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요리를, 내가, 꼭!


그러니까 먼댓글로 연결된 저 때부터,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해보고 싶었다. 오차즈케는 어떨까 생각했지만 한 번도 안먹어봤으므로 뒤로 밀려났고, 나는 그렇게 이 요리 저 요리를 하나씩 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번이 실패했다. 모양도 별로고 맛도 별로인 요리들만이 내 손으로부터 나왔다. 나는 영 요리에 재능이 없어, 떡볶이도 김치찜도 바보같이 해...라고 절망했지만, 그러나 좌절하진 않았다. 내 주변의 모두가 내가 요리를 이제 '그만'하길 바랐지만, 나는 고집이 세다. 포기하지 않아, 계속 하겠어! 나는 그렇게 자꾸 시도하고 자꾸 실패했다.


칠봉이와 연애할 때, 나는 칠봉이를 언젠가 나의 집에 오게해서 꼭 따뜻한 요리를 대접하고 싶었다. '김기창'의 『모나코』에서 노인이 배고프다는 여자에게 오차즈케를 금세 뚝딱 해서 내어줄 때, 그걸 잘 먹는 여자가 너무 좋았던 거다. 배고플 때의 따뜻한 음식, 그것이 나를 채워주는 느낌, 얼마나 좋은가! 일전에 나는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치즈파이를 지친 밤에 한 입 베어물고는 감동했던 적이 있다. 아, 이걸 선물해준 친구와 지금의 이 치즈파이는 내 영혼을 달래준다, 왈칵 눈물이 솟았던 기억이 아주 강하게 남아있다. 나는, 그런 음식을 꼭 하나 만들고 싶었다. 이거라면 자신있어! 하는 음식. 그러나 나는 정말이지, 지겨울정도로 실패하고 있었고, 칠봉이는 내게 '돈주고 사먹자'라고 몇 번이나 말했더랬다. ㅎㅎㅎㅎㅎㅎ 너는 글을 잘 쓰니까 글을 계속 써, 요리는 못하니까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라고 언제나 따뜻하게 나를 격려해주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도저도 다 실패하니, 반복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서, 며칠을 오일파스타를 했더랬다. 반복한다고 잘 되진 않았다. 씨댕..


오일파스타도 패쓰...



그러다 나는 이제 지친 영혼을 달래줄 음식, 정성이 들어가지만 어렵지 않은 음식, 그리고 맛이 보장되는 음식을 드디어! 찾아냈다. 



그러니까 지난 주말에 여동생 집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 여동생이 감자전을 해준거다. 강판에 감자를 가는 일은 남동생과 내가 번갈아가며 했다. 여동생은 하면서 내게 과정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갈아진 감자를 체에 받치고, 그렇게 밑에 받아진 물은 시간이 지나면 녹말과 분리가 된다, 이때 물은 버리고 녹말과 갈아진 감자를 섞어서 부쳐내면 끝! 그렇게 먹게된 감자전은 심심하니 맛있었고 좋은 술안주가 되었던 거다. 물론 제부가 해준 제육볶음과 부대찌개가 갑이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안주는 역시 맵고 짜야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때 보고 나도 감자전 한 번 해봐야지, 하고 다음날 일요일에 도전을 했는데, 우리집엔 강판이 없었던 거다.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여동생은 '강판 없는 집이 어딨어?' 하고 전화기 너머로 말하고,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던 나와 남동생은 동시에 외쳤다.


"우리집!"


하는수없이 믹서에 갈기로 했다. 믹서에 감자를 갈려면 물이 좀 들어가야하고, 그러면 그걸 부쳐내기 위해 밀가루를 조금 넣어야한다더라. 그래, 한번 해보자, 나는 믹서기에 물 약간과 감자를 넣어 갈아냈고, 감자를 체에 받친 뒤에는 밀가루를 크게 두 스푼 넣었다. 그리고 부쳐냈는데, 오, 괜찮은 거다. 그렇지만 밀가루를 넣었다는 게 스스로 좀 껄끄러워... 완벽한 감자전을 해보이겠어!!



나는 그렇게 어제 집에 들어가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 2천원짜리 강판을 샀다. 감자의 껍질을 까고는 강판에 갈기 시작했다. 오, 강판으로 감자를 가는 건 정말 더럽게 힘들었다. 무지하게 힘들었다. 두 개만 갈았는데도 녹초가 되는 기분... 게다가 강판에 손을 베어서 피도 났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강판에 감자를 가는데, 그리고 나는 초짜인데, 피 보는 것쯤은 베이스 아니겠어? 하고는 감자 두 개를 강판에 갈고, 여동생이 했던 대로 체에 받치고, 물과 녹말을 분리하고, 그 덩어리를 달궈진 프라이팬에 투척- 아아, 감자전이 완성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술안주를 만들었다. 달걀후라이 하나와 참치전, 그리고 완성된 감자전!!!





물론, 나는 아직 프라이팬을 들어서 뒤집는 것 까지는 못하는 요리초보이므로, 뒤집개로 뒤집다가 가운데가 찢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이쯤은 감수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한접시에 담기 위해(설거지 거리 더 만들기 싫어서..) 반으로 접어 모양이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 저것은 그야말로 백프로의 감자전!!! 


됐어, 감자전이야, 감자전이라고! 이것은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어줄 음식이야!!



그렇지만 너무 힘들었으므로, 내가 집에서 해먹을 때는 믹서기에 갈기로 한다. 매번 피를 보면서 요리할 순 없잖아. 힘도 쓰고 피도 보고...그건 좀 그렇지 않니? 어쨌든 나는 피를 봐가면서 감자전을 완성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이것은 감자와 강판, 그리고 체만 있으면 가능하다. 유후~ 아, 그리고 나의 팔힘과 ㅠㅠ 내가 참...거시기한게 ㅠㅠ 팔힘이 약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쨌든 이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음식. 하트 뿅뿅 ♡



이제 할 줄 아는 요리가 생겼으니, 집만 사서 독립하면 된다!!!!! 



아아, 토지에서 별당아씨가 구천이에게 진달래 꽃피면 화전을 해주겠다고 한 말이 생각나 버렸어... 



"산에 진달래가 필 텐데 말예요. 그 꽃잎 따서 화전을 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박경리, 『토지 6권, p.360』















감자는 언제나 있으니 말예요, 감자 갈아서 감자전을 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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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6-10-2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마가 해주시는 감자전 너무 좋아하는데.. 하튼 한국음식은 손이 너무 많이 가서.... 참. 여기에 감자전 해먹을수 잇는 가루 팔아요. 물하고 계란 하나 투척하면 끝! 아..마음은.. 그 가루 보내드리고 싶어요.

다락방 2016-10-21 10:04   좋아요 0 | URL
오오!! 다음엔 계란을 하나 넣어봐야겠네요. 계란 넣을 생각은 못했는데 넣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 다음엔 계란 넣어서 해보고 궁극의 감자전을 완성하겠어요. 히힛

새아의서재 2016-10-2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란 넣으실때 노른자만요! 식당들 감자전이 노르스름한 이유가.. ^^

다락방 2016-10-21 10:13   좋아요 0 | URL
오케이! 꿀팁 감사해요! >.<

붉은돼지 2016-10-2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 생각났습니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종놈 구천이...별당아씨....
저는 솔에서 나온 16권짜리 토지를 읽었는데요..정말 박경리 선생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다락방님 요리책도 하나 내셔야겠어요.. 호호호호

다락방 2016-10-21 14:36   좋아요 0 | URL
제가 요리책을 하나 낸다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손쉬운 요리를 선택하겠어요! ㅎㅎ
그렇지만 제가 요리책을 내기에는 할 줄 아는 요리가 감자전 딱 하나 뿐이라..무리입니다. ㅠㅠ

저 대사 너무 좋아해요. 꽃을 따다 화전을 만들어 주겠다니,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비연 2016-10-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와인이 더 탐스러워보이는... ㅜㅜ
와인 먹고 싶네요. 감자전은... 만들어 먹기는 역량 부족이니까 가다 사가는 걸로. 쿨럭.

