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보라. 3만의 도시 인구 중 이제 여자 둘과 태아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지금이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이다. (p.37)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부분의 많은 여자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너무 우울했다. 너무 우울했고 모든 상황이 절망적으로 느껴졌으며, 그래서 나는 마르셀 서루의 저 문장을 계속 떠올렸다. 여성을 향한 이토록 잔인한 범죄가 일어난다는 것은, 남자들이 사라져야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남자들이 지구상에서 다 사라졌으면 좋겠어, 라고 친구와 대화했던 것도 생각난다.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다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싹 다 없어진 다음 새로 시작해야 상황이 나아질거라고,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마르셀 서루도 말하지 않았나. 여자 둘과 태아 하나만 남았는데, 지금이 훨씬 좋다고.



나는 아주 많은 남자들이 성희롱과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어릴적에 피해자였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로 수시로 성희롱과 성추행에 노출되니까. 나만 당한 게 아니었다. 내 주변의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우리끼리만 있을 때' 얘기했었다. 바깥으로 얘기했다가는 오히려 잘못을 '내'가 한 게 될테니까. 니가 치마를 입어서, 니가 술을 마셔서, 니가 밤늦게 다녀서, 니가 택시를 타서...


나 역시 어린이었을 때 당했던 일에 대해서 아주 오래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국민학생이었는데도 내 자신이 음탕했기 때문이라고, 아주 오래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가해자보다 나를 더 원망했었다. 왜 그때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어린 나에게 계속 추궁했다. 이게 너무 아프다. 너무 오랫동안 내 잘못인 줄 알고 살았던 게, 이게 너무 아파서 나는 나한테 미안하다.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건, 최명희의 『혼불』 때문이었다. 그전까지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딱히 관심도 없었고 오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혼불을 읽으면서 자꾸만 화가 나는 거다. 아니, 여자들이 왜 이래야하지? 아, 이 답답함 어떻게 풀어야하지? 혼불을 읽어가면서 그 생각이 점점 강해졌고, 그래서 '아 페미니즘을 좀 공부해봐야겠다, 그러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했던 거다. 그래서 페미니즘 관련 도서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고나니 상처받는 일 투성이었다. 정희진은, 아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그리고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자각이 없을 때부터 내가 페미니스트 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내가 여자로서 살아가는 일이 매우 피곤하다고, 불합리하며 부조리하다고 생각했고, 그때마다 상대가 누가 됐든 따지고 들었던 거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내 주변이 나와 때를 같이해, 동기는 달랐지만, 다들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메갈은 미러링이라는 걸 함으로써 많은 남성들에게 '너희들이 한 짓을 봐' 라며 거울을 비춰주었다. 어떤 남성들은 아, 이것이 내 모습이구나, 했지만 어떤 남성들은 거울을 깨부수려고 했다. 메갈은 미러링의 수위를 높여갔고,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만한 발언들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메갈의 미러링도 약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나 많이 여자들이 강간당하고, 맞고, 죽어나가는데.... 그걸 그만두라고 세게 '말'한 게, 왜??




며칠동안 트윗의 타임라인이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자기가 속한 집단 내에서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해쉬태그에 숱한 사연들이 올라왔고, 그렇게 미성년자 성폭행 가해자인 '이익'이 수면에 드러났고, 이를 부추긴 이자혜 역시 드러났다. 또 내가 알지 못하는 닉네임이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속속 폭로되었으며,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나니, 박진성 시인도 개새끼였음이 드러났다. 이모두가, 성폭행 가해자들이, 가정을 이루고 살기도 했고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고 있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데 우리에게 페미니즘이 있었다. 




피해자들이 아픈 과거를 힘겹게 고백했을 때, 이제 더이상 사람들은 그들에게 '그러게 왜 그랬어' 라며 피해자를 추궁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나쁘다는 사실을 '정확히', '제대로' 알고 있다. 페미니즘을 접한 후의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며, 2차가해를 걱정한다. 과거에 이자혜를 좋아했던 사람들도 이자혜가 가해자였음이 드러나는 순간, 이자혜에 대한 애정을 거둬들이며 범죄를 지적하고 피해자를 도우려한다. 또한 신속하고 빠르게 가해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그동안 결혼도 하고 커리어도 쌓고 계속 성범죄를 저지르며 살았던 가해자들은, 이제 더이상 그짓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많은 여자들과 또 남자들이, 연대하고 있다. 귀 기울여주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해주고 있다.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그것을 '내 잘못이다' 라고 자책하지 않고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페미니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알라디너 o 님이 나와 같이 읽고 싶다며 『제르미날』을 주문하셨다는 게 아닌가. 게다가 또다른 알라디너 o 님은 나와 통화하면서 제르미날을 엄청 추천하셨다. 아아, 시적 정의 다 읽고 싶은데, 나 제르미날 주문해야 해??? 라고 갈등하다가, 오늘 아침 트윗을 보고 일단 다 멈추기로 했다. 시적정의도, 나나도, 제르미날도, 일단 스톱. 나는 다른 책을 집어들었다.

















어릴 적 나를 음탕하다 여기게 했던 일도 '아는 사람'으로부터 일어났다. 이익과 이자혜 사건의 피해자도 '아는 사람'에게 당했다. 박진성 시인도 '아는 사람'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아주 많은 성범죄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일어난다.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잡지인 미즈는 이 책이 발간되기 전인 1983년부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즉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라는 화두를 사회에 던지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밤에 갑자기 낯선 사람이 튀어나와 피해자를 납치하듯 끌고 가는 것만이 '진짜' 강간인 양 이야기되던 시대에, 사실은 피해자의 대다수가 아는 사람에 의해 강간당하고 있음을 폭로함으로써 성폭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나아가 미즈는 성폭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기획된 이 책을 발간함을 통해, 강간이라 하면 여전히 낯선 이를 가해자로 떠올리는 사람들의 통념이 잘못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만들었다. (p.8)




너무 아프고 절망적이지만, 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오늘 친구는 트윗에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를 얻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공부하고 연대하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죽겠다는 친구를 응원하며, 나 역시 그 친구 옆에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있겠다. 우리 건강하게, 공부하고 연대하자. 건강하게, 페미니스트로 늙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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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10-21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불 읽을 때의 그 답답함이, 이 아침에 되살아났어요... 페미니즘은 결국 휴머니즘인데 휴머니즘까지는 가지도 못하는 이 상황들이 아프네요. 페미니스트로 늙어가자에 동감하며.

아무개 2016-10-2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페미니즘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서구의 구페미니즘, 신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그 구페미니즘 안에서 또 그 신페미니즘안에서도 수없이 많은 주장이 있는데
그리고 지금 현실에서 페미니즘은 또 그렇게 진화와 퇴보를 격고 있는데
도대체 그 사람들이 말하는 페미니즘이란게 뭘까요?

멋으로 시류에 맞추서 페미니즘에 얻혀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이유는
`인간` 대우 해달라는
너-남성-와 같은 사람이다. 때리지마라, 강간하지마라. 죽이지마라.

이런 요구를 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미러링 일뿐인데,
자신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여성들에게 해왔던 일을 비춰준것 뿐인데
저렇게들 광광 울어대니
정희진씨 말대로 미러링은 실패했습니다.
너무 고퀄이었어요..........


오래오래 함께 공부하고 연대하고 싸웁시다.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늙어 갑시다.






2016-10-21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6-10-21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이 늙어갑시다, 매드맥스 씨앗 지키는 할머니들처럼!

레와 2016-10-21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모든 나쁜일들이 내 잘못이 아님을, 저도 아주 나중에 친구들을 만나고서야 알게 되었어요.
새삼 좋은 책 만큼이나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수많은 책을 읽으며 잘 못된 생각을 공고히 하는 것만큼 위험한 사유도 없지요.


이제 겨우(!) `말`만 했을뿐인 미러링에 대한 반응들이 놀랍습니다.
아직 돌맹이를 줍기도 던지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필요하다면 기꺼이 돌맹이를 들고 던지는 사람이 될거에요.
물론 이런 순간들이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요.


우리 같이 갑시다.
건강한 페이미니스트로 기쁘게 늙어갈 겁니다!






기억의집 2016-10-21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트윗을 안 해서, 유일하게 북플하나 합니다, 지금 이 페이퍼 읽고 검색해보니 아직 기사는 안 떴네요. 다음 검색에 트윗 검색도 되서 잠깐 읽어보니 트윗은 난리난 것 같은데. 이자혜나 박진성이나 다들 자기작품에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예전에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사실 줄거리나 캐릭터들 기억 안 나지만, 한 여자애가 무슨 공연을 보는데 아저씨무릎에 앉아 보는데 그 아저씨새끼가 그 여자아이의ㅜ음부를 공연 내내 만진다라는 대목이 나와요. 그 때 그 장면이 너무 충격이어서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덮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여자아이가 얼마나 충격속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 미드 로앤오더 보면서 성폭력에 대해 자각을 많이 한 경우고 아들애한테 로앤 오더는 꼭 보라고 권해준 적 있어요. 이 미드 보면 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상처를 가지고 사는지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서 보게 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 나라가 가부장제고 엄마들이 가부장제에 영향를 많이 받아 남자애들의 성추행 성희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정말 많아요. 아들이라고 으쌰으싸해준 결과겠죠. 널린 게 고춘데.... 참, 고추만 으쌰으쌰하고 세상 불공평해요.

웽스북스 2016-10-21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자혜 사건이 터지고 많은 사람들이 메갈을 비난하는데 도대체 그렇게 연결할 수 있는 고리는 어디서 나올까요. 저는 메갈을 별로 안좋아하지만, 메갈과 이자혜가 관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메갈이 비난받아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더군다나 그 사건의 피해자 L님은 `페미니즘 덕분에`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말이죠. 멍청한 사람들이 참 많고, 이 문단내 성폭력, 해시태그 보고 있자니 너무 끔찍한 거 같아요.

