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책 한 권을 다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타입이었는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시작한 뒤로는 두 권이나 세 권을 동시에 읽는 습관이 생겼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땜시롱... 기한 내에 같이 읽기 도서를 읽어야 하는데 내가 또 내가 읽고 싶은 책을 포기를 못하다보니, 이것 읽다가 저것 읽다가 하게된 것. 11,12월 도서 푸코는 어려워서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만 읽고 퇴근길이나 집에서 잠자기 전에는 소설을 읽는다. 무슨말이냐면, 아직 '알베르 꼬엔'의 《주군의 여인》을 다 읽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책은 갈수록 더 재미있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지만 그렇다고 또 예샹과 다른게 아닌 이야기는, 그렇다, 쏠랄과 아리안의 사랑이 결실을 이루어 두 사람이 함께 도망가 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흘러가버린 것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세상을 등지고 도망가는 것은 짐작할만한 일이고, 그러나 그 사랑이 식어가는 것도 짐작할 만한 일이지만, 그러나 아아 이들의 사랑을 이제 어쩌나, 하고 안타깝게 바라보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서로가 서로밖에 없었으므로.


자, 그러니까 아리안은 남편인 됨을 버리고 쏠랄과 도망갔다. 쏠랄은 아아,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사랑으로 아리안과 도망쳤으나, 공교롭게도 국적과 직업을 잃었다. 국적과 직업은 불륜 때문에 잃게된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것은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왔고, 이것은 무엇을 뜻하느냐하면, 쏠랄과 아리안이 하루종일 서로와 붙어 있어야만 함을 뜻한다. 도망쳐서 호텔에 각자 방을 잡았지만, 그들은 일단 뜨겁게 사랑했던 만큼 하루종일 붙어있고 매일 섹스하고 사랑을 속삭인다. 사랑하고 섹스하고 밥먹고... 가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들이 서로를 사랑했기에 이걸 원했고, 그래서 얼마간은 이 생활에 크게 만족한다. 아름다운 생활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곳 아게(지중해 꼬뜨다쥐르 지역에 위치한 해수욕장)의 호텔에 머무는 동안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만을 생각했고, 실로 놀라울 만큼 자주 하나가 되었고, 그러지 않을 대는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자 했고, 자기 얘기를 들려주고자 했다. 매일 비슷한 밤, 달콤한 피로감, 매혹적인 휴식. 그녀는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혹은 유혹하려고 그의 벗은 어깨 위로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고, 그는 눈을 감고 희열감으로 미소 지었다. 그들은 중요한 일을 해낸 피로를 두 몸이 얽힌 채로 달랬고, 다정하게 소곤거리다가 잠이 들었고, 불현듯 눈이 떠지면 다시 두 입술이 닿았고, 혹은 두 몸이 더 밀착되었고, 혹은 비몽사몽간에 다시 하나가 되었고, 혹은 한순간 가뿐하게 깨어나 격렬하게 서로를 탐했다. 그런 다음에는 다시 더없이 달콤한 잠, 공생共生의 잠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함께 잠들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새벽이면 그는 그녀를 깨우지 않기 위해 살며시 일어나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눈을 뜬 그녀가 잡을 때도 있었다. 가지 말아요, 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주저하는 그녀의 손을 떼어내며 걱정하지 말라고, 곧 오겠다고 했다. 그가 아침마다 그렇게 자기 방으로 간 것은 완벽하지 못한, 그러니까 면도도 목욕도 안한 상태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그녀가 씻으러 들어갈 때 제일 처음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 변기 물이 내려가는 불길한 소리를 듣는 순간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p.304)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이상적인 공간적, 시간적 배경이 아닌가. 지중해 해수욕장의 호텔에 각자 방을 잡고(돈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랑하는 만큼 두 몸이 얽혀 함께 잠들고, 그러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거나 몸단장을 하기 위해 각자의 방에 혼자 머무는 시간도 갖다니. 그야말로 돈 있고 사랑 있고 체력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마도 많은 연인들은 이런 시간을 꿈꾸어 볼것이다. 아아 이 얼마나 황홀하고 아름답고 뜨겁고 여유로운 시간들이란 말인가. 내가 사랑하는 당신과 지중해 해수욕장 호텔에서 세상 걱정 없이 드러누워 엎어치고 메치고 앞구르기하고 뒷구르기 할 수있다면 세상에 더 바랄게 무어란 말인가. 게다가 이들 사이에는 어떠한 가사 노동도 없다. 룸서비스 시켜 먹거나 나가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사먹거나 하면 돼. 세상 한량 아닌가. 이 얼마나 완벽하고 이상적인 환경이란 말인가.



'이도우'의 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 주인공 공진솔의 로망은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인적 없는 곳에 고립되는 것이었다. 서울을 벗어난 외곽에 집을 마련하고 글 쓰며 조용히 지내다가, 헤어진 이건 이 그녀를 찾아왔는데, 마침 폭설로 고립되는 상황이 그들에게 찾아온다.


"그럼 오늘 집에 가서 준비 좀 해야 할 텐데."

"글쎄. 하지만 이 지경인데 갈 수가 없잖아요."

시큰둥한 건의 표정에 진솔은 씨익 웃어 보였다.

"사실은 가고 싶지 않구나? 내가 너무 좋아서."

건이 고개를 젖히며 하하거렸다. 하지만 진솔이 짐짓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부들부들 물결치자 건은 당황해서 안색이 달라졌다.

"어, 왜 그래요? 내가 웃어서 화났어요? 그거 비웃은 거 아닌데. 당신 귀여워서."

고개를 드는 진솔의 얼굴에 웃음이 넘쳤다. 그녀는 두 팔을 치켜올려 와락 그의 목을 끌어안아 버렸다.

"드디어 고립됐다! 폭설에 좋은 사람하고!"

잠시 얼떨떨하던 건은 곧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구판, 401)





사랑하는 사람과 고립되는 것이 진솔의 로망이었고, 그것이 실현되었으니 공진솔은 너무 기쁘다. 이 어쩔 수 없는 고립으로 공진솔은 꼬박 이건과 하루를 같이 보내야한다.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단둘만 있게 된거다. 로망이었던 만큼 이렇게 닥친 '고립'이란 현실이 그녀에게 너무나 기쁘지만, 그러나 그것이 로망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기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의 이 고립과 후에 그들이 각자 있는 시간과 또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세상과 섞여들고 서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이 고립은 의미있고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이 세상에서 나와 너만 있는것이, 언제 세상으로 돌아갈 줄도 모르는채로 나와 너만 있는 것이 마냥 즐겁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쏠랄과 아리안에게도 고통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들에게는 서로밖에 없었다. 호텔에서 단둘이 지내는 동안 당연히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고 사랑이 충만했지만, 그들은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싶다. 아리안은 다른 객실에 묵던 사람과 안면을 트고 다음날 함께 테니스를 치기로 하지만,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는다. 아리안과 테니스를 치고자 했던 부부들은 쏠랄과 아리안이 불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쏠랄이 예전에는 국제연맹의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지금은 프랑스의 국적을 박탈당하고 그 직업조차 잃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과는 어울릴 수 없었으므로 그들은 이 커플을 자신들과의 관계에 끼워넣지 않는다. 이건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쏠랄과 아리안은 처음에 그들 자신의 의지로 둘만 있기를 선택했으나, 시간이 가면서는 세상에 섞이고 싶어도 그게 되질 않는다. 그들은 세상은 필요없다 우리에겐 서로면 된다, 고 말하지만 그러나 이들은 알게모르게 서로에게 지친다. 어떻게 해야 이 관계가 지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상처받지 않을까, 그들은 함께 음악도 들어보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부러 싸워보기도 하고 아픈척도 해보지만, 이 관계는 지치고 지쳐버리고 만다. 다만 쏠랄은 그걸 알고 느끼고 있었고 아리안은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었다는 차이가 그들에게 있었을 뿐.



