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20대 초반의 여자동료와 밥을 같이 먹었다. 우리는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료는 고등학생 때부터 연애를 해왔고, 지금은 비연애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하길, '혼자 있는 지금이 제일 편하고 좋은데 사람들은 연애가 좋다고 말한다'는 거였다. 고등학생 시절 싱글이었을 때, 그렇게 말하는 게 너무나 당연시 되어 있어서 '나 싱글이야 외로워 ㅠㅠ' 라고 했지만, 사실 자기는 외롭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싱글은 외로워야 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분위기라 남들이 그러니 나도 그래야 하는 것 같았고, 연애를 하지 않으면 어딘가 부족한 상태로 보기 때문에 연애를 하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연애가 자신에게 진짜 행복한 상황도 아니었고, 이제와 생각해보니 자기가 강요된 분위기에 자기도 모르게 휩쓸려 연애를 한 것 같았다는 거다.


나는 동료의 이 말에 동의했다. 전적으로.

내 경우에도 비슷한 일이 있다.


싱글이었을 때 결혼한 여자친구가 내게 얼른 연애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거다. 내 연애를 니가 왜 바라지? 나는 '하고 싶으면 할거야' 라고 답했는데, 그 때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내가 친구의 이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와. 비연애 상태는 불행이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지? 내가 싱글이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은, 대체 왜 때문에 튀어나오지? 물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중일 때 굉장히 행복했고, 주변에서도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연애중이지 않다고 해서 나는 세상의 끝으로 떨어진 것도 아니었고, 불행하지도 않았다. 나는 도넛츠와 커피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사람이고, 계절이 바뀌는 걸 실감하면서도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하늘이 좋으면 하늘이 좋아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서 행복한 사람이야. 혼자 와인 따라 놓고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면 얼마나 행복한데. 나는 내 나름의 행복한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데, 내가 싱글이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지금 현재 불행한 처지에 놓여있다' 라고 생각하고 안쓰럽게 보았다.



친구 한 명은 연애중일 때 다른 친구로부터 '그 사람과 결혼할 것도 아닌데 왜 시간낭비해?' 라는 말을 들었다며 기분 나빠했다. 인생은 결국 결혼이란 목적지로 가는 것인가? 연애를 해야 행복하고 결혼을 해야 완성되는 것이 삶의 흐름이란 말인가?



아주 오래전에, 이십대 후반쯤. 직장 다니며 적금을 붓고 있을 때, 엄마는 내게 결혼하라고 했다. 엄마는 내 모든 연애를 알지 못하고, 내가 연애중인지 비연애중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남자를 소개 받아서라도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는 거다.



"엄마, 내가 지금 결혼하려면 내가 지금 모은 돈을 다 써야 되잖아?"

"그치, 그러려고 돈 모으는 거지."

"너무 억울한데? 내가 힘들게 직장생활해서 모은 돈으로 결혼하란 말이야?"

"다 그렇게 살아."

"엄마 너무 이상해. 결혼하려고 돈을 모으면서 산다고?"



그때의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페미니스트에 대한 고정관념만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불합리하고 부조리한거다. 인생이 너무 억울한거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해서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고 녹초가 되어 퇴근하고, 그러면서 월급 받아 적금을 부었는데, 그걸 차곡차곡 쌓아서 결혼을 하란 말이야?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거슨 억울하다. 그때의 나는 남자를 너무나 좋아하였는데도 그것은 억울했다. 신해철이 넥스트로 발표한 노래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이건

이건

잘못됐어

뭔가

뭔가

잘못됐어



제목은 기억이 안나니까 패쓰.

그렇지만 돈을 모아 결혼하는 삶.. 나는 그것이 너무나 이상하여요. 억울합니다. 억울해요. 어릴 때부터 나는 그것이 너무 억울하였고, 그래서 지금 나는 이렇게 산다..



온 세상이 모두 하나가 되어서 로맨스를 강요하고 이성애를 강요하고 결혼을 강요한다. 궁극적 행복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십대의 여자여도 육십대의 여자여도 마찬가지. 진정한 행복은 남자와 함께해야 찾을 수 있어요~ 한 마음으로 외친다.







며칠전에 영화 《북클럽》을 보았다. 와, 이렇게 살면 너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노년의 여자 넷은 오래전부터 북클럽을 결성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었는데, 멤버들이 돌아가며 책을 선정하는 거였다. 다들 개인적으로 자신의 확고한 위치도 있던 터라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고 시간적으로도 여유있었으며, 북클럽 만남이 있어 넷이 모두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앞에 두고 이야기도 나누는 거다. 오래 함께한 사이니만큼 서로의 사정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고 또 지금 현재도 함께 같은 책을 읽으니 책에 대한 감상도 나눌 수 있다.


이런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면서 다정한 친구들과 오래오래 함께하는 삶. 정기적으로 만나서 같은 책을 읽은 감상을 나누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이번에 내가 고른 책은 이 책이야, 라고 말하고 한달 동안 그 책을 읽어오는 것. 그렇게 만나 술과 안주를 함께 하면서 그 책 어땠어? 감상을 묻고, 자 이번에 내가 고른 책은 이 책이야, 하면서 다른 책을 다시 읽으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삶. 너무 좋지 않은가!









그러나 이 영화는 이렇게 이미 완벽한 삶을 너머 더 행복한 삶이 있다고 얘기한다. 그것이 노년에도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때 기회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행복해져야 한다, 고. 그 메세지는 이성애를 통해 표현된다. 오래 그리워했던 남자가 찾아오고,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남자를 만나고, 데이트 앱을 통해 남자를 만나고, 소원했던 남편과 오해를 풀고... 그렇게 노년의 여자 넷이 모두 남자와의 사랑을 이뤄내는 것. 오, 해피엔딩!

섹스도 남자도 필요없다고 했던 연방판사가 직업인 여자조차도 데이트 앱을 통해 데이트 상대를 만나고. 하아-

어쩌면 그렇게 여자 넷이 똑같이 남자를 사랑하고 그 남자랑 함께하는 것이 행복인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인가...

틈틈이 그 개인들의 사정도 보여지지만, 어쨌든 궁극적 행복은 남자와의 연애, 사랑, 섹스....



책 읽고 친구들과 얘기하며 맛있는 것 먹고 마시는 것만으로는 궁극적 행복을 만날 수 없는 겁니까?

너무 아쉬운 거다.



그리고 나는 이런 문장을 성의 변증법에서 만난다. 1969년에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쓴 글. 그녀의 나이 스물다섯에,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강요된 이성애를.



사랑을 다루지 않은 급진적 페미니즘에 관한 책은 정치적으로 실패작일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출산 보다도 훨씬 더 여성 억압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p.183)




'남성들이 걸작품들을 창조하는 동안 여성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라는 지겨운 질문은, 여성은 문화에서 금지당했고 어머니의 역할에서 착취당했고, 또는 역으로, 여성은 자녀들을 창조했기 때문에 작품을 그릴 필요가 없었다는 명백한 대답 이상의 가치가 있다. 사랑은 그것보다 훨씬 심층적인 방식으로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 여성이 그들의 에너지를 남성에게 쏟기 때문에 남성은 생각하고, 글을 쓰고, 창조한다. 즉, 여성은 사랑에 몰두하기 때문에 문화를 창조하지 않는 것이다. (p.183-184)





만일 여성이 남성 경제의 주변부에 의지해 사는 기생적인 계급이라면, 그 반대 역시 진실이다. (남성)문화는 호혜성reciprocity 없이여성의 감정적 힘을 먹고 자라는 기생적인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이 문화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한 전체의 절반만 제시하는 편협한 것임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문화의 구조 자체가 모든 점에서 남성 사회의 이익 안에서, 남성 사회의 이익을 위해, 남성 사회의 이익에 의해 운영될 뿐만 아니라, 성적 양극성sexual polarity 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전체의 절반인 남성이 문화의 모든 것이라고 불리지만, 남성은 여성의 '감정적' 절반이 있음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은밀하게 그것으로 산다. 그들 안에 있는 여성을 거부하는 싸움의 결과로서(우리가 설명해온 오이디푸스콤플렉스), 그들은 사랑을 문화적 문제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랑이 '여행과 모험'의 커다란 남성 세계에서 사내다움을 증명하려 작정하고 덤비는 모든 남성의 약점이듯이, 사랑은 (남성)문화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여성은 남성이 사랑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이 필요를 부정하는지 언제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여성이 보편적으로 남성에게 느끼는 특이한 경멸("남자들은 완전 멍청해")을 설명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여성은 그들의 남성이 외부 세계에서 가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184-185)




그녀는 그의 연극에서 또 다른 자아Alter Ego, 내 자녀의 어머니, 가정부, 요리사, 동반자라는 다양한 역할을 하며 가장 다재다능한 여배우로 지명되었던 것이다. 그는 삶의 빈 공간을 채우려고 그녀를 샀다. 그녀의 삶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그녀는 다른 여성과 같아지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제 지배계급의 일원의 부속물인 한에서만 그녀의 계급으로부터 상승한다. 그리고 그가 그녀의 지위를 상승시키지 않는 한 그는 그녀와 결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유로워지지 않았고, '집 안에서 일하는 흑인 하인'으로 승진되었으며, 다른 방식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만 격상되었을 뿐이다. 그녀는 속았다고 느낀다. 그녀는 사랑과 인정을 얻은 것이 아니라 소유자 신분possessorship과 통제를 얻었다. 이것이 그녀가 수줍은 신부에서 마누라로 변형하는 때이고, 아무리 보편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이라 해도 각기 남편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변화이다. ("당신은 내가 결혼했던 여자가 아니야.") (p.20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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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6-27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니터의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그런 펜이 나왔음 좋겠다.

