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통화할 때 나의 아홉살 조카는 지금 《마틸다》를 읽고 있다고 했다. 그거 이모도 읽고 싶었는데! 라고 말했더니, '이모 다 읽고 빌려줄게'라고 하는 거다. 오오, 이제 내 조카가.. 나에게 자신의 책을 빌려주겠다고 하는 때가 오다니. 나는 정말이지 너무 기쁘고 짜릿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토요일.


조카는 이 책을 들고 와서는 이모, 자, 하고는 내밀었다. 아홉살 아이가 읽기에 이 책은 지나치게 글자가 많은 게 아닌가 염려스러워 조카에게 '천천히 읽고 빌려줘'라고 했는데, 아이는 기어코 다 읽고 빌려준 것이었다. 너 정말 다 읽었어?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나는 .. 잘 모르겠다. 아홉살 아이에게 이 책은 지나치게 두껍고 글자가 많다는 내 생각이 맞는건지.. 그러니까 아홉살 아이들은 그림이 훨씬 많은 책을 볼 때가 아니던가. 아아 모르겠다. 이 책도 아홉살 아이가 읽기에 적당한 책인가?



나는 조카에게 고맙다고 말했고, 조카는 '이모 다 읽고 꼭 내게 돌려줘야 해' 했다. 물론이지! 꼭 돌려줄게, 말하고, 식구들 모두 일자산 허브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허브공원에서 예쁜 꽃들도 보고 신나게 뛰어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홉살 조카와 손을 잡고 가는데, 나는 아이가 정말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건지 너무 궁금해진거다.


"타미야, 마틸다 재미있었어?"

"응! 너무 재미있어서 엄마한테 이런 책 또 사달라고 할거야."

"아, 그래?"

"응. 나 이제 이모가 왜 책을 좋아하는지 알겠어!"


아 ㅠㅠㅠㅠㅠㅠㅠㅠ 타미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는 대체 어떤 어른이 될까. 이모가 너무 궁금하다. 아홉살에 책 읽는 재미를 알아버린 타미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타미야, 그 책 내용 어떤건지 이모한테 말해줘봐."

"음... 마틸다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마틸다는 책을 엄청 많이 읽었어. 근데 마틸다 아빠는 마틸다가 책 읽는 걸 너무 싫어한거야.."


라면서 곧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아이는 내용 파악을 하고 있었어! 마틸다를 돕는 하니 선생님 얘기도, 마틸다를 비롯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교장선생님 얘기까지도 술술 하는 거다. 그렇게 얘기를 하는 도중에 우리는 시장에 들어섰는데, 시장에 사람이 많고 상인들이 물건 파는 소리로 무척 시끄러웠다. 그러자 타미가 책 이야기하던 말을 끊고 이러는 거다.


"아. 여기서 좀 더 큰 소리로 말해야 되나?"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얘는 뭐 말만 하면 이렇게 사랑스럽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야, 타미야, 이모가 귀 기울여 들을게." 하고 나는 아이의 얼굴에 귀를 바짝 갖다댔다. 아이는 그렇게 종알종알 책 얘기를 내게 다 해준 거다!!


그리고 집에 와 샤워를 했는데 조카가 내 서재방에 들어가서는 나를 부른다. 이모, 나도 책 빌려줘, 라면서.. 나는 당황했다. 내게 있는 건 그림 책 몇 권과 죄다 어른들이 읽는 책들 뿐인데 이를 어쩌지... 뭔가 빌려주고 싶다!! 그렇게 책들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그림책들 옆에 꽂힌 책들이 있다.

















꼬마 니콜라는 다섯권 짜리인데 사두고 안읽었다... 이 중에서 두 권을 꺼내들고, 또 루카 루카와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을 꺼내들고, 이 중에서 어떤 거 읽을래? 물었다. 조카는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은 무서워 보인다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꼬마 니콜라 시리즈 중에서 두 권을 빌려갔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이모도 아직 안읽은 책이야, 그건...


조카는 다 읽고 가져다주겠노라 했다. 응, 그거 다 읽고 재미있으면 나머지도 빌려가. 나는 조카에게 말하고서 내 책장에 이런 책들이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고, 그리고 아이들 읽을 책을 좀 더 사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조카가 와서 빌려가도록.



그리고 일요일밤, 조카가 빌려준 마틸다를 읽기 시작하는데, 어어? 밑줄이 그어져 있다?!




나는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타미야, 이모 지금 마틸다 읽고 있는데, 여기 책에 분홍색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어. 이거 타미가 한거야?"

"응. 내가 그었어."

"이거 왜 그은거야?"

"음...몰라."

"아, 이모는 이거 타미가 그은 건가 너무 궁금했어. 색연필이야?"

"아니."

"형광펜이야?"

"응."

"응 이모가 궁금해서 전화했어."

"이모도 책에 밑줄 그어?"

"응. 이모도 책에 밑줄 긋지."

"왜?"

"응. 좋아서 긋고 다음에 다시 읽어보려고 긋고."

"뭘로 그어?"

"이모는 색연필로도 긋고, 볼펜으로도 긋고, 형광펜으로도 긋고, 나중에 찾기 쉽게 거기에 포스트잇도 붙여놔."

"아. 그거 좋은 방법이다!"

"응!"



나는 이런 대화를 타미와 한것이다. 아아.... 아이야, 너는 잘 자라고 있구나 ㅠㅠ 아가일 적에 책에 시큰둥해서 책에 관심 없는 아이가 될 줄 알았더니, 어느틈에 자라 이렇게 이모랑 책 얘기하고 책에 밑줄 긋는 얘기하고 있어. 아아... 조카는 사랑이고 책도 사랑이고 책읽기도 사랑이다... 너의 책읽기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인걸까 아니면 앞으로 계속될까? 이모 집에 책 많아.. 타미야, 네가 그랬지. 이모 방에 책이 도서관 다음으로 많은 것 같아, 라고. 그러니 어른이 되면 이모 책장에서 마음껏 책을 꺼내 읽으렴! 나는 네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줌파 라히리를, 다니엘 글라타우어를, 빅토르 위고를, 아니 에르노를 읽히고 싶다. 조카여....



