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문제구나. 음악이 문제였어.

망상이 폭발하는 건 음악 때문이었다.

며칠전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들었던 음악을 산책하면서 듣는데 머릿속에서 망상 폭발하는거다. 아, 음악이 그런거였구나. 음악이 도와줬어. 마치 영화음악처럼, 내 망상은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며 음악은 배경이 되어주는 거였어. 그 때 내가 들었던 음악은 브루노 마스의 just the way you are 였다.




노래 가사 답게 시작하는 그리고 아름답게 진행되는 망상 속에서 대상을 달리하여 이런저런 스토리를 진행시키다가, 나는 내친김에 브루노 마스의 다른 노래들도 듣는다. 사실 Natalie 를 제일 좋아하긴 하는데, 그건 여자가 돈 갖고 튄 내용이라 브루노 마스가 내 손에 잡히지 않게 도망치는게 좋을 거라고 한다. 나는 노래 들으면서 나탈리, 잡히지마, 도망쳐! 막 이러고. 그러나 내가 연달아 들은 곡은 브르노 마스의 Marry you 였고 이것은 사랑과 연애의 자연스런 수순이라 하겠으나, 나는 무릇 사랑이란 끝이 있기 마련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너무 사랑하는 사람과는 사귀고 싶지 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내가 안그런다고 안그런다고 했는데 왜 해보지도 않고 겁부터 내냐고 그래가지고, 그 말에 넘어가서 사귀었다가, 결국 이게 뭐야, 친구로도 남아있지 못하과 완전 남이 되어버렸잖아. 내가 헤어지고 혼자 일자산에 오르면서 엉엉 울었을 때, 입밖으로 소리 내서 울부짖었더랬다. 거봐, 내가 안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그 누구냐, 그 소설가, 줄리언 반스도 자신의 책에서 그랬다.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고. 그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는 것에 덧붙여, 사랑에 있어서는  2-1=1 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2-1=-5 이렇다고 얘기한다. 들어보자.


전에는 함께였던 적이 없는 두 사람을 하나가 되게 해보라. 어떤 때는 최초로 수소 기구와 열기구를 견인줄로 함께 묶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추락한 다음 불에 타는 것과, 불에 탄 다음 추락하는 것, 당신은 둘 중 어느쪽이 낫겠는가? 그러나 어떤 때는 일이 잘 돌아가서 새로운 뭔가가 이루어지고, 그렇게 세상은 변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p.109)






그러니까 다시 돌아가서, 나는 그러므로 브루노 마스의 사랑이 끝나는 노래를 듣는다. 망상도 결국 사랑의 끝으로 종결된다.  그 노래는 When I was your man 이다. 내가 너의 남자였을 때. 그럴 때가 있었지.







My pride, my ego, my needs, and my selfish ways

Caused a good strong woman like you to walk out my life

Now I never, never get to clean up the mess I made, ohh…

And it haunts me every time I close my eyes



왜그럴까. 인간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처음에는 그냥 너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완벽하다고 하면서 사랑에 빠져놓고 왜 결국 헤어지게 될까. 시간이 흐르면 그 자체만으로 부족해지는걸까. 처음엔 just the way you are 였는데 왜 그런 사람을 놓치고야 마는가. 내가 여기에 사는 이런 직업의 이런 나이의 이런 생김새의 사람이란 거 잘 알고 시작한 거잖아. 내가 여기에 사는거 알았잖아. 그거 우리의 걸림돌 아니었잖아. 특히나 when i was your man 에서의 저 가사, Caused a good strong woman like you to walk out my life/Now I never, never get to clean up the mess I made, ohh… 가 마음에 화악- 스민다. 내 얘긴줄.. a good strong woman...어디가서도 이렇게 a good strong woman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런데 브루노 마스도 신기하네, 뭐랄까, beautiful 이나 pretty 를 안쓰고 strong 을 썼어... 흐음........ 무릇 여자란 strong 이 제일이지 않나. 


아무튼 이렇게 머릿속에서 또 영화 찍으면서 웃고 우는 것을 지난주에 하고 그만뒀으면 되는데, 나는 어쩌자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또... 이번엔 바로 이별이다! 하고 내가 너의 남자였을 때를 들었고, 들으면서 마을버스를 탔고, 마을 버스 안에서, 이 개놈아 왜 처음엔 just the way you are 라고 해놓고 지금은 다른 남자랑 춤추는 나를 보고 후회하냐 똥멍충이... 이러다가, 나는 창밖으로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는 걸 본다. 헉!!!!!!!!!!!! 부랴부랴 벨을 눌렀지만 버스는 이미 지나가고 있고 결국 나는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쳐 그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갔다는 슬픈 이야기 되시겠다.....


머릿속 이야기 너무 재미있게 쓰지도 말고 감정이입하지도 말긔!! 이것이 오늘 나의 스몰 다짐.... 쩝...



여러가지 심란한 일들이 있었고 사실 그것보다는 지난번에 도배 어쩌고 책장에서 책 다 빼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앱을 설치해 책을 하나하나 스캔했다. 나중에 책 살 때 여기에서 검색하면 내가 가진 책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내가 가진 책이 몇 권인지 알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1,200권까지 하다 관뒀다. 하아- 아마 몇십권 정도가 더 있을것 같긴 한데, 내심 700-800권 정도이지 않을까 하다가 1천권 넘어가는 거 보고 ....Orz

그 뒤로 책 사기를 자제했다. 안돼, 천권 넘는데 뭘 더 사, 팔고 사, 읽고 사, 하면서 내가 나를 모질게 대했고, 그리하여 지난 3주간 내가 산 책은 이게 전부다.




크- 참으로 소박하지 않습니까.
















《구의 증명》은 제목만 들어봤지 전혀 모르는 책이었는데, 얼마전에 조카가 말을 걸어왔다. 이모, 구의 증명 읽어봤어? 라고. 나는 제목만 들어봤어, 라고 말한 후에 잽싸게 정보를 찾아봤다. 표지만 보면 한국 로맨스 소설 같았는데 내용을 보니 엄청 사랑해서 네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는다... 뭐 이런게 나오는거다? 으음.. 비극 로맨스? 로 생각하고 있는데 조카는 읽어보고 싶은데 다 읽고 엉엉 울까봐 용기가 안나, 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오 그래? 하고는 말았는데, 그렇다면 내가 읽고 조카를 주자, 하고는 부랴부랴 샀다. 일단 내가 생각한 한국 로맨스 소설.. 장르문학이 아니라 순문학 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가난한 집 아이 둘이 어릴 때부터 서로밖에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하는데, 너무너무 가난해서 어린 나이에 죽음을 목격하기도 하고 아버지의 빚을 고스란히 받아 사채업자에게 쫓겨다니고..막 그러는거다. 아무리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여유롭게 살 수도 없고..그러면서도 서로 사랑해. 그러는데 남자가 죽어버리고 그런 남자의 시체를 끌어안고 여자는 그 남자를 서서히 먹어 치우는... 손톱과 머리카락을... 하아-


너무.. 엽기적이어서, 나는 아무리 아무리 사랑해도 손톱 같은거 먹고 싶지 않고, 나는 사랑 좋아하고 연애 재미있고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에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서 더 그렇겠지만 진짜루 ㅠㅠ 너무.. 아무튼 그래서 조카가 이걸 읽으면 너무 아닐 것 같은데 그렇다고 조카에게 '그거 너무 엽기적이야, 너 지금 읽지 말고 커서 읽어' 이러면 내가 검열하는건가 싶고,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내가 사서 읽었다는 말 하지 않고 조용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조카가 만약 읽게 된다면... 아니 그런데 막 자지 넣고 이런거 나오고.. 아니 나중에 어른 되어서 읽었으면 좋겠네..라고 생각하다가 내가 조카보다 두살인가 더 많았을 때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다락방의 꽃들 읽었지만 이렇게나 맑고 밝고 건강하고 스트롱하게 자란걸 보면 사실 문학은 문학일 뿐... 아 모르겠다. 혼란스러워. 아무튼 그렇다...

















다른 책들은 다 살만해서 샀으니까 굳이 이유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오르한 파묵에 대해서는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오르한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 이랑 또 뭐더라. 여튼 뭔가 더 읽은것 같은데 아니야, 빨강만 읽었나? 더 찾아 읽게 되지는 않는 작가였단 말이야? 그런데 나는 이 인터뷰를 보게 된다.


☞ 노벨상 작가 파묵 “죽을 때까지 여성 주인공 소설 쓰겠다” - 조선일보 (chosun.com)


위 인터뷰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이거였다.



그래서 읽어보려고 샀다. 여성 역사학자가 전염병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진행시키는지 한 번 보고 싶어서.



오늘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니 금요일에 도착한 택배가 책상 위에 올려있었다. 금요일에 반차를 쓰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는데 그 후에 도착한 것이었다. 박스 안에는 이 책이 들어 있었다. 다정한 알라디너의 선물 이었다.







사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다정한 알라디너가 보내주었다. 책을 헝겊으로 쌌는데 헝겊에서는 향이 났다. 게다가 엽서까지. 오랜만에 다정한 마음이 샤라라랑~ 스며들었다.













금요일에 만난 친구들 중 두명은 창원에서 올라온 친구들이었고 한 명은 안양에서 왔다. 나까지 네 명. 창원의 친구들은 자기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고 자기 소유의 차도 가지고 있다. 20년이상 꾸준히 근무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아 스스로의 힘으로 마련한 것들이었다. 안양 친구는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다. 나는 오랜만의 만남이니만큼 웰컴주로 샴페인을 들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는데, 창원에서 오는 친구들은 세상에, 우리 만난다고 떡을 해가지고 왔다. 무지개송편과 블루베리 설기였다. 와... 여러분은 떡을 해가지고 오는 친구를 가지고 있나요? 껄껄. 우리는 호텔을 잡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계속 잘 살자고 이야기했다. 계속 잘살자, 그리고 잘되자 얘들아. 주먹을 불끈쥐고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나저나 《다락방의 미친 여자》안읽고 있어서 미치겠다. 어제 집에서 읽었는데도 50페이지까지 밖에 못나갔어.

보통 나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고, 내가 지하철 출퇴근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하철 안에서 진짜 집중 너무 잘되어가지고 이 시간을 포기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 독서의 대부분은 지하철에서 이루어진단 말이다. 내 똑똑함의 8할은 지하철의 덕이다. 나는 지하철을 포기할 수 없어!! 그런데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진도를 못빼고 있다. ㅠㅠ 집에서 읽으려고 펼치면 어찌나 잠이 쏟아지는지...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학창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책 찢어가지고 다닐까?????????????????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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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2-11-14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진영 작가님 시간에 따라서 글의 분위기 달라지는 게 좋아서 치열하게 썼던 초기작들도 좋아요. 저는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이랑 빨강 재밌어서 계속 읽다가 순수의 박물관인가부터 멈췄어요. 헌턴 책 읽으려다가 아웃사이더라는 단어랑 더이상 친해지고 싶지 않아서 냅두는 중인데 뭔가 한국어판 저도 사고 싶네요? ㅎㅎㅎ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이북은 집중이 안 되시려나요? 딜레마로군요.
줄리언 반스 책들은 한국어판 제목들이 미쳤네요. the Sense of an Ending 한국어판이랑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사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고요.

