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읽은 프리먼의 <뉴잉글랜드 수녀>가 너무 좋아서 작가의 다른 단편들도 모두 읽고 싶어져, 현대문학에 이메일로 현대문학단편선에 프리먼을 추가해달라는 메일을 써두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랍니다.. 일단 나온다면 저는 꼭 살거고요, 알라딘의 ㅈㅈㄴ 님도 살거라서 두 개는 확실히 판매 책임집니다... (응?)


그 단편이 너무 좋아서 페이퍼를 쓰니 그 단편 정말 좋았다는 ㅈㅈㄴ 님의 댓글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좋았던 단편, 너무나 인상적인 단편들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장편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어떤 단편들은 정말이지 아주 강하게 훅- 들어온다니까. 일단 좋았던 단편은 엊그제도 페이퍼를 썼던 '메리 윌킨스 프리먼'의 <뉴잉글랜드 수녀>

















위의 책 《엄마의 반란》에 실린 세번째 단편이다. 오래전에 사랑해서 결혼을 약속했지만 약속한 이후 서로 보지 않는 시간이 14년간 이어졌고, 그 후에 다시 만나 서로에 대한 신의로 결혼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그러나 그 사이에 그들은 변했다. 여자는 자신만의 시간과 자신이 쌓아올려놓은 탄탄한 일상의 반복으로 인해 평온했으며 그 평온을 깨기 싫었고, 남자의 마음은 방향이 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은 사랑을 못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러나 시간으로 못나질 사랑이라면 애초에 이어지지 않는 쪽이 나았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가 각자에게 더 맞는 짝 혹은 더 맞는 생활을 찾는데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고 긴 공백이 필요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헤어짐은 헤어짐인지라 잠시잠깐 여자는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내 답답했던 속이 뚫리고 자신의 평온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오래전 일인데 소개팅을 했던 적이 있다. 소개팅 자리에서 남자는 바로 내게 사귀자고 했고 나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했는데, 그는 그러겠다고 했다. 이제부터 내 고민이 시작되겠구나, 했는데, 웬걸, 그는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헤어지면서 어떻게 생각은 해봤냐, 사귀겠냐, 고 묻는게 아닌가.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생각할 시간을 좀전에 주고 집에갈 때 물어보는게 어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며칠 주는건줄 알았지? ㅋㅋㅋㅋㅋ계속 자기랑 같이 있었는데 무슨 언제 생각을 하라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집에 가는 지하철이 오면서 나는 그러마고 했고(네?) 그 다음에 데이트를 한 번 더했던가 두 번 더했던가 이 관계를 그만두기로 했는데, 그러니까 나는 그를 처음부터 좋아하지도 않았고 앞으로 좋아해야지, 좋아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건데도 묘한 슬픔 같은게 있었던거다. 이에 친구는 몇 번만나지도 않았는데 뭐가 슬프냐? 했는데 나도 몰라? 했고, 어쨌든 그런 묘한 슬픔이 자리잡은 가운데 한 이틀 지나고 나니까 씐남이 찾아왔더랬다. 어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남자는 잠깐 만났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연애들에서도 마찬가지. 헤어지고나서는 당연히 슬펐다. 헤어지고 안 슬플 순 없지. 그래도 사람이 관계를 유지하다 헤어진건데. 그래서 흑흑 슬프다 흑흑 ㅠㅠ 이러다가 또 한 이틀 지나니까, 만세! 이제 앞으로 모든 주말이 내꺼다!! 하면서 또 씐남과 흥분 상태가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뉴잉글랜드 수녀>의 루이자가 잠깐 울었지만 그러나 이내 자신의 평온에 큰 만족을 새삼 느끼게 되는게 뭔지 너무 잘 알겠고, 막!!


이 단편집에서는 <뉴잉글랜드 수녀>가 압권이지만, <엇나간 선행>도 좋다.


















단편 이야기를 하자면, '샬롯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를 빼놓을 수가 없다. 크- 진짜 대단한 단편이야. 나는 왼쪽의 링크된 책 《허랜드》에 실린 단편으로 읽었는데 최근에 오른쪽 링크된 책 《누런벽지》가 새로 나왔네.


샬롯 퍼킨스 길먼은 결혼후 우울증에 시달리는데 그녀가 찾아간 정신과 의사는 그녀에게 지적인 활동을 하지말고 집안일에만 전념해야 나을 수 있다고 했더랬다. 하아.. 결국 그녀는 그런 생활을 견디다못해 이혼했고 <누런벽지>속에 그 얘기를 녹여냈는데, 우울증을 앓는 아내에게 집에 있어라, 집에서 쉬어라, 하는 남편이 나오는거다. 이 단편 역시 이야기 자체로 완벽한데, 내게는 <허랜드>보다 더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샬롯 퍼킨스 길먼은 <누런벽지>를 완성한 후 그 단편을 자신을 진단했던 정신과 의사에게 보냈다고 했는데, 이게 전해지는 이야기이기만 한건지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보냈다면 통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이 똑똑한 여자를 얼마나 망쳐버리는지 알 수 있는 단편. 정말이지 압도적이다.


















이승우를 읽어본 적 없던 사람들이 내게 이승우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내가 가장 먼저 권하는 단편이 있다. 이승우를 읽었더라도 그 단편을 읽은게 아니라면, 나는 일단 그 단편을 읽어보라고 한다. <고산 지대>가 바로 그것.


단편집 《일식에 대하여》에 실린 단편인데, 이 단편은 정말이지 웅장하다. 이승우가 신학대학에 다녔었다는 것은 이승우의 책을 읽다보면 작가소개로 다 알게 되는 것이고, 그의 소설을 여러편 읽어봤다면 그는 종교적인 색채에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죄책감을 책마다 녹여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현재 종교가 없는 나이고, 어릴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중간에 너무 싫어 교회를 뛰쳐나온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우의 <고산 지대>가 주는 어떤 종교적 숭고함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던 예수의 재현.. 이라고 해야할까. 글을 잘 쓰는 작가라면 작품 내에서의 숭고함을 그대로 작품 바깥으로도 뿜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고산 지대>는 바로 그걸 제대로 해낸 작품이다. 헉, 이게 .. 뭐지.. 하면서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느꼈을 어떤 압도적임, 웅장함, 숭고함 같은 것들이 책 밖의 내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책장을 덮으면 도대체 내가 지금 본 게 뭔가, 싶어지는 단편. 이 단편을 읽고 느껴지는 게 뭔지 어떤 단어로 설명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분명 '뭔가 있다'고는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해서 여러차례 읽었던 단편중 하나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컷글라스 보울> 이다. 나는 위의 링크된 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피츠제럴드 단편선1》에서 이 단편을 만났는데, <컷글라스 보울>은 결말에서 확 몰아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여자가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결혼 선물로 컷글라스 보울을 선물받는데 헤어진 남자친구는 그녀가 자기 대신 다른 남자를 선택한 거에 앙심을 품고 그 보울에 저주를 내리는 거다. 여자는 그 보울을 집 선반 어딘가에 두었는데, 그 보울과 연관되어서는 계속 나쁜 일만 일어나는 거다. 그래서 결국 여자는 '모든게 이것 때문이었어!' 하고는 그 그릇을 처분하기로 하는데.. 두둥-

와,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라서, 결말에 진짜 사람을 밀어 넘어뜨리는 것 같아서, 어쩌면 어떤 저주는 실제로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일들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 우연은 왜 하필이면 컷글라스 보울을 사이에 두고 발현되는 것일까? 나는 이 단편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어떤 오후에는 이 단편을 요약해 들려주기도 했다.


이 단편집에 실린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도 좋다.



















아, 우리 이디스 워튼 님의 단편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단편집 《징구》에서도 표제작인 <징구>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그 다음에 실린 단편 <로마의 열병>이었다. 크- 이 로마의 열병은 내가 읽고 완전 흥분해서 긴 페이퍼를 쓴 적도 있는데, 이 짧은 이야기로 내적 갈등 오지게 오는 순간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나라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했달까. 물론 나의 경우 계속 고민하기 보다는 금세 답이 나왔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1. 짧은 시간 찐하게 사랑하고 평생 그에게 잊지 못할 여자가 되는 일

2. 평생 잊지 못할 여자를 가슴에 품고 사는 그와 평생 옆에서 함께 사는 일


1번에 놓인 여자와 2번에 놓인 여자가 오랜 시간 후에 만나 한 남자에 대해 얘기하는데, 2번을 살았던 여자는 사실 자기가 2번을 살았던지도 모르는채로 1번 앞에서 '내가 이겼어' 라고 하는 거다. 그러나 1번은 훗, 정말 그럴까? 하게 되는 것. 으앗..

이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사랑은 무엇이고 이김과 지는 것은 또 무엇이냐.. 했던 것이다. 짧은 이야기에 절정이 담겨있다니, 너무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런 단편을 써내는 작가들은! 크-



"그래, 내가 졌다. 하지만 내가 널 못마땅해 하면 안 되겠지. 벌써 오래 전 일인걸. 결국,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은 나야. 난 25년 동안 그이를 가졌고, 네겐 그이가 쓰지도 않은 편지 한 통 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로마의 열병>, p.83)

그녀에게는 정말 '편지 한 통 빼고는' 아무것도 없을까? 정말 그럴까?