그렇게 어젯밤 마틸다를 읽는데 조카가 말해준 내용이 고스란히 다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조카가 모를 것 같은 단어들이 많이 나오는거다. 조카는 이 단어들을 그냥 넘기며 분위기를 짐작해 넘겼을까? 아무래도 배경이 영국이고 번역소설이다 보니 단어의 뜻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 우리가 쓰지 않는 단어들이 나오는데, 아마도 분위기상 그냥 넘기며 읽었던 걸까?



마틸다에는 책 읽는 마틸다를 무시하는 부모님이 나온다. 나는 아홉살 아이가 제 자식을 무시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아이들의 머리나 귀를 잡아당기는 폭력적인 교장선생님을 보고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로알드 달의 이 이야기는 많이 읽히고 뮤지컬로도 제작되어졌지만, 나는 이 글이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갈지 통 짐작할 수가 없었다. 아마 아이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으니 그토록 인기가 많은 거겠지, 싶으면서도, 아이들이 읽기에 적절한걸까? 궁금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할리퀸 중에 《개구리의 연가》라는 게 있었다. 여자주인공은 도시에서 간호사 일로 아버지를 돕고 동화를 쓰는 작가였는데, 시골에 사는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다른 도시여자들처럼 시골에 정착하지 못할까봐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 때 그 남자는 그녀가 동화작가인 줄은 모르는 채로, 그녀에게 동화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얘기하는 거다. 그러면서 말하길,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단어를 쓴다거나 하는 일은 무척 어려울 것 같다'고 하는 거다. 그 대사는 내게 아주 오래도록, 지금까지 남아 있는데, 나 역시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적절할지 잘 모르겠는 거다. 내가 너무 '어른'이 되어서일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너무 '어린이'의 어휘력이나 이해력은 성인에 비해 부족하다는 한심한 편견이 가득 작동한 것이어서일 수도 있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동화를 쓴다는 게, 동화 작가가 된다는 게 너무 대단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거다.



책 내용중에 마틸다가 초능력을 쓰는 게 있다. 조카는 제엄마에게 '엄마 마틸다는 눈으로 컵을 움직여, 나도 초능력 갖고 싶어' 했다는 걸 보면, 아이가 집중하는 건 마틸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른이기에 어쩌면 마틸다가 가진 초능력보다 마틸다와 또래 아이들이 당하는 폭력과 무관심에 신경이 쏠렸던 걸지도...



어제 마틸다를 다 읽었고, 다음에 조카집에 가면 다 읽었다고 돌려줄 예정이다. 조카는 내가 빌려준 책을 다 읽었을까? 조카에게 또 빌려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꼬마 니콜라를 읽어야겠다. 집에 있는 세 권만이라도 일단 읽어야 조카와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 그나저나 루카 루카도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도 내용 1도 기억 안나는데, 다 읽어둬야 겠네... 흐음..




토요일에는 동네 도서관에 회원카드를 만들었다. 내 이름이 아닌 엄마 이름으로 만들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동네 도서관에 내 책중 한 권이 없는 거라. 어라, 이거봐라? 없어? 신청해야지. 했는데, 대출을 한 회원에 한해서 도서 신청이 가능한 것이다. 으윽. 그런데 내가 내 이름으로 내 책을 신청하자니..너무 사람이... 없어 보이잖아? 그래서 엄마에게 말하니 엄마가 '엄마 이름으로 해~'라고 하셔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랑 같이 간 것. 일단 인터넷에 회원가입을 하고 엄마에게 '신분증 챙겨' 이러고는 같이 도서관에 갔다. 지금 딱히 뭔가 빌리고 싶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일단 회원카드를 만들어야 언제가 되었든 빌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 도서관에서 회원카드를 만들었고 엄마한테 '좀 보다갈까?'이러고 구경하는데 와.. 세상 흥분되는 거다. 나는 여성학 책이 있는 코너로 갔다. 내가 읽은 책들도 있었지만 당연히 내가 알지 못하는 책들도 많았다. 여성학 책들이 좌르륵 꽂힌 걸 보니 진짜 엄청 흥분이 되는 거다!!






나는 뭔가 이 많은 책들을 두고 그냥 집으로 갈 수가 없어..뭔가 반드시 빌려야 한다!! 그렇게 흥분해서 이것저것 꺼내 훑어보기 시작했다. 잠깐 엄마가 뭘하나 보니 엄마는 종교서적 있는 데에서 둘러보고 계셨다. 나는 다시 이 책 저 책 꺼내보다가 두 권을 똭- 꺼내 빌리기로 했다. 집에 사두고 안읽은 책들이 수두룩하지만, 당연히 여성학 책들도 수두룩하지만, 후후후후, 그래도 빌려, 빌려, 읽든 안읽든 빌려, 빌려!!





아 너무 씐나. 이 두 권만 빌리자, 하고는 꺼내서 눈누난나 엄마가 있는 데로 갔다. 엄마는 책 두 권을 꺼내 들고, 야, 여기 책 엄청 많아, 이러면서 흥분흥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운 우리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이걸 읽을 수 있을까?' 하고 두 권 가지고 망설이시길래, 음 엄마, 혹시 모르니까 일단 얇고 쉬워 보이는 걸로 빌려서 도전해보고, 가능해지면 다음에 또 빌리자, 했더니 엄마도 그게 좋겠다고 하시며 두 권 중에 엄청 갈등 하시다가 한 권을 선택하셨다. 나는 그렇게 총 세 권을 가지고 가서, '이거 빌릴게요' 하고 놓아두고는 회원카드를 내밀었다. 사서분은 회원카드를 스캔하고는 "11월 3일까지 가져다주세요" 하는 거다.


"책들 바코드는 안찍으세요?"


물으니, 그건 내가 놓아둔 그 자리에서 그냥 다 체크가 된다고...