에이바 2016-10-21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을 영위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잖아요. 뭔가 이상한데? 잘못된 것 아니야? 그렇게 느닷없이 페미니즘이 찾아왔고, 결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니까요. 페미니즘은 삶이고 우리 생활이잖아요. 사람들 성향과 가치관이 다르듯이 각자의 페미니즘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획일적인게 아니잖아요. 공통점이 있다면 사람답게 살고 싶다, 존중받고 싶다! 는 외침이 있다는 것일테고요. 그래서 니가 하는 페미니즘은 나쁜거야, 잘못된거야 라는 말이 지극히 오만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 봐요. 지난 성우 해고 사건이 된 티셔츠 문구도 외국에서는 so what 이랬잖아요? 그러다 밝혀진 게임의 미성년, 정확히는 어린이 캐릭터를 기괴할 정도로 성적 대상화하여 소비한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번 트위터에서 폭로된 사건도 오타쿠 커뮤니티 내 폐쇄성에서 비롯한 권력관계와 성별 성향을 주목하더라고요. 그쪽 문화는 취향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만 보기엔... 피해자의 용기가 정말 감동적이었고 마음이 아팠어요... 왜 내가 느끼는 공포와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잘못됐다고 손가락질만 하는 거죠? 생존의 문제인데요. 아 그리고 메갈리아 해체된지가 언젠데요... 전 메갈리아 4가 있다는 사실도 지난 성우 해고 사건에서 기사보고서야 알았어요.

2016-10-24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ㅇㅎ 2016-10-2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초등학교 때 있었던 지하철 성추행을 `내가 옷을 단정하게 입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 15년을 살아왔습니다. 대학에 올라와서 남들이 웃자고 하는 섹드립에 웃지 못하는걸 `내가 예민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페미니즘을 알기 전에 모든 문제를 `내 탓`으로 돌리고 자책했던 저의 과거가 안타깝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저 역시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대하겠습니다.

칼리 2016-10-3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마음에 와닿네요. 여성으로써 열심히 투쟁하고 살아남아가야겠죠... 힘냅시다!

ㅎㅅㅎ 2016-10-30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어요 정말 공감가는 리뷰에요! :) 저도 페미니스트 할머니로 늙어갈래요ㅋㅋ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정청래 지음 / 푸른숲 / 201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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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청래를 응원하는 마음에 샀고 끝까지 다 읽었지만, 재미없었다. 


2. 딱히 내게 유용한 것도 없었고 ..


3. 시민운동가들이 국회의원이 되기도 한다는 부분을 읽고서는 친구1 생각이 나서, 네가 국회의원이 되어주련, 했으나 거절당했다.

 일전에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 나오면서 같이 본 친구2에게 '너는 왜 친구인 나에게 선물할 호텔도 없고 유명화가의 그림도 없냐, 너 왜 부자가 아니야? 절교해!' 한 적이 있었는데, 국회의원을 하지 않겠다는 친구에게 절교하자고 하지는 않았다.

난 부자 친구도 없고 국회의원 친구도 없어...


4. 2017년 대선 개표방송은 한 방향을 보며 같은 걸 염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자리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설레였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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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9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아직 못읽었어요....2017년 저도 설렘이 큽니다...

다락방 2016-10-20 08:04   좋아요 0 | URL
전 너무 재미없었어요...
2017년, 투표합시다!!!! (불끈)

새아의서재 2016-10-20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팟케스트에 정청래의원이 나와서 요즘 책 팔려고 좌쪽 사이트들 들어가서... 대뜸 저 정청래인데..책좀 사주세요, 해서 사람들이 인증샷 올리라고 난리였다고 하더라구요. 재미는 없군요. ㅜ ㅜ 어쨌든 저도 응원하는 일인입니다. 오늘, 이대 총장 사퇴하는 동영상보고 조금 울었구요. 교수님들도, 학생들도 울더라구요..

암튼 내년 대선이 기대되긴하지만 그 전에 정권퇴진시키는 민중의 힘이 응집되면 좋겠다해요. 하지만, 정말..우리모두 다 먹고살기가 힘든 세상이라서... 음...^^;

다락방 2016-10-20 08:06   좋아요 0 | URL
이대 총장 사퇴한것처럼 대통령도 ..

저 역시 대선 전에 정권이 바뀌길 바라지만 .. 가능할까요?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거, 알고 있을까요?

정청래 의원은 필리버스터 때부터 인상 깊었거든요. 아주 가끔 팟캐스트 듣는데 그때마다 정청래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샀건만 너무 재미없어서 ㅎㅎㅎㅎㅎㅎㅎㅎ 재미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면 막 뽐뿌질 하는 글도 써서 더 많이 팔리게 조금이나마 돕고 싶은데.... 저부터 재미없어서... 하아-

새아의서재 2016-10-20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다니까 어떻게라도 읽어야할 이유를 좀 말해주는 글을.. 주변에 재미있는사람 많은데.. 왜 정청래의원은 재미없게 썼는지..쩝.. 안타깝네요.

다락방 2016-10-20 08:20   좋아요 0 | URL
정청래 의원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 책 읽으면 그게 느껴지거든요. 요령도 있고요. 그런데 이 책은.. 글쎄요. ㅎㅎㅎㅎ 정청래의 다른 책이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yureka01 2016-10-20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인이 쓴 책 치고 재미가 있는 소설같은 책은 어려울 겁니다.정치가 워낙 재미 없거든요.ㅎㅎㅎ 아닌게 아니라 다락방님의 전문가적 독서의 경향으로 봤을 때 그간 얼마나 많은 재미를 준 책이 있었겟어요..그러니 비교 어렵겟지요.^^.그런데 정치를 외면 했을 때 받는 대가는 참 크더군요.지금 한 대학이 훅 갈 지경 이더라구요.

다락방 2016-10-20 08:18   좋아요 1 | URL
정치인이 쓴 책도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치도 관심을 가지면 아주 재미있을 수 있고요. 김어준이나 안철수, 정봉주의 책은 제가 그들을 좋아하지 않았어도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이런 거구나, 하면서요. 근데 이 책은...........읽기전과 읽고난 후에 별로 달라지는 게 없는 책이더라고요. 정청래 의원의 다른 책을 읽는다면 또 어떤 느낌을 받을지는 모르겠어요.

비연 2016-10-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에 찬성이네요^^

다락방 2016-10-20 09:03   좋아요 0 | URL
아 진짜 두근두근하지요?

웽스북스 2016-10-2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2012년에 그랬다가... (이하생략)

다락방 2016-10-21 07:52   좋아요 0 | URL
ㅠㅠ
 















나는 소설을 읽는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 소설을 소설 자체로 좋아하지만, 그것이 결국엔 긍정적 영향을 갖고 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 그리고 그들에게 소설은 정말로 긍정적 역할을 한다. 김영란은 '쓸모없는' 독서라고 했지만, 그것이 김영란이 일을 하는데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너무 좋다.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고, 김영란은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저는 그동안 제가 소설을 많이 읽어온 것이 전혀 쓸모없는 일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변에서 왜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느냐, 시간이 아깝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거든요. 스스로도 소설이 나에게 주는 효용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소설 속으로 도망가는 것은 아닐까 자문하기도 하고 또 어느정도 자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누스바움은 내가 읽어온 책들이 내게 '공감'이라는 훈련을 시켜주어서 내가 현실에서 사건을 보고 판결을 하는 자세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직업적으로도 꽤나 쓸모가 있었던 셈입니다. 제게 큰 위로가 되어준 것이지요. (p.80)




나 집에 『시적 정의』 있는데, 어서 읽고 싶어서 좀이 쑤신다. 이거 읽으면 어쩐지 나는 내 자신을 지금보다 더 긍정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이 책을 읽고 싶었지만 다른 많은 책들처럼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이 막 나왔을 즈음에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 남자 사람을 보았더랬다. 그때 뭔가 참 좋아보였다. 뭐랄까, 오오, 시적 정의를 읽는 남자사람이라니...하면서 좀 달리 보였달까. 그렇지만 지금은 그 남자사람의 얼굴도 옷도 나이대도...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던 남자사람을 보았었다는 사실과, 그 때의 내 느낌만이 기억날 뿐...



오만년전에 사귀던 남자랑 거리를 걷다가 까페 앞을 지나친 적이 있었는데, 까페 안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남자가 눈에 띄었다. 나는 나도모르게 멈춰서서는, 저 책 읽는 남자 좋다, 했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 내 옆에 내 남친이 있다는 사실을 완전 잊고 있었던 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란 녀자... 결국 남친으로부터, '너는 어떻게 니 남친이 옆에 있는데 다른 남자 보고 좋다고 멈추냐..' 라는 말을 들었더랬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란 녀자는 어쩔 수가 없어. 어 미안..널 잊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소개된 책이 많지 않아 아쉬운데,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 판결들의 배경과 의미, 일부분의 소개라니.. 아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다.



원제는 '법과 삶의 기묘한 연금술'(The Strange Alchemy of Life and Law)인데, 그 제목에 얽힌 일화가 있습니다. 책의 편집자가 미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법의 기술적인 문제를 다룬 글에 관심을 보일 만한 출판사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자, 그는 전세계 모든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적인 요소가 무엇일지 탐색하다가 문득 '기묘한 연금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원고가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게 되었다고 하지요. (p.131)


이 책은 그가 한 판결들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 판결문의 일부분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읽으면서 한줄 한줄 모두 밑줄을 긋고 싶었을 정도로 재미있고 따뜻하면서도 지혜가 번득이는 책인데, 제가 소개하자니 너무 딱딱해지는군요. 직접 읽어보는 것만이 이 책이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에 감동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요약이 의미가 없는 책이지요. 그야말로 그가 살아온 삶과 그의 판결이 연금술에 의해 화학작용을 일으켜 어느 연금술사도 만들어내지 못한 황금이 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p.133)




책을 읽는다고 다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 책들이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소설은 알게모르게 스미듯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얼마전에 『목로주점』을 읽으면서도, 그저 목로주점의 제르베즈 이야기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 가난이란 것에 대해서, 가난 때문에 사랑이 끝장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자꾸 생각해보게 되지 않나. 단순히 그렇게 멈추는 게 아니라, 삶은 왜 이런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고 자꾸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결국은 나는 그것이 철학적인 질문에 가 닿는다고 믿는다. 문제를 인식하면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지 않나. 물론 소설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더 나아가서 질문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안나 카레니나는 그냥 유부녀가 바람피는 이야기..같은 게 되는 거고, 레 미제라블은 빵 훔쳤다가 감옥간 이야기...로 그치는 거다.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 있는데, 

이 영화에서 섹스를 나누던 친구들이 각자의 데이트상대를 찾기로 한다.