정말 그녀가 모든 걸 가졌던걸까? 정말 그럴까?


나는 사실 큰 고민없이 1번을 택하는 사람이긴 한데, 최근에는 그게 다 무어냐, 다 부질없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 정말 몰랐어요, 사랑이란 유리 같은 것, 아름답게 빛나지만 깨어지기 쉽다는 걸... 뭐 그런 생각이 들고 그러는 것입니다? 어쨌든 <로마의 열병>은 훌륭하다! 만세!





















좋았던 단편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가 어떻게 <지옥 천국>을 빼놓을 수 있겠어요..어떻게 그러겠어요...

《그저 좋은 사람》에 실린 '줌파 라히리'의 <지옥 천국>은 내가 너무 좋아해서 읽고 또 읽었던 단편이고 이 단편이 너무 좋아서 원서를 사기도 했다. 그렇게 <지옥 천국>의 아무 부분이나 원서를 펼쳐두고는 여기는 어떤 부분인가, 보고 그랬던 거다.


크. 이 단편 속에는 너무나 인상적인 표현인 '순전한 행복'이 나온다. 여자아이가 엄마의 설레이는 마음을 보고 짐작하게 되는 것. 자기들이 태어난 것까지도 그것은 그저 인생의 자연스런 흐름에 불과했기에 그렇게까지 기쁘지 않았겠지만, 갑자기 등장한 프라납 삼촌, 그러니까 진짜 삼촌이 아니라 미국에 와 살면서 만나게 된 동향의 젊은이, 그렇게 이 가족에게 다가와 친해진 젊은이에 대해 엄마가 품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다.



그는 엄마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순전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태어난 것도 엄마를 기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아빠와 결혼했다는 일종의 증거물이었고, 배운 대로 사는 삶이 낳은 예상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프라납 삼촌은 달랐다. 삼촌은 엄마의 삶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고 기쁨이었다. <지옥 천국>, p.85


아니, 저런 문장이 있는 단편을 도대체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어떻게... 줌파 라히리는 진짜 짱입니다, 짱이에요. 최고!!


<지옥 천국>이 나의 패이버릿 이기는 하지만, 《그저 좋은 사람》에 실린 연작 단편 중 헤마와 코쉭의 이야기인 <뭍에 오르다>도 좋다. 나는 너무너무 좋아한다. 진짜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가만히 읽고 또 읽기도 하고, 갑자기 책장에서 원서를 꺼내서 휘리릭 넘겨서 이 문장은 어떻지, 하고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면 왜 그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야?" 
그녀는 그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이제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진실이었다. "여러 가지 일들을 바로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p.378)


나는 헤마가 결혼을 하려던 이유가 '여러 가지 일들을 바로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라고 말하는데에 정말 뒤로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나요, 줌파 라히리 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진짜로요. 그리고 헤마와 코쉭의 이야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정말 저것 말고도 많지만, 이런 문장도 있다.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어. 어머니와 이모들이랑 나가서 블라우스를 가봉하고 장신구들을 골랐어. 사리 상점에서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얇은 푸통 위에 앉아 콜라를 마시고 양고기 롤을 먹으면서 남자들이 보여주는 물건들을 구경했어. 나는 다 좋았지만 빨간색 베나사리를 입겠다고 했어. 하지만 그러는 동안 나는 네 생각만 했어. 내가 실수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면서. 아직 약간 시차가 있었고, 우리 둘이 함께 먹던 음식들과 좋은 커피와 와인이 너무 먹고 싶었어. 트라이앵굴라 공원에 있는 부모님의 아파트로 돌아오면서,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난 바보처럼 네 얼굴을 찾았어. -<뭍에 오르다>, p.400

아, 너무 숨막히지 않나.. 아 숨이 막힌다. 너무 좋아서 숨이 막혀.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난 바보처럼 네 얼굴을 찾았어. 이거 안해본 사람 없지 않나요? 아 숨막혀..

줌파 라히리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축복 받은 집》에 실린 단편 〈섹시〉도 무척 좋다.


아, 좋은 단편들에 대해 얘기하노라니 너무 좋구나.

내친 김에 올해를 정리하는 페이퍼를 써볼까 하는데, 나에게 에너지가 남아 있을 것인가. 두둥- 

쓸까말까 쓸까말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움화화핫.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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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12-24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서 피츠제럴드와 이승우 두 이름은 알겠어요 여전히 많이 읽으시고 경험과 책에 대한 감상을 잘 버무려 정리하시는 대단함에 저의 요즘 게으름이 부끄러워졌네요 건강하시고 Merry Christmas!

다락방 2020-12-24 11:39   좋아요 1 | URL
열심히 읽는 걸로 하면 트랜님이 저보다 이천배쯤 열심히 읽으시는 것 같은데요. 운동도 마찬가지고요!!

가끔 게으름도 피워야 우리가 그 다음 걸음도 찬찬히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고요, 새해에도 이곳에서 종종 뵙도록 해요, 트랜님!

2020-12-24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0-12-2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마와 코쉭에 연작 두편은 영화로도 제작되길 바랬는데
전혀 소식이 없으요 ㅋㅋ
이페이퍼는 다락방님인 강추 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특집 단편소설‘
저는 문동에 프리먼 작품 번역 출간 해달라고 조르는 메일 썼어요 ㅋㅋ
그럼, 다락방님 이만,
*´¨) ★
¸.·´¸.·´¨) ¸.·*¨)
( ¸.·´ (¸.·´ .·´
( ´¸.★Merry Christmas★

다락방 2020-12-24 11:41   좋아요 0 | URL
영화로 제작되어도 너무 좋을 것 같네요. 아, 헤마와 코쉭 이야기 너무 좋아요 ㅠㅠ
문동이든 현대문학이든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스콧님, 메리 크리스마스!

잠자냥 2020-12-24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ㅈㅈㄴ 입니다. ㅋㅋㅋㅋㅋ
이런 페이퍼 정말 재밌어요. 저도 쓰고 싶다........... 그런데 오늘 왜 일이 많은 거죠? 주르륵..ㅠㅠ
심지어 올해 허접했던 책도 쓸 예정인데... 예정인데 오늘 일 많다.ㅠㅠㅠㅠㅠㅠㅠ 주르륵.....

이승우 <일식에 대하여> 대학 때 읽고 그 뒤로 전 이승우 안 읽었는데(종교적이라 싫었던 모양입니다....) 다락방 님이 애정하는 거 보니 요즘 다시 읽어볼까 싶어지네요.

좋았던 단편은 저도 꼭 쓸게요....조만간. ㅋ

단발머리 2020-12-24 10:25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페이퍼 기다릴 사람 많겠지만, 저도 기다립니다. 잊지 마소서!!!!!

다락방 2020-12-24 11:42   좋아요 1 | URL
안녕하십니까 ㅈㅈㄴ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렇게 긴 페이퍼를 쓰고서도 또 올해를 정리하는 더 긴 페이퍼를 썼네요. 덕분에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이 홀랑 날아가버렸어요. 페이퍼 두 편에 날아간 오전.. 샤라랑~ 그러나 후회는 없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님의 올해 허접한 책 리스트 너무 기대됩니다. 좋았던 단편에 대한 것도요. 아아, 그렇지만 그 페이퍼가 올라오면 아마도 제가 또 책을 마구 사들이겠죠? 아니다, 어쩌면 이미 다 샀을지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승우 소설에서 풍기는 그 종교적 색채가 싫지 않더라고요. 제가 비종교적인 사람이라도 말이지요. 저는 이승우 소설이 너무 좋습니다 잠자냥님.

아무튼 열일 하셔서 후딱 일 해치우시고 페이퍼 써주세요. 단발머리님과 함께 턱 괴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훗. 꽃받침~ 샤라라랑~

단발머리 2020-12-24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맨 위에서부터 차례차례 내려오는데, 이디스 워튼과 줌파 라히리 나올 때가 됐는데... 했단 말이지요. 똭! 나왔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페이퍼 너무 좋아요. 전 좋아하는 이승우 작가님 단편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피츠 제럴드 단편이 눈에 들어오네요. 저도 단편보다 장편이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이들 있습니다. 올해 정리 페이퍼도 쓰려했으나... 가능할 것인가 ㅠㅠㅠ

다락방 2020-12-24 11:4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은 정말 저를 너무 잘 아시는군요. 이디스 워튼과 줌파 라히리가 빠질 수 없죠, 아무렴요. 후훗. 너무 좋아합니다. 줌파 라히리. 줌파 줌파 줌파 만세!! ㅋㅋㅋㅋㅋ

피츠 제럴드 별로 안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오래전에 단편은 그 누구도 피츠제럴드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어떻게 피즈체럴드를 이기냐, 했는데 그 뒤로 이기는 단편들을 이렇게 수두룩하게 읽게 되었네요? 크-

단발머리님, 정리 페이퍼 써주세요. 저도 방금 이 단편 페이퍼 말고 2020년 정리 페이퍼를 썼답니다? 그러니까 단발머리님도 쓰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0-12-2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장바구니 터지겠지만 일단 다 쓸어담겠습니다. ㅋㅋ 특히 이승우 <고산지대> 당장 읽고 싶어지네요. 다락방님 메리크리스마스!

