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상황 그리고 깊은 내면까지 뭐하나 허투루 쓰인 게 없는 대작.
천재 박경리 님이 이미 고인이 되신게 안타까우면서도 그러나 토지 를 남겨주셨다는 사실에 무한 감사하게 된다.
대한민국 하늘 아래 박경리 님 같은 분 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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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토지만한 한국문학이 또 없습니다. ^^

다락방 2022-09-27 14:38   좋아요 0 | URL
제가 토지를 읽은게 2005년 이었거든요. 그 때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2022년에 읽어도 진짜 넘나 대박인거예요. 역시 훌륭한 작품은 언제 읽어도 그 뛰어남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

저 2권 시작했는데 강포수가 귀녀를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샤라라랑~
 















이 책의 맨 마지막장은 <사이버 성폭력에 맞서 싸우기: 불법 촬영물을 중심으로> 라는 '한희정' 연구자의 글이다. 한희정은 불법촬영물 피해자들에 연대하고 그들을 돕고 유포된 영상물을 지우는 활동가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는데, 그 과정에서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가져온다.



스피노자의 『윤리학Etica』은 사물에 대한 참된 인식 및 인간의 욕망과 정서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통해 우리가 지복(행복beatitudo) 또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책이다(진태원, 2018:35). 스피노자는 『윤리학』3부 정리7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독특한 실재의 본질을 ‘코나투스conatus‘, 곧 자신의 존재 속에서 존속하려는 노력,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즉, 코나투스의 인간적인 표현은 ‘욕구‘ 내지 ‘욕망‘(3부 정리9)이다. 욕망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노력으로서의 활동이다. 스피노자는 기쁨, 슬픔, 사랑 등의 정서가 이성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정서가 없다면 인간은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고 본다. - P315



한희정은 반성폭력 활동가들의 활동이 스피노자가 언급한 코나투스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피해자들에게 연대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디지털장의사를 포함하여 웹하드 업체들이 단순히 돈 때문에 불법촬영물을 지우는데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 오히려 유포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불법적으로 몰래 촬영된 영상이라는 것만으로 그것들이 자기네 웹하드에 올려져있는게 나로서는 끔찍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내가 웹하드의 주인이라면 '야, 우리의 공간에 그런거 있다는 걸 참을 수 없어, 다 없애!'할 것 같은데, 클린센터들 조차 큰 수익원이 되는 콘테츠를 자발적으로 삭제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된다고 하면 그게 뭐가 됐든 만들고 팔고 그 과정에서 속이기도 하지만, 그게 돈을 더 많이 갖기 위한 악의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불법촬영물이잖아. 피해자들이 있고 그 피해자들이 심지어 죽기도 하는 그런 영상이잖아. 그런데 수익 때문에 이런것들을 찍고 유포하고 삭제하는 업체들조차 적극적이지 않다면, 이건 아무리 돈에 미쳤다고 해도 윤리적으로 대가리 날아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윤리, 이거 자체가 아예 없는 것 같은거다. 그런 윤리를 그런데 반성폭력 활동가들은 갖고 있다는 거잖아. (웹하드 카르텔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학창시절 국민윤리를 배운게 아니어도, 그 윤리라는 게, 나로서는 어떤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바, 그 기본적인 것이 나를 인간으로 살게 해주며 더불어 다른 사람과 함께 살게 해주는 걸 가능하게 만들어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건 어쩐지 아닌 것 같아', '이건 좀 찝찝해' 하는 그런 기본적인 감각이.. 아예 전무하다는 건가. 그렇다면 죄책감없이 죄를 저지르는 소시오패스 인게 아닌가. 아, 스피노자가 말하는 윤리라니. 나는 윤리에 대해 알고 싶다. 스피노자의 말을 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스피노자를 검색했는데 정작 스피노자가 쓴 것보다 스피노자에 대한 해설이나 입문서가 좌르륵 뜬다. 아니, 나는 내가 바로 읽어볼게. 해설서 없이, 입문서 없이!! 그렇게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검색했고 이런 세 권이 걸려들었다.




일단 이 책은 책 값이 만 원도 안되는 얇은 책이다. 오, 에티카.. 이렇게 얇은 책이야? 그러면 이걸로 사도 되지 않아? 하고 구매자평을 보니, 아, 이책은 발췌본인가 보았다. 아니, 나는 발췌본을 원하지 않는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바로 그것 자체를 원해!!













이 책은 번역이 정말 좋다는 평들이 많은데, 그런데 표지 때문에 사람들이 별 깎고 그러더라. 나도 이 책 그래서 사고 싶은데(번역) 그래서 사기 싫다(표지). 아니, 이거 표지 진짜 무슨 일이야.

스피노자 책이 이렇게 샤라랑 할 일인가.. 













이건 정치론도 함께 있다고 하고 평도 좋다. 이 세권 중에는 그렇다면 이걸 사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동서문화사는 다른 책들을 읽어본 결과, 너무.. 책이 참.. 읽기 싫게 생기지 않았나요? 세상 지루하게 생겼다. 저 위에 별 샤라랑 스피노자 냐 밑에 세상 지루한 스피노자냐, 아아, 모르겠다, 어쩌지. 어떡하지. 











사실, 스피노자에 대해서라면 일전에 허프만의 호기를 읽고 궁금해졌더랬다(그리고 스피노자를 읽었다 (aladin.co.kr)). 그 때도 읽어야지 하고 벼르다가 시간이 흘렀는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되다니! 이제는 정녕 우리가 만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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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피노자에 입덕하세요! __목적도 의미도 없지만 기쁨으로 충만한 삶
    from 매실농장 2022-09-28 08:56 
    무려 10여년 전 <에티카>를 처음 읽었을 때, 뭔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지금 표현으론 덕통사고를 당하여 정말 고시공부하듯이 ...정리와 공리와 주석을 하나씩 다 써가면서 정리노트를 만들어가며 엄청나게 열심히 읽었다. ​지금은 대부분 잊어버렸으나.... 그럼에도 스피노자가 전해준 무한 긍정의 에너지만큼은 두고두고 남아, (비교할만큼 아는 철학자가 전혀 없음에도) 스피노자가 제일 좋아, 스피노자가 짱이야,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종교를 갖는다
 
 
초원 2022-09-27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피노자와 좋은 만남 성사되시기를 바랍니다. 응원의 마음으로 스피노자 4행시 나갑니다. 스; 스산한 바람이 불 겁니다. 피; 피해가고도 싶을 겁니다. 노; 노력만큼 읽히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자; 자, 그렇다면 이제 스피노자가 찾아갈 겁니다.

초원 2022-09-27 12:17   좋아요 2 | URL
처음 보는 사람인데 저도 모르게 댓글을 썼네요. 미안합니다. 워낙 소심해서 가끔 들러 읽다가만 갔습니다. 안녕하세요?

다락방 2022-09-27 12:1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게 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피노자 4행시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나 강력한 첫만남이네요, 초원 님.
그나저나 스피노자.. 읽으면 좋은거겠죠?

초원 2022-09-27 12:23   좋아요 2 | URL
저도 모릅니다. 저는 아직 스피노자의 방문을 받지 못했거든요. 반갑습니다.

다락방 2022-09-27 12:33   좋아요 1 | URL
제가 스피노자를 만나게 되면 소감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언제 만날지는 미정입니다만. 후훗.

- 2022-09-28 00:47   좋아요 2 | URL
초원님... 유머......... 조...좋은데?

바람돌이 2022-09-27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표지 샤방 샤방
아진짜 빵 터짐. 만든 사람들은 무슨 마음으로 표지를 저렇게.... ㅎㅎ
그래도 저라면 2번째 샤방샤방을 택합니다.
일단 다른 책 표지도 딱히 끌리지 않음.
둘째 동서문화사 편집이 가독성 너무 떨어짐. 안 그래도 어려운데....
그래서 샤방샤방 포지는 꼭 북커버를 씌우는걸로 해서 안구테러는 해결 가능. ㅎㄹ

다락방 2022-09-27 14:39   좋아요 2 | URL
맞아요. 동서문화사 책은 정말 너무 읽기 싫어요 ㅋㅋㅋㅋㅋ 음.. 역시 페이퍼 쓰기를 잘했네요. 샤방샤방 표지로 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9-27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는 결국 돈, 웹하드 업체들의 행태는 괴씸하고 화가 나는데(이 책에서 정말 잘 정리해줘서 좋았어요) 그럼에도 또 고개를 끄덕이는 저를 발견하는 제가 싫더라구요. 휴~

에티카 스피노자까지는 차마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요. 이 책 덕분에 ‘정동‘이라는 개념과 ‘코나투스‘라는 개념은 기억하고 가는 것 같아요.(이해는 별개!)

다락방 2022-09-27 14:40   좋아요 1 | URL
오늘 친구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가 스피노자 라고 하더라고요. 오오 그래? 그렇다면 왜인지 그것도 궁금해지더라고요. 아무튼 제가 스피노자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웹하드 업체들의 카르텔에 대해 이 책에서 설명해줘서 좋았지만, 그런 한편 이들에게 왜 이런식의 흐름과 돈벌이가 가능할까, 그들의 윤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윤리를 생각하면 안되는걸까요? 여성은 자본주의의 피해자, 희생자, 생존자가 될 수밖에 없는걸까요? 아 너무 절망적이에요. ㅠㅠ

시에나 2022-09-28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피노자를 제일 좋아합니다. 예전에 써둔 글이 있어서 살포시 트랙백 걸었어요. :)

다락방 2022-09-28 11:23   좋아요 0 | URL
반가운 마음에 얼른 가서 읽고 왔습니다! 후훗.
 















