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야근을 했다. 바쁘게 늦게까지 일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래서 좋은사람,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알아두는 것이 좋다. 나는 스트레스 받아서 우우우- 한 마리의 거친 짐승이 될 뻔했지만, 그럴때마다 엊그제 다시 보았던 영화 [노팅힐]을 생각했다.
















그러니까 영화의 거의 마지막 즈음, 줄리아 로버츠는 휴 그랜트를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다. 런던에 촬영차 왔는데 그 촬영이 끝났고 내일 미국으로 돌아갈거란 얘길 하면서, 그런데 돌아가기 전에 묻고 싶었다고 했다.



"내가 여기에 머물면 당신이 나를 가끔은 만나줄지 궁금했어요...자주요."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휴 그랜트에게 그녀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당신이 나를 다시 좋아해줄지 궁금했어요."



저렇게 말하는 줄리아 로버츠는 나같았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남자에게 나를 다시 사랑해줄건지 묻는 그 상황과 마음이, 마치 나같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대답하는 휴 그랜트도 또 나같았다.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시 당신에게 버려지면 그 때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는 이 말이 완전 진짜 뭔지 너무나 잘 알겠는 거다. 이별을 하고 많은 시간을 '그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었지만 꼭 그만큼 '아니 다시 사귀었다 헤어지면 그땐 진짜 무너질거다, 이건 모르니까 버틸 수 있었지, 이걸 알면서도 그 길로 또 걸어들어갈 순 없다, 알면서 버틸 순 없다' 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줄리아 로버츠를 거절하는 휴 그랜트의 마음이 꼭 내 마음인 거다. 아아, 하나의 영화를 보면서 한 명의 등장인물이 되어도 그 영화는 좋은 영화가 되는데, 이 영화 속에서 나는 막 휴 그랜트도 되었다가 줄리아 로버츠도 되었다가 했다. 아아 세상 좋은 영화다. 진짜 최강 영화야. 모든 등장인물이 내가 된다!!



물론 그 뒤의 장면들도 몹시 좋다. 휴 그랜트는 자신의 친한 친구들에게 자신이 줄리아 로버츠를 거절했음을 밝힌다. 친구들은 처음에 그의 결정을 잘했다 해주지만 다른 한 친구가 '그녀가 너한테 사귀자고 했다니,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네'라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다들 휴 그랜트가 멍청한 선택을 했다는 눈빛을 보낸다. 그 후에는 친구들과 함께 후다다다닥 줄리아 로버츠에게 찾아간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연인이 된다.




이 장면들이 너무 좋다. 다시 봐도 너무 좋아. 진짜 훌륭한 영화다. 친구들 모두 어느 부분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고, 약점을 가진 사람들인데, 이들 모두가 서로 자주 모이고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의 사정을 듣는 것이 너무 좋다. 나도 꼭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개개인으로 보자면 완벽한 사람이 하나 없을텐데, 우리가 서로의 부족함을 그대로 가진채로, 그러나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에게 좋은 친구일 수 있으니까, 이렇게 자주 모이고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오래오래 즐거이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다. 나는 혼자일 때도 너무 신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도 너무 신난다.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하는 대화도 좋고, 나 혼자 책 보며 영화 보고 또 걷는 시간도 좋지만, 좋아하는 사람들 여럿과 함께 한 자리에서 수다 떠는 것도 또 너무 좋아! 며칠 전에 친구랑 술마시다 얘기했지만, 진짜 욕심 별로 없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 먹고 마시면서 즐겁게 사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다.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나는 삶에 있어서 더 큰 걸 바라지도 않는다. 인생 뭐 있나...






지난번에 영어 공부 하겠다고 주토피아 대본 사놨다가 한 장도 안보고 팔아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지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거 팔고 노팅힐 대본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직 한 장도 안보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부한다고 스프링분철 해달라고 돈도 더 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늦은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니 엄마 아빠가 쪼르르 와서는 춥지 않았냐, 밥은 먹었냐 물으시더니, 이내 그 날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해 폭풍 수다를 늘어놓으신다. 엄마가 쉬지도 않고 말했다. 오늘 아빠랑 이마트가서 수영복샀어, 순두부 찌개 먹으러 갔는데 니 생각나서 쫄면순두부 시켰어, 아빠도 맛있었대, 외할머니 보청기도 아빠랑 같이 보러갔어, 아빠가 다른 데도 더 보러 가자고 하셨어 등등..


나는 들으면서 아빠가 수영복 고르러 가는데 툴툴대지 않았어? 순두부 맛있었어? 어어 아빠가 그랬어? 이러면서 대꾸하다가, 아빠 잘했네, 아빠 다정했네, 라고 칭찬해준 뒤에 아빠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이렇게 우리 오손도손 늙어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빠 엄마 빵터지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는 내가 지난번에 준 바디버터 다 썼다고 또 사달라신다. 엄마는 '그럼 당신이 바디버터 값 줘야지' 하셨고 그러자 아빠는 '내 사랑을 줄게' 하시는 게 아닌가...하아- 누가 그렇게 사랑주래..그러는 거 아니야.....돈 줘....



"아빠, 사랑은 됐고 돈 줘."



라고 했지만 아빠는 들은 척도 안하셨다. 하아- 아빠, 사랑 말고 돈....돈 줘요, 돈.........






오늘 아침에는 출근하면서 역시 출근중인 망고같은 남자랑 통화를 했다. 통화중에 망고남은 '앗차' 하며, 출근 길에 먹을 빵을 전자렌지에 넣어두고는 안꺼내 왔다는 거다. 그러면서 '내 소중한 빵...'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자마자 너그러운 나는! 그래, 빵이 되었다!! 그가 전자렌지에 두고온 빵!!!