그때 남자주인공은 공원에서 책을 읽던 여자를 가리키며 '나는 저 여자로 할래' 라고 하는데, 옆에서 여자주인공이 '저 책 소설책일걸' 하고는 무시하는 거다. 자막은 그렇게 되어있어서 원어로 뭐라고 한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때 진짜 너무 싫었다. 바보들...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빵꾸똥꾸들...지들이 못읽고서 어디서 소설 욕이야...

이 영화를 볼 당시에 나는 아마도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읽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야, 위고의 책을 읽어본 후에 소설 무시해라...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싶었더랬다.






이 책,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가 전체적으로 재미있지는 않다. 어느 부분에서는 강하게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힘껏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지만, 토니오 크뢰거 얘기 하면서 사람을 두 유형으로 분리할 때는 좀 멘붕이 와서, 알듯 말듯 했다. 그렇지만 그 책이 김영란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궁금해졌다.



















제 경우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랫동안 판사 생활을 하면서도 판사라는 직업이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계속해왔습니다. 제가 처음 판사가 된 게 1981년 3월이었으니까, 그때는 판사라는 직업이 지금보다 훨씬 드물고 사람들이 가까이 접하기 어려운 직업이었지요. 그러니 주변에 롤모델로 삼을 만한 분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조차도 낯선 판사라는 직업을 해나가면서 저는 늘 '이건 한스의 세계이고, 나는 여기 맞지 않아'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토니오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한스의 세계를 계속 관찰하고 있어야 해'라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판사를 그만두지도 않은 거죠.

병 주고 약도 주는 것이었을까요? 책이 주는 영향력이 그렇게 강합니다. 자신의 삶에서 그런 책을 찾은 사람도 있고 아직 못 찾은 사람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토니오 크뢰거』가 그런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 당시에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은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요. (p.52-53)



나도 이 직업을 꽤 오래 해오고있긴 하지만, 이 직업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수시로 한다. 그런면에서 나 역시 이 책, 『토니오 크뢰거』를 읽는다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며 고민하게 될까. 너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을 인용한다. 사실은 이 부분을 먼저 다른 서재에서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거였다. 



저는 197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1981년부터 판사로 일했지만, 초기에는 함께 일하려는 '남자' 판사도 드물었고 '남자' 직원도 드물었습니다. 판사이지만 그냥 '판사'가 아니라 '여자' 판사였기 때문이지요. '여자' 판사는 종종 출산휴가를 한달도 채우지 못한채 재판장의 전화를 받고 출근해야 했고, 사무실에서 반말 전화를 받기도 했고(그때마다 항의를 했지만 사과를 받은 일은 거의 없습니다), 때로는 법정에서 재판 진행권을 침해당하기도 했습니다. 판사인데도 그랬으니 다른 직종에서는 얼마나 더 심한 일들이 벌어졌을지 뻔하죠.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는 직종의 사회적 평가는 급속도로 낮아질 것이므로 판사라는 직종도 머지않아 인기 없고 존경 받지 못하는 직종이 될 것이 틀림없다는 말을 여자 판사들 면전에서 하는 남자 판사들도 많았습니다. 자신들에게는 그것이 경험적 진리이니 반박할 수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여성으로서의 삶 자체가 소수자로서의 삶이었던 시대(지금은 다른가요?)를 살아왔던 제게 소주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는 것은 따로 계기가 필요하거나 배워야 할 필요가 없는, 마치 평상복처럼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p.128-129)




어제 비염 때문에 끙끙대느라 잠을 한숨도 못잤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병원에 들렀다 늦게 출근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해버리고 말았다. 나란 사람은... ㅠㅠ

병원도 가기 싫고, 일 많은데 일도 하기 싫고, 코나 훌쩍이는 아침.....

창밖을 보며 멍이나 때렸으면 좋겠다.....



멍-







책을 한권 읽습니다. 재미있으면 그 저자가 쓴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갑니다. 그러는 동안 내가 매력을 느끼는 분야에서-예를 들면 프랑스 소설가의-다음에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 다음으로 읽어나가면, 종착역은 아니어도 언제고 도착 지점은 다가옵니다. (`오오에 켄자부로오, 「젊은이가 알고 있다면! 나이 든 사람이 행동할 수 있다면!」138면, 재인용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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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0-1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의 `쓸모 없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저로서는, 제목부터가 반가운 책이었어요.
효용으로만 가성비로만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책읽기처럼, 혹은 소설 읽기처럼 쓸모없는 일은 없을테죠.

다락방님이 제일 좋았다고 하셨던 부분에서는 머리속으로 장면들이 막 그려지더라구요.
막말하는 남자들, 재판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여자 판사. 그런 모습들이 너무 잘,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혹시 내가 소설을 많이 읽었나, 이런 생각도 해보았더랬죠.ㅎㅎ

어서 이 환절기가 지나가야 다락방님 비염이 나아질텐데.... ㅠㅠ

다락방 2016-10-18 10:43   좋아요 1 | URL
저는 직급이 과장이고 차장일때도 거래처로부터 반말 전화 많이 받았어요. 옆에 여직원이 제 목소리가 어리게 느껴져서 그러는 것 같다는데, 설사 제가 어리다고 해도 반말을 하면 안되죠.
게다가 같이 근무하는 상사중에는 나이 차이 얼마 안나긴 하지만 술 취할때마다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는 개같은 사람이 있어요. 아 너무 싫어. 제가 오빠라고 하고 자기는 나를 동생으로 대하면서 반말하고 싶어해요. 어디서 개수작인지.. 싫다고 계속 말하고 있어서 아직까지 저한테 그러고 있진 못해요. 직장생활은 원래 힘든거라지만, 여자로서 직장생활하는 건 더 힘든 것 같아요.


소설 많이 읽고 우리 많이 이야기하고 많이 생각해요. 이 책은 단발머리님 덕에 읽었어요. 우리 서로에게 계속 자극을 주는 독서친구가 돼요! 사랑해요 단발머리님! 우.윳.빛.깔.단.발.머.리!


좀전에 병원 다녀왔어요. 약 받아왔어요. 약의 힘을 빌어야지, 너무 힘들어요 ㅠㅠ

다다 2016-10-1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에게 ˝내 인생의 책˝은 어떤 책이 있을까요?
비염 때문에 고생이시군요. ㅜㅠ
얼른 나으시길-

다락방 2016-10-18 14:21   좋아요 0 | URL
모르겠네요.

cyrus 2016-10-18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킬링타임용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설의 긍정적 가치를 알지 못합니다. 소설 속에도 우리 독자들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로 가득한데, 그걸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우리가 살면서 몰랐던 또 다른 삶의 이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

다락방 2016-10-18 14:22   좋아요 0 | URL
전 그래서 소설을 즐겨 읽고 잘 읽는 사람들이 좋더라고요.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꼭 좋은 사람인 건 아니지만, 같은 소설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건 너무나 기쁘잖아요. 그걸 함께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얼룩말 2016-10-1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ㅋ..미친놈들 많아요. ^^ 대체 왜살까요. 그런 분들은

다락방 2016-10-18 14:23   좋아요 0 | URL
진짜 피곤하게 하는 놈들 많죠. 그리고 그런 놈들은 말귀도 못알아먹어요. 싫다는데도 왜 자꾸 그러는지..싫다는 걸 싫다는 걸로 제발 좀 알아먹었으면 좋겠어요. --^

책읽는나무 2016-10-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ㄷ님의 리뷰를 통해 이책 읽었었는데 저도 그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앗!!
ㄷ님이 두 분이셨군요?
ㅋㅋㅋ

다락방 2016-10-18 14:2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ㄷ 님 덕분에 읽었는데 D 님이라고 해도 되겠죠? 후훗.
물론, 저 역시도 ㄷ 이며, D 입니다만! ㅎㅎㅎㅎㅎ

저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어요, 책나무님.

아무개 2016-10-1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못`읽는 아무개..ㅡ‥ㅡ
상상력과 공감력의 문제인듯해요.

다락방 2016-10-19 11:09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더 읽어보면 어때요, 아무개님? 그러면 뭔가 트레이닝 되지 않을까요?? (라면 소설읽기를 강요한다 ㅎㅎ)

감은빛 2016-10-1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많이 읽는 사람이 감성이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듯 해요.
저는 최근 몇 년간 거의 문학을 못 읽고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다른 책은 안 읽고 문학만 읽었던 적이 있었고,
그때의 경험이 이후 제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틈틈히 소설을 더 읽어야겠어요.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설을 읽어야겠죠? ㅎㅎ

다락방 2016-10-20 08:01   좋아요 1 | URL
문학을 많이 읽으면 공감능력을 더 발달시킬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물론 단순히 읽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이 되어보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얘기를 들어보기도 하는 훈련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그 이야기를 자신이 소화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을 열심히 읽읍시다!
네,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요.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6-10-20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만 읽는 저를 종종 반성합니다만, 소설을 읽는 저는 좋아합니다... 그래서 다락방님 글에 좋아요 꽝! 할 수밖에 없네요~

다락방 2016-10-20 08:02   좋아요 1 | URL
저는 요즘 소설외의 책도 읽기는 하지만 세상에 소설만한 책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이해 모두 소설이 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만세!
 

제르베즈는 몰락한다. 한 때 돈을 차곡차곡 모으기도 했었는데, 동네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가게를 잘 꾸려가기도 했었는데, 그녀는 몰락한다. 그녀와 함께 사는 두 남자가 그녀의 몰락을 부채질한다. 그들은 돈을 벌지 않으면서 그녀가 버는 돈으로 허구헌날 술을 마시고 배를 불린다. 그리고 서서히 여기에 그녀가 동참한다. 제르베즈는 부리던 일꾼들을 내보내야했고, 여기저기서 자꾸 돈을 빌려야했고, 단골들은 떨어져나갔다. 그녀의 세탁솜씨 역시 그녀의 삶처럼 몰락했다. 그런 그녀는 그러나 여전히 잘 먹어서 살이 찐다. 식욕은 마지막까지 남는 욕구인걸까. 제르베즈는 자신의 남편 쿠포와, 자신에게 결정적 몰락을 불러오게 한 랑티에와 함께, 셋이 살면서 먹고 마시기에 힘을 쓰며 가정을 내팽개친다. 알콜중독 증상이 생긴 쿠포의 눈을 피해, 이제는 랑티에의 침대로 들어가기로 하고, 어린 나나는,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의 침대로 가는 것을, 고스란히 목격한다. 종국에는 쿠포가 제르베즈에게 폭력을 가하고, 쿠포와 제르베즈가 나나에게 폭력을 가하는 끔찍한 상황까지 발생하고, 이렇게 지속되는 끔찍한 삶 속에서 나나는 가출을 하고 자신을 내던진다. 이 가혹한 제르베즈의 삶을 읽으면서 너무 끔찍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아 나나는 어쩌나, 싶어서 나나를 읽고 싶어지니, 이를 어째야하나. 그나저나 제르베즈가 세상 모든 걸 집어삼킬듯이 먹는 걸 보면서, 아아, 나는, 내 생각이 난다... 나냐?



