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제1420호 : 2022.07.11
한겨레21 편집부 지음 / 한겨레신문사(잡지)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반성폭력 활동가 마녀 님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해서 부랴부랴 샀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아마도 최소한의 연대이지 않을까.
받자마자 인터뷰 먼저 읽었고, 읽을 때마다 감사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만난 시그리드 누네즈에 대해 나는 딱히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다만,
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비호감이며 쎄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왜 다른 한 사람에게는 가장 내밀한 것이나 큰 고민을 상담하고 싶어하는 사람일까를 생각하며 인간의 불완전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휴먼..불완전하고 부조리한..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2-07-15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걍 그랬어요.
시그리드 누네즈.... 약간 과대포장 같은 느낌도 들더라는...
암튼 전 이 사람 책 더 읽고 싶어지지는 않더라고요;;;

다락방 2022-07-15 10:20   좋아요 2 | URL
저도 이거 한 권 읽고 나니까 딱히 뭐 더 찾아 읽진 않아도 될것 같아요.
읽기 전에는 제가 되게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2-07-15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넘넘 좋았거든요. 그 친구, 저랑 같이 욕할 사람 여기엔 한 명도 없나요? ㅎㅎ

다락방 2022-07-15 10:55   좋아요 3 | URL
저 단발머리 님이 이 책 너무 좋아하셔서 읽은거거든요. 근데 저는 너무 재미가 없고, 그 친구 진짜 너무 짜증나요. 특히 약 두고 왔다고 다시 갔다와야 한다고 할 때 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습니다. 하아-
근데 저는 화자도 좀 짜증났어요. 전남편 찾는게 너무... ㅋㅋㅋㅋㅋ

아 단발님, 이 책 왜 좋았는지도 알려주세요!!

단발머리 2022-07-15 11:00   좋아요 2 | URL
그럴 수 있군요. 전… 읽는동안 내내 완벽하게 화자였습니다. 당시 제가 일기장에 쓸 법한 문장을 계속 만나는데 정말 허걱, 했거든요. 그 시간이 제겐 그랬나봐요. 전남편 찾는 거 별로죠. 근데 그 친구 피해 도망갈 곳이 그 사람이죠. 암튼 저도 좀 복잡한 심경에 ㅋㅋㅋㅋㅋ 암튼 좀 그랬어요 ㅋㅋㅋㅋㅋ

- 2022-07-15 11:10   좋아요 2 | URL
코넬과 포트노이에 이어 단발머리의 독서세계를 이해하려 하시는 사람들은 되려 인간이란 얼마나 불가해하고 부조리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십니다. 단발머리라는 독서가의 세계는...? 그 반전의 묘미. 투비 컨티뉴.

다락방 2022-07-15 11:25   좋아요 4 | URL
저는 이 책이 소설보다는 에세이로 읽혔거든요. 그래서 재미가 반감되었는데 단발머리 님께는 아마도 그 점에서 완벽하게 화자가 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네요.
그나저나, 저는 단발님이 좋다 하시는데 저는 왜 좋지 않았던걸까, 그점을 다시 한 번 알아보고 싶어서 <포트노이의 불평>을 다시!! 구매하였습니다. 이 구매 페이퍼는 잠시 후에 올리도록 할게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7-15 13:1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제가 바로 딱 다부장님과 같은 생각했어요.
이게 무슨 소설이냐? 에세이, 일기나부랭이지! 막 이랬다능 ㅋㅋㅋㅋ
그리고 화자랑 친구 둘다 너무 싫었음;;; 코넬만큼 짜증나는 그 무엇... 휴..........
일단 화자가 싫어서 그 사람이 쓴 수잔 손택 회상록 더 읽기 싫어졌어요.
어떤 사람을 철저하게 자기 글소재로 삼은 것도 좀.........

