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이 있었고 중고로 선택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더랬다. 며칠 전에 넣었는데 다른 중고책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이 안사가더라. 딱 한 권 있었는데... 그래, 내 월급날까지만 무사히 있어줘, 내가 월급을 받으면, 너를 비롯해서 다른 책들까지 사주마!!! 그렇게 장바구니에는 중고책이 네 권쯤 들어 있었다. 그 중에 한 권은 살까말까 망설이던 책이라, 아마도 결제할 때는 빠지겠거니 싶었다. 월급이 들어왔고, 나는 이제 장바구니를 조율하고 있었다. 뭔가를 더 넣고, 어떤 책을 빼고...그렇게 한 박스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리 넣어보고 저리 빼보고 하다가, 오후 네 시쯤, 으음, 이제 결제해야겠군, 하고 다시 들어가니, 내가 꼭 사려고 했던 중고책 두 권이 이미 팔린 뒤였다..


철푸덕...Orz



아니, 내내 잘 기다리다가 어쩜...어쩜 그래? 아 허망해...나는 예스와 교보의 중고샵까지 다 가보았다. 없었다.....허탈해....인생은 이다지도 허탈한 것인가.... 아니, 내내 가만 있다가 왜 .......그 책을 사간 누군가도 어제가 월급날이었던 것인가...나보다 한 발 빠르게 그 책을 낚아챈 것인가........속상해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0-



며칠 전에 친구는 알라딘 중고샵에 책을 팔아서 옷을 샀다고 얘기했더랬다. 나는 <회원에게 팔기>로 중고책을 파는데, 이걸로 나는 옷을 살 수가 없다. 계속 팔리고 있긴한데, 한 권씩... 사 가....그래서 오늘 5천원 들어오고 사흘 뒤에 4천원 들어오고...이런 식이다. 나는 이걸 또 차곡차곡 모으는 스타일이 아니라, 오예~ , 이러면서 책을 또 사.....빈곤의 악순환이련가......아무튼지간에 그래서 내가 이 빈곤을 탈출하고자 '모신 하미드'의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을 읽기 시작했다...


는 중요한 게 아니고,


















이쯤에서 중고샵 광고 한 번 들어가고.


다락방 중고샵 바로가기 ☞ http://www.aladin.co.kr/shop/usedshop/wshopitem.aspx?SC=12609




보시다시피 최저가 책들이 많고요, 여러권을 주문하시면 사은품도 드립니다.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가 되려면 책 팔아서는 불가한가....더럽게 부자가 되고 싶지만 책이 안팔려...... 하아-




그리고 내일, 여기 오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저도 여기 있을 겁니다. 후훗. 지나다가 혹시라도 빨간 손톱이 보이면 '당신이 다락방입니까?' 라고 물어주세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이미지는 아무개님 서재에서 허락 없이 ㅠㅠ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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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미 2016-11-1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 책방 잘 보고 갑니다

다락방 2016-11-11 10:24   좋아요 0 | URL
네~

기억의집 2016-11-11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회원간 팔기 하는데...우씨 웃기는 건 편의점택배로 보내면 먹을걸 꼭 사서 판 돈보다 편의점에서 사 먹는 돈이 더 들어 목돈이 안 되네요~

2016-11-11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11-11 10:25   좋아요 0 | URL
아 기억의 집님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의점에 가서 사 먹는 돈이 더 크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다행스럽게도 택배만 보내고 텨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11-11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11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읽는 책을 팔아서 나온 돈으로 원하는 책을 더 사도 책 욕심이 멈추지 않았어요. 책장의 빈 자리가 보이면 허전해서 그 자리에 책 욕심을 채웁니다. 끝이 없는 욕심은 정말 무서워요. ^^;;

재는재로 2016-11-12 14:51   좋아요 0 | URL
그게맞는것같은데 전 반대로가고있어서 문제네요 책장에책이가득차는게무서운 책판돈으로 또새책사고 또파는 무한반복의 책을안읽을수는없고

다락방 2016-11-14 08:14   좋아요 1 | URL
저는 책장의 빈자리를 좀 만들고 싶은데 왜이렇게 세상엔 읽고 싶은 책이 많은지 ㅠㅠ 그거 사느라 허리가 다 휠 지경이에요. 다 사봤자 다 읽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또 새롭게 읽고 싶은 책은 생기고....그러면 책장이 또 넘치고... 또 내다 파는데 또 넘치고...그런데 이젠 잘 팔리지도 않아요... ㅠㅠ

재는재로 2016-11-1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파는거도 더이상읽지않는책을팔아도 요새는잘팔리지않네요 책구매자는한정되어있고 저는일단성격이급해서 안읽었던책아니면 신간으로사서 다읽고소장할책만소장하고나머지는 파는스타일이라 예전에는다모았지만 책장에책놓은데가없어 책장 옆에쌓아두었는데 자는데무너져서 두번다시는 책안쌓고 책장도수시로정리합니다 이것도일종이강박관념같은게 책장에책이가득차는게 무서워요 그래서팔거나 도서관에기증하는데도 이런저런뎃니사거나받은책으로점점늘어나는편입니다 읽는건좋은데 모이는이네요 모이는양이 늘어나는게 감당이않되요

다락방 2016-11-14 08:1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도 부지런히 파느라고 파는데 계속 책장이 부족해요. 저 역시 읽는 족족 팔아치우면서 가끔 안읽은 책도 끼워서 파는데, 그래도 사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네요. 읽는 속도는 너무나 느리고요... ㅠㅠ 이제 그만 사고 있던 거 읽고 팔기나 해야지, 싶은데 그게 또 잘 안돼요. 읽고 싶은 책은 너무나 많으니까요...

재는재로 2016-11-11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웃긴건 신간으로책사서 읽고나서 팔고는 지나서 또 중고로산적이있다는거 그리고같은책을 두번이나산적도있다는거죠

재는재로 2016-11-11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만 천권이넘는책을샀는데 만약안팔고그대로소장했으면 방에잘곳도없었을거요 그래서 서재나개인적으로책을보관할장소가있는분이부러워요 어릴때는 부모님부모님이 사준책읽지도않고 이사가면서 결국다버렸는데 나이먹고책에빠지다니 이상하죠

다락방 2016-11-14 08:18   좋아요 1 | URL
저는 제 돈 주고 책 사기 시작한게 직장 다니면서거든요. 이십대 중반 부터요. 처음에는 사둔 거 읽으면서 새로운 책 샀는데, 언젠가부터 한 권 읽고 다섯 권 사고..이런 식으로 되다 보니까.....집에 책장도 사야했고.... 하아- 책은 한 번 사기 시작하면 책이 책을 부르기 때문에.... Orz

이바구 2016-11-1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원에게 팔기로 했으니 3~4천원이라도 들어오지 알라딘 오프샵에 들고 가면 버스비도 안빠집다 ㅠㅠ
무거운 가방에 한가득 싣고 갔다가 대실망 이후로 온라인에서만 팝니다
친구분은 어떻게 옷을 샀는지 모르겠네요 옷 정도 살려면 용달차 10대 정도는 가지고 가야 하는데... 그럼 용달비는????? ㅋㅋ

다락방 2016-11-14 08:17   좋아요 1 | URL
아, 친구는 거의 신간 슈퍼바이백을 알라딘에 팔기로 팔았어요. 그래서 목돈이 생길 수 있었답니다.
저는 일전에 알라딘 대량매입으로 120권 한 번에 판 적 있었는데, 그 때 20만원 이상 나왔었어요. 그 돈은 다 어디갔는지...신간 팔아야 돈이 돼요. 구간은 매입불가에 균일가매입으로 가격 후려치기 돼서 너무 속상하죠. 회원에게 팔기로 파는 게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러다 너무 안팔리면 그냥 방출하기도 하고요.

