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는 고양이 세마리와 함께 살고 있고 인간보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더 크다. 이게 이 친구와 나의 가장 다른 점인데, 아마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고양이를 싫어해'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가, 가끔은 가방 안에 고양이 간식을 넣고 다니며 주기도 하는 사람이 된 것은 이 친구의 영향이 아주 클 것이다. 친구에게 고양이는 언제나 1순위 였고, 고양이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들과 하지 않는 일들이 있으며 또 고양이 때문에 참는 일들도 있다. 처음에 이 친구를 알고 점점 친해지면서 어떻게 도대체 고양이한테 저런 관심과 애정을 가질까, 어떻게 저런 것들(집안을 마구 휘젓고 다니는 것, 집사를 할퀴는 것, 나는 자고 있는데 어떤 존재가 돌아다닌다는 것, 옷 가득 털이 붙는 것)을 참고 견딜까, 하다가 이제는 '아 내가 조카들을 보듯 저 친구는 고양이들을 보는구나' 하고 있다. 친구는 내게 고양이를 찬양한 것도 아니고 내게 고양이를 좋아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을 저대로 소중히 살았을 뿐이고, 나는 그런 e의 삶을 보았을 뿐이다. 


한번은 함께 길을 걷고 있는데 어린 아이가 제 엄마와 가다가 울고 있는 걸 보게 됐다. 아이고 저 아이 왜 울지, 울지마,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보다가 e에게 '저 아이 왜 울지' 하고 돌아보았는데, e의 시선은 저쪽의 고양이를 향해 있었다. 고양이 한마리가 길을 지나고 있었던 것. 나에겐 고양이가 먼저 보이지 않았고 e 에겐 고양이가 먼저 보였다. 그때 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아이가 우는 소리가 나는데도 고양이를 볼 수가 있지? 하고. 그리고 아마도 그 때 알았던 것 같다. e 의 우선순위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 나의 우선순위는 고양이가 될 수 없다는 것.


지난주에 e를 만났다. 그리고 도나 해러웨이의 책을 읽고 있다고 얘기했다. e는 도나 해러웨이도 그리고 이 책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지만, 내가 <반려종 선언>을 썼다고 하자 그 내용을 궁금해했다. <사이보그 선언>을 쓴 사람인데 <반려종 선언>도 썼다하니, 도대체 그게 어떤 연결이 되느냐, 무슨 내용이냐 물었던거다. 


내가 어떤 것의 내용을 잘 파악하거나 알고 있다는 것은 내가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느냐 아니냐로 판단할 수 있을 텐데, 아아, 나는 e 에게 설명을 하려고 최선을 다하면서도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고 또 듣는 e 도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어려워.. 내가 나중에 제대로 파악하게 되면 다시 말해줄게.. 라고 했다. 아, 나는 왜 설명할 수 없는가. 흑흑 ㅠㅠ



그렇지만 대략적인 맥락에 대해서라면 말할 수 있다. 도나 해러웨이가 반려종 선언을 통해 하려는 얘기는 '개는 개다'(p.129) 라는 것. 개는 우리가 노예처럼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우리는 우리와 함께 사는 개의 주인이 아니다. 우리가 개를 선택했듯 개도 우리를 받아들여야 했고, 그렇게 개는 우리와 함께 사는 존재라는 것. 



개는 인간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바로 이 점에 개의 매력이 있다. 개들은 투사 대상도, 의도를 구현한 물체도, 다른 무언가의 텔로스도 아니다. 개는 개다. 즉, 인간과 의무적이고 구성적이며 역사적이고 변화무쌍한 관계를 맺는 종이다. 이 관계는 다른 관계들보다 특별히 나을 것은 없다. 기쁨·발명·노동·지성·놀이로 가득한 만큼, 낭비·잔인함·무관심·무지함·상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공동-역사의 이야기를 잘 들려줄 방법과 자연문화적 공진화의 결과를 물려받을 방법을 배웠으면 한다.

반려종은 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반려종을 만들려면 적어도 두 개의 종이 있어야 한다. -p.129



나는 비혼이고 아마 특별히 어마어마한 사랑에 빠져서 정신을 잃는 게 아니라면(응?) 앞으로도 혼자 살게 될텐데, 그래서 가끔 엄마는 내게 '너도 앞으로 개를 키우고 싶냐'고 묻곤 하신다. 어릴 적에 몇 년간 개와 함께 살아본 적도 있고 그 때 개를 예뻐하긴 하였지만, 그러나 나는 엄마에게 '아니'라고 말했다. 엄마, 개 데리고 맨날 산책도 다녀야 되고, 개가 싼 똥도 다 치워야 되잖아. 밥도 챙겨 먹여야 되고. 한 생명을 돌보는 일인데 그걸 어떻게 해, 어휴, 못해. 아프기라도 하면 그걸 무시할 수가 있겠어? 당장 데리고 병원 가야겠지, 그리고 그 마음고생은 어떻게 해? 아니, 엄마 나는 안해. 그러자 엄마는 말했다. '맞어, 너 하지마, 너는 남들보다 더 신경쓰고 괴로울거야' 라고. 내가 나 아닌 다른 존재와 살아간다면 게다가 그것이 나와 다른 종이기까지 하다면 나는 그 개가 어떤 상황에 있는건지, 어떤 기분으로 있는 건지를 항상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나 해러웨이가 하는 말은 인간이 함께 살아갈 다른 종들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에 앞서, 반려종, 즉 특별히 예로 든 개들은 인간이 그러는것보다 더 그러해야 함을,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음을 우리에게 알리고자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문장에서.



개가 종 또는 개체의 시간 차원에서 생존하려면 인간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할 필요가 항상 있었다. -p.178



한쪽은, 그러니까 조금 더 힘이 센 쪽은, 다른 한쪽의 마음을 읽으려는 것이 선의를 베푸는 것일 수 있다. 그것이 존중하고자 하는 기본적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강자가 약자를 살피는 것은 호의로 보인다. 그러나 약자가 강자의 마음을 살피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다. 개는, 인간과 함께 사는 세상에서, 게다가 인간과 한 집에 살거나 주변에 살기 위해서, 인간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생존에 '필요'하다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은 개의 반려종임과 동시에 인간이 개의 반려종이면서, 그러나 인간은 인간들 틈에서도 반려종이 되고 있는게 아닌가. 부모랑 함께 사는 아이,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 백인과 함께 살아가는 유색인, 남자와 함께 살아가는 여자.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이의 마음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보통 '여자들이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전제하고 '남자들은 공감능력이 없다'고 말할 때, 그것은 실제로 남자에게 그 능력이 부족하거나 여자에게 그 능력이 선천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고, 그들이 놓인 상황 탓에 어쩔 수 없이 발현되는 것일테다. 개는, 생존하기 위해서 인간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할 필요가 항상 있었으니까.



아직 <반려종 선언> 읽기가 끝나지 않았다. 뒷부분이 남아있어서 어떤 식으로 맺게 될지는 모르겠다.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읽어보고자 앞으로 돌아가다보면 반려종, 개, 동물권 에 대해 언급하다가 왜 갑자기 팩트, 과거분사.. 같은 용어가 나오는지, 읽었으면서도 물음표 천 개 되기도 한다. 그러나 191 쪽, 도나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의 핵심은 이것이다, 라고 본인이 직접 말해준다.


다른 이와 나누는 애정, 헌신, 솜씨에 대한 열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비키 헌이 말한 의미에서의 훈련 같은 애정 행위는, 연쇄를 이루며 창발한 다른 세계들을 배려하는 애정 어린 행위를 낳는다. 이것이 내 반려종 선언의 핵심이다. -p.191



같은 말이겠지만, 내가 현재 읽어온 부분까지의 반려종 선언은 내게 '우리가 다른 종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함께 살아간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온 삶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라는 것이다. 나의 반려종(그것은 개를 포함한 다른 모든 생물이기도 하고 나는 인간이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과 관계를 맺고있는 삶은, 그것과 관계 맺지 않은 삶과는 다른 삶일 것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삶으로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 이 현재까지 내가 파악한 도나 해러웨이의 주장이다. 사이보그 선언은, 반려종 선언에 앞서 그런 이야기를 사이보그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했는데, 반려종 선언에서는 우리가 태어나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이미 존재하는 것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것들을 우리가 소유하는 게 아닌 만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면, 사이보그 선언에서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기는 이제 지나가고 있고 이것과 저것 둘로만 나눌 수 없는 숱한 존재들이 앞으로 태어날 것이니 우리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또 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제대로 파악한건지에 대해서는 해러웨이 선언문을 다 읽고난 후 해러웨이 에 대한 해제를 또 읽어봐야 알 것 같다. 아니, 그렇게 해도 알 수나 있을지. 



오늘 아침 출근길, 191쪽까지 읽었다. 이제 꼭 절반을 읽은 셈이다. 자, 계속 읽어보겠다.

개들은 벗어날 수 없는 모순적 관계의 설화 속에 있다. 이러한 공구성적 관계를 이루는 어느 쪽도 관계보다 먼저 존재하지 않고, 이런 관계는 한 번에 맺어 완성할 수도 없다. 역사적 구체성과 우발적 변이 능력이, 자연과 문화 속으로, 또 자연문화 속으로 뚫고 들어가는 길을 계속 좌우한다. 기초 같은 것은 없다. - P130

인간은 개를 동반자로 삼으면서 삶의 방식이 상당히 바뀌었다. - P153

인간, 돼지, 가금류, 바이러스 사이에 공진화가 이루어졌다고 가정하지 않으면 인플루엔자의 역사를 상상하기 힘들다. - P155

기쁨은 분명 반려종 관계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다. 다만 애완동물이라는 지위는 내가 사는 사회와 같은 곳에서는 개를 특별한 위험에 빠지게 만든다. 인간의 애정이 시들거나, 사람의 편의가 우선하는 상황이 되거나, 개가 무조건적 사랑의 환상을 충족시키는 데 실패하면 버려질 위험을 겪게 되는 것이다. - P164

간단히 말해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주문은 우리 대부분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바로 그것, 더 정확히 말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추상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일대일 관계, 연결된 타자성otherness-in-connection을 통해 개가 누구이며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 P173

대체 누가 있는가who is at home는 영원한 질문으로 남을 것이다. 핵심은 타자나 자신에 대해 알 수 없지만, 관계 안에서 누구와 무엇이 출현하고 있는지를 항상 질문하는 것이다. 종과 관계없이 진정한 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 P177

나는 종 안팎에서 맺어진 모든 윤리적 관게는 관계-속의-타자성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라는 가늘고 섬세하며 질긴 실로 뜨개질한 편직물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하나가 아니며, 함게 살아감으로써 존재한다. 누가 있으며 누가 생겨나고 있는지 묻는 것이 의무다. - P178

자신이 키우는 개을 복종시키는 방법을 솔직하게 배우기란 주인에게 벅찬 일이다. 헌의 언어는 정치와 철학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은 개를 가르침으로써 관계에 "참정권을 준다"라고 못을 박는다. 마치 이미 있어서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양 동물권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떻게 한 동물과 권리의 관계로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와 같은 권리는 서로에 대한 점유possession를 토대로 하며 해체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권리에 대한 요구는 파트너 모두의 삶을 바꾸게 된다. - P181

반려동물의 행복, 서로에 대한 점유, 행복 추구권에 대한 헌의 주장은 "애완동물"을 포함한 모든 가축의 상태를 "노예 상태"라고 보는 입장과는 한참 먼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그보다는 반려종과 얼굴을 맞댄 관계가 무언가 새롭고 멋진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새로운 것은 통념적인 이해 방식대로 소유 관계를 뜻하지 않는 경우에서조차, 인간의 관리자 역할human guardianship이 소유권을 대체하는 문제도 아니다.헌은 인간뿐 아니라 개 역시 종에 특유한 방식으로 상황을 도덕적으로 이해하거나 성취를 진지하게 열망하는 능력을 타고난 존재라고 본다. 점유-자산property-는 호혜성 및 접근권과 결부된다. 내가 개를 하나 데리고 있다면 나의 개는 인간을 하나 데리고 있는데, 이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묻는 게 핵심이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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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5-17 1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아침 반려종선언 읽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소유-지배의 관계에 기반한 체제에 익숙해져있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어떤 존재도 종속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되어야 할텐데... 서로를 보듬고 껴안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싶네요.

다락방 2022-05-17 11:37   좋아요 3 | URL
아, 거리의화가 님 정리 정말 잘해주셨네요. 맞아요, 그 이야기를 저도 하고 싶었는데 저는 너무 길었죠. 대략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뭔가 명확하게 딱 설명하기가 잘 안되어서 도나 해러웨이는 읽고 또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몇차례 읽다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설명할 수 있는 경지가 되겠죠. 열심히 읽읍시다, 거리의화가 님!