단발머리 2022-07-15 14:34   좋아요 2 | URL
그럴 수 있겠네요. 근데 저는 소설의 범주가 그렇게 딱 정해져 있다고 보지는 않고요. 또 고급 독자가 아니라서 구성이나 구조 같은데서 미학적 의미를 크게 찾지 않습니다. (찾을래야 잘 찾을 수도 없고요) 다르게 말하면 전, 소설도 에세이도 자서전도 어쩌면 모두 일기의 다름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요. 어디까지 진실인가, 사실인가를 찾는다는 면에서도 그렇구요. 이승우님이 그러셨죠. 소설을 쓰고 난 후부터, 나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ㅎㅎㅎ

시그리드가 소설도 아니면서 에세이나 일기나부랭이 같은 글을 써서, 제가 위로받았던 시간을 생각한다면, 저는 시그리드에게 밥 한 번 사야됩니다. 화자가 썼던 문장, 화자의 속마음 토크가 그 시간, 모두 저의 말이었습니다.
반전의 묘미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유쾌한 우울증의 세계>. 투비 컨티뉴.

다락방 2022-07-15 14:42   좋아요 2 | URL
제가 에세이로 읽혀서 재미가 반감되었다고 한 건, 저는 에세이를 읽을 때는 소설과는 달리 화자한테 이입이 잘 안되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시그리드 누네즈 읽을 때 등장인물 중의 누구도 되지 못하겠더라고요. 보통 소설을 읽을 때 제 경우에는 그 이야기속에 들어가버리잖아요? 그래서 누군가가 되는데 이 책에서는 그 누구도 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단발머리 님이 좋게 여기실 수 있었던 건, 제 생각이지만, 이 화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고요. 저는 반드시 주인공은 아니어도 책 한 권의 누구라도 될 수 있다면 빠져서 읽는데 누구도 되지 못하면 거리두고 읽기가 되거든요. 거리를 두고 읽으면 그 다음부터는 평가가 튀어나와 버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만약 제가 소설을 쓴다면, 단발머리 님 말씀처럼, 일기와 별다를 바 없는 마치 일기 같은 소설을 쓰게 될거에요. 그래서 제가 소설을 쓰지 않습니다. 제가 쓴 소설을 저를 아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뭐야 지 얘기잖아‘ 할 것이므로.... 저는 지어내기는 못할 것 같아요. 없는 이야기를 상상해서 쓸 순 없을 것 같아요. 있던 것만 쓸것 같아요.

- 2022-07-15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가 바로 참 휴먼....

다락방 2022-07-15 11:25   좋아요 4 | URL
휴먼.. 인간이 미워질 때마다 그것이 원래 인간이다, 를 되새겨야 합니다. 어휴 툭하면 인간이 미워져서 큰일이야.
-.-

- 2022-07-15 11:27   좋아요 3 | URL
난 미워질 때 마다 이해하게 되버려서... 참 휴먼이 되었어요... 이러다가 성불할 예정.... 그만 이해하고 싶은 데...

청아 2022-07-15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3개인데도 다락방님 이렇게 써주시니 읽고 싶어집니다 ^^
잭 니콜슨 영화‘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도 생각나네요.

다락방 2022-07-15 12:40   좋아요 1 | URL
미미님은 읽고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제 생각에 미미님은 저보다 이 책을 훨씬 잘 읽어내실 것 같습니다. 미미님이라면 이 책을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후훗.

2022-07-15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5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 보다 : 봄 2022 소설 보다
김병운.위수정.이주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내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 설사 내용 자체가 썩 내 마음에 들진 않아도 처음부터 나의 모국어로 쓰여진 걸 읽는다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다. 아마 나는 그래서 국내 소설을 멈추지 않고 읽는건지도..
내 썽에 차진 않았지만 <이광수-유광호>, <자두>를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2-07-15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 ‘썽‘ 때문에 잘 안 읽게 되는 우리 소설.... 그래도 또 그놈의 모국어가 뭔지...