"아, 나는 당신이 두고온 소중한 빵이 되었네? 날 왜 두고가..소중한데 왜 까먹어..."



그러자 망고남은 내게 말했다.



"야, 너 빵에 이입하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어찌나 너그러운지, 개구리가 되는 것도 모자라 숫제 빵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아, 나는 휴 그랜트도 되었다가 줄리아 로버츠도 되었다가 빵도 되었다가!! 너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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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3-03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오랜만에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킥킥 웃었네요. 삼실인데...내가 쓸 컴터가 안켜져 할 일 못하니까 핸폰으로!^^ 빵 터지는 다락방님 페이퍼, 사람 냄새 나고 감정이입돼서 넘 좋아요!!♥♥♥

다락방 2017-03-03 14:24   좋아요 0 | URL
아니 일을 해야하는데 컴터가 안켜지면 얼마나 불편할까요 ㅠㅠ 답답하시겠어요. 그나마 그 시간에 웃음을 드릴 수 있었다니 다행입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레와 2017-03-0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미치겠다.

엄마 아빠한테 ‘그래, 이렇게 우리 오손도손 늙어가자.‘ 라니..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도 되고 휴 그랜트도 되고 줄리아 로버츠도 되는 락방 내가 격하게 애정한다!!

다락방 2017-03-03 14:24   좋아요 1 | URL
내가 레와님의 애정을 느끼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레와님아, 우리 다정하게 늙어가자!! 서로에게 한껏 다정하자!!

2017-03-03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3-03 14:25   좋아요 0 | URL
오오 그러셨습니까? 저는 또 사놓고 쳐다보지도 않네요. 이번엔 그래도 봐야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0-

스윗듀 2017-03-0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랑스러워...🎈

다락방 2017-03-03 14:25   좋아요 0 | URL
어머! ♡.♡

단발머리 2017-03-0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아 다락방과 휴 다락방과 빵 다락방 중에 나는... 빵 다락방이 젤로 좋아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03-03 14:25   좋아요 0 | URL
빵 먹고 싶네요, 단발머리님. 많이..많이....많이 빵 먹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7-03-0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며칠전에 이거 다시 봤는데~
정말 멋진 영화에요 ㅎ

다락방 2017-03-03 14:31   좋아요 0 | URL
저 비연님의 글 읽었더랬어요. 읽으면서 우앗 찌찌뽕~ 했었습니다.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7-03-03 16:22   좋아요 0 | URL
찌찌뽕 2~~~~!!!
넘 멋진 영화예요~~~^^

다락방 2017-03-03 17:15   좋아요 0 | URL
노팅힐로 대동단결!! ㅋㅋㅋㅋㅋ
 

먼 친척 집에 방문했다. 시골이었고 마당에 개 몇 마리를 풀어 놓았었는데, 나는 그 중 한 마리를 집에 데려다 놓았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나로서는 개를 돌볼 시간이 거의 없는 셈이었고, 그래서 그 개를 돌보는 건 상대적으로 나보다 낮 시간에 집에 더 오래 있는 아빠와 엄마 몫이었다. 그런데 아빠와 엄마는 처음부터 개와 함께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개는 어딘가 아파 보였다. 동물병원에 데려가 이 아픈 증상에 대해 얘기를 하고 약을 받아 먹이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아빠 엄마는 원치 않는 일이었고, 나는 당장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아빠 엉마는 두 분이서 '이 개를 버리자' 고 하셨다. '한강 근처에 가서 풀어놓자'고. 나는 그것이 너무 잔인하다 생각했고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 개를 버리지 말자고 얘기하기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출근준비를 하며 고통스러웠다. 저 개를 어쩌지, 버리면 안되는데, 저 개를 데려온이상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함께 가야 하는데,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가고, 산책도 시키고, 똥도 치우고, 밥도 먹여야 하는데, 내가 그걸 하지도 못하면서 데려와서, 가뜩이나 동물과 함께 살기 싫어하는 부모님께 맡겨두고, 이제와 버리면 안된다고 소리를 지르면, 내가 그게 할 짓인가..내가 도대체 저 개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아아, 버릴 순 없어, 유기견을 만들 순 없어, 그렇지만 나는 낮동안에 저 개와 함께 있지 않고, 저 개를 아빠 엄마가 낮에 버리면 나는 ... 책임질 수 없는 생명을 데려다놓고.....아아.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그냥 혼자 나가서 저 개랑 둘이 살까, 그러면 낮에는 외롭지만 그래도 버려지진 않을텐데..아아 괴롭다, 고통스럽다, 부모님이 더 저 개랑 오래 있어본다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을텐데, 아아, 책임지지도 못할 상황을 나는 왜 만들었던가, 책임지지도 못할 생명을 왜 멋대로 데려다놓고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하려는건가, 아아, 어쩌지, 답이 안나온다, 어쩌지...고통스럽다, 어쩌지....




하다가 알람이 울려서 깼고, 그래서 꿈인 줄 알았다. 아, 진짜 눈물나게 다행한 일이었다. 저게 현실이 아니라서, 진짜로 내가 책임질 수도 없는 생명을 가져다놓고 곧 버릴 상황을 만든 게 아니라서, 아아, 진짜 다행이다, 다행이야 ㅠㅠ 정말 다행이다 ㅠㅠㅠ 평생 씻지 못할 죄를 지을 뻔 했어.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말 이틀동안 일자산에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개를 데리고 산책 온 사람들을 많이 마주쳤더랬다. 아마도 그래서 저런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다. 휴.. 책임질 수 없다면, 끝까지 함께 갈 수 없다면, 그렇다면 섣불리 예쁘거나 귀엽다거나 나 외롭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들이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렇게 꿈에서 고통을 당하고 나니 더더욱 그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혹여 나중에 혼자 살게 되어도, 나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반려동물을 들이진 말자, 내가 그 존재에게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나는 그저 책을 벗삼아, 술을 벗삼아, 그렇게 조용한 삶을 살자, 새삼 마음 먹었다.




