꽃을 주었다. 눈 앞에서 꽃을 받다니. 아니, 이게 얼마만이야!!



기쁜 마음에 집에 가서는 꽃을 꽂았다. 마땅한 화병이 없어 생수병으로 대신했다.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엔, 꽃들이 더 활짝 피었더라!






어제는 문득, 우리집 저울이 고장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kg 이라고 쓰여진 덤벨을 저울 위에 올려놔 보았다. 그러자 정확히 3kg 라고 찍히더라. 저울은 고장나지 않았구나...



저울은 고장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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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5-0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보고 싶었는데~ 고민이 되기시작합니다~ㅎㅎ 처절한 사랑이 아니라 짜증나는 사랑인것 같아서 ㅎㅎ

내가 당신동생을 선택하지 않았어. 최고의 변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락방 2015-05-04 15:07   좋아요 0 | URL
저도 뭔가 처절한 사랑이라 감정이입 제대로 해서 막 안타까워하고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그다지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캐릭터가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싫죠,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라는 변명이요. 구질구질해요 진짜. -_-

2015-05-04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4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5-05-0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쁘네요. 안 봐야할 것 같아요. 짜증 제대로일 듯

다락방 2015-05-04 15:09   좋아요 0 | URL
저도 실제 여동생이 있고 여동생과 사이가 좋아서인지 감정이입이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만약 저 둘이 `자매`가 아니라 `친구`였다면 다르게 느꼈을까? 하고요. 그래봤자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에서는 어김없이 빡쳤을 것 같아요. -_-

붉은돼지 2015-05-0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언젠가 한번은 고장나줄 거예요....아마도..^^;;;;

다락방 2015-05-04 15:10   좋아요 0 | URL
멀쩡한 저울에 올라가서도 씨익 웃을 수 있도록 제가 저를 어떻게 해봐야 겠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치니 2015-05-0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를롯 갱스부르때문에 보고 싶었던 영환데, 흠. 별론가 봐요. 갱스부르가 동생이에요?

다락방 2015-05-06 10:35   좋아요 0 | URL
저도 갱스부르 때문에 보고 싶었던 거였어요. 갱스부르가 언니 입니다. ㅎㅎ 갱스부르는 진짜 쿨슄해요. 머리도 안빗는 것 같고 완전 씨쓰룩에 그냥 옷도 신경 안쓰는 느낌? 그런데 참 예쁘네요.
저는 엄청 별로였는데 치니님은 또 저랑 영화보는 게 다르시니까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어요. 치니님 보세요! 보시고 말씀 좀 해주세요!

비로그인 2015-05-0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덤벨이 3kg 가 아닐지도!?
모던클래식도 아름답네요♥.♥

다락방 2015-05-06 18:13   좋아요 0 | URL
덤벨이 고장난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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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내공이 있다면 꼭 한 번 이렇게 사회와 제도를 비판하는 리뷰를 써보고 싶다. 내가 쓰는 책 감상이라는 것은 고작해야 나의 일상과 나의 생각과 나의 경험을 버무릴 뿐인데, 서민의 서평은 사회를 녹여낸달까. 거기에 부조리한 것에 대한 비판까지 놓치지 않으니 '날카로운' 독후감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나보다 시야가 넓은 분이렸다. 읽는 내내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다. 깔 거는 확실히 까면서 쓰는 글쓰기라니. 물론 아, 이러다 잡혀가시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긴했지만...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서민의 독후감을 읽노라니 아, 이렇게 아는 게 많으면 책 읽으면서 생각이 쭉쭉 뻗어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아무리 소설을 좋아해서 소설을 읽는다고 해도 다른 쪽의 책들도 자꾸 들춰봐야 할 일이다. 신문도 더 많이 읽고. 그래야 내 책 읽기 또 거기에서 오는 글쓰기도 더 넓어지고 깊어질테니.

 

언제나 서민의 글은 읽으면서 '어렵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는데, 정치와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렵거나 못알아듣겠는 부분들이 없다는 것은 역시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본인이 많이 알고 있다면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어려운 말로 포장하려고 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되는데, 서민에겐 그런 게 없다. 처음부터 나는 서민의 그런 글쓰기를 높이 샀더랬다. '나만' 아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모두가 읽을 글을 쓰는 것. 이 서평집은 그런 대표적인 예다.

 

서평집의 특징 답게, 나는 여러권의 책을 보관함에 넣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스맛폰을 꺼내들고 북플에 들어가 '읽고싶어요'를 체크해야 했다. 내가 읽은 책들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책 리스트중에 [정희진처럼 읽기]가 있었던 것도 무척 뿌듯했다. (내가 정희진인 것도 아닌데 그게 왜 뿌듯?)

