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원서 같이읽기의 책은 '데버라 리비'의 《The Cost Of Living》, 국내번역 작품으로는 《살림비용》이다. 그간 읽었던 원서들 중에서(라고 해봤자 여덟권이 전부지만) 가장 얇고 가장 활자가 크다. 한 페이지 안에 들어가는 글자수가 가장 적다. 책이 얇고 글자가 커서인지 나는 이 책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일전에 번역본을 읽어본 적도 있던 바, 그래 바로 도전이다! 하고 오늘 출근길에 책을 펼쳤다가 아이쿠야, 번역본을 다시 꺼내 들어야 했다. 흐음.. 어려운데? 하긴, 책이 얇고 글자가 크다고 읽기 쉬울거라고 생각한 건.. 내 착각이잖아? 글자 크다고 쉬워? ㅋㅋㅋ 자, 그래서 이 어려운 책을 오늘 아침 읽기 시작하는데, 



제일 처음 1장 <빅 실버>에서는 작가가 해안가에 앉아 목격한 광경을 풀고 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근육질의 남자가 옆자리에 책 읽고 있던 젊은 여성에게 말을 거는 장면.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이 젊은 여성에게 말을 걸어 책을 읽던 그녀를 방해했는데, 여자는 망설이다가 책읽기를 중단하고 대화에 참여하는거다. 어느 순간 여자는 자신이 스쿠버 다이빙을 갔다가 폭풍을 맞닥뜨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 때 자신을 태웠던 보트에 사람이 있었지만 자기를 구조하러 오지 않았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이 근육질 아저씨가 듣고자 한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터, 그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He said, 'You talk a lot don't you?' -p.2


남자가 말했다. "원래 말이 많은 편인가 봐요?" -p.9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해변가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여성에게 말을 거는 근육질 아저씨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그가 기대한게 뭐가 됐든, 자신이 겪었던 어떤 일에 대해 말을 많이 하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젊은 여성이 하는 말에는 아무런 성적인 뉘앙스도 없고 오히려 어떤 생각해야 할 지점들이 있었다. 젊은 여성은 자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있는지 아저씨의 표정을 살피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아저씨는 이해가 필요한 대화를 원한게 전혀 아니었을 것이다. 데버라 리비는 해변가의 그들 옆자리에서 그들의 대화를 목격하고 그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He had taken a risk when he invited her to join him at his table. After all, she came with a whole life and libido of her own. It had not occurred to him that she might not consider herself to be the minor character and him the major character. In this sense, she had unsettled a boundary, collapsed a social hierarchy, broken with the usual rituals. -p.3


합석을 제안함으로써 남자는 모험을 감수한 셈이었다. 어쨌거나 여자란 여자 딴의 삶과 성욕을 장착하고 오기 마련이니까. 남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거다. 여자가 스스로를 조연으로 치부해 가면서까지 남자인 그를 주연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런 점에서 여자인 그는 안정돼 보이던 경계를 뒤흔들고 사회적 위계 질서를 와해시키며 통상적인 관습에 등을 돌린 셈이었다. -p.9~10



근육질 아저씨가 생각한 젊은 여성은 그가 상상한 세상 속의 젊은 여성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옆자리에서 책을 읽던 젊은 여성은,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 있다. (the world was her world too) 아저씨는 자신의 매력으로 어필하고 싶었을런지 모르지만, 이 젊은 여성은 자기 경험을 얘기하고 상대에게 사유를 요구함으로써 남자를 짜증나게 했다. (너 원래 그렇게 말 많니?) 나는 이 이야기가 자체만으로 좋은데, 내가 아닌 타인에게 말을 걸 때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이 세상은 내 세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대의 세상이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고, 그렇게 우리가 타인과 교류할 때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세상이 만난다는 것도 좋다. 한 사람에게는 그 사람 자신만의 삶과 리비도가 있다는 것도 너무 당연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보통 현실에서 아저씨들은 젊은 여성들의 whole life 와 libido 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 her own 에 대해서 고려하기는 커녕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말을 건다. 



자, 이런 이야기가 맨 앞에 실려있다. 이런 이야기가 실렸구나, 이런 장면을 목격하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라고 다음장으로 넘기면, 굳이 작가가 이 이야기를 맨 앞에 실어둔 까닭을 만나게 되는데, 와 그게 진짜 자지러지게 좋다. 작가는 이혼했으며 자녀와 함께 사는 중년인데, 해변가의 이 젊은 여성의 보트 얘기를 듣고 자신의 삶에 대해 쓰는 거다. 



Everything was calm. The sun was shining.

I was swimming in the deep. And then, when I surfaced twenty years later, I discovered there was a storm, a whirlpool, a blasting gale lifting the waves over my head. At first I wasn‘t sure I‘d make it back to the boat and then I realized I didn‘t want to make it back to the boat. -p.7


물은 잔잔했다. 해는 밝게 내리쬈다. 나는 수심 깊은 곳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년 만에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폭풍과 회오리 바람이 몰아들고 물결이 소용도는 가운데 파도가 내리치고 있었다. 처음엔 배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곧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음을 깨달았다.-p.14 


해변가의 젊은 여성이 스쿠버 다이빙을 갔다가 폭풍을 만났던 장면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리고 그 폭풍우에 보트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도. 그런데 이 장면 자체가 작가 본인의 인생에 대한 은유라는 것을, '20년 만에twenty years later' 라는 구절로 알 수 있다. 그녀가 그간 살아온 인생은 스쿠버 다이빙 이었고 그걸 즐기고 있었는데, 물 밖으로 나오니 폭풍이 나를 때리려고 하고 있었던거다. 아니, 너무 좋지 않나요? 작가란 스쳐 지나간 얘기를 가져와서 자신 인생의 은유로 쓸 수도 있는 것이다!!



When I was around fifty and my life was supposed to be slowing down, becoming more stable and predictable, life became faster, unstable, unpredictable. My marriage was the boat and I knew that if I swam back to it, I would drown. It is also the ghost that will always haunt my life. -p.8


어느덧 50줄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내 인생도 서서히 속도를 늦추어 가는 한편 생활의 안정도와 예측 가능한 범주는 차차 확대되리라 지레짐작하던 시기에, 내 삶은 정작 더 빨라지고 불안정해졌으며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그 시점에 결혼 생활이라는 보트로 도로 헤엄쳐 가거든 그대로 익사하리라는 것만큼은 명백했다. 그렇대도 결혼 생활은 남은 평생 내 뒤를 밟을 유령이기도 하다. -p.15



아니, 여러분, 느껴지십니까, 이 문학의 아름다움이. 데버라 리비가 들은건 해변가 젊은 여성의 스쿠버 다이빙 경험이었는데, 그런데 데버라 리비는 그걸 가져와서 50줄에 접어들어도 인생은 안정적으로 흘러가는게 아니라고, 결혼생활이라는 보트로 헤엄쳐 가다가는 익사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아니 진짜 너무 좋지 않나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나는 1장 에서 자신이 목격한 바를 풀어놓고, 2장에서 거기에 자기 인생을 넣어 얘기하는 지점이 너무 좋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폭풍을 만난 것에 자신의 인생을 비유하는 게, 보트로 돌아가는 게 안전해 보이겠지만 실은 그러다 익사할 수도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너무 문학의 짜릿함을 준다. 나 살림비용 번역서 작년에 읽고 좋아했는데, 이렇게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보트 얘기가 인생 얘기가 되는 지점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것 같은데, 이번에 이 부분 읽으면서 화악- 세상에 하고 소름이 돋는 거다. 아아, 문학은 진짜 너무 좋아 문학 짱이야. 글 쓰는 사람들이여, 영원하세요!!



그렇지만 어렵다. 뭔가 어려워. 안어려워 보이는데 어렵다. 번역본 없었으면 나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어려운 읽기가 너무 기대된다. 이렇게 순간순간 짜릿함을 만날거라고 생각하면 막 설렌다. 너무 좋은데? 아름다운 글을 만나는 것은 진정 짜릿한 일인 것입니다.



