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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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에 토종이 있다면
영국엔 백남 문학이 있구먼.
이 책은 가히 백남 문학의 정수라 할만한다. 토종하고 겨뤄 싸우면 누가 이길것인가..
재미는 있지만 백남 문학의 정수여...
보부아르가 왜 깠는지 너무 잘 알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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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11-27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남 문학의 정수 ㅋㅋㅋㅋㅋㅋ 저도 곧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19-11-27 10:31   좋아요 2 | URL
저 지금 이 책에 대한 페이퍼를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쓰고 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스피 2019-11-2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백남이 뭔말인가 했더니 백인남자였네요^^

다락방 2019-11-28 08:18   좋아요 0 | URL
네 한남은 한국남자 백남은 백인남자 으흐흐

책식동물 2019-12-2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안 읽어서 중고로 판매하려고 했는데 이걸 보고 판매하지 않기로 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2-27 18:32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ㅋㅋ 이 책에 대해 제가 길게 쓴 페이퍼도 있으니 살펴보셔요 ㅋㅋㅋㅋㅋ

junha9814 2023-07-07 2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국여자의 천박함은 고전명작에도 오물을 뿌리는 구나. 이런명작을 읽고나서 느낀점이 그런거라니. 제발 그런 천박한 지성가지고서 고전명작 더럽히지 말고 니들 수준에 딱 맞는 82년생 김지영 ,bl물 ,아이돌 오빠들 보면서 노세요

사이다 2024-11-22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렴 한 때 20대 남자의 베스트셀러가 라노벨인 것 보다는 저분의 교양이 낫지 않을까요~?^^ 댓에 있는 언급하신 책을보니 공감 능력도 부족하신 것 같은데 다른 책 많이 읽으시며 사회의 문제점이나 파악하시길^^ 공감도 지능이라 합니다.
 














'톰 리플리(맷 데이먼)'는 피아노를 치는 일로 돈을 벌고 있다. 하루는 다른 반주자를 대신해 한 파티에서 잠깐 연주를 하게 되는데, 그때 그 연주자의 자켓을 빌려입었고, 그 자켓은 '프린스턴' 대학의 자켓이었다. 그 자켓을 보면 누구나 '아 저사람은 프린스턴을 나왔구나'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자켓.


그걸 보고 조선업계의 어마어마한 부자 미스터 그린리프 씨는 그에게 '내 아들도 거기 다녔다'며 알은체를 하고, 그런 인연으로 그에게 '이탈리아에서 돈이나 흥청망청 써대는 아들을 좀 데려와달라'고 부탁한다. 여비를 챙겨 주면서.


리플리는 프린스턴에 다닌 적이 없지만 그에 대해 말하지 않고, 아들인 '딕키 그린리프(주드 로)' 역시 모르지만 솔직히 말하지 않은 채로 여비를 챙겨 이탈리아로 떠난다. 딕키를 만나기 전 딕키에 대해 공부하고, 딕키가 좋아한다는 재즈에 대해 공부한다. 그리고 우연히 이탈리아에서 만난 척 딕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프린스턴 동창이라고 말한다. 그 일로 그들은 친해지게 되고, 딕키는 자신이 약혼녀 마지(기네스 팰트로)와 함께 사는 집에서 함께 거주하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형제처럼 둘도없는 친구가 된다.



클럽들을 돌아다니며 먹고 마시고 좋은 집에서 생활하고 호화로운 개인 요트를 타고 항해를 하는 것 모두는 그동안 가난하게 살아온 리플리가 해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이 생활은 그에게 너무너무 좋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딕키는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말한다. 자신들은 이탈리아 북부로 옮길 것이고, 너도 이제 네 갈길로 가라, 고. 돈 한 푼 없이 자신들에게 붙어 사는 게 너무 싫다면서 그에게 지루하고 지겹다고 말한다. 이 부유한 생활을 끝내고 싶지 않았던 리플리는 그와 다툼 끝에 그를 살해한다. 그리고 그가 여전히 살아있는 척 연기를 한다. 로마로 가 호화로운 호텔을 잡아 그곳에서는 딕키가 된 자신이 살고, 허름한 호텔을 잡아 그곳에서는 리플리가 되어 산다. 그러면서 서로를 찾는 연락을 하면서 그가 계속 살아 있는 듯 딕키의 행세를 하며 딕키의 반지를 끼고 딕키의 옷을 입고 딕키의 돈을 쓴다.