고양이라디오 2016-11-16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와 댓글은 항상 재밌어요^^ㅎ
저는 상당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서 그런지 아직 책에 치이지는 않습니다ㅎ 요즘 책 안사고 산 책 읽기 프로젝트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어요ㅠㅋ

다락방 2016-11-16 12:28   좋아요 1 | URL
으앗, 고양이라디오님. 제가 오늘 아침만해도, 아아, 사놓고 안읽은 책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그것들을 차례차례 읽어나가는 프로젝트를 해볼까....하고 고민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다가 리스트 만들기 싫어서 포기했어요. 그리고 지금, 현재!! 장바구니에 책 잔뜩 넣어두고 뭘 빼지...하고 있습니다. 아아, 구제불능이어요, 저는.. ㅠㅠ

고양이라디오 2016-11-16 14:36   좋아요 0 | URL
어제 읽고 싶은 책하고 오늘 읽고 싶은 책이 다르니깐 자꾸 사게되는거 같아요ㅠㅠ...
저는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둬서 조금씩 조금씩 읽고 있어요ㅎ 물론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지만요ㅠㅠㅋ

박총무 2016-11-2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부자되는 것 보다는 방이 좁아진다는 거겠죠! ㅋㅋㅋ
점점 쌓이는 책들을 바라보면서 서재를 만든다고 하지만 언제 해보련지...... 아! 사지말자 해놓고 또 사서 쌓이게 되니....

다락방 2016-11-21 17: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살고 있군요. 저는 그래도 부지런히 팔고 있습니다. 오늘도 한박스를 알라딘에 보낼 예정입니다. 물론 파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몇 배나 더 빨라서 자꾸 쌓이지만 말입니다. Orz
 

그들은 마을로 들어서서 이스트 메인이라는 이름의 도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걷다 보니 사거리가 나타났고 그곳을 지나자 도로의 이름은 웨스트 메인으로 바뀌었다. 상점 창문들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문에는 모두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베리빌은 모범생들만 모여 사는 도시인 것 같았다. 날이 저문 지 고작 두어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도시 전체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리처는 연신 곁눈으로 터너를 살폈다. 볼수록 멋진 여자였다. (p.157)
















비록 탈출하고 도망중이긴 하지만, 리처와 터너가 함께 걷는다. 정말이지 이 사소한 장면, 이 대단하지 않은 장면이 나는 너무나 좋았다. 서로 호감을 가진 남녀가 함께 걷는 것. 어두워진 길을 계속 걷는 것. 나는 걷는 걸 너무 좋아하고,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것도 너무 좋고, 나 혼자 걷는 것도 너무 좋다. 걷는 속도가 유독 맞지 않는 사람이랑 걷는 건 별로 안좋아하지만, 걷는 속도마저 비슷하면 진짜 짱이다. 게다가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은가. 157페이지의 저 인용문을 읽으면서 아 걷고싶다, 생각했다. 혼자 걸으면 아주 많은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어서 좋고,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아침에 걸어도 좋고 늦은 밤이나 새벽에 걸어도 좋다. 걷는 건 진짜 무지하게 좋다. 호감을 가진 남녀가 만나 데이트하는 데는 수많은 코스가 있겠지만, 걷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사소하면서도 가장 짜릿한 것 같다. 진짜 너무 좋아. 아, 걷고 싶다... 생각했는데,


오늘 오전에 외근 다녀오면서, 아이쿠, 그런데 이 계절엔 그냥 실내에 콕 처박혀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생각했다. 추워서, 코끝이 시려서..걷기 싫어졌어. 두 다리로 걷는 건 좋은데, 머리통도 너무 춥고...모자도 쓰고 머플러 단단히 두르고, 장갑도 낀 다음에 걸어야지, 이거 어디 추워서 많이 걷겠나..싶은 거다. 나는 여행을 가면 줄곧 걸으려고 하는 편인데, 날이 추우면 쉬이 포기하게 된다. 몇 해전에 친구랑 전주 갔다가, 너무 추워서 얼마 안가 포기했더랬다. 전주는 나한테 딱히 좋은 장소도 아니었고, 음식도 별로였고, 전주 여행은 그냥 별로인 여행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피로해졌던 기억이 있다. 날이 추워 그랬다. 추울 땐 오래 걸을 수 없어... 어쨌든 리처와 터너가 함께 걷는 거 너무 좋다! 도시 전체가 깊은 잠에 빠졌을 때에도 함꼐 걷다니...아아, 없던 정도 생기겠는 것.....너무 좋아. 게다가 함께 걷는 남자는 운동 안해도 식스팩 있는 남자, 운동 안해도 이두박근이 농구공만한 남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함께 걷는 장면 너무 좋았는데, 이 장면도 좋았다.



이제 목적지까지는 3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새벽 4시에 리치가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리처는 단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그래서 리처는 두 눈을 감았다. 앞에 앉아 있는 두 사내에게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리처에게 땅콩을 던지는 게 고작일 것이다. 그것도 손이 아니라 입으로 불어서. 터너 역시 같은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그녀가 리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리처는 좌석을 젖히지 않고 상체를 등받이에 꼿꼿이 기댄 채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건 리처의 장거리 여행 수칙 가운데 하나이다.

'자다가 공격을 받으면 깨어나는 동시에 이마로 받아버린다.' (p.304)




둘은, 어쩌면 잭 리처의 딸일지도 모를 소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다섯 시간이 넘는 비행이었고, 앞으로 세 시간이 남은 상황, 터너가 잭 리처의 어깨에 기대 잠드는 거다. 그렇게 기대서 숙면을 취하는데, 와, 너무 좋아. 좋아하는 남자랑 같이 비행기 타고, 그 남자한테 기대서 자고...아, 너무나 사소하지만 너무나 좋다... 사실 기차든 비행기든 버스든 그게 뭐든, 내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어깨에 기대서 잠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게 키가 나랑 비슷하면 내가 너무 목이 밑으로 가니까 불편하고, 뭐 여튼 이래저래 어깨에 기대어 잠든다는 건 불편한 일인데, 아, 잭 리처라면.. 안불편할 것 같아. 잭 리처라면 그 어깨에 기대고, 그 농구공만한 팔을 내 양 팔로 감싸가지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크- 좋구먼..... 


인생, 뭐 별 거 있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함께 비행기 타고 그러다 어깨에 기대 잠들고...그러는거지...... 행복, 뭐 별 거 있나... 다 그런거지...





어제는 여행친구와 함께 와인을 마셨다. 내가 와인을 마신다는 얘기를 마시는 도중 친구들에게 했는데, 다들 한결같이 '너한테 벌준다며', '사흘간 금주라며' 같은 소리들을 해댔고.....



닥쳐! 오늘부터 하면 될 거 아냐!!



같은 말을 나는 내뱉진 않았지만.....뭐 그런 심정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지. 어쨌든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아, 나 여행가고 싶어, 이번 달 안에 가고 싶어, 영월에 갈까, 했더니 여행친구가 나를 말렸다.


안돼, 너 12월에도 가고 1월에도 가잖아....참어......



그래, 그것이 현명한 거다 ㅠㅠ 그게 맞아 ㅠㅠ 맞는데 ㅠㅠㅠㅠ 또 가고 싶어. 그렇지만 지금 걸으면, 그게 어디든..춥겠지... 이렇게 추운데 아무도 나랑 여행 가고 싶어하지 않겠지....그리고 돈은... 어떡해. 여행 가면 돈이 한두푼 깨지는 것도 아닌데..... 당장 12월과 1월에 호텔비도 할부로 나갈거고...그런데 여기에 뭔가를 더하면 안되겠지...그렇지만 11월에는 그러면, 모텔에서 자면 되잖아? 모텔은 저렴하잖아? 안돼..그만 가.... 가서 실컷 먹으면 돈들어. 알았어, 안갈게. 흙 ㅠㅠ 이러다가, 또다시 청도는 비행기값도 저렴한데...같은 생각을 하다가, 또 스스로를 말리다가... ㅠㅠㅠㅠㅠ



















영화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은 나의 패이버릿인데, 영화 속에서 여자는 자신의 방에 큰 세계 지도를 붙여두고는, 가고 싶은 곳에 초록색 압정을 박아두고 갔다 온 곳에는 빨강색 압정을 박아둔다. 어쩌면 색깔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세계지도를 보며 자신이 가고 싶은 곳과 다녀온 곳을 표시하는데, 그 장면은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이다. 그때의 여자에겐 뭐랄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져서 너무 좋은 거다. 