그나저나 오십줄에 들어서도 인생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에 인생의 참맛이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내 선택이 가져온 결과가 내 기대와 다른 일은 살면서 숱하게 펼쳐지지만, 그것이 설사 지금 나쁜 방향으로 갔다고 해도 절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또 나를 내가 짐작할 수 없었던 어떤 찬란한 미래에 데려다 놓기도 할 것이므로. 데버라 리비에게 이혼이, 그러니까 이혼이라는 것이 그것을 겪은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일' 이라고 간단하게 표현되거나 퉁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혼 같은 표면적으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어떤 인생의 사건이 내게 일어나면, 설사 그것으로 고통스러워 오랜 시간 울고 흐느낀다 해도, 분명 거기에서 나는 또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될것이다. 내가 과거에 이 선택을 했을 때 어땠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는지, 내가 극복해야 할 고통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우리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것이고, 그 시간들은 또 나를 성큼 앞으로 내보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데버라 리비만 놓고 봐도 스쿠버 다이빙과 보트, 폭풍우로 자기 인생을 돌이켜보지 않나.



아 아무튼 데버라 리비의 살림비용이 1장이 끝나고 2장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너무 좋다. 제대로 표현할 수 없지만 이 문학적 아름다움과 짜릿함을 꼭 기록해두고 싶다. ㅋ ㅑ -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8-25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8-25 10:01   좋아요 1 | URL
원서 읽기 모임이라고 하니까 뭔가 되게 거창해보이네요. ㅎㅎ 실은 전혀 그렇지 않고요, 그냥 저랑 같이 읽는 친구들이랑 매주 분량을 정해요. 이번주 일요일까지 몇 페이지 읽자, 이렇게요. 그거 말고는 뭐 딱히 더 하는 건 없고요 ㅋㅋㅋㅋ 그러다가 쓸 거 있으면 이렇게 각자 기록하고 뭐 그렇습니다.
비밀댓글 님 이 책 있으시다니, 그렇다면 이번주 일요일까지 3장 Nets 까지 읽으시면 됩니다. 아마 앉은 자리에서 금세 읽으실 것 같아요. 제 생각에 비밀댓글 님은 그냥 펼치면 이 책 한 권 바로 다 읽으실듯요. 저는 아직 친구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아마 앞으로 3주 정도 걸려 이 책을 완독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하..

건수하 2022-08-25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림 비용이 살림 얘기인 줄 알았는데 웬 해변의 젊은 여자 했는데...

그럼 보트에 있었지만 구해주지 않은 사람은.. 배우자인가요?
뭔가 의미심장한 비유네요.

저는 (역시) 번역본을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2-08-25 10:04   좋아요 4 | URL
결혼생활이라는 보트로 헤엄쳐가다가 익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오십즈음의 여성이 살아가는 이야기, 가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이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싱글 여성으로 살면서 글을 쓰고 친구를 만나고 생각을 하고 그러는 것들이 책 안에 담겨 있어요. 저는 번역본으로 작년에 읽고 참 좋았었어요. 수하 님도 이 책의 재미를 만끽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후훗.

건수하 2022-08-25 10:12   좋아요 1 | URL
작년에 번역본을 샀는데 아직 안 읽어서
읽어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책도 많고 계기도 많은데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

다락방 2022-08-25 10:53   좋아요 2 | URL
아, 수하 님. 댓글 제가 쓴 줄 알았네요. 저도 책도 많고 계기도 많은데 그래서 ‘오오 이번 참에 읽자!‘ 라고 하지만 안읽고 또 쌓이고................ 인생 뭘까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2-08-25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삶의 이것에서 저것을 읽어내는것. 그 과정에서 통찰력이 길러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고 해봅니다. <살림비용>이랑 원서도 사두어야겠어요 원서 표지 속 사진이 멋짐뿜뿜이네요?!^^*

다락방 2022-08-25 10:06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미미 님. 저는 항상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삶에서 찾아내는 통찰력, 이 적합한 비유인 듯 합니다. 휴, 제가 제대로 된 단어를 골라내지 못해 길게 썼는데 미미님이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똭- 한 방에 정리해주시네요. ㅠㅠ

저는 살림비용 참 좋았어요, 미미 님!! 그런데 원서는 더 좋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2-08-25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번역본 읽으면서도 보트 얘기가 인생 얘기가 되는 지점 알아차렸는데! 껄껄껄껄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25 10:05   좋아요 3 | URL
저는 기억이 전혀 안나는 거예요. 대체.. 책 왜 읽죠, 저는? 그러니까 해변가의 남성과 여성을 목격하는 작가... 까지는 기억이 났거든요? 그런데 보트에서 인생.. 이건 완전 처음보는 듯한 느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의 독서란 대체 무엇인가요 ㅠㅠ 으응? 이런 이야기가 나왔었어? 이랬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25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보트 얘기가 있었나요??
저도 해변가 남성이 여성한테 찝적대다가 뻘쭘해서 뒤로 물러났다!! 까지밖에 기억 안났었는데...ㅋㅋㅋ
저도 책을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네요?ㅜㅜ
잠자냥님은 다 기억하신다니 좀 놀랐습니다.
집중하여 정독하시든가? 아님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부럽~~^^
근데 다락방님 원서 읽고 더 소중한 문맥 찾아내시고 감탄하시는 걸 한 번씩 볼 때면 사람은 원서를 읽어야 하는 것인가??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ㅋㅋㅋㅋ
그래서 번역본도 읽은 참에 원서 사서 비교 대조해 볼까? 하다가 글씨는 큰데 어렵다에 멈췄습니다. 안그래도 헤이팅 게임 시작도 안해서...ㅜㅜ

다락방 2022-08-25 11:11   좋아요 2 | URL
저도 해변가에서 나이든 남자가 젊은 여성한테 찝적댔고 그걸 작가가 봤다, 라고는 기억났는데 그게 저렇게 연결됐는지는 기억이 전혀 안나네요. 아니 이렇게나 짜릿한 장면을 기억 못한다니, 도대체 뭘 읽은것이며 내 아이큐는 얼마인 것이냐, 좌절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원서를 요즘 읽으면서 진짜 크게 깨닫습니다. 글은, 제일 처음 쓰여진 언어로 읽어야 하는 것 같다고요. 이승우 의 글을 아무리 영어와 불어가 번역해도 제가 느끼는 지점을 결코 번역본 읽은 사람들이 가져갈 수 없을 것 같고요, 마찬가지로 영어로 처음부터 쓰여진 글은 영어로 읽을 때 그 의미와 감동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열심히 읽어보고 훈련해서 결국엔 번역본 없이 원서를 빠른 시간 내에 읽어내고 싶은데, 그 날이 아주 먼 것 같아요. 오기는 할지.. ㅠㅠ 영어로 읽는거 너무 좋은데 너무 느리고 번역본 없으면 아예 불가해서 ㅠㅠ 그것이 지금 저의 고민입니다 흑흑 ㅠㅠ 그래도 해봐야지요.

책나무 님, 헤이팅 게임은 초반에 진짜 모르는단어 수천개 나와서 당황스러우실 거예요. 번역본 놓고 봐도 당황스러우실텐데, 첫부분 좀 넘어가면 이야기의 재미있음이 끌어당길 겁니다. 그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ㅎㅎ

- 2022-08-25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ㅑ - 인생은… (나도 살까, 원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25 11:04   좋아요 2 | URL
아아 보인다, 쟝님에게서 엄청난 뒤메질러의 미래가 보인다. 지금도 안읽은 책이 쌓여가고 있는데 이제 거기에 원서까지 더할 쟝님의 미래가 내게 보입니다. 선명하게, 뚜렷하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8-25 17:04   좋아요 0 | URL
일단 사면 언젠가는 읽는다는 것이 .............. 그리고 그걸 읽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의미없는 내 인생의 의미가 되어가고.....

거리의화가 2022-08-25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원서로 읽으면 더 환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ㅎㅎㅎ 특히 15페이지 문장 정말 좋네요. 제 나이 50이 되면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다락방 2022-08-25 15:06   좋아요 2 | URL
원서의 문장이 딱 보면 어려워보이지 않는데도 바로바로 해석이 안돼서 저는 좀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그렇지만 원서 좋아요, 거리의화가 님! 분량이 얼마 안돼서 아마 3주 정도면 완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물론 그래도 길지요? 원서라서...)
저도 제 미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도 되고 그렇습니다. 여하튼 우리 계속 읽고 씁시다, 거리의화가 님!

