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과 무기력 그리고 저항과 반란

자, 좀전에 쓴 페이퍼에 이어서 쓰는 페이퍼다. 책을 샀다는 페이퍼. 굳이 이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헝거 게임 때문에 이어보는 걸로..



(왜이렇게 책탑 사진이 조잡해보이는걸까? 흐음..)
















헝거게임을 읽어야겠다고 페이퍼 썼을때 원서에 대한 추천을 받았고(쉽다고 하셨..죠?) 일단 사두었는데, 어제 헝거게임 번역본 읽고나니 원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가 원서를 읽을 수 있다거나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갖고 있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너, 갖고 싶다. ㅋㅋ 그런데 이미 가졌지롱~


<몰타 한달 살기>는 왜 알라딘에서 저 구버젼으로만 검색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 삶의 일정 부분은 몰타에 가서 어학연수 할 계획인지라 한달 살기 사서 어제 훑었는데 이 책은 영... 아마 그전에 <트립풀 하노이>를 본 탓이리라.


<트립풀 하노이>는 분량도 얇은 책인데 사진들이 다 너무 좋아서 트립풀 시리즈 다 갖춰놓고 싶어졌다. 아무때나 아무곳이나 꺼내서 넘겨보면 기분이 넘나 좋아질 것 같은 거다. 한장씩 넘겨 보면서 내가 갔던 곳을 확인하는 것도 좋았고, 오오, 역시 내가 안가본 데가 이렇게나 많군! 하면서 앞으로 갈 곳들을 체크해보기도 했다. 하노이.. 너는 내가 계속 가줄거야.


<로드>는 나로 하여금 코맥 매카시를 다 읽어보겠다! 하게 만든 책인데, 읽은지가 아주 오래되었다. 그동안 만난 코맥 매카시가 어느 순간에는 매우 난해하기도 했던 터라 전작을 다 읽겠다! 하던 의지는 좀 사라졌는데, 얼마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리뷰에서 로드 재미없었다는 리뷰를 보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져서 또(!) 샀다. 과거의 내가 좋아했던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여전히 좋을까? 지금 읽으면 너무 구릴까? 갑자기 확인해보고 싶어져서 샀다. 저때도 저 띠지 문구가 있었던 것 같다.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 나 이제 소설 완독 유경험자 이니(한....번.....) 성서에 비견될만한가 어디 한 번 확인해보자.































오래전에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트로이>를 봤을 때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브리세이스'가 궁금해서 집에 돌아와 <그리스로마 신화사전>을 찾아 읽어보았던 적이 있다. 잡아 감금해두고 강간하는 장면이었는데 뭔가 낭만적으로 표현됐던 것 같은 기억이다. 그러니까 브리세이스가 싫어하지 않았던 그런 분위기랄까. 그런데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가 그 브리세이스의 이야기라는 거다. 와 너무 궁금하다. 마침 나는 내일부터 이번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을 참이다.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가!


<법정의 얼굴들>은 친애하는 알라디너의 극찬을 보고 샀는데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하고 봤더니 내가 읽었던 <어떤 양형 이유>의 그 판사더라. 내가 그거 읽고 뭐라고 썼더라? 백자평 썼던 것 같은데, 하고 다시 찾아본다. '문장력 좋은 판사님의 따뜻한 에세이'라고 써놓은 걸 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특별한 인상은 남지 않고 막 좋았던 건 아니었나보다. 이런걸 사고 나서 찾아보다니.. 사기 전에 찾아보지...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읽어보자.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는 어쩐지 영화 불초상 생각나는 제목인데, 아무튼 김혜리의 글을 읽어본 적 없던 바, 얼마전에 만났던 친구들이 '정희진 쌤이 우리나라에서 김혜리가 글 제일 잘 쓴다고 하셨다'는 말을 듣고 구뤠? 하고 사본 책이다. 정희진 쌤, 정찬이 좋아요 김혜리가 좋아요? ㅋㅋㅋㅋ



아, 얼마전에 다이소 갔다가 방토 씨앗을 화분,배양토와 셋트로 팔길래 사서 심었는데 싹이 난거다. 그래서 초등조카에게 사진 찍어 보내주면서 이모가 심은 방토 싹났다~ 했더니 사진 보고 귀엽다고 답이 오더라. 바로 이 때, 참았어야 했는데 나는 이런 때 참지 못하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립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가 귀여워 방토가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는 당연히 이렇게 답을 보냈다.


"방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그래. 방토가 더 귀엽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다른책들은 뭐 다 그때그때 살만하니까 샀겠지, 뭐.


















엔도 슈사쿠, 내가 다 읽어보도록 하겠다. <침묵>이 너무 좋았어서 <깊은 강>을 샀다. <사무라이>도 곧 살 예정이다.

<은유로서의 질병>은 사실 이 책보다 사고 싶은 다른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절판이라 이걸 샀다. 절판된 책은 <통증 연대기>
















나이가 들면서 각기 다른 통증들이 수시로 내 육체에 찾아들게 되었고, 처음엔 당황스럽고 화도 나고 슬펐지만 어느 순간, 아 이 통증들은 이제 내가 끌어안고 가야 하는거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통증에 대한 생각을 좀 읽어보고 싶은거다. 그 때 생각난게 이 <통증연대기> 인데 절판인것이다. 그리고 중고.. 비싸게 팔고 있더라고요들? 내가 이 책 읽고 싶어 출판사에도 문의해보았지만 긍정적 답변을 받지 못해 구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은유로서의 질병>을 읽자고 방향을 돌려버렸다. 




최근에는 '빈 곳'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사람에게는 각자의 빈 곳, 빈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을 채우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이를테면 (그것이 상실이든 혹은 일방적 폭력이든)아빠로부터의 충족된 관계가 없다면, 어떻게든 그것을 채우고 싶어서 다른 관계들을 맺게 되고 그 성질이 결정 되는 거다. 이게 어떤 모습의 빈 공간이든 우리 모두는 그것을 타인으로부터 채워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다가 문득 아, 저게 저 사람의 빈 공간인것 같아, 혼자 생각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렇다면 나의 빈공간은 뭘까? 생각해보게 됐다. 빈 곳은 그러나 트라우마와는 다르다. 트라우마도 빈곳도 모두 내가 함께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지만 하나는 극복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라면 하나는 채워나가야 하는 성질의 것이랄까. 

그러다 내가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매일 생각하지만 매일 얘기할 수 없는 것. 나는 질리지 않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듣는 사람은 이제 그만 좀 해라, 할 것 같아 얘기할 수 없는 것. 그래, 그것이 나의 빈 부분이겠구나, 그래서 그렇게 얘기를 하고 싶은거구나, 싶었던 거다. 내 빈 공간 역시 타인이 채워줘야 하지만, 그러나 타인은 내가 아니다.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타인이 존재하진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빈공간을 채워가며 살아가고 어느 순간 충족될만큼 채울 수도 있을테지만, 나는 채우지 못한 채로 살겠구나, 체념하게 됐다.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오래전 헤어진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보게됐다. 현실에서 그는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어떤 SNS 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꿈에서는 그에게 인스타 계정이 있었고, 나는 우연히 그 계정을 보게됐다. 그가 올려둔 사진 속에서는 그와, 그의 아내와, 그의 두 아이가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누군가와 정착해 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그는 그걸 원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렇게 살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아이.. 는 내 예상 밖이었다. 이거.. 헝거게임 읽어서 이런 꿈 꾼건가? 사진 속의 아이들까지 보고 나자, 아, 아이까지 있으면... 이제 정말 안되겠구나, 체념하는 내가 꿈속에 있었다. 이건 뭐 어떻게 안되잖아. 끝이지, 뭐. 그러니까 나는 오래전 헤어진 관계에 아직도 끝이라는 맺음을 못하고 있었던 거다. 그의 가족 사진을 보면서, 아 정말 끝이네, 이건 끝이야, 계속 생각하면서도 머릿속 한 구석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은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하다가 알람이 울려 깼다. 엄마는 계란프라이를 해주셨고 나는 케첩을 찍어 먹었다.







야... 노래 선곡에서 나오는 나이... 어쩔겨.....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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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mii 2022-06-13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드..저도 코맥매카시 다 읽어보려고 했다가 재미없을거 같아 미련없이 버렸었는데 난중에 다락방님꺼 리뷰보면 저도 다시 도전해볼거같은 닉낌이 드네요 ㅎㅎ ^^

다락방 2022-06-13 12:14   좋아요 3 | URL
로드는 읽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책이라 조만간 도전한 후 감상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코맥 매카시 읽으려고 사둔 책 많은데 다 안읽고 이렇게 또 샀네요. -.-

blanca 2022-06-13 1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헉, <깊은 강>도 정말 좋아요. 다락방님. 엔도 슈사쿠 이 작가 뭔가 영적인 게 있지 않나요? 그리 종교적이지 않은 나도 설득시켜버리는...그리고 이 사람 책은 소장각이에요. 통증...아, 너무너무 공감해요. 어느 날은 손목이 아팠다가 허리가 아팠다 눈이 피곤했다 두통이 왔다가...책탑 근사합니다.

다락방 2022-06-13 12:16   좋아요 5 | URL
<침묵> 읽다가 너무 좋아서 다른 책도 읽어봐야지 검색했더니 <깊은 강>에 대한 극찬이 아주 많더라고요. 그래 그렇다면 깊은 강을 보자, 사놓고 지금 신났습니다. 다음번 구매에는 <사무라이>도 살거예요. 오랜만에 전작 읽어보고 싶은 작가를 만났네요. 이 책을 읽는데는 독자가 종교인이냐 비종교인이냐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것이 신이 우리 곁에 있느냐 아니냐 라는 물음의 책이라기 보다는 ‘신을 믿는 나‘, ‘신을 믿는 우리‘ 에 대한 이야기라고 봤거든요. 아 너무 좋아요.

저도 정기적으로 안과에 가고 소화기내과에 갑니다, 블랑카님. 가끔 한의원, 이비인후과도 가고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6-13 11: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탑 사진 멋집니다^^ 깊은강은 저도 일단 침묵을 읽고 판단하겠지만 사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ㅎㅎ
빈곳과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 뭔가 딱 하고 때리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친한 지인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과 모든 걸 공유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 저마다의 빈공간이 존재한다면 내려놓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다락방 2022-06-13 12:18   좋아요 5 | URL
거리의화가 님도 침묵을 좋아하실 것 같아요. 너무 좋아서 이 작가의 책 다 살거예요!! ㅎㅎ 이렇게 의욕 뿜뿜해서 사두고 죄다 안읽고 쌓아두기만 하지만요.. 하하하하.
우리 각자가 가진 빈 공간은 채우려고 노력한다고 채워지는 것도 아니고 또 타인의 공간을 채워주려고 의지를 가진다 해도 안되는 것 같아요. 모든 것들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천천히 다가오고,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면 빈 곳이 메워져있는 그런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채워지지 않아도 그건 어쩔 수 없고요. 그러면 또 그런대로 살아가면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공쟝쟝 2022-06-13 11: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빈 곳. 비어있는지 모르고 채우려는 사람들도 있고, 어디가 비어있는지 알아서 관리하는 사람도 있고, 더 비워버리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거기를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사유하는 철학자들, 독서가들, 예술가들, 연구자들, 수도자들, 문학가들이 있고 천착하면 할 수록 치열하면 치열할 수록 그 아웃풋으로 거장 대사상가 대문호 등등이 되는 거 같기도 하고요ㅋㅋ 우리는 그들이 만든 것을 건네다 보면서 빈곳이 잠시 채워진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자, 현재의 철학자 미래의 대문호 다락방은 빈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흘러나오는 말들을 글로 쓰십시다. 뭐 돈번다고?😫 거기 작업실 이잖소?ㅋㅋ

다락방 2022-06-13 12:33   좋아요 5 | URL
공쟝쟝 님이 정말 좋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그 빈 곳은 타인으로 인해 채우려고 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채워지기도 하지만, 채워지지 않은 채로 있으면 천착하게되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바깥으로 표출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문학이, 음악이 나오는 거고요. 사상 역시 마찬가지겠죠. 크- 좋은 얘기다. 너무 좋은 얘기네요, 그리고 맞는 얘기고요.
저는 저의 작업실에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제 빈 곳을 응시하며 열심히 작업을(?!) 하겠습니다. 필! 승!

미미 2022-06-13 11: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영화<트로이>에서 브리세이스의 경우처럼 강간또는 추행을 미화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이제는 좀 없어지면 좋겠는데
‘로멘틱‘이라는 가면을 쓰고
아직도 버젖이 반복되더라구요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런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것...ㅠㅠ(최근에야 어떤 에세이 읽고 깨달았어요)
학교에서 어떤 성교육을해도
아이돌이나 잘난 배우들의 그런
재현은 더 큰 영향을 줄텐데
말입니다.

<깊은강> 아주 좋다고해서 저는 엔도 슈사쿠 소설중에 마지막에 읽으려구요(아끼기)ㅎㅎ

<침묵>소장하려고 샀는데 다락방님께 땡투함요ㅋ

다락방 2022-06-13 14:08   좋아요 4 | URL
아주 많은 여자들에게도 마초적인 남자의 성향, 강압적이고 지배적인 남자의 성향에 매력을 느끼고 그것이 여성을 사랑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할만큼 세뇌되어 있는것 같아요. ‘디 그레이엄‘이 <여자는 인질이다>에서 말한것처럼 이 사회의 여성들은 스톡홀름 증후군을 앓고 있는거겠지요. 거대한 이성애 로맨스의 세뇌..
저는 여성 작가가 쓴 로맨스 소설인데 자신을 납치한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줄거리를 보고 되게 당황한 기억도 있어요. 그 후로 제가 한국 로맨스와 좀 멀어졌는데요, 납치해서 감금하고 가족들도 못만나게 했는데 ..

넷플의 엄청 핫한 영화 <365>도 겁나게 잘생긴 남자를 써서 납치를 미화하잖아요. 휴.. 그거 2편 나왓길래 보려고 했는데 오분인가 보다가 너무 재미없어서 못보겠더라고요. 그래서 꺼버렸네요. ㅠㅠ

저는 <침묵> 미미님께 땡투하고 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고받는 아름다움이네요.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6-13 1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주 책을 사시는 다락방님은 역시 부장급이십니다. 저는 저중에 <분신> 이랑 <깊은 강> 읽었네요 ^^

빈곳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 공감이 갑니다. 작가만의 감성이 느껴집니다~!!

다락방 2022-06-13 14:16   좋아요 3 | URL
전 언젠가부터 사진을 찍기 위해 책을 사는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히융
앗 새파랑 님 분신 읽으셨어요? 저는 분신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독서괭 2022-06-13 12: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정희진님이 우리나라에서 김혜리 작가가 제일 글 잘 쓴다 한 거 보고 저 책 샀는데요, 아직 못 읽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잘 안 봐서 영화에 관한 책들은 손이 잘 안 가네요 ㅠ
어마어마한 책탑.. 역시 다락방님! 저도 엔도 슈사쿠 궁금한데! 언젠가 읽겠습니다..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도 어떨지 궁금해요.

다락방 2022-06-13 15:10   좋아요 3 | URL
저는 읽단 한 권 읽어보려고 이 책을 사긴 했습니다만, 정희진 선생님과 의견이 가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제 친구들도 김혜리 기자 님 글 좋아하던데 저는 아직 읽어보질 못했어요. 저는 왜 김혜리 기자와 이다혜 기자가 헷갈릴까요? ㅠㅠ 이다혜 기자라면 여러권 읽었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이번에 샀으니 읽어보는 걸로.