다락방 2022-11-14 13:52   좋아요 2 | URL
안그래도 읽긴 읽어야 되는데 들고 다닐 수가 없으니까 이북을 살까... 이 생각도 했는데 이게 종이책도 엄청 비싸지만 이북도 비싸더라고요. 차마 큰 돈 들여 이북까지 또 구입하기가... ㅠㅠ 아주 미치겠네요, 그냥. 저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으면 집중 너무 잘돼서 특히 좀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 읽기에 맞춤인데 이걸 들고 다닐 수가 없으니.. 아..

저는 내 이름은 빨강 되게 어렵게 읽었더랬어요. 진짜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오르한 파묵 별 관심 안갖다가 이번참에 한 번 다시 읽어보렵니다.

persona 2022-11-14 13:53   좋아요 1 | URL
그렇네요. 굳이 두권 사기엔 가격이;;

공쟝쟝 2022-11-14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르한 파묵 줄 잘서는 것좀 보래요? ㅋㅋㅋㅋㅋㅋ 뭐 아는 냥반이네 ㅋㅋㅋ
근데 니가 뭔데 여자 주인공으로 글을 쓰세요? ㅋㅋㅋㅋ 그 쪽 동네에서 필요한 작업이고 할 수 있는 작가가 하필이면 남자인 본인 밖에 없어서 하시겠다는 거면 내가 이해해 드리리다. 그런데 김훈이라는 한국의 작가가 있어욬ㅋㅋㅋㅋㅋ 반면교사 삼으세요 ㅋㅋㅋ 그리고 부인한테 들어서 생리하면서 굴낳는 다는 묘사를 해버린 남자 작가 장강명이 있습니다ㅋㅋㅋㅋㅋ 아무튼 파묵이여, 쉽게 생리를 쓰지 말 지어다. 하지만 여성의 삶이란 pms와 생리와로만 이루어진 삶인 것을..... 안쓸 수는 없겠지... 암튼.. 파묵이여........... 그렇단 말이지.....

다락방 2022-11-14 13:54   좋아요 2 | URL
오르한 파묵은 노벨상도 탔던 작가니만큼 일단 그런 지명도 있는 남자 작가가 저렇게 말해준다는게 저는 좋아요. 막상 여성주인공인 소설을 어떻게 썼을지는 제가 읽어봐야 알겠지만, 파묵 보다 못쓰는 남자 작가들이 파묵이 하는 말을 좀 듣고 배웠으면 좋겠네요. 그렇지만 그런 일은 없겠죠...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2-11-14 15:21   좋아요 3 | URL
강명씨가 그랬어요? ㅠㅠㅠㅠㅠ 아이구야, 어쩌다가.....

공쟝쟝 2022-11-14 16:06   좋아요 1 | URL
이쁘게 봐주면 부인이란 소통을 잘하는 남자 장강명인 걸로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1-14 16:24   좋아요 2 | URL
강명씨 우리 옆옆옆 동네에 독자와의 만남 하러 온대요. 30명 마감인데 진즉에 찼대요. 어차피 갈 수 없는 시간이었기는 한데 나는 혼자 아쉬워했단 말이에요. 어쩌나....

공쟝쟝 2022-11-14 20:34   좋아요 1 | URL
장강명에 진심인 단발머리님ㅋㅋㅋㅋ 저 여자 장강명임 ㅋㅋㅋㅋ 저를 좋아하세요 ㅋㅋㅋ 응?

잠자냥 2022-11-14 12: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1200권까지 스캔했다고요??? 이 여자 정말 스트롱하네.
그리고 지난 3주간 고작 저것밖에 안 샀다고요?? 진짜 진짜 스트롱하십니다. 대단......
(난 11월에 굥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엄청 샀다요.............)

공쟝쟝 2022-11-14 12:56   좋아요 2 | URL
굥이 잘하는 일도 있네? ㅋㅋㅋㅋ

잠자냥 2022-11-14 13:07   좋아요 3 | URL
그 인간 원래부터 술 처먹는 거랑 압수수색은 잘함. -_-

공쟝쟝 2022-11-14 13:26   좋아요 3 | URL
잠자냥에게 선한 영향력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부장님 1200권 스캔 잘했어요!!!!!! 이제 산책 또사지 말자!! 나도 이따 택배오면 책탑 사진 올려야징 ㅋㅋㅋ

다락방 2022-11-14 13:57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산책> 이라는 앱을 깔고 이용했는데요, 이게 책 바코드 읽히는건데 엄청 잘 읽혀서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했어요. 처음엔 과연 내가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했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다하진 못했고 몇십권 .. 책장 하나 분량만큼 못하긴 했는데 뭐, 그건 천천히...
진짜 제가 너무 필요해서 했어요. 이번에 정리할 때도 깜짝깜짝 놀랐거든요. 뭐야, 나한테 이런 책이 있었어? 하고요. 하하하하하. 저 옥타비아 버틀러 그 뭣이냐 다른 책 하나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뒀는데 이미 집에 있더라고요? 와....

저는 그사람 술 좀 못먹게 하고 싶어요. 그게 제일 큰 벌일것 같아요. 아 너무 싫어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11-14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저도 도저히 이동중엔 읽을 수 없고 그렇다고 회사에 갖고 오기에도 부피가 너무 크고 해서 집에서만 읽고 있습니다^^; 쉽지 않네요 아무튼...
근데 1200권...!!! 저는 아예 셀 생각을 못할 듯합니다. 지금 갖고 있는 책들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책을 앞으로 안 살것도 아니고;;;

다락방 2022-11-14 13:58   좋아요 2 | URL
거리의화가 님, 제가 집에서는 책을 잘 못읽거든요. 졸려요 ㅠㅠ 그래서 지하철이 짱인데 이건 증말 들고 다닐 무게가 아니니... 찢을까, 몇 권으로 나눠서 찢어 들고 다닐까.. 이 생각 자꾸 들어요 ㅠㅠ
저도 1천권 넘는 거 보고 와 정신 나갔냐 그만하자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현재 적게 사고 있습니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당분간 사둔 책에서 읽으려고요. 제발.. 부디..

꼬마요정 2022-11-14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장만 정리하면 늘 반성하죠. 저도 이번에 수백권 팔고 버리고 하면서 안 사야지!! 했거든요. 근데... 몇 달만에 책이... 책이...ㅠㅠ 그래도 이제 리커버판 나온다고 사지는 않아요 ㅎㅎㅎ 책값만 합치면 외제차는 샀겠어요 정말 ㅠㅠ
사랑은... ‘우리‘가 가진 기대치와 ‘우리‘의 본모습 사이의 틈이 얼마나 넓은지, 그 틈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ㅎㅎ 상대도 나도 둘 다 자라야만 그 틈을 인정할 수 있을테니까요. 다 알고 시작했지만 그 앎이라는 게 정말 아는 걸까요... 거기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 감당이라는 게 어디까지인지 사실 모르니까요.
저도 지하철 타고 다닐 때 책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ㅠㅠ 엇, 근데 이런!! 분명 다락방님 책 적게 샀는데 왜 다 흥미가 가죠? 이러면 안 되는데... 저 책 안 사려고 했는데요!!!!!

다락방 2022-11-14 17:15   좋아요 3 | URL
저는 다행히도 리커버판을 사진 않거든요? 그렇지만 닥치는대로 사기는 합니다. 정리하면서 보니까 저에게 있는줄도 몰랐던 책들이 튀어나와서 너무 당황했어요. 도대체 이런건 왜 샀을까 싶어서 읽지도 않고 팔기 등록도 했고요 그렇게 팔아버린 책들도 있습니다. 아.. 진짜 무슨 짓을 하고 사는건지 원..

꼬마요정 님, 저 분명 책 안 산다고 페이퍼 썼는데 지금 장바구니에 책 너무 많이 담아놔서 오늘쯤 한 번 털어야 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월요일에 책탑 페이퍼로 돌아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2-11-14 14: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카가 책을 굉장히 좋아하고 성숙한 것 같아요. 부러워요. 오르한 파묵, 헉, 세상에 그런 발언을? 가슴이 심쿵했어요. 떡을 해오는 친구요? 나도 나를 만날 때 떡 해오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 ㅋㅋㅋ 저번에 육백 권 엑셀화 작업하고 집어치웠어요. ㅋㅋ 그래도 요새는 정말 많이 참고 절제하고 도서관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또 전자책은 읽다 보면 왜 이리 싫은 지점이 있죠. 정말 설명하기 힘든데 갑자기 너무 싫어져요. 물성도 없고 내가 읽은지 감도 잘 안 오고 딱 어느 부분 딱 펴서 보고 싶은데 이북리더기 전원 키고 앱 실행시키고 이 과정이 피곤할 때에는 몹시 번거롭더라고요.

다락방 2022-11-14 17:12   좋아요 2 | URL
블랑카님, 조카는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많이 읽지도 않고요 이모를 닮은 탓인지 일단 꽂아두는데 의의를 두는 것 같습니다. 너무 읽고 싶다고 해서 사준 책들도 읽다가 책장에 그대로 꽂아두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책정리 엑셀로 해보려다가 두 권 하고 때려쳤거든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마침 <산책>이란 앱이 바코드 갖다대면 바로바로 읽어주길래 그걸로 해치웠습니다. 아니, 다는 못했죠. 이게 그런데 책꽂이에 꽂힌 책은 빼서 읽혀야 하니까 하기 싫어질 것 같고요, 저처럼 일단 방바닥에 패대기쳐진 거라면 꽂아야 하니까 수월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한 번 정리해두면 그 다음에 유용하겠지만 꼭 하시라 추천은 못드립니다. 피곤... ㅋㅋㅋㅋㅋ

저도 전자책은 읽으면 읽긴 하는데 .. 종이책 만큼의 집중이 되질 않고 그 물성도 제게 느껴지지 않는 터라 전자책으로는 뭐랄까, 가볍게 읽을 것만 사게 돼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전자책으로 사고 싶진 않아요. 흑흑 ㅠㅠ 그런데 종이책은 너무 어마어마하게 무거워요 ㅠㅠ

단발머리 2022-11-14 15: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브르노 마스 좋아하는데 두 번째 노래는 첨이네요. (좋아한단 말 하지 말아야지)
책탑 너무 낮아서 뭔지 모르게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다락방님 이러시면 안 돼요~~ 이러고 싶은데 책정리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기 마련이겠죠. 일상으로 돌아올 다락방님과 다락방님의 고층 책탑 기다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떡 해오는 친구들이라니요. 정말 스케일이 장난 아니네요. 찐우정에 감탄합니다!! 떡사랑 찐우정 포에버!!