네????



그냥 나란히 쌓아두었는데도 저절로 체크가 된다는 거다. 우와- 세상... 우와-

아무튼 흥분이 온 몸을 타고 짜릿짜릿 막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제 마틸다를 다 읽고나서 무슨 책을 읽을까 하다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중 한 권을 펼쳤다. 너무 흥분했고 너무 좋았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의 단점이 확 느껴졌다. 내가 접을 수도, 밑줄을 그을 수도 없었던 것. 당장 포스트잇을 붙여야 되는데 포스트잇도 없었다. 회사에 두고 와서 없는데, 하고는 스맛폰에 쪽수를 메모하기 시작했는데, 이 글을 보면서 어? 사무실 책상에도 없네? 하고 생각해보니, 내가 언제든 그게 없으면 안되니까 가방에 넣어두자, 하고 내 가방에 넣어뒀다는 사실을 지금 기억해냈다. 바부...세상 밥통........


하아-

나는 바보야, 바보.

바보바보바보야 바보바보야 사랑 앞에서

오늘도 넌 튕겨튕겨~ ♪♬



아무튼 도서관 회원카드를 만들고 도서관에서 책을 얼마나 빌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인생의 제2막이 펼쳐지는 기분이었달까.



그나저나,

어제 자기 전에 소설을 한 권 읽자, 하고는 책장 앞으로 가 섰는데 읽고 싶은 소설책이 하나도 없는 거다. (네?) 이렇게 안 읽은 책이 많은데 어째서 지금 읽고 싶은 책이 없는 거지? 하는 기분이 되어, 음....



책을 사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고야 만것이다.

인생 2막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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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0-22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어제도 어딘가에 이런 댓글을 달았는데, 애기 중에 가장 귀여운 애기 오브 애기는 ‘읽는 애기‘지요! 뭐 저렇게 떡잎이 푸르지?

2. 대구중앙도서관은요, 회원증도 책 위에 얹어서 테이블에 내려놓으면 얘가 회원증부터 알아서 읽어가지고 대출까지 해주는 시스템이라, 직원이 띡- 하고 카드를 스캔할 필요조차 없더라구요. 서울에서는 그렇게 주면 카드는 들고 따로 읽던데..... 대구가 이긴 것 같죠? 그러나 중앙도서관만 그럴 뿐, 대부분의 다른 도서관에는 아직 무인 대출/반납기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다락방 2018-10-22 10:50   좋아요 0 | URL
제가 최첨단 시스템에 놀라가지고 ㅋㅋㅋ 직원 분이 웃으시더라고요.
아니 근데 회원증부터 읽어버린다고요? 대박... 도서관 정말 잘 되어 있군요!
저희 도서관에는, 비록 쪼꼬미 귀요미 도서관이지만 ㅋㅋㅋㅋㅋ 무인 반납기 있어요. 대출..까지 되는지는 모르겠네요? 그거 비밀번호 설정하라고 해서 엄마랑 ‘뭐로 할까?‘이러면서 ‘이걸로 하자‘ 이래가지고 정하긴 했는데 ㅋㅋㅋㅋㅋ 아무튼 씐나는 아침이었습니다. 으하하하하.

아홉살 아이가 저 많은 글씨들을 가만 앉아 읽는 거 생각하니 너무 예뻐요. 다 읽고 또 쫑알쫑알 이모한테 줄거리 얘기도 해주고. 진짜 세상 귀여운 조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18-10-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재밌게 읽은 포스팅이네요^^ 요즘 마틸다 뮤지컬 다녀온 이야기가 주변에서 핫한데, 정작 책읽은 꼬마들은 많이 못봤어요 조카님 참 기특하고 이쁜데요

다락방 2018-10-22 11:35   좋아요 0 | URL
히히.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제 조카는 아마도 제엄마와 뮤지컬 마틸다를 보러 갈 예정이라 그 전에 미리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책을 읽고 가면 뮤지컬에서 더 많은 걸 볼 수 있겠죠. 책 읽는 어린이라니, 제 조카지만 너무 예뻐요!! >.<

단발머리 2018-10-2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뮤지컬 마틸다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요. 제 친구도 딸아이랑 가려는데 급매진에 울상이 되었더라구요.
마틸다가, 그러니까 똑똑한데다 초능력까지 있는 마틸다가 부모를 응징하고 마지막에 하니 선생님을 주양육자를 선택하면서 부모를 떠난다는 설정이 부모로서 좀 꺼려지기는 하죠.
하지만, 사실 부모들은 (저를 포함해서) 좀 멍청하고 게으르고 그리고 사기꾼같은 면이 있죠.
인정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책 읽는 조카 이야기 너무 좋아요. 게다가 책에 줄까지 친다니.... 타미 진짜 다락방님 조카 맞아요, 맞아!!!

다락방 2018-10-22 13:36   좋아요 0 | URL
나쁜 교장선생님도 벌주고 하니 선생님의 제자리를 찾게 해주는 것 모두 좋은데, 저는 폭력적인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싶어 걱정이 됐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오히려 긍정적인 것들을 더 잘 캐치해내는 것 같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겠거니 싶었어요. 사실 저는 마틸다가.. 뭐 딱히 그렇게까지 재미있는지는 모르겠더라고요? ㅎㅎㅎㅎ 너무 사회생활에 찌든 어른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기들과는 별개로 마틸다가 어릴 때부터 디킨스와 헤밍웨이 책들을 마구 읽는데는 와 너무 부럽더라고요. 저게 되다니, 저 나이에 저게 되다니. 꺅!! 이러면서 디킨스 소설 저도 다 읽어보고 싶고요.. 후훗. 사둔것도 몇 권 있지만..왜 안읽는거죠, 저?


저 아이가 책에 줄까지 칠 줄은 몰랐는데, 아마 제엄마를 보고 그렇게 한건가 싶기도 하고.... 후훗. 여하튼 저의 좋은 책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좋아요!! >.<

hnine 2018-10-2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타미가 왜 저부분에 밑줄을 그엇을까 그게 제일 궁금해요.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엇을까.