그러나 이 생활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딕키를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친구인 '프레디'는 단번에 리플리가 딕키 행세를 하고 다니는 걸 눈치챈다. 그의 행동이며 딕키의 집이라고 마련해둔 곳이 수상하기만 하다. 눈치챘다는 걸 알게된 리플리는 프레디도 죽여버린다. 그리고 계속 딕키인 듯 행동을 한다.




이 영화 역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을 듣고 보게 됐다. 이 영화는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의 리메이크 작품이고,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시리즈가 이 영화들의 원작이다. 이 책으로 '리플리 증후군'이란 말이 생겨났는데, 리플리 증후군이란 병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을 말한다. 이수정 교수님은 이렇게 병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자존감이 지극히 낮아서라고 말씀하셨다. 더 나은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지금 초라하다는 자존감 낮음이 자신의 신분에 대해 거짓말을 해도, 그렇게 해서 교수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해도 만족할 수가 없어서 더 나은 것, 더 나은 위치로 거짓말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
















나 역시 이런 거짓말들이 자존감 낮은 데서 시작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리플리가 프린스턴 대학 조끼를 빌려입었다 해도, 만약 보통의 사람들이었다면 '어? 우리 아들도 프린스턴 나왔는데?' 라는 누군가의 알은체에 '아, 이거 내 조끼 아니야~ 나는 거기 안나왔어~' 라고 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거기를 나오지 않았으니까.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괜히 프린스턴 나온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그 순간에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 날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이야' 하고 굳이 고쳐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만약 계속 그렇게 오해를 하게 된다면 고쳐줄 것이다. 아, 사실은 내가 그날은 말을 안했는데~ 하면서. 그러나 리플리는 프린스턴 대학생이 되고, 딕키의 친구가 된다. 그러다 결국 딕키까지 되어버려. 그러면 그가 딕키가 되었다면, 그렇게 딕키와 프레디를 죽였다면, 그러면 끝일까?



누구나 살면서 거짓말을 해본 경험은 있을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을 해봤다면 당연히 거짓말하는 삶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것이다. 내가 이곳에서 페이퍼로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거짓말은 보통의 에너지로 되는 게 아니다. 가장 좋은 것, 가장 편한 것은 정직하게 사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머리를 써서 말을 꾸며내지 않아도 되고, 언제나 진실을 말할 수 있다. 정직하다면, 진실을 말하는 게 어렵지 않다. 내가 하버드를 나오지 않았다면 누군가의 물음에 '나 하버드 안나왔는데' 라고 말하면 된다. 왜냐면 나는 하버드를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내가 하버드를 나왔다고 거짓말을 해버리면, 다시 그 사람을 만났을 때 계속 그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 그 거짓말 위해 또다른 거짓말을 쌓고 쌓고 쌓아야 한다. 친구도 알아야 하고 교수도 알아야 하고 전공도 말해야 하고 교정에 대해서도 말해야 하고..... 아, 이 얼마나 피곤한 삶인가.



쉽계 예로 들면 양다리를 걸치는 게 거짓에 거짓을 쌓는 일 아닌가. 왜 '쿨'의 노래에도 있잖아. 같은 편지를 써서 보냈지만 겉과 속의 이름이 달라서 양다리 들통난 일...