토요일엔 여동생집엘 갔었다. 큰 조카가 유치원졸업하고 초등학교 입학 예정이고 작은 조카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입학 예정이다. 제부는 지난 주에 가족 제주도여행중에 양주를 사왔고, 그걸 함께 마시며 파티를 하자고 나와 남동생을 부른 것이었다. 제부네 집에 술을 마시러 가면 안주는 늘상 제부가 준비를 한다. 부대찌개 끓이는 솜씨는 수준급이라, 사 먹는 부대찌개는 이제 별 맛이 없을 정도다. 이번에는 새로운 안주를 만들어보겠다며, 그렇지만 처음 해보는 것이니 잘 못만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제부는 차돌숙주볶음과 버터조개찜을 만들었다. 차돌숙주볶음은 내가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는 안주인데, 실제로 제부가 차돌을 듬뿍 넣어서, 남동생과 나는 연신 칭찬하며 맛있게 먹었다. 이거 이자까야 가면 숙주만 엄청 많고 고기는 몇 점 없잖아요, 하면서, 아아 여기 고기 듬뿍듬뿍 너무 좋아, 이러면서 흡입했다. 두 번째 준비된 안주는 조개찜이라고 했는데, 나와 남동생은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나는 특히나 조개를 싫어해...먹고 싶지 않아...그래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오오, 제부여, 왜 버터에 볶는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냄새며 비쥬얼이 장난 아니고, 오오, 먹었을 때 진짜 맛있는 거다. 내가 제부에게 몇차례나 얘기했다. 저 진짜 조개 싫어하는데 여태 살면서 먹어본 조개중 제일 맛있어요, 라고. 매운고추까지 있어서 진짜 맛있었다. 버터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것 같다. 버터만세!! ♡ 






금요일엔 여자지인과 남자지인을 만나 셋이 함께 술을 마셨다. 우리가 그러니까.. 2011년부터 알아왔던가... 만난 횟수가 많진 않지만 서로 호감이 있는 사이라서, 이 만남은 항상 하고나면 너무나 즐겁다. 1차로 중국집엘 갔는데, 마파두부, 동파육, 유린기를 시켜 맛있게 먹고 2차를 가기로 했다. 2차는 가볍게 맥주 한잔 하자, 하고 일어났던 거였는데, 중국집 근처에 내가 가끔 가는 레스토랑이 있는 게 생각나, 와인 어떠세요? 물으니 두 분 다 좋다고 하시는 거다. 감바스를 안주로 시켜두고 와인 한 병을 시켜두고 우리는 계속 수다를 떨었다. 여행 얘기며 일 얘기, 그리고 내 글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 진짜 너무 재미있고 좋은 시간이었다. 2차는 제가 살게요, 하고 자리를 파하기 전에 계산을 했는데, 우리 이렇게 오래 만나다보니 와인도 같이 마시네요, 하고 별 거 아닌 순간들까지도 꽤 좋게 느껴졌다. 우리가 처음에 알 때는 서로의 사적인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사적인 얘기가 하나씩 둘씩 늘어가는구나 싶었다. 한 순간도 대화가 끊기지 않고 계속계속 얘깃거리가 나와서 참 좋았다.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 역시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진짜 큰 축복인 것 같다. 좋은 시간이었다.




술이 좋아.......




그나저나 주말에 여동생네 식구를 위해 책을 한 권씩 준비해갔었단 말이다.



















왼쪽부터 다섯살 조카, 여덟살 조카, 여동생, 제부.... 에게 준 책인데....하아- 이들은 왜 책을 좋아하지 않는거지....조카 두 명에게 읽어줄까? 했더니 됐다고 하고...제부는 관심도 없는 것 같고.....제부랑 여동생이야 뭐.... 그렇다쳐도, 아니, 조카들아, 니네 이모가 다락방이야....니네 이모가 다락방이라고........그런데 왜 너희들은 책에 관심이 없니? 왜지? 어릴 때부터 이모가 책 읽는 걸 봐왔고, 우리 집에만 오면 이모방을 제일 먼저 오고 또 들어와서는 안나가려고 하잖아......그런데 왜때문에 너희들은 책을 좋아하지 않지???? 아아 그러나 무언가를 좋아하라고 내가 강요할 순 없는 법이지.......조카들아 이것만 알아주렴, 너희들이 책을 보고 싶을 때 이모 책장에 있는 책들은 너희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흙 ㅜㅜ 조카와 함께 즐거운 책읽기..이런 로망은 실현할 수 없는 것인가....... 






그래, 그런 로망 실현하지 않으면 어때.... 괜찮아.....나는 성인 남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로망은 많이 실현했으니까....그래, 사람이 다 가질 순 없지.....조카들아, 너희들은 너희들이 즐거운 걸 찾아서 행복해지렴...이모도 그렇게 할게......그러고보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과 성인 남자는.............책 읽는 걸 좋아하지 않네? ... 그래 괜찮아....내가 좋아하니까.......위 아 더 월드, 월드 피스!






아주 오래전에는 GQ 계속 사봤었는데 언젠가부터 관심에서 멀어져버렸더랬다. 그런데 이번 호에는 한국남자에 대한 칼럼이 몇 개 실렸나보다. 오오, 궁금해. 

