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성정치 - 여혐 문화와 남성성 신화를 넘어 페미니즘 - 채식주의 비판 이론을 향해 이매진 컨텍스트 68
캐럴 J. 아담스 지음, 류현 옮김 / 이매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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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여자들이 꾸밈 노동을 멈춰야 한다고, 남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노력을 그만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어째서 그런 결론이 되냐고 물으면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책을 읽고난 뒤에도 계속해서 내가 내게 물어야 했다. 그러니까, 왜? 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됐지? 이 책을 읽고난 후의 내 감정은 한마디로 정리 되질 않는다.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지도 않다. 내가 이 책을 예전부터 읽고 싶었으면서도 자꾸 미뤘던 것은 내가 육식을 지나치게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에서 육식의 비윤리성을 지적할테고, 그것에 나도 동의할테고, 그렇다면 죄책감에 몸부림 치겠지, 라는 짐작으로 자꾸만 읽기를 미뤄왔던 거다. 뭐가 됐든 읽어보자, 괴롭다면 그것 또한 내가 가져가야할 몫이다, 했는데, 예상외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육식을 한다는 것에 크게 죄책감을 얻거나 괴롭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잘하고 있다는게 아니라, 이 책에서는 그보다 다른 많은 것들을 주었다는 것이다. 한 번 읽어서는 확연히 정리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러나 자꾸만 질문하게 만드는 것들을 준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이 책을 읽던 도중, '정말 육식은 인간에게 맞지 않는 것일까?'를 생각해야 했다. 책에서는 동물이 동물을 잡아 먹는 세계에서는 그 동물을 익혀 먹지 않는데 인간은 동물을 먹기 위해서는 굳이 익혀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본연의 모습을 자꾸 지워낸다는 것.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새로운 요리법으로 가공해서 내가 먹는 것의 실체를 지워낸다는 것. 동물이 살기 위해 다른 동물을 잡아먹을 때는 그 동물을 잡는 것도 스스로이며 해체헤 먹는 것도 스스로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것을 다른 인간에게 시킴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멀어진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러움에 대해 생각한다. 만약 동물을 먹는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그 동물을 죽이고 해체하고 먹는것까지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다른 동물의 살이 내 몸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떠한가. 굳이 익혀서 혹은 튀겨서 그것을 먹는다는 것, 그것은 그렇다면 정말 자연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먼 게 아닐까. 인간은 사실 동물의 살을 먹기에 적합한 구조는 아니지 않을까. 정말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애써 우리 몸을 그에 맞추는 것은 아닐까. 이 책 속에서는 채식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사례들이 나오는데,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사실 고기를 좋아하는 나도 내 몸이 무겁거나 어떤 질병을 앓게 되면 아 당분간 고기 좀 자제하자, 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나. 저녁에 고기를 먹으면 가볍게 밥과 김치를 먹는 것보다 소화하는데 더 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잖아. 어쩌면 나는 내 몸을 고기에 너무 길들여놓은게 아닌가, 길들이려고 애썼던 게 아닌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을 애써 적응하려고 한걸까? 정말 인간의 몸에 육식은 딱히 어울리지 않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거다.



도축과 도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고기로부터 멀리 있다. 그것이 동물이었을 때로부터 아주 멀리 있다. 내가 삼겹살을,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서 사 먹거나 구워 먹을 때, 내 눈앞에 있는 것은 그저 고깃덩어리다. 잘 익혀내면 맛있는 고기. 나는 돼지나 소가 그리고 닭과 오리가 내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굳이 상상하지 않으며, 그것들이 어떻게 죽어갔을지 역시도 상상하지 않는다. 칼로 찔렀을까? 목을 졸랐을까? 죽도록 때렸을까? 같은걸 생각한다면 아마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런과정을 건너 뛰고 내가 만나는 건 순수한 고기 그 자체이다. 나는 삼겹살을 먹으면서 돼지의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이 돼지는 자신이 결국은 인간의 먹이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인간은 돼지와 소와 거위와 닭과 양을 그저 인간 마음대로 태어나게 하고 살게 하고 또 죽이는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번 페이퍼에서 영화를 언급했던 것처럼, 도축업을 하는 사람을 멸시하면서(그들은 도살당하는 짐승으로 태어나게 될거야, 라고 영화 주인공은 말했더랬다) 고기를 먹는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책 속에서는 결국 고기가 될 동물들을 키우면서 그 동물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항문에 막대기를 찔러넣는 것부터 발로 차고 때리는 것까지. 그런 일들을 하는 그 사람들. 그들이 아마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닐것이다. 처음에 그 일을 하게 됐을 때부터 나는 돼지 똥구멍에 막대기를 꽂는 사람이 되어야지 같은거 결심하고 그리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을 계속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그들은 처음에는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바뀌게 된 게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몇차례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를 떠올렸다. 


전쟁 당사자 중에서 가장 잔인한 의사(意思)를 가진 인간, 즉 전쟁 개시를 결정하는 최고 권력자만큼 적으로부터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었다. 백악관에서 만찬회에 출석하고 있는 대통령은 적이 흩뿌린 피를 뒤집어쓰지도, 육체를 파괴당한 전우가 내뱉는 단말마의 외침을 듣지도 않는다. 살인에 뒤따르는 정신적 부담을 거의 받지 않는 환경에 있다. 군대 조직이 이러한 형태로 진화하고 과학 기술 덕에 병기가 개선되고 있는 이상, 근접전에서 살육이 격렬해지는 것이 당연했지만 전쟁의 의사결정자는 아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대규모 공중 폭격을 명령할 수 있는 셈이다.


(중략)


권력욕에 사로잡혀서 모든 정치적 투쟁을 승리한 인간은 정상의 범위에서 이탈한 호전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런 인간을 리더로 선출하는 시스템이 국민의 뜻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뽑힌 사람이야말로 집단의 의사를 체험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전쟁의 심리학은 권력자의 심리학이라고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pp.255-256



결국 인간이 동물을 먹기 위해 다른 인간으로 하여금 동물을 죽이고 해체하게 한다는 것은, 권력자가 전쟁 개시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 아닌가. 근접전에서 살육이 격렬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쟁 의사결정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것처럼, 고기를 먹는 인간도 살육을 눈앞에서 자신이 보는게 아니기 때문에 육식이 가능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제노사이드 에서는 전쟁의사를 결정하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 국민들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도축과 도살을 직업으로 삼게끔 하는 것은, 육식을 하는 육식인들이 아닌가.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부터 그 거리가 얼마나 먼가. 혹은 얼마나 가까운가. 



대부분의 책속 주장들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거나 짐작 가능한 것이었는데, 육식을 하지 않음으로써 여성이 부엌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은 놀라웠다.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햇던 부분이었다. 



19세기 여성들은 기름기 많은 음식을 만들고 뜨거운 스토브 옆에서 일하는 시간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며 채식주의를 반겼다. 페미니스트이자 노예제 폐지론자인 새러 그림케Sarah Grimke와 앤젤리너 그림케Angelina Grimke 자매는 자기들이 받아들인 실베스터 그레이엄의 채식이 "'건강에 이로울 뿐 아니라 ……  여성이 고된 부엌일에서 해방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Lerner 1971, 253)


그러고보니 내가 집에서 요리를 할 때도, 나가서 고기를 사 먹을 때도 고기 요리에는 시간이 걸렸다. 불 앞에서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서라면 필요했다. 그러네, 하루 세끼 가족들의 식사를 차려줘야 하는 대부분의 가사 노동자인 여성들이 고기 요리를 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가사노동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정말 그렇네.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그러나 그것은 일방적으로 여자들의 몫이었지. 내가 먹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고기를 익혀야 했다. 어쩌면 나는 가사노동에 그다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햇던 것일 수 있겠다. 나는 주말 외에는 딱히 요리라 할만한 것을 하지 않으니까, 가사 노동이 고되다는 것은 알아도 내가 그것이 어디서 얼마나 고된 것인지에 대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그래서 또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말 고기를 안먹어야 하는 건 아닐까. 아니 나로 말하자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덜먹어야 하는게 아닐까.



그러자 나는 다른 사람들의 육식중단에 대한 시작이 궁금했다. 육식을 그만두기로 한 사람들, 그들은 처음에 어떤 계기로 그것을 그만두게 되었을까? 어쩌면 동물학대 영상을 보고나서 그 참촉함에 육식에 동조하지 않기로 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몸을 좀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채식을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불 앞에서 가사노동하는 것에 시간을 들이는 게 싫어 육식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고, 고기를 먹으면 몸에서 소화시키지 못해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계기로 선택을 했든 그들의 선택으로 인해 동물이 도살당하는 확률은 줄어들었을텐데, 그들은 처음에 어떻게 마음 먹게 되었을까? 



2013년에 어느 지역 경찰국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주민들의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경찰서장은 지역 신문에 이렇게 설명했다. "그 이상한 소리는 송아지를 잃어버린 어미소들의 울음소리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송아지와 새끼들을 강제로 떼어버려야 하는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어미소들이 내는 소리다" <육식의 성정치 슬라이드 쇼>를 본 뒤 어느 젊은 여성이 내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자기가 낳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났는데, 퉁퉁 불은 젖가슴은 아기에게 줄 모유로 가득하지만 죽은 아기는 먹을 수 없다는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말했다.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를 물을 때, 그 여성은 그런 변화는 비극을 통해 알려진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그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가 버겁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그 젊은 여성은 슬픔에 잠긴 어머니에게서 모유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고 있다. -p.371



이 책의 에필로그에는 육식의 성정치를 읽고난후 사람들이 보내준 사진들이 삽입되어 있다. 낙농가에서 육우용 소로 태어나 기계화된 시스템으로 우유를 짜내는 소들의 사진이기도 하고 하체는 인간 여성의 신체와 합성하여 선택을 기다리는 돼지와 소들의 사진들로 손님을 끌려는 가게들의 광고 이기도 하다. 버거킹은 커다란 햄버거 옆에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 엎드려 있는 광고를 내걸기도 했다. 햄버거와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나란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 게다가 인간 여성의 하체를 가진 동물들의 광고는 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다리 한쪽을 구부리고 요염하게 서있거나 가터벨트를 입고 있는 것. 그러니까 소나 돼지가 고기로써 선택받기를 원한다는 것 '나를 선택해주세요' 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의 이미지는 성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차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제 시장에 갔다가 이런 풍경을 보게 됐다.



'자연산 미녀' 참도미.. 라고 한다. 왜 참도미는 '자연산 미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야 할까? 왜 선택받기 위해서 '자연산' 이며 게다가 '미녀'라는 수식어가 필요한걸까? 왜? 왜 자연산 미녀는 더 잘 팔리게 하기 위한 꾸밈어가 될까? 왜 자연산 미녀가 더 가치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걸까? 그건 어디서부터 온것일까? 자연산 미녀를 굳이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주 오래전에 읽은 잡지에서는 독자들이 사연이나 고민을 보내온 것을 실어주는 코너가 있었다. 거기에 한 여자가 억울하고 속상하다고 보냈는데, 사연인즉,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은 공부도 못해서 대학도 못갔는데 얼굴이 너무 예뻐 부자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갔다는 거다. 자신은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며 월급을 받는데, 그 동창의 집에 갔다가 자신은 살 수 없는 명품 가방이 가득 쌓인걸 보고 놀랐다는 거다. 그러면서 몇 번 안들었는데 갖고 싶으면 가져가라고 했다는 것. 공부 열심히 해서 잘했던 자신이 왜 더 초라하게 느껴져야 하는지, 얼굴이 예쁘면 열심히 살지 않아도 이렇게 부자로 살 수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는 거였다. 이게 정말 오래전의 사연인데(고등학교때 본 것 같다), 그 때는 이런 정서가 지배적이었다. 여자는 예쁘기만 하면 된다는 것, 무조건 예쁘면 팔자를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부자 남자한테 시집을 가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취직해봤자 부자 남자한테 시집가는 것만큼 돈을 벌 수가 없으니 무조건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것, 착해야(에쁜게 착한거니까!) 한다는 것. 