한번 받던 영화 또 보고, 했던 얘기 다시 또하고, 저녁 식사 두번 했더니 왜 이렇게 헷갈리던지~ 같은 편지 적어 보냈어. 며칠 후에 날 벼락이 떨어졌어. 겉과 속에 이름 틀렸었나봐








이 영화를 보는 일은 대단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다. 거짓말을 하면 누구나 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갖고 지내야 하잖아. 혹여라도 이게 탄로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리플리 역시 스트레스 였겠지.  경찰의 압박이 오고 딕키의 약혼녀인 '마지' 마저도 눈치채는 것 같을 때, 그 스트레스는 얼마나 극에 달했을까. 거짓말이 탄로 나는 것도 스트레스지만, 자신은 그 거짓말을 지속하기 위해서 살인도 저질렀다.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 먹으면서 고생 안하고 사는 걸 지속하기 위해, 그는 살인자가 되었고 계속 쫄린채로 딕키인 척 살아야 하는데, 대체 왜 그렇게 사는가. 물론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도 없고 그러니 리플리의 그 순간순간의 선택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없겠지만, 나는 정말이지 리플리가 이해되지 않았다. 으으 나였다면 어땠을까, 를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대입해서 기뻐하거나 슬퍼하거나 하잖아? 리플리는 되기 싫었다. 초반에 거짓말 할 때부터 이미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서. 이렇게나 스트레스가 심한데 리플리는 왜 대체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가. 그렇게 계속 거짓에 거짓을 쌓다가 리플리는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도 잃어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도 뭔지 모르고, 그건 엉망이 된것에 다름아닌데 대체 왜...




딕키의 아버지도 딕키의 아버지가 고용한 사립탐정도 진실로부터 멀리 있어 리플리를 신뢰한다. 딕키의 약혼녀였던 마지만이 리플리가 딕키를 죽였다는 걸 의심하지만, 딕키의 아버지는 마지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오히려 '남자에겐 여자들에게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고 하면서 진정하라고 해... 하아- 이 얼마나 상징적인 장면인가. 진실을 아는 여자는 미친 여자가 되어 침묵을 강요당해버려. 그렇게 세상은 남자들에게 계속 범죄를 저지르게 또 판이 돌아간다.. 아, 이 얘기 하니까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 얘기로 이어가고 싶지만, 아직 다 읽지 않았고 페이퍼가 너무 길어질 것이니까 그러지 말기로 하자.




수사는 종료됐고 딕키가 프레디를 죽인 살인범이 되어있고, 딕키의 아버지는 리플리를 신뢰하여 많은 돈을 그에게 주기로 한다. 리플리는 이제 피아노 치는 일을 업으로 삼지 않아도 그가 원하는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 뜻밖의 행운에 활짝 웃는다. 그러나 그 웃음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세상에는 딕키를 아는 사람이 또 있고, 리플리를 아는 사람도 또 있고, 그리고 그를 의심하는 일들은 또 생길텐데, 그럴 때마다 리플리는 어떻게 할것인가.




분명한 건, 자신의 거짓말을 지속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부유함을 지속하기 위해 살인을 한 사람은, 그 다음 살인까지 결정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거다. 진실을 아는 자를 죽임으로써 거짓말을 견고히 하려는건데, 진실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진 않는다. 거짓에 거짓을 쌓고 또 거짓을 쌓아 이룬 세상은 결국 악으로 가득차게 된다. 아니, 대체 스트레스로 가득한 그 삶을 왜 선택하는가.




나는 예전부터 하버드 법대를 졸업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은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어느 학교 졸업했어?'라고 묻는다면 '하버드 나왔어' 라고 심드렁하게 답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 왜냐하면, 로망은 로망일 뿐, 하버드 근처에 가본적도 없으므로...

정직하게 사는 게 답이다. 정직하게 사는 게 결국은 자신을 위한 선이다. 정직하게 사는 게 자신에게 가장 편한 길이야. 정직하게 산다면 언제나 진실을 말할 수 있다. 갑자기 누가 뭘 물어도 그러하다. 고민하지 않아도 돼. 거짓을 말하면 잠깐 하버드 졸업한 사람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내게 남는 게 무어람? 하버드 졸업했다한들, 남들이 그렇게 믿는다한들, 나는 지금의 나인데..



대학시절 편의점 알바할 때 다른 알바생들한테 이런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나 원래 재벌집 딸인데 아빠가 서민의 삶을 체험해보라 해서 알바하는 거야' 라고. 물론, 아무도 믿지 않고 다들 빵빵터지기만 했다... 흐음.. 이 직장에 들어와서도 다른 직원들한테 이렇게 거짓말 해보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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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11-27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맷 데이먼의 리플리는 아마 알랭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의 리메이크 작일 겁니다.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가 5권으로 나온것을 나중에 알았는데 절판 되어서 책을 구매하지 못했내요.사진에서 보듯 박스셋이 넘 멋있는데 절판이라 많이 아쉽네요.