프레이야 2022-08-25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5쪽 인용문 동감이에요. 많은 게 변하고 새로운 게 나타나고 겪어야 할 일들이 또 짜잔하고 나옵니다. 어찌보면 주변에서는 전환기라고들 해요. 난 또 얼핏 락방님이 그렇다는 줄 알고 놀라다가 보니까 인용문이라 ㅎㅎ 60대로 들어서면 또 무엇이 등장하고 사라질지요.
원문7쪽, 14쪽 문장 참 좋습니다.
옆지기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전 이직도 돌아가보고 싶은 생의 지점이 있어요. 철이 덜 든 건지…
근데 저 표지 사진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락방님은 아시나요?

다락방 2022-08-26 10:06   좋아요 1 | URL
저는 지금이 좋아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데, 어제 본 어느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34살인거 보니까 그게 또 되게 부럽더라고요. 서른네살이라니, 젊구나, 부럽다! 아.. 세상을 다 가질 나이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나이야, 하면서 어찌나 부럽던지. 저는 이십대 시절이 너무 안좋았고 그래서 딱히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언제나 즐겁게 살았다고 생각하고 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힘들지 않았나 싶고요.

저 표지 사진은 저도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전혀 안나고요 혹시나 싶어 원서에 표지 사진에 대한 설명 있나 찾아봤더니 없더라고요. ㅠㅠ

mini74 2022-08-25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림비용 참 좋았어요 ~ ㅎㅎ전 다락방님, 너 원래 그렇게 말 많니가 자꾸 맴도네요. 울 남편이 결혼하고 저한테 했던 말 ㅋㅋ 라디오 틀어놨다 생각하라고 늙어 고장나면 조용해지겠지 하고 맙니다 ㅋㅋ 전 보트로 입만 동동 떠서 갈 거 같아요 ㅎㅎ

다락방 2022-08-26 10:07   좋아요 1 | URL
보트로 입만 동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살림비용 좋았는데 원서도 역시 좋네요! 그렇지만 원서 너무 어려워요. 문장이 너무 길어서 ㅠㅠ
원서 읽는 덕분에 번역서도 다시 한 번 읽고 있습니다. 후훗.
 

2주전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이 도착했으므로 나는 더이상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건만, 어찌어찌하여 또! 책을 사버렸다. 그래도 양심의 존재로 인해 초큼.. 샀어요.



















《How to be you》는 생일선물로 받은 것인데 원서라 그런지 늦게 도착했다. 하드커버에 색도 예쁘고 보부아르! 아, 번역본이 있다면 옆에 나란히 두고 보고 싶은데 아직 번역본도 없는 것 같고, 언젠가 영어 실력이 막 어마어마해져서 이거 그냥 술술 넘기면서 보고 싶다.


《자유죽음》에 대해서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존재한다.. 

이건 다른 분의 댓글에 대한 답으로도 적어둔 것인데, 

그러니까 나는 지난주의 어느 늦은 밤, 술을 마시다가, 한 알라디너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의 리뷰를 읽게 된다. 으응? 얼마전에 다른 분도 이 리뷰 올리셨던데... 설마? 하고 찾아보니, 리뷰대회가 있는거다! 내가 알게된 시점에서 리뷰대회는 당장 이틀후 마감이었고, 나는 술을 마시고 있었고, 게다가 나는 진작에 리뷰대회는 더이상 참가하지 않으리! 마음 먹었더랬다. 리뷰대회..의 리뷰.. 각잡고 쓰는 리뷰는 내가 도저히 쓸 수 없는 성질의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리뷰대회 리뷰 썼다가 언제나 다른 분들 리뷰 읽고 나따위... 이렇게 되어버리고 게다가 나는 언제나 1등을 하게쒀!! 도전하지만 수상권에 들지도 못하고... 한 번은 만원 받은 적 있는데, 되게 허탈했다. 뭣이여... 책 값도 만원이 넘었는데 만원 주다니.. 여하튼 리뷰대회는 나랑 어울리지 않아! 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살아왔는데, 아니 그런데 리뷰대회 열린다는 책이... 내가 이미 사둔 책인거에요. 가슴속에 참가해야겠다는 생각이 꿈틀꿈틀.. 이틀 만에, 내가? 가능한 부분? 하고 책을 찾아왔는데, 오, 분량도 괜춘. 좋아쒀! 1등 가자!!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아, 이것은 내가 리뷰를 쓸 수 있는 성질의 책이 아니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이거 한 두 장 읽다가 다른 분들 리뷰 읽고서 와 대단하다..이런 책의 리뷰를 도대체 어떻게 쓰지? 막 이렇게 되어버려가지고 됐다 포기할까 하다가, 어차피 내가 진작에 읽고 싶어서 사둔 책이고 그렇다면 언젠가 읽어야 할 책이니, 펼친 이상 지금 읽자, 하게 되었고 읽었으니 쓰게 되었는데, 쓰고 등록한 날이 아마도 마감이었던가 그래가지고, 리뷰대회가 열리면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마감 날 리뷰들이 다다다다다다다닥 올라왔고, 아아, 역시 쪼렙 리뷰가 되어서 나는 나의 리뷰쓴 것을 후회하게 되는데...


내가 아 리뷰 괜히 올렸어 올리지말걸 후회된다, 했더니 친구가 갑자기 그렇다면 이거 참가해라, 하고 링크를 주는데, 그 날은 목요일이었나 금요일이었나... 리뷰대회 마감일은 월요일, 그 책은 자유죽음, 나는 아직 책이 없네.... 됐어, 책도 없어, 하고 멀찌감치 밀어두려다가 아니 잠깐만, 분량은? 하고 봤더니 300페이지가 안되네, 흐음, 그렇다면... 내가 토요일에는 술약속이 있다, 월요일은 회사를 가야한다, 그렇다면 내게 책 읽을 시간은 토요일 오전과 일요일이며, 리뷰도 일요일까지 마쳐야한다! 나는 금요일 저녁에 부랴부랴 교보문고 드림.. 그 뭐더라, 여하튼 드림스 컴 트루 나를 지켜줄거야~ 그걸로 책 주문해서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밥먹고 부랴부랴 또 서점에 걸어가서 찾아가지고 백화점에 가서 먹을거 잔뜩 사가지고 집에 가서 또 부지런히 먹은 다음에 책을 챙겨 나오는데... 약속 시간까지 두세시간 남았으니 책을 읽게쒀! 완전 정복! 이렇게 된것이다.


잠실에서 약속이 있던 터라 잠실의 한 까페에 도착했다. 날이 더워 시원한 쥬스를 마시고 싶었는데 오늘 아직 한 잔의 커피도 안마셔서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절실하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것인가.. 둘 다 선택한다!! 예전에 엘에이 리치걸이라는 로맨스 영화가 있었는데(별 거 다 본 사람), 나는 그렇다면 서울 리치걸...



그러나 약속 시간이 다 될때까지 책을 다 읽지 못했고, 나는 다음날 다시 책을 들고 나간다. 더웠다. 시원한 음료가 먹고 싶은데 아메리카노도 마셔야겠고.. 그래서 또!! 둘 다 선택한다!! 이것도 원하고 저것도 원한다면, 다 가져버렷!!



1인 2음료를 시켜두고 부지런히 읽고 메모도 하고 그렇게 나는 책을 다 읽어낸 것이다. 만세!! 

그리고 책이 좋아서 이건 재독할 예정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롱~
















완전히 다른 얘긴데, 

나 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제목이 안외워질까. 미치겠다. 이거 절대 제목 안외워지고 자꾸만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라고 하고 있어 ㅠㅠ 날 어떡하면 좋아요? ㅜㅜㅜ







《시민의 한국사1》은 국사와 세계사를 정말이지 전혀 모르는 내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 도움이 될 것같다는 생각에 샀는데 사이즈에 놀라버렸네. 그런데 내가 이런 생각으로 사둔 국사랑 세계사 책이 집에 많이 쌓여있다는 건 비밀이다..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돼.....


《지금 여성》은 이 인터뷰를 보고 사게 되었다.


오 이 학자가 쓴 책이 있어? 하고 검색해서 사게된 건데, 인터뷰에 나온 것처럼 정말 지도와 그래프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이렇게 네권의 책을 샀는데, 아이참, 또 이런 책들이 갖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나 왜 이런책 갖고 싶지? 사실 아직 상품권... 십만원 정도 남아있어서 충분히 살 수 있긴 하지만, 이 책들.. 단가가 너무 세서(단가 is strong) ㅠㅠ 이거 사면 너무 내 상품권 훅 끝나버려 (the end)ㅠㅠ 

살까

말까

살까

말까



이래서! 리뷰대회 1등이 시급하다. 1등 해야하는데, 그런데 자유죽음 읽고 참 좋았지만.. 역시 나는 각잡고 리뷰는 쓸 수 없다 생각하게 되었고, 또 마감날 리뷰 올라오는거 보니까 절망이 내게 닥쳐와... 1등......... ㅠㅠ 킨포크........ ㅠㅠㅠㅠㅠ 진짜 뜻대로 되는게 너무 없는가......


