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 권쯤 더 읽고 시작하려다가 오늘 출근길에 시작했다.

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고 시작하는데, 와, 이번 작가소개는 진짜 뭐라 해야 할까. 음.. 찢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고 이렇게 모여서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냈다는 사실이 가슴 뻐근해졌다.



아.. 진짜 나따위. 

다들 공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나요. 어디 외국까지 가서 공부하고 막 박사 되어가지고 한국 와서 교수 하고 그러면서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으로 뜨겁게 토론하고 그걸 책으로 내고. 아 진짜 미래가 밝다 증맬루. 

나는 외롭고 고독하고 평생 그것을 내가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각오하고 있다.

일전에 사주명리학 공부하는 친구가 원래 무술일주는 고독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 먹을수록 더 그럴거라고.

나는 고독함이 내 숙명이라 생각하고 점점 더 변해가는 나를 잘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고 있지만, 갑자기 또 이렇게 자기 분야의 것들, 자기가 머무는 곳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글을 만나노라니 막 가슴이 웅장해지는 거다. 그래, 인간은, 아니 나는 특히 더, 외롭고 고독하겠지만, 그러나 내 삶이 언제나 외로운 것도 아닐 것이고 언제나 고독한 것만도 아닐 것이다. 나는 혼자로 채워지겠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으로 인해 채워지기도 할 것이다. 뭐 그런 생각이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들었던 거다. 이 똑똑하고 공부 열심히 한 사람들이 가만 있질 않고 뭔가 말하고 써주고 있잖아!!



그렇게 첫번째 '김예란'의 <행복을 향한 그녀들의 움직임:디지털 페미니즘의 정동> 을 읽는다. 나는 분명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책을 시작했는데 처음 등장하는 단어가 '비참의 몸' 이다. 몸, body. 자, 몸에 대해 무슨 말을 하려는걸까? 김예란은 '미투'에 대해 얘기한다. 자신이 집중하는 지점에 대해 이렇게 써두었다.



내가 집중하는 지점은 그보다 훨씬 미세하고도 통렬한 순간, 비참한 몸이 마침내 말을 하게 되는 전환적 찰나이다. 어떻게, 어떤 이유에서 비참했던 몸들이 오랜 동안의 시간을 겪어 보낸 후, 자신을 비난하는 현재의 거짓된 질서에 계속 침묵하는 대신 그에 충돌하는 자신의 진실을 말하게 되었을까?(cf. Foucault, 2014) 미투는 우리말로 번역될 때 "나도 당했다"와 "나도 말한다"라는 뜻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혼용된다. 이 이중 의미 자체가 나에겐 유의미하게 느껴진다. '당했다'라는 몸을 대상으로 한 과거 시제형의 표현과 '말한다'라는 말을 대상으로 한 현재 시제형 표현이 미투에 혼융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간 여성 몸에 가부장적 권력이 지극히 기형적으로 투입되어왔음을, 그리고 그 모순이 임계점에 다다른 오늘날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의 말들이 표출되고 있음을 동시에, 교차적으로 가리키기 때문이다. -p18~19



와. 진짜 너무 좋지 않은가. 내 몸이 '당했던' 과거시제를 '말한다'는 현재 시제로 바꾸는 것이라니.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이런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비참한 몸을 그만두겠다는 표현. 어떤 사람들은 제대로된 단어를 제 때에 잘도 찾아내는 것 같다. 이 통찰이 너무 좋아서 울컥 하는거다. 누가 미투에 대해서 이런 고찰을 할까. 이건 여성이 아니면 안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여성이-김예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생각하고 고심하고 뻗어나갔을 걸 생각하니 정말 뿌듯해지는 거다. 미투 에 대한 고심 그리고 통찰. 

그러더니 김예란은 푸코를 언급한다. 행복의 윤리와 푸코에 대해 언급하면서 도대체 이 글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너무 짜릿해지는 거다. 그리고 이런 글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사실 엊그제 정희진 선생님의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를 읽으면서 나는 정희진 쌤과의 간극은 더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학자는 정희진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알쓸신잡에 도대체 왜 정희진 선생님을 부르지 않는것인지 불만인데, 아무도 정희진 샘같은 넓고 깊은 사고가 되지 않기 때문일거라고 혼자 생각한다. 너무나 뛰어난 학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음, 나로서는 이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도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고-물론 이건 너무 당연하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지는거다. 그건 선생님이 부족한 게 아니라, 내 성향의 어느 부분들과 어긋났다는 것을 뜻하는 거고 그 어긋나는 지점은 점점 더 간극이 크게 벌어지기 시작하는 거다. 어쩌면 그것은 세대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선생님과 세대 차이를 느낄만큼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게 아니라, 지금의 젊은 여성들과의 차이, 그렇게 보면 나는 젊은 여성들의 쪽으로 많이 기우는 것이다. 당연히 내 모든 이상을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대단한 학자가 다 채워줄 순 없을 것이다. 나는 그걸 한 사람에게만 바랄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책,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을 읽기 시작하자, 한 사람으로부터 다 채울 순 없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 부분을 채워주는 다른 사람들이 있어! 막 이렇게 되는 거다. 여러분, 이런 내 마음 알겠어요? 



정희진 선생님이 트위터를 싫어하는 건 강연에서도 언급하신 적이 있어 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인데, 이번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를 읽노라니 관점이 좀 바뀌신 것 같았다.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서 '미투를 포함하는 디지털 페미니즘' 이란 언급처럼, 나는 친SNS 적인건 아니라도 현재의 '젊은 여성'들의 말하기 흐름 이라는 것에 대해 그것이 SNS 에서 표현된다고 해서 결코 가볍다거나 '공부 안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야말로 페미니즘을 온 몸으로 감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디스 버틀러의 책을 설사 읽지 않았다 해도 스스로가 살아온 삶으로 감각하는 페미니즘이 더 깊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페미니즘도 디지털 페미니즘이 되는건 너무 당연한 것 같다. 고작 몇 장 읽었을 뿐인데 정말 너무 좋아서, 앞으로의 내용이 너무나 기대된다. 사실 이 책의 저자들중에는 '교수'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을텐데,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다들 어떤 이야기들을 쏟아냈을까. 


처음부터 한국사람들에 의해 한국어로 쓰여진 책이라 읽기 쉬울 줄 알았는데 결코 그렇진 않다. 천천히 읽고 또 다시 한 번 읽기를 반복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읽어보겠다.



그건그렇고, 어떤 단어가 그렇게 한건지 모르겠는데, 이 중요한 내용을 읽다보니 갑자기 나의 채팅 시절 생각난다. 그러니까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정확히 과목명은 생각나지 않지만 전산 이라든가 컴퓨터 라든가 여하튼 뭐가 있었던 것 같고, 전산실이었나... 거기에서 채팅이 가능했다. 그 때 했던게 스카이러브 였던가? 뭐지? 유니텔도 했었고.. 집에서 유니텔을 하려면 전화사용을 할 수 없고, 전화가 오면 통신을 끊어야 했던 그 시대를 살았었는데, 대낮에 학교 전산실에서는 얼마든지 채팅을 할 수 있었지. ㅋㅋ 처음 채팅을 하면서 상대와 얘기한다는 게 너무 재미있고 신나서 한동안 열심히 하고, 그러다보니 우리 과에는 그렇게 아직 만나본 적도 없는 상대와 서로 사귀는 사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고 그랬다. 또, 만나기 전에는 자신에 대해 한껏 포장했지만 만나고나니 자신이 설명한 외모와 다른 경우에 대해서도 들었었고. 한 친구는 만나기 전에 다정하고 사이가 좋았는데 만나고나니 성폭행을 시도해서 미친듯이 도망쳤던 일에 대해서도 얘기해줬다. 휴.


굉장히 놀라웠던 건,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 남자들이 언제나 만남을 시도한다는 거였다. 좀 친해지게 되고 만나는게 아니라, 지금 대화 시작해놓고 지금 만나! 이러는 것. 그런 대화들 속에서 내가 깨달은 건, 아 이 남자들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 채팅을 하는거구나, 라는 거였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다른 여자들도 남자랑 노는거 재미있어서 채팅했지만, 남자들이 만나고자 하는 여자는 여자인간 이라기보다는 여성 이었달까. 섹스적 의미로 만남을 시도하는 거였고, 처음부터 채팅으로도 음담패설을 하는 남자들도 있기도 했다. 한 번은 내가 무슨 말인지를 못알아들어서-성애적 용어를 내가 몰랐음- 너 이런거 모르는구나? 하더니 남자가 '나는 이런거 아는 여자가 필요해' 하고 나가버린 적도 있었다. 그때도 나는 그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그 남자들은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했고, 가급적 빨리 만나고 싶어했고, 내가 만나길 저어하는 것 같으면 어떤 남자들은 '네 학교에 찾아가겠다' 라고 하기도 했다. 그당시의 나는 그것들을 폭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남자들은 어쩜 하나같이 이럴까' 라는 식으로만 생각했다. 한 번은 한 친구가 갑작스럽게 번개에 응해서 다른 학교 남학생들과 여러명이 우르르 만나 미팅을 한 적도 있다. 어쨌든 내가 대학시절 그렇게 채팅으로 누군가와 재미있게 혹은 재미없게 대화하면서 결심한 건 '채팅으로 남자 만나지 말자!'는 거였다. '인터넷으로 남자 만나지말자!' 이것이 나의 룰 같은게 되어버렸는데, 그러다 나는 좀 다른 남자를 알게 된다.


그 남자를 K 라고 부르자. K 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나와 처음 알게된 건 단체 채팅에서였다. 여러명이 함께 있는 채팅방이었고 거기에서도 여느때와 다름 없이 다른 남자들은 만남을 시도하곤 했는데, K 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K 와 개인 채팅을 하게 됐고, 그것은 가끔 이어졌다. 이메일을 주고 받는 일도 있었다. 나는 대학생이었고 그는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중이라고 했다. 자주 우리는 이메일로 서로의 소식을 전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나는 대학을 졸업해 직장인이 되었고 그는 캐나다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가끔, 그리고 여전히 소식을 전했었는데 그렇게 알게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느날 내가 만나자고 했다. 퇴근 후에 만나자고 했더니 그는 알겠다고 지금 채팅을 그만두자고 했다. 너 만나기 전에 이발하러 다녀와야겠다는 거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 만났고, 나는 친구들로부터 괴물 같은(혹은 찐따같은) 남자들에 대해 많이 들었던 터라, 어떤 기대도 품지 말자고 생각했다. 다만 그가 나쁜남자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에게 만나자고 했던 거였는데, 그를 만나고나서 함께 술을 마시는데, 그가 내게 물었다. 아니 어쩌다가 자기에게 만나자고 하게 되었냐고. 그래서 나는 솔직히 말했다. 너는 다른 남자들하고 달랐다, 다른 남자들은 채팅만 했다하면 만나자고 하는데, 너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내게 말한 적이 없다, 여자 한 번 만나볼라고 하는 뻔한 남자들하고 달랐다, 그래서 만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고. 내 말을 듣고 있던 그가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었으니까 너한테 만나자고 못했던거야. 나도 다른 남자들하고 똑같아. 만나고 싶었어. 근데 캐나다에 있는데 그 말을 해서 뭐해, 만날 수도 없는데."