다락방 2022-11-14 17:09   좋아요 3 | URL
제가 한달간 또 낮은 책탑을 보여드리리라 결심했건만 지금 장바구니에 책 담고 있어요. 하아- 어쩌죠. 다음주에는 또 높은 책탑을... 아니야, 그러지마, 안돼!!

저도 어떻게 떡을 해오는지 놀랐고요 뭔가 찐어른의 향기가 나서 감탄했어요. 와 어른이다, 참어른이다..어른 친구다!! 막 이렇게 되었답니다? 후훗. 떡이라니요, 세상에. 한 팩이나 두 팩이 아니라 박스째 맞춰가지고 왔다니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박이죠!!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이 인생을 잘 살면 떡해오는 친구들을 두게 되는가 봅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바람돌이 2022-11-14 16: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래도 좋고, 조카에게 책을 읽힐 것인가 말것인가 고민하는 다락방님도 귀여우시고, 캐나다숲을 배경으로 한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도 아름답습니다.
집의 책들을 저렇게 스캔하는 프로그램도 있군요. 아 저는 그냥 혹시 다시 사면 그냥 다시 사고 말렵니다. 집에 책들 스캔? 중노동이에요. ㅠ.ㅠ

다락방 2022-11-14 17:08   좋아요 3 | URL
ㅋㅋ 스캔이라니까 뭔가 대단한것 같은데, 앱 하나 설치하고 그냥 바코드 읽힌게 다예요. 다행스럽게도 갖다 대기만 하면 바로바로 읽혔고 게다가 저는 바닥에 다 꺼내두었던 책 넣으면서 읽힌거라 생각보다 수월했어요. 물론, 다시 하기는 싫습니다 ㅋㅋㅋㅋㅋ 그 과정에서 제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 <블러드 차일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어요. 장바구니에 넣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삭제했습니다.

주말 지나고 오니 나뭇잎들 색이 또 확 바뀌어 있어서 너무 아름다워요! 가을 자연은 예술입니다!!

mini74 2022-11-14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구의 증명 내용에 웃다가 다락방의 꽃들 에서 헉! 저도 그거 읽고 멀쩡? 하게 잘 자랐지요 ~ 저희 조카는 인외 서커스 사달라고, 거긴 사랑도 없고 오로지 엽기만 가득하답니다 ㅠㅠ

다락방 2022-11-15 10:19   좋아요 1 | URL
저는 저 책을 읽게 할 것이냐 말것이냐를 걱정하면서 역시 저는 부모가 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통제를 하려고 할 것 같아서요. 그건 아이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일단은 있으니 너에게 주겠다, 하는 대신 아무말도 않고 팔려고 합니다. 그러나 조카가 어떤 경우로든 읽게 된다면 그걸 제가 말릴 순 없겠죠. 저도 어릴 때 막 거시기한 책 읽고 그랬으니까....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어른은 너무 어렵네요. 어른하기 너무 어려워요. 흑 ㅠ

난티나무 2022-11-14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홋 저도 산책 앱 받아는 뒀는데 다락방님 하셨다 하니 저도 급 도전해보고 싶어지네요. 전 기껏해야 2백? 3백? 정도 될 것 같은데 과연? ㅎㅎㅎ 그러나 지금 말고 나중에….. ㅎㅎㅎ
파묵 한 권도 안 읽은 저는 읽을까말까를 좀더 고민하게 되겠….^^

다락방 2022-11-15 10:21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 파묵의 저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파묵이 단언한대로 여주인공을 주인공으로 멋진 소설을 썼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노벨상을 탄 작가가 저렇게 말하는 건 참 좋네요. 어찌됐든 글로 인정받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말한다면 사람들이 더 귀를 잘 기울이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권위에 기대개 된달까요. ㅎㅎ

산책 앱으로 정리해두면 여러모로 편하긴 합니다. 할 때는 귀찮더라도 말이지요. ㅋㅋ

책읽는나무 2022-11-15 0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앱도 있군요?? 천 권이 넘다니??
진짜 이젠 천천히 사셔야겠어요ㅋㅋㅋ
최진영 작가는 몇 권을 읽어 보니까, 꽤 괜찮은 작가였어요. 처음엔 저도 이게 뭐지? 싶었는데, 늘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읽고 나면 내용이 심오하달까요? 청소년기에 겪는 말 못할 사연들을 이슈화 시키는 소설들이 좀 되더라구요? 그래서 작가를 다시 봤어요.
근데 청소년이 주인공이어 청소년 권장 소설로 제목이 종종 눈에 띄던데, 저도 애들이 읽어도 될까? 싶긴 합니다. 수위가 쎈 것들이 종종 있어서....^^;;;;
근데 다락방님 말씀처럼 우리도 어릴 때, 쎈 단편문학 종종 읽어왔었잖아요. 뭐가 뭔지 잘 몰랐었지만, 성인이 되어 화들짝! 놀랐었던...ㅋㅋㅋ 전 <감자>도 야했고, <메밀꽃 필무렵> 단편 중 ‘ ‘왼손잡이랑 발가락이 닮았다‘ 대목이 뒤늦게 그렇고 그런 내용이었단 것에 놀랐고, 그리고 <처용가> 중 다리 두 개는 내가 아는 다린데 나머지 다리 두 개는 누구? 그런 대목들 성인이 되고 나서 정말 깜놀했었죠.ㅋㅋㅋ 이걸 청소년 권장 도서? 특히나 교과서에까지?? 하면서요.
근데 그 시절 그게 그렇게 외설스럽지 않게? 아..전 고딩 때는 한국 단편들이 왜 야하지? 그리 느껴져 소설을 안 읽긴 했습니다만ㅋㅋㅋ 암튼 그랬어도 크게 아무렇지 않게 큰 걸 보면 그런 것들이 기우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긴 합니다. 어떤 게 정답인진 모르겠지만요^^

다락방 2022-11-15 10:27   좋아요 2 | URL
저도 천 권이 넘을줄은 몰랐다가 정말 당황했어요. 하아. 갑자기 정신이 빡 들면서 책 사지말자! 이렇게 되더라고요. 천권 넘는다는 걸 알게되니까 덜 사는데 도움이 되긴 했는데요, 그래서 저만큼 사긴 했는데.. 그런데.. 오늘 책 샀다는 소식 전해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여자.. 역시 안되는 것인가! ㅋㅋㅋㅋㅋ

최진영의 소설은 저는 지금 처음이었어요. 최진영 이란 이름으로 남자인가 했는데 여자분이시더라고요. 오, 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시는군요. 이번 소설이 저는 처음이었는데 시체의 손톱과 머리카락 먹는 부분에서 아니, 그러니까.. 너무 사랑하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인가 싶으면서도... 너무.. 저는 좀 밀어내게 되더라고요. ㅠㅠ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그런데 청소년이 읽어도 될까 싶은 책이라니. 아아 혼란스럽네요. 저는 최진영 더 안읽을 것 같긴한데 또 모르겠네요. 어린 조카는 이 책을 읽으면 어떤 감상을 받게 될지.. 아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맞아요, 책나무님. 저도 역시 그런 책들을 보고 자랐죠. 다락방의 꽃들은 심지어 근친상간이 나와요. 저는 다락방의 꽃들을 읽고서야 비로소 여성과 남성간의 성관계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게 됐어요. 너무 대충격 받았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밝고 맑고 건강하고 순수한 영혼의 어른이 되었으니...(응?)...... 아 그래도 잘은 모르겠어요. 저는 어른이 너무 어렵네요 ㅠㅠ

프레이야 2022-11-15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산책 앱 지금 해보았어요. 요런 게 다 있네요.
바코드 잘 읽히는 편인데 어떤 건 단번에 안 돼서 거리 조준한다고 난립니다 아침부터. 잘 됩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전용앱인가 봐요. 신박하네요 알라딘 도서로 연결 바로 되기도 하고요. 다락방 님 정보에 다들 많이 해보실 거 같아요. ^^ 파묵의 저 책도 데려갑니다~^^

다락방 2022-11-15 10:28   좋아요 1 | URL
앗 저도 어제 몇 권 더 하다가 안되는 것 있어서 막 거리 조절해보고 그랬어요. 이제 이걸 저는 해두었으니 가지고 있는책을 더 사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죠. 후훗.
파묵의 책 읽게 되시면(아마도 프레이야 님이 저보다 먼저 읽으실 것 같습니다) 감상 남겨주세요!

persona 2022-11-15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따라서 다운받았는데 다운이 안되고 열기가 돼서 보니깐 책력에 책표지 표시되는 거 때문에 일전에 다운받았었나봐요. ㅋㅋㅋ 북플이 있으니깐 이젠 뭐;; ㅋㅋ

다락방 2022-11-15 10:29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사실 책 관련 앱은 이미 북플과 아이리드잇나우 가 있어서 더 필요없긴 한데 단순히 가지고 있는 책들의 권수파악과 재고 파악을 위해 필요했어요. 일단 해두었으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으하하하하.
하다보니 그런데 존재도 모르는 책들이 있어서.. 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

독서괭 2022-11-1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루노 마스에 빠지셨군요 ㅎㅎㅎ 저도 한때 많이 들었습니다. 노래들 다 좋죠 크~ strong woman이 나오는줄 몰랐는데 오, 뭔가 좋네요?
천 권 넘게 스캔하시다니 다락방님 의지의 화신. 산책 어플은 저도 쓰는데 좋지요^^ 최근 산책을 자꾸 스캔 잊어서 저장 안 하는데 다시 해야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책이 많지도 않은데 말예요.
구의 증명은 그런 내용인가요? 전혀 안 읽고 싶네요 ㅠㅠ 한창 예민한 10대는 굳이 안 읽으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22-11-18 08:43   좋아요 1 | URL
저 이번주에 책이 두 박스가 와가지고..그거 스캔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 박스에 책이 들어있는... 저 인생 잘 살고 있는거 맞는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엊그제 조카랑 통화했는데 구의 증명 읽겠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읽지말라고 하는 것도 아닌것 같고.. 어른은.. 어렵네요. 어른을 잘해나가기 어려운 것 같아요. 뭐가 맞는지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관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흑흑 ㅠㅠㅠ

어제는 우연히 어쿠루브 의 <하고 싶은 말>이란 노래를 알게 됐거든요? 유치한데 반복해 몇 번 들었어요. 링크 올려둘게요. ㅋㅋ

https://youtu.be/4OzAhMQJKXw
 

하지만 기다림은 공장 문 앞이 아니라 구와 헤어질 때부터시작되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내내 구를기다렸다. 만날 시간은 분명 정해져 있고, 그때가 아니면 만날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오분, 삼십 분,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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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는 그냥 올려봄. 읽은 거 아님. 오해 노노.)




'르네 나이트'의 《누군가는 알고 있다》를 알게된 건 트윗에서였다. 국내 배우 '정호연'이 애플 티비 에서 방송하게 될 《Disclaimer》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이게 르네 나이트의 원작이라는 거다. 나는 그 유명한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지만 국내 배우가 나오게 된다는 이 드라마의 줄거리가 흥미로워서 이 책을 잽싸게 사뒀다. 현재 이 책은 절판이지롱. 껄껄.


