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차례 밝혀왔지만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다. 여기서 재미란 단순히 웃게 하는 그런 재미가 아니라, 그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갖게 되는 여러 감정들과 생각들을 의미한다. 이런 일도 있네 부터 시작해서 이럴 땐 어떡하라는걸까 까지. 여러가지 생각들과 감정들이 생겨나고 그걸 나는 재미있다고 표현한다.


그것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나는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후기를 적어두기를 권한다. 내가 읽고 생각했던 것, 느꼈던 것을 권하라고. 독서 후의 활동, 즉 독후활동이 있어야 비로소 내가 읽은 책이 좀 더 내것이 된다고 나는 생각하고 또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쓰기가 어렵다면, 말로라도 전하라고 얘기한다. 너 쓰기가 어려워? 못쓰겠어? 그러면 그냥 말해. 가족들에게 말하거나, 친구들에게 말하거나, 그 책 읽고 울었던 거, 웃었던 거, 빡쳤던 걸 말하는거야. 안나 카레니나가 브론스키랑 사랑에 빠졌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는 느낌, 그걸 그냥 혼자 간직하지 말고, 엄마한테 말해. 그러면 그 감정이 너에게 오래 남아. 나는 늘 그렇게 말해왔고, 그래서 후기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 내용을 기억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순간을 더 오래 가져가기 위해서도 후기를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다. 숱한 블로그에서 음식점이나 메뉴에 대해 감상이나 후기를 올리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기도 하지만, 글쓴이 본인에게 아 언젠가 나는 이런 음식을 먹었는데 그 때 이렇게 느꼈었지, 하는 걸 상기시키기도 한다. 어떤 행동을 하고, 그것이 책을 읽는 것이든 운동을 하는 것이든, 혹여 사람을 만나는 것이든, 그 후기를 글로 쓰는 것, 혹은 다른 사람에게 말로 전하는 것은, 그 행동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더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레이디 크레딧을 읽다 보니, 성매매 남성들은 성매매의 후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 룸살롱은 어떻다부터 어떤 오피의 어떤 여자가 어떤 서비스를 해주는지. 성매매 여성이 아닌 일반인 같았다는 후기, 샤워서비스를 해준다는 후기, 애인 서비스를 해준다는 후기. 그런 후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후기가 좋은 여성은 가격이 더 높게 매겨졌다. 그때의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상품이었다. 성매매에서 사고 파는 것이 여성의 성인거야, 몸인거야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후기까지 공유된다? 나는 누누이 후기를 적어야만, 나눠야만 온전히 그것이 내 것이 되고 내게 오래 남는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러니까 이 성매매 남성들은, 성매매 후기를 적어냄으로써 그 성매매의 경험을, 돈 주고 받은 성매매의 서비스를 자기들 것으로 체화하고 있었던 걸까. 오늘 그 여자는 오피스텔에서 나에게 정말 여자친구처럼 해줬어. 20만원 정도의 돈을 주면 아주 서비스가 좋은 여자친구가 잠시나마 되어준다. 그 경험은 그를 어디로 데려갈까? 돈을 주면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면, 굳이 애써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가질 필요는 무어람? 음식점의 서비스가 좋다면 우리는 그 음식점을 다시 찾는다. 남자들이 성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샀다면, 그런데 서비스가 좋고 만족스러웠다면, 후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추천할만큼 이었다면, 그 당사자 역시 또 찾고 싶겠지. 그렇게 오늘 찾고 내일 찾고 모레 찾고 성매매가 그에게 쌓여가면, 그가 성매매 장소를 나와 세상을 둘러볼 때 다른 여성들은 어떻게 보일까?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 중에는 이미 아내나 애인이 있는 사람도 많다고 했는데, 자신의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불만을 가질 때, 자신의 아내가 자신에게 잔소리를 할 때는, 그럴 때 그 남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먹게 될까. 


돈으로 여성(의 성)을 사고 후기를 남긴다니, 나는 그게 그렇게나 기가 차는 것이다. 니네, 지금 뭐하는거야.



남성 구매자는 특정 여성과의 성매매 이후 그 경험의 특성과 만족도를 자신이 지불한 가격과 비교해 후기로 작성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여성들의 개성과 인격, 서비스 스타일, 외모는 고유한 가격의 상품성을 갖게 되고, 이 정보를 토대로 다시금 남성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취향과 가격에 따라 여성들을 선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개별 여성에게 '애인 모드에 강하다', '업소필이 안 난다(민간인필이 난다)', '샤워 서비스를 해준다', '성교 시 리액션이 좋다' 같은 세분화된 평가가 내려지고, 정보를 검색하는 이들은 그러한 평가 속에서 새롭게 자신의 성적 욕망, 성적 취향을 모방하고 발명해낸다. 그러면서 특정 서비스 상품이 특정 업종으로까지 분화하기도 한다. 일례로 여성들이 낯설지 않고 조금 더 상냥했으면 좋겠다는 남성의 성적 욕망에 '애인 모드'라는 이름이 붙고 이것이 후기를 통해 반복되며 성구매의 합리적 이유로 정착한 결과 '오피방'과 같은 신종 업소가 등장한 것이다. -p.246



남자들, 더 나은 성매매를 위해 서로 돕고 사는구나. 정말, 잘 돕고 사시네요. 서로의 더 나은 성매매를 위하여!! 


저런 후기의 게시판이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저 사람들은 다 저기를 어떻게 알고 들어갔나 싶다. 내가 가는 곳이라고는 알라딘, 네이버, 트위터.. 정도가 고작인데. 뭐 나야 아날로그에 더 적합한 사람이라 그런것도 있겠지만, 인터넷에서 성매매를 검색해 성매매를 하고 후기를 공유한다니. 디지털화 돼서 잘들 돕고 사시네요. 대단하세요. 자기들끼리는 만나서도 그런 얘기를 하겠지? 야, 어디 가니까 그 여자가 일반인 같아, 창녀 같지 않아, 그런 얘기. 자기들이 돈 주고 성매매 하고서는 그 여자는 창녀라고 욕하고, 그런 여자 찾아가서는 일반인 같다고 좋아하고... 뭣들 하고 있는거야. 그리고도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냐. 그런 놈들이 어느 직장에나 허다하고 높은 직급에도 많이 있으니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게 뭐람. 



물론 후기는 성매매 남성만 나누는 건 아니다. 성매매 여성들도 공유한다. 어떤 손님이 얼마나 진상같았는지. 그리고 가격 후려치기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만약 같은 돈을 주고 다른 여성으로부터 더 변태같은 서비스를 받아온 남성이라면, 이 여성에게 와서도 그 돈으로 그 서비스를 요구한다는 것. 그러니까 돈을 받고 해줘야 하는 서비스의 질이 자꾸 낮아지는 거다. 다른 업소의 언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성매매의 질이 낮아지고 하향평준화 된다는 것. 세상이 지옥같이 돌아가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당연하게도 외모로 후려쳐진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이 더 '초이스' 받기가 쉽고, 그런 여성들이 업소 내 실장들에게도 예쁨을 받고, 돈도 더 잘 벌어 간다는 것. 연속해 초이스를 받지 못하는 아가씨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형 수술을 하거나 다이어트 약을 먹거나 해야 한다는 것. 그런 업소 내의 생활이, 이 커다란 바깥 세상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성매매 여성들이 아니어도 성형 수술과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업소 바깥에서도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거 아닌가. 우리는 가수들이 오디션을 보거나 했을 때 '너 노래는 잘하는데 성형을 좀 해야겠다'고 했다는 사례들에 대해 무수히 들어보지 않았던가. 대체, 왜?



우리는 모두 성매매 안에 있다는 신박진영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우리가 사는 곳은 성매매 월드, 우리는 모두 성매매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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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4-26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것도 후기를 쓴다니… 하긴 성매수 전문가라며 인터뷰를 자청한 사람도 있었으니 (거기보다 조금 더 읽었습니다… 분발요망)

‘여자친구같다’, ‘애인같다’ 도 본인들이 규정한 개념이라는게.. 그걸 또 현실에 투영하겠죠? 이 꺼림직한 악순환이라니…

다락방 2022-04-26 08:59   좋아요 3 | URL
수하 님,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고 분노하게 됩니다. 이런 후기들을 바탕으로 성매매 상품이 새로 생겨나기도 하는데요, 거기에는 당연히 성매매 코스도 있습니다. 코스도 종류별로 있고요. 와 저는 정말 ㅠㅠ 이 거대한 성매매 월드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현실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힘냅시다, 수하 님!!

건수하 2022-04-26 09:11   좋아요 1 | URL
열심히 읽겠습니다! 다음 달 책이 뭐지 하고 어제 다락방님 서재를 뒤지다가… 좌절. 이번달 책은 두껍지만 잘 읽히더군요..

다락방 2022-04-26 09:41   좋아요 2 | URL
이상하죠? 이번달 책 잘 읽히고 그나마 다른 책들에 비해 어렵지도 않은데 왜케 늦게 읽고 있는거죠? ㅋㅋ
그나저도 저도 5월달 도서 너무 두려워서 5월달에는 5월 시작과 동시에 읽어버리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빠샤!!

거리의화가 2022-04-26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기가 이렇게 이어지네요. 서로 나누고 공유하기 위한 후기 정보가 어디로 가면 어떻게 하면 성매매를 할 수 있을까라니. 이런 게 버젓이 게시판이나 카페 등을 통해서 널리 퍼지고 퍼지니 성매매 월드는 끝나지 않는걸지도요. 성매매 여성들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성형과 다이어트를 강요받고 끊임없이 가꾸어야만 하는. 미쳐 날뛰어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후...

다락방 2022-04-26 09:40   좋아요 2 | URL
성매매는 현재 불법이잖아요. 그렇다면 누군가 알게 될까봐 쉬쉬 해야 하는게 당연할텐데 어쩌면 이렇게 당당하게 후기까지 공유할까요? 불법이지만 모두들 사실 하고 있다는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요. 이건 도대체 다 무슨 의미일까요. 성형과 다이어트를 강요받는 게 아가씨들 사이에서 성매수 남들에게 선택박기 위해서인데, 그건 그냥 현실 세계의 축소판 같아요. 너무 끔찍하고 징그러워요 ㅠㅠ

singri 2022-04-26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진짜 별일이 다 벌어지고 있었군요 암암리에 그것도 정보입네라며 자판 두두리고 글쓰고 했을 놈(!)들이 깔렸다는것 아닙니까? 진짜 이런 레기들~

다락방 2022-04-26 09:39   좋아요 1 | URL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깊고 넓고 힘있는 세계가 그 안에 있었어요. 그건 그 안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 바깥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휴.. ㅜㅜ

단발머리 2022-04-26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기를 나눌 수 있는 이유는... 돈을 지불했기 때문이고, 또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이고, 담에는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함이죠.
아.... 돈을 뺏읍시다, 우리......

다락방 2022-04-26 11:49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단발머리 님. 돈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에 이렇게 써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돈을 빼앗아야 합니다. 돈이란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있지 않아도 될 곳에 있어요. 이걸 바꿔야 합니다! 빼앗아 버립시다! 으르렁-

잠자냥 2022-04-26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후기라니….. 저런 곳 가서 애인모드 찾는 건 또 뭐랍니까? 아이고야

다락방 2022-04-26 13:52   좋아요 1 | URL
자기들끼리 아주 잘 돕고 살더라고요.. 어처구니. 더 나은 성매매를 위한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남자들인 것입니다..

난티나무 2022-04-26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젯밤 읽은 부분이라 눈에 쏙쏙 또 들어오네요. 저도 책 읽으면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 이유는 뭘까, 내용에 큰 부담(?)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남자쉐이들 꼴 보기 싫어서, 후기 작성하며 공유하는 그 꼬라지 읽기 싫어서, 너무나 암울해서, 뭐 그런 이유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더랬습니다…..ㅠㅠ

다락방 2022-04-26 13:53   좋아요 1 | URL
국내 작가가 쓴 거라서 쉽게 넘어갈 것 같은데 이게 또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ㅠㅠ 저 4월 안에 다 읽을 수 있을지..
이 책 읽으면서 놀라움의 연속이라 당황스러워요. 뭐라고, 이 지경까지.. 몇차례 놀라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내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거대한 성매매 사회라는 생각이 들고요. ㅠㅠ

난티나무 님, 힘내서 읽읍시다!