이번호 지큐는 사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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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7-02-27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먹는 사진을 올리시는 알라디너를 젤로 좋아하지 않아요. ㅜ ㅜ ㅋ

다락방 2017-02-27 09:37   좋아요 0 | URL
아흐흐흐흑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아의서재 2017-02-2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게요게 정말 그림의 떡이거든요. 게다가 고통스럽기까지. ㅜ ㅜ

다락방 2017-02-27 12:13   좋아요 0 | URL
네 이해합니다. 저는 미국에 있는 친구가 스테이크 먹을때마다 그 진실한 스테이크의 모습에 몸부림쳐요. 흙 ㅠㅠ

레와 2017-02-2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터 + 바지락, 오케이! 나도 만들어 먹어봐야겠어요. 침나와요. ㅎㅎ


다락방 2017-02-27 12:14   좋아요 0 | URL
매콤한 고추까지 넣으니까 참 좋더라고요. 요거 괜찮네 싶었어요. 와인안주로도 좋을것 같은데, 실제로 제부는 와인안주로 좋다는 말을 블로그 검색하면서 봤나보더라고요. 근데 이거 양이 이렇게 많아도 너무 금세 먹어. 조개는 껍질 때문에...흐음... 더 많이, 더 많이 해야해요!! >.<

2017-02-27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8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2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면 주변 사람들도 책을 좋아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가끔은 책을 강요하고 싶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가족에겐 권유를 하지만 상대방은 어떻게 느낄런지... 다행히 저희 가족은 조금씩 책을 좋아하게 되고 있습니다. 감사한 일이네요^^

다락방 2017-02-28 08:03   좋아요 0 | URL
책도 그렇고 그게 뭐든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강요한다고 되는 거였으면 저도 공부를 잘했겠죠...하아- 저는 지금도 너무 아쉬워요. 학창시절에 제가 공부를 하지 않은게요. 왜그렇게 공부를 안했을까요... 하아-

남동생은 조금 책을 읽긴하는데 장르소설만 읽어요. 다른 거 읽으라고 가끔 주면 되게 싫어해요 ㅋㅋㅋ 그렇지만 이렇게 한우물을 파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단 재미로 시작하면 되는 거니까요. 조카들도..언젠가는..독서를 좋아할 날이 올까요? 오겠죠? 하핫.

moonnight 2017-02-2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네는 제부마저 멋지심^^

다락방 2017-02-28 08:03   좋아요 0 | URL
늘 멋지지는 않고요, 멋짐이 터지는 순간들이 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늘 멋진 사람은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건 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7-02-2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들아!! 니네 이모가 바로 다락방님이란 말이야!!
ㅋㅋㅋㅋ
어떡해요??ㅜㅜ
근데 전 그대목에서 죄송하게도 빵 터졌어요.

참고로,아기다리 고기다리하던 친조카가 제게도 있어 뭔가!!
조카를 무릎에 앉혀 책 읽어주는 알흠다운 고모의 모습을 기대하며 울애들이 보던 그림책들을 한 권씩 먼지 닦아가며 몇 박스를 들려보내줬었어요.나는 이때쯤이면 알흠다운 고모 코스프레를 좀 하려고 준비자세를 취하려 했더니 조카는 도무지 책에도 관심도 없으려니와 당최 사람 무릎에 앉으려는 것에도 관심밖이고 오로지 뛰어다니는 것만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해가고 있어서 음~~~실망을 좀했죠!!
알고봤더니 올케랑 남동생이 책을 좋아하지 않으니 그들의 2세도 당연히~~~~~!!!!!!
도서관에라도 책을 기증을 할껄!!!
후회했다죠??^^
저는 조카가 누워있는 아가였을때 다락방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넌 복 받았구나!! 내가 바로 책나무닷!!‘하면서요ㅋㅋㅋ

그나저나 올해 벌써 강아지꿈을 두 번이나 꾸셨군요??
아~~전 꿈인줄도 모르고 어쩐대??그러면서 안타까워 했더니 또 반전!!!
그래도 꿈이어서 다행이에요^^

다락방 2017-02-28 08:05   좋아요 0 | URL
크 책나무님!

저는 첫째 조카가 다섯살 때였나, 서점에 데려가서 같이 책 보는 게 꿈이었거든요. 조카가 사달라는 책 다 사줄 마음을 먹고 갔더랬어요. 조카가 책더미에 둘러쌓여서 이모 이것도 보고 싶고 저것도 보고 싶어, 라고 하면 그래그래 이모가 다 사줄게, 이러고 싶었는데, 아아, 조카는 서점에 가더니 책은 쳐다보질 않고 장난감 매대로 가더군요...거기로 뛰어가서 책을 돌아보지 않아요............ 하아- 삶은...제 생각대로 진행되는 게 진짜 아닌가봅니다. ㅎㅎㅎㅎ


제가 올해 강아지 꿈을 두 번이나 꿨던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뭘 뜻하는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뭐 숨겨진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걸까요, 아니면 그냥 개꿈일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벗지 말걸 그랬어 스콜라 창작 그림책 96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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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너무 귀여워서 ㅋㅋㅋ 보다가 나도 모르게 킥킥댔다. 이 작은 아이가 옷을 벗다가 얼굴에 걸려가지고 상상이 쭉쭉 뻗어나가는데 엄마가 너무 쿨슄하게 벗기고 안고 들어가는 거 진짜 너무 웃기고 ㅋㅋㅋ 바지 벗다가 망하는 것도 웃기고 ㅋㅋㅋ 아 귀여워 ㅋㅋㅋㅋㅋ선물용으로 한 권 더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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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2-24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보던 건 다섯 살 조카 줘야지 ♡