다락방 2016-10-21 14:37   좋아요 0 | URL
제가 저거 한 병을 다 마시고 자가지고 오늘 아침에 머리가 팽팽 돌았어요. ㅠㅠ 모닝케어 한 병 마셨답니다. 흑
집에 와인 또 있어요. 오늘도 가서 마실거에요. 내일도 마실거에요. 계속 마실거에요. 꺅 >.<

망고 2016-10-2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믹서에 갈때 밀가루말고 감자가루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저도 해본적은 없지만요 다락방님 글보고 생각만 해봤어요~ 요리는 쉽게 빨리 해야한다는 입장인데;; 강판에 가는건 너무 힘들거 같아요

다락방 2016-10-21 15:32   좋아요 0 | URL
강판에 가는 건 진짜 너무 힘들어요. 얼굴이 시뻘개지고 몸에서 열이 나요 ㅠㅠ
일단 계란 노른자 팁을 얻었으니, 그걸로 점성이 생기지 않을까요? 제가 믹서에 갈아서 계란 노른자 넣어서 해보고,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감자가루 사다 넣어볼게요. ㅎㅎㅎㅎㅎ

2016-10-23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6-10-2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전을 보니 배가 고파집니다.
다락방님 맛있는 점심드세요.

다락방 2016-10-25 17:25   좋아요 0 | URL
점심은 맛없게 먹었지만 ㅠㅠ 저녁을 맛있게 먹을게요. 고맙습니다!
 



상상해보라. 3만의 도시 인구 중 이제 여자 둘과 태아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지금이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이다. (p.37)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부분의 많은 여자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너무 우울했다. 너무 우울했고 모든 상황이 절망적으로 느껴졌으며, 그래서 나는 마르셀 서루의 저 문장을 계속 떠올렸다. 여성을 향한 이토록 잔인한 범죄가 일어난다는 것은, 남자들이 사라져야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남자들이 지구상에서 다 사라졌으면 좋겠어, 라고 친구와 대화했던 것도 생각난다.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다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싹 다 없어진 다음 새로 시작해야 상황이 나아질거라고,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마르셀 서루도 말하지 않았나. 여자 둘과 태아 하나만 남았는데, 지금이 훨씬 좋다고.



나는 아주 많은 남자들이 성희롱과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어릴적에 피해자였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로 수시로 성희롱과 성추행에 노출되니까. 나만 당한 게 아니었다. 내 주변의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우리끼리만 있을 때' 얘기했었다. 바깥으로 얘기했다가는 오히려 잘못을 '내'가 한 게 될테니까. 니가 치마를 입어서, 니가 술을 마셔서, 니가 밤늦게 다녀서, 니가 택시를 타서...


나 역시 어린이었을 때 당했던 일에 대해서 아주 오래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국민학생이었는데도 내 자신이 음탕했기 때문이라고, 아주 오래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가해자보다 나를 더 원망했었다. 왜 그때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어린 나에게 계속 추궁했다. 이게 너무 아프다. 너무 오랫동안 내 잘못인 줄 알고 살았던 게, 이게 너무 아파서 나는 나한테 미안하다.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건, 최명희의 『혼불』 때문이었다. 그전까지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딱히 관심도 없었고 오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혼불을 읽으면서 자꾸만 화가 나는 거다. 아니, 여자들이 왜 이래야하지? 아, 이 답답함 어떻게 풀어야하지? 혼불을 읽어가면서 그 생각이 점점 강해졌고, 그래서 '아 페미니즘을 좀 공부해봐야겠다, 그러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했던 거다. 그래서 페미니즘 관련 도서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고나니 상처받는 일 투성이었다. 정희진은, 아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그리고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자각이 없을 때부터 내가 페미니스트 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내가 여자로서 살아가는 일이 매우 피곤하다고, 불합리하며 부조리하다고 생각했고, 그때마다 상대가 누가 됐든 따지고 들었던 거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내 주변이 나와 때를 같이해, 동기는 달랐지만, 다들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메갈은 미러링이라는 걸 함으로써 많은 남성들에게 '너희들이 한 짓을 봐' 라며 거울을 비춰주었다. 어떤 남성들은 아, 이것이 내 모습이구나, 했지만 어떤 남성들은 거울을 깨부수려고 했다. 메갈은 미러링의 수위를 높여갔고,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만한 발언들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메갈의 미러링도 약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나 많이 여자들이 강간당하고, 맞고, 죽어나가는데.... 그걸 그만두라고 세게 '말'한 게, 왜??




며칠동안 트윗의 타임라인이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자기가 속한 집단 내에서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해쉬태그에 숱한 사연들이 올라왔고, 그렇게 미성년자 성폭행 가해자인 '이익'이 수면에 드러났고, 이를 부추긴 이자혜 역시 드러났다. 또 내가 알지 못하는 닉네임이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속속 폭로되었으며,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나니, 박진성 시인도 개새끼였음이 드러났다. 이모두가, 성폭행 가해자들이, 가정을 이루고 살기도 했고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고 있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데 우리에게 페미니즘이 있었다. 




피해자들이 아픈 과거를 힘겹게 고백했을 때, 이제 더이상 사람들은 그들에게 '그러게 왜 그랬어' 라며 피해자를 추궁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나쁘다는 사실을 '정확히', '제대로' 알고 있다. 페미니즘을 접한 후의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며, 2차가해를 걱정한다. 과거에 이자혜를 좋아했던 사람들도 이자혜가 가해자였음이 드러나는 순간, 이자혜에 대한 애정을 거둬들이며 범죄를 지적하고 피해자를 도우려한다. 또한 신속하고 빠르게 가해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그동안 결혼도 하고 커리어도 쌓고 계속 성범죄를 저지르며 살았던 가해자들은, 이제 더이상 그짓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많은 여자들과 또 남자들이, 연대하고 있다. 귀 기울여주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해주고 있다.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그것을 '내 잘못이다' 라고 자책하지 않고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페미니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알라디너 o 님이 나와 같이 읽고 싶다며 『제르미날』을 주문하셨다는 게 아닌가. 게다가 또다른 알라디너 o 님은 나와 통화하면서 제르미날을 엄청 추천하셨다. 아아, 시적 정의 다 읽고 싶은데, 나 제르미날 주문해야 해??? 라고 갈등하다가, 오늘 아침 트윗을 보고 일단 다 멈추기로 했다. 시적정의도, 나나도, 제르미날도, 일단 스톱. 나는 다른 책을 집어들었다.

















어릴 적 나를 음탕하다 여기게 했던 일도 '아는 사람'으로부터 일어났다. 이익과 이자혜 사건의 피해자도 '아는 사람'에게 당했다. 박진성 시인도 '아는 사람'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아주 많은 성범죄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일어난다.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잡지인 미즈는 이 책이 발간되기 전인 1983년부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즉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라는 화두를 사회에 던지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밤에 갑자기 낯선 사람이 튀어나와 피해자를 납치하듯 끌고 가는 것만이 '진짜' 강간인 양 이야기되던 시대에, 사실은 피해자의 대다수가 아는 사람에 의해 강간당하고 있음을 폭로함으로써 성폭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나아가 미즈는 성폭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기획된 이 책을 발간함을 통해, 강간이라 하면 여전히 낯선 이를 가해자로 떠올리는 사람들의 통념이 잘못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만들었다. (p.8)




너무 아프고 절망적이지만, 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오늘 친구는 트윗에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를 얻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공부하고 연대하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죽겠다는 친구를 응원하며, 나 역시 그 친구 옆에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있겠다. 우리 건강하게, 공부하고 연대하자. 건강하게, 페미니스트로 늙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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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10-21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불 읽을 때의 그 답답함이, 이 아침에 되살아났어요... 페미니즘은 결국 휴머니즘인데 휴머니즘까지는 가지도 못하는 이 상황들이 아프네요. 페미니스트로 늙어가자에 동감하며.

아무개 2016-10-2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페미니즘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서구의 구페미니즘, 신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그 구페미니즘 안에서 또 그 신페미니즘안에서도 수없이 많은 주장이 있는데
그리고 지금 현실에서 페미니즘은 또 그렇게 진화와 퇴보를 격고 있는데
도대체 그 사람들이 말하는 페미니즘이란게 뭘까요?