'김애라'의 <창조산업의 핑크게토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성별화된 창의성> 에 대한 글은, 남은 부분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핑크게토는 밑에 밑줄긋기를 참고)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번 글에서는 특히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그러나 젠더롤에 충실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자기 자신을 꾸미는 것은 지독하게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그런 삶을 살아왔으니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컨텐츠도 바로 그 경험에 의한것이라는 것. 그렇다면 그것은 온라인에서든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든 여성의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염려를 이 글에서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특히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경우 생산 영역이 아닌 소비의 영역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맨얼굴에서 아름다운 얼굴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시간과 에너지는 물론이요 내 돈주고 소비한 화장품들이 존재한다. 시청자들은 크리에이터가 사용한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파운데이션을 궁금해하고, 그것에 대한 정보는 즉각 소비로 이어지는 거다. 대부분의 남성 크리에이터들이 오프라인에서 그랬듯이 온라인에서도 생산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데 왜 여성들은 소비 영역에서만 일해야 할까. 물론, 1인 크리에이터로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의 자산-화장의 기술이나 노력-으로 돈을 버는 걸 시청자들이 볼 수 이고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성별화를 고정화하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 문제라는 거다. 


생얼에서 아름답게 화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라는 것은, 여성의 화장은 이렇게 완전히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가져온다는 메세지를 주지만, 그러나 이런 화장품을 사용하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 이 부분의 문제 제기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는데, 그렇다면 성적이지도 않으며 소비 영역도 아니며 젠더롤을 고정화 시키지도 않는 크리에이터는 뭐가 있을까, 심미적 노동으로부터(아름다운 외모, 친절한 태도 등. 밑에 밑줄긋기 참고.) 자유로운 걸 생각해보게 되었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북튜버 였다.



물론 책 리뷰나 소개 같은 것들을 보여주면 시청자가 책을 살 수 있지만 메이크업베이스나 파데 사는 것 보다는 돈이 덜 들지 않나. 게다가 거기에 어디 성적인 영상이 들어갈 수 있을까. 물론 책을 읽는 성별은 여성이 더 많기는 하지만, 그것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더욱 공고하게 하진 않을 것이고... 그러자,


그렇다면 내가 한 번?

이렇게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영상을 찍어야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외모품평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그러니까 외모평가를 아예 시청자들이 하지 못하게 하려면, 얼굴은 안보이는 게 나을 것 같다. 당연히 입술도 보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책과 목소리만으로 리뷰를 올리면 거기에서 어떤 해악도 없는 영상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 그런데,


돈은 못벌겠지? 껄껄. 음... 


젊은 여성들에게 그런걸 보여주고 싶다. 심미적 노동으로부터도 탈출하고 여성의 범주로부터도 벗어나있고 그러면서 돈을 잘 버는 모습을... 하아-

핑크게토는 원래 젠더화된 노동 분업으로 인한 젠더화된 공간을 나타내는 지리학적 개념으로 출발했다. 이후 노동 시장 여초 직군이나 특정 문화, 사회 등에서 여초 현상을 가리키는 포괄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에 내재한 성별 위계와 분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낸다. - P239

대표적으로 지식 경제, 창조경제 등에 관한 낙관적 관저을 제시, 옹호한 피터 드러커(Drucker, 1959:2012)나 리처드 플로리다(Florida, 2002) 같은 학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생산 수단은 더 이상 자본이나 자연 자원, 혹은 노동이 아니라 지식이다. - P241

창조산업은 문화산업을 정치적으로 새롭게 브랜드화한 것으로, ‘개인의 창의성(기술, 재능)을 이용하여 지적재산권을 설정, 활용하여 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정의된다(DCMS, 1998). - P242

핑크게토라는 개념은 페미니스트 지리학자들에 의해 고안된 개념으로, 19세기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늘면서 노동 공간이 어떻게 다시 젠더화된 장소로 구성되는지에 관한 탐구로부터 만들어졌다(McDowell, 1983). 여성의 노동은 특정 영역과 특정 직업군으로 집중된 수평적 격리, 남성과 동일한 직업이라도 위게상 하단부에 위치하게 되는 수직적 격리라는 특성과 함께 동일 직종 동일 노동을 하더라도 적은 임금을 받는 특징을 보였다. - P251

여성과 소비주의, 근대성에 관한 글에서 리타 펠스키(1908)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여성드은 남성들 사이에 교환되는 대상으로 간주되는 여성의 물신화 과정을 통해 상품 형식과 유사한 관계에 위치지어진다고 설명한다. 구매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스스로를 유혹적인 대상으로 만들도록 한다는 면에서 상품과 여성은 동일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 P257

이때 이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화장술과 화장품을 통해 만들어지는 얼굴의 아름다움에 있다. 심미적 매력을 체현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구매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고된 노동의 과정과 전문 지식이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동에서 가시화되는 것, 가장 기본적 요소로 여겨지는 것은 (생얼은 아름답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외모와 구독자들을 대한는 태도이다. - P259

심미 노동은 여성의 아름다움이나 외모, 혹은 여성다움의 재현과 전시를 보다 노골적으로 노동의 내용으로 삼으며, 이를 여성 노동자가 스스로 익히고 개발해야 할 것으로 만든다. 점차 확장되고 있는 대인 서비스 영역 중 특히 심미적 노동 영역이 요구하는 여성 노동자의 자질은 성인 여성의 섹슈얼리티적 요소에 기대고 있다(Tyler & Abbott, 1998:Hall, 1993:Adkins, 1995). - P261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피부 관리나 화장 혹은 다이어트, 적절한 패션의 조합 ‘이전‘과 ‘이후‘의 격차를 가시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이전‘은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낙인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이 낙인화는 소비를 통해 피할 수 있는 것, 외모 관리 실천을 통해 피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종종 ‘이사배‘, ‘씬님‘ 같은 유명한 여성 크리에이터들은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얼굴 분장이나 남성 연예인 커버 메이크업, 호러 캐릭터 분장 등을 한다. 이는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에 대한 기대감을 단번에 저버리고 해방적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매우 예외적인 콘텐츠가 되고 기본적으로 이들이 추구하는 매력적인 여성으로서의 외모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 P265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화장‘이라는 것의 과정, 즉 ‘생얼(맨 얼굴)‘에서부터 메이크업 완성에 이른 얼굴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적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의 부자연성, 즉 조형적인 것으로서의 여성성에 대해 알려준다. - P265

개인 여성 크리에이터의 경제적, 사회적 성공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더욱 공고하게 하거나 문화적으로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긍정할 만한 결과일 것인가? - P266

스피노자의 『윤리학Etica』은 사물에 대한 참된 인식 및 인간의 욕망과 정서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통해 우리가 지복(행복beatitudo) 또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책이다(진태원, 2018:35). 스피노자는 『윤리학』3부 정리7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독특한 실재의 본질을 ‘코나투스conatus‘, 곧 자신의 존재 속에서 존속하려는 노력,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즉, 코나투스의 인간적인 표현은 ‘욕구‘ 내지 ‘욕망‘(3부 정리9)이다. 욕망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노력으로서의 활동이다. 스피노자는 기쁨, 슬픔, 사랑 등의 정서가 이성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정서가 없다면 인간은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고 본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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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9-27 0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이제 알라디너tv 가시는 겁니까!! 아니면 아예 유튜브에서 시작..? +_+

다락방 2022-09-27 09:18   좋아요 4 | URL
저도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을 오늘 아침에 하긴 했는데 너무 귀찮아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다면 주말에 영상을 찍어야할텐데 주말엔 아무것도 안하고 싶고 평일엔 바쁘고.. 이렇게되어서. 아무튼 생각은 좀 해보고 있습니다. 짧은 영상이면 괜찮지 않을까 싶고요. 4-5분. 요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아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7 09:24   좋아요 3 | URL
저도 영상 편집 등 전혀 모르는데.. 쟝쟝님 미미님 등 하시는 분들이 곧 오셔서 댓글로 알려주실 것 같습니다. 미미님은 목소리로만 하시는데 그래도 좋던걸요? ^^

- 2022-09-27 09:36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그러니까… 음… 얼굴을 제가 괜히 까는 게 아닙니다 ㅋㅋㅋ 그것으로 돈을 벌려면 ㅋㅋㅋ 아 유튜브 ㅋㅋㅋㅋ 이것에 대해서 일단 제가 지금 열심히 실험(?) 중인데요 ㅋㅋㅋㅋ ㅋㅋㅋㅋ 일단 한번 해보세요 ㅋㅋㅋ!! 저는 응원합니다!!!💕 나의 북튜버 동지합시다 ㅋㅋㅋ

다락방 2022-09-27 12:11   좋아요 1 | URL
저는 하게 되면 편집 전혀 없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편집 배우기 싫어서요 ㅋㅋㅋㅋㅋ
편집도 안하고 얼굴도 안까고. 이 유튜브는 어디로 갈것인가..

- 2022-09-27 12:30   좋아요 1 | URL
네! 그건 콘텐츠가 있다면 당연히 하실 수 있으세요!!! 다락방님은 콘텐츠가 있으시니까요 ^^!!! 저는 그게 빈약하니까 편집에 공을 들이는 거고~!! (보기 좋아야 먹기도 좋다?) ㅋㅋㅋ 그리고 편집에 공들이는 것보다 얼굴까는게 편집에 시간이 덜가서 얼굴깐것 ㅋㅋㅋㅋㅋ (그러나 내 얼굴이 싫어서 나도 적응이 안됨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9-27 09: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에 이어 다락방님도 북튜버 진출!!! 김겨울작가님 북튜버 가끔 보는데 다락방님이 진출하시면 아주 열심히 들을 독자가 여기 있습니다. 아 맘은 좋아요 100만개 쯤 날리고싶은데 말입니다. ^^

다락방 2022-09-27 12:15   좋아요 2 | URL
제 일상의 루틴 어느 한 지점에 영상을 찍는 일정을 넣어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주말 밖에는 시간이 없는데 주말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튼 오늘 북튜버에 대해 생각한 후로 아직까지 계속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ㅋㅋㅋㅋㅋ

- 2022-09-27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심미적 노동으로부터도 탈출하고 여성의 범주로부터도 벗어나있으면서도 돈을 잘 버는 모습….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2-09-27 12:16   좋아요 2 | URL
그러나 그렇게해서 돈을 못 번다고 해도 이것이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의 전형적 모습은 되지 않을거라는 걸 영상 시작전에 밝혀야겠어요. 이런 취지로 나는 시작하지만, 그러나 실패해도 이것이 실패의 전형은 아니다, 내가 실패했다고 다른 사람도 실패하리란 법은 없다고요. 생각을 하자, 생각을..

