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자이는 전교 1등의 학생이자 동시에 모든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인기인이다. 커징텅을 비롯한 반 남자아이들이 모두 션자이를 좋아한다. 늘 머리를 풀고 다니던 션쟈이가 머리를 묶고 왔을 때, 남자아이들 모두 그 빛나는 외모에 넋을 잃는다. 공부를 잘하는 남자아이도, 말썽장이 남자 아이도, 유치한 남자아이도 모두 션자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션자이는 어쩐일인지 공부를 못하고 유치한 커징텅에게 관심이 쏠리고, 너는 왜그렇게 공부를 안하는 거냐며 커징텅의 공부를 봐준다. 덕분에 커징텅은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갈 수 있게 된다. '네가 나를 성적으로 앞서면 내가 니 소원을 들어주고, 내가 너를 앞서면 너는 머리를 묶고 와라' 고 약속했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당연히 션자이가 이겼지만, 션자이는 머리를 묶고 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션자이 머리 묶은 모습을 보고 다른 남자아이들 모두 넋을 잃었을 그 때, 거기, 머리를 묶어주길 바랐던 커징텅이 더 특별한 마음으로 션자이를 본다. 어? 자기가 이겨놓고도 왜 머리를 묶고 왔지? 다른 사람들은 알 수도 없는 이 비밀스런 일이 그들 사이에 생긴다.



그렇게 이들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같이 바다에 놀러갔는데, 그때 공부를 잘하는 남자 아이 하나가 션자이에게 묻는다.


-너는 유치한 거 싫어하지?

-응.

-우리중에서 누가 제일 유치해?

-커징텅.



평소 '유치해'를 비난조로 사용했던 션자이이기에, 모르는 사람이 저 대화를 듣는다면 아마도 '션자이는 커징텅을 싫어한다'고 오해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싫어하는 유치함을 잔뜩 가진 커징텅을, 션자이는 좋아하고 있다.



저 장면을 보다가 몇 해전의 내가 떠올랐다. 그 당시 나는 막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있었다. 연애인지 아닌지 헷갈릴 무렵이었는데, 어쨌든 나는 가슴속에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득 담고 있었더랬다. 그 와중에 그 전에 헤어진 전남친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전남친은 내게 '요즘 만나는 사람 있냐'고 물었고, 나는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라고 물었고, 나는, '잘난척을 잘해'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나의 헤어진 전남친은,


"너 잘난척 하는 남자 정말 싫다고 했잖아!"


라며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더라. 어? 내가 그랬던가? 나는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갸웃했는데, 전남친이 연달아 말했다. 내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서, 잘난척을 일삼는 남자를 보며 싫다고 했다고... 아... 내가 그랬었지.... 그런데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잘난척 한다고 말하고 있는..............


나는 잘난척하는 남자가 싫다고 하면서 지구에서 가장 잘난척을 잘하는 한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고, 션자이는 유치한 거 정말 싫다고 하면서 가장 유치한 커징텅을 좋아하고 있었다. 아, 좋아함이란 무엇인가...좋다는 건 뭔가........ 갑자기 그 생각도 난다. 그러니까 한 십오년도 넘은 일인데, 내가 이십대 중반이었을 때 삼십대 중반의 결혼한 언니가 그런 얘길 했었다. '내 남편은 모델처럼 날씬한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평생 바라왔고, 뚱뚱한 여자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랑 결혼했어' 라고. 아.... 좋아함이란 무엇인가... 그 말을 하던 언니는 덩치가 꽤 큰 여자사람이었던 거다. 인생은 무엇인가. 고등학교 때 우리반에서 똑똑하기로 이름을 날린 아이가 수업시간에 무슨 발표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는 에이포용지 열 장을 채울 수 있지만, 정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중에 하나도 매치가 안될 수가 있다'고. 크- 고등학생 때 이런 사실을 깨닫다니, 너무나 현명하지 않은가! 그래. 내가 어떤 타입을 좋다고 말하고 또 어떤 타입을 싫다고 말하는 건, 사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어떤 사람 앞에서 다 무너지고 만다. 그러니까 나는 한국의 션자이...(응?). 션자이, 당신은 유치한 남자가 싫지만 유치한 커징텅을 좋아하고, 나는 잘난척 하는 남자가 싫지만 잘난척하는 이 남자를 좋아했어요. 당신은 대만의 다락방, 나는 한국의 션자이.... =3=3=3=3=3=3=3=3=3=3=3=3=3=3=3




커징텅은 고등학생인데도 집에서 홀딱 벗고 다닌다. 내가 진짜 깜짝 놀란 장면인데, 커징텅의 아빠도 벗고 다닌단다. 그런데, 엄마는 옷을 다 입고 다닌다. 이건..뭐여..... 커징텅도 커징텅의 아빠도 엄마가 '옷 좀 입고 다니라' 하는데도 그냥 다녔는데, 만약 커징텅의 엄마가 홀딱 벗고 다녔다면 뭐라 했을까. '우리도 벗고 다니니 당신도 벗고 다녀.' 라고 했을까?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그 장면을 보면서 했다.






커징텅은 자신이 언제나 자신감에 차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션자이 앞에서는 거절당할까 두려워한다.





크- 몇 번 언급했었는데, 예전에 정일우가 나오는 시트콤에서, 정일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인 서민정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선생님은 왜이렇게 저한테 힘이 세죠?


물리적인 힘이야 정일우가 더 셌고 또 시트콤의 설정은 정일우가 싸움도 잘하는 거였다. 그런데 좋아하는 서민정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사람이 되고야 만다.


커징텅은 그래서 두렵다.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지만, 션자이로부터 대답을 듣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대답을 듣고 나면 이 관계가 끝나버릴 수도 있으니까. 자기가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고서는, '이건 묻는 게 아니니까 대답하지 말라'고 한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커서 말은 해야겠고, 그렇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있는 이 관계를 끝내기는 싫고. 만약 너를 좋아해, 라는 고백 앞에 '난 아니야' 를 듣는다거나,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어' 라는 걸 듣는다면, 그걸 알게된 이상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거니까. 아아, 커징텅, 그때의 너는 얼마나 초조하고 두려웠니. 얼마나 자신의 약함을 실감했니.



그러나 다른 사람이 보기엔 별 거 아닌 이유로 그들은 헤어진다. 그렇게 2년이 지났는데, 션자이가 학교를 다니는 타이베이에 지진이 일어나고, 커징텅은 션자이에게 전화를 해 안부를 묻는다. 너 괜찮아? 거기 여관도 무너졌다는데? 2년동안 연락도 없던 커징텅은, 2년 내내 션자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타이베이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션자이에게 전화를 하니까. 2년간 그들은 연락없이 지냈고, 네가 없는 사이에 나는 네 친구이자 내 친구인 누군가와 잠깐 사귀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헤어졌다고. 


-왜 헤어졌어?

-걘 날 좋아하지 않았어.

-아니야, 걔가 널 얼마나 좋아했다고.

-누구도 너만큼 날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어.





크- 이것은 정말이지 평생 살면서 한 번도 오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아는' 일. 그리고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는 일. 서로 사랑을 속삭이고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한다고 해도, 수시로 불안감은 찾아온다. 이 사람은 여전히 나를 사랑할까? 이 사람은 나를 얼마나 사랑할까? 이 사람 혹시 나한테 정떨어진 건 아닐까? 이 사람 혹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사랑은 언젠가 끝나지 않을까? 사랑을 한다고 속삭이는 와중에도 불안함은 슥슥 고개를 내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너만큼 날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어' 라고 알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아, 얼마나 행운인가! 앞으로 션자이가 다른 누구를 만나고 또 사랑을 한다고 해도, 이런 경험 만큼은 가슴 속에 깊게 간직하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로부터 오래, 깊이 사랑받았다는 느낌.




별 거 아닌 일로 그들이 서로 등졌을 때, 그래서 그 비가 오는데 서로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싸우며 돌아섰을 때, 그들은 서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 운다. 커징텅이 너무 엉엉 울어서,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유치하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마음이 너무 찢어지게 아팠다. 헤어지고 우는 건 정말 너무 고통이야... 엉엉 우는 커징텅을 보는 것은 갑자기 나로 하여금 커징텅이 되게 했다. 아아, 나는 션자이가 되었다가 커징텅도 되었다가....


그 장면에서 [지붕뚫고 하이킥] 이란 오래된 시트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마지막회였는데, 신세경과 신신애가 떠나던 날, 고작 여덟살인 정해리는, 이 이별이 서러워 운다. 그때 나도 같이 울었는데, 나는 이 아이가, 고작 여덟살인 이 아이가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때문에 너무 아파서, 그 눈물이 너무 아파서 같이 울었다. 이별은, 성인에게도 힘든데, 이 나이 먹은 나도 아직 이별에 엉엉 우는데, 여덟살 아이가 정든 친구와 헤어지게 된다는 걸 대체 어떻게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아, 쓰다가 또 눈물 날라 그러네 ㅠㅠ, 그 아이에게는 생애 처음 맞닥뜨릴 그 이별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 힘들고 아픈 걸 눈물로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같이 울었다. 아, 진짜 이별하고 우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너무 고통이야...