˝나는 도넛츠와 커피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사람이고, 계절이 바뀌는 걸 실감하면서도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하늘이 좋으면 하늘이 좋아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서 행복한 사람이야. 혼자 와인 따라 놓고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면 얼마나 행복한데.˝
이런 문장에 그을 수 있는 형광펜이 있었음 좋겠다.

남자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여자는 혼자서도 잘 산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주위의 예시가 막 차고 넘치지요.
남자들은 여자 없으면... 행복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말이지요. 여자에게 남자가 필요한 것보다 남자에게 여자가 더 필요하죠. 그건 맞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그 반대로 이야기 하는 건, 여자에게 남자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야 여자들이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니까요.

다락방님 경우에서도 그런것처럼, 여성들이 페미니즘 책 하나 읽지 않은 상태에서도 페미니스트가 아니더라도,
아.... 이게 뭔가 이상하다, 이런 것 알아채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여성들은 더 빨리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구요.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천재인건 이걸 알아채고(크하~~) 그리고 그걸 글로 풀어냈다는 거죠. (크하~~) 25세에. (크하~~)

저도 얼른 읽고 써서 돌아오겠습니다. 또 하나 배우고 가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9-06-27 14:12   좋아요 0 | URL
지난 달에 읽었던 도서 [여자는 인질이다] 도 그렇고 이번에 성의 변증법도 그렇고. 어떤 여자들은 아주 일찍 알고 있었고 또 어떤 여자들은 살면서 깨닫게 되는것 같아요. 우리는 이성애가 강요된 세상에 살고 있었고, 결혼이 강요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요. 그걸 알기 때문에 결국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비연애, 비결혼, 비출산을 주장하는 걸테고요.

동료가 그런 말도 했어요. ‘저같은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거에요, 지금 연애중인 여자들 중에서 속으로는 딱히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요‘ 라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내 스스로 간절히 원하는 게 아닌데 이 세상에 던져진 쳐지다 보니 강요된 것들을 해가며 살아가고 있어요.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저 이 책 읽는 거 너무 힘들고 어렵거든요. 그래서 좀처럼 페이퍼를 쓸 수가 없어요. 제가 뭔가 알고 이해를 해야 페이퍼를 쓸 수 있지 않겠어요? 이건 뭐 페이퍼를 쓸 수가 없다, 할 정도로 어려운데, 그런데 이 사람은 스물다섯살에!! 이걸 썼단 말입니다. 맙소사. 세상에 똑똑한 여자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단발머리님, 부지런히 읽고 또 얼른 글로 써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뽜샤~~

잠자냥 2019-06-27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좀 일단 크게 웃었습니다. 아놔 정말... 연애를 하면서 진정한 지옥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참 많은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그놈의 연애결혼지상주의 에효.

<북클럽>은 참 재미난 영화인가보구나... 하면서 한번 봐야지 하다가..... 결말때문에 안 보기로 했습니다; 인간의 궁극적 행복이 연애 사랑 섹스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허무하지 않습니까. 그놈의 섹스가 뭔지 에효...


다락방 2019-06-27 14:14   좋아요 0 | URL
제가 ‘나 남자 없어서 불행해‘ 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때문에 ‘나는 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같은 말을 하는지, 왜 제 행복과 불행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1도 모르겠네요. ㅎㅎ 아오 너무 싫어요..

북클럽은 진짜 제가 좋아할 요소가 많거든요. 나이든 여성들이 친근하게 지내는 것도, 먹고 마시는 것도 너무 좋고,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아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한 달에 한 권씩 같은 책을 읽는 것도 좋고요. 그런데 그들이 바라는 건 결국 다 이성애... 섹스........ Orz

- 2019-06-30 20:16   좋아요 0 | URL
아......저도... 나는 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이부분 읽으면서.......... 안좋은 기억이 떠올랐네요..... 제가 진짜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내색하지는 못했던 남자후배가 있었는 데, 그놈의 시키가 제 구 남자친구에게........ (왜 때문에?!?) ˝저는 누나가 정말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형님이 행복하게 해주십쇼.˝라면서 나 빼놓고 둘이 술마셨단 이야기를 남친에게 듣고 얼탱이가 없었던 기억이... 대체 니가 왜 내 행복을 바라는 건데? 근데 그 행복은 왜 그 형님에게 달린건데? 글고 너 나랑 별로 안친하지 않았나? 아... 그냥 아는 형님한테 술 얻어 먹고 싶었던 거지? ㅋㅋㅋ 지금 생각하니 더욱더 어이가 없어서.....ㅋㅋㅋㅋㅋㅋㅋ. 흥...

다락방 2019-07-01 07:53   좋아요 1 | URL
행복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기 기준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정말 토나오는 일이죠. 아니, 저라는 여자 하나는 남자 없이 행복할 수 없는 사람입니까? 사랑은 남자로 완성되나요? 하아- 그런 생각들이 너무 짜증나요. 확실히 이성애는 알게 모르게 모두에게 강압되고 주입되어진 것 같아요. 으으.

남의 행복을 니네 기준으로 판단하지마!!!!!

비연 2019-06-27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고 친구들과 얘기하며 맛있는 것 먹고 마시는 것만으로는 궁극적 행복을 만날 수 없는 겁니까?
너무 아쉬운 거다.
... 이 대목에서 격한 공감요. <북클럽> 봐야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락방 2019-06-27 14:17   좋아요 2 | URL
다정한 친구들과 자주 만나 독서 감상도 공유하고 맛있는 것 먹고 마시는데, 아니, 정말 행복한 거 아녜요? 굳이 여기에 이성애를 왜 껴넣어서 이것이야말로 해피엔딩~ 이러고 있는건지 원..

그 좋은 장면들 때문에 이 영화를 보셔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이성애 주장하는 빡침 포인트만 빼면 사실 중년의 여자들이 친하게 지내고 먹고 마시는 건 너무 좋잖아요!! 후훗.

원더북 2019-06-2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클럽>에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해준 특별한 책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인가요?;;;;
아쉽네요;;; 노년의 사랑으로 결말지을 거면 [콜레라 시대의 사랑]으로 하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8년동안 함께 한 독서모임 친구들과 이 영화 보고 싶네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독서모임을 계속 하기로 굳게 약속했거든요 ㅎㅎ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소개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9-06-28 10: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저도 참... 거시기했던 게, 네 명의 여자 모두가 그 책으로 놀라움을 경험하고, 그리고 명색이 북클럽 그렇게 오랫동안 해오던 사람들인데 그 책의 영향을 그렇게나 받는다는 게 좀 어이가.. 그 책이 (혹시 원더북 님은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되게 못쓴 책이거든요. 섹스 체위나 도구에 대한 얘기는 빈번하게 나오지만, 굉장히 뻔한 책이며 ‘입술을 깨물다‘ 이런 표현만 반복되거든요. 그래서 뭔가, 아니 북클럽 오래 한 사람들이 왜때문에 저 책에..

네, 뭐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이 들어 북클럽 계속 하고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고 술 마시고 맛있는 것 먹고 이러는 건 전말 좋아요!! >.<

- 2019-07-01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도넛과 커피에도 행복할수 있다구 ㅋㅋㅋ!!
 

어제는 예전의 알라딘이 그리웠다. 사람들이 부지런히 긴 글을 적어 올리던 그 때. 누군가의 글을 특별히 더 기다리다가 등록이 되면 후다닥 달려가 읽던 그 때. 지금은 모두들 SNS로 가버린걸까. 알라딘이 북플을 시작하고나서 알라딘 서재에 등록되는 글들도 SNS에 올라오는 짧은 글들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긴 글이 반드시 미덕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나는 책을 읽은 감상을, 일상을 길게 적어 올리던 글들이 그립다.


그래도 여전히 기다리는 글들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 좋다. 어제도 누군가의 글이 올라오는 걸 보자마자 '읽어야지' 했는데, 이렇게 누군가의 글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 이 자체로 얼마나 좋은지! 게다가 내가 누군가의 글을 '기다린다'는 건, 그 사람의 글을 읽고 싶다, 그 사람의 글이 좋다, 라는 거잖아. 이런 거 너무 좋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여전히 누군가의 글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게 좋다. 예전에 글을 자주 올려주던 사람들을 이제는 거의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이 또 글을 적어주는 것도 좋고. 그리고 여전히 긴 글을 올려주는 알라디너가 있다는 게 참 좋다. 방금전에도 충실한 리뷰를 한 편 읽고 왔고,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


















아니, 그런데 엘레나 페란테.. 왜 신간이 나왔지요? (단발머리님, 알고 계셨나요?) 그리고 그거... 왜 세 권짜리지요?

















아니, 세 권씩이나 되면 어쩌라는건지. 돈이 훅- 나가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레나 페란테가 이즈음 신간을 내놓다니, 2019년 남은 날들 책 한 권도 사지 않겠다던 나의 다짐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나요....