하지만 제르베즈는 점점 더 악화 일로로 치달았고, 그럴수록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사이 한여름이 되자 키다리 클레망스는 제르베즈의 세탁소를 떠났다. 일감이 없어서 세탁부가 두 명이나 필요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미 수주 치 급여가 밀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쿠포와 랑티에는 볼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식탁에 죽치고 앉아 배를 가득 채우는 게 유일한 일상이 된 두 남자는 제르베즈의 세탁소를 거덜 내면서 그녀의 파멸로 살을 찌웠다. 그들은 더 많이 먹으라고 서로를 부추기면서, 디저트를 먹을 때는 배를 두드리면 음식이 더 빨리 내려간다면서 낄낄거렸다. (p.32-33)



사실 이웃들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과일 가게 여주인, 내장 가게 여주인, 식료품점 총각들은 모여서 수군거렸다. "저런! 할머니가 또 전당포에 가시는구먼." 또는 이렇게 외쳤다. "저런! 저 노인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게 술이 아닌가." 그리고 당연히 그들은 제르베즈를 향해 더욱더 거센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저 여자는 모든 걸 먹어치우고 있어. 저러다가 조만간에 세탁소를 거덜 내고 말 게 분명해. 그래, 맞아, 저렇게 몇 번만 더 먹어 치우다가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p.91)


















그들이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었는데. 쿠포가 성실하게 일을 하고 제르베즈 역시 최선을 다해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갖고 싶었던 괘종시계를 사고, 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밝게 웃어주던 때가 있었는데. 


사랑이 계속 사랑으로 있으려면, 그들이 서로에게 계속 웃어주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노력하는 게 필요했다. 어느 한쪽만 성실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쿠포는 일하지 않는 것의 맛을 알아버렸고, 그래서 일하지 않는다. 제르베즈는 그럴 수도 있다며 쿠포를 먹여 살리는데, 그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달이 되고 몇 개월이 지속되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어버리는 거다. 게다가 쿠포는 제르베즈가 벌어온 돈을 다 까먹으면서, 거기에 제르베즈의 옛 연인을 데려오기까지 한다. 자, 시간이 지났으니, 너네들 우정이지 않아? 하고는 한집에서 쿠포와 랑티에와 제르베즈가 함께 살게 되는거다. 


사랑은 언제까지 사랑일 수 있을까.

둘이 함께 노력하고 함께 웃어야 가능한 일인데, 어느 한쪽은 허리가 휘도록 고생하고 어느 한쪽은 가만히 앉아서 상대의 고생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들이 처음엔 비록 뜨겁게 사랑했다한들, 그것이 계속 사랑일 수 있을까. 돈은 제르베즈 혼자 버는데, 쿠포가 그 돈을 쓰고, 랑티에가 그 돈을 쓴다. 고생이 쌓이고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늘어날수록 사랑 역시 시들어간다. 애초에 그게 사랑이긴 했던걸까..



그렇다, 그들이 나날이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든다면 그건 오직 그들 부부의 탓이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서로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법이다. 특히 진창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는 더욱더 그렇다. 그들은 불운을 탓했고, 신이 그들에게 무슨 유감이 있는 거라고 주장했다. 그럴 때면 그들 집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곤 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서로 옥신각신했다. 하지만 아직 서로에게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심하게 다투다 자신도 모르게 따귀를 몇 차례 날리는 정도였다. 무엇보다 슬픈 것은, 애정이며 여타의 감정이 카나리아처럼 새장 밖으로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p.154-155)



아! 이제 제르베즈는 예전에 쿠포가 보도에서 12 내지 15 미터 떨어진 높은 지붕 가장자리에서 일할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았다. 물론 그녀가 그를 직접 아래로 떠밀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가 알아서 떨어져준다면, 오, 맙소사! 그건 이 지구상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 하나를 치워버리는 일이 될 터였다. 어쩌다 주먹다짐이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그가 들것에 실려 오는 꼴을 보고 싶다고 소리쳤다! 제르베즈는 그런 날이 오리라는 기대 속에서 살았다. 들것에 실려오는 건 다름 아닌 그녀의 행복일 테니까. 저 술주정뱅이가 대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p.155)



쿠포는 함석공이었다. 그는 지붕 위에서 지붕을 만들고 수리하는 일들을 했었다. 제르베즈는 늘상 그가 그렇게 높은 곳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저러다 저 위에서 떨어지면 어쩌지? 그녀는 매일 조마조마했던 거다. 그러나 애정이 다 날아가버린 지금, 다같이 몰락해버린 지금은, 그가 스스로 지붕에서 떨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가 들것에 실려들어오기를 원하고 있다. 아, 사랑이란 건, 돈도 없고 먹을 게 없어져버리면, 함께 소멸하는 것이로구나. 



나는 읽으면서 제르베즈에게 도망치라는 말을 수십번 한 것 같다. 그렇게 예전에 사랑'했'던 남자와 계속 함께 있는 걸 선택하지말고, 그렇게 함께 몰락하는 삶으로 빠져들지 말고, 그냥 거기서 도망치라고. 사실 그녀에게 도망치자는 제안을 했던 진실한 남자가 없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도망치라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남자로부터 도망치라는 거다. 나를 함께 잡아 끌어들여서 진창에 빠지게 하는 남자, 그 남자는 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진창에서 뒹굴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나였다면 어땠을까, 라고 계속 생각해보니, 나는 도망칠 사람인거다. 너랑 같이 진창에서 뒹굴고 싶진 않아, 내 삶을 몰락으로 향하게 놔둘 순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를 피해 도망갔을 것이다. 어디든 가서 다시 시작해서 내 삶을 다시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남자를 선택하지 않겠지. 개같은 놈들, 내 인생이나 망치려고 작정한 놈들, 나는 너희들 선택하는 대신, 내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하고는, 내가 먹고 살 것을 내가 벌어서 해결할 것이다. 물론 제르베즈에겐 아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제르베즈는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 사이만 멀어진 게 아니라 자식과 부모의 삶도 멀어졌다. 그냥 도망쳐라, 제르베즈! 거기에 멈춰 서서 몰락하지마!



그러나 잔인한 졸라는 제르베즈에게 머물도록했고, 제르베즈는 그렇게 망가질대로 망가지고야 만다. 하아- 




나는 상대를 힘들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를 힘들게 하지만 너를 사랑해, 는 길게 지속될 수가 없다. 제르베즈와 쿠포의 사이가 그걸 드러내준다. 아니, 랑티에도 그랬다. 랑티에와 제르베즈가 처음에 함께 살 때,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길 때는 좋았지만, 돈이 다 없어져버리자 랑티에는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쿠포와 결혼했지만, 그 다정했던 쿠포와도 돈이 떨어지고 빚만 남자 애정이 사라져버린다. 힘들다면 사랑하지 않게 된다. 먹고 사는 게 급한데 사랑은 사치가 아닌가. 그런 사랑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 먹고 사는 게 먼저다. 제르베즈는 그 남자로부터, 그 삶으로부터 멀리멀리 도망쳐야 했던거야. 아, 너무나 안타깝다.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랑을 하지 않을것이다. 안하고 말지, 나는 힘들고 싶지 않다. 혹여라도 힘들어질라 치면 거침없이 도망치겠어....



제르베즈가 어디로 도망갔다한들 부자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부자로 태어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부자가 된단 말인가. 가난은 가난으로 대물림되고 조금 덜 가난하냐 더 가난하냐의 차이일 뿐 계속 가난했을 것이다. 앞집과 옆집이 다 가난한 공동주택에 살면서 가난으로부터 빠져나오기는 힘들것이다. 졸라는 그런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 삶에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그러니 내가 여기서 팔자 좋게 '그 남자로부터 도망쳐!'라고 한들, 그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는 거다 ㅠㅠ




토요일에 일자산에 다녀오면서 내 폰에 있는 노래들을 랜덤으로 들었는데, '사라 코너'의  <where did you sleep last Nite?>이 나오는 순간, 제르베즈 생각이 났다. 노래속에서 사라도 말한다. 내가 너한테 내 돈을 다 주고 내 시간을 다 줬는데 너는 도대체 어디서 자고 온거냐, 내가 너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당장 내 집에서 꺼져라...라고 말하는 거다. 제르베즈도 그랬어야 했는데.... 내쳤어야 했는데......





그 다음 나온 노래는 Lily Allen 의 <Fuck You>였는데, 와, 너무 좋다. 내가 내 폰에 이 노래를 넣어놨다니. 역시 나는 짱이야!!! 이 노래 들으면서 뻑큐~ 뻑큐 베리베리 머어어어어취~ ♪ 하고 따라부르면 너무나 신난다. 게다가 릴리 알렌의 동영상을 찾아봤더니 하하, 손짓도 해! 짱이닷!!




위의 영상을 보고는 헤어스타일 넘나 좋아서 캡쳐해뒀다. 미장원가서 이렇게 해주세요, 하려고. 사실 요며칠 머리를 계속 길게 둘까 자를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길면 묶어서 올려버릴 수 있으니 너무 편하고, 짧으면 가벼우니 편하고...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아아, 어쩌지, 하다가 이 영상을 똭- 보게 된 것. 예뻐..

아래 영상에서도 헤어스타일 넘나 좋다. 옷 스타일도 넘나 좋고!!

