이것은 아주 많은 것을 의미하는데, 일단 그 예쁘다는 평가 자체가 누구로부터 오는 것이냐는 거다. 누구한테 예뻐 보여야 할까? 남자한테다. 왜? 남자한테 선택을 받아야 하니까. 누구한테 섹시한 여성이 되어야 하는가? 남자한테다. 남자한테 선택을 받아야 팔자를 필 수 있으니까. 그것은 평가를 하는 입장이, 그러니까 너는 예쁘구나 너는 못생겼구나 기준을 정하고 평가하는 쪽이 남자라는 걸 의미하고 남자가 그렇게 여자를 평가할 수 있었던 것은, 남자가 더 가진게 많은 권력자라는 뜻이다. 돈을 가진 쪽도 힘을 가진 쪽도 이 사회의 기준을 정하는 것도 남자였고, 여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사회에서 위로 올라가는데에 한계가 있었다. 선택받아야만 비로소 더 나은 삶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선택받기 위해 애쓰는 삶을 살아야 했던 것. 

결국 여자의 삶이란 사회적 약자로서, 선택받기 위해 살아온 삶이 아닌가.



동물을 고기로 소비하면서 그들에게 여자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 동물의 의지는 전혀 상관없이 나를 선택해달라는 그림을 그려놓는 것, 이 모든 것은 무엇을 말하는걸까. 동물은 과연 고기로 자신을 선택해주기를 바라고 있을까? 그들이 바랄 거라는 것은 인간의 추측이며 인간의 표현이 아닌가. 결국 가장 힘있는 자에게 선택받기를 원할것이라는 짐작은, 가진자의 시선에서 온 것일테다. 당장 육식을 멈추는 것이 이 사회를 바꿔가는데 필요하며 중요한 일이겠지만, '자연산 미녀'로 도미를 포장하는 일부터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햄버거 옆에 비키니의 여자를 엎드려 놓는 것부터 없어져야 하는게 아닐까. 고기를 선택하는 것, 어떤 고기를 먹을지 어디에서 먹을지 어떻게 먹을지는 육식을 하는 육식인이 선택할 일이겠지만, 그러나 선택을 받기 위해 자연산 미녀라고 내세우는 것은 도미의 일이 아닐 것이다. 더 선택을 하게끔 고기를 여성화 시키는 것부터 그만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선택받는 입장이라는 것으로부터도 우리가 빠져나와야 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결국 나는 하고야 만것이다. 



물론 사회의 미의 기준을 정하고 그것을 내보이고 강요하고 억압하는 것은, 나아가 유리천장으로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을 막는 것은 힘있는 자들의 횡포이고 명백한 잘못이다. 그것은 너무도 견고하여 쉽게 무너지지도 부서지지도 않는다. 아직 많은 권력이 남성들에게로 기울어져있는데 그 사회를 바꾸는 것을 여자에게 짐지우는 것은 부조리하고 불합리해 보이지만, 그러나 선택받기 위해 사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너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는 너에게 선택받기 위해 살지 않아. 나는 너의 선택 없이도 잘 살아 보이겠어.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할거고, 나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애쓸거야. 그 모든 순간들마다 번번이 후려침과 내동댕이 쳐짐이 나를 공격하겠지만, 그러나 나는 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내 성격을 죽이지도 않을 것이고 너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밥을 굶지도 않을 거고, 너에게 선택받기 위해 가터벨트를 입지도 않을 거야. 그리고 이런 사람이 하나씩 둘씩 늘어난다면, 그러니까 사회 전체적으로 '여자는 남자들의 선택과 무관한 삶을 산다'는 것을 계속해 보여준다면, 어느 순간 '자연산 미녀'라고 도미를 광고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돼지에게 가터벨트를 입혀서 광고로 내걸 순 없지 않을까? 그런것은 다 무용해지는 일이므로. 마치 여자를 먹는 것처럼 가터벨트 입은 돼지를 먹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일들이 사라진다면, 모두가 육식을 그만두는 세상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육식과 멀어지는 삶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캐럴 제이 애덤스는 '메리 매카시'의 아메리카의 새들》 의 추수감사절 저녁 만찬 사건을 언급한다. 




어떤 특정한 소비 윤리에 상관없는 내용을 다루던 이 소설은 식사 중에 갑자기 채식주의장 ㅕ성 스콧이 말을 시작하면서 이 채식주의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에, 그리고 이 채식주의자가 무어슬 먹지 않는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단은 여러 수준에서 일어난다. 미국인 여성인 로버타 스콧은 자기를 초대한 어느 나토 소속 장군이 식탁에 내놓은 고기를 거부한다. 충격을 받은 장군은 고기 써는 나이프를 내려놓은 뒤에 스콧에게 정중히 묻는다. "칠면조 고기를 싫어하나요?" 고기 써는 나이프는 장군의 힘을 상징하며, 포크로 찍어놓은 고기는 군인으로서 위신을 드높인다. 그러나 스콧의 고기 거부는 이런 상징적인 수단들을 사용하는 장군에 대응하는, 다시 말해 장군의 권력에 맞서는 도전이다. 장군이 사용하는 수단들은 여자가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용지물이 되고, "오늘은 추수감사절이니까!" (MaCarthy 1972, 166) 라고 말하면서 장군이 "서둘러" 발뺌하게 만든다. -p.268



나는 위의 부분에서 또다시 제노사이드를 떠올린다.


직업으로 몸에 익힌 기술이라곤 살인 기술밖에 없는 남자들은 무력한 기분 속에서 침묵했다. 예거는 500미터 앞에 있는 사람을 단 한 방의 총알로 처리할 수 있었다. 적이 단말마의 비명조차 못 지르도록 등 뒤에서 신장을 한 번에 찔러 즉사시킬 수도 있었다. 아들 저스틴은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평화로운 사회에서는 있을 장소가 없는 아버지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영웅으로 여기고 있었다. 저스틴의 순수한 존경심을 느낄 때마다 예거는 입맛이 썼다. 자기 스스로가 전투복으로 몸을 단단히 감싼 하찮은 사기꾼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p.120



 

무용지물.

나는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

나이프를 드는 것은 육식을 할 때 필요하고, 칠면조 고기를 먹지 않기로 선택한다면 나이프가 필요 없다. 

멀리 있는 사람을 단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총쏘는 기술도, 평화로운 때라면 무용지물이 된다. 


예쁨을 섹시함을 무용하게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선택받는게 최고 가치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을 무용하게 만든다면.

예쁜게 착한거라는 인식을 무용하게 만들고, 선택하는 게 권력과 힘이라는 것을 무용하게 만든다면.

선택받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을 무용하게 만든다면.

미의 기준을 무용하게 만든다면, 자기관리 안하는 여자는 정말 싫다는 말을 무용하게 만든다면. 

가터벨트를 무용하게 만들고 한쪽 다리를 요염하게 구부리는 것을 무용하게 만든다면. 자연산 미녀를 무용하게 만들고 자연산도 미녀도 모두 무용하게 만든다면. 이 모든 것들이 무용해진다면 간판에서 립스틱 바른 돼지는 사라지지 않을까. 햄버거 옆의 비키니 입은 여자는 사라지지 않을까. 

꾸미는 것, 선택받는 것? 우리는 그런거 관심없어. 우리는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달리고 걷고 스쿼트하고 플랭크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외국어를 익히고 돈을 벌고 밥을 하고 앞으로 나아갈거야. 결국은 그런 태도와 삶에 대한 방향은 광고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광고가 바뀐다면 선택도 달라지지 않을까?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고 그것이 한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아 결국 글이 길어지고 말았다.


육식을 거부하는 행동에 혐오자라는 딱지를 붙일 때, 지배 사회는 육식 거부에 관한 해석을 왜곡한다. - P304

가부장제 문화에 둘러싸인 여성들에게도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먹히는 사람이고, 한편으로는 고기를 먹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비자이자 소비 대상이다. 우리는 귀가 없어서 듣지 못하는 위를 가진 사람들이고, 귀가 달려 있지 않은 위를 통해 들으려 하는 사람들이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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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24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로 갈수록 고조되는 느낌이 좋은데요!!이 흐름에 동조하지 않는 것.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선택지들이 떠오릅니다.
제목은 <육식의 성정치>인데 여러모로 영감을 주었던 책이어서 더 좋았어요. 수고하셨어요. 👍👍

다락방 2021-01-25 09:20   좋아요 1 | URL
시키는대로 하지 않는게 필요한 것 같아요. 흐름이 틀렸다면 그 흐름에 따라가지 않는 것도 필요하고요.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같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미미님. 미미님이 읽고 글 남겨주시는 걸 보는 것도 제가 읽고 쓰는데 힘이 되었답니다. 감사해요! :)

난티나무 2021-01-24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면서, ‘자연산 미녀’라고 써붙인 가게 주인에게 그 팻말을 빼라고 롸잇 나우 요구하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가게 주인은 비유를 갖고 뭘 그러냐고 하겠지만. 동시다발적 노력이 필요한 일 같아요.ㅠㅠㅠㅠㅠㅠ

저는 꾸밀 일이 없어 자연 그대로 살지만 ㅎ 꾸밈노동과 관련해서 제가 할 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집 남자들 생각 바꾸기. 번번이 견고함에 부딪히지만 계속 해야 할 일인 거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계속 하는 것!!!! 다락방님 화이팅!!!!

다락방 2021-01-25 09:26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저도 언젠가부터 꾸미지 않고 살고 있어요. 처음엔 볼터치를 안하다가(저는 볼터치 매니아였답니다? ㅋㅋ), 그 다음엔 피부 화장을 안하고 눈썹과 립스틱만 남겼다가, 이제는 눈썹 립스틱도 아예 안해요. 이게 안하다보니까 너무 편해서 도대체 어떻게 그동안 화장하고 살았나 싶더라고요. 이제는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고요, 화장품 다 버리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저는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인 제가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은 그것 자체로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 저 사람은 회사 다니는데도 저러고 다니네, 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는 ‘나도 그래도 되나보다‘ 하게될 수도 있으니까요. 난티나무님 말씀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다보면 조금씩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합시다, 난티나무님. 그리고 이 책 읽기도 함께 해주셔서 기쁘고 감사드려요! >.<

- 2021-01-24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택당할 수 밖에 없는 약자로서의 처지. 으아, 저도 리뷰 읽으니까 무슨 맥락인지 느낌이 왔어요. 동물의 의사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권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더 힘있는 남성에게 선택당해야 그나마 안전하고 덜 고생했으니.. 생존전략으로서 꾸밈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선택하는 입장’인 그 힘을 가진자들 -전통적으로 남성/육식인들의 - 시선이 고기나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비슷할 수 밖게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되었고 몰랐으면 몰랐지 그 폭력의 시선을 우리 스스로에게는 투사하지 말자고 말씀하신 것 같아요. (지송..거칠게 요약하게 되네요ㅋㅋㅋ)

네, 그래요. 우리는 착취하지 않는 시선, 선택하지 않는 시선 적어도 선택 당하려 노력하지 않는 시선 ㅡ 그들의 시선이 아닌 우리 자신의 시선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합시다!!