이사를 하고 얼마후, 캐서린은 집의 탁자에서 책 한 권을 보게 된다. 누군가 사둔거겠거니 하고 우연히 집어든 책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20년간 꽁꽁 숨겨왔던, 자기 혼자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이야기가 그 책 안에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므로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누군가 알고 있었던 거다. 그녀는 그 책을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읽고 자신의 이야기인줄 알게 될까봐 두려워한다. 자신의 비밀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것도 두렵고 게다가 그것이 그녀의 손에 들어오게 됐다면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도 알고 있다는 것도 두렵다. 스물다섯의 독립한 아들도 자신이 일하는 곳에 손님으로 온 분이 선물로 준 책이라며 이 책을 읽었다고 하는걸 보니, 그녀의 가족에 대해서도 이미 파악이 끝난 것일테다. 게다가 아들은 이미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흥미롭게 다 읽었다고. 게다가 아들은 책 속 여자주인공에게 동정심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보기에도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책 속 등장인물인 여성에 대해, 그 여성이 끝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에 대해 동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도 생각한다. 


직업적으로도 아주 크게 성공하고 다정한 남편과 좋은 집에서 살고 있던 그녀는 이제 매일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 도대체 이 책을 누가 쓴걸까, 그녀는 이 책을 쓴 사람에 대해 찾고 싶다. 이 책에 대한 후기를 검색해보는데 책의 홈페이지에도 아직 어떤 글도 없다. 그녀는 자신이 읽었음을, 자신이 이 책의 저자와 대화하고 싶어함을 책의 홈페이지에 적어둔다. 책을 읽는 두려움 그리고 숨겨왔던 그녀의 과거에 대한 부분적인 회상 들로 책은 진행된다. 그리고 짐작하다시피 책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책을 적은 저자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일 것이었다. 아니, 이것이 사실이라고 사람들에게 밝히기 위해 쓴 것일테다. 저자가 알고 있는 진실 혹은 진실이 아닌걸 안다 해도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캐서린에게 복수하고 싶었고 복수의 방식으로 책을 택했다. 그 복수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서서히 캐서린에게 더 가까이 접근한다. 책을 판매하는 서점을 늘리고 캐서린의 아들에게 접근하고 캐서린의 남편에게 접근한다. 그 책의 여주인공이 당신의 엄마라고 그리고 당신의 아내라고 말한다. 그 책의 장면을 부연할 수 있는 사진까지도 보여준다. 그녀가 빨간 비키니를 입고 찍은 사진, 그녀가 속옷만 입고 찍은 사진.



사실 처음부터 나는 이 책의 내용이 진실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숨기고자 햇던 비밀 그 안에 추악한 과거가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책에서 보여지는 그것이 사실은 아닐 것이라고. 그런데 그것이 책으로 나왔다. 아직은 캐서린만 완독했고 주변 몇 명만 읽은 책이지만,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이 책의 주인공에 대한 자신의 도덕적 판단을 이미 마쳤을 것이다. 그녀에게 벌어진 일은 그녀가 한 일 때문일 거라고 짐작하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그 여자를 손가락질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식을 내팽개친 엄마, 젊은 남성과의 성적 욕망에 눈이 멀어버린 여자, 젊고 아깝고 미래가 창창한 잘생긴 젊은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여자. 책은 캐서린에 대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이미 '그런 여자'가 되어 있는 캐서린은 어떻게 자기를 변명할 수 있을까?



일방적으로 실존 인물에 대해 쓰여진 책이 어떻게 폭력적인지 이 책이 보여주고 있었다. 한 권의 책에서 만들어진 여자주인공, 그런데 그녀가 실제 주인공이었을 때, 책에서 부여한 성격은 이미 독자들이 읽고 이미 그녀의 성격으로 파악되었을 것이다. 이미 읽고 그녀에 대한 파악을 끝냈는데, 그런데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그녀는 어디서 어떻게 자기 방어를 할 수 있을까. 그 방어는 얼마나 효과적일까? 그녀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받게된 책에는 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다른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라고, 그녀의 입장에서 그녀도 책을 써야 하는걸까? 아니면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해야 할까? 여러분 아니에요, 그 이야기 속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게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가 아니에요, 라는 말은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까. 이미 처음 들은 이야기에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판단을 한 사람들을 향해 어떤 얘기를 더한다한들 그것이 바뀔까? 그 책에서 그녀를 묘사한 그대로 사람들이 파악한다면, 그렇다면 이미 그녀가 그 후에 어떤 식으로 어떤 말을 한다 해도 이미 늦은건 아닐까? 설사 저자를 고소해서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며 그녀의 명예를 훼손했다 밝힌다 한들, 그녀의 명예가 다시 이전처럼 회복될까? 약자가 있는 곳에 발벗고 뛰어들어 현실 고발하는 다큐를 만들고 그 다큐로 상까지 받았던, 그 능력있는 여자로 그녀가 돌아갈 수 있을까? 한쪽의 일방적인 이야기는, 게다가 그 이야기가 이미 퍼져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되돌리기 힘들 것인가. 그것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게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게 여성이라면, 그 여성에 대한 판단은 얼마나 쉽게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가.



책을 펼치고 나서 중간에 이르기까지는 몇 번이나 책을 덮을까 생각했다. 너무 심장이 쫄려가지고. 아 쫄려 아 쫄려.. 이러면서 그만 읽을까 햇지만, 그러나 나는 그녀의 이야기, 그녀의 진실이 궁금했다. 어느 순간 내가 짐작한 그녀의 진실이 맞아들어가는 걸 보게 되었는데, 사실 그 진실이 드러나는 것보다 다른 작은 메세지들이 더 좋았다. 나에게 이토록 다정하고 자상한 남편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걸까? 책상 서랍에서 포르노 잡지가 나온 어린 남자아이는 자라서 어떤 청년이 될까? 아들을 너무 사랑해서 아들의 허물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들을 위한 일일까? 책 한 권이 말하는 것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면, 사진 역시 찍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진 리스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서 버사 부인의 입을 통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예요. 항상." -진 리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p.183, 펭귄클래식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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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09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단이 끝나고 나면 그 판단을 바꾸려고하지 않는게 대부분인 것 같아요.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는데 그걸 인정하고싶지 않아서 자신의 오류를 들키기 싫어서 거부해버리는거죠. 그래야 자신의 판단을 밀어붙일 수 있을테니까.
정호연이 애플tv 드라마에 나오는군요. <오징어 게임> 그 때 보았지만 역시 썩 유쾌한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 드라마였습니다.

다락방 2022-11-09 17:09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일단 저질러 버리는 신문 기사들도 진짜 문제가 큰 것 같아요. 잘못된 기사를 읽고나서 설사 정정보도를 해도 정정보도까지 읽는 사람은 그 수가 현저히 적어지니까요. 그렇게 잘못된 소문이 퍼지는구나 싶어요.
게다가 여성에 대한 평판이라면 금세 나쁘게 돌아설 수는 있어도 되돌리기는 쉽지 않죠.
저는 오징어게임이 이상하게 보고싶지가 않더라고요? 하핫;;

단발머리 2022-11-09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읽으시면서 내내 쫄려, 쫄려... 하셨다고 하니 전 읽을 수 없겠지만 내용 자체는 흥미롭네요. 그리고 결말도 좀 알고 싶고요.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으니까요. 바꾸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드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누구든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죠.
오징어게임 안 본 사람, 여기 한 명 더 있습니다. 하하하.

다락방 2022-11-10 07:34   좋아요 1 | URL
캐서린은 책 속 주인공이 되어 사람들로부터 가치판단을 받는 피해자라 볼 수 있을텐데요, 사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영향을 받게 되는 거잖아요. 한쪽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구나, 하는 거요. 책이란 물건은 그렇게 하기 되게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더라고요. 사진도 마찬가지고요. 여성이 속옷만 입고 찍은 사진이 존재한다면 사람들이 보는 건 ‘속옷입고 사진 찍히길 원한 여성‘이잖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여성은 기대되는 역할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부정적인 평가를 너무 쉽게 받게 된다는 거였어요. 사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 이런 지점이었을텐데, 저는 아무래도 책을 읽는 사람이다보니까 또 글을 쓰다 보니까 책이란 물건, 내 입밖으로 나간 말들의 폭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글 조심해서 써야겠다, 쓰면서 생각에 생각을 해야겠다 다시 다짐했어요.

바람돌이 2022-11-0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 도서관에는 이 책이 있고요. ^^
저런 폭력성으로 입은 상처는 도대체 어떻게 치유가 가능하긴 할까요? 전 작년에도 불행하게 일어난 진짜 사고를 어떻게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하면서 억울한 희생양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과정을 봤어요. 마지막까진 안가고 수습이 되긴 햇지만 아 이럴게 말도 안되는 희생양이 생기는구나싶더라구요.
그리고 오징어게임은 보면 볼수록 우울해집니다. 안보셔도 되어요. ㅎㅎ

다락방 2022-11-10 07:38   좋아요 0 | URL
저는 최근에 회사에서 누군가 말도 안되는 사건의 피해자가 되는걸 보았거든요. 저는 사실 대부분의 어떤 사람들에 대한 소문에 대해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라는 생각이긴 햇었는데, 회사에서 억울한 일에 맞닥뜨린 동료 직원을 보니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세상에 이런 식으로 일어난 일들, 억울한 피해자가 얼마나 많을까 싶고요. 저는 그 직원을 알기 때문에 이것이 모함임을 알지만, 만약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사건을 봤다면 그 직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면 끔찍하더라고요.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책을 펼친 후 한 자리에서 다 읽었습니다.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흐흐..

프레이야 2022-11-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게는 안 보고 싶어 안 봤어요. 지금 파친코 보고 있는데 어여 끝내야겠네요 정호연 나오는 거 바로 보려면. 원작을 재빨리 읽으신 다락방님 ^^ 누구에게나 다른 면이 있는데 너무 쉽게 한 면만 보고 믿어버리는 ㅠ 사진도 글도 자기주장이고 일방적이라 경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 나오는 포털기사들은 그냥 다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싶고요.

다락방 2022-11-13 12:37   좋아요 1 | URL
정호연 나오는 드라마의 주연은 케이트 블란쳇 이라고 합니다.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에 원작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원작이 궁금해지고 그래서 일단 원작을 먼저 읽자, 하게 되지만 원작을 읽고 나면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저는 뚝 떨어져 버리더라고요. 책으로 읽느니 다 되었다, 충분하다, 하는 느낌이 되어버려요.
이 책에서 글과 사진의 일방적임을 보여주는게 목적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제가 등장인물의 상황에 이입하다 보니 억울해지더라고요 그렇다면 이 억울함을 어떻게 해소하지? 라고 생각해봤을 때, 책으로 먼저 주인공을 공격한 행위에 맞설만큼의 반격은 생각나지 않고 말이지요.

저는 이제부터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좀 읽어볼까 합니다. 후훗.
 
















