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요가 - 흐름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 아무튼 시리즈 21
박상아 지음 / 위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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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요가
라는 책을 쓸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요가에 몰두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요가 에세이.
‘2년을 했지만 여전히 못해’ 라는 나 스스로를 얼마나 많이 반성했는지 모른다. 나는 이 작가 만큼의 노력도 시간도 들인 적이 없잖아.
이 작가에게는 정말이지,
아무튼, 요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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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얻는 학문이라면, 혹은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라고 답하는 건, 우리가 철학자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철학자는 그냥 사람이고, 알려진 수많은 철학자들의 성별이 남자인데, 그들 모두 그냥...'남자'였다. 철학자라는 타이틀은 보기 좋지만 듣기에도 좋지만, 그냥 남자였어.

















헤겔을 처음 접하는 나로서 이 책은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 만화라는 특성상 글과 그림으로 헤겔의 [역사철학강의]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주어서, 입문자에게 적합하다. 읽는데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힘주어 읽다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도 되고 또 재미있다. 물론, 힘주어 읽어야 한다는 게 포인트다. 그냥 설렁설렁 넘겨서는 이 역시 이해하기 힘들 것. 

이 책으로 접해서 다행이었던 게, 중간중간 헤겔의 역사철학 강의에서 헤겔이 한 말은 무엇이었는지 인용되었는데, 그 인용문만으로 보자면 나는 아마 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화에서 풀어줬기 때문에 아, 이게 이런 뜻이구나 하는거지. 무슨 글을 그렇게 어렵게 써놨던지. 에휴.. 풀어 놓으면 다 우리가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인데 다들 그렇게나 어렵게 쓴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 도전하지 않더라도 이 만화책으로 다른 철학자들에 대해서도 천천히 조금씩 알도록 해봐야겠다. 비트겐슈타인과 하이데거 빌려놨는데, 아마 읽지 못하고 돌려주게 될 것 같다. 헤겔 한 권 읽는데 일주일 걸렸고, 헤겔 읽고 나면 일 년은 쉬어야 될 것 같은 이 기분...




역사 철학에 대해 강의를 하고 학생들로부터 질문도 받고 명성도 있었던 헤겔이지만, 자신의 집 가사도우미를 임신시킨다. 자신의 집 가사도우미로 하여금 애낳게 했다는 것만 언급되어 사실 그들 사이에 무슨 로맨스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이것이 로맨스였을 것 같진 않고(고용인과 피고용인 아닌가!), 게다가 설사 그것이 로맨스였다한들 하하하하, 헤겔은 아이와 아이 어머니에 대해 곁에 있는 아버지나 남편이 되어주지는 않았다. 물론 세상의 쓰레기같은 많은 코피노들처럼 헤겔이 싸튀충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양육비는 주었고 모르는 척하진 않았으니까. 그러나 헤겔은 그렇게 가사도우미와 아들을 저기에 둔 채로,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산다. 아아, 남자여... 왜 가사도우미를 그냥 두지 않나요. 그녀에게 욕망을 느껴서 관계를 맺었다면, 맺기 전에 쌍방 동의 했나요? 그렇다면 낳은 아이를 왜 엄마에게 맡기고 양육비만 주었나요, 왜때문에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살았나요?


헤겔이 가사도우미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거나, 그녀를 그저 성적 대상으로만 보았거나, 신분의 차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뭐가 됐든 그러면 안되는 건데 그렇게 했다. 그렇게 헤겔의 첫번째 아들은 아버지랑 같이 살지 않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아들이어야 했지.


남자여.

헤겔, 그냥 남자로구나.

역사란 무엇인가, 그 역사는 그렇다면 왜 그렇게 진행되었는가, 우리는 거기에서 무얼 알 수 있는가, 정신은 역사를 이루는 힘이련가... 같은 거 백날 천날 떠들었지만 집에 가서 가사도우미 임신 시켰지.


남자의 인생이여...




이 책의 뒷면에는 헤겔에게 영향을 미쳤던 몇 명의 철학자들에 대해 짧게 언급이 되어있다. 아아,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너무나 유명한 이름 '쇼펜하우어'를 만난다. 쇼펜하우어는 헤겔과 경쟁 관계에 있었다는데, 나는 이런 글을 읽는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천재성과 독창성을 굳게 믿었기 때문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곧 자신의 진가를 알아보고 자신의 철학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쇼펜하우어는 헤겔과 같은 시간에 강의할 것을 고집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그의 강의는 외면당하고, 사람들은 헤겔 강의에 몰려들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자존심은 형편없이 망가졌고, 그의 철학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쇼펜하우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철학을 밥벌이 수단으로 타락시키는 헤겔이라는 '협잡꾼'에게 속은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심은 쇼펜하우어의 일방적인 것이었습니다. 헤겔은 이미 최고의 철학자로서 그의 능력과 탁월함을, 헤겔 자신은 물론이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책속에서