그러다 여자가 덴마크 왕자랑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되어서 덴마크 왕비가 되는데, 왕비가 되니 떠받들어주는 사람도 많고 온갖 보석으로 몸을 치장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여자는 왕비 자리를 내놓고 떠난다. 여전히 세계지도를 보면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그런 삶을 여자는 원했던 거다. 덴마크 왕자는 그런 여자에게 잘 가라고 인사해주고 그녀의 삶을 응원해준다. 크- 멋져.




나는 학창시절 공부를 못했는데, 특히나 세계사,국사, 한국지리,세계지리를 못했다.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되는 과목들이라, 나보다 훨씬 공부를 못했던 아이들도 높은 점수를 받는 과목이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암기에는 진짜 완전 재능이 1도 없어서, 저 네 과목은 항상 낮은 점수만 받았던 거다. 게다가 방향 감각도 없어서, 지금도 길을 찾을 때면 지도를 보면서 너무 헤매야 되고... 결국 나는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가는 걸 택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나의 지구본을 너무 좋아한다. 지구본 들여다보는 건 너무 즐거워!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다가 내 방으로 탁탁탁 튀어가서 지구본 들고 나오고, 돌려보면서, 엄마, 저 나라는 여기야, 라고 말하는 순간이 너무 좋고, 조카들에게 지구본 빙빙 돌려가면서, 여기봐, 여기가 이모가 갔다온 데야, 하는 것도 너무 좋다. 지구본은 구남친1의 선물인데, 깊이 감사하고 있다. 아주 좋은 선물이었다. 내가 갖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슝- 날라왔더랬다. 지구본이, 내게로. 너무 좋다. 나는 구남친1보다 구남친1이 준 지구본이 훨씬 좋다. 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구남친2의 선물도 생각나는데, 그는 내 생일날에 미니컴포넌트를 선물로 주었더랬다. 지금도 그것이 내 방에 있음에 감사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라디오를 켜고, 술마신 어느날 밤에는 음악을 틀어놓고 엉엉 울기도 하니, 역시 구남친2보다 구남친2가 준 미니컴포넌트가 훨씬 더 좋다.



남자는 가도 선물은 남는 것..... -0-





2017년 다이어리를 사기 위해 지난주에 잠실 교보에 들렀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이번엔 스벅에 작은 사이즈가 없고, 커피빈은 작년과 디자인이 똑같아서 쓰기 싫었다. 너무 크거나 무겁지 않아야 했지만, 너무 작아도 곤란했다. 몇 해전만 하더라도 작은 수첩도 괜찮았는데, 요즘의 나는 가슴에 한이 많아서 털어놓을 게 많아.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양이 많을 것...그러면서 예뻐야 돼...라고 생각했는데,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게 없더라. 그래서 아직도 사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제 yes24 에서 내게 포인트 5천점으로 상품권 교환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여긴 예전에도 한 번 그래서 갑자기 들어가서 책 사게 만들더니 어제도 그러대? 그래서 부랴부랴 5천원 상품권으로 교환하고는 책 한 권 사야지 므흣므흣 하다가, 아, 그런데 다이어리나 구경할까, 하고는 다이어리를 검색해봤다. 뭐, 나는 인터넷 쇼핑이든 오프라인 쇼핑이든 쇼핑 엄청 귀찮아해서 한 두 세권 보다 말아야지 했는데, 두 권째가...오! 세계지도가 있대!!!!!





그래서 부랴부랴 주문했다. 5천원 할인 받고. 후훗. 지금 내게로 오고있는데 두근두근하다. 나는 멍때리고 싶을 때마다 내 다이어리를 펼쳐서 세계지도를 볼 수 있어! >.< 씐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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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6-11-10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난 내가 준 선물만 생각나고 받은 선물은 죄다 허접쓰레기 뿐이죠 남친은 가도 선물은 남는 그런연애하고 싶어요 상처 이런것말고 팔수있는 물건으로다 ㅎㅎ

다락방 2016-11-10 08:15   좋아요 0 | URL
그쵸. 쓸모있는 선물을 받는 건 그래서 중요합니다. 실속있는 선물을 받아야 해요. ㅎㅎㅎㅎㅎ 앞으로의 연애에서는 반드시 실속 있는 선물을 받으시길 바랄게요!! ㅎㅎㅎㅎㅎ

크- 그러고보니 제가 준 가장 영향력있는(?!) 선물이 떠오르네요. 아이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mira 2016-11-10 08:17   좋아요 0 | URL
전 명품가방해줬어요 ㅠㅠ

다락방 2016-11-10 08:18   좋아요 0 | URL
오!! 만만치 않으시군요! ㅎㅎㅎㅎ
아니, 명품가방 해주셨는데, 받은 선물은 죄다 허접쓰레기 뿐이란 말입니까?!!! (분노한다)

mira 2016-11-1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제가 미쳤죠 전 고작받은게 어디것인지도 모르는 장지갑 (가격대는 4-5) 부끄러워서 평소에 못들고 다니고 그인간 만날때만 ㅠㅠ , 근데 더웃긴것은 그인간이 거래처랑 밥먹고 갔다가 식당에 놔두고 와서 잃어버린거예요 사준지 두달만에 그리고 별로 안아까워 했다는거 난 아직도 할부가 남았는데 참생각만해도 저의 모지란 흑역사예요

다락방 2016-11-10 08:34   좋아요 0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런 딥빡침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선물 받을만한 사람이 아니었네요. 아놔.... 그 할부 갚으실때마다 속이 타들어가셨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는 법이죠 ㅠㅠ

감은빛 2016-11-1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걷는 거 참 좋아해요.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것도 좋고, 혼자 걷는 것도 좋죠.
바람이 좀 차긴 하지만,
이 가을날 맑은 하늘 아래 걷는 일은 참 좋아요!

핸드폰이란 게 생겨서 저에게 제일 좋은 점은 걸으면서 통화할 수 있는 거예요.
예전에는 공중전화 부스 안에 갇혀서 통화해야 했잖아요.
전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통화할 때는 저도 모르게 계속 걸어요.

헤어진 연인에게 받은 선물 말씀하시니 갑자기 생각났는데,
오래전 여친이 커플 속옷을 사줬어요.
당시 제 기준으론 제법 비싼 거였죠.
나중에 그와 헤어진 후에도 그 속옷은 그냥 입고 다녔는데,
그 다음 만난 여자친구가 어쩌가 그 속옷을 봤어요.
그러더니 그거 뭐냐고 막 따지더라구요.
난 속으로 찔렸지만, 뭐가 문제냐고 막 모른척 했는데,
대번에 커플 속옷 아니냐고 묻더라구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렇게 막 대놓고 그런 디자인도 아니었는데.
결국 그와 사귀는 동안은 그 속옷은 옷장 깊숙히 박아놓고 안 입었어요.

다락방 2016-11-11 09: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커플 속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커플 속옷 이라고 하시니까 생각나는데,

제가 이십대 중반에 사귀던 남자랑 여행을 갔는데, 이 남자가 저 만난다고 망사팬티를 입고 온거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남자들이 망사팬티 입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거 보고 너무 웃겼는데 ㅋㅋㅋㅋㅋ 근데 그 팬티가, 어, 음, 찢어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도 다른 팬티가 더 있어서 노팬티로 집에 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감은빛님 댓글 읽으니 구남친의 찢어진 망사팬티 생각이 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이 책의 절반쯤을 읽었다. 어제도 읽다 잤는데 근사한 남자의 꿈 같은 건 꾸지 않았고, 유부남한테 찝적대는 꿈만 꿨다. 아마도 어제 [금수] 리뷰 써서 그런듯...그러다 유부남의 아내가 나를 위험요소로 판단, 자기 남편 데리고 가는 꿈....아니, 내가 뭘 어쩌겠다는 건 아니었어...라면서 꿈에서 깼는데, 하아, 이것이 뭣이여, 잭 리처나 꿈에 나올 것이지.... 