아일린 2022-04-26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창피함의 기준이 다 다르니 저런 행동도 서슴없이 할 수 있겠죠. 당당하게 후기를 나누는 자들 참 대단합니다.

다락방 2022-04-26 16:17   좋아요 1 | URL
맞네요, 아일린 님. 창피한 줄 모르고 저러는 걸 보면 창피함의 기준이 저마다 달라서 그런거겠지요. 왜 저게 창피하지 않은걸까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2-04-27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술술 읽히는 책임에 분명합니다만...생각보다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이기도 합니다. 숨고르기가 가장 많이 필요한 책이랄까요?
그래서 진도가 더딘 책인 듯도 할 것이라고 봅니다. <여성과 광기> 책을 읽을 때처럼 좀 안타깝고, 그리고 남자들, 남자들...으으....그러고 있네요. 저두요!!!ㅜㅜ
 















이제 절반쯤 읽었나. 이 책을 읽는 일은 생각보다 더 무섭고 더 답답하고 더 아프다.


보통 돈이 너무 필요해서, 급해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여성들은 성매매에 뛰어든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선불금으로 업주로부터 돈을 받고 거기에 아주 높은 이자를 붙이는 식이다. 매일 일을 해서 이자를 갚아나가야 하는데 너무 고되어 하루라도 일을 빠지면 결근에 대한 벌금을 크게 때리고 지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그렇게 이자를 못갚는 게 조금 쌓이면 그 이자는 원금에 추가되어 상환해야 할 금액이 급격하게 커진다. 이 돈은 그러니 갚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사실 성매매 여성들이 선불금을 받고 일을 하면서 그 돈을 메꾸기는 힘들다, 빚에 허덕인다, 정도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그런데 김주희는 레이디 크레딧에서 고작 그만큼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빌리는 돈은 업주로부터가 대부분이었지만 사채업자가 끼어들기도 하고, 사채업자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역시나 고금리의 이자를 때려버린다. 그래, 사채업자들도 연관되겠지, 라고 짐작 가능한 부분이지만, 여기에 저축은행이 끼어든다. 저축은행이 이 '아가씨'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 그러면 아무런 담보가 없는 그녀들에게 뭘 믿고 돈을 빌려주나? 그녀들의 담보는 바로 그녀들의 몸, 그 자체였다. 그 몸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갚을 것이기에 그 몸은 담보가 되고, 그래서 높은 금리로 은행은 아가씨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혹여나 그 돈을 못 갚으면 그 갚지 못한 대출은 채권이 되어 이제 금융시장을 떠돌게 된다. 어떻게든 갚아야 할 돈이긴 하지만 갚아야 할 대상이 여기에서 저기로 바뀌고 그 금액은 자꾸 불어나는 것.



2011년 J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조직폭력배인 '조 씨'가 여론에 오르내리게 된다. 조 씨는 강남에 룸살롱을 여러개 가지고 있으면서 수십억의 돈을 벌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은행으로부터 받은 '아가씨 대출'이 크게 한몫을 한거다. 강남에 룸살롱을 하나 차리려면 자본금이 필요하고 룸살롱 업주는 저축은행에 가 창업자본금을 빌리게 된다. 이때 근거가 되는 서류는 아가씨들의 '선불금 서류'. 정식으로는 아가씨들에게 선불금을 지급할것이고 아직 사업 시작 전이라 돈이 없으니 은행이 돈을 빌려다오,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 씨는 실제 업소 아가씨들이 아닌 다른 숱한 아가씨들을 모아서 명의를 빌려 선불금 서류를 만들고 그걸 근거로 해 큰 돈을 대출 받았던 것이다. 은행의 비리를 수사하던 중 이게 다 드러났던 것. 



이 일을 책에서 언급하면서 김주희는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를 그만두게 하면, 그것이 바로 탈성매매가 될까? 전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사는 이 큰 세상이 이미 성매매월드라는 것이다. 진정한 탈성매매를 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



매춘 여성들의 선불금 차용증이 시중 은행에서 대출의 근거, 위험 회피의 수단이 되는 현실은 이 시대 자본축적 방식이 여성들의 매춘화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성매매 문제를 알선자와 구매자의 문제로만 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문제설정이다. 여성들이 '탈성매매' 후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가정된 사회의 구성 양식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다면, 단편적인 해법만 제시할 뿐 사회적 의미의 '탈성매매'는 이루어질 수 없다. -P.154



성매매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 사회에널리 퍼져 있다. 2012년 성매매 알선과 탈세 혐의로 국내 최대 규모의 유흥주점 업주 형제가 구속기소되면서 이 업소의 규모가 세상에 드러났다. '어제오늘내일', 소위 'YTT'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이 업소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룸살롱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19층에 객실 169개의 세울스타즈호텔과 지하 1~3층에 룸 180개를 가진 유흥주점을 운영했고, 유흥주점의 연간 매출액만 650억 원, 2년 동안 하루 평균 200~300회, 도합 최소8만 8000회의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한다(서울중앙지방검찰청,2012). 이렇게까지 규모가 큰 업소가 존립할 수 있고 심지어 호황을 누린 것은 이 업소를 이용한 수만 명 혹은 수십만 명의 남성 손님, 이 지역 공무원, 경찰 간에 카르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카르텔 자체가 곧 유흥업소의 미래 수익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다. -P.168~169



이러한 대출 사례로 미루어볼 때 '유흥업소 특화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조건은 바로 여종업원, 혹은 '여종업원의 수'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출 상품은 '여종업원'을 무엇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것인가. -P.170



알탕 카르텔은 여성들이 원하지 않아도 여성들을 포르노 랜드에 살게 하고 성매매 월드에 살게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포르노 랜드이고 성매매 월드이다. 진정한 '탈성매매' 를 이루려면 이 카르텔 자체를 부숴야 하는데.



아직 절반이다. 절반이 남아있다. 남은 절반에 희망이 있을지, 계속 읽어보겠다.


여러분 이 책 읽으세요, 두 번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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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4-22 10: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몸이 자산이라는 말이 뼈아프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그것이 채권이 되어 내내 떠돈다는 것도, 한번 저당잡히면 내 정보가 내내 굴러다니는 것인데 너무 싫고 화가 나더라구요.
이 책은 정말 읽어야만 하는 책이 맞습니다!

다락방 2022-04-22 10:53   좋아요 4 | URL
저는 여성의 몸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준다는 걸 처음 알게 됐고요 너무 놀랐습니다. 여성들은 사채업자든 은행이든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걸 자신과의 신뢰 형성이라 생각하는데 정작 은행을 비롯한 업주나 사채업자, 중개업자등은 그 여성의 몸을 담보로 본 것이라니. 너무 끔찍하더라고요. 게다가 정말 눈깜짝할 사이 원금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버리니 그 돈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갚을 수 있겠어요. 돈 생기면 성매매 일을 그만둘까봐 이자도 높게 받고 결국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아 정말 미친 세상이에요. ㅠㅠ

미미 2022-04-22 13: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겉보기엔 아닌것 같지만 이 책에나온 사실들을 보면 이 사회 전체가 남성가족부인것 같아요. 지나친 남성가족부라서 여성가족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성가족부 안에서는 성매매가 자연스러울꺼고 포르노가 이상하지 않겠죠. 그것들을 이용해 여성이란 존재를 착취하는것도 당연할테고. 그러니 금융도 사법기관도 이익을 공유하고요. 증언들도 안타깝고
많이들 알아야할 금융성노예아닌가 싶어요ㅠㅠ

다락방 2022-04-22 12:33   좋아요 4 | URL
나라 전체가 여자를 상품화하고 도구화하면서 자기들 이익을 채우는 것 같아요. 정작 중간에서 몸 갈려나가고 마음고생도 하는 여성들의 손에는 돈 한 푼 쥐어지지 않는데 말이죠. 아 정말 미치겠어요.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이 아주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 업소에서 하루에 200~300 건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니. 진짜 성매매에 미친 나라 같아요. ㅠㅠ

잠자냥 2022-04-22 1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여성 선불금 서류로 대출이 가능하다니 정말 놀라운 나라네요. 말잇못….

다락방 2022-04-25 07:59   좋아요 1 | URL
저는 성매매 하는 남성이 우리나라 남성의 절반이라는 것에도 기가 찰 노릇이라 생각햇는데(아마 실제로는 더 많겠죠) 온 나라가 하나 되어 성매매에 진심이라는 생각이 이 책 읽고 들더라고요. 진짜 성매매에 미친 대한민국이에요. ㅠㅠ

그레이스 2022-04-22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제구조, 안전망, 화원주의 ...이런 단어들이 지나갑니다.
그나저나 다락방님 서재에 들어와보니(처음 들어와본 듯요) 서재의 달인 금뱃지 장난 아니네요 ㅎㅎ
독서의 역사도, 알리디너의 역사도, 여성주의 책읽기 역사도...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집니다.

다락방 2022-04-25 08:00   좋아요 1 | URL
굉장히 모순적인 경제구조죠. 몸이 갈려나가는 건 여성들인데 돈은 남성의 손에서 나와 다른 남성의 손으로 들어가고요. 성매매 여성들은 결코 그 돈으로 차곡차곡 돈을 모아 집 사고 차 사고 아니, 그게 다 뭐에요, 그 업계 자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구조인데요. 여자를 팔아 돈을 버는 건 남자라는 게 너무나 심란합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2-04-22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면서 너무 놀랍기만 해서 정말...ㅜㅜ
부채가 곧 감옥 같은 세상인 것이었어요.
조직폭력배들의 연루, 저축은행, 러시앤 캐시등등 실제 거론되어지는 은행과 사채업자들의 이야기에 입을 다물 수 없는 정보들을 읽고 나서 머리가 띵~ 하던데, 그리고 또 한편으론 작가님 괜찮으신가? 약간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너무 놀라운 책으로 다가왔거든요. 이 책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고,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생각도 바뀌고, 그래서 법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2-04-25 08:01   좋아요 2 | URL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놀라운 일들이 이 책 안에 가득하더라고요. 저는 아가씨 대출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고 거기에 높은 이자를 때리고 그 이자가 원금이 되고... 그런 세상에서 도대체 성매매 여성들이 어떻게 그 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겠어요? 그 여성들이 있어야 남자들이 돈을 버니 결코 내보내지 않으려고 그런 수작들을 부리는건데. 정말 답답하고 마음이 아파요 ㅠㅠ

mini74 2022-04-22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라민 은행의 여성 망신주기 아가씨대출 선불금 등 ㅠㅠ 리뷰 써야 하는데 생각만 많아집니다 ㅠㅠ

다락방 2022-04-25 08:02   좋아요 1 | URL
선불금 서류가 대출의 증빙이 되다니, 너무 어이없죠. 저는 정말 기가 차고.. 어차피 이런 세상이라면 저 역시 성매매 월드에서 살고 있는건데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시장은 정말 거대하더라고요. 관련된 자도 엄청나고요. ㅠㅠ
 


영화 <인 비트윈> 에서 in between 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 죽은 자가 완전히 저쪽 세상으로 가기 전 아직 못다한 말이 있어 잠시 머무르는 지점을 말한다.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남자친구 '스카일러'를 잃은 '테사'는 사고후 회복중 여러차례 스카일러가 자신의 주변을 맴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해 얘기하면 주변인들은 테사를 이상하게 보고, 아직 그 사람을 제대로 떠나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안쓰러워한다. 그러나 테사의 말을 믿는 병원의 다른 환자는 그 세계를 연구하고 있고 믿고 있다. 그가 네 곁에 머무르는 건 너에게 할 말이 있기 때문이고 또 너에게 듣지 못한 말이 있기 때문이다, 너희 사랑이 가장 절실했던 곳으로 찾아가면 스카일러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 단 조심해야 한다, 네가 거기서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너는 이 세상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고 말한다. 

(이 영화를 볼 사람이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이제 잔뜩 담길 예정이다.)