루이자 클라크와 윌은 이제 정이 들어버렸다. 옴팡 들어버렸다. 아니, 단순히 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들은 사랑에 빠져버렸다. 성인 여자와 성인 남자가 매일 일정시간 이상 함께 있다고 무조건 사랑이 싹트는 것은 아니겠지만, 윌이 보기에 클라크는 너무 스마트하고 재미있는 여자였고 클라크가 보기에 윌은 따뜻하고 매너 있는 남자였다. 아, 물론 핸섬하기도 했고. 게다가 윌은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사람이라 자연스레 문화적인 경험도 루이자보다 훨씬 많았다. 루이자에게 매번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수 있었다. 지난번 페이퍼에 나는 이걸 '합'이라 표현했는데, '네가 경험하지 못한걸 도전해봐!'라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 오지랖이며 잔소리가 될 수 있다. 자신은 해보았다는 우월함이 그 안에 있기도 하다. 나는 그런 말을 누군가로부터 들으면 싫고 그래서 가급적 하려 하지 않지만, 그러나 꼰대같이 튀어나와버릴 때가 있다. 만약 내가 꼰대같은 잔소리를 했는데 상대가 그걸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한 조언이었고 그로 인해 인생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그 상대와 나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혹은 도움을 주는 합이 잘 맞는 관계일 수도 있겠다. 다시, 윌과 루이자가 사랑에 빠진 얘기로 돌아가보자.



윌은 전여친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돌연 마음을 바꾼다. 전여친이 윌의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고 다소 신경질나는 일이었고 그러나 그 둘이 윌의 상황을 놓고 자주 만나 같은 고민을 나누다보니 연인이 되었고... 뭐 이런 일은 일어나고 그러는 것이다. 아무튼, 그런데 윌이 가지 않기로 했던 이 결혼식에 갑자기 가겠다고 하는 거다. 루이자, 우리 같이 갑시다! 그래서 그 둘은 결혼식에 맞게 예쁘게 차려입고 결혼식장에 간다.


결혼식에 참석하고 그 날 돌아오는 일정을 계획하긴 했으나, 루이자가 술을 마시게 된다. 술인줄 모르고, 과일 음료인줄 알고 마셨는데 그게 술이었고 음주 운전을 할 수는 없으니 그들은 이렇게 된 거 근처 호텔을 잡고 그냥 술을 더 마시고 즐기기로 한다. 결혼식이 끝나고 음악이 나오고 모두 춤을 추는데 루이자는 윌에게 우리도 춤을 추자고 한다. 조심스레 윌의 무릎에 앉고 윌은 그런 루이자를 태우고 휠체어를 돌려가며 음악에 맞춰 움직인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뭐 상관없다. 그들에겐 서로만 있을 뿐이다. 루이자는 루이자대로 자신이 윌을 좋아하는 마음을 동생에게만 살짝 말햇던 터다. 윌이 루이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윌은 말한 적 없지만 윌의 가족도 이미 눈치챘고. 그리고 이렇게 춤을 추는 가운데, 윌이 말한다.



'Do you know something?'

I could have looked at his face all night. The way his eyes wrinkled at the corners. That place where his neck met his shoulder. 'What?'

'Soemtimes, Clark, you are pretty much the only thing that makes me want to get up in the morning.' -p.350


"혹시 이런 거 알아요?"

밤새도록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다. 특유의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웃음. 목이 어깨로 이어지는 그 지점.

"뭔데요?"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 밖에 없다는 거." -책속에서



윌은 자기 몸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지금의 삶은 자기의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대로 삶을 더 살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는 안락사를 원하고 식구들에게도 이미 그렇게 말해둔 터다. 다만 지금 그가 살아있는 것은 식구들이 시간을 좀 달라고 말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6개월의 시간을 식구들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식구들은 그 6개월동안 그의 마음이 바뀌기를 바라고, 그런 그에게 삶의 활력을 주고 싶어서 사람을 고용했고, 그게 루이자 클라크였던 거다. 처음엔 루이자의 등장에 관심도 별로 없고 퉁명스러웠던 윌이, 이제는 내가 사실 다음날 눈을 뜨고 싶은 이유는 너 밖에 없어, 라고 말하는 거다. 크 - 



이건 정말로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내가 눈뜨고 싶은 이유는 너 뿐이야'라고 내 눈을 보고 말해줄 때 얼마나 좋겠는가.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하는 윌과 그 말을 들은 루이자 사이에 오고가는 감정과 교류는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 대화가 오고가는 그 짜릿함과 가슴 폭발할것 같은 설렘은, 사람들이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저 대사가 낭만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이다. 매우 로맨틱하다고도 생각난다. 정말이다. 윌이 루이자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루이자가 윌로부터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처음부터 그들의 감정 흐름을 따라오고 읽어가노라면, 저 대사는 저들에게 서로 좋은 대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나는 저런말 안듣고 싶다. 저 말이 나쁜 말이라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아침에 깨어나는 유일한 이유가 되고 싶지 않다는 거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오로지 나 때문에만' 아침에 눈뜨고 싶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 생각을 한다면 그건 베리 굿이다. 그래, 그건 그럴 수 있다. 정미경 소설가도 자신의 소설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아침에 눈 떠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그건 좋지만, 그러나 유일한 이유가 되고 싶진 않다. 나 또한 다른 누군가를 내 삶의 유일한 이유로 삼고 싶지 않다. 유일한 건 안된다. 의존도가 너무 크다. 그리고 그 유일함이 사라졌을 때 무너지고만다. 안된다. 하나, 유일한 거 말고 다른 것들이 더 있어야 한다. 단 하나 말고 둘, 셋 이 가급적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붙들고 있는 이 단단한 줄 하나가 끊어졌다고 해서 내가 추락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줄을 더 붙들고 있다면 하나의 단단한 줄이 끊어졌어도 다른 줄들이 나를 지탱해준다. 기어코 다른 줄들을 붙잡고 다시 올라올 수 있는 거다. 하나면 안된다, 하나면 안돼, 여러개가 필요하다. 닉 혼비는 자신의 소설 《어바웃 어 보이》에서 소년의 입을 빌어 말을 했다. 둘은 너무 적어서요. 그러니까 소년과 엄마 단 둘 뿐이었던 삶에서 엄마가 자살을 시도한다. 소년은 엄마가 죽는다면 세상에 자신이 혼자 남게될거란걸 깨닫고 둘은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혼자 남겨지지 않기 위해서는 둘이어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이 더 필요하다. 윌이 루이자에게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는 오로지 너 때문이야, 라고 말하는 그 마음은 너무나 생생하지만, 그러나 그렇다.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루이자가 부족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루이자 만으로는 부족하다, 삶을 지탱하고 지속하고 유지하는 것은. 얘들아, 여분의 사람이 반드시 필요해. 단 한 명만 바라보는 삶 노노해. 다른 사람도 필요하고 다른 것들도 필요해. 일, 돈, 취미생활 기타등등. 다른 많은 것들로 가지를 뻗치자!!



자, 나는 눈빛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호텔밤에서 하루를 보낸다. 당연히 윌의 가족들은 걱정하고 난리가 났다. 다음날 무사히 돌아와 안도했지만, 도대체 왜 연락이 안됐느냐, 너네 외박한다고 말하지 않았잖아, 윌의 부모님은 걱정하고 루이자의 남자친구는 짜증나고, 네이선은 윌의 하룻밤동안의 몸 상태가 걱정된다. 그런데 얼라리여? 이 둘, 루이자와 윌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자,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푹 쉬도록 하라며 윌은 루이자를 집에 보낸다. 그리고 루이자의 모습을 좇는다.


And then Will turned to her and told her to take it easy for the rest of the day. Go home, get changed, maybe catch forty winks.

'I can't be walking around the castle with someone who has so clearly just done the walk of shame.' he said.

'Walk of shame?' I couldn't keep the surprise from my voice.

'Not what walk of shame,' Louisa said, flicking me with her scarf, and grabbed her coat to leave.

'Take the car,' he called out. 'It'll be easier for you to get back.'

I watched Will's eyes follow her all the way to the back door.

I would have offered you seven to four just on the basis of that look alone. -p.353


그러자 윌이 그녀를 보고 하루 동안 좀 편하게 쉬라고 말했다. 집으로 가요, 옷 갈아입고, 한잠 말고 마흔 잠쯤 푹 자고.

"누가 봐도 불타는 밤을 보내고 온 티가 역력한 사람을 끌고 성이나 산책하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가 말했다.

"불타는 밤?"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서 놀란 티가 배어나고 말았다.

"그런 불타는 밤 아니에요." 루이자가 스카프로 나를 살짝 때리더니 코트를 들고 나갈 채비를 했다.

"차 가지고 가요." 그가 외쳤다. "올 때 편하게 오게."

나는 윌의 눈길이 뒷문까지 계속 그녀를 좇는 걸 지켜보았다. 그 눈빛 하나만으로 만리장성을 쌓고도 남았다. -책속에서




왜, '누가 봐도 불타는 밤을 보내고 온 티가 역력한 사람을 끌고 성이나 산책하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가 'I can't be walking around the castle with someone who has so clearly just done the walk of shame.' 일까. 그러니까 앞에는 알겠는데 어느 지점에서 '불타는 밤'이 튀어나오는 걸까. walk of shame? 이건가? 이게 불타는 밤이야? 불도 밤도 없는 문장인데? 그래서 나는 'walk of shame'을 검색해본다. 오호라. walk of shame 은 그 자체로 '전 날 누군가와 밤을 샌 흔적이 남은 차림새로 다니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오...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제 이걸 알았으니 앞으로 나의 영어 원서 읽기에 좀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임하게 되었다. 으하하하하.

그리고 저거, 만리장성. 나는 번역본으로 읽었고 처음부터 읽었으니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지만, 그런데 만리장성? 원서에는 만리장성이란 표현이 없다. 도대체 이게 뭔가 싶어서 영어 문장을 보니 'I would have offered you seven to four just on the basis of that look alone' 인데, 이게 어떻게 만리장성이 되는가. 나는 이 문장 자체도 잘 이해가 안됐다. 나는 제안했을것이다 칠에서 사.... 이게 뭔말이여. 나는 이 문장 자체를 번역기에 넣고 돌려보았다. 그러자 이런 문장으로 해석되었다.


'그 모습만 보고 7대 4로 제안했을 거예요.'


오, 그러니까 7대 4로 제안한다는 것 자체에서 승률이 높다는 것이고, 그것을 번역본에서는 만리장성을 쌓고도 남았다고 번역했구먼. 오호라.. 그래 의미가 그게 그거긴 하지. 자, 그렇다면, 눈빛.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 만리장성을 쌓고도 남겠다고 말하는 눈빛, 그 눈빛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어떤 눈빛이 타인으로 하여금 '저 눈빛을 보니 단단히 사랑에 빠졌군' 같은걸 느끼게 하는걸까? 그런 눈빛을 나는 본 적이 있나?????????????????????????????????????????????????