션자이와 커징텅은 서로 좋아했고 또 친하게 지냈었는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헤어진다. 커징텅은 션자이에게 등을 보인다. 션자이는 커징텅의 등을 보면서 거기에 다가서지 못한다. 그냥 그때 뛰어가서 와락 안았으면, 그러면 다시 커징텅이 돌아서서 함께 안아주었을지 모르는데, 그런데 션자이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 쉬어라, 청춘들이여.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좀 쉬어라.



















겨울 휴관

 

 

무대에서 내려왔어 꽃을 내미네 빨간 장미 한 송이

참 예쁜 애구나 뒤에서 웃고 있는 남자 한때 무지 좋

아했던 사람 목사가 되었다 하네 이주 노동자들 모이

는 교회라지 하도 괴롭혀서 도망치더니 이렇게 되었

구나 하하하 그가 웃네 감격적인 해후야 비록 내가

낭송한 시라는 게 성직자에게 들려주긴 참 뭐한 거였

지만

 

 

우린 조금 걸었어 슬며시 그의 딸 손을 잡았네 뭐

가 이리 작고 부드러울까 장갑을 빼려다 그만두네 노

란 코트에 반짝거리는 머리띠 큰 눈동자는 내 눈을

닮았구나 이 애 엄마는 아마 모를 거야 근처 미술관

까지 차가운 저녁 바람 속을 걸어가네 휴관이라 적혀

있네 우리는 마주 보고 웃다가 헤어지려네 전화번호

라도 물어볼까 그가 나를 위해 기도할 거라 하네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그 길에서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 서로 뜻밖의 사람이 되었어 넌 내 곁을 떠

나 붉게 물든 침대보 같은 석양으로 걸어가네 다른

여자랑 잠자겠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이라는 구절이 생각나서 이 시를 가져왔는데, 또 이 시를 다시 읽다보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네. 다른 여자랑 잠자겠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내가 쉬긴 쉬겠지만,

다른 여자랑 잠자지마...




아아, 그나저나 이 영화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영화인데, 내가 비극으로 만들어버렸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쓰다보니 나의 의식의 흐름은 이 영화를 비극으로 만들어버렸어..... 자꾸 커징텅 울던 장면 생각나서 그래 ㅠㅠ



이 영화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개봉관을 찾으려다가, 굿다운로더로 700원 밖에 안한다는 걸 알게됐다. 그래서 굿 다운로더로 봤다. 님들, 저의 패이버릿 《리틀 포레스트》는 굿다운로더 1,000원이고요, 이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굿 다운로더 700원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아, 《노팅힐》은 굿다운로더 소장 5,000원이지만, 소장가치 충분하니 같이 결제.......




아메리카노를 그란데 사이즈로 마시고 있는 수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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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2-21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의 고단함을 단숨에 날려주는 너무 너무 좋은 글이예요.
다락방님~~ 베리 땡큐 앤 굿모닝! *^^*

다락방 2016-12-21 09:30   좋아요 1 | URL
어머 별말씀을요! 단발머리님, 안녕?
단발머리님의 댓글은 언제나 좋아요. 하트 뿅뿅이에요! ♡

사각양배추 2016-12-21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션자이가 느꼈던 저 감정을 저도 느껴보고 싶네요. 인생의 수많은 인연 중에서... 너만큼 날 좋아해주는 사람은 없었어!
사랑은 하고 싶기도 하고, 고통스러워 피하고 싶기도 하고...뭐 그래도 항상 사랑에 빠지는 선택을 하지만... 그리고 고통스러워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영화 아직 못 봤는데, 봐봐야겠어요. 저번에도 노팅힐 오랜만에 다시 보니 너무 좋더라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다락방 님!

다락방 2016-12-21 09:40   좋아요 1 | URL
그치요, 사각양배추님. 미국 소설을 읽다보니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보다 사랑을 잃고 아파하는 게 낫다‘라는 격언이 있다고 나오던데, 저 역시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사랑한 후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말은 이렇지만 ㅠㅠ 정작 아플 당시에는 사랑이고 뭐고 다 꺼져버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죠. 이렇게 아픈데 이걸 내가 왜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서 폭풍울음 울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서 나현희 노래를 떠올리게 되죠.

다시 사랑하지 않을거야~ ♪


이 영화는 다소 유치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공감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아마도 사랑이란 것 자체가 유치하기 때문인가봐요.
사각양배추님도 오늘 하루 잘 보내셔야 합니다!!

캐모마일 2016-12-21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심코 클릭했다가 결국 다 읽었어요.

다락방 2016-12-21 09:42   좋아요 1 | URL
‘무심코‘가 정말 무서운겁니다, 캐모마일님. ㅋㅋㅋㅋㅋ

캐모마일 2016-12-21 09:43   좋아요 1 | URL
뭔가 사랑에 관해서 아.....하고 알고 있었던 것들은 아련하고 몰랐던 것들은 신기하게 다가오네오. 덕분에 아침부터 좋은 글 읽은 기분입니다.

다락방 2016-12-21 09:46   좋아요 1 | URL
좋은 글 읽은 기분이라 하시니 다행이네요. 흣 :)

[그장소] 2016-12-2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하나에서 시트콤으로 현실로 , 시로 마구 통통 튀네요!^^

다락방 2016-12-21 14:00   좋아요 1 | URL
제가 글쓰는 타입이 뭔가 정해놓고 쓰는 게 아니라 의식의 흐름대로 쓰거든요. 그러다보니 저도 제가 뭘 쓸지를 몰라요 ㅎㅎ 제 글은 그래서 제 손이 쓰는 것 같아요. 저도 이 영화 얘기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글쓰기 눌렀는데, 겨울휴관으로 마무리 할 줄은 전혀 몰랐네요. 하하하하하

[그장소] 2016-12-21 18:31   좋아요 0 | URL
아~ 프로필 바뀌셨네요! ^^
우오..저도 좀 의식 않코 손이 막 갔으면 좋겠어요! 부럽다는!

유월 2016-12-2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건데도 이 사람이 이 정도로 좋다면, 난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건가,그런게 아닐까요. 왠지 안 땡기는 영화였는데, 봐야겠네요.

다락방 2016-12-22 08:45   좋아요 0 | URL
저도 안땡기는 영화였는데 친구가 이 영화 얘기를 자주 하길래 보게 됐어요. 전체적으로 유치하지만 부분부분 공감하게 되어서 즐겁게 봤습니다. ㅎㅎ

푸른희망 2016-12-22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영화 볼 때는 그냥저냥이었는데 나주메 소록소록 생각나더군요 전커징팅처럼 재지않고 돌진하는 청춘이 부럽더군요 션자이는 왠지 어장관리녀같았다는 질투일까요?~^^

다락방 2016-12-22 13:56   좋아요 0 | URL
오! 돌진하는 청춘이라는 말이 커징텅에게 딱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는 그 감정이 손에 잡힐 듯 하더라고요. 좋아한다, 좋아해서 이 마음을 알리고 싶은데, 상대가 나를 거절해서 이 관계가 깨어질까 두렵다, 하는 그 감정이요. 크-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또 거절당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사실 그렇게 질주하는 청춘에게도 또 지금의 저처럼 중년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후훗

블랙겟타 2016-12-2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 안그래도 저도 지붕뚫고 하이킥을 최근에 다시 봤었거든요. 혜리의 신애와 이별을 맞이하는 모습은 정말 슬펐어요.ㅜㅜ 와 리틀포레스트가 1000원하는군요. 전 인디플러그에서 리틀포레스트2를 구매하면 레시피 북 엽서? 를 증정한다는 이벤트에 혹해서 작년에 다운받았었거든요. ㅎㅎ

다락방 2016-12-26 13:59   좋아요 1 | URL
그 엽서는 저도 받았어요. 2편은 극장에서 봤었는데 극장에서 주더라고요. ㅎㅎㅎ 그래서 애인에게 엽서 썼던 기억이 납니다. 후훗.

지붕뚫고 하이킥을 다시 보셨군요. 저는 최근에 노팅힐을 다시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
 
페미니스트, 마초를 말하다 - 우리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
클레망틴 오탱 지음, 류은소라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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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입문서로 적당할 듯하다. 분량이 적고 애초에 십대 후반의 남성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거라, 기초적인 설명들이 나오니까. 그러나 여러권의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 책은 건너뛰어도 좋다.