2017-02-25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7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7-02-26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아이와 읽는데 진심 깔깔깔 웃어서 행복했어요. 진짜 귀엽죠♡

다락방 2017-02-27 08:19   좋아요 0 | URL
이거 너무 귀여워요!! 저도 소리 내서 웃었는데 이거 읽어준다니까 조카아이가 듣는 척도 안해서.... 왜 저의 조카들은 책을 안좋아할까요? 왜죠?
슬퍼요..흙 ㅜㅜ
 

꿈을 꿨다. 꿈에, 토요일 낮이었고 직장이었는지 학교였는지 어쨌든 뭐가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었는데, 내 여행친구와 나는 함께 '집으로 가자' 했다. 지하철 역까지는 거리가 꽤 됐는데, 나와 친구가 있는 곳은 높은 언덕 위에 있었고 그 밑으로 주루루룩 길게 놓여진 계단을 내려가서 또 걸어야 지하철 역이 나오는 걸로 설정 되어 있더라. 친구는 이 역에서 지하철 타는 거 어렵다, 자주 오지 않는다며 뛰자고 했다. 그러면서 내 앞으로 다다다닥 계단을 뛰며 내려가는 거다. 나는 뛰어가는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친구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 때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내 남동생이 그러는데 KFC 에 이제 맥주 판대요."



그러자 친구는 "아 그래요?" 하더니, 그러면 우리 지금 바로 집에 가지 말고 KFC 가서 치킨에 맥주 하고 갈까요? 그러는 거다. 그래서 내가 웃으면서 "네!" 했는데, 아아, 그렇게 치킨을 먹기 전에 알람이 울렸고 나는 잠에서 깬것이다.



깊.  은.   슬.   픔.



오늘 아침은 유독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ㅠㅠ 눈을 뜨고도 한참을 꼼지락 거리다가 몸을 일으키며, 라디오를 켰다. 그런데, 오오, 내가 꾼 것은 예지몽이었던가! 아니, 들어본 적도 없는 이런 노래가 나오는 거다. 노래 내내 치킨~ 양념 치킨~ ♪ 이러는 게 아닌가!







아아..아침부터 치킨 치킨하다...



















페미니즘 관련서적을 읽을 때마다 너무나 괴롭다. 나의 지난 발언들, 행동들이 떠올라 몹시 괴롭다. 그때 내가 어렸지, 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아도 괴롭다. 아아, 나야말로 진짜 빻은 발언들을 많이 하고 다녔구나.. 떠올리며 언급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빻고 빻고 또 빻았었어..... 괴롭다......



특히 이 책에서 '이유나'의 <성 정체성:여자인지 어떻게 아세요?> 부분을 읽을 때는 더 그랬다. 나도 청소년기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데 이 책을 만났다고 내가 좀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을 보며 말합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역시 달라, 딸은 역시 애교지, 이 맛에 딸 키운다, 남자아이라 극성맞은 건 어쩔 수가 없어." 어찌 보면 당연한 말처럼 들립니다. 이미 평생을 그렇게 길러져 왔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수줍음 많고 다정한 남자아이나 골목대장 노릇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아이가 세상에는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일부의', '유별난' 아이들로 분류될 뿐입니다. '여자 아이의 것'으로 분류되는 특징과 '남자아이의 것'으로 분류되는 특징을 모두 가진 그냥 '아이'들도 결국에는 '여자아이여서 그래, 남자아이여서 그래.'라는 범주에 묶여 버릴 뿐이지요. (이유나, 성정체성,p.155)



한 개인이 남성이나 여성 또는 그밖의 성별이라고 스스로 인식할 때 성별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치마가 성별을 구별하는 기준이 아니라면, 치마를 입고 싶고, 안 입고 싶고는 여러분의 성별을 판단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치마는 여자만 입는 것이라고 명확히 정해져 있으면, 여자인 여러분중 치마를 입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런 '혼란'은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여자와 남자라는 단 두 가지 선택 항을 차별적으로 구성해 온 사회에서 매우 당연한 것입니다. '혼란을 느끼기에 너무 어린 나이'라는 것도 결국은 우리가 얼마나 어린 나이부터 남자 아니며 ㄴ여자라는 차별적인 이분법 속으로 들어가기를 강요받는가에 달려 있지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성별 분류에 시달리는데, 사회적으로 정의된 '여자'라는 성별에 자신이 얼마나 들어맞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몇 살부터 괜찮다는 걸까요? (이유나, 성정체성, p.157-158)




조카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면 제 삼촌과 몸으로 노는 걸 즐긴다. 이제 여덟살이 된 여자아이와 이제 다섯살이 된 남자아이 둘다 공격~ 파워~ 하면서 제 삼촌위로 올라 타고 주먹을 휘두르며, 남동생은 이얏~ 하면서 그런 아이들을 하나씩 들어 올려 함께 노는 것이다. 여동생은 땀난다고 그만하라고 해도 애들에게는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 혼자 상대하는 남동생이 힘들어서 '이제 그만하자'고 해도 아이들은 좀처럼 멈출 줄 모른다. 삼촌 힘들어 그만해~ 라고 주변에서 어른들이 말리면, 아니, 요놈들이, 이제 이모를 공격하자~ 하고 내게 달려드는데, 아아, 나는 걔네가 달려오는 것만 봐도 힘들어, 이모한테 하지마~ 이러면서 도망치기 바쁘다.