어차피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그들은 섞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아리안이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던 곳에 집을 사서 쏠랄과 아리안은 이제 호텔이 아닌 곳에서, 그야말로 집이라 부르는 곳에서 거주하기로 한다. 집을 자신들이 살기 좋게 수선하고 그곳에서 부부처럼 사는 거다. 그건 아리안의 꿈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꿈의 집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다정하게 사는 것. 아리안은 자신을 어릴 때부터 보아주던 하녀 마리에뜨를 부른다. 마리에뜨는 이 집에서 아리안의 살림을 돕게 된다.




그놈의 벨 소리 때문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고 아주 돌아버릴 것 같다니까. 정말이지 그 집에서 그니까 사랑의 인형들이 사는 데서 계속 살다가는 돌아버릴 것 같아, 무슨 연극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들처럼 공들여 단장을 해야만 얼굴을 볼 수 있다니, 하물며 매번 다른 벨 소리가 나느데 하나하나 무슨 뜻인지 마담이 두꺼운 종이에 다 써줍디다 저기 저 꼴 보기 싫은 전기레인지 위에 붙여놨잖우, 짧게 세번 길게 한번, 길게 세번 짧게 한번, 길게 두번, 길게 한번, 짧게 두번, 저렇게 구분을 해놓으면 편하다고 생각하나본데 아이고 젊을 대라면 모를까 저걸 어쩌라구, 거기다 나한테 울리는 것 말고 자기들끼리 연락하는 것도 따로 있다우, 그니까 둘이 연락하는 건데 난 날 불르는 줄 알 대도 있고 그래서 무슨 일인지 달려가보면 날 찾은 게 아니고, 또 어떤 건 그놈의 왕자님이 마담더러 얘기 좀 하자고 불르는 건데 세상에나 그것도 문 앞에 서서 얘기하자고 벨을 눌러 불른다니까, 어떨 땐 마담이 방 밖에 나가고 싶은데 아직 단장을 다 안했으니까 보지 말라고 말할라고 눌르고 그 양반이 알았다고 눌르고 또 그 양반이 거실에 책 꺼내러 가야 하는데 아직 보여줄 만한 상태가 아니니까 이건 둘이 맨날 쓰는 말이라우 아직 면도를 안했다는 뜻이지 그니까 마담더러 방으로 들어가라고 눌르고 그러면 또 알았다고 방으로 들어간다고 눌르고 그런 다음엔 그 양반이 이제 방에 들어와서 어차피 볼 수 없으니까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더라도 마음 놓고 돌아다니라고 눌르고, 정말 난 매번 깜짝 놀란다우 처음엔 어찌나 겁이 나던지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니까, 세상에 그게 뭐야 전기 유령 들이 사는 집도 아니고 그래도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우 웃음도 나오는 걸 뭐, 둘이서야 벨을 눌러대든 말든 난 부엌에서 혼자 폴카를 춘다우, 꼭 벨 만드는 공장에 와 있는 것 같아 공장에서 만든 벨이 잘되는지 계속 눌러보는 거지, 그 양반이 산책 나갔다 들어올 때 눌르는 벨도 있다우 그래 잘생기긴 했지 정말 잘생겼다우 아무튼 그 양반이 현관문에서 네번 눌르는 건 마담더러 혹시 아직 단장을 못 끝냈으면 빨리 숨으라는 소리고, 또 어떨 땐 마담이 문 앞에서 그니까 그 양반 방문 앞에서 얘기 좀 하자고 아직 충분히 아름답지 못하니까 얼굴은 보지 말고 얘기만 하자고 눌르고 그 양반이 좋다고 그러자고 눌르고, 아이고 세상에 그럼 그 양반은 점심 먹을 때까지 사랑의 포로가 돼서 방 안에서 못 나오고 그동안 마담은 무슨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입는 것 같은 흰옷을 걸치고 나한테 이런 거 저런 거 시켜댄다우, 난 절대로 병원에서 죽을 생각이 없는데 다들 고약하고 아픈 사람한텣ㄴ 관심도 없고 자기들이 잘난 줄 알지 지들은 안 아프니까, 아이구야 좀 기달려보라지 조금 있으면 차례가 올테니까, 참 마담은 어떨 땐 마스크라고 부르는 걸 얼굴에 뒤집어쓴다우 예뻐지는 거라는데 그러고 조용히 집 안을 돌아다니니 참 (…) (P.441)



아 미친겠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이 부분에서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발가벗고 사랑을 나누는 사이이고, 매일 나누는 사이이지만, 그러나 서로의 꾸미지 않은 모습은 보이지도 않으려 하고 생리적 현상의 소리도 절대 들려줘서는 안되는 거다. 하물며 아리안은 화장실이 고장나서 고쳤다는 말조차도 쏠랄 앞에서는 하지 못하게 한다.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그런데 이렇게 계속 어떻게 살아. 처음에야 서로에게 나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혹여라도 초라할지도 모를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이럴 수 있다지만, 이들이 이 집에서만 같이 산 것도 일년이 되었다. 그러니 지치지 왜 안지치나. 게다가 세상과의 교류도 끊겼단 말이야. 새로운 음반을 사서 듣고, 새로운 책을 아무리 읽고 대화를 시도해도, 이 집안에 너와 나 단둘 뿐이고 이것이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면, 아아 이 사랑은 도대체 어떻게 더 유지될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이 서로 사랑을 어쩌지 못해 함께 도망치기로 결정하기 전에, 그 때는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 저절로 애가 써졌다. 왜냐하면 쏠랄과 아리안이 서로 만날 시간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었고, 그 만남의 전과 후에는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는 쏠랄도 직장에 다녔었고 거기서 상사와 부하직원을 만나야 했다. 그외에 사교계에도 얼굴을 비춰야 했고. 아리안 역시 마찬가지. 집에 남편이 있었고 시부모가 있었다. 옷가게에 가서 옷도 맞춰야 했다. 남편이 함께 하자고 하면 이웃의 초대에도 응해야 했고, 또 그들이 이웃을 초대해 관계를 이어가고 새로 만들어 나가기도 했다. 그런 일들 자체를 아리안이 즐겼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살아가면서 그녀는 그런 일들을 겪어내야 했다. 그런 과정들 속에 찾아온 잘생긴 쏠랄과의 사랑은 한줄기 빛이었고 이 삶을 더 살아갈 이유였다. 쏠랄이 오는 시간을 기다리며 몸단장을 하고 기대하며 설레이는 건, 삶의 동력이었다. 삶의 축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에너지가 되고 축이 되는 시간을 계속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 쏠랄과 도망쳐버리는 것이다. 다른 제약 일절 없이 우리의 사랑 고고씽!!! 그러나 그 사랑이 고고씽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회적 관계가 필요했다는 것을, 그들은 그 때 미처 몰랐던 것이다. 아, 슬픔이여, 아 연인이여, 아 사랑이여.....



