그래서 테사는 스카일러를 만나기 위해 자신들이 데이트 했던 장소를 여기저기 찾아간다. 처음 만났던 극장, 함께 갔던 해변 등등. 그러다 폐가가 다 된 호텔에서 잠시 스카일러의 영혼을 만나지만 거기서 큰 부상을 입고 다시 병원에 실려온다. 닥터는 테사를 진찰한 뒤 교통사고 후 봉합한 심장이 터져 매우 위험한 상태다, 내일 재봉합 수술을 하겠다, 고 한다. 양부모는 걱정하는 가운데 테사는 스카일러가 이제 완전히 저 세상으로 갈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고 마음이 급해진다. 꼭 만나야 한다. 자신의 상처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고 살던 테사는 스카일러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랑한다고 자신이 말해주진 못했다. 사고 당시의 기억은 나질 않고 그런데 스카일러는 죽어버렸고, 꼭 만나서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러다 함께갔던 호수에 마지막으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해 절친을 불러 거기에 데려다달라고 한다. 내일 수술을 앞둔 심장이 다시 터져버린 테사는 그렇게 친구의 차를 타고 호수로 향한다. 

나는 여기서 바로 현실로 튕겨져 나오는데,
이들은 고등학생이다. 아직 대학에 가지 않았고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이다.
아무리 절친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친구의 말-죽은 자가 아직 죽지 않았다-을 믿는다 하더라도,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앞둔 친구를 데리고 병원을 탈출하다니, 그래도 되는걸까? 친구의 말을 믿는다해도 그렇게 병원에서 데려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어쩌면 친구는 수술이라는 긴급한 상황에 대해서는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데리고 나갔다가 테사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러면 그 친구는 뭐가 되는 걸까? 
친구는 테사를 믿고, 테사를 위하는 마음으로, 거기에 대한 진심으로 데리고 외출을 감행한 것이지만, 외부에서 보는 사실은 아픈 친구를 데리고 갔다가 친구가 죽었다, 는 것이다. 그러면 그 뒷일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걸까?
테사는 친구에게 그런 일을 부탁하면 안되는 게 아니엇을까? 자칫하면 친구는 테사를 죽게 하는데 일조한 게 아닌가. 그 일로 평생 괴롭지 않겠는가.
실제로 테사와 친구가 운전하는 차는 스카일러의 조작으로 호수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한다. 바로 스카일러와 테사가 마지막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곳. 교통사고가 났던 장소. 거기서 테사는 스카일러의 영혼을 드디어 만난다. 그리고 만난 후에 쓰러지고, 친구는 급하게 응급차를 부르고 테사는 다시 실려간다. 여기에서 만약 테사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러면 진짜 친구는 뭐가 되는거냐고. 친구가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테사를 위해 진심으로 행동했다 해도, 그 당시에 그게 자신이 믿는 최선의 행동이었다 해도, 테사가 죽어버리면, 그러면 그 친구는 도대체 뭐가 되는 거냐고. 와 진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얘들아 안돼, 그러지마. 그리고 스카일러도 그렇지, 왜 내일 수술할 애를 굳이 거기로 불러내냐고. 그건 너무 위험한 일 아니냐고. 아무튼 이 지점에서 영화바깥으로 튕겨져 나와 화딱지가 났다. 가끔 사랑은, 사랑에 빠진 맹목적인 사람들은 민폐를 끼치게 되는 것 같다. 얌전히 병원에 있었으면 다음날 수술 받았을 애를 데리고 나와서 길에 쓰러지게 만드는 친구라니. 그것은 결코 친구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게 아니지 않나. 아 너무 화가 난다 화가 나... 그러지마, 병원으로 데리고 돌아가라!!


자, 그리고 다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자.
스카일러(의 영혼)가 조작한 차는 사고 현장으로 테사를 데려왔다. 거기에서 테사는 사고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게 된다. 스카일러가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대학으로 떠나기 바로 전, 그 전에 싸우고 이별을 말했던 테사는 스카일러를 찾아갔었다. 그 다툼에 대해 사과하고 스카일러도 사과한다. 그리고 테사는 말한다. 너를 사랑한다고. 
그 장면을 지켜보는 '지금 여기'의 테사는 그제야 알게 된다. 내가 말했구나, 사랑한다고 말했어.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테사는 쓰러지고 응급실에 가게 되고, 응급실에 누워있는 동안에 스카일러가 찾아와 테사가 살아 생전 그토록 원했던 프랑스 파리에 데려가 키스를 하고, 좋았던 곳에 데려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보여준다. 스카일러는 테사에게 '이건 네 기억이야' 라고 말해준다. 테사는 '내가 너한테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네가 온 거구나' 한다. 그리고 스카일러는 그렇다면서 '너가 후회하지 않도록' 이라고 덧붙인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도록, 네가 사실은 사랑한다는 말을 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다시 현재의 병원에서는 수술도 모두 끝나고 병원에서는 이제 할 걸 다 했의 이제 남은건 살고자 하는 테사의 의지라고 한다. 테사는 in between 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리고 스카일러에게 안녕을 고한다. 그렇게 현실의 테사는 살아난다.


영화를 보면서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의 현재 버전이구나, 싶었다. 영혼이 등장하는 영화. 사랑과 영혼 전에는 <영혼은 그대 곁에(ALWAYS)>가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떠나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하는 테사는 현실에서 방황하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테사 마음이 아픈데 테사가 어떻게 주변까지 신경쓰겠나. 그러나 경계에서 스카일러를 말하고, 자신이 후회없이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리고야 현실에서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이게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고 심지어 중간에 이러면 안되지, 라고 했으면서도 나는 마지막에, 그들이 행복한 시간을 기억하고 그리고 드디어 작별을 하는 그 순간에 줄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내가 눈물을 흘리며 그 영화를 보고 있었을 때는 점심시간이었고, 메뉴는 고등어 구이..

나는 손으로 고등어의 가시를 발라내다가 눈물을 닦고, 다시 가시를 발라 내다가 눈물을 닦고, 가시를 발라낸 살을 먹다가 훌쩍 거리고 그렇게 혼자서 생쑈를 했다. 그러다보니 고등어가 식어버렸고, 식어버린 고등어는 맛이 없다. 그래도 다 먹었다. 나는 열심히, 씩씩하게 살아야 하니까. 

마지막에 영화에서 흐르는 음악이 좋았다.






어제 퇴근길에는 대부분의 퇴근길에 그렇듯이 <THE HATING GAME>을 읽으면서 갔다. 조슈아와 루신다는 여차저차 싸워가지고 좀 냉랭했고 서로 빡쳐있었는데, 어쨌든 금요일 퇴근후에 조슈아 형의 결혼식에 함께 가기로 했으므로 조슈아의 차에 함께 타고 간다. 거기에서 대화를 나누며 그들은 마음이 좀 풀어지게 되고 심지어 조금씩 루신다의 마음은 일렁인다.

"I'm thinking about kissing you, on my couch. I think about it disturbingly often." -p.244

"내 집 소파에 앉아 당신에게 키스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 심란할 만큼 자주 생각해." -책속에서















퇴근 후 바로 출발한 길이라 그들은 아직 저녁을 먹기 전이었고 배가 고파 낯빛이 안좋아진 루신다를 보고 조슈아는 저녁을 먹고 가자고 한다. 그렇게 한 식당 앞에 차를 댄다.


We park in front fo a truck stop diner and ge touches my hand. What he says next makes my heart crackle bright with stupid hope, even though I know he's kidding.

"Come on. It's time for a romantic dinner date." -p.244


조쉬는 트럭 휴게소에 딸린 식당 앞에 주차한 후 내 손을 잡았다. 농담이란 걸 알면서도 그가 내게 한 말들이 내 심장을 바보 같은 희망으로 밝게 빛나게 했다.

"가자. 로맨틱한 저녁 식사 데이트를 할 시간이야." -책속에서



나는 스킨십 중에서 손잡는게 제일 좋다. 진짜 손 잡는게 제일 좋다. 손 잡는 건 그들이 연인이 될것이라는 시작을 알리는 스킨십이지만, 그래서일까, 가장 두근두근 하게 만드는 것이 손잡는 것인듯 하다. 이만큼 살아오고 이만큼 겪어왔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손잡는 게 제일 좋다. 그래서 아무나랑 잡을 수도 없는 것 같다. 나는 손잡는 거 진짜 너무 좋고, 정말 좋다. 어제 조슈아가 루신다랑 손을 잡고 저녁 먹으러 가는게, 그걸 보는 내 마음이 그렇게나 좋았다. 엄마 미소... (하지마!)


그러다보니 손 잡는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에이미 밴더'의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이 떠올랐다. 내가 너무 좋아해서 자주 인용했던 문장.


엄마 말에 따르면 나는 그때까지도 건널목에서 꼭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건넜다고 했다. (중략)오크우드 애비뉴에서 모퉁이를 돌면서 나는 충동적으로 조지 오빠의 손을 잡아 버렸다. 곧바로, 내 손을 꽉 잡는, 손가락들. 태양. 진분홍 무더기를 이루며 창문 위로 드리워진 더욱 탐스러운 부겐빌레아 넝쿨. 그의 따뜻한 손바닥. 인도에 웅크리고 앉은 오렌지색 줄무늬고양이. 낡은 검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 활짝 열리는, 도시.

우리는 인도에 도착했고, 손을 놓았다. 얼마나 바랐던가, 바로 그때,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p.88)
















이 부분을 생각하다가 원서에서는 조지 오빠의 손을 잡는다는 단어를 어떤걸로 썼을지 궁금해졌다. 조슈아와 루신다는 touch 로 되어있는데 조지 오빠의 손을 touch 한걸까? 이게 갑자기 너무 궁금해져서, 이 책의 원서를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엊그제는 집에 가는 길에 문득 머릿속에서 당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걸 또 깨달았다. 나는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하고 있었고, 어김없이 올리브 키터리지 생각이 났다. 그러네, 나도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하네.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안경을 썼다. "죄송해요." 그녀가 속삭였다. 

"뭐가?"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서요."

"아니, 아니야." (p.46)



나는 위 대화가 너무 좋아서,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한다는 저 말이 너무 좋아서, 저 말은 또 어떻게 되어 있나 궁금해서 원서를 샀었다.
















되게 쉬운 문장으로 되어있었는데... 내가 페이퍼 쓴 줄 알았는데 못찾겠다. 아무튼 그래서 이 책도 샀었다는 얘기. 그렇다.



어제 인비트윈 보고 점심시간에 양재천 산책을 하면서 인 비트윈 이라는 위에 링크된 노래를 찾아듣고, 그러다가 우연히 내 폰에서 '아스트로'의 <붙잡았어야해> 도 들었다. 듣다보니 좋아서 반복해 들었다.






위 노래 듣다 보면 가사중에 '널 감당하기에 난 부족하기에' 라는게 나오는데, 어제 이 부분 듣다가 흐음.. 나는 아닌데, 나는 누군가를 감당하기에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했다. 나는 늘 날 감당하기에 니가 너무 부족했는데.. 날 감당하기에 넌 부족하기에.. 라고 나는 바꿔불러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그렇다면 날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이 지구에 있을까? 생각해보니 없겠더라. 너무 .. 감당 안되는 사람이다, 나는. 여러가지로다가... 

날 감당하기에 넌 부족하기에...




이 노래를 반복해 듣다가 퇴근길에는 비투비의 <그리워하다> 를 들었다.







이 노래를 막 따라부르면서 걷다보니 전효성의 <굿나잇 키스>도 듣고 싶어졌다.





이건 처음에 전주에서 뭔가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알 수 없는 단어가 나오는데, 자꾸만 '탄두리 치킨'으로 들린다.

탄두리 
탄두리

그러고보니 탄두리 치킨 먹은지 너무 오래 되었다. 본격 탄두리 치킨 먹으러 가야겠다. 이건 어디로 가야하나... 탄두리 치킨이 먹고 싶네요. 입맛없는 내가.

탄두리 치킨
탄두리 치킨


봄이고 막 그래가지고 내가 이런 깨발랄 노래들을 듣긴 했지만(가사는 결코 안깨발랄), 사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이런 곡을 아무것도 안듣기가 일상이고 책을 읽을 때면 요즘은 가끔 이걸 틀어둔다.








아, 그러고보니 루시로부터 플러팅 스킬 좀 배워야겠어. 어제 루시가 조슈아를 뻔히 보다가 이러는거다.

"You're like a beautiful racehorse." -p.245

위의 문장은 해석을 스스로 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racehorse 는 '경주마' 라는 뜻입니다.