다락방 2019-11-27 21:22   좋아요 0 | URL
알랭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 라는 작품의 리메이크라고 제가 본문에 이미 적었습니다. 그걸로 볼까 리플리로 볼까 망설이다 리플리로 본겁니다.

카스피 2019-11-27 23:56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그만 그부분을 놓쳐 버렸네요^^;;;

slobe00 2019-12-04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하버드 법대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라니.. 그런 이야기를 툭 던지실 수 있다니 정말 존경합니다.. 저희 강아지 눈꼽만도 못한 자존감의 소유자인 저는 이런 이야길 하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요...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나 닥터스를 읽은 세대라면 아마도 그런 로망 다 갖고 있을 텐데 ㅎㅎ

다락방 2019-12-10 17:44   좋아요 1 | URL
저는 영화 [투 윅스 노티스]에서 ‘산드라 블럭‘이 ‘휴 그랜트‘가 물었던가, 무심하게 ‘하버드 법대 나왔어요‘라고 대답하는 걸 보고 진짜 너무 멋있어서 그때부터 로망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미 대학 졸업해버린 훌쩍 후에 말입니다. 철이 덜들었달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있어 보이잖아요. 하버드 법대출신 이라니.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강간을 정의하면 한 문장으로 가능하다. 한 여성이 어떤 남자와 성관계를 하지 않기로 선택했는데 남자가 그녀의 의사에 반해 행위를 계속하면 그것이 바로 강간이라는 범죄 행위이다. 여성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 문제인데도, 여성의 관점을 반영한 이런 정의가 법에 적용된 적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없다. (p.10)




























제니퍼는 유부남 애인과 함께 사막 한가운데의 별장에 도착한다. 유부남은 그녀의 엉덩이에 환장하지만 침대에서 빠져나와 아내에게 전화를 걸고 아이들을 챙긴다. 그리고 다시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로 돌아가고.


사막 한가운데의 별장인지라 오가는 이도 없고 매우 고요하며 이 사막 한가운데에 제니퍼와 애인 단둘만 있다. 게다가 별장은 매우 크고 좋아서 앞에 수영장도 있고 넓은 방도 여러개며 먹을것도 충분히 준비되어있다. 애인과 단둘만 있을거라 생각했던 제니퍼는 갑자기 낯선 남자 두 명의 방문에 놀라는데, 다음날 함께 사냥하기로 한 유부남의 친구들이 하루 먼저 도착한 것.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제니퍼와 유부남의 친구들이지만 인사를 하고 함께 술을 마시게 되는데, 유부남의 친구들인 남자1, 남자2는 이미 제니퍼의 미모에 반해서 정신줄을 놓았다.


제니퍼는 자신이 가진 외모가 매우 특별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예쁘고 몸매가 뛰어나다는 걸 아는 사람. 그녀는 유부남과 남자들 앞에서 술을 마시고 섹시댄스도 추고, 유부남과 섹스하러 가는 것도 굳이 감출 생각도 없다. 사막 한가운데에, 다른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곳에,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만 있는 상황. 그 중 남자 한 명은 자신의 애인이라고 해도, 과연 이 상황은 안전할 것인가.