엔도 슈사쿠 는 너무 좋습니다, 독서괭 님. 소설 읽는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에요!!

mini74 2022-06-13 1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안이 와서 책사진 확대해서 봐야하는 ㅠㅠ 저도 깊은 강 하나 있네요. 방토말고도 귀여움에 밀릴 건 천지삐까리! 입니다. 귀여움대신 깜찍함을 추천해드립니다 ㅋㅋ

다락방 2022-06-13 15:11   좋아요 3 | URL
저도 노안이 와가지고 ㅋㅋㅋ 그래서 제가 사진에 있는 책은 페이퍼에 죄다 링크로 올려두었습니다. 그러니 애써 보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냥 또 책 샀다는 거구나.. 하시면 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도 한 귀여움 하던 때가 있었.... 없었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2-06-13 12: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 헝거게임 집에 있어요ㅋㅋㅋㅋㅋ 왜 있을까요?
2. 멕카시 집에 있어요 ㅋㅋㅋㅋㅋ 읽기만 하면 되겠네요ㅋㅋㅋㅋ
3. 허나 내가 읽고 싶은 건 <깊은 강>이네요. 다락방님 덕에 알라딘에 엔도 슈사쿠 대유행.
4. 통증 연대기, 정말 좋아요. 전 너무 좋아서 원서도 알아보고(사지 않고 알아만 봄), 한글책도 완전 아껴서 읽은 책입니다.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다락방 2022-06-13 15:13   좋아요 3 | URL
1. 오오, 헝거게임 가지고 계시다니. 그러게, 그걸 왜 가지고 계시나요, 단발머리 님? ㅋㅋㅋㅋㅋ
2. 아니 맥카시는 어째서 왜때문에... 어떤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단발머리 님.
3. 깊은 강 너무 좋대요. 단발머리 님은 침묵도 엄청 좋아하실 것 같아요. 단발머리 님은 엔도 슈사쿠를 그냥 죄다 좋아하실 것 같아요!!
4. 저는 지금 통증 연대기를 가지고 계신 단발머리 님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흑흑. 저도 통증연대기 갖고 싶어요. 그런데 정가보다 비싸게 올려둔 중고는 사고싶질 않아요. 우앙 ㅠㅠ

yamoo 2022-06-13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드...이미 갖고 계신 책 아닌가요?? 워째 또 사시나여??

다락방 2022-06-13 15:13   좋아요 2 | URL
저는 로드 를 오래전에 읽었지만 갖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서 다시 읽어보려고 또 산건데 야무 님의 이 댓글을 읽고 나니 어쩌면 저는... 책장에 로드를 이미 갖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불안해지네요. 아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6-13 1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카가 모르는구나....... 이모는 방토보다 귀여운....꾸우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웰컴 투 더 슈샤쿠월드~ 전 종교의 어떤 부분은 혐오하는데도 엔도 슈사쿠 작품은 거부감 없이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다락방 2022-06-13 15:16   좋아요 5 | URL
잠자냥 님, 저도 한 때는 귀여움을 가진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음.. 아닌가? ㅋㅋㅋㅋㅋ
(귀엽다는 말 들었던 걸 떠올려보는데 떠올려지는게 어째 하나도 없네요? 애인들도 나 안귀여워했던 것 같네요? 껄껄)

저는 교회를 정말로 싫어하고 너무너무 싫어하고 진짜 싫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나 신앙에 대해 깊은 생각과 신념을 갖고 쓴 책들을 보는 건 참 좋더라고요. 엔도 슈사쿠의 글은 전혀 불편함 없이 오히려 저 역시 주인공의 믿음과 의심을 따라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정작 믿음이 먼저고 종교나 신은 나중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신의 존재가 먼저있어 믿게된 게 아니라, 인간의 믿음이 먼저 있었기에 신이 존재하는 거라는. 엔도 슈사쿠의 책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건 제가 아마도 지극히 저 중심에 인간 중심인 사람이라 그런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2-06-13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킬레우스의 노래> 재밌게 읽었던터라 (작가는 다르지만)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궁금하네요.

김혜리 작가 글 정말 잘 쓰죠! 저는 <그녀에게 말하다> <진심의 탐닉>만 읽었는데 인터뷰집마저 감동적이었답니다.
<그림과 그림자> 사 두고 안 읽었는데 그것부터 읽어야겠어요.

... 벌써 13일인데 <가부장제의 창조> 펴보지도 못했네요. <해러웨이 선언문>부터 읽으려고 참고 있는데..
<해러웨이 선언문>이라도 다 읽는 6월 되기를..

다락방 2022-06-13 15:17   좋아요 3 | URL
저는 <아킬레우스의 노래> 사두기만 하고 아직 읽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마도 읽게 된다면 브리세이스의 이 이야기를 먼저 읽게 되지 싶어요. 트로이 영화 보고나서 브리세이스가 진짜 너무 궁금했었거든요. 이 책이 충분한 재미와 만족을 주기를 바랍니다.

그나저나 저 역시도 13일인데 가부장제 펼쳐보질 않아서.. 헝거게임 두번째 시작하면 또 가부장제 미룰것 같아, 내일 당장 가부장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독서괭 2022-06-13 15:23   좋아요 3 | URL
전 어젯밤에 가부장제 서문 읽었습니다. 이겼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2-06-13 15:24   좋아요 3 | URL
저도 곧 시작할겁니다. 시작할거라구욧! 딱 기다려요 독서괭 님!!

persona 2022-06-13 1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능 끝나고 시뮬라시옹이랑 은유로서의
질병 읽겠다고 한 친구 말 때문에 같이
읽으려고 샀는데 그 친구는 일이 생겨 살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나면서 그 친구 생각이 나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2-06-13 15:25   좋아요 3 | URL
페르소나 님은 그 때 사셔서 읽으셨나요? 전 어려워서 못 읽는거 아닌가 좀 걱정돼요..

persona 2022-06-13 15:37   좋아요 3 | URL
네.
저는 시뮬라시옹 도입이 어려워서 정작 수전 손택 책은 소설처럼 읽었던 거 같아요. 시뮬라시옹 이 책은 주어 서술어 분리해가며 읽었는데요.
은유로서의 질병은 오히려 잘 와닿았어요. 결핵과 에이즈라는 대표적인 두 질병에 사람들이 갖는 차별적인 편견/이미지/생각에 대해 주장이 있고 대체로 문학속에서 그 예시를 찾거든요.
굳이 에이즈와 결핵을 경험해보지 않아도, 특히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차별한 경험을 갖고 있다면 공감하면서 금방 잘 읽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22-06-14 07:51   좋아요 2 | URL
저 몇해전에 <수전 손택의 말>을 좀 어렵게 읽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수전 손택을 제가 안읽어봐서 그런지 어려웠던 터라 손이 잘 안가더라고요. 그런데 이젠 시간이 좀 흘렀으니 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시간이 흐르고나면 몇해전 어려웠던 책이 술술 읽히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잘 읽혔으면 좋겠어요.

persona 2022-06-14 08:02   좋아요 1 | URL
명언같은 거 모아놓은 책일까요? 아마도 맥락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많았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파이팅이요!! 저도 다시 꺼내읽고 싶어지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2-06-14 15:08   좋아요 2 | URL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6246033

이거예요, 페르소나 님.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중 한 권이요. 이걸로 수전 손택 읽고 한나 아렌트 읽었어요.

persona 2022-06-14 15:10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이드 2022-06-13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헝거게임 오더블도 좋습니다. 오디오는 아직 안 들으시죠? 오더블audible 앱 받아서 좋아하는 책 들으면서 읽으면, (듣기만 하면 처음에는 잘 안 들려요) 훨씬 더 이해 잘 가요. 국내 오디오북은 좀 다 아나운서 디제이 느낌인데, 영어 오디오북은 엄청 실감나는 드라마나 영화 같아요. 들으면서 읽기 강추합니다. 헝거게임도 좋고, 로맨스 소설 오디오 들으면 얼마나 재미있게요! 영어가 우리말처럼 들린다니깐요.

다락방 2022-06-14 07:58   좋아요 2 | URL
하이드 님, 헝거게임 리뷰는 안쓰셨나요? 저 헝거게임 검색해서 리뷰나 페이퍼 좀 훑어보는 중인데 하이드 님은 이 책 읽을거라는 페이퍼밖에 안보이네요. 하이드 님이 쓴 리뷰 읽어보고 싶은데요. 리뷰들이 대부분 배틀로얄, 게임 얘기하는데, 저는 그거 말고 해야할 이야기가 많다고 보여져서요.
오더블.. 아.. 저는 넘나 아날로그 인간인지라 새로운 앱 깔고 그거 한 번 해볼라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그래도 어제 하이드 님 댓글보고 일단 오더블앱 다운 받아놓긴 했는데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원 ㅋㅋㅋㅋㅋ 들으면서 읽기, 저도 한 번 해보고 싶긴 하네요.

하이드 2022-06-14 14:58   좋아요 2 | URL
번역본 읽은지는 오래되었고, 원서는 작년에 읽었거든요. 요즘 다시 읽고 싶어져서 꺼내놨어요. 원서 시작부분부터 좋아서 저도 다시 읽고 리뷰 써보겠습니다~ 오더블은 저는 미리듣기로 들어보고 나레이터 목소리 좋으면 듣곤 하거든요. ㅎㅎ 외모에는 취향 있지만, 좋은 목소리에는 취향 없다! 훨씬 더 상상력 자극해서 원서 읽는다는거 까먹을거에요. 책 읽고는 안 울어도 같은 책 오디오로 들으면 눈물 줄줄인 경우도 있구요. 무조건 재미있을 것 같은거 미리듣기로 목소리 확인 하고 들으시면 됩니다. 츄라이 츄라이 앱 받았으니 이미 반은 하신겁니다.

다락방 2022-06-14 15:07   좋아요 3 | URL
일단 시도하기 전부터 뭔가 대단히 마음을 먹어야될 것 같지만, 혹여라도 오더블 시작하면 진행상황 페이퍼로 공유하겠습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6-16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겹치는 책 많아서 기분 좋다가 읽어야할 책 많아서 조급해집니다^^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은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도 읽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던 책이다. 나는 미래 배경,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 판타지적 설정에 대해서 딱히 재미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흥행 대박친 해리 포터도 재미없어서 2권 까지밖에 못읽었던 터라 헝거게임도 내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자 그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고, 그렇다면 헝거게임을 먼저 읽는게 순서일 것 같았다. 그렇게 어젯밤, 아아, 그러면 안되는거였는데, 내가 그 때는 몰랐지, 일요일밤에 미스테리 소설 시작하지 않기로 나는 나에게 원칙을 정해두었는데 그것은 다음이 궁금해져 다 읽고 자려고 하기 때문 이었고, 그러면 월요일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었고, 그런데 헝거게임은 미스테리가 아니니까... 하고 시작했다가 또 눈알 빠지게 읽어버리고 만것이다. 아아, 나여..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미래의 '판엠'이란 나라가 배경이다. 판엠은 캐피톨이 중심이고 그 주위를 열세 개 구역이 둘러싸고 있는데 판엠에 맞서 반란을 읽으켰다가 캐피톨에게 패배하고 열세번째 구역은 아예 사라졌다. 주인공인 '캣니스'는 12구역에 사는데 12구역에서도 경계에 살아 짐작할 수 있듯이 매일 힘겹게 먹을걸 구하러 다녀야 한다. 굶어 죽는 사람도 허다하고 허락된 것들도 많지 않아 불법인데도 숲에 들어가 사냥으로 그날 먹을 걸 구해야 하는거다. 12구역 안에서도 빵집을 운영한다든가 시장이라는 직위를 가진다든가 하면 물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유하게 살긴 하지만, 그래도 1,2구역의 사람들과는 빈부의 격차가 상당히 심하게 존재한다.


이 판엠은 매해 '헝거게임'이라는 것을 개최한다. 과거 12개구역이 반란을 일으켰던 것에 대해 벌을 주는 의미로 각 구역에서 남녀 한명씩을 선출해 한 공간에 밀어놓고 한 사람만 남을때까지 죽이게 하는거다. 남아있는 한 사람은 최후의 승자가 되고 그 모든 과정은 모든 구역에서 모든 사람들이 티비로 시청 가능하다. 시청하면서 사람들은 살아남고자 하는 '조공인'들에게 후원을 할 수가 있다. 내가 살기 위해 너를 죽여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거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구경하는 와중에.


주인공 캣니스는 조공인이 될 확률이 더 높다. 12세 가 되는 순간 헝거게임 참가자로 뽑힐 수 있도록 자신의 이름을 쓴 쪽지가 커다란 공에 들어가는데, 한 해 한 해 쪽지가 한 장씩 더해지지만, 먹을게 없이 배급표를 받아 먹을 걸 마련하려면 자기 이름을 쓴 쪽지와 교환해야 하는거다. 그렇게 해 한 해에 네 개의 쪽지를 더 넣기도 했던 캣니스라 헝거게임의 조공인이 될 확률이 남들보다 높다. 물론 캣니스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게일 같은 친구들은 딸린 식구가 더 많은 터라 18세인 현재 자기 이름이 적힌 쪽지 42개가 제출되어 있는 상태다. 시장의 딸인 경우에는 매해 하나의 쪽지만 들어가고. 쉽게 말해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람이 죽을 확률이 더 높아지는 거다.


이번 해에는 캣니스의 동생인 프림의 이름도 처음으로 적혀 들어갔다. 그리고 헝거 게임 참가자의 이름을 뽑는 날, 하나의 쪽지가 들어간 프림이 뽑히고, 그 전장에 가면 살아돌아오기 어렵다는 걸 아는 캣니스는 동생대신 자원한다. 내가 갈게요, 내가 싸울게요! 그렇게 캣니스는 '피타'와 함께 12구역의 조공인이 되어 캐피톨로 향한다. 캐피톨에서는 각 구역에서 뽑혀온 조공인들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질 좋은 음식도 제공하며 그동안 입어 보지 못했던 옷들도 제공한다. 여기서 먹고 마시고 자고 훈련을 받고 그리고 전장에 투입! 죽으러 가기 전에 모든걸 최상으로 누리게 해준달까.



굶어 죽을지도 모를 위기에 처하기 때문에 이렇게든 저렇게든 죽을 확률이 높았던 캣니스는 캐피톨에서 버튼 하나로도 양질의 음식이 눈앞에 제공되는 걸 보며 씁쓸해진다. 


버튼만 누르면 음식이 나타나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음식이 이렇게 흔하다면, 내가 먹고 살겠답시고 숲을 뒤지고 다니는 그 시간을 대체 어디에 쓸까? 캐피톨에 사는 이 사람들은 몸을 꾸미고, 새로운 조공인들이 불려와 자기들의 오락을 위해 죽어가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매일매일 하루 종일 뭘 하고 사는 걸까? -p.68



굳이 판엠이라는 가상의 국가를 설정하지 않아도, 캐피톨과 12구역이라고 설정하지 않았어도 될만큼, 헝거 게임의 세계는 지금의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제 때 끼니를 챙기는 것조차 힘겹고 누군가는 한 끼에 몇백만원 짜리 식사를 하기도 하니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에 대해 의문을 갖고 나 역시 책을 읽기도 하고 또 내 삶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설정해야 할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캣니스의 의문에 나도 궁금해졌다. 그러게 말이다. 먹고 사는 일이 시급한 문제여서 식량을 찾아 자신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내가 있는데, 그런데 만약 그렇게 내가 애쓰지 않아도 식량이 마련된다면, 그렇다면 내가 식량 마련에 쏟던 시간과 에너지는 대체 어디에 쓰게 될까? 나 역시 궁금해지는거다. 캣니스가 숲에 가 사냥을 하고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채집해올 때, 버튼 하나로 먹을게 마련되는 당신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나 역시 궁금한거다. 누군가 몇 시간을 쏟아 해야하는 일을 이미 쉽게 하고 있다면, 그 시간은 그들에게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걸까? 밥을 마련하는 대신 뭘 할까?



캣니스의 아버지는 광부였는데 캣니스가 열한살 때 돌아가셨고 그 후에 캣니스는 엄마와 동생을 돌보는 가장이 되어야 했다. 마땅히 자식들을 돌보았어야 할 엄마는 아빠를 잃은 상실감에 무기력해 있었던 것. 하는수없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캣니스는 그 때의 엄마를 기억하고 원망하고 있으며 그래서 엄마와의 관계에도 거리가 있다. 



나는 엄마를 믿지 않았다. 그리고 내 안의 뒤틀린 작은 부분은 엄마의 나약함, 엄마로서의 직무유기, 몇달 동안 우리를 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엄마를 미워했다. 프림은 엄마를 용서했지만 나는 엄마에게서 한 발 물러섰다. 엄마를 필요로 하게 되지 않도록, 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벽을 쌓았다. 그 뒤로 나와 엄마 사이는 예전 같아지지 못했다. 