영화 《어드리프트》에는 여행과 항해를 즐기는 여자가 항해를 즐기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너랑 내가 서로를 사랑하고 또 우리가 함께 항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우리가 함께, 둘이서만, 배를 타고 저 넓은 바다로 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그 일을 계획한다. 그러나 자기들의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한 미국 부부의 부탁으로, 미국 부부의 배를 집까지 가져다 주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은 호화로운 배에 단 둘이 탄다. 그 항해는 아마도 한달 이상 계속될 예정이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고 바다를 사랑했고 항해를 사랑했으니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고 바라던 바의 시간이 그들 앞에 놓인 것일테다. 이야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들은 큰 파도를 만나 위험에 처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다. 그들이 단둘이서만 바다에 있는 그 오랜 시간, 나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항해를, 바다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면 선택하지 않겠노라 장담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무리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과 단둘이서만 고립되고 싶지는 않다. 일전에 저 어드리프트 페이퍼에도 썼는데, 나는 반드시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과 단 둘이 고립되기' 보다는 '당신 없이 세상에 섞이기'를 선택할 사람이다. 나는 여기에 어떤 고민도 없다. 물론 당신과의 고립은 한정적인 얼마간이라는 단서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선택할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섞이는 시간이 있었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걸 내가 아는 한에서라면, 당신과의 고립을 기꺼이 받아들일것이다. 쏠랄과 아리안처럼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고 둘이 서로 얼굴만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몸을 뒤섞고 서로의 몸에 자국을 내는 일을 기꺼이 할 것이다. 물론, 이 며칠간도 나는 사실 24시간 붙어있기 보다는 따로 떨어져있는 시간이 확보되기를 강하게 원하지만. 실제로 그런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을 때 나는 혼자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고 오곤 했다. 거리는 어떤지, 날씨는 어떤지, 그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내게는 반드시, 반드시 필요했다. 혼자인 시간이 그리고 그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있는 시간이 내게는 필요했다.




나는 그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 당신과 함께가 아닌 시간이.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이나 당신과 함께가 아닌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당신이 필요한 만큼이나 당신이 아닌 사람이 필요하다.



요 며칠간 계속 우울했는데, 어제는 누군가의 알라딘 댓글을 보고 웃었다. 일곱번째 파도를 내 음성으로 오디오북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 이 별거 아닌, 실제로 만난 적도 없는 누군가의 댓글이 어젯밤 나를 웃게 했다. 나는 이런 게 필요하다. 갑자기 만나서 보리고추장을 안겨주는 사람이, 나는 필요하다. 혼자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필요하고 밥을 먹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배우의 신작이 개봉하니 같이 보자고 말하는 사람과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으앗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함께 기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는 필요하다. 커피를 주문하러 까페에 들르고 아무런 사적인 질문 없이 주문을 받고 커피를 건네주는 사람이 내게는 필요하다. 자주 가는 레스토랑에서 늘 마시던 와인으로 드릴까요, 라고 말하는 레스토랑 직원이 나는 필요하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뒷자리에 고양이 탈 건데 괜찮으실까요?' 라고 물어주는 직원이 나는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 갈거야, 라고 했을 때 그래 같이 가자,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혼자서 뉴욕을 걷는 시간이 필요하고 휘트니 미술관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 비가 오는 뉴욕의 풍경을 보는 시간이 내게는 필요하다. 아무도 없는 까페로 훌쩍 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거기서 책을 펼쳐놓고 혼자 가만히 읽는 시간이 내게는 필요하다. 이 음악 너무 좋아 니가 좋아할 것 같아, 하고 전송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네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왔네, 라는 신간 소식을 알려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데도 네 글이 위로가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언젠가 너를 한 번 만나고 싶어, 너랑 친해지고 싶어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만든 잡채를 먹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우리집에 올래 물었을 때 응 갈게 대답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드라이한 와인은 어떤건가요 물었을 때 이거 어떨까요 묻는 직원이 나는 필요하고,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인스턴트 식품을 잔뜩 사와 안주로 차려두는 시간이 필요하고 창 밖을 열어 바람을 온전히 혼자 맞는 시간도 필요하다. 걸으면서 낙엽을 밟는 시간도 필요하고 이른 새벽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시간도 내게 필요하다. 시끌벅적하게 여러명이 만나서 수다를 떠는 시간도 필요하고 내가 구운 고기를 맛있게 먹는 내 앞의 친구도 필요하다. 기차 옆자리에 앉는 낯선 사람이 필요하고, 친하지는 않지만 익숙한 얼굴들도 필요하다. 돈을 버는 시간과 책을 읽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걸 함께 나눌 사람들도 있었으면 좋겠다. 친절함과 우정을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베풀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직장 동료가, 친구가, 지인이, 낯선 사람이 필요하고 나 역시 그런 사람으로 존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연인만큼이나 이런 시간과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런게 전혀 없이 연인만 있다고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턱 막혀오는 것이다....




아아, 서로밖에 없는 쏠랄과 아리안은 이제 어떻게 될것인가...........그들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고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 수도 없고, 매일 몸을 뒤섞는 것도 힘겹다.....................아 쏠랄과 아리안이여.......................세상이 필요한거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계속 그렇게 둘만 있는 세상에서 둘만으로 살 순 없어!!!



휴우-




오늘은 오랜만에 출근길에 음악을 들었다. 갑자기 듣고 싶어서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계속 틀어두고 사무실 환기를 시키고 컴퓨터를 켜고 커피를 내렸다. 혼자였다. 매우 좋았고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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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1-2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아름다운 소설에서의 돈, 사랑, 체력의 삼각형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네요. 콩깍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얇고, 저도 고립에는 반대인 편이라서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부산 바다 말고는 바다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다락방 2020-11-24 13:54   좋아요 0 | URL
한집에 계속 자기들 둘만 사는데 그러면서도 또 행동에 제약이 있어요. 발가벗고 끌어안는 사이지만 면도 안하면 볼 수 없고 화장 안하면 볼 수 없는 사이라니.... 아, 너무 답답해서 그런데 정말 행복한 거 맞냐고 물어보고 싶어져요. 물론 행복은 저마다의 것이지만 말입니다... 답답한 것... 저도 이 이야기가 결국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요. 쏠랄이 국적도 직업도 잃고 이 사랑에도 너무 힘이 들어가니 이야기가 비극적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 걱정됩니다 ㅠㅠ

잠자냥 2020-11-2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클스마스 선물로 보리고추장 한다발?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1-24 13:55   좋아요 0 | URL
선물 중의 최고는 먹을 거 선물이 아닙니까? 물론 먹을거라고 다 좋은 건 아니고 와인이나 고추장이나 초콜렛 같은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취향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단발머리 2020-11-24 13:58   좋아요 0 | URL
와인이랑 초콜렛 사이에 고추장 들어가기 쉽지 않은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보리고추장이라니요. (물론 저도 보리고추장 마니아이긴 하지만요) 취향이 역시 확실하십니다!!

다락방 2020-11-24 14:06   좋아요 0 | URL
완벽한 선물 삼종셋트 아닙니까? 와인, 고추장, 초콜렛... 샤라라랑 ♡
이렇게 선물셋트 구상해서 한 번 팔아봐야겠어요. 일명 다락방 기획 크리스마스 선물 삼종셋트!!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1-24 14:15   좋아요 0 | URL
그거 추진해보시지요. 다락방님 손글씨 카드도 넣고요 앗! 다락방 추천 도서도 넣고요?!?!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추장은 꼭 보리고추장이어야 하구요!!

다락방 2020-11-24 14:24   좋아요 0 | URL
그러면... 너무 고가의 선물셋트가 되겠는데요? 저는 서민프렌들리 기프트셋트를 만들어야 할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인을 저려미로 넣을까요? 9,900원... 그러면 4만원대로 셋트가 완성될듯 한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1-24 15:10   좋아요 0 | URL
알라딘 셀럽의 대명사 다락방의 특별한정판 선물
<다락방 기획 크리스마스 선물 삼종셋트>
와인, 보리고추장, 초콜렛과 다락방의 손글씨 카드 그리고 추천도서제목을 받아볼수 있는 절호의 찰스!
코로나로 지친 당신에게 찾아온 차가운 도시 여자의 따뜻한 위로! 놓치지 마세요!!