멋으로 시류에 맞추서 페미니즘에 얻혀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이유는
`인간` 대우 해달라는
너-남성-와 같은 사람이다. 때리지마라, 강간하지마라. 죽이지마라.

이런 요구를 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미러링 일뿐인데,
자신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여성들에게 해왔던 일을 비춰준것 뿐인데
저렇게들 광광 울어대니
정희진씨 말대로 미러링은 실패했습니다.
너무 고퀄이었어요..........


오래오래 함께 공부하고 연대하고 싸웁시다.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늙어 갑시다.






2016-10-21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6-10-21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이 늙어갑시다, 매드맥스 씨앗 지키는 할머니들처럼!

레와 2016-10-21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모든 나쁜일들이 내 잘못이 아님을, 저도 아주 나중에 친구들을 만나고서야 알게 되었어요.
새삼 좋은 책 만큼이나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수많은 책을 읽으며 잘 못된 생각을 공고히 하는 것만큼 위험한 사유도 없지요.


이제 겨우(!) `말`만 했을뿐인 미러링에 대한 반응들이 놀랍습니다.
아직 돌맹이를 줍기도 던지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필요하다면 기꺼이 돌맹이를 들고 던지는 사람이 될거에요.
물론 이런 순간들이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요.


우리 같이 갑시다.
건강한 페이미니스트로 기쁘게 늙어갈 겁니다!






기억의집 2016-10-21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트윗을 안 해서, 유일하게 북플하나 합니다, 지금 이 페이퍼 읽고 검색해보니 아직 기사는 안 떴네요. 다음 검색에 트윗 검색도 되서 잠깐 읽어보니 트윗은 난리난 것 같은데. 이자혜나 박진성이나 다들 자기작품에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예전에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사실 줄거리나 캐릭터들 기억 안 나지만, 한 여자애가 무슨 공연을 보는데 아저씨무릎에 앉아 보는데 그 아저씨새끼가 그 여자아이의ㅜ음부를 공연 내내 만진다라는 대목이 나와요. 그 때 그 장면이 너무 충격이어서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덮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여자아이가 얼마나 충격속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 미드 로앤오더 보면서 성폭력에 대해 자각을 많이 한 경우고 아들애한테 로앤 오더는 꼭 보라고 권해준 적 있어요. 이 미드 보면 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상처를 가지고 사는지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서 보게 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 나라가 가부장제고 엄마들이 가부장제에 영향를 많이 받아 남자애들의 성추행 성희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정말 많아요. 아들이라고 으쌰으싸해준 결과겠죠. 널린 게 고춘데.... 참, 고추만 으쌰으쌰하고 세상 불공평해요.

웽스북스 2016-10-21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자혜 사건이 터지고 많은 사람들이 메갈을 비난하는데 도대체 그렇게 연결할 수 있는 고리는 어디서 나올까요. 저는 메갈을 별로 안좋아하지만, 메갈과 이자혜가 관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메갈이 비난받아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더군다나 그 사건의 피해자 L님은 `페미니즘 덕분에`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말이죠. 멍청한 사람들이 참 많고, 이 문단내 성폭력, 해시태그 보고 있자니 너무 끔찍한 거 같아요.

에이바 2016-10-21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을 영위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잖아요. 뭔가 이상한데? 잘못된 것 아니야? 그렇게 느닷없이 페미니즘이 찾아왔고, 결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니까요. 페미니즘은 삶이고 우리 생활이잖아요. 사람들 성향과 가치관이 다르듯이 각자의 페미니즘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획일적인게 아니잖아요. 공통점이 있다면 사람답게 살고 싶다, 존중받고 싶다! 는 외침이 있다는 것일테고요. 그래서 니가 하는 페미니즘은 나쁜거야, 잘못된거야 라는 말이 지극히 오만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 봐요. 지난 성우 해고 사건이 된 티셔츠 문구도 외국에서는 so what 이랬잖아요? 그러다 밝혀진 게임의 미성년, 정확히는 어린이 캐릭터를 기괴할 정도로 성적 대상화하여 소비한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번 트위터에서 폭로된 사건도 오타쿠 커뮤니티 내 폐쇄성에서 비롯한 권력관계와 성별 성향을 주목하더라고요. 그쪽 문화는 취향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만 보기엔... 피해자의 용기가 정말 감동적이었고 마음이 아팠어요... 왜 내가 느끼는 공포와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잘못됐다고 손가락질만 하는 거죠? 생존의 문제인데요. 아 그리고 메갈리아 해체된지가 언젠데요... 전 메갈리아 4가 있다는 사실도 지난 성우 해고 사건에서 기사보고서야 알았어요.

2016-10-24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ㅇㅎ 2016-10-2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초등학교 때 있었던 지하철 성추행을 `내가 옷을 단정하게 입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 15년을 살아왔습니다. 대학에 올라와서 남들이 웃자고 하는 섹드립에 웃지 못하는걸 `내가 예민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페미니즘을 알기 전에 모든 문제를 `내 탓`으로 돌리고 자책했던 저의 과거가 안타깝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저 역시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대하겠습니다.

칼리 2016-10-3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마음에 와닿네요. 여성으로써 열심히 투쟁하고 살아남아가야겠죠... 힘냅시다!

ㅎㅅㅎ 2016-10-30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어요 정말 공감가는 리뷰에요! :) 저도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늙어갈래요ㅋㅋ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정청래 지음 / 푸른숲 / 201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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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청래를 응원하는 마음에 샀고 끝까지 다 읽었지만, 재미없었다. 


2. 딱히 내게 유용한 것도 없었고 ..


3. 시민운동가들이 국회의원이 되기도 한다는 부분을 읽고서는 친구1 생각이 나서, 네가 국회의원이 되어주련, 했으나 거절당했다.

 일전에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 나오면서 같이 본 친구2에게 '너는 왜 친구인 나에게 선물할 호텔도 없고 유명화가의 그림도 없냐, 너 왜 부자가 아니야? 절교해!' 한 적이 있었는데, 국회의원을 하지 않겠다는 친구에게 절교하자고 하지는 않았다.

난 부자 친구도 없고 국회의원 친구도 없어...


4. 2017년 대선 개표방송은 한 방향을 보며 같은 걸 염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자리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설레였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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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9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아직 못읽었어요....2017년 저도 설렘이 큽니다...

다락방 2016-10-20 08:04   좋아요 0 | URL
전 너무 재미없었어요...
2017년, 투표합시다!!!! (불끈)

새아의서재 2016-10-20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팟케스트에 정청래의원이 나와서 요즘 책 팔려고 좌쪽 사이트들 들어가서... 대뜸 저 정청래인데..책좀 사주세요, 해서 사람들이 인증샷 올리라고 난리였다고 하더라구요. 재미는 없군요. ㅜ ㅜ 어쨌든 저도 응원하는 일인입니다. 오늘, 이대 총장 사퇴하는 동영상보고 조금 울었구요. 교수님들도, 학생들도 울더라구요..

암튼 내년 대선이 기대되긴하지만 그 전에 정권퇴진시키는 민중의 힘이 응집되면 좋겠다해요. 하지만, 정말..우리모두 다 먹고살기가 힘든 세상이라서... 음...^^;

다락방 2016-10-20 08:06   좋아요 0 | URL
이대 총장 사퇴한것처럼 대통령도 ..

저 역시 대선 전에 정권이 바뀌길 바라지만 .. 가능할까요?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거, 알고 있을까요?

정청래 의원은 필리버스터 때부터 인상 깊었거든요. 아주 가끔 팟캐스트 듣는데 그때마다 정청래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샀건만 너무 재미없어서 ㅎㅎㅎㅎㅎㅎㅎㅎ 재미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면 막 뽐뿌질 하는 글도 써서 더 많이 팔리게 조금이나마 돕고 싶은데.... 저부터 재미없어서... 하아-

새아의서재 2016-10-20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다니까 어떻게라도 읽어야할 이유를 좀 말해주는 글을.. 주변에 재미있는사람 많은데.. 왜 정청래의원은 재미없게 썼는지..쩝.. 안타깝네요.