저 문장 외워뒀다 써먹어야지. 먼훗날에, muscle 덩어리 만나면, 나도 꼭 You're like a beautiful racehorse 라고 말해줘야지. 으흐흐흐. 아니.. 너무.. 너무하지 않습니까? 뭔가 좋은 문장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퇴근길은 봄밤이어서 더 막 거시기해졌는가 보다. muscle 생각도 나고.. 봄밤이라 그래. 봄밤과 muscle... 잘 어울린다. 봄밤에는 역시 muscle 이다. 물론, 여름밤에도...


가을밤에도

겨울밤에도

24시간 365일

내내..

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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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4-22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다락방님이 쓸 수 있는 전개네요~ 마무리는 muscleㅎㅎ 오랫만에 비투비 그리워하다 듣네요^^ 저도 저 노래 좋아합니다. 그리고 손잡는게 저도 젤루 좋아요*^^*ㅎㅎ

다락방 2022-04-22 10:28   좋아요 1 | URL
오 거리의화가 님도 비투비의 저 노래를 좋아하시는군요. 저 노래 너무 좋아요. 자꾸 따라 부르게 돼요. 헤헷. 거리의화가 님도 손 잡는 거 제일로 좋아하시는구나. 손 잡는 거 진짜 너무 좋아요! >.<

프레이야 2022-04-22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밤과 머슬이 그렇게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군요 ㅎㅎ 올리브 키터리지에 저 대사 저도 좋아해요. 더 헤이팅게임 244쪽 인용문 번역문에 오타가 뜨아 보여서요. 자수=> 자주. 속닥

다락방 2022-04-22 11:36   좋아요 1 | URL
으앗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셔서 방금 막 수정했어요! *^^*

프레이야 님은 저 영화 <영혼은 그대 곁에> 보셨죠? 저 이 페이퍼 쓰면서 이 영화 프레이야님은 보셨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후훗.

프레이야 2022-04-22 12:10   좋아요 1 | URL
우히 못 봤어요.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보려고 찜했어요. ^^

다락방 2022-04-22 12:33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이 영화 아는 분은 프레이야 님 밖에 안계시겠지.. 생각했답니다? ㅋㅋㅋㅋㅋ

망고 2022-04-22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몬 케이크 저부분 I grabbed George’s hand. Right away: fingers, holding back 요렇게 쓰여있어요😊 다락방님 글보고 저도 궁금해서 찾아 봤어요😆😆😆

다락방 2022-04-22 12:40   좋아요 1 | URL
꺅 >.< 망고님, 너무 감사해요! 으하하하. touch 랑은 다를 것 같았거든요. touch 는 잡는 것보다 약하지 않나 싶어어요. 역시 grab 이었군요!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히힛.
물론, 책은 벌써 주문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4-22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 미소 ㅋㅋㅋㅋㅋㅋ아 미쳨ㅋㅋㅋㅋㅋㅋㅋ 하지 마요, 엄마 미소-

다락방 2022-04-25 08:02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러니까 제가 일찍 결혼했으면 루신다 같은 딸이 있겠더라고요? 껄껄.. (웃고 있지만 웃는게 아님)

단발머리 2022-04-22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물 닦아내며 먹는 고등어구이 이야기 혹은 고등어 가시 발라내며 흐르는 눈물 닦아내는 이야기 넘 감동적이에요.
글고 저도 여러(?) 스킨십 중에 손 잡는 게 젤 좋아요. 그냥… 그렇다고요.
오늘치 다 웃고 가요. 감사감사감사링!!😘

다락방 2022-04-25 08:03   좋아요 1 | URL
그쵸? 손잡는 건 너무나 다정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진심인 것 같고요. 손 잡는 거 정말 좋아합니다. 후훗.

자고로 눈물이란 비린내 나는 고등어 가시바르던 손으로 닦아야 그 진심이 전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고등어 발라 먹고 눈물 닦고... 인생은 그런것이라 생각합니다. 후훗.

책읽는나무 2022-04-22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고등어 덕분에 비리면서 슬펐겠군요ㅜㅜ
고등어는 따뜻할 때, 먹어야 하는데...
저는 예전엔 손 잡는 스킨십 별로 안좋아 했었어요. 남편이 다한증이라 맨날 축축..ㅜㅜ
근데 요즘은 스킨십이 넘 없는 중년 나이대라서 그럴까요? 손 잡는 스킨십 무척 낭만적으로 보입니다. 저도 손 잡아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22-04-25 08:04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비리면서 슬펐습니다! 고등어 가시 먹으면 안되는데... 하다가 훌쩍, 이제 이렇게 이별인 것인가 훌쩍, 가시 바르자 훌쩍... ㅋㅋㅋㅋ

아, 다한증이면 손 잡는 것에서 오는 다정함에 앞서 신체적으로 불편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책나무 님 조만간 남편분과 같이 봄 길 걸으면서 손을 한 번 잡아보심이... ㅎㅎㅎㅎㅎ

mini74 2022-04-22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고등어 가시는 크니까 눈물에도 잘 발라내서 꼭꼭 씹어드실거라 안심하며 읽는 저 ㅎㅎㅎ 손 잡는 거 넘 좋아요 저도. 요즘 저는 똘망이 앞발 잡으며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다락방님 이런 페이퍼들이 참 좋아요. 마음이 노곤노곤해집니다. 다락방님 선곡하신 노래들과 함께. 그래서 고마워요 ~~~

다락방 2022-04-25 08:05   좋아요 1 | URL
오늘 점심도 고등어 먹을까, 생각중입니다. 어쩐지 고등어 먹어야 할 것 같은.. 식기전에 부지런히 가시 발라서 따뜻하게 먹어야겠죠? 후훗.

이런 페이퍼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니님. 앞으로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필! 승! ㅋㅋㅋㅋㅋ
 

















파친코 에서 주인공 '선자'는 아주 잘생기고 어른스러운 남자 '한수' 를 만나 그와 사랑하게 되었고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그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고 당연히 결혼이 수순인줄 알았건만, 그는 '나는 오사카에 아내가 있고 아이가 셋 있어, 너랑은 결혼할 수 없어' 라고 말한다. 그는 아이를 당연히 책임질 것이고 선자에게 '현지처'가 되어줄 것을 요청하지만, 선자는 거부한다. 다만 자신이 유부남에게 몸을 준 여자라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자신의 임신 사실을 엄마에게 알린다.

한편 오사카로 형님을 찾으러 가던 목사 '이삭'은 가는 도중 선자네 집에 하숙하러 들렀다가 몸이 너무 아파 간호를 받게 되고  선자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며 선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선자는 결혼하여 이삭을 따라 오사카로 가고 거기에서 아들 노아를 낳고 또 모세를 낳는다. 한 남자로 인해 수렁에 빠질 뻔한 선자의 인생을 다른 한 남자가 구원해주는 셈.


노아와 모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일본인이 아니라는 차별에 시달린다. 어릴 적에는 학교에서도 차별당하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으며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어린 노아는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일본인. 노아는 공부도 잘해서 와세다 대학에 입학해 그곳에서 똑똑한 일본인 여자친구 '아키코' 를 사귀게 된다. 자신의 등록금을 대주고 자신의 뒷배경이 되어주는 한수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 여자친구가 말도 없이 따라 나와 몹시 노여워하는 노아에게, 일본인 여자친구는 왜 그렇게 화를 내냐고 한다. 



"대체 이유가 뭐야? 네가 조선인이라는 게 부끄러운 거야?"

"뭐라고?" 노아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노아는 누가 듣는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노아는 아키코가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키코는 점점 차분해져서 조용히 말했다.

"네가 조선인이라도 난 아무렇지 않아. 네가 조선인이라서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해. 나는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아. 무지한 사람이나 인종차별주의자인 우리 부모님이라면 다르겠지만. 난 네가 조선인이라서 좋아. 조선인들은 영리하고 열심히 일하거든. 남자들은 아주 잘생겼고." 아키코가 유혹하는 것처럼 노아에게 미소를 지었다. "네가 당황한 거 알아. 내 말 들어봐. 네가 원한다면 우리 가족을 모두 만나볼 수 있게 해줄게. 우리 가족들이 훌륭한 조선인을 만날 수 있다니 운이 좋은 것 같아. 널 만나보면 우리 가족들도 달라져서 ……." -《파친코 2》, p.117



노아는 여자친구인 아키코의 이 말에 충격을 받는다. 노아가 자신을 조선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것.



노아가 아키코를 노려보았다. 아키코는 항상 그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노아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환상적인 외국인의 모습을 노아한테서 찾는 것만 같았다. 아키코는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어울려준다는 이유로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노아는 그녀가 좋은 사람이자 교육받은 사람, 자유로운 사람임을 증명해주는 존재였다. 노아는 아키코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누구와 함께 있을 때도 조선인이니 일본인이니 하는 국적에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자기 자신으로 있고 싶었다. 그게 무슨 의미든 상관없었다. 가끔씩은 자신을 잊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아키코와 함께 있을 때는 절대 불가능했다.

"네 짐을 싸서 너희 집으로 보낼게. 더 이상 널 보고 싶지 않아.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마."

"노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아키코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게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조선인의 기질이야?" 아키코가 웃었다.

"너와 나는 함께할 수 없어."

"왜?"

"함께할 수 없으니까."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다. 노아는 아키코에게 자신이 몸소 습득한 불공평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키코는 자신이 그녀의 부모님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테니까. 노아를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그냥 조선인으로 보는 것이 나쁜 조선인으로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모를 테니까. 아키코는 노아의 인간성을 볼 수 없었다. 노아는 그것이 바로 자신이 가장 원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조선인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 되고 싶었다. -《파친코 2》, p.117~118




저 부분을 읽다가 일전에 본 영화를 떠올렸다. 백인들이 흑인을 향해 '우리는 인종 차별을 하지 않아요, 오바마 한테 투표했어요." 하던 거. 그게 무슨 영화였더라. 그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상대를 흑인으로 먼저 보고 있다는 것의 증거였는데, 말하는 사람은 선의를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파친코를 다 읽고 나니 인종 차별에 대해 좀 더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책장에는 사둔 지 몇개월 된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가 있었다. 나는 책을 꺼내 읽다가 이런 구절을 보게 된다.



번스틴에 따르면 인종적 순수란 단순히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아는 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상태"로서 "음, 나는 인종이 문제라고 보지 않는데"와 같은 언급 속에 엉켜 있으며, 여기서 ‘나‘는 보는 일을 가로막고 있다. 순수는 하나의 특권이자 인지 장애, 즉 잘 보호된 무지의 상태이며, 일단 이것이 성인기까지 오래 이어지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굳어진다. 순수는 성적인 것만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굳이 특정해서 "표시되지 않으며"(unmarked)" 자유롭게 본연의 너와 나가 될 수 있다" 라는 신념에 기대 사회경제적 위계 속에 놓인 자신의 지위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런 순수가 초래한 아이러니한 결과는 백인이 "자신들이 구축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학자 찰스 밀스는 말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인종적 서열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집요하게 상기당하고 그 위치 때문에 심지어 범죄자가 되면 순수할 자격을 박탈당한다. 리처드 프라이어가 농담한 대로다. "나는 여덟 살때까지 아이였어요. 그 후 깜둥이가 되었지요." - P108

















아키코는 조선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자기 부모와는 '달리' 조선인인게 아무렇지도 않다, 조선인이라서 좋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노아가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 셈이다. 



잘 모르겠다. 나는, 나는 어떨까? 나는 모든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가 얘기하는 상대가 백인이나 흑인임을 인지하지 않은 채로 대화하는 게 가능할까? 온전한 하나의 인간이라는 것만 보면서 상대의 인간성을 자각하는 일이 가능할까?