여덟살 여자 아이는 어제 유치원 졸업식이었는데, 장래 희망이 태권도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싶다는 거다. 의사와 과학자가 되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는데(요즘도 그런 아이들이 많나??), 이 아이는 태권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고, 우리 동네 자랑거리를 묻는 질문에는 태권도 학원이 있는 거라 했단다.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권도에 잔뜩 재미를 붙여서는 태권도 선생님까지 하겠다고 하는 아이인데, 나는 이 아이가 이렇게 운동에, 자기 몸을 쓰는 것에 재미를 붙인 것이 무척 좋아 보인다. 제 삼촌을 공격하겠다고 처음에 폼을 잡을 때도 오오, 예전과는 달라졌다. 자세가 나온달까. 어쨌든 제 동생과 둘이서 힘차게 몸싸움 하며 제 삼촌과 논다. 그러다 혼자 노는 시간에 남자 조카는 변신 로봇을 갖고 놀고 그걸로 자기 혼자 1인극을 하다가, 변신이 잘 안되면 제 누나를 부른다. 누나~ 이거 변신시켜줘~ 하고. 그러면 제 누나는 달려와서 다다다닥 변신을 도와준다. 이럴 때 제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러는 거다.



확실히 남자아이가 달라...




??????????????????????????????????????????????????? 몸싸움도 같이 했는데, 변신 로봇도 여자조카가 더 잘 변신시키는데, 남자아이가...뭐가 다르다는 걸까? 누나는 장난감 미싱을 갖고 노는 그 순간에 동생은 변신 로봇을 갖고 놀아서, 그래서 '남자아이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하는걸까?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쌓인다.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면서, 아아, 나도 그 때 그런 말을 했었지, 하고는 부끄러워지는 거다. 또한 불편해진다. 그냥 넘길만한 발언이 점점 줄어드는 거다. 다 거슬리는 발언들 뿐이야. 아아 기분 나빠, 왜저렇게 말하지..하는 상황이 너무 자주 발생하는 거다. 아니, 이전부터 그래왔는데, 그것이 왜 불편한지를 몰랐던것 같다. 이를테면 김치녀, 된장녀 같은 말들을 들었을 때, 그런 말들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되게 기분이 나빴던 거다. 처음 그런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을 때는 '나한테 그러는 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것이 여성을 혐오하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내가 기분이 나쁜 부분에 대해 원인을 알게 됐다고 하는 게 맞을까(나는 요즘 나의 직감을 믿는 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점점 확신하고 있다). 원인을 모르면 고칠 수 없지만 원인을 알면 개선의 가능성이 보인다. 그러니 이 불편함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게 된다면, 불편함을 느끼며 사는 것이 싫지만, 바꿔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열이면 열, 번번이 차별적인 시선과 대화 앞에서 그걸 고치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지만 그 중에 몇 번은 언급하다 보면 지적 받은 당사자는 앞으로 발언할 때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내가 지난 과거에 내가 했던 발언들과 행동들에 대해 부끄럽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현재에는 완벽해졌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배우고 있고, 여전히 나는 어딘가에서 어떤 발언에서 실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공부가 쌓이고 보이는 게 많아지면, 또 미래의 언젠가에 지금을 떠올리며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해서 더 생각하고 더 얘기하고 더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라고 선언을 하고 살아가면서 정말 많이 '페미니스트가 왜그래?'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되는데, 나 스스로도 '페미니스트라며 이래도 될까?'하는 의문을 아주 많이 던지게 된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 내가 페미니스트를 욕보이는 거 아닌가 하고. 이럴 때 록산 게이가 '나쁜 페미니스트'를 들고 나와서 좀 편해졌었는데, 그렇다해도 내가 걷는 길이 매번 옳다고 확신할 수가 없다. 내가 실수할까봐, 내가 잘못할까봐, 내가 틀렸을까봐 겁난다.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길을 잘못들면 어떡하지? 고민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의 서문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줬다.




페미니즘, 우리말로는 여성주의라고 하지요. 이 페미니즘은 아주 다양합니다. 1인 가족, 자녀가 없는 가족, 삼대 이상이 모여 사는 대가족, 이성애 커플이 아닌 동성애자 가족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가족이 있듯이, 페미니즘 이론도 한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최근 유엔 공식 기구나 인권 운동 진영에서는 가족(families)이나 페미니즘(feminism/s)을 복수형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는 100명의 여성이 있다면 100가지 페미니즘 이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의 처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지요. (정희진, 프롤로그, p.9)



내게는 좋은 친구가 많다. 우리는 대부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만,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떤 것들에 대한 의견은 종종 갈린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다 다른 게 맞을 것이다. 나는 내가 옳다는 방향으로 가면서, 또 친구들이 옳다고 하는 방향을 들어보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되겠다. 자꾸만 나는 '어디 하나 잘못하기만 해봐' 하고 딱 두고보며 대기하는 시선들을 마주치지만, 굴하지 않고 가겠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또 넘어지기도 하니까. 