다락방 2022-07-15 10:45   좋아요 2 | URL
저는 번역문을 싫어하지 않지만, 처음부터 모국어로 쓰여진 걸 읽는 그 맛이 있어요. 내가 여기에 이해하지 못할 문장이 없다 싶은 생각과 우리말이 주는 맛이요. 크- 모국어여.....

- 2022-07-15 11:13   좋아요 3 | URL
<속보> 알라딘 서재안의 악명 높은 사대주의자들 알고보니 모국어를 사랑하는 민족주의자들로 알려져..
<속보2> 다락방, 모국어 사랑에 심취한 나머지 메뉴판 영어 안쓰기 운동을 선동...
<인터뷰> 뉴욕대 입학 만학도 다락방 ˝모국어를 사랑한다고 영어를 사랑하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
.
.

다락방 2022-07-15 11:30   좋아요 3 | URL
아 맞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국민청원에 대한 꿈이 있었지. 간판과 메뉴판에 한글 반드시 표기하는 법을 제정하자고 국민 청원 올릴라 하다가 말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분노해가지고. 아니 영어 간판 우리 엄마 아빠가 못읽는다고!! 으르렁- 휴우..
근데 지금 대통령이 영어를 싸랑하싐.....

맞아, 잠자냥 님과 나는 타칭 자칭 사대주의자 들이지만 모국어.. 모국어... 모국어에 대한 찐한 애정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7-15 15:21   좋아요 2 | URL
한글을 넘나 사랑하기에 한글로 된 소설은 에지간히 잘쓰지 않으면 영 썽에 안차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칭자칭 사대주의자들 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생각해봤는 데, 진짜 질루다가 잘 쓴 책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어서 오는 걸 꺼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외국 소설이 더 매력적인 건.. 일종의 양보단 골라진 질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난 한국 소설 좀 더 읽어야겠네? (반골)
 
사랑하는 이모들 창비만화도서관 7
근하 지음 / 창비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돌아가시고 십 년만에 이모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이 중학교 3학년 아이는 레즈비언의 관계를 눈앞에서 목격한다. 그것이 불편하고 그래서 방황하다가 어느 순간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졌던 일. 돌보고 배려하고 사과하고 다정한 어른 여성과 어린 여성이 이 얇은 책 한권에서 함께 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료위생부대에서 다들 잘해주었지만 나는 정찰병이 되고 싶었어.

그래서 나를 보내주지 않으면 도망이라도 쳐서 전선으로 가겠다고 했지. 그러자 군법에 따르지 않으면 콤소몰에서 제명하겠다고 나오더군.

그래도 나는 결국 도망치고 말았어……

처음으로 메달도 받았어. ‘용맹한 병사‘ 메달……

전투가 시작되고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어. 여기저기서 우리 병사들이 죽어 나뒹굴었어. ‘전진! 조국을 위해!‘ 자꾸 명령은 떨어지는데 병사들은 자꾸 죽어나가고 다시 전진 명령, 또다시 병사들은 죽어나가고. 나는 군모를 벗어서 다른 병사들이 나를 볼 수 있게 했어. 소녀병사도이렇게 용감하게 싸우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그러자 다들 다시 힘을 냈고, 우리는 함께 적을 향해 돌진했어……메달을 받았어. 하지만 메달 받은 바로 그날, 우리는 다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러 나가야 했어.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 생애 처음으로 그게 찾아온 거야…… 우리 여자들의 그것……보니까 내 몸에서 피가 흐르더라고. 그래서 놀라 소리쳤지.

-부상당했어요……

정찰대원들 중에 나이 지긋한 의사보조가 와서 물었어.

-부상당한 데가 어디지? 