- 2022-09-27 12:34   좋아요 2 | URL
괜찮아요 ㅋ 남튜버들 보세요 ㅋㅋㅋㅋ 내용도 없는디 눈꼽도 안띠고 나옴 ㅋㅋㅋ 하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이 좋아하는 내용을 고민하셔야할거예요! 글로 꼬실 수 있으면 다 꼬실 수 있습니다. 다락방님은 실패하지 않으실겁니다. 시도 하시되, 꼭 성공하십시오. 좋은 내용으로 플랫폼 구독 경제에서 승리합시다! ㅋㅋㅋㅋ 그걸로 돈벌어서 웁살라 대학가세요!!

거리의화가 2022-09-27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북튜버 진출을 격하게 응원합니다! 만드시면 계정 알려주세요. 구독 바로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2-09-27 12:17   좋아요 3 | URL
저는 아마도 알라딘을 통해 데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편이 편하지 않을까요. 일단 그래야 시청자가 좀 있지 않을까. 이래저래 생각 해보고 있어요. 영상 찍게되면 반드시 알라딘에 공개할게요. 미리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 2022-09-27 0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구독자 156명에 빛나는 쪼꼬미 북튜버인데요!!! 구독자 156명으로도 156편의 글은 쓸 수 있지만 수익이 창출되는 그날까지 ㅋㅋㅋ 쓰지 않고 계속 지켜보면서 이 산업이 왜 문제인지를 폭로하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 그러나 그건 산업에 도태된뒤에 하는 말이 아니라 일단 시장에 진입 한 뒤에 ㅋㅋㅋㅋㅋㅋ (아직 수익화안됨) 말해야 미미하게라도 발화의 공신력이 있겠지 않는가… 유튜버 하지도 않으면서 유튜버 욕하기는 참 쉽다고 생각해요 ㅋㅋㅋㅋ 마치 글쓰지도 않으면서 내가 더 잘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ㅋㅋㅋ
참고로 저는 유튜브가 분석하여 안내하는대로 구독자 늘리는 중입니다 ㅋㅋㅋㅋ (알고리즘 체제 부역자)

다락방 2022-09-27 12:20   좋아요 1 | URL
알라딘으로 올려도 수익은 창출되는거죠? 그런데 156명으로 수익 창출이 안된다면, 수익 창출은 대체 언제부터 되는건가요? 이왕 할거라면 수익창출을 해야 한다...

- 2022-09-27 12:25   좋아요 1 | URL
구독자 1000명 시청누적시간 4000시간 부터 광고로 수익이 나는데, 뭐 저도 아직 아니라서 ㅋㅋㅋ 알라딘으로 올리면 지금 알라딘은 이벤트 중이라 조회수 100이면 적립금 천원입니다! 신인상을 타실 수 있고요 ㅋㅋㅋ!!! 그건 십만원 줫음!!

청아 2022-09-27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북튜버!!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생각하시는 이상 영향력을 가질 거라 믿습니다.
더구나 목소리가 너무 좋으시더라구요(>.<)
집중해서 듣게되는 그런 톤,분위기였어요~♡
꼭 하셨으면 좋겠어요.대의를 위해서ㅎㅎㅎ

저는 아직 ‘맘스타그램‘ 읽는 중인데 김애라님 파트
빨리 읽고 싶네요.다락방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다락방 2022-09-27 14:34   좋아요 2 | URL
미미 님, 이번 책 정말 좋네요. 다양한 주제를 다뤄줘서 좋았어요. 맘스타그램은 제가 아예 관심 없던 분야인데 이 책을 통해 덕분에 알게 되고 연구자들의 생각을 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고단한 육아를 함에 있어 스맛폰이 있다는 것, 소통할 창구가 있다는 것은 그 나름의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말예요. 미미 님 얼른 다 읽고 글 써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튜브.. 오늘 하루종일 생각하고 있네요. 나는 할것인가 말것인가, 한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라고 하면 사실 저는 하게 된다면 별 계획없이 일단 질러버리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9-27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우선 쟝쟝님 유튜브에 찬조출연 하시는 건요??(쟝쟝님이 거절하실 수도 있지만요 ㅎㅎ) 얼굴 안 보이게도 하고 마스크 쓰고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눈빛과 입 움직임이 보이는 게 신뢰가 간달까? 그렇긴 하더라고요..
아직 거기까지 못 갔는데 이 글 재미날 것 같네요~

- 2022-09-27 10:03   좋아요 2 | URL
여부가 있겠습니까? ㅋㅋㅋ 제 쇼츠 영상 1위는 입짧은 다부장입니다 ㅋㅋㅋㅋ 유튜브가 좋아하는 다락방 ㅋㅋㅋㅋㅋ (사람에게 인기라는 것은 타고나는 듯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7 14:32   좋아요 1 | URL
저는 쟝쟝님 유튭에 손과 배가 나간 적이 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썬글라스 끼고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냥 아싸리 안나오는게 나을 것 같아요. 그런식으로 해서 수익창출하는 모습을 제가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니, 하지말라고!!)

독서괭 2022-09-27 14:57   좋아요 1 | URL
그 쇼츠영상 저도 봤습니다 ㅎㅎ
다락방님 기대하고 있을게요!!😘

잠자냥 2022-09-27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다부장님 저도 북튜버? 그까이꺼! 김겨울?! 이러다가 결국 못하고 마는 것이 그 얼굴 팔리는 것 때문입니다. ㅋㅋㅋ
우리 육고도 출연하면 구독자수 금방 올릴 거 같은............ㅋㅋㅋㅋㅋㅋㅋㅋ(꿈만 꿈 ㅋㅋ)

아 그나저나 다부장님 곧 하시겠네. ㅋㅋㅋ

- 2022-09-27 10:13   좋아요 2 | URL
잠자냥은 냥튜버나 하세요 ㅋㅋㅋㅋ 육고 면 일단 성공각 ㅋㅋㅋ 북튜버 보단 밥벌이 될 긋 ㅋㅋㅋ 책 팔이보단 냥이 용품 팔이가 가진 자본이 더 클테니까요 ㅋㅋㅋ

잠자냥 2022-09-27 10:24   좋아요 3 | URL
냥튜버 엄청 많잖아요. 그리고 거기 나오는 애들은 다 엄청 예쁨..
우리 육고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27 10:29   좋아요 3 | URL
알라딘 한정 인기 냥들 ㅋㅋㅋㅋㅋ 육고 ㅋㅋㅋ 자냥 눈엔 이뿌쟈냥 ㅋㅋㅋ 기록용으로 자기만족 용으로 하는거 추천 ㅋㅋ 그러다 광고들어오면 냥이들한테 해주고 ㅋㅋㅋ 근데 ㅋㅋ 하기 싫죠?~~ 흐흐

다락방 2022-09-27 14:31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제가 곧 할 거라고 보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7 15:10   좋아요 2 | URL
네.

다락방 2022-09-27 15:51   좋아요 1 | URL
아니, 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7 17:26   좋아요 1 | URL
댜부장님 찔러본 데가 한두군데가 아니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22-09-27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목소리 좋다고 스스로 하셨던 말씀 생각납니다. 북튜버 잘 안 보지만 락방님의 데뷔는 응원합니다. 목소리도 듣고 싶고 내용도 듣고 싶고요. 구독 바로 누를거에요. :)

다락방 2022-09-27 12:40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 저 요즘 윌라 오디오북으로 토지를 듣고 있거든요? 들을 때마다 프레이야 님 생각해요. 윌라에서 성우들이 낭독하는 것처럼 이 플랫폼에서 접근하신다면 오디오북 낭독으로 수익창출도 하실 수 있겠다.. 하고요. 저 혼자 윌라 들을 때마다 생각해보곤 합니다. 후훗.

2022-09-27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2-09-27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튜브로 계정파서 시작하고 누적 시청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내 유튜브를 누가 보는지, 어떤 부분을 주의깊게 보는지에 대한 리포트가 쭈루룩 나와요.

이건 제가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1. 유튜브 시청자층 연령이 위로 올라가고 있어요 ^^ (50대 60대들도 이제 유튜브 봐요) 그분들이 개저씨들 정치 유튜버만 보지는 않았음 좋겠어요!

2. 제 구독자 시청자는 95프로가 여자예요 ㅋㅋ 근데 5프로 안되는 남자들이 징징대고 얼평하는 댓글 달아요 ㅋㅋ (지워버림)

3. 문제는 이중규범인데 ㅋㅋ 남튜버들 얼굴에는 안역해하시는 분들이 여자 유튜버는 외모를 본다는 거예요, 남자보다 여자가 여자 얼굴 더 봐요…. 그럼 얼굴을 안까고 목소리만 나오게? 그러려면 브이로그를 하셔야하는데 ㅋㅋㅋㅋ 그러러면… 음… 팔이피플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더라고요 이게… 시선은 권력이고 돈이고… 돈이 나오는 것을 노출하고 나는 그걸로 돈을 벌고… 어디까지 보여줄 건가…

아무튼 여자 북튜버가 얼굴 안까고도 구독자로 수익창출 하실 수 있다는 걸 다락방님이 보여주세요!!!! 그리고 나는 빨리 이 챕터를 읽어보갰습니댜🏃🏽‍♀️🏃🏽‍♀️

다락방 2022-09-28 07:33   좋아요 2 | URL
어제 점심때까지만 해도 의욕 뿜뿜했는데 어제 퇴근하고 집에 가니까 유튭은 무슨 유튭이냐, 하던 것들이나 잘하자.. 이렇게 또 의욕상실이 되어가지고 제가 결국 어디로 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후훗.