내가 나폴리 시리즈를 막 좋아했던 건 아니라서 엘레나 페란테라고 막 흥분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아니 제목이.. 너무 내 타입이잖아. 나쁜사랑 시리즈래. 성가신 사랑, 버려진 사랑, 잃어버린 사랑.... 궁금하다...... 흐음.......



어제 친구랑 얘기하다가도 빡쳤는데, 아니 글쎄,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신간도 나온 거다. 그런데 두 권짜리.. 친구는 대체 이 일을 어쩌면 좋냐, 엘레나 페란테랑 조너선 사프런 포어, 합이 다섯권... 어쩌지 어쩌지 망설이면서 혹여 자기에게 있는 것은 단순한 물욕이 아닌지 걱정하였어.


















포어... 내가 참 좋아했었는데..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걸까. 지금은 예전만큼 으악 포어닷!! 이렇게 되지는 않아. 그렇지만 이 책의 제목은... 좋잖아? 나 이런 문장 좋아하거든. 히얼 아이 엠. 나 여기 있어! 나 여기 있다. 보고 있냐?



음.. 알라딘에 있는 책소개가 너무 짧아서 어떤 책이라는 건지 잘 모르겠네.




오늘 아침 SNS 에서는 최영미 시인의 신간 소식을 들었다. 책을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본인이 1인 출판사를 차려 냈다는 소식이었다.



















7월 7일에 광화문 교보에서 싸인회도 하신다는데, 가능하다면 시집을 들고 가 사인을 받아야겠다. 응원의 마음으로.




요즘엔 열 살 조카가 책을 읽어서 내 책을 주문할 때 한 권씩 조카용도 껴 넣곤 한다. 내가 먼저 읽고 조카에게 선물하는데, 그렇게 사두고 안읽은 책들이 또 쌓여가고... 있지요. 네, 제가 어디 가겠습니까. 오늘 신간을 둘러보다가 이런 책을 보았는데, 앗, 이것도 조카 사주고 싶다!














어제는 집에 가는데 조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조카는 조잘조잘 수다를 떠는데 아 너무 귀여워. 학교 도서관 가서 책 읽는 얘기도 하더라.


"내일 아침에 도서관 갈거야?"

"아니. 내일 점심에 갈거야."

"도서관에 사람 많아?"

"응. 점심 시간에 가면 사람 꽉 차있어."


오오..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는구나! 그러면서 도서 검색대에서 컴퓨터로 책 검색해볼 수 있는데, 그건 4학년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자기는 3학년이라 컴퓨터로 검색은 안된다고.

이런 이야기 쫑알쫑알 하는데 아 진짜 너무 귀여워. 나랑 계속 수다 떠니까 옆에서 울엄마가 '이제 그만 끊고 자!' 하셨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야, 이모가 또 책 살게.



앗. 이번 해에 책 그만 사려고 했는데 조카 때문에 안되겠구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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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9-06-2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뒤돌아보면 알라딘과 함께 조금씩 나이들어 간다는 생각이. 강하게 스칠때가 있네요 ㅎ

다락방 2019-06-26 10: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는 여기 아주 오래 있었던 것 같아요. ㅎㅎ

잠자냥 2019-06-26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알라딘에 이런 마을이 있는 줄 몰랐어요! 하하하. 알았더라면 더 빨리 왔을 것을. ㅎㅎㅎ
저는 열심히 글 올린지 이제 3년째인 것 같은데, 그 전에는 이곳에 더 많은 긴글들이 있었다니 조금 궁금하군요. 전 워낙 긴 글 성애자라서 최근 대세라는 유튜브로 책 소개하는 컨텐츠도 그냥 제 취향이 아니고.... 인스타에 책 사진만 올라오는 것은 더 못미덥고 하여간 그렇거든요. 암튼 비단 알라딘뿐만 아니라, 블로그만 보더라도 한때 열심히 글 쓰던 분들이 다들 나이가 들면서 일상에 치이다 보니 긴 글을 쓰는 일에서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속 꾸준히 블로그 같은 곳을 떠나지 않고 글 쓰는 분들이 저는 좀 소중하더라고요. ㅎㅎㅎ (알고 보니 제가 종종 가던 이글로 모 블로그에서 얼마전 다락방 님 댓글 발견 ㅋㅋㅋ 예전에는 몰랐는데 아니 이분이 그분이구나 하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다락방 님은 계속 가열차게 이토록 긴 글 써주시길 바랍니다. ㅋㅋㅋㅋ <성가신 사랑><버려진 사랑><잃어버린 사랑> 읽고 쓰실 락방 님 사랑이야기도 벌써 궁금 (응?) ㅋㅋㅋㅋ

참, <아일린>은 출판사 카드리뷰 절대 보지 말고 읽으세요!!!! 절대 안됨 ㅋㅋㅋㅋ (출판사 카드리뷰 가끔 보면 너무 모든 줄거리 다 말해주는 거 같아서 짜증나요;; 독서의 참된 즐거움을 모르는 이들이 만드는 게 틀림없는 듯;;)

다락방 2019-06-26 11:30   좋아요 1 | URL
이글로 모 블로그라면 설마..... e 님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가는 이글루스가 두 곳인데 ㄷ 님은 아닐 것 같고 ㅇ 님일듯...

지금 잠자냥 님 댓글 보면서 ‘아, 나도 긴글 성애자인가?‘ 생각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요, 그렇지만 저 역시 유튭 책 소개 컨텐츠 관심 1도 없고, 저 역시 인스타에 책 사진 올리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 책 사진 별 관심 없고 ㅋㅋ 저는 심지어 책소개 팟캐도 안들어요. 저는 무조건 책을 읽고 책에 대해서라면 알라딘만 보는... ㅋㅋㅋㅋㅋ 굉장히 편협한 사람인 것입니다.

저는 SNS 가 활발해지면서 사람들이 긴 글을 쓰지 않게 된건가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긴 글 읽기도 이제 잘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고요. 저는 꾸준히, 열심히 긴 글을 읽고 쓰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긴 글 놓지말자고요. 페이퍼에도 쓴 것처럼 긴 글이 절대 미덕도, 선도 아니겠지만, 저는 어쩐지 긴 글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잠자냥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저는 이 알라딘 공간에서도 긴 글 적어주시는 분들이 너무 소중해요. 제가 늘상 새 글 등록되면 달려가 읽는 분으로는 대표적으로, 잠자냥 님이 계십니다. ㅎㅎ

성가신 사랑...윽....버려진 사랑...윽... 잃어버린 사랑... 윽..... 아아 사랑이라니. 요즘은 사랑이나 연애.. 생각만 해도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가 다 고갈되어 버리는 느낌이에요. 과연 읽는다고 쓸 수 있을 것인가... ㅋㅋㅋㅋㅋ


아일린 카드리뷰 읽지 말라는 조언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카드리뷰 원래 안읽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드리뷰 관심 없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관심 있는 게 별로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6-26 11:53   좋아요 0 | URL
이글루 ㄷ 님 같은데요? ㅋㅋㅋㅋㅋ 거기 분들은 거의 다 댓글을 비밀글로 다는 와중에 락방 님은 떡하니~ 공개로 댓글을 ㅋㅋㅋㅋㅋ

페이퍼나 리뷰 제목으로 <고갈된 사랑>도 괜찮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전 카드리뷰 책 다 읽고 나서 한번 보는 편인데 대부분 카드리뷰가 스스로 다 스포일러 발설하고 있더라고요. -_-

다락방 2019-06-26 12:25   좋아요 0 | URL
뭐라고요??????????????? ㄷ 님이라고요??????????????????????????

아니 어떻게 우리가 거기에서도 마주치는 거지요?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비밀댓글들이 가득한 그 곳에 떡하니 공개댓글 다는 다락방이 바로 이 다락방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워낙에 비밀댓글을 잘 안다는 편이기도 하고, 게다가 이글루는 비회원이 비댓달면 댓글 단 사람이 나중에 그 댓글을 못봐요 ㅋㅋ 제가 뭐라고 썼는지 기억도 안나고, 거기에 답글 달려도 저한테 하는 말인지 모른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그게 바로 접니다. 맙소사... 역시 사람은 안에서나 밖에서나 어디에서나 잘해야 돼요.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마주칠지 모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을 우리는 학창시절 윤리시간에 ‘신독‘ 이라 배웠지요. 혼자 있어도 몸가짐을 바르게하는.... (응?)