다락방 2016-10-20 08:20   좋아요 0 | URL
정청래 의원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 책 읽으면 그게 느껴지거든요. 요령도 있고요. 그런데 이 책은.. 글쎄요. ㅎㅎㅎㅎ 정청래의 다른 책이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yureka01 2016-10-20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인이 쓴 책 치고 재미가 있는 소설같은 책은 어려울 겁니다.정치가 워낙 재미 없거든요.ㅎㅎㅎ 아닌게 아니라 다락방님의 전문가적 독서의 경향으로 봤을 때 그간 얼마나 많은 재미를 준 책이 있었겟어요..그러니 비교 어렵겟지요.^^.그런데 정치를 외면 했을 때 받는 대가는 참 크더군요.지금 한 대학이 훅 갈 지경 이더라구요.

다락방 2016-10-20 08:18   좋아요 1 | URL
정치인이 쓴 책도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치도 관심을 가지면 아주 재미있을 수 있고요. 김어준이나 안철수, 정봉주의 책은 제가 그들을 좋아하지 않았어도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이런 거구나, 하면서요. 근데 이 책은...........읽기전과 읽고난 후에 별로 달라지는 게 없는 책이더라고요. 정청래 의원의 다른 책을 읽는다면 또 어떤 느낌을 받을지는 모르겠어요.

비연 2016-10-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에 찬성이네요^^

다락방 2016-10-20 09:03   좋아요 0 | URL
아 진짜 두근두근하지요?

웽스북스 2016-10-2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2012년에 그랬다가... (이하생략)

다락방 2016-10-21 07:52   좋아요 0 | URL
ㅠㅠ
 















나는 소설을 읽는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 소설을 소설 자체로 좋아하지만, 그것이 결국엔 긍정적 영향을 갖고 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 그리고 그들에게 소설은 정말로 긍정적 역할을 한다. 김영란은 '쓸모없는' 독서라고 했지만, 그것이 김영란이 일을 하는데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너무 좋다.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고, 김영란은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저는 그동안 제가 소설을 많이 읽어온 것이 전혀 쓸모없는 일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변에서 왜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느냐, 시간이 아깝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거든요. 스스로도 소설이 나에게 주는 효용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소설 속으로 도망가는 것은 아닐까 자문하기도 하고 또 어느정도 자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누스바움은 내가 읽어온 책들이 내게 '공감'이라는 훈련을 시켜주어서 내가 현실에서 사건을 보고 판결을 하는 자세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직업적으로도 꽤나 쓸모가 있었던 셈입니다. 제게 큰 위로가 되어준 것이지요. (p.80)




나 집에 『시적 정의』 있는데, 어서 읽고 싶어서 좀이 쑤신다. 이거 읽으면 어쩐지 나는 내 자신을 지금보다 더 긍정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이 책을 읽고 싶었지만 다른 많은 책들처럼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이 막 나왔을 즈음에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 남자 사람을 보았더랬다. 그때 뭔가 참 좋아보였다. 뭐랄까, 오오, 시적 정의를 읽는 남자사람이라니...하면서 좀 달리 보였달까. 그렇지만 지금은 그 남자사람의 얼굴도 옷도 나이대도...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던 남자사람을 보았었다는 사실과, 그 때의 내 느낌만이 기억날 뿐...



오만년전에 사귀던 남자랑 거리를 걷다가 까페 앞을 지나친 적이 있었는데, 까페 안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남자가 눈에 띄었다. 나는 나도모르게 멈춰서서는, 저 책 읽는 남자 좋다, 했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 내 옆에 내 남친이 있다는 사실을 완전 잊고 있었던 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란 녀자... 결국 남친으로부터, '너는 어떻게 니 남친이 옆에 있는데 다른 남자 보고 좋다고 멈추냐..' 라는 말을 들었더랬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란 녀자는 어쩔 수가 없어. 어 미안..널 잊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소개된 책이 많지 않아 아쉬운데,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 판결들의 배경과 의미, 일부분의 소개라니.. 아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다.



원제는 '법과 삶의 기묘한 연금술'(The Strange Alchemy of Life and Law)인데, 그 제목에 얽힌 일화가 있습니다. 책의 편집자가 미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법의 기술적인 문제를 다룬 글에 관심을 보일 만한 출판사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자, 그는 전세계 모든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적인 요소가 무엇일지 탐색하다가 문득 '기묘한 연금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원고가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게 되었다고 하지요. (p.131)


이 책은 그가 한 판결들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 판결문의 일부분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읽으면서 한줄 한줄 모두 밑줄을 긋고 싶었을 정도로 재미있고 따뜻하면서도 지혜가 번득이는 책인데, 제가 소개하자니 너무 딱딱해지는군요. 직접 읽어보는 것만이 이 책이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에 감동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요약이 의미가 없는 책이지요. 그야말로 그가 살아온 삶과 그의 판결이 연금술에 의해 화학작용을 일으켜 어느 연금술사도 만들어내지 못한 황금이 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p.133)




책을 읽는다고 다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 책들이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소설은 알게모르게 스미듯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얼마전에 『목로주점』을 읽으면서도, 그저 목로주점의 제르베즈 이야기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 가난이란 것에 대해서, 가난 때문에 사랑이 끝장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자꾸 생각해보게 되지 않나. 단순히 그렇게 멈추는 게 아니라, 삶은 왜 이런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고 자꾸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결국은 나는 그것이 철학적인 질문에 가 닿는다고 믿는다. 문제를 인식하면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지 않나. 물론 소설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더 나아가서 질문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안나 카레니나는 그냥 유부녀가 바람피는 이야기..같은 게 되는 거고, 레 미제라블은 빵 훔쳤다가 감옥간 이야기...로 그치는 거다.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 있는데, 

이 영화에서 섹스를 나누던 친구들이 각자의 데이트상대를 찾기로 한다.

그때 남자주인공은 공원에서 책을 읽던 여자를 가리키며 '나는 저 여자로 할래' 라고 하는데, 옆에서 여자주인공이 '저 책 소설책일걸' 하고는 무시하는 거다. 자막은 그렇게 되어있어서 원어로 뭐라고 한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때 진짜 너무 싫었다. 바보들...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빵꾸똥꾸들...지들이 못읽고서 어디서 소설 욕이야...

이 영화를 볼 당시에 나는 아마도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읽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야, 위고의 책을 읽어본 후에 소설 무시해라...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싶었더랬다.






이 책,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가 전체적으로 재미있지는 않다. 어느 부분에서는 강하게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힘껏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지만, 토니오 크뢰거 얘기 하면서 사람을 두 유형으로 분리할 때는 좀 멘붕이 와서, 알듯 말듯 했다. 그렇지만 그 책이 김영란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궁금해졌다.



















제 경우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랫동안 판사 생활을 하면서도 판사라는 직업이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계속해왔습니다. 제가 처음 판사가 된 게 1981년 3월이었으니까, 그때는 판사라는 직업이 지금보다 훨씬 드물고 사람들이 가까이 접하기 어려운 직업이었지요. 그러니 주변에 롤모델로 삼을 만한 분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조차도 낯선 판사라는 직업을 해나가면서 저는 늘 '이건 한스의 세계이고, 나는 여기 맞지 않아'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토니오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한스의 세계를 계속 관찰하고 있어야 해'라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판사를 그만두지도 않은 거죠.

병 주고 약도 주는 것이었을까요? 책이 주는 영향력이 그렇게 강합니다. 자신의 삶에서 그런 책을 찾은 사람도 있고 아직 못 찾은 사람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토니오 크뢰거』가 그런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 당시에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은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요. (p.52-53)



나도 이 직업을 꽤 오래 해오고있긴 하지만, 이 직업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수시로 한다. 그런면에서 나 역시 이 책, 『토니오 크뢰거』를 읽는다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며 고민하게 될까. 너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을 인용한다. 사실은 이 부분을 먼저 다른 서재에서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거였다. 