단발머리 2022-05-17 1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비교가 어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아이는 키워봤고(키우고 있고) 개는 아주 잠깐 키워보고 현재는 키우지 않은 상태에서... 개는 개다... 가 그렇게 이해되더라구요.
그냥 그 존재 자체로, 나와 별개로 존재하는....
아이든, 개든 쓸모, 효용의 입장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없잖아요. 근데 존재 자체가 주는 기쁨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으니까요.
그냥 날 위해 뭘 해줘서가 아니라, 저기에 그냥 ‘있어만 줘도‘ 너무 좋은 거, 전 <반려종 선언>이 그렇게 읽히더라구요.

항상 고양이를 생각하는 친구분은 그 범위가 우리집 고양이에서 전체 ‘고양이종‘으로 확대된 거 같아요. 참 근사하고 놀라운 일이에요.
다락방님 글 읽고 마저 읽으러 갑니다. 쉽지 않지만, 같이 읽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네요. 어깨 걸고 가자구요!!

다락방 2022-05-17 13:56   좋아요 4 | URL
‘개는 개다‘라는 건 어찌보면 말장난 같지만, 그냥 맥락없이 들으면 뭔소리야 싶겠지만, 아니, ‘개는 개다‘라는 말이야말로 심오하게 철학적이지 않습니까?! 저도 저 문장이 너무 좋더라고요. 크- 그렇다, 하고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저는 이 지구상에서 숱한 관계들이 있지만, 그리고 그 관계를 이루어가는 존재들이 있지만, 그것들의 관계가 주인과 노예여서는 안되는거라고, 네가 있어서 내가 있고 내가 있어서 네가 있는 것이 세상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너무 당연한 얘긴데 아무도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의 글이었어요. 너무 당연하잖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글이랄까요. 몇차례 읽으면 더 잘 파악할 수 있을테니, 해러웨이에 대해서라면 여러번 반복해 읽는게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휴, 살면서 할게 왜이렇게 많아요, 단발머리님? 원서도 읽어야 돼, 여성주의 책도 읽어야 돼, 도나 해러웨이 반복독서 해야 돼.. 어휴 할 게 너무 많아요. 하하하하하.

저도 특히나 도나 해러웨이는 같이 읽는게 너무 좋아요. 다른 분들이 읽고 밑줄 그어주신다든가 생각 나눠주시는 것도 좋고요, 다들 읽기에 도움받고자 팟캐스트 들은 것도 너무 좋아요. 후훗. 함께 갑시다, 단발머리 님!!

잠자냥 2022-05-17 14: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e가 전 줄 알고 깜놀. ㅋㅋㅋㅋ
저도 요즘 길 가면 고양이가 너무 잘 보여요. 불쌍한 고양이도;;; -_-
암튼 저도 반려종 선언 궁금해서 샀는데 아직 못 읽고 있......;

다락방 2022-05-17 14:15   좋아요 4 | URL
잠자냥 님이 반려종 선언을 읽는다면 어떤 글을 써주실지 너무 기대 돼요! 꼭 읽고 감상 남겨주세요, 잠자냥 님!! ♡

라파엘 2022-05-17 21:47   좋아요 3 | URL
자연스럽게 잠자냥님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댓글 보고 잠자냥님이 아닌 걸 알았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05-18 07:44   좋아요 3 | URL
저와 잠자냥 님은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이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베트남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그럼 이만..
=3=3=3=3=3=3=3=3

아, 라파엘 님도 하노이에서 저 만나실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 2022-05-18 08:57   좋아요 3 | URL
하노이에서 뵐 때까지 전완근과 등근육을 열심히 키워두도록 하겠습니다!! 😆💪

다락방 2022-05-18 09:01   좋아요 4 | URL
라파엘 님, 안키우셔도 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분 아침부터 빵터지게 하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5-18 09:56   좋아요 3 | URL
헛;;; 나도 키워야 하는 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18 10:06   좋아요 4 | URL
아이참, 잠자냥 님도 안 키우셔도 돼요. 잠자냥 님 이미 허벅지에서 충분한 근육이 있지 않나요? 자전거를 그렇게나 타시는데. 라파엘님은 수영하시니까 어깨 근육이 발달하셨을 것이고. 다들 충분히 근육 가지고 계십니다. 그냥 그대로 나오시면 돼요. 언제 만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내가 없다 근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 나는 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5-18 14:45   좋아요 2 | URL
전완근 등근육 허벅지 다 필요없다. 나는 모니카 벨루치의 그거 배에 일자 그거 만들거임!! (다락방님 그게 짱이라고 햇음ㅋㅋㅋ) 동지들, 하노이에서 각자의 근육으로 만납시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2-05-18 14:49   좋아요 1 | URL
아, 그거? 나는 나에게 있는 것을 알지만 그 존재를 느낄 수는 있지만 살 때문에 아직 보이지는 않는, 바로 그것 말씀하시는거죠? 나도 그거 보이게 해가지고 만나야겠다.
사실 하노이..6월 초에 가려고 한거였는데..(06/04-06/06) 여러분 모두 그 때까지 근육... 안되겠지?? 에휴..
그럼 어떻게, 8월로 할까요? 여러분 8/1-8/5 에 하노이에서 볼까요? 근육 무장해가지고. 뿡뿡!! (방구 아님)

공쟝쟝 2022-05-18 14:58   좋아요 1 | URL
저 다락방님 말만 믿고 열심히 단련중인데 나타날 기미도 흔적도 안보여요!!
8월 100일의 기적!!!

다락방 2022-05-18 15:42   좋아요 2 | URL
쟝님, 여권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진행하고 있어요? 베트남 가려면 근육도 필요하지만 여권도 필요하다굳!!

공쟝쟝 2022-05-18 16:12   좋아요 0 | URL
다락방//투비컨티늇!!! ㅎㅎㅎ

mini74 2022-05-17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체적 약점을 보완해 살아남기위한 방편 중 하나로 공감능력과 보살핌을 택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고 인간에 맞춰 진화된 개와 내가 뭐가 다른가 하고 생각한 적 있어요. ㅎ ㅎㅎ반려종 선언 저도 조금씩 시작했습니다 다락방님 *^^*

다락방 2022-05-18 07:46   좋아요 3 | URL
저는 맥락은 좀 잡힌다, 이러면서 읽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는 개 품종 얘기가 나와서... 품종 얘기는 대체 왜 필요한가..하고 또 어려워하며 읽고 있어요. 전 분명 읽었는데 근데 팩트 얘긴 왜 나왔던 거지 싶고요 ㅋㅋ 아 도나 해러웨이 진짜 ㅋㅋㅋㅋㅋ너무 어려운 사람이네요. 해러웨이의 선언문들은 한 번 읽는 걸로는 안될것 같아요.
미니 님의 반려종 선언 감상이 궁금합니다!

보리마루 2022-05-17 19: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ㅋ
도나 해러웨이 글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저같은 독서초보가 감히 도전하기엔 벽이 느껴지는데, 다락방님 글 읽다보면 저도 그 의미를 곱씹어 보고 싶어서 얼른 손에 들고 싶어요. 욕심만 많아지네요ㅠㅠ

다락방 2022-05-18 07:49   좋아요 4 | URL
안녕하세요, 보리마루 님.
저는 단단히 마음 먹고 준비했는데도 역시 어렵긴 합니다. 그래도 5월에 이 책을 같이 읽기로 한 분들이 여럿이라 수시로 글이 올라올테니 그분들 글 함께 읽어가다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보리마루 님도 도전해보세요!!

그리고 혹여 읽기 전에 도움 받으실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링크 하나 두고 갑니다. 해러웨이의 해제 겸 입문서 등의 책과 팟캐스트 링크 있어요. 보리마루 님, 화이팅 입니다!!

https://blog.aladin.co.kr/fallen77/13568321

보리마루 2022-05-18 08:56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다락방님!!
나이 먹어서야 인문학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니, 대학생 때 교양 수업 더 열심히 들었다면 기반이 있을텐데.. 하며 아쉬움이 커요.

요즘 북플 통해 다락방님 등 독서고수이신 분들의 글 읽으면서 동경하며 많은 도움 얻고 있어요^^

다락방님 응원에 힘입어 꼭 도전해보겠습니다! 천천히 곱씹다 보면 조금씩이라고 흡수되는 부분이 있겠죠?
감사해요 다락방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락방 2022-05-18 09:03   좋아요 4 | URL
보리마루 님, 저도 가장 크게 후회하는게 학창시절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에요. 특히나 대학은 공부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잖아요. 도서관도 있을 뿐더러 교수님들도 계시니, 강의를 열심히 듣고 책도 찾아보고 질문도 하고 그랬다면 기반이 아주 단단히 다져졌을텐데, 저는 수업도 제대로 안듣고 학교도 안가고 학고 먹고 술이나 마시고.. 그래서 너무 똥멍충이인채로 졸업해가지고 그렇게 오래 지내서 이제와 공부하려니 너무 힘들어요. 아아 학창시절에 공부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하고 있으니 그건 또 좋지 않나요. 계속 모르는채로 사는 것보다 이제라도 뭔가 열심히 공부한다는 게 저는 나름의 위안입니다. 우리 열심히 합시다, 보리마루 님!!
 

친구들과 함께 읽는 영어 원서 일곱번째 책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이다. 샐리 루니를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일전에 샐리 루니의 원서를 읽어봤던 바, 쉬운 문장을 쓰는 작가이다. 최근 읽은 헤이팅 게임 원서가 너무 어려웠어서 이거 읽으면 쉬운 거 가자, 하고 샐리 루니를 읽기로 친구들과 이야기했었다.


헤이팅 게임 원서 읽고 쓴 글은 많지만 최종은 여기 ☞ <hard body 와 로맨스, 그리고 균형>


헤이팅 게임 진짜 너무 어려웠어서 나 말고 다른 친구들은 원래 번역본 같이 보거나 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에 있어서만큼은 이 친구들도 번역본 같이 읽었다. 여하튼 그래서 쉬운 문장 절실했고, 샐리 루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노멀 피플 번역본을 내가  2020년에 읽었던데, 그 때 읽고 쓴 감상을 보니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을 그 때도 했더라. 사람은 역시 .. 참 한결같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어떤건지 기준이 정해져있다면, 불쾌한 지점은 계속 불쾌하고 행복한 지점은 계속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메리앤은 학교에서 매우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고 굉장히 유복하게 살고 있다. 메리앤의 집에서는 일주일에 두번 도우미를 부르는데, 그 도우미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코넬'의 어머니이다. 코넬은 일 끝나는 어머니를 픽업하러 메리앤의 집에 들르게 되고 그렇게 메리앤의 집에서 마주치게 되면 잠깐, 메리앤과 코넬은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조금 하게 된다. 그렇지만, 코넬은 메리앤의 집 바깥에서는 메리앤과 이야기하지도 않고 인사도 하지 않는다. 메리앤은 누구나 다 아는 똑똑한 학생이지만(I'm smarter than everyone. p.2), 친구가 없다. 학교의 그 누구도 메리앤과 어울리지 않고 메리앤이 누구랑 다니는 것도 보질 못했다. 그런 메리앤인지라 학교에서는 메리앤에 대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루머도 돈다. 잘생기고 인기가 많은 코넬로서는 그런 메리앤을 아는 척 할 수가 없다. 다른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것이다. 메리앤은 자신과 단둘이 있을 때 아는 사이인만큼 학교에서도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럴 경우 코넬은 좀 난처해질텐데,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메리앤은 학교에서 코넬에게 아는척 해주지를 않는다. 아마도, 코넬의 난처함을 짐작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어느날 메리앤의 집에서 잠깐의 대화중에, 메리앤은 코넬에게 너가 좋다고 말한다. 다음 방문에서 코넬은 너 그 때 나 좋다고 한거, 그거 친구로서 말한거야? 묻고 메리앤은 꼭 그런것만은 아니야, 라고 말한다. 그리고 코넬은 메리앤에게 키스한다. 메리앤은 그전까지 한 번도 키스해본 적이 없다. 코넬은 메리앤과의 이 키스가 메리앤에게 첫 키스라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키스해놓고 코넬은 메리앤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키스한 걸 말하지 말라고 한다.



Don't go telling people in school about this, okay? he said. -p.16


나는 이 문장이 너무 속상했다.