아????????????????????????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진짜 개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런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역시... 이 놈이나 그 놈이나 똑같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놈은 없는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우리는 사이 좋은 친구가 되고 우정은 한참이나 이어진다. 그는 나의 여자사람친구들과 남자사람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내 남동생도 만났고 ㅋㅋ 내 남동생의 그 당시 여자친구도 만났고. 나는 그가 혼자 사는 집에 놀러간 적도 있고. 아무튼 우리는 길게 길게 알았다. 그 길게 이어진 우정 속에 당연 짝사랑도 있었고, 잠깐 묘한 기류가 있기도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런 일이 있었다. 한번은 친구들과 K 와 함께 놀러간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운전석의 뒷자리에 앉았었는데, 차 안에서 나오는 노래를 다들 따라 부르고 있었고, 그러다가 백미러로 나를 보던 그와 눈이 마주쳤는데, 마주치자마자 그가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생길 정도로 환하게 웃는 거다. 날이 좋았고 차 안에서는 노래가 나오고, 또 그 안에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데 눈으로 나를 보고 활짝 웃는 그 순간의 그의 모습이 진짜 너무 좋아서, 내가 그 날 그 웃음 때문에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네. 그 웃음을 떠올리며 단편 소설을 쓴 적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두자, 이런 얘긴.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엉뚱한 얘기를 하고야 말았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이 놈이나 그 놈이나 다 똑같다, 뭐 그런 얘기다. '넌 달랐어' ... 

안다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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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9-14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르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캐나다가 복병인지라 캐나다가 그를 달리 하게 만들었지만 눈웃음 에피소드는 짱이네요. 영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우리 젊었네요 저런 에피소드들이 한가득해 ㅋㅋㅋㅋㅋㅋ

김예란 글도 잘 쓰고 깊이도 있고 전 좀 반했어요. 다른 책 읽느라 잠시 멈춤 상태인데 저도 다시 펼쳐야겠습니다.

다락방 2022-09-14 09:46   좋아요 2 | URL
그 남자 결혼하고 나서도 연락했었는데 이젠 안하고 있네요. 크- 그 날의 그 미소는 백만불짜리였습니다. 저만 보았던 미소였지요. 한동안 그를 향한 짝사랑에 엄청 시달렸는데, 그가 하던 일 다 때려치우고 공무원 준비 한다고 하는 바람에 사랑이 식어버렸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아직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막 너무 좋아요! 김예란 말씀하신 것처럼 깊이가 있고 그것을 적절한 단어들로 표현한 것 같아서 가슴 벅차요. 그 뒤의 글들도 막 궁금해집니다. 이 책 읽기가 기대돼요!!

- 2022-09-14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웃기죠 ㅋㅋㅋ 푸코는 규범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기 게이 몸에 작용하는 권력을 통찰하고 그걸 철학과 언어로 만들고, 그럼 어떻게 살것인가? 그걸 연구했는 데 ㅋㅋㅋ 남자들은 그걸 신자유주의 권력 통치로, 동성애자 버틀러는 그걸 퀴어이론으로 여성주의자들은 여성의 몸에 작용하는 권력으로 바라보면서 푸코의 방식으로 권력을 사유하고 말해내기 시작했어요!! 푸코를 점점 더 읽어야하는데…. 내 머리… 낮에 쓰고나면 닳아져 ㅠㅠ
(물론 현실의 정치는 이분법적으로 구시대적 권력으로 여전히 권력을 바라보지만….)
그런데 이분법을 경계하고 논의를 납작하게 만들지 말자는 여성주의지식인들이 자기들 말안듣는다고 젊은 여성들이 하는 이야기를 terf 대 교차 로 이분법으로 나눠버리고요 ㅋㅋㅋㅋ 사람들은 또 그런 우리를 랟이라고 하고요 ㅋㅋㅋ 이분법을 만들어서 논의를 납작하게 만드는 건 누구인가…ㅋㅋㅋ
신자유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경험과 몸에서 나오는 쓰여지지 않은 언어들을 혐오로 규정해버리고 신자유주의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누구인가…
희진샘은 최근 책에서 자기도 30년된 자유주의 자장안에 있는 페미라는 자백 (저는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하시는 것 같아서, 저는 쫌 더 믿어보마 싶어졌는데….
그렇지만 누구보다 촉수사유 하시는 다락방님의 이야기 답게, 자신들의 몸에서 나오는 공부를 하는 연구자들의 글이니 신나게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2-09-14 10:50   좋아요 3 | URL
아 쟝님. 저는 정희진 선생님을 계속 읽을 것이고 또 선생님이 그 누구보다 뛰어난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깊이 들어가고 멀리 보시는데 정희진 선생님을 따를 자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누가 정희진 선생님의 학습을, 태도를, 사유를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에게는 정희진 선생님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이건 누가 됐든 마찬가지겠지만요), 그리고 그 점에 아쉬움을 느낀다,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 아쉬운 지점은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 충분히, 차고 넘치게 대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시작하노라니 충만해지는 것 같아요. 늘 느끼지만 제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건 제가 너무 욕심이 많아서인 것 같긴 해요. 저는 더 세게 내달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을 언제나 하고 있습니다. 그 지점에서 제 외로움은 발생하는 것 같고요. 그러나 이렇게 연구하고 발언하는 여성들이 많아서 정말 너무 좋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022-09-14 11:00   좋아요 2 | URL
네, 저는 그것 역시 ‘몸’과 ‘경험’의 다름이라고 생각해요. 연구하고 발언하고 공부하고 여성주의적 통찰로 이제막 시작한 그들이 써낼 글들과 새로운 인식.지식 나와 더 가까울 지식들이 앞으로 너무 기대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써갈 글들도 기대되요! 그러나 이미! 다락방님처럼 쓰고 계셨던 분들도 있어요. (나의 안목 칭찬해)…
비타님이 우리가 정희진을 넘어서야한다고 했는데.. 페미니즘 대중화(ㅋㅋㅋ 그래봤자 한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더 필요해지고 더 확장되어서 더 자기 언어를 많이 갖는 여성들이 되자는 말로 들렸거든요? 저한테는…
근데, 현실적으로는 우리세대는 미디어 환경 때문에 판에박힌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도 해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글쓰기가 더 중요해지고요! 다른 여성들의 다른 이야기를 더 많이 글씨들로 남기면서 공유하고 반목(!)하는 곳으로 알라딘 여성주의 책읽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요즘 너무 가슴이 웅장해집미다.

단발머리 2022-09-14 11:03   좋아요 1 | URL
요즘 많이 웅장한거 같더라구요, 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합니다!! 이 기세를 몰아서 다락방님에게까지 자라납시다!!!! 고지가 눈앞이야, 전진!!!

다락방 2022-09-14 11:05   좋아요 2 | URL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웅장한 마음이 생길 일인줄 몰랐는데, 여성주의 책 같이 읽고 어떻게든 글을 써보도록 하자, 는 것이 돌이켜보니 이리도 웅장한 일이 되어있네요. 나는 어쩌자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증맬루 자랑스럽습니다. 게다가 참여하는 분들이 다들 벌도 없고 상도 없는데 열심히들 해주셔서 ㅠㅠ 또 웅장해지고. 여하튼 증맬루 최고되는 것입니다. 흑흑 ㅠㅠ

단발머리 2022-09-14 11:12   좋아요 2 | URL
정희진쌤 이번책 4권에서요. 여성들의 작은 독서모임, 이야기 하시잖아요. 거기에 희망이 있다. 저는 우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이 생각났어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우리가 같이 읽는 책들이 또 수준이 겁나 높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읽는 일도 대단하지만 여러 이웃님들 글 읽을 때 자주 감동받습니다. 이 퀄리티 어쩔 ㅋㅋㅋㅋㅋㅋ
앞에서 끌고가는 할수있다 다락방님, 온맘으로 칭찬합니다! 다크호스 만자돌이 쟝쟝님, 더 많이 힘내고요!!!

- 2022-09-14 11:10   좋아요 1 | URL
단발: 제가 다부장과 일주일을 함께했잖아요? 그녀는 찐입니다. 진짜예요. 절대 일반 민간인은 그의 체력과 자존감과 촉수사유를 따라갈 수 없음 ㅋㅋㅋㅋ 이미 그렇게 태어남. 본투비다락방. 전 배우긴 하는데 여튼 매우 많이 체력이 안돼요 ㅠㅠㅜ 메뉴 두끼도 어렵고요 ㅠㅠ 어제도 만두 싸옴 ㅋㅋ

단발머리 2022-09-14 11:15   좋아요 2 | URL
참.... 그러니까요. 우리 쟝쟝님 똑똑하고 야무지고 일 잘하고 재미있고 센스있고 내가 겁나 좋아하는 철학적 사유 가능한 사람인데 아직도 촉수사유 다락방님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네요. 일단 체력부터 기르고요. 1인 2메뉴는 찬찬히 도전합시다. 그뒤로도 할거 엄청 많아요. 영어도 해야지, 요리도 해야지, 요가도 해야지 ㅋㅋㅋㅋㅋㅋ 바쁘다 바뻐.

다락방 2022-09-14 11:15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 님/ 그러니까 말입니다. 누가 좋다고 말하기 전에 이미 좋은 걸 하고 있었던 우리인 것입니다!! 만세!!


공쟝쟝 님/쟝님은 무엇보다 메뉴 두 개에 특히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군요. 흐음..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4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권 아직 안 읽었는데 사실 저는 5권도 좋긴 하지만 정희진님 책이라 읽는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새로운 화제가 있었지만 이제 그 분의 말이나 가치관이 익숙하달까.. 새롭진 않은 것 같아요.

상황이 사람을 다르게 만들기도 하는 거죠.
스카이러브.. 세상에 잊고있던 단어고요 ㅋㅋ
다락방님 덕분에 잊고있던 채팅+만남이 생각나버렸네요.
두 번 만났는데 그걸로 완전 충분했던 만남들 --;

저는 싸이월드에 안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ㅋㅋ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읽기 어렵지만 기대돼요.