- 2022-09-28 08: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맞아요!!! 노동자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 ㅋㅋㅋ 저도 일 옶을 때 반백수 시간 불안을 견디려고 했던 건데 지금은 힘든 무엇이 되었…
그치만!!! 저는 그 숱한 소설들을 읽어오신 락빵님의 책소개 유튜브가 넘 궁금해요 😩

책읽는나무 2022-09-2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콘탠츠는 무궁무진하다에 저도 한 표 던집니다.
핑크게토에 대해 좀 답답하게 읽었던지라..핑크게토에 대한 이야기가 있나 보다 했더니 온통 북튜버 얘기!!ㅋㅋㅋㅋ
늘 산으로 가는 우리 알라디너님들 늘 귀여우십니다ㅋㅋㅋ 제 서재도 늘ㅋㅋㅋ

근데 다락방님이 북튜버로 진입하신다면 뭔가 심미적 노동에 대한 정석을 깔아주실 것 같아요. 처음엔 어렵겠지만 자꾸 노력하고, 연구해서 반드시 이루실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잔잔한 영향력을 주실 것 같아요. 핑크게토 허물 수 있었음 좋겠어요. 얼굴을 공개하는 건 아무래도 직장생활 하시기도 하시고, 또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으실테니 미공개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공쟝님이나 김겨울 유튜버처럼 직접 얼굴을 대면한다면 친근하고, 당사자의 진실성이 더 빨리 다가온다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 계속 더 찾아보게 되구요^^
암튼 다락방님의 콘탠츠 책(책도 종류 많잖아요? 소설, 여성주의, 영어 원서 번역등) 영화, 여행, 식도락, 직장 이야기, 모임 이야기, 미혼 여성 이야기등등 우린 듣고 싶긴 합니다^^

- 2022-09-28 10:35   좋아요 1 | URL
식도락빵… 그렇게 다부장은 자신이 싫어하던 먹방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다락방 2022-09-28 11:20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 생각했는데요, 책나무 님. 소설과 여성주의 책을 리뷰에 넣을 것인데 원서는.. 어쩔까 싶더라고요. 왜냐하면 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영어를 뱉어야 될 것 같아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원서의 문장을 읽어야 되면.. 어떡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원서는 제껴야지, 막 이렇게 되었다가, 아니 근데 읽다가 보면 원서 얘기 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 이랬다가, 그러면 그건 글로 쓰자 이랬다가. 오락가락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생각을 좀 더 해보겠습니다. 아침엔 하고 싶었다가 저녁엔 하기 싫어지는 의욕..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

건수하 2022-09-30 20:03   좋아요 1 | URL
1인 2메뉴로 식도락방도 충분히 가능하실듯… 원서는 발음이 마음에 걸리신다면 읽어주는 앱 있지 않을까요? (편집을 해야겠지만..)

막 쟝쟝님 미미님 등 유튜브하시는 분들도찬조출연하시고 그럼 너무너무 좋을거 같습니당
 















요즘 <윌라>를 통해 토지1권을 듣고 있다. 내가 몇해전 읽은 종이책은 <나남출판사> 였는데 알라딘에서는 이제 검색이 안된다. 하는수없이 검색되는 마로니에북스를 들고 왔다. 윌라에서는 어느 출판사인지 모르겠고 어쨌든 윌라 독점이란다.

읽다가 중간에 시트콤도 보고 그러느라 아직 1권을 마저 다 읽지는 못햇는데, 아이고야, 이 극진한 사랑 부분에서 진짜 가슴이 뜨거워지고 막 애가 탄다. 사랑, 그게 대체 뭐라고.. 별당아씨랑 구천이와는 완전히 또 다른 사랑 이야기, 그러나 그보다 더 극진한 사랑이야기가 월선이와 용이에게 있다.


월선이의 어미는 무당이고 그래서 월선이는 제대로 된 자리로 시집을 갈 수가 없다. 용이와 젊은 시절 사랑에 빠졌지만 용이의 부모가 무당의 딸이란 이유로 반대했고 월선네도 제 딸이 멀쩡한 총각과는 결혼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용이에게 차라리 다리가 불구였으면, 눈 하나가 안보였으면 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월선이와 용이는 그래서 결혼할수 없었고 하는수없이 월선이는 월선이대로 용이는 용이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시간이 흘러 월선이는 혼자가 되었고 주막을 차려 사람들에게 술을 팔고 있다. 용이는 강청댁과 결혼했지만 그들 사이엔 사랑이 없고 다정함도 없고 아이도 없다. 강청댁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남편 잘생겨서 좋겠다는 부러움의 말을 듣지만 그건 정말 속을 모르는 소리다. 용이는 강청댁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고 아이라도 있으면 둘 사이가 나아질텐데 뭐 아이를 가질만한 상황도 좀처럼 생기질 않는다. 게다가 딱히 성실한 남자도 아니어서 강청댁은 속을 끓인다. 물론, 월선이와의 과거도 알고 있고, 그게 강청댁을 더 환장하게 하는 지점이다.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나와의 살림에 딱히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거다. 강청댁은 시종일관 용이에게도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포악하기만 한데, 그 포악함이 너무 이해가 되는거다. 강청댁의 욕망은 어느것 하나 실현되지 않은 채로 이 삶을 마주하고 있는 거다.


용이는 용이대로 장날이면 읍내로 나가 월선이 얼굴을 잠깐 보고 온다. 별 말도 없이 그냥 술이나 한잔 하면서 월선이의 얼굴을 보고 오는 것, 그게 전부이고, 강청댁도 이 사실을 안다. 월선이도 용이가 오면 오는대로 맞아주고 그들 사이에 더 깊은 교류는 생기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밤 월선네에서 밤을 보내고난 후, 그 밤이 지나고나자 그들 사이에 육체적 정이 포텐 터져서 그 뒤로 용이는 뻔질나게 월선을 찾아들게 되는거다. 마음만 주고받다 몸까지 주고 받고나니 이 사랑 제대로 폭! 발! 해버려. 그러던 어느 순간 용이 발길을 끊는다. 월선이는 애가 탄다. 왜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장날에 다른 사람들이 보이면 혹시 용이가 아픈지 물어본다. 그렇지도 않다는데 용이가 오지 않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달포가 넘어간다. 아아, 하는수없어, 월선은 용이 너무너무 보고싶다. 그래서 찾아간다. 한 밤에, 강을 넘어, 용이에게로. 용이에게로 가는 배 위에서 월선은 돌아가신 제 어머니 생각을 한다.



'우찌 그리 못 살고 왔노, 용이가 그러데요. 우찌 그리 못살고 왔겄노. 어매, 불쌍한 우리 어매. 팔자치리하고 살라 카더마는 내 신세가 어매 한세상맨치로 우찌 그리 똑같겄소. 짝도 없고 임자도 없고 어매자식 어매 안 닮고 뉘 닮았겄느냐고 했더마는… 너무 보고 저바서 왔소. 용이 사는 울타리라도 한분 보았이믄 싶어서 왔소. 어매, 날 미친년아, 기든 년아 하겄지요? 나도 모르겄소. 보고 저바서 미치고 기들겄십디다. 나도 모르겄소.' -<토지1>, 박경리, 나남출판사, p.234




아아... 밥을 먹으면서 이 부분을 듣는데, 아이고야, 세상에. 이 극진한 사랑을 도대체 어쩌면 좋은가 싶은거다. 세상에.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서 왔대. 울타리가 나에게 말을 할거야 안아줄거야. 울타리는 울타리일 뿐인데,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곳의 그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서 왔대. 너무 보고싶어서 올 수밖에 없었대.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서 왔다니. 아 진짜 미치겟는거다. 그런 한편 이정도의 사랑이라니, 이만큼의 사랑이라니, 울타리라도 보고 싶은 그런 사랑이라니. 도대체 그런 사랑은 무언가 싶은거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곳의 울타리라도 보고 싶은가? 라고 내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답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동안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보고싶어서 울타리라도 보겠다고 찾아가는 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울타리가 내게 무얼 해줄 수 있담? 게다가 상대의 허락없이 그 집앞을 서성이는 것은, 우리 둘이 사랑한 사이었다고 해도 자칫 징그럽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소설속의 상황이 서로에게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렇단 말이다. 나는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싶지 않고 그래서 울타리라도 보러 가지는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그게 나은 것이었는가 하면, 이젠 그걸 잘 모르겠는 거다.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 찾아가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모든걸 다 해보고 기어코 바닥까지 다 보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은 나에게 늘 바닥까지 가보라고, 할 수 있는 걸 다 해봐야 털어낼 수 있다고 조언하곤 했다. 나는 번번이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런데, 사실은 그랬어야 했을까? 나는 울타리라도 보겠다고 찾아가는 사람인가? 그 마음은 알지만 찾아가진 않을 것 같다. 나는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싶다고 말을 하고 상대로부터도 만나고 싶다는 긍정의 대답을 얻은 후에 만나고 싶다. 그렇지 않고 몰래 보는 일은 너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 내가 나한테 못할 짓 같은 거다. 월선이의 마음을 알지만, 그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만, 그러나 나는 울타리를 보러 가진 않을 것 같다.



게다가 그가 사는 집을, 그의 울타리의 위치를


모른다


그런데 월선이는 갔다. 월선이의 사랑은 내가 하는 사랑보다 더 극진했던 것일까? 울타리가 뭘 해준다고 울타리를 봐, 울타리라니. 울타리가 도대체 내게 뭘 해줄 수 있다고. 그런데 그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서 월선이는 배를 타고 강을 지난다. 


ㅋ ㅑ-


그렇게 숨어서 그 집 울타리를 보려는데 마침 강청댁의 말소리가 들린다. 마실을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서는거다. 그러니 이 집에, 이제 용이만 혼자 있다. 그토록 보고싶던 용이가,



있는 거다. 으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울타리라도 보고싶었고 그렇게 울타리를 보았으니 돌아서 가면 되는것이지만,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혼자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리고 그의 모습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데, 불러보고 싶다. 나를 보게하고 싶다. 마주하고 싶다.. 라는 마음 완전히 들지 않나. 대체 그걸 어떻게 참나. 



얼마나 시간이 지나갔을까. 월선은 마을 외딴 곳에 있는 제 집으로 가려고 수수밭을 나섰다. 열려진 삽짝 앞을 지나가려다가 걸음이 멎는다. 기둥에 걸어둔, 초롱불빛이 비치는 마루에 용이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소."

분명 입 속으로 중얼거린 것 같았는데 용이 번쩍 얼굴을 쳐들었다.

"누고?"

"……"

곰방대를 팽개치고 용이 달려나온다.

"누, 누고?"

월선임을, 똑똑히 두 눈으로 보고 난 뒤에도 그는 누구냐고 물었다.

"나 집에 다니러 왔소. 지나는 길에,"

여자의 목소리를 쌀쌀했다.

"지, 집에, 집에 온다고?"