내가 누군가와 사귄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단 그것이 '금지된 사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금지되어 있는 사랑, 사랑하면 안되는 사이의 사랑 같은 거라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을까봐 그래서 그 관계를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할까봐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연애를 비밀에 부치려고 한다. 그러나 금지된 사랑이 아니어도 비밀로 부치려는 경우들은 생긴다. 내가 싱글이라는 상태로 있어야만 사회생활이 가능해진다면 그래서 연애라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연예인들이 공개 연애를 하지 않는 데에도 아마 이 이유가 많을 것이고. 또 내가 연애하는 상대가 남들에게 부끄러울 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여러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나는 트로피처럼 반짝거리는 상대를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은데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전혀 그렇지 않을 때 그걸 숨기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데, 내가 사귀는 상대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호감이라면 덩달아 나까지 비호감이 될까봐 말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렇게 말하든 저렇게 말하든 한마디로, 내가 만나는 상대가 나에게 흡족하지 않을 때, 그 때 우리는 이 관계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상대에게 '어디가서 우리 사귄다고 말하지 마' 라고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여러가지 케이스로 이런 관계속의 당사자가 된 적이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암묵적으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관계다 라는 걸 인지했던 적도 있고, 부끄러워서 내 상대를 숨긴 적도 있다. 부끄러워하는 내 자신이 싫어서 부러 보였던 적도 있다. 어떤이는 나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 아마도 싱글인 자신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일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부끄러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우리 사이 말하지마'의 관계에 나 역시도 놓였던 적이 있다는 거다. 그건 반드시 '절대 사랑해서는 안되는' 관계여서 그런 것은 아니라 해도, 그러나 '누구에게나 밝혀도 되는 떳떳하고 당당한' 혹은 자랑스러운 관계는 아니어서 그런 것은 맞을 것이다. 숨긴다는 것은, 어딘가 어두움을 가진게 아닌가. 



코넬도 메리앤과 사랑하면 안되는 사이라 어디가서 우리가 이런거 말하지마, 라고 한 건 아니다. 코넬은 인기인이고 메리앤은 아니라서, 코넬은 인기인인데 메리앤은 누구도 상대해주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그 관계가 바깥으로 드러날 경우 코넬 자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질까봐, 자신도 친구들로부터 내쳐질까봐 그게 걱정이 되어 그러는거다. 코넬은 아직 10대의 청소년이고, 그래, 충분히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30대에도 그런 마음이 생겼던 적도 있었는걸. 10대면 아마 더하겠지. 그런 마음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메리앤과 둘이 있고 싶어서 자기 집 주소를 알려주고 찾아오라고 해놓고서, 그렇게 메리앤을 자신의 집에 들이면서도 혹시 누가 보진 않는지 살펴보는 그런 만남을, 코넬은 하고 있다. 너를 만나고 싶어, 너랑 둘이 있고 싶어, 그런데 너랑 만나는 걸 사람들한테 보이긴 싫어...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코넬이 그걸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 저 인용문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앞으로 만들게 될 모든 관계에서는 이제 더이상 이런 일을 겪지 말자, 고. 내가 말하든 상대가 말하든 '우리가 이러는 거 말하면 안돼'라고 하는, 그런 관계속에 놓이지 말자고. 누군가 '너 걔 만나?' 라고 하면 망설임없이 '응!' 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자고. 내가 만나고 싶어서 만나면서도 혹시 누가 보진 않는지 주변을 살피는 관계 같은거, 그런거 하지 말자. 나랑 통화하면서 '누구랑 통화해?' 물어보면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얼버무리는 그런 관계속에 놓이지 말자. 의도하지 않아도, 인생에서 누구나 그럴 때가 있고 그런 관계 속에 놓이게 될 수 있지만, 나는 이제는 그런거 하지 말아야겠다고 새삼 결심했다. 


너 걔 만나?

응.

너 걔 좋아해?

응.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내가 되는 관계,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네가 되는 관계만을 만들자고 마음을 다져본다. 물론,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고 내 생각대로만 굴러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마음을 다진다한들 그대로의 행동과 결과로 이어질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만약, 만약에 내가 조인성이랑 사귀기라도 해봐. 그러면 나는 조인성이 공개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해도 내가 비밀로 하자고 할 것이다. 사람들이 내 신상 캐려고 할 거 아녀... 그것은 조인성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나의 공개를 꺼려서 그래... 나는... 변방에서 조용히 늙어가고 싶은 사람... 그런데 나를 공개하지 말라고 하면 조인성은 마음 상하겠지? 역시, 그래서 조인성과 나의 행복, 우리 쌍방의 행복을 위해 조인성과 연애하지 않도록 하겠다. 행복해라..



각설하고,


책 샀다.

































《상처, 비디오, 사이코 게임》은 '안젤라 마슨즈'의 '킴스톤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인 《너를 죽일 수밖에 없었어》를 읽었었는데 그 내용은 지금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 '이 시리즈 계속 읽어야지' 생각했던 것만큼은 기억이 나서 샀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는 죽음에 대해 나는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알아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샀다. 계속 읽으면서 이것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등대지기들》,《기도의 카르테》,《죽인 남편이 돌아왔습니다》는 내가 요즘 미스테리 소설 너무 안 산 것 같아서 샀다.

《캑터스》,《어둠 속에서 헤엄치기》,《스파숄트 어페어》는 문학을 요즘 내가 안 산 것 같아서 샀다.


아니 뻔질나게 책 사서 인증하면서 그런데 뭘 그렇게 안 산 것 같다는거야, 나여? 그런 느낌 뭐야? 그런데.. 안 사긴 안샀지. 저런 장르는. 다른 장르 샀잖아. 책을 고르게 사랑해야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 사랑은 골고루 뿌려져야 한다... 샤라라랑~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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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5-13 1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현빈 장가가니까 바로 조인성으로 바뀌는 구나... 이런 누울자리보고 다리 뻗으시는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근데 조인성은 좀 별로지 않아요? 난 별론데..ㅜㅜ 왜 쌩마초느낌이야.. 암튼 난 현빈이 참 좋았는데.. 현빈아.. 좋아했다...ㅋㅋ)

˝숨긴다는 것은, 어딘가 어두움을 가진게 아닌가.˝ - 이 문장은 저랑 생각이 비슷하신 것 같아요. 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뭐든 어딘가에 다 떠벌리고 다닐 일만 해야한다. 그런게 아니라.. 숨긴다는 것이 주는 어떤 상황의 속상함을 계속 감당해야했을 때.. 사람 자체가 좀 변하더라고요... 내가 그렇고... 남들도 대체로 그러했고...
그래서 비밀 연애는 ..... 결국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몰래 만나는 건 결국은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수렴되는 것 같다고 꽤 오래 전에(약 십년 전쯤에..) 확실하게 인식했어요. 그런데... 사랑이란게 대상을 정해서 막 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규범이 찬양하는 사랑이란.. 20대의 솔로 청춘남녀 이성애 그것밖에 없지 않냐?ㅋㅋㅋ 너무 좁음. ) 거기서 딜레마가 발생.
왜 사랑은 ‘금지된 사랑‘일수록 열렬한가... 그게 이성애 연애 (쀼의 세계 같은거...?) 한정이라면 좀 촌스럽다...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 데, 몇가지 사건으로 인해서 그렇게 생각하던게 좀 바뀌기도 했고...

자기 안에 자기만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 좋고 (저 역시 그런 사람이지만) 그 개인이 간직한 사적인 비밀이란게... 오로지 비밀..연애..비밀성ㅇ..ㅐ... 조금 더 나아가 비밀 성매매.....인 경우는 좀.......... ㅋㅋㅋㅋ 그렇고....

아무튼 한 번 밖에 없는 인생.... 사랑 아끼지 말아야하는 데, 나 자신을 먼저 좀 더 아끼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5-13 11:32   좋아요 2 | URL
그대... 사랑 좀 아는 사람이구나. 막 구절구절마다 절절함이 흘러넘치는구나.
푸코학개론 끝나면 나랑 사랑학개론도 하자구요. 나, 아직도 궁금한 거 많은 나이. 사랑이 알고 싶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5-13 11:36   좋아요 3 | URL
와따시가 사랑하는 것은 책읽기입니다. 전 사랑은 모릅니다. 책사랑.. 책읽기.. 헤퍼도 되는 것... 바람피워도 되는 것.. 환승 아주 자주하는 것.. 문어발 누구도 머라고하지 않고 그런 독서법도 있는 것..... 막 난잡하고 막 문란한 난 게 문 독 독서가 공쟝쟝.

단발머리 2022-05-13 11:39   좋아요 2 | URL
이것봐 이것봐 계통이 있잖아! 그냥 난맥상이 아닌 거에요!!!
이름 붙일 수 있는 구조가 있잖아요! 헐! 멋있는 것입니다, 쟝쟝님!!! (와락!)

다락방 2022-05-13 11:50   좋아요 2 | URL
저는 사람이 계속 어둠속에서 살 수 없고 계속 비밀을 간직한 채로 살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비밀은 언제든 드러나기 마련이고 어둠 속에 있다면 기어코 빛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것 같아요. 저 역시 어둠 속의 관계에 있었을 때 처음엔 제가 허락했기에 가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빛에 대한 욕망이 생기더라고요. 왜 내가 어둠속에 있어야하지? 왜? 라는 의문이 찾아들기 시작하면 이미 그 관계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고 보여집니다. 이미 빛을 생각한 사람은 반드시 빛으로 가야 하거든요. 그건 달래고 어를 수 있는 성질이 아닌 것 같아요.

금지된 사랑일수록 열렬한 것도 순간인 것 같아요.
저 얼마전에 왓챠에서 야한 영화 볼라고 뭔가 봤는데, 금지된 젊은 여자를 엄청 원하던 남자가 그 여자 침대로 부를려고 엄청 노력하고 매주 화요일인가 수요일에 만나기로 약속하더니 나중엔 그 관계도 지리멸렬해지더라고요. 물론 그 관계는 욕망으로 시작된 관계이며 애초에 욕망으로 맺어진 관계라서 더 그렇긴 했지만요.
금지되었으니 열렬한건 일종의 반골기질 탓이 아닐까... 작게는 베스트셀러는 읽기 싫은 그런 마음 같은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조인성은 저도 딱히 관심 없었는데 <어쩌다 사장>에서 요리하고 정리정돈 하고 그러는 거 보면서 완전 쑐랑 넘어갔어요.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넘나 매력 터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공개된)인생 사랑과 (공개되지 않아도 되는)인생 섹스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힘차게 전진하자.

공쟝쟝 2022-05-13 12:27   좋아요 0 | URL
인생 사랑과 인생 섹스를 향해........... 전진하자!!! 는 표어를 순진하게 되뇌이고 싶다.
저는 이번 생은 튼거 같아요...
나에게 <여자는 인질이다>를 읽혀놓고. 인생 섹스?!!!! 응?!!! 다락방 이사람아!!!!

다락방 2022-05-15 14:39   좋아요 1 | URL
맞네. 내가 잘못했다. ㅋㅋㅋㅋㅋ 어휴 나란 인간 부족하기 짝이 없어 ㅋㅋㅋㅋㅋ 머릿속에서 지우자, 인생 섹스!!

단발머리 2022-05-13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저 역시... 세상이 금지한 사랑은 아니었어도 비공개 연애 해봤거든요. 전 뭐랄까. 약간의 쾌감도 있었던거 같아요. (나 이상한 사람인가@@)

2. 다락방님 스포 싫어하는 사람인데 저 너무 말하고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 말해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효진, 조인성 주연의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둘이 같이 방송을 해요. 조인성이 엠씨고 공효진이 초대손님으로 나오는데 조인성이 1층으로 마중나와서는 ‘여기 사는 사람들은 우리 사귀는 거 몰라. 같은 집에 사는 것(동거 아니고 그냥 옆방)도 몰라.‘ 이러니까 공효진이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왜 그래야 돼?‘ 조인성이 그래요. 설명하기 귀찮아. 공효진이 그래요. 사귀는 사이입니다. 8자가 귀찮아? (그 다음은 클립으로 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3. 다락방님이 마음 접은거 조인성이 알면 안 되는데.... 조인성 되게 불도저 같던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다락방님 산 책 중에 제목이라도 들어본 책이 딱 하나에요. 앞서가시는 독서장인의 면모를, 오늘 또 발견합니다.

5. (저도 포기 못 해요!!!!!!!!!!!!!!!!!!!!!!!!!!!!!!!!!!!!!!!!!)

공쟝쟝 2022-05-13 11:34   좋아요 2 | URL
1. 비공개 연애는 대체로 누구나 하는 것 아닐까요.. 이상한분 아니십니다. 그 쾌감... 그 맛에 사내 연애하는 것.. ㅋㅋㅋㅋ
3. 불도저 조인성ㅋㅋㅋㅋㅋㅋㅋ (응?) 이건 또 출처 어디예여?
5. 뭘요? 뭘? 나 궁금해!

단발머리 2022-05-13 11:36   좋아요 1 | URL
1. 진짜 그래요? 인생에 한 번은 비공개연애 하는 거였어요? @@
2. 요리하는 거, 정리하는 거 보세요.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에요 / 출처없음(요즘은 출처없음 유행임) 내가 곧 출처다 ㅋㅋ
3. 조나단, 조슈아, 조인성....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5-13 11:38   좋아요 2 | URL
.. 단발님..와..우.. 이정도면 조 성애자.. (그녀가 용납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조중동..?)