다락방 2020-12-24 11:53   좋아요 0 | URL
저는 이승우를 읽고 블랑카님이 어떤 글을 풀어내실지 진짜 너무 기대됩니다. 기다려져요.

블랑카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새해에도 여기에서 종종 만납시다, 블랑카님!

붕붕툐툐 2020-12-2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싶은 책에 담아놓았어요~ 글을 너무 읽고 싶게 쓰셔서 관심이 확 갔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20-12-25 13:51   좋아요 1 | URL
붕붕툐툐님, 여기 올려둔 단편들은 정말 뛰어난 단편들이니만큼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후훗. 메리 크리스마스!!

2020-12-30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0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0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에는 총 네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제일 처음 <엄마의 반란>은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인데, 그건 아마 지금의 내가 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아내가 남편의 허락 없이 하는 행동 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던데 이 야기는 그 당시엔 꽤 놀라운 게 아니었을까.


결혼전부터 새집을 지어주겠노라 약속했던 남편은 둘 사이에 태어난 딸이 시집갈 나이가 되도록 아내의 집에 대한 요청을 무시하며 또 하나의 창고를 짓고 소를 산다. 아주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여. 이에 빡친 아내는 남편이 며칠 집을 비운 틈을 타 모든 집안 살림을 새로 지은 창고로 옮겨 집보다 더 좋은 창고에서 새 살림을 꾸리고자 하는데, 이에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남편에게 허락도 안받고 저게 뭐하는 짓이여..보다 못한 동네 목사가 이 아내를 찾아오는데, 이 때의 아내는 이제 더이상 참지않긔! 두려울 것이 없다!



"목사님의 선의를 의심하지는 않습니다만, 사람 간에도 서로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지요. 저는 수십 년 간 교회에 다닌 사람입니다. 저도 심신이 멀쩡한 사람이니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저는 신을 믿고 살 테니, 신이 아닌 분들은 제게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으셨음 합니다." -<엄마의 반란>, p.34-35



이 목사의 '선의'는 순전히 자기 기준에 의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이 책에 실린 마지막 단편 <엇나간 선행>과도 통한다. <엇나간 선행>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자매가 나오는데, 집은 오래되고 낡았으며 한 명은 시력을 잃었고 한 명은 귀가 잘 안들리고 무릎 관절이 나갔지만, 그들은 그들이 수확한 얼마 안되는 농작물로 끼니를 해결하며 사는 이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 거다. 시력을 잃은 동생은 그런 삶 중에서 가끔은 빛을 느끼기도 하면서 행복하다 여기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들이 더 좋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더 좋은 음식과 더 좋은 환경을 제공받아야 한다면서, '그들을 위해' 도움의 집으로 이들 자매를 '싫다는데도' 데려가는거다. 그곳의 음식의 질은 자매들이 평소에 해먹던 것보다 나았고 그곳에서 제공해주는 옷도 그러했지만, 그러나 이 자매는 그곳에서 행복하지 않고 겉돌며 내내 그들의 초라한 집에서 살았던 생활을 그리워한다. 그 때는 빛이 보일 때도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빛이 보이지 않노라고 얘기한다. 저렇게 작고 낡은 집에서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는 삶보다 이쪽의 삶이 더 나을 것이다, 라는 것은 누구의 기준일까. 제목 그대로 '엇나간' 선행을 보여줌에 다름 아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볼 때면 '반다나 시바'의 에코 페미니즘이 생각난다... 개발되지 않은 곳에 사는 삶은 불행해, 개발해야 해!!)



<갈라 드레스>는 가난해서 외출복을 별로 갖지 못한 자매가 굳이 외출해야 할 때에는 하나 있는 드레스의 레이스 장식을 바꿔가며 번갈아 입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웃집의 가난한 다른 아가씨는 그들의 그 드레스가 너무 부럽고. 자신들의 하나뿐인 드레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 걱정하는 자매와 그 드레스가 부러운 다른 여자가 나오는데, 미묘한 심리, 그러니까 시기와 질투에 이어서 죄책감까지 이야기속에 드러난다.



가장 압권인 이야기는 세번째 단편 <뉴잉글랜드 수녀> 였다. 와, 이 이야기는 읽을수록 흥분하게 되는데, 이거 뭐야 진짜, 너무 좋으네. 그러니까 혼자 사는 여성 '루이자 엘리스'는 자신이 혼자 있을 때에도 자기만의 격식을 차리고 자기만의 루틴이 있으며 자기만의 룰이 있다. 자기 혼자 차를 마실 때에도 도자기 그릇을 꺼내놓고 자기를 잘 대접하며, 바느질용 앞치마와 손님 접대용 앞치마가 따로 있다. 책들이 놓이는 순서도 따로 정해져있어서 그것이 어긋나면 살짝 불쾌해지곤하는데, 그녀의 집에는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남자 '조 대깃'이 있다. 조 대깃은 루이자의 룰을 '뭘 그것가지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루이자는 그런 그의 태도에 살짝 날카로워지는데, 딱히 다정하지도 좋아보이지도 않는 그들의 관계는 무얼까, 왜 굳이 찾아드는걸까, 했더니 알고보니 이들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거다. 응? 약혼한 사이라고? 그런데 사이가 왜 이래? 어색 폭발인데, 딱히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그도 그럴 것이 아아, 이들의 결혼 약속은 15년전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15년전에 이루어졌는데 내내 결혼을 안하고 있는 거라면 서로 익숙해지고 어쩌면 지겨워졌을만도 하지만, 그런데 15년전 결혼을 약속하고서는 조 대깃은 아아, 돈을 벌러 호주로 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최근에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까 15년 전에 약혼했으나 14년간을 떨어져 있었던 것. 그렇게 조는 호주에서 돌아왔고, (아아, 호주여...갔다면 돌아오는 것이여... 호주에는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알았냐) 이제 돌아왔으니 그녀랑 결혼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는데, 14년간 떨어져 산 그들이 오래전의 시작되던 그 사랑 다시 퐁퐁 샘솟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고 내심 가슴속에 서로 어떤 압박감.. 이 쌓여가는 것이다.



두 사람은 15년 간 이어온 교제 기간을 끝내고 한 달 후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15년 중 14년 동안은 서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편지 교환도 거의 없었다. 조는 돈을 벌기 위해 호주에 갔고, 돈을 벌 때까지 십 수년 세월을 호주에서 살았다. 돌아오는 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줄 알았다면 50년을 더 그곳에서 머물거나, 아예 루이자와 결혼할 생각을 버리고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돈은 14년 만에 다 모였고, 이제 조 대깃은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준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뉴잉글랜드 수녀>, p.79



우리의 루이자는, 그 시간동안 혼자 지내면서 나름 혼자 지내는 방법을 터득했고 또 익숙해져서 평온하기까지 하단 말이야. 그런데 이제 얼마 후면 저 남자랑 결혼해서 살아야 하다니, 아아 돌아오다니, 어쩐지 쫌 실망이네...라고 나름의 삶에 길들여진 루이자는 생각한다. 답답하다, 그리고 시어머니 될 사람은 나랑 타입이 맞지 않아서 나에게 잔소리 할텐데, 아아, 루이자는 답답해.. 답답합니다.. 그렇지만 결혼을 안한다고 하면 조 대깃은 상처받겠지, 우리 15년 된 사이잖아, 떨어져 있다가 돌아와서 약속을 지키려고 하잖아, 아아, 그렇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다... 새삼 그녀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평온하고 행복했는지를, 그 고요한 삶에 조 대깃이 찾아들어 깨지고나서부터 깨닫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다. 오, 삶이여, 오, 혼자 익숙하고 안락한 삶이여, 오, 나의 평온이여!



루이자 엘리스가 자기만의 권리를 팔아버렸거나 자기가 누리는 유일한 만족이 흔들림 없이 계속 유지됐다면, 지금도 그것의 가치를 전혀 몰랐을 것이다. 평온과 평안은 이제 그 자체로 루이자의 특권이 되어 있었다. 루이자는 하루하루가 묵주 알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부드럽고 흠 없고 순수하게 오랫동안 계속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감사함으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뉴잉글랜드 수녀>, p.96




아 너무나 짜릿한 소설이었다. 루이자는 루이자대로 실망하고 답답했지만 신의를 저버리지 않고자 했던 조 역시 조 대로 자신의 사랑이 다른 대상으로 옮겨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걸 느끼는 자신의 마음도 갈등에 갈등을 거친 것이야. 조 역시 마찬가지로 그러나 나를 기다려준 이 여인, 이 여인을 저버린다면 너무 큰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하고는 내적 갈등 오지게 폭발하면서 지내고 있었단 말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모두에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아아, 너무나 짜릿한 이야기인 것이다.