다락방 2022-09-14 10:52   좋아요 1 | URL
저는 싸이월드가 저랑 잘 안맞았어요. 그래서 활동도 잘 하지 않았는데 ㅋㅋ 그게 다 아는 사람이어서 잘 안됐던것 같아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는 ‘생활인 나‘와 달랐는데, 싸이월드는 유독 ‘생활인 나‘에 집중하는 매체였달까요. 저는 그 지점은 잘 못합니다. 싸이월드 안좋은 추억이라니, 맙소사.. 하하하하.
우린 모두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마다의 추억과 저마다의 흑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저도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빨리 읽고 싶은데 회사라서 초조해요 ㅠㅠ

- 2022-09-14 11:05   좋아요 0 | URL
희진샘이 하시는 말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은 희진샘이 하는 말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안오기 때문입니다 ㅠㅠㅠ 여성주의, 탈식민주의 뭐시기 인식론으로 ‘페미니즘의 도전’을 하는 것 보다, 자본과 미디어 환경이 사람들을 한가지 생각만하게 하는 것이 더 빠르고 더 급속해요. 그게 정희진의 비극 ㅠㅜㅜ 새로운 지식이 필요한게 아니라 (이미 있는)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대중이 필요한 상황인 거 같아요ㅠㅠ 그러니 수하님 글 많이 써요 ㅠㅠㅠ 휘리릭~ 싸이월드 안좋은 추억 썰 풀자 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4 11:15   좋아요 1 | URL
/쟝님 그런 마음으로 계속 읽고는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지만..

싸이월드 추억 따위는 지식에 도움이 안될 것 같습니다만… ㅋㅋㅋ 얼마전 열렸다고 다들 가보던데 저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지요 -ㅁ-

단발머리 2022-09-14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놈저놈 다 똑같겠지만 전 캐나다 그분은 웬지 다른것 같은데요. 본인 입으로 나도 그래... 그랬다는데서 점수 20점 추가.
저도 9월 도서 시작은 했는데 좀 어렵군요. 차근히 읽어봐야겠어요.
캐나다뷰 좋아요. 근데 나무들이 오늘은 싱싱해보이지 않고 좀 피곤해 보이네요. 추석 뒤라서 그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14 11:00   좋아요 1 | URL
K 는 심지어 외모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그를 짝사랑하느라 마음이 좀 힘들었어요. 하하하하하. 다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지만요.

저도 이 책 시작하고 쉽지만은 않아서 재차 읽는 문장들이 좀 많아요. 아마 느린 속도로 이 책을 읽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나다뷰는 제가 곧 또 올리겠습니다. 그 때는 쌩쌩한 상태의 나무들이어야 할텐데요. 껄껄.
열심히 읽어봅시다, 단발머리 님!

독서괭 2022-09-14 16:4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본인 입으로 나도 그래라고 인정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심지어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니! 이것은 완전 로맨스 소설감입니다.

잠자냥 2022-09-14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니텔! *동공지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캐나다뷰가 아니라 캐나다놈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14 14:14   좋아요 1 | URL
유니텔 키즈 아니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14 14:19   좋아요 1 | URL
제 귀에 그 통신 접속할 때 소리가 들려요. 삐-삐삐삐삐삐-------- 파란 화면 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14 14:23   좋아요 2 | URL
동생은 옆에서 전화 써야 된다고 잔소리하고 채팅 상대는 ‘안돼 가지마!‘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14 14:31   좋아요 0 | URL
난 몰라.... adsl 알아~ ㅠㅠ 우리집 컴터도 되게 늦게 사가지고 ㅜㅜ 전화 끊기고 그런거 몰라....... ㅋㅋㅋㅋ

잠자냥 2022-09-14 14:31   좋아요 0 | URL
그럴 때 동생에게 ˝아, 걔더러 삐삐치라고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14 14:33   좋아요 1 | URL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삐삐 몰라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잠자냥...ㅜㅜㅜㅜㅜㅜㅜ 우리 멀다고 나 너무 마음에서 밀어내지마요ㅜ 스무살의 자유 TTL

청아 2022-09-14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을 이제야 봤네요. 읽기 시작하자마자 숨가쁘게 끝까지 쭉ㅋㅋㅋㅋ혹시 k는 지난번 다락방님이 과거 글 다시 올려주셨을때 집에 찾아오신 그 분 아닌가요? 다 읽고나서 단편영화 하나 본 기분이었어요^^*

발췌문 올려주신거보니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기대치 상승입니다. 요즘 나폴리 4부작 조금씩 듣는 중인데요 여성주의 책읽기도 그렇고 여자라서 가능한 이야기들이 요즘 제 삶을 풍요롭게 하네요.>.<

다락방 2022-09-14 14:18   좋아요 3 | URL
미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미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것은 단편소설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웃는 모습 만큼은 K 를 생각하고 쓴 게 맞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부끄럽기 짝이없네요. 도망치고 싶네요. 쥐구멍 쥐구멍 쥐구멍을 찾자. 그러나 쥐구멍엔 내가 들어갈 수 없어. 쥐구멍 너무 작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정말 기대치가 높아졌어요. 작가들의 이력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막 가슴이 뿌듯해지는 거예요. 미미님 읽으시면서 꼭 글 써주세요. 처음 시작할 땐 그렇게 대단한 뜻이 있는건 아니었는데, 그저 같이 읽자, 그런데 어떻게 읽는지 공유하게 쓰기도 하자, 는 거였는데, 막상 이만큼 하고 보니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대단한 일 같아요. 히히 ^_________^

잠자냥 2022-09-14 14:20   좋아요 2 | URL
쥐구멍이라니요! 다부장은 다락방에 숨어야죠!

다락방 2022-09-14 14:23   좋아요 2 | URL
네 쥐구멍이 너무 작아서 발 하나도 안들어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14 14:32   좋아요 2 | URL
다락방 // 발 (x) 발가락 (o)

독서괭 2022-09-14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디지털 페미니즘> 목차 보고 제가 관심가는 꼭지부터 읽어봤는데, 맘스타그램이랑 성착취- 이 두개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들 처음부분이 어렵다고 하시는 것 같아서 ㅋㅋ 포기할까봐 ㅋㅋ 골라 읽었는데 이것도 괜찮은 듯요! 하지만 어려운 내용도 다락방님이 풀어쓰신 글 보면 읽어봐야겠다 싶어져요. 꼭 읽겠습니다>_<
통신 ㅋㅋ 채팅 ㅋㅋ 추억이 많으시네요. 못 만나는데도 계속 연락을 이어갔던 걸 보면 두분이 잘 통했던 것 같은데! 역시 결혼 후에는 연락이 어렵죠 ㅠㅠ 아쉽지만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아무리 다 비슷하다 해도 K는 좀 특별한 걸로!

다락방 2022-09-15 09:29   좋아요 1 | URL
오, 관심가는 꼭지부터 읽는 것도 방법이 되겠어요! 저는 워낙 고지식해서 그런식으로 책을 읽을 생각을 못하네요.꼭 순서대로 넘겨버린다는... 에휴..
푸코의 행복윤리.. 이런거 언급되어서 당황스럽지만 그러나 읽기에 너무 좋은 내용들인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떤 글을 써내실지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후훗.

K는 저에게 좀 특별했던 남자사람이긴 합니다. 제 인생에 특별한 남자사람이 많질 않은데, 그중에 한 명이긴 해요. 가만있자, 한 3위쯤 될듯합니다.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5 10:40   좋아요 0 | URL
오, 저도 관심가는 것부터 읽어봐야겠어요. 앞부분 좀 어려워서...
 
미친 사랑 세계문학의 숲 32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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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의 청년 조지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싱글이다. 변변한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직장 내에서도 딱히 친한 동료가 없으며 퇴근 후에도 만나는 친구가 있다거나 하진 않는다. 게다가 외모도 별볼일 없고 키도 작다. 그런 그가 카페의 여급 '나오미'를 알게 된다. 15세 소녀인 나오미는 카페 여급으로 일해야 할 정도로 집이 부유하지 않았고 배움도 짧았다. 그는 나오미가 예쁘게 자랄 것을 알아보았고 기대했고 그래서 자신이 잘만 서포트 해주면 하이칼라 예쁜 여성이 될거라 생각해서 그녀를 자신의 아내 삼을 생각을 한다. 조지는 나오미에게 이런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나오미도 좋다하고 나오미의 가족도 오케이해서 조지는 나오미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나오미가 열다섯살 일때부터 둘이 함께 동거를 시작한다. 성관계를 바로 한 건 아니지만 그 때부터 나오미의 목욕은 조지가 시켜준다. 그리고 2년후였나 같이 자고. 후.. 나오미에게 선생님을 붙여 영어도 가르친다. 나오미는 조지의 아내가 되었고 조지와 함께 자고 조지의 집에서 먹고 산다. 그러니까 조지가 없었다면 나오미는 교육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며 노동하지 않는한 먹고 사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오미는 조지가 바란대로 지적인 여성이 되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육체적 아름다움만큼 대단한 여성이 되어서 트로피 아내를 간절히 원했던 조지의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내가 나오미를 데리고 외출하면 다들 나를 부러워하겠지? 그러나 나오미는 자라면서 조지의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사달라는 대로 다 사주는 조지에게 무조건 요구하고 조지는 결국 고향에 계신 (무조건 자신을 믿고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시는)어머님께 돈을 달라고 하기에 이른다. 나오미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성적으로도 문란해진다. 조지외에도 여러 남자들과 잔다. 어린 시절에는 '나가' 라는 것이 나오미에게 협박이 되었지만 이제는 '나가' 라고 하면 '나갈게!'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는 나오미가 되었다. 문란한 나오미, 사치스런 나오미가 싫지만, 그런 나오미가 다시 나타나 맨 살을 힐끗 보여주면 또 부르르 떨면서 조지는 그 육체를 원하게 되고 그 앞에 무릎 끓고 우리 다시 부부가 되자고 애원하게 된다.