다음날 눈을 떠보니 애인이 잠깐 집을 비웠다. 두시간쯤 밖에 나갔다 올 계획이고 남자1은 취해서 뻗어 있고 남자 2는 제니퍼에게 '여기에 우리 둘만 있네' 라며 노골적으로 제니퍼에게 다가간다. 제니퍼는 그에게 점차로 두려움을 느끼는데, 남자2는 '너 어제는 나랑 섹스할 것처럼 춤추지 않았냐'면서 그녀를 강간한다. 그 소리에 남자1이 강간 현장인 침실에 오게 되고 그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 '너도 할거 아니면 문닫고 나가' 라는 남자2의 말에, 남자1은 조용히 문을 닫고 강간을 못본체 한다. 닫힌 문 뒤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남자1은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시간이 흘렀고 여자는 애인이 헬리콥터를 불러주지 않으면 이 별장에서 나갈 수도 없어서 애인이 돌아오자마자 헬리콥터를 빨리 불러달라, 나 집에 가고 싶다고 애원한다. 친구인 남자2로부터 '사실은 말야..' 하며 그녀를 강간했다는 얘기를 들은 유부남 애인은, 그녀의 통장에 돈을 넣었으니 캐나다 가서 새출발 할 수 있다면서 이 일을 조용히 처리하기를 원한다. 여자는 집에 가고 싶다고 계속 얘기하자 유부남 애인은 그녀에게 폭력을 쓴다. 닥치라고.



여자는 이제야 자신이 위험한 상황임을 알아챈다. 자신의 애인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그녀는, 냅다 뛴다. 그러나 냅다 뛴다고 갈 곳이 있을 리 없다. 그녀에게 여기는 낯선 곳이며 또한 사람 하나 없는 사막이다. 게다가 남자 세 명은 이곳에 사냥하기 위해 모인 터라 총을 가지고 있어. 그녀는 도망치고 그녀를 추격하는 남자가 셋. 그녀는 달리다가 절벽을 맞닥뜨리고, 거기에서 애인은 그녀를 밀어 떨어뜨린다. 이에 그녀도 놀랐겠지만 친구들도 놀란다. 야, 죽일 필요까진 없잖아. 이때 애인이 말한다.



"그냥 두면 우리 15년간 감옥에 있어야 해."



15년간 감옥에 있기 싫었던 남자들은 그녀를 죽이는 데 합의한셈.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인데, 나는 이 장면에서 매우 부러웠다. 강간범들이 자신의 죄가 발각되면 15년형을 받는다는 걸 알고 있는 이 장면이. 대한민국에서는 감자탕의 고기만 덜어줘도 섹스에 합의한 게 되는데. 설사 강간이라고 밝혀져도 형이 짧은데. 모든 법과 처벌이 강간범 살리기에 집중되어 있는데.





섹슈얼리티로 인한 여성의 고통은 비가시화된다. 낙태, 구타, 성매매등 대개의 여성 섹규얼리티 관련 문제는 형식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합법이다. 그래서 섹슈얼리티 문제는 법 제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관련법이 없어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남성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시각과 의지가 없어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희진,p.33)










그렇게 그들은 그녀를 죽이고, 죽였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로 계획대로 사냥을 하고,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시신을 처리하자, 라고 얘기를 나누지만, 돌아오는 길에 시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시체가 없다. 그녀는 죽지 않았고,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리고 복수를 준비한다. 그들이 잘못을 저질렀기에 복수를 해야하지만, 그러나 그 넓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살기 위해서라면 복수 말고는 답도 없다. 그녀에겐 전화가 없어 스스로 헬리콥터를 부를 수도 없고, 자동차도 없어 이동할 수도 없다. 그리고 스포일러, 그녀는 이 모두를 응징한다. 








이 영화를 안 지는 좀 되었으나 강간 때문에 뒤로 제쳐둔 영화였다. 이번에 한 리뷰를 읽고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강간 장면이 너무 걱정이 됐다. 아, 강간 장면 어떡하지, 그냥 넘길까. 뒤에 복수만 볼까. 도무지 강간 장면을 볼 자신이 없는 거다. 그래, 보다가 못보겠으면 감아버리자, 건너뛰자, 생각하는데, 영화속에서는 섹스씬도 그리고 강간씬도 노골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대개 영화에서 강간을 다룰 때 그 강간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끔찍한 폭력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강간범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지만 강간에 집중해서 보여주질 않아, 그 점이 좋았다. (강간씬이 노골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강간전의 장면들은 고통스러우므로 시청할 시 주의를 요함. )



제니퍼는 예쁘고 아름다운 외모가 자신이 가진 자신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남자들이 그녀를 보는 시선, 그것을 권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봐,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나를 보면 남자들이 좋아하잖아, 이게 바로 권력이야,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의 시선은 그녀를 권력자로 인식해 본 게 아니었다. 그들은 여자의 외모를 권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녀는 한낱 성적대상이었을 뿐이다. 자신의 힘이라고 생각했던 얼굴과 몸은 사실은 그녀에게 전혀 힘이 아니었던 거다. 섹시댄스를 추었기 때문에 섹스를 원하는 여자가 되어버리는 현실 앞에, 우리는 과연 예쁜 게 좋은 거지, 몸매가 착해야 해, 라는 신념을 계속 가져갈 수 있을 것인가.