단발머리 2022-05-13 11:40   좋아요 2 | URL
우아! 조중동 웃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도서관인데 이러기 없음입니다)
하필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이 다 조씨라는 거죠. 어쩌다 보니... 빠진 사람 없나?
조국(잊지 말자 조국), 조광조? 이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13 11:53   좋아요 2 | URL
비공개 연애는 사람들마다 케이스가 다르긴 하지만 하긴 하는 것 같아요. 쟝님이 말한 것처럼 대표적으로 사내 연애가 그렇고요 ㅋㅋ 그렇지만 비공개도 그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공개가 되어버리는... 그 쾌감과 짜릿함이 분명 있는데요, 그게 어느 순간 빡치는 지점이 오는 것 같아요. 이건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저는 기본적으로 세상에 비밀은 없는 것 같아요. 비밀은 그 비밀의 특성상 밝혀지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하신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일단 2번의 상황만으로 보자면, 저는 공효진이 되어서 스트레스가 또 뽝 오네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조인성 되게 불도저 같다면, 또 어떤(이를테면 잘생긴?) 남자들의 불도저성을 저는 허락합니다. 인성아, 내가 너를 포기하려는데 니가 불도저처럼 내게 다가오면, 나는.. 어쩔 수 없지, 너에게 나를 맡길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 아 조중동 너무 짜증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5-13 12:31   좋아요 1 | URL
단발 / 조국.. 그래 그런데.. 조광조?!!!!!! 조광좈ㅋㅋ 대체 왜? 진짜 조 성애자였엌ㅋㅋㅋㅋㅋ 단발님 페이퍼에서 요즘 자주 보이는 책 도나 해러웨이 저자가 조지프 슈나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못살앜ㅋㅋ

다락방/ 불도저.. 이런말 하면 그런데 저는 제가 좀 불도저 스타일임. 직진녀... 아니다 싶으면 빠꾸도 잘함 ㅋㅋㅋ 아.. 내가 몸만 메일바디에 전완근만 있으면 다락방한테 바로 직진하는 건데.... ㅋㅋㅋㅋㅋ ? (진짜 오늘 저 플러팅 오지네요..ㅋㅋㅋㅋ)

yamoo 2022-05-1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친구들과 원서도 읽으시는군요! 한 권 읽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걸려서 특히 문학은 어려운 표현이 너무 많아서 읽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읽기가 어렵던데...다락방 님 대단하셔요~~~

다락방 2022-05-16 14:21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못읽었을 거예요. 매주 분량을 정해서 읽어나가고 있고 또 저는 번역본 옆에 두고 번갈아 보고 있답니다. 안그러면 저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ㅎㅎ
 















글쓰기는 식민화된 집단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글쓰기는 구술 문화와 문자 문화, 원시적 사고방식과 문명화된 사고방식을 구분하는 서구 신화에서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해왔고, 더 최근에는 일신론적·남근적·권위주의적·단독적인 작업, 즉 유일하고 완벽한 이름을 경배하는 서구의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phallogocentrism를 공격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거쳐, 문제의 이분법들이 붕괴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글쓰기의 의미가 걸린 씨름은 현대 정치 투쟁의 주요 형식 중 하나다. 글쓰기 놀이의 해방은 더없이 진지한 문제다. 미국 유색인 여성의 시와 이야기들은 글쓰기, 곧 의미화의 권력을 쟁취하는 문제와 반복적으로 관련되지만 이때의 권력은 남근적이거나 순수해서는 안 된다. 사이보그 글쓰기는 에덴으로부터의 추방, 곧 언어 이전, 글쓰기 이전, (남성)인간의 등장 이전, 옛날 옛적의 총체성을 상상하지 말아야 한다. 사이보그 글쓰기는 본원적 순수함이라는 기반 없이, 그들을 타자로 낙인찍은 세계에 낙인을 찍는 도구를 움켜쥠으로써 획득하는 생존의 힘과 결부된다. (p.72)



도나 해러웨이의 《해러웨이 선언문》의 시작, <사이보그 선언>을 읽고 있다. 사이보그 선언의 주제는 아마도 도나 해러웨이가 쓴 문장에서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p.69 의,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동물 및 기계와의 융합을 통해 서구 로고서의 체현인 (남성)인간이 되지 않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는게 그것.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특히나 '유색인 여성'이 과학 산업에 선호되는 노동력임을 얘기하며, 앞으로 과학과 결합되는 세상과 그리고 인간은 기존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도나 해러웨이의 전망이다. 그런 우리들, 주류가 아니었고 또 저쪽,'남성 인간'이 아닌걸로만 퉁쳐졌던 우리는, 기존의 세계를 전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을 도나 해러웨이는 얘기하고 있다. 아직 읽지 않은 <반려종 선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은데, 얼마전 들었던 팟캐스트에서는 여기에서 말하는 반려종은 반드시 '개'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인간 외에 인간과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 이를테면 미생물까지도 포함한다고. 그리고 '반려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개 이상의 종이 함께여야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속에 존재하고, 우리의 개별적 존재는 개별적보다 관계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는 거라고.


그런 도나 해러웨이가 강조하는 건 여성의 '글쓰기'이다. 도나 해러웨이가 사이보그 선언을 쓰기 전에도, 그러니까 도나 해러웨이가 이 모든 선언들을 하기 전에도, 그녀는 동물학, 철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문학 역시 전공했다. 그녀에게는 문학이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그녀도 얘기하고 있고, 또한 그녀가 생각하는 건 과학적 상상력을 가진 글쓰기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일전에 읽었던 '디 그레이엄'의 《여자는 인질이다》에서도 언급됐었다. 디 그레이엄은 우리가 상상력을 가져야 여성혐오 사회, 페미사이드 사회에서, 그리고 이성애에 인질로 사로잡힌 세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얼마전 SNS를 통해 본 '창의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창의성은 그냥 생겨나는 게 아니라, 한 분야에 대해 공들여 알려고 노력하고 난 다음에 가능해지는 거라고, 창의성 뚝딱이 되는게 아니라 그 전에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나는 상상력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우주에 집을 짓는 생각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전에 우주라는 존재를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 더 많은 상상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내 안에 쌓여야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축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문학을 읽는게 아니겠는가. 도나 해러웨이는 문학을 읽고 상상력을 얘기하고 그리고, 글쓰기를 강조한다. 여자들아, 글을 쓰자.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다. 이분법들이 붕괴되고 권력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여자들아, 글을 쓰자!



오늘 아침 이 글쓰기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해왔던 글쓰기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겠구나, 깨닫게 되었다. 예전부터 나는 내가 좋아서 글을 쓴다고 말해왔는데, 글을 쓰려면 당연히 읽기가 먼저여야 했다. 그러므로 내게 글쓰기와 읽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었고, 나에게는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선이었다. 언제나 잘 쓰고 싶었고 잘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했다. 읽는 것은 내 안에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나로 하여금 생각하게 했으며, 그 생각은 글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과정이, 단순히 '좋아서' 쓴다고 했던 이 모든 과정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겠구나, 하는 것을 도나 해러웨이의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거다.


그런 한편, 내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글을 쓰라고 말해왔던가도 떠올렸다. 나는 글쓰는 모든 여자들을 응원하고 또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한 번 써봐, 라고 종종 말하곤 했다. 내가 아는 것보다 내가 더 많이 말해왔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된 게, 베스트셀러 작가인 친구가 내게 '너는 예전부터 나에게 계속 쓰라고 했어' 라고 말하고 '내 역사엔 네가 있어'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를 글쓰라고 독려한 사람이 너다' 라는 말을 나는 곧잘 듣곤 했던 거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책을 읽는 것을 비로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도 생각하는데, 글쓰기는 도나 해러웨이에 의하면,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여자가 글을 쓰기 전에는 이분법의 세계, 권력이 한쪽으로 기울었던 세계라는 뜻도 되겠다. 그러자, 내가 얼마나 문학하는 남자를 싫어하는지가 생각났다.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에도, 그렇게나 책읽기를 좋아했으면서도 '문학하는 남자'를 너무 싫어했다. 보통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문학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을 가지거나 동경할 때 나는 아니었다. 나는 아무리 책을 재미있게 읽고 감동해도 '문학하는 남자'를 싫어했다. 나는 남자를 정말 너무 좋아했는데도, 그럴 때도 문학하는 남자는 싫어했다. 예술하는 남자도 싫어했다. 에피톤 프로젝트 노래를 들으면서도, 역시 이런 사람은 저기 저쪽에서 노래나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그런 남자에 대한 로망을 품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가 문학하는 남자를 싫어했던 것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의미가 있었던걸까. 이분법의 세계를 만드는 일을 나는 무의식중에 알았던걸까? 어떤 일들은 본능적으로 아닌 걸 알게 되는데, 이것도 바로 그 일에 속했던걸까? 일전에 내가 한국영화를 너무 안봐서 친구로부터 사대주의냐는 말까지 들었던 적이 있는데, 나는 한국영화를 보지 않는, 볼 수가 없는 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줄 몰랐었다. 나 정말 사대주의자인가, 라고 나를 의심했는데, 나중에야 내가 보기 싫어하고 보다가 중간에 멈춘 한국영화들이 죄다 알탕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것들은, 본능적으로 꺼려지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지금도 유행어를 만들어낸 폭력적인 한국 영화들을 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그런 영화들을 싫어할 거란 것도 안다. 일전에 너무 유명한 한국영화를 '나도 볼까' 했을 때, 남동생이 내게 그랬더랬다. "아니, 누나 보면 힘들어할거야, 보지마." 라고.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기 훨씬 전부터, 심지어 페미니스트는 사랑받지 못한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한심한 시절에도, 문학하는 남자와 예술하는 남자를 싫어했더랬다. 이렇게 싫어하는 남자들을 다 쳐내고 나면 남는 남자가 없는데, 나는 도대체 왜 남자를 좋아했던걸까? 어느 지점에서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던걸까? 나는.. 남자를 좋아하긴 했던건가? 그렇다면, 도대체 왜 좋아했지? 뭘 좋아했지? 문학해도 싫어 노래해도 싫어 미술해도 싫어... 뭘 보고 남자를 좋아한다고 한거야? 그렇다고 딱히 운동선수들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고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젊은 여자를 트로피 삼는 남자들도 너무 싫었다. 당시에는 트로피란 단어를 알지 못해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했었는데, 그러면, 나는 대체 뭘 좋아한거야? 오늘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동안, 도대체 내가 좋아한 '남자'란 어떤 존재였던가. 나는 뭘 좋아햇던건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어떤 것이었나?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었나? 그렇지만..


전완근과 등근육은 실재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건 등과, 전완근.. 그것이었나? 그 단단함과 강함이 주는 육체적인 부분.. 만 좋아했던걸까? 난, 정말 그런 사람인걸까? 



어제 혼자 와인을 마시면서 <어쩌다 사장>을 다시보기로 보기 시작했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지방에 내려가 커다란 마트의 사장으로 며칠간 일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서 손님들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계산하고 물건을 사가는 걸 보는 것도 좋고, 그들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걸 보는 것도 좋고, 아르바이트로 게스트들이 왔다가 영업이 끝난 뒤에 일한 감상을 나누는 걸 보는게 좋아서 가끔 이걸 보게 된다. 그러다 얼마전에는 게스트로 김혜수가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김혜수가 한 번도 마트에서 일해본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할 것을 찾아다니는 걸 보면서, 어쩌면 센스라는 것은 타고나는걸까, 를 생각했다. 그러다 조인성, 조인성을 다시 보게 됐는데,

조인성은 그 프로그램에서 식사를 맡고 있다. 점심과 저녁메뉴를 선정하고 요리하고 그걸 파는 거다. 지금 나오는 회차에서는 대게라면과 어묵우동을 요리해 팔고 있는데, 점심 장사를 시작하기 전 모든 준비를 마친 조인성은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가지고 바깥에 나가 혼자 그걸 먹으면서 잠깐 시간을 갖더라. 근데 그걸 보는게 너무 좋은 거다. 내 할 일을 마친 뒤에 혼자임을 잠깐 즐기는 그런 조인성을 보는데, 와, 그 장면 왜이렇게 좋지? 저 가게안에 무려 김혜수가 와있는데, 조인성은 자기 할 일을 하고 나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이게 너무 좋은 거다.

어제 본 회차에서는 남자게스트가 세 명이 왔는데 그 중 한 명이 식사 메뉴에 카레 돈까스를 추가하자고 해서 부엌이 초토화가 되었다. 시간은 다가오고 부엌은 점점 쓸 공간이 좁아지는데, 조인성이 한 번 훑더니 '동선을 짧게 가져가' 하면서 어질러진 부엌을 정돈하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다. 역시..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 보면 반해버리는데, 오늘 출근길에 '나는 남자의 전완근과 등근육을 보고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던건가' 생각하다가, 조인성의 저런 면에 반한 걸 보면서, 아니야, 다른게 있을거야, 했지만, 그런데 정리정돈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건 그게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지 남자이기 때문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자 나는..... 남자를 안좋아하나???????????????????????? 이렇게 되어버렸다. 결론은,


유색인여성인 나는, 도나 해러웨이를 계속 읽어봐야 한다는 것. 