잭 리처가 언제나 그렇듯이 위험과 음모에 빠져서, 아, 잭 리처 같은 남자랑은 사랑하며 살 수 없겠구나...같은 생각을 어젯밤에는 했는데, 오늘 아침 지하철안에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잭 리처는, 아마도 전편에서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은데, 터너 소령과 통화를 하게 되고 그 소령의 목소리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한 번 저녁이나 먹자고 하려고 터너를 만나러 먼 길을 온다. 그러나 자신이 왔을 때 터너는 영창에 갇혀 있었고, 자신 역시 몇 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둘 다 음모에 빠졌다는 걸 알게된 잭 리처는 터너와 함께 탈출해 도망치는데, 그러면서 터너에 대해 수시로 감탄한다. 자신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멋진 여자라고. 아하하하하. 목소리만 듣고 사랑에 빠졌다가 실제로 만나고는 실망하는 일이 대부분인 이 세상에(응?) 목소리도 좋고 실제로 보니 더 좋은 사람이라니...소설답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터너 소령을 마른 여자로 그려놨던데, 더 육감적인 글래머로 그렸다면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좀 덩치 있는 여자..덩치 있는데 졸 섹시해....오오, 안돼. 절레절레. 나는 지금 내가 되려하는가....


예전에 읽었던 할리퀸 소설중에 그런 게 있었다. 제목은 생각이 안나는데, 여자가 전화상담원인거다. 그런데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섹시해서 남자들이 다 통화만 하고 쑝 가는데, 그래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가는, 그 큰 덩치에 놀라 그냥 가버린다는 거였다. 그러다가 우리의 남자주인공 역시 이 여자의 목소리에 반해 여자를 찾아오고, 그러나 남자주인공과는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 큰덩치 여자들이 사랑하는 게 자꾸자꾸 나와야 돼, 빼빼 마른 여자들만 자꾸 멋진 남자랑 사랑하고 막 그러냐... 잭 리처는 가뜩이나 덩치도 큰데 뭘 그렇게 마른 여자를 만나고 그래..... 덩치 큰 여자도 만나고 그래야지. 같이 육덕지게 먹고 기름지고 찰지게 섹스하고 그러면 좀 좋아?


어쨌든 그래서 함께 도망을 치면서 잭 리처와 터너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서로를 파악하려고 하며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밤이 되었다. 내내 도망쳐서 배가 고프고 피곤한 그들은, 언제고 밤을 함께 맞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돈도 있는 상황이니, 방을 하나 잡을 것이냐 두 개 잡을 것이냐만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아, 이런 상황...



터너가 말했다. "체크인 하고 나서 뭘 먹으러 가는 게 어때요?"

리처가 말했다. "그럽시다."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인 뒤 리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가 말했다. "방은 몇 개나 잡을 건가요?" (p.202)




아아 둑은둑은... 그렇지만, 나는 내내 걸리는 게 있었다. 그러니까 잭 리처가 받고 있는 혐의중 하나는, 그가 어느 소녀의 아버지라는 것이었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가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 잭 리처는 여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므로, 그 사실에 대해 정말 내 아이인지, 그런데 자신이 방치한 것인지에 대해 수시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그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를. 내내 그 소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어쩌면 자신에게 딸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그는 맞닥뜨린 것이다. 어쩌면 그에게 열네살의 딸이 있다는 것.



잭 리처는 결혼하지 않았다. 그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싱글이고, 그건 터너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둘 다 성인이며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다. 그러니 서로에게 끌려서 섹스를 하게된다고 해도 잘못된 건 하나도 없다. 그들이 서로를 원했고 그렇게 함께 한 침대를 쓰기로 했다면, 그러지 않는 게 더 멍청한 짓일 테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들이 서로에게 끌렸으니만큼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당연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잭 리처에게 어쩌면 딸이 있을지도 모르고, 여기에 대해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조금 찜찜했다. 딸이 있다해도 싱글인 성인 남자는 다른 성인 여자와 섹스할 수 있다. 그건 당연하다. 그러니 잭 리처가 터너와 섹스를 했다고 하면, 그건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렇지만 ... 뭔가 아주 약간, 아주 약간 찜찜한 게 있는데, 그 사실을 내가 몰랐다는 것, 섹스 후에 알게된다는 것은, 어쩐지 '흐음....' 하게 되는 거다. 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든 알았든 그와 섹스를 하는 건 최종 선택이었을 것이고 결국 이르게 될 것이긴 했지만, 뭔가, 미리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그런 욕심이 있었달까. 그렇지만, 이건, 너무나 고지식한 나의 바람이며, 나는 이것이 욕심이라고도 생각했다. 거기까지 바라는 건...무리지...욕심이지..... 여태 잭 리처는 신사다웠고 앞으로도 그러할건데, 아직 자신의 딸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그걸 섹스전에 상대 여자에게 밝힐만큼... 그렇게 섬세하진 않겠지.... 딸이 있다고 섹스 못하는 것도 아니고, 잭 리처 한 사람의 개인이며 성인 남성인데, 내가 너무 무리한 걸 바라는거지...했던 거다. 그래서 뭐, 말 안하고 그냥 둘이 섹스를 하게 됐어도, 잭 리처가 싫어지거나 하진 않았을 거란 말이다. 그런데!



리처도 뜸을 들이고 나서 말했다. "일단 먹고 나서 체크인 합시다."

"왜요?"

"당신에게 할 얘기가 있소."

"무슨 얘기?"

사만다 데이턴.

샘.

열네 살.

"주문하고 나서 얘기해 주겠소." 그가 말했다. "긴 얘기니까." (p.202-2030




사만다 데이턴은 어쩌면 그의 딸일지도 모르는 소녀의 이름이다.

아아, 잭 리처는 말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자신에게 어쩌면 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자신이 한 소녀의 아버지일 수도 있고,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말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선택을 하게 하려는거다. 아아, 이 섬세한 남자 같으니라고 ㅠㅠ

다시 말하지만, 나는 잭 리처가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잭 리처를 싫어하진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잭 리처가 '미리'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아 졸 멋지구나 ㅠㅠ 탐 크루즈가 잭 리처를 욕심낼만 해. 자신의 키 따위, 덩치 따위가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멋진 캐릭터가 될 수 있다니, 이를 악물고 하겠다고 해야지. 아아, 잭 리처, 역시 잭 리처구나. ㅠㅠ 욕망에 이끌리기보다는, 일단 상대에게 예의를 차리려는 남자라니. 역시, 내가 좋아할만하다. 내가 기대하는 것 이상이야. 멋져. 근사해. 세상엔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어도 싫어하진 않았겠지만 말했기 때문에 더 사랑하게 되는 일들. 이렇게 큰 덩치큰 남자가, 야수같고 동물같은 남자가, 이렇게 섬세하다. 멋져...



어젯밤에 집에서 뉴스를 보면서 아이쿠야, 이나라는 웃기는 나라로구나, 몇 번이나 생각했다. 일베와 청와대...같은 기사를 보면서 나는, 동생들과 단톡방에서 나라 걱정하고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나라걱정을 했다. 그러다 불쑥,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결혼했다면, 동거중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다. 그렇다면 이렇게 함께 뉴스를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떨 수 있을텐데! 단순히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표정까지 볼 수 있잖아. 게다가 나는 뉴스를 보면서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있었는데(불족 뜯은 건 비밀..), 같이 와인 마시면서 수다 떨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나라 너무 웃기지 않아? 하면서. 나랑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고 그래서 생각하는 바가 비슷한 사람이랑 함께 살면서 함께 나라 걱정을 한다면, 아 참 좋겠다!! 싶었던 거다. 함께 사는 게 뭐 그리 요란할 필요는 없잖아. 퇴근해 집에 와서 나란히 앉아 같이 뉴스보는 거면 되는 거잖아. 아, 너무 좋지 않나.... 