이제 그걸 바로잡지도 못하고 죽겠구나. 오늘 법원 건물에서 엄마에게 소리 질렀던 일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했었지. 그걸로 균형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p.56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상실감은 정말 컸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고 자기 자신이고 다 뒤에 남겨둔 채 그저 멍하니 자신을 잃고 누워있을 수 있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나이트 인 로댄스>에서도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상실감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그녀와 사이가 안좋았던 십대의 딸은 그런 엄마를 돌보아주고 동생을 챙기고 학교에 보낸다. 누군가를 잃고 상실감에 무기력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캣니스는 그 때 십대 초반이었다. 아직 아이였다. 아빠를 잃은 상실감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아이가 보호를 받지 못해 직접 식량을 구하러 다녔어야 했던 시간은 그 아이에게 도대체 어떻게 남게 될까. 좀 더 나이가 들고 그 때의 엄마를 이해한다고 해도 그러나 그때 자신이 보냈던 시간은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캣니스에게 고통과 괴로움과 아픔일 것이다. 일찍 철드는 아이는 너무 아프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는 일찍 철이 든다. 캣니스에게 어린 동생이 없었다면 어쩌면 일은 좀 더 쉬워졌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자기 몫만 챙기는 것은 좀 더 쉽다, 다른 사람까지 더 챙겨야 하는 것보다는. 

이제 캐피톨로 들어가 죽을지도 모를 싸움을 앞두고 있는 캣니스와 엄마는 작별인사를 한다. 캣니스는 엄마에게 예전처럼 그러면 안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신 차려서 동생과 엄마 자신을 돌보라고 말한다. 엄마는 그 때 아팠던거고 이젠 안그런다, 지금처럼 약이 있었으면 그 때도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캣니스는 그런 엄마에게 그렇다면 약을 먹고 버텨내라고, 티비에서 나를 보더라도 나에겐 신경쓰지 말고 엄마와 동생을 챙기라고 말한다. 

어린아이었던 캣니스는 지금도 고작 열엿섯 살이지만, 자기가 자기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생존에 대한 기술을 어릴 때부터 스스로 습득하고 있다. 캣니스가 앞으로 살면서 일정 부분 엄마를 미워한다고 해도, 그건 별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느 시절이 되어서 용서가 가능해지기도 하겠지만 그 때까지는 미워해도 원망해도 괜찮지 않은가. 어쩌면 엄마의 나이쯤이 되었을 때 비로소 엄마를 용서할 마음이 생길런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 나이에 우리 엄마는 그런 상실감을 겪었던거네,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하고. 


자기 구역에서 살아 있으려면 숲에 사냥을 다녀 먹을걸 챙겨야 했고 그러다가도 헝거게임의 조공인이 되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시간과 공간에 살면서 당연히 캣니스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 이 세상에 아이를 태어나게 하고 싶지 않으니,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다. 우승자가 된다 해도 절대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은 아이의 안전이다. 내 아이들의 이름도 다른 아이들 이름과 함께 그 추첨 공 속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리라. -p.311



각 구역에서 뽑힌 총 스물네명의 아이들을 한자리에 풀어두고 서로 싸우게 하는 시간이 왔다.  1,2,3,4 구역의 아이들은 이 때를 대비해 각자 훈련을 하고 이걸 게임처럼 참가하기도 한다. 돈이 있는 아이들은 맞서 싸울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고 훈련도 할 수 있었다. 그런 아이들과 이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무기 쟁탈전이 벌어진다. 저기 한 공간에 있는 무기들 중 각자가 필요한 걸 잽싸게 차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이미 몇 명은 죽어나간다. 활쏘기에 자신 있던 캣니스는 활을 노리지만, 그러나 이미 1~4 구역의 뛰어난 조공인들이 무기를 차지하고 접근하는 다른 아이들을 죽이기도 해서 별 쓸모도 없어 보이는 것들만 챙긴뒤 잽싸게 그 자리를 피해 도망친다. 그렇게 가까스로 혼자 살아남기에 최선을 다하던 캣니스는 드디어 활과 화살을 손에 쥐게 된다.



무기가 생기고 나니 헝거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상대해야 할 남은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도망치고 숨어야 하고, 절박한 수단을 선택해야 하는 먹잇감만은 아니다. 만약 지금 당장 카토가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다면, 난 도망치지 않고 활을 쏠 것이다. 내가 실제로 그 순간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p.200



나는 무기를 손에 쥐고 나자 게임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었던 이 장면이 너무 좋았다. 무기를 가진 것과 가지지 않은 것은 이렇게나 다르다. 이 삶이 전쟁터라면 도망치는 것보다는 나 역시 무기를 가진게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하다. 그 무기는 캣니스에겐 활과 화살이었지만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무기가 필요할 것이었다. 헝거게임의 전장이 아닌 지금 이곳에서는 그것은 돈이기도 할 것이고, 체력이기도 할 것이고, 지식이기도 할 것이다. 무기가 있다면 게임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게임을 다르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무기를 가져야 한다. 무기는 많을수록 좋다. 우리가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것 모두 무기를 갖는 일일 터. 



나는 수시로 캣니스의 생각을 읽게 되는 게 좋았다. 왜 나는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너는 버튼 하나로 밥을 먹을 수 있지? 왜 엄마는 직무유기로 나를 가장으로 만들었지?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네가 가진 기술을 내게 알려줘, 이 상황에 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을 할까, 무기가 힘을 준다 등등. 책을 읽는 순간순간들의 캣니스의 생각은 곧 내 생각이 되고 캣니스의 질문은 내 질문이 된다. 그런데, 


《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의 부제는 <순수 저항 비판> 이라고 되어있다. 나는 캣니스의 지금까지의 삶의 과정이 모두 철학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순수 저항 비판 이라는 부제는 앞으로의 캣니스의 삶에 더 집중하는 게 아닐까 싶다. 캣니스는 이미 저항하는 사람이었다. 자, 캐피톨의 관람객들, 그러니까 우리의 치열한 생존싸움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러니까 나는 죽어라 싸우는데 그걸 보고 즐기고 돈을 거는 사람들, 이것을 좀 더 자극적인 쇼로 만들려는 사람들을 엿먹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캣니스는 생각하고 그렇게 캐피톨이 싫어할만한 행동을 한다. 그 일은 당연히 캐피톨을 자극했고 대통령을 자극했다. 헝거 게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되었고, 이제 남은건 당연하게도 그녀의 영광이겠지만, 그러나 앞으로 그녀의 삶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캐피톨의 분위기로 대통령의 눈빛으로 알 수 있다. 조심해, 캐피톨이 너를 싫어해. 자신이 살던 12구역으로 돌아가 평온하게 지내고 싶었던 캣니스에게는 아마 그 삶이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헝거게임>의 마지막에 캣니스는 헝거게임의 승자가 되어 12구역으로 돌아가지만, 그러나 캐피톨의 사나운 눈빛을 받아야만 했다. 아마도 그 다음 시리즈인 《캣칭파이어》에서는 본격적인 저항이 시작되지 않을까. 저항과 반란. 



캐피톨이 원하는대로 진행되지 않고자, 그 안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자 피타가 고민하는 걸 보고 캣니스는 당장 삶과 죽음이 눈앞에 있는데 팔자 좋다고 생각했다가, 그 전장 안에서 자신과 동맹을 맺었던 '루'의 죽음을 보고 비로소 존엄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 존중에 대해 생각한다. 캐피톨이 나를 자기 마음대로 하지 않도록, 내가 나 자신일 수 있도록, 루가 루일 수 있도록, 우리가 캐피톨이 원하는대로만 하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게, 피타가 말했던 바로 그것이구나. 


캣니스는 결과적으로 깨닫는 사람이고 배우는 사람이었다.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깨닫기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리라. 묻고 답하는 과정이 캣니스에게 있고, 나는 묻는 사람은 답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답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묻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캣니스는 내 자신을 잃지 않는 것에 대해 피타보다 늦게 생각했지만 그러나 깨닫게 됐다.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마아도 캣니스는 저항할 수 있는게 아닐까. 헝거게임만 읽고 바로 헝거게임으로 철학하기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캣칭파이어와 모킹제이까지 읽고난 후에야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로맨스가 들어간 건 너무 쓰잘데기 없지 않나 싶지만, 그러나 작가가 이미 쓰잘데기 없는 로맨스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쓸데없는 로맨스가 들어가줘야 사람들이 좋아해, 라고 작가는 이미 말하고 있다. ㅎㅎ


아 괜히 일요일밤에 시작해가지고 읽고 자느라 늦게 잤네 또... 뒤에 조금 남겨두고 '내일 출근할 때 읽자' 하느라 넘나 힘들었다. 휴..



책을 산 페이퍼까지 쓰면 너무 길어지니까 그건 다음페이퍼로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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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제 모두 끝인가요
    from 마지막 키스 2022-06-13 10:16 
    자, 좀전에 쓴 페이퍼에 이어서 쓰는 페이퍼다. 책을 샀다는 페이퍼. 굳이 이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헝거 게임 때문에 이어보는 걸로..(왜이렇게 책탑 사진이 조잡해보이는걸까? 흐음..) 헝거게임을 읽어야겠다고 페이퍼 썼을때 원서에 대한 추천을 받았고(쉽다고 하셨..죠?) 일단 사두었는데, 어제 헝거게임 번역본 읽고나니 원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가 원서를 읽을 수 있다거나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갖고 있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거리의화가 2022-06-13 0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판타지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요즘 중국 무협물은 거의 판타지가 많이 들어가있더라구요^^; 그래서 판타지를 본의 아니게 많이 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ㅋㅋ
어쨌든 다락방님의 글에 표현된 <헝거게임>의 이야기 좋은데요~^^ 캣니스가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맞물려 수동적인 태도를 갖기 쉬운데 그러지 않는 점이요. 공부든 운동이든 책이든 하고 난 뒤 뭐라도 다른 것처럼~! 잘 읽었습니다^^ 활기찬 한주 되세요!

다락방 2022-06-13 12:10   좋아요 4 | URL
거리의화가 님은 역사를 좋아하시는데 판타지물도 즐겨 보시는군요. 역사와 판타지는 서로 상반되는 것 같으면서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판타지 속의 세계도 결국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게 아닌가 싶네요. 제가 판타지물을 잘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요.
헝거게임의 주인공 캣니스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자신을 위해 그리고 동료를 위해 매순간 적극적으로 싸우는 것도 좋고요, 그런 한편 캣니스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인생이 너무 고단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2,3권에서 캣니스가 맞이할 세계가 너무 두려워요. 그래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지켜봐야겠어요.

거리의화가 님, 공부든 운동이든 뭐든 우리 열심히 해서 무기를 장착합시다!!

공쟝쟝 2022-06-13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돈버느라(밥) 바쁜 시간에 이미 돈이 벌려 있으면 뭐하고 있을까….?
저도 진짜 궁금하네요… 아마 더 벌려고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나 사람이 자신의 욕망의 크기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다가올 그날을 위해 (로또당첨??ㅋㅋㅋ) 미리 욕망의 크기를 한계지어 놔야하는 데, 는 로또를 안사니까 패스…
책읽는 취미는 이래서 좋은 거 같아요. 음 시간이 아주 많아도 돈이 아주 많아도 넌 뭐하고 싶어? 그러면 저는 책읽고 노트북에 읽은 책 정리하고 글쓰고 이러고 있을 것 같아요. 아 오래오래 살고 싶다! 진리를 깨닫고 싶다 ㅋㅋㅋ 이러면서 ㅋㅋ 근데 뭐 그건 충분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하고 있으니까 오래 살기 위해 잘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일도 하고 그럽시다 뿅!

다락방 2022-06-13 12:13   좋아요 4 | URL
저는 가끔, 아니 자주. 돈 이미 다 벌어놔서 낮 시간을 제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낮에 요가도 다니고 책도 마음껏 읽는 그런 삶이요. 지금은 낮의 대부분을 돈 버는데 쓰고 있어서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한살이라도 더 젊을 때 뭔가 이것저것 더 해봐야하지 않나 싶고,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인데 여행도 더 자주 다니고 싶고. 그렇지만 돈 버는거에 너무 묶인 몸이네요. 하아- 그러나 내가 나의 쓸 돈을 벌지 않으면 도대체 그 돈이 어디서 생긴단 말인가... 인생이여....

저도 여가 시간이 생기면 제일 먼저 책 읽고 싶을 만큼 책 읽는게 너무 좋고 그리고 제 취미가 책 읽는 거여서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진리를 깨닫고 싶다고 생각하면 진리를 깨닫게 되는것 같아요, 쟝님. 그러니 우리 계속 읽고 쓰고 운동하고 진리도 깨닫고 막 그렇게 삽시다!

alummii 2022-06-13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시리즈 덕후였었는데...!! 캣니스ㅜㅜ 책도 재밌나봐요 ㅠㅠ

다락방 2022-06-13 12:14   좋아요 3 | URL
저 영화 보려고 다운 받아놨는데 책으로 시리즈 다 읽은 다음에 봐야겠어요. 지금 영화 보면 제가 그 다음 책 읽을 때 제약이 있을 것 같아서요. 책 정말 재미있어요!! >.<

독서괭 2022-06-13 1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확실히 현실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는 책을 좋아하시는군요! 그 형식이 판타지가 되었든 SF가 되었든, 현실의 문제와 연결지어 깊이 생각해볼 만한 책은 다 좋아하실 것 같아요. 해리포터는 훨씬 판타지답달까, 현실은 잊고 그냥 그 세계 자체에 푹 빠져들 수 있어야 즐길 수 있을 것 같고요. 전 <헝거게임>만 읽고 그 뒤는 안 읽었는데 이 글 보니 더 읽어보고 싶어져요.
근데 다락방님, <둠즈데이북> 읽으셨어요? 아직 안 읽으셨죠? 다락방님 책장에 있는데요. 뜬금 추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13 13:51   좋아요 4 | URL
맞아요, 독서괭 님. 저도 헝거게임과 해리포터의 차이가 뭘까? 왜 해리포터는 재미없고 헝거게임은 재미있을까? 를 생각해보게 됐거든요. 그런데 해리포터 읽으면서는 뭔가 생각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좀 뜬금없는 이야기랄까요? 저는 끝나고나서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감상을 주는 그런 문학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해리포터도 해리포터 팬들에게는 그런 이야기이겠지만 저의 생각이나 마음을 건드리질 않네요 ㅎㅎ

둠즈데이북은 제가 아마도 독서괭 님의 리뷰를 읽고 산것이지요? 네, 제 책장 어딘가에 있을겁니다. 어휴 읽을 거 왜이렇게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6-13 1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얼른 책 읽어보고 싶어요. 소설 다 읽으면 헝거게임으로 철학하기도!! 찾아보니 해리 포터로 철학하기도 있더라구요! 해리 포터는 저도 읽다가 관둔 책인지라 안 땡기지만 이 책은 어쩐지 급당기는걸요.

다락방 2022-06-13 13:54   좋아요 3 | URL
오, 해리포터로 철학하기도 있어요? ㅋㅋㅋ 아 해리포터 저 3권 읽을 차례고 친구에게 빌려둔지 오래인데 먼지만 쌓이고 있어요. 어젯밤 친구에게 ‘이거 그냥 안읽고 돌려줄게‘ 했더니 친구가 ‘나도 백년의 고독 안읽고 돌려줄게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그거 빌려줬어?‘ 했네요. ㅋㅋㅋㅋㅋ

비타 님, 헝거게임은 주인공이 10대 소녀여서인지 질문을 던지는게 어렵지 않아서 좋아요. 비타님은 따님과 같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따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듯요. 저는 책 세 권 다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철학하기도 볼 예정입니다. 이 여정은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요. 이 책 저는 재미있었어요, 비타 님!

mini74 2022-06-13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뻔한 이야긴데 왜 좋을까. 조카랑 영화보면서 그랬더니 이런 류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 남잔데 여자라서? 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구해지는 대상이 아닌 구하고 싸우고 죽이는 주체 ~~ 그 조카가 벌써 29살ㅠㅠ

다락방 2022-06-13 13:55   좋아요 3 | URL
맞아요, 미니 님. 여기서 피타의 엄마는 피타에게 캣니스를 가리키며 ‘그 아이는 살아남을거다‘ 라고 하거든요. 저는 그것도 참 좋더라고요. 이 아이는 강하고, 이 아이는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을 모두가 공공연히 인정해주는 것도요. 피타가 있어 외롭지 않을 수 있었지만, 캣니스라면 혼자서도 살아남았을 거예요!!

잠자냥 2022-06-13 1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 제가 이겼습니다. 해리포터 딱 1권까지만 본 1인......ㅋ
근데 이 책은 재미있어 보이네요. 헝거게임이 이런 내용인 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2-06-13 13:56   좋아요 4 | URL
저는 조카랑 대화하고 싶어서 완독할 마음을 먹었었는데 아니 글쎄, 3권 빌려놓고 딱 멈춰있네요. 왜케 재미없죠 이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헝거게임도 그런식으로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휴 너무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휘리릭 읽었네요. 주인공들이 십대라서 그런지 막 내용이 어렵질 않아서 책장 잘 넘어가요!!