이게 이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이 책의 뒷면에는 여러 매체의 추천사가 실려있는데 그 중 <타임스>지는 이 책에 대해 '여성에게 굴복하며 기쁨을 얻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성(性)과 결혼 문제를 이야기한 '동양의 D.H. 로런스' 라고 했더라. 이 책의 저자인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탐미주의 소설가로 알려져있고, 이 책 은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표현한다고도 한다. 그래, 다 알겠고, 다 틀리지 않다. 28세 직장인 남성 조지와 15세 가난한 소녀 나오미의 관계가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권력이 조지에게 있었고, 그래서 조지는 나오미를 협박할 수 있는 위치에도 있었다. 그러나 소녀 나오미가 성인 여성이 되어 육체적 아름다움을 갖게 되자, 조지는 엎드린 자세로 그녀를 말태우듯 태우게 해달라고 애원해야 하고 다른 남자들과의 성관계로 괴로워하면서도 그녀를 원하는등, 그 관계에서 '괴로워하면서도' 그녀와 헤어지지 않으려 하며, 상대적 약자의 입장이 된다. 권력은 어느 순간 나오미에게로 이동한다. 성적 매력이 가득한 나오미는 다른 남성들에게 언제든 이동할 수 있고 이제는 조지가 어떤 식으로든 붙잡기가 틀려버린 것이다. 조지의 약자화는 누가 부여한 것이 아닌 스스로 부여한 것이다. 나오미의 맨발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것을 자제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조지는 나오미 앞에 약자가 되지 않았을텐데, 약자가 되면서도 이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그걸 인지하면서도 그 자리에 있고자 하는 그의 약자성은, 그의 다소간의 이상 성욕으로 인한 그 스스로가 부여한 약자성인 거다. 그 둘의 관계에서 어느 순간 권력은 나오미에게 생겼지만, 그러나 그 권력을 나오미에게 준 것은 세상이 아니라 조지인 것이다. 그 육체에 돌아버리는 조지. 여성의 육체에 대해 예찬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이 소설은 그러니 이 책의 뒷면에 실린 추천사들대로 피학적인 관계성을 말하거나 성과 결혼에 대해 얘기한다거나, 뭐 그런 것들이 틀리지 않다는 거다. 그래, 알겠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이 그렇게 읽히지 않았다. 처음 읽는 순간부터 책장을 덮을 때까지, 이 책은 내게 '한없이 찌질한 남자의 자기 열등감 극복 실패기'로 읽힌다. 자, 보자.



이 책은 1925년에 일본에서 발표되었다.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1925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이 소설을 탐미 어쩌고와 굴복 기쁨..이라는 평이 나오게 했을테지만, 나는 이 소설을 필연적으로 '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연결지을 수밖에 없었다. 읽으면서 내내 롤리타 생각이 났다. 게다가 롤리타와 흐름도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롤리타가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보코프는 잊을만하면 '미성년자의 성착취는 어른의 보호가 없을 때 일어난다'는 것을 언급하기 때문이며, '그런 성착취가 없었다면 그 미성년자에게 완전히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 있었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조지는 사회적인 관계가 거의 전멸한 성인 남성이었다. 외모에도 자신이 없었고 친구도 없었고 동료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회사에 출근해 월급을 받고 있지만 딱히 교류하는 인간이 없으니 돈도 차곡차곡 잘도 모았다. 그런 그가 결혼을 하고 싶어지고 마땅한 상대를 찾았다고 생각했을 때, 그 대상은 지독히 자연스럽게도


1. 나이가 훨씬 어렸고(심지어 15세)

2. 가난했고

3. 배움이 짧았고

4. 돌봐주는 어른이 없었다.


위의 네가지는 롤리타에게도 해당하는 것이었다. 돌봐주는 어른이 없을 때, 그 아이는 착취의 가장 우선순위가 된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조지는 제가 원한대로 나오미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목욕을 시켜가면서 밥도 먹이고 공부를 하게 해주고 그리고 섹스를 한다. 물론 '내가 나오미를 잘 키워서 내 신부로 삼고자 한다' 라고 했을 때, 나오미도 그리고 나오미의 가족도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오미에게 이 일은 구원처럼 느껴진다. 나오미가 조지의 말을 듣지 않을 때 조지가 '나가!'라고 하면 나오미는 잘못했다고 빌 수밖에 없다. 만약 이 집을 나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면', 자신은 다시 카페의 여급으로 일하다가 성을 파는 일을 하게될지도 모르고 배움도 없을 것이며, 먹고 사는 일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지는 그녀를 어린 신부로 삼을 수 있었고, 그런 모든걸 너무나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가!'를 협박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거다. 조지가 정상적인, 보통의, 건강한 성인 남성이었다면, '굳이' 어린 여자에게 '굳이' 돌봐주는 어른이 없는' 애에게 구애를 할 필요가 없다. 조지가 자신의 '잘남', 자신도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룸'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예쁜 하이칼라 여성'이 필요했는데, 지금 현재 자신의 상태로는 예쁜 하이칼라 성인 여성에게 말도 붙일 수가 없는거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예쁜 하이칼라 성인 여성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가난하고 배움이 짧고 돌봐주는 어른이 없는 어린 여성이었던 거다. 



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말 너무 찌질하고, 치졸하고, 열등감으로 들어찬 남성이 아닐 수 없다. 이게 어른이라고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소름이 끼친다. 단순히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여학생에게 접근하는 성인 남성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숱하게 기사들을 보게 되는가. 1925년에 소설속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2022년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는 일인거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 성인 남자가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성인여성에게 매력을 어필해가며 애를 쓰고 마음을 얻는 과정을 거치는게 아니라, 가장 약자인 상태의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와야만 가능해지는 거다. 나도 '결혼했고', '아내가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 그는 동년배의 여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게 아니라, 그러지 않아도 이미 가능해지는, '내게 이미 있는 자원(돈, 사회적 위치, 나이)'으로 충분히 조종할 수 있는 약자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세상 찌질한 조지가 꿈꾸는 미래라는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나오미를 트로피처럼 옆에 대동하고 세상을 활보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쑥쑥 자란 나오미가 조지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은 조지의 열등감 극복 '실패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가 애초에 보통의, 건강한, 상식적인 성인 남성이었다면, 물론 애초부터 이 관계가 시작되지 않았겠지만, 이 관계가 진행됨에 있어서도 이제 자란 나오미에게 속절없이 끌려가지 않을 수 잇었을 것이다. 나를 버리지 말라고, 지금처럼 다른 남자들을 만나도 괜찮다고, 이제 어른이 된 여성에게 굴복하는 찌질함, 그 찌질함을 결코 조지는 버릴 수 없고 극복할 수도 없는 것이다. 조지가 힘을 가지고 그 힘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관계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을 만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대가 자신보다 아주아주 약자일 때에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상대가 약자였을 경우에만 그녀의 육체를 탐할 수도 있고 협박이 먹힐 수도 있다. 상대가 이제 조금이라도 자원을 갖는 순간, 조지는 다시 아무것도 아닌 세상 머저리 등신 쪼다 개멍충이 똥멍충이 조지로 돌아온다. 그의 열등감은 극복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극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결코 자신을 좀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거나 성장시켜서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고를 하지 못한채, 그저 가진 것으로 어떻게든 해보고자 한다. 그러니 될 리가 없다. 가진 자원이 내내 그대로 일 수는 없다. 이미 가진 자원은 언제고 바닥나기 마련이고, 그런 상태로 자신의 열등감 그리고 찌질함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도대체 어떤 관계를 펼쳐나갈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다른 어린 여성을 찾는것? 그러기엔 고향 집 어머니 재산까지 다 털어버렸다. 이제 그는 개털이고 쓰레기이며 발전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는 세상 쓸모없는 성인 남성이 되어있다. 그는 그대로 멸망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조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년배에게 접근할만큼 자신을 당당하게 만들거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의지가 전혀 없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필히 멸망할 것이다. 찌질함과 열등감을 가지고 나보다 상대적으로 약자를 찾아 힘을 쓰려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필히 멸망할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나에게는 이 소설이 그렇게 읽혔다.

탐미? 사디즘? 마조히즘? 후훗. 아니야.

찌질한 놈이 열등감 극복에 실패해 필히 멸망하는 이야기.

나는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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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9-13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없이 찌질한 남자의 자기 열등감 극복 실패기‘ 이 책의 에센스네요. ㅎㅎㅎ
그러고 보면 정말 말씀하신 것처럼 <롤리타>가 너무 잘 쓴 작품이긴 해요....

다락방 2022-09-13 11:21   좋아요 2 | URL
제가 조지한테 ‘병신‘이라고 하고 싶은데 이걸 다른 어떤 욕으로 대체할지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욕을 이것저것 다 섞어야 했어요. 너무 찌질하고 멍청하고 열등감 덩어리에 모자란 놈이에요. 어휴..

롤리타는 너무 잘 쓴 작품인데 저는 평론가들이 그걸 ‘진정한 사랑‘이라고 운운하면서 똥칠한 것 같아요. -.-

잠자냥 2022-09-13 17:15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조지였군요. 머저리로는 약하네요. 약해….

다락방 2022-09-13 17:20   좋아요 0 | URL
네, 한참 약하죠. 그런데 다른 적절한 욕을 찾을 수가 없네요 ㅠㅠ

- 2022-09-13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열등감.............. 와.. 열등감 없는 인간이 어딨겠나, 그런데 남자들의 열등감은 왜 더 낮은 여자의 성착취로 이어지는 가. 그것의 변화가 왜 굴복의 기쁨이 되는가. 결국 내면의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람이 추해지는 군요. 그렇다면 오늘 제가 본 기사와도 일맥상통하네요.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이승만 찬양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우파의 길을 갈 것 ㅋㅋㅋㅋㅋ 자수성가한 독서가는 강남 좌파 운동권에 대한 열등감으로 돌아버린 것인...

단발머리 2022-09-13 11:50   좋아요 1 | URL
와... 진짜 왜 책이름이 ‘꿈꾸는 다락방‘일까요? 우리한테 소중한 이름이잖아요, 다락방....
영원히 놓치고 싶지 않은 이름인데... 하필.... 와, 진짜 열받네요!!!

다락방 2022-09-13 12:01   좋아요 1 | URL
책 읽는다고 다 훌륭한 사람 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책을 읽어도 역시 감상은 다양하게 뻗어가는 것인데, 그렇다는 걸 잊고 살다가 이렇게 또 각성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저 어제 정희진 쌤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읽는데 거기에 그런 구절 나오더라고요. 영화 전체가 아니라 어떤 한 장면이 나한테 꽂히고, 그게 나를 말해주는 거라고요. 아마도 이지성이 그동안 읽은 책에서(그런데 정말 많이 읽긴 한걸까요?) 발견한 건, 그게 뭐가 됐든 우리가 본 것과는 다른것인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수성가한 독서가... 뭔가 앞뒤가 안맞는 것 같지만 그를 지칭하는 너무나 정확한 표현이네요. 뭔가, 싫다... 자수성가한 독서가.... 징그럽네요.

이지성은 꿈꾸는 다락방을 썼고 다락방은 이지성을 싫어하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13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페이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비대칭적‘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안 나오고요.
쟝쟝님 말대로 열등감 없는 사람, 성격적 결함 없는 사람 어디 있겠어요. 근데 그거를 이런 식으로 ‘메꿔‘ 나간다는 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화가 나네요. 세 줄 읽고 작가 이름 다시 봤거든요. 다니자키 준이치로네요. 이런순.