한동안 우리에 갇힌 짐승같이 용이는 뱅뱅이를 돌았다.

"그라믄, 그라믄 거기 가 있거라. 내 곧 갈 기니, 곧 갈 기니!"

"오지 마시오."

했다. 용이는 여전히 삽짝 앞에서 왔다갔다 뱅뱅이를 돌고 있었다.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숱한 하늘의 별도 보이지 않았지만 월선이는 울타리를 따라 걸어 올라간다.

"오지 마소, 오지 마소, 오지 마소, 내 새북녘에 나릿선 타고 떠날기요." -<토지1>, 박경리, 나남출판사, p.237-238



아, 오지 말기를 바랐다면 월선이는 제 등장을 알리지 않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쌀쌀하게 오지 말라고 그에게 말하는 것은 그에 대한 원망을 담고 있고 그런 한편 보고싶었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 비록 입으로는 오지 마소, 하고있지만, 그러나 그가 오지 않기를 바랐다면 제 등장을 왜 알린단 말인가. 볼 일이 있어 집에 들르러 왔다니, 이 뻔한 거짓말을 용이라고 모르겠는가. 집에 왔는데 유부남의 집앞을 왜 서성이며 들른단 말인가. 너무나 뻔한 거짓말,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이 뻔한 거짓말. 오지 마소, 라고 말해서 만약 용이가 오지 정말 오지 않는다면, 그 날밤 월선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찢어지고 무너지지 않았을까. 아프지도 않고 특별한 일도 없었으면서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았던 날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여기 있음에도 내게 오지 않다니, 나를 향한 그의 마음은 이제 식어버린 걸까 원망하지 않았을까. 



용이는 온다. 월선에게로 온다. 월선을 으스러지게 끌어안는다. 



"가, 가소, 이, 이러믄 안 될 기요, 보고 저버서, 어, 얼굴만 보고, 우, 울타리라도 보고, 이러믄 안 될 기요." <토지1>, 박경리, 나남출판사, p.243



너가 너무 보고싶어서 왔어,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서 왔어, 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안으면 안되는거야, 라고 하는 말은 도대체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단 말인가. 하아. 

용이는 용이대로 말한다. 밤마다 너를 찾아가는게 부끄러웠노라고, 니를 술청에 내어놓고 밤에 찾아가는 게 부끄러웠노라고. 그래서 발길을 끊었노라고 했다. 그리고 이 밤을 같이 보낸 용이는 월선에게 '우리 도망갈까?' 라고 묻지만, 그러나 정말 도망갈 수 있어서 묻는 것은 아니다. 용이는 이 땅을, 부모가 묻혀 있는 이 땅을 떠날 수 없노라고 했다. 자식된 도리로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밤이 깊어가고 월선이는 용이에게 이제 그만 가라고 한다. 너 가봐야 하지 않겠니, 니 와이프가 알면 빡칠텐데..



"보, 보소, 가봐야 … 가보시요."

별안간 월선이는 날카롭게 말했으나 손은 오히려 용이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용이 팔이 파르르 떨린다.

"와?"

"어 가시요. 이자 나는 마음놓고."

움켜쥐었던 옷자락을 놓으며 월선은 일어나 앉으려 했다.

"머할라꼬."

"불 킬라요."

"키지 마라. 이대로 좀더 있다가."

어둠 속에서 용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자거라, 니가 잠들믄 갈 기니." -<토지1>, 박경리, 나남출판사, p.245




나는 이 지점에서 용이에게 대단히 빡쳤다. 후레자식이라고 갈겨주고 싶었다. 월선이가 이미 용이를 사랑하는 마당에 네가 잠든걸 보고 가겠다는 용이의 말은 얼마나 다정한가. 그동안 찾아오지 않아 무심한 태도에 상처받았다가 너 자는거 보고 갈게, 하는 그 말은 월선이에게 얼마나 위로인가.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졌을까. 이 상황의 월선이에게 용이는 기꺼이, 마땅히 사랑할 사람이다. 이 사람 말고 대체 누굴 사랑하란 말인가, 할 것이다. 그러나 용이가 제대로 된, 월선이를 사랑하는 태도가 올바른 사람이라면, 너 자는 거 보고 '갈게' 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잠든 걸 보고 제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의 남자가 좋은 남자일 리 없다. 뿐만 아니라 용이는 (이미 돌아가신 부모에게) 자식된 도리를 지키고도 싶고 또 월선이랑 사랑도 하고 싶고, 이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하는 바람에 월선이의 마음에도 수시로 창을 꽂고 함께 사는 강청댁에게도 언제나 불행한 삶을 주고야 만다. 내 아내가 강청댁인 이상 나는 남편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겠다, 라고 월선이랑 이별하거나, 내 사랑은 월선이인데 네 옆에서 살 순 없다고 아내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 이 둘중의 하나를 용이는 해야만 한다. 지금 이걸 못하고 자기 마음 편하자고 아내 옆에 살면서 섹스하러 월선이한테 가는 것은 이 두 여자 모두에게 못할짓이란 거다. 그래놓고 사랑은 무슨 사랑이야. 울타리라도 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강을 건너온 월선이는 극진한 사랑을 품었지만, 그러나 그녀가 극진하게 사랑을 품은 대상은 그 사랑을 받기에 가치가 없다. 그 정도의 사랑을 받을만한 남자가 아니다. 용이 진짜 졸라 싫다. 


결국 강청댁은 그 먼 월선이네 주막을 한 밤중에 찾아가 기어코 머리끄댕이를 잡고야 만다. 한쪽은 극진한 사랑을 품고 한쪽은 껍데기만 갖고 있는 공허함을 품고 그 둘은 싸우는데, 그 남자는 우유부단하게 결정도 못내리고 무심하여라. 여자들이 남자를 놓고 싸운다면, 그 남자가 좋을 남자일 확률은 없다. 좋은 남자라면, 두 여자를 싸우게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용이를 사랑하는 월선에게 내 말은 안들리겠지...  에휴... 


여자들아, 내가 다른 여자랑 이 남자를 놓고 싸우고 있다? 그러면 그 남자는 반드시 구린 남자다. 명심해야 해. 좋은 남자는 애초에 싸우게 만들지 않는다. 유 노 왓 아 민? 아무튼 남자 때문에 누가 나한테 싸움 건다면 저는 무조건 항복입니다, 양보입니다, 그 남자 가져가세요. 저는 그런 남자는 반사...용이 진짜 졸라 싫음 개 싫음.




지난 주에는 두 권의 책이 도착했다.



김지승의 《짐승일기》는 선물 받았다. 선물 받지 않았다면 몰랐을 책이었을 것. 역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야. 잘 읽겠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산 책은 '주디스 버틀러'의 《위태로운 삶》단 한권이다. 내가 지난주에는 딱 한 권의 책을 샀어. 만세! 이 책을 왜 샀는지는 한 번 페이퍼 쓴 적 있으므로 링크로 대신한다. ☞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취약성 과 행복 찾기 (aladin.co.kr)


















지난주에 단 한 권의 책을 샀으니 이번 주엔 아예 안사는 게 목표이긴 한데 … 화이팅!!



그나저나 여러분 오늘 9월 26일 입니다. 이제 슬슬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완독했다는 글들이 올라와야 하지 않겠어요?

라고 아직 다 읽지 못한 사람이 씁니다. 



그리고 월선이에게는 오늘 이 노래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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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26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용이 몹쓸 남자임에는 분명한데 또 월선이를 생각하면 무너져버리고~ 저는 못났다는 생각이 더 커요. 답답하기도 하고. 이런 남자는 다락방님 말처럼 결코 만나서는 안되는 사람입니다. 자신들을 둘러싼 여자들에게 다 몹쓸 짓이니 말이죠! 에휴...

다락방 2022-09-26 10:31   좋아요 1 | URL
월선이의 마음은 만나면 만나는대로 못보면 못보는대로 얼마나 널을 뛸까요. 울타리라도 보고 싶은 그 마음은 정말이지 얼마나 극진합니까. 사랑, 대체 그게 뭐길래. 하아- 보러 가는 길은 얼마나 간절햇을 것이며, 너 자는 거 보고 갈게 할때는 또 얼마나 녹아내렸겠습니까.
저는 용이 같은 남자가 진짜 싫어요. 이것도 포기못해 저것도 포기 못해 결국 모든걸 다 쥐고 있으려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하잖아요. 강청댁이 찾아왔을 때 그저 맞고만 있어야 했던 월선이를 생각하면, 때린 강청댁도 어쩐지 진 기분 들게 하고. 대체 이게 뭐예요. 엉엉 ㅠㅠ

다섯 2022-09-26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이성적이 아닙니다. 논리가 아니라 감정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 감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고요. 용이와 월선이의 사랑은 만주 용정에서 끝을 맺죠. 월선이가 병으로 죽습니다. 어떤 사랑은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고 너그럽게 봐주세요^^

다락방 2022-09-26 10:33   좋아요 3 | URL
아뇨, 저는 어떤 사랑을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고 너그럽게 볼 생각이 없습니다. ^^

잠자냥 2022-09-26 1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쟝님이랑 락방 님 왜 둘 다 아침부터 사랑사랑해요? 사라랑.........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6 10:49   좋아요 2 | URL
사랑 대체 뭘까요? 그게 대체 뭐길래 사람 감정을 들었다놨다 하는건지. 하아-
밥 잘 먹고 지내야겠어요. 잠자냥 님도 밥 잘 먹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6 10:50   좋아요 4 | URL
요즘엔 울타리 보러 가면 스토킹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6 10:52   좋아요 3 | URL
참 마음이 거시기하더라고요. 저도 안그래도 월선이는 스토커인가.. 막 이런 생각하면서, 그런데 월선이 보기를 용이도 원했는데, 그렇다면 어느 지점에서 스토커와 스토커 아닌 자가 갈리는가.. 아 역시 사랑은 안하는게 장땡이에요. 머리아파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26 10:56   좋아요 2 | URL
꼴 페미도 사랑을 안다…

- 2022-09-26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자면안돼… 맘만 주고받지 몸 주고 받으면 끝이라니까… 비극이여.. 맘이몸이여… 비겁한 용이 새끼… 니가 그 토종이구나…

다락방 2022-09-26 11:01   좋아요 1 | URL
뻐킹 몸 정....