물감 2022-06-13 19: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는 1편이 그나마 괜찮았어요!
2,3편은 지못미 인데, 부디 저만 그런거였기를...ㅎㅎ

다락방 2022-06-14 07:49   좋아요 3 | URL
물감님 이 책에 대한 리뷰 봤는데 별 세개 주셨네요. 저 이 책 읽는다고 할 때 이미 읽으신 분들이 읽을만했다 정도의 평을 들려주셨었는데 저는 엄청 재미있게 읽었네요. 주인공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게 너무 좋았어요. 2,3권도 재미있어야 할텐데요. 저는 저항하고 연대하는 장면을 기다리고 기대합니다!! ㅎㅎ

mini74 2022-07-08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헝거게임 보면 다락방님이 떠오르는 ㅎㅎ 축하드립니다 *^^*

그레이스 2022-07-08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다락방님!

새파랑 2022-07-08 1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존경하는 이작가님~!! 축하드립니다. 오늘 저녁도 많이 드시길 바라겠습니다 ^^
 















요즘 출근길에 읽는 책은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이다. 일본이 천주교를 박해했던 시기에 고문을 당해 배교했다는 페레이라 신부에 대한 소문은 사실인지, 그렇다면 신부가 하나도 남지 않은 일본의 천주교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고자 페레이라 신부의 제자인 로드리고 신부가 오랜 시간 항해를 거쳐 일본으로 간다. 혹여 정부에 들켜 고문 당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천주교 신도들은 자신들끼리 조용히 신앙 활동을 이어가며 언젠가는 우리를 이끌어줄 신부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던 터, 그 때 로드리고 신부를 맞이하고 다들 환영하고 감사한다. 우리는 신부님이 필요했어요. 그러나 일본의 감시는 철저했고 로드리고 신부도 결국 악명 높은 순사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 책이 주는 물음은 '우리가 고통을 당할 때 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라는걸 알고 있었는데, 그 질문에 대한 것은 신을 믿는 이나 안믿는 이나 간혹 묻게 되는 것일테다. 단지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히고 고문을 당하고 심지어 사망까지 하게 되는데, 그들이 고통으로 내몰리고 죽어가는 상황에 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그들을 구원하지 않는가, 이대로 죽어가면 정말로 더 행복해지는 것인가, 죽고 나면 천국은 있는가. 로드리고 신부 조차도 다른 이들이 고문과 고통속에 죽어가는 걸 보면서 자기가 믿는 신을 의심하게 된다. 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좀 검색하다 보니 '그러나 신은 우리 주위에 항상 계셨다' 는 얘기로 끝날 것 같긴한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신념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를 읽을 때에도 신념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더랬다. 나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내가 확신해도 그것은 언제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 왜 옳다는 걸 믿고 행했는데 결과는 악인 것인가, 에 대해서. 그렇다면 신념을 계속 굳건하게 지키고 가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침묵> 을 읽으면서도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 사람이 믿는 것, 거기에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믿는 게 하나님이라면 하나님은 나를 살피실 것이고 그 믿음은 어떤 형태로든 내 눈에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힘은 내 믿음이고 내 믿음은 곧 내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믿는 게 자연의 힘이라면, 그 자연으로부터 힘을 받을 것이다. 내가 믿는 게 무속인이라면, 그 무속인은 나에게 힘을 가질 것이고, 그리고 그 무속인의 말대로 삶의 기적들이 순간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믿는 건 내 운일 수도 있고 내가 믿는 건 그저 내 힘일 수도 있다. 내가 무얼 믿건, 내가 믿는 건 나의 힘이다. 


이미 천주교라는 종교를 택해 그것을 믿고 그것으로 위안을 얻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힘을 가질 것이고, '너의 신을 부정해라' 라거나 '너의 종교를 버려라' 는 말에 '아니' 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내가 무엇을 믿건 그것은 내가 결정한 일이고 나만의 이유가 있었을 터, 게다가 믿고 보니 그것이 나에게 힘을 주고 내 삶에 기둥이 되어준다면, 누군가 '그것을 버려' 라고 할 때 당연히 '싫다' 라고,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것을 버리라는 강요에는 맞설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버리라고 고문이 가해진다면? 내 믿음을 버리라는 고문은 고문하는 가해자가 당연히 나쁜 것이지만, 그 고문은 일단 나에게는 괴로움이고 고통이다. 책 속에서는 일단 네가 살고 싶으면 성화를 밟으라고 시작한다. 그러나 이 천주교도들은 그들의 그동안 신앙이 마음 속에 있는 터라 차마 성화를 밟고 지나갈 수가 없다. 그럴 경우 고문을 당하게 되는데, 나무 기둥에 묶어 바닷물에 며칠간 세워두기도 하고(죽음에 이르게 된다), 구멍 매달기 고문도 한단다. 구멍 매달기 고문이 뭔지 찾아봐도 잘 모르겠는데, 이것 때문에 페레이라 신부는 배교를 했다는 거다. 로드리고 신부는 아무리 감추려해도 천주교도인게 들통나 잡혀가는 사람들에게 '성화를 밟으라'고 얘기한다. 그래야 살테니까. 그러나 신도들은 그걸 잘 할 수가 없다. 성화를 밟는 것을. 그것은 어쩐지 안되는 것 같은 그 마음.


일본의 천주교 박해는 오랜 시간 이어졌다고 한다. 오랜 시간 신부였던 사람까지 배교시킬 만큼 고문은 처참하고 끔찍한 것이었고. 여기엔 성화도 밟고, 천주교도가 있다고 신고도 하는 비열한 캐릭터 '기치지로'가 나오는데, 그가 중간에 그런 말을 한다.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라 고문 같은 걸 견딜 수 없다, 나는 약하다, 만약 내가 박해 받지 않는 시대에 태어났다면 누구보다 열정적인 신자가 될 것이다, 라고. 나는 기치지로가 하는 말이 어떤 건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나도 잘 믿을 수 있어, 하는 그 마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약하지 않을까. 내가 아는 인간은 부조리하고 불완전한데.



나는 이 고통스런 고문 앞에서도 결코 자신의 종교(혹은 신앙)를 버리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마음이 복잡해졌다. 믿음은 무엇인가. 나는 책 속에 고문이 등장할 때면 고문 당하는 게 나라면?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라면? 만약 나라면 고문 당할 때 정치적 이념이 같아 함께 반정부 활동을 했던 동료들의 이름을 대지 않고 차라리 죽음을 맞닥뜨리게 될까? 만약 나라면 고문 당할 때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대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나라면 고문 당하면서 내 믿음을 버리지 않겠노라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처참한 고문 속에서도 끈질기게 자신의 믿음 혹은 신념 혹은 의리를 지켜낸 사람들은 정말이지 대단한 사람이지만, 내가 그런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조지 오웰'의 <1984> 에는 자유연애 하던 남자가 잡혀 취조를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연애와 연애 상대를 부정하던 남자는 그러나 그의 눈앞에 쥐를 놓자 하는 수 없이 다 불어버린다. 그에게 쥐는 정말 너무나 너무나 무섭고 끔찍한 것이었고,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쥐는 견딜 수 없었던 거다. 외부에서 다른 사람이 본다면 '어떻게 쥐 때문에 다 불어버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에게 쥐는 세상 그 무엇보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남자에겐 쥐였지만 다른 사람에겐 그 쥐 대신 다른 것이 될 수도 있을테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 무엇.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그 누구보다, 내가?


나는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건 하지 않아' 라고 하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내 경우엔 그걸 바꿔 말하겠다. 나는 그걸 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목에 칼이 들어오면' 달라진다고. 나는 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까지 내 신념을 지켜갈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나에게 나의 삶이, 앞으로의 남은 삶이 가장 소중한 것이기에, 내가 그 삶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걸 잃어가며 지켜야 하는 신념이란 무엇인가 싶어지는 거다. 그 어떤 이념이나 믿음이 내 목숨보다 소중할까?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그렇다는 것을 안다. 신념을 부정하는 것은 그간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굳세게 맞설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나는 내가 그럴 것 같지가 않다. 내가 지금 다른 사람들로부터 약속을 지킨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그것에 어떤 커다란 위협이 가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절박한 상황에서라면 나는 내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나는 절대로 동료의 이름을 불지 않아' 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다. 지독한 고통이 내 눈 앞에 놓인다면, 글쎄...내가 그렇게까지 강한 사람일까?



자신이 약하다고, 그렇게 끝까지 반항할 수 없노라고, 다소 비열하고 비굴해 보이는 기치지로 쪽이 오히려 내가 닮은 인간 아닐까? 



이제 절반 조금 넘겨 읽고 있는데 이 책 너무 좋다. 참 좋다. 일본의 천주교 박해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어서도 좋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통 앞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어떤 사람들은 고통 앞에 자신을 부정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역시나 소설이 줄 수 있는 앎이고 깨달음이다. 인간이란 무릇 그런 것이다. 고통 앞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인간이 다른 사람과 섞여 살면서 마땅히 늘 좋은 사람이라는 법도 없는 것, 그것이 세상 아닐까. 로드리고 신부가 고통 당하는 신도들을 보면서 그리고 자신에게 닥칠 고통을 상상하면서 신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것, 그러다 다시 신에게 매달리고 안도하는 것,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흐름일 것이다. 


나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고 세례를 받았지만, 게다가 아주 충실하게 교회를 다니며 피아노 반주도 하고 주보도 나눠주고 전도도 했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갑자기 교회를 끊었다. 도나 해러웨이가 <해러웨이 선언문>에서 인터뷰를 하며 '신(교회였나,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을 믿었던 사람의 증오는 믿지 않았던 사람의 증오보다 훨씬 크다' 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었는데, 나는 그것이 뭔지 너무나 잘 안다. 그렇게나 열심히 다녔기 때문에 나의 교회에 대한 증오와 미움은 더 큰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교회를 미워한다고 해서 종교와 신앙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걸 믿고 싶다, 라는 것과는 다르다. 여성학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언어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졌고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결국 공부해야 할 궁극적인 학문은 철학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러나 그 사이에 신학 혹은 종교학이 있지 않나 싶어졌던 거다. 지금의 세상을 살면서 불평등과 부조리를 인지하고 알아나가면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하면서 신학은 자연스레 함께 공부해야 할 것이 되어가는 거다. 종교학이나 신학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그런 사람들은 다들 종교인을 꿈꾸는 건줄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 자체가 학문이며 어떤 이들은 그걸 공부하고 파헤쳐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푹 빠져 공부하게 되는 건 아니라도 여성학으로 시작해 철학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종교에 대한 것도 알고 싶다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종교인도 비종교인도 이 책 읽어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소설, 이야기가 가진 힘도 충분하지만 아마 읽는 중간중간 각자의 자리에서 생각해볼 것들이 많지 않을까. 나는 끊임없이 그들에게 그리고 내게 물었다. 그렇게까지 고통스러우면서도 믿음을 버리지 않아야 해? 그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어? 이 책 한 권을 다 읽을 때면 거기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좋겠지만 설사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좋은 물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이 책 읽자요!!




어제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정말 열심히 일했고 퇴근 무렵에는 너무 지쳤더랬다. 와인 한 잔 생각이 간절했는데, 마침 거래 증권사에서 방문해 내게 와인을 주고 갔다. 와인 냉장고에 와인이 가득 차있지만, 선물 받은 와인이 내가 산 와인보다 좀 더 좋겠지.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 와인을 마셨고, <뜻밖의 여정> 을 좀 보았다.

윤여정은 지금 다른 젊은 여성들에게 아주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 젊은 시절 엄청난 고생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우리가 그의 삶을 잘 알지 못해도 충분히 짐작 가능한 터, 그런 시간을 겪고 지금 이렇게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위치에 왔을 것이다. 어떤 여자든 일을 하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테니까.

그 시간은 저렇게 커다란 미국의 집을 렌트할 수 있게 했겠지. 윤여정을 좋아하고 아끼고 존경하는 지인들이 윤여정을 만나기 위해 찾아와서 함께 이야기하고 맛있는 걸 나눠 먹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았다. 나도 꼭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찾아와 함께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일을, 나도 꼭 하고 싶다고. 윤여정 처럼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진 않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윤여정 쌤은 넘나 넘사벽..) 그래도 몇 명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시간을 내어 다정한 이들을 만나면서 지나온 시간을 얘기하고 현재를 얘기하고 또 미래를 얘기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자기 전에는 노래를 들었다. 아이유의 <밤편지> 였는데, 어제 들었기 때문인지 오늘 출근길에도 생각나 계속 들었다.






오늘은 걸으면서 들으니 자연스레 가사에 더 집중하게 됐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나 우리의 첫 입맞춤을 떠올려

그럼 언제든 눈을 감고

음 가장 먼 곳으로 가요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그리워

여기 내 마음속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어떻게 나에게

그대란 행운이 온 걸까

지금 우리 함께 있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요



크- 우리의 첫 입맞춤을 떠올리면 가장 먼곳으로 간다는 가사를 듣는데, 그렇지, 뭔지 알지, 그렇지, 알아 알아, 하다가, 음.. 그렇지만 나는 가장 먼 곳으로 가진 않아, 강남역... 세상 가깝다. 지금은 서초구 그 때는 강남구... 가까워. 그리 멀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다가 '어떻게 나에게 그대란 행운이 온 걸까' 에 또 꽂힌다. 나는 이 생각을 정말 정말 많이 해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함께 했던 시간들 중에도 하고 한참 후에도 계속 그렇게 돌이킨다. 어떻게 너같은 사람이 나한테 왔을까, 하고. 지금 우리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사에서는 최근에 SNS 에 올려진 좋은 풍경들을 함께 떠올린다. 저렇게 좋은 곳에 나는 너랑 같이 갈 순 없는 거지, 내 삶에 그건 없는 걸까. 크- 


와인 마셔서 겁나 피곤해가지고 아아 역시 평일에 술 먹지 말자고 결심하기가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던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가 아니고, 여튼 그랬는데, 또 밝은 해가 있고 너와의 첫 입맞춤을 떠올렸다가 가장 먼 곳이 아니라 엄청 가까운 곳에 가고, 허밍으로 아이유를 따라 부르고.. 그러다보니까 또 다 괜찮아지는 것 같다. 


여동생은 언제나처럼 오늘 나의 컨디션이 어떠냐 물었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

죄란, 인간이 또 한 인간의 인생을 통과하면서 자신이 거기에 남긴 흔적을 망각하는 데 있었다. - P136

"선교사들이 그렇게까지 괴로움을 끼쳤습니까?"
"받고 싶지도 않은 물건을 억지로 밀어 넣는 것을 고마운 폐라고 하오. 그 뜻은 고맙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곤란해지는 것을 말하오. 가톨릭의 가르침은, 이 강제로 밀어 넣은 고마운 폐와 매우 흡사하단 말이오. 우리에게는 우리대로의 종교가 있소. 새삼스럽게 이국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소. 나도 신학교에서 신부들의 학문을 배웠지만 결국 우리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소."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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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도 <침묵>을 읽고 있다.
    from 지상의 다락방 2022-06-10 12:56 
    나도 <침묵>을 읽고 있다. 어쩌다 보니 다락방 님과 함께 읽는 책이 되었는데, 다락방 님은 출근길에 읽는 것에 비해 나는 퇴근 후 방 안에 틀어박혀 조금 읽다가 잠들.....(기 일쑤이다). 이 책이 지루하다거나 해서는 아니고 요즘 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읽어도 금방 잠이 들고 있다. 이사 때문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퇴근 후 이 집 저 집 보러 다니고, 그러고 나서 집에 오면 냥이들 챙겨주고 뭐 이런 다음 책
 
 
다락방 2022-06-10 08: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내가 꼭 자뻑할라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오늘 페이퍼는 어쩐지 라파엘 님이 좋아하실 것 같다. 흠흠. (앗, 이것은 좋아하라는 압박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6-10 12:06   좋아요 4 | URL
자냥이가 좋아합니다.