나는 유색인 여성이고, 글을 쓰는 여성이다. 나는 유색인 여성이고, 글을 쓰는 여성이고, 읽는 여성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상상할 것이다. 글쓰기로 생존의 힘을 획득할 것이다. 그러므로 도나 해러웨이를 읽는 것은 내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자, 가자, 도나,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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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5-11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북플 초반에 다락방님이 글쓰기를 응원하는 댓글보고 반했었어요.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자극을 주었던 그 댓글^^

윤식당 스페인편을 잠시 봤는데 박서준이 바다가 보이는 길을 따라 혼자 조깅을 하는 걸 보고 너무
좋았어요. 철봉운동을 또 그렇게 잘하더라구요. 저는 잘 안되서 팔굽혀펴기로 일단 팔힘 기르는 중이예요
전완근과 등근육 키우기와 자기 관리의 모든것들은 보는것만으로도 힘을 내게 하나봐요. 다락방님의
글쓰기가 그렇듯 말이죠. 여성들의 글쓰기 근육기르기를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2-05-11 12:01   좋아요 4 | URL
미미님, 저도 윤식당에서 그 편 보았더랬어요. 혼자 운동하는 거 보는데 그게 그렇게나 좋더라고요. 거기가 어디든 나는 내가 할 일을 한다, 라는 그런 태도가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조인성도 자기 일 다 해놓고 나서, 누가 와있든 나는 나에게 필요한 걸 한다, 라는 그런 태도가 보여서 좋았던 것 같아요. 후훗. 그리고 박서준 스페인어도 열심히 배우잖아요. 간단한 주문을 받고 대화하는 건 스페인어로 되는데 그것도 너무 좋더라고요. 그간 그 나라 말 하나도 공부하지 않고 여행다녔던 제 자신을 반성했어요...

제가 몰랐는데 되게 글쓰라는 응원을 많이 하고 다녔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서야 ‘너가 그랬어‘라는 말을 여러차례 듣게 되면서 내가 그랬구나, 알게 되었어요. 그건 아마도 제가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말하게 되는것 같아요. 미미님, 읽고 씁시다, 계속해서요!!

건수하 2022-05-11 1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해러웨이도 그런 말을 했었군요!

어제 우연히 보게된 글에도 여성의 글쓰기 이야기가 있었어서 공유해봅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41299

다락방 2022-05-11 12:02   좋아요 4 | URL
오, 손희정 선생님의 글이군요. 링크해주셔서 덕분에 읽어보게 됐네요. 제가 지금은 손희정 선생님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한때 강의도 듣고 그랬습니다. 후훗. 어쨌든 글을 씁시다, 수하 님. 새삼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그저 읽기로 끝내는 게 아니라 쓰기도 하자고 한 제가 뿌듯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건수하 2022-05-11 12:09   좋아요 3 | URL
강의를! 그러셨군요..!

저는 잘은 모르고, 단순히 권김현영님과 함께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글을.... 요즘 책을 못 읽다보니 쓸 글이 없습니다 흐흑.. ;ㅁ;

점심 얼른 먹고 좀 읽어볼까봐요.

다락방 2022-05-11 12:17   좋아요 2 | URL
네, 저 정희진, 권김현영, 한채영 선생님 강의 열심히 들으러 다녔더랬습니다. 후훗. 말씀하신 것처럼 저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또 그런 분들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지점부터는 저랑 다른 방향을 본다고 생각해서요, 이제는 예전처럼 좋아하진 않아요. 저는 이제 윤김지영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아무튼 열심히 읽어봅시다, 수하 님. 해러웨이 선언문은 확실히 입문서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잠자냥 2022-05-11 12:54   좋아요 2 | URL
정희진 쌤 강의는 저도 거의 다 챙겨서 듣고 다녔어요. 어쩌면 다부장님 거기서 스쳤을지도 ㅋㅋㅋ

다락방 2022-05-12 08:32   좋아요 2 | URL
오오 진짜 잠자냥 님과 같은 공간에 있었을 수도 있네요. 그 당시엔 우리가 서로를 몰랐고.. 언젠가는 우리가 서로를 알아볼 날이 오겠지요.. 아 너무 낭만적이야..... ♡

공쟝쟝 2022-05-12 18:13   좋아요 1 | URL
두분 스쳐갔을거 생각하니 너무 즐겁다 ㅋㅋㅋㅋ 와 난 아직 정희진샘 강의 안들어봤다는 반전…. (대체로 강연 자체를 안듣는 사람 ㅋㅋ이 바로 저 ㅋㅋㅋ)

잠자냥 2022-05-12 21:36   좋아요 0 | URL
쟝쟝/ 저도 사람 모이는 강연장 같은 곳은 잘 안 가는데, 정희진 쌤은 내게 그만큼 특별했었다우…. 다부장 님도 그런 공간에 있었을 거야…. ㅋ

다락방 2022-05-13 08:01   좋아요 1 | URL
저도 강연은 정희진 쌤 때문에 처음 가보게 됐을거예요. 그전까지는 강연 같은거 들을 생각도 안했는데 정희진 쌤이라서 가봤음요. 근데 가보니까 너무 좋은거예요. 진짜 사고가 확장되는 느낌을 팍팍 주시는 분. 그래서 또 가고, 또 가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정말 특별했었죠.......


프레이야 2022-05-11 1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단 좋아요 누르고 읽게 되는 다락방 님 페이퍼 ^^

다락방 2022-05-11 12:03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님. 좋아요는 힘이 됩니다. 후훗.

잠자냥 2022-05-11 1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도 사대주의자 소리 듣는데! ㅋㅋㅋㅋ
전 다부장님이 제 서재 보면 아시겠지만 한국문학(소설)도 거의 못 읽겠어요;
한국영화도 잘 안 보고... 암튼 전 이렇게 사대주의자로 살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대주의자 뽜이팅....!

다락방 2022-05-12 08:33   좋아요 3 | URL
저는 처음에 사대주의자란 말 듣고 기분이 나쁘고 나 정말 그런건가.. 하면서 막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너무 오래 내가 정말 그런가, 하고 돌아보며 살아서 내가 싫어하고 안보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나는 사대주의자인가‘를 먼저 생각했었어요. 그게 너무 지금은 짜증나요. 저도 그냥 사대주의자 할거에요. 사대주이자 뽜이팅!! ㅋㅋㅋㅋㅋ

mini74 2022-05-11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전 전완근과 등근육만 기억에 ㅎㅎㅎ 저도 트로피와이프란 말이 얼마나 듣기 싫던지요 늙어가는 지금은 더 듣기싫은 ㅋㅋ헤러웨이가 문학도 전공!!! 이 분 못하시는게 뭔지 ㅎㅎ 다락방님 글 읽음 유쾌하고 신납니다 *^^*

다락방 2022-05-12 08:36   좋아요 2 | URL
와이프를 트로피 삼아 데리고 다니는 사람, 트로피 삼으려고 와이프나 여자친구 만드는 사람들은, 저는 자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으로는 오롯이 잘날 수 없어서 꼭 누군가를 옆에 세워서 그걸 드러내려고 하는, 애인을 이용해 자기 잘남을 인정 받으려 하는 찌질이들이라고 생각해요. 못난이들. 내 애인이 어떤 사람이든 내가 잘났으면 나는 그냥 잘난 사람인건데 말이죠. 징그러워요.

해러웨이 넘나 천재예요. 저는 <사이보그 선언>을 오늘 아침 막 다 읽었습니다. 이제 <반려종 선언>으로 넘어가야 해요. 휴우~

공쟝쟝 2022-05-12 1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가 사르트르가 아닌 사실 그의 서재에 반했다는 종류의 글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요. 기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획득하기 쉬운 권력의 냄새…? 그래서 남자를 동경하면서 존경하면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근데 내가 좋아하는 남성성의 어떤 부분이라기 보다는… 나는 좀 내가 안좋아하는 인간 속성의 어떤 부분에 여성성이 들어맞는 부분이 있어서 여자들을 미워했어요. 그건 문제해결 의지 (능력보다는 의지) 없는 푸념, 속풀이 인데요 … 어릴때 부터 그게 진짜 싫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포지션이 거의 명예남성이었어요.

그렇다면 남자들이 문제해결의지가 있냐 ㅋㅋㅋㅋ 그럴거 같아보이지만 그런 남자도 있지만 안그러고 허세부리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경험하면서 좀 알게되었고 ㅋㅋㅋㅋ

되려 진짜 잘 뚜벅뚜벅 헤쳐나가는 근사한 여성들이 많다는 거.. 그들을 미친년 혹은 드센년이라며 세계가 혐오해왔다는 걸 아는 순간. 여자들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암튼 나는 그래서 내가 좋아한 남자들은 어딘가 존경할만한 구석이 있는 부분이었는데, (물론 만나면 다 한남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대상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된거 하나랑, 더 존경할만한 여성들을 책과 삶에서 만나자 남자들에겐 콩깍지가 잘 안껴지더라고요 ㅋㅋ 흐린눈이 잘 안돼…

다락방 2022-05-13 09:49   좋아요 1 | URL
쟝님 댓글 읽고 보니까 정말 그런게 컸던 것 같아요. 남자들이 이미 획득한 혹은 획득하기 쉬운 것들 때문에 남자라는 존재를 동경하면서 그걸 좋다고 말했던게 아닌가. 제가 남자 좋아한다는 건 제 주변의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는데, 저 역시도 제가 남자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남자 싫어, 저런 남자 안돼.. 하면서 죄다 걸러내고 있더라고요. 남은 남자가 없어.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뭘 좋아한거야? 했는데, 쟝님이 말한 바로 그런 지점, 그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아..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물어야 해. 그래야 대답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자들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냐, 그건 전혀 남자의 특징이 아닙니다. 자기가 뱉은 말을 지키느냐, 그것도 역시 전혀 남자의 특징이 아니더라고요. 그렇다면 남자라서 가지는 어떤 긍정적인 특징이 있느냐, 하면 그런건 없더라고요. 문제 해결의 의지, 신뢰, 성실. 그 모든 것들은 남자라서 가지거나 여자라서 가지지 못하는 것들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그저 그 한 개인의 특징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뚜벅뚜벅 헤쳐나가는 건 여성들에게 더 드러난 특징이긴 해요. 왜냐하면, 살아야 하니까요. 멸시하고 혐오하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는 가질 수밖에 없는 그런 능력인 것 같아요.

쟝님 댓글 읽고 곰곰 생각해보니, 저는 저랑 연애했던 남자들은 그 누구도 ‘존경‘이라는 감정으로 대한 적은 없었던 것 같고, 그렇다면 존경하는 남자는 누구냐...라고 물어보면... 없는 것 같아요. 존경이라는 단어를 굳이 써야 한다면 저는 안젤리나 졸리, 한나 아렌트....네,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5-13 12:02   좋아요 1 | URL
저는 대체로 제 사랑이 존경으로부터 발생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존경에 대한 연구를 좀했습죠. (나란 여자 지독하게 멋지지 않나요?) 존경은 영어로 respect 인데 어원이 바라보다예요. 존경이라는 게 성립하려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먼저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존경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을 나는 ‘있는 그대로‘ 바라본 적은 없었던 거예요. 그냥 내가 되고 싶고 본받고 싶은 존재였던 거고 거기엔 ‘나‘가 훨씬 더 많았어요.

제가 사랑을 공부하기 전에 공부해야할 것은 ‘존경‘이었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연구중이고 여전히 실천 중인데.. 이건 일종의 중노동예요. 나의 시야를 계속해서 조정해야하는 과정? 그러기 때문에 일면을 보고 안다고 확정 짓지 않는 것과, 알아가기 위한 시간을 꽤 들여야 하는.. 어쩌면 지난하고 지루한 활동들을 이어가야하고요. 알아가면서 계속 경탄하고 경외하고~ 무튼 존경 참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저도 존경하는 실물 인간이 한명있는 데, 제가 그사람을 대충 4년 정도는 지켜보고, 와 존경해야지 하면서 존경중이고.. 이 마음은 사랑이 맞는 듯 합니다. 그 사람의 성은 다고 이름은 락빵..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제가 이렇게 글로 읽고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이미 직관적으로 다 깨닫고.. 존경 따위를 일삼지 않는 삶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철학자예요.

-참, 존경 어원에 대한 건 에리히 프롬(내 20대 후반의 최애)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알았어요.
˝존경은 이 말의 어원(respicere=바라보다)에 따르면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존경은 다른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이와 같이 존경은 착취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바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란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그(또는그녀)와 일체감을 느끼지만 이는 있는 그대로의 그와 일체가 되는 것이지, 내가 이용할 대상으로서 나에게 필요한 그와 일체가되는 것은 아니다. ˝

다락방 2022-05-13 12:00   좋아요 2 | URL
아니, 이렇게 긴 댓글이지만 한 줄 요약을 하자면 다락방을 사랑한다는 거잖아요? 꺅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13 12:00   좋아요 1 | URL
에리히 프롬 읽어야겠다. 검색해서 장바구니로 넣어야지.