 

이 서평집은 크게 세 부분, [사회], [일상], [학문] 으로 이루어져있다. 읽다보니 사회와 일상, 학문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들이 가득한데, 후훗, '사랑'에 대한 글은 없더라. 옳지, 이거다. 내가 지금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이만큼 사회와 제도를 비판하는 글을 쓰는 건 힘이 딸릴 터, 서평집의 양대 산맥을 이루기 위해 나는 사회와 학문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사랑과 연애를 넣겠다!!! 그래서 정정당당히 서민과 승부를 겨루겠다!!!

 

음..결론이 왜 이렇게 났지?   (  ")

 

 

지난번 서민의 책도 엄마께 읽으시라 권해드렸는데, 이 책도 권해드려야겠다.

 

 

아,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꼭 한마디 하고 싶어 책 모퉁이를 접어두었던 부분이 있다.

 

 

"요즘 뭐, 어머니의 희생은 많이 회자되지만, 아버지의 희생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좀 촌티가 나는 걸로 여기는 사람도 많잖아. 알코올중독 아버지, 폭력주의 아버지, 권력 지향 부정부패 아버지, 아버지 이미지는 이런 식이야. 아버지들이 만든 안락에 기대 살면서도 그래. ‥‥‥그 양반의 당신의 꿈을 버리고 치사해져버렸기 때문에, 그나마 내가 배우고 굶지 않았다는 거."( 책 속, '박범신의 [소금]' 인용부분)

이 말이 유난히 공감이 갔던 건, 어린 시절 맞고 자란 기억 때문에 내가 아버지를 제대로 보지 못한 건 아닌가 싶어서였다. 아버지 덕분에 내가 배우고 굶지 않았으면서. (p.174)

 


어떤 아버지였는지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을 한다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아버지 덕분에 내가 배우고 굶지 않았으면서' 라고 느끼는 심정은 잘 알지만, 그것은 아이가 아버지에게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고맙고 감사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아이가 아이로서 부모에게 받아야할 것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물론 그런 현실에 놓이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그게 잘못된 것이지 아이가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보살핌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거란 사실을 꼭 말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한데, 음,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은 받아야 할 것을 당연히 받은 것 뿐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라면 그래야 했다.

 

또한 지금 당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애정도-그것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누군가의 것이든 혹은 잘 알지 못하는 곳에 있는 팬의 것이든-, 당신이 다 당연하게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당신의 말이나 행동 성격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건 그대로 감사하면 되지만, 어쨌든 모두가 당신이 해낸 것이고, 당신이어서 가능한 것이었으므로 당신이 다 당연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정희진처럼 읽기) 그분의 글이 늘 그렇듯이 이 책도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고, 나는 또다시 낙타가 된 채 그분의 말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 "권력 관계가 지배자의 성찰로 뒤바뀌는 경우는 없다."(91쪽)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안 해도 되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손 하나 까닥 안할 수 있는 권력, 남자들은 그걸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군대`, `나라의 특수성`, `임금격차`를 갖다 붙인 거였다. (p.91)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사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스노가 바라던 안전한 물 공급은 결국 이루어졌고, 이제 웬만한 나라에서는 콜레라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정원이 바라는 것처럼 유우성이 결국 간첩이라고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국정원에도 상하수도 시설을 만들어 국정원을 망치는 더러운 물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결국 스노의 의견을 받아들인 빅토리아 여왕과 달리 우리나라 대통령은 국정원이 깨끗해지는 걸 바라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괜히 감첩으로 몰리지 않게 우리가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p.87)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현실에 이런 대통령이 만일 존재한다면, 그분이 자기중심성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만나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 이게 출발점이다. 물론 바쁜 일정에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니, 대안을 제시하겠다.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을 반복해서 읽는 것. 최근 읽은 책 중 이만큼 내게 깨달음을 준 책은 없었고, 나 또한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책 읽기에도 시간이 없다고 투덜댈 것 같아 가사으이 그분에게 말씀드린다. "이 책 다 읽는 데 7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 정도 시간도 못내십니까?"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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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2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5-05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의 책은 아직 한 권도 못봤어요. 그저 눈이 아주 작은 것이 기억하는데, 언젠가 만나면 누가 더 작은지 맞대기라도 한판 땡길 생각입니다.ㅎㅎ 다음에 책을 구매할 때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겠네요.ㅎ

다락방 2015-05-05 09:48   좋아요 1 | URL
엄마 읽으시라 드렸는데 엄마가 안좋아하시네요. 왜 그네누나 욕하냐고... 하아- 어지럽습니다. 하하하하하.