제가 고갈된 사랑... 이 아니라 뭔가 다시 뜨겁게 불타오르는 사랑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만총총.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6-26 12:41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이글루스는 비회원이 비밀글 달면 내가 뭔소리 했는지도 모르는 ㅋㅋㅋㅋㅋ 그래서 저도 요즘엔 아예 안 다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암튼 ㄷ님 그 블로그는 꽤 오래된 만큼 저도 꽤 오래부터 다닌 곳인데 예전에는 다락방이 다락방인줄 몰라뵙고 ㅋㅋㅋ 아 다락방이라는 사람은 참으로 용감하여 마구 댓글을 다는구나 ㅋㅋㅋㅋㅋㅋ 했더랍니다. ㅋㅋㅋㅋ 근데 얼마전엔 드디어 아니 이 다락방이 그 다락방인가 ㅋㅋㅋㅋ 하고 알아뵙습니다요. ㅋㅋㅋㅋㅋ 미치겠다 ㅋㅋㅋㅋㅋ ‘신독‘ ㅋㅋㅋ 다락방님 공부 잘했구나 그걸 아직 기억하다니... 아님 윤리 있는 분인가 ㅋㅋㅋㅋ

다락방 2019-06-26 14:43   좋아요 0 | URL
제가 한 공부‘못함‘ 했습죠. ㅋㅋㅋ 신독은 뭔가 이상하게 인상깊어서 이 나이 되도록 기억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정치경제 시험볼 때 ㅋㅋㅋ 정답이 ‘파시즘‘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뭐지...ㅍ 들어가고 시즘..인데...‘ 하다가 답으로 ‘프리시즘‘ 적어낸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선생님이 이상한 오답이라며 읽어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6-26 14:53   좋아요 0 | URL
ㅍㅍㅍㅍㅍㅍㅍㅍㅍㅍㅍㅍㅍㅍㅍㅍ 회사에서 모니터 보면서 웃다가 울고 있는 이상한 1인 ㅠㅠㅠㅠ

비연 2019-06-26 15:49   좋아요 0 | URL
프리시즘이라는 답에 빵 웃고 만... 비연..ㅎㅎ;;;

다락방 2019-06-26 15:51   좋아요 0 | URL
공부 못한 다락방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6-26 18:59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열심히 글 올린지 이제 3년째에 놀란 사람, 저 하나인가요? @@
이제 긴 글 성애자 많이 모이셨으면
알라딘 제2, 3, 4의 부흥기를 만들어보죠^^ 복작복작 시끌벅적!!

다락방 2019-06-26 21:3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잠자냥님, 이제 3년째라 하시면 그 전에는 대체 어디서 글 쓰고 계셨던 겁니까! 이글루습니까? 그래요? 대답을 해보세욧!

hnine 2019-06-2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5분도 망설임없이 최영미 시인의 새 시집 주문하고 왔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

다락방 2019-06-26 12:26   좋아요 0 | URL
오! 도움이 됐다니 기쁩니다, 나인님!
^_____________________^

비연 2019-06-26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레나 페란테의 책을 보면서 이 사람은 왜 또 3권을 내었나. 지난 번엔 4권이었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하고 있다가 아래 다락방님 글 보고 따라 왔더니만.. 조너선 사프란 포어...으악. 어쩌죠, 어쩌죠. 다 사고 싶네요..ㅜㅜㅜㅜ

다락방 2019-06-26 15:4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요. 아니 지난번엔 네 권이더니 이번엔 또 어쩌자고 세 권이냐.. .이러면서 화가 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권 짜리 내주지 말이야, 돈이 어딨다고 자꾸 돈 쓰게 만드는지 원. 아니 포어는 오랜만에 신간 내면서 뭘 주저리주저리 두 권이나 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6-26 15:51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저도 요즘 예전 알라딘이 그립다 그립다 하고 있어요. 좀더 많은 대화들이 오고가고 좀더 친밀했었던 것 같은.. 물론 늘 지나간 기억이 더 아름다와보이는 법이라... 가진 못했지만 오프라인 만남 얘기도 가끔 올라오고 했었는데 말이죠. 암튼 알라딘만 들어오면 책쇼핑 욕망이 극에 달해버리는 1人.. 다시 책 사러 총총..

다락방 2019-06-26 15:53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예전에 되게 복작복작 거렸던 것 같은데, 요즘 너무 조용한것 같아서 예전 알라딘이 그립더라고요.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 변하기 마련인지라,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해 가는 것이겠죠.

사람들도 바뀌고 분위기가 달라져도 책지름은 달라지지를 않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연 2019-06-26 15:54   좋아요 0 | URL
책지름은 더 심해지는 듯요.,ㅜ

다락방 2019-06-27 08:11   좋아요 0 | URL
엘레나 페란테 까지만 살까봐요... 포어는.. 어떡하지.. 포어도 사야되는데.
저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도 아직 안사고 있어서, 그것도 사고 싶고요. 꼭 읽어보고 싶은데..

ㅠㅠ

순오기 2019-06-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이 그리운 사람, 여기 1명 추가요~
예전 친구들이 많이 안보이지만, 용감한 다락방님은 오래오래 있을테니까 위로가 돼요!♡

다락방 2019-06-26 21:28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반가워요! 순오기님도 많이 바빠지셨죠? 그래도 이렇게 변함없이 가끔씩 들러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참 좋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아마 저는 별 일이 없는한 계속 알라딘에 있을 것 같습니다! :)

조선인 2019-06-2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여기 완전 핫플레이스인데요? 알라디너 다 모인 듯.
그나저나 최작가님의 1인출판사 얘기 너무 슬프네요.

다락방 2019-06-26 21:28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을 제 서재에서 뵙는것도 정말 오랜만이네요! 후훗
최 시인님 시집은 꼭 사서 읽어야겠어요. 불끈!

단발머리 2019-06-26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는 오늘 아침에 놀러 나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페란테 신간 소식을 알고는 깜놀했다고 합니다.
책소개 앞부분만 조금 읽었는데 그만 읽고 책을 사야겠지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이 순간, 포어를 모른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최영미 시인의 신간까지 합하면 4권이라는 기쁜 소식입니다.


전 알라딘의 옛날을 모르는 새얼굴인지라(^^) 그 때가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서도, 그 때가 그립다는 말씀들은 이해되네요.
결국은 사람이니까요, 그리운 건 사람이지요.

다락방 2019-06-27 08:10   좋아요 1 | URL
제가 엘레나 페란테 신간 나온 거 보면서, 아아, 단발머리님은 알고 계실까, 단발머리님은 지금 어떤 기분이실까..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후훗. 아니나다를까, 책을 사야겠지, 생각하고 계셨군요.

저는 나폴리 시리즈 전자책으로 읽었었기 때문에, 이번 것도 전자책으로 읽을까 어쩔까, 그걸 갈등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책 들고 다니는 것은 너무나 힘들어요. 그렇지만 읽는 맛은 사실 종이책이 더하고... 살거면 종이책으로 사는 게 낫지 않나 싶고... 네, 저는 안산다! 라는 갈등보다는,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를 갈등하고 있는 것입니다. 꺄울.

저는 7월달에 지르렵니다. 그런데 저.. 그 뭣이냐..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그 책도 아직 안샀는데. 왜때문에 이렇게 여러권수의 책들이 나와서 저를 힘들게 하는걸까요, 단발머리님? 책 안사겠다는 저에게 세상은 왜 이러는 걸까요? 대답좀 해봐요, 단발머리님! ㅠㅠ


네, 그 때가 그리운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또 지금대로 좋은 것도 있어요. 일단 제가 변함없이 읽고 쓰기도 하고 있고,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단발머리님과 같은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지금도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

단발머리 2019-06-27 09:10   좋아요 1 | URL
아~~ 다락방님이 엘레나 페란테 신간 소식에 제 생각을 하셨다니, 정말 이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엘레나 페란테랑 엮이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보려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폴리 시리즈>, 저는 1권만 전자책으로 읽고, 두권은 도서관에서 그리고 나머지 한권은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읽었구요. 그러고는 원서를 사서 다시 한 번 천천히 음미하며 1독을 했더랬죠. 아, 행복했던 시간이여~~~ 제가 저번주에 읽었던 <다시, 책으로>의 저자는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기억하는데 유리하다는 조사결과를 말하더라구요. 근데, 저도 사실 요즘에는 종이책보다 전자책에 자꾸만 손이 가요, 손이 갑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책도 책이지만 다락방님 리뷰가 너무 기대되서, 얼른 7월이 왔으면 좋겠어요.
7월은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걸까요? 세상은 저에게 왜 이러는 걸까요? 대답 좀 해봐요, 다락방님~~~~~

변함없이 읽고 쓰고 이야기하는 다락방님이 계셔서 알라딘이 참 좋아요. 저와 같은 알라디너 분들 많으실 거예요. 암요, 암요!!!
 
여름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여름>이라는 책을 써보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어릴 때는 막연하게 내가 태어난 계절이어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여름이 아닌 다른 계절을 여름보다 더 좋아한 적이 없다. 나는 땀이 많이 나도 여름이 좋다. 낮이 긴 여름이 좋다. 아침에도 환한 여름이 좋고 퇴근 무렵에도 역시 환한 여름이 좋다. 뜨겁고 밝은 여름이 좋다.


여름이 좋아서일까, 여름에 대해 얘기하는 소설도 좋았다. '에쿠니 가오리'는 자신의 소설에서 여름에 떠난 남자를 그리워하기도 했고, 나는 그래서 그 소설을 읽으며 좋아했더랬다. 얼마전에는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여름'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도서관에서 <카티야의 여름>을 빌려와 읽었다. 당연히 <그해, 여름 손님>도 사두었는데, 영화를 보고는 영화(콜 미 바이 유어 네임)가 싫어서 책을 안 읽고 있다. 종이책이면 팔아버리기라도 하겠는데 전자책이라 어쩔 수가 없네. 낭비되는 디지털.. 그렇다. 여름이 들어간다고 다 좋지는 않아서,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도 별로였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도 내가 너무 이해할 수 없는(이해하기 싫은) 남자들의 정서가 꽉꽉 눌러담긴 책이었고. '윌리엄 트레버'의 <여름의 끝>도 읽었는데, 그러고보니 사람들이 '여름'에 대해 얘기할 때면, 뜨겁게 사랑하다 떠나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다. 인생에 다시 못올 강렬한 사랑은 다들 여름에 온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 <우부메의 여름>은 강렬한 사랑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이런 내가 '이디스 워튼'의 《여름》을 읽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디스 워튼인데, 무려, 여름이라니. 나는 입원한 병실에서 가장 먼저 여름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다.