그나저나, 욕하기 위해서라도 <롤리타> 읽어야하는데... 저에게는 큰 숙제인 것으로서. 가능할까요, 롤리타 읽기요?

다락방 2022-09-13 12:06   좋아요 1 | URL
대부분의 열등감 극복은 나를 높임으로써 시도되는 게 아니라 상대를 낮춤으로써 시도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상대란 내가 낮춘다고 낮춰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건 필히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소설 속에서도 어린 소녀는 자라 어른이 되었으니까요. 물론 그녀가 가진 권력이라봤자 조지에게 그리고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육체적 매력이 전부였고, 그것은 사실 권력이랄 수도 없는 것이겠지요. 단발머리 님 말씀대로 가장 약해져있는 상대에게 먹힐 수 있는 것들을 그들이 가지고 있다는 거, 그게 너무 화가 나고, 그들이 가진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거 그게 빡이 칩니다...


저는 아주아주 꼬꼬마때 롤리타 읽고서는 제대로 기억도 못하다가 몇년전에 다시 읽은건데요, 제가 들어왔던 그래서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정말 충격이었어요. 저는 그 책을 읽은 평론가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요, 평론가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책을 써낸 나보코프에게도 잘못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는 받아들이고 싶은대로 받아들일테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데, 보고싶은 것만 보는 자들이 롤리타 컴플렉스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그 점이 나보코프의 치명적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mini74 2022-09-1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기보단 트로피를 드는게 더 쉽다고 착각하는걸까요. 지금도 보면 띠동갑를 두세바퀴 도는걸 능력이라 포장하죠. 부러워하고 ㅠㅠ 넘 싫어요.

다락방 2022-09-13 12:35   좋아요 2 | URL
맞아요, 띠동갑에 나이차이 많이 나면 날수록 그것이 남자의 능력을 증명하는게 되잖아요. 너무 싫고 징그럽고 끔찍해요 ㅠㅠ

건수하 2022-09-13 16: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태우듯 태워달라고 애원...
여기서부터 바로 롤리타랑 연결했어요.
저 내용에 어디 탐미적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건지...

한편으로는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도 그게 정말 사랑인가... 전 좀 혼란스럽더라고요.
나이 많고 돈 많은 남자의 어린 백인 여성에 대한 욕망, 가족들이 밀어붙이는 관계, 그러나 둘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랑...

다락방 2022-09-13 17:03   좋아요 3 | URL
남자가 엎드리고 여자가 그 위에 타는 걸 열다섯살 때 데려와서부터 했고 그래서 자라서도 그걸 (남자가)하고 싶어해요. 15살짜리를 아내 삼겠다고 데려와서 목욕시켜주는 것도 정말 토할것 같잖아요. 저는 롤리타도 그렇고 이 소설도 그렇고 이걸 읽고난 후의 남자 평론가들이 자신의 잣대로 평가를 하고 그리고 그 후에 독서가들은 비평가들의 평대로 그걸 읽어가기 때문에 작품의 의도는 고정되거나 잘못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강하게 합니다. 탐미적이라는 것은 그녀의 육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가 자꾸 묘사하며 반하기 때문에, 또 다른 남자 등장인물들도 그녀의 육체에 반하기 때문에 표현된 것 같은데요, 열다섯살짜리 데려와서 그녀의 육체적 매력에 굴복한다.. 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중심일까 하면, 저는 그렇게 읽게 되질 않는거죠.

저는 말씀하신 것처럼 뒤라스에 대해서도 되게 복잡한 감정이고요. 여튼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2022-09-16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6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년 오늘 쓴 글이라고 북플이 보여주네 ㅋㅋㅋㅋㅋㅋㅋ

http://bookple.aladin.co.kr/~r/feed/129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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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9-12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주꾼!!
반숙 계란 후라이 다섯 개!!!ㅋㅋㅋ
밥주걱 하나로 빵 터지게, 청혼도 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사랑스런 능력자!!!!ㅋㅋㅋ

다락방 2022-09-13 11:12   좋아요 1 | URL
2009년이면 가만있자, 13년 전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사IN(시사인) 제782호, 제783호 : 2022.09.20 - 한가위 합병호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고추 흉년에 재개된 '아가씨' 선발대회>란 제목의 기사에서는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소식을 알려준다.오도창 영양군수와 내빈들이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참석한 사진이 기사와 함께 실려있는데 와 너무 징그럽고 끔찍하다. 영양 고추를 널리 알리는 행사에 참가하게 될 아가씨들을 뽑는다는데, '만18세 이상 24세 이하 미혼 여성'만 지원할 수 있댄다. ㅋㅋㅋ 고추 판매하는데 삼십대도 안되고 남자도 안돼 ㅋㅋ 아 너무 징그럽다. 이럴 때 쓰는 더 적합한 단어가 없을까? 누가누가 더 예쁜가 대회 열어놓고 거기 참석해서 박수치고 구경하고 이러는 관객들 보고 있노라니 정말 징그러워. 님들하, 아가씨 선발대회 같은거.. 진작 없어진 거 아니었어? 세상에 고추'아가씨' 라니.. ㅠㅠ


<세상에 이런 법이> 에서는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다. 받지 못한 임금이 밀려 외국인 노동자가 신고하면, 그들을 고용한 사람은 벌금을 내는 편이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계속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남게 된다고. 그러다 포기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단다. 

사실 내가 시사인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은 이런 기사를 보기 위함이다.

내가 전시회를 가고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대부분 내 관심사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시사인을 넘기다보면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이 기사의 말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일제강점기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이해 조선일을 일본 기업 공장에 강제동원하여 종사하게 한 일을 우리는 '강제징용'이라 부른다. 한국 농장과 공장의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16개국 외국 청년들을 한국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게 하는 제도를 우리는 '고용허가제'라고 부른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직접 알선하여 일하게 한 농장과 공장에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출국하는 외국 청년들은 이 제도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일본의 강제징용을 비판하는 우리가 이제는 가해자가 되어 외국 청년들의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56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은 어떻게 기억될까? 낯선 나라에까지 찾아와 일했는데, 그 시간동안 겪어야 했던 것들이 수두룩할테고, 거기에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던 것들까지 포함될텐데, 그런데 일하고 돈 못받아 돈달라고 싸우다가 그렇게 빈 손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한가휘 합병호라 그런지 어쩐일로 정보라의 단편 소설 <상어>가 실려있어 재미있게 읽었고, 손석희 인터뷰도 읽었다. 무엇보다, 정서경 작가의 인터뷰가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서, 글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여러분, 이번 한가위 합병호 시사인 구매하고 읽어보세요! 말이 길었습니다.


이만 총총.



탕웨이 배우와 서래 사이에 공통점이 있나? 서래를 '정확하게' 완성시켰다.


탕웨이 배우는 상자 같다. 안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상자. 모든 걸 받아들여 꾹꾹 눌러 담는 상자. 그런데 사실 탕웨이 배우는 여왕이다(웃음). 뚜벅뚜벅 걸어와서 척, 하고 악수를 청하는데 그 모습을 정말 좋아한다. 시력이 5.0은 돼서 넓은 평야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사람. 처음 탕웨이 배우를 캐스팅하고 나서, '너무 기뻐서 15년 충무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가까이 오라고 하고는 안아주더라. 근데 보통은 자기가 다가와서 안아주는 거 아닌가? 포옹을 하사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너에게 축복 같은 포옹을 주리라(웃음).' 그러면 우리는 또 너무 겸손하게 포옹을 당하는 거다. 그런 사람이다. -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72 (정서경 작가 인터뷰 中)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인간 본성에 반하는 일이다.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으면 우리 뇌가 여러 가지 생각들을 내보낸다. 어제 만난 그 사람은 성격이 왜 그럴까부터 시작해서 어렸을 때 일, 내가 왜 그때 그 음식을 좋아했을까 이런 것까지.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떠오르면 '안 돼, 집중해서 일하자' 이런다. 그게 안 되면 '나는 망했어, 나는 게을러' 이러면서 좌절한다. 근데 그냥 이런 생각들이 다 지나가야 한다. 건물로 따지자면 제일 밑에 있는 지하실이거나 꼬불꼬불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다락방까지 가야 글을 쓸 수 있는 거다. 대문을 넘어 추억의 방, 분노의 방, 걱정의 방을 다 지나야 한다. 주로 오전에 하는 게 이런 일인 것 같고 오후에는 그 방을 다 지났기 때문에 쓸 수밖에 없다. 캐릭터와 나 자신만 있는 그 방에 들어가면 글이 시작된다.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74 (정서경 작가 인터뷰 中)


중년의 나이에 미래를 약속할 때는 머지않은 앞날에 노화와 질병과 고통과 돌봄과, 그리고 결국 언젠가는 찾아올 상실의 순간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언젠가‘가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오기를 희망하며, 적어도 지금은 아닐 것이라 부정하며 새로운 삶에 발을 디뎠다.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60 (정보라, <상어> 中)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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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9-08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건물로 따지자면 제일 밑에 있는 지하실이거나 꼬불꼬불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다락방까지 가야 글을 쓸 수 있는 거˝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네요. 아, 다락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8 10:51   좋아요 3 | URL
저는 여기 탕웨이 묘사한 부분이요. ‘그랬더니 가까이 오라고 하고는 안아주더라. 근데 보통은 자기가 다가와서 안아주는 거 아닌가? 포옹을 하사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너에게 축복 같은 포옹을 주리라(웃음).‘ 그러면 우리는 또 너무 겸손하게 포옹을 당하는 거다. 그런 사람이다. ‘ 여기 읽고 탕웨이에 빙의했네요. 이리 오라고 해서 안아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2-09-08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8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9-08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참 부끄럽습니다. 비교 내용이 적절하네요. 과거를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말이죠.
다락방님.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다락방 2022-09-08 11:21   좋아요 2 | URL
네, 거리의화가 님. 저 기사 읽는데 너무 화가 나고 부끄럽고 .. 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저런 짓을 하는걸까요? ㅠㅠ

거리의화가 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 맛있는 것도 많이 많이 드세요!!