그런데!!



오늘 아침엔 생각이 바뀌었다. 역시 싱글이어야겠다. 싱글이 짱이다. 싱글로 지내야 오늘 이 남자 만나고 내일 저 남자 만나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을 수 있고, 그렇게 마음 속에 잭 리처를 품고 사는 것도 누가 뭐랄 것도 없는 게 아닌가! 잭 리처는 자꾸 떠도는 남자이니, 나는 잭 리처와 뉴스 보며 수다 떠는 삶을 살 순 없을 것이다. 그건 함께 할 수가 없을거야. 그리고 내가 잭 리처를 사랑한다면, 나 역시 잭 리처가 소설들을 거쳐가며 만나게 되는 여자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잭 리처는 책 속에서 터너에게 자신과 섹스 했던 여자를 죄다 기억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딸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와 함께 살 수는 없어도 그의 기억 속에 남겨지는 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사는 건 일단 나부터가 싫다. 그는 너무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너무 많은 사건들에 빠져들어서 때리고 맞고 하는 일이 다반사인거다. 게다가 도망도 막 쳐야되고...나는 그런 남자와 함께 살고 싶진 않다. 정착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남자를, 억지로 앉혀놓고 정착하자 말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나는 정착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한 군데서 묵묵히 오래 일하고 한 군데서 묵묵히 오래 사는 사람. 그러니 나는 계속 여기에 있을 것이고, 잭 리처를 기다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잭 리처는 이리저리 떠돌고 나쁜 놈들과 맞서 싸우다가, 가끔, 아주 가끔은 내 생각이 나, 나를 찾아오는 거지. 내가 항상 여기 있다는 걸, 그는 아니까. 그의 기억 속에 많은 여자들이 있겠지만, 나의 기억속에도 남자 몇은 있고, 그의 기억 속에 많은 여자들이 있겠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무는 여자는 나 뿐이며, 그의 기억 속에 많은 여자들이 있겠지만, 가장 똑똑한 여자가 나.... 라서(응?), 그는 가끔, 이 년후에, 혹은 삼 년 후에, 내게로 오는 거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나의 아파트 비밀번호를 알려주지도 않을 것이고, 열쇠를 하나 챙겨주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그를 기다리면서 이 남자 저 남자와 연애하고 살지만, 그가 언제 올지 몰라 싱글의 삶을 유지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잭 리처라도 내게 올 때는 벨을 누르거나 노크를 해야 한다. 아무리 잭 리처라도 벌컥벌컥 니 맘대로 들어올 순 없어, 내 방에... 


그러니 그가 날 만나고 싶어 어느날 찾아왔을 때, 문을 열어주는 내가 거기에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벨을 눌러도 나는 대답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내 현관문에 메모를 붙이고 간다. 자신이 머무르는 호텔 이름과 Jack 이라는 서명을. 나는 며칠 후에 그걸 발견하고는 그 호텔로 찾아간다. 그렇게 잭을 만나 우리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이런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언제 왔어요?

-며칠 됐죠.

-기다리느라 고생했네요.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이번엔 어디 갔다 왔어요?

-벨기에.

-거긴 뭐 먹으러?

-홍합이요.

-홍합 싫어하잖아요.

-벨기에 홍합은 맛있다고 해서요.



잭 리처는 내가 늘 머무르는 여자지만, 대신에 자꾸 어딘가에 뭐 먹으러 갔다온다는 걸 아는 거지...날 찾아왔다가 집에 없으면, 아, 이 여자 뭐 먹으러 어디 갔구나, 하는 걸 너무나 잘 아는 남자인 것이다.... 아, 아름답지 않은가!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면 역시 싱글이어야 해..... 다른 남자랑 뉴스보는 삶을 산다면, 잭 리처가 나를 찾아올 수 없잖아.....



잭 리처는 식사를 하면서 터너에게 얘기한다. 그리고 이 얘기를 다 듣고난 후, 터너는 결정한다.



"방 두 개." 터너가 말했다. (p.213)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말이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가 아닌가. 방 두 개라니. 서로 호감을 가지고 육체적으로도 끌리는 성인남녀가 방 두 개라니. 흙 ㅠㅠ 너무 슬퍼. 왜 방 두개야..그냥, 섹스 안할 거면, 그냥 함께 누워라도 있지... 그냥 안고라도 있지...팔베개라도 하지...... 어깨도 좀 만지고, 팔도 좀 쓰다듬고, 엉덩이도 좀 꽉 쥐어보고.... 하아- 함께 누워있기라도 하지 ㅠㅠㅠㅠㅠ 아니, 그게 더 힘들었으려나...... 그렇지만, 나 였어도 방 두 개를 말했을 것 같다. 저 상황이라면. 


이렇게 상황이 끝나면 안된다고 생각하던 찰나, 잭 리처는 샤워하다 벼락 같은 깨달음이 찾아와 부랴부랴 옷을 입고 터너의 방을 노크한다. 정말 순수하게, 벼락 같은 깨달음 때문에 그랬다.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래서 자신의 벼락 같은 깨달음을 얘기하고 또 거기에 대한 터너의 의견을 듣고, 그렇게 대화를 마친 후에 그는 돌아가겠다고 했다. 돌아가겠다고 말했는데, 히잉, 터너가, 가지 말라고 한다. 됐다. 이 방에 찾아온 이상, 얄짤없어. 자고 가...



"돌아가지 말아요." 그녀가 말했다. "여기 있어줘요." (p.22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좋다좋다 했는데, 너무 빵터지는 장면이 나와서, 아이참, 리 차일드 아저씨, 해도해도 너무하네 싶었다. 그러니까 잭 리처와 터너는 서로 옷을 벗고 그렇게 서로의 알몸을 보게 된다. 그런데 잭 리처의 몸이 너무 좋은거지.



"운동에는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죠?"

"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소." 그가 말했다. "타고난 체형이 이렇소."

사실이었다. 리처는 사춘기 끝 무렵에 현재의 키와 체중, 그리고 성격을 지닌 사내로 자라나 있었다. 울퉁불퉁한 식스팩,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의 보호대 같은 가슴판, 농구공 같은 이두박근, 클리넥스 휴지처럼 얇은 피하지방층도 모두 그때 완성되었다. 그 어느 것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게 아니었다. 식이요법을 활용한 적도 없었다. 역기를 든 적도, 체육관에 다닌 적도 없었다. 망가지지 않는 건 수선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좌우명 가운데 하나였다. (p.225)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참나원 ㅋㅋㅋㅋㅋㅋ 운동도 식이요법도 안하는데 무슨 식스팩이야 ㅋㅋㅋ 무슨 가슴판이며, 피하지방층이며.... 아니, 이렇게 완벽한 몸을, 운동도 식이요법도 없이, 그냥 타고났다니.....리 차일드 아저씨, 너무 막갔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판타지 실현하셨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나는 이두박근 검색창에 넣고 찾아봤다. '농구공' 같다니, 내가 아는 이두박근이 이두박근이 아닌가? 이두박근 따로 있나? 하고. 이두박근은 보통의 남자들에겐 없거나 메추리알만하고 운동 좀 한 남자들에겐 타조알만하게 존재하는 게 아닌가. 그런 사이즈여야 하는 게 아닌가. 농구공이라니??? 와우- 상상할 수가 없잖아? 이두박근을 검색해보니 내가 아는 게 이두박근 맞던데, 대체 그게 어떻게 농구공만하다는 거야?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잖아? 농구공만한 이두박근을 갖고 있으면 티셔츠를 어떻게 입고 남방을 어떻게 입어...민소매 티셔츠만 입어야 되잖아...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좋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즐거운 독서다. 나의 우울함에 잭 리처를 찾아낸 것 진짜 잘한 일이다. 내가 찾아냈지. 움화화화핫. 잭 리처의 '하오체'만 버리면 좋을텐데...아니 웬 하오체? 요즘에도 저런 문체가 나오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정쩡한 하오체 쓰지마요...잭 리처는 실제로 하오체를 쓰지 않을 거 아녜요.... 알지도 못할텐데.....