나는 이 눈빛에 대해 진짜 계속 생각했다. 나에게 그런 눈빛을 쏘아주던 사람...에 대해서.... 딱히 기억나지 않다가, 얼마전에 회사 직원에게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씨 나 너무 좋아하네. 다 티 나."

"앗, 제가 원래 좋아하면 티가 너무 나요."


글쎄 그 직원이 눈으로 나를 엄청 좇는다고 해야 하나, 눈에 애정을 막 담고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지는 거다. 절대 틀릴 리 없을 것 같은 어떤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나를 향하는 거다. 일전에도 다른 직원이 나랑 밥 먹다가 나를 그렇게 보는게 느껴졌는데, 그 직원이 그 때 그렇게 한참 보다가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과장님이 왜케 예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과장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거 말고 연애에서 상대의 뜨거운 눈길을 받았던가, 를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그냥 다 변태눈깔만 생각나네. 하아-

왜 로맨스 소설 보면 그런 표현이 자주 나오지않나. '그 사람이 널 보는 눈빛을 봤어' 이런거. 넷플에서 본 브리저튼 시리즈에서도 '아니, 저 눈빛을 왜 내가 이제 봤지?' 뭐 이런 것도 나오고. 그러니까 타인이 알아챌 수 있는 어떤 사람을 향한 뜨거운 눈! 빛! 이건 현실에서도 간혹 듣는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야 그 사람이 너 좋아해, 그 눈빛을 내가 봤어' 이런거. 나는 사실.. 잘 모르겠네? 그런가? 아, 그런 적은 있다. 일전에 회사 동료가 나랑 애인이 함께 걷고 있는 걸 봤는데 내가 애인을 너무 뜨겁게 보고 있어서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그냥 갔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한때 연애했던 남자가 나한테 '너 처음만날 날 네 눈빛에서 키스를 원한다는 걸 읽었어' 라고 했었는데, 키스를 원하는 눈빛.... 같은거........음 모르겠다. 아침부터 19금 하지말자. 여하튼, 저거, 가는 뒷모습을 눈으로 좇고 누가 봐도 아이고야, 7대4에 걸겠다... 막 이렇게 되는 눈빛 같은거.............. 그런게 있는거늬??????????????? 나한테도 있었던거늬???????????????????????? 아이 돈 노.........




금요일엔 퇴근하고 집에 가서 파김치를 담갔다. (네?)

내가 파김치를 담갔다는 소식에 여동생은 '와 언니 진짜 체력좋다'고 했고 친구 하나는 '왜 파김치가 되어 집에 가서는 파김치를 담갔지?' 라고 했다. 아... 퇴근후 파김치 담근거로 나.. 체력 좋은게 되는건가?? ㅋㅋ

그러니까 파김치를 왜 담갔느냐면, 아니 티비에서 전현무가 파김치 담가서 이국주 집에 방문한 걸 보게 된거다. 이영자 레시피 그대로 따라서 만들었고 너무 맛있다고. 그걸 보는데 사실 내가 파김치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뭐라고? 전현무가 파김치를? 그러면 나도 할 수 있겠네! 전현무가 하는데 내가 왜 못해?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 이영자 레시피를 검색했는데 꽃게액젓이 필요하더라. 오, 사려고 봤더니 여기저기 죄다 품절이야. 다들 나같은 마음으로 파김치를 담그느라 꽃게액젓 품절현상... 하는수없이 나는 집에 있는 멸치액젓으로 파김치를 담가보았다.






주말엔 여동생 식구들이 왔다. 저녁에 뭐 먹을래, 뭐 사줄까, 했더니 타미가 '이모, 나 토마토 스프!' 해서 토마토스프를 만들고 치아바타를 구웠다. 와, 엄청 잘 먹는데 그거 보고 너무 뿌듯했다. 무엇보다 이모에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게 너무 좋은거다.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고나 할까...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타미가 치아바타에 토마토 소스 올려 먹는 모습을 보는 내 눈빛, 그게 바로 찐사랑 눈빛이었을 것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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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08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금 눈빛...ㅎㅎㅎ 파김치 저 엄청 좋아하는데~ 고구마랑 먹음 엄청 맛나겠네요^^* 퇴근 후 만들 생각을 하셨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입니다ㅠㅠ 꽃게액젓? 그건 새로운 레시피 같아요. 저는 멸치액젓으로 당연히 담근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상 담구어본적은 없으면서^^;;; 암튼 조카가 이모를 보는 눈빛이 찐사랑 눈빛은 맞을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2-11-08 11:03   좋아요 1 | URL
멸치액젓으로 담갔는데도 맛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파가 매워서 파김치가..좀 맵네요?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거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파김치를 딱히 막 잘 먹질 않아서.. 조금 담갔는데도 이거 괜찮은가 싶어요. 오래 남는거 아닌가 싶고. 파김치는 맛과 향이 너무 강해서 밥하고 먹으면 제일 좋긴한데 저는 어제 먹다 보니 육전..에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육전 먹고 싶어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2-11-08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치아바타 굽고 토마토 스프에 파김치요? 다락방님 대장금이었어요? 파김치 보고 침 꿀꺽 삼켰네요. 멸치액젖 있는데 저도 한번 담궈 볼까요? 고봉밥이랑 뚝딱일 듯해요.아, ˝나는 과장님이 왜 이렇게 이쁘죠?˝ 이 말 느무 로맨틱하다....

다락방 2022-11-08 11:04   좋아요 0 | URL
멸치액젓으로 담가도 맛있더라고요. 네이버에 파김치 이영자 레시피 검색하면 좌르륵 다른 사람들이 만든 블로그가 떠요. 저도 그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멸치액젓 외에는 배, 생강, 양파, 매실액, 새우젓.. 정도가 필요한거라 딱히 새로 사야하는 재료는 없을 것 같아요. 아, 배는 사야겠구나... 밥이랑 먹으면 파김치는 사랑입니다. 그렇지만.. 입 안에 파의 향이 오래, 아주 오래 남아요. 오래...오래..... ㅋㅋㅋㅋㅋ

blanca 2022-11-08 12:20   좋아요 0 | URL
갑자기 ㅋㅋ 저 파김치 한 통 껴안고 격렬하게 먹다 치아에 붙인 장치 떨어져서 바로 치과로 직행했던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지금에 와서야 의사 선생님께 진심 죄송하네요.

다락방 2022-11-09 07:48   좋아요 0 | URL
아니.. 저 너무 상상이 되어서 정말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어떻게 따로 드릴 말씀이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1-08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뜨거운 눈빛은 직장 동료들한테 받고 연애 상대한테는 변태 눈빛만 받았어요? ㅋㅋㅋㅋ
첫 만남부터 키스하고 싶은 눈빛을 보내는 파김치 다부장.

다락방 2022-11-08 11:06   좋아요 1 | URL
아 참 아침부터 거시기해지네요... 인생 뭘까요, 잠자냥 님. 기억나는 눈빛은 모두 인생 후배들의 눈빛이라.. 인생 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런데 키스하고 싶은 눈빛같은거 읽을 수 있는걸까요? 제가 그런 눈빛을 설마... 보냇을까요? 말도 안돼...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1-08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식에 이어 한식까지!! 그것도 손 많이 가는 김치분야!!! 모두 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을 잘 하시는군요? 이것이 바로 진정한 요리 고수 아니신가요??
면면들이 사랑스런 눈빛을 받으실 만한 행동이 몸에 배어 있으신가 봅니다. 직장 동료들에게 그런 눈빛 받기 쉽지 않을텐데 말이죠.^^

잠자냥 2022-11-08 10:55   좋아요 2 | URL
뭘 잘 사주나 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1-08 10: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런 건가요??ㅋㅋㅋ
손 크신 다부장님이시니!!!
좋겠다. 직장동료들!!!^^

다락방 2022-11-08 11:07   좋아요 1 | URL
저는 진짜 요리에 재능이 없고 열심히 노력해도 딱히 맛있게 만드는 타입도 아닌것 같아요. 그나마 이제 치아바타랑 토마토스프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후배들이 저를 사랑하는 건 뭘 잘 사줘서가 아니라 책나무님이 짐작하신대로 제 면면이 다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태어나길 사랑스럽게 태어났어요. 제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3=3=3=3=3

건수하 2022-11-08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스..가 19금 임니까?

7:3 아니고 왜 7:4 일까요.. @_@

여동생 식구들이 와서 파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인 줄 알았는데 파김치는 안나오고. ...

(언제나 뻘댓글)

다락방 2022-11-08 11:08   좋아요 1 | URL
아니... 키스 자체가 19금 이라기보다는... 저 키스로부터 파생되는 이야기를 해나가다보면, 그러니까 그 키스를 떠올리고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하다보면 19금으로 나아가게 되기 땜시롱... 자제. 절제. 저는 차분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4 도 어딘가에서 유래한 관용구일것 같은데, 고것은 제가 차츰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2022-11-08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8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8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2-11-0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하는 이모, 사랑이네요. 파김치랑 치아바타랑 토마토스프 조합도 괜찮을 듯요. 파김치 정갈한 거 봐바. 전 그냥 잘라서 후다닥 무쳐버리거든요. 초등육학년 락방님의 또랑한 눈빛에서 키스를 부르는 눈빛을 상상하며 오호오호 그럴 만두~ 눈빛만 보면 자길 좋아하는지 여자가 뭘 원하는지까지 안다던 도끼병 남자 말이 생각나요. 🤣

다락방 2022-11-09 07:41   좋아요 0 | URL
여동생 도 조카들도 매운걸 잘 못먹어서 제 파김치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치아바타와 토마토 스프를 아주 잘 먹어주었으니 그걸로 감사할 따름이지요. 오래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 만들어줄 수 있는 요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치아바타와 토마토스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후훗.

바람돌이 2022-11-08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의 글들을 그래그래 하면서 나름 진지하게 읽다가 저 파김치 사진에서 앞에 글 다 까먹어버렸습니다. 도대체 못하는게 뭔가요? 토마토 스프와 치아바타에서 이제 파김치까지.... 주부인 저도 파김치 그냥 얻어먹거나 사먹습니다. ㅠ.ㅠ

다락방 2022-11-09 07:43   좋아요 1 | URL
저 파김치 처음 해봤어요! ㅋㅋㅋ 그런데 딱히 막 잘 먹게 되진 않아서... 앞으로 또 할지는 잘 모르겠고요, 뭔가 김치 하나쯤은 담글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파김치는 어렵지 않아서 할 수 있겠더라고요? 후훗.
저 파김치 먹는데 어찌나 육전이 먹고 싶은지, 육전하고 잘 어울리겠다 했는데, 육전 만들려니 세상 귀찮아서.. 그냥 라면하고 먹으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11-09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walk of shame 그런 뜻이었군요^^
제가 쓸 일은 없겠지만, 어디선가 자주 나올만한 표현이네요.

파김치!
너무 맛있겠다.~♡

다락방 2022-11-09 11:35   좋아요 0 | URL
네, 원서를 읽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표현입니다. 이렇게 하나 배워가네요. 이걸 제가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글까지 썼으니.. 기억하겠죠?