아아, 쇼펜하우어의 이 열폭 ... 열등감 폭발 어쩔 것이야. 철학을 연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철학을 알려주고자 하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자신보다 소위 '더 잘나가는' 헤겔을 보고 너무 열등감 폭발해서 '협잡꾼' 이라 부르는 사람, 헤겔의 강의를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하는 사람..아, 그냥... 그냥 남자야...... 열등감 폭발하는 남자.... 그냥 그뿐이야. 뭐 별다를 게 없어. 천재성? 그거 그냥 자기가 자기를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꼭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건 아니겠지만, 정말 많이 아는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많이 모르는지에 대해서도 아는 법인데, 내가 아는 거 이렇게나 많아 천재적인데 이런 나를 몰라주는 새럼들 어리석은 새럼들........ 어리석은 새럼들이 헤겔만 좋아해, 그 협잡꾼을... 이러다니 너무 그냥... 너무 남자잖아.... 쩝....... 쇼펜하우어, 그 유명한 이름, 그러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던 나는 이렇게 그의 열등감 폭발을 보며 아, 걍 남자구나... 한다. 걍 남자여.



(앗, 소나기가 내린다!)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린제이 로한)은 학교의 인기많은 여자애(레이첼 맥아담스)의 인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살 빠지는 식품'이라며 스낵을 건넨다. 학교의 퀸카는 자꾸 자기가 살이 찌는 것 같아서, 그럴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그 스낵을 먹는데, 그런데도 살이 빠지기는 커녕 자꾸 살이 찌기만 해서 미칠것 같은 기분이 된다. 주인공은 그 스낵을 자신이 건넸지만, 그러나 이내 깨닫게 된다.



'아, 쟤가 살찐다고 해서 내가 날씬해지는 게 아니구나' 



이게 진리다. 남을 깔아뭉갠다고 해서 내가 높아지지 않는다. 내가 좋은 사람이기 위해서, 내가 잘난 사람이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잘나고 나 스스로 돋보여야 한다. 나 스스로 빛나야 한다. 빛나고 돋보이는 사람은, '나 빛난단 말이야!' 소리지르지 않아도, 어떻게든 빛나기 마련, 사람들은 그런 사람의 빛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이 고등학생은 그걸 깨달았다. 십대의 고등학생도 깨달은 걸 쇼펜하우어는 몰랐다. 그걸 몰라서 자기보다 인기 많은 헤겔을 협잡꾼... 이라 불렀지. 인생이여... 아아, 어리석음이여.

철학이란 무엇인가, 열등감이란 무엇인가, 어리석음이란 무엇인가, 인기란 무엇인가....



쇼펜하우어 님.

고딩도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뚱뚱해진다고 해서 내가 날씬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님도 얼른 깨달으삼..



생각해봤는데 이거 시리즈 다 사야겠다.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도서관 책장에서 꺼내자마자 막 재채기 했어. 제가 먼지 알러지가 있습니다. ㅠㅠ

변증법 때문에 이 책 빌렸는데, 거의 마지막에 변증법 얘기도 나와서 너무 좋았다. 친구가 '이제 원숭이를 읽을 시간!' 이라고 했지만, 아... 내 머리는 쉬기를 원해...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응?)






일요일이 가고 있다. 벌써 저녁 여섯시라니. 오전에는 조카들이랑 [토이스토리4] 보고 울었다 ㅠㅠ

이제 남은 시간을 책읽으며 고요히 보내야지. 커피랑 빵이랑 과자도 좀 먹고.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도 마저 읽고, [성의 변증법]도 좀 읽고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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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9-06-2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시리즈 탐나는데요. 저도 읽어볼게요. 토이스토리가 그렇게 감동적이에요? 어른들을 위한 만화라더니. 전 저녁으로 즉석떡볶이를 먹었더니 속이 뒤집어지네요. ㅡㅡ 주말 마무리 잘 하세요. ^^

다락방 2019-06-23 18:51   좋아요 0 | URL
토이스토리 저도 처음 봤는데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1편부터 3편까지 저도 안봤거든요. 안보고 4편 봐도 충분히 좋았어요!

블랑카 님도 속 빨리 편해지시기를 바라고 ㅜㅜ 주말 저녁 마무리 잘하세요! :)

단발머리 2019-06-23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헤겔도 그랬군요. 헤겔도, 헤겔조차도. 헤겔 너마저...
하긴 ‘원숭이 권하는 친구‘에게서 들었던 ‘마르크스 너마저...‘도 흥미진진했죠.
한결같아요, 남자들은...... 변함이 없어. 시대를 초월한 한결같음.

다락방님 이제 남은 시간 계획 너무 좋은대요. 나도 따라하고 싶어요~~~
커피랑 빵이랑 과자를 먹고,
요가책 페이퍼 마저 쓰고, [성의 변증법]도 좀 읽어야지^^

syo 2019-06-23 21:39   좋아요 0 | URL
🐵?? 🐒?!