'채리티'는 아직 스무살이 채 되지 않았다. 마을의 명망있는 '로열 변호사'는 채리티가 어릴 적에 산으로부터 그녀를 데려와 같이 살았다. 후견인 정도가 될 수 있을텐데, 이 소설 속에서 '산'이라 함은 가난과 위험, 지저분함과 수치스러움의 상징이었다. 채리티가 그런 곳에서 살지 않도록 마을로 데려와 키워준 사람이니 로열 변호사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채리티에게 그렇게 말했다.


로열 변호사의 아내가 죽고, 로열 변호사는 어느날 채리티가 혼자 잠든 방의 문을 열려고 시도한다. 채리티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그녀의 나이 열일곱이었고, 그녀는 로열 변호사가 술을 더 꺼내 마시려고 한다던가 아내가 있다고 착각한 것인줄로만 알았지. 그러나 며칠 후 로열 변호사가 그녀에게 청혼을 하자, 그제야 그 날 밤의 의미를 알게 되는 거다.


교육을 많이 받지 않았던 채리티이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혼자 서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는 아버지 같은 로열 변호사가, 노인의 모습을 한 그가 자신에게 청혼하자, 자신을 데려다 키워준 사람이지만, 이렇게 얘기한다.



"저하고 결혼하고 싶다고요? 저하고요?" 그녀는 경멸하는 웃음을 지으며 내뱉었다. "전날 밤 그걸 부탁하려고 찾아온 거였군요? 어떻게 되신 거 아니에요? 거울을 들여다본 지 얼마나 되었나요?" 그녀는 오만하게 자신의 젊음과 힘을 의식하며 몸을 꼿꼿이 폈다. "가정부를 두는 것보단 저하고 결혼하는 게 돈이 덜 든다고 생각한 모양이지요. 이글 군에서 아저씨가 가장 인색한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아저씨는 두 번씩이나 그런 식으로 공짜 살림을 맡길 순 없을 거예요."

로열 씨는 그녀가 말하는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잿빛을 띠었고, 검은 눈썹은 마치 그녀가 내뿜는 경멸의 불길 때문에 눈이 먼 듯 떨렸다. (p.39)



나는 채리티가 그 앞에서 바로 경멸을 드러낸 것은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로열 변호사가 자신과의 결혼을 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른다고 생각한다. 너무 순진한거지.. 로열 변호사가 딸뻘되는 채리티에게 결혼하자고 한게 과연 공짜 살림을 맡기기 위함이었을까. 에휴.. 그만하자.



채리티는 돈을 벌어 이 마을을 떠나기 위해서 마을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곳에 이 마을의 청년이 아닌, 낯선 청년 '하니'가 찾아온다. 책도 많이 읽었고 공부도 많이 하고 집안도 좋은 청년. 채리티는 이 여름 이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순간순간 채리티는 자신이 하니에게 부족한 상대라고 생각하지만(그와 책으로 상대할만큼 많은 책을 읽지도 않았다), 그에게 푹 빠져버린다. 그를 사랑한다. 그와의 사랑을 로열 변호사가 질투하며 바라보지만, 그녀는 그 사랑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간혹 마을 처녀들이 결혼 전의 불장난으로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게 되면 몹쓸 여자가 되어버린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설마.... 숲 속 외진 곳, 아무도 모르는 곳이 그들의 비밀장소. 채리티와 하니는 그곳에서 늘 만나 사랑을 속삭이고 열정을 불태운다. 채리티와 하니가 둘이 다른 마을에 놀러갔다가 로열 변호사에게 들켜 채리티는 '갈보'라는 욕을 들었었는데, 이 외진 곳 역시 로열 변호사에게 들키고 만다. 그러나 로열 변호사는 알고 있었다. 하니가 채리티랑 이렇게 열정을 불태운다고 해서 그녀와 끝까지 함께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여기가 자네 집인가?" 그가 물었다.

하니가 웃었다. "글쎄요 …… 누구 집도 아니죠. 어쩌다 스케치하러 이곳에 옵니다."

"미스 로열의 방문도 받고 말이지?"

"고맙게도 그녀가 제게 ……"

"이곳이 바로 결혼해서 그녀를 데리고 올 집인가?"

숨 막힐 정도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채리티는 분노로 부르르 몸을 떨면서 갑자기 앞으로 다가갔지만 너무 풀이 죽어 말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 노인이 뚫어지게 쳐다보자 하니는 두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나 곧바로 두 눈을 다시 쳐들고 로열 씨를 단호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미스 로열은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그녀가 마치 어린아이인 것처럼 말하는 건 좀 우스꽝스럽지 않습니까? 어느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그녀 마음대로 오고 가고 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덧붙였다. "그녀가 제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든지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로열 씨는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렇다면, 그가 언제 결혼해줄지 한번 물어보거라 ……" 또다시 침묵이 흘렀고, 이번에는 로열 씨가 웃었다- 삐꺽거리는 소리가 나는 단속적인 웃음 말이다. "그렇게 못하잖아!" 그는 갑자기 감정을 폭발하며 소리를 질렀다. 채리티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위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처롭게 간곡히 타이르기 위해서 오른팔을 쳐들었다.

"넌 그렇게 못하잖니. 넌 그걸 잘 알고 있지 …… 그리고 왜 못하는지도 말이야." 로열 씨는 다시 젊은이를 향해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넨 왜 저애한테 결혼하자고 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어. 왜 그럴 생각이 없는지 말이지. 그건 자네가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거든. 어떤 다른 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야." (p.227-228)



그렇다. 채리티는 알고 있었다. 이 여름, 이 청년과 뜨겁게 사랑하지만, 이 청년이 자신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이 청년은 다른 집안 좋은 여자와 약혼한 사이라는 것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어 알게되었다. 이 외진 숲속 집으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달려오는 남자지만, 자신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하지는 않는 남자다. 그녀는 그의 달콤한 속삭임을 듣고 그의 몸에 자신의 몸을 던지기는 하지만, 혹여라도 마을에 도는 얘기처럼 자기가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고 몸을 파는 여자로 되는 건 아닐지 두렵고 무섭다.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미래는 그와 결혼하는 그녀가 아니었다.



채리티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하니에게 주었다-그러나 삶이 그에게 줄 수 있는 다른 선물과 비교한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녀는 이런 일을 겪은 자신과 같은 다른 젊은 여자들의 경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것을 모두 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것 가지고는 짧은 순간밖에 살 수 없었던 것이다 …… (p.217)




여름은 지났고 그는 돌아갔다. 자신의 약혼 문제를 정리하고 돌아오겠노라 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은 하니도 알고 채리티도 알고 로열 변호사도 알고 나도 안다. 그리고 그녀는 임신을 했다. 낙태를 하러 갔지만 낙태를 할만한 충분한 돈도 없다.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이나 경멸했던, 그러나 자신이 태어났던 산으로 가고자 한다. 내가 갈 곳은 거기 뿐이구나, 거기 뿐이야. 더럽고 수치스럽고 가난한 그곳. 그 곳에 가기는 싫었는데, 나는 그곳으로 가야만 하는 거구나.



그렇게 산으로 찾아든 그녀에게 로열 변호사가 찾아온다. 자신보다 나이가 훌쩍 많은 아버지같은 로열 변호사는 그녀에게 다시 결혼을 청하고, 이 인자하고 책임감있고 위엄있는 변호사와 그녀는 결혼한다. 결혼한 후, 하니에게 편지를 보낸다.




저는 로열 씨와 결혼했습니다. 언제나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p.316)



어차피 하니는 채리티에게 오지 않았을 것이다. 채리티 역시 그걸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녀가 로열 변호사와 결혼한 건,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니까. 하니가 돌아올거라 확신했다면 그녀는 로열 변호사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대로 아이를 낳는다면, 자신이 산에서 버려졌던 것처럼, 산에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자가 되었을 것이고, 그녀가 낙태를 했다면, 기존에 낙태를 하고 몸을 파는 여자가 되었던 마을 다른 여자처럼 될 것이다. 그녀가 낙태 하기 위해 찾아갔던 의사(?)는 나중에 그 사실을 빌미로 그녀를 협박한다. 그 여름을 뜨겁게 보낸 건 하니와 채리티인데, 비참한 결혼을 하고 낙태로 협박을 당하고 절망에 휩싸이게 된 건 채리티 혼자다. 하니는 약혼을 정리해볼게, 라고 말하고 떠났지만, 과연 그가 그 약혼을 정리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최선을 다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말이 왜이러나 싶을만큼 막판에 채리티는 로열 변호사를 굉장히 훌륭한 어른인듯, 그러니까 기존에 자기가 잘못봤던 것처럼 그를 올려친다. 옮긴이는 그걸 채리티의 성장으로 보고 로열 변호사의 성장으로 보지만, 나는 그것을 성장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채리티의 성장이 아니라 체념이다. 체념. 자신의 젊은 육체를 한껏 뜨겁게 하고 떠나버린 청년, 신분의 차이로 그의 옆에 있을 수 없게 되자 그녀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남자. 그런 남자를 계속해서 싫은 남자로 보기 보다는, 내가 잘못 본걸거라는 자기 최면. 어떻게 자기에게 갈보라고 욕한 남자를 훌륭한 남자라고 좋은 아저씨라고 다시 생각하게 될 수 있나.