다락방 2021-01-25 09:28   좋아요 1 | URL
개떡같이 써도 찰떡같이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공쟝쟝님 ㅠㅠ 소중한 사람이야 정말 ㅠㅠ
공쟝쟝님 댓글 보니 그거 생각나네요. 남자들이 보통 페미니스트 욕할 때 ‘남자친구도 없는‘, ‘남자한테 사랑도 못받는‘ 못난이들로 정체화하잖아요. 남자 없어서 여성주의 하는것처럼요. 그런것 부터가 여자가 남자를 필요로 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데, 우린 남자 따위 없어도 살아가는데 전혀 문제없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니, 오히려 없어야 더 잘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그저 우리 자신만으로 당당하고 건강하고 행복합시다!!

- 2021-01-25 19:14   좋아요 0 | URL
무슨 소리야. 물론 페미니즘 하면서, 있던 남자와 헤어지긴 했지 ㅋㅋㅋ 실컷 욕해라 이 바보들아!! 그래도 난 잘산다~ 나는 남자 없이 잘살아 ~! 빰! (bgm. 미스에이 남자없이잘살아)

바람돌이 2021-01-24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육식의 중단이 꾸밈의 거부로 넘어가는 의식의 흐름이 이해되었습니다. ㅎㅎ
제도나 법의 변화보다 저런 의식의 문제는 정말로 변화가 어려운 부분이죠. 더구나 이제는 여서뿐만이 아니라 남성도 꾸밈이 당연하다는듯 떠드는 자본의 무수한 부추김 광고들을 보면 더하죠. 이제는 꾸밈이 상대에 대한 선택받음을 위한 것이ㅠ아니라 자아실현이라는 광고로까지 뻗어갔잖아요. 그래서 꾸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전통적인 견해에서 변화가 오지 않을까싶기도 합니다. 무엇하나 세상이 바뀌는건 쉬운게 없네요.

다락방 2021-01-25 09:41   좋아요 1 | URL
제 의식의 흐름이 이해되시나요? 다행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는 제가 생각하고 또 제가 써놓고도 이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일까, 글일까, 고심했거든요.
꾸며서 타인에게 아름답게 인정받는게 마치 최고 가치인것처럼 그동안 매스컴에서 엄청 얘기했잖아요. 과감히 그걸 부수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여성의 경우 굶어가면서, 먹을 걸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미의 기준을 따라가려 하다보니 힘이 더 약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가 타인의 인정이나 선택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 같아요. 한 명이 두 명 되고 두 명이 네 명 되다 보면 세상이 바뀔 수 있겠지요.

수이 2021-01-25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자마자 제가 든 생각은 그래! 영어공부를 진짜 많이 해버리도록 하자! 그래야 후회를 안하겠다 확고하게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조금 더 가열차게 읽어야겠구나 다짐도 했고. 이 글 다 읽고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스쿼트 30개.

다락방 2021-01-25 10:22   좋아요 0 | URL
크- 스쿼트가 우리를 건강하게 해줄것이고 스쿼트가 우울증도 없애준다고 합니다. 수연님, 스쿼트는 정말 잘한 선택이십니다. 저도 스쿼트 한달 챌린지 할까 생각하다가 ‘하겠다‘ 하면 정말 한달동안 꼼짝없이 해야 하니까 그게 싫어서 안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영어공부 계속 생각해요. 아오 진짜 영어공부는 왜 자꾸 생각‘만‘ 하는걸까요. 싫다 증맬루.. ㅠㅠ
실천, 실천! 행동으로 옮기겠어요! 불끈!!

psyche 2021-01-2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다른 건 다 끄덕끄덕인데 고된 부엌일 해방이라는 것은 갸우뚱이에요.
옛날에는 생고기 사서 손질등등을 다 해야해서 그랬을까요?
지금은 고기요리가 제일 간단하고 일이 없거든요. 고기는 그냥 소금 후추만 쳐서 구워도 되니까요.
채식 위주로 하려면 주부가 정말 부지런해야해요.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을 수 있는 고기와 달리 야채는 매번 신선한 걸 써야하니까 장도 자주자주 봐야하고 맨날 샐러드만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데치거나 해서 양념도 하고 장아찌를 만드는 등 수고가 들어가야 하고. 고기의 경우는 고기 하나에 김치만 있어도 되니만 나물 같은 반찬을 하려면 한개가 아니라 몇가지를 해야 하는걸요.

다락방 2021-01-25 10: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시케님. 채소 요리라고 사실 생으로만 먹는 것도 아니고 저는 야채 씻는 것도 너무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겨울에 씻을라면 손도 시렵고.. 부엌일 해방이라는 것은 사실 채식을 하든 밀키트로 요리를 하든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해방된다면 다른 누군가가 하겠죠. 그러고보니 장아찌를 만들려도 부엌에서 오래 있어야 하고요. 저는 야채도 샐러드 보다는 익힌 야채가 좋더라고요. 그렇다면 삶거나 볶거나 끓이거나 하는 과정이 필요하고요. 아마 저 때는 지금보다 고기를 익히는 일이 더 수고스러워 나온 생각이겠지만 그러고보니 지금은 뭘 먹든 부엌에서의 노동을 피할 수가 없네요.
 
육식의 성정치 - 여혐 문화와 남성성 신화를 넘어 페미니즘 - 채식주의 비판 이론을 향해 이매진 컨텍스트 68
캐럴 J. 아담스 지음, 류현 옮김 / 이매진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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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기대나 바람은 이 책으로 인한 육식에 대한 죄책감 혹은 중단이겠지만 나는 생뚱 맞게도 여성들이 꾸밈노동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논리 점프를 어떻게 엮어가야할지, 그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결론은 그거다. 우리는 꾸미기를, 선택받기를 그만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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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2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이 뛴 과정이 궁금합니다. ^^

다락방 2021-01-24 14:16   좋아요 0 | URL
그 과정을 제가 정리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결론부터 역순으로 물어가면 답이 나올까 싶긴 한데 말이죠.. 흐음..

수이 2021-01-2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식 읽고난 후 어디에서 봤더라 구글이었나 인스타였나 헷갈리는데 닭도 돼지도 소도 비키니 입혀놓은 이미지 보고 웩 할뻔 했어요. 뜬금포로 백자평 읽고나니 그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다락방님의 글을 기다립니다.

다락방 2021-01-25 07:49   좋아요 0 | URL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게 참 신기하지 않나요, 수연님? 제가 내린 결론이 아주 맥락에 어긋난다고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쪽을 본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리뷰는 어제 올렸습니다.
:)
 

부재하면서 온통 저 남자를 사로잡고 있는 건 누구일까.-《아프리카의 별》, 정미경, 9쪽


















내가 오래 좋아하던 소설가 '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에서 나는 '부재하면서 온통 저 남자를 사로잡고 있는 건 누구일까'라는 문장을 접했기 때문인지, 《육식의 성정치》에서 만난 낯선 용어, '부재 지시 대상'은 보자마자 확 와닿는 단어였다. 부재하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이해랄까. 그러니까 '부재'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존재'가 필수적인게 아닌가. 내가 육식의 성정치에서 부재 지시 대상을 보는 순간 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을 떠올렸고, 그리고 육식의 성정치를 읽는 내내, 나는 계속해서 저 문장을 떠올린다. 나는 정미경의 소설에서 만난 저 문장이 진짜 너무 좋은 거다. 저런 거, 우리 너무나 잘 알지 않나. 누구나 다 한번쯤 겪어보지 않았나. 그 사람이 내 옆에 없으나 그러나 그 사람이 나를 온통 휘어잡고 있는 것. 부재는 그래서 존재할 때보다 더 그 존재의 드러남이 강하다. 만화 《베가본드》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는 '오츠'를 그리워하면서 그런다. '눈에 안 보이면 멀어진다는데, 눈에 안보이니까 가슴에 담는다'고. 눈에 안보이되 가슴에 담는 상태, 그것이 부재하면서 온통 나를 사로잡고 있는 그 상황이 아닌가.



부재 지시 대상이라는 낯선 용어, 이 책에서 처음 만난 용어는 내게 너무나 쉽게 확- 와닿았던 반면, 그러나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단어가, 그러니까 확 와닿지도 않을 뿐더러 이해하려고 애쓰고 애쓰도 그것이 잘 안되는 단어가 육식의 성정치에는 더러 등장하고, 그래서 혹시 그 단어를 원서에서 찾아보면 이해가 빠르려나 싶어서 나는 부득이 원서를 구입했다.


내가 원서를 구입하려고 마음 먹었던 구절이 뭐였더라. 아마도 제일 처음 만난 20주년 기념 서문을 보고 아 무슨 말이야, 이러면서 원서를 사기로 마음 먹었던 것 같은데, 오늘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내가 찾아본 단어는 '낳다' 였다. 물론, 그 전에 찾아본 단어는 '살이 되다 였다.


이 책 <4장>의 제목은 <말이 살이 되어> 이다. 이 말이 내가 아는 그 말이 맞는지, 그리고 이 살이 내가 아는 살이 맞는지 너무나 혼란스러운 나는 원서를 뒤적였다. 그리고 이런 제목을 찾아냈다.


<CHAPTER 4 THE WORD MADE FLESH>


일단 '말'은 내가 아는 그 말인데, 살은 그 살인가, 나는 영어사전에서 FLESH 를 검색해보고, 그 단어가 '고기'를 의미하는 그 '살'인게 맞더라. 말이 살이 된다는 것, 어떤 의미인지 대충 알겠는데 뭔가 선명하진 않아. 그런 상태로 책을 읽게 되는데, 이 챕터를 다 읽어도 나는 말이 살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뭔가 분명하게 잡히지를 않는다. 그런 후에 만나는 단어가 '낳다'인 것이다.


소제목 중에 <채식주의 단어 낳기>가 있고, 나는 이것을 역시 원서에서 찾아보았다. 이 낳기가 내가 아는 그 낳기가 맞는지, 그러니까 탄생, born 을 뜻하는 그 낳기인지. 원서에서 찾아본 소제목은 이렇게 되어 있었다.


<Bearing the vegetarian word>


bearing?


이 '낳다'는 단어는 그 후에도 여러차례 등장한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언급하면서 이런 문장을 쓰는 거다.



메리 셸리는 이 책에서 페미니즘, 낭만주의적 급진주의Romantic radicalism, 채식주의를 연결하면서 채식주의 단어를 낳는다. -p.218



나는 위의 문장을 원서에서 찾아보았다.


In its association of feminism, Romantic radicalism, and vegetarianism, Mary Shelley's book bears the vegetarian word. -p.95


bears


나는 영어사전에서 bear 를 찾아보았다.