단발머리 2019-06-23 21:48   좋아요 0 | URL
그 이야기 써주세요.
마르크스가.. 아내가 친정에서 데리고 온 가정부와의 사이에서..
아... 다락방님 서재에 좀 안 어울릴수도 있겠네요... 😞

syo 2019-06-23 21:4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그 글 보시고 댓글 다셨던 것 같아요 🙄

단발머리 2019-06-23 22:01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랬었나요?
syo님 기억력 엄청 좋네요.
그렇게 암기력이 좋으셔서... 샤샤샥!!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부럽당!

다락방 2019-06-24 13:22   좋아요 0 | URL
마르크스는 뭐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기억이 안나지만 뭐 어쨌든 마르크스고 걍 남자인거죠. 하늘 아래 대단한 남자는 없는 것 같아요. 다른 남자도 없거요.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연 2019-06-2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걍 남자 ㅎㅎㅎㅎ 웃프네요..ㅜ

다락방 2019-06-24 13:22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루속히 ‘다른 남자도 있다‘는 기대를 저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건 갖다 버려야 돼요. 남자는 걍 남자일뿐...
 
나는 여기에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해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다시 읽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뭐라고? 해마다 다시 읽는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레미제라블을 읽었었다. 친구 한 명은 '피천득'의 <인연>을 해다마 다시 읽었다고 했다. 해마다 다시 읽는 책 혹은 작품이 있다는 건 너무 근사하잖아? 나의 경우에는 간혹 '줌파 라히리'를 다시 읽고 《올리브 키터리지》를 다시 읽기도 했지만, '해마다' 읽는 책이라면, 역시나 유일하게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일곱번째 파도》뿐이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매해 다시 읽고 있다. '에미'와 '레오'의 이메일로만 구성된 이 단순한 소설이, 그러나 놀랍게도 읽을 때마다 번번이 다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나는 에미의 모든 감정이 그리고 레오의 모든 감정까지도 책을 통해 전해지는 게 너무나 좋다. 어떤 날은 에미가 되었다가 어떤 날은 레오가 되었다가 한다.


'에이모 토울스'의 소설 《우아한 연인》에서 '케이트'는 무인도에 가져갈 책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꼽는다. 이에 '팅커'는 서점에 가 그 책을 사서 읽는다. 팅커는 케이트를 좋아했지... 그렇게 월든을 읽게된 팅커는, 월든이 너무 좋아 그 뒤로 바지 뒷주머니에 늘상 넣고 다닌다. 그렇게 금융맨인 팅커는 소로 같은 삶을 향해 나아간다.



도대체 왜, 도대체 그게 어떤 책이길레 케이트는 그걸 무인도에 가져간다 한걸까. 그리고 왜, 팅커는 그 책을 늘 주머니에 꽂고 다닌걸까. 그책은 왜 그들 모두에게 인생의 책인것인가.

그렇게 나는 너무너무너무너무 궁금해서 월든을 샀다.


















그러나 어디, 샀다고 다 읽으란 법 있는가...(네?)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내 책장에 고이 잠들고 있었다. 지난 주 까지는...

아니 글쎄, 지난 주에 만난 친구가, 월든을 매해 다시 읽는다는 게 아닌가.

뭐라고? 매해 다시 읽는다고? 월든을? 왜?

친구는 내게 '너가 읽는다면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아' 라고 했지만, 나의 다정한 친구가 매해 읽는 책이라니, 너무나 궁금해진 나는, 책장 속에서 오래 자고 있던 이 책을 꺼내왔다. 그리고 읽었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끝까지 읽자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며 읽었다. 왜 포기하고 싶었느냐?


재미없다.


정말 재미없다.


진짜 재미없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재미없다.



우아한 연인의 '케이트'가 월든을 무인도에 가져간다고 했는데, 그건 '에이모 토울스'가 쓴 케이트 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월든이 케이트의 인생책인건, 에이모 토울스가 케이트를 썼기 때문이다.. 두 유 노 왓 아이 민?



이 책이 왜 재미없냐면,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을 사 그것에 뚝딱뚝딱 살을 붙이고, 그 곳에서 2년을 산다. 채소를 키우고 호숫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으면서 2년을 산다. 오로지 그 2년간의 기록인데, 거기에 스토리가 있을 게 무언가. 그는 해와 달과 자연의 소리, 자신을 찾는 야생동물들과 온갖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책 한 권에 적어두었다. 그 틈틈이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 공부, 독서, 정부에 대해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것들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그저 한 남자가 호숫가에서 욕심 없이 조용히 먹고 사는 이야기.