저는 197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1981년부터 판사로 일했지만, 초기에는 함께 일하려는 '남자' 판사도 드물었고 '남자' 직원도 드물었습니다. 판사이지만 그냥 '판사'가 아니라 '여자' 판사였기 때문이지요. '여자' 판사는 종종 출산휴가를 한달도 채우지 못한채 재판장의 전화를 받고 출근해야 했고, 사무실에서 반말 전화를 받기도 했고(그때마다 항의를 했지만 사과를 받은 일은 거의 없습니다), 때로는 법정에서 재판 진행권을 침해당하기도 했습니다. 판사인데도 그랬으니 다른 직종에서는 얼마나 더 심한 일들이 벌어졌을지 뻔하죠.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는 직종의 사회적 평가는 급속도로 낮아질 것이므로 판사라는 직종도 머지않아 인기 없고 존경 받지 못하는 직종이 될 것이 틀림없다는 말을 여자 판사들 면전에서 하는 남자 판사들도 많았습니다. 자신들에게는 그것이 경험적 진리이니 반박할 수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여성으로서의 삶 자체가 소수자로서의 삶이었던 시대(지금은 다른가요?)를 살아왔던 제게 소주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는 것은 따로 계기가 필요하거나 배워야 할 필요가 없는, 마치 평상복처럼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p.128-129)




어제 비염 때문에 끙끙대느라 잠을 한숨도 못잤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병원에 들렀다 늦게 출근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해버리고 말았다. 나란 사람은... ㅠㅠ

병원도 가기 싫고, 일 많은데 일도 하기 싫고, 코나 훌쩍이는 아침.....

창밖을 보며 멍이나 때렸으면 좋겠다.....



멍-







책을 한권 읽습니다. 재미있으면 그 저자가 쓴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갑니다. 그러는 동안 내가 매력을 느끼는 분야에서-예를 들면 프랑스 소설가의-다음에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 다음으로 읽어나가면, 종착역은 아니어도 언제고 도착 지점은 다가옵니다. (`오오에 켄자부로오, 「젊은이가 알고 있다면! 나이 든 사람이 행동할 수 있다면!」138면, 재인용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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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0-1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의 `쓸모 없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저로서는, 제목부터가 반가운 책이었어요.
효용으로만 가성비로만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책읽기처럼, 혹은 소설 읽기처럼 쓸모없는 일은 없을테죠.

다락방님이 제일 좋았다고 하셨던 부분에서는 머리속으로 장면들이 막 그려지더라구요.
막말하는 남자들, 재판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여자 판사. 그런 모습들이 너무 잘,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혹시 내가 소설을 많이 읽었나, 이런 생각도 해보았더랬죠.ㅎㅎ

어서 이 환절기가 지나가야 다락방님 비염이 나아질텐데.... ㅠㅠ

다락방 2016-10-18 10:43   좋아요 1 | URL
저는 직급이 과장이고 차장일때도 거래처로부터 반말 전화 많이 받았어요. 옆에 여직원이 제 목소리가 어리게 느껴져서 그러는 것 같다는데, 설사 제가 어리다고 해도 반말을 하면 안되죠.
게다가 같이 근무하는 상사중에는 나이 차이 얼마 안나긴 하지만 술 취할때마다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는 개같은 사람이 있어요. 아 너무 싫어. 제가 오빠라고 하고 자기는 나를 동생으로 대하면서 반말하고 싶어해요. 어디서 개수작인지.. 싫다고 계속 말하고 있어서 아직까지 저한테 그러고 있진 못해요. 직장생활은 원래 힘든거라지만, 여자로서 직장생활하는 건 더 힘든 것 같아요.


소설 많이 읽고 우리 많이 이야기하고 많이 생각해요. 이 책은 단발머리님 덕에 읽었어요. 우리 서로에게 계속 자극을 주는 독서친구가 돼요! 사랑해요 단발머리님! 우.윳.빛.깔.단.발.머.리!


좀전에 병원 다녀왔어요. 약 받아왔어요. 약의 힘을 빌어야지, 너무 힘들어요 ㅠㅠ

다다 2016-10-1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에게 ˝내 인생의 책˝은 어떤 책이 있을까요?
비염 때문에 고생이시군요. ㅜㅠ
얼른 나으시길-

다락방 2016-10-18 14:21   좋아요 0 | URL
모르겠네요.

cyrus 2016-10-18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킬링타임용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설의 긍정적 가치를 알지 못합니다. 소설 속에도 우리 독자들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로 가득한데, 그걸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우리가 살면서 몰랐던 또 다른 삶의 이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

다락방 2016-10-18 14:22   좋아요 0 | URL
전 그래서 소설을 즐겨 읽고 잘 읽는 사람들이 좋더라고요.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꼭 좋은 사람인 건 아니지만, 같은 소설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건 너무나 기쁘잖아요. 그걸 함께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얼룩말 2016-10-1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ㅋ..미친놈들 많아요. ^^ 대체 왜살까요. 그런 분들은

다락방 2016-10-18 14:23   좋아요 0 | URL
진짜 피곤하게 하는 놈들 많죠. 그리고 그런 놈들은 말귀도 못알아먹어요. 싫다는데도 왜 자꾸 그러는지..싫다는 걸 싫다는 걸로 제발 좀 알아먹었으면 좋겠어요. --^

책읽는나무 2016-10-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ㄷ님의 리뷰를 통해 이책 읽었었는데 저도 그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앗!!
ㄷ님이 두 분이셨군요?
ㅋㅋㅋ

다락방 2016-10-18 14:2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ㄷ 님 덕분에 읽었는데 D 님이라고 해도 되겠죠? 후훗.
물론, 저 역시도 ㄷ 이며, D 입니다만! ㅎㅎㅎㅎㅎ

저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어요, 책나무님.

아무개 2016-10-1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못`읽는 아무개..ㅡ‥ㅡ
상상력과 공감력의 문제인듯해요.

다락방 2016-10-19 11:09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더 읽어보면 어때요, 아무개님? 그러면 뭔가 트레이닝 되지 않을까요?? (라면 소설읽기를 강요한다 ㅎㅎ)

감은빛 2016-10-1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많이 읽는 사람이 감성이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듯 해요.
저는 최근 몇 년간 거의 문학을 못 읽고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다른 책은 안 읽고 문학만 읽었던 적이 있었고,
그때의 경험이 이후 제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틈틈히 소설을 더 읽어야겠어요.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설을 읽어야겠죠? ㅎㅎ

다락방 2016-10-20 08:01   좋아요 1 | URL
문학을 많이 읽으면 공감능력을 더 발달시킬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물론 단순히 읽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이 되어보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얘기를 들어보기도 하는 훈련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그 이야기를 자신이 소화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을 열심히 읽읍시다!
네,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요.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6-10-20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만 읽는 저를 종종 반성합니다만, 소설을 읽는 저는 좋아합니다... 그래서 다락방님 글에 좋아요 꽝! 할 수밖에 없네요~

다락방 2016-10-20 08:02   좋아요 1 | URL
저는 요즘 소설외의 책도 읽기는 하지만 세상에 소설만한 책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이해 모두 소설이 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만세!
 

제르베즈는 몰락한다. 한 때 돈을 차곡차곡 모으기도 했었는데, 동네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가게를 잘 꾸려가기도 했었는데, 그녀는 몰락한다. 그녀와 함께 사는 두 남자가 그녀의 몰락을 부채질한다. 그들은 돈을 벌지 않으면서 그녀가 버는 돈으로 허구헌날 술을 마시고 배를 불린다. 그리고 서서히 여기에 그녀가 동참한다. 제르베즈는 부리던 일꾼들을 내보내야했고, 여기저기서 자꾸 돈을 빌려야했고, 단골들은 떨어져나갔다. 그녀의 세탁솜씨 역시 그녀의 삶처럼 몰락했다. 그런 그녀는 그러나 여전히 잘 먹어서 살이 찐다. 식욕은 마지막까지 남는 욕구인걸까. 제르베즈는 자신의 남편 쿠포와, 자신에게 결정적 몰락을 불러오게 한 랑티에와 함께, 셋이 살면서 먹고 마시기에 힘을 쓰며 가정을 내팽개친다. 알콜중독 증상이 생긴 쿠포의 눈을 피해, 이제는 랑티에의 침대로 들어가기로 하고, 어린 나나는,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의 침대로 가는 것을, 고스란히 목격한다. 종국에는 쿠포가 제르베즈에게 폭력을 가하고, 쿠포와 제르베즈가 나나에게 폭력을 가하는 끔찍한 상황까지 발생하고, 이렇게 지속되는 끔찍한 삶 속에서 나나는 가출을 하고 자신을 내던진다. 이 가혹한 제르베즈의 삶을 읽으면서 너무 끔찍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아 나나는 어쩌나, 싶어서 나나를 읽고 싶어지니, 이를 어째야하나. 그나저나 제르베즈가 세상 모든 걸 집어삼킬듯이 먹는 걸 보면서, 아아, 나는, 내 생각이 난다... 나냐?