등롱 2022-09-26 11:24   좋아요 2 | URL
토종 ㅋㅋㅋ ㅋㅋㅋㅋ 그러네요 토종이네요 ㅋㅋㅋㅋㅋ
토지를 고등학교 때 처음 읽었는데,
용이 괜찮은 남자처럼 묘사되는 게 그 때도 너무 이해가 안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강청댁과는 왜 결혼을 하고, 월선이와는 왜 도망치지도 못하고 끊어내지도 못하고 두 여자에게 모두 고통을 준단 말인가... 다른 사람 괴롭게 하는 게 어디가 괜찮은 남자란 말인가... 이런 남자를 짧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생겨서 좋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2-09-26 11:46   좋아요 2 | URL
제가 보았던 드라마에서 용이가 박상원 이었거든요? 저 요즘 토지 들으면서 박상원까지 너무 싫어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26 12:16   좋아요 3 | URL
푸하하 얼마전에 다락방님이 알려주셔서 저도 알게 된건데 “박경리 토종” 넣고 검색하면 짤 나와요 ㅋㅋㅋ 박범신 욕하는 ㅋㅋㅋ 원저자 박경리님 맞으시고, 한남용어 전에 토종이란 단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26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왼쪽에 <토지 듣기> 폴더 하나 만드시죠. 전 다시 읽기도 듣기도 자신이 없어서요. 락방님 읽는거 구경이나 할랍니다 ㅋㅋㅋㅋㅋ
전 울타리 보러 가는 쪽이에요. 글고 몰래 되돌아온다파. 몸정 반대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6 11:43   좋아요 2 | URL
저는 제 주변이 웉타리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저한테 울타리를 보고 오라고, 차라리 그게 저한테 더 나을 거라고 조언을 수차게 들었더랬죠. 그러나 저는 보러 가지 않는 사람.. 비울타리파 ㅋㅋㅋ
아니 몸정 반대파라니 ㅋㅋㅋ 아니 너무 좋네요? 어감이 너무 좋다. 몸정 반대파. 응원하고 싶은 심정이네요.ㅋㅋㅋㅋㅋ

수이 2022-09-26 13:05   좋아요 3 | URL
몸정파가 감히 댓글을 답니다. 단발님 몸정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

단발머리 2022-09-26 13:14   좋아요 2 | URL
아흐ㅋㅋㅋㅋㅋ 저를 너무 잘 아시네요. 제가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반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6 17:36   좋아요 1 | URL
저도 울타리 보러 간 경험이 한 번 있는데 그러고 그 남자랑 결혼했...

몸정이 뭡니까 그런거 몰라요 없어요 알고싶지 않아...

여기서 다시 떠오르는 <어글리 러브> 중의 대사

섹스를 하게 되면 헤어질 때 더 힘들 거야. 너도 알잖아. (141쪽)

영어로는 뭐라 써 있는지 급 궁금해짐. 나중에 찾아봐야겠네요 ㅎ

단발머리 2022-09-26 17:39   좋아요 1 | URL
수하님, 고급지시다. 이 상황에 원서 챙기시다니 ㅋㅋㅋㅋㅋ그나저나 다 울타리파네요. 다락방님 많이 외로우셨을듯…. 사랑은 울타리를 타고 ㅋㅋㅋㅋ 수하님 러브 스토리 함 들어야겠네요. 넘나 흥미진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6 17:44   좋아요 1 | URL
갑자기 궁금해져서... (요즘 책 통 못읽고 있는 자의 허세랄까요)

울타리파 많나요? 아 다락방님 주변에 ㅎㅎ
저도 가서 보고 몰래 와서 마음 접고 전화번호도 지웠는데
나중에 연락이 와서 ㅋㅋㅋ
그분은 제가 울타리 보러 갔었는지 아직도 몰라요

단발머리 2022-09-26 17:52   좋아요 1 | URL
위의 글 보시면 다락방님 친구분들은 울타리파가 많으신 듯 해요. 전 강 건너 간다할때 아… 뭐, 이렇게까지 싶었는데… 그래도 울타리파…. 그러나 안 들키고 돌아오는 쪽이었는데요 ㅋㅋㅋㅋㅋ 수하님 그 분 아직도 모르신다고요? ㅋㅋㅋㅋㅋ 진정한 승자이십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6 19:48   좋아요 1 | URL
진정한 승자 이런거 아니고요 저는 처음 차여봐서 충격이 컸고 ㅋㅋㅋ (나에게 이런건 네가 처음이야 뭐 이런) 그분은 그냥 엄청 이기적인 사람이다 뭐 이런… 전혀 아름답지 않은 스토리…

다락방 2022-09-27 09:20   좋아요 0 | URL
수하 님, 어글리 러브에서 인용해주셨는데, 맞습니다. 섹스를 하게 되면 헤어지기가 더 힘들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 섹스하기도 더 쉽죠. 섹스는 안하는게 장땡입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울타리파가 많았어요. 저는 철저하게 비울타리파였고요. 친구들은 항상 저에게 울타리파가 되어서 바닥까지 치라고 했죠. 그래야 다시 올라온다고... 저는 그러는 과정에서 제가 망가질 것 같고 망가진 모습을 사랑했던 사람에게 보이는게 진짜 싫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망고 2022-09-26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용이 너무 마음에 안들었어요 용이랑 얽히는 세여자가 다 불쌍해요 착한 월선이 뿐만 아니라 뭣모르고 시집온 강청댁의 포악질도 이해되고 심지어 임이네도 불쌍...괜히 용이가 임신시켜서 오도가도 못 하게 만들었잖아요ㅜㅜ용이 너무 답답했어요

다락방 2022-09-26 11:45   좋아요 1 | URL
제가 오래전에 종이책으로 읽고나서 기억에 남는게 임이네가 용이 때문에 괴로워하는 거였거든요? 근데 이번에 읽는데 용이 아내가 강청댁이고 임이네가 아니더라고요? 아니, 임이네는 그럼 .. 아내가 아닌데 나중에 괴로워했던 것인가... 아....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ㅠㅠ 괴로웠습니다 ㅠㅠㅠㅠㅠ

망고 2022-09-26 11:50   좋아요 1 | URL
임이네는 용이가 욕정에 드글드글 휘말려서 밤에 막 그렇게 해가지고 그렇게되는 뭐 그런.....용이는 월선이 사랑한다면서 임이네한텐 왜그랬대요 으휴ㅋㅋㅋ

다락방 2022-09-26 11:51   좋아요 1 | URL
세상 찌질하고 나쁜새끼네요 진짜루 ㅠㅠ 아 너무 싫어요 ㅠㅠ

건수하 2022-09-26 17:34   좋아요 0 | URL
저는 임이네는 별로 안 불쌍한데... 임이네 때문에 월선이가 더 불쌍해져서 너무 싫었어요 ㅠㅠ

수이 2022-09-26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댓글들 보니 토지 안 읽은 사람은 저뿐인가 봅니다. 이번 여성주의 책 좋은데 막 진도가 쭉쭉 빠지지는 않더라구요. 다시 2장 읽고 있는 1인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

단발머리 2022-09-26 17:41   좋아요 0 | URL
앞쪽이 좀 난해하고요. 뒤에 맘스타그램이랑 불법촬영 이야기는 우리 실생활이라ㅠㅠㅠ 비교적 쉬워요. 뭐, 완독 못 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닙니다만 ㅋㅋㅋㅋㅋ 화이팅!

독서괭 2022-09-26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뒤로 가면 용이 더 빡칩니다 ㅠㅠ 월선이는 답답이 ㅠㅠ 용이가 월선이 생각하는 마음이 진실하긴 한데, 그놈의 선영봉사니 법으로 만난 사이니가 뭐라고.. 진짜.. 암튼 저도 용이 싫어요. 흥
한권 사기 성공이라니 너무 놀랐습니다(깜딱)!! 다음주도 응원할게요 ㅎㅎ

건수하 2022-09-26 17:33   좋아요 0 | URL
아 용이 뒤로 가면 정말...
그리고 월선이는 너무 희생의 캐릭터잖아요 슬퍼요 ㅠㅠ

20-21세기 시각으로 그 시대를 보면 안되지만...

바람돌이 2022-09-26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토지의 월선이의 사랑은 진짜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 콧물 빼게 하는 그런 사랑.
제가 용이처럼 우유부단한 남자를 극혐하게 되는데 토지의 영향이 컸어요. 저거 다 갖고 싶어서 욕심부리는거지. 나쁜 놈이자 사랑에 대한 예의도 없는 놈.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읽다가 주디스 버틀러 읽고 싶어졋는데 너무 어려워보여요. 내가 이 나이에 학문으로 대성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 어려운 책을 꼭 읽어야 할까? 아니야 그래도 읽고 싶잖아 막 이러면서 제 마음이 싸우는 중.... ㅠ.ㅠ

mini74 2022-09-26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지금도 용이 싫어합니다 ㅠㅠ 용이 동생 죽은 이야기가 참 슬펐어요 ㅠㅠ
 














세번째 글, 김수정 의 <ASMR, 지디털 문화 시대의 감각화된 친밀성: 감각, 정동, 젠저/섹슈얼리티> 를 읽었다. 지금 네 번째 글까지 읽고 있는 중인데 사실 김수정의 이 글이 시작은 가장 지루했다. 그렇다해도 놀랄만한 글이었는데, 이 글에서야말로 내가 관심도 없었던 그리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사유들이 주루룩 펼쳐졌기 때문이다. 내가 워낙에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아니어서 ASMR 이 어떤 뜻인지도 몰랐고, 어렴풋이 '먹방에서 먹는 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는 거구나' 정도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ASMR 은 먹방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고 먹방은 그 후에 그중에 하나로 파생된 걸로 보면 되겠다. 우선,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모르니까 ASMR 의 풀이를 책에서 인용하자면,


'자율감각쾌락반응' 이라 번역되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특정 소리 자극에 대해 느끼는, 머리에서 등줄기로 이어지는 기분 좋은 찌릿한tingling 감각 경험을 가리킨다. -p.87



그래서 나는 이 글이 먹방에 대한 건줄 알았다. 그러나 그 전에 정말로 이 반응을 일으키는 다른 영상들이 있었던 거다. 