―모르겠어요……하지만 피가……

그러자 그가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설명해줬어……- P115~116




나는 열다섯 살, 중학교 2학년 때 첫 생리를 했다. 엄마로부터 생리대를 착용하고 버리는 법에 대해 배웠지만, 열다섯인 나에게 그 일은 쉽게 느껴지질 않았다. 시간이 걸릴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고, 그래서 생리 중에는 학교에 가 수업을 들을 때 늘 긴장했다. 2교시나 3교시가 끝나고 화장실을 가서 생리대를 갈려면 일단 화장실에 도착해 착용했던 생리대를 둘둘말아 휴지로 싸서 버리고 새로운 생리대를 뜯어서 내 몸에 맞게 대고 속옷을 다시 입는 일. 이건 그 때의 내겐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고, 내가 과연 쉬는시간 10분 내에 이 일을 마칠 수 있을지, 나는 걱정했다. 혹여라도 내가 화장실에 조금 늦게 도착해 다른 아이들 뒤에 줄을 서게 되면 나는 쉬는 시간 안에 생리대를 가는 일을 다 해낼 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 나이에 처음 생리를 한다고 다 나처럼 긴장하진 않았겠지만, 그러니 여기에는 어느 정도 나의 성격이 반영된 탓이겠지만, 나는 그것이 한동안 긴장됐다. 그래서 생리중에 생리대를 갈아야겠다 싶은 쉬는시간이 올라치면, 수업이 끝나기전부터 바싹 긴장하고 있다가,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선생님이 교실을 나서는 즉시, 나 역시 교실을 나서 화장실까지 뛰었다. 화장실에 아무도 없을 때 도착해서 이것을 진행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얼마전에도 여자친구들과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더랬다. 한 명은 생리컵을 쓰고 한 명은 얼마전에 탐폰으로 바꿨다는 이야기. 나 역시도 일회용 생리대를 착용하다 면생리대로 바꾸고 세탁이 너무 귀찮아 탐폰으로 바꾼 일에 대해 얘기하면서, 다들 동시에 여름에 생리하는 것은 얼마나 번잡스러운가를 토로했다. 특히 일회용 생리대를 할 때의 여름이란 끔찍하다. 

내가 유독 깔끔한 타입인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야외에 있는 공중 화장실에서 생리대를 바꿔 착용하는 일이 불편하다. 싫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나의 생리일과 체크해보는 건 아마 대부분의 여자들이 경험이 있을 터다. 가급적이면 불편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리하고 싶으니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기 시작하면서 이렇게나 많은 여성들이 전장에 있었구나, 다치고 죽고 또 죽음을 목격하는 현장에 있었구나, 그런데 그동안 말하지 못하고 살았구나, 를 느끼고 있다가 처음 생리가 등장했을 때 앗차 싶었다. 그러네, 이 여자들, 생리하는데. 그 전장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야외에서 화장실이라고 제대로 갖추어졌을까. 그 상황속의 여자들은 과연 생리대를 제 때 갈 수나 있었을까. 당장 눈앞에 죽음이 있는데. 그런데 내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피를 흘리고 있다. 생리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좀 참아봐' 라고 말한다고 '이얏 생리 참아!' 이런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 이 여자들 다들 생리도 했겠구나. 친구들과 나는 여름에 생리하는 거 너무 싫다고 토로했는데, 이 여자들, 계절과 상관없이 전장에서 생리중이었겠구나. 아득해졌다. 게다가, 



위의 인용문처럼, 아직 어린 소녀들이 최전방에서 싸우고 싶어했고 그렇게 했다. 그 소녀들중 일부는 생리가 뭔지도 모르고 채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라를 위할거야, 나도 맞서 싸울거야, 나도 전방으로 갈거야, 난 후방에 있지 않을거야! 총 쏘는 것도 모르는 채로 총 쏘는 걸 배워가면서 전쟁에 임했던 이 소녀가, 막상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피에 대해 영문을 모르고 있었던 거다. 생리가 뭔지도 모르는 소녀가 전쟁의 한복판에서 생리를 맞닥뜨리고 …


아 너무 아득하다. 