가정 폭력의 피해자에게 "그럼 왜 뛰쳐나오지 않고 같이 사는 거야?"라며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장 확실하고 빠른 해겨책은 피해자가 집을 나오는 것밖에 더 있겠느냐 식의 이런 판단은 너무 단순하고 미숙한 태도야.
어떠한 권한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세계의 전부인 가정을 박차고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이런 식의 생각은 정작 심리적 가해자가 가정 폭력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는 거지. 저마다의 개인이 마른 나뭇가지 꺾듯 단박에 가부장제 역사의 무게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p.17-18)

저널리스트 레베카 웨스트Rebecca West가 이렇게 말한 것처럼 말이야. "나는 한 번도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된 정의를 내려본 적이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나는 사람들이 나를 흙이나 터는 발판 취급하는 것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을 뿐인데, 그런 행동을 두고 나를 페미니스트로 대한다는 것이다." (p.100)

페미니스트가 원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지배 관계를 역전하는 것이 아니야. 여성들의 운명이 미리 결정되어버리지 않는 것, 남성과 여성이 대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 가증성의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기를 바라는 거야. (p.101-103)

페미니스트들을 구별해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매기는 일은 쉽지 않아. 페미니즘이 하나의 교리적 이론일거라는 선입견과는 반대로, 페미니즘이야말로 다양한 견해들 사이에 토론해야 할 주제이며, 그것이 진정한 페미니즘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해.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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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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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의 나의 가족이 아닌 타인과 함께 산다고 상상했을 때, 그러니까 이성애자인 내가 다른 성인 남성과 함께 일상을 공유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때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때의 나는 어떤 삶을 살게될까. 그리고 그것은 어떤 장점을 줄 것인가를 가끔 생각해본다. 최근에 몇차례 뉴스를 볼 때마다 누군가랑 함께 하고 싶어진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건 비교적 최근에 생각하게 된거고, 그 전에는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그런 생각을 가끔 했다. 나는 깊게 자지 못하는 타입이고 새벽에 수시로 깬다. 그럴 때 누군가 옆에 누워있다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해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악몽을 꿨을 때도 그렇다. 나는 꿈을 아주 자주 꾸는 편인데, 그러다보면 종종 무서운 꿈도 찾아온다. 그럴 때 몸부림치다 눈을 떠서 옆에 누군가 있다는 걸 확인한다면 안정이 찾아오지 않을까.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은 아주 많은 불편함을 가져오겠지만, 때로는 혼자서는 결코 누리지 못할 안락함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밤에 잠들기전과 아침에 일어난 직후, 또 새벽에 잠에서 깨었거나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는 어느 깊은 밤에, 누군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일상은 아름답지 않을까. 긍정적인 면들을 생각해보면 대체 왜 혼자 살아야하는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만다. 


누구에게나 외로운 순간은 찾아들 것이고, 또 그 외로움을 그 순간 자신이 어떻게든 견뎌내야 할 것이다. 이 외로움이 지긋지긋하고 싫다, 라고 생각한다면 자연스레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될테고. 



이 책, 《밤에 우리 영혼은》 속의 여자 '애디'는 남편과 사별한 지 오래되었고, 이제 혼자인 게 너무 싫은 일흔살 노인이다. 그녀는 이웃집 남자 노인 '루이스'를 찾아가, 우리가 함께 밤을 보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그건 성적인 의미를 담은 게 아니다. 나랑 밤마다 섹스를 하자는 게 아니라, 나도 외롭고, 내 보기엔 너도 외로우니, 우리가 긴 밤 잠들기전에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이야기상대가 되자는 뜻이었다. 


이 제안은 루이스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것이었고, 그래서 루이스는 놀란다. 그렇지만 그 제안이 나쁘게 여겨지지 않아, 칫솔과 치약 그리고 잠옷을 챙겨들고는 옆 집 여자 애디에게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나란히 누워서, 처음이니까 당연히 어색하게,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는 할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밤들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또 여러 날이 되면서, 그들은 서로에 대해 점차로 알게 되고 또 더 다정해지게 되고, 그리고 그 밤을 기다리고 기대하게 된다. '좋다'고 생각한다, 이 밤들이. 이제는 외롭지 않고 좋다고.


그리고 이 둘에게 '애디'의 여섯살 손자가 찾아든다. 부모의 이혼으로 당분간 혼자가 된, 쓸쓸하고 상처받은 소년이 이 노인들 사이에 끼게 되고, 이들은 이제 어떤 낮에도 함께 하게 되며, 캠핑을 가고, 함께 살 개를 데려오고, 정원을 함께 가꾸면서 조금 더 단단해진다. 매 순간순간이 이 노인들에게도 또 아이에게도 차곡차곡 쌓여 정이 더해간다. 외로운 각자의 삶이 모여서 다정한 여럿의 삶이 된다. 



그러나 이들이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과 또 이 노인들의 자식들은 이 삶을 부끄럽게 여긴다. 손가락질 받을 거라 여긴다. 왜 남부끄럽게 밤에 다른 이성을 만나냐, 아버지(혹은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뭐라 했겠냐, 며 이들이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처럼 여긴다. 정작 당사자들은 남들 눈 신경쓰지 않고 행복하게 잘 지내는데, 그 행복을 가지면 안되는 거라고,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말한다. 결국 애디의 아들은 '그와 이 관계를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다시는 손자를 볼 수 없을 줄 알라'며 협박하고, 이에 애디는 루이스에게, 살아 있는 동안 사랑하는 손자를 계속 보고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은 헤어진다.



상황으로만 보자면 달라진 건 없다. 처음 혼자였던 그들이 '다시' 혼자가 됐을 뿐이다. 그러나 그 삶은 이전의 삶과 같지 않다. 혼자가 다시 혼자가 된 것은 그 사이에 누군가와 함께 였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다가온다. 그 다정했던 밤들을, 그 다정했던 순간들을, 그들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다시 서로의 옆에 머물고 싶다. 다시 서로의 곁에 찾아들고 싶고, 여전히 계속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차라리 함께였던 그 행복을 몰랐으면 모를까, 그걸 알면서 혼자가 되는 삶은 지나치게 고통스럽다. 그 고통이 너무 아프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별을 말하면서 상대가 고통스럽다 했을 때, '너 나 만나기 전에도 살았잖아'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러자 상대는 '널 알기 전의 삶은 널 알고난 후의 삶과 다르다'고 했다. 나 역시 알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다는 것은, 다시 예전처럼 혼자가 된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우리가 함께했을 때 그것이 상대를 가졌다는 걸 의미하진 않지만, 그러나 우리가 헤어졌을 때 우리는 상대를 '잃는' 것이다. 혼자였던 시간이 누군가를 '잃고' 혼자가 되는 것과 같을 리가 없다. 그건 고통이고 아픔이다. 하루하루 어떻게 버텨야할지 모르겠는 시간들이 찾아오고, 그 시간 틈틈이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어 저 바닥으로 떨어진다. 혼자가 자유롭고 마냥 신난다고 생각했지만, 구속은 싫다고 외쳤지만, 사랑을 '잃고' 혼자가 되면, 그럴 때조차 혼자라고 박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익숙하고 다정한 상대가 내 곁을 떠나버리면, 그래서 내가 상대의 '부재'를 확인해버리면, 그 빈자리는, 이를 악물어도 참아내기가 몹시 힘들다. 나는 계속 혼자라 해도, 누군가 존재했다 부재하는 순간, 세상이 달라져버린다. 그건 함께 했던 시간이 정말 아름답고 다정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 




그렇다면 아주 간단한 답이 있다. 존재했다면, 부재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일단 찾아들었다면 떠나지 않으면 된다. 함께 했다면, 헤어지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이 간단한 답이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답이 된다. 인간 사이에선 그렇다. 아니,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에게 그렇다. '헤어지지 않으면 돼'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지만, 그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서, 우리는 헤어지고 나서도 아프다고 고통스러워하고, 함께 할때도 혹여 헤어지게 되진 않을까 불안해한다. <scientist> 란 노래에서 그런 가사가 나오지 않았던가.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내가 너를 잊는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나는 그렇게나 많은 책을 읽고 그렇게나 많은 영화를 보고 그렇게나 많은 음악을 듣고 또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렇게나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아직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루이스와 애디는 서로에게 다시 닿고자 한다.

헤어지고 고통스러워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마침내 그가 왔고 그녀는 그를 맞아들였다. 뭔가 달라 보였다. 무슨 일 있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곧 말할게요. 먼저 술 한 잔 해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p.31)

고마워요. 하지만 그 사람들로 인해 나는 상처받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함께하는 밤들을 즐길 거예요. 그것들이 지속되는 한.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말해요? 일전에 내가 그랬듯 말하네요.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기를 원해요. 그녀가 말했다. 이미 말했듯, 난 더이상 그렇게,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그들이 하는 말에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아요. 그건 잘 사는 길이 아니죠. 적어도 내겐 그래요.
좋아요. 내게도 당신 같은 분별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 말이 옳아요, 물론.
이제 괜찮은 거죠?
뭐, 거의.
맥주 한 병 더 마실래요?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이 와인을 더 하고 싶다면 함게 앉아 있어줄게요. 그냥 당신을 보면서요. (p.33)

초콜릿은 안 먹는 게 좋다지만 이제 와서 뭐가 달라지겠어요? 먹고 싶은 건 다 먹고 죽을 거예요. (p.40)

벌써 보고 싶어요. 애디가 말했다. 우리는, 당신과 나는, 어찌될까요? (p.121)

하지만 당신도 내가 싫증나서 꺼져주기를 바라게 될지 모르죠.
그런 일이 생기면 몀추면 돼요. 그녀가 말했다. 그게 우리가 합의한 거잖아요. 정확히 말로 하진 않았지만요.
그래요. 내가 싫증나거든 말해요.
당신도요.
난 그럴 일 없을 것 같아요. 우리가 가진 이걸 다이앤은 한 번도 누리지 못했어요. 내가 모르는 다른 누가 있었다면 몰라도. 하지만 아니었을 거예요. 그런 생각을 했을 리가 없어요. (p.143)

난 그냥 하루하루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밤에는 당신과 함께 잠들고요. (p.159)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건 알아요. 하지만 나도 당신에게 그런 의미일 것이라는 생각이 도저히 안 들어요.(p.163)

아, 이렇게 당신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니 벌써 기분이 좋아져요.
아직 별 이야기도 안 했는데요?
그래도 벌써 훨씬 좋아요. 당신 덕분이에요. 이 모든 것에 감사해요. 내가 아주 행복한 여자라는 느낌이 다시 들어요. (p.16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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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6-12-2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운 각자의 삶이 모여서 다정한 여럿의 삶이 된다.˝

이 구절이 특히 좋아요. 다락방.
내가 소망하는 미래의 삶이 바로 이 삶이에요.