다락방 2022-06-10 12:17   좋아요 5 | URL
부끄러워요.. (수줍)

공쟝쟝 2022-06-10 13:09   좋아요 3 | URL
쟝쟝이두 좋아합😌

다락방 2022-06-10 13:51   좋아요 3 | URL
수줍수줍. ㅋㅋㅋㅋㅋ

라파엘 2022-06-11 00:04   좋아요 2 | URL
저는 물론 이 페이퍼를 좋아합니다만... 저는 사실 기본적으로 다락방님과 다락방님의 글을 아끼고 좋아합니다 😄

다락방 2022-06-13 07:43   좋아요 2 | URL
라파엘님이 제 글을 아끼고 좋아해주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후훗. 좋은 월요일이네요. :)

웽스북스 2022-06-10 08: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를 어쩐지 웽님이 좋아합니다. 저 침묵 완전 좋아하는 책이거든요. 다락방님이 쓴 침묵 리뷰를 읽는 날이 다 오네. 아니 근데 이 책 내가 좋아할 것 같지 않았나요? (뭐래 자의식 ㅋㅋㅋ)

다락방 2022-06-10 10:26   좋아요 1 | URL
웽님 알라딘 글도 읽는군요! 저는 웽님 요즘 알라딘 글 읽는다고 생각을 못했어요. ㅎㅎ
이 책 정말 좋네요, 웽님. 웽님이 좋아할만 합니다. 저는 너무 늦게 알았네요. 그런데 진작 알았다면 제가 지금처럼 좋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튼 좋은 책입니다, 웽님. 어서 끝까지 보고 싶어요. 결국 로드리고 신부는 신이 자신과 늘 함께 있었다는 걸 어떻게 깨닫게 되는지 궁금해요! >.<

mini74 2022-06-10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이 믿는것 거기에 힘이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밤편지 무지 좋아하는 노래. 아이유 가사도 참 잘 쓰는거 같아요 문학소녀 ㅎㅎ

다락방 2022-06-10 10:27   좋아요 3 | URL
저는 아이유도 아이유의 노래도 다 잘 모르고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저 <밤편지>는 유독 쏘옥- 들어오더라고요. 뭔가 흥얼거리기도 좋고요. 그리고 가사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우리의 첫 입맞춤을 떠올리면 저 먼 곳으로 간대요. 캬 - 소주 감성 아닙니까? (그렁그렁)

잠자냥 2022-06-10 13:18   좋아요 3 | URL
먹는 걸로 빠지는 다부장.....

다락방 2022-06-10 13:51   좋아요 3 | URL
ㅋㅋㅋ 사람 어디 안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6-10 0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기 시작하셨군요^^ 저도 조만간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책입니다!

다락방 2022-06-10 10:27   좋아요 3 | URL
거리의화가 님, 이 책 정말 좋네요. 저는 역사 쪽으로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어서 이 책을 제가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햇는데, 그거랑 별개로 아주 좋습니다. 거리의화가 님은 아마 저보다 더 잘 읽어내실 것 같아요. 이 책 좋아요 ㅠㅠ

persona 2022-06-10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엔도 슈사쿠를 명동에 바오로딸 서점있을 때 갔다가 알게 됐어요. 노벨문학상 후보 작품이라서 저도 궁금한데 침묵이라는 단어가 어째 너무 적막하여 한번도 구매해본 적이 없어요. ㅋㅋㅋ

다락방 2022-06-10 11:18   좋아요 3 | URL
저 아직 침묵 다 읽진 않았지만 참 좋아서 방금 전에 <깊은 강>도 주문해버렸습니다. ㅎㅎ
참 좋네요, 페르소나 님. 좋아요.

persona 2022-06-10 11:21   좋아요 2 | URL
사해부근에서랑 단편 몇개 밖에 모르는데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깊은강도 흥미로워보여요.

다락방 2022-06-10 11:48   좋아요 3 | URL
저는 엔도 슈사쿠 처음 읽어요. 앞으로 계속 읽어보려고 합니다. :)

새파랑 2022-06-10 11: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다락방님 세번째 작품에 실리겠군요~!! 저도 침묵 너무너무 좋더라구요 ㅜㅜ 인생책입니다 ㅋ 깊은 강은 더 좋아요~!!

다락방 2022-06-10 11:43   좋아요 6 | URL
오 깊은 강은 더 좋다니 기대가 큽니다. 침묵 너무 좋네요. 제가 신앙을 갖고 있느냐의 유무와는 별개로 참 좋은 책입니다. 소설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에요. 크-

잠자냥 2022-06-10 12:07   좋아요 5 | URL
다부장님 깊은 강 정말 좋아요. 꼭 읽어보셈....
아니 엔도 슈사쿠 작품은 다 좋아요. 전 <침묵> 아껴둔 거였다능. 국내 출간된 엔도 슈사쿠 작품 다른 건 거의 다 읽음

다락방 2022-06-10 12:17   좋아요 5 | URL
네네. 리뷰 보다 보니까 어떤 사람은 이거 읽으면서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크- 너무 기대가 큽니다. 이미 샀다구요. 주말에는 또 책탑 인증하겠네요. 껄껄..

라파엘 2022-06-12 14:36   좋아요 1 | URL
저는 도서관에서 <깊은 강>을 빌려왔습니다!! 오는 주말 쯤에 읽게 될 것 같아요 ㅎㅎ

다락방 2022-06-13 07:43   좋아요 2 | URL
저는 주말에 <깊은 강>을 배송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헝거 게임 시작해버리는 바람에 좀 더 나중에 읽게 될 것 같아요. 라파엘 님, 읽고난 후 감상 남겨주세요!!

미미 2022-06-10 13:0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침묵>을 다른 책들과
연관해 이야기하신 부분들 특히 공감됩니다. 평화로울때 자신있게 외치던 신념이 얼마만큼 자신에게 깊이 뿌리내린것이었는지 시험당하는 순간들이 있죠. 그런 두려움을 엔도 슈사쿠는 너무 잘 아는것같고요.

<사무라이>도 비슷하지만 제생각에 더 뛰어난 작품이예요
다락방님도 분명 좋아하실듯합니다.
ㅡ침묵, 사무라이 읽고 울었던 미미*^^*

다락방 2022-06-10 13:53   좋아요 5 | URL
제가 미미 님 리뷰 읽고 이 책을 산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는 순간이 정말 좋습니다. 오랜만에 소설 읽는 맛을 주는 책이에요. 바로 이 맛에 소설을 읽는다! 하게 됩니다. 캬-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미미 님.
안그래도 엔도 슈사코 책을 더 읽어 보고 싶어서 검색했다가 <사무라이> 살까 <깊은 강> 살까 하다 <깊은 강>으로 선택했어요. 왜냐하면 민음사 책이길래 민음사 책장에 꽂아두기 더 나아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읽고 나면 사무라이도 사야겠네요. 아 좋은 책을 읽고 있어서 너무 기뻐요! >.<

단발머리 2022-06-10 14:14   좋아요 2 | URL
저도 미미님 <침묵> 리뷰 보고 엔도 슈사코에 관심 생겼거든요. 근데 저는 관심에서 끝나고 락방님은 지금 읽고 계시네요.
사무라이, 깊은 강으로 이어지는 추천 릴레이 어쩔까요? ㅎㅎㅎㅎ

다락방 2022-06-10 14:18   좋아요 3 | URL
최근에 되게 별로인 소설책들을 읽었었는데 이렇게 좋은 소설을 읽게 되니 넘나 좋네요,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님도 엔도 슈사코 월드로 이제 합류하세요! ㅎㅎ

미미 2022-06-10 14:31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도 읽어보신다면 슈사쿠에 반하실거예요*^^* 다락방님도 말씀하셨듯이 소설읽는 맛이 있고 소설을통해 삶의궁극의 가치는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작가예요 추천릴레이는 계속되어야합니다ㅎㅎㅎ

공쟝쟝 2022-06-10 14: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 읽는데 왜 영화 자산어보 생각나죠? ㅠㅠㅠ
저는 종교나 신의 존재 보다는 어떤 믿음에 대한 자기최면적 태도에 대해 생각이 많아요.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특히 비트코인. 그걸 믿는 자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 ㅋㅋㅋㅋㅋ. (아놔 지금 숭고한 어떤 미학에 다가 이상한 욕망 들이댄거지?) 하지만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과 이것(종교적 신앙)이 다를까요? 같을까요? (네 다를거 같네요 ㅋㅋㅋ 적어도 전자는 순교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체험 만큼은..?.. 응?

잠자냥 2022-06-10 13:20   좋아요 4 | URL
악 비트코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6-10 13:32   좋아요 2 | URL
루나2.0에게 쓸쓸한 애도를.
참고로 저는 미약한 믿음을 철회하고 ㅋㅋㅋ 이제 비트코인을 둘러싼 이들의 심리 조절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주식도…)

다락방 2022-06-10 13:56   좋아요 5 | URL
저는 그것이 뭐가 됐든 나에게 좋다고 확신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걸 남에게도 굳이 주입하려고 하는게 진짜 너무 싫거든요. 위에 제가 인용해놓긴 했는데, 굳이 왜 일본까지 와서 자신의 신을 믿으라고 하고 있는것인가, 라고 생각하면 역시나 종교엔 회의적이게 돼요. 물론 ‘그런데 사람들이 믿겠다는 신이 누가 됐든 그들을 왜 박해하고 고문하고 굳이 못믿게 하려고 하나‘ 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어요. 이 모든것들은 행하는 자들이 저마다의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걸 선이나 타인을 위한 마음으로 포장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냥 자기 삶 강요에 다름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굳건한 신념 이라는 것, 그게 대체 뭘까요. 그것은 왜 얼핏 좋아보여도 자기 파멸에 이르기도 하는걸까요. 아무튼 좋은 책입니다...(비트코인..... 에는 관심 없는 1인)

독서괭 2022-06-10 16: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크.. 지금 북플의 대세는 엔도 슈샤쿠인가요! 대화에 참으로 끼고 싶지만 이미 6월달 두권을 사버린 저는 손가락 빨며 지켜만 봐야겠군요.. ㅠㅠ 저는 무신론자 내지 불가지론자이지만 종교를 믿는 건 또 별개의 문제라고는 생각해요. 종교가 아니더라도 어떤 신념.. 신념을 가진 사람은 강해지지만 그게 좋은 쪽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저는 약한 인간이라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기치지로에 역시 공감합니다.
다락방님 베트남에 정착하시면 저 찾아가도 되나요?>ㅁ<

잠자냥 2022-06-10 17:02   좋아요 5 | URL
엄허 거기서 정모 ㅋㅋㅋㅋ 예약한 사람 자냥, 라파엘, 괭... ㅋ

다락방 2022-06-10 17:11   좋아요 6 | URL
신념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거죠. 사실 저도 신념은 반드시 지켜야한다 그것을 내던지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요, 필립 로스 읽다보니까 ‘그런데 그게 항상 선인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너무나 약한 인간...

독서괭 님, 물론입니다. 베트남에 정착하면 찾아오세요.
제가 괭님과, 잠자냥 님과, 라파엘 님과의 정모를 위해서라도 베트남에 정착하는 시간을 인생에서 꼭 갖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여정쌤이 미국 가서 친구들 불러 모았듯이 베트남 가서 친구들 불러 모을게요. 단, 내 친구들은 한국에서 와야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6-10 18:01   좋아요 5 | URL
씐난다~~😆😆😆
 
사랑은 왜이렇게 어려운가














코넬은 렌트비가 없어서 집에서 나와야했고 메리앤이 기꺼이 함께 있자 할 줄 알았지만 메리앤은 '너 그럼 고향으로 가겠네?' 라고 말을 했더랬다. (먼댓글 연결된 어제 페이퍼 참고) 나는 그들 사이의 빈부의 격차가 야속했고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해 떠나는 상대를 두고 보는 그들이 안타까웠다. 그런 한편, 코넬은 코넬대로 자신에게 돈이 없다는 걸 말하는 게 싫었겠지만, 메리앤은 자신과의 관계를 감추고 싶어했던 코넬이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나랑 함께 머물고 싶을 거란 생각을 할 수 없을 거라는 것 때문에 안타까웠고. 그래도 더 다가가보지, 한 걸음만 더 내디뎌보지, 했던게 어제였다면, 오늘은 '메리앤은 그럴 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메리앤은 자신있게, 혹은 거절의 두려움을 감당한 채로, '나랑 있을래?'를 물을 수가 없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메리앤의 삶은 위축되어 있었기에. 예쁘고 똑똑해도 가족들로부터도 사랑 받지 못하고 친구도 없었다. 사랑받지 못하는게 다 뭐야.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고 큰 마당이 있는 집에 살지만, 그녀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오빠와 함께 살았고 늘 그 폭력의 대상이 됐다. 엄마는, 그런 메리앤을 알면서도 내버려두었다. 


2011년 8월의 어느날, 오빠는 메리앤의 앞에 서서 메리앤을 한참 무시하다가 엄마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한다.


Don't tell Mam about this, he says. Marianne shakes her head. No, she agrees. But it wouldn't matter if she did tell her, not really. Denise decided a long time ago that it is acceptable for men to use aggression towards Marianne as a way of expressing themselves. As a child Marianne resisted, but now she simply detaches, as if it isn't of any interest to her, which in a way it isn't. Denise considers this a symptom of her daughter's frigid and unloyable personality. She believes Marianne lacks 'warmth', by which she means the ability to beg for love from people who hate her. Alan goes back inside now. Marianne hears the patio door slide shut. -p.65


엄마한테 입도 뻥긋하지 말고. 메리앤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 의미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알았어. 하지만 메리앤이 말한다고 해도 별로 상관없을 것이다. 데니즈는 이미 오래전에, 남자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의 하나로 메리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메리앤은 어린 시절에는 저항했지만, 지금은,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마치 조금도 관심 없다는 듯 그냥 거리를 둘 뿐이다. 데니즈는 이것이 자기 딸의 냉담하고 애교 없는 성격에서 비롯된 반응이라고 여긴다. 그녀는 메리앤에게 '따뜻한 마음'이 부족하다고 믿는데, 그녀에게 '따뜻한 마음'이란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해달라고 애원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앨런은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메리앤은 파티오의 미닫이문이 스르륵 닫히는 소리를 듣는다. -책속에서



왜 엄마 데니즈는 메리앤을 향한 폭력을 멈추라고 말하지 않을까. 왜 메리앤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걸까. 그것도 어린시절부터. 어린 시절부터 함께 사는 남자들은 메리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함께 사는 여자는 그것을 받아들였는데, 스무살의 메리앤이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확신하는 마음이 어떻게 생길 수 있을까. 코넬이 아닌 남자친구에게 '나를 때려도 돼' 라고 자신도 모르게 얘기해버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메리앤은 자신과의 관계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코넬 조차도 받아들이고 견뎠다. 코넬을 만나고 코넬과 섹스하면서 그러나 코넬이 다른 사람에게 우리 사이를 말하지 말라고 할 때 그렇게 했다. 메리앤이 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2013년 1월. 

크리스마스에 집으로 돌아온 메리앤은 긴장한다. 집에 손님이 오면 오빠 '앨런'은 예민해지는데, 손님들이 돌아간 후 설거지하는 메리앤에게 와서는 시험 잘봤다고 잘난척 하는 꼴이 볼만했다고 하는거다. 메리앤에게는 오빠랑 싸울 의지도 없고 오빠의 기분을 건드리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오빠 말이 맞다고 응수하는데, 한순간 오빠의 말에 웃었더니 오빠는 메리앤에게 침을 뱉어 버리는거다. 하아. 매리엔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역겹다고만 말하지만, 그러나 오빠가 부엌을 나간 후 계속 설거지를 하던 메리앤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메리앤에게 다가와 용돈이 든 봉투를 내밀고 네 앞날이 걱정이라 말한다. 아직 대학생인 메리앤에게 앞날이 걱정이라니. 게다가 시험 점수도 좋은 메리앤인데. 메리앤은 아직 자신에게는 많은 길이 열려있다고 하지만, 대학은 너를 보호해주지만 사회(workplace)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거다. 



Well, I doubt anyone in the workplace will spit at me over a disagreement, said Marianne. It would be pretty frowned upon, as I understand. 

Denise gave a tight-lipped smile. If you can't handle a little sibling rivalry, I don't know how you're going to manage adult life, darling, she said.

Let's see how it goes.

At this, Denise struck the kitchen table with her open palm.

Marianne flinched, but didn't look up, didn't let go of the envelope.

You think you're special, do you? said Denise.

Marianne let her eyes close. No, she said. I don't. -p.143


글쎄, 직장에도 의견이 다르다고 나한테 침을 뱉을 사람이 누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내 상식으로는, 그건 꽤 비난을 살 일인데.