저는 마틸다를 영화로 보았는데 어른인 제가 봐도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마틸다는 어수룩하고 순진하고 텀벙텀벙 귀여운 아이 캐릭터라기 보다, 어떻게 보면 어른 뺨치는, 영악한 캐릭터예요.

다락방 2018-10-22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타미가 왜 저부분에 밑줄을 그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왜 그었냐고 전화로 물어봤을 때는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었을 당시에는 분명 뭔가 긋고 싶게한 마음이나 생각 같은 게 있었을 테니까요. 책 돌려줄 때 생각나면 펼쳐 보이며 물어봐야겠어요. 여기에 왜 밑줄 그었느냐고.

회사 동료도 마틸다 영화로 보았는데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영화로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오늘 회사 동료가 말해줘서 알았어요.
마틸다는 어른 뺨치는 영악한 캐릭터인데, 저는 순진한 것보다 그게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나쁜 사람을 자기가 벌 주기도 하고, 자기에게 관심 없는 부모로부터 벗어나기도 하고요.

나인님, 아직 영국이시죠? :)
 
[소모임]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관련 글은 먼댓글이나 링크로 넘어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마이 리스트>로 썼더니 서재에 노출이 안돼서 그만..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아래 복사해서 내용 옮깁니다.)


지난 주에 하이드님은 올해가 가기 전에 여성주의 책을 몇 권 읽겠노라 하셨고, 거기에 휘모리님은 여성주의 책읽기 모임에 들고 싶지만 일 주일에 한권이 벅차 못하고 있노라 댓글을 다셨더랬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 달에 한 권씩 같이 읽기는 어떨까' 제안하니,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해, 알라딘 내에서 소모임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뭐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만나 토론이나 발제를 하자는 것은 아니고(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 달에 한 권씩 여성주의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걸로 대신하고자 한다. 


우선 첫 책은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

















- 읽어야 할 책: 수전 팔루디, 《백래시》

- 기간: 2018년 11월 30일까지

- 참여방법: 1. 말머리에 책제목 달기(예: [백래시] 그건 모두 반격이었다)

            2. 일주일에 관련 글 한 편이상 쓰기(페이퍼, 리뷰, 밑줄긋기, 백자평등)

- 참여자격: 해당 도서를 같이 읽어보고자 하는 누.구.나.



상벌은 정해진 바 없고 강제성도 없이 그저 책읽기에 좀 더 의욕을 뿜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누구나 참여 가능하게 했다. 아무래도 같이 읽으면 혼자 읽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은 리스트로 만들 것이고, 혹시 같이 읽고자 하는 책 있으면 추천 바랍니다. 아울러 이 '같이 읽기'에 대해 좋은 의견도 댓글로 받습니다.



12월 도서도 미리 예고합니다.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은 이 글에 리스트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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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래시] 일요일마다 백래시 올리기
    from 마지막 키스 2018-10-28 18:04 
    현재 [백래시] 같이 읽기에는 (위의 먼댓글 링크 참조) 공장쟝님, 단발머리님, 하이드님, 그리고 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잠깐 외국에 계신 관계로 참여 댓글을 달지 못하고 계시지만 jsshin 님도 참여 의사를 밝혀주시어, 저까지 총 5인입니다. 자, 모두들 열심히 읽고 부지런히 글도 올립시다. 참여하시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마리 루티'의 책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에서 마리 루티는, 그간 '여성은 이렇다' 혹은 '
  2. [백래시]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들
    from 마지막 키스 2018-10-30 08:57 
    이틀전 일요일에 백래시 페이퍼를 썼으니, 앞으로 일요일에만 쓰자..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냥 닥치는대로 쓰겠다.그러니까 내가 어제 자기 전에 '백래시를 조금만 읽다 자자' 했는데, 읽다보니 또 딥빡이 온 것이다.'킴 베신저'는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당시에 섹시한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었다. 내가 아마 내 페이퍼를 통해서 여러번 킴 베신저 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의 몸매가 강조되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녀가 찍었던 영화 중에는 나도 대학시절 보
  3. [백래시] 12월 책 예고, ˝페미사이드˝
    from 마지막 키스 2018-11-16 17:22 
    12월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는이 책, 《페미사이드》로 하겠습니다. 11월에 시작할 때만 해도 12월 도서는 《가부장제의 창조》로 하려고 했는데, 매일매일 여자들이 남자들 손에 맞고, 죽어가는 걸 보며, 급하게 이 책으로 바꿨습니다.지치지 말아요, 우리.방금전에도 친구와 무력하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그래도 우리 지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냈어요.요즘 특히 남자들이 어떻게든 여자들에게 자기 말 듣게 하기 위해, 기어코 여자들을 꺾기 위해 안간힘을 쓰
 
 
2018-10-22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10-22 09:08   좋아요 1 | URL
한 달하고 열흘이 있어요. 한 번 도전해 봅시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가 될 지 몰라요!

- 2018-10-22 16:34   좋아요 0 | URL
마침 책이 동생에게 있으니 도전장을 내밀어보겠습니다!! 얏호

다락방 2018-10-22 16:36   좋아요 0 | URL
좋아요, 시작하는 겁니다!! 꺅 >.<

단발머리 2018-10-2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욕이 활활 타오르네요!!

백래시, 이북으로 10년 대여로 사놓고는 멈춤 상태인데, 저도 다시 시작해 봐야겠어요.
다락방님~~~ 먼저 제안해 주셔서 넘 감사해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다락방 2018-10-22 13:39   좋아요 0 | URL
저도 이북으로 사놨었다가 종이책으로 다시 시작했거든요. 크레마로 밑줄 긋는게 뭔가 씅에 안차더라고요. 잘 안그어져요... 그래서 종이책에다가 색연필로 박박 긁어가며 시작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11월 말까지 끝내봐야겠어요. 이렇게 해놔야지 안그러면 질질 끌다가 또 해를 넘길 것 같아요. 그리고 저 몰랐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가부장제의 창조]도 구판이지만 갖고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단발머리님, 우리 열심히 함께 읽고 또 함께 씁시다! 의욕을 불살라버리자구욧!! 화이팅!!