공쟝쟝 2022-05-13 12:04   좋아요 0 | URL
한줄 요약 끝내준다...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의 기술>과 <인간의 마음>을 추천합니다. ㅋㅋㅋ 그런데 20대때 열심히 읽어서...지금와서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프로이트 + 마르크스 섞은 사람이라... 여성혐오적일지도 몰라..그래도 사랑에 대한 고민 만큼은 이만한 철학자가 없습니다! ㅋㅋㅋ 저는 확신합니다...

잠자냥 2022-05-13 12:26   좋아요 1 | URL
뭐야 쟝쟝, 이런 러브레터 공개적으로 쓰기 있긔없긔.... 있긔.......

공쟝쟝 2022-05-13 12:35   좋아요 0 | URL
잠자냥 // 오늘 제가 한껏 아껴왔던 끼부리기를... 봉인해제 하는 날입니다... 내가 이렇게 긴 분석 글로... 끼를 막 쏟아내고 플러팅을 막 하고.. (근데 끼 맞아? ㅋㅋㅋㅋㅋ )..... 그래도 끼락방에는 못당하지.... 이분은 한마디잖아... 나 좋아하는 거지? 나사랑하는 거지? 짱짱 꺄! .. 후... 어려워.. 생은 어렵다. 삶은 고난이야.
 

어제 저녁 먹고 시장을 한바퀴 돌고 오려고 집을 나섰는데,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아보니 내가 재생했던 음악이 자동으로 화면에 떴다. 그 노래는 '수지'의 <yes no maybe>였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은 기억이 없는데 이 노래가 뜨는 걸 보면, 아마도 금요일에 술을 잔뜩 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었던 노래가 아닌가 싶다. 그 날 여자 둘이서 소주 네 병을 짧은 시간안에 마셔버리고 기억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는데, 아마도 그 사라진 동안에 재생해서 들었던 음악인 것 같다. 그래서, 시장을 돌면서 그 노래를 다시 들었다.




오랜만에 들으니 첫 부분의 가사가 귀에 확 꽂혔다. 어쩌면 이 가사 때문에 나는 이 노래를 폰에 넣고 다니는건지도 모르겠다.


받지마 알잖아
목소릴 들으면
분명히 내 맘이
또 다시 흔들려


크- 진짜 명가사다. 다들 살면서 저런 일을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목소리만 들어도 내가 흔들려버리는 것.

내게도 똑같이 저런 일이 있었다. 물론 수지와 나의 차이라면, 수지는 '받지마' 라고 했지만 나는 고민없이 받아버렸다는 것 ㅋㅋㅋㅋㅋ 아니, 나는 그런데 흔들릴지 모르고 받았는데 받으니까 흔들렸다. 그래서 수지의 저 노래를 들을 때, 맞아, 그러니까, 흔들릴 줄 알았으면 받지 말았어야 했던건데.. 라고 뒤늦게 깨달아버렸달까. 그러나 그 날 받았던 내게 후회는 없고 다시 시간을 돌려도 나는 기어코 받고야 말것이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내가 안녕을 말했더랬다. 그와의 관계를 끊지 않는게 내가 가장 원하는 바였지만 끊어내지 않는다면 내가 더 힘들 것이었다. 내가 나를 존중한다면, 내가 나를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그에게 안녕을 고하는 일이었던 거다. 내가 나를 위해서는 그에게 안녕을 말하는 게 맞아. 안녕을 말하면 아프겠지만 안녕을 말하지 않고 계속 그를 붙잡고 있다면 아마도 더 아플거야. 이만큼 아프냐 이거보다 더 아프냐 중에 선택한다면, 이만큼 아픈게 낫다. 나를 지키자, 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에게 안녕을 말했고,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남동생을 끌어안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더랬다. 그렇게 대성통곡을 하고 그를 털어내자, 여기서 손을 놓는게 맞는거다 나를 다독이며 그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일주일이었나 열흘이었나, 며칠 뒤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 우리 이제 연락하지 않기로 했는데!! 라는 생각도 잠시, 나는 끊어질새라 얼른 그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를 통해 건너오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데, 아, 안되겠다, 안되겠어,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어, 나는 안되겠다, 그냥 그를 받아들이자, 그리고 더 아픈걸 선택하자. 그와 안녕하고 이만큼 아프느니 그와 안녕하지 않고 차라리 더 아프자, 나는 이제 그에게 안녕을 말할 수 없다,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 어떻게 안녕을 말해, 끝장이다, 하고 무너져버렸던 것이다. 아아.. 그래서 수지의 저 노래만 들으면 어김없이 그 오후의 통화가 생각난다. 아아, 나는 틀렸어, 끝장이야, 했던 그 때가. 크- 아니, 금요일에 왜 저 노래 들었지?



금요일에는 거래증권사 부장님과 술을 마셨다. 진작부터 마시자고 내게 청했었는데 코로나 거리두기로 인해 미뤄오던 터였다. 막상 만나고 보니 부장님은 3월에 그리고 나는 4월에 코로나를 앓았더라. 부장님은 나보다 나이가 적었는데 연신 내게 예전부터 꼭 만나고 싶었다면서 만나고나서도 나를 너무 좋아해주셨다. 그 때 나눈 이야기들을 여기에 다 적을 순 없지만, 나는 그 만남이 있고난 후 내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됐다. 20년 이상 직장일을 하면서 아주 자주, 내가 하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에 대해 생각했었고, 결국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역시 언젠가 이 일은 그만둬야 할것이고, 나는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장 지글러와 반다나 시바를 읽곤 했던 거였다. 나는 좀 더 나은 세상, 인간들이 덜 아프고 덜 고통스러운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금요일의 부장님도 그렇고 또 주변 젊은 여성들도 그렇고, 이렇게 오래 일해오는 내가, 여기서 단단히 자리하고 있는 내가, 그 존재 자체로 힘이 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나는 그저 보통의 학교를 나와 보통의 직장을 다니는 보통의 사람일 뿐인데, 나보다 젊은 여성들, 특히나 일하는 여성들이 보기에는, 그저 존재 자체로 힘이 되는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내게 어김없이 말로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그런 한편, 내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랐다. 임원이 되어서 지탱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멋있어지려고 애썼던 사람도 아니고, 전문직에 종사하지도 않고, 연봉이 많지도 않고, 특출나게 잘난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이 나이에 직장에서 이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젊은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있었다. 사람마다 타고나는 재능이 있다는데 왜 나는 없는걸까, 에 대해 수천번도 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젊은 여성들이 내게 멋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헤어스타일이 멋있어서도, 옷입는게 멋잇었어도 아니고, 그저 나는 평범한 1인일 뿐인데, 직장생활을 이렇게 하면서 이 자리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러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멋지게 보이고 있었고 힘이 되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성실을 재능이라고 말할 때마다 할 말 없어서 그냥 하는 말 같은 걸로 여겼었는데, 최근에 젊은 여성들과 대화하고 난 뒤에야, 내가 가진 재능은 성실이며, 이 성실이야말로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매일 아침 눈뜨고 밥을 먹고 회사를 다니고 틈틈이 책을 읽고 그렇게 차곡차곡 살았는데, 그랬더니 인생의 지금 이 시점에서 널 보면 힘이 난다는 그런 말을 듣게 된것이다. 아, 나는 정말 .. 잘 살아오고 있구나. 늘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나를 묻고 또 묻고 살았는데, 이만큼 지내고보니 의미가 있었다. 



며칠전에는 친구의 생일이라 선물을 보냈다. 나는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면서 말했다. 나 연봉 조금이지만 올랐거든, 그러니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 내가 다 사줄게, 라고.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도 나는 돈을 좋아했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거지만, 이빨 없는 외할머니가 드실 수 있는 크리스피크림 도넛을 박스로 사면서, 아 돈 버는 거 진짜 짱이야, 라고 생각했다. 조카들 데리고 오므라이스 먹으러 가면서 돈버는게 최고다! 생각했다.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면서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라고 말하면서, 계속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여성들이 너의 존재 자체가 힘이야, 라고 내게 말하는 걸 들으면서, 역시 계속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심, 작년에 '내년 6월까지만 일하고 때려쳐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있다. 다른 젊은 여성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라도 내가 여기 더 있어야겠구나. 그리고 할머니 살아계실 때 도넛 더 사드려야지. 우리 아가 조카 어제 집에 놀러와서 내 지구본 뽀개먹었는데, 지구본 새로 사놓을려면 돈 벌어야지. 그리고, 책을 사기 위해 돈 벌어야지! 그래, 책을 샀다 이 말씀.




껄껄..

왜요, 제가 여성학 전공자처럼 보이세요? ㅋㅋㅋㅋㅋ 왜요, 제가 도나 해러웨이에 진심인걸로 보이세요? ㅋㅋㅋ 나 어쩌냐 진짜. 아 저 앞에 시나몬롤은 내가 만든건데, 요즘 베이킹 통 안하고 있다가 세상에 시나몬롤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걍 내가 만들었다. 시나몬롤 좋아해서 예전에 스타벅스에서 종종 사먹었는데 거기 단종된 지 오래. 시나몬롤 파는 전문점들이 있긴 하지만 내 주변에 없고, 그렇다면 나는 시나몬롤을 먹지 못한채로 살아야 하는가? 아니다, 내가 만들어 먹으면 된다. 어제 오전 내내 시나몬롤과 치아바타 만들었다. 으하하하하. 구할 수 없으면 만들어먹어라!  


















도나 해러웨이 파고들기 위해 입문서를 두 권 샀다. 지금 위 링크의 두번째 읽기 시작했는데 얇고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잔뜩 쫄아있었는데 심지어 재미있어. 도나.. 당신은 천재입니까? 라고 계속 감탄하며 읽고 있다.

도나 해러웨이 팟캐 듣다가 허유선의 책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도 샀다. <필로소피 유니버스>는 여성 철학자들의 이야기인데, 너무 궁금해서 샀다. 뭐가 됐든 공부를 시작하면 결국 철학으로 닿게 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얼마전에는 한 친구가 내게 '너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철학자야' 라는 얘기를 해주더라. 어쩌면.. 나는 철학자인가? 여튼 도나 해러웨이를 진심으로 읽어보겠다. 아니, 이제 이 입문서들 읽기 시작하면 본편인 <해러웨이 선언문>은 언제 읽지? 도나 해러웨이, 내가 파고 들겠다. 그리고 나는 이만큼만 읽고 확신하는데, 아무도 내게 비교하라 이르지 않았지만, 나 혼자 알아서 비교해서 말하자면, 버틀러보다 도나 해러웨이가 이천배쯤 좋다. 사실 버틀러는 안좋다.


















<섹슈얼리티는 정치학이다> 이런 책, 너무 읽고 싶지 않나? 뜬금없이 인도의 여성들에 대해서도 읽고 싶어서, 언제 읽을지는 모르면서 <인도여성>을 샀다. <권력과 교회>의 저자는 강남순을 비롯한 여러명인데, 어떤 얘기를 하나 궁금하다. 나는 어린시절 오래, 아주 열심히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다. 교회에서 반주도 했었고 주일에는 일찍 가서 주보를 나눠주기도 하고 친구들 전도하기에도 힘을 썼더랬다. 작지 않은 교회였는데 어른들까지 다 나를 알았는데,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시간들이 너무 후회가 되고 내 인생에서 들어내고 싶은 기억이 되어버렸다. 어린아이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뭘 알고서 그렇게 했을까. 그것은 어떤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모습이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몹시 괴로웠다. 게다가 내가 만난 한국남자의 전형은 교회에 다 모여 있었다. 목사, 전도사, 교회오빠 까지. 나는 아주 어릴적부터 교회에서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아이 이면서도 폭력에 노출됐었고, 내가 아니더라도 그 안에서 숱한 권력을 목격했더랬다. 폭력과 권력은 교회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그건 그것이 '교회'여서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어디나, 남자들이 모인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마찬가지로 교회에서도 발생했을 뿐. 그럼에도 그 안에 많은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교회와, 종교와, 권력 그리고 폭력의 관계가 궁금하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는 일전에도 다른 책에서 애플이 동남아 노동자들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읽은 바 있는데, 이 책의 저자들이 중국인인걸 보면 더 노골적이고 사실적으로 썼을 것 같아 읽어보려고 샀다. 읽어보기도 전부터 한숨이 난다. 



그런데, 아마도 밑줄을 박박 그어 읽게될 것 같아 새책으로 주문한 <인도여성>의 상태가 아주 엉망진창이다. 반품되어 온 책을 지하에 처박아뒀다가 누가 산다니까 꺼내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책이 내게 도착했다. 책 상태를 보자.