속삭임, 귀 파는 소리ear cleaning(뭐, 이런게 있어?!), 바삭한 음식 씹는 소리, 요리할 때 생기는 소리, 입으로 내는 소리, 손톱으로 무엇을 긁거나 톡톡 치는 소리, 손이나 브러시로 쓰다듬는 소리, 종이 구기는 소리, 사각대는 글 쓰는 소리 등 다양한 미세한 소리들이 팅글을 야기하는 자극물, 즉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다. -p.87


이 영상의 창작자들은 역할극을 한다거나 해서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주고 또 작은 목소리로 속삭임으로써 청취자에게 위안과 위로를 준다는 거다. 나는 경험한 바가 없어서 그런줄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국내의 창작자가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다는데, 이름도 처음 들어봐서 도대체 어떤 영상을 찍는 사람이야? 하고 검색해 보았다. 본인의 얼굴은 드러내지 않는채로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주는 창작자인가 본데, 나는 영상을 보진 않았고 인터뷰를 잠깐 읽었는데, 자신의 영상중에 귀 파는 게 제일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걸 보여주고 들려줄 생각을 하고 또 그걸 들으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일단 나에게는 너무나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저런 소리들을 보여주고 들려줄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이걸 들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훨씬 더 많겠지만, 이 영역 역시 내가 전혀 모르던 일들로 가득했다. 숙면을 취하고 싶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이런 영상을 시청하는가 보았다.



김수정의 글을 놀라운 점은, 이런 것들을 알려주어서가 아니라, 이런 영상들과 젠더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연관성을 생각해보고 또 우리에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에서도 연구한 바가 있는데, 이런 ASMR 영상 창작자들은 특히 여성이 많고 구독자들은 거기에서 위안을 얻음으로써 돌봄의 기능을 수행하는 여성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거다. 게다가 처음에는 이런 영상들이 성적인 함의를 포함하지 않았다해도 자본주의 시장에서 더 잘 팔리기 위해서는 더 많이 드러나야 하니 차츰 성적인 메세지를 넣기도 한다는 것. 그렇게 섹슈얼리티가 포함되는 것에 대한 연구와 비판이 이 글에 다 있는 거다. 


그러니까 ASMR 에 대해서 젠더화된 수행이 맞다는 연구가 나오고 침실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촬영하기도 하면서 성적인 메세지를 가지고 있는게 맞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상들을 어떤 시선으로 봐야할까. 그러나 곧이어 이런 영상들에 대한 다른 시선을 가진 연구에 대해 밝혀준다. 즉 ASMR 은 '이성애 규범을 넘어선 대안적 쾌락' 이라는 것. 무슨 말이냐하면, 이성애 그리고 섹스는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둘만 있을 때 해오던 사적인 것이었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 인해서 비규범적이 된다는 거다.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그리고 이내 여기에 다른 연구자의 연구가 덧붙여진다. 이성애 섹스라는 것을 너의 몸과 나의 몸이 하는것이었다는 걸 넘어서 이런 공개적인 영상에는 여러 테크놀로지들이 결합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의 성적 개념과 차이를 가진다는 것이고 규범적 이성애 섹스에 분열을 일으킨다는 거다.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아 뭐야 진짜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걸 사람들이 연구하고 나는 이렇게 책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연구한 걸 알게 되다니. 너무 짜릿하지 않나. 그러니까 이런 흐름인거다.


ASMR은 사람들을 잠들게 함으로써 친밀감을 주지 → 그렇지만 창작자 대부분이 여성이란 걸 감안하면 다분히 젠더롤 규정이 되지 → 특정한 신체부위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성적인 영상이기도 해 → 아니야 보는 사람들도 그걸 기대하고 보는게 아니라 위로를 받으려고 보는걸 → 그래 맞아, 처음엔 성적인 영상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고 또 시청하다보니 성적인 영상들이 생겨나 → 그렇지만 그런 영상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이성애 성적 규범을 파괴하지, 그 사이에는 너와 내가 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테크놀로지가 매개하잖아, 우리는 다른 세상을 사는거야!


와 너무 재미있지 않나. 나는 세상에는 학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하나하나 그 과정에서 단순했던 것들을, 심지어 창작자나 시청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들을, 연구자들은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결론으로 도출해내는 거다. 물론 거기에서 끌어오는 결론들이 모두 맞는 것도 정확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연구 결과들을 읽어봄으로써 어떤 지점들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지 않나. 진짜 연구 만세, 학자 만세, 공부 만세만세 만만세다! 처음엔 도대체 뭐여, ASMR 이 먹방이 아니었어? 뽀모.. 라는 사람이 인기가 많아? 지루했다가 읽을수록 너무 씐나는거다. 


물론 나는 이 연구자가 보여준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 그리고 주장에 대해서 오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네, 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적인 함의를 담은 영상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성애 규범을 전복 시킨다거나 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나는 사실 그보다는 좀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는 한데, 성적인 메세지들이 공공연하게 자꾸만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내가 성적 보수주의자여서 인가? 내가 꼰대여서인가? 이건 내 스스로 언어나 문장을 만들어낼 때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김수정은 자신의 글을 통해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를 보여줌으로써 그러나 우리가 아직 이 영상들이 어떤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힌다. 분명 다양한 소리들로 친밀감을 주는 것은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방식이고 이것은 다른 연구자의 주장처럼 그동안 성적 문화에 대한 어떤 도전이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좀 더 들여다보고 고찰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에는 다른 사유들을 자극할 수 있도록 이 글을 썼다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나에게는 저자의 의도가 완전히 와닿은 글이었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주제를 다루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나는 먹방에 대해 관심이 많고 여기에 대해 정리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일전에도 친구에게 먹방은 포르노랑 다를 바가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직 날카롭게 거기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건, 먹방에서 보여주는 자극적임,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는 것은, 내게는 '그래서는 안된다'로 연결되어지는 거다. 굳이 썰지 않은 커다란 고기덩어리를 들고뜯는 일이, 굳이 라면을 몇 개나 끓여서 한 번에 먹는 일이 보여져야 할 일인가. 사람들은 거기에서부터 무엇을 얻는가. 나는 이게 포르노랑 되게 비슷하다고 보여지는거다. 이런 영상들은 나에게 어떤 유익함을 가져다주거나 하질 않는다. 나는 유튜브로 먹방을 보지는 않는데,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1분짜리 먹방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그걸 중도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보고 그 다음 영상도 연관되어 나왔을 때 별 생각 없이 들여다봤던 거다. 그런 후에 어떤 일이 생기냐면, 갑자기 영상속에서 창작자가 먹었던 빨간 냉면이 먹고 싶어지고, 그것을 후루룩 먹고 싶어지는 거다. 나는 그동안 먹방을 봐왔던 사람이 아니고 또 내가 먹는 양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한 끼에 두 메뉴를 놓고 먹는다해도, 먹방 창작자들처럼 라면을 한꺼번에 네 개씩 먹고 그러지는 못한다는 거다. 게다가 라면 하나가 1인용이라고 했을 때, 그러니까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먹는 1인분이라는 용량이 정해진 것들이 있는데, 굳이 그대로 먹는게 아니라 해도, 도대체, 어째서, 왜, 한 사람이 치킨과떡볶이를 시켜두고 또 라면까지 네 개 끓여가면서 먹어야 하냐는 거다. 왜 그래야 하는걸까. 그리고 그걸 왜 보는걸까, 그리고 보는 사람들은 왜 계속 보는걸까. 그걸 볼 때 시청자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드는가. 매운 고추를 잔뜩 썰어넣고 커다란 그릇에 도무지 한 사람의 양이라 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밥을 담아 먹는 걸 보여주는 건, 창작자와 시청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왜 굳이 그래야 하는가. 왜. 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부러 함으로써 자극을 주고, 그래서 보는 사람들도 그 자극을 맛보고 싶게 만들고, 그리고 그 자극을 줌으로써 창작자는 돈을 벌어간다. 이거 너무 포르노스럽지 않나. 이걸 어떻게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나는 누가 이미 정리해두었길 바라고, 그런 글을 읽고 싶다. 이 책에는 먹방이 아니라 먹스타그램이 있던데, 그 글은 내가 알고자 하는 바를 충족시켜주는 글인걸까? 


사실, 나야말로 연구자가 되었어야 하는걸까?


아무튼 이 책 너무 좋고 매 글마다 생각하게 해서 진짜 짜릿하다. 너무 좋네요 ㅠㅠ



그나저나 다음은 웹툰인데, 나는 또 웹툰도 안봐가지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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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9-23 0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다락방님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님도 연구자가 되어야해요! 저 어제 못읽었는데 이 부분이
이런 내용이군요. 먹방이 포르노와 비슷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저도 먹방을 본 일은 없지만 너튜브에서 먹방으로 인기인 사람들이 지상파에 출연해 이야기나누는걸 잠시봤거든요. 수십개의 치킨다리를 먹는데...다분히 가학적이고 자본주의화 되어있다고 느꼈어요.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비규범화된‘다는부분에도 깜짝놀랍니다. 이번달 책은
굉장히 재밌네요! 저도 얼른 따라가겠습니다. 🤭

다락방 2022-09-23 09:54   좋아요 3 | URL
네, 먹방은 포르노와 그 흐름이 같죠. 과하고, 자극적이고, 중독되고, 누군가는 크게 돈을 버는것까지. 우리 10월 도서가 포르노랜드 잖아요. 저는 먹방에서 한 인간이 먹기엔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도대체 왜인지 모르겠어요. 일종의 자기학대와도 연결되는게 아닌가 싶고요, 그것은 포르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지거든요. 이 점에 대해서 누군가가 잘 정리해준 글이 있다면 읽고 싶어요. 밑에 별족 님이 소개하신 책이 그런 책인가 싶어 읽어보려고 하는데, 책 소개를 보니 한국인의 밥 권하는 문화 같은 얘기를 해놓은 것 같네요. 접근이 섬세하지 못한것 같은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겠네요.