그리고 이런 책도 사고 싶다.


















맨날 뭐가 사고 싶고 읽고 싶고...

왜그래?


한국에서는 지난주에 책 샀다고 이번 주에 책 사기를 중단합니까?



이만 총총.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2-08-24 11: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역시 서울 리치걸..
음료를 한 번에 두 개 시키는 건 생각도 못한 일이에요.

그에 비하면 책 사는거야 뭐.

다락방 2022-08-24 11:38   좋아요 4 | URL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자! 1인 2메뉴를 주문할 때면 언제나 그 문장을 생각하곤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24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진심이신 분!!ㅋㅋㅋ
1인 2 음료의 열정처럼 뜨겁고 시원함의 반전을 다 가지신 분이니 분명 좋은 결과 있을껍니다.
잠냥님 아마도 긴장하고 계실지도??ㅋㅋㅋ
저는 <자유 죽음> 리뷰 좋았었어요^^
그 제목 길고 이과 천재들 나온다는 책은 다른 리뷰어들도 만만찮아 심사위원들의 취향이 어떠실런지 모르겠지만 전 그것도 괜찮았어요.ㅋㅋㅋ
전 무조건 괜찮았어요!!!ㅋㅋㅋ
전 영원한 다락방님 리뷰 딸랑이랍니다^^
제가 심사위원 자리에 앉았더라면...무조건인데!!!!
결과가 기대됩니다. 힘 내세요♡

다락방 2022-08-24 11:37   좋아요 4 | URL
이번 리뷰를 쓰면서 생각했습니다. 리뷰는.. 내 길이 아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안되겠다, 리뷰는.. 난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 전... 아닌 것 같아요, 책나무 님. 이렇게 가끔 도전하면서 아 역시 나는 이쪽은 아니구나, 깨달아 가는 것도 인생의 한 과정이라고.... (응?)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8-24 11: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한꺼번에 리뷰가 쫙 올라온 거였군요. 저는 비록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리뷰만으로 좋은 책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더 사시기 위해서라도 리뷰대회 1등하시길 기원합니다~
<시민의 한국사> 사신 걸 보니 흐뭇하네요. 읽어도 주시면 좋구요~ㅎㅎㅎ

다락방 2022-08-24 11:36   좋아요 3 | URL
아니 책 사면 다 읽어내지도 못하면서 왜이렇게 책을 또 사고 싶죠? 지금도 또 정신을 잃고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어요. 저 어떡해요? ㅠㅠ
시민의 한국사 기필코!! 읽어내도록 하겠습니다!! 저 진짜 역사 공부 해야되는데요 ㅠㅠ

blanca 2022-08-24 1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러다 정말 1등 가는 거 아닐까요? 저는 이런 욕망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다락방님의 모습이 좋더라고요.

다락방 2022-08-24 11:26   좋아요 2 | URL
아.. 저는 수상할만한 리뷰를 쓰는 사람은 못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 역시 저의 적성은 페이퍼인듯 합니다. 껄껄.
그래도 도전하지 않는 것보다 나았다, 라고 스스로 쓰다듬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하하하하하

mini74 2022-08-24 1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죠 이렇게 재미있는데!! 1등 줍시다 다락방님 ㅎㅎㅎ 넘 재미있게 읽다가 마티스 수첩에 침 좀 흘리며...그 수첩에 제 침 묻었을거예요 죄송해요..넘 예뻐요. ㅎㅎ

다락방 2022-08-24 12:32   좋아요 2 | URL
역시 저는 이렇게 막 쓰는 페이퍼가 체질에 맞아요. 아주 딱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마티스 수첩은 알라딘 연말굿즈였어요!!

얄라알라 2022-08-25 15:05   좋아요 1 | URL
글쵸 글쵸 넘 재밌어요 ㅋ

잠자냥 2022-08-24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는 지난주에 책 샀다고 이번 주에 책 사기를 중단합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알라딘 서재 명언으로 남겨둡시다. ㅋㅋㅋㅋㅋ
아, 빵빵 터지네요. 단가 is strong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감날 올라오는 리뷰 홍수 보면서 절망하는 다부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24 13:53   좋아요 0 | URL
자유죽음은 정말이지 제가 쓸 때만 해도 리뷰가 별로 없었단 말이지요. 마감날 올라오겠지...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마감날 정말 또 미친듯이 올라와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헉 스럽고 말입니다?

여하튼 제가 또 책을 사가지고 말이죠 오늘 배송될 예정입니다. 책을 샀고 배송될거란 건 알겠는데 뭘 샀는지는 모르겠네요? 껄껄..

잠자냥 2022-08-24 15:16   좋아요 1 | URL
진짜 마감날 올라오는 리뷰들 보면 허걱-스럽죠? <자유죽음>은 저도 책이 소설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가...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30개는 거뜬히 넘더라고요? ㅎㅎ

다락방 2022-08-24 15:20   좋아요 2 | URL
자유죽음은 진짜 ㅋㅋ 몇 개 안되길래 오호라~ 이건 좋았어~ 미달로 되겠다!! 막 이러고 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아- 리뷰들이 다 작정하고 썼더라고요? 왜 안그렇겠어요. 50만원인데.... 그러니까 나도 썼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아~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 2022-08-24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베뤼 리치 걸! 베리 스트롱걸! 고정관념 없는 걸!ㅋㅋㅋㅋㅋ 사랑해요💕부장님💪 자신의 멋진 길을 가✌🏻

다락방 2022-08-25 07: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베뤼 리치 걸 다락방은 양꼬치 먹고 이제 집에 간다 둠칫 두둠칫 ㅋㅋㅋㅋㅋㅋㅋㅌㅋ

- 2022-08-24 22:0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베뤼 배부른 걸 ㅋㅋㅋㅋ 두두둠칫!!

바람돌이 2022-08-24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틀 연속 1인 2메뉴를 시킬 수 있는 다락방님의 경제력과 담대함에 감동받았습니다. ^^

다락방 2022-08-25 07:53   좋아요 1 | URL
제가 세상을 다 가져버리겠습니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8-25 15:07   좋아요 1 | URL
1인 2메뉴 동시 주문에 모두 놀라셨으나
콕 집어 경제력까지 말씀하신 분은 바람돌이님 ㅋㅋㅋ
아, 여기 너무 재밌어

다락방님은 활자로 즐거움을 주시는 분,
적성 재능 특장점
확실하심 ㅋ

거기에 리뷰까지 가져가시면 넘 욕심쟁이 되시는 거 아닌가요

2022-08-25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8-25 11:01   좋아요 0 | URL
아니, 이게 누굽니까! 잘 지내고 있어요?

2022-08-25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신중지 - 재생산을 둘러싼 감정의 정치사 Philos Feminism 8
에리카 밀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의 몸으로 겪어내야 하는 임신과 출산에는 남자가 없었고
임신중지의 수치와 수치주기, 국가의 생존에 대한 강제에는 남자들이 있었다.
임신중지로 우리가 당연히 느껴왔던 것들은 실상 우리의 것이 아니어도 됐다고 말해주는 필독서.
내 몸의 주인은 나다.

다만, 툭툭 걸리는 문장들이 아쉽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2-08-24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벌써 다 읽으셨다니...!

다락방 2022-08-24 11:45   좋아요 1 | URL
아 속이 다 시원합니다. 이제 다른 책들 읽을거에요. 꺅 >.<

거리의화가 2022-08-24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번 달도 고생하셨습니다^^ 임신중지로 느껴온 수치들. 왜 여성만 그런 것을 느껴야 하는지 느낄 수 있게 만든 책이었어요.