영화 [루시아]에서, 여자는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달빛 아래에서 섹스를 나눈다. 그 섹스는 강렬한 것이었고, 남자와 여자 둘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그러나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해, 그 밤이 지난 후에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남자는 다른 여자(루시아)와 연애하고 동거하면서도 자꾸 달밤아래에서의 그녀를 떠올린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여자와 남자는 길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때, 계속 예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예뻐야, 우연히 만나도 좋을테니까.



그런데 제르베즈는 그러지 못했다.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너무나 소중한 '구제'에게, 자신의 망가지고 흉측한 모습을 보였다.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너무나 끔직했다. 그래서 루시아 생각을 했다. 제르베즈야, 계속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서, 그래서 구제를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구제에게까지 이런 꼴을 보이다니! 대체 자기가 선한 신에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마지막까지 고통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대장장이의 발아래로 몸을 던지면서, 여느 창녀들처럼 남자에게 매달리는 구차스러운 모습을 보이다니! 게다가 하필 가스등 바로 아래서 그를 만날 게 뭐란 말인가. 제르베즈는 마치 눈 위에 장난을 쳐놓은 듯 흉하게 일그러진 캐리커처 같은 자신의 그림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건 영락없는 술주정뱅의 꼬락서니가 아닌가. 맙소사! 빵 한조각, 포도주 한 방울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는데 주정뱅이로 오해를 받다니! 이 모든 건 전적으로 그녀의 탓이었다. 어쩌자고 애초에 술을 마셨더란 말인가? 물론 구제는 그녀가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한 것으로 생각할 터였다. (p.302)




구제는 제르베즈 바로 앞에 버티고 선 채 그녀를 응시했다. 이제야 비로소 등불의 환한 불빛 아래서 그녀를 찬찬히 뜯어볼 수 있었다. 그사이 제르베즈는 몹시 늙고 퇴색해버려 예전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옷과 머리에서는 눈이 녹아내려 물이 뚝뚝 흘렀다. 머리는 불안정하게 건들거렸고, 온통 잿빛으로 변한 머리칼은 바람에 마구 뒤엉켜 있었다. 목이 어깨에 파묻힌 것처럼 쪼그라든 제르베즈는 보는 사람이 울고 싶어질 정도로 추하고 뚱뚱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자신들이 사랑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아직 싱그러운 젊음을 간직하고 있던 발그레한 피부의 제르베즈가 포동포동한 목에 목걸이처럼 사랑스러운 아기 주름이 잡힌 채 힘차게 다림질하던 모습이 눈앞을 스쳐갔다. 당시 그는 제르베즈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하며, 몇 시간이고 세탁소에 머무르면서 그녀를 곁눈질했다. 언젠가 그녀가 대장간으로 그를 보러 왔고, 그때 그들은 지극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그가 쇠를 두드리는 동안 그녀는 그의 망치가 춤추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시절 그는 밤마다 베개를 물어뜯으면서 지금처럼 그녀와 자신의 방에서 함게 있을 수 있기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오! 그때 그녀를 가질 수 있었다면 그녀를 으스러뜨렸을지도 몰랐다. 그녀를 그토록 간절히 원했건만! (p.305-306)




그나저나 구제여, 베개를 물어뜯었단 말입니까. 그러면 제르베즈에게 말을 했어야죠. 내가 너를 이토록이나 원한다고... 뭐, 말한다고 그 당시에 뭐가 바뀌었을 것 같진 않지만, 맙소사, 베개를 물어뜯으면서 갈망하다니. 베개를 물어뜯다니...






금요일 밤에는 남자사람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같이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좀 불평불만이 많은 분이셨는데, 택시기사를 하면서 손님들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하셨다. 나와 같이 택시 뒷자석에 앉아있던 남자는 기사님의 말을 받아주면서 아 그러시겠다 라고 대꾸해주다가, 그런데 그 사람들도 다 자기 나름대로 힘들게 산다, 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기사님이 그러셨다.


'주말에 데이트도 하고 택시도 타고 가면서 힘들다고 얘기하면 안될것 같은데요' 



아...나는 너무 웃겨서 빵터졌는데, 이 말이 집에 가는 내내 생각났다. 주말에 데이트하지 않는 사람보다 데이트하는 사람이 덜힘든 걸로 보일 수도 있고, 택시를 탈 돈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라면 택시를 탈 수 있는 사람의 형편이 더 나은 것도 사실일거다. 그렇지만, 주말에 데이트를 하고 택시를 탔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삶을 산다고 단정할 수 있는걸까. 기사님의 의도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행복하거나 여유로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정말 그 한 면만 본 게 아닌가. 물론, 늘 힘들기만 한 건 아니지 않냐, 좋은 순간이 이렇게 있지 않냐, 라는 뉘앙스의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얼마전에 누군가의 SNS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중얼댄 적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이사람은 이렇게 웃으면서 잘사네, 라고. 그러자 옆에 있던 내 친구가 내게 그랬다. '야, 인스타 보면 세상에서 니가 제일 행복해. 온갓 데 다 다니고 겁나 잘 먹고 다니잖아. 누가 봐도 너 너무 행복해보일걸?'  그때 진짜 벼락같은 깨달음이 왔다. 아, 그렇구나. 내 SNS 만 봐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잘 먹고 잘 놀러다니는 사람이구나. SNS 만 본다면,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가슴 찢어짐을 겪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겠구나. 내가 베개를 물어뜯는지는 SNS로는 알 수가 없겠지....




자, 이제는 [나나]를 사러 가야겠는데, 지금 연달아 읽으면 나 지쳐 미치겠지. 나중에 사야겠다. 제르미날도, 인간짐승도 다 사야겠네. 에헤라디여~


















나도 오늘밤엔 베개를 물어뜯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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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10-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얼마전에 <나나> 처분했는데... 이 페이퍼 조금만 더 일찍 작성해 주셨으면 제가 보내드렸을 텐데.. 아쉬워요. 에밀 졸라 정주행중이시군요!

택시기사분 이야기...짠하기도 하면서 또 재치 만점이시네요. ㅋㅋ

다락방 2016-10-17 10:51   좋아요 0 | URL
아아 블랑카님. 시간을 되돌리고 싶네요. 블랑카님의 나나라니요! 크-
언제나 인생은 타이밍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가난한 삶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내처 읽으면 나가떨어지겠다 싶더라고요. 다른 책들을 좀 읽다가 다시 에밀 졸라에게 가야겠어요. 이 사람, 이 혹독한 삶을 왜 그린걸까요 ㅠㅠ 원망스럽기도 해요. 제르베즈 너무 안타깝고 ㅠㅠ

단발머리 2016-10-1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졸라`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어요. 제목에 혹해 <인간 짐승>을 대출했다가 한 줄도 못 읽고 반납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ㅎㅎㅎ

다락방님 페이퍼 읽었더니 제르베즈의 처참한 삶이 눈앞에 막 그려지는 것 같아요. 술주정뱅이 두 남자에다가, 아이구야...
가출한 나나까지. 첩첩산중. 졸라의 책을 연거퍼 읽는건 정말 힘들것 같아요. ㅠㅠ

다락방 2016-10-17 14:57   좋아요 0 | URL
제르베즈가 행복하게 살기를 기대했는데, 밑빠진 독같은 남자들 만나서 몰락하고 말았어요. 제르베즈가 가진 꿈은 되게 소박했는데, 그중에 하나도 이루지 못했어요. 배불리 빵을 먹고, 자기 침대에서 죽고, 남편한테 맞고 살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네요. 나중엔 맞고 살게 되어서... 하나도, 하나도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어요. 무슨 삶이 이런지..

게다가 이런 비참한 삶은 왜 자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걸까요. 엄마가 속옷차림으로 옆방 아저씨 방으로 들어가는 걸 나나는 어릴때부터 목격하게 되는데, 어휴, 나나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ㅠㅠ 안쓰러워 미치겠어요. ㅠㅠㅠ

비연 2016-10-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언넝 읽어야겠어요 ~ 락방님 페이퍼 보니 막 읽어야겠다고 생각이 ㅜ

다락방 2016-10-17 14:58   좋아요 0 | URL
비연님, 삶은 확실히 가난한 자들에게 훨씬 가혹한 것 같아요. 그들에게 출구는 없는 것 같아요. ㅠㅠ

비연 2016-10-17 16:21   좋아요 0 | URL
읽고 넘 우울하지 않을까요...ㅜ 안 그래도 우울한 일 투성이인 요즘인데. 겁나네요 ㅜㅜ

다락방 2016-10-17 17:55   좋아요 0 | URL
우울함의 극단까지 다녀옵시다, 비연님!!
저도 내친김에 나나를 사버릴까... 고민중이에요 ㅠㅠ

moonnight 2016-10-1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도 나나도 갖고 있지만 읽지 않았네요ㅜㅜ; 다락방님 리뷰를 읽으니 마치 책을 읽은 듯한 착각이ㅎㅎ^^;

다락방 2016-10-17 14:58   좋아요 0 | URL
전 [나나], [제르미날], [인간짐승] 다 사야해요!
차곡차곡 하나씩 사서 읽어야겠어요.
지금은 나나가 너무 궁금해요 ㅠㅠ

에이바 2016-10-1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어제 제르미날 생각했는데...ㅜㅜ 같이 읽어요 다락방님... ㅠㅠ 에밀 졸라 인기가 많지 않아서 루공 마카르 총서가 다 나오기 힘들대요. 문동에서 힘내서 내달라고 열심히 읽고 리뷰 써야겠어요. 다락방님 페이퍼를 보면서 저도 읽은지 시간이 좀 되어서 다시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구제가 베개를 물어 뜯었다니 왜 기억에 없죠... 구제 진짜 최곤데... 다락방님 혹시 공항 가는 길 드라마 보세요? 완전 좋답니다. 매번 챙겨보진 못하는데 아 섬세해요. 제르베즈와 구제 생각도 나고 일본드라마 메꽃이라고 그 작품도 생각나고요. 다 재밌어요.