그래서 연신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떻게 호숫가에 언 얼음을 가지고, 자신의 집에 찾아든 야생동물을 가지고 이렇게 긴 글을 써낼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사건이 일어난 게 아니라, 그저 자연속에 녹아 들어있는데, 어떻게 이걸로 이토록 긴 글이 가능한가. 마지막 꼭지는 '봄'인데, 어떻게 '봄'이란 걸로 몇 장의 글이 나올 수 있는가 말이다. 그저 자연에 대한 얘기여서 눈 앞에 초록초록한 숲이 보이는 듯했고, 새들이 지저귀는 듯했고, 호숫가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바로 내가 그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여름에는 며칠간 여기에 가보아도 좋겠네,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러나 거기에 소로가 있다면 싫을 것 같았다. 소로..너무 식탐 없는 사람. 우리가 많이 먹기 때문에 노동을 빡시게 하고 있는 거다, 라는 너무나 맞는 말 하는 사람. 당연한 게 아닌가. 내가 스테이크에 와인을 먹고 싶다면 그걸 사 먹을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하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노동이 필요하다. 소로는 말한다. 우리가 간소하게 먹고 산다면 노동에 그렇게 힘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맞다, 맞는말이다. 소로는 한마디로 '쾌락'에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쾌락주의자.... 인생.....Orz




인생에서 가장 가치 없는 노년기에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인생 최고의 순간인 젊음을 돈 버는 데 허비하는 모습을 보면, 노후에 영국으로 돌아와 시인으로 여생을 보내기 위해 돈을 벌러 인도로 건너간 영국인이 생각난다. 그는 인도로 갈 게 아니라 즉시 자기 집 다락방에 올라가 시를 써야 했다. 수백만의 아일랜드 노동자들이 "뭐요? 아니, 그럼 우리가 건설한 철도가 쓸모가 없다는 말이오?" 하고 놀라 소리친다면 나는 '비교적' 쓸모가 있다고 대답하리라. 즉, 이보다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형제로서 하는 말인데, 당신이 땅파기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p.63)




자연의 풍경과 그 안에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것으로 이 두꺼운 책을 쓰다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이걸 썼지? 연신 감탄했다. (재미는 없지만.) 만약 나였다면 숲에서 머무는 것만으로 글을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숲은 온통 초록빛이다, 이름 모를 새가 운다, 볕이 뜨겁다... 정도가 내가 쓸 수 있는 전부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소로는 쓰고 또 쓰고 계속 쓰고 많이 썼다. (재미 없지만.)



읽다가 느낀 건 소로가 딱히 다정한 사람이나 친절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뭐랄까. 사람들이 좀 싫어할 것 같아. 그건 자기가 고집하는 바 그대로를 실천하는 사람의 올곧은 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비판은 정당하고 자신의 생각은 옳다는 것에서 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육식을 하지 말자고 하면서 그러나 사냥은 최고의 스포츠라고 하면... 먹는 건 안되는데 죽이는 것은 괜찮은가...동물을 죽이는 것은 안되지만 자연을 가장 잘 알기에는 사냥만한 게 없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그래도 뭔가 좀 갸웃하게 되는 면이 있다. 마지막에 해설 읽어보니 30세에 이미 틀니를 했다고 하던데, 결국 이빨 안좋아서 육식 안하기가 더 쉬웠던 거 아니야? 뭐 이런 삐딱한 생각도 들고(소로 아저씨 미안!).. 킁킁.

물론 사람이 자신이 말하는 바를 다 지킬 수도 없고, 양가적인 면을 언제나 가질 수 있으며, 자기 안의 모순도 수없이 맞닥뜨린다. 그러니 '육식하지 말라며 왜 사냥꾼이 되라고 해?' 라는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안다.

나 역시 '텀블러 들고 다닌다며 비행기는 왜 타' 라는 질문을 받으면 할 말 없고요...



그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만한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 그건 알지만, 딱히 내가 좋아할 사람 같지도 않고 나랑 친할 사람도 아닌 것 같아. 아마 같은 시기에 살았다면 소로는 나 싫어했을 것 같아. 알라디너였다면 공개적으로 나를 깠을 것 같다. 그여자는 그렇게 많이 먹어서는 안된다...........(  ")



마지막에 <작품해설> 읽어보면 소로가 딱히..음..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가 읽는 월든은 소로의 입장에서만 쓰여진 거니까. 작품해설 읽다가, 나는 이런 부분을 만난다.



오늘날 대중은 소로를 생태계 보존에 관심을 기울인 환경보호주의자로 여기지만 당시에는 그런 인식도 없었다. 오히려 소로는 일행과 함께 잡은 물고기를 요리하기 위해 불을 지피면서 주변의 잡목을 제거하지 않아(화폐 가치로 2000달러가 넘는) 300 에이커에 달하는 콩코드 삼림 을 태운 부주의한 인물로 악명이 높았다. 소로는 이웃들에게 적절하게 사과도 하지 않았고 이웃들은 불탄 삼림이 회복된 뒤에도 한동안 그 사건을 잊지 않았다. 소로는 다소 오만하고 냉담하고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작품해설, p.417-418)




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고기 요리하다가 삼림 다 불태웠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월든 읽는 동안 그 내용 1도 안나온다. 삼림 불태운 건 얘기 절대 안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은 이렇게 어떻게든 자기 포장을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고기 요리한다고 삼림 태워놓고 사과도 안했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월든 두꺼운 책인데 거기에 진짜 이 내용 1도 안나온다. 삼림 다 불태우다니, 참나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연이 아저씨한테 잘했잖아요. 근데 왜그랬어요, 왜, 왜.........