물론, 눈 앞에 죽음이 왔다갔다 하는데, 눈돌리는 모든 곳에 죽음이 있고, 굶주림과 불면과 파괴, 이별이 있는데. 생리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야, 지금 사람이 죽는데 생리가 대수냐,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나는 아득하다. 첫생리를 전장에서 맞는 소녀들이 아득하고, 그것을 뒤로 한채로 정찰하고 간호하고 맞서야 하는 것도 아득하고. 



책의 초반에 참전했던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이 있다. '우리는 젊었지만 여자 없이 지냈기에 어린 여자들까지 붙잡아와 차례로 덮쳤던' 남자의 기억. 그것을 자신과 같은 팀의 여자병사들이 알까봐 두려워했다고 남자는 얘기하고 있었다. 여자 없이 지내는게 힘들어서 강간을 일삼았던 남자들과, 이것이 뭔지도 모르는 채로 생리를 맞이했던 여자들이, 그 전쟁판속에 함께 있었다. 총을 들고.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07-14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부분 읽고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경을 맞을 때 준비 없이 맞닥뜨리게 되겠지만 전쟁터에서 저 상황이라니ㅠㅠ
초경이 늦었던 편이었는데요. 어쨌든 생리를 시작한 뒤로 여름엔 특히나 불편하지요. 꽤 오랜 기간 동안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했지만 너무 아프고 통증으로 고생을 해서 이후 면생리대로 바꾼지 좀 되었습니다. 통증이 덜해서 좋지만 불편함이 감소될 뿐이긴 하지만요.
인터뷰를 보니 참으로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네요. 저는 이제 반 정도 읽은 듯 싶습니다. 다락방님 계속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2-07-14 09:13   좋아요 2 | URL
생리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진짜 앗차 했어요. 맞네.. 하고요. ㅠㅠ
저는 삼십대 중반되니까 일회용 생리대 하면 몸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하는수없이 면생리대를 썼어요. 면생리대는 마음이 편해지고 몸도 아프지 않았고 냄새도 덜 났는데, 세탁이 문제더라고요. 사무실에서도 교체하면 들고 그대로 집에 가야하고.. 결국 탐폰으로 정착했어요. 탐폰 너무 편해서 이걸 진작 썼어야 하는데..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반정도 읽으셨군요. 저는 이제 백쪽 넘겨 읽는 중입니다. 열심히 읽겠습니다. 계속 화이팅합시다, 거리의화가 님!

- 2022-07-14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 태백산맥 읽으면서 우리나라 전쟁나면 생리중에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가 인생의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요…. (왜 가끔 하는 쓰잘데 없는 걱정 중에 하나 ㅋㅋㅋㅋㅋ) 근 10년전에 생리컵으로 갈아타면서 자연스럽게 그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 확실히 생리통은 줄었는 데… 컵이면 끝날 줄알았지만 서른 이 후의 몸이는 pms라는 것이 기다리더군요. 맙소사..

다락방 2022-07-14 10:09   좋아요 1 | URL
저도 어릴 땐 생리통이 심해서 데굴데굴 굴렀는데 나이드니까 생리통보다 생리전증후군이 더 힘들더라고요. 심하면 우울해서 자살충동 들었던 적도 있어요. 요즘엔 생리전증후군 왔다 싶으면 우먼스타이레놀을 챙겨 먹고 있어요. 정말 그 약의 효과인건지 플라시보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걸 먹으면 좀 나아지더라고요.

저 아직 태백산맥 안읽어봤고 앞으로도 딱히 읽을 생각 없었는데 쟝님 댓글 읽고나니 태백산맥 읽어볼까 싶어져서 윌라 설치한 김에 태백산맥 들어볼까 했더니 태백산맥은 윌라에 없네요? 껄껄..

거리의화가 2022-07-14 10:46   좋아요 2 | URL
저는 태백산맥은 읽었는데 정작 토지를 못 읽었네요^^; 저는 생리 시 우먼스타이레놀 상비약입니다ㅋㅋ 암튼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생리 용품(!)이 나오는 건 좋다 여겨져요.