블랙겟타 2015-05-0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예약으로 샀었는데 며칠전부터 짬짬히 읽었었거든요. 그런데 다락방님 말 처럼 읽은 뒤 어느새 장바구니에 몇 권의 책이 담겨있는..(응?) ㅎㅎ;;; 태그에 이름이 나오신다길래.. 응? 무슨말인지.. 다락방님 책은 목차에 없는데?.. 라고 하는 찰나. 2..86쪽에서 발견!! 아 이거 였군요.. ㅎㅎ 책 읽다가 다락방님 나와서 반갑더라구요. ㅎㅎ

다락방 2015-05-11 10:0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저 만나서 반가우셨죠, 블랙겟타님! 책 속의 저를 보고 `안녕, 다락방?` 하고 인사 하셨습니까? ㅎㅎㅎㅎ 안녕, 블랙겟타님? 히히히히히

블랙겟타 2015-05-11 12:36   좋아요 0 | URL
저.. 사실 그때 인사는 못해드렸는데..
(뻔뻔하게 이제서야..)안녕하세욧! 다락방님? ㅎㅎㅎ^^;;

다락방 2015-05-11 16:23   좋아요 1 | URL
히히. 점심은 잘 드셨습니까? 벌써 저녁때가 다 되었어요, 블랙겟타님.
저녁 메뉴는 혹시 정해두셨습니까?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
 

꽥!

이게 뭐야!!
















미리보기로 햄버거 사진 몇 개 봤더니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원래 안했지만 ... 하앍-



사...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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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언니 2015-04-2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이들 운동회에서 다른집 뭐싸왔나 보다보니 햄버거 먹고 싶어졌는데...헉!

다락방 2015-04-29 15:13   좋아요 0 | URL
저 너무 먹고싶어서 현기증나네요. 이 책 사서 이 책에서 언급한 버거맛집 다 찾아가볼까 싶고 말이지요. 하하하하. 어지러워요 ㅠㅠ

에이바 2015-04-2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메리칸 셰프의 시크릿레시피> 여기도 맛있는 버거 사진들이 가득이에요...

다락방 2015-05-02 09:06   좋아요 0 | URL
꽥!! 아니 이게 뭐죠. 미리보기로는 성에 안차네요. 비쥬얼이 궁금합니다.. 흑흑 ㅠㅠ 일단 중고알림등록 해놓고 보관함에도 넣어놓고 .. 흑흑 ㅠㅠ

Mephistopheles 2015-04-29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까......라니요....먹을까 입니다..먹을까...!!

다락방 2015-05-02 09:06   좋아요 0 | URL
제가 만들려고 시도하면...어떡하죠? -0-

nomadology 2015-04-29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버거를 좀 좋아합니다.

다락방 2015-05-02 09:07   좋아요 0 | URL
저는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를 되게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수제버거는 엄청 좋아해요. 막 육즙 흐르고 그러는거요. 먹다가 역시 빵은 좀 걷어버리곤 하지만;; 저는 그러니까 버거보다는 `고기`에 꽂히는가 봐요. 아응. 수제버거랑 와인 먹고 싶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5-04-3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미리보기 조금 봤거든요. 혹 건강식으로 집에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어맛!!!!!! 패티에, 소스에.. 장난이 아니네요. 김치볶음밥보다 만들기 어렵겠어요.

위의 햄버거는 그냥 사먹는걸로!!

다락방 2015-05-02 09:08   좋아요 0 | URL
네 제 생각에도 사먹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저는 어쩐지 맛없게 만들어버릴테니... ㅠㅠ
아 먹고싶다 맛있는 수제버거. 흑흑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5-04-3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걸 왜왜 클릭했을까 ㅎㅎㅎㅎ

다락방 2015-05-02 09:0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연휴동안 햄버거 좀 드실 계획입니까? ㅋㅋㅋㅋㅋ

nomadology 2015-05-05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버거 애호가로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진지한 버거주의자는 역시 맥주입니다. 설마 파리의 맥도날드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으신게 아니라면 말이죠. 화창한 여름날 오후에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야외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갓따라온 라거 맥주를 먼저 마시면 목구멍이 얼어붙울 것 같은 느낌이 되죠. 그때 버거를 한 입 베어물면 아삭한 양상추의 청량감과 더불어 따뜻한 패티에서 흘러내리는 육즙이 입안을 적당히 따스하게데워주는거죠.