1. 참다, 견디다

2. 지탱하다, 부담하다

3. 곰

4. 탄생, 출생, 출산


저 문장에서 bears 가 참다의 뜻도 아니었을 거고 당연히 곰의 뜻도 아니었을테니 '낳다'가 맞을터. 나는 이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낳다'가 명확히 잡히지를 않는다. 그러니까 책의 본문을 읽어보면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서, 그리고 다른 여성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읽는자로 하여금 채식주의를 인식하게 하고 받아들이게 하고 나아가서는 채식주의를 실천하게 한다는 뜻으로 쓰여진 말인것 같은데, 그런 어떤 뜻에 대해서는 짐작이 되지만 '낳다'가 참 걸리적거리는 거다. bear 말고 다른 단어, 좀 더 적합한 다른 단어는 없었을까? 혹은 bear가 주는 뜻은 명징한데, 그 단어 자체에 캐럴 제이 애덤스가 담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담겨 있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즉각적으로 오지 않는건가 싶어지는 거다.



원서를 사기를 잘한 것 같다. 이렇게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어서. 뭐 들여다본다고 사실 내 이해도가 껑충 뛰는 것은 아니지마는...



어제였나 내가 육식의 성정치 페이퍼 쓰면서 '샬럿 퍼킨스 길먼'의 《허랜드》를 가져와 얘기했었는데, 오오, 육식의 성정치 뒷편에는 허랜드가 예시로 나온다. 만세! 허랜드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재작년 8월 도서였다. 마거릿 애터우드의 소설과 함께. 와, 책을 어찌나 선정을 잘하는지. 뛰어난 나다. 음화화핫. 게다가 위에도 언급했듯이 메리 셸리의 책도 언급되는데, 이야,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우리가 다가오는 5월에 함께 읽을 도서로 메리 셸리를 선택해둔 터다.
















진짜 대단하잖아? 나 말이다. 나 대단해.

며칠전에 친구가 전화해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 선정 어떻게 하는거냐, 뒷배가 있는거 아니냐 물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다. 나다, 내가 한다, 내가! 이, 내가, 이렇게, 멋진 선정을! 꺄울 >.<

겁나 짱이야.



이쯤하고.



















육식의 성정치 읽으면서 자꾸만 아프리카의 별을 끌어온다. 자꾸만 생각이 난다. 부재하면서 온통 나를 사로잡는 존재라는 것, 존재했던 시간에 대해 자꾸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것,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마사 누스바움이 말했던 '시적 정의'가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시적 정의, 부재, 부재하면서 사로 잡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는 또다시 상황극으로 들어간다.



그렇다.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그렇게나 싫어하면서도 그것을 이렇게나 오래 잘 해올 수 있는 것은, 아침만이 주는 풍경을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요즘 같은 계절에 아침 일찍 출근하면 거리에 사람이 없다는 게 큰 매력이다. 평소에도 걸을 때면 상황극에 몰두하는 나이지만, 혼자 걷는 거리, 조용한 아침 거리에서는 상황극이 빛을 발하는 거다. 상황극하다가 입밖으로 소리가 나기도 하고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진짜다. 그리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기 위해선 극에 무엇이 필요한가?


뮤직.

음악이다, 음악. 음악을 BGM 으로 깔아두면 내 극의 기쁨은 더 기뻐지고 슬픔은 더 슬퍼진다. 극을 한참 진행하다가 뮤직 큐, 하면서 내가 아는 음악 중에서 이 상황에 맞는 것을 쫘악- 골라 깔면 아아, 너무나 완벽한, 내가 주인공인, 그리고 내가 음악감독이기도 한 극이 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참을 수 없이 그 음악이 듣고 싶어지고, 그렇게 오늘 내가 재생한 곡은 <그리워하다> 였다.







이 노래가 들어보면 알겠지만 너를 그리워하다 하루가 다 지나고 일년도 가버리고 나는 그냥 그렇게 산다는 노래인데, 그런데 뭔가 리듬이 경쾌하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오히려 더 한풀이가 잘되는 것 같다(응?). 혼자 거리를 걷다가 상황극하고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갑자기 너무 씐나져가지고, 아아, 그 거리를 온통 혼자 차지한다는 것의 장점은 무엇인가, 나는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내 한을 담고서. 한..가라가라 갇혀 확갇혀, 하면서 내 한을 담아, 한, 다시 부르리라, 어디서 어떻게든, 하면서 그리워하다를 부르고, 부르다보면 한을 담았지만 또 흥에 겨워서 몸을 뒤흔들게 되고 그러다보면 둠칫두둠칫 이 거리에 내가 혼자 있다는 것은 이렇게나 좋아. 아침 일찍 혼자 걷는 것은 인생 개꿀 보장이다.... 베리굿이여...


우리 다같이 울면서 부르자.


My life is incomplete
It’s Missing you
오늘도 하루를 보내 다를 게 없이
하나도 안 어색해 혼자 있는 게
너 없인 안될 것 같던 내가 이렇게 살아
근데 좀 허전해 난 여전히 거기 있나 봐
후련하게 다 털어내 다 다
지난 일에 마음 쓰는 게 It’s alright
답이 잘 보이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날 가두는 감옥이 돼
시간은 앞으로만 가는 걸 어째
그동안 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네
아직도 내 마음속엔 너 Oh oh
너를 그리워하다 하루가 다 지났어
너를 그리워하다 일 년이 가버렸어
난 그냥 그렇게 살아
너를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다 괜찮을 거라 되뇌어 봐도
내 하루에 끝엔 또 너로 남아
너 없인 안될 것 같던 내가 이렇게 살아
사실 좀 허전해 넌 여전히 여기 있나 봐
내 마음은 여전해 아직 너를 원해
몇 년이 지나도 난 아직 널 그리워해
난 아직 기억해 우리 처음 봤을 때
네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도 다 정확하게
I pray for you every night and day
I hope that someday soon
I can see you once again
아직도 내 마음속엔 너 Oh oh
너를 그리워하다 하루가 다 지났어
너를 그리워하다 일 년이 가버렸어
난 그냥 그렇게 살아
너를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잠에서 깨어 헝클어진 머리처럼
내 일상도
꽤나 엉망이 돼버렸어 책임져
아무렇지 않은 척
드리워진 표정도 내 모든 곳에
스며든 네 흔적도 다 책임져 아직도 난
잊을 수 없나 봐 다시 돌아와 줘
또다시 같은 엔딩이라 해도 너
너를 그리워하다 하루가 다 지났어
너를 그리워하다 일 년이 가버렸어
너를 잊으려 하다 하루가 지나가도
너를 지우려 하다 일 년이 가버려도
난 그냥 그렇게 살아
너를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어제 업무의 스트레스가 아직 남아 있었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도 가슴이 답답했는데, 혼자 거리를 걸으면서 머릿속에서 상황을 설정해 대사를 치고 울먹이다가 노래를 들었는데 그 노래가 또 나를 둠칫두둠칫 하게 만들었어. 인생,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알겠느냐.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내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아야겠다. 지금은 일단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일이 많아..



그럼 이만..


너를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다 괜찮을 거라 되뇌어 봐도
내 하루에 끝엔 또 너로 남아
너 없인 안될 것 같던 내가 이렇게 살아
사실 좀 허전해 넌 여전히 여기 있나 봐
내 마음은 여전해 아직 너를 원해
몇 년이 지나도 난 아직 널 그리워해
난 아직 기억해 우리 처음 봤을 때
네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도 다 정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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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먼 댓글: 부재하면서 그를 사로잡는
    from 책읽기의 즐거움 2021-01-20 15:13 
    <0시를 향하여>에는 유명 테니스 선수 네빌이 재혼한 케이가 첫부인에 대해 불평하는 부분이 나온다. 항상 없지만 있는, 그래서 신경 쓰이게 하는 다른 여인의 존재. 그 말을 들은 경찰은 "그는 푸른 수염인가?" 라고 대꾸한다. 공중에 떠다니는 하얀 유령처럼, 그 여자가 집안 곳곳에 있다고 느끼곤 했어요. 네빌은 자기가 그 여자에게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이가 마음 고생을 했다는 걸 저도 알아요. 그는 그 여자를 완전히 잊을 수는 없었어
 
 
청아 2021-01-1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이른 시간 공기맛이 좋더라구요~오늘은 아프리카의 별과 둠칫두둠칫을 챙겨갑니당ㅋㅋㅋ

다락방 2021-01-20 07:58   좋아요 0 | URL
저는 실내에 있다가 바깥에 나가면 왜이렇게 숨통이 트이는지 모르겠어요. 실내에서는 나름 잘 지내는데도 나가면 또 으아 살 것 같다 이렇게 되는건지.. ㅋㅋㅋㅋㅋ 아직 완전히 해가 뜨지 않아서 지금도 여전히 바깥이 예쁩니다.
:)

2021-01-19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1-01-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저기 챕터 4에서 페이퍼 제목을 가져왔거든요. ‘채식주의의 말이 살이 되어‘
물론 전문가들의 번역이니 믿을만 하지만, 이렇게 원서를 보면서 읽는 건 또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저자를 ‘직접‘ 만나는 거니까요.
사진이 아니라 실물영접? 약간 그런 느낌도 들고요.
저도 가끔씩 원서 찾아보며 읽어가고 있는데 어제는 잘 읽혀서 한글로만 쭉쭉 진도나갔네요.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생각 혹은 다른 감상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둠칫둠둠칫!!!

다락방 2021-01-20 08:21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출근길에 단발머리님의 아름다운 책 풍경 잘 보았답니다. 후훗. 원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원서를 읽진 못하지만 이렇게 뭔가 갸웃할 때 찾아보니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래봤자 이해도가 급상승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ㅋㅋㅋㅋㅋ
저도 오늘 아침에는 잘 읽혀서 몇장 읽긴 했는데 오늘도 회사에서 바쁠거라서.. 제가 도대체 이 책을 언제 완독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ㅠㅠ

PersonaSchatten 2021-01-20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가 더 잘 와닿을 거 같단 생각이 문득 드네요. 비투비 노래도 잘하고 웃기고 착한 그룹 같아요. ㅋㅋㅋ
저 진짜 오랜만에 오늘 샤크라의 한 들었는데 ㅋㅋㅋ

다락방 2021-01-20 08:23   좋아요 1 | URL
페르소나님, 이 책은 진짜 원서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원서를 쭉쭉 읽을 수 없는게 너무 짜증나서 역시 영어공부가 답이다!! 라고 한 이천년간 생각중인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비투비에 대해 전혀 몰라요. ㅋㅋㅋ 저 노래만 알아요. 비투비에 대한 정보 진짜 1도 없어요. 저 노래도 몇년전에 마트 갔다가 나오길래 급히 스맛폰으로 검색해서 알게된 노래랍니다. 젊은 노래 1도 모르는 저는 구세대...
아니 근데 페르소나님.. 샤크라의 한을 아는 세대셨습니까?