나는 14년의 기다림을 생각한다. 14년의 기다림. 어느 순간 그 기다림은 내가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로 진행됐을 것이다. 그렇게 14년이 흘러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드디어 그 사람이 나타났구나, 하는 안도감과 행복함, 벅참 대신, 루이자에게 '어?'  이런 감정 찾아왔고... 그녀에게는 14년 만에 나타난 약혼자보다 그녀 혼자만의 삶이 더 소중했음을 그녀는 느끼게 된다.


나는 기다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상대를 원하고 기다리다가 결국 상대에게 닿는 이야기라면 그것이 1년4개월이든 14년이든 54년이든 좋아한다. 나는 뚜벅뚜벅 한 방향을 향해 걸어가다가 결국은 목적지에 닿는 이야기를 진짜 너무너무 좋아한다. 결국은 삶이란 그러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기다림은 선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어떤 기다림은 분명 선일 것이었고, 그 기다림은 궁극의 행복을 줄거라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그러나 루이자와 조 대깃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기다림이 반드시 선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까 모든 기다림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14년이 너무 길었던걸까? 14년간 그들이 연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신의를 지키다가 뒤돌아서야 했을까? 그 시간이 문제인걸까? 아니면 애초에 그 사랑은 그렇게까지 컸던 건 아닌걸까? 운명의 상대가 아닌걸까? 여러가지 생각해보게 되었지만, 어쨌든 그들의 삶에는 15년 전에는 그런 만남이, 그리고 그런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리고 14년간의 보지 않음이 필요했을 것이다. 만약 루이자가 루이자가 아니고 조 대깃이 조 대깃이 아니었다면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펼쳐졌을 지도 모른다. 루이자가 루이자가 아니었다면 조 대깃이 있는 호주로 자기도 훌쩍 날아가 함께 돈을 벌다 돌아올 수도 있고 함께 돈을 벌며 그곳에서 정착했을 수도 있다. 조 대깃이 조 대깃이 아니었다면 그곳에서 수시로 루이자에게 편지를 띄워 애시당초 싹텄던 사랑에 더 불을 지폈을지도 모르고 조 대깃이 조 대깃이 아니었다면 돈을 모으는데 14년이 걸리는 대신 3년이 걸려서 돌아와 루이자 옆에 안착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가정은 루이자가 루이자이며 조 대깃이 조 대깃이기에 부질없는 가정이 된다. 루이자는 루이자고 조 대깃은 조 대깃이다. 그들은 15년전 사랑을 했고 14년간 떨어져 있었으며 이제 재회했으나 지금의 마음과 상황은 예전과 같지 않다. 그들은 그들에게 상대가 아닌 다른 더 소중한 것 혹은 소중한 사람이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상대가 상처받을까봐 내가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역시 선이 아니라는 거다. 만약 루이자가 상대의 상처를 걱정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조 대깃 역시도 그러한 마음의 상태라 걱정했으니, 그들은 예정대로 결혼했을 것이고 그 결혼은 설레이거나 행복함 대신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게 됐을 것이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에도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할 것이다. 나는 별로 이걸 원하지 않지만 '상대가' 상처받겠지? 라는 결정은, 상대의 마음을 추측한 것일 뿐더러 나에게도 행복한 일이 아니다. 상대의 상처를 걱정하다 내리는 결론에서는 최소한 내가 힘들고 어쩌면 상대 역시 힘들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이런것이 아니다, 라고 결정을 내린다면 일단 내가 행복해지고, 억지로 무언가를 견뎌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인해 상대에게도 처음은 상처가 될지언정 시간이 지나면 상대에게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될것이다. '저 사람 나랑 억지로 사네'라는 걸 깨닫는 순간 상대의 마음은 얼마나 지옥이 될 것이란 말인가.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의 소설 속에서 여자들은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행복한 걸 선택한다. 특히나 <뉴잉글랜드 수녀>는 너무너무 좋다. 으앗 너무 좋아. 너무 좋아서 필사하다가 손가락 아파서 때려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어떤 결과가 펼쳐지든 간에 루이자가 조 대깃을 그 오랜 시간 기다릴 수 있었던 건, 자신의 탄탄한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정해놓은 자기만의 삶에 대한 룰과 자기 존중. 그것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기다리는 순간이 안타까움이나 지침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 평온과 평안으로 채워졌다. 역시 누구를 기다리든 아니든 내 삶을 단단히 채워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루이자도 나처럼 일상의 천재쯤 되는 것 같다. 아 진짜 루이자 얘기 백번 읽으세요, 여러분.. 루이자 만세 만세 만만세여. 루이자 행복하자!!





지난 토요일에는 푸코 책을 읽는 멤버들이 줌으로 모임을 가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누가 다락방이게요~~~~~~~~~~~~~~~~~?


나는 줌으로 이렇게 모이는 게 살면서 처음이라 참여하는 호스트가 아닌 게스트이면서도 참여에 버벅 거렸다. 음소거 버튼을 눌러, 영상 눌러 하는 식의 요청에 도대체 어디에서 뭘 누르라는거야.. 버벅거렸다. 어쨌든 그렇게 생애 처음 줌모임을 가져봤는데,



다가오는 주말에 아빠 생신이라 예정대로라면 온식구가 모이기로 했었다. 그러나 5인이상 모임 금지 결정이 있기도 했고 매일 하루 천명씩 확진자 나오는 통에 조카들도 어려, 올케는 임신했어...우리는 그렇다면 우리 이번 가족 모임 줌으로 할까, 여동생이 제안해왔고 그래 그러자! 하면서 어제 처음 테스트를 해봤다. 부모님과 함께 있는 내가 호스트가 되기로 했는데 어휴, 어려웠어 ㅠㅠ 그렇게 초대했는데 남동생이 내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못들어오고 버벅대는거다. 반면에 초딩인 나의 조카들은 능숙하게 들어와서는 못들어오는 제삼촌을 답답해하며 ㅋㅋㅋㅋㅋㅋㅋ 전화해서 삼촌 화면을 터치해, 그거 눌러, 이러면서 막 알려주는 거다. 아아, 세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요... 결국 늦은 밤에 우리는 줌으로 만나는 걸 성공했다. 이대로 금요일에 다시 만자하 약속하였다. 아 조카들 너무 사랑해. 알러뷰 뿅 ♡




내게는 몇해전부터 동경하던 분이 있다. 동경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존경이라고 표현해야할지 아무튼 너무 좋고 친해지고 싶은 분인데, 나는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고 빠심 같은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러니까 나는 나 말고 그렇게 막 사람들 좋아하고 그러지 않지만, 그러다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오래 좋아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며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상대가 반드시 내 사랑을 알게끔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그분은 내 존재를 알고 계시긴 했지만, 그러나 우리가 막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이 이런거 아니었고 그런데 너무 만나고 싶어서, 내내 벼르다가 며칠전에 큰맘먹고 코로나 안정되면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다. 나는 거절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오히려 내게 맛난 걸 사준다고 답을 해주셔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뇨아뇨 제가 사드릴게요, 이러면서 그 답이 왔다는 사실에 기뻐하였고 ㅠㅠ 눈물날 만큼 좋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리고 이 일이 어제 하루 나를 버티게 해주었다. 불쑥불쑥 생각나서 아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이렇게 되었고,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서 보고싶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오랜만이라 짜릿했다. 코로나 빨리 사라져랏! 얍!!

나는 좋아하는 사람 오래 기다리는 사람이고 기어코 기다리는 사람이고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사람이다. 코로나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쯤은 할 수 있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일도 없겠지, 내게는... 하하하하하.

그럼 안녕!




두 노파는 연인이 있어본 적이 없었고, 늘 이성을 끌어당기기보다는 배척했다. 단지 그들이 가난하고 평범하고 매력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주변에는 그럭저럭 어울릴 만한 하자 많은 남자들이 많았다. <엇나간 선행> - P102

그날 밤 철저히 혼자가 된 루이자는 조금 울었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루이자는 자신이 영토를 뺏길까봐 노심초사하다 마침내 안전하게 되찾은 국왕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뉴잉글랜드 수녀>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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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2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추면 선물 있어요?? 안 그럼 안 할래용. ㅎㅎㅎㅎ

다락방 2020-12-22 09:55   좋아요 0 | URL
음... 맞추면 선물을 뭘로 드릴까요? 댓글 다섯번 다는 걸로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0-12-22 09:56   좋아요 0 | URL
10번으로 하면 할게요. 🤣🤣🤣🤣🤣

다락방 2020-12-22 09:59   좋아요 0 | URL
에잇, 기분이닷.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그래요, 열번으로 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0-12-22 10:17   좋아요 0 | URL
제 답이 틀릴 확률이 꽤 높으니까 선물을 일단 높게 잡은 거에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님은 제 생각에 <육체의 고백>을 들고 계실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두근두근)

다락방 2020-12-22 10:2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정답입니다! 상품으로 라로님은 다락방의 댓글 열개를 받으시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얼굴도 안나왔는데 그냥 책으로 추측하신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육체의 고백을 제가 들고 있습니다!!

scott 2020-12-22 14:44   좋아요 0 | URL
아! 라로님이
저보다 정답을 일찍 맞췄네요 ㅋㅋ

푸코 푸코 ㅡ.ㅡ

잠자냥 2020-12-22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뉴잉글랜드 수녀‘ 이 작품 때문에 프리먼한테 반했다는 거 아닙니까. 반할만 하죠?
현대문학단편선에서 프리먼 작품 다 모아서 내주면 좋겠어요. ㅎㅎㅎ

그나저나 푸코 모임에서 왜 다들 책을 안 읽고 들고만 있어요? *들고*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22 10:04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너무 좋더라고요. 첫번째 두번째 단편 읽을 때는 그렇게까지 좋지 않았는데 <뉴잉글랜드 수녀>가 진짜 너무 좋은거에요. 프리먼 작품 따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잠자냥 님 말씀처럼요. 뉴잉글랜드 수녀는 압권입니다!! 너무 좋아요 ㅠㅠ 헤어지고나서 왜인지 모르게 살짝 눈물이 났지만 이내 해방감 느끼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아 짜릿해..