다락방 2020-11-24 15:12   좋아요 0 | URL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님 천잰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 이참에 우리 진짜 둘이 머리 맞대고 뭔가 팔아볼까요? 어쩐지 재벌될것 같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1-24 15:35   좋아요 0 | URL
재벌되면 나 한 몫 줘야돼요ㅋㅋㅋㅋㅋㅋㅋ 플리즈! 거기에 스페인 엽서도 한 장 넣을까요? 참! 그 레시피도 넣자구요! 다락방 카레레시피랑 치아바타 레시피!
어떻게 해요? 우리 할 일 너무 많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1-24 15:38   좋아요 1 | URL
아 뭐야 증말 재벌되는 거 아니에요? 다락방 님 우리 친하게 지내요.
얼마전에 조지 클루니가 친구 14명한테 10억씩 줬다던데 ㅋㅋㅋㅋㅋ
친하게 지내요. 다락방 님~~~~~

단발머리 2020-11-24 15:39   좋아요 0 | URL
저두요 저두요! 저 원래 다락방님이랑 친해요! 잠자냥님도 재벌되실 분이시니까요! 잠자냥님! 저하고 친하게 지내요~~~~~~~!!!

다락방 2020-11-24 15:40   좋아요 0 | URL
아니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재벌되기 전에 이미 지분 확보하시는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돈은 있어야 되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1-24 15:41   좋아요 1 | URL
14명 안에만 들면 된대요! 저랑 잠자냥님이랑 일단 2명 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1-24 15:52   좋아요 0 | URL
아 나 언제 14억 받는 거예요? 아.... 너무 행복하다 흐흫

다락방 2020-11-24 16:06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14억이 아니라 10억 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올겁니다, 그날이.. 제가 재벌로 재탄생 하는 날이. 곧 옵니다. 기다리면 옵니다!!

단발머리 2020-11-24 16:17   좋아요 0 | URL
나는 10억으로 뭐할까요? 아... 생각만해도 너무 설레네요 ㅎㅎㅎㅎㅎ 계좌번호는 비댓으로 달아야되는 거죠?

다락방 2020-11-24 16:27   좋아요 0 | URL
계좌번호는 제가 재벌된 후에 요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그때까진 잠시 넣어두시면 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0-11-24 23:55   좋아요 0 | URL
글이 제일 재밌는줄 알고 크게 웃었는데 댓글이 더 재밌어서 더 크게 웃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에는 좀 작게 윳어두는건데....

다락방 2020-11-25 07:59   좋아요 0 | URL
책 인용중에 벨 눌르는 거 너무 웃기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어젯밤에 읽은 부분은 쏠랄의 유대인 정체성에 대한 고통 나와서 슬펐다........ 아 소설이란 너무 좋은 것이야 ♡

2020-11-24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4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4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4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4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0-11-2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다락방님 저 오늘 점심메뉴가 대추 고추장 넣은 비빔밥 ㅋㅋㅋㅋ
내일 점심은 보리 고추장넣은 비빔밥 먹으러 가야겠어요. ㅎㅎ
학생때 그렇게 자주 갔던 카페는 아닌데 일단 그곳에 가면 제가 시키는 메뉴가 있었어요.
비엔나 커피+티라미수

어느날 친구들 여럿이서 우르르 몰려 갔는데 직원이 제얼굴을 보자마자 비엔나+ 티라미수 살포시 놓고 갔어요.

다락방님 한테는 보리고추장 건네줘야쥥 ㅋㅋㅋ^*^

다락방 2020-11-25 07:51   좋아요 1 | URL
저는 보리고추장이 있다는 것도 얼마전에 알았는데 뭐라고요? 대추 고추장이라고요? 맙소사.. 세상은 다양한 고추장으로 가득하군요!! >.<
그나저나 고추장 넣은 비빔밥 정말 맛있지 않습니까? 고추장도 넣고 나물도 넣고 슥슥 비벼서 한입 가득 넣고 먹으면 지상낙원이죠. 만세!!

스콧님 말씀하신 비엔나 티라미수 조합은 올리브가 말한 그거 잖아요, 작은 기쁨! 내 취향을 알아주는 도넛 가게 직원!!!!!

보리고추장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낯선 곳에서 까페를 발견하고 또 그 까페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좋아서 훌쩍 들어갔다. 가방에 책이야 늘 있는 것. 나는 <성의 역사2>를 시작할것이다, 하고는 가방에 이 책 한 권만 달랑 넣어 까페로 들어갔다. 욕심을 내어 커피도 큰 걸 시켜두고 읽기 시작하다가, 서론에서, 나는 코끼리를 만난다. (네?)




우리는 살레스의 성 프란시스가 부부의 덕목德目을 어떤 식으로 권유 했는지를 알고 있다. 그는 결혼한 사람들에게 한 쌍의 코기리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습속의 모델을 제시하면서 자연의 거울에 비춰보라고 들이민다. 그것은 "거대한 동물에 불과하지만 지상에서 가장 고상하며 가장 지각 있는 동물이다. … 코끼리는 결코 제 짝을 바꾸지 않으며 선택한 암컷을 다정하게 사랑하지만, 3년에 한 번씩만 교미하는데 그것도 단지 5일 동안이며, 또 너무도 은밀히 하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할 때는 아무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6일째 되는 날 모습을 나타내고는 곧장 강으로 가 몸을 씻는다. 자기가 깨끗해지기 전에는 절대 무리에게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답고 정숙한 성질이 아닌가?"(Francois de Sales, Introduction a la vie devote) - <성의 역사 2>, p.39



우엇!!

우엇!!

이게 뭐얏!!!

코끼리... 나 코끼리였어!! 코끼리닷!

나는 다람쥐처럼 귀엽고 싶었는데 그것은 단지 나의 바람일 뿐, 실상은 코끼리였어..코끼리처럼 살고 있었다. 거대하며!!!

......

......

......

......

단 하나, '곧장 강으로 가 몸을 씻는'것만 코끼리와 내가 다르다. 나는 곧장 강으로 가 몸을 씻지 않아도 무리에게로 잘만 돌아가. 그러나 나는 코끼리였다. 나는 코끼리였어! 나는 코끼리다, 아아, 다람쥐보다 더 잘어울려. 코끼리다. 나는 코끼리인것이야... 코끼리..

푸코님의 책이 이렇게 좋군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 이만....