나는 남자에 미치는 여자가 되고 싶진 않은데,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어디가서 조용히 잭 리처나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남자에 미치는 여자일지도 모르겠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잭 리처 좋아! ♡ 

나는 이렇게나 속되고 속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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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나린 2016-11-08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잭 리처 역을 한 톰 크루즈와 자꾸 오버랩이 되서 더 므흣~~하네요ㅋ
생생한 리뷰 감사해요~~^^

다락방 2016-11-08 09:22   좋아요 2 | URL
즐거운 독서입니다. ㅎㅎㅎㅎㅎ 남은 반이 기대되고 말입니다. 아하하핫.

레와 2016-11-08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짱이네요!
이 시리즈 난 영화로 챙겨봐야겠어요. ^^


제목 [네버고백]은 아무리봐도 고백안한단 말이거 같아요.ㅋㅋ



다락방 2016-11-08 10:13   좋아요 1 | URL
잭 리처 너무 좋죠!!! 난 책으로 읽을 때 잭 리처가 너무 멋지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잭 리처 시리즈는 팔지도 않고 갖고 있으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잭 리처, 좋아. ♡

[그장소] 2016-11-0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다락방 님 ( 마구 흔들며) 정신 차려욧~~~!!!
그거..죠?! 비밀 연애주의 ~ !!
내가 사귀는 남자가 강동원인데 넘 비밀주의여서 그조차 나랑 사귀는 걸 모른다는 .. 뭐 ..그런 기담에서 시작한 스토리의 변형 버전~ ( 보다 더 웃겼어요!)
ㅋㅋㅋ 신나게 웃었네요! 하오체 쓰는 잭 .. 오~ 잭!
( 여자 목소리는 자동 최화정)

다락방 2016-11-08 14:01   좋아요 1 | URL
아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비밀주의여서 그조차 나랑 사귄다는 걸 모른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얘기가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청난 비밀연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재밌어요. ㅋㅋㅋㅋㅋ

[그장소] 2016-11-08 14:33   좋아요 0 | URL
큼, 허허허~ 좋구먼 ~ 하고 사정없이 ㅋㅋㅋ 날릴 때 ㅋㅋㅋ 갯 수 만큼 같이 완전 좋음을 동시체감으로 느낀~ 캬! ( 이런 , 4D 스럼이라니)

유부만두 2016-11-08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버 고백...이래서 고백하지 말라는 얘긴가 했어요;;;;

다락방 2016-11-08 14:01   좋아요 2 | URL
다들 고백하지 말라는 줄 알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백은 무조건 해야합니다. 무조건!! ㅎㅎㅎㅎㅎ

감은빛 2016-11-0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울퉁불퉁한 식스팩이라니!
공복에 운동을 하고나면 연하게 식스팩의 윤곽이 생기긴 하는데,
밥만 먹어도 식스팩을 찾아볼 수 없는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군요.
이건 사기예요! 사기!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책 읽고 싶다는 심정.
저도 그래요.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한 며칠동안 책만 읽었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6-11-09 07:57   좋아요 0 | URL
제가 소설을 쓴다고 해도 제 판타지를 실현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가만 있어도 식스팩이 있고 막 그럽니까 ㅋㅋㅋㅋ 제 남동생은 엄청 운동하는데도 식스팩은 잘 안생기더만요. 이건 술을 완전히 끊어야 가능하다는데, 남동생은 술을 끊을 수 없으므로 식스팩을 포기한다고 했어요. 저는 딱히 남자들 근육에서 식스팩에 매력을 느끼지는 않아서 있든 없든 얼라리여 상관없는데, 가만 있어도 그냥 식스팩 있다는 건 너무 심한 설정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내가 잭 리처를 좋아해도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쵸?
 

주말 내내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별로 서운해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을텐데 크게 서운했고 별로 화나지 않아도 됐을 일인데 크게 화가 났다. 여러가지로 기분이 너무너무 안좋았다. 술도 잘 먹히지 않을만큼. 일요일 점심 무렵 혼자 일자산에 갔다 내려오면서, 아, 컨디션 너무 개판이야, 이걸 어떻게 좋게 만들지 내내 생각했다. 자, 내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나한테 무얼 할 수 있지? 를 생각했다. 그러다 퍼뜩, 잭 리처 생각이 났다. 그래, 잭 리처! 잭 리처를 읽자! 나는 언제나 잭 리처를 읽으면 잭 리처한테 쑝 가가지고 기분이 좋아졌더랬어! 그래서 나는 잭 리처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며칠전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잭 리처 영화 예고편을 본 기억이 났다. 『네버 고 백』이 영화화 됐던데, 내게 잭 리처가 많았지만 이 편은 없었다. 그래, 시간도 아직 괜찮고 날도 춥지 않으니, 서점에 가자. 오랜만에 서점에 가서 책도 구경하고, 지금 당장 읽을 잭 리처도 사자! 다른 잭 리처가 책장에 많지만, 나는 지금 당장, 네버 고 백이어야 해!! 꺄울 >.<


서점에 가기로 결정하고나서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나 서점 갈건데, 같이 갈래? 집에서 쉬고 있던 친구는 응 그럴게, 라고 했다. 나는 집에 가서 씻고 옷을 입고, 그리고 서점으로 향했다. 일단 친구에게 선물할 책과 내가 갖고 싶은 책을 사기 위해서, 그리고 네버 고 백도 사기 위해서 잠실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먼저 들렀다. 친구는 나보다 좀 늦게 도착할 터였다. 네버 고 백은 중고샵에 없었다...흐음. 그럼 이건 패쓰. 교보가서 새 책으로 사야지. 친구에게 줄 책은 있어서 사고, 내가 갖고 싶은 다른 책들은 다 검색결과가 없다고 해서 시무룩했는데, 어어, 저 책도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이다, 하고는 책장 사이를 둘러보다 한 권을 꺼내들었다.

















헤헷. 좋구먼, 나는 이 책을 사들고 교보로 향했다. 교보에 도착해있던 친구와 인사를 하고는 네버 고 백을 검색했다. 있었다. 아우 신나! 그렇게 샀다. 나는 이걸 오늘 당장 읽고 싶어서, 집에 안 읽은 책이 백 권 넘게 있지만, 굳이 서점엘 왔다!!! 그렇게 네버 고 백을 집어들고는, 서점을 좀 돌아다녔다. 친구가 읽고 싶다고 했던 책을 찾아서는 잠깐 훑어보고, 그 옆에 있던 페미니즘 도서들도 훑어보았다. 몇 권의 책은 북플에 접속해서 '읽고싶어요'에 체크해두었다. 까먹지 않으려고. 이건 남동생에게 읽히고 싶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고, 이 부분 좋으네, 라고 친구가 권해주는 부분을 나란히 서서 읽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고른 책을 계산하면서, 문구 코너로 가 다이어리를 구경했다. 2017년 다이어리를 사야했다. 이것 저것 들춰보았지만 백프로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그나마 괜찮은 것들 두 개쯤, 아니 세 개쯤 사진을 찍어두고는, 친구에게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다섯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고, 일요일에 나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그냥 밥 먹으면서 간단하게 술을 곁들이자고 했다. 그렇게 걷다가 음식점에 들어가 돼지국밥에 보쌈을 시켜두고 소주 한 병을 시켜서 천천히 먹는데, 안주도 좀 남았고..... 그래서 한 병을 더 시켰고, 그렇게 소주 두 병을 다 마신 후에, 우리는 올림픽공원을 걷기로 했다. 그새 날이 추워져 있었다. 내가 집에서 나올 때만해도 날이 따뜻했는데, 그래서 옷도 얇게 입고 왔는데.... 싫어라 ㅠㅠ