하지만 제르베즈는 점점 더 악화 일로로 치달았고, 그럴수록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사이 한여름이 되자 키다리 클레망스는 제르베즈의 세탁소를 떠났다. 일감이 없어서 세탁부가 두 명이나 필요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미 수주 치 급여가 밀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쿠포와 랑티에는 볼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식탁에 죽치고 앉아 배를 가득 채우는 게 유일한 일상이 된 두 남자는 제르베즈의 세탁소를 거덜 내면서 그녀의 파멸로 살을 찌웠다. 그들은 더 많이 먹으라고 서로를 부추기면서, 디저트를 먹을 때는 배를 두드리면 음식이 더 빨리 내려간다면서 낄낄거렸다. (p.32-33)



사실 이웃들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과일 가게 여주인, 내장 가게 여주인, 식료품점 총각들은 모여서 수군거렸다. "저런! 할머니가 또 전당포에 가시는구먼." 또는 이렇게 외쳤다. "저런! 저 노인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게 술이 아닌가." 그리고 당연히 그들은 제르베즈를 향해 더욱더 거센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저 여자는 모든 걸 먹어치우고 있어. 저러다가 조만간에 세탁소를 거덜 내고 말 게 분명해. 그래, 맞아, 저렇게 몇 번만 더 먹어 치우다가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p.91)


















그들이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었는데. 쿠포가 성실하게 일을 하고 제르베즈 역시 최선을 다해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갖고 싶었던 괘종시계를 사고, 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밝게 웃어주던 때가 있었는데. 


사랑이 계속 사랑으로 있으려면, 그들이 서로에게 계속 웃어주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노력하는 게 필요했다. 어느 한쪽만 성실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쿠포는 일하지 않는 것의 맛을 알아버렸고, 그래서 일하지 않는다. 제르베즈는 그럴 수도 있다며 쿠포를 먹여 살리는데, 그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달이 되고 몇 개월이 지속되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어버리는 거다. 게다가 쿠포는 제르베즈가 벌어온 돈을 다 까먹으면서, 거기에 제르베즈의 옛 연인을 데려오기까지 한다. 자, 시간이 지났으니, 너네들 우정이지 않아? 하고는 한집에서 쿠포와 랑티에와 제르베즈가 함께 살게 되는거다. 


사랑은 언제까지 사랑일 수 있을까.

둘이 함께 노력하고 함께 웃어야 가능한 일인데, 어느 한쪽은 허리가 휘도록 고생하고 어느 한쪽은 가만히 앉아서 상대의 고생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들이 처음엔 비록 뜨겁게 사랑했다한들, 그것이 계속 사랑일 수 있을까. 돈은 제르베즈 혼자 버는데, 쿠포가 그 돈을 쓰고, 랑티에가 그 돈을 쓴다. 고생이 쌓이고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늘어날수록 사랑 역시 시들어간다. 애초에 그게 사랑이긴 했던걸까..



그렇다, 그들이 나날이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든다면 그건 오직 그들 부부의 탓이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서로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법이다. 특히 진창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는 더욱더 그렇다. 그들은 불운을 탓했고, 신이 그들에게 무슨 유감이 있는 거라고 주장했다. 그럴 때면 그들 집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곤 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서로 옥신각신했다. 하지만 아직 서로에게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심하게 다투다 자신도 모르게 따귀를 몇 차례 날리는 정도였다. 무엇보다 슬픈 것은, 애정이며 여타의 감정이 카나리아처럼 새장 밖으로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p.154-155)



아! 이제 제르베즈는 예전에 쿠포가 보도에서 12 내지 15 미터 떨어진 높은 지붕 가장자리에서 일할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았다. 물론 그녀가 그를 직접 아래로 떠밀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가 알아서 떨어져준다면, 오, 맙소사! 그건 이 지구상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 하나를 치워버리는 일이 될 터였다. 어쩌다 주먹다짐이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그가 들것에 실려 오는 꼴을 보고 싶다고 소리쳤다! 제르베즈는 그런 날이 오리라는 기대 속에서 살았다. 들것에 실려오는 건 다름 아닌 그녀의 행복일 테니까. 저 술주정뱅이가 대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p.155)



쿠포는 함석공이었다. 그는 지붕 위에서 지붕을 만들고 수리하는 일들을 했었다. 제르베즈는 늘상 그가 그렇게 높은 곳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저러다 저 위에서 떨어지면 어쩌지? 그녀는 매일 조마조마했던 거다. 그러나 애정이 다 날아가버린 지금, 다같이 몰락해버린 지금은, 그가 스스로 지붕에서 떨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가 들것에 실려들어오기를 원하고 있다. 아, 사랑이란 건, 돈도 없고 먹을 게 없어져버리면, 함께 소멸하는 것이로구나. 



나는 읽으면서 제르베즈에게 도망치라는 말을 수십번 한 것 같다. 그렇게 예전에 사랑'했'던 남자와 계속 함께 있는 걸 선택하지말고, 그렇게 함께 몰락하는 삶으로 빠져들지 말고, 그냥 거기서 도망치라고. 사실 그녀에게 도망치자는 제안을 했던 진실한 남자가 없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도망치라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남자로부터 도망치라는 거다. 나를 함께 잡아 끌어들여서 진창에 빠지게 하는 남자, 그 남자는 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진창에서 뒹굴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나였다면 어땠을까, 라고 계속 생각해보니, 나는 도망칠 사람인거다. 너랑 같이 진창에서 뒹굴고 싶진 않아, 내 삶을 몰락으로 향하게 놔둘 순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를 피해 도망갔을 것이다. 어디든 가서 다시 시작해서 내 삶을 다시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남자를 선택하지 않겠지. 개같은 놈들, 내 인생이나 망치려고 작정한 놈들, 나는 너희들 선택하는 대신, 내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하고는, 내가 먹고 살 것을 내가 벌어서 해결할 것이다. 물론 제르베즈에겐 아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제르베즈는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 사이만 멀어진 게 아니라 자식과 부모의 삶도 멀어졌다. 그냥 도망쳐라, 제르베즈! 거기에 멈춰 서서 몰락하지마!



그러나 잔인한 졸라는 제르베즈에게 머물도록했고, 제르베즈는 그렇게 망가질대로 망가지고야 만다. 하아- 




나는 상대를 힘들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를 힘들게 하지만 너를 사랑해, 는 길게 지속될 수가 없다. 제르베즈와 쿠포의 사이가 그걸 드러내준다. 아니, 랑티에도 그랬다. 랑티에와 제르베즈가 처음에 함께 살 때,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길 때는 좋았지만, 돈이 다 없어져버리자 랑티에는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쿠포와 결혼했지만, 그 다정했던 쿠포와도 돈이 떨어지고 빚만 남자 애정이 사라져버린다. 힘들다면 사랑하지 않게 된다. 먹고 사는 게 급한데 사랑은 사치가 아닌가. 그런 사랑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 먹고 사는 게 먼저다. 제르베즈는 그 남자로부터, 그 삶으로부터 멀리멀리 도망쳐야 했던거야. 아, 너무나 안타깝다.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랑을 하지 않을것이다. 안하고 말지, 나는 힘들고 싶지 않다. 혹여라도 힘들어질라 치면 거침없이 도망치겠어....



제르베즈가 어디로 도망갔다한들 부자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부자로 태어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부자가 된단 말인가. 가난은 가난으로 대물림되고 조금 덜 가난하냐 더 가난하냐의 차이일 뿐 계속 가난했을 것이다. 앞집과 옆집이 다 가난한 공동주택에 살면서 가난으로부터 빠져나오기는 힘들것이다. 졸라는 그런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 삶에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그러니 내가 여기서 팔자 좋게 '그 남자로부터 도망쳐!'라고 한들, 그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는 거다 ㅠㅠ




토요일에 일자산에 다녀오면서 내 폰에 있는 노래들을 랜덤으로 들었는데, '사라 코너'의  <where did you sleep last Nite?>이 나오는 순간, 제르베즈 생각이 났다. 노래속에서 사라도 말한다. 내가 너한테 내 돈을 다 주고 내 시간을 다 줬는데 너는 도대체 어디서 자고 온거냐, 내가 너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당장 내 집에서 꺼져라...라고 말하는 거다. 제르베즈도 그랬어야 했는데.... 내쳤어야 했는데......