읽느라 고되고 피곤했다. 재미없는데 끝까지 읽는 거 넘나 힘든 일. 다 읽고 책장을 덮으니 이내 다시 책을 시작하기가 힘들더라. 다음 독서까지 약간 텀이 필요했어. 어제 이 책을 다 읽고 다음 책으로 뭐 읽을까, 하다가 좀 쉬고 싶어지길래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소설을 읽겠다! 했어. 그래서 오늘 아침엔 소설 책을 가지고 나왔는데, 더럽게 무거워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못 골랐나 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무거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출근하느라 기운빠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케 무겁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거운 책 들고 읽느라 출근길 고생한 나에게 옥수수크림소보로 빵을 주었다. 어제 남동생이 나 먹으라고 사놓고 갔는데 그거 들고 와서 먹었지롱.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집에서 내려온 커피도 있지롱.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나는 이제 월든 읽었다. 뭔가 월든 안읽은 거 마음의 짐 같은 ..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 짐을 덜었노라..




문득, 내가 소설을 쓴다면 내 소설 속 주인공의 최애작가 혹은 최애소설은 뭐로 하지? 생각하게 됐다. 에이모 토울스는 케이트를 통해 월든을 얘기했는데, 나는 내 등장인물에게 인생 책으로 도대체 뭘 정해주지? 새벽 세시를 너무 편애하는 거 세상사람 다 아니까 그거 하면 너무.. 거시기하고.............. 뭐해주지? 뭐해주지? 아아 고민이 깊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두 젊은이가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돈이 없는 젊은이는 여행하는 동안 선원 일도 하고 농사일도 거들어서 여비를 마려했고 다른 한 명은 주머니에 환어음을 갖고 있었다. 둘 중 하나는 일을 하지 않았으므로 두 젊은이가 ‘서로 돕는‘ 여행의 동반자로 오래가지 못했으리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들은 여행에서 첫 번째 시련이 닥치자마자 헤어졌으리라. 앞서 말한 대로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오늘 당장 길을 떠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이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떠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한참 뒤에야 출발하게 된다. - P83

집을 짓는 일과 콩밭 일구는 일을 동시에 하는 바람에 일이 끊이질 않아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일이 끝나면 독서를 하게 되리라는 희망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 나는 일을 하는 짬짬이 여행에 관한 가벼운 책을 한두 권 읽었다. 그러고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져서 진실을 추구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어놓고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자책했다. - P115

문학은 최고의 유물이다. 문학은 그 어떤 형태의 예술보다도 우리와 친근한 동시에 보편적이며, 삶 자체에 가장 근접한 예술이다. 문학은 어떤 언어로도 번역될 수 있으며, 우리는 문학작품을 눈으로 읽을 뿐만 아니라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 P117

책은 우리에게 어떤 기적이 일어났는지 설명해 주고 새로운 기적을 보여준다. 또한 이 시대에 언급하기 어려운 말들이 다른 어디에선가 이미 언급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인들 역시 우리를 혼란스럽고 난감하고 좌절하게 하는 문제들을 똑같이 겪었고, 각자 자신의 능력에 따라 언어를 통해 혹은 자신의 삶을 통해 해답을 제시했다. - P123

숲 속에서 처음 맞는 여름에 나는 책을 읽지 않고 콩밭을 일구었다. 아니, 종종 이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일을 했다. 정신노동이든 육체노동이든 어떤 일에도 절대 양보하기 어려운 소중한 시간이 있었다. 나는 여백이 많은 삶을 소중히 여긴다. 여름날 아침이면 늘 하던 대로 몸을 정갈하게 씻고, 해 뜰 때부터 정오까지 햇빛이 가득 쏟아지는 문지방에 앉아 소나무와 히커리, 옻나무에 둘러싸인 채 방해받지 않고 홀로 정적 속에서 몽상에 빠진다. 그러다가 서쪽으로 난 창문으로 해가 떨어지거나 멀리 도로에서 행인의 마차 소리가 들리면 비로소 시간이 흘렀음을 깨닫곤 했다. 그런 계절이면 나의 정신은 밤새 옥수수가 쑥쑥 자라듯 성장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일은 어떤 육체노동보다도 즐겁다. - P126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을의 도움을 받는 일은 수치스럽게 여기면서, 정직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해서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은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정직한 삶은 도움을 받는 것보다 더 치욕스러운 일이다. 정원에 세이지 같은 약초를 가꾸듯이 가난을 경작하자. 옷이든 친구든 새로운 것을 장만하려고 애쓰지 말자. 낡은 옷을 고쳐 입자. 오랜 친구에게로 돌아가자. 사물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옷은 팔아버리고 우리의 생각을 간직하자. 우리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음을 신은 알아주리라. 온종일 거미처럼 다락방에 갇혀 있어도 스스로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면 세상은 마찬가지로 광활하게 느껴진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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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6-21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월든> 너무나도 재미없어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던 책입니다. 다 읽고 나서도 별다른 감흥이 안 느껴졌고요. 소로 저 사람, 내가 싫어하는 유형이야.... 이런 생각도 했었고요.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 암튼 누군가에게는 고전이고, 인류의 고전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책은 좀 부풀려진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음.