남자2는 유부남으로부터 주먹으로 얼굴을 한 대 얻어 맞아 코피가 나고 코뼈가 부러진다. 그는 바닥에 누워서 데굴데굴 구르며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고통을 호소한다. 그 장면에서 나는 그 강간범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대 맞고 이렇게 아픈데, 주먹 한 대에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면서, 한 대 맞으면 그렇게 아파하면서, 어떻게 한 여자를 강간할 수가 있을까. 원하지 않는 여자에게 강제로 삽입을 하는 남자는 실상 주먹 한 대에 고통스러워하는 남자인 거다. 자신의 고통은 있어서는 안되고 그러나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얼마든지 괜찮은건가. 강간이라는 더러운 죄를 저지른 것으로도 끔찍했지만, 그가 한 대 맞고 울부짖는 자라서 더 끔찍했다.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가.





˝그 사람들은 전부 섹스와 문란함 얘기만 하네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강간은 섹스와 전혀 관계가 없어요.˝

강간은 나쁜 섹스가 아니에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죠? 강간은 아예 섹스가 아니에요. 섹스는 합의하에 이루어지고 강간은 그렇지 않죠. 그건 섹스가 아니에요. 강간범에게는 섹스일까요? 강간범은 섹스를 섹스로 이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강간은 섹스를 무기로 사용하는 행위죠. 누가 뭐래도 섹스는 무기가 될 수 있어요. (p.120)










제니퍼가 당한 강간은 끔찍한 폭력이다. 이미 그 자체만으로 그녀의 영혼은 찢어질 것 같았을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그 고통을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강간 때문에도 그녀의 몸과 영혼은 치명타를 맞았지만, 강간을 목격하면서도 문을 닫고 돌아서는 남자에 대해서는 더 치명타를 맞았을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뻔히 잘못이 일어나고 있는 걸 보면서도 못본체 하는가. 그는 이 강간의 동조자다. 그런 한편 이 모든걸 해결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제니퍼는 애인으로부터 더한 고통에 맞닥뜨린다. 사랑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그래서 이 사막의 별장까지 같이 왔는데, 자신을 지켜줄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오히려 자신에게 강간에 대해 입다물기를 원하고 그렇지 않을 것 같자 그녀를 절벽에서 밀어버린다. 이 강간은 강간범이 한 것이며 동시에 강간범 목격자가 한짓이고, 침묵을 강요한 애인이 한 짓이다. 강간 사건이 하나 발생하기 위해서는 강간범만 있었던 게 아니다. 동조자들이 있었다.




남자들이 함께 모여 여자를 어떻게 ‘따먹고‘ ‘박아볼까‘ 이야기를 하고 ‘진도‘를 운운할 때, 이들은 성관계는 여자랑 하긴 해도 남자끼리의 감정적 유대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성 동지들에게 ˝나랑 자는 여자보다 너희들이 더 중요해˝라고 전하는 것이다. (이게 많은 남자가 어떤 여자랑 성관계를 갖는지에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또한 여기에 여자와의 성관계는 착취가 목적이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남자들끼리 이런 대화가 이루어질 때, 남성 청자도 남성 화자와 여자의 성관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여자에게 ‘박고 있는‘ 남자 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남성 동지들이 지켜보며 서 있다. 남자가 여성 착취에 성공하면 그건 모두의 승리가 되고, 승리로 말미암아 남자끼리의 유대감이 강화되며, 이들은 여성성을 발밑에 깐 채 서로를 부둥켜 안고 하나가 된다.
- P198






세상에 강간이 등장하는 영화 만큼이나, 그 강간범들을 찢어 죽이는 영화들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영화속 제니퍼가 결국은 이 강간범을 다 죽여버리는 장면을 보여준 것처럼, 결국 처참하게 피흘리고 죽어갈 거라는 영화들이 같은 비율로 나온다면 어떨까. 강간 장면에 집중해 촬영하기보다 잔인한 복수에 더 집중하는 영화들이 나온다면 어떨까.