다락방 2016-10-17 17:58   좋아요 0 | URL
베개를 물어 뜯었다는 건 제가 인용한 부분에서만 나오는 거에요. 나중에 제르베즈 만나서 과거를 회상하면서요. 저는 제르미날보다 먼저 나나 읽고 싶어요. 나나가 어릴 때부터 너무 기구한 인생을 살아가지고 ㅠㅠ 그래도 파멸로 이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요 ㅠㅠ 제발 너는 희망찬 인생을 살아줘...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고 싶어요 ㅠㅠ

[공항 가는 길]은 안그래도 여기저기서 좋다고 하길래 한 번 본 적 있는데 영 제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대사에 너무 멋을 냈다고 해야하나, 화법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해야하나, 영 몰입도 집중도 안되더라고요 ㅠㅠ 그래서 못보겠어요 ㅠㅠㅠㅠㅠ 공항 가는 길이란 제목은 딱 제 스타일인데 말예요. 저 공항 엄청 좋아하거든요. 공항에서 일하고 싶다고 오백번쯤 생각했는데, 영어를 못해서 늘 생각만 하다가 포기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공항 가면 초흥분하는 스타일이에요. 공항, 비행기 다 좋아해요! >.< (또 딴길로 샌다 ㅠㅠ)

AgalmA 2016-10-1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선곡 속 그녀들도 다락방님 포스ㅋㅋ 당당해서 좋구만요!
역시 에밀 졸라. 사랑이 들 것에 실려 오길 만드는 대장장이 같은 소설가 같으니라구~

드라마 <스킨스>에서 니콜라스 홀트 침대커버가 나체 프린트된 걸로 기억하는데...캐릭터 확실히 보여 주잖아요? 다락방님도 베개 커버 물어 뜯은 자국 프린트로 자체 제작하셔서 인증을ㅎㅎ; 생각해보니 여러 버전 만들어서 이거 사업으로도 괜찮겠어요~

다락방 2016-10-17 17:59   좋아요 0 | URL
전 포스 있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좋더라고요. 안젤리나 졸리도 그렇고, 사라 코너, 릴리 알렌 다 좋아요. 핑크도 겁나 멋져요! 핑크 포스도 짱이에요. 대표적으로는 마돈나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ㅎㅎ

인증은 못하겠지만, 오늘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베개를 좀 물어뜯어야겠어요. ㅠㅠ 너무 물어뜯어서 베개를 다 적실 것 같아요. 엉엉. ㅠㅠ

프레이야 2016-10-1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너무 너무 오랜만이에요 페이퍼 재미나게 읽었어요. 루시아 찾아봐야겠군요. 한 2년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승객과 별 일이 다 있더라구요. 우린 정말 한 면만 보면서 사는 것 같아요. 아님 한 면만 보여주며 사는 건지도. 가을이에요 ^^

다락방 2016-10-17 18: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그래요. 우린 한 면만 보면서 살기도 하지만 또 한 면만 보여주면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SNS 에 사진을 올릴 때는, 나 행복하다, 하는 것을 전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왜 내가 행복하게만 보인다고 생각하고 씁쓸해할까, 모순되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반가워요, 프레이야님.
:)

이름 2016-10-18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아무래도 그저께 팡테옹 가서 빅토르 위고와 에밀 졸라의 묘가 나란히 있는 걸 보고 그래 돌아가면 <목로주점>을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목로주점>이 펭귄클래식과 문학동네가 있는데 아무래도 문학동네가 괜찮은 건가요? 돌아가자마자 결제를 해야겠습니다 홓홓

다락방 2016-10-18 08:58   좋아요 0 | URL
펭귄과 문동을 비교해보진 않아서 문학동네가 더 낫다고는 제가 말씀을 못드리겠어요. 저는 집에 문학동네로 준비되어 있어서 문학동네로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프랑스에 계시군요. 위고와 졸라의 묘에 가셨다니. 우어어어어. 저는 이곳에서 졸라의 책을 읽었으니, 우리 서로의 손가락을 내밀어 교감합시다... ㅎㅎ

감은빛 2016-10-1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래 처음 들었을 때,
저렇게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저렇게 발랄하게 욕을 하다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이 노래 폰에 넣고 다니면서 가끔 들어요.
얼굴은 모르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얼굴을 알게 되었네요.

에밀 졸라의 작품은 다 연결되는 군요.
겁나서 쉽게 손대지 못할 것 같은데요.

다락방 2016-10-20 08:03   좋아요 0 | URL
네, 저렇게 맑고 유쾌하게 뻑큐~ 하는 게 너무 좋아요. 다 꺼져라, 엿먹어라, 라라라라~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ㅎ
사실 릴리 알렌은 다른 노래로 먼저 알게 되었거든요. The Littlest Things 라고 엄청 슬픈 노래에요. ㅠㅠ 훌쩍 ㅠㅠ

에밀 졸라의 작품은 어휴, 찐득찐득해요 감은빛님.
 

어제 호박전을 만들면서 와인을 마셨다. 다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그리고 참치전도 했다. 우하하하. 그렇게 와인 한 병을 다 비웠다. 만세!



그러니까 내가 와인을 마시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다 술을 마시게 될텐데 수요일까지 마시면 안되잖아, 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마트에 들러 와인 한 병을 사가면서(돈이 없어서 요즘엔 쟁여두질 못하고 있어 ㅠㅠ), 이건 지금 마시려고 사가는 게 아니고 언제 마시고 싶을지 모르니까 사두는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었다.


그렇지만...그렇지만......나는 노동자이므로 와인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는 와인을 마셔야한다고, 제르베즈가 말했기 때문이다. 쿠포가 말했기 때문이다. 



알코올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그녀를 엄습했다. 포도주는 용납할 수 있었다. 그건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주는 해악일 뿐이었다. 노동자들에게서 일할 의욕을 앗아가는 독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 나라에서는 왜 저렇게 해로운 것들을 만들도록 내버려두는 것일까! (p.306-307)



오! 신이시여! 예수회교도들이 뭐라고 하건 아무 상관 없었다. 포도주는 진정 놀라운 발명품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초대객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노아는 분명 함석공과 재단사, 그리고 대장장이를 위해 포도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포도주는 몸을 깨끗이 정화해주고, 노동의 노고를 달래주며, 아무런 의욕이 없는 이들에게 자극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런 다음 어릿광대가 당신에게 묘기를 부리기라도 하면, 당신은 우쭐해져서는 파리가 온통 자신의 것인 양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부자들에게 괄시받는 지치고 가난한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는 것도 모두가 포도주 덕분이다. 그런데 단지 인생을 좀 더 장밋빛으로 느끼고 싶어 가끔씩 술에 취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야박한 처사가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p.345-346)

















그러니까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고 있었고, 와인은 그냥 샀을 뿐이고, 나는 술을 안마시려고 했었고...그런데 자꾸만 포도주는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술이라는 제르베즈의 말이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에에에에에에에속 생각나는 거다. 내가 마시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잠들기 전까지 노동자는 포도주를 마셔야 해, 라는 생각만 할 것 같아서, 이럴 바에야 마셔버리자, 라고 결심하고 행동에 돌입했다. 진짜 이 책에서 포도주 예찬만 하지 않았어도 내가 어제는 술을 안마시려고 했는데, 책은 이렇게나 해롭다. 나도 오늘 오늘치의 노동을 충실히 했고, 그러므로 포도주를 마실 자격이 있잖아. 나의 노동에 대한 보답으로 나도 마셔야 하잖아. 아, 에밀 졸라 아저씨.... 왜 그러셨어요.... 오, 졸라, 졸라여!!



아니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제르베즈의 삶이 너무나 힘겹고 고달파서 내가 읽다가 자꾸 빡이 친다. 아이 둘을 낳고 함께 사는 남자는 돈 벌 생각 1도 없이 술 퍼마시고 바람을 피다가 어린 아이들 놔두고 아내가 빨래하는 사이에 짐싸서 도망쳐버리고, 그 다음에 끈질긴 구애로 결혼하게 된 남자는 몇 년 성실하고 착한 남편의 모습을 보이더니, 일하다 부상을 당해 일하지 않는 삶을 좀 살아보고는, 그 뒤로 쭉- 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일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알아버린 몸.... 이 새끼야, 너가 먹고 마시는 돈을 그래서 니 아내가 다 벌고 있잖아...일 안하고 놀기만 하면 편하다는 거, 그거 누구나 다 알아........ 나도 선택가능하다면 그걸 선택하고 싶다고. 그렇지만 먹고 마시고 공부해야 하잖아. 니가 먹고 마시는 거는 니가 알아서 해결하란 말이야. 아아 너무나 빡이치는 것.... 게다가 미친듯이 열심히 살아 모아둔 돈은 남편 부상으로 인해 다 써버리고 이제는 빚도 못갚고, 나중엔 제르베즈의 생일파티를 한다고 전당포에 반지를 맡기는 상황까지 이르는데....이게 지금 내가 읽은 1권의 내용이다. 근데 1권 끝에 몇 년전 다른 여자랑 바람나서 도망쳤던 남자가 제르베즈를 찾아왔어...아 이 새끼들 진짜 가지가지하네 ㅠㅠ


이 책에서 에밀 졸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다 보여주는데, 아 진짜 내가 다 힘들어서 못읽겠다. 가난하기 때문인건지, 그러니까 여유없이 빡빡한 삶에 대한 고단함, 으로 인해서인지 사람들의 삶이 너무 힘겹다. 여자들을 때리는 남자들도 많고, 자기 아내 앞에서도 다른 여자들을 주물럭 거리는 남자들도 수두룩해. 오죽하면 제르베즈의 소망은 맞지 않고 사는것일까. 개놈들...