캐시 박 홍은 미국에서 살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검열하는 일에 대해 얘기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시안이라 그런다고 하겠지? 그런 검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캐시 박 홍이 하는 말들의 어떤 부분들은 물론, '아시아인' 이라서,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 이라서 하는 말들일 것이다. 아니,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캐시 박 홍의 정체성 자체가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이 내가 어떤 정체성을 가진 것과는 별개로 온전히 객관적일 수 있을까? 나 라는 사람은 이미 내가 여자라는 것,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가지고 태어나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사람인데, 그 모든 것들을 덜어내면서 인간 관계를 시작하는 일이 가능할까? 객관적이라는 것이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할 때 쓰일 수 있는 단어일까? 내가 가진 자책, 죄책감, 피해의식. 이 모든 건 그저 나라는 인간이 나라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진 고유한 성향일까? 그것들이 형성되는 데에는 내가 여기에서 태어나 여기에서 자랐다는 것, 내가 이런 성별로 태어나 이런 성별로 살아왔다는 것이 영향을 미친게 당연하잖아?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은 눈에 안 띄는 소녀 시절을 벗어나면 페티시의 대상으로 활짝 피어난다. 아시아계 여성이 드디어 눈에 띄게 되면 - 드디어 욕망의 대상이 될 때 - 너무 분하게도 자신을 향한 모든 욕망이 변태로 취급됨을 깨닫는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방식은 포르노다. 거기서 우리의 음험한 욕망은 몇가지 범주로 냉정하게 구분되는데 백인이 디폴트이고 다른 모든 인종은 성적 일탈로 취급된다. 소름 돋는 틴더 메시지(“아시아여성과의 첫 경험을 원합니다")를 비롯해 백인 친구들의 미묘한 공격적 언사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여성은 자신에게 끌리는 모든 상대가 변태임을 매일같이 상기당한다. 나는 유대인 남자가 아시아 여자를 사귀는 유일한 이유는 참견이 심한 자기 엄마와 정반대의 여성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던 백인 친구를 기억한다. 이 무신경한 불평에는 아시아 여자는 다 고분고분하고 순응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선의를 지닌 친구들도 백인남자가 나한테 반하면 아마 아시아 여자에 대한 페티시가 있을 거라고 어김없이 경고했다. 그 결과 나는 누가 나를 원하는 상태를 불신하게 되었다. 나의 섹슈얼리티는 곧 병리학적 판단 기준이었다. 아시아인이 아닌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 그 사람은 뭔가 비정상이었다. - P233



아시아 여성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살면서 다른 인종으로부터의 관심은 끊임없이 이것은 정상적인 관계, 인간성을 본 관계, 나를 온전한 인간으로 본 관계가 아닐 것이다, 이 관심은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설사 누군가 '너는 그런거 너무 예민해, 컴플렉스인가봐' 라고 말한다 해서 내가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해도, 그것이 나 하나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저놈의 포르노.. 저걸 어쩌면 좋냐. 어휴.. 무슨 문제든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포르노는 튀어나온다. 포르노, 이 쳐죽일 새끼..



영진 리는 풍자극 『용비어천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백인 남자가 아시아 여자를 사귀는 이유는 백인 여자보다 용모가 더 나은 아시아 여자를 사귈 수 있어서이다. 우리는 사귀자는 말에 쉽게 응하고 자존감도 낮기 때문이다. 저급 브랜드를 택함으로써 더 호화로운 사양을 누리는 것과도 같다. 게다가 아시아 여자는 백인 여자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백인 남자와도 데이트할 의향이 있다."

에린은 매력적이고 재능 있고 똑똑했지만, 칠면조 샌드위치 하나도 반드시 에린이 만들어줘야 할 정도로 무력한 남자를 사귀었다. 겉보기에는 그 관계에서 에린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무력한 척하는 남자들은 - 오벌린 대학에는 이런 부류가 특히 많았다 - 무능력을 핑계 삼아 하찮은 일을 여자에게 떠넘긴다는 점에서 상남자만큼이나 여자 조종에 능했다.

제이크는 종일 에린의 침대보에 몸을 파묻고 나올 생각을 안했고 에린은 그를 무슨 결핵 환자 간호하듯 보살폈다. 그가 자신의 감정 부족에 대해 감정을 토로하는 동안 에린은 그 얘기를 몇 시간이고 참을성 있게 들어주었다. - P183~184



캐시 박 홍의 친구 '에린'은 백인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무력한 남자를 환자 보듯 돌보아준다. 어쩌면 에린은 다른 사람을 돌보는 특별한 성격을 가진 걸지도 모르지만, 저 관계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저 남자가 백인이라 그런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에린이 아시아계 여성이 아니었어도 제이크는 무력하게 샌드위치를 받아먹었을까? 심지어 제이크는 그렇게 이불 속에서 꼼짝도 안하면서 에린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가만 누워 있으니 쓸데 없는 생각이 많아지는 거다. 밖에 나가서 걸어라, 제이크여. 무력하게 쳐자빠져 있으니까 불행한 생각만 하게 되는 거다. 나가서 광합성을 하고, 몸을 움직이고, 땀을 내고, 그래서 그 무력한 상태에서 벗어나면 오히려 좀 더 희망적인 생각이 싹 틀것이다, 제이크여. 만약 제이크가 백인이 아니었어도 에린은 남자친구를 결핵환자 돌보듯 했을까?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알 수 없다. 내가 나라는 '이런' 사람이어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포지션과 내 힘, 맺어가는 관계는 조금씩 다르다. 에린에게 남자친구 제이크가 백인 남자라는 사실, 제이크에게 여자친구 에린이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사실은, 그들로 하여금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존재였을 수 있다. 기본적 성향이 무력한 남자이고 기본적 성향이 돌봐주는 여자라고 할지라도 그 관계속에서 그것들이 더 극으로 발현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제이크는 처음부터 아시아 여성에게 그런걸 기대하고 사귀었을지도 모르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아시아 여성으로서 피해의식을 가진 것일테다. 피해의식,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나로부터 발현되는 것.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거다. 자꾸 이걸 묻게 하는 거다. 에린이 아시아인 여성이 아니었다면? 제이크가 백인 남자가 아니었다면? 관계속에서 끊임없이 이걸 묻게 하는거다, 인종주의가. 인종주의 속에 살아온 사람들이. 이게 얼마나 스트레스인가.



그러나 나라는 인간 자체가 온전히, 완전하게 객관적일 수 없다고 하면, 그래 우리는 객관적일 수 없는 존재이지, 하면서 이대로 살아야 하는걸까?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그러니까 내 모든 주관성, 취향, 성향등을 가지고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은 없는걸까? 


《백인의 취약성》에서 '로빈 디앤젤로'는 배우고, 관계를 맺고, 환경을 바꾸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인종주의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고. 




백인이 내게 인종주의와 백인의 취약성과 관련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을 때, 나는 먼저 이렇게 되묻는다. "어떻게 당신은 교양 있는 전문직 성인이면서도 인종주의와 관련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를 수 있죠?" 이것은 솔직한 질문이다. 주변 어디에나 정보가 있는 마당에 우리는 대체 어떻게 모르는 걸까? 유색인이 그렇게 오랜 세월 우리에게 말했는데도 말이다. 이 물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된 온갖 이유를 따져보면, 그에 맞는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나의 답변이 인종주의에 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라면, 앞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의 답변이 유색인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면, 유색인과 관계 맺을 필요가 있다.

나의 환경에 유색인이 없는 것이 이유라면, 편안한 영역에서 벗어나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 노력하지 않고는 인종주의에 대처할 수 없다. - 《백인의 취약성》, 로빈 디앤젤로, P246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책을 읽겠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이 나라에서는 오로지 백인만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대다수의 비백인은 과거로 돌아갔다가는노예가 되거나, 살해되거나, 신체에 상해를 당하거나, 흉포한아이들에게 쫓길 것이다. - P40

인종주의의 한 가지 특징은 아동을 성인처럼 취급하고 성인을 아동처럼 취급한다는 점이다. 부모가 아이처럼 굴욕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깊은 수치심을 유발한다. - P111

미국의 대다수 백인은 인종적 트라우마를 구경거리로만 인식한다. 트럼프 당선 직후 언론은 증오 범죄의 증가를 보도하면서, 백인 고등학생들이 남부연합기를 망토처럼두르거나 스와스티카를 그린 옷을 입고 학교 복도를 행진하는 모습같이 뻔하고 몰상식한 증오 표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였다. 보도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런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런 사건을 예상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다. 백인의 공포 정치는 눈에 보이지 않고 누적적이며, 자기혐오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사람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 P113 - P112

2011년 새뮤얼 R. 서머스와 마이클 I. 노턴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지된 반흑인 편견이 감소했다고 대답한 백인응답자들은 반백인 편견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인종주의를 제로섬 게임처럼 여기는 것이다. 이 관점은 너에 대한 적대감이 줄어들면 나에 대한 적대감이 늘어난다는 제프 세션스법무장관의 말에 잘 압축되어 있다. 이 연구가 진행되던 당시 미국 백인들은 실제로 반백인 편견을 반흑인 편견보다 더 큰사회문제로 여겼다. 오로지 한 명을 제외한 미국 대통령 전원이 백인이고, 역사적으로 의석의 90퍼센트를 백인이 차지해왔고, 백인이 보유하는 평균 순자산이 비백인보다 10~13배 높은데도 그렇게 믿었다. 사실 인종 간 소득 격차는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 P119

30년 전 중위 흑인 가구의 보유 자산은 6,800달러였으나 지금은 불과 1,700달러이며, 이에 반해 중위 백인 가구의 자산은 같은 기간 10만 2,000달러에서 11만 6,800달러로 증가했다.
자원의 축적이 너무 불균형해서 백인성이라는 인종 프로젝트는 실질적으로 백인 과두체제를 뜻한다고 철학자 린다 마틴앨코프는 표현한다. - P119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에 대한 반격으로 흔히 들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 (alllives matter)라는 구호에도 저들의 망상이 암묵적으로 내재해있다. "모든 사람"(all)은 포용적이라기보다는 방벽을 둘러친 대명사, 즉 "그것을 인종 문제로 만들지 못하도록 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백인성의 헤게모니가 도전받지 않고 지속되게끔하는 방어 장치이다. - P120

나는 자신감 부족에 시달리지 않을 때면 걷잡을 수 없이 거만했다. 우리 셋 모두 그랬다. 우리는 백인 남성의 자신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 자신감은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가면서 급속히 위축되었다.
그때 우리는 경력을 쌓는 모든 단계에서 매번 과소평가 당했기 때문에 각자 능력을 되풀이해서 증명해야 했다. 그렇더라도 나는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고전했기 때문에 나는 우리의 우정으로 배양된 창의적 상상력에 꾸준히 충실할 수 있었으며, 그 상상력은 우리의 불만족스러운 의식의 진실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엄밀성과 깊이에 의해 다듬어졌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에게 가장 먼저 예술가가 되라고 촉구한 유일한 사람은 바로 우리였다. - P203

『낯선 자들의 수직 심문』에서 저자 바누 카필은 무작위로만난 남아시아 여성들에게 일련의 질문을 던진다. "당신 어머니가 겪는 고통은 누구의 책임입니까?"와 같은 날카로운 질문과 더불어 "당신은 어떤 체형입니까?"라고 질문한다. 나만해도 비소처럼 남은 어린 시절의 잔여물인 신체이형장애의흔적을 노출하지 않고서는 그 질문에 도저히 대답할 수가 없다. 의기양양한 페미니즘 서사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탈환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신체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큰 머리통, 어쩌면 한때는 중성적으로 깜찍한 매력이 있었을 수도 있는 아담한 몸. 하지만 이제 내 몸은 무심하게 방치되어 늘어지고 있다. 유방은 소파에 누워서 서핑할때 쓰는 노트북 받침대다. - P234

한국전쟁과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기막힌 사실 하나는 당시 한국에서 복무하며 화상 피해자를 치료했던 미국 외과 의사 데이비드 랠프 밀러드가바로 아시아인의 눈을 서구적으로 만드는 쌍꺼풀 수술을 창시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수술법을 한국 성노동자들에게 시술하여 미군 병사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오늘날 쌍꺼풀 수술은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성형수술이다. 내 조상의 나라는 당신이 영구적 전쟁과 초국가적자본주의를 통해 필리핀, 캄보디아, 온두라스, 멕시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엘살바도르,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나라에서 저지른 살상과 자원 착취의 작은 예시에 불과하며, 이것은 주로 미국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배를 불렸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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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4-21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이너필링스 이거 좋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인용하신 부분 보니 정말 좋네요..!! 자기 위치에서 벗어난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 ㅠ 자기 위치에서 벗어난 객관적인 사람인 척하면서 실은 위치성을 재확인하는 기만에 빠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 2022-04-21 09:41   좋아요 4 | URL
저는 이렇게 자기 자리에서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내가 이러는 것은 옳은 것인가를 묻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인간이란 본디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로 그 지점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고요. 그렇지만 그렇게 묻는 사람들이 대부분 약자라는 것이 비극이죠. 기득권은 그런 물음을 던질 필요가 없이 살던대로 편하고 안락하게 살기만 하면 되는거니까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면서 내가 할 일들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게 또 책 읽는 것의 큰 장점이 아닌가 싶어요. 이러나저러나 책은 계속 읽어야할 것 같아요, 독서괭 님. 우리 열심히 읽읍시다!!