저 날 푸코 모임에서 저렇게 책 ‘들고‘ 사진 찍은 게 우리가 푸코에 대해 한 전부였습니다.............. 그럼 이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22 10:12   좋아요 0 | URL
샬럿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처럼 프리먼에겐 <뉴잉글랜드 수녀>가 압도적 대표작인 거 같아요.

다음 모임 땐 푸코 책을 펼치고 읽는 모습으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22 10:15   좋아요 1 | URL
<뉴잉글랜드 수녀>는 정말 너무 짜릿해서 널리 읽혀야할 작품인데 어째서 프리먼의 작품이 번역된건 어딘가에 포함된게 전부인걸까요? ㅠㅠ
이 책에서 제일 좋은건 <뉴잉글랜드 수녀>고 그 다음이 <엇나간 선행>이었어요. 아 뉴잉글랜드 수녀 너무 좋아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아마도 시리즈 영향이겠지만, 어쩐지 ‘이디스 워튼‘의 <로마의 열병>도 생각나더라고요. 로마의 열병도 진짜 좋았는데요. 아, 좋은 단편 왜이렇게 많아요, 잠자냥 님? 물론 <누런 벽지>도 정말 짱이죠!! >.<

잠자냥 2020-12-22 10:55   좋아요 0 | URL
제가 찾아본 바로는 프리먼 단편만 60개는 있네요.

참조 https://americanliterature.com/author/mary-e-wilkins-freeman

아아 현대문학이여 제발 다락방과 잠자냥의 목소리를 들어라~~~~~ ㅎㅎㅎ

다락방 2020-12-23 13:33   좋아요 1 | URL
좀전에 현대문학 출판사에 가서 프리먼 단편선 추가해달라고 요청하는 이메일 보내고 왔습니다.
답변이 온다면 오는대로 알려드릴게요, 잠자냥 님.
좋은 작가의 단편은 계속 소개되어야 합니다!!

잠자냥 2020-12-23 14:15   좋아요 0 | URL
출간되면 다락방 님께 그 한 권을 땡스투로 ㅎㅎㅎㅎㅎ

scott 2020-12-2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ㅋㅋㅋㅋ
이 리뷰 올리 시길 기다렸는데 ㅋㅋㅋ
[루이자는 하루하루가 묵주 알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부드럽고 흠 없고 순수하게 오랫동안 계속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감사함으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루이자 자신만의 삶의 기준 평온한 마음, 미래를 향한 긍정적 생각이 14년에 세월을 견디게 했나봐요
마르케스에 콜레라 시대 사랑에서 플로렌티노가 페르미나의 남편 우르비노 박사의 장례식 때, 51년 9개월과 4일을 기다려온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잖아요 ㅋㅋ
마르케스에 이책을 읽은 지인들이 이런 사랑 반백살이 넘도록 누가 기다리냐고 소설속에 이야기라고 했는데 마르케스 외할머니 전 남친이랑 55년만에 만나 죽을때까지 꿀떨어지게 사랑했데요 ㅋㅋㅋ


*마지막 반전

푸코,푸코,풋코,,,,,, ,,,,,풋콩 ㅋㅋㅋ
‘육체의 고백‘을 들고 계신분이 다락방님일거라 ㅋㅋㅋ 추측

아버지 생신 축하드리고 가족들 모두 화목, 단란,

.:☆*:・‘(*⌒―⌒*)))

다락방 2020-12-23 13:35   좋아요 1 | URL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제가 답글 쓰면서 저도 모르게 코로나 시대라고 오타냈었네요. 지우고 다시 콜레라로 씁니다. 하핫. 콜레라 시대의 사랑 참 재미있게 읽었었는데요, 벌써 오래전의 일이네요. 오늘 스콧님의 댓글 읽고나니 콜레라시대의 사랑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다시 읽으면 어쩐지 또 새로운 감상이 저에게 찾아들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 읽어봐야지. 사두고 안읽은 책이 수두룩한데 왜 다시 읽을 책들까지 생기는걸까요. 독서란 정말이지 알 수 없어..

루이자의 단편이 너무 좋아서 내친김에 단편에 대한 페이퍼를 하나 쓰자고 어제부터 생각했는데 제가 오늘 출근하자마자 정신없이 일하는 바람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육체의 고백이 저 맞습니다. 엣헴 ㅋㅋ

blanca 2020-12-22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족 생일 모임을 줌으로. 이것 괜찮네요. 저도 한번 해볼까요? 조카들 ㅋㅋ 귀여워요. 그리고 코로나 끝나고 만나게 될 그 분 너어무 궁금하다.... 내 마음도 갑자기 설레는.ㅋㅋㅋ 더 얘기 듣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20-12-23 13:36   좋아요 0 | URL
조카들 너무 귀여워요. 아 조카는 왜이렇게 귀여운건가요, 블랑카님? 조카들의 존재를 보노라면 제가 전생에 지구를 구한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코로나가 끝나야 그 분을 뵐 수 있을텐데, 저도 그분과 보자고 말해두고서는 그 일만 생각하면 걷다가도 설레이고 그렇습니다. 얼른 코로나 끝나서 그 분과 만나고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눈 뒤에 그 후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곳에 얘기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헤헷.
설레이는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정말 좋은것 같아요, 블랑카님 ㅜㅜ

단발머리 2020-12-23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대출했다가 한 장도 안 펴보고 반납했거든요 ㅠㅠ 그런 과거의 저를 원망합니다. 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참, 근데 푸코 그 분들 왜 책을 들고’만’ 있나요? 저도 잠자냥님처럼 그게 쫌 궁금하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0-12-23 13:37   좋아요 1 | URL
아아 단발머리님. 이 좋은 단편을 어째서, 왜.. 정말 좋습니다. 이 단편은 놓치시면 안됩니다. 저는 방금 현대문학에 가서 현대세계문학단편선에 프리먼, 이 작가를 추가해달라 이메일도 보내두고 왔습니다. 특히나 <뉴잉글랜드 수녀>는 압권입니다, 단발머리님. 살면서 꼭 만나야 할 단편이 있다면 바로 이 단편입니다. 너무 좋아요 ㅠㅠ

저 푸코 들고 출근했는데 너무 무거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욕했어요. 푸코는 뭐랄까..이래저래 욕먹을 짓만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0-12-24 00:07   좋아요 0 | URL
그무거운 푸코를 ㅋㅋㅋ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다락방님이 강력 추천하신 ‘뉴잉글랜드 수녀‘를 읽으려고 정말 정말 마지막 주문을 했습니다.ㅋㅋㅋㅋ

내일 크리스 마스 이브
푸코를 잠시 옆에 내려놓고
다락방님 가족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 보내세요.
━○━★‥…+->♡<-+…‥★━○━♬
┎┒  -┒  ─┒ -┒  ┃ ┎┒  ┃
┃┃ㅔ┎┚┃ ─┨ ┎┚┃/\ ┃┃┠/\
┖┚ ┖─┃ ── ┖- ┃-──┖┚┃──
*Merry Christmas


다락방 2020-12-24 11:38   좋아요 0 | URL
이놈의 무거운 푸코를 빨리 읽어야 그만들고 다닐텐데요. 으.. 읽기 싫어.
뉴잉글랜드 수녀는 너무 좋은 단편입니다, 스콧님. 주문하시길 잘하셨어요!

스콧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유부만두 2020-12-24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너무나 ‘엄마‘ 너무나 ‘반란‘이라 영 손이 가질 않았는데... 표지와 제목에도 좋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단 말이군요. 그럼, 역시 올해의 책 구매는 계속 되겠군요. 영차.

다락방 2020-12-24 11:38   좋아요 0 | URL
표제작인 <엄마의 반란>보다는 <뉴잉글랜드 수녀>와 <엇나간 선행>이 특별히 좋아요. 너무 좋습니다, 유부만두님. 후훗.
 
[전자책] 한겨레21 제1343호 : 2020.12.28 - 그리워라 안온한 날들 한겨레21 1343
한겨레21부 / 한겨레21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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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폭력 활동가 D 님의 글을 읽기 위해 샀다. 이번 호에서는 DSO 대표 하예나 님과 ReSET 을 판사들과 연결시켜 준 얘기가 나왔고 결국 판사들에게 이 활동가들이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었다. 이 활동가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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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반란 - 갈라 드레스/ 뉴잉글랜드 수녀/ 엇나간 선행 얼리퍼플오키드 3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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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고자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세번째 단편인 <뉴잉글랜드 수녀>는 진짜 너무너무 좋다. 처음엔 그와 그녀는 무슨 관계일까 고개를 갸웃하다가 결국 자신의 평온한 일상을 깨지 않으려는 루이자에게 기립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할 말을 하고 해야할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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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2-2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잉글랜드 수녀 정말 잘 썼죠! 그 수녀의 삶 지지합니다~~~~!!