다락방 2019-06-21 09:55   좋아요 0 | URL
아아, 반갑습니다, 잠자냥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정말 끝까지 읽느라 고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으면서 소로 이 사람 내가 좋아할 사람은 아니다, 이 사람도 나를 안좋아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ㅎ 저 역시 이렇게나 고전이 될 이유 같은 건 없었다고 보여지지만, 또 어떤 면에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영향을 받는지도 알겠더라고요.

저는 월든 호숫가 근처에 사는 친구 있으면 좋겠다, 여름에 휴가 가고 싶다, 생각했지만 ‘근데 그 사람이 소로이면 싫다‘ 이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6-21 10:02   좋아요 0 | URL
아마 그때 책 다 읽고 소로 얼굴 찾아보고 와 정말 고집스럽게 생겼다;; 이런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전 소로가 강요하는 삶이 너무 싫더라고요;; 읽는 내내 ‘알았다고, 당신이나 그렇게 살라고!‘ 막 이런 반감이 들더라는 ㅋㅋㅋㅋㅋ 월든 호숫가 근처도 안 가고 싶어요. 저는 ㅋㅋㅋㅋㅋㅋ

그때 이렇게 감상문 남겼었네요. ㅋㅋㅋ

-난 소로우의 문체랄까, 고답적인 말투도 별로였다. 무엇보다도 책 곳곳에서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단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평가하는 소로우의 시선이 불편했다. 마치 그들은 바보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투의 시선이랄까. 소로우 당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에 남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게 싫었듯이 그저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도 당신만의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다락방 2019-06-21 10:1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잠자냥 님.
읽는 내내 계속 그렇게 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비난하죠. 자기 오두막 방문했다가 먹을 거 별로 없고 그래서 속히 떠나는 자들까지 흉보잖아요.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자기가 추구하는 바대로 살고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고, 쾌락과 멀어진 삶을 사는 사람이라 한 백살까지 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마흔네살까지 살다 죽었다고 해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그렇다면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운명이란 정녕 정해져있는 것인가, 죽음은 어떻게 사는가와는 관계없이 찾아오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해보고요... (이상한 의식의 흐름)


저는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보는 거는 되게 좋았거든요? 근데 소로의 월든이 재미도 없고 별로인거에요. 그래서 어떤 차이가 있나 곰곰 생각해봤는데,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도시에서 사는 자신의 삶을 힘겹게 느꼈을지언정 그렇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없죠. 게다가 아주 잘 해먹고 살아요. 저는 이 쪽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혼자서 맛있는 거 잘 해먹고 사는 사람. 저는 아무래도 이 쪽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6-2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다락방님 이 페이퍼랑 잠자냥님과의 댓글대화 읽고 나서 이 책이 읽고 싶은 나는...누구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라운 페이퍼여라!
분명 재미없다고 썼는데
이 책이 읽고싶다능!!!

다락방 2019-06-21 11:4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은 이 책이 좋으실 수도 있어요! 저야 워낙 쾌락주의자라... 킁.

단발머리님 읽고 감상 써주세요. 단발머리님 에게서는 얼마나 근사한 페이퍼가 나올까 벌써부터 기대돼요! >.<
읽으실거면, 단발머리님, 제가 읽은 책 보내드릴까요? (초롱초롱)

단발머리 2019-06-21 12:25   좋아요 0 | URL
진짜요?!? 완전 완전 좋아요!!!
(초롱초롱 반짝반짝 @@)
제가 함 읽어보겠습니다용!!!

잠자냥 2019-06-21 12:49   좋아요 0 | URL
읽고 꼭 말해주세요. 소로랑 친구 하고 싶은지 아닌지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6-21 12:54   좋아요 0 | URL
두 분 댓글로 짐작키는 일단 제 스타일의 남자는 아닌 듯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좋아하고 말고는 본인 마음이지만 잠자냥님 말씀처럼 부풀려진 면이 있을까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요. 다락방님의, 생선 요리한다고 산에 불내고 사과 안 했다는 이야기 보면... 호감형은 아닌듯 하고요^^

다락방 2019-06-21 13:5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제가 택배로 보내드릴게요. 딱~ 기다리고 계세요! 슝-