단발머리 2018-10-22 14: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매사에, 범사에 항상 멋지고 근사하지만~~~
[가부장제의 창조] 구판 가지고 계시다니 완전 멋진데요!!!!!
이렇게나 좋은 책을 알아보는 탁월한 안목이라니!!!

우리 열심히 함께 읽고 쓰고 말해요! 화이팅! 얼쑤!!!

다락방 2018-10-22 14:41   좋아요 0 | URL
저기... 진짜 이런 말씀 드리고 싶진 않지만.....
제가 산 게 아니고.....친구가 안읽는다고 저한테 보내준;;;;;;;;;;;;;;;;;;;;;;
(그래서 있는지도 몰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냥 못난 저일 뿐입니다. 우앙 ㅠㅠ

단발머리 2018-10-22 14:49   좋아요 0 | URL

저는 [가부장제의 창조]를 미리 준비해둔 다락방님을,
그리고 솔직한 다락방님을,

사랑합니다! 와락!!!

다락방 2018-10-22 14:50   좋아요 0 | URL
어휴 단발머리님도 참...(수줍게 꼬옥 안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18-10-2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전자들 적읍시다.저도 손들어요.

다락방 2018-10-22 16:40   좋아요 1 | URL
네, 현재는

다락방, 단발머리, 공장쟝, 하이드

이렇게 네 명입니다!

비공개 2018-10-2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기 손들어요. 해외출장이 있어서 다녀오느라 늦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할게요!

다락방 2018-10-29 10:25   좋아요 0 | URL
어서오세요! 이 댓글 없이도 저는 이미 어제 백래시 페이퍼에 jsshin 님을 언급하였답니다. 후훗.
좋아요, 우리 같이 시작해요. 같이 읽으면 아마도 더 잘 읽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환영합니다!
 

지난 주에 하이드님은 올해가 가기 전에 여성주의 책을 몇 권 읽겠노라 하셨고, 거기에 휘모리님은 여성주의 책읽기 모임에 들고 싶지만 일 주일에 한권이 벅차 못하고 있노라 댓글을 다셨더랬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 달에 한 권씩 같이 읽기는 어떨까' 제안하니,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해, 알라딘 내에서 소모임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뭐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만나 토론이나 발제를 하자는 것은 아니고(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 달에 한 권씩 여성주의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걸로 대신하고자 한다. 


우선 첫 책은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

















- 읽어야 할 책: 수전 팔루디, 《백래시》

- 기간: 2018년 11월 30일까지

- 참여방법: 1. 말머리에 책제목 달기(예: [백래시] 그건 모두 반격이었다)

            2. 일주일에 관련 글 한 편이상 쓰기(페이퍼, 리뷰, 밑줄긋기, 백자평등)

- 참여자격: 해당 도서를 같이 읽어보고자 하는 누.구.나.



상벌은 정해진 바 없고 강제성도 없이 그저 책읽기에 좀 더 의욕을 뿜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누구나 참여 가능하게 했다. 아무래도 같이 읽으면 혼자 읽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은 리스트로 만들 것이고, 혹시 같이 읽고자 하는 책 있으면 추천 바랍니다. 아울러 이 '같이 읽기'에 대해 좋은 의견도 댓글로 받습니다.



12월 도서도 미리 예고합니다.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은 이 글에 리스트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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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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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는 페미니즘- 여성주의 상상력, 반란과 반전의 역사
낸시 프레이저 지음, 임옥희 옮김 / 돌베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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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팝니다- 상업화된 페미니즘의 종말
앤디 자이슬러 지음, 안진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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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여성을 죽이는 법- 광고는 어떻게 생각과 감정을 조종하는가
진 킬본 지음, 한진영 옮김 / 갈라파고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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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시작합니다.
    from 마지막 키스 2018-10-22 08:35 
    관련 글은 먼댓글이나 링크로 넘어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마이 리스트>로 썼더니 서재에 노출이 안돼서 그만..☞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2.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월 책추천 받습니다.
    from 마지막 키스 2018-12-11 12:25 
    현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2월 도서는 《페미사이드》 입니다. 1월에는 1월의 책을 정해야 하는데요, 어떤 책이 좋을지 추천 바랍니다. 현재까지 제가 생각해둔 책들과 또 추천 받은 책들은 이러합니다. 새로운 책 추천이어도 좋고, 이 중에서 어떤 게 좋겠다 하는 의견도 좋습니다. 아직 페미사이드 초반 읽고 있지만,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1월의 도서 추천 받아요. 저는, 이 책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한 달 이란 시간이 있으니, 이 정도
 
 
 















이 책은 책을 사랑하고 책 읽는 행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요소가 아주 많은 책이다. 저자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지 한 줄 한 줄에서 그 애정이 뚝뚝 떨어진달까. 나는 아마 직장을 관두고 책읽기에 몰두한다 해도 저자만큼 많이 또 깊이 읽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필사도 한다는데, 그러니 읽는 책들을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하기가 더 쉬웠을 테다. 그런 사람에게서 나온 책에 대한 글, 책 읽기에 대한 글이니, 책에 대한 책을 원하는 사람들이 반겨 읽을 만한 책이 아닌가. 부끄럽게도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도 이 책에 인용되어 있어, 저자가 정말 아주 다양한 분야를 읽는구나 생각도 했다. 어휘력도 상당한데, 내가 이날까지 독서해오면서 알지 못했던 단어들이 이 책에는 잘만 나와 있더라. 각주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단어들이 수두룩. 아마도 깊이 있게 책을 읽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깊이 읽기 다양하게 읽기. 이 저자는 그 모든 걸 갖춘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남자 작가의 한계' 같은 걸 느꼈다.