치킨으로 시작한 페이퍼이니 치킨으로 끝을 맺어야겠지만, 딱히 치킨으로 끝맺을만한 게 생각나지 않는군. 우먼스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고, 나는 집에 가고 싶다. ㅜㅜ





페미니즘은 여자와 남자가 별로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여자와 남자의 차이보다는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또는 인종과 인종 사이의 차이가 더 크기 때문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도시에 사는 디자이너 여성과 농촌에 사는 농부 여성, 팔순잔치를 앞둔 할아버지와 내일 중학교를 졸업하는 소년. 이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는 경험은 같은 성별이어도 너무나 다르지 않을까요?
페미니즘은 사람들 간에 무수한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차이보다는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훨씬 크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차이에 주목하기 때문에 차이가 커 보이지만, 공통점에 주목하면 공통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 모두 인간이고, 인간은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며, 모든 인간은 개성에 상관없이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아주 당연한 상식을 지향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랍니다.(김고연주, 공동체 생활, p.40)

왕따 현상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는 듯합니다. 첫째는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에요. 둘째는 ‘왕따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왕따인 친구와 어울리다가 나까지 왕따를 당할지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두려움입니다.
먼저, 첫 번째 원인을 들여다볼까요? 앞서 말한 대로 이러한 생각은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행위를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차이는 다양성이고, 다양성은 존중해야 하는 것이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라고요? 그렇다면 그 친구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목소리는? 말버릇은? 걸음걸이는? 취미는? 장래 희망은? 좋아하는 과목은? 성격은? 아마도 그 친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을 거예요.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친구의 여러 모습 중에서도 사회의 촘촘한 차별 기준에 따라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모습이 더 쉽게 눈에 들어왔던 것입니다. (김고연주, 공동체 생활, p.41)

"예쁜 것도 능력이야."라는 말도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예뻐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된 것입니다. 더 나은 외모는 자기를 향상시킨 증거가 되지요. 이런 식으로 여성을 옭아매는 시각은 외모의 문제를 개인의 노력, 능력의 문제로 돌려 버리고 외모 평가의 화살은 여성 개인에게로 향합니다. (김애라, 외모지상주의, p.7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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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7-02-2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한건 계속 공부하고 있고 혹여 본인이 잘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그리고 과거 이러이러한 일은 잘못했다라는 자기 반성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다락방 자신이라는 겁니다. 주변에 다락방만큼 성찰하며 성장하고 있는 사람은 없어요.

지금까지 잘 하고 있어 다락방!!!


모든 질문에 대답할 필요도 없고요, 특히 시비거는 글엔 더더욱 답할 필요 없고요.


망할 생리증후군. 이시기가 빨리 지나가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7-02-23 17:00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그러니 다 지나가겠지요. 잘 버텨봐야지. 점심엔 갈비 먹었어요! >.<

고마워요. 잘 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또 내 얘기도 잘 들어주고, 이렇게 매번 글도 잘 읽어줘서. 그리고 폭풍칭찬 해줘서!!! 고맙습니다!!!! 럽 ♡
 
이걸 내 현실로 만들겠어.

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다. 아니 이런 말은 너무 거창한가... 기억이란 뜬금없고 연상이란 것도 역시 뜬금없는 것. 나는 위에 먼댓글로 연결한 단발머리님의 리뷰를 오늘 아침에 읽었다. '필립 로스'의 《유령 퇴장》에 관한 리뷰였고, 나 역시 그 책을 읽었으며 일전에 단발머리님의 글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부터 내가 생각한 것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단발머리님의 리뷰 중에 잠깐 '열쇠'란 단어가 ... 그 단어가 갑자기 파바박- 하고는, 쉼보르스카의 시를 불러낸 거다. 어? 열쇠? 쉼보르스카? 내가 쉼보르스카의 시집에서 열쇠가 등장하는 시를 읽은 적이 있어!! 그래서 나는 내 서재로 돌아와 쉼보르스카를 넣고 검색한다. 크- 역시 나의 이 비상한 기억력.... 시는 금세 나온다.



열쇠

 

 

열쇠가 갑자기 없어졌다.

어떻게 집으로 들어갈까?

누군가 내 잃어버린 열쇠를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리라 -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텐데.

걸어가다 그 쓸모없는 쇠붙이를

휙 던져버리는 게 고작이겠지.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 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니.

누군가의 낯선 손에 들어 올려져서는

아무런 대문도 열지 못한 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쇠'의 형태를 지닌 유형물로 존재하게 될

내 잃어버린 열쇠처럼.

고철 덩어리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녹(綠)들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카드나 별자리, 공작새의 깃털 따위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점괘는 종종 나온다.

















찾은 김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니, 아아, 시가 좋다!! 그치, 내가 이걸 괜히 기억할 리가 없어. 나는 이 시를 전혀 외우지 못하지만(외우는 시가 없고, 시를 잘 외우지 못한다), 열쇠 라는 단어를 대면 이런 시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대단하다..멋져! 아아, 나의 망고남이 이 일을 오늘 아침 나로부터 들었다면 나에게 '칭찬해, 아주 칭찬해' 해줬을텐데... 그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응?)



어쨌든 저렇게 뭔가 애틋애틋한 마음으로 끝나버린 사랑을, 나와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도 없을 그 끝나버린 사랑을 생각하다가, 어어, 열쇠? 키? key? 하고는 또 금세 캐서린 맥피의 노래, <brand new key>를 떠올리고야 만것이다! 나 천재?






시디로 들으면 이 노래가 참 맛깔난데, 라이브로는 딱히 그렇게 느껴지질 않는구먼... 어쨌든 이 노래도 참 ... 애틋애틋한데, 자, 가사를 다같이 함께 볼까?


I rode my bicycle past your window last night
I roller skated to your door at daylight
It almost seems like you're avoiding me
I'm okay alone but you've got something I need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n to see

I've been lookin' around awhile
You've got something for me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ride my bike, I roller skate, don't drive no car
Don't go so fast but I go pretty far
For somebody who don't drive
I've been all around the world
Some people say I've done alright for a girl

I asked your mother if you were at home
She said yes but that you weren't alone
It almost seems like you're avoiding me
I'm okay alone but you've got something I need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n to see

Well,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ve got a brand new key



자, 해석 안되는 부분은 패쓰하고 해석 되는 부분들로 내용을 대충 짐작해보자. 그러니까,



내가 어젯밤에 자전거를 타고 니네 집을 지나치면서 봤는데, 너 나를 피하는 것 같아? 나는 혼자 되는 건 괜찮은데 니가 내가 필요로 하는 걸 갖고 있어. 우리가 새로 산 롤러스케이트의 키 말이야... 그거 니가 갖고 있잖아. (그런데 롤러 스케이트가 키가 필요합니까??? 해석이 뭔가 잘못된건가??)