2020.11.23.08:20 코끼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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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1-2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

여기에 담긴 말들을 왜 다 알 거 같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1-23 13:10   좋아요 1 | URL
저 원래 썼다가 너무 노골적이라 말줄임표로 수정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 코끼리였습니다.

scott 2020-11-2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푸코 전도사 여서 알라딘 서재 다락방님 방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푸코가 달려들어요.(알라딘 빅데이터가 올려다 놓나봐요.) 난, 다락방님 올리브 글 읽으러 왔는뎅 ㅋㅋㅋㅋ

다락방 2020-11-24 10:40   좋아요 1 | URL
제가 11,12월은 어쩔 수 없이 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 전도사를 해야 하므로 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제가 또 올리브 얘기 할 게 너무 많아요! 잭이 올리브랑 결혼해 살면서도 오래 살았던 전부인 그리워하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너무 많고요(당연하지 않습니까!) 발관리 권유한 건 또 바람피웠던 상대 때문이었잖아요? 이거에 대해서도 또 말할 게 많고, 올리브가 병원에 입원해서 의사를 사랑하게 되는 것!! 도 할 말이 많고요. 아 그리고 늙어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에 대해서도요... 아아, 너무 천재 소설가 만나서 할 말이 많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생각날 때마다 풀어볼게요. 얘기합시다, 스콧님!!

scott 2020-11-24 21:38   좋아요 0 | URL
북플로 다락방님 방에 들어가서 올리브 페이퍼로 쭈욱 내려가서 댓글을 달면 푸코에 달려서 (오늘도)
알라딘에 문의를 했는데 알라딘이 현재 몇개 추진하고 있는 검색엔진 시범 운영중이라서 사이트가 불안(아마도 빅데티이터로 알라디더들이 조잘대는 책들 예의주시하는)해서 죄송하데요 ㅎㅎ

한 3-4년전에 스트라우트작가가 오바마가 자주가는 독립서점에서 독자들하고 만났는데 그때 사적인 이야기들 좔좔 풀었어요.(남편 뒷담화도 함)
보통 방송에서는 긴장하시는데 사적으로 팬들 만나면 동네 아줌마(약사 헨리 스타일) ㅋㅋ 처럼 폭풍수다를 떨어서 굉장히 인간적이고 소탈해요.
머리도 옷차림도 집에서 입던것 고대로 나온다고 ㅎㅎ

현재 남편이 두번쨰 남편이였는데 첫번째 남편이 유태계 부호, 하지만 결혼생활은 굉장히 불안했다고 하네요.
지금 남편은 소설속 잭과 거의 흡사해요. 말할때 (성격이 급해서 ) 호흡이 불안정한것도(실제는 배가 안나옴‘/작가에 광팬으로 독자와의 만남에서 만나서 데이트를 시작) 완전 애처가라서 와이프가 일어나기전 주변 정리하고 글쓸때 물심양면으로 서포트 해주는데(10년간 메인주 검창총장 그후 입법부에서 근무했던 엘리트 법조인)
전부인에 관해 궁금해서 소설에 그런식으로 써버렸데요 ㅎㅎ

작가가 원래 초임변호사 시절 요양병원에 파견되어서 (세금문제 상속문제 등등에 관한 업무) 수습을 했는데 6개월만에 로펌에서 잘렸데요. 하라는 일은 안하고 환자들(고객들)과 폭풍수다만 떨었다고 ㅎㅎ

로펌에서 쫒겨난후 이야기는 다음편에 ㅋㅋㅋㅋ


다락방 2020-11-25 07:55   좋아요 1 | URL
아니, 스콧님은 그런걸 다 어떻게 아세요? 설마... 오바마가 자주 가는 독립서점..에 스콧님도 가서 스트라우트 작가님 만나신거에요? @.@

작가의 광팬으로 독자와의 만남에서 데이트를 시작했다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최근에 개그우먼 안영미도 팬이었던 남자와 연인에서 부부가 되었잖아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글을 좋아하는 남자사람이라니, 그것도 너무 좋은데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글을 읽고 좋아하고 팬이 되는 사람이면 어쩐지 나쁜 사람이 아닐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좋아해서 팬이 되었으니 글 쓰는 걸 지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할테고요! 크- 너무 좋다. 역시 글은 여자가 써야 돼요. (응?)


그나저나 올리브 페이퍼에 댓글을 다는데도 푸코에 달리는 거였군요!! 맙소사.. 그것 참 이상한 에러네요..라고 할랬지만 에러란 원래 이상한 법....
그런데 스콧님 북플로 이렇게 긴 댓글 다시는거에요? 저는 북플로 댓글 잘 못달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너무나 피씨친화적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피씨로 글 쓰고 피씨로 댓글 답니다. ㅋㄷㅋㄷ
 

하지만 이 도덕은 여성용 도덕이 아니다. 여기서 환기되고,
정당화되거나 상술되는 것은 여자들의 의무도 책임도 아니다. 그것은남자들의 도덕이다. 남자들에 의해 생각되고 씌어지고 가르쳐진, 그리고 분명 자유인인 남성용 도덕인 것이다. 여기서 여자들은 대상으로서, 아니면 기껏해야 그네들이 자기네 권력하에 있을 때에는 양성하고 교육하고 보살펴야 하고, 그 반면에 그네들이 다른 사람(아버지,
남편, 후견인) 의 권력하에 있을 때에는 삼가야 하는 파트너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분명 이것은 성적 행동에 관한 도덕적 성찰에서 가장주목할 만한 점들 중 하나이다. 그것은 남자와 여자에게 필요한 조정을 통해 양자에게 다 같이 유효한 규칙들의 영역과 행동의 장을 정의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남자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행위에 형태를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남성적 행위의 완성이다.
더욱이 그것이 남자들에게 이야기하는 행위들은 모든 사람이 인정한 금기들, 종교적 규약이나 관습, 혹은 계율에서 엄숙하게 환기되는몇 개의 금기들과 관계될 수도 있을 그런 행위들이 아니다. 그 도덕이이야기하는 것은 남자들이 자기네 권리, 권력, 권위, 그리고 자유를활용해야 할 바로 그 행위들에 관한 것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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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을 유출시킨 젊은이들은 "육체의 모든 습성 속에서 조락周落과 노쇠의 흔적이 드러난다. 그들은 기력이 없고 힘이 없고 둔해지고 얼이빠지고 쇠약해지고 식욕이 없어지고 열정이 없어지며 사지가 무거워지고 다리가 마비되며 극도로 허약해진다. 한마디로 거의 완전히 회복될 가망이 없어져 버린다. 이러한 질병은 몇몇 사람들에게서는 마비로 진척되기까지 한다. 사실 체질의 재생원칙과 생명의 원천 자체가 약해졌으니 어찌 신경계통의 병에 안 걸리겠는가?" 이러한 질병은
"그 자체로 수치스러운 것이며, 그것이 쇠약증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하고, 이 쇠약증은 종족번식에 장애가 된다는 점에서 사회에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점에서 수많은 질병의 원천이므로 신속한 구조를 필요로 한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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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라이언' 주연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로맨스 영화의 고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나는 어제야 봤다. 샐리 겁나 예쁜데 해리 못생긴게 너무 용납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는데, 어쨌든 봤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를.

아마 너무 유명한 영화라 줄거리를 모두 다 알지 않을까 싶은데, 샐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가 기자가 되고자 한다. 지금 있는 곳에서 뉴욕까지는 자동차로 18시간을 운전해 가야 하고, 그 길에 자신의 친구의 애인인 해리와 동행하기로 한다. 해리도 거기서 자리를 잡기 위해 가니 운전을 교대로 하며 가기로 한 것. 그렇게 그들은 처음 만나 차 안에서 함께 보내기로 한다.


나는 일단 여기서부터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란 생각을 했는데,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내 친구랑 둘이 18시간 동안 붙여놓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를 물어보면, 글쎄 딱히 그러고 싶지 않은 거다? 애인도 믿고 친구도 믿는다지만, 굳이 이런 상황 만들어서 나는 믿는다...이러고 싶지가 않아? 뭐, 남자 여자 이성간이라고 좁고 밀폐된 공간안에서 뭔 일이 일어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좀 거시기하잖아? 서로 좋아하는 것만 문제되는 게 아니라 서로 싫어하는 것도 문제다. 거기서 싫어하면 우쪄... 아무튼 그렇게 해리와 샐리는 처음 만나 함께 차를 타고 뉴욕으로 이동하는데, 으, 해리 너무 비호감이다. 첫만남 당시 이십대 초반이라 겉멋과 허세가 가득하긴 하지만, 그래도 포도 먹으면서 창밖으로 퉤퉤 하고 씨 뱉는 거 너무 비호감이라서, 으으 싫다... 하게 되었어. 어쨌든 이 영화속, 이들이 이렇게나 오랜 시간 함께 있으면서 대화를 하다보니, 너무나 유명한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나온다. 샐리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해리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친구로 지낸다면 남자는 반드시 여자랑 자고 싶어할 거라고. 음...