맨 밑에 저 도장은 또 뭐야. 표지도 색이 바래고 본문도 색이 바랬다. 너무 엉망진창이라서, 이건 중고로 사도 <중>일것 같은데, 어떻게 새책을 주문했는데 이런게 온건지.. 교환하기 넘나 귀찮아서 그냥 읽긴 하겠지만 기분이 매우 더티해졌다. 너무 더티한 책이 와서 기분도 더티.. 바꿀까, 하다가 됐다.. 책은 내용이 중요하다, 하고는 걍 읽을라고 뒀는데, 아니 그런데 너무 엉망인 '새책'이다 ㅠㅠ 중고도 이렇게 오면 빡쳐요, 알라딘아...



















정찬은 다른 소설집도 한 권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다. 그런 참에 한 권을 더 사버렸네? 만약 정찬을 읽게 된다면 이 책, <두 생애>를 먼저 읽게 될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 내가 꼭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산 건 아니고, 여튼 좋을 것 같아서 샀다. (응?) 그리고 허연의 산문집은, 내가 허연 시인의 시를 너무 좋아해서 산문 읽어볼라고 샀다. 사실 시인의 산문을 읽고 좋았던 적은 거의 없는데 ㅎㅎㅎㅎㅎ 허연은 좋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 안좋으면 어떡하지. 이참에 허연의 시 중 내가 좋아하는 시를 한 편 두고 가겠다.



오십 미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너머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 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페이스풀 플레이스>는 신간 미스테리인데 책을 받아들고 나서 저자 '타나 프렌치'의 이름이 낯익어, '내가 이 작가 책을 뭔가 읽은 것 같은데' 하고 작가소개를 보니 <살인의 숲>을 읽었더라. 아아, 예전에는 작가 이름 딱 대면 작품명이 술술 나왔는데, 이제는 '어어, 이 작가.. 나 읽은 것 같은데..' 이렇게 된 것은.. 나이탓인가? 

<하멜른의 유괴마>는 자궁경부암 백신부작용을 다룬 미스테리인데, 얼마전 <면역에 관하여>를 읽은 터라,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비판적 읽기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남동생한테 미스테리 빌려줘야 되는데 최근에 읽은 게 없어서... 얼른 뭐라도 읽어야 된다 ㅋㅋㅋ 페이스풀 플레이스 읽기 시작했다. 껄껄.




지금 또 내게 책들이 오고 있고 그리고 또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아아, 인생이란 무엇인가. 끊임없는 지름의 연속인가.

어제 와인 마시면서 <어쩌다 사장> 김혜수 편을 보는데, 라면과 우동이 먹고싶더라. 점심에 또 우동 먹어야 되나. 하하하하.



도나 해러웨이 뽜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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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5-09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월급도 조금 오르셨으니 더 질러도 되지 않겠습니까ㅎㅎ
철학자로 불리는 다락방님 역시 멋지십니다!^^* 파친코 원서도 사시다니ㅠㅠ 저는 일단 번역서로 읽어보겠습니다~ㅋㅋ 나중에 기회되면 원서로도 읽어보려구요. 즐거운 한주 되십쇼!

다락방 2022-05-09 09:43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 님. 이미 월급 인상보다 더한 금액을 썼습니다. 월급이 워낙에 쪼꼬미였어가지고 ㅋㅋㅋ 초과했어요, 초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친코>는 저는 일단 번역서로 읽었는데요, 2권에 해당하는 부분을 원서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물론 샀다고 읽는건 아니라서.. 과연 읽게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하하하하.
거리의화가 님도 한 주 즐겁게 보내세요!

건수하 2022-05-09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새 책이 왜 저런...
저도 보통은 귀찮아서 모서리 찍힘 등은 신경 안씁니다만 저건 심하네요...
알라딘에 사진 찍어서 한 번 올려보세요!

해러웨이 컴북스 왔는데 얇고, 다락방님이 재밌다니 막 읽어보고 싶은데 일해야되고...

다락방 2022-05-09 09:45   좋아요 2 | URL
교환을 해줄것 같긴한데 너무 귀찮아서 .. ㅠㅠ

해러웨이 컴북스 얇아서 저도 그걸 먼저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읽고 있어요. 사이보그 설명하면서 프랑켄슈타인 데리고와서 더 잘 읽히는 것 같아요. 이거 읽고 나면 해러웨이 선언문 좀 수월하게 읽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후훗.

잠자냥 2022-05-09 09: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40대에도 열심히 일하면서 휴일에는 163킬로미터 달린 저도 멋지지만 ㅋㅋㅋ(지금까지 자전거 종주 거리 최고 기록입니다) 성실하게 늘 꾸준한 다부장님 정말 멋집니다. 우리 계속 멋집시다. 책도 계속 사고 ㅋㅋㅋㅋㅋㅋㅋ 뽜이팅!

다락방 2022-05-09 09:45   좋아요 5 | URL
잠자냥 님 자전거 여행 하신거 보고 저도 새삼 운동 의욕 다집니다. 오늘 요가 가야지. 거의 한달만에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껄껄. 운동도 열심히 해서 건강을 지켜야죠. 그래야 뭐든 꾸준히 하죠. 꾸준히 하면 결국은 멋짐에 닿게 되는 것 같아요. 잠자냥 님, 우리 진짜 계속 멋집시다. 우린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뽜이팅!!

유부만두 2022-05-09 0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엔 좋아요를 삼백 개 쯤, 그 열배를 찍고 싶어요.

다락방 2022-05-09 09:55   좋아요 3 | URL
어휴, 좋아요 삼백개에 열배까지 제가 다 받고 싶은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5-09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탑도 놀랍지만 저 빵들이 더 놀랍습니다 ㅋ 다 드시는건가요? ^^ 역시 큰돈 큰손 이작가님 멋지십니다~!!

다락방 2022-05-09 12:38   좋아요 3 | URL
제가 혼자 다 먹지는 않고요, 엄마 아빠도 드시고 여동생네도 조금 줬습니다. 아하하하.

단발머리 2022-05-09 1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자랑스러워할 직원들, 특히 여성 직원분들의 표정이 막 그려집니다. 존재만으로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거 멋지고 자랑스러워요. 이 없는 외할머니에게 크리스피도넛 박스채로 언제든지 사 드릴 수 있는 것도 넘 멋지구요.
책탑은 기본 ㅋㅋㅋ 시나몬롤은 선택 ㅋㅋㅋㅋ

다락방 2022-05-09 12:40   좋아요 3 | URL
아... ‘이 없는‘ 이라고 쓰면 되는데 ‘이빨 없는‘ 이라고 써서 글이 되게 저렴해졌네요. 왜 더 고급진 단어를 선택하지 못하는걸까요, 저는? 어휴.. 저희 한계입니다. ㅋㅋㅋㅋㅋ
제가 의지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만큼 살았더니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기도 하네요. 성실하게 산 것 밖에 한 게 없는데 그게 참 컸던것 같아요. 역시 꾸준함은 힘이 센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살아가겠습니다. 뽜이팅!!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5-09 1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 부장님............. 오늘도 어제처럼 많이 드셔야해요...... 요가 꼭 가시구....... 부장님... 부장님은 이제 살아남으셨으니 건강관리만 잘하시면 되요... 이대로 쭈욱... 임원가자..... 전 오늘은 꼭 달릴거예요...(주말에 계속 누워만 있었다..) 심장이 터질 때 까지... 마스크 벗고....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쟝쟝...

다락방 2022-05-09 13:46   좋아요 4 | URL
쟝님은 달리고 잠자냥 님은 자전거 타고 나는 요가 하자! 우리 꾸준히 운동해서 건강합시다. 건강을 지켜가지고 계속 돈도 벌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러자고요!! 화이팅!!

잠자냥 2022-05-09 14:09   좋아요 1 | URL
빠이팅....!
근데 난 오늘은 자전거 안 탈 거예요. ㅋㅋㅋㅋ 내 허벅지 좀 쉬자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09 14:10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허벅지 근육 진짜 장난 아니겠네요. 완죤 캡짱 단단하고 멋있을 듯... ♡.♡

감은빛 2022-05-09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보면 책 관리가 엉망인 출판사들이 있죠.
말씀하신대로 어딘가 전국 총판에 풀렸다가 반품으로 돌아온 책을 그냥 보낸 모양이네요.
조금이라도 성의가 있는 출판사는 그런 경우 도장이 찍히고 색이 바랜 면을 아주 살짝 잘라내거든요.
물론 그것도 다 비용이고,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질 정도면 애초에 책 관리를 잘 했겠죠.

다락방 2022-05-11 09:46   좋아요 0 | URL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마라, 뭐 이런 마음으로 보낸 책 같아요. 제가 읽고 싶어했던 책이라 그냥 가질거지만 기분은 나쁩니다. 허허..

mini74 2022-05-10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희노애락이 다 들어간 리뷰 같아요 ㅎㅎ 저는 도나 헤러웨이 표지가 완전 구겨져서 왓어요 ㅠㅠㅠ 이 악물다가 뭐 그럴수도 있지 하고 말았습니다 ㅠㅠ 책 구겨져서 오면 넘 슬퍼요 ~~

다락방 2022-05-11 09:47   좋아요 2 | URL
아니 어째서 도나 해러웨이 표지가 구겨져서 온걸까요. 싫다.. ㅠㅠ
맞아요, 구겨져서 오는 거 너무 싫어요. 그래도 책을 읽을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저 <해러웨이 선언문> 시작했는데, 술술 읽히진 않네요, 역시..
 
[해러웨이 선언문] 읽기 전에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온 말이고 읽을 당시에 감탄하여 외우고 다니는 구절이다. 왜냐하면 저것은 진리.. 바로 참 진리, 트루 진리. 되시겠다.

그러니까 어제 어린이 날. 초딩 조카 두 명을 광화문에서 만났다. 아이들이 교보문고 가고 싶어해서 같이 교보에 갔고, 어린이날이니 너희들이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 골라라! 했다. 둘째 조카는 대부분 완구를 골랐다. 조립할 수 있는 것들과 레고와.. 첫째 조카는 플래너와 학용품들을 골랐는데, 그리고 말했다.


"이모, 트와일라잇 가지고 있어?"

"아니, 팔아버렸는데.."

"아 나 그거 읽고싶은데."

"그러면 사줄게!"


하게된 것이다. 아아, 조카야, 조카야. 트와일라잇을 읽고 싶니?
















몇해전에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전에, 이 책이 분권으로 나왔던 처음에, 나는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에드워드를 좋아했더랬다. 그로부터 한 3년이 지난 후였나,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이 책이 한 권짜리로 나왔고. 나는 두 권짜리도 가지고 있었으면서 한 권짜리를 또 사서 다시! 읽었고, 그 후로 시리즈를 다 사서 읽었더랬다. 원서도 가지고 있었더랬다. (안읽었다) 극장 가서 개봉때마다 영화도 챙겨보고 한동안 트와일라잇 앓이를 하다가, 어느 순간, 어휴, 이걸 뭐하러 가지고 있는담? 하고서는 원서까지 싹 다 팔아버린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는 몰랐다. 나의 조카가 무럭무럭 자라 십대가 되면 어느 순간 트와일라잇을 읽고 싶어할 줄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네가 자라서 트와일라잇을 읽고 싶어할 줄 알았다면 이모는 팔지 않았을텐데...

나, 책들을 지금처럼 이렇게 팔아도 되는걸까?


















조카는 최근에 내게 빌려간 책들 중 <노인과 바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완독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재미있는데 왜그렇게 야하냐며, 그렇게 야할 필요는 없잖아, 이모? 야한 부분 없어도 얘기 다 되던데? 라고 했다. 의외인 건, <노인과 바다>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는 거다. 아니 대체, 초등학생이.. 노인이 고기 잡으러 가서 온갖 고생하다가 마침내 잡은 고기를 돌아오는 길에 상어한테 다 뜯기고 대가리만 남는 내용.. 의 어디가 재미있다는거지? 나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것이 어린이에게도 재미있게 읽힐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어제 만나서 조카에게 이 얘기를 하며,


결국 인생 허무하다고 하잖아?

응!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생선 대가리만 남았다고 해서 그 노인이 고기를 잡았던 과정 자체가 쓸데 없는 건 아니지.

응 맞아!


이러면서 얘기를 했다. 신기.. 초등학생이 노인과 바다를 재미있어하다니...


어쨌든 트와일라잇 시리즈 다 사줄게, 했더니 조카는 '이모 일단 트와일라잇 읽어보고 좋으면 얘기할 게. 그 때 뉴문 사줘' 했다. 알겠다고 했다. 조카들이 원하는 걸 사주고 조카들이 먹고 싶어했던 오므라이스를 사주러 식당에 갔다. 예전부터 나도 한 번 사주고 싶어서 벼르던 거였는데 반숙 오므라이스. 동그란 타원형 모양의 오므라이스를 칼로 자르면 촤르륵~ 퍼지는 것. 일전에 만났을 때 어디서 파는지 알아보고 아이들과 함께 찾아갔는데 가는 길이 멀고도 험했고 기어코 도착했더니 점심 장사가 끝났다고 해서 먹지 못했더랬다. 괜히 아이들 많이 걷게 해 미안한 마음이었고 이거 꼭 먹여주고 싶은데, 하는 마음으로 아쉬웠다가, 이번에 다시 검색해서 광화문 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번엔 부랴부랴 서둘러 오픈시간 되자마자 찾아갔다. 우리는 대기손님 1번으로 기다리다 들어가게 되었고, 아이들은 드디어 오므라이스를 받아 들고 터뜨리며 환호했다. ㅋㅋㅋㅋ 그리고는 아주 맛있다며 잘도 먹었다. 나는 여동생과 스테이크를 시켜 화로에 구워 먹으면서 맥주도 한 잔 시켰다. 