내가 니네 엄마한테 물어봤어 너 집에 있냐고. 니네 엄마는 그렇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너가 혼자가 아니래. 나는 혼자 되는 건 괜찮은데 키 내놔........



근데...너는 나랑 사귀는데 왜 나를 피해? 내 롤러 스케이트 키 먹은거야? 먹튀? 그리고 너 나랑 사귀는데 왜 니 방에 너 혼자 있는 게 아닌거야? 왜 구질구질하게 피하기만 해?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지자고 말해, 나는 너랑 헤어지는 건 진짜 괜찮아. 그런데 키는 내놔..나 새 롤러 스케이트 타야 되니까. 너랑 헤어지는 건 상관없는데 롤러 스케이트는 타야 되잖아... 키 내놔... 못난 놈...왜 키를 먹어...... 그냥 잠깐 만나서 키만 줘... 그러면 내가 세이 굿바이 해줄게.



어어, 이렇게 각본 쓰다 보니 세이 굿바이??????????????????????









Katharine McPhee - Say Goodbye

 

If I seem distant, baby I am
Words are like scissors, in your hands
And there's no script to follow, so I just close my eyes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I feel just like an actress, up on the stage
I can't believe, what I'm hearing myself say
And a porch light is my spotlight, so I play along with this li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Did you ever love me? Does it even matter?
Did you even notice, the whole word shatter?
I just want to hold you, and tell you that I'm sorry
But I just keep it all insid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My heart feels like a circus
It's too much to take in
http://www.elyricsworld.com/say_goodbye_lyrics_katharine_mcphee.html
It's hard to lose a love
But you were my best friend

So walk this high wire, alone tonight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좋은 아침이구나. 훗. 오늘의 키워드는 열쇠 되시겠다. 훗.


그런데 say goodbye 뮤비에서 캐서린 맥피 헤어스타일이 너무 예쁘다...흐음..... 흐음........머리 자르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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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열쇠
    from 마지막 키스 2018-10-28 11:52 
    분명 이 시집을 사서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책장에는 없다. 어디로 어떻게 보낸건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고... 원더북 님이 올려주신 쉼보르스카 시를 읽고 나니 나 역시 생각나는 시가 있어 올려둔다. 그 시를 왜 좋아했더라, 하고 다시 읽어봤는데, 내가 다시 읽어보기 전까지 기억나는 거라곤, '열쇠' 였다. 열쇠가 나오는 시다, 그 시를 나는 좋아했다, 하는 것.오늘 이 시를 다시 읽고 올려두면서, 시집이야말로 두고두고 오래오래 보야아 하는 책이 아닌가
 
 
책읽는나무 2017-02-22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쇠‘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저도 엉뚱하게 뮤비 여가수 헤어 스타일을 한참 바라보고 예쁘다!!쭝얼쭝얼~~도깨비에 김고은이 성인이 되었을적에 확 자르고 나온 단발머리가 좀 길었다면 저머리가 아닐까?생각했네요ㅋㅋ
김고은 단발머리도 예뻐 하고 싶었는데 뮤비속 주인공 머리도 이쁘군요!!!
충동이 펌프질을 하네요ㅋㅋ

다락방 2017-02-23 09:59   좋아요 1 | URL
저도 자꾸 충동이... 두번째 뮤비처럼 머리 하고 싶은데..저한테 어울릴지 고민하고 있어요. ㅋㅋㅋ 저 사람은 저 사람이고 저는 저인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보면 볼수록 하고 싶네요. 어쩌지요? 저거 한 번 하고나면 머리 길리는 데 엄청 시간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흐음.

단발머리 2017-02-22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쇠라... 연상은 참 신기하네요. 필립 로스에서 시작해서 쉼보르스카를 지나 캐서린에게까지 가닿는군요. ^^

내가 잃어버린 열쇠, 소중한 열쇠가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끝나 버린 사랑, 이제는 끝나버린 나와 너의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쓸모없다는 생각들이.... 참 애틋하네요.

비도 오고, 다락방님 선곡도 좋고, 기분 좋아지려다가...
김고은 단발머리도 예쁘고 캐서린 단발머리도 예쁜데... 나도 명색이 닉네임이 단발머리인데 내 곱슬기는 어쩔건가..
담주에 미용실 가야겠나...
그래서 오늘의 생각은 필립 로스-열쇠-캐서린-단발머리 그리고 미용실^^

다락방 2017-02-23 10:17   좋아요 1 | URL
우리는 그러니까 조만간..미용실에 가는 겁니까? ㅎㅎㅎㅎㅎ
두번째 뮤비 보면서 정말 머리 저렇게 하고 싶다 너무 생각하는데, 얼굴이나 두상이 다르니까..어... 제가 하면 확 망쳐버릴지도 모르는데...그래도 어... 하고싶네요? 그렇지만 방금 ‘캔디스 스와네포엘‘ 사진을 봤더니 긴 머리를 갖고 싶어져요. 아아, 나는 캔디스가 아닌데... 매일매일 여러가지 갈등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네요.

단발머리님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또 글을 써주셔서 늘 고마운 마음이에요. 우리 계속 이렇게 천년 만년 지내요! 후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