다락방 2022-08-24 11:45   좋아요 1 | URL
네, 국가적으로 조정하기도 하는 걸 보니까 너무 징그럽더라고요. 이놈들아, 대체 여자들한테 무슨짓을 하는거야! 하고 말이지요. 으..
거리의화가 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책읽는나무 2022-08-24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 중단 시기에도 많은 책을 읽어 내셨군요.
대단하십니다^^👏👏👏

다락방 2022-08-24 11:46   좋아요 2 | URL
많지는 않고요. ㅠㅠ 이번 달엔 진짜 책 적게 읽었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기는 제일 많이 샀는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2-08-25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 지금 봤어요! 완독 축합합니다. 홀가분한 그 기분, 부럽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25 11:01   좋아요 1 | URL
너무 좋아요!
근데 저 읽을 책이 산더미에요.
9/3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 친구랑 각자 서로 읽을 책 두 권 정해줘가지고 ㅋㅋ 그 날까지 완독하고 가야해요. 못하는 사람이 술 사기로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롱 2022-08-25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완독!! 축하합니다!
전 이제서야 시작했는데 막 달려서 주말에 끝낼 참이에요, 다른 분들 리뷰를 보니까 읽기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합니다 ㅎㅎ

다락방 2022-08-25 14:29   좋아요 1 | URL
오오 등롱님, 화이팅 입니다. 계획하신대로 주말에 끝내실 수 있기를 바랄게요. 빠샤!!

수이 2022-08-28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릭방님 저는 마지막 말씀하신 툭툭_이 너무 많이 걸려요 ㅠㅠ 괴로워요

다락방 2022-08-29 12:17   좋아요 0 | URL
저도 번역이 너무 아쉬운데 번역이 아쉬운건지 원문이 아쉬운건지는 모르겠네요 ㅠㅠ
 

피씨의 화면보호기에서는 시간을 나타내고 있었다. 05:37 이었다. 사실 나는 오후 시간을 쓸 때 17:37 로 쓰는 쪽이 더 편하다. 오전인지 오후인지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건 대학시절 편의점 아르바이트 할 때 습관이 들어서 그렇다. POS의 시간이 항상 저렇게 표기됐던 것. 그 때부터 지금까지 오후는 12시 이후에 숫자를 계속 붙여나간다.  13시, 14시. 그런데 지금 하려는 얘기는 그 얘기는 아니고. 05:37 나는 숫자로 사람을 떠올린다. 05:37 이라고 하면 5와 3과, 7이라는 숫자가 누군가를 화악- 기억나게 했다.


그로 말하자면 그러니까, 아마도 소설 속 표현이었으려나. '낮은 웃음소리'가 뭔지 알게 해준 사람이었다. 언젠가 수화기 저쪽 너머에서 웃는데 그 소리가 정말 낮은거다. 근데 그게 너무 좋은 거다. 같이 마주보고 대화를 나눴을 때, 그는 나의 목소리가 좋다고 몇 번 얘기했었지만,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좋다고 생각했던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그렇게 낮게 웃는 소리를 듣는데 가슴 속에 몽글몽글 어떤 따뜻함이 싸악 퍼져나가면서, 그 웃음소리를 더 듣고 싶다, 또 듣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눈을 질끈 감았었다. 그는 혼자일 때도 있었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도 있었는데, 직장내에서는 직급이 있는 편이라 나랑 통화를 하다가도 업무적으로 어떤 일이 생기면 목소리와 말투가 확 달라지곤 했다. 나는 그게 또 그렇게 좋았다. 그가 지금 저쪽 세계에 있는데 이쪽 세계에 있는 내게 접근하고 있다고, 접속하고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는 내게 더러 '너랑 이야기 할 때만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라고 말했고, 키우는 금붕어에 내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말했다. 그 금붕어는 지금쯤 이미 죽어 흔적 조차 사라졌겠지? 그 금붕어가 육체적으로 먼저 사라졌을까, 나의 존재가 그의 마음에서 먼저 사라졌을까? 5와 3과 7은 그를 생각나게 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5와 3과 7은 그 사람이 떠오른다. 아마 그조차도 알지 못하게 나는 그를 그 숫자들로 기억하고 있다. 기억하려고 기억한 게 아니라 그 숫자들과 자동연상이었다. 나는 그의 꿈을 꾼 적도 더러 있었다. 


한번은 뉴스를 보다가 그 사람 생각이 났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직접적으로 관련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그 당시에 있었고, 그래서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물으면 그가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 한가운데에 있을것이니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물어야 할까. 그렇지만 안부가 궁금한데, 하던 차에, 바로 그 때 그로부터 문자가 왔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간단한 문자였고, 나는 그 문자를 받자마자 벽에 기대어 선 뒤에 스르륵, 주저 앉았다. 그런 일이 있었다. 



5와 3과 7이 나로 하여금 그를 생각하게 하였다면, 그를 생각하면, 아아, 어쩔 수 없이, 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이 떠오른다. 신호등, 횡단보도, 부겐빌리아 넝쿨.


















엄마 말에 따르면 나는 그때까지도 건널목에서 꼭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건넜다고 했다. (중략)오크우드 애비뉴에서 모퉁이를 돌면서 나는 충동적으로 조지 오빠의 손을 잡아 버렸다. 곧바로, 내 손을 꽉 잡는, 손가락들. 태양. 진분홍 무더기를 이루며 창문 위로 드리워진 더욱 탐스러운 부겐빌레아 넝쿨. 그의 따뜻한 손바닥. 인도에 웅크리고 앉은 오렌지색 줄무늬고양이. 낡은 검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 활짝 열리는, 도시.

우리는 인도에 도착했고, 손을 놓았다. 얼마나 바랐던가, 바로 그때,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p.88)



바로 그 때문에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바랐던 때가, 내게, 있었다. 

도시가 활짝 열렸던 적이, 내게, 있었다.

치킨을 앞에 두고 심장이 펄떡 거렸던 때가 있었다.

그는 내 앞에 마주 앉아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아주 많이 흘렀다.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 이벤트로 당시에 5천원권 파리바게트 상품권을 주었더랬다. 나도 책을 사고 그 상품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SPC 불매하는 사람이 되어 파리바게트의 소세지빵이 먹고 싶지만 사먹지 않고 있다. 시간은 이렇게나 많이 흘러서 파리바게트 불매하는 사람이 되었어, 내가. 너는 어때? 파바 불매하니?



종종 생각했다. 우리가 조금 멀었을 때가 더 좋았다고. 우리가 가까웠을 때, 하루에 가장 많이 대화를 하는 사람이 서로였을 때, 그 때에는 그게 그렇게 좋았는데, 그랬기 때문에 우리가 멀어졌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 조금 전으로, 그렇게까지 대화를 많이 하진 않는 쪽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출근해서 말을 걸고 퇴근할 때 인사를 하는, 그런 식으로까지 친해지지는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랬더라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이어져있을지도 모르는데. 너는 그쪽 세계에, 나는 이쪽 세계에 있을 때 우리는 가장 좋았던 것 같아. 우리가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이 말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가슴 속에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부겐빌레아 넝쿨을 품은 채로, 우리의 손이 서로에게 닿아있었던 것만 기억하면서 조금쯤 긴장하고 조금쯤 먼 사이로 그렇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멀어지고나면 가장 가까웠던 시간이 없는 편이 나았을까, 생각하곤 한다.



나였어서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생각한다. 받아놓고 좋아했던, 가슴 뛰는 사진이지만, 그걸 갖고 있는 건 어쩐지 그러면 안되는 일 같아서 바로 삭제했던, 바로 그런 사람이어서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아마도 네 인생의 복이었을 것이다. 그 사진, 으윽, 안타까워하면서 지웠다. 우리가 가까웠을 지언정, 내가 너의 그런 사진을 갖고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와, 진짜 잘 늙고 있다. 대단한 중년이야, 나는. 한때 너와 가까웠던 나는 이렇게나 더 근사해지고 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2-08-23 16: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 사람 금붕어 이름 다락방이었어요? 어머나.. 지금쯤 다부장 되어 있을 듯.

아른 글에 이런 댓글 달아서 미안합니다. 그럼 이만-

다락방 2022-08-24 08:06   좋아요 0 | URL
금붕어는 죽어 사라진지 오래일거예요. 금붕어의 상태는 없음...
나도 그에게 없음.....

얄라알라 2022-08-23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윽...아름답고 슬프고 레몬케이크.새콤시큼하고.달달하고

다락방 2022-08-24 08:06   좋아요 2 | URL
아, 저 책에 진짜 엄청 빠져서 살았더랬어요. 책과 나의 상황이 맞물리는 경험들이 종종 있는데, 저 책을 읽을 때가 그랬네요. 크-

거리의화가 2022-08-23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예전 추억 하나쯤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문단, 그리고 문장 정말 멋져요!!!