이쯤되면 나는 '남자들은 여자의 신체를 질투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약자의 편에 서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며 반원을 그리는 모양을 '어머니 젖가슴'에 비유한다. 어머니 품에 안겨 위로받던 기분을 책 읽으며 느낀다는 글을 쓰면서 표현한건데(책이 나를 위로한다는 뜻은 알겠다), 일전에 존 스타인벡도 《분노의 포도》에서 산봉우리였나..젖가슴에 비유하던데.. 둥그란 거 그냥 젖가슴으로 쓰는 거.... 너무 상상력이 빈약한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에서 저자는 '한 사람을 내 관심의 자궁에 오래 품어야만 그에게 알맞은 책 선물이나 추천이 가능하다'고 한다. 왜 본인에게 있지도 않은 자궁을 가져올까? 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굳이, 부러, '자궁'에 빗댈까? 남자들 자궁 너무 갖고 싶나? 나는 책을 내는 행위를 '자식을 낳는다'고 표현하는 것도 거슬린다. 예전에 문희준은 라디오에 나와 앨범 한 장 내는게 자식 낳는 거 같다고 하던데, 자식 낳는 거 세상 부러운 행위인가? 자식 낳아봤는가? 그래서 책이든 앨범이든 그렇게 자식에 갖다 대는거야? 


SF 소설을 쓰라고 하면 대부분의 남자작가들이 그렇게나 섹스 로봇 얘기를 쓴다는데, 머릿속에 그냥 여자 신체, 여자와의 섹스 이것 밖에 없는 것 같다. 작가들이 뭐 특이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남자들이 다 그런데 작가들은 단지 그걸 글로 써내는 것 뿐인 것 같다.


미래에는 우리가 어떤 모습일까?

섹스로봇하고 섹스할 수 있어!



너나할 것없이 섹스로봇 얘기만 해대는데, 너무 다 거기서 거기잖아? 상상력이 발휘되는 지점, 비유하고자 하는 것들이 어쩌면 그렇게 다 자기들이 성적대상화 시키고 물화 시키는 여성의 신체나 여성의 신체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섹스인걸까? 너무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다.



너무 많이 보고 접해서 그런 것 같다. 너무 많이. 세상에 태어나 남자라는 성별로 살아가면서, 여자가 성적대상화 되는 걸 너무 많이 봐서, 너무 많이 경험해서. 여자가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물화 시켜서, 그래서 뭘 하든 가져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너무 익숙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안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여성의 신체를 마치 자기것인듯 가져오지 말고, 여성의 고통을 자기 것인듯 굴지말고, 여성이 섹스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때, 한국 남자들이 쓸 수 있는 글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글을 쓸 수나 있을까? 김훈은 자신의 책에서 어린 여자아기 기저귀 갈아주면서도 저 안은 따뜻할 것이다.. 같은 말을 해대는데, 여성의 신체, 여성과의 섹스를 제외한 채로 한국 남자작가들은 글을 쓸 수 없는걸까? 글을 완성했다면 여자의 신체가 나오는 부분은 의식적으로 들어내고 살아남는 부분을 공개하는 게 그들이 앞으로 계속 문학을 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 거 들어내고 남는 게 있다면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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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0-21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신체에 대한 이런 지나친 기대와 환상이 여성의 신체에 대한 멸시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전 생각해요.
성녀이거나 마녀이거나. 완벽하게 순결하거나 철저하게 섹시하거나.
자궁을 갖고 싶냐,는 다락방님의 질문이 핵심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전에 정희진쌤도 여성의 가슴이 성애화의 중심이 된 건 남성들에게는 가슴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던게 기억나요. 정확히는 남자와는 구별되는 형태 때문이겠죠.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는 인류 초기 사회에서 ‘여성‘과 ‘여성의 생명력‘에 대한 사람, 남자들의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동경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쩜쩜쩜.

다락방 2018-10-21 17:58   좋아요 0 | URL
여성의 신체에 대한 이런 지나친 기대와 환상이 여성의 신체에 대한 멸시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 혐오인 것 맞죠. 그렇게 함으로써 또 여자들을 그 환상에 부응하는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로 나누기도 하고요. 너무 이상하잖아요. 여자 작가들은 글을 쓰면서 남성 신체를 빌려오지 않는데, 남자들은 마치 제것인마냥 가져와서 제맘대로를 써대니 말예요.

지나친 동경과 질투 같은 것이 여성을 혐오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은 성별들이 저지르는 숱한 범죄에 대해서는 내버려두면서도 여성을 김치녀,된장녀,맘충으로 부르고들 있으니까요. 어떤 하나의 나쁜 점, 그것이 실제로 나쁘과 안나쁘고와는 상관없이 여성 한 개인의 어떤 점들을 지적하며 여성들을 모두 ‘그런 여자‘로 만들어 버리죠.

요즘 남자 작가들 책 읽으면서 턱턱 걸리는 걸 보면(고전이라고 다를 바 없고요), 이 사람들은 이렇게 여자들을 호명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는가 싶더라고요.

이바구 2018-10-2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 작가의 책이나 이 책이나 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그 정도를 잘 모르겠지만 많은 작가들은 여성에 대한 멸시가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 시초 즉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여성의 신체에 빗대어 표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의 사회 현상처럼 무조건적인 남녀간의 성대결로 안봤으면 좋겠네요

다락방 2018-10-21 18:03   좋아요 0 | URL
저는 남녀간의 성대결로 보지 않습니다. 남녀간의 성대결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저는 이것이 일방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고 있는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작가가 여성을 혐오하기 ‘위해‘ 이런 식의 표현을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너무 자연스럽게 이런 비유에 익숙해져있을 뿐이죠. 그 점을 남성작가의 한계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Jeanne_Hebuterne 2018-10-24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게 컴플렉스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어요. 물론 남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아니라고 말하던데, 진실은 저너머에!