다락방 2016-12-21 11:29   좋아요 1 | URL
우리 오래오래 다함께 다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합시다. 다정한 관계로 오래 지내요.

단발머리 2022-08-2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 책을 이제 막 알게 되서요. 리뷰 찾아보는데.... 락방님 리뷰 2016년이네요.
어떤 원서읽기 모임에서 이 책을 같이 읽는다고 하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르는 모임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29 16:24   좋아요 0 | URL
오오 이 책 두껍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도 같이읽기 할 때 이 책 후보에 넣어봅시다! 나쁘지 않을것 같아요. ㅋㅋㅋ 리뷰 읽어보기 전까지 내용 기억도 안났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여행친구와 나는 지난 주말에 제주도에 있었다. 친구와 나는 그간 아주 많은 호텔을 다녔지만, 지난 주말에 갔던 제주도의 호텔만큼 좋은 곳은 없었다. 친구와 나는 돈을 들여서 편하고 안락하게 자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렇다해도 지난주말의 제주도에서처럼 그렇게나 좋은 호텔에 묵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제주도의 그 좋은 호텔은 비싼만큼 아주 컸고 객실도 편했으며 오션뷰였다.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보고, 객실 내에 있는 네스프레소 머신을 작동시켜 커피를 마시고, 로비에 나가서도 어디에나 직원들이 있어서 찾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아, 돈이란 게 이렇게나 좋은거구나, 연신 중얼댔다. 친구와 나는 이 시설과 서비스에 감탄하며 좋다고 여러차례 말했지만, 그러면서도 그것이 우리가 지불한 돈에서 나온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돈이 있으면 이렇게나 좋구나, 이렇게나 좋아. 


거문오름에 가기 위해 호텔 컨시어지에 택시를 불러달라 말했더니, 로비의 소파로 안내하며, 여기서 기다리시면 택시 도착한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해서 우리는 그렇게 말해놓고 잠시간 앉아 수다를 떨었다. 택시가 도착했다고 해서 회전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니, 호텔 도어맨이 택시의 문을 열어주며 기다린다. 우리는 편하게 택시에 탔다.



택시 안에서 친구와 나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친구가 빨래방에 대한 얘길 했고, 갑자기 나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생각이 났으며, 제르베즈의 몰락이 생각났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목로주점에서 제르베즈는 아주 성실히 일했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성실히 일해서 돈을 차곡차곡 모아 동네에서도 점점 입지를 굳혀갔더랬다. 다른 세탁소에 가는 대신 제르베즈에게 맡기자고 하는 사람들도 늘어갔고, 그렇게 가게를, 집을 마렸했던 거였다. 그런데 남편이 일을 하다 부상을 입어 몇 주간 자리에 누워있어야 했고, 그 생활 후에 남편은 '일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져 버린다. 남편은 일하지 않은 채로 제르베즈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마시기를 반복하며, 점차로 제르베즈도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삶에 익숙해진다. 제르베즈는 세탁을 맡기는 손님들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믿고 애정을 주던 남자사람친구와도 멀어지게 된다. 



며칠전에 읽은 '가쿠다 미쓰요'의 《종이달》도 생각났다. 

'리카'는 남편과 둘이 살면서 집에서 살림을 했었는데, 남편과 딱히 다정한 사이라고 볼 순 없었다.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좀처럼 아이가 생기질 않았고, '오늘 배란일이다' 라며 남편에게 접근한 밤에 남편은 리카를 '이런 여자'일 줄 몰랐다고 팽 돌아서서는 그 후로 부부관계도 하지 않는다. 리카는 은행에 일자리를 얻어서 영업을 맡게 되는데, 성실히 일해서 손님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게 되고, 그렇게 아르바이트에서 좀 더 보수가 높은 자리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난한 대학생인 '고타'와 연인이 된다. 남편은 리카를 '이런 여자' 취급하며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조차 하지 않았지만, 한참 젊은 연인 '고타'는 리카를 다정스레 안아준다. 그런 고타가 영화 일을 하면서 또 대학 등록금을 내면서 빚을 많이 지고 있다는 걸 알게된 리카는, '나중에 갚아야지' 하고는 고객의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객의 돈을 마치 자기돈인 것처럼 고타에게 내밀며, 일단 이 돈으로 높은 이자를 물어야하는 대출을 갚으라 말한다.



"저기, 이런 얘기 리카 씨하고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걸로 끝내지 않을래요? 아니, 요전의 얘기는 그만 잊어요. 리카씨가 엄청나게 부유해서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건 알겠고, 고맙게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런 건 정말 싫어요. 불쌍하면 가끔 라면이나 사주세요." (p.175)

















고타는 가난했지만 리카에게 얻어먹기만 하는 건 미안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오늘은 내가 사게 해주세요' 라면서 한번쯤은 자기가 돈을 내기도 했더랬다. 그리고 리카가 내미는 돈을 거절하기도 했었다. 그런 고타였는데,



고타가 암스테르담에 가고 싶은데 여비를 대줄 수 없냐는 말을 해왔다. "이런 세계가 정말로 있군요"하고 불과 몇 주전만 해도 휘둥그레졌던 고타는 놀라울 만큼 빨리 '이런 세계'에 익숙해진 듯이 보였다. 요컨대 필요하다고 하면 끝없이 돈이 자동으로 나오는 세계다.

"뭐 하러 가는데? 졸업여행?" 리카는 물었다.

"영화제가 있어서 보러 가고 싶어요. 우리가 출품하고 싶어했던 아마추어 영화제인데, 여기서 상을 받으면 메이저가 확실하거든요. 올해 우리 작품은 늦었지만, 경향이 어떤지 봐두고 싶어요. 학생 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테니." (p.257)



라며, 리카에게 자신의 필요에 의한, 자신이 원하는 여행의 경비를 대달라고 한다. 계속 밥이나 술을 얻어먹는 게 미안하다던 고타였는데, 불쌍하면 라면이나 사달라며 도움을 거절하던 고타였는데, 어쩌다가 여행경비를 대달라는 말을 하게 된것일까... 이건.......뭐지?


리카는 고타를 잃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고타랑 더 자주, 더 편하게 만나기 위해서 좋은 호텔의 스위트룸을 정기적으로 빌리다가, 나중에는 각자의 집이 있음에도 맨션을 얻게 된다. 같이 쇼핑도 하다보니 차가 있으면 편할 것 같다고 차도 한 대 뽑는다. 그러나 정규직이 아닌 리카의 월급으로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리카는 이제 자신이 써버린 고객의 돈이 얼마인지도 알지 못하게 된다.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편하고 짜릿한 생활이, 도저히 현실에서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호화로운 생활이, 이제는 그들에게 익숙해져 버렸다. 마치 이것이 자신들의 진짜 삶인듯 생각된다. 그렇게 그들은 변해갔다.



이 아이는 언제부터-리카는 문득 의문스럽게 생각했다. 이 아이는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뭐든 남에게 시키게 된 걸까? 파라솔 위치를 바꾸지 않아도 의자를 조금 움직이면 그늘로 들어갈 텐데.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란 건 알고 있었다. 고작 파라솔이다. 하지만 고작 파라솔치고는 뭔가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어서, 그것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p.290)



파테크 필리프 손목시계를 차고, 아르마니 청바지를 입고, 또래 남자에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늘을 만들게 하는 이 남자아이는 대체 몇 살이 된 걸까. (p.290-291)



"슬슬 갈까. 차를 마신 뒤에 쇼핑할 걸 그랬네."

고타는 일어서서 그대로 보도로 나갔다. 리카는 안으로 돌아가 계산을 했다. 언제나의 일이긴 하지만, 리카는 또 의문을 품는다. 언제부터일까. 저 아이가 저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내게 돈을 내게 하고 가게를 나가는 것은. (p.292-293)




리카가 계속 고객의 돈을 쓰기만 할 수는 없다. 중간에 고객들이 돈을 출금하겠다고 하면, 그 돈을 마련해줘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고객의 돈에 손을 대게 되고, 당장 손댈 수 없을 때는 사채를 쓰기도 한다. 그러니 그녀가 갚아야 할 돈은 아주 크게 불어난다.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처음엔 '어떻게든 갚아야지' 생각했지만, 이젠 갚을 수조차 없다는 것도 안다.


이 책에는 이런 리카의 얘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이 다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채를 쓴 여자도 나오고, 아이들에게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며 아껴쓰는 삶을 보여주려다가 그 아이가 돈을 훔치게 되는 경우도 나온다. 이 소설에서는 일본에서 실제로 돈을 횡령하는 여자들이 많고, 또 그 여자들의 대부분이 남자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걸 '남자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남자'라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껏 좋은 생활을 누리게 하고 싶어서, 뭐든 다 해주고 싶어서 큰 돈을 보자 욕심이 생겼던 걸거다. 물론 더 뿌리깊은 욕망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라도 붙잡고 싶다'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었을 수 있을테고.