처음에 얘기했듯이 나는 이 영화에 강간 장면이 나올까봐 두려웠다. 그것을 보게될까봐 두려웠다. 언젠가 남자들이 영화속 강간씬만 잘라서 공유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 끔찍하다. 한 쪽에겐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장면이 한쪽에겐 즐길 거리가 된다는 것이. 그 장면을 편집해서 보고 또 보고 하는 남자들은 모두 강간에 침묵하고 동조하는 강간범들에 다름 아닌가. '나는 달라, 나는 아니야, 실제로 강간을 저지르진 않았다고' 하는 말들이 핑계가 될까? 그런 강간영상을 소비하고 즐거워하면서 강간에 동조하고 있는데?


포르노도 마찬가지다. SNS 에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을 신고하다 보면 그 장면들은 모두 여성인 내가 보기에 끔찍한 장면들이다. 구강 성교를 하는 장면과 얼굴에 정액을 뿌려대는 그 장면들이, 나에겐 아주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이런게 SNS 에 그냥 올라오다니, 참을 수 없는 마음에 신고를 누른다. 그러나 그런 장면들은 왜 촬영되어지고 유포되는가. 누군가는 그런 걸 즐겨 보기 때문이겠지. 같은 장면을 봐도 한쪽은 폭력적으로 느끼고 한쪽은 이걸 해보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 건,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기에 일어나는 일인가.

한 명은 강간을 하고 한 명은 못본체 하고 한 명은 침묵을 강요하는 건,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건가.

이들 모두 강간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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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9-11-22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모니카 벨루치 나왔던 ‘이리버서블‘ 생각나네요.
어느 남자악당이 모니카 벨루치를 강간하는데 화면 저 끝에 어느 남자가 지나가다 강간을 봅니다.
그 사람은 망설이다 그냥 가 버립니다.
감독이 1)강간의 남성연대를 표시하려 한 건지 2)남의 일에 끼었다 손해보기 싫은 이기심을 비판하려 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망설이다 그냥 간 남자‘ 때문에 그러잖아도 끔찍한 그 강간장면이 더욱 보기 괴로워지죠.

참, 한 가지 더 생각났는데 목수정의 <야성의 사랑법>도 저는 고미숙 <호모 에로스>만큼 감동하며 읽었어요.

다락방 2019-11-25 08:19   좋아요 0 | URL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을 말씀하시는군요. 저 그 영화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보고 엄청 우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주말에 여행했던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에 영화 한 편 보고 밥 먹고 헤어지자, 했었는데 영화보고 다들 너무 기분이 나빠서 밥을 안먹고 그냥 집에 갔었어요. 그 영화 촬영후 모니카 벨루치는 병원에 며칠 입원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목수정은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자이므로 패쓰하고, 고미숙만 읽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주말에 읽으려고 했는데 못읽었어요. 크레마를 가지고 비행기와 지하철을 탔지만.... 한 글자도 못읽었네요. 하하하하하

심술 2019-12-01 21: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리 제목이 <돌이킬 수 없는>이었죠.

목수정은 좋아하시지 않으시는군요. 잘 기억해 뒀다가 다락방님께 또 목수정 추천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다락방 2019-12-02 09:02   좋아요 0 | URL
하하 아뇨 제가 좋아하지 않는 작가까지 기억하진 않으셔도 되지요. 아하하하하하하하.
월요일이고 12월이네요. 으악 우울해져요.. ㅠㅠ

심술 2019-11-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성의 사랑법>이 아니고 <야성의 사랑학>입니다. 실수했네요.