독서괭 2022-04-21 09:51   좋아요 2 | URL
이토록 꾸준하게 읽고 생각하고 쓰는 다락방님 존경합니다! 🥰

다락방 2022-04-21 10:01   좋아요 2 | URL
독서괭 님도 엄청 꾸준히 읽고 쓰시고 생각하시잖아요! 우리 그렇게 오래오래 지냅시다! 뽜샤!!

초란공 2022-04-21 1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인들이 무슬림들을 농담삼아 테러위험이 있는 이들로 이야기할 때 이를 지적하면, 금새 화법이 바뀌는 걸 경험한 적이 있어요. ‘나는 무슬림 친구들을 많이 알고 좋아한다‘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말이죠. 무턱대고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욱 이들을 알아야 겠단 생각이 들어 책을 들추게 됩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2-04-21 10:03   좋아요 3 | URL
무슬림 친구들을 알고 좋아한다 는 것을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근거로 가져오는거군요. 여성혐오랑 같네요. 내가 무슨 여자를 혐오해, 여자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하는 것과 같은 거죠.
초란공 님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글을 써주실지 또 기대가 됩니다. 읽고 감상 남겨주세요!

잠자냥 2022-04-21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친코가 이런 내용이었군요. 관심 없던 책인데 다부장님이 자가격리 중 읽는 거 보고 급관심... ㅋ
암튼 다부장은 이 책 저 책 엮어 글쓰기 선수야~

마지막 문장이 저는 이렇게 읽혔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책을 사겠다.

다락방 2022-04-21 12:00   좋아요 1 | URL
파친코 1권 읽고서는 좀 실망했거든요. 되게 평범한거예요. 이게 그렇게나 좋아할만한 소설인가, 했는데 2권이 묵직하더라고요. 생각해보지 않았던 지점에서 생각해보게도 하고요. 뭐 예나 지금이나 여자들 삶이 더 빡센건 이루 말할 수 없지만요.

그나저나, 마지막 문장, 아주 제대로 읽어주셨습니다!! ㅋㅋㅋㅋㅋ

persona 2022-04-21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긴글은 마음을 졸이게 돼 피한다고 안 읽게 되는 페이퍼들이 늘 아까워요. 죄송합니다. 아니 제가 아쉬워요.
학교 다닐 때 데이비드 핸리 홍의 희곡, 무슈 버터플라이 읽으면서 르네 갈리마르가 송에 대한 사랑도 결국 오리엔탈리즘에 빠져든 어쩌구 그렇게 배웠는데 그 점잖은 말이 사실은 동양인에게 빠진 변태다 뭐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음을 나중에야 알았던 거 같아요. ㅋㅋㅋ 왜 여성 취향이 오리엔탈리즘이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건 대체 뭘까? 이랬어요. …그, 2차성징 발달이 유럽계 코커시안 여성에 비해 미성숙한 대신에 아시안 여성이 노화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들 때문에 저는 자꾸 동양 국가에 거주하는 게 아닌데도, 아시안만 만나는 코커시안을 보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페도필리를 연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포르노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니 더 끔찍하네요. 어제 엄마가 얜 또 한국 부인이랑 이혼하고 일본애랑 결혼했네? 하며 헐리우드 스타를 보고 있었는데 그것도 생각나고요.

다락방 2022-04-21 12:04   좋아요 2 | URL
<마이너 필링스>에 보면 ‘그런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런 사건을 예상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라는 구절이 나오거든요. 인종차별에 대한 어떤 사건이 언급되고 누군가 그것을 당했다는 것을 보는데에서 오는 두려움이 아니라 그런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받게 되는 스트레스요.
페르소나 님이 써주신 댓글을 읽어보면 마이너 필링스의 이 부분이 생각나요. ‘나는 누가 나를 원하는 상태를 불신하게 되었다‘ 라는 문장이요. 포르노에서 그런 것들이 보여지고 그런 일들이 사람들에게 고정관념으로 자리잡혀 있으면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그것 자체에 대해 불신하게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게 너무 슬프잖아요. 그건 너무 스트레스 받는 삶이잖아요.
저 페르소나 님 댓글 읽고 설마 니콜라스 케이지?? 하고 검색했더니 맞네요. 아 근데 너무 징그럽네요. 나이 차이도 많이나고(니콜라스 케이지 아들보다도 니콜라스 케이지 아내가 어리다네요).. 아시아 어린 여성만 쫓아다니는 것 같아요. ㅠㅠ

단발머리 2022-04-21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이너 필링스> 좋았어요. 머리속이 막 복잡해져서 리뷰는 못 썼지만요. 다락방님 페이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합니다.
전 최근에 읽는 <인종 토크>도 좋았어요. 흑인 페미니즘 사상 실전편이더라구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기침 많이 잦아들은 거 맞죠, 다락방님?🙄🙄🙄

다락방 2022-04-21 12:05   좋아요 1 | URL
저는 마이너 필링스 읽으면서 인종차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어서 그 점이 좋더라고요. 그러다가 미국의사 성매매 여성을 위해 쌍커풀 수술을 한국에 들여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여러가지로 역겨웠어요.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더 잘 팔리기 위해 자신의 몸에 칼을 대는 여성들. 그리고 그걸로 인해 흐르는 돈은 누구에게 가는가.. 쓰읍.

인종 토크 검색해봐야 겠어요.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으네요. 휴..

단발머리 2022-04-21 12:20   좋아요 1 | URL
단발님...... 기침은요? 기침은 좀 어때요?

다락방 2022-04-21 12:38   좋아요 2 | URL
기침하고 가래는 여전하고 저 살쪘어요. 왜 남들은 아프면 핼쓱해지는데 저는 살쪄요? 네? 대답좀 해보세욧!!

단발머리 2022-04-21 12:57   좋아요 0 | URL
글쎄요. 일단 아픈거 다 낫고 우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아요!! 🤔🤔🤔

잠자냥 2022-04-21 13:19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가 되고픈 다부장님 살 쪘다는 소리에 밥 먹다가 빵 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로나 후유증 유체이탈에 이어 자가격리 후유증으로 살까지 찌고 가여운 단발머리님.....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4-21 13:23   좋아요 1 | URL
저도 요즘 제일 큰 걱정이 단발머리님이에요. 기침 가래도 여전하고 기침 때문에 어제 요가도 패쑤하고 그랬거든요.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갈까봐… 우리 단발머리님 진짜 심성이 비단결 같다니까요. 어쩌나… 우리 단발머리님 가여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4-21 13:59   좋아요 2 | URL
이 혼란의 도가니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돌아버리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4-22 13:21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얼른 유체이탈에서 빠져 나오셔야죠……. 단발님 몸 안에 단발님 쏘울이 들어갈 수 있도록 얼른 기도하겠습니다. 우리 단발님 인에 얼른 락방님 나오시고 락방님 몸 안으로 락방님 들어가시기를…… 아멘 🙏

책읽는나무 2022-04-21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친코 책 이젠 구할 수가 없으니...다시 재출판 때를 기다려야겠죠??
그래도 마이너 필링스는 사다 놓아서 다행입니다^^

저 아는 언니 한 분 확진 되어 심하게 앓고 난 후, 미각 후각 잃어 고생 하시다가 훗날 미각 좀 찾고난 후, 갑자기 확찐자가 되었다는 후문이....기침 잘 안떨어져 사탕을 몇 봉지를 먹었다고도 하던데....내일 점심 같이 먹기로 했는데 다시 상태를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잠자냥 2022-04-21 22:08   좋아요 2 | URL
파친코는 곧 출판될 거예요. 선인세 경쟁에서 최소 20만 달러(2억 5천쯤)에서 시작할 거라고 에이전시에서 밝혔고요. 이제 출판사들이 입찰 경쟁 들어가면 10억까지도 뛸 전망입니다. 출판사 갈아타고 번역 좀 손 봐서 나올 테니 기다리시죠! 어디서 가져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정도 선인세 낼 출판사라면…?!

책읽는나무 2022-04-21 22:15   좋아요 1 | URL
곧 출판될 예정이라니 다행이네요~^^
과연 어느 출판사에서 입찰될까요?
머릿속에는 당장 세 곳 정도는 떠오르긴 합니다만...과연...???
그리고 저는 순간 잠자냥님 서재인줄 착각했네요.ㅋㅋㅋ
빠른 답변 감사합니다!!
내가 점찍은 출판사가 되나 안되나 지켜보겠습니다^^

다락방 2022-04-22 08:18   좋아요 2 | URL
저는 진작 사두어서 다행이지 뭡니까. 다 읽고 언제나 그랬듯이 싼값에 중고로 등록하려고 했는데 지금 구매할 수 없다니까 팔기가 싫어져서 모셔두고 있어요 ㅋㅋㅋ 아놔 ㅋㅋㅋㅋ

저도 입맛이 없긴 해요. 그래도 회복해야 한다, 살아야 한다!! 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먹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살만 찌고.. ㅠㅠ 코로나 정말 너무 나빠요 ㅠㅠㅠ

잠자냥 2022-04-22 09:34   좋아요 1 | URL
부장님 진짜 입맛 없으세요? 진짜요?????
어제도 두 가지 메뉴 드셨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4-22 09:43   좋아요 0 | URL
에휴...돈 버리셨넹ㅜㅜ
두 가지 메뉴를 맛있게 드셔야 하는데, 입맛 없이 드셨으니...ㅜㅜ
오늘은 맛있게 드셔요.
그래야 영칼로리!!!^^
안그럼 오늘도 돈만 버리고, 살만 얻습니다ㅜㅜ

근데 잠냥님은 모든 단계를 벗어나셨나요??
울딸은 멀쩡해 보이는 것 같다가도 피곤해 하거나, 체하거나 컨디션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던데요?
오늘 만날 언니는 아침에 콧물 감기 증상 있다고 만나도 괜찮겠냐고 물어 오더군요? 괜찮다고, 바쁘니까 오늘 만나야 한다고 약속은 잡긴 했는데 제 주변엔 확진 한 두 달 지났어도 콧물 증상들도 있는 것 같고, 피로감도 잘 느끼고 깨끗하게 안나은 것 같아 보여요.
방심하시지 마시고, 잘 드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요^^

다락방 2022-04-22 10:07   좋아요 1 | URL
음 어제 점심에 뭐 먹었지.. 아 고등어구이 먹었습니다. 고등어구이 하나만 먹었어요! ㅋㅋ 물론 나가기 전에 크림치즈 베이글을 먹고 가긴 했지만, 그건 밥이 아니니까요.

저는 아직 기침,가래가 있어서 내일 병원가 후유증 검사를 좀 할 생각입니다. 닥터가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어휴 코로나 이 놈 나쁜 놈.. ㅠㅠ

오늘은 점심 뭐 먹을지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4-22 10:34   좋아요 0 | URL
코로나 진짜 나쁘긴 나빴어요.
다락방님 미각만 잃게 만든 게 아니고....ㅜㅜ
그래도 다락방님 정신은 절대 잃음 안됩니다.
오늘도 두 세 번 읊으세요!!
난 그 누구도 아닌 다락방이다!!!
라구요~~ㅋㅋㅋ
울 똑똑한 다락방님을 혼돈의 도가니에 잠깐 빠뜨린 나쁜 코로나!!! 빨리 물러가야 할텐데...쩝~

수이 2022-04-22 13:18   좋아요 1 | URL
문동이나 민음사에서 나올까요? 잠자냥님 우와 😮
 

















그런데 때론 어떤 사람들에게, 더 적은 수의,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름 아닌 독자들이다. 가던 길을 남들이 포기하는 여덟살 혹은 아홉 살 무렵에 이 길로 들어서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독서의 길로 뛰어드는 그들은 언제까지나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그 길이 끝이 없음을 알고 기뻐한다.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그들은 출발점에, 첫 경험에 집착한다.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경험이다. 그들은 언제나 그 지점에 머무르며 삶이 다해가는 순간까지 책을 읽는다. 고독을 발견했던, 그러니까 언어들의 고독과 영혼들의 고독을 발견했던 첫 경험의 언저리에 머문다. 그들은 황홀감에 취해 세상에서 물러나 이 고독을 향해 간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고독의 골은 깊어진다. 더 많이 읽을수록 아는 건 점점 더 적어진다. 이 사람들이 작가와 서점, 출판사, 인쇄소를 먹여 살린다. -P.14~15



아 너무 좋지 않나. 