단발머리 2019-06-21 13:54   좋아요 1 | URL
이야호~~!!!!!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신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랑 2019-06-2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과 자주 읽고 싶은 책은 별개인 것 같아요.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자주 볼수록 더 좋은 영화도 있지만요 어떤 영화는 정말 좋은데 또 보기에는 버겁더라구요.
저의 경우에는 라라랜드, 위플래쉬, 버드맨이 좋았는데 또 보긴 힘들었어요. 반면에 포레스트 검프, 쇼생크탈출은 봐도 봐도 좋구요.
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좋은 책이라고 평가하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다락방 2019-06-23 17:06   좋아요 0 | URL
방랑님!
제가 며칠전에 갑자기 라라랜드를 다시 보고싶어지더라고요. 혼밥하면서 보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아아, 재밌다 재밌다, 하면서 라라랜드를 다시 보았어요. 아, 아직 끝까지 보지는 않았지만요.
말씀하신 것처럼 다시 보고싶어지는 것과 좋은 것은 또 다른 것 같아요. 얼마전에는 멜리사 맥카시 주연의 [스파이]를 다시 보는데 또 너무 재밌잖아요? 으악 너무 재미있다! 이러면서 다시 봤어요. 반면에 [사이드웨이]같은 건 참 좋았어서 다시 봐야지, 마음 먹었었지만 다시 보게 되진 않더라고요. 또 언젠가는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지만요. 좋은 책, 좋은 영화.. 모두 감상하는 자의 몫인 것 같아요. 누가 뭐래도 저에게 뭔가 울림을 준다면 그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대작이 아니라도 말이지요.

감은빛 2019-06-2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까지 접한 월든에 대한 글이나 이야기 중에 가장 재밌어요! 역시 다락방님!

제 생각에는 재미있는 책과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책은 다른 것 같고, 다시 읽게 되는 책은 객관적인 재미나 감동과는 달리 특정한 개성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다락방 2019-06-23 17: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책이나 영화가 갖는 특정한 개성, 그것 때문에 어떤 책이 누군가에게는 형편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책이 되기도 하고 그래요. 제 경우 새벽 세시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뻔한 로맨스 소설일테지요. 그렇지만 저는 그게 좋아요. 저한테만 좋은 작품. 그거면 된 것 같아요. 후훗.

비연 2019-06-22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월든은 별로였는데... ㅡ.ㅡ;;;

다락방 2019-06-23 17:07   좋아요 0 | URL
아니, 이렇게나 별로인 사람이 많은데 왜때문에 고전으로 평가받는 걸까요? ㅎㅎ

2019-06-25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6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길 2019-06-3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친구의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 저도 올해 친구들에게 물어봐야겠어요 ^^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9-06-30 11:16   좋아요 0 | URL
다정한 친구의 좋아하는 책을 저 역시 같이 좋아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러지는 못했네요. 대길 님도 물어보고 읽어보세요. 이야기거리가 하나 더 생길테니까요. 어쩌면 더 많이. :)
 
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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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친구가 된다. 그들 사이에 아주 긴 시간과 공간이 놓여있어도.

기다림은 어쩌면 우리로 하여금 또 하루를 버티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걸지도 물라.

‘시간을 거슬러 너를 찾아갈게’ (p.161)

우리는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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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꿈속의 나에겐 남자친구가 있었다. 남자친구와 나는 어떤 대화중이었는데, 남자친구는 내게 멍청하고 성격도 나쁘다고 뭐라고 했다. 우리가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자친구에게 나는 멍청하고 성격나쁜 게 아니고, 니 말이 틀린 거라고 대꾸했는데, 그러자 남자친구는 내게 물었다.


"너 생리할 때 됐지?"


남자친구다 보니 내 생리주기 정도는 알 수 있었던 걸까. 공교롭게도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내게


"거봐. 그러니까 멍청하고 성격도 나쁘지. 여자들은 생리할 때 성격 나빠지잖아. 나 아니면 누가 너 이해하냐."


이러는 게 아닌가. 나는 그 말을 듣고난 후,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래, 천천히 보면서 생각했다.


'이런 새끼를 왜 사귀고 있지?'



그러나 그에게 그만만나자고 말하기도 전에 잠에서 깼다. 새벽이었다. 다시 잠들기까지 뒤척이면서, 대체 이런 맥락 없는 뜬금 없는 꿈을 왜 꾼거지? 아무 메세지도 없는 꿈을? 기분만 나쁘잖아? 하다가, 아아, 캣콜링 때문이구나, 했다. 그렇다. 나는 자기 전에 '이소호'의 시집 《캣콜링》을 읽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를 읽으며 빡쳐했던 것이다.




마시면 문득 그리운




소호 뭐해? 다른 사람들한테 아직 내 이야기 안 했지? 나중에 우리 여행 갈래. 이 말을 하려고 전화한 건 아니고 그냥 오늘 너무 슬퍼.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나 있는 곳으로 올래? 여기 연남동이거든 택시 타면 금방이야. 이상하게 술 마시니까 네 생각이 나네. 그냥 너 같은 여자랑 사귀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런 생각. 아니다. 우리는 남들처럼 그렇게 유치하게 만나지 말자. 그냥 좋으면 좋은 대로. 나는 소호가 쿨해서 좋아. 예술하는 여자들은 보통 여자들이랑 다르잖아. 자유롭잖아. 얽매어 있는 거 싫어하지 나처럼. 그러니까 구속하지 말자. 마음이 서로 맞는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그냥 이렇게 만나서 술 먹고 더 맞으면 자고 그러자. 야. 우리가 무슨 사이냐니. 그게 뭐가 중요해. 너나 나나 나이 먹을 만큼 먹었잖아. 도대체 네가 생각하는 연애의 기준이 대체 뭔데? 남녀가 정기적으로 만나 놀고 먹고 자고. 그거 우리 지금 하고 있는 거잖아. 꼭 연인끼리만 그런 걸 해야 해? 난 아직도 네가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어. 여자들은 정말 이상하지. 멀쩡히 잘 만나다 꼭 이러더래. 됐어 기분 다 망쳤어. 너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볼 줄 몰라.






