집에 돌아와 트와일라잇 50쪽 까지 읽은 조카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껄껄.



조카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거였는데 광화문과 인사동을 걷는 동안 조카들과 손을 잡고 걸었다. 내가 나의 조카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언제 어린이들과 손을 잡고 걸어볼까. 내 조카들이 아니라면 어떤 아이들이 내 손을 잡아줄까. 조카들은 나의 손을 잡고 또는 팔짱을 껴고 쫑알쫑알 계속 이야기를 했다. 어휴, 내게 조카들이 있어. ㅠㅠ



엊그제 도나 해러웨이 페이퍼 쓰면서 잠깐 철학 팟캐스트에 대해 언급했더랬다. 그 팟캐의 링크는 먼댓글로 가면 첨부되어 있고, 친구가 소개시켜 줘서 처음 알게된 팟캐이고 그래서 도나 해러웨이편(35,36화)를 처음으로 듣게 되었는데, 와 진짜 너무 좋은거다. 들어보니 여자 진행자는 철학으로 강의를 하는 사람이었고 남자 진행자는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인 것 같았다. 그 둘이 도나 해러웨이의 <반려종 선언>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대화 자체가 좋은거다. 어땠어요? 왜요? 어느 점이 어려웠어요? 뭐가 인상깊었나요? 이러면서 조곤조곤 둘이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이런 식의 대화라면 끝나질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이런게 바로 철학적인 대화인걸까? 끊임없이 상대에게 왜냐고 묻는 것. 타인과의 대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하는 것은 공통된 소재가 없어 그렇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왜냐고 묻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왜냐고 묻는 것은 궁극적으로 너의 생각을 알고 싶다, 궁금하다는 것인데, 상대와 대화가 단절된다는 것은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게 아닐까. 이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의 대화는 이런식인건가,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 아무래도 도나 해러웨이를 추천한 사람이 여자 진행자였고(그 사람은 '썬' 이라고 불리더라) 그래서 이해가안됐다, 라고 하는 남자진행자(이사람은 '쨈'으로 불렸다)에게 부연 설명을 해주곤 했는데, 그런 모든 이야기들을 듣는게 너무 좋은 거다. 당연히! 도나 해러웨이에 대한 호감도 생겼다. 도나 해러웨이, 이사람 대체 뭐지? 싶으면서, 도나 해러웨이가 결국 '관계'에 대해 말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좋은거다. 그러면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시선으로 관계를 설명해달라 쨈이 요구하자 썬은 이렇게 말한다.



모더니즘에서는 내가 있고 너가 있고 관계가 생겼다, 여기에서는 너와 내가 있는게 중요하고 그 후에 관계가 형성된다고 본다,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관계가 있고 우리는 그 안에 존재한다, 여기서는 관계가 우선시되고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거기안에 위치하게 된다, 는 거다. 

이게 정확한 워딩은 아니고 내가 기억하는 뉘앙스인데, 바로 이 포스트모더니즘적 관계에 대해 도나 해러웨이가 해러웨이 선언문에서 얘기한다는 거다. 아니, 너무 재미있잖아?


그런 한편, 이 두 진행자에 대해 궁금증도 생겼다. 그 두편만 듣고 다른 건 안듣다가 오늘 출근길에 잠깐 맨 마지막화를 들었는데, 쨈은 논문을 끝내고 졸업하고 연구소에 취직했으며 퇴근후에는 코딩 강의를 듣고 있다고 했다. 썬은 계속 강의를 하고 논문을 또 준비하고 협동 논문도 준비하고 있으며 단행본 작업도 여러개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단행본 작업을 하고 있다면, 이미 나온 단행본도 있지 않을까? 나는 특히 이 여자진행자인 썬의 단행본이 너무 궁금한데, 팟캐의 어디에도 이 여자분의 신상에 대한게 없다. 대화의 맥락상 이 둘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그 대학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이름도 모르겠어. 나는 컴퓨터를 켜고 오늘 아침, 포켓필로소피 진행자를 검색하다가 빙고! 알게 되었다. 썬은 이런 책들을 썼다.
















아 뭐지, 궁금하다. 읽어보고 싶어. 나는 이 두 권 모두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직 내게는 도착하지 않은 박스가 두 박스 있지만...이것들도 사는 걸로. 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씐난다!!



도나 해러웨이 여러분(응?) 팟캐스트 들으면 도움이 됩니다. 들어보세요. 음화화핫.


자, 그럼 이제 책이나 사러 가자.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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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5-06 1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나 해러웨이 다시 도전하기 전 팟캐스트 들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조카가 대단하네요! 노인과 바다의 의미를 떡하니 해석하다니~~~ 오늘은 책을 사는 날이군요ㅎㅎ

다락방 2022-05-06 10:21   좋아요 3 | URL
초등학생이 노인과 바다를 재미있게 보다니, 신선하더라고요. 그런 한편, 아 내가 초등학생을 너무 무시한건가 싶고요. 고기 잡는 과정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대요. 음.. 신기했어요, 역시.

책 사는 게 특별한 날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지만 ㅋㅋㅋ 아무튼 어쨌든 또 사는 걸로..

팟캐 정말 추천해요, 거리의화가 님. 듣고 도나 해러웨이 읽으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2-05-06 1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조카님은 커서 다락방님을 뛰어넘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이 노인과바다 라니요? 트와일라잇과 노인과바다를 함께 좋아하는 어린이라니 너무 좋네요 😍 저번에 조카들 데리고 맛집 찾아 헤맸던 이야기 읽은 기억 나는데, 이번에 제대로 맛보여주신 것도 축하드립니다 ㅎㅎ
팟캐스트 듣고 결국 어떻게든 책을 구매하고 마는 다락방님 ㅋㅋ 역시 출판계의 빛과 소금😆

다락방 2022-05-06 11:32   좋아요 3 | URL
트와일라잇과 노인과바다를 함께 좋아하는 어린이라니. 저도 너무 신기하고 좋습니다. 아까는 잠깐 통화를 하는데 목소리는 왜그렇게 좋은건지. 저는 조카가 너무 좋아요 독서괭님 ㅠㅠ 너무 좋으면 울고 싶은데 조카 생각하면 그래요. 뭘 해도 너무 좋고. 목소리도 너무 좋고 어제 만났는데 옷입은 것도 너무 좋고. 그냥 다 좋아요 흑흑 ㅠㅠ

저 오늘 책 일곱권 질렀습니다. 그럼 이만..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5-06 1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나의 날 = 책사는 날? ㅋㅋㅋ 부럽다 🥲포켓필로소피 락빵님 알려주셔서 저도 들었어요! 여자 진행자분 이분 찐이야 ㅠㅠㅠㅠㅠㅠ 아 ㅠㅠ 나도 철학하는 여자 된다 내가 된다 😤

다락방 2022-05-06 11:33   좋아요 3 | URL
저도 이제 철학을 조금씩 알아나가는 여자사람이 되겠습니다. 아니 너모 좋더라고요?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 철학에 닿아야 하는 것 같아요. 크- 우리 철학합시다! >.<

미미 2022-05-06 1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이 알려주셔서 어제 잠들기전 오디오클립 일부 들어봤는데 좋았어요!! 두 사람 다 목소리는 왜그렇게 또 좋은지 머리에 쏙쏙 박히는 느낌요ㅎㅎ 다른 주제들도 짬날때 다 들어보고 싶어요.
이제는 다락방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저 말이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나온거네요?!
도나 해러웨이도 왠지 저 말에 격하게 공감할것 같아요.ㅎㅎ

다락방 2022-05-06 11:35   좋아요 3 | URL
저도 이 두 분이 되게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딱히 어렵게 느껴지질 않는거예요. 우왕, 도나 해러웨이 읽어보고 싶다! 막 이렇게 되더라고요. 어휴 덕분에 도나 해러웨이 책 쓸어담았네요. 껄껄. 철학자들의 대화를 듣는게 너무 즐겁더라고요. 철학하는 사람들이 있어주어서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팟캐를 해주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에요. 저도 천천히 생각날 때마다 들어볼까 해요. 후훗.

singri 2022-05-06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르미안네딸들 추억돋네요;;;
전 레드문을 더 좋아했긴 하지만.ㅋ
도나팟캐 들어봐야겠네요.철학하는 팟캐 멋짐뿜뿜.
어린이날 두어린이에게 만화 두권 사준 엄마로써 노인과바다를 읽는 조카님이 좀 부러울따름입니다.

다락방 2022-05-06 13:48   좋아요 3 | URL
저는 풀하우스를 더 재미있게 보긴 했어요. ㅎㅎ 그런데 저 대사만큼은 정말 강렬해서 잊혀지지가 않더라고요.
도나 팟캐는 정말 추천합니다, 싱그리 님. 그걸 듣고 도나를 읽으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 아직 읽기도 전부터 도나에 대한 호감이 상승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도 노인과 바다를 재미있어하는 초등학생 조카라니.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정작 이모는 그 책을 삼십대에 읽었는데 말이지요? 하하하하하

blanca 2022-05-06 1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조카 왜 이리 예뻐요? <노인과 바다>를 읽고 재미있다고 하는 아이라니...저도 좀 키워보고 싶습니다만... ㅋㅋ 정말 행복한 어린이날을 보내셨군요!!

다락방 2022-05-06 13:49   좋아요 3 | URL
저도 너무 신기했어요. 어떻게 어린아이가 노인과바다를 재미있어하지? 저는 내심 보부아르를 재미있게 읽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ㅋㅋㅋ 이모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ㅋㅋㅋㅋㅋ
행복한 어린이날이었지만 정말 고된 날이기도 했어요. 육체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ㅎㅎㅎㅎㅎ

수이 2022-05-06 14: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허유선님이 이 글을 엄청 좋아할 거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장바구니에 퐁당퐁당 담아갑니다. :)

다락방 2022-05-06 15:37   좋아요 3 | URL
허유선 님이 이 글을 보실까요? 너무 바쁘셔서 알라딘 변방엔 오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여 보신다면, 제가 응원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후훗.

바람돌이 2022-05-07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팟캐스트 방송은 듣고 왔어요. 듣다가 보니 문득 그렇게 어려운건 아닐거야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또 생기는데 그게 생기려면 일단 마의 35페이지를 넘어가야 한다는 조언을 또 여러 서재인 여러분께서 하시네요. ㅎㅎ
다락방님과 조카분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즐거워요. 애들 다 커고 나니 저는 저런 맛도 없다는.... 이녀석들에게 집은 주민등록 소재지외의 의미는 없는듯합니다. ㅠㅠ

다락방 2022-05-09 09:34   좋아요 0 | URL
저도 팟캐 듣고 나니까 오, 할만하겠는데? 싶더라고요. 지금은 컴북스 이론총서의 <도나 해러웨이> 읽는데 이것도 재미있고 좋아요. 아직까지는 어려워 죽을것 같거나 그렇지 않은데, 이 책 읽고 본도서로 들어가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벌써 두려워요. 그래서 자꾸 읽기를 미루는가 봅니다... 아하하하하.
조카는 세살적에는 제 다리 붙잡고 이모 너무 좋다, 세상에서 제일 좋다 막 이랫었는데, 요즘엔 영상통화 해도 치킨 먹는다고 대꾸도 안해줘요. 흑흑 ㅠㅠ

mini74 2022-05-08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첫사랑이 우리집안의 첫 여자조카예요 ㅎㅎ 장기빼곤 다 준듯 합니다. ㅎㅎ 알바해서 예쁜 옷 직구해서 사주고 책 사주고. 지금은 28살임에도 제겐 여전히 너무너무 귀여운 늙은 어린이 ㅎㅎㅎ 저도 팟캐 듣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거 같아요. 다락방님 조카 이야기 들으니 옛 생각도 나고 또 너무 보기좋아요 *^^*

다락방 2022-05-09 09:33   좋아요 2 | URL
조카 정말 너무 예쁘고 너무 사랑해요. 저는 조카를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몰랐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사랑하게 될줄도 몰랐어요. 조카의 존재를 알기 전에는 이 사랑의 존재도 몰랐다가 조카 덕에 완전히 새로운 사랑의 형태와 크기를 알게 되었어요. 그런점에서 조카에게 또 고맙기도 합니다. 조카는 만세예요. 으하하하하.

저는 팟캐듣고 오늘 아침부터 컴북스이론총서의 <도나 해러웨이>시작했는데 오 좋아요! 재미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