나는 이래서 여자 소설가의 번역을 여자 번역가가 해주기를 바란다. 이 옮긴이가 어처구니 없는 건, 뒤의 <작품 해설>에서도 드러나는데, 자, 우리 다같이 빡치며 읽어보자.



편지 끄트머리에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는 채리티'라고 적는 것을 보면 하니에 대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하니가 자신보다는 애너벨을 먼저 알고 있었고, 또한 결혼하기로 약속했다면 채리티는 그를 기꺼이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다. 의무감에서 자신과 결혼하기보다는 약혼자와 결혼하는 쪽이 '옳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채리티가 이 편지에서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참으로 놀랍다. 임신한 아이를 볼모로 떠나간 애인을 다시 붙잡으려고 애쓰는 여성을 우리는 현실에서나 소설에서나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작품해설, p.339)




하아-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어.

지금 뭐하는 거야. 저게 말이야 방구야.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읽어봐도 막말이다. 미쳤나.. 어떻게 '임신한 아이를 볼모로 떠나간 애인을 다시 붙잡으려고 애쓰는 여성' 이라고 여기에 써놓나. 어떻게 이디스 워튼 소설에 ..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에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임신한 아이를 볼모로? 채리티가 하니 붙잡으려고 억지로 임신했냐? 이 남자랑 결혼해서 팔자 고쳐야지 싶어서 부러 임신한거야? 임신은 혼자 하냐? 임신하고 싶다고 채리티가 울고 매달렸나? 그 숲속으로 매일 찾아온 게 하니인데? 지가 좋다고 그 여름에 와서 뜨겁게 안아놓고 떠난 남자인데, 뭐라고? 임신한 아이를 볼모로.. 어쩌고 어째? 하아- 채리티는 마지막에 그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썼지만, 나는 그 사랑안에 이미 하니가 어떤 남자인지 알고 있다는 채리티의 마음이 담겨있다 본다. 그리고 채리티는 알고 있다. 하니가 싸튀충인 것을. 아니, 생각을 좀 해보세요. 임신한 아이를 볼모로 남자를 협박하는 여자들이 많은지 싸튀충이 많은지. 그리고 임신한 아이를 볼모.. 라니. 임신이 여자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좀 하자. 아니 어떻게 저런 말을 쓰지? 어떻게 저런 말을 이디스 워튼의 소설에 해설이라고 떡하니 써놓을 수가 있지? 노어이... 어이가 노합니다.. 어이 이즈 존재 무...


뜨거운 여름을 안겨줬지만 서늘한 소설이잖아, 결말에 대해 너무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옮긴이의 작품해설이 소설을 망쳐버렸다. 옮긴이의 작품해설이 이디스 워튼의 여름을 망쳐버렸어. 한심한 남자가 둘씩이나 나오는 소설에서 '오, 한심한 여자가 아니라니 놀랍잖아?' 하는 해설이라니...



이디스 워튼의 여름이 아쉽다. 아주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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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6-2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하셔서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했는데, 김욱동 해설 이야기였군요. 전 이 책 읽을 때 그렇게까지 불쾌했던 기억이 없었는데 ㅋㅋㅋ 다행히 김욱동의 저 해설을 안 읽어서 그랬었나봐요. <여름>보다는 <겨울>이 저는 더 좋았는데, 안타깝게도 그 책도 김욱동이 번역했어요. ㅎㅎㅎ 이디스 워튼 국내 번역작은 그래도 여성 번역가들이 꽤 옮긴 것 같은데, 문학동네 <여름> <겨울>은 왜 하필 ㅋㅋㅋㅋ <겨울>은 <이선 프롬>으로 문예출판사에서도 나와 있으니 (안 읽어보셨다면) 한번 읽어보세요. 특히 겨울에 읽으면 더 좋을 거예요....

잠자냥 2019-06-25 09:56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쓰고 나서 문예출판사 <이선 프롬> 찾아보니 다락방 님 글이 여럿 달려 있네요. ㅎㅎ 오래전에 쓰신 글이라 지금 잘 읽어봤습니다...!

다락방 2019-06-25 10:05   좋아요 0 | URL
저 김욱동의 해설 읽다가 너무 빡쳐서 중도에 그만뒀어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원... ‘우왕 채리티 개념있어, 애있다고 남자 발목 안붙잡아~‘ 이러고 있잖아요? 너무 싫음 ㅋㅋㅋ 어떻게 이디스 워튼 책에 저런 해설을 써다 붙였는지 원.

안그래도 겨울도 읽어봐야지 했거든요. 또! 김욱동이더라고요. 저 진심 문동에 다른 번역가로 개정판 내달라고 이메일 보낼까.. 생각도 했어요. 이선프롬 읽은지 오래되어서 겨울 로 다시 읽어볼까 했거든요. 그러면 옛날과 다른 감상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아.. 진짜 남자 번역가가 여자 소설 번역하면 뜻을 제대로 파악 못하는 것 같아요. 전 너무 딥빡이 옵니다.. 하아-

syo 2019-06-2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김욱동 검색 때려봄.... 주로 민음사가 밥줄이군요. 저도 몇 개나 읽었구요...

다락방 2019-06-25 15:41   좋아요 0 | URL
이게 2009년의 책인데.. 저때는 저런 해설을 썼어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렵니다. 많이 달라지지 않으면 퇴보하는 거잖아요. 아직까지 저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건, 설마 아니겠죠... 책도 읽고 번역도 하시는 분이.... 저는 너무나 충격적인 해설을 본 것입니다.... 하아-

뒷북소녀 2019-07-0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겨울의 끝>만 알았는데 <여름>도 있다니. 어쨌든 이 책 읽어보고 싶어요. 이디스 워튼 때문에요.

다락방 2019-07-07 21:01   좋아요 0 | URL
네, 이디스 워튼이라 저도 읽었습니다. :)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이게 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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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6-2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이런 반응 많았어.

다락방 2019-06-25 02:00   좋아요 0 | URL
돈아까워요 😭

syo 2019-06-25 08:26   좋아요 0 | URL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읽은 사람으로서 주의 말씀을 드리는 거였는데.....

드린 것 같은데??? 🤔

다락방 2019-06-25 08:29   좋아요 0 | URL
네, 쇼님 덕분에 새책을 사진 않았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이었어..
쇼님이 주의를 주신 덕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려고 하였지만 도서관에 없었고... 그리하여 중고책으로 사서 읽었는데..중고책 가격도 넘나 아까웠던...
이것은 딱! 도서관에서 꺼내 읽고 다시 넣어두고 오기에 적합한 책이었던 것입니다!!

쇼님은 나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

syo 2019-06-25 08:38   좋아요 0 | URL
알찬 친구 syo.....😎

블랙겟타 2019-07-2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이책을 이미 읽으셨군요!
저도 다행히(?)도서관에서 꺼내 읽고 있습니다만... 읽어보니 책방에서 일어난 가벼운 황당 에피소드 집 같은거 였군요..

다락방 2019-07-29 12:44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읽으신다니, 너무 현명하십니다! 저는 중고로 샀지만 돈 아까워서 흑흑 ㅠㅠㅠ

블랙겟타 2019-07-29 13: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또르르...) ( ˃̣̣̥᷄⌓˂̣̣̥᷅ )
 
아무튼, 요가 - 흐름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 아무튼 시리즈 21
박상아 지음 / 위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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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요가를 처음 시작하면서 그것이 단순 스트레칭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고, 내 몸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뻣뻣함에 놀랐었다. 처음한 프로그램은 '빈야사' 였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근육통이 올 수 있다는 걸, 살면서 처음 경험했다. 요가가 이렇게나 힘든 운동이었다니, 팔과 다리와 배가 모두 운동을 하면서 소리지르는 그런 운동이라니. 맙소사.


다음날의 근육통은 그러나 비크람을 맞이하고 별 게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비크람은 핫요가인데 수련실의 온도와 습도를 높여놓고 26가지의 정해진 시퀀스에 따라 움직이는 요가를 말한다. 온도와 슾도가 높으니만큼 지치기도 쉽고 초보자는 속이 울렁거릴 수도 있다. 선생님은 호흡에 대해 중요하다 말씀하시고, 혹여라도 어지러우면 언제든 쉬어가라 하셨다. 나는 요가에서 호흡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완전 초보였고, 억지로 억지로 시키는 동작들을 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수업을 마친 후의 나는 바로 기절 직전이었고, 내 몸에 손을 댔던 선생님은 몸이 너무나 뜨겁다며 놀라셨다. 게다가 얼굴도 시뻘개졌었어. 나는 이것이 단순히 요가 동작을 따라하는 데서 오는 힘듦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아, 다음날인 토요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점심무렵까지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했어. 이건 근육을 쓰는 데서 오는 근육통의 수준이 아니었다. 답답하고 불편했다. 몸을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간 운동부족이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건가 했는데, 다음 비크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내게 호흡하라고 옆에서 말씀해 주셨다. 숨쉬라고. 그렇게나 얼굴이 빨개지고 온몸이 뜨거워지는 건 내가 숨을 참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동작이 어려우면 따라하기 위해 나도 몰래 숨을 참게 되는데, 선생님이 '숨 쉬세요!' 하면, '아, 내가 숨을 참고 있었구나' 깨닫게 된 것. 숨, 호흡, 그게 그렇게 중요해? 나는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고에 집중했다. 그래도 어느틈에 참게 되는 순간이 있었지만, 의식적으로 숨을 쉬어야한다고 계속 내가 내게 말했어. 덕분에 두번째 비크람은 첫번빼 보다 나았고, 세번째는 두번째 보다 나았다.