청아 2022-09-08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서경작가 인터뷰 좋은데요?!!
다락방님 좋아하실수밖에 없었네요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따라 계속 사고있는 시사IN(이번에도 역시 독자를 세심히 배려해 이장님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캬👍)탕웨이가 부르면 저도 가서 안겨보고 싶어요*^^*

다락방 2022-09-08 11:22   좋아요 4 | URL
정서경 작가 인터뷰 너무 좋더라고요. 저 글쓰는 것에 대해서도 좋았고 헤어질 결심의 첫번째 살인이 산이었고 그러니 두번째는 바다여야 했다는 것도 너무 좋더라고요. 대체 그게 왜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
탕웨이 너무 멋지죠! 사람을 내게 오게 해서 안아주다니.. 너무나 멋짐 ㅠㅠ

얄라알라 2022-09-08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추 흉년에 재개된 ‘아가씨‘ 선발대회˝기사 제목만 봤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

다락방 2022-09-08 14:07   좋아요 1 | URL
‘아가씨‘는 너무 징그러운 단어예요.. 우......... ㅠㅠㅠ

단발머리 2022-09-08 1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헤어질 결심 1회 감상하고 나서 영화시사회, 인터뷰 이런 거 찾아봤거든요. (유투브 애청자) 정서경 작가 넘 좋더라구요. 정서경 작가랑 박찬욱 감독이랑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서래랑 해준 이야기 하면서 그 감정, 느낌을 서로 이야기 하는데, 그게 참 허황되면서 넘 고차원적인거에요. 문학이란 이런 거지. 영화란 이런거야. 삶을 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혼자 감탄하면서 박수 치고 ㅋㅋㅋㅋㅋ

탕웨이가 안아주면 나 살포시 안길거에요. 제게도 포옹을 하사하소서.
다락방님, 저보고 이리 좀 와보라고 해보세요. 제가 그 쪽으로 가서 살포시 안겨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8 14:10   좋아요 4 | URL
정서경 작가 인터뷰 너무 좋더라고요? 시사인 인터뷰 너무 짧았어요. 뭔가 아주 긴 인터뷰 실린 잡지 있다면 사서 읽어볼 의향이 있습니다! 으하하하하. 그 왜 인터뷰 ‘영상‘이 있는것 같더라고요? 트윗 보면 사람들이 거기서 막 짤 가져와서 올리고 그러는데, 저는 왜 영상은 안볼까요? 영상은 볼 생각이 1도 없고, 그런데 잡지에 실린다면 사서 읽겠다... 이러는 것은.. 왜때문일까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저도 영상을 좀 봐야될텐데... 저는 영상을 가까이 하지 못하겠네요. 아 넘나 꼰대스러워... 하아-


탕웨이 진짜 너무 멋지지 않아요? 이리 좀 와봐, 이러고 안아준대. 크- 너무 멋지다.
단발님 다음에 만나면 제가 이리 좀 와보라고 할게요. 그러면 저한테 폭 안기세요~ 라고 하고 싶지만 단발님이 나보다 키가 훨씬 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08 18:04   좋아요 3 | URL
저는 방구석 일열에서 정서경작가랑 박찬욱감독이랑 둘이 같이 대본쓰는거 보고 진짜 경악했거든요. 모니터 각자의 모니터.... 각자의 키보드.. 로 연결해서 실시간으로 같이 쓴대요. 쓰는게 보여지는 거죠. 그리고 바로 바로 지워서 고치고.... 그러니까 뇌가 함께 동기화되는 거잖아요. 그것도 여남이. 그것도. 각자 다들 부인 남편있고요.... 일단 그 둘의 관계도 부럽지만 그것이 오해없이 이해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좋았고... 암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작업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2-09-08 18:36   좋아요 4 | URL
제가 다락방님한테는 한 번 이야기한거 같은데요. 두 분이 인터뷰 하다가... 뭐, 그 부분을 네가 썼냐, 내가 썼냐, 그 이야기 하던 중이었는데 정서경 작가가 그 부분 감독님이 쓰셨다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박감독이 ˝그게 그랬던 거, 자기는 어떻게 알아?˝ 그러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친한 친구한테 ‘자기‘라고 하잖아요. 한단 말이에요. (그런 사람 없으면 나한테 하고요) 근데 박감독이 정서경 작가한테 그러니까.... 우아... 두 사람은 진짜 남녀 사이에 애정 아닌 관계의 전형이다, 이런 생각 했거든요.
<랩 걸>의 작가와 같이 일하는 연구원, 이름이 빌이었던가요? 아무튼 그 두 사람도 생각났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관계가.... 혹은 생각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해물에도 불구하고 남녀 사이에 그런 관계가 가능하다는.... 그런 불가능의 가능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08 19:07   좋아요 3 | URL
소통을 잘하고 여성을 인간으로 대하는 남자 옆에는 무조건 소통을 잘하게 교육시킨 여자가 (아내, 엄마, 누나, 연인, 딸, 여동생)있습니다. 이번에 박찬욱 에세이 읽으면서 백프로 확신했습니다. 박찬욱도 처음엔 한남이었다. 그리고 그가 괜찮아진 것은 주변의 괜찮은 여성들 덕분이다!!

책읽는나무 2022-09-08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탕웨이는 역시 멋진 여성!!!
늘 배우가 아닌 여성으로 보입니다.
그 문명특급 때도 박해일 그동안 찍었던 프로필 설명할 때도 포즈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상대배우에게 무한 관심과 애정이 가득하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여배우들 도도하게 앉아만 있던데~~
좀 해탈한 큰?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자존감도 높으면서 배려심도 있고..자존감과 배려심을 다 갖춘 연예인들 좀 드물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암튼 정서경 작가 인터뷰도 있다 하니 읽어보고 싶네요^^
저는 어디서 봤는지? 예전에 정서경 작가 영상을 하나 봤는데 정작가님도 완전 노력파였더군요. 그래서 더 멋있더라는~^^
명절 잘 보내시구요♡

- 2022-09-08 18:05   좋아요 4 | URL
후후 그런 탕웨이가 나 와이파이 허가 해줬는데~ 책나무님~ 나 탕웨이 실물봤어요~

책읽는나무 2022-09-08 22:22   좋아요 1 | URL
실물이요???
와~ 최고로 부럽다!!!
예뻤겠군요??
생각할 수록 부럽군요🤤🤤

다락방 2022-09-13 11:13   좋아요 2 | URL
태생적으로 우아한 사람이 있잖아요. 우아하려고 노력해도 잘 안되는 사람이 있고요. 탕웨이는 태생적으로 우아한 사람인 것 같아요. 뭘 하든 우아한 사람이요. 저는... 노력해도 우아해지지 못하는 사람... 아하하하하.

명절은 끝났습니다, 책나무 님 ㅠㅠ

mini74 2022-09-0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서경작가님 인터뷰 넘 재미있네요. 포옹이란 축복 너무너무 받고싶습니다 ㅎㅎ ~ 다락방님도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

다락방 2022-09-13 11:14   좋아요 1 | URL
정서경 작가님 인터뷰 좋아서 정서경 작가님의 에세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서 읽으렵니다. 후훗.

독서괭 2022-09-14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시사인을 읽으시는군요. 다락방님,
있잖아요, 괴테가 파우스트에게 부여한 중요한 특성이 ˝인식했으면, 무엇이 세계를 그 가장 깊은 내면에서 지탱하고 있는지˝라는 아름다운 지식욕이라고 합니다(<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참조). 다락방님 글 읽으니 갑자기 생각나네요?
다락방=괴테=파우스트설?
여기까지만 할게요.

다락방 2022-09-15 09:30   좋아요 1 | URL
저는 항상 제가 가진게 지적 허영심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독서괭님은 그걸 아름다운 지식욕이라 포장해주셨네요. 흑흑. 친절하고 다정하셔라 ㅠㅠ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 - 북유럽에서 만난 유쾌한 몽상가들
박수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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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박수영은 2006년에 스웨덴으로 역사학 공부를 하러 가서 2009년에 논문 발표까지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3년을 스웨덴에서 있었던건데 스웨덴에서도 스톡홀름 대학이 아닌 웁살라 대학에 있었다고 한다. 저자가 밝힌 바에 의하면, 웁살라대학교는 영어로 개설된 과목이 다른 어느 대학보다 많고, 그래서 세계 각지에서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도 많다는 거다. 박수영도 공부하러 가서 같은 클래스의 터키, 이란, 미국.. 또 어디더라. 여하튼 글로벌 프렌십을 갖게 되는데, 그 친구들의 나이는 대부분 이십대 초반이었던 반면 그곳에 갈 때 박수영의 나이는 마흔즈음이었다. 이십년이나 나이 차이나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게다가 그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생각을 교환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건 어떻게 상상해볼 수 있을까, 하다가 내 대학교 4학년 때를 떠올렸다.


1학년때 학사경고를 받고 그 다음학기에는 간신히 학사경고를 면하고, 그 다음학기에도 F 가 빵빵 터져서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남들이 쉬면서 어쩌다 학교 다니는 4학년 때,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 매일 있어야 했다. 1학년 그리고 2학년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들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부끄러워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맨 뒤에 앉아있곤 했다. 1,2학년 때 학교 툭하면 빠지고 만화방가서 라면 먹고 있고 그랬는데, 4학년 때 그렇게 애긔들하고 수업 들을 때는 빠지니까 참 난처했다. 전 주에 혹시 숙제를 내줬는지 그렇다면 그게 뭔지.. 부끄러워 애긔들한테 물어볼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한 번은 수업 끝나자마자 번개같이 뛰어가서 교수님께 제가 지난 주에 결석했는데 과제가 뭐였나요, 물어봤더랬다. 인생이여... 부끄러움으로 점철된 나의 대학생활...


애긔들하고 수업 듣는 건 부끄럽지..라고 생각하다가, 아 그런데 나의 이 경험은 박수영의 것과는 현저히 다르다는 걸 이내 깨닫는다. 박수영은 원래 공부 잘했던 사람이(서울대 철학과 졸업) 어디 더 배워볼까? 하고 슝- 스웨덴으로 날아간거고, 나는 어떻게든 졸업을 해야 해서 그런거고..이건 경우가 달라도 아주 다르지, 달라.. 나도 안다.


나 대학 졸업식때 학사모 쓰고 있을 때 우리 과 애들이 와서 '너가 어떻게 제 때 졸업하냐'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너 빽있냐? 아버지가 학교 관련자분이시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노력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애긔들하고 수업 들었어.. 그래서 어쨌든 학사경고에 F 를 절친 삼아 학교 다녔던 나는, 조교 언니가 찾아와서 '너 계절학기라도 들어야 하지 않겠니?' 걱정해줬던 나는, 계절 학기 한 번도 없이, 그리고 휴학도 없이, 그렇게 제 때 졸업한 것이다. 물론 졸업당시 학점 평균은 2.0 으로 마감... 아, 힘들었다. 이거 만드느라고.. 이것도 다 막판에 학점이 잘나와서(라고 했지만 3점 넘어본 적 없는 사람) 2.0 됐지, 안그러면 .... 아무튼 딱 4년 다니고 제 때 졸업한 사람이다. 애가 참 망가져서 엉망진창으로 공부도 못하고 학교도 제대로 안다녔지만, 그래도 어떻게 또 제 때 졸업하게끔 지가 그렇게 해... 애가 결국은 참 바른 길로 간다. 참 인간이야. 트루 휴먼..