PersonaSchatten 2021-01-20 08:56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 제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은 다 세기말에 몰려있어요. ㅋㅋㅋ 요즘 노래는 방탄 노래 것만으로도 벅찬데 그마저도 다 못 외워요;; top100음악은 일할 때도 자주 들어서 그래도 퇴사 전까지 시기의 노래들은 귀에는 익숙한데 그 이후는 거의 방탄 노래만 따라 듣고 있어요. ㅋㅋㅋ
비투비는 잘 몰랐는데, 유튜브에서 방탄 영상 보면 웃기는 아이돌 클립으로 자꾸 떠서 차츰 얼굴이랑 이름을 알게 됐어요. 원래는 드라마 도깨비로 육성재만 알고 있었는데 은근 좋은 노래들 많고 애들이 자작한 노래들도 있고 성격들이 좋더라고요. 저 노래도 저 역시 음악검색으로 알게 되었어요. ㅋㅋ
이해가는 부분 빠르게 한글로 읽고 모르는 부분만 휙휙 원서 찾아보는 방법도 너무 좋은 거 같아요. _

다락방 2021-01-21 07:57   좋아요 1 | URL
저는 방탄소년단이 하도 인기라길래 어디 어떤가 싶어 노래 들어보려다가 한 곡도 다 못듣고 껐어요.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말을 알아듣지를 못하겠어요. ㅋㅋ 아, 저는 너무 옛날 사람인가 봅니다. 이문세의 <이별이야기>들으면서 좋아하고 여전히 가슴 아픈 노래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 이에요. 드라마 도깨비도 안봤고 육성재도 이름만 들어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원서를 찾아보는 게 뭔가 근사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든 책을 원서로도 또 사고 싶어져요. 미쳤나봐요. 이건 진짜 소비욕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1-01-21 10:21   좋아요 0 | URL
서정적이시군요. ㅎㅎㅎ 저는 주로 신나는 노래 위주로 들어요. ㅋㅋㅋ
진짜 덕질하고 싶은 책만 원서도 구매하셔요. ㅋㅋㅋ 이 책을 사면 그만큼 새로 읽을 책이 줄어드는데 그래도 괜찮을까? 하면서요. ㅎㅎㅎ 저도 너무 좋은 책이거나 어린왕자만 다른나라 말 버전이 같이 있고 보통은 더 저렴한 책을 고르는 편이에요. ㅋㅋㅋ 저에게 돈은 늘 제한적이라 이거를 사면 다른 거를 못 읽는데 그걸 감수하고서도 좋은지를 자꾸 따지는 거 같아요. 책도 적게사면서요. ㅋㅋㅋ
 















얼마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님과도 대화를 나누었지만, 기존에 읽었던 책들도 지금 다시 읽으면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동화를 다시 읽을 때도 이제 페미니즘을 알기 전과 후가 다르고, 육식의 성정치를 읽고난 전과 후가 다르다. 친애하는 알라디너님은 《샬롯의 거미줄》을 예로 드셨는데, 나도 오래전에 그 책을 읽었던 바, 처음 문장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제기랄 ㅋㅋㅋ 유일하게 완독한 원서가 샬롯의 거미줄이라 원문을 가져올 수밖에 없네 ㅋㅋㅋㅋㅋ)




"You mean kill it? Just because it's smaller than the others?" (p.1)











여자 꼬마아이 '펀'은 다른 돼지들보다 더 작기 때문에 죽게될 운명에 처한 돼지 '윌버'를 구한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 2013년에는 이 부분에서 약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펀을 읽었고, 그리고 펀의 부르짖음이 윌버를 살렸다고만 이해했다. 그러나 페미니즘과 육식의 성정치를 읽는 지금의 저 문장은 그보다 더 큰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특히나, 이런 문장들도.


"Kill you. Turn you into smoked bacon and ham." continued the old sheep. "Almost all young pigs get murdered by the farmer as soon as the real cold weather sets in. There's a regular conspiracy around here to kill you at Christmastime.(p.49)


늙은 양은 윌버에게 사람들은 너를 죽이고 너는 베이컨이 되고 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어린 돼지들의 운명이 그렇다고. 그러니까 한 존재가,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로부터 듣게 되는 것이다. '네 운명은 죽음을 당하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먹히는 것이지' 라고. 그 말을 듣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자신의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살리고 죽이고 껍질을 벗겨내는 것은, 그러니까, 과연 정당한 일일까. 그래도 되는 일일까. 채식주의자들이,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윤리적 채식을 권하는 캐럴 제이 애덤스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얼마나 오래전부터 육식이 당연시 되어 왔는지도 우리 모두 알고 있고 캐럴 제이 애덤스도 알고 있다. 캐럴 제이 애덤스는 동물에게 생명을 주었으므로 그것을 거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기 이야기는 종교적 유형론, 곧 신의 탄생, 죽음, 부활의 형식을 따른다. 이런 신성한 이야기가 고기의 소비를 통해 성취되는 동물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세속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안내자 구실을 한다.

이야기는 동물의 탄생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육식이 동물의 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동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홀크로프트는 채식주의에 반대하면서 육식이 숱하게 많은 동물에게 새로운 생명을 가져다주고 인간인 우리의 '평판'을 높여준다는 주장을 일간지에 싣는다. 홀크로프트의 이런 언급은 생명이란 동물에게 부여된다는 함의를 지닌다. 그리고 이런 생명을 부여하는 자비의 문제는 육식인들이 육식을 옹호하기 위해 가장 자주 되풀이하는 주장의 하나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두 가지 기원이 있다고 확신한다. 하나는 동물의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고기 이야기를 전통적인 이야기 전개 구조 속에, 그리고 호혜성이라는 문화적 기반에 가두어버리는 이야기의 발단이다. 호혜성이란 우리가 동물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추론하면서 이야기의 발단을 해걱한다. 고기 이야기가 개념화되는 방식은 그 이야기가 인간의 의지를 끊임없이 지시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는 동물들에게 실존을 허락하며, 우리는 동물이 우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믿기 시작한다. -p.192



내가 너에게 생명을 부여하였으므로 나는 그것을 다시 앗아갈 수도 있다는 호혜성에 대해 아침 출근길에 읽으면서 밑줄을 그었는데, 오, 나는 오늘 성경의 <출애굽기>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난다.



출애굽기는 모세가 이스라엘인들을 데리고 애굽을 빠져나가는 이야기이다. 이때 애굽의 왕 바로는 모세가 이스라엘인을 이끌고 애굽을 나가는 것을 막았는데, 이 과정에서 여호와는 바로에게 힘을 보이고자 애굽에 열가지 재앙을 보이셨고, 마지막에는 애굽 사람들에게 재앙을 내리실적에 히브리인(이스라엘 자손)들이 사는 집은 어린 양의 피로 문에 표시를 해두면 그 집에는 재앙 없이 지나가게 했던 거다. 이 일이 있은 뒤 모든 첫 태어나는 짐승들을 여호와에게 바치라 하고 이게 유월절의 시작이 된거다.


유월절은 유대의 최대 명절이다. 출애굽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신은 이집트가 히브리 노예들을 풀어주도록 하기 위해 이집트에 열 가지 재앙을 내린다. 마지막 재앙은 이집트에서 태어난 모든 첫 아이(가축도 포함된다)들의 죽음이다. 모세는 히브리인들에게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발라두면 밤에 신이 보낸 죽음의 사자가 그 집을 그냥 지나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유월절의 시작이다. 이 첫 유월절은 무교병(발효시키지 않은 빵)의 축제라고도 부르는데, 출애굽기 12장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히브리인들은 서둘러 이집트를 떠나야 했으므로 신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발효된 빵이 아니라 발효시키지 않은 빵을 만들라고 명했다.

 

그렇게 의미가 깊고 중대한 날인데도 후대 사람들은 그 날짜를 잊었다. 모세의 수백 년 뒤에 요시야 왕은 백성들에게 유월절을 지키라고 명했다(열왕기하 23:21~23). 그 뒤부터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충실히 지켰다. 유월절 축제 기간은 7~8일 정도다. 첫날밤에는 세데르라고 부르는 식사를 함께하면서 출애굽기 12장의 이야기를 읽는다. 이때 무교병을 먹는 게 전통이다.

 

예수의 시대에 독실한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신의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에서 보내고 싶어했다. 예수가 체포되고 처형된 때가 유월절 기간이었으므로 유대교의 유월절과 그리스도교의 부활절은 비슷한 시기다. 예수가 제자들과 가진 유명한 최후의 만찬은 바로 유월절 식사였다. 유월절 축제는 억압과 압제로부터 자유를 쟁취했음을 찬양하는 것이었다. 유대인들을 지배하는 로마는 유월절 기간이 되면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예루살렘을 엄중히 감시했다. 그런 상황인지라 빌라도와 유대 사제들이 예수를 위험인물로 낙인찍을 수 있었다. 요한복음은 로마 총독이 매년 유월절을 맞아 유대인 죄수를 한 명씩 풀어주는 관습이 있었다고 전한다. 다만 공교롭게도 군중은 예수가 아니라 정치 혁명가인 바라바의 이름을 외쳤다고 한다.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은 예수를 '신의 어린 양', '유월절 어린 양'이라고 불렀다(고린도전서 5:7). 그래서 유월절은 그리스도교도들에게 점차 중요성을 잃어갔다. 그들은 유월절보다 더 중요한 일, 즉 예수의 처형과 부활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유월절 [Passover] (바이블 키워드, 2007. 12. 24., J. 스티븐 랭, 남경태)


위의 출애굽기에서 모든 처음 난것으로 여호와께 제사 드려야 한다니, 무릇 생명이란 태어나고 죽는 것이 운명이라 한들, 저때 처음난 것들의 운명은 제물로 바쳐지기 위함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애초에 그 생명을 준게 여호와가 아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육식의 성정치의 호혜성이 확 생각나버리는 거다. 생명을 주었으면 앗아가는 것 역시 마땅한것인가? 창세기에서 여호와는 이 모든 생물들을, 사람까지도 다 만들지 않았던가.



그러고보면 신이 준 생명을 다시 앗아가는 일은 창세기의 탄생과 출애굽기의 유월절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노아의 방주! 인간을 물로 심판하는 과정에서도 방주에 타지 않았던 모든 생명을 다 없애지 않았던가. 만든 것 자체가 신이었는데 심판하면서 생명을 쓸어가버린 것도 신이었다.





생명을 주었다고 해서 그것을 가져가면 안된다는 것 역시 인간이 하고 있는 생각이고 그러한 것들은 지금 캐럴 제이 애덤스가 주장하고 수많은 영화나 책에서도 다루어지지만, 애초에 천지가 창조된 시작부터의 이야기,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대체 어떤 메세지를 주는가, 를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는 거다.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가면 그런식이 아닌가. 신이 인간을 만들고 그 인간을 돕고자 다른 인간을 만들고 인간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하고 그러나 그것을 어겼기에 벌을 주고, 그리고 그들이 악해지기에 싹 쓸어버리고,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다시 만들고 그 과정에서 그 생명들중 일부는 제물로 바치라 하고..


아아, 신이시여.. 저는 성경을 계속 읽어도 되겠습니까?

성경을 읽기 시작한지 지금 22일이 경과되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그말인즉, 그전에는 모르고 있었다는 거다. 이를테면 신이 남자들에게 할례를 요구했다는 것(자신이 만들어둔 생명의 생살을 왜 벗겨내라 한걸까? 만들고보니 그 부분이 불필요했나?), 야곱의 다른 이름이 이스라엘이라는 것(몰랐어요..), 모세가 히브리인들을 이끌고 바다를 가르고 애굽을 탈출하는 이야기가 출애굽기 라는 것들이 그렇다. 그외에도 모르는 것들이 수두룩하게 나오는데, 그러나 내가 그렇게 성경을 읽고 아는 게 늘어날수록 이렇게 꼬치꼬치 이건 왜그랬어? 저건 왜그랬는데? 하면서 빡치기만해.. 아아, 나여.. 내가 성경을 읽지 않는 편이 성경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은 일이었던건 아닐까... 그러나 22일째까지 마쳤고, 시작한 이상 끝까지 간다...