세상에는 책을 아예 안 읽는 사람들이 있고 어쩌다가 베스트셀러를 한 권씩 읽는 사람들도 있다. 어릴때는 책을 읽지 않았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고, 어릴 때는 책을 좀 읽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책과 멀어진 사람들도 있다. 나로 말하자면, 크리스티앙 보뱅이 말한 것처럼 어릴때 독서의 길로 뛰어들어 언제까지나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사람이다. 여덟살 혹은 아홉살이 아니라, 나는 한글을 좀 일찍 습득했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읽기 시작했다. 집에는 책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집에 갔다가 책이 보이면 책장 앞에 서서 이 책 저 책 뽑아 읽었더랬다. 국민학교에 들어가고 진학하면서 엄마가 책을 조금씩 사주긴 하셨지만 한없이 부족했다. 고등학생 때부터는 당시에 책대여점에 가 돈을 주고 빌려 읽었었고 대학때도 마찬가지. 대학 졸업후 시간이 한참 지나 대학동창들을 만났을 때 '너는 학교때도 계속 책을 들고 다녔어'라고 친구가 말했더랬다. 그리고 직장에 들어가고나서 책을 사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권 두권이었고, 처음으로 다섯권 정도를 샀던 날은 너무 신나서 막 팔짝팔짝 뛰고 흥분했더랬다. 그때만해도 내가 사둔 책은 다 읽고 다른 책을 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어느 정도까지는 잘 지켜졌던 것 같은데 왜, 언제부터 나의 삶은 이렇게 되었나. 왜 열권 사면 한 권 읽는 사람이 되었나. 왜, 왜때문에, 왜... 아무튼,


책 읽는 거 너무 좋다. 나는 재미있어서 책을 읽었다. 책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국민학교때 엄마가 사준 책중에 세계문학 전집인가 100권짜리 있었는데 1번이 그리스로마 신화였고 98번이 헬렌켈러였고, 여튼 집에 있는 그걸 다 읽고 옆집 친구네 가서 옆집 친구네꺼 또 백권시리즈 다 읽었더랬다. 왜냐면, 재미있어서 그랬다. 나는 그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신화는 신화대로 위인전은 위인전대로 재미있었다. 책은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재미있어서 읽는다. 재미있어서 읽는데, 책이 내게 주는 건 그저 재미뿐만은 아니었다. 다른 삶, 다른 이야기, 다른 목소리, 다른 환경, 다른 생각. 이 모든 것들을 책이 알려주었다. 책 진짜 만세 아니냐. 다른 사람들이 써준 훌륭한 글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데 크리스티앙 보뱅에 의하면 나같은 독자가, 이 한낱 티끌같은 독자가, 작가와 서점, 출판사와 인쇄소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만세! 여러분 모두 부자되고 행복하세요! 제가 계속 먹여살려 드릴게요!!! >.<


뭐, 아시다시피 이미 충분히 그러고 있지마는...



책이 좋은 이유에 대해 하나 더 언급하자면 지식의 축적이다. ㅋㅋㅋㅋㅋ 아니, 그러니까 내가 어제 얼마나 짜릿했냐면, 어제 점심 먹으면서 넷플로 영화를 한 편 보기 시작한거다.




<키싱부스>의 여주인공인 '조이 킹' 주연의 <인 비트윈>

아직 다 보진 않았지만 어쨌든 청춘 남녀의 로맨스물이다.

사진찍는 걸 좋아하고 전공하려고 하는 '테사'는 극장에 들어가 영화 <베티 블루>를 보려고 하는데 자막이 나오질 않아 당황하는 거다. 마침 관객이 자기 외의 단 한 명 뿐이라 기사님께 자막이 없다고 언급해보지만 기사님에게 가 닿지 않고, 그런데 저기 저쪽에 앉아있던 관객이 테사 옆으로 오더니 '내가 번역해줄게' 라고 한다. 이 영화는 놓치기 아까운 영화라며. 어이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상황 진짜 겁나 어이없어. 그런데 그때 다가온 그 다른 관객이 잘생긴 또래의 남자아이일 확률은? ㅋㅋㅋ 여튼 그 남자애가 옆에서 번역해주는 바람에 좋은 영화를 감동깊게 잘 보고, 극장 바깥으로 나와 그들은 서로의 이름만 알려준채로 세이 굿바이 하는데, 이것은 로맨스 영화. 이들은 우연히 재회한다. 아니 글쎄, 자신이 다니는 학교와 조정경기를 하는 상대 학교의 선수였던 것이고 무려 우승자인 것이다. 이 남자애 스카일러는 조정경기 챔피언이라 근육질이면서, 아버지가 외국어 교수였던 관계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와 또 뭐더라..암튼 외국어를 세 개나 하고, 게다가 제인 오스틴을 읽는 남자인 것이다. 자신은 해피 엔딩을 좋아한다며. 아직 10대의 남자아이가 근육질에 운동 챔피언이면서, 외국어를 3개 마스터하고, 제인 오스틴을 읽을 확률은?


뭐 아무튼 그런 영화인데, 영화에서 스카일러가 테사를 집에 바래다주면서 그들이 대화를 하다가 '연쇄살인마'라는 단어가 나온다. 번역으로 연쇄살인마가 먼저 뜨고 실제 주인공의 입을 빌어 말해진 건 약간의 시간차가 있었는데, 나는 번역된 자막의 연쇄살인마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serial killer"


그리고 바로 이어서 남주가 "시리얼 킬러" 라고 말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아는 단어다. 으하하하하하하하. 그렇다면 내가 이 단어를 어떻게 아느냐? 아니 글쎄, 요즘 읽고 있는 원서 헤이팅 게임에서 이 단어가 수시로 등장하는 거다. 루신다는 조슈아를 보면서 가끔 '시리얼 킬러'같은 눈빛이라고 하는거다. 그런 눈빛은 조슈아가 루신다를 향한 욕망으로 드글거렸을 때 보인 눈빛이었다. 나는 도대체 시리얼 킬러가 뭔가 해서 찾아봤지. 그랬더니 연쇄살인마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erial killer eyes." I wish I didn't sound so scared. He looks over my shoulder at gis reflection in the shiny wall fo the elevator.

"I see what you mean. You've got your horny eyes on." He spirals his finger dramatically over the elevator button panel.

"Nope, these are my serial killer eyes too." -p.67


"또또 저 연쇄 살인마의 눈."

부디 겁에 질린 티가 나지 않았기를.

조슈아는 내 어깨너머로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무슨 뜻인지 알겠네. 그러는 당신은 어떻고? 또 그 야릇한 눈빛을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과장되게 손가락을 뱅글뱅글 돌렸다.

"아닌데요? 이게 내 연쇄 살인마 눈빛인데요?" -책속에서



이야.. 책을 읽으면 이렇게 단어를 습득하게 된다. 영어책 읽으면서 도대체 나아지는게 뭐냐고 울부짖었지만, 단어를 나도 모르게 외우고 있었어. 물론 한 권 읽고 단어 하나 외우는 것은 너무.. 소득이 없는 것이긴 하지만..뭐 그래도 하나도 모르는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러니, 책을 읽어야 한다. 만세! 책 만세!



그나저나 ㅋㅋㅋ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속의 주인공들 너무 완벽남이라 ㅋㅋ 돌아버리겠네. 현실에서 제인 오스틴 읽는 남자사람은 얼마나 될까. 책 읽는 남자사람도 얼마 안될 뿐더러 그중에 제인 오스틴 읽는 사람이라면 더 적을텐데. 나도 현실에서 내가 만나는 남자사람 친구중에 제인 오스틴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한 남자사람은 단 한 명 뿐이었다. ㅋㅋ 그런데 운동해서 근육질에 외국어를 몇 개씩 하다니.. 뭐 이건 굳이 남자까지 갈 건 아니다. 나만 해도 몸 근육질 어림도 없고, 외국어 하나도 못하고, 제인 오스틴 안좋아함... 흐음.. 나 역시도 이런 이상형에서는 완전히 멀어져있으니 내가 딱히 할 말은 아니구먼. 여튼 현실 존재 가능성 거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영화나 소설속에서라도 굳이 만나려고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영화속 스카일러 너무나 현실 존재 불가능 캐릭터이고, 무엇보다 헤이팅 게임의 조슈아..


아니, 조슈아는.. 그런데 현실불가능인가? 어쩌면.. 아니야, 그런 희망 따위 가지려고 하지마. 그걸 가져서 뭐해.


아니 그래도.. 평범한 직장인인데 관심 있는 여성에게 진지하고 애를 쓰고, 헬스장 다니면서 등근육 멋지게 키워낸 남자.. 라면 .. 내가 조슈아에 왜그렇게 빠지나 했는데, 이 남자가 등근육으로 나를 끌어당긴 줄 알았는데, 아니 글쎄 이 남자,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이었어. 집이 세상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오믈렛을 루신다에게 만들어줄 때 야채도 가지런히 잘 썰고 뚝딱 요리해내는 남자였어. 그러니까 내가 못하는 거 다잘하네. 나는 이상형이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인데. 책 속에서도 루신다는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사람이고 조슈아는 잘하는 사람이다. 저는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나 멋지더라고요. 그거랑, 계란 한 손으로 깨는 남자...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그만두자..




사실 자기 자신에 대해서가 아니라면 삶에서 아무것도 배울 게 없고 알아야 할 것도 없다. 물론 혼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가장 내밀한 부분에 이르려면 누군가를 거쳐야 한다. 어떤 사랑을, 어떤 말(言)이나 얼굴을 거쳐야 한다. 아니면 화사한 어린 말(馬)을. - P60

그녀는 글을 쓴다. 온갖 색깔의 노트에다, 온갖 피로 만들어진 잉크로. 글은 밤에 쓰는데,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 장을 보고, 아이를 씻기고, 아이의 학과 공부를 돌봐준 뒤이다. 그녀는 저녁상을 치운 뒤 같은 식탁에서 글을 쓴다. 밤늦도록 언어 속에 머무른다. 아이가 깜빡 잠이 들거나 놀이에 빠진 사이, 그녀가 먹이는 이들이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 순간에 글을 쓴다. 이제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그녀 자신이 되어 있는 순간 그녀는 홀로 종이 앞에 앉는다. 영원 앞에 나와 앉은 가난한 여자이다.수많은 여성들이 얼어붙은 그들의 집에서 그렇게 글을 쓴다. 그들의 은밀한 삶 속에 웅크리고 앉아. 그렇게 쓴 글들은 대부분 출간되지 않는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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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04-19 10: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현실에서 제인 오스틴 읽는 남자, 접니다! 지난달에 출퇴근하면서 오만과 편견 읽었는데 아주 대만족했습니다 ㅋㅋㅋㅋ이로써 저는 대한민국 1퍼센트 남자에 포함되는건가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4-19 10:08   좋아요 5 | URL
저 물감 님 제인 오스틴 읽는 남자인 거, 심지어 재미있게 읽으셨던 거 압니다! 그 리뷰 읽었어요. 으하하하하.
어쩐지.. 부끄럽네요? 왜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4-19 15:16   좋아요 5 | URL
계란 한손으로 까봐요 ㅋㅋㅋ 워후!!

물감 2022-04-19 15:44   좋아요 4 | URL
계란 까잇거 가능하지만 제가 워낙 조신하기 때문에 두손모아 공손히 깨는 편입니다.
저는 근육 뿜뿜 헬창쪽하고는 정반대편에 있습니다ㅋㅋㅋ

다락방 2022-04-19 15:52   좋아요 5 | URL
아놔 ㅋㅋㅋㅋ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란 한 손 가능..하시군요, 물감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2-04-19 16:22   좋아요 4 | URL
가녀린 이동욱은 손가락에 힘이 없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4-19 16:54   좋아요 5 | URL
안돼 조신하고 가녀리면….. 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님 안돼요 ㅋㅋㅋㅋㅋ 그건 내 이상형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조신 가련 청순 병약에 약하다고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04-20 11:55   좋아요 3 | URL
아아아. 물감, 공쟝쟝의 이상형으로 밝혀져. ㅋㅋㅋㅋㅋ

이상형이란 무엇일까요? 껄껄.