아무튼, 박수영은 나의 경우와 다르고 그렇게 역사 공부 하러 갔는데, 박수영이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로 역사 공부를 하러 갔기 때문에 내가 알게된 사실은, 스웨덴이 복지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아니, 대학등록금 까지 공짜인것입니다. .. 네? 세상에 그런 일이. 나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등록금 인상한다고 하면 막 학생들이 시위하고 그랬는데(안그래도 개비싼데..) 스웨덴은 대학까지 등록금이 다 무료이고 이건 외국인 학생한테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박수영이 다닐 때는 그래서 공짜로 다녔는데, 박수영이 공부를 마칠 때쯤 스웨덴에서 '외국인 학생에게는 유료로 하겠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한다. 그래서 2022년 현재 웁살라대학교에서 공부하려면 외국인 학생에게는 돈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그리고, 웁살라 대학교에, 젊은이들만 있는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수강생들도 있는데, 그들은 꼭 졸업해 학위를 따는게 목적이 아니라, 듣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그것만 듣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다. 세상에.. 내가 바라던 바로 그것이네?


내가 뉴욕대를 가고 싶다고 해도 거기 등록금 너무 비싸고 공부 하려면 거기서 거주해야 하는데 생활비도 너무 비싸고.. 그러니까 아마도 꿀 수 있는 꿈이라는 건 뉴욕대에 가서 강의 하나 들어보고 오기.. 정도가 다가 아닐까, 내심 생각했단 말이다. 그런데 웁살라대학교는 등록금이 공짜이며 게다가 듣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그냥 들어도 된대. 세상.. 개꿀.. 내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며, 듣는 수강생들의 나이나 국적도 다양하니, 내가 거기에 가있다 한들 뭐가 이상하리요? 만세만세만만세!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박수영이 공부하면서 사귄 학생들은 박수영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그러다보면 아시아, 한국, 남한에 대한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제국주의나 민족주의 등에 대한 의견을 묻거나 모르는 점에 대해 외국인 학생들이 물으면 박수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걸 다 답해준다. 그 질문이나 답을 읽노라니, 와 거기가서 공부한 게 박수영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역사 1도 몰라서 대답해줄 수 있는게 없는데.. 어휴.. 공부 잘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역시 공부를 잘하는게 답인가.. 어쨌든 나도 배우고 싶어서 웁살라대학교에 가도록 해보겠다! 그나저나, 그렇다면 영어 공부가 먼저겠구나... 영어.. 스웨덴은 영어를 다들 너무 잘한다고 하니, 스웨덴어까지 욕심내지는 말고 일단 영어 완전정복을 꿈꾸자. 


Hal Su It Da!!


웁살라대학교가 그리고 스웨덴이 너무 궁금해져서 스웨덴에 대한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세상에, 대학 등록금이 공짜이며 누구나 공부하러 갈 수 있다는 거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누구나 공부하게 문을 열어둔다면, 공부하게 되는 더 많은 사람이 생기는것이고, 그것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나 매력적인 스웨덴을 알게된 건 이 책을 읽은 커다란 수확이지만,

그러나 에세이로서의 이 책을 말하자면 불편한 지점들이 있다.

에세이라는 특성 답게 글쓴이의 생각이나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데, 간혹 어떤 생각들에 동의하지 못해 불편해지는 거다. 이를테면 처음 만난 그 학교의 학생들-나중까지 친구로 지내는-에 대한 외모 묘사가 좀 거슬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사생활을 이렇게 공개한다고? 거기에서 작가가 이들에게 허락은 받은건가 싶었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웁살라대학교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가 한국에 돌아가서 한국어로 자기들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그 이야기들 속에는 어떤 여학생이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것도 나오고(그래서 저자는 그 사랑을 그만두라 조언한다), 허영심에 가득찬 베트남출신 미국인에 대한 뒷담화도 나온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싫어하는 건 살면서 무수히 일어나는 자연스런 일이지만, 그걸 이렇게 책으로 쓴다고? 독자가 그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니까 괜찮은걸까? 무엇보다 미국에 사는 그 사람은 알고 있을까? 한국인들이 자기 뒷담화 읽고 있는걸? 설마, 이름은 다 가명이겠지? 읽으면서 내내 찜찜한 부분이었다.



자 그러면 미래 설계를 해보자.

몰타가서 어학연수 한 다음에 갈고 닦은 영어 실력으로 웁살라대학교 가서 공부해야지. 그런데 웁살라 대학교에 가면 뭘 한담? 여성학? 스웨덴은 그나마 성평등한 국가라니 여성학 있지 않을까? 후훗.



Hal Su It 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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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9-07 08: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웁살라! 드림스 컴 트루~! 아니 근데 그나저나 평점이 2.0이요???? *동공지진*

다락방 2022-09-07 09:02   좋아요 5 | URL
4학년때 미친듯이 노력해서 최상으로 나온게 2.8 인가 그랬거든요. 그래서 2점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왜, 내가 부끄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07 10:15   좋아요 5 | URL
다부장님 역시 낙하산이었어.... 그 학점으로 기업 들어가고, 부장자리까지 오르다니... 역시..............빡세게 일하고 돈 모아서 해외 가는 척하는 것도 어른들이 시킨 거죠? 사실은 경영 공부하고 오는 거면서......쳇. 이제 대표 취임만 남은 겁니까! ㅋㅋㅋㅋㅋㅋ

베트남도 네덜란드에서도 산다는 거 슬슬 밑밥 까는 거죠? 거기 다 다부장님 기업 있으면서... ㅠㅠ

다락방 2022-09-07 10:25   좋아요 5 | URL
아 역시..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더니 제가 보기엔 부유함도 숨길 수가 없나보네요. 다 티났어요?
제가 편의점 알바하던 대학시절부터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다 얘기했었어요. 나 사실 서민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알바하는거지, 재벌의 딸이야, 라고.. 아무도 믿어주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결국은 들통나네요.
그래도 절 미워하지 않으실거죠? 전 서민들의 편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소문 내지는 말아주세요.

잠자냥 2022-09-07 10:39   좋아요 5 | URL
휴... 어쩐지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위가 작아서라기보다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1끼 2메뉴 못 먹거든요... 부장님은 막 스타벅스에서도 2가지 메뉴 사 먹고, 매끼 두 가지 메뉴 먹잖아요. 막 남기고 그러잖아요. 역시.... 재벌2세....

급 멀어지는 느낌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7 10:48   좋아요 5 | URL
뭘 잘못 알고 계신것 같은데, 저 안남기는 편...........

청아 2022-09-07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어요!!ㅋㅋㅋㅋㅋㅋ이 책 빌리길 잘했다.Jal het da?
독일만 공짜가 아니네요?게다가 나이 제한도 없는 것 같으니...허허
영어와 체류비만 어떻게 마련하면! 일단 다락방님 먼저 고고씽!!^^*

다락방 2022-09-07 09:11   좋아요 4 | URL
백자평은 짧고 저 다섯줄 짜리 리뷰 쓰려고 창 열었는데 도대체 이거 무슨 일이에요? 수다 포텐 터져버렸네요. 에휴..
스웨덴 너무 가보고 싶어요, 미미 님! 저 다음 여행지는 스웨덴으로 잠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 번 가서 보고 와야겠어요. 앞으로 내가 공부할 나라가 어떤지 보자는 심정으로 ㅋㅋㅋ 답사 답사 ㅋㅋㅋㅋ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으쌰으쌰 합니다! 미미 님, 저랑 웁살라 대학교 동기가 됩시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07 0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al Su It Da!!를 마음에 새기고 시작하는 아침입니다. 만화방에서의 과거마저도 다락방님의 시간이라면 참 귀여웠을 거 같다는 예감이 ㅋㅋㅋㅋㅋㅋ 웁살라 가려면 제일 먼저 뭐 하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7 09:36   좋아요 3 | URL
어휴 과거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후회뿐입니다. 왜그렇게 공부를 안했는지. 아니 대학이란 공간이 얼마나 공부하기 좋은 곳입니까. 도서관에 가면 책이 많고 모르는게 있다면 물어볼 교수님도 계시고. 그렇게 공부하기 최적의 환경인 곳을 4년간 곁에 두고서도 만화방가서 라면이나 먹고 술이나 퍼마시고 인생 왜그렇게 산건지 원.. ㅠㅠ
웁살라 대학교에 가서 제대로 만회하겠어요! 일단 그 전에는 영어공부를!! 아 힘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07 0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al Su It Da!!!
ㅋㅋㅋㅋ
아주 고무적인 이야기입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유급된 동기오빠가 한 명 있었는데 엄청 부끄러워 하면서 교실에 앉아 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근데 부끄러운만큼 적극적으로? 공부하더니 결국 1등도 하고~^^
암튼 군대 다녀온 예비역들 그리고 나이 많으셨던 언니들도 몇 분 있었는데 그분들이 다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야~를 보여줬던 게 아녔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들 하셨었죠. 몇 년 전 그 언니를 한 번 만났었는데 언니는 지금 50 중후반쯤 되셨을텐데...아, 아직도 공부를 하고 시험도 치고...대단하시다고 했더니 ˝할만 해!! 니네들은 더 젊은데 뭐하고 있노???˝ ㅋㅋㅋ
그래서 요즘 생각해보면 공부는 나이 들어 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노화된 뇌가 좀 문제이긴한데...ㅜㅜ
암튼 몰타 어학연수 그 뒤의 대학공부 그리고 그후엔 작업실에서 글 쓰고 계신 모습 상상해 봅니다. 상상하니 갑자기 제가 막 기분이 좋네요ㅋㅋㅋ

다락방 2022-09-07 11:35   좋아요 2 | URL
공부는 계속 하는게 맞는것 같아요. 공부는 그만두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일전에 정희진 선생님 강연 갔을 때 선생님이 그러셨거든요. 사람은 계속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제자리에 있는게 아니라 퇴화하는 거다, 라고요. 저는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젊어서도 해야하고 나이 들어서도 해야하는것 같아요. 그리고 해도해도 여전히 모르는게, 모르는걸 많다는 걸 알게 되는게 공부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책나무 님, 우리 열심히 책 읽고 생각하고 쓰고 의견을 나눕시다!!