다락방 2020-12-22 06:59   좋아요 2 | URL
너무 좋아서 책 읽다가 막 흥분했어요!! 저는 오늘 이것에 대해 페이퍼를 쓸겁니다. 제 작업실(사무실) 에 도착하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자 '추혜인'이 반성폭력 활동가로 활동하는 이야기도 좋고 환자들과의 일화를 풀어놓는 것도 재미있게 읽었다.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는데, 누구나 다 병원에 가서 내 증상을 듣는 의사들로부터 무시당하는 듯한 경험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작년에 나는 담낭 제거 때문에 큰 병원에 의뢰서를 가지고 가 검사를 하고 수술 일정을 잡았는데, 그때 나를 맡았던 남자 닥터는 내가 아빠랑 갔을 때는 아빠에게 말했고 내가 남동생과 갔을 때는 남동생을 보고 말했다. 환자는 나였는데, 수술할 사람은 나였는데.


수술은 배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 안으로 카메라 및 도구를 집어넣어 할 예정이지만, 혹여 그런 상태가 안된다면 절개해서 할 수도 있다고 수술 전에 얘기를 들었다. 그러더니 내게 결혼을 했냐 물었고 내가 비혼이라는 말에 닥터는 내게 그렇다면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없다고 대답하면서 그걸 왜 묻냐 했더니, 혹여 절개해서 수술을 할 경우 배에 수술자국이 흉터로 남는다는 거였다.


나는 이 질문의 의도자체에 너무 놀라서 아니, 그런건 상관 없죠라고 말했는데, 여전히 그 때를 생각하면 놀랍다. 내가 아파서 살기 위해 수술을 하는데 흉터가 뭐 대수라고, 그걸로 결혼 여부를 물어보는거지? 결혼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만약 내 배의 수술 흉터를 보고 으앗 이게 뭐여, 너랑 결혼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라고 말하는 남자라면, 내가 그 남자랑 뭐하러 결혼을 해야 하지?

결혼과 수술 중에 선택하라는건가?

내가 내 몸보다 남자를 우선해야 하나? 추혜인과 선배들이 나눴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렇게 중요한 남자는 없다고.



추혜인은 비혼인데 주변인들로부터 자꾸 결혼권유를 받는다. 딱히 결혼으로 행복한 것 같지도 않은 사람들로부터도 그런 말을 듣는다. 그 때마다 추혜인은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그 잔소리로부터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사주에 남자 없는 얘기까지 하게 되는거다.



"얘가 왜 이래 정말! 너는, 너는 결혼해서 그렇게 좋디? 결혼생활이 아주 행복해 죽겠어?"

"엥, 결혼해서 좋은 여자가 어딨어?"

"그지? 너도 해서 좋지도 않은 걸 뭐하러 추 원장한테 권해? 추 원장도 한번 당해봐라 이거냐, 응?"

"아하하, 듣고 보니 그러네~"

비혼 페미니즘에 대해 일장 연설을 준비하던 나는 그냥 같이 웃고 말았다. 그래도 이런 얘기 다시 나오는 건 싫으니까, 예전에 딱 한 번 본 적 있는 사주 이야기를 언니들에게 전해야겠다 싶었다.

"언니들, 내 사주에 남자가 없대요."

"응, 그러니까 결혼할 팔자가 아니라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결혼을 하든 말든 별 상관 없대요. 설사 결혼을 한다 해도 그 남자가 내 인생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대요. 그게 사주에 남자가 없다는 의미래요."

한 언니가 정색을 했다.

"혜인아, 그건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여자라면 다 그래. 비혼이든 아니든 그런 건 상관없어. 우리 여자들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남자는 없어." (p.92)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 거였구나. 나도 사주를 볼 때면 남자가 무한대라는 얘길 듣는데, 그 말은 즉 남자가 없다는 얘기라고 했다. 남자가 있다면 왜 남자가 무한대로 들어오냐고, 없기 때문에 무한대라는 거다. 내 사주를 보면 선생님들은 혼자 사는게 잘 사는 거라고 말을 하곤 했다. 역시 여자 인생에, 아니 내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남자는 없기 때문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요일 밤에 줌으로 모임을 가졌고 거기서도 연애 얘기 했었는데 재미있다.


언젠가 친구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친구도 나도 연애중일 때였는데, 그 친구도 나도, 이제 인생에 더 연애가 없어도 되겠다고, 지금 한 만큼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였다. 이 연애가 혹여 깨지면 그 다음에는 연애 안하고 살아도 되겠다는 얘기를 했었다. 얼마후 다른 친구와의 만남에서는 '지금 연애에서 충분히 사랑했어, 이게 설사 끝나도 나는 아쉬울게 없을 것 같아' 라는 얘기를 했더랬다. 그리고 한참 후에 내 연애는 끝났다.


나는 연애를 좋아했고 재미있어했다. 연애하는 삶이 하지 않는 삶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동시에 내가 연애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파악했다. 일전에 한 친구는 내게 반드시 어떤 사이라고 관계를 정립해야 하느냐, 그냥 만나는 것도 괜찮지 않냐, 라고 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토요일 한 친구는 니가 생각하는 연애는 너무 바운더리가 좁은거 아니냐, 연애의 시야가 좁은 거 아니냐, 고 했는데, 내가 연애에 비적합한 인간이라고 나 스스로를 정의한 것은 내게 무엇보다 거리감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연인은 그 누구보다 친근한 사이, 친밀한 사이인데 나는 이 친밀함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매일 만나고 매일 속삭이고 하는 일들이 내게는 엄청난 부담인거다. 얼마전에 영화 [남과 여]에서 공유가 예정에도 없이 갑자기 전도연이 탄 기차를 같이 타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로맨틱할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엔 스트레스인 거다. 왜지? 왜 말도 없이 이런 행동을 하지? 나도 내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는 사람인데, 내가 생각한 내 일정은 혼자 기차 타고 가는 거였는데 갑자기 여기에 오면.. 하고 스트레스가 확 오는 거다.


이런 일이 실제 내게도 몇차례 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려는데 서울역에 와서 내가 타는 기차를 함께 타고 갔던 일이 내게도 있었다. 나는 가방에 책도 있었는데, 옆에 앉아서 가야 한다니 답답함에 폭발할 것 같았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나는 연애에 적합하지 않은 인간이란 생각을 하고, 상대를 상대가 원하는만큼 만족시킬 수도, 행복하게 해줄 수도 없다고 생각을 한다.


이건 사주에서도 내게 하는 얘기였다. 옆에서 누가 치대는 걸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연애를 오래 할 수 없다고, 내가 만약 오랜 연애를 지속한다면 그 사람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실제로 내 연애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멀어졌더랬다. 가까운 지방에 사는 사람과는 일주일에 한번씩 만났었는데, 주말에 내가 다른 약속을 잡으면 나 보고 싶다고 주말이 되기 전에 차를 끌고 기어코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었다.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겠고, 그 마음은 만약 다른 연인들에게라면 예쁜 마음이었겠지만, 나는 그런 것에 답답한 사람인거다. 그렇게 꼭 일주일에 한 번씩 봐야 하나..하는 마음이 되어버리는 거다. 그나마 가까운 지방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그 사람과 가장 짧은 연애를 했다. 그보다 먼 지방은 좀 더 오래 지속했고, 가장 내 오래가 길게 이어졌던 건, 상대가 외국에 있을 때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생..


그러나 사람이 다 나같지 않다. 나랑 다르다. 연인은 가장 친밀한 관계, 옆으로 쓰윽 다가가는 관계인데, 그걸 힘들어하는 데에서야 내가 어디 상대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나는 연애에 비적합한 인물이다. 연애에 맞게 세팅된 인간이 아니여...



다시 추혜인의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많은 환자들이 다른 병원을 다니면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다가, 추 원장님 계신 병원으로 와 제대로 된 진단명을 찾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은 그 병원과 나의 합이 맞는 것일 수도 있다. 나 역시 담낭에 용종과 돌이 있다는 걸 모르는채로 단순히 얹힌 줄 알고 고통스러워 병원을 찾았는데, 그 병원 닥터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장염이라'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너 담낭에 돌 있을 것 같은데, 하는 거였고 그렇게 검사를 해보자고 한거다. 그랬더니 용종과 돌이 똭! 있었고, 수술을 할 수 있었던 거다. 내 기침이 알러지에서 비롯된 거라는 것도 그 병원에서 알려준거다. 나는 이 병원과 나의 합이 맞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추혜인이라고 모든 환자들에게 정확한 진단을 내리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다. 누군가는 추혜인의 병원에 갔다가 속이 시원하지 않아 다른 선생님을 찾으러 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추혜인과 환자의 합이 맞는 경우도 있겠지만 안맞는 수도 있으니까. 왜 명의라고 소문난 병원에 찾아가도 나한테까지 명의가 아닐 수는 있잖은가.