대학시절 편의점에서 알바를 할 때, 알바생들이 숱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어떤 알바생들은 편의점 금고에서 돈을 가져가서 짤렸다. 나는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가져가기도 한다는 것에 놀랐는데, 실제로 그들을 알바하면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돈 훔쳐갈 나쁜 놈'으로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었는데, cctv 에 돈을 가져가는 게 찍히곤 했다. 편의점 사장님은 '너 정말 성실하게 봤는데 대체 왜 이랬냐' 라고 물으니, 알바생은 '오늘 급하게 돈이 필요했는데 돈 나올 데가 없어서'라고 답했더랬다. 돈이 필요할 때, 돈이 거기 있었다. 내 돈이 아닌 돈이. 필요해서, 그걸 가졌다. 내 돈이 아닌 돈을.



목로주점의 제르베즈도 그렇고 종이달의 리카 까지, 나는 그들이 돈 때문에 몰락하는 것을 보면서, 어느 순간 나도 정신을 놓아버리면 저들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르베즈도 리카도 그리고 편의점 알바생도, 다 처음부터 남의 돈을 훔쳐야지, 내것인듯 써야지, 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니까. 그런데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안락하게, 하고 그 생활에 익숙해지다보니 결국 남의 돈을 내 돈인듯 펑펑 써버리게 된 것이다. 내가 내 힘으로 벌기만 해서는 그걸 할 수가 없으니까.



고급 호텔에서의 2박 3일은 정말 달콤했다. 친구와 나는 그 먼 제주, 아름다운 제주까지 가서 관광을 하기 보다는 호텔룸을 즐겼다. 고급진 조식뷔페를 먹었고, 우리 룸에서 나가지 말자, 하고는 룸에서 딩굴거리기도 했다. 그런 한편 나는 제르베즈와 리카를 생각했다. 만약 내가 지금 이 편한 호텔의 삶에 익숙해져서 자꾸만 이걸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나 역시 남의 돈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내게 아마도 신용카드를 의미하겠지. 계속 신용카드를 긁고, 이 편안하고 호화로운 삶을 하루 더 늘리고, 또 하루 더 늘려버린다면, 결국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카드빚에 휩싸이게 되겠지. 


내 호화로운 생활만이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내 조카에게, 그리고 내 가족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걸 먹이고 싶고 좋은 걸 사주고 싶다. 내가 계속계속 그렇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해서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그때도 역시 나는 카드빚에 허덕이는 삶속으로 들어가고 말것이다.


나는 아직은 내가 내 돈을 벌어서 생활하고 있고, 이 삶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아직 누구에게도 '내 여행경비 대 줘'라고 말하거나 '내 밥과 술을 사는 건 니가 하는 게 당연해' 라고 생각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만나는 그 누구도 내게 '내 밥과 술은 니가 책임져' 라고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한달 월급으로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다. 빠듯하지만, 남의 돈에 손을 대지는 않을 정도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내가 돈을 벌고 있으니 내가 누군가에게 내 밥과 술을 책임지라고, 내 여행을 책임지라고 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혹여라도 누가 '내 밥과 술과 여행을 책임져' 라고 말한다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다. 일단 내 조카라면, 그렇다면 그 아이는 아직 어리니까, 내 힘이 닿는 선에서 해주고 싶을 것 같다. 그러나 다 자란 성인이라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선'이라고 못을 박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 못해줘, 나는. 당신이 바라는 걸 내가 다 해줄 순 없어, 나는 내가 가진 돈에서만 해줄거고, 당신이 그걸 넘어가는 걸 요구한다면 나는 당신을 더이상 만날 수 없어, 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네 삶은 네 몫이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신용카드 대금을 갚느라 허덕이던 세월들이 내게도 분명 있었다.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그걸 갚으면서, 와, 신용카드 쓰는 삶이 이렇게나 무섭구나, 깨달았었다. 신용카드를 쓰는 건 내 돈을 쓰는 게 아니었고, 그 생활을 어렵게 정리하면서 가진 신용카드를 거의 다 해지했었다. 조금, 아주 조금 그 세계에 들어갔다 나왔지만, 그 삶을 사는 내내 나는 우울했다. 이 때의 이야기를 헤어진 애인에게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애인은 내게 '나한테 말하면 돈을 줬을거다' 라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럴 때 아무리 애인이라도 '내가 쓴 돈 갚아줘' 라는 말을 못했을 거다. 어휴,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 내가 벌인 일은 내가 수습해야지, 하다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오래 우울했다. 빚이 있는 삶은 매우 우울하다. 나는 그 우울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때의 시간은 내게 우중충했다. 2개월간 백수였을 때 카드를 쓰면서 '취직하면 갚아야지' 했던건데, 취직하고나서도 2년이 지나서야 갚을 수 있었던 것 같다. 2개월간 쓴 돈을 갚는데 2년이 걸린 거다. 아...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끔찍해...... 우울한 시간이었다. 애초에 2개월 백수로 지냈을 때, 그냥 엄마한테 돈 달라고 해서 썼으면 쉬웠을지도 몰랐는데, 나는 부모님이든 누구에게든 돈달란 말을 하는 게 진짜 너무 어려워서.. 그건 진짜 너무 하기 싫어.... 그래서 결국 내 삶을 우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었지....... 하아- 


갑자기 헤어진 애인이 처음으로 내 통장에 돈 넣어줬던 게 생각난다.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5만원을 넣어줬는데, 그때 울컥 했던 기분이.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면서부터 아빠한테도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너 맛있는 거 사먹어' 이러고 돈을 송금해주니 엉엉 울고싶은 기분이 되었었다. ㅠㅠㅠㅠㅠ 그 당시에 나는, 이건 뭐지, 우리 아빠도 안해준건데 ㅠㅠ 이러면서 진짜 너무 울컥했었지 ㅠㅠㅠㅠㅠ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계속 생각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자고. 내가 일을 하느라 고단했고 그래서 내가 번 돈으로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음식을 먹고 즐거워하는 것은 충분히 내가 누려도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걸 늘상 할 순 없다, 이 여행이 일상이 되는 순간, 나는 오히려 우울해지게 될 수도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호화로운 순간이 잠깐뿐임을 잊지말자, 고 스스로에게 되새겼다. 다시 말하지만, 제르베즈와 리카가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나를 절제하지 못하는 순간, 아주 잠깐의 순간 나는 수렁 속에 빠질 수도 있는 거다. 나는 내 자신에게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아니'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라고 말을 해야만, 이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지금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책장을 덮고 한참을, '돈은 뭘까' 생각했다. 돈이 대체 뭐길래 사람을 호화로움에 젖게 하다가 이토록 비참하게 만드는 걸까.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그 간극이 없다면, 돈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수렁에 빠지는 일은 없을텐데... 


돈은 도대체 뭘까....

가난하게 태어났으면, 내 돈만으로는 그렇게 편안한 삶을 살 수 없다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역시 러셀 아저씨 말처럼, 모두가 네 시간 일하는 세상이 와야 한다. 그게 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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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6-12-2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저도 목로주점이랑 종이달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요즘... 고타의 경우는 정말 슬프죠. 물질적 풍요가 사랑을 잡아두진 못하지만 빈곤은 사랑을 달아나게 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던 고타가 변해가는 모습도 그렇고요. 어제는 에디트 피아프 노래를 들으면서 제르베즈를 생각했어요. 돈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 다락방님도 시간 나시면 들어보세요. 가사가 너무 슬퍼요.
https://youtu.be/MOk5yYLAQvU

다락방 2016-12-20 10:30   좋아요 0 | URL
친구랑 돈 얘기하다보니 종이달과 목로주점이 나란히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에게도 이 두 책의 핵심내용을 다 말해줬었어요. 에이바님이 댓글로 쓰신 얘기가 진짜 정확하네요. 물질적 풍요가 사랑을 잡아두진 못하지만 빈곤은 사랑을 달아나게 한다는 거요. 풍요로움으로 되는 거였다면, 고타가 계속 리카 옆에 있으려 했겠죠. 그렇지만 결국 고타도 이것은 아니다 라는 걸 인지하게 되잖아요. 풍요로움으로도 잡아두지 못하는데 빈곤함은 달아나게 하고...하아- 인생은 뭘까요, 에이바님? ㅜㅜ

종이달 읽으면서 진짜 돈에 대한 생각 많이 한 것 같아요. 돈은 뭘까, 돈이 도대체 뭘까, 하고 말이지요. 러셀 아저씨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얘기한 것처럼, 세상 모두가 네시간 노동을 한다면 빈부의 격차도 줄어들고 남의 돈을 욕심내거나 내 돈을 미친듯이 아끼거나 하는 일들이 확 줄어들지 않을까요?

노래 들어볼게요!

비연 2016-12-2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의 제르베즈는... 정말 읽을수록 넘 안타까와서... 도대체 뭐가 제르베즈를 이렇게 만든 걸까.
약간의 풍요가, 빈곤에서 지금 막 빠져나온 삶이 그녀를 현혹시킨 것일까.
매우 잘된 소설임에도 읽으면서 괜히 부아가 납니다. 이제 2권 다 읽어가는 즈음에서.