"재클린, 나는 수업을 하다가 15분쯤 지나면 속이 너무 안 좋아서 화장실에 뛰어가야 해. 왜 그런 걸까?"

"아, 내가 보니까 넌 숨을 안 쉬어. 숨을 쉬어, 상아!"

그 말을 듣자마자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1년 동안 얘길 안 해준 거야?' 어쨌든 그 때부터 숨 쉬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숨을 쉬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수련을 하니 그동안 내가 정말 숨을 제대로 안 쉬면서 요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옆사람보다, 앞사람보다, 뒷사람보다 잘해 보이려고 힘든 자세에서 숨을 참으면서 자세를 억지로 만들다 보니 자꾸 숨을 멈추고, 안 그래도 핫요가라서 요가룸이 뜨거운데 숨을 멈추니 호흡이 곤란해져서 토하러 가는 상황이 자꾸 발생했던 것이다. (p.37-38)



이 책의 저자 역시 비크람 수업 시간에 숨을 쉬는 걸 잊어 토하러 가곤 했단다. 아아, 나의 비크람과 겹쳐져 내가 다 고통스러웠어. 내가 다음날 일어나지 못하고 끙끙 앓고 누웠던 것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나쁜 기운이 바깥으로 나오지를 못하고 내 몸안에 고스란히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게 호흡을 잘하면 순환이 되서 나온다는데, 내가 그걸 못해서 내 안에서 그것들이 그대로 고여있었던 것. 그러니 몸이 아프고 불편하고 답답했던 거다.



아직 나는 요가의 호흡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들숨과 날숨의 길이가 쉬이 같아지질 않는다. 그래도 계속해서 '호흡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인지하고 있다. 여전히 놓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의식적으로 호흡, 호흡 하고 있어.


덕분에 비크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가가 되었다. 처음엔 끙끙 앓아 눕게 만들었던 요가가 비크람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요가 프로그램이 되어, 매달 나오는 시간표에 비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없으면 센터에 건의를 한다. 비크람을 좀 넣어주세요, 하고. 특히나 비크람은 음주 후 다음날에 하면 와- 세상 천국을 보여준다. 몸 안에 고여있던 술이 다음날 온 몸의 땀구멍을 통해 빠져나와, 내 몸은 깨끗해지고 깨끗해지고 깨끗해진다. 만세! 여러분, 어깨에서도 땀이 나는 거 알아요? 어깨와 윗팔에서도 땀이 나는 걸 비크람이 내게 알려줬다. 만세! 내 안의 노폐물이여, 나오너랏!




이 책의 저자는 패션업계에서 일하기 위해 뉴욕을 찾았다.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영어 점수가 좋아야했는데, 토플 점수가 좀처럼 잘 나오질 않아, 그간 매일 했던 요가 자격증을 좀 따볼까 하는 마음으로 강사 자격증을 딴다. 그러나 언어는 여기에서도 문제라, 처음 시범 수업을 맡게 되었을 때 크게 당황해 예정보다 수업도 일찍 끝내고 그 수업은 실패로 끝난다. 사람들에게 내 말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고 자신 역시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 그녀는 요가를 하면서도 공황장애를 앓게 된다. 힘들고 벅찬 가운데에서도 한 번 더 제대로 수업해보고 싶은 마음에 수업을 다시 하게 해달라고 얘기해보지만, 센터에서는 좀처럼 그녀에게 수업을 맡기지 않는다. 그녀의 첫 수업 실패는 너무 혹독했다. 매일 찾아가 센터의 일을 도우면서 어떻게든 기회를 따내보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질 않는다. 그렇게 힘들면서도 그녀는 여러 프로그램의 강사 자격증을 다 따내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신이 토플 점수도 예전보다 훨씬 잘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이제 패션계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녀는 요가 강사를 자신의 직업으로 택한다.


그녀가 요가를 하는 것은 그저 요가만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다른 문화를 알고 익혀야 했고 다른 언어를 알고 익혀야 했다. 요가에서 되지 않는 동작이 있을 때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하고 넘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수련을 했고, 집에서 먼 곳에 있는 곳이라도 수련을 위해서라면 찾아갔다. 그러다보니 어느 틈에 그녀는 자신이 처음 설정한 목표대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요가를 알려주는 전문적인 요가 강사가 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사람은 뭘 했어도 성공할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이 선택한 게 요가였지만, 요가가 아니었어도 이 정도의 노력이라면 성공했을 거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하는 말들을 녹음해 집에 와 반복해 적고 외우는 과정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되지 않는 동작들을 넘어져가며 배우는 그 시간들은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가. 먼 데까지 강연을 가는 그 시간들은 또 어떻고. 그녀는 요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는다. 그런 그녀가 목표했던 동작들을 해내고 또 목표했던 삶을 살아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니, 이런 사람이 성공하지 않으면 누가 성공한단 말인가.



그녀가 낯선 언어들 틈에서 간신히 거울로 다른 사람들의 동작을 따라하며 요가를 시작할 때, 어떻게 이런 큰 스트레스를 견디는가 싶었다. 어떻게든 해보고자 선생님의 구령을 녹음하고 따라 풀어 쓰며 외울 때는, 나였으면 결코 이정도까지 할 마음을 먹지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공황장애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굳이 한걸음 더 나아가는 데에는 말해 뭐해, 나였으면 아마 진작에 포기했을 거다. 게다가 그녀는 더 나은 요가를 위해 채식을 선택한다. 숙련자 과정에서 만난 60대의 여성분이 채식을 한다는 말을 듣고 그녀 역시 채식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러자 그동안보다 더 동작이 깊어지게 된 것. 아아, 역시 내가 따를 수 없는 경지다. 그녀의 최선을 다하는 이 과정들을 보노라니, 그녀의 노력이 여기까지로 그녀를 이끌게 된 건 너무나 당연해 보였고, 그래서 결코 내게는 올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항상 '2년이나 요가 했는데 여전히 요가를 못해' 라고 해왔던 내가 얼마나 오만한가를 깨달았다. 햇수로 2년이지만, 나는 과연 2년간 어떤 성과를 가질 수 있을만큼의 요가를 했던가? 일주일에 고작 2-3일 나갈 뿐이고, 그마저도 한시간 수업이 전부인데, 그것이 내 요가의 전부인데 내가 2년이나 했는데 여전히 못한다며 징징대는 것은 아아, 얼마나 오만한가. 작가가 오랜 시간 노력해 해온 동작들을 내가 이만큼의 시간과 노력으로 얻는다면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게 아닌가. 나는 노력하지 않았다. 나는 애쓰지 않았다. 그런 내가 요가를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2년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2년을 온전히 요가에 투자한 것도 아니었어.




크리야(Kriya)란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쿤달리니(Kundalini)라 불리는 척추 에너지를 깨우는 수련으로 이 에너지가 깨어나면 전에 없던 지혜와 통찰력, 그리고 창조성 등이 생긴다. (p.121)





결국 이 책의 작가는 쿤달리니를 경험한다. 몸이 떨리고난 후 삶에 있어 자신감이 생기고 두려움이 없어지며 아이디어가 샘솟기 시작한 것. 와. 너무 대단했지만, 내가 결코 이를 수 없는 경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생애 내가 요가를 잘하는 것은 안되겠구나, 나는 바라는 것 조차도 이 경지는 아니었어.




에세이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난다는 데 있다. 그말인즉슨,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 글을 쓴 사람에 대해 인간적인 호감이 생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해 호감이나 매력이 생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와,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지는 못할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 좀 거리감이 느껴졌달까. 그러나 그녀가 어디에서 무얼하든 성공할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이토록이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성공은 따라올 수밖에 없어. 결국 그녀는 자신이 10년후의 목표로 잡았던 것을 더 짧은 시간내에 이뤄낸다. 그녀니까, 그렇게나 최선을 다해 요가에 집중한 그녀니까 가능했다.

또한 그녀는 더 성장했다. 자신만 보던 사람이 타인을 볼 수 있게 되었다면 적절한 표현일까. 요가를 받아들임으로써 더 성장하는 그녀가 이 책 안에 있었다. 어떤 사람은 굳이 실수나 실패 없이 깨닫게 되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반드시 실수나 실패 뒤에야 다음부터 이러지 말자, 하게 되는데, 작가는 후자였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거나 기분 나빠했을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러니 그러지 않고 미리부터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잘못을 알고 고치고자 했다는 것은 의미있다.