다락방 2022-08-24 08:07   좋아요 1 | URL
저는 추억만으로도 인간은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답니다. 후훗.

청아 2022-08-23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너무 좋네요! 뉴스에 어떤 일에 관련되었을지 모를 그 사람이 염려되었는데 마침 그에게서 문자가 온다면 일단 문제적 상황은 배경이 되고 설렘이 클 것 같아요. 소설 한 토막을 읽은 것 같습니다. ^^* 다락방님 목소리도 근사함요!

다락방 2022-08-24 08:0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미미 님. 내가 상대를 걱정하는데 상대는 내가 걱정할 것을 알아채고 말해주는 것. 이것은 설렘이고 벅참이지요. 그 불안한 상황속에서도 제 마음은 좋았습니다. 오래전 일이네요. 후훗.

책읽는나무 2022-08-2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였어서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생각한다.
.......
저도 마지막 문장들 속 다락방님 생각들과 그런 선택들이 넘 좋네요.

다락방 2022-08-24 08:08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사람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인생에 있어서 정신적으로 삶의 질이 가장 높았던 때가 나를 알고 지내던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2-08-23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인생의 복이었던 나를… 너도 지금 생각하고 있니? 흐미….

다락방 2022-08-24 08:08   좋아요 0 | URL
정작 그사람은 나를 잊었을 뿐더러 한 번도 복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건.. 아닐까요? 하하하하하 (낭만 파괴)

바람돌이 2022-08-2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어진 옛 애인에 대해서는 짜증밖에 안 남은 저에게는 너무 너무 부러운 추억과 마무리!!! 아 질투나잖아. 아직도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바라던 그 마음이 되살아나기도 하는거 말이죠.

이 글 읽는데 왜 제 맘이 설레죠? 아 나 좀 있으명 중년도 아니고 노년이야...ㅠㅠ

다락방 2022-08-24 08:10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 님, 저는 헤어진 구남친들을 좀 끔찍하고 징그럽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 남자에 대해 애틋할 수 있는 건, 저랑 애인이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구남친들이란 원래 끔찍하고 지우고 싶어지는 존재 아니겠습니까. 후훗. 아주 가깝지 않아야 아름다운 관계로 남는 것 같아요. 하아-

얄라알라 2022-08-2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시 이 글 읽어봐도, 벽에 기대어 주르르 앉은....그 대목, 저는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지라 그렇게 누군가와 연결되었을 때 바로 기억이 몸짓으로 표현되는 관계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부러운 거죠 ...

다락방 2022-08-24 11:47   좋아요 1 | URL
아, 저는 그런 식의 기억이 몇 개 더 있어요.
누군가가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그 마음이 너무 커서 일요일 한낮에 소파에 앉아서 울었거든요. 그 사람은 그런 몸짓으로 기억돼요.
 















수치는 누군가가 사회적 존재로서 처참히 실패했음을 나타내며, 따라서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감정이다. 수치스러워하는 주체는, 스스로 인지하는 자기와 이상적 타자, 즉 되고 싶은 자아상 사이의 단절을 겪는다. 그는 그 자아상을 향해 가려는 한편, 자기를 거기에 반한다고 평가한다. -p.177-178



어젯밤 자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수치에 대한 가장 적확한 설명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스스로 인지하는 나와 되고 싶어하는 나 사이의 단절,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드는 감정, 수치. 수치야말로 그런 것이다. 수치는 그럴 때 쓰는 단어이다. 맞아, 바로 이게 수치야! 아, 너무 수치스러워 할 때의 나는, 현재의 나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어떤 이상과 지금 다른 식의 상황이 나에게 펼쳐졌으므로. 덧붙이자면, 그래서 성희롱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은 잘못된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성희롱의 잘못을 피해자에게 입히는 단어가 아닌가. 내 이상은 성희롱 당하지 않는 나인데 현실은 성희롱 당한 내가 있어 수치스러운 것인가? 이것은 너무나 이상하다. 수치 라는 단어가 대단히 잘못 적용된 상황이라 보겠다.



비혼 이면서 자녀가 없는 친구들과 때로 우리가 이렇게 싱글로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우리는 출산과 육아를 선택하지 않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살것인가와 더불어 만약 혹여 지금 임신이 된다면? 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 이제 나이가 나이니만큼 임신 자체가 힘들기도 하겠지만, 임신을 한다면 출산 자체도 힘들어질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만약 비혼모로 아이를 낳게 된다면, 사실 지금이 제일 적당한 때가 아닌가 말이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비혼모에 대한 시선으로부터도 구속되지 않고, 게다가 내 경우엔 가족 구성원들도 모두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아빠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축복해주고 예뻐해줄 터였다. 혹 이십년 전쯤이었다면 우리 엄마도 딸이 결혼도 안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을런지 몰라도 지금은 당당해져 있는 것 같다. 낳으면 키워줄게! 라고 하시니까. 모든 사회적 여건이 이제 아이를 낳아도 좋을 때라고 말하는데, 그런데 육체적으로 노쇠하여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 내가 조카들 어릴 때부터 같이 생활해보니 아이를 낳는 것뿐만 아니라 키우는 것도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체력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하도 조카들을 예뻐하니까 어느 하루는 이모가 내게 물었더랬다. 너 그렇게 아이 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예뻐하는데 네 자식은 안낳고 싶니? 이미 성인 아이 둘이 있는 이모인데, 내가 "이모, 조카랑 내 아이는 다르잖아, 나는 걔한테 붙들려 있어야 되고 너무 힘들잖아" 했더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는 모든 면에 여유가 있어서 지금이라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러나 아이 낳기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계속 여행도 다니고 싶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다. 간혹 텔레비젼 틀어두고 와인도 마시고 싶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떨면서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싶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얼마간은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할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 나는 아이 낳기는 역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 얘기가 나오면 엄마, 나는 구속 받기 싫어 자유롭고 싶어! 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러면 엄마는 내게 말씀하신다. "너 여태 계속 자유로웠잖아!" 


그렇다. 나는 여태 계속 자유로웠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자유로워도 되는거잖아?

지금까지 자유로웠고 앞으로도 자유롭기를 택하는 나는 이기적 쌍년인가?



에리카 밀러는 이 책의 초반에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에 만족했던 여성에 대해 얘기한다. 임신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임신중지를 했고, 그래서 좋았던 여성에 대해서. 이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자연스런 수순이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아무것도 지적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임신중지라면 얘기는 다르다. 피임하지 못한 여성, 생명을 죽인 여성에 대한 비난은 반임신중지 입장의 것이라면, 아이를 지금 키울 형편이 안되니까, 모성을 포기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를 낳으려고 선택하는 거니까 라며 임신중지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임신한 여성에게 불편한 마음을 강요한다. 네가 낙태를 했다면, 그것이 어떻게든 너에게 좋을 리 없지. 그것은 고통스럽고 트라우마를 남길 거야, 그게 아무렇지도 않을 순 없는거야, 네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으니까. 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어쩔 수 없이 지운거잖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 그래서 사람은 사회화 된다. 온전히 나로서 존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내가 주체적이라고 해도 아무리 내가 내 고집대로 행동한다 해도, 거기엔 이미 이 가정에서 자라 이 학교, 이 직장, 이 나라 그리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 가운데에서 살아왔던 내가 있다. 차곡차곡 사회가 내게 보여주는 것들은 내 안에 쌓여서 내 생각이 되고 내 기준이 된다. 만약 내가 이십대에 임신을 했다면 임신중지를 선택했을 것이고,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그것에 대해 엄마를 비롯한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일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로 처리(?)를 한 후, 내내 가슴에 담고 살았을 것이다. 혹여 누군가에게 그걸 들키기라도 할까봐 걱정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자라면서 보아왔던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책에서는 그것을 감추지 않으면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것처럼 그려왔으니까.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 스타킹 훔쳐보기 시리즈 중에서도, 결혼 전 낙태했던 여자가 결혼 후 유산을 하게 되었는데 그걸 남편이 알고 폭력을 휘두르는 이야기가 나왔더랬다. 결혼 전 임신사실, 임신중지의 사실은 결코 결혼할 남성에게는 밝혀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사회화 되었었다. 뭐, 지금은 배째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건 이만큼 살아온 그동안의 시간이 나에게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의 4장 <수치스러운 선택> 에는 임신중지를 줄이고자 하는 호주의 정치인들 얘기가 언급된다. 그들은 무엇보다 '십 대 엄마'를 비난하며 그 수를 줄이고자 했다.