다락방 2015-05-06 09:54   좋아요 0 | URL
따뜻한 패티..육즙........사랑스러운 이미지네요. 하앍- 어쩐지 두개 세개 계속해서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히융- 저는 빵 빼고 고기만 주세요. 샐러드랑. 히융히융 육즙 사랑 ♡
 

크- 내가 요즘 아주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페미니즘의 도전]과 [집 나간 책]을 같이 읽고 있어서 그런데, 페미니즘의 도전 읽기를 멈출 수가 없고, 그렇다고 집 나간 책 읽기를 뒤로 미룰 수도 없기 때문에(읽고싶어!!) 그렇다. 그렇지만 나에게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육체도 하나 뿐이라... 여튼, 


어제 퇴근길 지하철안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사회운동 진영에서 여성 활동가가 동료 남성 활동가에게 성폭력/차별/무시당하는 것은, 기존의 진보 개념으로 치자면 사소한 문제이고 전체(=남성)를 위해 덮어두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여성이 겪는 차별과 억압도 정치적인 문제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문제는 당연히 심각한 모순이다. 마르크시스트든 파시스트든 집에서 설거지 안 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처럼, 진보 진영 내부에도 남성 중심 논리가 관통한다. 성폭력도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운동권' 남성이 '일반' 남성보다 성폭력을 많이 저지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더 깊은 은폐 논리와 조직 보위를 강조하는 측면에서는 운동사회에서 성폭력이 빈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p.136-137)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주 정확히, 줌파 라히리도 이 얘기를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책, [저지대] 에서였다.


가우리는 그의 독립적인 생활이 고마웠다. 동시에 의아스러운 점이 있었다. 우다얀은 혁명을 원했지만 집에서는 남들이 해주기만을 기대했다. 식사 시간에 그가 하는 거라곤 자리에 앉아서 가우리나 어머니가 그 앞에 접시를 놓아주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203쪽

















혁명을 원하고, 이른바 '깨어있는' 의식을 가졌다고 한 남자지만, 집에서는 가만히 앉아 엄마가 밥 주기를 기다리는 우다얀 이었다. 우다얀이 혁명을 원한 부분은 어느 지점일까? 그가 원한 건 어떤걸까? 자기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왜 형은 자신처럼 혁명가가 되지 않는지 의아해하면서, 그러나 자신이 늘 보내는 일상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았던 건, 왜일까? 우다얀은 혁명에 뛰어들지 않는 형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형, 문제가 있는데도 들고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그 문제에 기여하는 게 돼.-53쪽



물론 사회적으로, 우다얀의 혁명, 우다얀이 바꾸고자 한 세상은 의미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작은 가정,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으로 돌아왔을 때, 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우다얀은 어땠을까? 우다얀은 문제가 있으면 들고일어나는 사람이지만, 그건 '자신이 보는 문제에 있어서만' 그랬던 것일테다.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 집에서 설거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나 내가 설거지를 싫어해서 그렇지, 그렇다고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남동생도 설거지를 한다. 당연하다. 정확히 반으로 나눌 수 있는 건 아니고, 대체적으로는 내가 설거지를 더 많이 하긴 하지만, 나보다는 아빠가 더 설거지를 많이 한다. 나는 내 남동생이, '엄마가 접시 놓아주기만을 바라는' 그런 남자가 아니기를 원한다. 직장을 다니는 건 남동생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아빠도 그렇다. 최근엔 엄마도 그렇다. 물론 엄마는 타인들이 있는 곳에 출퇴근하는 건 아니고, 조카들을 돌보아 주시는 거지만, 어쨌든 엄마도 그 일을 함으로써 돈을 받는다. 집에서 뭔가 먹을 때, 우리는 분업화 되어 있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커다란 상을 펴는 것과 고기를 굽는 것을 남동생이 한다. 와인을 따는 것은 내 담당이다(응?). 소주는 아무나 다 딴다. 엄마는 야채를 준비하시고 다 먹은 후 설거지를 하신다. 청소를 할때면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남동생이 걸레질을 한다. 내가 빨래를 널고 있을 때 남동생은 이불이나 카페트를 턴다. 가족들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면 나는 커피를 내리고, 남동생은 무거운 걸 나를 때 꼭 불려간다. 아침 출근때 내가 반찬을 꺼내놓고 밥을 먹으면 남동생이 다 먹고 반찬을 다시 냉장고에 집어 넣는다. 예전에 남동생과 밖에서 술을 마실 때면 거의 대부분 내가 돈을 냈지만, 이제는 1차는 내가 내고 2차는 네가 내고, 가 자연스러워져있다. 너도 벌고 나도 버니까. 남동생은 앞으로 혼자 살지 결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가 밥그릇을 앞에 놓아주기만을 기다리는 남자가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같이 있는 내가 끊임없이 말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땐 이렇게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해야 해, 하고. 뭐,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말이다. 내 친구중엔 아직도 아들만 귀하게 대하는 집에서 사는 친구가 있다. 딸들에겐 모난 과일을 주고 예쁜 과일을 골라서 아들을 준다고. 아들은 집안 일 중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고..... 새삼 내가 '모두 다 같이'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경에서 자라나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언젠가 내가 혁명을 일으켜 모두 다같이 일하는 집으로 바꿔놨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윽. 갑자기 '에쿠니 가오리'가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에쿠니 가오리가 여행을 가려고 하자 남편이 그랬다고 한다. "그럼 내 밥은?"