나는 지금 요가를 쉬고 있다. 병원에서 한 달간은 요가를 쉬는 게 좋을 것 같다해 그렇게 하고 있는데, 요가를 하지 않은 일주일을 보내고나니 너무 요가를 하고 싶어지는 거다. 마침 수업 때 선생님이 '락방씨는 등의 힘을 길러야 해요, 코브라 자세 집에서 연습하세요' 했던 게 떠올라 엊그제 밤에 코브라 자세를 취하는데, 앗, 수술한 부위가 땡기는 거다. 안돼, 아직 안되겠다. 조금 더 있다가 시도하자, 하고 이내 포기했는데,


어제 이 책을 읽으면서 당장 비크람 하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이 책에는 비크람의 자세들이 소개되는데, 비크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가 프로그램이지만 여전히 힘든 동작들이 많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나도 얼른 비크람 하고 싶다. 나는 강사가 될 수도 없겠지만, 쿤달리니? 와- 그건 감히 꿈도 못꾸겠지만, 그래도 하고 나서의 개운함을 느끼는 정도로 만족하며 건강하게 지내야지. 열심히 요가 하는 사람의 책을 읽고 느끼기엔 적합하지 않은 감상이지만,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지는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녀가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걸 보는 건 대리만족의 기분도 느껴지지만, 사실 '어휴, 어떻게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하며 내가 대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너무 열심히 하는 걸 보는 것도 어떤 면에선 스트레스가 와. 나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자신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진 말아야지. 다만,



인생에서 요가를 놓지 말자, 는 생각은 하고 있다. 나는 어쩌면 평생 가야 다리 찢기가 안될 지도 모르고, 평생 가도 머리 서기는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계속계속 사지를 쭉쭉 힘주어 뻗는 일만큼은 멈추지 말아야지. 당장 명상도 제대로 못하지만, 더 잘하기 위해 이를 악물거나 하지는 말아야겠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건, 이번 생애 요가에 있어서만큼은 난 아니야.. 내 몫이 아니다. 요가를 더 깊이 잘하기 위해 고기를 끊는 것까지는 와- 노노. 나는 그 길로 가지는 못하겠어.



나는 그저 즐겁게 사지를 뻗으며 살겠다. 쭉쭉.





요가에는 잘하고 못하고가 없다. 내가 나의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또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하는데 왜 잘하고 못하고를 남이 평가하려 드는가? 이것은 마치 내가 건강을 위해 또는 정신수양을 위해 매일 새벽 약수터에 가는데 사람들이 내가 약수터에 잘 가고 못 가고를 참견하는 것과 같다. - P9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미국에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에 잘 다니던 일본계 패션 회사를 그만두고 2011년 뉴욕으로 유학을 결심했다. 이미 일본에서 유학에 성공한 경험이 있기에(스물네 살에 120만 원을 들고 일본으로 떠났다. 5년간 알바를 병행하면서 혼자 힘으로 공부를 했고, 스물아홉 살에는 일본계 패션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뉴욕에서도 잘해낼 줄 알았다. 미국에 가면 얼마 안 돼 언어도, 직장도 다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때 난 내가 일상회화 정도는 되는 영어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막상 뉴욕에 와보니 나는 일상회화는커녕 스타벅스에서 커피 하나도 제대로 주문하지 못하는 레벨의 영어를 하고 있었고, 미국 소재의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오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외국계 패션 회사에 취업하기가 어렵다는 것, 그리고 막상 취업이 된다해도 취업 비자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3

영어학원에 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뉴욕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물가가 너무 비싸고 돈이 많이 드는 곳이었다. 시간만 많고 돈이 없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나보다 먼저 뉴욕에 와서 자리를 잡고 살던 친구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더니 친구는 5불만 내면 되는 요가원이 있으니 한번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나는 요가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 P13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2분 샤워는 내 인생을 많이 바꾸어놓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운동 후에는 꼭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운동하는 것보다 이후의 과정이 짐스럽게 느껴져 헬스장을 끊어놓고 한 번 가고 안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런데 요가 자체에 재미를 느끼다 보니 어쩔 수 없이 2분 샤워에 맞추게 되고, 그러다 보니 화장도 하지 않게 되고, 머리는 자연 건조로 마르게 그냥 내버려두거나 묶게 됐는데 그게 매우, 꽤 괜찮은 것이다. 샤워에서부터 화장까지 한 시간이 걸리던 일상이 2분으로 줄어들면서 58분이라는 시간 동안 센트럴 파크를 걷거나 브라이언 파크에 샌드위치를 사들고 가서 사람들을 구경하며 느긋한 점심을 먹거나 또는 그냥 요가 매트를 깔고 공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조급해지던 2분 샤워는 오히려 내게 느긋함을 선물해줬다. - P29

하다 보면 늘겠지란 막연한 기대로 하루에 비크람 요가 수련 한 번, 빈야사 요가 수련 두 번, 그렇게 무식하게 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수련을 하면서 대충 빈야사 요가가 무엇인지 감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빈야사 요가 수업도 핫요가 때처럼 여기저기 수업들을 찾아다니면서 녹음을 하고, 내가 알아듣고 따라서 말하기 쉬운 선생님들의 구령을 받아 적고 조합해서 외우기 시작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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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9-06-2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를 매일 꾸준히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 ! 열정에 박수를 매우 많이 보냅니다. ^^

다락방 2019-06-24 17:47   좋아요 0 | URL
제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건 딱히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 읽는데 요가에 대한 저의 게으름이 느껴지면서, 아 못하는 건 너무 당연하구나 징징대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ㅎㅎ

댓글 적어주신 걸 보니, 이제 자주 오시는겁니까?

Nussbaum 2019-06-24 19:30   좋아요 0 | URL
문득 생각해보니 여러 알라딘 이웃에게 댓글을 못달고 있었네요.

알라딘 들러 그냥 눈팅만 하지 말고 안부 인사도 잊지 않고 남기고 해야겠습니다.

blanca 2019-06-24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크람 요가는 안 해봤는데 이거 당장 해봐야겠네요. 저는 홈트합니다. 홈트 요가 ㅋㅋ 한때 요가의 모든 동작을 정복해보겠다고 물구나무섰다가 무서워서 다리 못 내려 죽는 줄 알았어요. 어, 근데 다락방님 어디 아프신가요? 우리 다 같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이 책 전자책 다운받아 놓고 읽지 않았는데 님 페이퍼 보니 읽어봐야겠군요! 다락방님 얘기한 그 인문만화고전 있나 싶어 대여점 갔는데 아쉽게도 없더라고요.

다락방 2019-06-25 07:35   좋아요 0 | URL
저희 센터 같은 경우는 기계로 온도랑 습도를 높이거든요. 한여름에는 기계로 높이지 않고 그저 바깥 온도에 의지합니다. 그래도 충분히 비크람 온도가 되기 때문에요. 5-6월에 홍콩이나 베트남에 가면 비크람 하는 그 온도가 바깥 날씨인 것 같아요. 작년 5월에 여동생과 홍콩에 도착해서 ‘핫요가 날씨다!‘ 하고 둘다 좋아했거든요. 여동생도 핫요가(비크람)를 좋아해서요. 제가 동남아를 좋아하는 건 비크람을 알고 나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ㅋㅋㅋ

블랑카님, 인문만화 고전은 동네 도서관을 들러보세요! 대여점에는 없을 것 같고요, 도서관이라면 있을 겁니다!!

우리 부지런히 요가 하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곳에서 다정하게 지내요!

단발머리 2019-06-2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에 요가 배울 때의 경험을 읽다보면, 제가 문화센터에서 받았던 요가 수업은 모습은 요가이되 사실은 맨손 체조였던 것 같아요. 저는 힘들지 않았습니다. 결단코.
저랑 같이 했던 언니는 자세마다 최선을 다하느라, 요가만 끝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 하셨거든요. 저는, 구령 하나 늦게 시작해서 하나 먼저 끝내버리는 단발머리 신공으로.... 힘들 틈이 없었습니다.
아!! 허리를 구부리지 못 했던 시간이 기억나기는 하네요.

쿤달리니에 대한 이야기 흥미로워요. 오랜 수련 뒤에 외부의 자극 없이 몸이 흔들렸다는 건데, 그게 너무 신기하네요.
내일부터 요가 매트 펴보렵니다!!
아무튼 내일^^

다락방 2019-06-25 07:39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제가 다니는 센터가, 그러니까 제가 가격 비교 해보고 요기죠기 따져본 게 아니라, 걍 집에서 가까워서 들렀다가 등록 안하고 나오기 거시기해서 너무 비싸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등록한 센터거든요. 너무 비싸 3개월만 다니고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하자, 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선생님들 친절하고 한 명 한 명에게 관심 가져주시고 프로그램도 다양하고요. 그래서 걍 2년째 다니고 있어요. 프로그램중에 ‘힐링‘이나 ‘테라피‘라고 그저 스트레칭 위주인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그건 말 그대로 몸을 그냥 기지개 펴듯 뻗어주기만 하는건데, 이것만 해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빈야사에 비하면 덜힘들지만, 그래도 스트레칭 한시간 만으로도 온 몸이 다 순환되는 기분이에요.

단발머리님이 힘들지 않으셨던 것, 프로그램 자체가 쉽게 구성되어서 였을 수도 있지만, 단발머리 님이 애초에 유연한 몸을 가졌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한다고 다들 저처럼 힘들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너무 앉아있는 시간이 길었는지 몸이 썩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쉬고 있으니 다시 썩어들어갈 듯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쿤달리니는 제가 이를 수 없는 경지 같아요. 저 작가의 인스타도 찾아서 들어가봤거든요. 여러가지 이유로 흥미로워서 팔로우도 했어요. 동작 하다가 뭔가 시선이 모이면서.. 저렇게 집중하는건가 싶고...아무튼 이 책은 여러가지로 저에게 인상깊은 책이었어요.


저도 어서빨리 요가 하고 싶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