다락방 2022-07-14 10:54   좋아요 2 | URL
오 거리의화가 님. 저는 토지랑 혼불은 읽었는데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안읽었어요. 윌라로 들어볼랬더니 오디오북으로 없고 밀리의서재에 전자책 있으니 시간 나면 그걸로 읽어볼까 싶습니다.
거리의화가 님도 우먼스타이레놀 드시는군요! 저도 상비약 입니다!! 그나마 약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요. ㅠㅠ

- 2022-07-14 11:25   좋아요 0 | URL
흑 태백산맥 읽지마여… 여혐은 모 그게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태백산맥은 9권과 10권이 짱인데… 신념 고지식 꼿꼿하고 붕괴되는 인간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아… 난 역시… 한국 근현대사 못잃어…

청아 2022-07-14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백산맥 굉장한 소설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1권만 읽는 사람은 아마 없을것 같은...그런느낌?

다락방님 저랑 비슷한 구간을 읽고 계시네요 >.< 저는 태권도 처음 다녔을때 갑자기 격한 운동을 해서인지 한 두달 생리가 멈춘일이 있었는데 비행기 조종사였던 여성이 3년간 생리 멈췄다는 부분이 충격이었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받아 멈추기도 한다고 들었는데...ㅠ
아... 이 책은 남성들만의 전쟁이야기와는 확연히 다른
삶의 이야기, 살아 있는 감정들이 담겨서 감동적이고 놀라운 경험인것 같아요!

다락방 2022-07-14 10:53   좋아요 2 | URL
여성들이 그런 전쟁을 겪고서도 가족들에게도 이웃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고 하니 그간 얼마나 큰 감정을 품고 살았나 싶더라고요. 반복되는 악몽을 꿀 정도로 자신의 삶에서 결코 잊지 못할 일인데, 그걸 말할 수 없었다니. 그런점에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는 꼭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요. 꼭 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이요. 비로소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말할 수 있었던 여자들은 얼마나 좋았을까요. 휴..

아리랑과 태백산맥은 굳이 읽을 생각 없었거든요. 여혐범벅일 것 같아서... 그렇지만 뭐가 됐든 한 번 읽어볼까 싶은데, 오디오북으로 태백산맥이 없네요? 하하하하하. 아무튼 오늘 윌라와 밀리의 서재를 다 설치했습니다. 꺅.

책읽는나무 2022-07-14 11:55   좋아요 1 | URL
저 1권만 읽었는데요??ㅋㅋㅋ

작가님이 옛분이시라 살짝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긴 할텐데, 그래도 태백산맥이나 토지나 굵직한 서사는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은 하는데...언제 읽을지??^^;;;
제 친구 하나는 20살에 태배산맥을 읽고 진보쪽으로 확실하게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가 되었다더군요. 지금은 뭐 아주 그냥 탈원전등 못말리는 환경운동가로 발 벗고 나서고 있는데요~ㅋㅋ
친구를 생각하면 태백산맥 꼭 한 번 읽어보고 싶긴 해요^^

청아 2022-07-14 12:00   좋아요 1 | URL
어머 나무님!!!!ㅋㅋㅋㅋㅋㅋㅋ
왜그러셨어요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14 12:03   좋아요 1 | URL
제가 인내심이 부족해서요.
완독이 힘들어요ㅋㅋㅋ
혼불도 6 권까지 읽고 또 중단!!
그래도 혼불은 정말 많이 읽은 대하소설입니다^^