그러나 추혜인이 기본적으로 환자의 진단명을 잘 알 수 있었던 데에는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고통을 실제의 것으로 인지하며 원인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들이 여자 환자의 고통을 엄살로 치부할 때 추혜인은 그러지 않을 수 있었던 거다. 이 일에 대해서 추혜인도 언급한다. 실제로 남성의사와 여자환자 사이에서 잘못될 확률이 동성의 의사와 환자 사이보다 더 높다고. 나는 이런 일들에 대해 읽을때면 어김없이 이 책, '마야 뒤센베리의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생각이 났다. (이 책의 밑줄긋기는 여기 ☞ https://blog.aladin.co.kr/fallen77/11723136 )
















지식의 간극과 신뢰의 간극이 상호작용하면서 고치기 어려운 수준까지 고착되었다. 여성에게 더 많이 생기는 질병과 증상, 그리고 여성의 몸에 대해 의사가 단순히 잘 모르기 때문에 여성 환자가 질병을 호소해도 무시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사에게 여성 환자는 신뢰할 수 없다는 무의식적인 선입견이 있어서 여성의 증상을 무시하는 걸까? 지식의 부재일까, 신뢰의 부재일까? 내 생각에는 양쪽 모두다. 지식의 간극과 신뢰의 간극은 이 지점에서 너무나 긴밀하게 얽혀 있어서 동전의 양면이나 다름없다. 의학은 여성의 몸이나 건강 문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여성의 질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성의 질병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의학은 여성의 몸이나 건강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 P28


그러나 불확성실의 시대에 일단 환자를 믿어주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실제라는 가정이 기본이 되며,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믿고, 만약 이것이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증상이라면 이를 설명할 의무는 의학이 맡아야 할 것이다. 여성에게는 이런 기본적인 신뢰가 너무 오랫동안 주어지지 않았다.- P152



추혜인이 검도를 배우고나서 '쫄지 않음'을 경험하게 되고 그 뒤로 운동을 놓지않으려고 결심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신체를 단련함으로써 몸과 마음이 더 단단해지는 이야기는 너무 좋지 않은가. 많은 것들을 경험하려 하고, 잘 살아보려고 하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추혜인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좋았다.



내가 웃었던 건 추혜인이 목욕탕에서 환자를 만나는 장면이었다. 동네 목욕탕에 갔는데 벗은 상태에서 환자를 마주치고 심지어 알은체를 하는 사람들이여...



"어, 어, 아이고, 안녕하세요, 원장님? 누구신가 했어요!"

나를 정확히 알아보셨다. 어딘가를 가리고 싶었지만, 어디를 가려야 할지 정말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가슴을 가려야 할까, 아랫도리를 가려야 할까, 하다못해 그녀의 눈이라도 가려야 할까.

"이 동네 사세요, 원장님?"

"아니요, 요 아랫동네에 살아요."

"그런데 이 목용탕까지 웬일이세요?"

차마 바로 아랫동네 목욕탕은 아는 환자 마주칠까 봐 피해서 굳이 여기까지 온 거라고 말은 못하겠다. 화제를 돌리고 싶었으나, 돌릴 화제라는 게 진료와 관련된 것밖에 없었다. (p.60-61)


사우나를 하는 둥 마는 둥 한시바삐 그 목욕탕에서 탈훌하겠다는 일념으로, 평소 목욕 시간의 반의반도 채우지 못하고 분주하게 몸을 씻었다. 그런 와중에 저 멀리서 수증기를 뚫고 또 다른 분이 뛰어왔다.

"아유, 원장님 맞네! 현자 언니한테 원장님 계시다는 말 듣고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서 왔어요."

고혈압화 협심증으로 진료를 바독 계시는 원숙 할머니였다. 하지만 왜 굳이 여기에서 물어보고 싶으셨을까.(p.61)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진짜 이거 뭔지 너무 잘 안다.



내가 다녔던 요가 센터는 여성 전용이었다. 선생님도 그리고 학생들도 전원 여자들이었다. 가끔 리셉션 직원이 남자일 때도 있었지만, 가급적 리셉션 직원도 여자들이었다. 센터에 도착하면 탈의실로 가서 요가복으로 갈아입고, 요가가 끝나면 탈의실로 들어가 그 안에 있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곤 하는데, 샤워를 하고 나오면 나의 경우에는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아도 촉촉한 상태로 옷을 입는 게 싫어서 일단 스킨 로션을 바르는 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오자마자 옷을 입기에 바빴다. 같은 여자들이지만 벗은 상태로 있는 것은 민망한가 보았다. 탈의실이다 보니 옷을 벗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입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나도 벗고 있는 상태에서 옷을 입고 있는 선생님을 만나면 좀 민망하긴 했다. 이래서 사람들은 빨리 옷을 입는것인가...



그런데 리셉션 직원 한 분은 탈의실이나 샤워실 정리를 하러 왔다가 나를 보면 유독 말을 걸곤 했고, 하필이면 내가 다 벗고 있을 때였다. 아무리 같은 여자라고 해도 나는 벗고 있는데 옷을 입고 있는 직원과 얘기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부끄럽기 짝이 없단 말이다. 간단한 인사가 아니라 숫제 대화를 시도하는데 너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터는 연말마다 이벤트를 하고 이벤트에 상품이 여러개 걸려있다. 간단한 이벤트라 나 역시 응모했었는데, 하루는 내가 벗고서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고 있는데, 그 직원 분이 오셔서 '축하드려요' 하는 거다. 네, 뭘요? 이벤트 당첨되셨더라고요, 하면서 상품 챙겨뒀어요 하고는 막 말을 걸어...나는...........홀딱 벗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벗고 있을 때 말걸지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넘나 민망한 것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벗고 있는 나에게 말 걸고 싶다면 당신도 벗으란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공평하지 않아!!!!!!!!!!!!!!!!!!!!!!!!!!!!!! 사우나에서 환자 만나 어쩔 줄 모르는 추원장님 보며 나도 옷 벗고 있는데 말 거는 직원 때문에 어쩔 줄 몰랐던 거 넘나 생각나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벗고 있을 때 말걸지 마세요, 부탁합니다...



아무튼 그때 상품으로 패밀리레스토랑 5만원 식사권 받았는데 엄마랑 남동생이랑 같이 레스토랑 가서 12만원 쓰고 왔다..인생...그 상품권 없었으면 그 돈도 안썼을 것을.... 쩝.......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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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0-12-21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음.. 다들 한 번 이상 그 직원분을 경험 후 급히 입는 것 아닐까 추리해봅니다^^*

다락방 2020-12-21 13:49   좋아요 2 | URL
아 그런 것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저만 홀딱 벗고 대화하는 건 정말이지 민망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0-12-2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유가 예정에도 없이 갑자기 전도연이 탄 기차를 같이 타는 장면,,,,,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을 원해요 ㅋㅋㅋ

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옆에서 누가 치대거나 말거는 사람 싫어해요 ㅋㅋㅋㅋ

담낭에 용종이라뇨 !
이제 마라탕+와인 끊으셔야해요.^ㅎ^

*마지막 보너스

당신도 벗고 말해주지 이벤트 당첨 사실을 ㅋㅋㅋㅋㅋ
이거 너무 한거 아닙니꽈 ㅋㅋㅋ
욕탕에서는 모두다 평등하게 벗고 있어서 자연스러운데 탈의실에서 만큼은 상대 가 옷을 갖춰입을때까지 기다려주쥥 ㅋㅋㅋㅋㅋ
당첨 사실 얼마나 빨리 알려주고 싶었으면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21 17:5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 불공평하잖아요. 벗은 제가 너무 힘이 없지 않습니까. 하하하하하.

저 담낭제거 수술 한지 일년 넘었고요 사실 음식 가려야 하는데 ㅠㅠ 걍 이제는 막 먹고 있습니다. 매번 조심하자, 조심하자 하면서요.

옆에서 치대는 거 싫어하는 건 책읽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인걸까요? 혼자 잘 노니까 방해하지마, 같은?! 그럴 수도 있겠네요. 흐음.