그리고 이런 문장을 읽는다.


동물화된 단백질의 필연적인 산물이자 그 전조는 우유나 달걀 같은 '여성화된 단백질'이다. 또 한 번 동물은 유제품 생산자로서 우리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다. -p.169


어쩔 수 없이 '샬럿 퍼킨스 길먼'의 《허랜드》가 떠오른다. 진짜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고기는 물론이고 우유를 얻기 위해 소를 키우거든요. 소의 우유는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음식이죠. 우유를 모아서 유통하는 사업의 규모도 상당하고요."

그녀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그린 소를 가리켰다. "농부들이 소의 젖을 짭니다." 그러고는 우유 통과 의자를 그리고 몸짓으로 소 젖을 짜는 모습을 재연해 보였다. "그러고 나면 우유 배달원이 도시로 가져와 운반하지요. 모두가 아침이면 집 앞에 놓인 우유를 받아볼 수 있답니다."

소멜이 진지하게 물었다. "소는 새끼가 없나요?" -《허랜드》, p.88



아, 나는 허랜드의 저 문장들을 읽다가 자지러질 정도로 좋았다. 나 역시 우유도 먹고 달걀도 먹는 사람이지만, 길먼이 지적하는 이야기에는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소는 새끼가 없나요? 소의 젖을 대체 왜 소의 새끼가 아닌 인간이 먹는가.. 길먼 천재님.. ㅠㅠ



그나저나 주말동안 책을 한 장도 안읽어서 ㅠㅠ 육식의 성정치도 아직 반이나 남았고, 그런데 책 사기를 멈추지는 않아서 정말이지 큰일이다.






위의 책들이 연말과 연초에 걸쳐서 도착한 책들이고, 그리고 오늘 또 샀지롱! 오늘 산 책들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다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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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18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풍성한 책들이여~♡ 구매인증 사진만으로도 즐겁네요. 제가 요즘 유일하게 사치부리는게 책이예요.
성경을 읽다보면 현실과는 맞지않는 부분이 참 많은것 같아요. 반면 다락방님이 지적하신것처럼 ‘현실의 문제들‘의 원인을 보여주는 근거도 많구요.<육식의 성정치>다 읽은 뒤 리뷰가 정말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1-01-18 15:00   좋아요 0 | URL
미미님, 저 아직 육식의 성정치를 반정도밖에 못읽었어요. 어쩌면 좋죠 ㅋㅋㅋㅋ 반정도 읽고 페이퍼를 세 번썼나, 네 번썼나, 이래가지고서는 다 읽어도 리뷰는 못쓰지 않을까 싶어요. 그나저나 책을 언제 다 읽나요. 요즘 책 왜이렇게 안읽히죠. 맨날 액션 영화만 보고 있어요. 우엉 ㅠㅠ
성경 읽고 이렇게 막 화내고 따지기만 하지만 그래도 성경 읽는거 재미있고 매일매일 뭔가 알게되는 것 같아서 씐나요! 계속 읽을겁니다. 훗.

청아 2021-01-18 15:06   좋아요 1 | URL
그래도 멋지심!ㅋㅋ
저도 요즘 읽기 느리고 이책저책 슬쩍슬쩍,새책또구매, 미드, 영화에 빠져살아요ㅋㅋㅋ

syo 2021-01-18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나라 출판계가 다락방님 덕분에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다락방 2021-01-18 15:00   좋아요 1 | URL
제가 책 사고 싶어서 사는 줄 알았죠? 다 출판계 분들 먹고 사시라고 사는거에요. 자비의 마음, 하해와 같은 마음인것입니다. 제가 하는 행동에 의미가 없는 건 없답니다. 샤라라랑~

blanca 2021-01-18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어제 책 주문하려다 몇 번이나 결제 직전에 안 했다 오늘 또 다시 고심하다 결국 결제 버튼 누른 나로서는 너무 부러운 상황인데요.^^ 그런데 <만들어진 신> 저 두께 충격적이젠요. <니클의 소년들>도 궁금하고요. 그런데. 저 컵과 트레이는 헉 사은품인가요? 오, 다락방님 성경 읽기 꾸준히 진행되고 있군요! 역사서 같아요.

다락방 2021-01-18 15:02   좋아요 1 | URL
만들어진 신처럼 두꺼운 책들을 잔뜩 사서 쟁여두고 있는데 대체 언제 읽을까요, 저는? 그만 사야되는데..

네, 컵과 트레이 알라딘 굿즈였고요, 초록색 하얀색 검정색 있었거든요. 검정색도 마저 받아야지 했는데 그 사이에 없어져버렸어요. 아놔... 결국 갖춘건 두가지 뿐이네요. 저거 예쁘고 좋아요. 좀 무겁지만...

성경 읽기는 재미있어요, 블랑카님. 새로 알게되는게 생겨서 너무 좋아요. 나의 신앙과 상관없이 성경은 읽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후훗.

han22598 2021-01-22 0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게 성경 읽으시네요. ^^ 저는 크리스챤이지만 다락방이 던지신 여러가지 질문들과 비슷한 질문들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의심하는 자들에게 복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ㅎㅎ

[육식의 성정치] 아직 손톱 두께만큼도 안 읽어서 열심을 내야 하지만, 리뷰만으로 재밌어요 ^^

다락방 2021-01-21 07:55   좋아요 1 | URL
오늘도 오늘치의 성경을 읽었습니다, 한님. 성경 읽기는 재미있어요. 불완전한 인간들이 성경 안에 그대로 녹아있달까요. 성경을 읽으면서 저는 신도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완전한 존재란 세상에 없는거구나, 하고요.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성경을 읽으며 질문을 던지는게 당연하고 자연스럽지만, 한님은 크리스챤이라 하시면 그 의문들이 조금 더 힘드시진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일전에 윤김지영 선생님 강의를 들을 때, 본인은 천주교이신데 왜 여자만 미사보를 써야 하냐는 질문에 ‘원래 그런거다‘란 답을 듣고 철학을 공부하기로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그렇다는 답이 답이 아니라고, 왜 그런지 찾아보고 싶어서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이왕 철학을 공부할거라면 프랑스로 가자, 해서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무엇이 됐든 의문을 던지는 건 저 역시 옳다고 생각합니다. 복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계속 의문을 던져야만 결국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육식의 성정치 열심히 읽고 있는데 요즘 너무 일이 많아 집에 가면 피곤해서 몇 장 읽지 못해요. 덕분에 아직도 다 못읽고 있네요. 시작한지가 언젠데 ㅠㅠ

han22598 2021-01-22 05:12   좋아요 0 | URL
의심없는 신앙생활은 좀더 신과 가까워질 수 있는 나이인 어릴때 빼고는 ...현재까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의심이란 다른 말로 이야기 하면 ˝질문하기˝˝신과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히려 의심이 들기 시작한 사춘기 시절부터, 의심이 오히려 불신앙과 믿음없음과 관련짓는 소위 ˝믿음의 꼰대˝들 때문에 저는 오히려 힘들었답니다. 관계와 세상이 열리기 전까지는 그런 믿음의 꼰대들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저와 비슷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수많은 영성가(철학자)들의 수련은 결국 질문에서터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죠. 이세상에는 신이외에는 ˝원래 그런거다˝라도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끈임없이 ˝원래 그런거다˝를 거스르는 질문을 통해서 신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증법?)

아무튼, 다락방님의 성경읽기는 제가 아주 쭈욱 즐겨 읽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꿈을 꿨다. 

꿈에는 그가 나왔다.

그는 나의 옆집에 살았고 그 집은 아주 큰 집이었다. 그도 잠시 여행을 다녀온다고 집을 비웠고 그의 부모님과 그의 할아버지도 공교롭게 모두 집을 비워 며칠간 그 집은 비어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와 다정한 사이였고 그에 대한 애정이 매우 컸다. 그를 사랑했다. 그는 나만큼의 크기는 아니어도, 그 역시 나를 좋아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부모님들도 나를 좋아하셨고 특히나 그의 할아버지가 나를 좋아했다. 그 집이 며칠 비워지는 동안, 그 집 부모님은 내게 연락해 집을 좀 들여다봐달라 부탁했고, 나는 기꺼이 그러겠노라 했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그의 텅 비고 큰 집을 나는 가끔 들여다봐주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곧 집에 돌아올 거라고 했다. 그가 가장 먼저 돌아올거라 했으니 그렇다면 이 큰 집에 그 혼자 있을테구나, 나는 빈 집을 한 번 돌아보고 나가려는데, 대문에 그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여자가 있었고 나는 그가 왜 나에게 말도 없이 돌아왔을까, 그가 왜 여자랑 함께 있을까 갸웃하며 보는데 그는 함께 있는 여자를 보느라 아직 나를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고, 암수 서로 정다웠고, 그리고 커플 티를 입고 있었다. 커플티와 커플 바지. 가만있자, 저건 커플티인데.. 왜 다른 여자랑 커플티를 입고 있을까? 그리고 왜 저렇게 다정할까? 그는 며칠간 집에 없었는데, 그렇다면... 하다가 벼락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신혼여행을 다녀왔구나, 그는 신혼여행을 다녀온거야. 나랑 다정하게 지내는 내내, 나의 연인으로 살갑게 굴어놓고서는, 결국 다른 여자랑 결혼을 한거였고, 그렇게 몰래 신혼여행을 다녀온거였어. 나는 경악하며 그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서 맞춰보는 동안,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몸을 돌려 내 집으로 향했다. 여기서 울면 안된다고, 그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이를 악물고 걷고 있는데, 그는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는 나를 돌려 자신을 마주보게 하고는 말했다. 그런게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신혼여행 다녀온거잖아, 너 저 여자랑 겁나 정답던데, 아니긴 대체 뭐가 아니라는 거야. 그러자 그는 내게 그게 아니라고, 자꾸만 그게 아니라고 했다. 너 신혼여행 다녀온거 아니야? 그건 맞아. 그런데 뭐가 아니라는거야? 그는 내게 어쩔 수 없는 결혼이었다고,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다고, 집에서 정략결혼을 하도록 강요했고 자신은 피할 수 없었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신을 좀 이해해달라며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했다. 어디서 개수작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설사 네 말대로 그게 정략결혼이고 어쩔 수 없이 결혼했어도, 너 그 여자 금방 사랑하게 될거야, 너 이미 사랑하고 있어, 너 그 여자랑 있는거 내가 봤는데, 라고 대꾸했더니, 그는 아니라고 했다. 나를 놓지 않을거라고. 그런데 그렇게 나를 마주보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어느새 현빈의 얼굴이 되어있었고, 그렇게 현빈의 얼굴로 그런 말을 하노라니 나는 그에 대한 내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가 기억났고, 그러니까 .. 나는 그가 어쩔 수 없이 그의 아내랑 사는 동안, 그냥 예전처럼, 지금처럼, 그와 다정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내적 갈등이 찾아왔고, 이게 다 이새끼 얼굴을 보니까 그런거야, 하면서 힘겹게 고개를 돌리고 '생각해볼게' 하고 돌아서 내 집으로 돌아갔는데, 돌아가는 길에 자꾸만 그의 말을 듣고 믿고 그를 계속 사랑하려는 내 마음이 튀어올라와서, 안돼, 얼굴에 현혹되지마, 내 사랑에 현혹되지마, 저 새끼는 개새끼가 맞아, 개새끼야, 안돼, 끊어버려,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아, 너무 가슴이 아파..