데니즈는 딱딱한 미소를 지었다. 남매간의 사소한 경쟁심도 감당 못하면, 성인으로서의 삶은 어떻게 꾸려나가려고 그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죠.

이 말에 데니즈가 활짝 펼친 손바닥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메리앤은 움찔하기는 했지만, 엄마를 쳐다보지도, 봉투를 놓치지도 않았다. 

너는 네가 특별한 줄 알지?

메리앤은 두 눈이 스르르 감기게 내버려두며 말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요. -책속에서



어릴때부터 자라온 집에서 함께 살았던 가족이 끊임없이 '넌 니가 똑똑한 줄 알지?', '넌 따뜻하지 않아', '넌 니가 특별한 줄 알지?' 하고 말해오는데 어떻게 거기서 '나는 빛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다' 같은 걸 생각할 수 있을까. 가족과 함께 있으면 긴장하고 위축되고 어쩌면 맞을지도 몰라서 손을 떠는데, 움찔하게 되는데, 그런 틈에서 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이 나를 특별히 사랑할 수 있다고, 나를 그저 나라는 이유로 좋아할 수 있다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오늘 이 부분을 읽는데 메리앤이 코넬에게 '그러면 너 집에 가겠네?'라고 말한게 갑자기 너무 훅 다가오는거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겠어. '나라면 이럴텐데' 라는 말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내가 아닌데. 한 사람에게는 나름의 역사가 있고, 그것이 지금의 그 사람을 만들었고 그래서 그런 결정을 하게 만든건데. 아 너무 아프다 진짜.

대체 왜그래, 왜.  이미 충분히 똑똑한 아이를, 학교에 가면 모두들 똑똑하다고 말하는 아이를, 왜 집에서는 너는 안똑똑해 너는 안특별해 하면서 기를 죽이고 위축되게 만드는거냐고.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메리앤은 자기가 충분히 사랑받아도 된다고 생각을 못하잖아. 네가 아무 이유없이 나를 선택할 수 있다, 네가 아무 이유없이 나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을 못하잖아. 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오늘 부분 읽다가 저 첫번째 인용문, 그러니까 이 책의 초반에, 엄마가 메리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받아들였다는 부분이 자꾸 생각나서 오늘은 그만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주 분량이 많아서 오늘 좀 읽어둘라 그랫는데 너무 아프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기분을 폭력으로 표현하고, 메리앤의 엄마는 자신의 딸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받아들이고. 이게 자꾸 생각나서 미치겠는거다. 어떤 생각들은 금세 잊혀지면 좋겠는데 그렇질 않다. 책을 읽는 내가 이렇게나 생각나는데, 심지어 그걸 겪고 살아온 메리앤은 그걸 어떻게 자기 몸에서, 마음에서, 머리에서 지워낼 수 있을까. 지금의 메리앤을 형성한 것들 중에는 그런 폭력의 기억들이 분명 한 자리를 차지할텐데. 한 걸음 내딛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물론 용기지만 메리앤에게는 더 큰 용기다. 너는 너네 집으로 가고 싶겠지? 라고 말하는 메리앤의 마음이 너무 아프다. 


메리앤은 괜찮아질까? 서른이 되면 좀 나아질까? 마흔이 되면 나아질까? 얼른 독립해서 더이상 집에 가지 않는 생활을 살았으면 좋겠다.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오빠가 있는 곳으로, 그런 폭력을 내버려두는 엄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혼자서도 너무나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나는 충분히 완성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어제 꾸었던 꿈(역시 먼댓글 연결 페이퍼)의 한 장면 역시 계속해서 생각난다. 

꿈속에서 만나지도 않았고 대화하지도 않았지만, 친구를 통해 그가 했다는 어떤 말을 듣고 그 순간 그에게 반했었던 기억이 계속 났다. 현실에서도 나를 수차례 반하게 만들었던 사람은 꿈에서도 나를 반하게 하는구나. 현실에서 매력 터지면 꿈에서도 매력 터지는건가. 오늘은 이게 자꾸 생각나서, 그런데 꿈이라서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꿈인데 대체 왜 현실에서 잊혀지질 않아 나를 이렇게 만드는걸까.


나는 오늘 잘 수 있을까? 

이래저래 마음이 아프구나 ㅜㅜ

잘 시간 지났잖아. 우앙 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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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07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리엔 너무 불쌍해요. 아 진짜 저런 망할놈의 집구석은 빨리 탈출해야 하는데....

다락방 2022-06-08 08:08   좋아요 1 | URL
독립이 가장 간절하지만 그런만큼 독립이 또 가장 힘든 상태인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내 편이 하나도 없는 가족이라니, 너무 절망적이죠 ㅠㅠ

persona 2022-06-07 2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눈 꼭 감고 잘 자요!
가정폭력 너무 아프네요.

다락방 2022-06-08 08:09   좋아요 2 | URL
어휴 어제 잠들기 너무 힘들었는데, 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게 부랴부랴 밤에 글을 쓴 이유입니다. 어떤건 쓰지 않으면 내내 안에 있어서요 ㅠㅠ
고마워요, 페르소나 님.

2022-06-08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08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08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08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부분 읽기 너무 힘들어서 엄청 빨리 책장을 넘겨버렸던 기억이 나요.. 다른 몇몇 장면들도요. 올라오는 노멀 피플 글 보면서 원서로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시 읽는 내내 힘듦을 감당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ㅠ

다락방 2022-06-08 08:12   좋아요 1 | URL
저는 몇해전 번역본 읽었을 때 이렇게까지 아프진 않았거든요. 서로에 대한 확신 없음, 빈부격차, 가정폭력에 대한 키워드를 다 알고 있었고 안타까웠지만 이렇게까지 가슴 아프진 않았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번역본과 원서라서 다른건가 아니면 그 사이에 시간이 나를 다르게 만든건가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다시 읽기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라파엘 님. 아픈거 알면서 또 갈 필욘 없지 않을까요?
조만간 샐리 루니 신간이 번역되지 않을까요? 샐리 루니의 신간을 읽는 쪽이 어떨까, 조심스레 제안해봅니다. 왜냐하면 저도 읽을 거라서요.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2-06-08 08: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코넬 용서했다가.... 다락방님 이 페이퍼 읽으니 다시 코넬이 미워지네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거 이해하지만... 전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투명인간 취급 받았던 여자 마리앤보다 돈 없는 남자 코넬이 훨씬 유리한 위치였다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에 마리앤이 당한 육체적, 정서적 학대를 포함하자면.... 아, 코넬 원망하고 싶네요. 흐미

다락방 2022-06-08 08:15   좋아요 3 | URL
제가 어제 단발머리 님의 이 댓글을 그대로 페이퍼에 썼다가 지웠어요. 코넬이 안됐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네, 하면서요. 그래서 적었다가, 아니 그런데 누구나 다 자기 손에 가시가 제일 아픈거 아닌가 싶으니까 지우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 당시에는 코넬이 아직 메리앤의 이 상황을 모르죠. 가족 얘기를 하지 않고 사이가 안좋다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까요. 번역본을 먼저 읽었던 제가 살짝 스포일러 하자면 그러나, 가정폭력의 생존자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됩니다. 나중에요. 어휴.. ㅠㅠ

단발머리 님, 저 왜이렇게 아프죠? ㅠㅠ 어휴 이 댓글 쓰는데 너무 눈물이 나네요 ㅠㅠ 힝 ㅠㅠㅠ

단발머리 2022-06-08 08:1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코넬도 파랗게 젊고 마리앤의 사정을 모르고… 그렇게 사랑은 오해를 타고 빗나가네요. 울지 마요, 다락방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ㅠㅠㅠ from 김광석 ㅠㅠ

다락방 2022-06-08 08:31   좋아요 3 | URL
그래서 사랑은 그저 내가 아닌 다른 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세상을 받아들이는 일인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어긋나고 그래서 고통스럽고... 역시 사랑은 비효율적이라는 오늘 트윗에서 본 구절이 생각나네요. 그런데도 다들 열심히 사랑하고 살고 있네요....

거리의화가 2022-06-08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전 글 읽고 돌아와서 이 글을 읽는데 흠... 메리앤이 코넬에게 했던 말이 이해가 되고도 남네요. 에효~ 둘 사이에 빈부격차가 문제도 크지만 메리앤이 저런 환경에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엄마도 오빠도 답이 없네요. 저런 집은 있어봤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소모만 될 뿐일텐데요ㅠㅠ 그렇다고 가족인데 탈출도 못하고. 휴... 더 못 읽으실만하네요ㅜㅜ

다락방 2022-06-08 09:23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거리의화가 님. 어제 이 부분 읽는데 그간 메리앤의 행동이 다 이해가 됐어요. 충분히 똑똑한 사람임에도 가까운 사람들이 계속 너는 못났다고 하는데 어떻게 자존감을 키워갈 수 있을까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런 한편, 코넬의 엄마는 매우 좋은 분이신데, 그런 코넬의 엄마를 보면서 부러워도 했을 거고요. 메리앤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지점을 코넬의 엄마는 알아봐줘요. 그래서 멍청한 코넬에게 잔소리하죠. 너 메리앤한테 그렇게하지 마, 라고요. 물론 그건 인간적인 도리로도 그러면 안되는 거였고요.
아휴 어제는 정말 너무 힘들었네요. 나중엔 메리앤이 어떤 환경 속에 자라왔는지 코넬이 알게 되는데, 그걸 알고 싶어서라도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06-08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아픈 소설이군요??ㅜㅜ
완독하고 나서도 한참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시겠어요.
행복하게 결론이 맺어져야 그나마 속 편한데...^^
요즘은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잔상이 남아, 다음 책을 잡고 읽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다락방님은 푸욱 빠졌다가 또 다음 책에도 순식간에 몰입해서 푸욱 빠지시고...또 다음 책에도...아마도 공감대와 사고 확장의 폭이 넓으신 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도서관에 가면 이 책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
예전에 책 제목을 보긴 했었는데 빌려 오려다 대출 책들이 너무 많아서 읽길 포기했었는데 아쉽군요^^

다락방 2022-06-08 13:43   좋아요 1 | URL
저 이미 번역본으로 다 읽은 책인데도 이렇게 마음이 아프네요. 다 아는 얘긴데도 왜이래요 진짜 ㅠㅠ
얼른 읽고 다른 좀 더 밝고 통통 튀는 걸로 읽고 싶어요. 행복하고 싶고 기쁘고 싶네요. 에휴..

제가 지금 이걸 읽을 때가 아닌데, 가부장제의 창조 읽어야 되는데, 머릿속엔 가부장제의 창조를 넣어두고 몸은 다른 책들 읽고 있고.. 초조합니다, 책나무 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22-06-08 18:39   좋아요 0 | URL
초조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락방님은 할 수 있어요!!!
이제 겨우 9일이에요^^
이번 주는 원없이 다른 책 읽으셔도 무방하실 거에요.
다음 주부터 시작하셔도 진도 빡~~!!!!
일찍 시작하여도 세월아 내월아~ 전 그렇네요?ㅋㅋㅋ
하지만 다락방님은 할 수 있어요^^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반드시 내가 처리해야 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어떤 일 때문에 저기 먼 데로 비행기를 타고 갔다. 그러나 회사에 휴가를 길게 낼 수 없어 그곳에서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은 회사 일이 아니라 그렇다고 내 일이 아니라, 내가 아는 그 사람에 관련된 일이었다. 그게 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데 반드시 내가 해야 했다. 나만이 할 수 있었다. 내가 그 능력과 내가 그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훌쩍 그곳으로 급하게 갔지만 그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그는 큰 빌딩의 한 층에 살고 있었고 그곳에는 나의 상황과 나의 마음을 알아 나를 도와주고자 하는 친구도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알라디너였다.) 친구는 나를 맞아주고 내가 일을 해결하게 도와주었다. 나는 그곳에 있었던 만큼 그를 만나고 싶고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여기에 있음을, 여기에 와 있음을 그에게 알리는 것 뿐이었다. 우연인 척 내가 여기 있음을 그에게 알릴 수는 있었지만, 한순간 우리는 마주쳤지만 인사도 할 수 없었고 나는 얼른 두려운 마음에 돌아섰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나는 그가 내일 캠핑을 가서 하루 자고 올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내일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더이상 만나지 못하는건가. 내가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면 여기에 다시 오게 될지도 알 수 없고 온다면 언제 올지도 알 수 없는데, 오늘이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데 이렇게 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건가. 나는 초조해졌다. 그와 나 사이에는 문이 있었다. 나는 문 밖에 있었고 그는 문 안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은 너무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것은 나에게나 용기이지 상대에겐 실례일 수도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문을 두드릴 수도 열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문을 열고 나온다면 우리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오늘을 이야기로 마무리 할 수도 있을 터였다. 나는 우연을 기대했다. 그와 내가 마주칠 우연. 그것만이 우리를 잠깐의 만남으로 혹은 대화로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우연에도 의지는 필요했다. 우리가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을 위해서는 문 안의 그가 문을 열고 나오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필요했다. 그 의지는 그러나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것이 아니라 그의 것이었으니까. 그의 의지까지 내가 어쩔 순 없는 것이었다. 어쩌지, 이 밤이 끝이다. 이 밤이 지나면 우리는 영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주하지도 못한 채로 나는 잠에서 깼다.




깨고 나서 한참을 마음이 아팠다. 조금만 더 시간을 줘보지 왜 벌써 깼을까. 조극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어쩌면 만났을지도 모르는데. 너무해. 언제 꿈을 깨버릴지 모르니 나는 진작에 용기를 냈어야 했던걸지도 모르겠다.  어떤 용기는 너무 늦다. 너무 늦으면, 그것은 용기가 아니다.


이 슬픔 꿈을 꾸며 뒤척이게 됐던 것은 최근에 읽은 <NORMAL PEOPLE>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난주 분량을 읽으면서 너무 아팠는데, 아마도 그래서 나는 이렇게나 슬픈 꿈을 꾸게 된 건 아닐까.

















대학에서 재회한 메리앤과 코넬은 다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는 누가 니네 같이 자는 사이지? 물어도 부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메리앤도 코넬도 서로와 있을 때 자신이 가장 자신다워진다는 것도 안다. 우린 역할극을 할 필요가 없이 서로에게 편하게 녹아든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코넬이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코넬에게 근무 시간을 줄일 것을 요청했다. 장사가 잘 안돼 언젠가 문을 닫을 것이라 짐작 했지만 이렇게 코넬의 근무 시간을 줄여버리면 버는 돈이 더 적어진다. 지금도 친구랑 사는 방값을 간신히 내는데 이를 어쩐담. 대부분의 날들을 메리앤의 집에 가서 시간을 보냈고 그 때 메리앤이 식사값도 댔고 맥주도 샀다. 영화티켓도 메리앤이 결제한다.

메리앤은 이에 대해 한 번도 불평한 적도 없고 불만을 가지지도 않았고, 그걸 코넬도 안다. 그리고 지금 방값을 더이상 낼 수 없어 메리앤에게 '나 다시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너랑 좀 지내고 싶은데'하면 메리앤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그러라고 할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 말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둘이 만나고 또 오래 함께 지내는 사이여도 좀 어렵다. 메리앤은 돈 걱정 없이 살아온 사람이고, 계층이 다르다고 코넬은 느끼는 터라, 그 말을 꺼내는 것은 큰 마음먹기가 필요하다.


나는 롯데리아에 앉아 미숫가루를 시켜 먹으면서 이 부분을 읽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나의 노동자모드가 장착되는 걸 느꼈다. 이상하다, 이것은 너무나 이상하다. 왜 어떤 사람은 일을 하는데도 방값을 낼 수 없을까. 왜 어떤 사람은 일을 하지 않는데도 맥줏값이며 밥값을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을까. 돈을 쓰려면 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벌려면 노동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왜, 노동하는 코넬은 돈이 없고 노동하지 않는 메리앤은 돈이 있는걸까. 왜. 왜 노동하면서도 비참함을 느껴야 하지? 왜?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왜 세상은 이따위지? 


이건 비단 코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다. 어떤 사람은,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서는 그걸 '금수저' 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돈을 갖고 있다. 굳이 노동하지 않아도 매일 노동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갖고 더 좋은 것을 사고 더 맛있는 것을 먹는다. 어떤 사람들은 노동하지 않아도 게속 큰 돈이 들어오고 어떤 사람들은 노동해도 먹고 살기가 힘들다.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 열심히 노동하는데 왜 비참해야 하지. 열심히 노동하는데 왜 아쉬운소리 해야 하고, 열심히 노동하는데 왜 빈부격차를 느껴야 하지? 왜?