다락방 2016-12-20 14:2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남편 때문에도 너무 화가 났고요, 전남편 때문에도 여러번 빡쳤더랬어요. 제르베즈가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해도 그들이 주변에서 의욕을 다 죽여버리죠. 이렇게 무능한 남자들이라니, 비연님 표현대로 부아가 나더라고요. 하아- 그냥 도망치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몰라요. 제르베즈의 귀에 닿지도 않을텐데, 저 혼자 도망치라고 계속 말했죠 ㅠㅠ

뒷편인 [나나]도 사두었는데 좀처럼 읽지 못하고 있네요. ㅜㅜ

moonnight 2016-12-2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활비 없어서 소액대출 받은 적 있는데 꼬박 1년 걸려서 겨우 갚았지요ㅜㅜ; 돈은 꼭 필요하고 확실히 있으면 좋지만 참 무서운 것이기도하다 싶어요. 무섭-_-; 사랑하는 이들에게 (특히 조카들♡) 필요한 것들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어야 할텐데 하고 괜히 불안해질 때도 있어요.ㅠㅠ

다락방 2016-12-20 14:28   좋아요 0 | URL
이게 대출을 받을 때는 금세 갚아야지, 갚을 수 있어, 생각하지만, 막상 빌려놓고 나면 갚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2개월 쓴 걸 2년후에야 갚으면서, 다시는 이런 삶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 해결방법은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싫다고, 퇴사한다고 부르짖으면서 계속 다니는 처절한 이유입니다. ㅠㅠ

저 역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때에 마음껏 베풀고 싶어요. 그러려면 역시 또 이 직장을 이를 악물고 다녀야해요. 하아- 문나잇님, 삶이 빡빡하다고 느낍니다 ㅠㅠ

사각양배추 2016-12-2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은 왜이렇게도 저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시는 것 같을까요 ㅋㅋㅋ
매일 매일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당장 벌이가 없으면 밥도 케이크도 사먹을 수 없고, 영화도 볼 수 없고, 책도 살 수 없으니..ㅋㅋㅋ
하지만 나의 밥벌이는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합니다.
엄청나게도 이중적이죠.
내가 나의 밥벌이를 한다는 것 만큼 나의 존엄성을 확고히 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에겐 그래요.

그래서 매일 열심히 회사에 나와 다락방 님 글을 읽는 것으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잠재웁니다.
아주 고급진 한눈팔기죠.ㅋㅋ

점심 맛있게 드셨길!!!


다락방 2016-12-20 21:26   좋아요 0 | URL
제가 사각양배추님의 속을 들여다본다기 보다는,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그저 보통의 직장인들이고, 그러니 사는 모습이며 고민이 비슷비슷 하겠지요. 그래서 제 고민을 적으니, 그것이 사각양배추님의 고민으로 읽히는 것일테고요. 저는 매일 출근길에 퇴사를 생각해요. 퇴근이 아니라 퇴사요. 이놈의 직장 언제까지 다녀야하나, 한숨 푹푹 내쉬며 출근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출근하기 때문에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여행도 가고 책도 사고 그러는 것이니, 쉬이 그만둘 수가 없는 거죠. 그렇게 이 오랜 시간을 출퇴근하며 버텨온 것 같아요. 아아, 고단한 인생 ㅠㅠㅠ
네, 그러나 저도 제가 제 밥벌이를 한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아직은 조카에게 맛있는 걸 사줄 수 있는 형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나이 들어도 지금과 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할텐데, 가능할까요? 열심히 산다면 안정적 삶에 다가설 수 있는 걸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사각양배추님, 우리 기운냅시다. 기운내서, 서로에게 응원을 해주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또 잘 버텨봅시다. 사각양배추님은 제 글을 읽으며 기운내시고, 저는 사각양배추님의 응원을 받으며 기운 내고 말이지요.

내일 아침에 또 만나요!

아무개 2016-12-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안한 직장, 마이너스통장, 늙고 병든 양친, 나보다 더 빨리 늙어가는 다섯냥이들.
돈들어갈 일은 계속 생기는데
돈나올 일은 없어질수도 있는 상황.
숨막히게 불안해요.

제주여행 부럽습니다.

다락방 2016-12-20 21:28   좋아요 0 | URL
무엇보다 불안한 직장이 가장 걸리네요 아무개님. 그나마 직장이 있어야 하루하루 먹고 살아갈 수 있는데 말이지요. 아무쪼록 불안한 상황이 하루속히 안정적인 상황으로 됐으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도 이렇게 보냈으니, 기운냅시다, 아무개님.

심야 2017-02-16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이길래 홀리듯 들어와 읽어보았는데, 글을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종이달을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어느 분위기의 어느 내용인지 알겠네요. 흥미롭습니다! 언젠가 꼭 읽어보는걸로! ㅎㅎ
그리구 저도 최근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호텔이 정말 너무 좋고 편하더라구요. 창문 밖으로 삿포로의 멋진 풍경이 보이고... 호텔은 어디를 봐도 너무 아름답게 꾸며져있고... ㅠㅠ 중세시대같은 느낌의 호텔이었거든요. 그래서 여행을 하는 내내, 너무 좋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싫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3박 4일동안 들어간 돈을 생각하니까 뭔가 이 호화로운 생활을 계속 하기 위해서 치뤄야할 희생이랄까요.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막 떠오르면서 ㅠㅠ 뭔가 갑자기 굳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이러한 여행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고 그랬습니다... 돈이란게 참 그렇더라구요, 정말.. ㅠㅠㅠㅠ
돈이 뭐라고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나 싶은데, 있으면 너무 좋아요 ㅠㅠ 참 저도 모르게 이렇게 긴 글을 적었네요. 아무튼 읽는 내내 인상깊었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잘 읽었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7-02-17 09: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심야님! 흣. 잘쓴다는 칭찬도 너무 좋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는 것도 정말 기분 좋은데요!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내 경험과 내 생각을 섞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 글이 그런 소재가 되었다니 정말 좋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고 또 여행하고 싶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이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는 뭔가 얻기 위해서는 잃기도 해야하는데, 그걸 잘 조절해야 그나마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종이달]도 좋지만, [목로주점]을 추천드립니다! 목로주점 안 읽어보셨다면 꼭 읽어보세요. 정말, 정말 재미있어요!!
 

주말에는 친구와 함께 제주도에 있었다. 뉴스를 볼 때면 외로워져서 누군가와 함께 살고싶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번주 [그것이 알고싶다]를 친구와 함께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와 함께 나가서 흑돼지로 저녁을 먹고, 와인과 문어튀김 안주를 차려놓고 텔레비젼 앞에 앉아 그것이 알고싶다를 시청했다. 보면서 우리는 우울했고 무서웠고 끔찍해했다. 좋았던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그런데 이런 걸 볼 때 옆에 친구가 있어서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술과 안주를 거의 입에 대지 않은채 우울하게 앉아있는데, 친구가 리모콘을 들고 채널을 돌렸다. 우리는 그렇게 영화 [노팅힐]을 봤고, [나 혼자 산다]를 보았다. 노팅힐 얘기는 잠시 후에 하고, 일단 [나 혼자 산다] 얘기를 해보자.


나는 평소에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데, 그건 내가 텔레비젼을 보지 않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볼 시간이 없어, 나는..어쨌든 이번에도 친구가 채널을 돌리다가 평소같으면 그냥 넘겼을것을, 무려, '다니엘 헤니'가 나온다고 해서 보자보자, 하고 보게된거다. 다니엘 헤니라고 하면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엄청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있고, [미스터 로빈 꼬시기]를 보면서도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배우였다. 그저 '잘생긴' 배우인줄로만 알았는데, 엊그제 본 다니엘 헤니는 그간 나이 들어서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얼굴에 그냥 잘생김 뿐만이 아니라, 성숙미까지 같이 갖추고 있달까. 그래서 내가 봤던 몇 년전보다 훨씬, 훠어어얼씬 근사해진 거다. 


화면상에 드러나는 그는 진짜 젠틀하고 잘 웃고 멋있었다. 미국 드라마 출연당시 계약서에 늘 그 몸의 사이즈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서 다이어트에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마트에 장을 가서도 고칼로리 음식이 아닌 과일을 사더라. 15년 된 개와 함께 살고 있는데, 자신의 일과를 마치고 밤에 돌아와서는 피곤할텐데도,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아무 옷이나 걸쳐도 멋있었고, 무얼 해도 멋있더라. 사람들이 말하는 '일상이 화보'라고 하는 게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달까.


그가 주연으로 출연중인 드라마에서는 그에게 트레일러를 제공해줬는데(이건 다 제공해준단다), 마지막 시즌 촬영을 앞두고 같이 출연하는 여자배우가 그의 트레일러에 놀러왔다. 선물과 카드를 주고, 같이 엔지방송을 신청하며 이야기나누고 웃는데, 와, 그 여자도 엄청 사랑스럽더라. 다니엘 헤니에 대한 호감을 가진 게 너무 드러나고, 그래서 되게 밀착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거다. 다니엘 헤니도 그녀의 거리감에 대해 언급했다. 그녀는 되게 특이하다, 보통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에 이만큼의 거리감이 있다면, 그녀의 거리감은 이만큼이다, 하며 손과 손으로 좁은 폭을 만들어낸거다. 와, 저 여자 되게 밝고 사랑스럽다! 고 감탄하고 있는데, 그와 그녀는 그 사이에 세번쯤 포옹을 했다. 다니엘 헤니는 군살없는 몸의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고, 키가 188센치나 되어서, 그와 그녀가 포옹하는 장면에서 진짜 갑자기 너무 흥분이 되면서 나도 꼭 다니엘 헤니를 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안기보다는 아마도 안기는 게 될텐데, 나는 늘상 단단한 남자의 몸에 대한 판타지가 있으니, 저 품에 안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마냥 상상의 나래를 뻗어가게 되는 거다. 게다가 그는 키도 크니 팔도 길 터. 나를 폭- 안지 않을까. 안기면 겁나 단단하겠지. 아 미치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게 되었는데, 그러자 바로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저렇게 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몸을 보고 판타지를 가지며 그에게 안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역시 노력해서 만들어진 여성(혹은 남성일 수도 있겠지만)의 날씬한 몸, 모델같은 몸을 보고 안고 싶다고 생각하고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그렇다면, 다이어트를 해서 내가 그런 몸이 되어야 하나, 그래야 저런 몸을 가진 남자에게 '나랑 포옹하자' 라고 말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흐음.