집에 돌아와 창밖을 보면서 나는 계속 고민했다. 나는 이제 어쩔 것인가. 그의 부모님도 뻔히 우리 사이 알면서 어떻게 저 결혼을 강제하나. 모두가 나를 속인 것인가. 무엇보다 이런 개같은 배신을 당하고서도 왜 나의 마음이 이렇게나 그를 버리는 걸 어려워하나, 


떠나자, 떠나는 거다. 떠나는 게 답이다. 뭐가 됐든 그는 결혼을 했다. 끝이다. 끝이어야 한다. 내가 여기에 계속 있다면 그러나 나는 질척거릴 것이다. 나를 이런 상태로 둘 수 없다. 나를 이런 개같은 경우에 놓고 수시로 자존감 박살나게 할 순 없다. 옆집에 살면서 수시로 그를 마주치게 된다면, 그 얼굴을 본다면 나는 냉정하게 돌아서기 힘들것이다. 떠나자, 어디로든 떠나자. 그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자. 이건 돌이킬 수가 없다. 신혼여행 갔다온 그 사람을 내가 대체 무슨 수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떠나자. 어디로든 떠나는거야. 어디로든 가자. 어디로든 가고 또 어디로든 이동하면서 그렇게 살자. 한동안 그를 보지 않는다면 마음도 조용해질 것이다. 떠나자. 그렇게 나는 짐을 쌌고,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을 하는 중에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서는 꿈속에서 느낀 슬픔이 그대로 내 안에 있어 당황했다. 어휴, 꿈이잖아, 왜 이런 꿈을 꾼담? 하다가, 이것은 엊그제 읽은 에바 일루즈의 책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념하면서 결국 받아들이는 것,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사랑이라고 나를 설득하고자 하는 그런 모순에 대해서 나는 그 책에서 읽었던 터다. 그래서 이런 꿈을 꾸었구나, 하였지만, 바로 이런 내용의 책이 있었다, 앨리스 먼로다! 하고 생각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 그대로의 내용을 앨리스 먼로가 한참전에 이미 단편으로 써주었지!!

















이 책에 실린 단편 <그림엽서>에서 여자는 남자와 연애중이다. 그와 결혼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가문으로 자신이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자를 안고,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여자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니까. 여자에게 결혼하자는 말도 했고 그래서 여자는 언젠가는 그와 결혼하게 되겠구나, 생각했던 거다. 그녀가 온마음으로 그와 결혼하고 싶어한 건 아니었지만 그와 결혼하는 것은 자신에게 닥칠 미래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여동생 부부와 여행을 떠난 그가, 여행지에서 그녀에게 그림엽서까지 보냈던 그가, 여행지에서 다른 여자랑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을 신문의 기사를 통해 알게 된다. 게다가 그는 그 결혼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여자가 있는 마을, 그가 살던 마을로 아내와 함께 돌아온다. 마을로 돌아온 남자는 여자를 찾아오지도 않고 어떤 변명의 말도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남자와 여자는 연인으로 알려졌었는데, 그런데 이제 그녀는 이 마을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무엇보다 이 남자가 나에게 행한 일의 이 배신감은! 기가 차다. 도대체 여자는, 나는, 뭐가 된것이란 말인가.


여자는 배신감에 치가 떨려 참으려고 하다가, 결국 한밤중에 차를 끌고 그의 집으로 향한다. 그가 이제 아내와 함께 사는 집. 그의 집 앞에 멈추어서 경적을 울리고 소리친다.


나는 차를 세우고 차창을 내렸다. 그런 뒤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숙이고 내가 참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길고 크게 경적을 울렸다.

그 소리에 나는 마음이 푹 놓여 한껏 소리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이봐, 클레어 맥쿼리. 할 얘기가 있어!"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클레어 맥쿼리! 클레어 나와!" 나는 깜깜한 집에다 대고 고래고래 악을 썼다.

나는 또다시 경적을 울렸다. 한 번, 두 번...... 몇 번인지 모르게 수도 없이. 경적을 울리는 사이사이에 고함도 계속 질러댔다. 나 자신이 저쪽에 몇 발짝 비켜서서, 주먹으로 꽝꽝 내리치는지, 고함을 질러대는지, 경적을 눌러대는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난리굿을 벌이는지, 무엇이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째깍째깍 하는지, 보기에 따라서는 신 나는 놀이였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러고 있는지도 거의 잊었다. 나는 리듬을 살려 경적을 울리는 동시에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림엽서>, pp. 262-263



결국 경찰이 찾아오고 그녀를 진정시킨다. 아마 이 일은 다음날 마을에 소문이 날 것이다. 그녀는 남자로부터 배신당했고, 한밤중에 남자의 집 앞에 가 행패를 부렸노라고. 여기에서 여자의 잘못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이 쑥덕임은 여자를 향할 것이다. 어휴, 남자가 자기 사랑하는 줄 알았나봐, 남자한테 이용당했네, 가서 행패부렸대, 하고. 


이 단편을 읽었던 2012년에는 내가 통쾌하다고, 한반중에 찾아가 경적을 울린거 잘했다고 페이퍼 써놨는데, 지금은 딱히 통쾌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나였다면 그 집앞으로 찾아가 경적을 울리고 소리치는 일을 하지도 못했을 거지만, 그 일은 그가 당하는 벌로써 너무나 약하다. 그게 뭐야. 그 배신감을 어떻게 한밤중의 경적울리는 걸로 퉁칠 수 있어? 안돼, 저것 가지고는 안된다. 저건 통쾌하지 않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뭐가 되는걸까. 분명 아내는 물어볼 것이다. 저여자가 한밤중에 여기서 왜 자기 이름을 부르는거야? 그렇다면 남편은 결혼 전에 나 따라다니던 여자인데 결혼한거 알고 집착하는 거야, 신경쓰지마, 미친 여자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만약 내가 그 아내라면, 나는 그에게 결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고 싶다. 단순히 경적을 울린 여자가 미친 여자구나, 라고 돌아서는게 아니라, 왜 울렸을까? 어떤 여자일까? 나는 그 여자의 사정을 알고 싶다. 그러나 그 사정을 알게 된다면, 그 다음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아, 이게 다 에바 일루즈 때문이여 ㅠㅠ 

아침부터 꿈에 잠식당하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잊나 생각중이다. 일기를 쓰는게 답이다. 일기를 쓰고 풀어버려야 돼.

이게 일요일 낮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꿈에서 느꼈던 아픔과 배신감이 아직도 배꼽에 남아있어.

암수 서로 정다웠던 너와 다른 여자... 휴.....




어제는 이모가 왔었다. 외할머니 댁에 가기 전에 잠깐 들른 건데, 나는 이모가 온다는 소식에 빵을 구웠다. 이모가 도착하자 커피를 내려주고 파운드 케익을 구워 잘라주었다. 점심으로는 장칼구수를 야채 듬뿍 넣어 끓여 주었고 그걸 맛있게 먹은 이모는 울엄마를 모시고 외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오늘 울엄마를 우리집에 다시 데려다줄거라서 나는 이모 가져가라고 파운드케익을 새로 하나 또 만들었다. 점심 전에 출발하려고 한 이모에게 고르곤졸라 피자를 구워주었다. 이모는 고르곤졸라 피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모가 오면 해줘야지 벼르고 있던 터였다. 고르곤졸라 치즈도 사두었었고. 그렇게 이모에게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줬더니 이모는 맛있다고, 파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먹더니, 한조각 남은 것은 본인 싸달라고 했다. 집에 가서 데워먹고 싶다고. 그렇게 이모는 내가 구워준 파운드케익과 피자를 가지고 돌아갔다.



지난 주에는 여동생이 조카들을 맡기고 갔었다. 나는 오븐에 치킨을 구워주었고, 우유를 뜨겁게 데워 핫쵸코도 만들어주었고,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주었고, 쭈꾸미를 볶아 주었고, 장칼국수를 끓여주었고, 소고기를 구워주었고, 따뜻한 보리차를 끓여주었고, 함께 머핀을 만들어 먹었다. 내가 내주는 음식들을 잘 먹는 조카들을 보니 너무 행복했다. 음식 만드는 내내 부엌에 서있어야 해서 고단했지만 내가 차려둔 음식을 맛있게 또 배부르게 먹는 조카들을 보는게 너무 행복이었어서, 아, 나는 진짜 이런게 너무 좋다,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내어주는 일.


조카들은 오랜만에 보는거였다. 코로나 때문에 좀처럼 만나지 못하고 있었고, 서로의 집에 가는 것도 조심스러웠으며 5인이상 모이면 안된다는 말에 만날 생각도 못하고 마냥 미루기만 하고 있었는데, 조카들이 할머니 보고 싶다고 울어버리자 여동생이 안되겠다 싶어 조카들만 우리 집에 두고 돌아간거다. 그렇게 주말 내내 조카들과 있었는데, 조카들은 내 생각보다 우리 집에 일찍 도착했다. 나는 조금 더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샤워를 하던 중에 조카들이 온 것이다. 밖에서 웅성웅성 조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초조해졌다. 으앗 왔구나! 나는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옷을 입었다. 안방 욕실에서 샤워를 했었는데 문을 열자 큰조카가 안방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더라. 그렇게 나를 보더니 이모!!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나 역시 조카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소리 지르고 서로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었다. 보고싶었어, 나도. 이러면서. 아... 이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게.. 이게... 내가 살면서 이렇게 나 보고 싶었다고 진심으로 나를 끌어안는 이런 경험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누가 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반갑다고 나를 안아줄까. 내가 너를 안고 너가 나를 안는 그 순간이 진심만으로 꽉 차는 순간들이 살면서 나에게 앞으로 몇 번이나 오게 될까. 내가 무슨 복을 받았다고 이런 마음을, 이런 그리움을, 이런 사랑을 받나. 어떻게 나에게 이런 순간이 오나. 내가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했다고 신은 내게 이런 사랑을 경험하게 하신걸까.



2주 전에 새로운 조카가 태어났다. 나는 고모가 되었다. 새로운 조카에게는 젊은 이모가 셋이나 있다. 그 이모들에게 첫조카이니만큼 아마 크게 사랑받겠지. 이 아가의 사진을 받거나 영상을 보게 될 때마다 내 눈은 하트가 되는데, 그런 나를 보며 엄마가 '그런데 이 아가는 이모가 셋이나 되어서 너는 뒤로 쳐질거야, 얘는 아마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너에게 무심할 수도 있어' 라고 하셨다. 나는 엄마에게 안다고, 아마도 그렇게 될거라고, 아이에게는 아마도 가끔 보는 고모보다 자주 보는 이모가 더 친하고 다정하며 소중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니까 괜찮다고 했다. 나는 아이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사랑하는게 아니라고, 내가 사랑해서 사랑하는거라고, 내 안에 사랑이 너무도 크고 충만하게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도 않고 아무리 사랑을 퍼주어도 나는 행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말 그렇다. 