아 병신...

됐고.



근무하는 엄마 얘기를 하자면, 

엄마는 평일 내내 여동생 집에서 아이들을 봐주신다. 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지라 오전의 일부는 엄마의 시간으로 뚝 떼어내 쓸 수 있다. 그 사이에 엄마는 핫요가를 다니신다. 여동생이 등록해줬는데, 거기 가는게 엄마는 그렇게나 좋다고 하신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내는 게 아주 좋으시다고. 그리고 금요일 저녁, 우리가 있는 집으로 오셔서 주말을 보내시고 일요일 오후 다시 안산엘 가신다. 지난주 금요일엔 여동생이 심한 두통이 찾아왔는데, 그래서 엄마는 그런 동생을 두고 우리 집으로 오시기가 좀 저어되신 모양이다. 그래서 머뭇머뭇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으셨다는데, 여동생이 자꾸 가라고 해서 집에 오셨단다. 이 일에 대해 여동생과 다음날 통화를 했다. 그때 여동생이 내게 말했다.



언니, 내가 고용주로서 엄마를 빨리 퇴근시키고 싶었어. 얼마나 지쳤겠어, 아이들하고 평일 내내 씨름하느라. 빨리 퇴근시켜드려야지.



아, 정말 고마웠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고용주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 머리 아픈건? 했더니 두통약을 먹고 버텼지, 란다. 평일 내도록 자신의 집에 와있는 엄마가 아빠 도시락 반찬 만들 시간이 없을 거라며 엄마 편에 반찬도 해서 보냈더라. 예쁜 동생이다. 반찬은 나도 못하는데...내가 하면 모두 싫어하겠지만...(  ")



아까 줌파 라히리의 저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갑자기 또, 원래도 좋아했지만, 줌파 라히리에 대한 애정이 뭉글뭉글 솟아올랐다. 말해야 하는 걸 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한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설거지, 라는 단어 때문에 얼마전에 읽은 [정희진처럼 읽기]의 이런 구절도 생각난다.















그녀가 이 책을 쓰게된 계기는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만일 남자 요리사였다면 열광하는 추종자를 거느린 성인이 되어 그를 기념하는 축일이 생겼지 않았을까?" 였다. 물론 스타 요리사의 성별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 많은 설거지는 누가 했을까?' 이다. 


몇 쪽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나서 친구에게 줘버린 터라 확인도 할 수 없엉..어쨌든 지금은 품절인 이 책에 대한 얘기였던 것 같다.



















오늘 아침 09:20에 <양재에서 술이나 마실까?>란 문자를 받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좋아서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침부터 술얘기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난 진짜 술이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주 플랜 짜야겠다. 뭐먹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이어트...(시무룩)


왜 사람은 온전히 기쁠수만은 없는걸까? (시무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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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4-29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충격적인 병신이네요.....그럼 내 밥은? 이라니...하핫

다락방 2015-04-29 20:34   좋아요 0 | URL
아른님 사랑해요❤️ (취해서 이러는 거 아님)

비로그인 2015-04-29 21:47   좋아요 0 | URL
제맘은 이미 다락방님 곁에♥(절대 안주 때문이 아님)

무해한모리군 2015-04-3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은 살이 안찌지 않나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4-30 10:48   좋아요 0 | URL
제발 술은 살이 찌지 않는다고 얘기해줘요, 휘모리님.
어제 2차까지 먹었단 말이에요.
안주는 그저 거들뿐... ㅠㅠㅠㅠㅠ

clavis 2016-01-2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재밌는 글에 좋아요는 한번밖에 안되냐고요 시무륵

천국은 아마.말이야.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곳일거야.하고 말한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