싫은데?

저 사람과 안기 위해서 내가 내 몸을 다르게 만들고 싶진 않은데? 그런 생각이 들자 두 가지의 생각이 싸우기 시작했다. 근사한 남자를 보고 안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나 역시 근사해져야 하지 않아? 아니, 근사하다는 게 왜 꼭 몸매여야 해, 다른 것일 수도 있잖아? 그렇지만 니가 지금 저 남자 근사하다고 생각한 거, 몸 보고 그런거잖아? 그렇지만 안기기 위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니, 좀 어처구니 없지 않아? 그렇지. 그런데 사람이 처음 상대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려면 사실 외모가 중요하잖아? 물론 그래,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건 외모가 아니었잖아? 그렇다면 나는, 내 외모를 보고 끌려서 너랑 안고 싶다, 하는 사람을 안아줄것인가? 아니, 그런 사람하고 안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살고 싶은거야? 음, 안기기 위해 몸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거야. 그런데 그런 몸이 아니라면 그가 안아주지 않을텐데? 그럼 안지 않으면 되지. 안고싶다며? 응, 그렇지만 나를 다르게 만들어서까지 그러고 싶진 않아. 그래서 결론은? 굳이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서 그에게 안기느니, 안지 않고 즐겁게 살래. 음... 괜찮겠어? 어. 남자 안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어. 안고 살면 좋긴 하겠지만... 안고 살기 위해서 먹는 걸 포기해야 한다면, 그냥 먹는 걸 택할래. 먹는 즐거움 만세!



이런 생각을 하게된 것이었다. 아, 그래도 다니엘 헤니는 진짜 멋져..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어, 음, 강력한 다이어트 말고 뭐랄까, 먹는 건 좀 신경쓸까? 생각해보자.. 





오, 그리고 영화 《노팅힐》!!!!!!!!!!!!!!!!!! 내가 이걸 언제 봤었지, 아주 오래전에 보고는 딱히 기억나지 않는 영화였는데, 얼마전에 친구가 이 영화 좋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더랬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오래전에 봤지만 그냥 그랬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아아, 이번에 다시 본 노팅힐은 진짜 최고였다. 친구랑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완전 흥분해가지고, 다 보고나서 친구에게 '노팅힐 가자, 꼭 가자'고 이백번 얘기하고, 아아 주옥같은 대사가 너무 많이 나와, 하고서는 바로 굳다운로더로 다운 받았다. 그리고 어제, 집에 돌아와서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여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 스타고 남자는 여행책 전문 서점의 주인이다. 남자의 서점은 늘상 적자이고, 그가 평생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여자 두 명은 자신을 떠났다. 그런 남자는 친구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다. 오! 나야말로 늘상 그런 생각을 해온터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할 확률은 정말이지 제로에 가깝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기적과 같다고!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 남자가 그런 말을 하는 거다. 와우-



여자는 영화 촬영차 노팅힐에 왔다가 남자의 서점에 들르게 되고, 거기에서 책을 구입하게 된다. 그렇게 잠깐 안면을 텄는데, 길에서 만나 남자가 여자에게 오렌지쥬스를 실수로 쏟는 바람에 그 인연이 잠깐동안 더 이어지게 되고, 사흘 후에 그들은 남자의 여동생 생일파티에 함께 참석하게 된다. 남자의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성공과 거리가 먼 사람들인데, 파티의 마지막, 브라우니 한 조각을 남겨두고 '가장 불쌍한 사람'이 이 브라우니를 먹자며 불행을 경쟁한다. 한 명은 일에서 실적을 못내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겠다고 한다. 다른 한 명은 사고로 불구가 되어 휠체어에 앉아 살아야 하는데 아이까지 갖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남자는 이혼하고 서점은 적자고..등의 얘기를 하며 불행을 경쟁하는데, 그때 이 대스타인 여자가 얘길한다.


나는 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먹는 걸 신경써야 했고, 지금 십 년째 굶주리고 있어요.


아....아...... 날씬한 몸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이야. 십 년째 굶주리다니. 음식이 없는 것도,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굶주려야 하다니... 그것이 그녀에게 명성과 부유함을 가져다주었겠지만, 오, 굶주려야 하다니.. 음...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새삼 '다이어트를 하지말자'고 생각했다. 굶주린 채로 이 신나는 세상을 잿빛으로 살고 싶지 않아.... -0-



이 영화에는 좋은 장면이 진짜 백만스물두개쯤 나오는데, 되게 인상깊었던 장면은, 둘이 한 공간에서 함께 하루종일 머무는 거였다. 여자는 가난한 시절에 누드사진을 찍었던 게 세상에 알려져서 절망하다가 남자의 집을 찾는다. 이때 남자는 '차를 줄까요, 목욕할래요?' 묻고는 그녀를 달래준다. 그 후에 같이 거실에 있으면서 이야기도 나누도 빵도 먹고 하지만, 저녁 무렵에는 남자는 신문을 보고 여자는 자신의 대본을 보면서 각자의 시간을, 함께 거실에서 가진다. 그러는 사이사이, 상대가 거기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으므로 살짝살짝 곁눈질을 하기도 하고. 대화를 함께 나누는 사이도 정말 완벽하지만, 침묵까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정말 더할나위가 없는데, 이들은 그걸 하는 거다. 각자 또 너무 편해 보여서, 남자는 테이블에 발을 올리고 있었는데 여자는 조용히 가만 있다가 그에게 '발이 크네요' 한다. 


발이 크네요.

네.

발이 크면 뭔지 알죠?

뭔데요?

big feet.............large shoes.



이런 실없는 농담을 하고 둘이 깔깔대고 웃는데, 와, 진짜 너무 좋은 거다. 멋져! 짱이야!







그러나 이러저러한 오해로 인해 그 둘은 다시 헤어지게 되고, 그가 이별을 극복하며 시간이 흐르는 걸 다 보낸 후에, 여자는 남자를 다시 찾아와, '당신이 나를 다시 좋아해줄 수 있을지'를 묻는다. 남자는 그녀에게 거절을 말하고는 친구들에게 '내가 그녀를 거절했다'고 말한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걸 친구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 잘했어' 라고 다들 얘기하지만, 사실 표정으로는 그가 잘못했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미 내린 결정이니 어쩔 수 없이 '잘했다'고 했을 뿐. 그때 친구 한 명이 그에게 이런 얘길 한다.



그녀는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너에게 사귀자고 한 걸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잖아.



와- 이 영화를 통틀어서 정말이지 가장 좋은 대사였던 것 같다. 너에게 사귀자고 하다니, 그 사람 정말 제대론데! 하는 느낌. 그건, 친구들도 그가 얼마나 괜찮은지를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거니까. 가장 친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닌가. 게다가 다른 누군가가 이 좋은 사람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아봤다니, 그 사람 역시 좋은 사람이 아닌가! 진짜 멋진 상황이 아닌가 말이다. 남자는 그녀를 다시 찾기로 결심하고 이에 친구들 모두 다같이 애써준다. 너무 거대하게 빛나는 사람이라서 도무지 자신의 사람이 될 수 없을거라고 했던 여자는, 그렇게 남자와 결혼을 하고 일상을 공유한다. 남자의 무릎을 베고 눕기도 하지만, 여자의 공적인 자리에 남자가 함께 나가기도 한다.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함께 산다해도 그 사랑과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건 퍽 힘든 일인데, 이 남자와 여자라면 잘해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대화와 침묵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니까. 한 공간에 있으면서 대화와 침묵을 공유하는 게 자연스럽다면, 사실, 더 필요한 게 무얼까. 진짜 좋지 않은가. 이 영화는 진짜 짱이다!!