그녀는 일밖에 모르던 그녀의 어머니를 많이 닮아 있었다. 20여 년 동안 그녀의 아버지 마카르에게 가축처럼 부림을 당하다 고통스럽게 죽어간 어머니였다. 제르베즈는 아직 날씬한 편이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지나는 길에 어개로 문이라도 부술 수 있을 만큼 건장한 체격의 여성이었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몹시 좋아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어머니를 빼닮았다. 심지어 다리를 약간 저는 것조차 불쌍한 어머니한테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걸핏하면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술이 억병으로 취해 돌아온 밤이면 팔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거친 애정 행각을 벌이곤 했다는 얘기를 제르베즈에게 수없이 들려주었다. 그녀 역시 그런 날 밤에 만들어진 게 분명했다. 다리 한 짝이 덜 발달된 채로. (p.68)



"난 말이죠, 욕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랍니다. 별로 바라는 게 없어요……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침대, 식탁 그리고 의자 두 개, 그거면 충분해요……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좋은 시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맞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내가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요, 다시는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그게 다예요, 정말 그게 다라고요……" (p.72-73) 



이들은 미친듯이 일하지만 가난하고 그들이 사는 동네 역시 허름하다.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엄마한테 '나가 죽어라'는 소리도 듣고, 아빠가 엄마를 죽일듯이 패는 걸 아주아주 어릴 때부터, 갓난 아이일 때부터 본다. 이런 환경에서 쭉 살면서, 그곳을 벗어나는 삶을 사는 게 가능할까. 이래서 버트런트 러셀 아저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모두가 네 시간 노동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거다. 모두가 다 함께 네 시간 노동을 한다면, 실직자도 없을 것이며 모두에게 비슷한 경제적 상황이 생길 것이고, 모두가 여유롭게 살 수 있어서 폭력과 기아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아니면 얼마전 강연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틀 일하고 이틀 놀고 이틀 공부하는 거다. 정희진 쌤은 공부를 멈추지 말라고 하셨다. 공부하지 않으면 사람은 보수적이 돼요, 라고 하시면서. 나는 그 말에 적극 동의하는 바, 이 가난한 사람들이 이틀 일하고 이틀 놀면서 이틀 공부한다면, 그렇다면 폭력과 기아, 끔찍한 환경으로부터도 멀어지지 않을까... 



제르베즈가 결국은 마음 편하게 해주는 남자를 만나 좀 덜 일하고 좀 덜 고생하고 그리고 사랑 받고 웃으면서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죄다 걸리는 게 이런 개놈들일까, 라고 생각하다가, 그건 그냥 개놈이 좀 많기 때문이며 괜찮은 남자를 찾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나는 내렸다. 이건 진짜 사실이다. 특히, 제르베즈가 살던 그때, 그곳에는.





아...또 광분해서 썼네..... 쩝......그냥 포도주 얘기 할라 그랬는데.......(  ")










어제 친구와 포옹에 대해 얘기했다. 친구는 몸이 착 들어맞는 느낌을 주는 근사한 포옹이란 것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내가 몹시 작게 느껴지는, 품 안에 쏙 들어가는 포옹에 대해 말했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내가 작게 느껴지는 포옹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내가 실제로 작아지고 싶은 게 아닌, 작게 느껴지는 포옹. 나는 이걸 예전에도 한 번 페이퍼에 언급했었는데 (난 참 사람이 한결같다니까.. http://blog.aladin.co.kr/fallen77/3508120), 내가 키가 큰 건 아니지만 덩치가 아주 커서, 웬만해서는 남자들 품에 쏘옥- 하고 들어가는 여자사람이 아닌 것이다. 나는 연애할 때 상대의 직업이라든가 외모라든가 덩치라든가 하는 걸 전혀 따지지 않는데, (그럼 뭘 따지냐!), 그래서 키가 작고 덩치도 작고 마르고 힘 없는 남자들.. 도 만났었다. 아니 대체적으로 대부분 나보다 다 약했다. 다른 건 상관없는데 체력이 나보다 약한 건 좀 싫더라. 나보다 술을 못마시거나 체력이 약하거나 하는 식이었는데, 내가 언제나 강한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던 걸로 봤을 때, 그건 그냥 로망일 뿐, 현실이 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연애를 하면서도 계속 재이슨 스타뎀을 사랑했던 것 같아....... 링크한 페이퍼에서 언급한 것처럼, 채닝 테이텀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안는 그런 모습을 나는 살면서 연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영화에서나 가능하지...


나는 약한 여자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나는 강한 이미지가 좋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했다. 서재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안젤리나 졸리냐, 라는 질문을 되게 많이 했는데, 나는 그때마다 강한 이미지가 좋아서라고 답했었다. 졸리는, 남자와는 아무 상관없이, 남자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이미지라서 너무 좋은 거다. 남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의 이미지를 준달까. 혼자 너무 강해서. 브래드 피트랑 결혼해 함께 살았지만, 그렇다고 졸리가 '브래드 피트의 아내' 라고 생각되어지는 건 아니었다. 졸리는, 졸리였다. 나는 그런 이미지가 좋았다. 누구누구의 아내, 여자친구, 애인, 이런 이미지 말고 그냥 나라는 강한 사람. 나 혼자서도 충분히 완벽한 사람. 그러니까 나는 지금 덩치가 작아지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닌데, 그래도 저거는 너무 궁금했다. 품에 쏙- 들어가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덩치만 커다란 남자에게 쏙 안기는 거 말고, 근육이 있어서 딱딱한 남자... 한테 쏙 안기는 거. 평생 안되겠지, 안될거야 아마, 라고 생각하며 로망으로 간직하고 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쩐지 눈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평범한 남자들한테 쏙 들어가보기 위해 내가 마른 여자가 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쨌든. 사람이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내 노력과 바람으로, 나보다 키도 훨씬 크고 운동을 즐겨해서 근육질이며, 등판도 아주 넓은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됐었다. 그는 나를 안기 위해서 약간 허리를 숙여야 했고, 나는 그의 품에 안기면 내가 작다는 착각을 하게 됐다. 아, 그렇다고 내가 가볍게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작다...는 느낌뿐. 사람이, 간절히 원하면 된다니까? 그런 남자를 몇 년간 따라다녔더니 가능해지더라.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내가 따라다닐 때는 그 남자가 그런 남자가 되어있을 줄 몰랐지만........나는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되고 당신은 채닝 테이텀이 되고......(응?)




음.....아만다는...너무했나.......

패쓰.


음..그나저나 요즘 너무 추억팔이 글을 쓰는군. 뭔가 진상 느낌이다. 그만해야지... 진상되는 건 시간문제야.....





지난 토요일에 일자산에 혼자 갔는데, 내가 항상 가는 입구의 숲에서 한 아저씨가 소변을 보고 바지를 추리고 있었다. 음.. 못본 척 하고 지나가려는데 바지를 추리면서 나를 보더라. 그래서 그 옆을 지나가려고 하는데, 내 앞에 한 3미터쯤 떨어져서는, 천천히 걷는 게 아닌가. 그런데 신발을 보니 슬리퍼를 신었더라. 저 사람은 슬리퍼를 신고 산에 가려는걸까. 어쩐지 찜찜해서, 나는 그 아저씨가 좀 더 오른 다음에 큰 차이를 두고 가려고 멈춰섰다. 거리를 많이 두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멈춰서자 아저씨도 멈춰서는 게 아닌가. 


뭐지?


이건... 뭐지?



저 아저씨는 저기 그냥 멈춘걸까? 내가 멈춰서 멈춘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그냥 빨리 걸어서 저 아저씨를 지나칠까? 생각했는데, 둘러보니 그 숲에는 그 아저씨와 나 둘뿐이었다. 그냥 지나칠까, 아니면 돌아서서 다른 길로 갈까.. 그냥 지나치려다가 저 아저씨가 나를 붙잡고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 생기자, 나는 '그러면 졸라 패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살면서 한 번도 다른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는데, 어쩐지 졸라 팰 수 있을 것 같은 거다. 나를 건드리기만 해봐, 주먹과 발길질을 다 동원해서 졸라 패버리겠다!! 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그런데 한 번도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는데 그게 될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거다. 그리고 저 아저씨가 내 생각보다 힘이 세면? 아아..골치아프다. 나는 그냥 돌아섰다. 돌아서서 왔던 길을 내려가 다른 길로 갔다. 다른 길로 오르면서 계속 생각했다. 내가 그 아저씨를 때릴 수 있었을까? 나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의 마음이 있다고해서, 그게 됐을까? 그게 만약 됐다면, 경찰서에가고 가해자가 되는 건... 나겠지?




우엇.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지 몰랐는데 점심시간이네.

그만 써야겠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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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3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에 포도주 한병 사가지고 들어가야 겠습니다!!

다락방 2016-10-13 15:39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은 레스토랑으로 갑니다. 와인 마시러 ㅎㅎ
맛있게 드세요!!

에이바 2016-10-1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졸라 패면 되지 않을까?

맞아요. 그래서 저는 마동석의 피지컬이 너무 부러워요. 갖고 싶다, 이 남자의 피지컬....

헤헤헤 제가 좋아하는 번역가님의 목로주점을 읽으셨군요. 그렇잖아도 제가 썼던 목로주점 리뷰를 최근 다시 읽었거든요. 왠지 다락방님이랑 통한 것 같아요. 저는 열린책들 걸로 읽었는데 문동 버전으로도 봐야겠어요. 1권에 그 장면 나오던가요? 랑티에가 제르베즈네 밀고 들어오면서 그 유명한 대사 ˝셋이 살아요˝를 완성하는 장면이요. 거기서 더러운 세탁물이 집 여기저기 쌓이고 일터와 집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 제르베즈의 몰락을 상징한답니다..... 진짜 제르베즈 넘 불쌍하죠. 딸 나나는 더 해요. 에밀 졸라, 졸라 잔인한 사람.....

다락방 2016-10-13 15:41   좋아요 0 | URL
제 머릿속에서는 지금의 피지컬로 충분히 남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싸움의 기술도 모르고 경험도 전무하므로 단지 머릿속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일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아 에이바님 ㅠㅠ 스포일러 ㅠㅠㅠㅠㅠ 랑티에가 제르베즈에게 들어옵니까. 아 개같은 랑티에 ㅠㅠㅠ 넘나 싫으네요 ㅠㅠㅠㅠㅠ 이거 다 읽으면 나나도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지만 나나는 새로 사야한다는 게 함정..목로주점은 준비해둔지 한참 됐었거든요...

에밀 졸라, 졸라 잔인한 양반이군요. 졸라 졸라 너무하네요 ㅠㅠ

에이바 2016-10-13 15:56   좋아요 0 | URL
으악!!!!!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정말 저는 아무 생각없이 다락방님이 목로주점을 저처럼 다시 읽으신다고 생각했나봐요. 완전 바보야, 정말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 아 그거 정말 가슴 쥐어 뜯으면서 봐야하는데 아 송구합니다.... ㅠㅠㅠㅠㅠ 인간 짐승도 있어요. 목로주점에는 안 나오는 캐릭터인데 제르베즈 아들로요. 에밀 졸라도 봐야하는, 아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아 슬프고 행복해요.