그 다음 나온 노래는 Lily Allen 의 <Fuck You>였는데, 와, 너무 좋다. 내가 내 폰에 이 노래를 넣어놨다니. 역시 나는 짱이야!!! 이 노래 들으면서 뻑큐~ 뻑큐 베리베리 머어어어어취~ ♪ 하고 따라부르면 너무나 신난다. 게다가 릴리 알렌의 동영상을 찾아봤더니 하하, 손짓도 해! 짱이닷!!




위의 영상을 보고는 헤어스타일 넘나 좋아서 캡쳐해뒀다. 미장원가서 이렇게 해주세요, 하려고. 사실 요며칠 머리를 계속 길게 둘까 자를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길면 묶어서 올려버릴 수 있으니 너무 편하고, 짧으면 가벼우니 편하고...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아아, 어쩌지, 하다가 이 영상을 똭- 보게 된 것. 예뻐..

아래 영상에서도 헤어스타일 넘나 좋다. 옷 스타일도 넘나 좋고!!

























영화 [루시아]에서, 여자는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달빛 아래에서 섹스를 나눈다. 그 섹스는 강렬한 것이었고, 남자와 여자 둘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그러나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해, 그 밤이 지난 후에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남자는 다른 여자(루시아)와 연애하고 동거하면서도 자꾸 달밤아래에서의 그녀를 떠올린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여자와 남자는 길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때, 계속 예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예뻐야, 우연히 만나도 좋을테니까.



그런데 제르베즈는 그러지 못했다.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너무나 소중한 '구제'에게, 자신의 망가지고 흉측한 모습을 보였다.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너무나 끔직했다. 그래서 루시아 생각을 했다. 제르베즈야, 계속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서, 그래서 구제를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구제에게까지 이런 꼴을 보이다니! 대체 자기가 선한 신에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마지막까지 고통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대장장이의 발아래로 몸을 던지면서, 여느 창녀들처럼 남자에게 매달리는 구차스러운 모습을 보이다니! 게다가 하필 가스등 바로 아래서 그를 만날 게 뭐란 말인가. 제르베즈는 마치 눈 위에 장난을 쳐놓은 듯 흉하게 일그러진 캐리커처 같은 자신의 그림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건 영락없는 술주정뱅의 꼬락서니가 아닌가. 맙소사! 빵 한조각, 포도주 한 방울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는데 주정뱅이로 오해를 받다니! 이 모든 건 전적으로 그녀의 탓이었다. 어쩌자고 애초에 술을 마셨더란 말인가? 물론 구제는 그녀가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한 것으로 생각할 터였다. (p.302)




구제는 제르베즈 바로 앞에 버티고 선 채 그녀를 응시했다. 이제야 비로소 등불의 환한 불빛 아래서 그녀를 찬찬히 뜯어볼 수 있었다. 그사이 제르베즈는 몹시 늙고 퇴색해버려 예전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옷과 머리에서는 눈이 녹아내려 물이 뚝뚝 흘렀다. 머리는 불안정하게 건들거렸고, 온통 잿빛으로 변한 머리칼은 바람에 마구 뒤엉켜 있었다. 목이 어깨에 파묻힌 것처럼 쪼그라든 제르베즈는 보는 사람이 울고 싶어질 정도로 추하고 뚱뚱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자신들이 사랑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아직 싱그러운 젊음을 간직하고 있던 발그레한 피부의 제르베즈가 포동포동한 목에 목걸이처럼 사랑스러운 아기 주름이 잡힌 채 힘차게 다림질하던 모습이 눈앞을 스쳐갔다. 당시 그는 제르베즈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하며, 몇 시간이고 세탁소에 머무르면서 그녀를 곁눈질했다. 언젠가 그녀가 대장간으로 그를 보러 왔고, 그때 그들은 지극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그가 쇠를 두드리는 동안 그녀는 그의 망치가 춤추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시절 그는 밤마다 베개를 물어뜯으면서 지금처럼 그녀와 자신의 방에서 함게 있을 수 있기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오! 그때 그녀를 가질 수 있었다면 그녀를 으스러뜨렸을지도 몰랐다. 그녀를 그토록 간절히 원했건만! (p.305-306)




그나저나 구제여, 베개를 물어뜯었단 말입니까. 그러면 제르베즈에게 말을 했어야죠. 내가 너를 이토록이나 원한다고... 뭐, 말한다고 그 당시에 뭐가 바뀌었을 것 같진 않지만, 맙소사, 베개를 물어뜯으면서 갈망하다니. 베개를 물어뜯다니...






금요일 밤에는 남자사람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같이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좀 불평불만이 많은 분이셨는데, 택시기사를 하면서 손님들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하셨다. 나와 같이 택시 뒷자석에 앉아있던 남자는 기사님의 말을 받아주면서 아 그러시겠다 라고 대꾸해주다가, 그런데 그 사람들도 다 자기 나름대로 힘들게 산다, 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기사님이 그러셨다.


'주말에 데이트도 하고 택시도 타고 가면서 힘들다고 얘기하면 안될것 같은데요' 



아...나는 너무 웃겨서 빵터졌는데, 이 말이 집에 가는 내내 생각났다. 주말에 데이트하지 않는 사람보다 데이트하는 사람이 덜힘든 걸로 보일 수도 있고, 택시를 탈 돈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라면 택시를 탈 수 있는 사람의 형편이 더 나은 것도 사실일거다. 그렇지만, 주말에 데이트를 하고 택시를 탔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삶을 산다고 단정할 수 있는걸까. 기사님의 의도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행복하거나 여유로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정말 그 한 면만 본 게 아닌가. 물론, 늘 힘들기만 한 건 아니지 않냐, 좋은 순간이 이렇게 있지 않냐, 라는 뉘앙스의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얼마전에 누군가의 SNS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중얼댄 적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이사람은 이렇게 웃으면서 잘사네, 라고. 그러자 옆에 있던 내 친구가 내게 그랬다. '야, 인스타 보면 세상에서 니가 제일 행복해. 온갓 데 다 다니고 겁나 잘 먹고 다니잖아. 누가 봐도 너 너무 행복해보일걸?'  그때 진짜 벼락같은 깨달음이 왔다. 아, 그렇구나. 내 SNS 만 봐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잘 먹고 잘 놀러다니는 사람이구나. SNS 만 본다면,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가슴 찢어짐을 겪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겠구나. 내가 베개를 물어뜯는지는 SNS로는 알 수가 없겠지....




자, 이제는 [나나]를 사러 가야겠는데, 지금 연달아 읽으면 나 지쳐 미치겠지. 나중에 사야겠다. 제르미날도, 인간짐승도 다 사야겠네. 에헤라디여~


















나도 오늘밤엔 베개를 물어뜯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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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10-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얼마전에 <나나> 처분했는데... 이 페이퍼 조금만 더 일찍 작성해 주셨으면 제가 보내드렸을 텐데.. 아쉬워요. 에밀 졸라 정주행중이시군요!