블랙겟타 2019-11-2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최근에 읽었던 <나는 분단국의 페미니스트입니다>에서도 <우리 의지의 반하여>에도 나오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강간도 아닌 섹스조차도 성욕의 해소를 넘어 ‘승자남성‘으로서의 우월감을 주기 때문에 하기에 위의 <강간은 강간이다>의 발췌부분처럼 나쁜 섹스= 강간? 이라는 사고를 못 벗어나는 것 같아요. 전혀(!) 다름에도 그들의 시각으로는 약간 더 지나친 수준이라고 생각할테니깐요....

저도 특히 영화에서.. 감독의 좋은 의도로 만든 영화라 하더라도! (그러면 더더욱 그러면 안돼잖아!) 강간을 폭력적으로 연출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반드시 패스합니다. 어설픈 선의로 무장된 또다른 폭력이니깐요. (엄밀히 말하면 선의도 아니지..)

다락방 2019-12-02 09:04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의 말씀이 맞아요. 강간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알리려는 거야, 라는 의도라 할지라도(사실 저는 그 의도 자체도 믿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렇게 자극적인 장면으로 일단 사람을 모으자, 가 더 그들의 의도에 맞는 것 같아요), 그것은 또다른 폭력이죠. 대체 그런 장면을 보여줘야 할 이유는 뭐랍니까?

강간이 섹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간은 폭력이라는 사실을 대체 언제쯤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게 될까요? 부지런히 책이 나오고 또 부지런히 읽는 사람들이 이렇게 있음에도 갈길이 멀어 보여요 ㅠㅠ
 
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오?!
이야기가 이런식으로 교차되다니,반전이 숨겨진 소설인줄 몰라서 깜짝 놀라며 재미있게 읽었다.
사일런트 페이션트, 에서 사일런트는 침묵하는 인데 페이션트는 뭐지, 사전 찾아봐야겠다...라고 계속 생각만 하고 안찾아보다가 어느날 갑자기 환자! 라고 퍼뜩 떠올랐다. 크- 침묵하는 환자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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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1.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이야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도 '이런 거짓말을 하는 여자'를 꼭 등장시켰어야 했을까. 그게 이 책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다.


2. 미칠듯한 통제광에 거친 남자도 나쁜 놈이지만, 난 너밖에 없어 너를 사랑해 너를 숭배해 이러는 놈도 나쁜 놈인건 마찬가지. 이놈이나 저놈이나 각기 다른 형태로 나쁜새끼들.

(김숨이 그랬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3. 여자들이 자기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생각했으면 좋겠다. 도대체 자기애적 소시오패스 새끼들한테 왜 빠져들어.. 휴.. 음모 털을 대칭으로 만들라는 새끼가 왜 좋지?


4. 왜 난자는 정자랑 굳이 만나야만 수정이 될까?

"네 이야기를 들으니 그 사람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제이. 그 사람을 피할 생각은 없어?"
"문제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내가 가볍게 말한다. "나도 있는데."
"문제 있는 두 사람이 만나봐야 온전한 하나가 되지 못해. 지금 네게 필요한 사람은 착하고 든든한 남자야. 너를 아끼고 사랑해줄 사람."
"슬프게도 착하고 든든한 남자는 내 타입이 아니야."
미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후로는 연락이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전화 안해봤어." 나는 다음날 일부러 가벼운 분위기로 쓴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굳이 꺼내지 않는다. - P133

"당신에게 쾌락을 주는 행위를 왜 거부하죠?"
"사람은 어떤 행위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쾌락을 순간적으로 탐닉하면서도 혐오할 수 있어요. 그게 옳지 않게 느껴진다면요. 당신이라면 누구보다 이런 감정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샤프의 촉이 지진이 없는 평온한 날 지진계의 바늘이 움직이듯 거침없이 부드럽게 앞뒤로 미끄러진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요, 제인."
"거친 행동들."
"계속해요."
"기본적으로 멍이 들 수 있는 행위요. 힘을 주거나 압박하거나 피부에 자국을 남기거나 머리를 잡아당기는 것. 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건 알아두면 좋겠어요. 나는 정액은 먹고 싶지 않고 항문섹스는 절대 하지 않아요."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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