아아..이런 시를 읽고 자가지고 꿈에 더러운 남자친구 있었네. 에라이-

어휴 입으로 손으로 똥싸는 놈들..



캣콜링 시집의 첫장을 펼치면, 서문인 듯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쟤는 분명 지옥에 갈 거야.

우릴 슬프게 했으니까.


2018년 12월

이소호




이 첫장이 너무 좋아서, 나는 지옥에 갈 사람들의 명단을 언제까지고 뽑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를 슬프게 한 사람들, 이 시간에도 우리를 슬프게할만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 대해서 단호하게 쟤는 분명 지옥에 갈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옥에 가라. 당신들은 지옥에 가야해. 왜냐하면, 우리를 슬프게 했으니까. 나를, 내 친구를, 내 이웃을, 내 주변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슬프게한 사람들, 지옥에 가야해.


지옥, 이라고 하니까 며칠 전에 본 영화 《아이 엠 마더》가 생각난다.





원제는 <Pepprmint> 인데 왜 우리나라 와서 아이 엠 마더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강하다..뭐 이런 거 할라고 한건가.



'라일리'는 눈 앞에서 남편과 아이가 다른 사람의 손에 살해되는 걸 목격하게 된다. 범인을 보았고, 그래서 누가 범인인지 지목했지만, 부패한 경찰과 판사는 오히려 그녀를 정신병동에 가두려 한다. 나쁜 짓을 한 놈에게 벌을 줄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니, 자기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피해자인 자기 편이 되어주려 하지도 않다니. 그녀는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그래서 그녀 스스로 악을 응징하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남편과 딸을 잃고 5년이 지난 후, 그녀는 아주 강한 여자가 되어서 관련자들을 죽이고 다니기 시작한다. 남편과 딸을 쏘았던 놈들과, 그걸 지시한 배후와, 판결에서 그들을 풀어준 판사까지.


자, 아래 사진은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지 못한 판사의 집에 찾아가 복수하는 장면이다.






라일리는 가차 없다. 결국 저 판사의 두 손을 책상에 못으로 박아두고 '네가 정의롭지 않아 내가 정의롭겠다' 며, 그녀는 판사를 불태운다. 봐주고 뭐고 없다. 그간 그렇게 잘못된 판단을 얼마나 많이 내렸을까. 가장 정의로워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 부패했어? 오케. 죽어.


지옥에 가라.



판결 똥으로 하는 판사들아. 정의가 찾아갈 것이다. 당신들을 응징할 것이다.



그녀는 수십명을 죽였다. 그러나 SNS 에서는 그녀를 응원한다. 경찰이 못하고 판사가 못해준 걸 직접 하는 그녀를 응원한다.



우리를 슬프게 했지?

지옥에 가라.




어제는 다섯 권의 책을 주문했고, 오늘은 세 권의 책을 주문했다.

이건 딱히 지옥에 갈 일은 아니다. 누구도 슬프지 않잖아요?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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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6-19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전에 기사 봤는대요.
보습학원 원장이 10세 여아 소주 먹이고 성폭행했는데, 양손을 눌렀다,는 진술만으로 강간죄 성립이 안 된다고 2심에서 감형되서 징역 3년 선고했다고 하네요. 해당 판사 파면하라고 난리던데... 우리나라 사람들 순하기도 해라, 파면이라니...<아이엠마더> 단체 관람이라도 해야할 판이에요 ㅠㅠ

그 와중에, 이소호 시집은 넘나 이쁘구요...

다락방 2019-06-19 12:46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단발머리님. 그 기사 떠올리면서 쓴 페이퍼에요. 그 판사 앞에도 라일리가 나타나 응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열 살 아이한테 소주를 먹인 것만으로(왜 먹여요 대체..어른한테도 먹이면 안되는데!) 이미 3년은 때렸어야죠. 어떻게 열 살 아이인데 강간죄 성립이 안됩니까. 이게 말이에요 똥이에요. 저도 그 판사 파면하라는 청원에 동의했답니다. 파면이 다 뭡니까, 라일리가 저 판사한테 했듯이 모든 걸 다 날려버려야 해요. 모든걸..

이소호 시집은 어렵더라고요, 단발머리님. 해설을 읽어보니 아, 그래서 이렇게 썼구나 싶지만, 그렇다해도 확 오질 않아서 어려웠어요. 그나마 2장이었나, 저렇게 남자들이 하는 말 그대로 따온 시들은 잘 읽히더라고요.
모르던 시집이었는데 도서관 갔다가 보여서 충동적으로 집어왔어요, 저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