1970년대부터 '십 대 엄마'라는 인물형은 유독 '과도한 재생산적 신체'로 비난받았다. 십 대 엄마는 성적 미성숙이나 무책임과 연결되며, 특히 신자유주의적 통치가 확산됨에 따라 복지에 의존하는 계층화된몸이 되었다(2장 참고). 임신중지 법의 자유화가 진행된 이래 십 대 임신중지 ·모성 이라는 국가적 '수치'를 해결할 방책으로는 성적 억제라든지 피임기구 사용을 다루는 도덕교육이 제안됐다. 

십 대 임신을 막겠다는 발의들은 임신한 십 대가 아이를 낳든 임신중지를 하든 상관없이 실패자라고 전제한다. 임신중지를 사회문제로 구성하곤 하는 토니 애벗은 이런 수사를 사용했다. "십대의 난잡한 성생활을 억제하고 '속도위반'하는 십 대를 막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면 임신중지도 줄고, 따라서 트라우마를 겪는 젊은 여성도 줄고, 역기능 가정dysfunctional family도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애벗은 모든 십 대(여성)의 성적 행동을 '난잡'하다고 보면서, 순결을 옹호하고 피임을 회피하는 듯하다. 이는 보수적이고, 반임신중지적인 발화의 전형이다. 애벗은 여성의 무책임한 성적 모험이 임신중지로 이어져 트라우마 경험(3장 참고)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건조하게 '역기능'으로 프레이밍한 십 대 모성으로 이어지리라고 전제했다. 그는 임신중지를 십대의 몸과 연결함으로써, 나아가서는 임신중지를 미성숙과 무모함에 연결했다. -p.198



최근에 읽었던 책 '콜린 후버'의 《어글리 러브》에는 아직 고등학교 졸업전에 임신을 해버린 여자와 남자가 나온다. 여자와 남자는 사랑했다. 당시에 그들은 뜨겁게 사랑하며 이 세상에 다시 없을 사랑을 그들이 한다고 믿었다. 조심하느라고 했지만 어쨌든 여자는 임신했다. 남자는 임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는 '착하고' , '책임감있는' 남자여서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해결책을 마련해 여자 앞에 들이민다. 여자는 두려웠다. 함께 사랑했지만 혼자 임신하고 그래서 남자가 떠나버릴까봐 두려웠다. 그러나 이 '착.한.' 남자는 함께 고민해줬다. 그는 아이를 낳자고 한다, 그리고 같이 키우자고 한다, 우리가 함께 갈 대학에서 가족을 받아주기도 한다고, 그런 숙소를 알아왔다고. 그래서 여자는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낳는다. 남자는 낳지 않았다. 여자는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고 엄마가 되었다. 남자는 섹스를 하고 아빠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은 빠져있다. 그러나 그 남자가 여자랑 섹스를 했기 때문에, 그 여자가 남자랑 섹스를 했기 때문에 임신했다. 십대에 임신한 여자는 호주의 토니 애벗 말대로 문란하다면, 십대에 임신하게 만든 남자는 문란하지 않은가? 여자는 난잡하고 남자는 난잡하지 않은가? 여자는 속도위반 했는데 남자는 하지 않았는가? 여자는 무책임했다면 남자는 무책임하지 않았는가? 여자랑 남자가 함께 한 일인데 여자는 무모했고 남자는 무모하지 않았는가? 여자는 미성숙했고 남자는 미성숙하지 않았는가? 




내가 임신을 했다면 그건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사정을 한 남자가 반드시 있었다. 그런데 임신을 하게 되면 걱정도 내몫이고 임신중지를 하려고 병원에 가는 것도 내 몫이고 혹여라도 이 일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걱정하는 것도 내몫이고, 내 뱃속의 생명을 내가 죽였다고 트라우마를 가져가는 것도 내 몫이다. 그러나 이 내 몫의 것들 중에서 내가 '정말' 내 것으로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것들 모두 내가 사회화로 인해 갖게 되는 것들이 아닌가. 혹여라도 내 안에 죄책감도 없고 아이를 죽인다는 것에 대한 고통도 없고, 수술 후에 트라우마도 없다면, 나는 아마도 그런 나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임신중지 하고 나면 다들 괴롭다는데, 그거 죄책감 든다는데, 그거 트라우마 있다던데, 그런데 나는 왜 속이 시원하기만 하지? 나는 역시.. 이기적인가?

사회화는 내게 일어나는 자연스런 감정을 이상한 것으로 몰아가고야 만다. 그래서!


에리카 밀러의 임신중지를 읽는 일은 의미 있다. 나는 여성들이 안전한 섹스를 하고 굳이 임신중지 까지 가기를 원하지 않지만, 혹여라도 그런 상황이 됐을 때, 내 것이 아니어도 될, 수치심을 포함한 과도한 감정들을 품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에리카 밀러가 쓸데없는 고통과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이 책을 젊은 시절에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아 제기랄.. 내가 젊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는 임신중지 하는 여자들의 병원에 같이 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아마 다른 식의 대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때 나는 그 자리에 내가 있도록 한, 부재한 정자들의 주인들을 욕하기만 했다.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들.. 왜 여기에 안나타나냐 씨부럴것들.... 여기 왜 내가 있냐, 내가 사정했냐, 개새끼들...  그 때의 그 여자들을 포함한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모든 여성들이 혹여라도 자신의 것이지 않아도 될 과도한 고통을 끌어안고 산다면(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아주,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수치에 대해 썼지만 선택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책인데, 그런데 이 좋은 내용으로 가득찬 책이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 무슨 뜻인지 단번에 파악이 안돼 재차 읽어야 되는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읽다가 문장들이 툭, 툭 끊긴다. 거기에 스트레스 받아 원서를 구입해 옆에 두고 함께 읽어야 하나도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어느덧 4장을 읽고 있다. 그래도 원서 살까? (사고싶구나...) 



아주 좋은 책이다. 뒷부분 계속 읽을 것이고, 많은 여성들이 그리고 남성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임신도 안하고 그래서 임신중지도 안하는 남성들이지만 임신중지에 말은 보태는 남성들이야말로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거기에 말 보태는 새끼들이 책 한 권 읽는다고 달라지진 않겠지요........



이만 총총.



원서.. 너를 어쩌면 좋으니?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08-23 0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십대 이야기 다시 읽어도 화가 나네요!-_- 임신과 출산 과정에 항상 함께 참여해야 할 남자들의 역할이 빠져있다는 것...!!!
좋은 책인데 저도 제가 좀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고통이나 두려움, 죄책감 등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기적인 여자인가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것은 제 선택이었으나 어쨌든 그것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저를 제 우선순위에 둔 것은 분명했으니까요.
저도 원서를 읽으면 나았나 싶었어요. 하지만 시간 관계상...ㅋㅋㅋ

다락방 2022-08-23 11:18   좋아요 2 | URL
제가 저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이 세상에서 사회화 되기를 저를 우선순위로 놓으면 이기적인 게 되잖아요. 부모를 위해, 남편을 위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여성에게 그동안 너무 당연시되었던 것 같아요.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어디에서든 일단 ‘그 다음에‘, ‘나중에‘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여성에게 임신중지에 대해서는 또 죄책감과 수치심 그리고 고통과 트라우마를 가져가라고 하죠. 후아-
거리의화가 님, 여자들이 아무리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이미 이기적으로 세상을 조정하려 드는 남자들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것 같아요. 우린 더 이기적이 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보다 이기적이 되어야 정치에서도 법에서도 매체에서도 여자들이 더 많아지지 않겠어요? 더 이기적이 됩시다. 더 드러납시다.