청아 2022-07-14 12:05   좋아요 1 | URL
오! 다락방님도 읽어보셨다고 언급하시고 나무님도 6권까지 보셨다니 저도 <혼불>을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22-07-14 12:36   좋아요 3 | URL
저는 혼불을 읽으면서 여성의 삶이 너무 불공평하고 부조리해서 미치겠더라고요. 물론 그 전에도 그런 소설들을 많이 읽었을텐데 뭣 때문에 제가 그렇게나 짜증이난건지. 그걸 읽으면서 ‘왜 이런 삶을 여자들이 살아야 했을까, 거기에 대한 답을 어떻게 얻을 수 잇을까, 페미니즘 이라는거, 그걸 나도 공부해볼까, 그러면 답을 알 수 있으려나?‘ 이렇게 되어서 혼불 읽으면서 페미니즘 책들 읽기 시작했어요. 하아-
혼불 재미있지만 남자 너무 한심하고 ㅠㅠ 여자의 삶 너무 답답하고.
대놓고 나쁜 새끼가 아니라 착한 척 하는 순진한 새끼들도 얼마나 폭력적이 될 수 있는지(조용한 폭행자들!! 어휴) 보면서 페미니즘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으.. 불타오른다.....

책읽는나무 2022-07-14 1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위대한 일들을 하는 여성들을 볼 때, 저들은 생리일이 되면?? 어떻게?? 생리통이나 그런 건 또 어떻게?? 쓸데없는 생각 좀 하거든요.^^
책의 인용문을 보니 전쟁 중에도..ㅜㅜ
특히 초경을!!!!ㅜㅜ
그 최은영 소설의 <밝은 밤>에서도 6.25 전쟁 피난 시절에 초경을 한 할머니 이야기도 인상 깊었어요.
얼마전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가 흘러 나오길래 좀 보다가 마음이 어두웠었는데 요즘 계속 전쟁 이야기를 읽으니 우울해져서 잠깐 책을 내려 놓았어요.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햇살과함께 2022-07-14 12:31   좋아요 2 | URL
오호~ 저도 운동선수 볼 때 마다, 특히 배구경기 보면서 그런 생각 항상해요^^ 선수들은 생리를 어떻게 관리하지? 하고.
학교다닐 때 시험기간에 겹치는 거 정말 짜증났었는대요! 시험 못친 핑계??

다락방 2022-07-14 12:39   좋아요 4 | URL
저는 요가 수업 받을 때도 궁금하더라고요. 하루종일 수업하시는 선생님들은 생리 중에도 똑같은 강도로 하시는건가.. 참.. 여자로 사는 거 피곤한 일이에요. 그런 생리를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한다니.. 생리때는 생리통 생리 전에는 생리증후군... 아, 도대체 우리의 삶이란 이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책읽는나무 2022-07-14 12:49   좋아요 2 | URL
전 초경을 좀 늦게 한 편인데요~ 고딩 올라가서 중간고사 시험기간에 똭!!! 생리통 때문에 죽는 줄..ㅜㅜ
또 그 다음 기말 시험기간에 두 번째 똭!!! ㅜㅜ
그게 내 점수이건만, 전 고등 올라가서 점수가 떨어진 건 다 생리 때문일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ㅋㅋㅋ

지금은 저도 약간 생리 전 증후군이 있는데 늘 내가 어디 아픈 건가? 몸이 왜 이렇지? 를 달고 사네요.
약이 있었군요? 여름엔 약을 좀 먹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드네요. 더위와도 사투를 벌여야 하니까요ㅜㅜ
이런 걸 다 인내하면서 큰 일 다 처리하는 여성들 보면 저는 늘 대단하단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다락방 2022-07-14 13:47   좋아요 2 | URL
생리전증후군에 약을 먹으면 생리통까지 약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약을 먹지 않는 편이었는데 약을 먹지 않으면서 고통을 참는게 몸에 더 나쁘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후로는 생리전증후군 왔다 싶으면 우먼스타이레놀 챙겨먹고 있어요.
생리가 한 달에 한 번인건 정말이지 너무 자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 년에 한 번쯤이면 좋았을텐데, 매달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40년정도 보내야 하잖아요. 아 너무 진짜 귀찮고 고달픕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