자, 코넬은 어렵지만, 메리앤에게 얘기한다. 코넬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나는 룸메의 집에서 나와야 하고 렌트비를 벌 때까지 너랑 좀 있고 싶은데, 였다. 그러면 다음 수순은 당연히 메리앤의 '그렇게 해' 였다. 


Hey, listen. By the way. It looks like I won't be able to pay rent up here this summer. Marianne looked up from her coffee and said flatly: What?

Yeah, he said. I'm going to have to move out of Niall's place.

When? said Marianne.

Pretty soon. Next week maybe. -p.123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있잖아, 나 이번 여름에는 렌트비를 댈 수가 없어. 나의얼의 집을 나와야 해. 다음주에는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아, 라고 코넬이 말한다. 그러나 그 다음의 상황은 코넬의 짐작대로 되질 않는다.


Her face hardened, without displaying any particular emotion. Oh, she said. You'll be going home, then. -p.123


메리앤은 코넬의 말에 '우리집에서 있어'라고 하질 않고 '오, 그러면 너는 너네 (엄마가 있는)집으로 가겠네' 라고 하는거다. 이에 코넬은 당황한다. 이게 아닌데. 그런데 거기다 대고 이제와 자신의 뜻을 밝힐 수가 없다. 코넬은 숨이 막히는 걸 느끼면서 '응 그렇겠지' 한다. 메리앤은 자신이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보면서 '너 그러면 9월에 돌아와야겠네' 하고 코넬은 그렇다고, 학교는 계속 다닐거라고 말한다. 



So you'll only be gone three months.

Yeah.

There was a long pause.

I don't know., he said. I guess you'll want to see other people, then, will you? -p.124



너 3개월 동안 없네, 하는 메리앤의 말과 이어지는 잠깐 동안의 침묵. 그리고 코넬은 자신이 옆에 없을 그 3개월의 시간동안 메리앤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말을 한다. 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을 수도 있겠지? 


Finally, in a voice that struck him as truly cold, Marianne said: Sure. -p.124



그래서 둘은 헤어진다. 둘다 헤어질 생각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는데 한순간에 헤어지게 된다. 둘다 서로를 좋아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잘 맞는다는 것도 알고, 서로가 서로를 향해 '너같은 사람은 없어' 라고 하면서도 헤어지게 된다. 코넬은 테이블에 얼굴을 박고 울고 싶어한다. 이야기가 왜 이렇게 진행되었지? 너무 울고 싶다. 이게 아닌데. 그런데 너무 늦었어. 아니, 언제 늦어버린거지? 왜 늦었지? 울고 싶다. 그리고, 나도 울고 싶다. 이 짧은 대화가 진행되는 방식이, 흐름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마음과 다른 말들을 하게 되는 그들이 너무 아파서. 이미 벌어진 일이니 '만약'은 부질없다지만, 만약 코넬이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면, 만약 코넬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돈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도 된다. 굳이 힘들게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사실 나 렌트비가 없어, 라고 말을 꺼내는 일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그 말을 꺼내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그런데 상대가 '그러면 너 집에 가겠네?' 라고 해버리는데에야 더 어떻게 대응한단 말인가. 


메리앤으로서도 당황했다. 메리앤이라고 이 모든 일들이 쉽고 좋았던 게 아니다. 만약 메리앤이 들은 말이 '나 렌트비가 없어서 나와야 돼' 가 아니라, '나 렌트비가 없어서 머물 곳이 필요한데 너랑 같이 있어도 될까?' 였다면 메리앤은 거침없이 고민없이 그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메리앤이 들은 말은 렌트비가 없어서 집을 나와야 한다는 거였고, 메리앤으로서는 그 말에서 '나랑 있고 싶어한다'는 걸 캐치할 수가 없다. 왜? 메리앤으로서는 이미, 코넬이 자신을 부정했던 시간들을 갖고 있다. 자신을 만나면서도 자신을 만난다는 걸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던 코넬을 알고, 자신을 만나면서도 졸업파티에는 다른 여자를 데려갔던 코넬을 안다. 메리앤은 코넬을 좋아하지만 코넬이 자기가 좋아하는 크기만큼 자기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나랑 있자' 라고 하는 데에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감히 거기까지 생각할 수도 없다. 코넬이 나랑 머물고 싶어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메리앤으로서는 할 수가 없다. 그들에겐 그들을 감추고자 했던 코넬이라는 과거가 있다. 


결국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들은 어긋난다.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나를 그만큼까지 좋아하는 건 아닌것 같아. 따지고보면 그들은 이제야 비로소 같이 자는 사이냐, 만나는 사이냐에 '그렇다'를 할 뿐, '우리는 연인이다' 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너네 연인이지?' 라는 물음에는 '아니야' 라고 말하니까. 오픈 릴레이션십? 하아- 그건 결국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게 만든다. 어디서 쿨한 척이야 쿨한 척은. 세상에 쿨한건 없다니까? 쿨한 척 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만약 코넬이 메리앤의 사랑을 확신했다면 그리고 메리앤이 코넬의 사랑을 확신했다면 이들은 완전히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이들이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한마디를 더 할 수가 있었다.


나 갈 곳 없는데 너랑 있게 해줄래? 였다면 메리앤은 응, 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 위해서는 코넬에겐 좀 더 자신감과 확신이 필요했다.

나 갈곳 없는데, 라는 말을 들은 메리앤이 코넬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걱정하지 말고 나랑 있어' 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랑 있자는 제안이 그에게 부담이 될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고, 나랑 있는 걸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고, 거기에서 거절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없었을 테니까. 그들이 진작부터 서로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않았더라면 이야기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고, 코넬은 아이처럼 울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이제 그들은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기로 한것이다. 맙소사.

게다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 라니. 만약 코넬이 3개월간 기다려줘, 라고 했다면 메리앤은 응 이라고 했을 거다. 메리앤으로서도 다른 사람 만나고싶지? 라는 말을 들은게 얼마나 아팠을까. 물론이지, 라고 답을 하는 그 마음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 그런 말을 들을거라고 메리앤도 생각하지 못햇을 것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잘못했고 그런데 서로를 탓한다.


메리앤은 헤어지고난 후 결국 '내가 맥주며 밥이며 다 사줬는데 날 차버리네' 라고 생각하고

코넬은 헤어지고난 후 결국 '다른 사람 만나고 싶어서 나랑 헤어지길 기다렸네' 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이렇게나 어긋날 일인가. 그런데 이 어긋남의 기원을 찾아 올라가보면, 거기엔 빈부의 격차가 있는 거다. 이 사랑이 헤어지는 것은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인게 아주 크지만, 그러나 애당초 서로에 대한 확신을 확인할 필요가 뭐가 있느냔 말이다. 같은 정도의 경제적 상황이었다면 확인하고 점검하는 순간 조차 필요가 없었을텐데. 사귀는 동안엔 사실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헤어지고 나면 너무나 명백한 헤어지는 이유가 된다. 코넬은 렌트비를 댈 수 없었고 결국 그 일은 '너 다른 사람 만나고 싶겠네?' 라는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아 너무 아프다. 진짜 너무 아프다. 나는 너무 아팠다. 코넬이 테이블에 얼굴을 박고 울고 싶다고 했을 때, 이야기가 왜 이렇게 됐지? 라고 절망할 때 같이 절망했다. 게다가 롯데리아의 미숫가루라떼는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이 없었다. 정말 맛없었다. 여러분 먹지마요, 비추비추. 



사랑이 너무 어렵다. 사랑은 너무 어렵다. 사랑은 빈부격차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더 어렵다. 우리의 모든 상황이 비슷했다면 이렇게까지 어렵지 않았을텐데. 한쪽은 돈이 너무 없고 한쪽은 돈이 너무 많으면, 어떻게든 삐끗한 결말을 맺고야 만다. 사이가 좋을 때는 문제되지 않았던 것이 사이가 나빠지면 바로 그 문제가 된다. 내가 돈 다 썼는데 날 버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니까. 그렇지만 사귀는 동안 너무 좋았잖아. 일 끝내면 내 집으로 와서 나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섹스도 하고 서로를 품에 안고 잠드는 시간들이 좋았잖아. 그러면 그냥 응 맞아 우리 사귀어, 우리가 연인이야, 라고 했으면 좋았잖아. 그랬으면 우린 연인이야 라는 서로에 대한 소속감이 있었을 것이고, 나는 저 사람의 연인이고 저 사람은 나의 연인이다 는 이야기의 흐름을 완전히 다르게 바꿔놓을 수도 있었다고 이 빵꾸똥꾸들아.


코넬은 왜 일을 해도 돈이 없을까. 왜. 세상은 뭘까.

그리고 이 철없는 젊은이들이여. 너네 연인이야? 라는 물음에는 왜 계속해서 아니라고만 해? 심지어 코넬은 엄마가 너네 헤어졌니? 라는 물음에 우리 사귄적 없다 라고 해버린다니까. 도대체 뭐하는 시추에이션이니, 너네... 그런 한편, 그러나 우리가 사귀는 것을 메리앤의 집에선 허락하지 않을거야, 우리에겐 계급 차이가 있으니까, 라고 코넬은 생각한다. 너가 부자이고 내가 가난한 것, 이것은 사랑이라고 해도 극복하기 힘든 문제이다 나는 우린 계층이 다르다고 생각할만큼 부자 남자를 만난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어마어마한 부자, 그러니까 그레이 같은 부자를 만난다면 어떤 마음일까? 계속 일할 것이다. 사랑이란 건 어느 순간 돌변해버릴지도 모르니까. 

얘들아, 부자 연인 만나도 일을 놓지마. 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갈 길을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해!!



자, 이들 관계의 종료는 누가 말한걸까. 이 관계의 끝은 누가낸걸까?

코넬로서는 이 관계의 종료를 메리앤이 선언한 셈이다.

메리앤으로서는 이 관계의 종료를 코넬이 선언한 셈이다.

'우리 그만 만나자' 라는 말을 한 사람이 상대를 찬 게 아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면, 종료의 말은 내가 했을지언정 종료 자체는 상대가 한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그 상황도 그 말도 모든게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코넬로서는 이 관계의 종료를 메리앤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메리앤이 원한건 이 관계의 끝이 아니었다. 메리앤으로서도 이 관계의 종료를 코넬이 했다고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러나 누구보다 메리앤과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이 코넬이다.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더 오해를 자주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오해는 결국 우리를 아프게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를 아프게 만든건 상대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자신이 행한 우리의 오해이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의 후속편 <일곱 번째 파도> 생각도 났다. 에미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에미의 행복을 위한게 무엇인지 레오는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적으로 에미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다. 이 점을 레오는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당신에게 가장 좋은 길을 택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 자신이 당신에게 가장 좋은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 했어요. 유감이고 불행이에요. 기회를 놓쳤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p.242)








메리앤과 코넬은 상대에게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한다면서 결국 상대에게 가장 좋은 길을 내던지고 있다. 그들은 서로에게 그들 자신이 가장 좋은 길이다. 그런데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고 있다. 그 점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그러나 그들은 아직 젊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빨리 그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고작 대학생이잖아. 아직 대학생이잖아. 나를 봐, 나는 여전히 기회를 놓치잖아.



나 역시 어떤 오해로 상대의 손을 놓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아마 상대 역시 어떤 오해로 나와의 관게를 종료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에미는 자신에게 좋은 길을 알았다. 나 역시 나에게 좋은 길을 알았다. 에미의 상대도 그걸 몰랐고 나의 상대도 그걸 몰랐다. 유감이고 불행이다.



샐리 루니를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러고보면 샐리 루니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빈부 격차를 표현했다. 이미 모든 걸 다 갖춘 삼십대의 남성과 아버지가 용돈주는 걸 까먹으면 밥값도 없는 대학생 여주인공. 어쩌면 샐리 루니가 천착하는 것은, 이 사회의 빈부격차로 인해 어긋나는 관계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빈부격차이지만, 그 빈부격차로 인해 우리가 서로를 오해하고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결국 관계의 종료를 선언하는 일. 종료를 바란 적 없으나 종료가 되었던 일.



메리앤과 코넬이 너무 슬프다. 바보들, 이 바보들아!!!




토요일에는 친구들을 만났다. 코로나로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 지적인 대화가 늘 그리웠던 터, 친구1은 자리에 앉자마자 한나 아렌트 얘기를 꺼냈고, 친구2는 헤어지는 순간에 양자 역학 얘기를 했다. 저기, 친구들아, 내가 지적인 대화를 원했지만 이렇게까지 지적인 걸 원한 건 아니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잔나비 최정훈을 좋아하게 되었다. 너무 어려서... 좀 거시기하지만 소울메이트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이 노래 들어보니 이 가수는 아마도 시집을 종종 읽는가보다 싶다. 감성은 나랑 결이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좋은 소울메이트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소울메이트 필요하면 (비밀)댓글 달아주세요. 저는 진짜로 엄청나게 좋은 훌륭한 소울메이트가 된답니다? ㅋㅋㅋㅋㅋ 세상 천지 다 뒤져봐라, 나같은 소울메이트가 있나. 없다. 

물론, 당신도 괜찮은 사람이어야만 우리 사이에 소울메이트가 가능하다.


비도 멎었고 낙지볶음이나 포장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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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대가 아닌 고독으로만 성취할 수 있는 강인한 우정(혹은 이상주의)에 대하여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6-07 10:26 
    자리에 앉자마자 왜 한나 아렌트에 빠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각자의 치임 포인트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이데거 쓰레기!를 도합 열 번 씩은 외치고… 벤야민 이야기를 하다 갑작스럽게 도나 해러웨이로 대화의 주제가 이어지면서 우리 앞에 구워지고 있는 것이 삼겹살이라는 사실에 잠시 아이러니를 느끼다가… 또… 에 … 그러니까 도나의 심오함은 너무도 심오해서 <육식의 성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입장과는 핀트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 않느냐고
  2. 마음이 너무 아프다 ㅜㅜ
    from 마지막 키스 2022-06-07 22:26 
    코넬은 렌트비가 없어서 집에서 나와야했고 메리앤이 기꺼이 함께 있자 할 줄 알았지만 메리앤은 '너 그럼 고향으로 가겠네?' 라고 말을 했더랬다. (먼댓글 연결된 어제 페이퍼 참고) 나는 그들 사이의 빈부의 격차가 야속했고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해 떠나는 상대를 두고 보는 그들이 안타까웠다. 그런 한편, 코넬은 코넬대로 자신에게 돈이 없다는 걸 말하는 게 싫었겠지만, 메리앤은 자신과의 관계를 감추고 싶어했던 코넬이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나
 
 
singri 2022-06-06 1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잔나비 최고

다락방 2022-06-06 13:21   좋아요 1 | URL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하아-

미미 2022-06-06 1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혹시 저 또 출연한건가요?(기대ㅎㅎ)
어떻게 꿈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한거죠? 다락방님
책에서도 느꼈지만 소설가적
재능이 있으시다고 생각해요!
속독하게 만드는 흡입력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재능.
저는 꿈이 제법 스펙타클한 편인데 기억이 잘 안나요😭

다락방 2022-06-06 13:22   좋아요 4 | URL
네, 맞습니다, 미미님! 미미님 왜 자꾸 제 꿈에 나오시는거죠? ㅋㅋㅋ 저 이거 쓰면서 ‘미미님은 아마 본인 얘긴줄 아실 것이다‘ 했어요 ㅋㅋㅋㅋ 이상한 촉이랄까 ㅋㅋㅋㅋㅋ 꿈에서 저를 도와주셨어요! 감사한 분 ㅠㅠ
저는 소설가가 오래 되고 싶었으나 소설을 쓰는 것보다 읽는 걸 더 잘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소설가가 되는 꿈에는 세이 굿바이를 합니다.. 흑흑. 그렇지만 말씀 감사해요!!