사람에 따라 주장하는 바도 또 생각하는 바도 다르겠지만, 이성애자인 사람에게 이성이 친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라면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숱하게 생각하고 부딪쳐본 질문일 것이다. 될 수 있나? 나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거기에 해리의 말처럼 어느 한 쪽의 성적 욕망이 잠재되어 있을까? 를 물어보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남자사람들과 나누는 우정 중에 어떤 부분에서는, 그러니까 어떤 상대에 대해서는 성적 욕망을 갖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 남자랑 섹스할거야, 도 아니고 으으 이 남자랑 섹스하고 싶다, 도 아니지만, 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혹은 상대가 하자고 하면 나도 싫지 않을 것 같다, 는 생각을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성과 우정을 나누는 동안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것이 섹스로 이어진 적은 한 번도 없고 상대에게 입밖으로 낸 적도 없지만(우정을 지켜야한다!), 그러나 나 역시 상대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면서 우정을 나눈 적이 있었던 거다.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우정을 나누지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일. 그러나 그것이 우정으로 지속되려면 나는 내 욕망을 드러내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바꿔말하면, 섹스를 해버리면 친구 사이는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섹스를 한 후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친구로 지내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라는 게, 아니 뭐 내 경우에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상대의 촉감을 기억하고 냄새를 기억하고... 몸이 몸을 기억하는데, 바디가 바디를 기억하는데, 한 번 잤다가 좋으면 두 번 자게 되고, 두번 잤다가 좋으면 스무번 자게 되고, 스무번 자게 되면 우리의 몸은 서로 익숙해지게 되고 거기에는 어떤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라든가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다 라든가 하는 이제 그런 욕망 같은 것이 혹은 욕심 같은 것이 끼어들어버리기 땜시롱... 친구 사이는 개박살이 나고 만다.... 물론, 연인이 되면 완전히 다른 문제겠지만, 그러니까 이러다 연인이 된다면 가장 좋은 친구가 연인이 되는 궁극적 관계가 되는 거겠지만 말이다. 나는 얼마나 운이 좋은가 베스트프렌드와 연인이 되다니, 하고 제이슨 므라즈도 노래하지 않았는가.





아무튼 될 수 있다 될 수 없다의 논쟁을 넘어 그들은 서로 안좋은 인상을 간직한 채로 헤어지게 되고 5년후에 공항에서 그리고 비행기에서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5년후의 해리는 나에게는 여전히 비호감이었다. 그런데 뭐 내가 중요한가. 샐리가 중요하지. 해리를 만난 건 샐리지, 다락방이 아니다. 무튼, 그렇게 우연히 만나 잠깐 수다를 떨고, 그 때 근황을 서로 알리는데 해리는 결혼을 앞두고 있고 샐리는 연애를 시작한 지 한달 된 참이었다.



그리고 5년후 서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다. 그 사이에 샐리는 애인하고 헤어졌고 해리는 결혼했다 이혼했다. 이들에게 그 사이에 10년의 시간이 있었던만큼, 좀 철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이들은 서로 친구하기로 쇼부치고 섹스 없는 수다를 나누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주변에서는 말도 안되는 관계라고 하지만, 그러나 그들에게는 말이 되는 관계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다보니 당연히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익숙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들은 각자 연애를 하면서도 이 베스트프렌드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고, 각자 하는 연애도 뭔가 뜻대로 잘 되질 않는다. 그러다 샐리가 힘들었던 어느 밤, 둘은 드디어(?) 급기야(?) 섹스를 하게 된다. 그 섹스는 좋긴 했지만 뭔가 이 둘 사이가 약간 어색해지는데, 그래서 그들은 다투고 각자 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고..그러다가 결국은 서로 사랑한다는 걸 깨닫고 사랑을 이룬다(?)는 그런 해피한 로맨스로 결말을 맺는다.


옆에서 가장 오랜 시간 봐오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연인이 된다는 거야 특별할 거 없지만, 나는 내내 비호감인 해리가 나중에 참 좋았더랬다. 어느 부분이었냐면, 둘이 엄청 싸우고 돌아선 뒤에 해리가 자꾸 연락을 하는 거다. 거기에는 해리가 샐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 자신과 얘기도 하지 않으려는 샐리에게 반복해 연락을 하는 것, 그러니까 샐리가 나랑 말하기 싫어하니까 나도 안해! 하는게 아니라, 거기서 듣고 있으면 전화 받아, 라고 하면서 끊임없이 말을 거는게, 해리는 여전히 샐리의 손을 놓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결국 해리와 샐리가 다시 만나 연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해리가 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쪽이 꼭 붙들고 있기 때문에 상대도 계속 잡고 있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건 어제 오늘 읽고 있는 《다시, 올리브》에서도 느꼈다.

















잭은 어쩐 일인지 자기 인생에서 말도 없이 사라지려고 하는 올리브를 붙잡는다.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낸다. 올리브의 답이 없어도 그렇게 한다. 거기에는 당신이 내 인생에 다시 나타나기를, 우리가 다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결국 잭은 종이를 꺼내 펜으로 썼다. 올리브 키터리지,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혹 당신이 전화해주거나 이메일을 보내거나 나를 보러 와줄 수 있다면 아주 기쁠 거예요. - P38



어느 한 쪽이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면, 여전히 붙잡고 있다면, 결국은 다시 이어질 수 있는거야. 나는 생각했다. 상대가 마주 꽉 잡아 주지 않아서 내가 더 힘들겠지만, 그렇게 잡고 있다 보면, 놓지 않으면 상대 역시 내 손을 마주 잡아주기도 하는거야. 다시. Again.



그렇지만, 그렇게 계속 내가 붙잡고 있어서 우리가 다시 연결되는 것과, 계속 내가 붙잡고 있는게 상대에게 고통이고 폭력이 되는 것은 어느 지점에서 경계가 있는걸까? 왜 어떻게 붙잡는 건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되고 어떻게 붙잡는 건 스토킹이 되는걸까?


'리안 모리아티'는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에서 '사스키아'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헤어진 애인을 스토킹한다. 헤어진 애인이 새로 사귄 애인까지 만나러 가고, 자신과 헤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헤어진 애인이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과의 만남에 찾아가 지켜보기도 한다. 사스키아는 전애인을 육체적으로 때리지 않았지만 사스키아의 정신과 상담의는 사스키아가 한 것이 폭력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계속 전화를 걸었을 때, 패트릭은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당신이 갑자기 나타나면 패트릭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패트릭은 그날 밤 두려웠을까요?"

이상한 건, 지난 3년 동안 나는 패트릭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작 패트릭이 어땠을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거야.

"폭력을 휘두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육체적인 폭력만 폭력인 건 아니에요. 당신은 패트릭을 무기력하게 만든 거예요."

"무기력하게 만들다뇨? 나는 패트릭을 사랑했어요. 그저 다시 함께하기를 바란 것뿐이에요."

"다시 생각해봐요, 사스키아."