그렇지만 노화된 뇌도 문제고 노안도 문제긴 합니다 ㅠㅠㅠㅠㅠ
저는 언제 몰타에 가고 언제 웁살라 대학교를 가고 언제 작업실을 마련해서 글을 쓰게 될까요... 인생, 어떻게 펼쳐질까요? 아무쪼록 아름답고 화려하고 보람차기를 바랍니다. 후훗.

거리의화가 2022-09-07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al Su It Da!가 뭔가 했어요ㅋㅋㅋㅋㅋ
대학생 때 에피소드 재밌었네요^^ㅎㅎㅎ 저는 2년만에 졸업해야해서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학교 때 추억이 많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저도 등록금 공짜인 학교로 고고씽하고 싶습니다! 나이 불문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22-09-07 11:38   좋아요 2 | URL
거리의화가 님, 할수있다는 이 명품 칼럼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얼마전에 장안의 화제였던 칼럼이죠.

https://m.hani.co.kr/arti/opinion/column/1056213.html#cb

저는 사람이 참 고집스러워서 공부가 중요하다는 말을 듣는 척도 안하다가 이 나이 되어서 아아 과거의 내가 왜그랬을까 바보 똥꼬 멍충이다 ㅠㅠ 이러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젊은이들에게 공부가 중요하다, 열심히 해라 전하고 싶어도 그러나 그들의 귀에는 꼰대의 잔소리로 들리겠죠. 인간은 어느 한 때 어리석은 순간을 거쳐가는 것 같아요. 저는 젊은 시절 정말 어리석었습니다. 후회후회... ㅠㅠ

맞아요, 거리의화가 님. 직업이 뭐든, 나이가 어떻든,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언제나 열려있는 배움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면 좋겠어요. 저도 계속 배우고 공부하겠습니다. 빠샤!!

건수하 2022-09-07 0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학창시절 이야기도 듣고 재밌네요.
이제 너무 옛날 일이라 학점이 얼마였는지 기억도 안나요 ㅎㅎ

저는 웁살라나 몰타까진 안 가도 괜찮고 모 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이런 거 듣고 싶은데
(소박한 꿈)
마음의 여유가 없네요 휴.. 사람이 대범해야 하는데.

다락방 2022-09-07 11:40   좋아요 3 | URL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점을 기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이유는 학점이.. 너무 똥망.. 남들이 받지 않는 학점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수하 님이 저같은 학점을 받으셨다면 저처럼 기억하셨을 겁니다. 그러니 학점을 기억못하는 자신을 많이 예뻐해주세요. 으하하하.

저도 얼마전에 지방에 여성학과정 있다는 거 알고 오옷 하고 혹했었는데, 그렇게 공부해도 좋을것 같아요. 다만 저는 직장을 다니면서 그렇게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체력 어쩔거냐며.. ㅠㅠ
그런데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저는 이미 대학원을 다닌다거나 여하튼 뭔가를 하고 있겠죠? 흐음. 역시 그만큼의 의지는 없는 것인가..........

바람돌이 2022-09-07 11: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얼레리 꼴레리 학점 2.0... 제가 이겼어요. 저는 졸업 평균학점 2.1
강조하건대 우리과 꼴찌 절대 아니었음. 내 뒤에 사랑하는 친구 1명 더 있었어요. ㅎㅎ
아 근데 좀 안타까운건 전 계절학기도 하고, 결국 제 때 졸업 못해서 1학기 더 했다는.....ㅠ.ㅠ 그럼 다락방님이 이긴건가요????

스웨덴은 대학 학비가 공짜일뿐 아니라 학기초면 책도 사고 준비물도 사라고 학생들한테 생활비도 지급하는걸로 알아요. 그리고 대학들어가기가 워낙에 쉬워서 그냥 나 대학 입학하고 싶어 하면 다 해주는, 대신에 졸업은 진자 빡세게 공부해야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다락방님은 이제 공부천재로 거듭나셨으니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응원 응원합니다. 저는 스웨덴 대학 말고 오로라 보러 놀로가고 싶습니다. ^^

얄라알라 2022-09-07 11:31   좋아요 3 | URL
화려한 입담에 넋을 놓게 되는 여기는 다락방님 서재 ㅋㅋ

ㅋㅋ화려한 마무리는 바람돌이님께서 공부천재 다락방님 응원차 스웨덴 ˝놀로가시˝는 미래형으로^^

책읽는나무님 말씀처럼 노화된 뇌가 장애물이긴 하지만, 10대 때의 공부와는 어른 되어 하는 게 차원이 다른 거 같아요. 욕구 솟는 페이퍼였습니다!!!!!

잠자냥 2022-09-07 11:33   좋아요 2 | URL
아니, 바람과 돌이 님 바람이하고 돌이가 1.05씩 받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7 11:43   좋아요 6 | URL
세상에, 바람돌이 님, 공부 잘하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계절학기까지 들으셨기 때문에 저보다 더 높은 점수로 졸업하실 수 있었던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그런데 평소의 바람돌이 님 생각하면 의외의 점수기는 하네요. 대학때 공부 안하셨네요? 저 첫직장 합격했는데 성적증명서를 나중에 추가로 요구해서 가져다주니까, 면접관이었던 분이 당황하시면서

˝공부를.... 안하셨네요?˝

이러면서 천장을 자꾸 보시더라고요. 이미 합격은 시켜놨는데 이걸 어쩌나.. 하셨던 듯. 그래서 제가 대답했습니다.

˝방황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인간.. 참 잘 살고 있다 진짜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웨덴에 제가 학교 다니면 숙소도 마련해야 할터이니, 그러면 오세요, 바람돌이 님. 오로라 보러! 오로라 보는 건 저의 소원이기도 합니다. 후훗.


얄라알라 님, 우리 계속 공부합시다. 빠샤!! 공부하는 사람들로 늙어갑시다!!


잠자냥 님, 2점을 초과하는 학점은 역시 혼자서는 불가한것이었군요....

책읽는나무 2022-09-07 12:07   좋아요 5 | URL
제 답글 읽다가...왜 이렇게 대댓글이 많지? 하며 읽다가....ㅋㅋㅋ
우리 알라딘 더 오래 하다간...ㅋㅋㅋ
본인의 모든 것이 탈탈탈 다 털리겠어요.ㅋㅋㅋ
그런데 사생활을 듣고 나면 왜 애정이 더 생기는 거죠??? ㅋㅋㅋ
점심 먹으면서 계속 웃겠습니다ㅋㅋ
다들 맛난 점심시간 되시길요~ㅋㅋㅋ

바람돌이 2022-09-07 12:50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의 ˝방황했습니다˝에 박수!!!! 우와 멋짐 터집니다. ^^

- 2022-09-07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 웁살라 대학 뒤메질 옹이 꽂아줘서 푸코가 열심히 강의하던 그 대학인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푸하하하 ㅋㅋㅋㅋ (혼자 푸코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

다락방 2022-09-08 08:36   좋아요 1 | URL
그 대학 맞아요! 그래서 책 읽다 보면 푸코가 언급됩니다. 작가가 엄청 똑똑한 분이시더라고요...

mini74 2022-09-07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희 조카가 1학년 1학기애 좀 논다고 학고맞아서 지도 교수님 전화왔는데 울 언니 …. 보이스피싱인줄 알았대요 ㅎㅎㅎ

다락방 2022-09-08 08:37   좋아요 2 | URL
학사경고는 놀랍게도 아버지 이름으로 오거든요. ㅋㅋㅋ 저희 대학교 소인인데 아버지 이름으로 와서 ㅋㅋ 엄마가 뜯어보지도 않으시고 왜 니네 학교에서 아빠한테 오냐? 이래서 제가 뜯었더니 학사경고가 똭-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별 거아니야 나한테 온거야 이러고 얼버무렸는데 남동생이 그걸 알고는 ˝누나 학고는 좀 심한거 아니냐? 부모님이 힘들게 돈벌어서 200만원이나 등록금 내는건데 그건 진짜 아닌것 같다˝ 이래서... 당시 남동생 중학생이고.. 전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mini74 2022-09-08 08:39   좋아요 1 | URL
ㅎㅎ 저희조카는 탑으로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지도교수님이 혹 집안에 우환이 있냐고 ㅎㅎㅎ 질문도 보이스피싱같았다고 ㅠㅠ4년장학금 날리고 군대갔습니다. 오면 노가다 보내서 메꾼답니다 언니가 ㅎㅎ

다락방 2022-09-08 08:41   좋아요 1 | URL
아니, 탑으로 들어갔다가 학고라니요!!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뭔가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저는 처음 수업 제끼기 시작한게 좀 일이 있었던거긴 하거든요. 교수님한테 연락올만 했네요 진짜 ㅠㅠ

alummii 2022-09-08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F밍아웃!! ㅋㅋㅋㅋ 😆다락방님 좀 놀던 분이군요...의외입니다 ㅎㅎㅎ 그래도 제때 졸업은 훈훈한 마무리입니다 👏👏 (참고로 저는 1년더다님 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8 08:39   좋아요 2 | URL
좀 놀던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뭐 그렇다고 제가 뭐 특별히 기억에 남게 잘 놀거나 한 것도 아니고요 진짜 말그대로 방황이었어요. 만화방에 가거나 술 뽀지게 마시거나 그런것 밖에 없어요. 그러게요. 제때 졸업은 정말 칭찬합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의 제가 어리석었다고 생각하고 후회는 수시로 해요 ㅠㅠ 그리고 그 때 내가 왜그런걸까에 대해서도 간혹 생각해본답니다.... 인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은빛 2022-09-08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사경고와 F학점. ㅎㅎㅎㅎ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이 드네요.
1학년 때는 강의실이 아닌 거리에서 시위하느라 학점이 엉망이었고,
군대 다녀와서 복학한 뒤로는 그래도 학점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는데,
국문과 복수전공 하려고 멀리 떨어진 다른 캠퍼스(차로 약 30분 거리)에 혼자 다녔는데,
(국문과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그때 국문과 과목 대다수가 학점이 엉망이었지요.
두 과목 F를 받아 학사경고도 그때 받았구요.

결국 4학년 때 친한 후배가 조교가 된 후 복수전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절대 졸업 못 한다고 조언해서
무조건 그 후배가 시키는 대로 해서 어떻게든 졸업을 할 수 있었어요.

그 당시엔 운동하다가 학사경고 받은 것이 아니라,
아는 애들 하나 없는 국문과 수업 받느라 학사경고 받았다는 사실이 무척 부끄러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대학 다니면서 학사경고 한번도 안 받은 것 보다는
한번쯤 받아본 경험을 했다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안 받아봤으면 그거 받을 때 어떤 기분인지 평생 모를 거 아니예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