공쟝쟝 2022-04-20 11:57   좋아요 2 | URL
아니예요 ㅋㅋㅋ 물감님은 제인오스틴 읽어서 탈락이예요 ㅋㅋㅋㅋㅋ 난 내 이상형은 미국민중사 읽어야함 ㅋㅋ ㅋㅋㅋㅋ 제 이상형 티모시 샬라메 라고요ㅋㅋㅋㅋㅋㅋ 응?ㅋㅋㅋㅋ 병약 미소년에 지적허세 있는 빨갱이… (눈이 썩었다고요? 나도 알아 ㅋㅋㅋ)

다락방 2022-04-20 11:59   좋아요 3 | URL
아 너무 웃겨. 티모시 살라메 좋아하는 여자들 왜케 많아. 나는 아니지롱~~ 나는 재이슨 스태덤 좋아하지롱~~ 재이슨 스태덤도 제인 오스틴을 읽었을까? 만약 그렇다고 하면 뭔가 더 좋을것 같아. 우락부락한 남자가 제인 오스틴 읽다니. 그 불협화음..너무 근사해!!

공쟝쟝 2022-04-20 12:05   좋아요 2 | URL
다락방//그런게 있어요… 티모시샬라메만의 그런게…. 흑흑 근데 조금만 생각해봐도 길티플레져라는 걸 알게됨 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남자임ㅋㅋㅋ 그냥 즐기자 ㅋㅋㅋㅋㅋ 취향 이상형 이라는 거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아무튼 물감님 혹시라도 미국민중사 읽고 인증하고 그러진 마요 ㅋㅋㅋㅋㅋ (푸하하하하하하)

물감 2022-04-20 13:30   좋아요 2 | URL
조신, 가련, 청순, 병약 다 갖추고도 저는 탈락이로군요...
이제 남은 건 얼굴 공개 뿐인가 싶다가도 티모시 샬라메 하고는 1도 겹치지 않는 외모라 그냥 조용히 있겠습니다ㅋㅋㅋㅋ

다락방 2022-04-20 13:55   좋아요 3 | URL
아 미치겠다. 물감님의 얼굴 공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 님, 저는 자고로 남자사람이란 조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물감님은 거기에 부합합니다. 꼭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제인 오스틴 읽은 조신한 물감 님. 후훗.

공쟝쟝 2022-04-20 16:4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저는 아직도 레이디버드에서 미국민중사를 읽으며 등장하는 티모시를 잊지못해요 ㅋㅋㅋ (개새낀데도 좋았다 ㅋㅋㅋ)
아무튼 그 조건 다 갖춰도 얼굴이 티모시여야해 ㅋㅋㅋㅋㅋ (너무했나?) ㅋㅋㅋㅋㅋ 얼굴이 미소년이 아닌데 청순 가련 병약 조신이 웬말이냨ㅋㅋㅋㅋㅋㅋ!!!!!! !!! 물감님 저도 조신한건 높이 쳐드릴게요ㅋㅋㅋ
아쉽네요 증멜루 ㅋㅋ 마동석 몸에 조신하면 촤라리 좋았을텐데 ㅋㅋㅋ (응?)

다락방 2022-04-20 16:59   좋아요 2 | URL
물감 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이에요?

잠자냥 2022-04-20 18:09   좋아요 2 | URL
공쟝쟝하고 다락방은 아닌 것으로 밝혀져…..

다락방 2022-04-20 18:21   좋아요 2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4-20 18:35   좋아요 1 | URL
나도… 우리처럼 입이 건… 아니다 손가락이 건… 손가락 담화가 걸쭉한… 여성들은 아닐거 같아…. 확실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4-19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역시 일찍부터 독서를 시작하셨군요^^* 저는 어릴 때는 책읽기를 그닥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친구들하고 노는 게 더 좋았네요~
저는 20대가 넘어서야 책읽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못하다가 그제서야 찾기 시작한 케이스거든요. 여러 책들을 읽으며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나가면서 책을 점점 더 많이 읽게 됐습니다. 이제는 제가 원하는 책 종류를 잘 알게 되었고 남들이 다 읽는다고 해서 제가 끌리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독서를 함으로써 경험도 쌓이고 지력도 쌓인다는 것이 제겐 큰 행복이 되었습니다^^ㅋㅋ 비록 책값은 엄청 나가지만요ㅎㅎ

다락방 2022-04-19 10:27   좋아요 4 | URL
저는 한결같이 책 읽는게 좋고 재미있었어요. 어릴 적에는 제가 책 고르는 눈이 없고 또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던지라 눈에 보이는 책을 닥치는대로 읽곤 했었는데 이제는 저에게도 취향이 생겼고 그리고 제가 직접 선택해서 살 수 있고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만족합니다.
사실 책읽기는 다른 취미에 비해서 돈이 덜 든다고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책 사는 걸 보면.. 그게 꼭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거리의화가 님 말씀처럼 책값이 엄청 나가요!! ㅋㅋㅋ 저는 옷이나 신발, 가방 사는 것보다 책값이 훨씬 훨씬 더 많이 들어요. 밥값보다는 덜들어가지만... 하하하하하.

독서괭 2022-04-19 1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다락방님 일찍부터 독서의 길에 들어섰다.. 그때부터 다락방이 될 준비를 하셨군요!
이 책 괜찮은 책이라고 오해를 풀기 위해 인용문 올리겠다고 하시더니 이렇게 와르르 쓰시면.. S도 읽어보고 싶어지잖아요 ㅎㅎ
이상형이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이군요. 공쟝쟝님?? ㅋㅋㅋ 그러고보면 즤 남편도 정리를 잘하는 편인데 그럼 제가 남편을 좋아한 이유가 이것인가.. 하지만 요리는 못해요. 고기만 잘 구움 ㅋ
근데 요리는 다락방님이 잘 하시지 않아요? 전 요리도 못함.
계란은 왜 한손으로 깨야 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4-19 10:41   좋아요 3 | URL
독서괭 님, 저 요리 못해요! ㅋㅋㅋ 전 요리바보 요리멍청이 입니다 ㅋㅋㅋ 아 내가 요리를 못해서 돈 버는구나.. 생각할만큼요. 돈 주고 사먹자!! ㅋㅋㅋㅋ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이 이상형이 된 건 최근의 일인데요, 제가 제 책상이나 책장, 침대 위, 제 방만 보면 너무 한숨이 나서..그런데 아무리 정리를 제가 한다고 해도 원래 정리 잘하는 사람을 따라가질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가 해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껄껄.

계란은 한 손으로 깰 필요는 전혀 없지만, 한 손으로 깨는거 보면 좀 멋지지 않나요? 저는 그거 멋지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4-19 10:52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막 베이킹도 하고 그러지 않으셨어요??

다락방 2022-04-19 10:53   좋아요 3 | URL
베이킹 하긴 했었습니다. ㅋㅋㅋㅋ 지금은 안하고 있지만요 ㅋㅋㅋㅋㅋㅋ 제가 베이킹에 딱히 재능이 있진 않더라고요? 껄껄.

독서괭 2022-04-19 10:55   좋아요 3 | URL
베이킹 인상이 넘 강했나봐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2-04-19 1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독서역사는 정말 오래 됐군요.
저도 출판계를 먹여 살리는 중일까요? ^^

다락방 2022-04-19 11:14   좋아요 5 | URL
출판계를 먹여 살리는 일에는 읽기는 기본적으로 포함되지만 쓰기 역시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쓰잖아요?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니, 이것도 역시 출판계를 먹여 살리는 일이지요! 후훗.

프레이야 2022-04-19 1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자 일찍 깨친 사람 하나 여기 추가요 아흐.
연쇄살인마의 눈빛 같다고 연인에게 말하는 건 최고의 칭찬 아니면 유혹 같아요. 끈적끈적 이글이글 ㅎㅎ
인용문 중, 아니면 화사한 어린 말을, 에서 물음표가 생기네요. 저 책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화사한/어린/말이라니 무언가 상상이 막 되긴 하는데 제 상상이 맞는지 보뱅은 무슨 의미로 썼을까요?

다락방 2022-04-19 11:25   좋아요 3 | URL
아, 프레이야 님. 안그래도 인용하면서 이거 너무 맥락 잘라먹네 싶었는데, 딱 지적해주시네요. ㅎㅎ

저자의 어린 딸이 승마를 배워요! 그리고 승마 배우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앞부분을 좀 인용해볼게요.

<그 애는 일요일마다 당신을 부른다. 일요일은 그 애가 좋아하는 날, 성미가 까다로운 어린 백마와 만나는 날이다. 말은 마구간에 있지만 외톨이다. 다른 말들과 함께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이 녀석은 그들에게서 떨어져 있다. 작고 귀여운 말, 눈처럼 희고 오만한 말이다. 다른 말들을 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애의 눈에는 이 말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애와 이 말은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 -p.59>

잠자냥 2022-04-19 1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만둬요. 이런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4-19 12:44   좋아요 3 | URL
그만둬야겠죠, 이런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4-19 13:1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오늘도 재미난 다부장 놀리기

다락방 2022-04-19 13:54   좋아요 4 | URL
오늘도 날 좋아하는 잠자냥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4-19 14:38   좋아요 2 | URL
이건...뭐죠??
이 깨 볶는 듯한 알콩달콩한 느낌??
이것도 좋네요.
제가 좋아요 눌러 드리겠습니다.
이것도 제 취향ㅋㅋㅋ

공쟝쟝 2022-04-19 15:18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아 진짜 저 오랜만에 대중교통에서 페미 독서하며 성매수남 새끼 광분하다가 ㅋㅋㅋ 여기 와서 또 등근육 어쩌고 하는데 ㅋㅋㅋ 정신분열 오지네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로맨스 언제 끊을 거야 엉??? ㅋㅋㅋㅋㅋ 뭐? 안끊는다고!??? 알았어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4-20 11:57   좋아요 4 | URL
내가 남성의 육체를 좋아한 시간이 너무 길었어.. 나 정말, 뜨겁게 좋아했었다구. 남성의 육체... 그 단단함...

그만두자, 이런 이야기...

공쟝쟝 2022-04-20 12:06   좋아요 2 | URL
남성의 육체 나왔다…. 육체… 육체란 무엇인가… 단단함.. 단단함이란 무엇인가…..

잠자냥 2022-04-20 18:09   좋아요 3 | URL
그만두지 못할까!

다락방 2022-04-21 07:32   좋아요 1 | URL
알았어요.. 그만할게요. 훌쩍.

책읽는나무 2022-04-19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의 이 인용문을 풀어서 해석한, 이 글이 좋네요...제 취향~ㅋㅋㅋ

다락방 2022-04-20 11:56   좋아요 2 | URL
아이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책나무 님. 저는 제가 즐거워서 쓰는 글인데 이렇게 읽는 분이 덩달아 즐거워하시면 무척 행복해진답니다? 후훗.

mini74 2022-04-20 1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계몽사 120권? 아부지가 엄마한테 등짝 좀 맞으셨죠 ㅎㅎㅎ 지식의 축적은 ㅠㅠ 하나 들어가면 두 개가 사라지는 마술이 ㅎㅎㅎ 울 남편이네요 계란 한 손으로 깨는 남자!!! 등짝 열 번 맞아야합니다. 껍데기가 얼마나 씹히는지 ㅋㅋㅋㅋ

다락방 2022-04-20 11:57   좋아요 3 | URL
맞아요, 미니 님. 하나 들어 가면 두 개가 사라지는 마법.. 저는 요즘 하나가 들어가긴 하는건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책 한 권 다 읽고 책장 덮고 나면 그런데 내용이 뭐였더라? 막 이렇게 되고, 분명 읽었다는 건 알겠는데 누가 물어보면 내용 기억 안나고... 바부팅 ㅠㅠ

그런데 껍데기가 들어간다면..그건 한 손으로 깬다고 할 수 없지 않나요? 껍데기 들어가도 되는거라면 저도 한 손으로 깔 수 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