그렇게 걷다가, 내가 그러면 안되는거였는데, 우리 벤치에 앉아서 캔맥주 하나씩만 더하고 갈까, 라고 말했고... 친구는, 아아, 그러면 안되는거였는데, 거절하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는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를 하나씩 사들고 나와 마시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맥주는 차지, 바람은 불지, 아, 넘나 추운 것.... 친구는 계속 내게 자켓 벗어줄까? 물었고, 나는 아니야, 그러면 너도 춥잖아, 이러면서 거절하다가, 아아 이러다가 얼어죽겠다 싶어서 응 줘, 라고 말했다. 친구는 내게 자신의 자켓을 둘러주었고, 머리통이 너무 시려웠던 나는 친구의 자켓에 있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자켓을 둘렀는데, 아 너무 따뜻한 것...친구는 떨었지만... -0-


그렇게 500미리 캔맥주를 하나씩 다 마시고나니, 아아, 넘나 취하는 것..... 친구랑 신나게 수다를 떨다가 헤어져 집에 갔는데, 아아, 나는 취해서....책을 읽을 수가 없었어......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그러니까, 네버 고 백을 당장 읽고 싶어서 서점에 갔다, 서점에 가서 그 책을 사고는 잠깐 술을 마신다는 게 취하도록 마셨고, 결국 네버 고 백은 사놓고 읽지 못한 채로 일요일 밤을 보냈다......가 된 것이다. 얼라리여~ 인생은 무엇입니까. 나는 왜 굳이, 부러, 서점에 가서 그 책을 산건가.... 왜때문에...... 너무 읽고 싶은 충동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해, 일요일 외출은 삼간다는 스스로의 철칙을 어기고 달려나가 서점에 간것인데, 그렇게 산 책을 왜 읽지 못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드는가..... 그래서 나는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벌을 내리기로 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나흘간, 그 중에 사흘은 금주하는 걸로. 벌을 내리겠어...벌받아 마땅해!

그래도 그런 일요일이 지난 일주일 중에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 드디어 어제 요란하게 나가 사가지고 왔던 네버 고 백을 펼쳤다. 작가소개를 읽는데, 오, 이런 부분이 눈에 띈다.



여가 시간에는 독서, 음악 감상, 스포츠 경기 관람 등을 즐긴다는 리 차일드는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와 프랑스 남부의 시골 저택, 그리고 이 두 곳을 오가는 항공기 좌석을 집으로 여기며 활발히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책날개 작가소개中)


















아니, 이것은 내가 꿈꾸는 바로 그런 삶이 아닌가!'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와 프랑스 남부의 시골 저택, 그리고 이 두 곳을 오가는 항공기 좌석을 집으로 여기며'.... 라니.

나도 꼭 저렇게 살고 싶은데... 나 역시 내 집을 다른 나라에 하나 더 갖고 싶은 거다. 내가 한국에 사는 삶을 아예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또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이 여기 있으니까. 나는 여기를 아예 등질 수는 없다. 그래서 여기에도 나를 소속시켜둔 채, 다른 나라에도 또 내 집을 갖고 싶은 거다. 식구들을 사랑하지만 매일 보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어느 기간만큼은 외국의 집에서 지내다가 또 어느 기간 만큼은 한국에 와서 지내고, 그러고 싶은 거다. 그렇게 왔다리갔다리 하는 과정에서 비행기 역시 내 집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아, 넘나 내가 꿈꾸는 삶.... 그렇게 살고 싶다........



그렇게 살도록 해야겠다. 

그렇다면, 흐음, 뉴욕 맨해튼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해두어야 겠지.........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삶, 비행기 역시 나의 집.... 크- 좋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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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11-0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저녁 공원벤치에 앉아서 맥주 마시는 거 참 좋아했었는데 감기 된통 걸려서 고생한 후로는 자제하고 있어요ㅠㅠ; 그야말로 베스트셀러 작가는 되어야 누릴 수 있는 삶이네요. 부럽당. 다락방님은 조만간 가능할지도^^

다락방 2016-11-07 10:48   좋아요 0 | URL
어휴, 좋긴 했는데 너무 추워서요, 문나잇님. 저도 겨울엔 좀 자제해야겠어요. 맥주가 차가운데 추운 날씨에 차가운 맥주까지 마시니까 정말 너무 춥더라고요. 덜덜덜 떨었네요 ㅠㅠ 공원벤치 맥주는 이제 여름에만 해야겠어요. 우앙 ㅠㅠ

아, 열심히 돈벌어서(그래봤자 한계가 있지만 ㅠㅠ 정해진 월급 ㅠㅠ) 정말이지 외국과 한국을 오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ㅠㅠ

매너나린 2016-11-0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꿈이 꼭 이루어 지시길 소망합니다^^
홧팅요!추운 날씨에 맥주~~캬! 그러다 감기 걸립니당.조심하세요ㅋ

다락방 2016-11-07 15:17   좋아요 1 | URL
네, 그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루어질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날씨에 역시 맥주는 안되겠어요. 소주랑 와인만 마시며 살아야겠습니다. 으흐흐흐흐.

hellas 2016-11-0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를 결심하고 샛길로 새는 매력있으심 ㅎㅎㅎㄹㅎ

다락방 2016-11-08 08:20   좋아요 0 | URL
샛길은 저의 장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ra 2016-11-08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개의 잡 두개의나라에 응원해요 저도 뉴욕에 좀 불러주세요 ㅎㅎ

다락방 2016-11-08 09:24   좋아요 0 | URL
응원의 힘을 받아서 제가 반드시 두 개의 잡, 두 개의 나라를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화이팅!!

clavis 2016-11-0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이 없으면 이 힘든 시간을 어케 견뎠을지ㅠ짱짱 고마운 다락방님~^^♥♥♥

다락방 2016-11-11 08:58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제 존재가 기쁨이 된다니, 제가 더 다행하다 여겨집니다. 훗.
:)

감은빛 2016-11-1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녹색당 남성 공동운영위원장으로 당선된 분은
보성으로 귀농해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민이예요.
이 분이 당선되어 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한창 농사일로 바쁜 시기였어요.
주중엔 서울에서 녹색당 일을 하고,
주말엔 보성으로 내려가 가족을 만나고, 농사 일을 하고.
어휴! 저는 그렇게 못 살것 같아요.

전 공동운영위원장이었던 하승수 선배도 홍성에 집을 두고,
서울과 홍성을 오가더니.

미국과 한국을 오가신다니 그게 얼마나 피곤한 일일까 생각이 들었어요.
시차 적응도 해야 하잖아요.

다락방 2016-11-14 08:31   좋아요 0 | URL
저는 기차나 비행기를 타는 것, 어딘가를 가기 전에 설레이는 것, 이 모두가 좋아요. 또 어딘가에 갔다가 시간을 보내고 다시 편안한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너무 좋고요.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침대 위에 내던진 뒤에 자는 건 또 꿀맛이잖아요.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것이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이라면 피곤하겠지만, 일년에 한 두 번 오고가는 거라면, 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주 기쁘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미국에 도착하면 뭐 해야지, 한국에 도착하면 뭐 해야지 생각하는 것도 너무 좋고요. 머릿속에 계획이 좌르륵 펼쳐질 테니까요.