얄라알라 2022-08-27 17:20   좋아요 0 | URL
˝Happy˝
에리카 밀러가 의도를 담아 작정하고 뽑아 쓴 형용사인데 번역판에서는 밋밋하게 요 ˝happy˝를 빼버린 건 아쉬워요
저는 원서 없이 번역판만 읽었지만, 중간중간 ‘나라면 이보다 더 잘 옮길 수 있을까?‘하는 표현이나 문장들이 많았답니다. 원어가 궁금한 부분은 있어요

* ‘문화적 수행자‘로서의 태아. 수행자 원어는 performer일까? actor일까?
* 태아적 모성은 ˝fetal motherhood?˝ ˝embryonic motherhood?˝

일단은 몰라도 그냥 지나가야겠어요^^ 8월은 끝나가는 데 갈길이 머네요

이번에 3번째 다시 읽는 셈인데 넘 재밌어요
다락방님께서 판 깔아주신 덕분에 잼나게 공부합니다

다락방 2022-08-29 12:18   좋아요 0 | URL
오 알라딘 세번째 읽는 중이시라니, 너무 대단하세요!
저는 단어 선택 자체보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내가 제대로 이해한건지 혹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때문에 한 문장을 두세번 읽는 경우가 허다했답니다. 덕분에 속도도 느리고요. 원문과 비교해보고 싶지만 막상 사두면 비교할 시간은 없을 것 같아 안사려고요. 흐흐

잠자냥 2022-08-23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지한 가운데 중간중간 역시 유머를 잃지 않은 명페이퍼군요.
저도 자유롭게 사는 이기적 쌍년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자유롭게 살 계획인데, 돌봐야 하는 고양이들이 여럿 생기면서 완전하지 않은 자유에 가끔 현타가 올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아, 애를 낳아 키우는 여자들은 정말 여러 가지로 대단하다 이런 생각도 들고, 왜 임신과 육아는 늘 여성의 몫인가.. 역시 무자식 상팔자다 이런 결론으로 돌아가고는 합니다.

다락방 2022-08-23 11:15   좋아요 3 | URL
아 맞아요. 내가 혼자가 아닌 일단 다른 존재와 함께 산다면 구속력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여행 좋아하던 제 친구도 고양이 때문에 이제 장거리 여행도 못하고 하룻밤 외박도 마다하더라고요. 그 순간 나의 여행보다 나와 함께하는, 내 돌봄이 필요한 고양이가 우선인 것은 집사들의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역시 누군가 돌봐줘야 할 대상이 있다면 구속은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 조카들 예뻐하면서 살려고요. 조카들 예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조카들 너무 예뻐요 ㅠㅠ 너무 사랑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갑자기 조카예찬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8-23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에 이 책을 읽으면서 별로 어려운 책이 아닌데 왜 이렇게 읽기가 힘들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것도 분명 있고요. 거기에 더해 원저자가 중언부언이 많아요. 하나의 일관된 주제아래 논리정연하게 딱 떨어지지 않고 얘기하다가 아 맞다 앞에서 이거 얘기했지만 그 부분 좀 부족했지? 그게 뭐냐면 말이야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러니까 읽는 독자로서는 정신사나운 글이 되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 말은 원서를 읽어도 별로 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ㅎㅎ 그냥 제 생각이고요. 그럼에도 좋은 책이라는 것도 제 생각입니다.
다락방님 말씀하신 죄책감 수치에 대해서는 저는 엄청 할말이 많은 느낌이라 저도 오늘 이 책 끝내고 리뷰든 페이퍼든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

다락방 2022-08-23 11:12   좋아요 2 | URL
저도 번역 문장이 매끄럽지 못해서 턱턱 걸렸거든요. 이게 번역의 문제인걸까 원문이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걸까 생각했고요. 그런데 바람돌이 님 댓글 읽고 보니, 맞아요, 그것도 있어요. 얘기하다가(이건 4장에서) 또 얘기하닥(이건 2장에서) 이렇기도 하죠 ㅎㅎ 저는 내용 자체가 엄청 좋았거든요. 반드시 읽어야 할 내용이라 생각했고 사실 다른 곳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얘기였어서 내용면으로 너무 좋았는데, 문장 자체가 읽기 힘들더라고요. 음.. 원서를 사서 번역본 옆에 똭 두고 읽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

저도 뒤에 조금 남았어요. 오늘 다 읽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지.. 바람돌이 님의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빠샤!!

얄라알라 2022-08-27 17:21   좋아요 1 | URL
아...바람돌이님 거리의 화가님 다락방님 모두 번역문체 불편하셨군요?
저는 제가 이런 분야 글에 친숙하지 않아서 어려운가 했어요^^;

제목만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열배는 재밌었던 책^^

다락방 2022-08-29 12:20   좋아요 1 | URL
저는 정말 문장이 어렵긴 했지만 내용 자체는 너무 좋았어요.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도 했고, 젊은 여성들이 이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더라고요. 혹여 갖지 않아도 될 부정적인 마음들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말예요. 무엇보다 콘돔 사용 안하는 남자와는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ㅠㅠ

청아 2022-08-23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서문에서부터 기분좋게 머리를 한 방 맞은 느낌이었어요. 임신 중지에 대해 수치, 불쾌함, 죄책감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감정들이 모두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니...감정의 정치라는 말도 딱인듯하고요. 글이 읽기 힘듦에도 그래서 이미 별5개라고 생각하고 읽어나가는 중입니다. 요 바로 위의 다락방님 말씀에 공감100(완전 제 생각이라 깜놀함요ㅎㅎ)

이런 어려운 책도 자꾸만 원서와의 비교를 고민하시는 다락방님 늘 존경입니다.*^^*

다락방 2022-08-23 14:16   좋아요 3 | URL
문장이 자꾸 튕겨져나와서 오히려 더 이해가 힘든 것 같더라고요. 내용 자체는 너무나 좋고 어려운 내용이 아닌데 문장 때문에 자꾸 튕겨져 나간다니 짜증이 나서 원서 까지 생각한건데, 거의 다 읽어가는 지금은 안사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나중에 영어 실력이 좋아진다면(그런 날이 올까요?) 그 때 사서 보든지 해야겟어요. 지금은 한글책도 사두고 쌓아두기만 하는데 영어책은 무슨.. ㅠㅠ

저도 아주 당연하게 수치, 죄책감, 트라우마를 가져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순수하게 그게 속이 시원할 수도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걸수도 있고 또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할 수도 있다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어쩐지 분했어요. 도대체 세상이 그동안 여자들한테 뭘 어떻게 한거야! 하고 말이지요. 오늘 내로 다 읽고 싶은데 집에 가자마자 잘 것 같아 조금 더 미룰 것 같아요.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얘기하고 부지런히 알아나갑시다, 미미 님.

책읽는나무 2022-08-23 1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장들이 얽히고 설켜 이 말을 주장하려는 것을 내가 똑바로 이해한 것이 맞는 것인가? 계속 의심하다 보니 자꾸 진도가 안나가고 계속 머리 식힌다고 다른 책 들게 되고, 이 바쁜 시기에 영화를 몇 편이나 봤는지 모르겠네요^^;;; 약간의 나의 자존감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했구요.(어려운 책 읽을 때는 내가 똑바로 독해하고 있는 것인지? 늘 문해력을 의심하게 되더라구요ㅋㅋ)
그런데 중언부언 한다는 바람돌이님의 말씀에...으응??^^;;;;; ㅋㅋㅋ

<나의 블루스> 란 드라마에서 십 대 시절에 임신을 한 경우의 배우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서는 노희경 작가는 여학생은 임산부로 학교에 남아 공부를 계속하고, 남학생은 자퇴를 해서 미래 아기의 분유값을 모으려고 일을 한다는 설정으로 해결했는데 작가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스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십 대들의 임신 이야기가 읽히니 갑자기 드라마 생각이 났네요.
이 책은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좋은 책이에요. 그럼에도 진도가 잘 안나간다는 의견들에 공감 백퍼입니다^^;;;
이제 반 읽었으니 앞으로도 남은 부분들 부지런히 읽어야죠.
잘 읽고 갑니다. 이 책 읽는 동안 많은 도움 얻고 가네요^^

다락방 2022-08-24 08:11   좋아요 3 | URL
저는 다 읽었습니다, 책나무 님! 오늘 출근길에 다 읽었어요. 아주 좋은 독서였습니다. 에리카 밀러가 주장하는 바는 우리 여성들이 그리고 남성들도 당연히! 듣고 생각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쓸데없이 여성들에게 많은 죄책감과 수치를 안겨주었으니까요. 그런 당연한 주장을 듣는 것은 너무 짜릿한 일인데 문장이 툭툭 걸려서 읽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렸네요. ㅠㅠ

책나무 님, 남은 부분 열심히 읽으세요. 저는 맺음말 도 참 좋더라고요. 화이팅!!

- 2022-09-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르으로고 계속 여태 자유로워지실 다락방님께… 수치심!!의 정의 외워야겠어요 ㅋㅋ 맞아 저게 수치심이구나? ㅋㅋㅋ 내가 생각한 수치심은 좀 자기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함 정도 였는 데, 조금 더 수치심 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둬야하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