내 정신과 의사는 나를 어디로든 달아나지 못하게 했어. 마치 나를 거울 앞에 세워놓고는, 내가 자꾸 외면하고 다른 곳을 보려고 할 때마다 내 어깨를 붙잡고 다시 거울 앞으로 돌려놓는 것처럼 느껴졌어. 내가 손으로 눈을 가릴 때마다 그녀는 내 손을 부드럽게 잡고 내 옆에 가지런히 내려놓는 거야. 마침내 나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게 말이야. (p.621)



사스키아는 잭처럼, 해리처럼, 상대와 관계가 멀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 여기까지의 그들의 공통점은 같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다가선다. 잭은 이메일을 보냈고 전화를 했다. 해리는 자동응답기에 계속해 연락을 남겼다. 사스키아도 계속 전화를 걸었고, 전애인의 약속장소에 불쑥 찾아가고 집에도 불쑥 찾아갔다. 잭은 올리브를 다시 만났고 해리는 샐리랑 사랑을 이루었다. 그러나 사스키아의 애인은 고통스러워 했다. 이건 어느 지점에서 차이가 생긴걸까. 상대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 상대가 내 인생에 여전히 존재해줬으면 하는 마음은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이었을텐데, 왜 어떤 것들은 다시 사랑으로 이어지고 어떤 것들은 스토킹이 되어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고통속에 빠뜨릴까. 이걸 어떻게 구분하면 될까. 사스키아는 자신이 '폭력을 휘두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대는 고통스러웠다. '아니'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그만하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너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뜻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 사스키아와 그들의 차이일까? 그러나 올리브도 잭의 이메일에 답하지 않았었고, 샐리도 해리의 거듭된 연락에 답하지 않았었다. '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 역시 너를 원해'가 되는 건 아닌데, 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정의 뜻으로도 읽힐 수 있는건데, 그렇다면 이들의 차이가 뭘까?



나는 누군가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고 또 지금도 놓고 싶지 않아 남은 힘을 짜내어 부여잡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상대의 의도를 읽지 못하는거라면 어떡하지? 올리브와 샐리는 상대가 손을 놓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가 다시 돌아서기만 하면, 그러니까 뒤를 돌아보면 그 관계가 다시 시작될 것 역시도 알았다. 그러나 사스키아의 전애인은 사스키아가 놓지 않는 손이 너무 힘겨웠다. 놓으라고 놓으라고 하는데도 놓지 않아서 몹시 고통스러웠다. 자신은 손을 놓았는데 상대가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거다. 손과 옷자락의 차이. 그렇다면 어느게 손이고 어느게 옷자락인지는 또 어떻게 알아차리지?

모든 놓지 않은 손이 스토커는 아닐텐데, 놓지 않은 손 때문에 더 행복해지기도 하는데, 대체 그걸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 걸까? '아니'라는 명확한 답이 그렇게 만드는 걸까?

나는 내가 놓은 손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아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냈다. 오래 그랬다. 그런데 내가 놓지 않은 손이 상대에게 고통일지 아닐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있은 후 내게는 내가 놓지 않은 손이 상대에게 폭력일까봐 자꾸 쭈그러들게 되어버렸는데, 내가 잭이나 해리가 될지, 사스키아가 될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모르겠다. 혼란스러워... 토피넛라떼를 마신다.....



우리 에미... 에미도 놓지 않았어. 에미도 손을 꼭 잡고 있었어. 그래서 에미는 어떻게 됐다? 레오랑 사랑을 했지. 우리 에미.. 나는 에미가 진짜 너무 좋다. 에미 만세 만만세야.

















에미는, 레오로부터 응답이 없는데, 시스템관리자만이 계속해서 답장을 보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끈질기게 메일을 보낸다. 답 없는 레오에게.


Three weeks later

Half a year later

Three days later

Four days later

Three and a half months later


...



3주+6개월+3일+4일+3개월반=10개월반



거의 1년을, 답 없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말을 거는 거다. 시스템 관리자에게 줄기차게 보내!! (관련 페이퍼는 여기 ☞ https://blog.aladin.co.kr/fallen77/9780675)


에미의 놓지 않은 손은 결국 마주잡는 레오의 손을 불러낸다. 그렇다면, 내가 에미가 되어 레오를 만날지, 사스키아가 되어 병원에 입원할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휴.... 에미 ♡




오늘 출근길에도 올리브를 읽었는데, 아, 올리브 때문에 웃었다. 그러니까 다시, 올리브는 잭 케니슨과 연락한다. 그리고 잭 케니슨이 우리집에 와요, 해서 잭 케니슨의 집에 간다. 밤이 늦어 집으로 돌아가려는 올리브에게 잭은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 한다. 손님방에서 자라, 나는 건넌방에서 잘게, 라고 말한다. 혹시라도 자신이 덮칠까봐 걱정이라면 안심해라, 나는 전립선수술을 받아 기저귀를 차고 있다, 고 말하는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말을 들으니 올리브가 안심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고가진 않겠다 하는데, 잭이 원하는 건 일어나서도 올리브를 만나는 거였다.



잭이 말했다. "당신이 손님방을 하나 쓰고 나는 보곧 건너편에 있는 다른 손님방을 쓰면 어때요? 그저 내가 잠에서 깼을 때 당신이 여기 있으면 좋겠어요, 올리브." (p.66)



그러자 올리브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잠에서 깼을 때 여기 있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음, 그러면 다시 올게요. 나는 일찍 일어나요." (p.66)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하철 안에서 저부분 읽다가 터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낭만을 모르는 여자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그게 아니잖아요 올리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다시 만난 날의 대화에서 잭은 올리브에게 아주 중요한 말을 한다.




"애들보고 여기로 오라고 말한 적은 있어요?"

"아니요." 올리브는 아래쪽에 주름 장식이 둘린 전등갓을 쳐다보았다.

"왜 하지 않아요?"

"애가 셋이에요, 내가 말했었잖아요. 각각 다른 남자들하고 낳은 애가 둘 있고, 지금은 리틀 헨리가 있고요. 여기로 오는 건 당연히 힘들 거예요."

잭이 한 손을 폈다. "아마 그렇겠죠. 그래도 초대는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초대하고 말고가 뭐 있어요. 그냥 오면 되는데." 올리브가 안락의자 팔걸이에 손을 올렸다가 다시 무릎 위로 가져갔다.

잭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팔꿈치를 무릎에 올렸다. "올리브, 사람들은 가끔 초대를 받고 싶어해요. 나만 봐도 당신 집에 초대 받았으면 좃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집으로 데려가달라고 부탁한 그 한 번을 빼고는 초대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퇴짜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이해하겠어요?"

올리브가 큰 소리로 숨을 내쉬었다. "전화하면 됐을 텐데."

"올리브, 아까 전화했다고 말했잖아요. 몇 번이나 했다고. 당신이 그놈의 자동응답기를 꺼놓은 바람에 내가 전화한 걸 몰랐던 거예요." 그는 뒤로 기대앉아 그녀를 향해 손가락 하나를 흔들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저 사람들은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거예요. 게다가 나는 이메일도 보냈어요." (p.63-64)



올리브는 아들내외가 집에 오지 않아 서운하지만 아들에게 집에 오라고 초대한 적이 없다. 그냥 오면 되는거니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올리브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상대가 어떻게 알겠는가. 잭은 그렇게 자기 생각만으로 서운해하는 올리브에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네 마음을 읽을 수는 없다고.