내 안에는 이미 사랑이 차고 넘친다. 그리고 그것을 주는 일은 받는 것과 꼭 같은 크기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나는 정말이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해가 잘 드는 집이라서 나는 이 시간의 이 장소, 해가 잘드는 여기를 좋아한다.




이 시간에 매트 깔고 요가 하는 거 너무 좋아한다. 오랜만에 요가를 해야겠다. 요즘 통 안했는데 이런 환한 낮에 요가하는 건 궁극의 행복이다. 샤라라랑~


요가를 하고나면 이것저것 또 해먹어야겠다. 삼겹살도 있고 파스타도 있고 와인도 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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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17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얼 다락방님 얘긴가하고 너무 놀라서 조마조마 두근두근하고 읽다가 몇 프로쯤 유사한 추억하나 떠올랐어요. 좀 웃긴데 나중에 올려볼까말까 이러고 있음. 고르곤졸라는 사랑이네요^^♡

다락방 2021-01-17 15:49   좋아요 1 | URL
고르곤졸라 치즈 냄새나 진짜 꾸리꾸리 하잖아요. 너무 싫은데 ㅋㅋㅋㅋ 저희 엄마도 이거 하면 냄새가 싫다고 막 그러시는데 이모랑 조카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고르곤졸라 피자를 좋아하는건지 꿀...을 좋아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하핫. 해줬는데 잘 먹으니 너무 좋더라고요!

미미님, 유사한 추억하나 꼭 언젠가 적어주세요. 읽어보고 싶어요. 기다립니다. 제 꿈 너무 슬퍼서 저는 지금 혼술 중입니다. 흑흑 ㅠㅠ

테레사 2021-01-1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오븐은 어떤 기종으로 사신건지요? 전기요금은 감당할 만한지요? 푸하핫..저는 이런 좀 현실적인게 긍금 궁금..

다락방 2021-01-17 15:48   좋아요 1 | URL
테레사님, 안그래도 전기 오븐이 전기료 엄청 잡아먹는다고 해서 쫄았는데요, 제가 주말에만 빵을 구워서인지 전기료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요. 그래서 마음 놓고 오늘도 또 빵을 만들었어요. 아하하하하.
제가 구매한 모델은 이것입니다.

https://www.hyundaihmall.com/front/pda/itemPtc.do?slitmCd=2114539868§Id=141253&searchTerm=sk%EB%A7%A4%EC%A7%81%20%EA%B4%91%ED%8C%8C%EC%98%A4%EB%B8%90

blanca 2021-01-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이... 감동적이에요. 애들한테 밥 해주며 귀찮음을 느꼈던 내 자신을 뒤돌아봅니다. 그리고 다락방님의 조카는 평생 잊지 못할 이모와의 추억을 가져갈 거예요. 저도 그런 이모의 추억이 있어서....맛있는 음식을 해주었던 이모. 내 숙제를 도와줬던 이모. 이런 순간들이 불쑥불쑥 떠올라요. 그런데 장칼국수는 뭐죠? 어떻게 해 먹는 건가요? 혹시 내가 레시피를 놓쳤나요? 다락방님 레시피좀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다락방 2021-01-17 15:45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 장칼구수는 밀키트고요. 이게 파는데가 별로 없어서 좀처럼 먹어볼 기회가 없었는데요 (강릉에 장칼국수 맛집이 있다 하더라고요), 밀키트가 나와서 아주 제대로 요즘 자주 해먹고 있어요. 여동생네 보내줬었는데 제부도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http://www.hyundaihmall.com/front/pda/itemPtc.do?ReferCode=429&slitmCd=2106060026&utm_source=naver&utm_medium=cps_pcs&utm_campaign=sale&NaPm=ct%3Dkk0ru67k%7Cci%3D26f04b0c46ecf56201880e7f7f4872d4eadb5e08%7Ctr%3Dslsc%7Csn%3D14%7Chk%3D160bd6ce7861e950959f16d96d2b4afc122a4089

이건 프레시지 장칼국수 밀키트 인데요, 이게 제일 맛있고요, 풀무원에서 나온 장칼국수 밀키트도 맛있어요. 인터넷으로 주문할 땐 프레시지 주문하고 마트가면 풀무원꺼 사서 해먹고 있어요. 저는 들어있는 것 그대로 넣고 물은 언제나 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넣고요, 거기에 만두와 각종 야채를 취향껏 추가합니다. 한 번 해서 드셔보세요!

조카들은 이런 일들을 나중까지 기억하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이모가 자기들을 사랑했다는 사실 만큼은 잊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대가 나에게 애정을 가졌는지 아닌지는 우리가 알 수 있잖아요. 후훗.
저는 그나마 어쩌다가 이박삼일 함께 하는 거였으니,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정성껏, 힘들어도, 고단해도 기쁨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일 해야 하는 가사노동이라면 저는 아마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건 사실이에요 ㅠㅠ

2021-01-17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8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1-01-17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과 책과 소소한 깨달음의 억지스럽지 않은 연결은 다락방님의 강점 같아요.
무겁고 진지하지 않게, 유쾌하게 글을 맺는 것도.

난티나무 2021-01-17 17:43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다락방 2021-01-18 09:5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나인님. ㅠㅠ
읽어주시고 이렇듯 좋은 말씀도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누군가 강점이다 혹은 장점이다 말해주기 전까지는 사실 잊고 살게 되잖아요. 그러다 이렇게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글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앞으로도 계속 쓰겠다는 의욕도 다지게 되는것 같아요. 그러고보면 정말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가 봅니다. 훗.
한 주 잘 보내세요!

다락방 2021-01-18 10:17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난티나무님 ㅠㅠ

난티나무 2021-01-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빈!!!!
전혀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가 짐작되지 않는 꿈은 왜 꾸는 걸까요???
장칼!!! 저는 그 유명하다는 강릉의 장칼국수 먹어봤습니다!! 하하. 먹을 때는 음 맛있군 하고 마는데 나중에 자꾸 생각나요. ㅠㅠ
앨리스 먼로의 저 책은 제게도 있어 반갑고요.
고모와 이모의 차이, 남자쪽 가족과 여자쪽 가족의 차이에 관한 글을 어느 책에서 봤는데 기억 안나 답답하고요.ㅎㅎㅎㅎ (다락방님의 기억과 경험과 끌어오기 스킬이 부러워지는 순간)
위 댓글에도 쓰셨지만 매일매일 먹이는 일을 하게 되면 아마... 라는 생각을 저도 했습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21-01-18 10:00   좋아요 0 | URL
저는 꿈을 아주 자주 꾸는데요, 깨고 나면 항상 ‘이걸 왜 꿨을까?‘ 생각해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 꿈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것도요. 꿈에서의 기분에 잠식당할 때가 더러 있는데, 어제 이 꿈이 그랬어요. 하루종일 그리움과 서운함에 허덕였어요. 휴.. 털어내자고 글 썼지만 그 기분은 좀처럼 제게서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저도 고모와 이모의 차이에 대해서 어디선가 본것같은데 ㅋㅋㅋㅋㅋㅋ그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기억과 경험과 끌어오기 스킬을 가진게 아니라, 각자가 기억하는 부분들이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분명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지금 전혀 안나거든요. ㅋㅋㅋㅋㅋ

맞아요, 난티나무님! 제가 힘들어하면서도 조카들의 식사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뭐해줄까 고민하며 즐거워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가사노동에 끝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일요일이면 제부모가 와서 데려간다! 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이걸 매일 겪는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요. 아마 저는 중간중간 수시로 가출을 했을지도 몰라요. 몇해전에는 집에서 설거지 하다가 뛰쳐나간 적도 있거든요. 왜그렇게 답답하던지.

매일매일 한다면 아마도 저는 가사노동의 부당함과 고단함과 기타등등에 대해서 매일매일 분노의 글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핫.

scott 2021-01-1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가 온다는 소식에 빵을 굽고 이모가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내려주고 파운드 케익을 구워 잘라주고 점심으로 장칼국수를 야채 듬뿍 넣어 끓여 주었고 이모 가져가라고 파운드케익을 새로 하나 또 만들고 점심 전에 출발하려고 한 이모에게 고르곤졸라 피자를 구워주고 조카들에게 오븐에 치킨을 구워주고, 우유를 뜨겁게 데워 핫쵸코도 만들어주고,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주고, 쭈꾸미를 볶아 주고, 장칼국수를 끓여주고, 소고기를 구워주고, 따뜻한 보리차를 끓여주고, 함께 머핀을 만들어 먹고
다락방님 거의 스무시간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싸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내어주는 일이 너무 좋다고 하시는 다락방님
조카들이 나중에 크면 이모? 고모?에게 빵을 구워주고 피자를 만들어주고 쿠키를 함께 만들어주고 파운드 케익을 만들어 싸줄것 같아요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ㅋㅋㅋ ♥๑♥
저라면 밀키트 제품 사서 모셔놓은 비싼 그릇에 플레이팅만 멋지게 하는뎅 ㅋㅋㅋ
다락방님 조카 탄생 축하합니다. 사랑할 대상이 한명 더 늘었네요.^0^


다락방 2021-01-18 10:02   좋아요 0 | URL
스콧님, 저도 밀키트 제품 사서 후딱 해치우는 것들이 많아요. 위에 언급된 것들 중 장칼국수도 쭈꾸미볶음도 다 밀키트였어요. 밀키트 없이 저런걸 어떻게 다 준비하나요?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하하핫. 그런데 제가 워낙 요리를 못하는지라 밀키트를 가지고도 좀 헤매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래요.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잘하게 될 날도 오겠지요. 아직 먼 것 같지만...

조카들이 훗날 제게 무언가를 해주게 될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변함없이 제 사랑을 받아주고 저랑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준다면 저는 그것만으로 족할 것 같아요.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것을 저는 조카들 덕에 깨닫고 있거든요. 조카들과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며 살게 된다면 정말 기쁘고 행복할것 같습니다. 훗.

유부만두 2021-01-1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춘기에 이십대 아이들은 매일매일 해먹이는데 덜 이쁜 이유는 매일 봐서 일까,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제 안의 사랑이 말라버린 걸까요. 아 슬프네요. 새로 태어난 조카 아이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나길요! 그럴거에요. 광파 오븐을 가진 고모님이 계시니까요. 그 고모님 사랑 광산 부자님이시니까요.
눈이 걱정 보단 덜 쌓인 월요일입니다. 이번 한 주도 건강하게 멋지게 보내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1-01-18 10:09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님, 제 여동생도 간혹(사실은 자주) 가사에 치여서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어도 거리가 필요하다고 부르짖곤 한답니다. 여동생은 그래서 종종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해요. 저도 기간이 정해져있었고 그 끝이 언제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만한 사랑으로 이 모든걸 해냈지, 만약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채로 하염없이 매일, 매끼니를 준비해야 했다면 저는 수차례 가출했을것 같아요 ㅠㅠ
저 때도 조카들 돌아가고 난 뒤에 뻗어서 기절했답니다. 조카들 돌아가고 난 뒤의 고요함과 평안함을 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깨달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에 연달아 부엌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 노동이 고단해서 ‘역시 나는 직장 체질이야, 회사원 해야 해‘ 했는데, 오늘 회사에 출근하고 여태까지 사고 수습하면서 ‘나는 직장 체질이 아니야, 직장 힘들어‘ 이러고 있네요. 제가 과연 어떤 체질인지 좀 더 파악해봐야겠어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