다락방 2016-10-13 17:11   좋아요 0 | URL
[인간 짐승] 이 검색해보니 문학동네 115 번 도서네요. 이게 100번 안쪽이면 제가 가지고 있었을텐데...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엣헴, 제가 무슨 이벤트에 응모해서 1등해가지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0권을 받았지 않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랑자랑) 검색해보니 2014년의 일이네요. 히히히히히. 어쨌든 그래서 115번 인간 짐승은 안갖고 있다는 거... 흐음.

빨리 퇴근해서 목로주점 2권 읽고 싶은데 오늘은 술약속이 있어요. 그러면 못읽겠지... 내일이나 되어야 2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훌쩍. ㅠㅠ
에이바님의 댓글을 이미 읽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제르베즈가 이 남자들로부터 도망쳤으면 좋겠어요. ㅠㅠ

스윗듀 2016-10-1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잇ㅋㅋㅋㅋㅋ 졸라 패면 되지 않을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도 다락방님 페이퍼 너무 재밌어서 꼼꼼히 읽고 갑니다. 와인색 구두에 마음을 뺏겼쟎아여......뾰롱

다락방 2016-10-13 15:42   좋아요 0 | URL
하여간 저를 성적으로 건드리기만 하면 저는 졸라 팰 마음가짐이 되어있는 것입니다. 기술은 전무하지만 ㅠㅠ

빨간색 주문했는데 막상 온 거 보니 와인색이고... 쩝.
그렇지만 제가 누굽니까. 빨간색 새로 하나 또 샀죠!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노동자여, 마셔라!!

기억의집 2016-10-1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갑자기 저도 술이 댕기네요~ 배가 너무 나와 술 끊었는데...

정희진씨의 말에 공감해요. 전 정치이야기하다가 뭔 말이 막히면 난 보수야, 라고 뭉텅거려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들 보면 실망을 금할 길 없어요. 닭이 부정부패를 일삼아도 아, 난 보수라.... 젠장 여러 글 좀 읽고 살아라, 맨날 껄렁한 글만 읽지말고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차 올라요. 자신의 삶이 보수프레임 하나 걸리면 그게 인생 전부인지 알아요. 짜증납니다. 그래서 전 아주 요즘은 대놓고 난 진보야라고 말해버려요.

다락방 2016-10-13 15:44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도 배도 나오고 턱도 두 개고 엄청 뚱뚱해져서 술을 좀 줄이자...고 생각은 하는데, 그 생각을 매일 생각만으로 그친다는 게 ㅠㅠ 하아 오늘도 술 내일도 술 모레도 술 글피도 술....

저도 정희진쌤 말에 엄청 공감하며 고개 끄덕였어요. 그리고 보수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여기에 주저앉지 않기 위해서 계속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책을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듣고 글을 쓸거에요. 우리 멈추지 말아요, 기억의집님. 우린 보수적이 되지 말자고요!!

Conan 2016-10-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아내와 사발면에 와인을 마셨습니다. 꿀이더군요^^ 와인에 사발면이 이렇게 맛있다니~
그리고 산에서 만나신 아저씨 그분도 무서우셨을수도 있습니다. 저도 가끔 외진길에 모르는 여자분이랑 앞뒤로 걷게되면 괜히 불안하고 무섭더라구요... 극소심 캐릭이라 그렇겠지만요 ㅠㅠ

다락방 2016-10-13 15:45   좋아요 0 | URL
저는 사발면과 술의 조합을 진작부터 즐기던 사람입니다. 으하하하하. 사발면과 맥주 조합을 가장 사랑하긴 해요. 그렇지만 와인이라고 왜 나쁘겠습니까. 사실 세상 모든 음식이 술안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여자분을 무서워하기도 하시는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소심해서든 아니든 간에요. 트라우마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고요.
저는 그 남자분이 거기서 다 드러나게 소변을 보고 바지를 추리는 걸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겁나진 않았을 것 같아요.

비연 2016-10-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목로주점> 읽으려고 사둔 책인데.. 이런 대목들이 있군요. 언넝 읽어야겠다. 호기심 발동.
그나저나 오늘 와인 한잔 해야 하는 건가요? 으앙... 락방님이랑 와인 한잔 하고 싶어지네요, 문득.

다락방 2016-10-13 15:46   좋아요 0 | URL
비연님, 목로주점 너무 재미있어요. 비연님이 읽으신다면 읽다말고 페이퍼 작성하시게 될거에요. 아니, 똑같이 가난한 환경에 살고 있는데, 왜 남자들은 이토록 더 게으르고 더 찌질하고 더 폭력적인지... 한숨만 나와요. 여자들은 돈도 벌고 애도 키우고 그러다 얻어 맞고 남편 술값 대주고... ㅠㅠ

비연님, 우리도 언젠가 만나서 와인 한잔 하십시다!!

자몽 2016-10-1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읽으셨군요~제르베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가 나오긴 하죠.그의 제안을 거절하는 제르베즈를 보면서 맘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고..

대학 동기 중에 키도크고 몸집도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자기는 아무래도 외국에서 통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고 한국 남자들 쳐다도 안보더니 결국 영국 남자랑 결혼했어요~
그것도 영국 남자가 한국까지 쫓아들어와서요~
다락방님을 채닝 테이텀이 사랑하게 될 수도 있어요. 백인들에게 동양 여자들 인기가 아주 좋은거 아시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다락방님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저도 오늘 저녁에 와인 한잔 해야겠습니다.


다락방 2016-10-13 16:21   좋아요 0 | URL
저 아직 목로주점 2권을 안읽었어요. 구제를 말씀하시는거죠? 1권만 읽어도 구제가 얼마나 괜찮은 남자인지 알겠더라고요. 제르베즈를 사랑하는 것도요. 뭐랄까, 영혼으로도 사랑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저는 중학교때부터 결혼을 한다면 국제결혼할 거라고 늘 생각해와서 엄마한테, 나 외국인하고 결혼하면 어때, 라고 물었었어요. 수시로 물었네요. 어릴 때부터. 예전엔 안된다고 하던 엄마였지만, 요즘엔 외국인도 괜찮으니 좀 하라고...동거라도 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나이들고 계속 외국으로 여행다니는 건 무의식적으로 외국남자와 사랑하기 위해서일까요? 제 유머감각은 한국어로 통하는데... 제 매력의 진가를 발휘하려면 한국남자가 낫긴한데....

어쨌든 제가 결혼한다면 가급적 국제결혼 하도록 해볼게요, 자몽님. 진짜로요. 국제결혼 화이팅!!

Forgettable. 2016-10-1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졸라의 `나나`가 아마 이 제르베르의 딸인가 그럴겁니다. 졸라 책을 많이 써냈음 ㅋㅋㅋ

다락방 2016-10-13 17: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나나가 제르베즈 딸이에요. 제르베즈와 쿠포 사이의 딸. 목로주점 읽다 보면 딸을 낳고 이름을 나나로 짓는 게 나오는데, 거기에 각주로 나나의 주인공이 이 아이라고 되어 있음. 진짜 졸라 책 많이 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6-10-1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목로주점은 안 읽었고 나나는 읽었는데, 졸라의 소설은 다 연결되는군요...!
`작품`을 읽을 때 루공 마카르 총서를 몇십 년 동안 썼고, 그러기 위해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글을 썼다는 걸 보고 아아 독한놈... 이라 생각했었는데. 어릴(?) 때 읽었던 `나나`가 루공 마카르 총서의 일부였군요.(좀전에 검색해봤어요 ㅎㅎ)
근데 졸라 책은 진짜 너무 처절해서 뭔가 읽기가 겁납니다... 그래도 뭔가 묵직한 고전이 읽고 싶을 때 읽으면 좋더라구요~~
고구마 한 관 먹는 기분 각오하고 목로주점도 시도해 봐야겠어요...!

다락방 2016-10-14 08:1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목로주점 읽기 전까지는 졸라의 소설이 다 연결되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연결된다고 하니 너무 궁금해지더라고요. 나나도 읽어봐야겠다, 생각은 하는데, 제르베즈의 삶이 너무나 힘겹고 나나의 삶도 딱히 더 나을것은 없을 것 같아서 연달아 읽으면 지칠 것도 같아요. 저는 일단 목로주점 다 읽고나면 좀 쉬면서 다른 책을 읽고, 나중에 나나를 읽어야겠어요. 안그러면 진짜 뻗어버릴 것 같아요. ㅠㅠ 너무 힘겨워요, 이 사람들의 삶이 ㅠㅠ

transient-guest 2016-10-1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읽고서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의 삶이란 어찌도 이렇게 팍팍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일이 생겨도 결코 지켜낼 수 있는 힘이나 개념도 없는, 그야말로 밑바닥의 삶이 깊이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돈이 생기면 그냥 다 먹는데 써버리고, 엉망진창으로 악연에서 헤어나지도 못하고...-_-: 제르베즈의 삶엔 연민 이상의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는 그런게 있습니다.

다락방 2016-10-14 16:5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2권 시작하지 않았는데, 1권에서도 충분히 가난한 자들의 팍팍한 삶이 드러나요. 이걸 어째야 하나 싶더라고요.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를 악물고 일해도, 쿠포처럼 일하다 부상을 입고나면 모아둔 돈 다 써버리는 거죠.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고...없는 사람들끼리 돈 빌리다가 안되니까 전당포에 맡기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멘탈을 지켜내며 살까요. 그러니 이들이 순간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뻗어버리고 싶은 게, 이해가 돼요. 구조적인 걸 바꾸지 않는다면 이 가난한 자들의 삶은 계속 대물림 되겠죠...

북프리쿠키 2016-10-1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또 읽어야되나.ㅋㅋㅋㅋㅋ

락방님의 페이퍼를 읽다보면

당대 석학들의 추천사보다 더 끌리니....

난감합니다 ㅎㅎ

또 질러야 됩니까~!!

다락방 2016-10-14 16:5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재미있습니다, 북프리쿠키님. 지르세요! 저는 다른 이의 지름을 말리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로자 2016-10-1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 잘 받았어요. 책은 그제 경비실에 도착했는데 어제 늦게 찾아왔어요.
재미있게 잘 읽을게요. 고맙습니다~

방명록에 글이 잘 입력되지 않아서 여기에 글 남겨요^^

다락방 2016-10-14 16:5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받으셨을텐데..싶던 참이었어요.
잘 받으셔서 다행입니다. 즐겁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