맞다. 이것은 진리. 말을 해야 안다, 말을 해야 해.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해야 하고, 보고싶으면 보고싶다고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보고싶어하는지 알 수 있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 보고싶은 마음 가득하다고, 상대가 이 마음을 당연히 알아줄 거라는 건 큰 착각이다. 말을 해야 해. 말을 해야 한다. 서운하면 서운한것을 말해야 하고 속상한 건 속상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알 수있다. 말하지 않으면서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고 말하는 건 세상 쓸데없는 바보짓이다. 올리브는 일흔이 넘어도 아직 그걸 몰랐고, 그러나 인생의 아름다움은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일흔이 넘어서 그걸 알려주는 친구가 생기는 것. 인생은 십대에도 이십대에도 그리고 칠십대에도 이렇게나 살아볼만한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서투른 점을 갖고 있고 여전히 잘못하며 살고 있지만, 칠십대에도 소중한 누군가가 나타나 '그건 네가 잘못생각한거야' 라고 말해준다면, 너무 좋지 않은가. 이러니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야 하는거야. 우리는 일흔에도 여전히 더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을 품고 산다. 근사하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텔레파시만 겁나 쏘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빨리 퇴근하고 싶다. 빨리 퇴근해서 집에 도착해 씻고 내 침대에 눕고 싶다. 오늘은 잠들기 전에 쏠랄하고 아리안 얘기 좀 읽어야 되는데.. 쏠랄과 아리안에 대해서라면 또 할 얘기가 한가득이라 다 읽고 하려고 벼르고 있다. 영화 <어드리프트>가 떠오르는 부분이 있어... 퇴근하고 싶다. 아직 09:25 인데 퇴근을 간절히 원하네... 퇴근을 원하는 금요일 오전......

















소용돌이치며 두 사람을 집어삼키는 바닷물 속에 다시 잠겼을 때 그는 패티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녀의 팔을 꼭 붙잡았다. 널 놓지 않을게. 파도가 칠 때마다 햇살이 반짝이는 짠 바닷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케빈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그 옛날 여왕처럼 줄넘기를 하던 소녀, 지금은 바다에 빠진 젖은 머리의 여인이 두 사람의 구조만을 바라며 바다의 힘만큼이나 격렬하게 그를 붙잡고 있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p.86)







올리브는 파도가 자신을 높이-높이-던져올리며 위아래로 그네를 태우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어둠이 아래에서 밀고 올라오는 것 같아 공포를 느끼며 버둥거렸다. 자신의 삶이-자신의 삶이라니, 참으로 바보 같은 생각 아닌가-자신의 삶이 달라진 것을, 많이 달라질지도 모르고 혹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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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20-11-2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나는 일찍 일어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브다운 대답이에요!!

다락방 2020-11-20 15: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브 고집도 세고 표독스러운데 너무 좋아. 다시, 올리브 너무 좋다요, 레와님!! >.<

라로 2020-11-2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정말 처음 보신 거에요???????????? 신기해요!!!!ㅎㅎㅎ
암튼, 아직 올리브가 의사를 만나는 부분은 안 읽으신 거지요?
럭키,,, 올려주셔서 고마와요. 누가 올려 준 음악 듣는 것도 참 좋다. ^^

다락방 2020-11-20 15:02   좋아요 0 | URL
네 저 이제야 처음 봤어요 ㅋㅋ 그동안 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들었는데 이제야 보았네요! ㅎㅎ

올리브가 의사를 만나는 부분은 안읽었어요! 고작 앞의 두 편 읽었을 뿐입니다. 앞의 두 편만으로도 이미 너무 좋은데, 완독하신 분들이 다 엄청 좋다고 하셔서 기대가 크고 그래서 빨리 읽기가 싫고 그래요 ㅠㅠ

라로 2020-11-21 02:48   좋아요 0 | URL
저는 출산 편이 너무 재밌었어요. 정말 여기 베이비 샤워 풍경이니, 아줌마들의 모습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올리브 키터리지 편에서도 헨리와 병원에서 생긴일,,,정말 무서운데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었던지,,, 그 기억이 나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입담이 참 좋아요. ㅋ

다락방 2020-11-23 08:03   좋아요 0 | URL
저 다 읽었어요! 의사 만나는 부분도 역시나 너무 좋았어요. 그러니까 손 잡는 부분이요!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었을때는 의사를 사랑하는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부분도 그렇고요. 정말 대단한 작가에요!!

syo 2020-11-2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한장의 페이퍼에 올리브와 에미가 다 있네요. 최애지수 랭킹 장난 아니네 이 페이퍼.

다락방 2020-11-23 08:02   좋아요 0 | URL
최애란 무릇 자주 소환되는 것이지요... 후훗

scott 2020-11-2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 페이퍼에 올리브 댓글 썼다 지우고 요기로 다시 왔어요. 다락방님 ㅎㅎ
저는 ‘청소‘ ‘햇빛‘ ‘산책‘ 돌려가면서 읽고 있어요.
일곱번째 파도 다락방님 목소리로 오디오북 출시 되면 좋겠어욤 ㅋㅋㅋㅋ


다락방 2020-11-23 20:35   좋아요 1 | URL
제가 왜 아직도 버지스 형제를 읽지 않은걸까요 스콧님?? 저 마지막 단편에서 이저벨 만나고 아니!!!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이러면서 너무 놀라고 기쁘고 슬프고 막 엄청나게 복잡한 감정에 휘말렸다고요! 옮긴이의 말 보니까 버지스 형제도 나왔다는데 제가 몰랐어요!! 아아 서운해 서운해 ㅜㅜ 저 버지스 형제 읽고 다시 읽으려고요. 아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이 소설 천재님 ㅠㅠ

그나저나 일곱번째 파도 오디오북이라니요!!! 스콧님도 참... 무슨 그런 말씀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 죽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0-11-23 21:59   좋아요 0 | URL
다시, 올리브는 작가가 애정하는 작품속 캐릭터들에 카메오 출연이 있어서 더 깨알같은 재미가 있어요.
읽다보면 1권보다 더 좋아하게 되고 작가가 그동안 펴낸 작품들 다시 찾아 읽게 되네요.

버지스는 꼭 읽어야합니다.
작가가 애정하는 작품 (루시 버튼과 버지스 래요.) 작년인가 언젠가 워싱턴 디시 독립서점(오바마 단골)에서 인터뷰에서 밝혔어요. 루시버튼은 올리브가 퓰리처 받지 않았다면 맨부커상 탔을거라고 ㅎㅎ
자신에 10대후반 20대 모습을 루시에 많이 투영시켰다고 ㅎㅎ

신작 나올려면 4-5년 걸린다는 작가
코로나로 집콕하시는데 이번 작품 미드 시나리오 검토 하지 않을까 ^*^

다락방 2020-11-24 10:41   좋아요 0 | URL
저 안그래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도 안읽어서, 일단 버지스랑 모든 것이 가능하다 다 읽고, 또 루시 바턴 한 번 다시 읽고, 그리고 [다시, 올리브]를 또 봐야할 것 같아요. 아이참. 이 작가 왜 독자에게 숙제를 주지요? 그렇지만 그걸 읽고나면 또 더 좋을 것이기에 기꺼이 숙제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 어제 버지스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아이참.. 읽을 것도 많은데 도대체 뭘 먼저 읽어야할지 ㅠㅠ 행복한 고민이네요. 행복한가? 아닌가? 아 모르겠다. 일단 소세지빵부터 먹어야겠어요. 하하하하하.

scott 2020-11-24 22:23   좋아요 0 | URL
모든 것이 가능하다(루시 바튼 스토리가 이어짐)에 수록된 단편 ‘눈에 빛에 눈멀다‘는 2015년 오헨리 단편상 수상작이에요
문창과 수업시간에 쓰일정도로 명단편으로 평가 받고 있어서인지 작가가 몇년전에 독자들과 만남에서 ‘버지스‘와 ‘모든것이 가능하다‘라는 작품에 애정이 듬뿍듬뿍 담았다고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