- 2022-09-23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먹방) 그걸 보지 않는 것보다 보는 것이 수월하고 그게 알고리즘인 것 같아요. 이 기능은 돈을 벌기 위해서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 낸 것이고요. 저는 페미니즘이 결국은 자본주의 비판과 동시에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 선명해지는데… 그 많은 기술과 자본이 투하된 플랫폼자본주의를 이기기엔 너무 자장이 거센 것 같아요!
과거의 시절에 대체 페미니즘 없이 어떻게 사회를 분석하려고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적인 자극이 됩니다… 여자 연구자들 더 생겨라!!!! 공부하자!!! 연구자들에 투자해라!!!!

다락방 2022-09-23 09:50   좋아요 3 | URL
맞아요, 페미니즘은 결국 자본주의 비판과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자본주의 사회에 아주 깊게 몸을 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역시나 자기모순에 직면하게 되겠죠.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자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자기 비판과 고통을 끌어안아야 할까요.. 윽. 그래도 아무튼 가보렵니다. 가던 길 계속 가야지요. 결국은 어디에 닿지 않겠는가, 합니다.
읽고 쓰고 공부합시다!!

- 2022-09-23 10:26   좋아요 1 | URL
그렇게 치자면 가부장제 이성애 사회에도 깊숙하게 몸을 담고 있는 우리지요 ^^ 자기 모순을 한껏 직면하지만 그것들에 우리를 다 내어주지 않기 위해 똑바로 보려는 글쓰기를 하는 우리들. 나는 나 자신이 대견하고 장하고, 또 그런 우리를 어떻게든 만들어가는 작은 쪼꼬만 움직임일 꾸준히 하는 다락방님이 장해요! 더더 읽고 쓰고 공부합시다😍

다락방 2022-09-23 10:28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남자의 육체를 좋아하는 저는 그래서 심히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도 벗어나지 못했고요. 단단한 등.. 사랑해요 ㅠㅠ

- 2022-09-23 10:31   좋아요 0 | URL
슬퍼하지 말아요
기뻐하지 말아요
다 지난 일이야
이젠 잊어 버려요
(회전목마) 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3 10:33   좋아요 2 | URL
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있으니..

나는 단단한 등과 함께있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23 10:35   좋아요 1 | URL
바람이 부네요… 다시….

거리의화가 2022-09-23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직접 검색도 해보셨군요~ 저는 차마 검색은...^^; 저 이미지 클립들만 봐도 자극적인 것이 눈에 보이네요. 눈 아래 이미지 컷들을 보여주는 것 말이죠. ASMR에서 왜 사람들은 위로와 공감을 표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생각하니 놀랍고 새로운 사유들을 많이 얻게 되었어요! 웹툰, 유튜브 저는 다 친하지 않은 매체라 더 놀라웠던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9-23 09:48   좋아요 1 | URL
저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데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칠개국어로 자막도 단다고 해서 뭐라고? 하고 검색해봤습니다. 차마 영상을 보진 못하겠더라고요. 저 영상 보는게 왜이렇게 겁나고 하기 싫은지, 원 ㅋㅋㅋ
저도 웹툰도 안보고 유튭도 안봐서 완전히 새로운 글이었어요. 그런데 읽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후훗.

별족 2022-09-23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이라는 책에서 먹방을 (만들고)보는 한국인, 포르노를 (만들고)보는 일본인,에 대해 말하던 게 좀 더 와 닿습니다. 모든 걸 성적으로 연결하는 건, 일종의 결핍이나 억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다락방 2022-09-23 09:46   좋아요 1 | URL
오, 언급하신 책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책인데 어쩌면 제가 정리하지 못했던 걸 정리해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읽어봐야겠어요. 다른 분들 백자평을 보니 국뽕이라는 단어가 보이긴 하지만요.

잠자냥 2022-09-23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유튜브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저런 시장이 너무 크다는 거예요, 먹방, ASRM 이런 시장. 저는 이 두 컨텐츠가 다 너무 원초적 자극을 주는 거라 포르노 같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다부장 님이 찾아 올리신 저 이미지도 뭔가 좀.... 성적인 컨텐츠 같아 보여요. 저 여자 입술하며...ㅠㅠ).

참고로 먹방은 그걸 시청하는 사람의 뇌도 음식을 먹고 있다고 착각해서 심지어 살이 찐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다락방 2022-09-23 10:17   좋아요 5 | URL
네, 잠자냥 님. 저도 먹방을 보는 순간 ‘굳이 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확 포르노랑 연결되어 생각되더라고요. 위에 미미님댓글에도 답했지만 자극적이며 중독적이고 과한 설정에 자기학대, 그리고 자본주의. 이 흐름은 먹방과 포르노가 똑같이 연결되는것 같아요. 제가 인스타에서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1분짜리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걸 보면서 뭐랄까, ‘이걸 보는 나‘가 싫었거든요. 저는 만약 제가 포르노를 본다면 그 역시도 ‘이걸 보는 나‘가 싫을 것 같아요. 먹방을 보는 것도 포르노를 보는 것도 그런 모습의 저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싫은 나일 것 같은데, 그렇게나 인기있는 걸 보면... 뭐, 그렇습니다.

저는 남들 앞에서 그렇게나 과하게 많은 음식을 먹고 그걸로 돈을 번다는 게 진짜 너무 이상해요, 정말 너무 이상해요. 포르노도 그렇잖아요. 남들 보는 앞에서 성적 학대를 하고 돈을 벌잖아요. 그거 진짜 너무 이상해요. 그리고 큰 돈을 벌어요. 저는 진짜 이거 너무 이상합니다.

(저도 저거 검색해서 어떤 창작자인지만 보고 영상은 차마 못봤습니다..)

2022-09-23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9-23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SMR의 원천이 그런 거였어요?
저는 애들이 들려주던 영상을 들어보니까 음식 먹는 바사삭~ 그런 소리들이 많이 나서 음식 씹는 모음집인 줄 알았더니???
처음엔 이 바사삭~ 쩝쩝쩝~ 소리가 왜 유해인 건지 소름 끼치면서 이해가 안가던데 나중에 자연의 소리들을 들었을 때는 아...힐링되는 기분에 유행을 타는가 보다!! 쉽게 생각했네요?
뽀모 저 유튜버도 처음 들었는데 제목이나 사진만 봐도 약간 포르노 영상같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정말 알게 모르게 두뇌가 잠식되어 가고 있었군요? 갑자기 소름이 쫘악~~~~~ㅜㅜ

다락방 2022-09-23 14:23   좋아요 2 | URL
저도 워낙 유튜브와 동떨어진 인간이다보니 ASMR 에 대해서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 책에서 이게 뭐다 딱 정리를 해주더라고요. 이래서 책을 읽는건 뼈가 되고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지식이 되는가봅니다. 후훗.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데 ASMR 의 창작자도 그리고 시청자도 성적인 의도로 만들거나 보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보다는 정말 힐링이나 위안을 위해 듣는 거였죠.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들을 가만 놔두질 않는 것 같습니다. 돈이 되기 위해서는 자극적이 되어야 하는거지요. 저는 먹방이 포르노스럽게 연출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먹방 자체가 포르노랑 본질적으로 같다고 보고 있는 거고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자극이 더 큰 자극으로 더 큰 자극으로 만들어지는 것, 그리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멍하니 보고 또 보고 또 보게 되는것이요. 이 흐름이 너무 포르노랑 똑같잖아요.

영상만 보는건 확실히 뇌를 쓰지 않는 일인것 같아요. 책나무 님,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읽고 씁시다. 책나무 님, 계속 가는거예욧!!!!!

바람돌이 2022-09-23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남의 귀파는 소리를 듣고싶지? 하고보니 왜 모르는 여자가 소변을 보고 응가를 하는 화장실 몰카를 보고싶지라는 질문과도 연결이 되어 버리는..... 먹방과 포르노가 일맥상통한다는 것도 어렴풋하게 느끼던 것들인데 다락방님 글 읽고 나니 확실하게 더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네요. 다락방님 언젠가 이 주제로 책 내십시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데 가능합니다. 응원합니다. ^^

다락방 2022-09-23 17:20   좋아요 2 | URL
저도 영상을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귀를 파주는 걸 보여주면서 소리를 들려주는것 같아요. 거기에서 시청자들은 편한 자세로 누군가 내 귀를 파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힐링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모르는 여자의 불법촬영물을 보는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ASMR 은 대리만족 혹은 타인으로부터의 위로가 목적이고 불법촬영물은 자신 안의 열등감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위로나 위안 혹은 힐링이 목적이었어도 점점 ASMR 이 자극적이 되어가는 것 같기는 합니다.

어휴, 이런 주제로 책을 내는건 저보다 더 전문적으로, 더 오래, 더 깊게 공부하신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저는 책만 읽는걸요. 후훗.

- 2022-09-23 17:32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저도 그게 너무 궁금해요 ㅋㅋㅋ 그래서 남.자 를 샀습니다ㅋㅋㅋ 이 열등감에 돌아버린 한남의 남성성연구가 다각도로 진행되었음 좋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유구한 전통이 분명있다는 겁니다 ㅋㅋㅋ 그리고 한남성만도 아니란 것을 점점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난티나무 2022-09-23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챕터 읽다가 조금 남기고 덮어두었는데 다락방님 찾아보신 유튜브 ㅠㅠ 책으로 읽을 땐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처음엔 어땠는지 몰라도 저 이미지만으로는 그럴 만한 이유가 당근 있구나 싶네요.ㅠㅠ 하…

다락방 2022-09-26 07:48   좋아요 2 | URL
네, 저 이미지 만으로도 좀 거부반응이 들죠. 영상은 보고싶지도 않을 정도로 거부반응이 들어요 ㅠㅠ
저 여전히 읽고 있는데 먹스타그램 부분과 웹툰, 맘스타그램 은 딱히 재미없네요. 흐음.

독서괭 2022-09-26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이 글 읽었는데 신기하더라고요. ASMR 이란 게 있다는 건 알았지만 아무 생각 없었는데(이해 잘 안 된다는 생각만) 역시 학자는 다르구나, 싶었어요.

다락방 2022-09-26 17: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독서괭님. 연구자나 학자는 확실히 사유의 깊이가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그냥 무심히 보아 넘기면 안되는 사람들이로구나 하고요.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을 연구하다니, 아니 정말 너무 대단한 사람들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