공쟝쟝 2022-06-06 14: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이 절망하다가 미숫가루 라떼 맛없어서 더 절망스러운 거 너무 알 것 같다... 근데 태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나비씨... 당신...... ㅋㅋㅋㅋㅋ 다락방의 소울메이트가 되시려면 나이 마흔 넘어서도 죽을 때까지 매일 일기를 쓰셔야해요. 거기에 전완근 등근육 있어야하는데... 쟈긴 목소리가 좋으니까 일단 근육 잠시 빼놓고 뇌근육부터.. 단련.... 헝.. 근데 혹시 같은 업계 너드커넥션 서영주랑 친해요? 난 그분이 좋은 데..혹시 소울 메이트 되면 나 다락방 친구니까 나 서영주 소개시켜줘. 난 소울메이트는 필요없고 고막 남친... .
코넬, 매리엔.. 이 미련한 애들아......... 근데............. 니들은 나이라도 어리지....... 왜 우린... 나이 먹고도 비슷한 짓(자기 기준대로 상대방을 생각해버리는 일)을 반복하니.. 에미와 레오처럼 ㅋㅋㅋ 사랑 어렵다. 계급 어렵다. 역지사지 어렵다. 노동 어렵다. 그리고.. <말과 사물>.. 어렵다............

다락방 2022-06-06 14:42   좋아요 5 | URL
잔나비 최정훈이래요. 아놔 ㅋㅋㅋ 좋아한다면서 이름도 제대로 모르다니, 나야말로 빵꾸똥꾸다 증맬루! ㅋㅋ 페이퍼도 최정훈으로 수정했어요. 그런데 최정훈이 이름이 더 낫다 ㅋㅋㅋ 뭐래 ㅋㅋㅋㅋ 근데 목소리 좋더라고요. 오늘 시장 가는 길에 노래 몇 곡 들었는데 목소리가 좋았어요. 노래 부르는 목소리. 저는 노래 부르는 목소리 권인하 스러운 건 너무 싫어가지고 ㅋㅋㅋ 근데 잔나비 노래 목소리 좋더라고요. 아오 ㅋㅋㅋㅋ 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럽다 ㅋㅋㅋㅋㅋㅋㅋ 서영주는 또 누구람? 있어봐, 내가 최정훈 하고 소울메이트 되면 우리 쟝쟝이한테 서영주 좀 소개시켜주자, 할게요. 딱 기다리고 있어봐요.

사랑 어려워. 코넬 메리앤 아직 넘나 젊어. 젊고 빈부의 격차가 있으니 사랑이 얼마나 더 어렵겠어요. 나이 들어도 어려운데 ㅠㅠ 사랑도 어렵고 노동도 어렵고 공부도 어렵고 인생이 어렵다... 에휴.........

공쟝쟝 2022-06-06 14:40   좋아요 3 | URL
아 못살아 진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잔나비야 미안하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근데 이름 어차피 못외울거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서영주...!!! 너도 (이 댓글 달려고) 검색해서 알았어 ㅋㅋ 곧 까먹을 이름임 ㅋㅋㅋㅋ 아마 내일은 기억 못할거야.. 미안하다..증멜루...ㅋㅋㅋ
내가 라가슈, 뒤메질, 이폴리트, 캉길렘 이런 사람들 이름은 외워도 (누구냐고요? 푸코의 스승들입니다) ..... 가수 이름은 절대 못 외우지... 노래를 100번 들었어도...... 가수가 누군지를 몰라 나는... 하아.... 미쳐버릴 정도로 고급진 뇌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06 17:51   좋아요 2 | URL
잔나비.. 가방 속에 언제나 시집 넣고 다니는 청년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넣고 다니는 쪽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잔나비야, 잘 살자. 흠흠.

공쟝쟝 2022-06-07 10:15   좋아요 1 | URL
그래 잔나비.. 되도 않는 시인 되겠다고 깝치다가 박읍읍 같은 관종 되지 말고 응?! 조심해!!! 가사 잘쓰니까 그거 계속써~ 누나도 오늘은 니 음원으로 스밍간다.

다락방 2022-06-08 08:07   좋아요 2 | URL
앗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인데요. 글 쓴다고 깝치지 마라, 그게 인생 똥칠하는 지름길이다... 하는 거요. ㅋㅋㅋㅋㅋ

2022-06-06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6-06 13:02   좋아요 1 | URL
으앗 감사합니다! 지금 최정훈 으로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mini74 2022-06-06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헤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 격차ㅠㅠ자격지심에 무시하는 것 같아서 차마 말을 못해서 자존심에. ㅠㅠ 왠지 사랑마저 돈이 있다면 쉬워질거 같아 씁쓸하지만 또 돈이 넘쳐나도 헤어지고 울고 죽고 하니 … 사랑에 딱 알맞은, 이별에 돈은 상관없을 수 있는 재산정도는 얼마일까요 . 전 예전 모대학대나무숲 게시판에 너무나 가난했던 여자애가 자신과 헤어진 남친에게 그동안 너무나 고마웠다고 밥값 영화비 다 내주고 네덕에 회도 먹어보고 뷔페도 가보고 했다고. 좋은 선물 하나 못해줘 미안하다는 글 보고 넘 슬펐던 기억이 다락방님 글 읽으니 떠오르네요 붙잡고 싶어도 잡지 못하는 마음엔 더 잘해줄 수 없음을 , 짐이 될거란 맘도 있겠지요. 잔나비 노래 좋지요 *^^*

다락방 2022-06-06 17:10   좋아요 3 | URL
맞아요. 자격지심이라는 걸 갖지 않고 살면 좋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가지고 있죠. 그들 사이에 커다란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자신의 약점들을 극복하고 함께 앞으로 갈 수 있겠지만 그건 정말이지 너무나 어려운 일인것 같아요. 가난은 사람을 참 못나게 만들어요. 남들 다 경험한 것을 나는 경험해보지 못하게 하니까요. 렌트비가 없어서 사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 그리고 갈 곳이 없는(물론 엄마 집이 있지만) 젊은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너무 속상해요. 너와 나의 마음만 굳게 챙기기도 어려운데 상황까지 방해를 하다니 ㅠㅠ

잔나비 노래 너무 좋네요. 사실 노래가 너무 좋다기 보다는 잔나비가 더 좋지만요. 그러니까 잔나비보다는 최정훈... 럽..

단발머리 2022-06-06 17: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난이 솔직하게 못하는 하는, 연인에게조차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전 코넬과 마리앤을 원망하고 싶네요. 더 깊은 관계, 더 나은 관계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이 있다는 건데. 내가 좀 못나 보이더라도, 말할수는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요. 막 무릎꿇고 50장짜리 편지 쓰고 집앞에서 기다리고 그런 거 아니어도, 물어볼 수는 있을텐데. 내 맘에 꼭 맞는 사람 만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특히, 섹스에서는 더욱) 안타까움이 뭐 절절히 사무칩니다.
롯데리아에서 미숫가루 안 먹을게요. 글고 잔나비는 사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06 17:17   좋아요 5 | URL
맞습니다, 단발머리 님. 그들에게 더 큰 확신이 있었다면 빈부의 격차를 끌어 안고 앞으로 함께 갈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코넬은 충분히 자신이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니 둘이 함께 더 깊이 이야기하고 한걸음만 더 내디뎠어도 그들은 함께 했을 것인데, 그들은 상대를 사랑하지만 상대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빈부의 격차는 그들의 발목을 잡아버리게 된거죠.
단발머리 님 댓글 읽고나니 정말 그러네요. 섹스가 잘 맞는 사람은 마흔 넘어서도 찾기 힘든건데 뭐 이십대 초반에 찾아버렸으니... 그후에 메리앤은 연애에서 역할극을 하려고 하잖아요. 자신을 시험해보려고 하고. 그냥 자기 그 상태 온전하게 있어도 되는 상대를 놓쳐버린게 그러나 또 완전히 놓고 싶진 않아서 어정쩡하게 유지하는게 안타깝고 또 안타까워요. 휴..

단발머리 님 덕에 최정훈 이름을 외울 수 있게 되었어요. (이 팁을 알려준 쟝님께 감사) 너무 오랜만에 젊은 남자사람에 대한 호감이 생겼네요. 어떤건지............잊고 살았는데요..............가슴 속에 사랑이 자라납니다. 무럭무럭..

새파랑 2022-06-06 16: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곱번째 파도 읽어야 하는데 깜빡하고 아직 못 읽었네요 ㅋ 잔나비 저 노래 좋던데 다시 가사를 보니까 정말 감수성이 엄청나네요~!!

다락방 2022-06-06 17:22   좋아요 3 | URL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니 그대 쓰윽 훑고 가래요. 아니 무슨 감성이에요 이게 대체... 시집 읽는 청년일 것 같습니다.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써내는 청년 같아요. 그 감성은 제 감성과는 좀 많이 다르지만... 뭐 그래도 좋습니다. ㅋㅋㅋㅋㅋ

blanca 2022-06-06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샐리 루니 <노멀피플> 저도 정말 좋았어요. 작품이 편차가 좀 있긴 하더라고요. 잔나비 와 저도 팬인데...그 유튜브에 인마이백 보셨어요? 알라딘 서재 데리고 와야 할 것 같던데요. ㅋㅋ

다락방 2022-06-06 17:47   좋아요 3 | URL
제가 노멀피플 읽은게 블랑카 님 리뷰 덕이었어요. 블랑카 님 리뷰 읽고 너무 좋아서 책 읽었는데 전 그 당시엔 딱히 좋지 않았거든요. 근데 이번에 원서로 읽으면서 보니 그 때 블랑카님 리뷰 생각나면서, 아 블랑카 님은 이걸 보셨던거구나! 했어요. 새삼 블랑카 님이 얼마나 책을 잘 읽는 분이신가에 대해 감탄했습니다. 블랑카 님은 진짜 짱이에요!!

그나저나, 인마이백.. 이 뭐죠?( 라고 쓰고나서 검색하고 보고 왔습니다)

in my bag 말씀하신 거군요! 아니, 시집을 읽는 청년일거라 짐작은 했는데 시집을 세 권씩 넣고 다니고 언제나 넣고 다니는 그런 청년이었네요. 게다가 노트까지. 아... 알라딘 서재 이미 하고 있는거 아닌가 몰라요. 정훈씨, 알라딘에 와요. 여기 당신 같은 사람들이 잔뜪이에요. 안그래도 엊그제 친구들 만나서 제가 가지고 다니는 다이어리 꺼내 보여주며 여기다 메모한다고 그랬는데, 잔나비 저랑 같은 류의 사람이네요. 껄껄.
아, 시집 가지고 다니는 잔나비 너무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6-07 10:13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그거 유튜브 보고 왔어요 (이 대화에 낑기고 싶어서) 참고로 잔나비 팬 아니고 다락방 팬입... 그 잔나비가 들고 있던 노트 다락방님 노트랑 크기랑 필기 형태가 비슷하던 데!! (제가 증인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2-06-08 08:07   좋아요 2 | URL
잔나비가 단어 적는다는 패드 나도 있다 ㅋㅋ 집에서 그거 펴두고 메모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나는 다이어리에 메모하고 다니지. 핸드폰 덜 볼라고 수첩 작은거 넣고 다닌다는 것도 너무 좋아요. 그냥 쓰는 청년이라는 게 너무 좋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2-06-06 1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서로 책을 읽고 계셨군요! 멋져요!
지낼 곳이 없어서 나와야만 하는 상황을 저도 겪어봤어요. 정말 다행히도 당시 제 여자친구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말해주었죠.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고시원으로 들어갔을텐데.

이 글 읽으니 갑자기 옛날 생각 나네요. ㅎㅎ

다락방 2022-06-07 08:32   좋아요 0 | URL
헤어짐의 원인은 반드시 빈부의 격차는 아니지만 주요한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책 속의 주인공들이 서로가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그들도 함께할 수 있었을텐데요. 감은빛 님의 여자친구처럼 나랑 함께 살자, 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혹은 너랑 함께 있어도 될까? 할수도 있었을텐데요. 안타까워요.

번역서 옆에 두고 읽고 있습니다. 원서를 온전히 읽을 실력은 아니라서요. 후후

독서괭 2022-06-06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심각하게 읽다가 미숫가루라떼 너무너무 맛없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개그가🤣🤣🤣 잠깐 마음 가다듬고 다시 읽을게요..

다락방 2022-06-07 08:32   좋아요 0 | URL
롯데리아 미숫가루 너무 맛없어요. 아 너무 짜증나요. 절반 이상 남겼네요. 삼겹살 먹으러 가기 전에 살짝 배고파서 먹은건데 살짝 배고픈 채로 먹어도 맛없는 미숫가루... 히융 ㅠㅠ

독서괭 2022-06-0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는 영상이 안 보여서 잔나비의 무슨 노래일까, 역시 ‘주저하는 연인들‘일까 했는데 맞네요 ㅎㅎ 저는 ‘가을밤에 든 생각‘을 우연히 듣고 넘 좋아서 몇곡 들어봤던 가수예요.
둘이 헤어지는 과정이 너무 안타까운데 이해도 되네요. 저런 식으로 서로의 진정을 모르고 어긋나는 일들이 참 많죠.. 이렇게 샐리 루니에 대한 다락방님 평가는 달라지나요?^^

다락방 2022-06-08 08:04   좋아요 1 | URL
제가 이 페이퍼를 올릴 당시에는 저 노래밖에 알지 못했는데요, 그 뒤로 다른 노래들을 들어보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잔나비의 노래는 <사랑하긴 했었나요> 입니다. 아 이 노래 너무 좋아서 완전 반복청취 했어요. 세상에, 쉼보르스카 시집을 들고 다니는 청년이래요. 맙소사. 이런 청년이 있답니다, 독서괭님? 시집을 들고 다닐 것 같은 청년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쉼보르스카 라니. 크- 치인다 진짜. 크-

독서괭 님, 샐리 루니에 대해 평가가 달라질 뿐더러 샐리 루니를 더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빈부의 격차에 대한 것도 그렇고, 제가 ‘확신 없음‘이라고 했던 것도 그 안에 다른 것들이 더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신간 나왔다는데 그것도 읽어봐야겠어요. 휴..

persona 2022-06-07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리앤은 소외당한 경험이 있으니 저럴 수 있다 싶어졌는데요. 그래도 이 커플 너무 의지가 없네요? 너무 흘러가는대로인데요? ㅠㅠ
그건 그렇고 코넬은 좀 다리몽댕이 감인데요? 일단 저라면 오 집에 가게? 라고 물었을 때 올타쿠나, 내가 염치가 모기 똥만큼도 없는 거 아는데, 니 신세 좀 져도 될까? 의 부탁으로 시작해서, 베란다도 좋아, 구걸을 하다가, 니가 날 구해주지 않는다면! 난 길바닥에서 죽을지도 몰라,라는 협박이라도 다시 했을 거 같아요.
근데 이 사람들은 서로가 전혀 쪽팔림을 감수하지 않으려하고, 너무 플로우에 상황을 맡겨버리네요? 그게 정말 슬프네요.
물론 경제적 격차에 지쳐서 그런 말이 안나오는 걸 수도 있겠네요. 그러고 보니. 코넬에게 좀 미안해지네요. ;; 근데 사랑하는데. 으아.
거기다 여친에게 3개월이면 다른 사람에게 반할 수도 있는 긴 시간인데 나 안 잡아? 가 아니고, 3개월이면 딴놈 만날 수도 있겠네? 그럴 거지?, 이 말을 왜 상황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암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너의 의지를 묻는 표현으로 물어버리면 어떡해요. will you라니! 바람의 의지를 확인하려는 듯한 저 태도. 아 증말.
저런 말까지 하는데 매리엔 입장에서도 내 집에 있어란 말 안나올 거 같은데요. Sure 옆에 왠지 새꺄,가 붙어야 할 거 같은;;
참 슬프네요. 그러고보니 급발진 죄송합니다.

다락방 2022-06-08 08:06   좋아요 2 | URL
페르소나 님. 맞아요. 소외당한 경험이 메리앤에게 있습니다. 게다가 무시받고 학대 받았던 경험도 있고요. 이 페이퍼를 쓸 때만 해도 그래서 그렇겠지, 하면서도 ‘그래도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용기를 내!‘ 했었는데, 어제 학대에 대한 부분 읽고 나니, 여기서 더 어떻게 한걸음을 더 내디딜 수 있단 말인가.. 하게 되어서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느냐가 그 사람을 완전히 결정짓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고정시키는 것도 아니지만, 사랑받는 존재라는 자각을 못하게 하거나 뒤로 늦추게 하는 것만큼은 틀림 없는 것 같아요. 어휴, 어제 밤에 조금 읽다가 너무 힘들었네요. ㅠㅠ

페르소나 님, 급발진 할만합니다. 저는 어제 너무 휘청거렸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