그나저나 요즘엔 미국대신 캐나다를 선택할까... 싶어요. 캐나다 총리 너무 멋지잖아요... 캐나다 간다고 캐나다 총리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m trapped.
금수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여자주인공은 직업이 없다. 직업이 없어도 뭐 큰 상관은 없다. 아버지가 부자라서, 오히려 도우미까지 두면서 살고 있으니까. 첫남편이 다른 여자랑 모텔에서 상처입은 채로 발견되어 이혼을 한 후, 그를 사랑했으므로 펑펑 울었지만, 아버지가 마음 다독이라며 돈을 주고, 여자든 그 돈을 받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지낸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부정확하다. 그녀는 차를 마시고 생각을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지낸다. 틈틈이 집안 일을 하느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집안일은 해주는 다른 사람이 있으니까. 나는 남자랑 이별했다고 돈을 주는 아버지도 없고, 매일 그렇게 음악만 듣고 남자만 그리워하고 까페에나 가고 어슬렁 거리다가는 굶어죽는다. 이 여자 팔자가 늘어졌구나, 싶은데, 뭐, 나라도 아버지가 부자여서 돈 다 대주면 일 안하는 삶을 택하겠지, 하다가도, 어쩌면 이렇게 무능력의 전형적인 케이스일까, 싶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되는데, 히융-, 여자는 얌전히 그렇게 지내다가 아버지가 정해주는 상대와 재혼을 한다. 이 여자의 삶은, 과연 이 여자의 삶인가, 이 여자 아버지의 삶인가.... 이 여자의 정체성은 재혼한 뒤에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는 데에 다 바쳐진다. 재혼한 남자 역시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하아- 그래도 그냥 산다.. 아이를 키우면서...그 남자가 바람 피는 것에 딱히 상처도 안받는다,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냥 아이를 키우면서... 산다.


그러다가 첫 남편을 우연히 케이블카 에서 재회하게 되고, 그와 편지를 주고 받게 되는데, 그 편지가 뭐 새로 시작하자 이런 내용은 아니고, 그저 우리 과거에 못다한 말들, 그 안에 숨겨졌던 못다 표현한 감정들을 주고받는거라, 간혹 애틋하기도 하다. 이런 시간은 나중에라도 필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애틋함보다 딥빡침을 더 많이 주는데,


이 첫남편에게, 여자는, 자신의 두번째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얘기한다. 이 여자의 첫남편, 두번째 남편 모두 여자를 두고 바람을 피운건데, 이에 첫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무척 고분고분한 사람이었습니다. 입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지금 생각해도 진심으로 그렇게 느낍니다. 고생을 모르고 곱게만 자라서 이따금 뺨을 한 대 갈겨 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제멋대로 된 구석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오냐오냐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정도로도 제 손 안으로 쏙 들어오는 사람이었으니 그렇게 제멋대로인 점 또한 당신의 매력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제가 알고 있는 당신이고, 새로운 남편에게 어떤가 하는 것은 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남자의 바람기라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본능 같은 것입니다. 남자는 그렇게 생겨먹은 겁니다. 이 얼마나 멋대로 된 말인가, 하고 여성들은 분개하겠지만 사실이 그러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어도 남자는 기회만 있으면, 또는 그대의 상황에 따라서도 다른 여자와 잘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아내에 대한 애정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닙니다. (p.201)



하아- 아니 이게 무슨 개수작이야. 위 인용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 투성인데, 뭐, 다른건 차치하고, 바람기에 대해 언급하자면, 아니, 무슨 남자의 바람기가 본능이냐..이렇게 말하는 건 그냥 핑계다. 아, 찌질하기도 하지. 세상에 바람을 피우는 성별이 남자만 있는 게 아니다. 여자들도 바람을 핀다. 나도 연애를 하면서 다른 남자를 꿈 꾼적이 많았고, 다른 남자랑 잠깐 바람을 피운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나는 그것을 '여자에겐 바람기가 본능이야' 라고 하지않는다. 나는 내가 바람핀 것에 대해서 내 본능에 그 탓을 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한 일이지 '여자'들에게 그런 성향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앞으로 또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러지 않을 다짐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또 바람을 피울 수도 있고 한 눈을 팔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나'의 잘못인거지, 여성적 본능이 아닌 거다. 어디서 남자의 본능 같은 거라고 개소리를 늘어놔...


결혼이라는 제도는 완벽하지 않다. 문제점이 많다. 한 사람이 남은 평생을 다른 한사람과만 섹스해야 한다는 것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제도 속으로 들어간건 결혼한 사람 그 당사자다. 그렇다면 그 제도가 정해놓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 그 약속을 어겼다면, 그것은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미안해할 일이지, 본능 운운...해서 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배우자라고 해서 결혼한 당신이, 연애중인 당신이 완벽하기만 할까? 옆집에 이사온 인력거꾼을 보면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더 나아가고 나아가지 않고는 내 스스로 선택하는 거다. 그것은 내가 결정한 일이지, 내 뼛속에 새겨진 성별이 주는 본능이 아니라는 거다. 이것들은 하여간 다 본능 탓을 하는데, 본능 탓을 한다면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다. 게다가 이미 그것이 본능이라고 널리 '잘못' 알려져 있어서, 그렇게 학습되어 있고 우리는 이미 거기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맞아 섹스는 남자의 본능이지', '맞아 남자의 바람기는 어쩔 수가 없지' 하면서 용서를 하게 되는데, 그 모두를 본능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건, 빠져나가기 위한 수작이자 앞으로 또 그러기 위한 수작이다. 




전(前)아내와 편지를 주고받는 첫번째 남편, 남자주인공도 지금 다른 여자랑 살고 있다. 남자는 자신이 하던 일을 망쳤고, 실상 이 동거녀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살고 있는데, 툭하면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 동거녀는 그를 사랑하고, 그래서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남자가 성실하게,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데, 이때 동거녀는 이렇게 말한다.



"역시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저 같은 사람은 결국 여자라니까요. 거기까지 머리가 안 돌아가요." (p.211)




하아- 이건 또 뭐야... 이 여자는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지금까지 이 남자를 먹여 살리는 것도 이여자고, 지금도 사업자금이나 아이디어 다 제공한 게 이 여잔데, 영업 좀 한 번 잘한 것 가지고 이 남자를 이렇게나 추켜세우고는, '결국 여자라니까요' 라니, '거기까지 머리가 안돌아가요' 라니..... 님하, 쫌......



이 소설 속에 여자가 두 명 나오는데 한 명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의 삶을 살고, 한 명은 고생은 자기가 다하고서(남자의 빚도 갚아준다) 결국 여자라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후려친다. 왜 그래요들.....



이 소설을 다 읽고 SNS 에 다 읽었다고 올렸더니, 이 책을 나보다 먼저 읽은 친구가 잽싸게 전화를 해왔다. 그리고서는  나와 함께 이 소설 엄청 짜증난다고 실컷 욕했다. 아아,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욕하는 건 넘나 즐거운 것..... 그래서 계속 책을 읽어야 하는 거다. (응?)



잠깐잠깐 애잔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애잔함보다 짜증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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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6-11-0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안 읽을래요 남자들은 왜 맨날 섹스가 본능이라는거죠 여자도 섹스는 본능인데 이책에 나오는 여자둘 답답대명사네요

다락방 2016-11-07 11:22   좋아요 0 | URL
본능이라는 말로 합리화시키고 빠져나가는 거죠. 아 너무 비열해요 진짜...

매너나린 2016-11-0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싶은 맘이 싹 사라지네요!
다 핑계일뿐 말같지도 않은 ..헐ㅡㅡ

다락방 2016-11-07 15:23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은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hellas 2016-11-0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퍼센트 공감. 짐승의 금수인가 싶은 금수였어요

다락방 2016-11-08 08:18   좋아요 0 | URL
자기 인생을 아버지한테 맡겨두는 것도 너무 꼴보고 싫었고요, 자기가 밥상 다 차려놓고서는 `나는 여자라 거기까진 생각못해` 이러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_-

북깨비 2016-11-0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북플 들렀다가 사이다 한 잔 쭉 들이키고 갑니다. 다락방님 리뷰 읽고 속이 시원~합니다.

다락방 2016-11-10 14:54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 북깨비님도 이 책 읽다가 기분이 몹시 나쁘셨었나 봅니다. 시원하시다니 다행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