택시기사분 이야기...짠하기도 하면서 또 재치 만점이시네요. ㅋㅋ

다락방 2016-10-17 10:51   좋아요 0 | URL
아아 블랑카님. 시간을 되돌리고 싶네요. 블랑카님의 나나라니요! 크-
언제나 인생은 타이밍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가난한 삶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내처 읽으면 나가떨어지겠다 싶더라고요. 다른 책들을 좀 읽다가 다시 에밀 졸라에게 가야겠어요. 이 사람, 이 혹독한 삶을 왜 그린걸까요 ㅠㅠ 원망스럽기도 해요. 제르베즈 너무 안타깝고 ㅠㅠ

단발머리 2016-10-1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졸라`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어요. 제목에 혹해 <인간 짐승>을 대출했다가 한 줄도 못 읽고 반납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ㅎㅎㅎ

다락방님 페이퍼 읽었더니 제르베즈의 처참한 삶이 눈앞에 막 그려지는 것 같아요. 술주정뱅이 두 남자에다가, 아이구야...
가출한 나나까지. 첩첩산중. 졸라의 책을 연거퍼 읽는건 정말 힘들것 같아요. ㅠㅠ

다락방 2016-10-17 14:57   좋아요 0 | URL
제르베즈가 행복하게 살기를 기대했는데, 밑빠진 독같은 남자들 만나서 몰락하고 말았어요. 제르베즈가 가진 꿈은 되게 소박했는데, 그중에 하나도 이루지 못했어요. 배불리 빵을 먹고, 자기 침대에서 죽고, 남편한테 맞고 살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네요. 나중엔 맞고 살게 되어서... 하나도, 하나도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어요. 무슨 삶이 이런지..

게다가 이런 비참한 삶은 왜 자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걸까요. 엄마가 속옷차림으로 옆방 아저씨 방으로 들어가는 걸 나나는 어릴때부터 목격하게 되는데, 어휴, 나나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ㅠㅠ 안쓰러워 미치겠어요. ㅠㅠㅠ

비연 2016-10-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언넝 읽어야겠어요 ~ 락방님 페이퍼 보니 막 읽어야겠다고 생각이 ㅜ

다락방 2016-10-17 14:58   좋아요 0 | URL
비연님, 삶은 확실히 가난한 자들에게 훨씬 가혹한 것 같아요. 그들에게 출구는 없는 것 같아요. ㅠㅠ

비연 2016-10-17 16:21   좋아요 0 | URL
읽고 넘 우울하지 않을까요...ㅜ 안 그래도 우울한 일 투성이인 요즘인데. 겁나네요 ㅜㅜ

다락방 2016-10-17 17:55   좋아요 0 | URL
우울함의 극단까지 다녀옵시다, 비연님!!
저도 내친김에 나나를 사버릴까... 고민중이에요 ㅠㅠ

moonnight 2016-10-1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도 나나도 갖고 있지만 읽지 않았네요ㅜㅜ; 다락방님 리뷰를 읽으니 마치 책을 읽은 듯한 착각이ㅎㅎ^^;

다락방 2016-10-17 14:58   좋아요 0 | URL
전 [나나], [제르미날], [인간짐승] 다 사야해요!
차곡차곡 하나씩 사서 읽어야겠어요.
지금은 나나가 너무 궁금해요 ㅠㅠ

에이바 2016-10-1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어제 제르미날 생각했는데...ㅜㅜ 같이 읽어요 다락방님... ㅠㅠ 에밀 졸라 인기가 많지 않아서 루공 마카르 총서가 다 나오기 힘들대요. 문동에서 힘내서 내달라고 열심히 읽고 리뷰 써야겠어요. 다락방님 페이퍼를 보면서 저도 읽은지 시간이 좀 되어서 다시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구제가 베개를 물어 뜯었다니 왜 기억에 없죠... 구제 진짜 최곤데... 다락방님 혹시 공항 가는 길 드라마 보세요? 완전 좋답니다. 매번 챙겨보진 못하는데 아 섬세해요. 제르베즈와 구제 생각도 나고 일본드라마 메꽃이라고 그 작품도 생각나고요. 다 재밌어요.

다락방 2016-10-17 17:58   좋아요 0 | URL
베개를 물어 뜯었다는 건 제가 인용한 부분에서만 나오는 거에요. 나중에 제르베즈 만나서 과거를 회상하면서요. 저는 제르미날보다 먼저 나나 읽고 싶어요. 나나가 어릴 때부터 너무 기구한 인생을 살아가지고 ㅠㅠ 그래도 파멸로 이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요 ㅠㅠ 제발 너는 희망찬 인생을 살아줘...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고 싶어요 ㅠㅠ

[공항 가는 길]은 안그래도 여기저기서 좋다고 하길래 한 번 본 적 있는데 영 제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대사에 너무 멋을 냈다고 해야하나, 화법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해야하나, 영 몰입도 집중도 안되더라고요 ㅠㅠ 그래서 못보겠어요 ㅠㅠㅠㅠㅠ 공항 가는 길이란 제목은 딱 제 스타일인데 말예요. 저 공항 엄청 좋아하거든요. 공항에서 일하고 싶다고 오백번쯤 생각했는데, 영어를 못해서 늘 생각만 하다가 포기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공항 가면 초흥분하는 스타일이에요. 공항, 비행기 다 좋아해요! >.< (또 딴길로 샌다 ㅠㅠ)

AgalmA 2016-10-1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선곡 속 그녀들도 다락방님 포스ㅋㅋ 당당해서 좋구만요!
역시 에밀 졸라. 사랑이 들 것에 실려 오길 만드는 대장장이 같은 소설가 같으니라구~

드라마 <스킨스>에서 니콜라스 홀트 침대커버가 나체 프린트된 걸로 기억하는데...캐릭터 확실히 보여 주잖아요? 다락방님도 베개 커버 물어 뜯은 자국 프린트로 자체 제작하셔서 인증을ㅎㅎ; 생각해보니 여러 버전 만들어서 이거 사업으로도 괜찮겠어요~

다락방 2016-10-17 17:59   좋아요 0 | URL
전 포스 있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좋더라고요. 안젤리나 졸리도 그렇고, 사라 코너, 릴리 알렌 다 좋아요. 핑크도 겁나 멋져요! 핑크 포스도 짱이에요. 대표적으로는 마돈나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ㅎㅎ

인증은 못하겠지만, 오늘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베개를 좀 물어뜯어야겠어요. ㅠㅠ 너무 물어뜯어서 베개를 다 적실 것 같아요. 엉엉. ㅠㅠ

프레이야 2016-10-1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너무 너무 오랜만이에요 페이퍼 재미나게 읽었어요. 루시아 찾아봐야겠군요. 한 2년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승객과 별 일이 다 있더라구요. 우린 정말 한 면만 보면서 사는 것 같아요. 아님 한 면만 보여주며 사는 건지도. 가을이에요 ^^

다락방 2016-10-17 18: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그래요. 우린 한 면만 보면서 살기도 하지만 또 한 면만 보여주면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SNS 에 사진을 올릴 때는, 나 행복하다, 하는 것을 전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왜 내가 행복하게만 보인다고 생각하고 씁쓸해할까, 모순되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반가워요, 프레이야님.
:)

이름 2016-10-18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아무래도 그저께 팡테옹 가서 빅토르 위고와 에밀 졸라의 묘가 나란히 있는 걸 보고 그래 돌아가면 <목로주점>을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목로주점>이 펭귄클래식과 문학동네가 있는데 아무래도 문학동네가 괜찮은 건가요? 돌아가자마자 결제를 해야겠습니다 홓홓

다락방 2016-10-18 08:58   좋아요 0 | URL
펭귄과 문동을 비교해보진 않아서 문학동네가 더 낫다고는 제가 말씀을 못드리겠어요. 저는 집에 문학동네로 준비되어 있어서 문학동네로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프랑스에 계시군요. 위고와 졸라의 묘에 가셨다니. 우어어어어. 저는 이곳에서 졸라의 책을 읽었으니, 우리 서로의 손가락을 내밀어 교감합시다... ㅎㅎ

감은빛 2016-10-1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래 처음 들었을 때,
저렇게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저렇게 발랄하게 욕을 하다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이 노래 폰에 넣고 다니면서 가끔 들어요.
얼굴은 모르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얼굴을 알게 되었네요.

에밀 졸라의 작품은 다 연결되는 군요.
겁나서 쉽게 손대지 못할 것 같은데요.

다락방 2016-10-20 08:03   좋아요 0 | URL
네, 저렇게 맑고 유쾌하게 뻑큐~ 하는 게 너무 좋아요. 다 꺼져라, 엿먹어라, 라라라라~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ㅎ
사실 릴리 알렌은 다른 노래로 먼저 알게 되었거든요. The Littlest Things 라고 엄청 슬픈 노래에요. ㅠㅠ 훌쩍 ㅠㅠ

에밀 졸라의 작품은 어휴, 찐득찐득해요 감은빛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