다락방 2018-10-24 09: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것, 자궁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컴플렉스로 작용하는건가..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자꾸만 말을 해대고, 그래서 자꾸만 그걸 가지고 있는 여자를 깔아뭉개고 그러는 것 같다고 말이지요. 그 괜한 열등감과 질투심을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은오 2023-02-2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거 읽다가 다락방님 책 인용한 구절 보고 혹시 읽으셨을까 하고 찾아왔어요!! 그리고 본문 진짜 다 공감이요 ㅋㅋㅋㅋ 여자 신체부위가지고 비유하는거 나올때마다 아 졸라 깬다 짜증나네 하면서 읽었어요. 그리고 저는 남작가들이 가슴을 굳이 “젖가슴”이라 하는게 왜이렇게 싫은지 ㅠㅠㅠ표준어라한들 너무 싫다 아악

그리고 그 구절 넘좋더라구요. 소설 안읽는 사람한테 들이밀고 보여주면 그사람에게도 소설욕이 생길것만 같은 ㅋㅋㅋ

다락방 2023-02-25 12:35   좋아요 1 | URL
저는 위에 본문에도 썼지만 둥그런 것들 보면 여자 젖가슴만 떠올리고 말하거나 글 쓰는게 너무 한계로 느껴지더라고요. 상상력이 고작 거기에서 멈춰 버리는 한계요. 다른건 전혀 생각을 못하는. 그건 젖가슴도 마찬가지고, 무언가를 품을 때 자궁에 대는 것도 마찬가지고 ㅋㅋㅋㅋ 분노의 포도에서였나, 땅을 트랙터로 일구는 거 강간으로 표현하는 뭐 그런 것도 있었어요. 여하튼 그런게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하는건지, 뭘 보면 그냥 여자 신체나 섹스로만 보이는 것도 너무 별로고요. 그런 사람들이 깊게 생각한들 그 깊이는 도대체 얼마만큼일 것이며.. 굳이 젖가슴이라는 것도 어처구니 없죠. 여자들은 남자들 애기할 때 좆고추라고 안하잖아요. 전 여성혐오도 혐오지만 둥그런거 다 젖가슴.. 이러는거 진짜 그냥 한계로 느껴져요. ㅎㅎ

은오 님 바닷가 갔다가 돌아왔어요? 바다는 잘 있던가요?

은오 2023-02-25 22: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좆고춬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맞아요, 그렇습니다.
바다는 잘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 시집은 잘 있지 않습니다. 다락방님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이런게 시라면 난 시를 읽지 않으리ㅠㅠ 하다가 선물해주신 시집 읽으려고요!!!💕

다락방 2023-02-25 23:29   좋아요 0 | URL
은오님 럽 💕💕💕💕💕

은오 2023-02-26 02:22   좋아요 0 | URL
꺄 😆💕💕💕💕💕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양이현정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지난 주말에 만난 친구는 요즘 독서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안나 카레니나》혹은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완독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안나 카레니나를 권하면서, 그 책을 읽으면 앞으로 하게 될 독서에 많이 도움이 된다, 그 책이 배경지식이 되어준다, 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독서가 얼마나 좋은지를 다시 한 번 말했다.


"책 읽는 거 너무 좋지 않아? 계속해서 읽다보면 그 책들이 쌓여서 내 배경지식이 되고, 그 배경지식을 가진 채로 책을 읽으면 기존과는 다른 것들이 보이고 또 생각하게 돼, 사고의 확장을 느낄 수 있는거지. 너무 좋지?"



페미니즘 책을 읽는 것은 그런 독서의 장점에 몇 가지가 추가된다. 세계 각지에서 어느 때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 또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한껏 힘이 나기도 하고, 기존의 내가 가졌던 잘못던 생각에 대해 반성하게도 해준다. 무엇보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싫더라' 하는 것들에 대한 답도, 페미니즘 책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간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많이, '아 그 때 내가 그래서 그런거구나' 하게 되는지 모른다. 나는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개념녀 코프스페 하는 대표적인 여자사람이었고, 그렇게 나 자신을 남성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으며, 지금이라면 너무 끔찍했을 발언들도 해왔던 터다. 하나하나 그런 과거의 일들이 생각날 때마다 얼마나 내 가슴을 치는지 모른다. 무지했어, 나빴어. 많은 경우 무지는 독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포르노를 보지 못하겠다고 얘기해왔었다. 포르노에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그 당시의 내가 포르노를 보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왔다. '어쩐지 싫고, 에로틱하게 나를 충동질하지 않는' 이유가, 그들 사이에 '스토리가 없어서인가' 보다 라고 생각한거다. 확실히 그저 남녀가 벗고 그저 육체적 관계만을 보여주는 영상들은, 로맨스 영화에 비해서 그 재미도 떨어졌고, 재미가 뭐람, 대체 이걸 왜 보고 있어야 하는걸까? 라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 내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이 책,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을 읽으면서 나를 포함해 다른 많은 여자들이 포르노를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됐다.



'포르노그라피'라는 말은 그리스어 '포르네'(매춘부나 여자 포로)와 그래포스(서술, 묘사)를 합친 것이다. 그러므로 포르노그라피의 언어적 의미는 '성을 사는 것을 묘사한 것'이며, 권력의 불균형, 성노예화를 함의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묘사하는 것도 포르노그라피의 정의에 포함된다. (p.104)



간단히 말해 포르노그파리는 섹스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포르노그라피는 권력의 불균형에 관한 것이다. 권력의 불균형은 섹스가 공격의 한 형태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고 또 그렇게 이용되는 것을 필요로 한다. (p.105)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것을 보면서 위험을 느끼는 여자들과 남성이 가해자인 것을 보면서 스스로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남자들 앞에는 긴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남자아이들이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기 위해 여성을 지배하거나 정복해야 한다고 믿도록 키워지는 한, 어떤 형태로든 포르노그라피는 존속할 것이다.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서, 또는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 여자의 복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유리한 사회가 지속되는 한 포르노그라피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p.117)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포르노는 에로틱과 다른 것이라고 이 책에서 구분지어 주고 있다. 우리가 포르노속에서 보았던 발가벗은 남녀의 움직임은 그러니까 '섹스가 아.니.었.다.'. 나는 포르노에 대한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글을 읽으면서 어쩐지 울고 싶어졌다. 이것봐, 내가 괜히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 어쩐지 눈물이 나지 않는가.