2020-12-21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2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Schatten 2020-12-21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주에 남자가 많다. 여자가 많다 왜 그렇게들 말씀하시는 걸까요? 요즘 여자 사주에서 남자 보면 죄다 이혼수 있고 남자 알기를 우습게 알고 등등이 겁나 많고요. 그건 사주도 현대에 넘어와서는 직업을 갖고 자기가 자기 먹여살릴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요즘 남자 사주 보면 다 기쎈 여자 만나 기죽어 살 팔자고요;; 여친 사주 가지고 궁합을 보면 여자가 목소리가 크고 집안 말아먹는다고 하죠. 여자가 돈 벌어와서 경제적으로 분담한다는 식으로 말 안하고.;; 목소리가 큰 게 아니라 남자도 여자 이야기 듣고 여자도 남자 이야기 듣고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걸 수도 있는데요.
저도 여대생 엉덩이 어떻게 보냐며 진료거부 하셔서 나중에 염증 키워서 꼬리뼈 수술 했어요. 존경하는 의사선생님이셨지만 말씀 참 이상하게 하신다 생각하게 되면서 그런 부분(?)은 여자는 다쳐서도 안되는구나 싶더라고요;;;; 꼬리뼈쪽 꼬매서 아물 때까지 화장실도 혼자 못 간 저도 결혼할 수 없겠네요;; 그런 걸로 노발대발한다면 당연히 결혼 못하죠. 헐입니다 아주. ㅋㅋㅋ
진짜 옷 벗은 상태에서 아는 척 하는 건 정말이지… 저도 헬스클럽에서 그런 적 있어서 땀 엄청 흘리고도 집에 와서 씻고 그런 적 있어요 ㅋㅋㅋ

다락방 2020-12-22 09:54   좋아요 0 | URL
페르소나 님, 저는 사주 보는거 재미있어해서 몇 번 가봤는데요, 제 사주 여덟글자는 변함없지만 선생님마다 그리고 갈 때마다 해석이 조금씩 달라지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늘 찾아뵙던 선생님도 최근에 갔을 때는 저에게 ‘한국 남자 우습게 생각하는‘ 사주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사주는 태어난 때의 여덟글자 그대로일텐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여대생 엉덩이..라니. 왜 환자의 다친 부위라고 생각을 안하고 ‘여대생‘의 엉덩이라고 생각하는거죠? 그거야말로 자기가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게 아니라 남자로서 여자를 대한다는 고백에 다름아니잖아요? 아 너무 짜증나네요. 여성이란 성별을 가지면 일단 인간으로 보는게 잘 안되는가 봅니다. 이 세상의 부족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벗고 만나는 건 누가 됐든 민망한데, 하다못해 친구랑도 처음 목욕탕 같이 가는 건 민망하잖아요. 그런데 한 번 가보고 나니까 그 다음은 처음보다 낫고 그 다음은 또 두번째보다 낫더라고요. 벗은몸을 서로 터야 그나마 안민망해지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0-12-22 11:52   좋아요 0 | URL
터야 안 민망하다…🤣 ㅋㅋㅋ 그건 그런 거 같아요.
여덟글자 가지고 별걸 다 보는 거다보니깐 낯모르는 사람 거 봐주면 상황을 모르니 달라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축술진미 토가 사람에 따라선 과부살이 성립될 수도 있고, 사고수가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냥 조용히 공시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더라고요. 저는 그 말 되게 웃긴 거 같아요. 남자 사주에선 여자 우습게 생각하는 사주라고 하지 않아요. 오히려 좋은 부인 만날 거라고 할 걸요? 아니면 이런 분들은 결혼해도 누가 봐도 남부끄럽지 않게 예쁜 여자 만난단 식으로요;; 옛날 책 보고 공부하는 거다 보니깐 여명장이라고 여자 명식 나오는 거만 보다 보면 엄청 짜증나요. 여자 사주에서 귀하다 하는 건 무슨 종마 고르는 듯한 기준인 거 같고요. 천한 사주들은 당시에 직업이 허용되지 않던 여성이 일을 하면 그렇게 해석합니다. 여성 사주에서 관성으로 직업과 남자를 보는 건데, 직업을 우습게 본다곤 안하면서 왜 그런 걸까요? ;;
실은 저도 저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사주를 배운 적 있고 지금도 배우는데요. 배우자 궁은 충하고 관성을 나타내는 글자는 다른 글자랑 합하고 있어서 제가 의부증이 있거나 남자 우습게 여길 거래요. 남자 알기글 개o으로 안다고도 하고요.
근데 제 입장에서 읽어주는 사람은 평생 남편이 바람핀대요. ㅋㅋㅋ 근데 이걸 직업으로 읽으면 제가 무슨 복합적인 예술을 하거나 위에서 조망하는 관리자가 될 거래요. ㅋㅋㅋ 저 회사에서 나오고 만년 구직중인데요. ㅠㅜ 근데 아직까지 남자는 저에게 재였어요. 돈이 들어가는 ㅋㅋㅋㅋㅋ 딴 사람이랑 바람을 피우면 그냥 헤어지지 의심하고 곁에 두지도 않고요.
근데 잉꼬부부가 가서 남자가 내 부인 그런 부인아니다 인정해준다면,아마 그래도 속으론 우습게 본다고 말하거나, 남자가 아니라 직업이었나보다고 말 돌리면서 퇴사생각 있지 않냐고 혼자 오바하실 걸요;;
자기가 볼줄 알면 자기 상황을 잘 아니깐 각 글자가 나에게 뭔지 공부하면서 찾아가게 되는 거 같아요.
대운의 흐름에 따라, 세운의 흐름에 따라서도 조금씩 달라지지만 얼마나 배웠느냐에 따라서도 볼 수 있는 게 달라져요. 배운 첫날부터 오행으로 해석해볼 수 있어요. 얼추 맞으니 신기하고 동네방네 다 봐주고 다녀요. ㅋㅋㅋ 합충 배우고는 더 말이 많아지고 궁성론 배우면 또 자리에 따라 조상부터 미래까지 언급 가능해지고요. 격을 배우면 직업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고 귀하네 아니네 떠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격증이 딱히 민간 자격증 말고는 없고 그걸 인정해주는 분위기도 아니다보니까 조금 배우고 도사놀이하려고 천막치시는 분도 많은 거 같아요. 저는 명리학이 종교처럼 믿고 말고가 아니라 한의학이랑 같은 갈래에서 나오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분들 때문에 학문으로 인정 못 받는 거 같아요. ;; 배울수록 어떻게 볼지에 따라 얘기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고 각자 상황에 따라 같은 사주라 해도 그 상징하는 글자가 어떤 작용인지가 다르고 눈에 띄는 글자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말하기 더 어려워지는 거 같고요. 되게 단호하게 말해야 손님이 또 많아지잖아요.

다락방 2020-12-22 12:05   좋아요 0 | URL
아니, 페르소나님. 그림도 잘 그리시고 뜨개질도 잘 하시면서 명리학 공부도 하시는거에요??

저도 제가 공부해서 제 껄 수시로 보자 싶은 마음에 공부를 시도했거든요. 일단 ‘강헌‘의 <사주명리학>책부터 읽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오오 재미지다 재미지다 하다가, 합과 충 나올때 때려치웠어요. 아 이런건 못하겠다, 하고요. ㅋㅋㅋㅋㅋ 저는 친구가 별자리랑 명리학 공부 계속 하는 친구 있어서, 그 친구가 만나면 봐주고 그래요. 저랑 그친구가 사주의 ‘무술일주‘가 같거든요. 그렇다보니 만나자마자 ‘너 이번달에 어땠어‘ 하면서 챙겨주더라고요. 저도 제 껏도 보고 또 친구들 힘들 때 대략적으로라도 봐주면서 ‘걱정마, 곧 나아지게 되어있어‘ 이렇게 해주고 싶었는데, 합과충이 저에게 태클을 거는 바람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걍 돈주고 보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ㅎㅎㅎㅎㅎ


근데 이것도 저랑 합이 잘 맞는 쌤이 있는것 같더라고요. 다니다보니까 카운셀링 역할이 저에게 너무 커서, 그쪽으로 가장 잘 맞는 쌤으로 정착하게 되더라고요. 사주 보러 다니는 거 좋아하는 친구들이 추천해주면 그런데 한 번 가보기는 하는데 저는 다시 저랑 합이 잘 맞는 쌤에게로 가게 되고, 일단 거기 딱 들어서는 순간 향도 좋고 마음이 너무 좋아져요 ㅋㅋㅋㅋ 그 선생님은 ‘좋은문‘이란 개념에 대해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 찾아오는 분들께 좋은 문이 되기 위해 그 위치로 이사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조만간 또 보러 가고 싶긴한데 코로나 때문에 못가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PersonaSchatten 2020-12-22 12:26   좋아요 0 | URL
네?? 백수니깐요. ㅋㅋㅋ 일이 안풀리다보니 사주 배우러 다니다 이상한 사람들도 만나고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
저는 진짜 하우스도 잘 못 외우는데, 합충도 한번에 시작하지 말고 내 거부터 시작하고 자주 보면 어느 순간 외워져요. 그리고 외우는 꼼수도 있어요.
자축
해인
술묘
…이런 식으로 두줄로 시계방향으로 적어놓고 합을 외운다든가 손가락 마디에 놓고 외운다든가 하는 그런 게 있어요.
저도 강헌 쌤 관법 좋아합니다. ‘명리’가 이론 설명이 잘 돼있다면 릴리스님의 ‘내 팔자가 세다고요’는 사주 보러 갈 때 믿고 거를만한 것이나 오해/오류를 바로잡아주는 책이라 좋았던 거 같아요. 카운셀러 역할도 무시 못하죠. 진짜. 때려맞추고 무조건 자기가 본게 맞다고 단호히 말하는 거 보다 최대한 상황 물어보고 그 사람 입장에서 말해주는 게 맞는 건데 그런 분 만나기 진짜 힘든 거 같아요. 저는 그냥 포기하고 혼자서만 막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