파김치 맛있는데 매워요 ㅠㅠ

독서괭 2022-11-09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유일한 이유는 안 된다!! 그거 너무 공감합니다. 저도 그런 말 들으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진지한 글로 시작해서 웃음 빵빵으로 터지는 글이네요 ㅋㅋ 뜨거운 눈빛 ㅋㅋ 아니 근데 직장동료에게 뜨거운 눈빛을 받으며 ˝나는 과장님에 왜케 예쁘죠?˝하는 드라마에서 현빈이 할 법만 말을 들으시는 다락방님.. 진짜 정체가 궁금하다.. 저는 다락방님이 치아바타랑 토마토수프 만들어주시면 뜨거운 눈빛 바로 나올 것 같아요 ㅋㅋ
그런데 심지어 파김치라니!! 사진 엄청 맛나 보입니다. 우리 귀염둥이 둘째가 희한하게도 요즘 파김치에 빠져서.. 다른 반찬은 거의 내치고 파김치만 달라고..-_-;; 그것도 뿌리부분을 좋아하네요. 이상한 녀석..
저도 나중에 아이들이 엄마가 해준 그건 정말 맛있어서, 라고 떠올릴만한 대표메뉴가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는데,, ㅠㅠ

다락방 2022-11-09 11:39   좋아요 1 | URL
아아.. 나는 과장님이 왜케 예쁘죠? 하던 직장 동료가 현빈이었다면... 저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ㅋㅋ 상상할 수도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 인생에 현빈 같은 남자는 없었기에.... 껄껄....... 뭐, 저도 손예진이 아니니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쩐지 눈물을 닦는다)

아니 근데 귀염둥이 둘째가 먹기에 파김치 맵지 않나요? 저는 저희 초등조카6학년이 파김치를 좋아하긴 하는데 매운건 잘 못먹어요. 제가 담근게 아직 파의 아린맛이 남아서 더 맵더라고요. 양념도 매웠지만.. 그래서 딱 하나 먹어보더니 안먹더라고요. 둘째 조카는 아예 먹지도 않았고요. 껄껄. 둘째조카는 초등3학년인데 김치찜이랑 김치찌개 엄청 잘먹어요. 귀요미들. ㅋㅋㅋㅋㅋ
파김치의 뿌리부분만 좋아하다니. 귀염둥이는 정말 귀요미네요 ㅋㅋㅋㅋㅋ

저도 그런거 너무 만들고 싶었어요! 누구에게나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음식이요. 치아바타 가 그런 음식이 되긴 했지만 이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발효하고 폴딩하고 발효하고 폴딩하고 발효하고... 뭐,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뭔가 하나 생겨서 정말 좋아요! 독서괭 님도 도전! 이왕이면 언제나 집에 갖추어진 재료로 뚝딱 할 수 있는게 좋을 것 같아요. 아! 파김치! 파김치에 도전하셔도 될 것 같아요. 파김치 파 다듬고 씻어서 머리 부분만 일단 액젓에 30분 절구고 양념 만들어둔거로 쓱쓱 발라주면 끝이거든요!! 파김치가 어떨지 제안해봅니다. 빠샤!

공쟝쟝 2022-11-1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눈 떠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
없다. 없어. 없네. 없네요. 없은 지 너무 오래되서...... 나 좀 슬퍼지려고해.
네덜란드 가야겠어요. 그곳에선 아침에 눈 떠서 제일 먼저 생각날 사람들이 발에 치이던데......
 















나는 나를 제일 사랑하고 누구도 나를 나만큼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나만 사랑하기'의 끝판왕은 남자들인 것 같다. 주변 돌아보기도 안하고 그저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챔피언 이라고나 할까.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건 없어 보이지만, 자기 자신만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면 세상에, 그건 민폐도 그만한 민폐가 없다. 그런 놈들끼리만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은 지경이다. 자, 너 자신'만' 사랑해? 그런 사람들만 사는 나라로 보내줄게. 슝- 그런 곳에서 과연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아리요시 사와코'의 《황홀한 사람》을 읽기 시작했다. 노인 돌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읽다 보니 진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소설은 아키코의 시어머니가 죽으면서 시작한다. 아키코의 시부모는 아키코와 노부토시가 부부로 사는 집 마당 한 켠에 별채를 짓고 살고 있었다. 아키코가 결혼 후 같이 살면서 시아버지가 잔소리를 너무 심하게 해서 더이상 한 집에서 사는게 힘들어져 별채를 짓고 따로 살게 된거다. 시아버지는 포악한 사람이고 잔소리만 하는 사람이며 차려주는 밥만 먹는 사람인지라 시어머니도 아주 힘들어했다. 아키코도, 노부토시도, 그리고 아키코의 시누이 교코 도 시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실 줄 알았지 시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내내 포악한 아버지를 받아주기만 하던 시어머니였기에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고생만하다 돌아가신 게 안타깝다. 자신도 결혼해 살고 있는 딸인 교코는 어머니에게 과부의 시간이 필요했었다고 너무 아쉬워한다.



"우리 시어머니는 과부가 되더니 정신이 어떻게 되셨는지 노상 웃고 다니셨어요. 남편이 죽어서 행복하셨나 봐요. 해방감이란 게 진짜 있긴 있나 봐요. 그래서 난 우리 엄마가 더 불쌍해 죽겠어요. 과부란 여자 행복의 궁극이니까." -p.75


아직 이 책의 절반도 읽지 않은 지금, 아키코의 시어머니는 갑자기, 그리고 편하게 돌아가신 걸로 보이지만, 내심 자살하신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남편과 함께 사는 내내 고생했는데, 남편에게 치매가 찾아온 거다. 책에서는 '망령'이라고 표현되는데, 시어머니는 멀쩡한 남편으로부터도 고생했는데 그 남편이 치매까지 걸려버리니 그걸 감당할 생각이 미리 지쳤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거다. 시아버지는 지금 아마도 치매 초기인 것 같은데 자꾸 먹을걸 달라고 하고 자식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그런 와중에 며느리만은 알아보지만 자신의 며느리로 알아본다기 보다는 자신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란 걸로 인식하는 것 같다. 항상 아키코를 찾으며 밥을 달라고 하니까. 아키코=밥 주는 사람. 살아 생전 그렇게 구박을 해놓고 그러면서도 아키코, 밥 줘요, 한다. 그런 시아버지를 아키코는 아기 같다고 표현하지만, 아키코의 아들 사토시는 동물 같다고 표현한다. 자기한테 가장 필요한 상대는 본능적으로 잊지 않는, 주인은 알아보는 개나 고양이 같다는 거다.



"엄마가 할아버지 주인이란 뜻이야?"

"비슷하지. 아빠를 알아보신다고 해도 아빠는 할아버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 본능은 살아남기 위한 지혜야. 할아버지가 살아남으려면 아빠보다 엄마가 더 필요해." -p.152



사토시가 이렇게 말하는 건 이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 사실이며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신을 잃어버린 아버지를 챙기는 건 그의 아들 노부토시가 아니라 며느리 아키코인 것이다. 맞벌이 부부인 이들에게 이제 망령든 할아버지를 돌봐줄 가족이 없고, 남편인 노부토시는 은근히 아내가 일을 그만두고 아버지를 봐주기를 바란다. 그 말이 나올까봐 아키코는 너무 초조하다. 일을 계속 하고 싶은데 말이다. 마침 노인 클럽이 있다고 해 그곳에 평일 낮에 아버지를 모실 수 있고 이웃 할머니가 챙겨주시기로 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똑같이 돈을 버는 부부이지만 아키코는 일주일치 반찬을 만드는 일과 집안 청소를 하는 일에 이제 망령든 시아버지를 챙기는일까지 맡게 됐다. 그동안 별채에 살고 계셨기에 시어머니가 시아버지를 챙기셨고 아키코는 가끔 반찬을 해서 가져다드린다던가 했는데, 이젠 아버지의 식사를 전적으로 챙겨야 하며, 잠자리도 봐드려야 하고, 옷도 갈아입혀드려야 하고, 무엇보다 새벽에 소변을 자꾸 보시는데 그 때도 함께 해야 한다. 이 일에 정작 망령든 시게조의 아들은 빠져있다. 억울하고 화가 나서 욱하는 마음에 '너 왜 다른 사람 보듯 하는거야, 네 아버지야' 아키코가 말해보지만, 그럴 때마다 노부토시는 '나도 심란해!' 한다. 노부토시는 그렇게 늙어가는 아버지를 보는게 심란하고, 자기도 아버지처럼 될까봐 너무 걱정이 되는거다. 자신도 늙어가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으니까. 그래, 부인할 수 없다. 우린 모두 늙어간다. 내 부모가 늙어가고 힘이 없어지고 점점 사회에서 소외되는 걸 본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게다가 병까지 걸려 온전치 못한 걸 보게 된다면,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 할텐데 라는 생각이 찾아드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그 당연한 생각 을 노부토시만 하는게 아니다. 아키코도 하는 거다. 그 생각은 누구나에게 찾아들지만, 그러나 어쨌든 현실에서 생활을, 일상을 유지해야 하고 누군가는 망령든 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데, 왜 노부토시는 자기 상념에 괴로워하기만 하며 아버지 돌보기에서 뒤로 물러나는가. 자기만 더 심각해? 자기만 더 고민이 많아? 자기만 심란해? 나는 여기에서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자기 자신만 돌보고 사랑하는 징그러운 남자를 본다. 



나는 이 지점이 심해지면 범죄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스토킹 범죄, 데이트 폭력이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고 본다. 상대가 싫다거나 헤어지자는 말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그들의 항변대로 '상대를 사랑해서'가 아니다.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나'를 견딜 수 없는 거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열등하다는 마음도 있지만 자기자신'만' 사랑하는 그들이 있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나, 거부당하고 싶지 않은 나, 기분 나쁜 나, 마음 아픈 나.. 그것만 생각하다 보면 다른 사람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상황에 공감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나 마음이 너무 아파, 나 고민이 너무 깊어, 나 감정이 너무 상해, 나 지금 너무 슬퍼... 여기에 푹 빠져가지고 상대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주게 되는 거다. 나는 너랑 계속 사귀고 싶단 말이야!!! 진짜 이렇게 자기 자신만 사랑하기에 급급한 인간들은 그 인간들만 사는 나라에 몰아넣고 싶다. 늬들끼리 살아봐라. 이 사회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건줄 아니? 너같은 놈들 대신 뭔가를 해주는 사람들, 너같은 놈들 대신 뭔가를 참는 사람들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이 씹새들아..