게다가 대스타인 여자를 제외하고는, 어수룩한 사람들만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식당을 차렸지만 일 년만에 문닫는 친구, 직장에서 짤린 친구, 주급을 가장 적게 받는 친구, 옷차림이 괴상한 친구, 늘상 요리를 망치는 친구, 사고로 다리를 잃은 친구, 자위나 해대는 웨일스 친구 그리고 늘상 적자를 내는 서점 주인. 모두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먼,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인생의 어느 한부분에서 실패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또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흉보거나 하는 게 아니라 기쁨의 순간들을 늘상 공유하고 서로에게 너무나 다정하다. 그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와인을 마시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같이 보는 친구에게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 하고 친구의 어깨에 기댔다. 진짜 퍼펙트한 장면이었다. 우리 모두는 이 큰 세상에서 봤을 때 어딘가가 부족한, 세상에 널리고 널린 그런 사람이지만, 우리끼리 있을 때는 서로에게 다정한 좋은 사람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람들이라니. 진짜 좋지 않은가!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면, 나는 혼자서 밥도 잘 먹고 술도 잘 마시고 영화도 잘 보고 여행도 잘 다니고, 정말이지 혼자 못하는 게 없고 혼자인 게 더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왜 뉴스를 보는 건 혼자서가 힘들고 외로운지 모르겠다. 뉴스를 볼 때마다 동거하고 싶다, 결혼하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동거나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건, 뉴스가 하루종일 하지 않기 때문이고, 설사 한다해도 내가 하루종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 혼자 보는 거 너무 외롭고 힘들어... 혼자서 스테이크는 먹으러 가지만 혼자서 뉴스는 못보는 나는... 뭘까. 어딘가에서 뭐가 틀어진걸까? 왜 이쪽으로 약할까? 어쨌든 그래서 요즘엔 그냥 뉴스 잘 안보는데, 그런 참에 대화와 침묵을 함께 나누는 노팅힐 속의 남자와 여자를 보니, 마음이 참으로 거시기 해지는 것이다. 오오, 저들은 같이 뉴스를 볼 수도 있겠네???



그리고 오늘 출근길에 펴든 책에서는, 오, 이런 구절이 나온다.



좋아요. 음, 이제 말할게요.

듣고 있어요. 루이스가 말했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뭐라고요? 무슨 뜻인지?

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 된 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게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섞인 눈빛이었다.

아무 말이 없군요. 내가 말문을 막아버린 건가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 것 같네요.

섹스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렇잖아도 궁금했어요.

아니, 섹스는 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아니고요. 나야 성욕을 잃은 지도 한참일 텐데요. 밤을 견뎌내는 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걸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그래요. 같은 생각이에요. 

잠을 좀 자보려고 수면제를 먹거나 늦게까지 책을 읽는데 그러면 다음날 하루 종일 몸이 천근이에요. 나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아무 쓸모없게 돼버리는 거죠.

나도 경험해봐서 알아요.

그런데 침대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준다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그녀가 말을 멈추고 기다렸다. 어떻게 생각해요? (p.9-10)


















루이스에게 나랑 자러 우리집에 오지 않겠냐고 말하는 애디는 일흔살이다. 여기서 사실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든, 언젠가는, 누구라도, 외로운 순간이 찾아오는 법이고 때로는 그 시간이 몹시 길게 지속되기도 한다. 그럴 때, 좋은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뚜벅뚜벅 루이스네 집에 찾아가 저런 제안을 하는 애디라니. 아,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어느 순간이 오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제안을 하게 되지 않을까? 




침대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준다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어떻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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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12-1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팅힐은... 정말 볼 때마다 좋은 영화에요...
이 연말에, 다락방님 페이퍼에 힘입어 한번 다시 봐야겠어요. 수없이 다시 봤지만.

다락방 2016-12-19 10:45   좋아요 0 | URL
오래전에 봤을 때는 왜 좋다는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좋은 영화더라고요, 비연님. 저는 어제 그냥 틀어두고 짐 정리며 할 일을 했어요. 이제 집에 가면 그냥 틀어두려고요. 너무 좋아요! >.<

사각양배추 2016-12-1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화뿐만 아니라 침묵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이....항상 제가 생각해왔던 이상향이예요. 그 사람과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서 나는 책을 읽고, 그 사람은 무언가 자신의 일을 하고... 하지만 우리는 계속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요. 함께 차를 마시면서, 간식거리도 나눠먹으면서 간간히 대화도 할 수 있겠죠. 이거 맛있어, 먹어봐! 흘리지 말고... 이 책 너도 읽었으면 좋겠다....이 부분 짱이다. 들어봐.... 뭐 이렇게 ㅋㅋㅋㅋ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지만, 침묵을 공유한다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편한 사이가 아니라면 숨막히는 어색함 때문에 돌아버리겠죠 ㅋㅋㅋ
나와 침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꼭 찾고 싶네요.

아 이건 뜬금포 질문인데요, 다락방 님.
예전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라는 책 리뷰를 쓰신 적 있죠?
에미와 레오가 글로써만 서로의 감정을 나누잖아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비록 그 사람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나 또한 그게 진심으로 느껴진다면요.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되어 좋은 감정을 갖게 되고, 나중엔 그 사람의 겉모습이 이젠 더 이상 상관없다고 느껴지는 어떤 그런 상황이요....제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걸까요? ㅋㅋㅋ
로맨틱한 노팅힐을 생각하다보니, 갑자기 이 생각이 떠올라서 말씀드렸어요.

점심 맛있게 드시구요. 아침마다 항상 다락방 님 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유일한 오전의 활력소예요.^^

다락방 2016-12-19 11:15   좋아요 0 | URL
사각양배추님, 대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진 않지만 침묵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정말 어렵죠. 정말 정말 어렵고 또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죠. 그래서 그런 사람을 찾게 된다면 놓치지 않기 위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니까요. 사각양배추님께서 혹여 그런 분을 만나게 되신다면, 절대 놓지 말고 꼭 붙드시라고, 그렇게 말씀 드리고 싶어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정말, 정말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진짜 사랑해요. 에미도 레오도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죠. 그리고 그 소설처럼, 문자로만 사랑하는 게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그런 식으로 글만으로 사랑에 빠진 적도 있고요. 그리고 그렇게 감정의 교류가 잘 된다고 생각해서 나중에 만났을 때, 말씀하신 것처럼, 그 사람의 겉모습은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어요. 저는 글뿐만 아니라 그냥 만났을 때도 겉모습으로 사랑에 빠지는 타입은 아니긴 합니다만, 겉모습보다는 그 사람과 어떤 대화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느냐가 제게는 더 중요해요. 그래서 사각양배추님이 말씀하신 그런 사랑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렇지만, 그 관계가 오프라인으로 연결돼서 현실에서 만나서 계속 유지되는가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글로도 충분히 나눠지는 대화긴 하지만 또 말로 나누는 것도 무시 못하니까요. 그래서 그 사람과 현실에서 그 사랑이 완성되는 건 역시 드문 일이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확률적으로 매우 낮은 것 같아요. 실체가 되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사람이 글에서처럼 그렇게 매력적이긴 쉽지 않아요. 한 사람을 구성하는 건 굉장히 많은 요소가 필요한데, 글은 거기에서 극히 일부이며, 말 또한 일부인지라,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고 또 오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을 오래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을 나눠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각양배추님, 영화를 많이 보고 또 책을 많이 읽고 하는 것들이 반드시 환상속에만 사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많이 깊게 생각해서 더 좋은 관계를 만드는 바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침마다 항상 제 글을 기다려주신다니, 글을 쓸 힘이 납니다. 헤헷. 고마워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요!

moonnight 2016-12-1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혼자산다에 다니엘 헤니가 나왔어요?ㅎㄷㄷ; 오늘 퇴근하자마자 당장 vod를! (퇴근까지 너무 많이 남았네요ㅠㅠ;) 크리미날 마인드에 함께 나오는 여배우네요. 다니엘 헤니라면 누구라도 호감을 느낄거같아요. 외모도 외모지만 성격도 참 좋은 듯 보여서@_@;
노팅힐은 저도 무척 좋아하는 영화예요. 줄리아 로버츠 참 좋아하는데, 원래 아름답지만 이 영화에서는 정말ㅠㅠ; 다락방님 글 읽다보니 또 보고 싶어져요♡

다락방 2016-12-19 16:26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도 다니엘 헤니 좋아하시는군요! 꼭 보세요. ㅋㅋㅋ 다니엘 헤니 매력이 푱푱 터져요. ㅋㅋㅋㅋ 어찌나 좋은지 잠깐동안 다이어트 욕망까지 생길뻔 했어요. 무찔렀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실제 성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개하고 그렇게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면 또 어쩐지 좋을 것 같고 말이지요. 매너도 좋고 사람이 참... ㅋㅋㅋㅋㅋ 어쨌든 정말이지 간만에 텔레비젼 화면속으로 빨려들듯 열중하며 봤어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영어를 잘해서 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듣는 것도 넘나 좋고 말이지요. 하트 뿅뿅 ♡

이 영화에서 진짜 줄리아로버츠 아름답죠! 제가 ‘예빠드‘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될 것 같아서 다른 표현을 찾다가, 근사하다, 매력적이다 라고 표현했었는데, 아름답다, 그 말이 딱 맞네요. 진짜 아름다워요, 이 영화에서. 저는 이 영화를 아예 외우고 싶습니다!!!

수퍼남매맘 2016-12-19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노팅힐>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댓글 달아요.
<그것이 알고 싶다>의 끔찍함이 조금 순화되었겠네요.

다락방 2016-12-19 16:27   좋아요 0 | URL
네, 수퍼남매맘님.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노팅힐을 좋아하는지, 저는 이제야 알았지 뭡니까. 왜 어린 시절엔 이 영화의 진가를 몰라봤을까요? 정말 재미있고 또 좋은 영화였어요. 기억하고 싶은 대사가 많이 나오는 것도 좋았고, 뭣보다 노팅힐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꼭 가보고 싶은 장소이기도 했어요.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