영화《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속의 '그레이'는 상대를 때리면서 섹스를 하는 사람이다. 순진했던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사랑해서 그레이가 하자는 대로 하기는 하지만, 어느 날 그가 가죽 벨트로 엉덩이를 때렸을 때, 울면서 그에게 말한다.


'이게 당신이 원하는 거야?'


나는 때리면서 혹은 맞으면서 섹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냥 섹스는 '지루하니' 가끔은 그렇게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들을 종종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너무 궁금하다.



상대와의 섹스가 '왜 지루할까'?

지루한 섹스를 왜 할까?

왜 '사랑하는데' 때리고 맞으면서 그걸 즐겨야 할까?



사랑하면 쓰다듬어주고 예뻐해주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사람이 살아봤자 백년인데, 거기에 왜 굳이 왜 때리고 맞는 시간이 포함되어야 할까? 예뻐해주기도 시간이 모자라 안타까운데? 나는 섹스중에 맞고 싶지 않다. '더한 재미'를 보자며 섹스중에 나를 때리고자 하는 것은, 내게는 폭력이고 두려움이다. 내게는 두려운 이 폭력이, 포르노를 수시로 보는 많은 남자들에게는 '섹스중의 재미'가 될 수 있다는 데에서 권력의 불균형이 온다. 그러므로 내가 '맞기 싫다'고 내 의사를 표현할 때 나는, '자극적이지 않고 재미없는 순진한' 여자가 되고야 만다. 나는 폭력이 싫은 것 뿐인데. 당신이 나를 때리는 순간을 나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인데.




이 책은 전체적으로는 아주 온건하다. 서문에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아직까지 이 책이 읽히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우며, 이 책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다. 나는 이미 아주 멀리 와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 책이 온건하며 또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수시로 느꼈다. 특히나 이 책의 한국어 출간을 축하하는 '현경'의 글은, 2002년에 쓰여진 걸 감안해야 겠지만, 너무 후졌다. 50대의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젊어 보이고 아주 늘씬한 페미니스트라고 칭하고 있는 것이다. 아아, 아니에요, 예쁜 페미니스트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축하하는 글을 읽고 잠깐 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걸까, 나에게 지나치게 온건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이것은 나의 자만이었다. 나보다 앞서 페미니스트였으며 왕성한 활동을 했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수시로 나는 뒷통수를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고 또 시야가 한층 넓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트랜스 젠더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한참이나 생각 속에 머물러야 했다. '앨리스 워커'와 ''린다 러블레이스'와의 인터뷰를 보면서는, 여자들은 계속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해야 할 말을 하고 있었구나, 새삼 생각했다. 나는 '린다 러블레이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고서도 그녀를 백프로 신뢰하지 않았던 것 같다. 수시로 과거를 반성해야 했고, 또 수시로 '내가 괜히 그런 게 아니었어'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한국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고 했을 때 왜 한국영화 무시하냐는 말도 더러 들었었는데, 그래서 흥행한 한국 영화를 보려고 하면 끝까지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나는 그것들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며 여자를 물화 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살아오면서 느껴지는 '촉'이라는 것이, 이제는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바니걸'로도 위장 취업해 일을 하고, 그 안에서 얼마나 여자들이 성적대상화 되고 물화되는지, 노동조건은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해서도 기사를 써냈었다. 그 안에서 그 일을 체험하는 것은, 하이힐과 꽉 조이는 옷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는데, 생생한 목소리들을 들으며 그것들을 겪었다는 것이 대단하고 또 고맙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이런 일들을 진작부터 해오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나는 어쩐지 부끄러워진다.



낙태와 할례 그리고 여성이 쓴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출판까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이 책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것들을 다루고 있다. 중간중간 '아, 이건 좀 시대에 뒤떨어졌지, 더 나아가야지' 할 때 조차도, 아마 그 당시에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로 지금! 계속 쓰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고 더 과격해져야 한다. 더 거칠어져야 한다.












분노는 행동을 위한 에너지를 일으키는 배터리와 같다. (p.23)

훌륭한 정치가를 뽑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좋은 책이 계속 출판되도록 열성적으로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비평가와 학자들은 안전하게 먼 나라의 작품들로 명작의 전당을 채우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네트워크와 출판사를 만들어내고 기존 질서를 바꾸기 위한 압력도 가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 많은 페미니스트와 다른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고 있다. (p.182)

예전에 내가 갖고 있었던 남성우월주의적 편견을 생각해 보면, 그 편견 안에는 여성에 대한 경멸, 심지어 나 자신에 대한 경멸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사회에서 하등인간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가혹한 처벌이라 할 수 있다. 사회는 우리를 세뇌하여 우리 스스로 열등하다고 믿게 만든다. 설사 우리가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다 해도 자신은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여자들과 어울리지 않으려한다. 열등한 집단이 아닌 우월한 집단과 동일시하려는 것이다. (p.219)

사실상 백인 남자들의 처벌 방식 중 가장 많이 애용되는 것은 조롱과 인신공격이다. 자기 주장이 강한 여자가 미모를 가지고 있거나 젊다면, 뒤에 든든한 남자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여성이 성공하면 아마 남자 상사와 잠자리를 같이 했을 거라고 판단한다. 만약 늙은 여성이나, 남성의 기준으로 볼 때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이 힘있는 행동을 하면, 남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복수하는 거라고 말한다. 남성의 부속물이 아닌 완전히 성숙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 행동하는 여성은 더러운 농담의 밥이 된다. 조롱은 기성 체제를 수호하는 자들이 사용하는 첫 번째 무기이고 더 심한 공격이 그 다음에 이어진다. 그런 여성에게는 더욱 더 자매애가 필요하다.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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