고등학생 사토시는 할아버지가 가끔 귀찮았노라 얘기한다.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준 적도 없었던 사람. 그런데 아들인 자기의 아버지보다 손주인 사토시를 할아버지가 그래도 기억하는 건, 할아버지에게 아버지보다 자신이 더 약간이나마 쓸모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진심으로 잘 대해주셨어. 근데 할아버지가 날 위해 뭘 해주셨는지는 생각이 안 나. 방을 어질러놓았다고 구박하신 거랑 마당에서 오줌 싸다 걸린 기억밖에 없어. 그것도 유치원 다닐 때 일이야. 그땐 아직 어렸는데도 할아버지가 엄청 심하게 화를 내셨어. 혼자 내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게 된 날부터 할아버지하고 말해본 기억이 없어. 그런데도 어떻게 나를 기억하시는지 몰라. 틀림없이 생물학적인 본능이 작용했을 거야." -p.152



사토시는 맞벌이 부부인 부모님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신이 열쇠로 문을 따고 집에 들어와야 했다(열쇠 아이 key child). 나도 몇번 언급했지만 부모님 두분 다 돈을 벌러 나가셔야 했기 때문에 아주 어릴 때부터 동생들과 함께 집에 있었다. 동생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설거지를 했다. 엄마가 두고 가신 돈으로 간식을 사다 먹기도 했다. 식빵을 사오면 계란후라이를 하고 케찹 뿌려서 동생들에게 토스트라고 주기도 했고, 떡볶이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나는 아직 국민학생이었고, 어린 우리들만 놔두기 불안했던 엄마는 가끔은 친할아버지에게 우리 집에 좀 와계셔 달라고 부탁했는데, 할아버지가 오시면 나는 할아버지의 밥도 차려야 했고 설거지를 해야 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오셔서 내가 뭔가 덜하게 되거나 편해진 건 없었다. 심지어 내 인생 가장 큰 트라우마도 그 시절 할아버지로 인한 것이었다. 내가 살아생전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그 시절 할아버지 때문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란 존재가 싫다.

그러나 외할머니가 오시면 달랐다. 외할머니는 우리에게 밥을 해주셨고 설거지를 해주셨고 엄마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방도 다 치우셨다. 다쳐서 돌아온 남동생의 무릎에 약을 발라주기도 하셨고, 우리가 씻는 것도 챙겨주셨다. 나는 외할머니가 우리를 봐주러 오시면, 그제야 바로 그 나이의 아이가 되었다. 아, 쓰다 보니 외할머니에게 잘해야지, 새삼 다짐하게 된다. 아흔이 넘으신 우리 외할머니. 



사토시에게 다정했던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가 남아있다. 아키코에게 좋았던 시어머니 대신 시아버지가 남아있다. 심지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 봐주고 챙겨줘야 하는 시아버지가. 공교롭게 좋은 기억을 주지 못한 가족 구성원이 돌봄이 필요하다. 살아있으니 어떻게든 돌보아야 한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언젠가부터 노인, 돌봄, 질병, 노화.. 등의 단어를 보면 내 부모를 떠올리는 대신 나를 떠올리게 된다. 내 일이 될 것이다, 바로 내 일이다. 나는 앞으로 몸이 지금보다 더 약해질 것이고 신체의 모든 기능이 약화될텐데, 그런 채로 살아가는 건 지금보다 힘들겠지. 그런데, 그럴 때라도 살아가는게 힘들지 않게끔 하는게 나라가, 국가가 하는 일 아닌가. 나라는 그러라고 있는 거 아니냐? 아, 모르겠다. 지금은 아흔 넘은 할머니를 들여다보는 일을 예순 넘은 우리 엄마가 하고 있다. 일흔 넘은 아버지가 퇴원하시면 예순 넘은 어머니가 챙기시겠지. 그러다 예순 넘은 어머니가 여동생 집으로 손주들 봐주러 가면, 일흔 넘은 아버지를 돌보는 건 바로 내 일이 될것이다. 



아직 황홀한 사람의 절반도 채 못읽었는데 답답하다. 아키코에게 일어난 현실이 답답하고 이 일이 비단 아키코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아서 답답하다. 그래서 소설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이 소설의 뒷표지에는 '일본의 노인복지제도의 근간을 바꾸었다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써있다. 덧붙이자면, 1972년에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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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2-11-0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 말 좀 중의적으로 들려요. 엄마가 할아버지 주인이냐는 말이요.
남편이 일본어로 主人이잖아요. 그러면서도 늘 들을 때마다 이상했어요. 아 부부사이에 남편은 주인이구나. ;; ご主人様의 역할이라는 걸 저 대화에서 한번 뒤집은 건 아닐까 그렇게 읽히기도 해서 이 책이 궁금해지네요.

다락방 2022-11-04 17:14   좋아요 1 | URL
시누이가 딸인 자기는 못알아보고 며느리만 알아보는 걸 보고서는 며느리에게 그래요 ‘우리 아버지는 언니만 좋아해요‘ 라고. 이게 뉘앙스에 따라 되게 이상하게 해석되잖아요. 그래서 그 말을 들은 아키코도 그 말을 시누이가 또 할까봐 막 쫄고 그래요. 다른 사람이 들을까봐 신경쓰고요. 아무튼 며느리가 시아버지 돌봄 노동을 책임지는 거 너무 싫어요 ㅠㅠ

잠자냥 2022-11-04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이구야..... 리뷰만 읽어도 답답해지네요;
저 아들놈은 지 애비 새벽에 오줌 누러 가는 것도 아내를 시키고 자기 연민에나 빠져있..............
한국도 한국이지만 일본은 정말 가부장제로 돌아가는 나라 꼬라지를 보면 한국보다 더 답없는 나라 같아요.
그 나라 여자들은 아직도 다 큰 성인들이 혀짧은 소리하면서 남자한테 주인님 주인님 하면서 목매고 사는 거 같고(제가 일드를 잘 못 보는 가장 큰 이유랍니다....) 어휴........

다락방 2022-11-04 17:12   좋아요 2 | URL
맞아요, 자기 연민! 아 미치겠어요. 아니, 지 아버진데 왜 남일 보듯 하나 몰라요. 돌봄 노동은 자기 와이프가 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아내가 힘든데 ‘나도 힘들단 말야!‘ 이러는거 너무 어처구니가... 아 너무 싫어요.
아내는 새벽마다 시아버지 오줌 누는 거 봐드리고 그걸 남편에게도 아들에게도 말하지 말자.. 그래요. 전 그냥 이런것도 답답하고 그렇습니다.

저도 일드를 잘 못보고 저는 일본 영화도 잘 못봅니다. 추천받은 일드 한 편 보고 화딱지만 나가지고 그만뒀어요. 잠자냥 님과 저는 한국소설도 잘 안읽고 일드도 안보고... 서구문명 예찬론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04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씹새들아....˝ 오늘의 띵문.......
..... 제대로 된 욕에 감겨버렸다...

다락방 2022-11-04 17:10   좋아요 1 | URL
욕을 좋아하는 쟝쟝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04 18:04   좋아요 0 | URL
욕이 인류에 필요한 이유죠 ㅋㅋㅋ 호찌께스로 눈꺼플 찝어불고 싶네요 ㅋㅋ

바람돌이 2022-11-04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안 읽고 싶어요. 이거 제 이야기가 될까봐.... 제가 지금 간절히 바라는게 다만 몇년이라도 저의 친정엄마가 과부로서 살아보는거니까요. ㅠ.ㅠ 저는 진짜 평소에 우리 엄마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도 한번 살아봐야 하는데라고 말해요. 물론 아버지 안 듣는데서요.

다락방 2022-11-04 17:09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 님, 저도 그걸 바랍니다. 저도 엄마가 아빠보다 더 오래 사시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엄마가 혼자 되어 홀가분해지시기를 바랍니다. 자식도 다 컸으니 누구도 돌보지 않은 채로 온전히 자유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바람돌이 님. 아마 대부분의 자식들이 그걸 바라지 않을까요.. ㅠㅠ

독서괭 2022-11-04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오래 전 출간된 소설이군요.
얼마전 한국일보 젠더살롱에 실린 박신영 작가의 글 ˝‘나는 대접받아야 할 사람‘ 엄마의 희생만 사랑하는 남자들˝이 생각납니다. 아래 좀 인용할게요.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고하며 ˝나의 어머니는 참 훌륭한 분이셨다˝고 증언하는 중노년 남성들에게는 이렇게도 물어보길 권한다. ˝어떤 점에서 훌륭하셨나요?˝라고. 본인도 굶주리면서 가난한 이웃에게 쌀을 나눠 주었다. 그래서 존경한다, 같은 증언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나를 낳고 키워 주셨고 사랑해 주셨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그냥 나에게 잘해 주었으니 훌륭한 사람이라는 뜻인데, 많이 이상하다. 결국 ‘대단한 나 자신을 잘 돌봐 준 사람이기에 훌륭하다‘는, 나르시시즘에 기반을 둔 사고가 보이기 때문이다.

거참, 그러고보니 제가 오늘 쓴 페이퍼에도 엄마의 고통을 갖다쓰지 말라는 얘길 했는데, 일맥상통하네요.
제 지인은 시어머니로부터 ‘내가 다 널 위해 건강관리 하는 거다. 내가 아프면 네가 고생할테니‘라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아니 왜 며느리가 고생하나요. 아들이 고생해야지 ㅡㅡ;;
저도 이 소설 결말이 궁금합니다. 답답해도 꾹 참고 완독해주세요 ㅎㅎ

다락방 2022-11-08 10:15   좋아요 1 | URL
자기 건강 관리하는 걸 며느리를 위한 거라 포장하는 거.. 너무 징그럽네요. 다들 자기와 타인에 대한 분리가 안되는건가봐요. 너를 위하는 거라고 말함으로써 자기를 높이고 있네요. 자기 건강인데. 그리고 며느리가 돌봄노동 하는걸 왜그렇게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할까요? 당사자인 시부모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요. 너무 징그러워요. ㅠㅠ

이 소설의 결말은 시아버지의 치매가 점점 더 지독해지고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 그 과정에서 남편을 원망하는 순간도 더러 나오고요. 저는 이제 이런 책을 읽으면 우리 부모님을 떠올리는게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나도 늙어가는데 나의 앞으로의 삶은 어떤 식으로 이어가야 하는가, 하는 것들요. 역시 일단은, 지금 제가 제 건강을 챙기는 게 답인것 같아요. 독서괭 님, 우리 건강합시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할 수 있도록 잘 유지하도록 해요!!

건수하 2022-11-04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말이 어떻기에 노인 복지제도의 근간을 바꾸게 되었는지… 뒷 부분이 기대를 걸어봅니다..

지금 상태론 너무 답답하네요 휴..

다락방 2022-11-08 10:17   좋아요 0 | URL
뒷 부분은 뭐 특별할 게 없었어요. 다만 이 책이 노인 복지제도의 근간을 바꾸게 된 건 점점 노인이 많아지고 집에서 돌봄노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책의 내용에 사람들이 공감을 하다보니 노인 복지에 국가가 더 신경을 쓰게 된게 아닌가 싶어요.
책에서는 너무 힘든 며느리가 아버지를 요양원에 맡기고 싶어하는데, 이 책이 쓰여진 1970년대 당시에 요양원에 보내는 자식은 불효자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네요. 우리의 며느리는 스트레스가 쌓이고 또 쌓이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