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술을 마시고 맛있는 안주를 먹었으므로, 어제 저녁은 간소하게 먹자고 나름 결심을 했더랬다. 누가 뭐래도 나는 공식적으로 다이어트 중이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선택한 저녁 메뉴는 찐달걀(그렇다, 삶은게 아니라 찐 거다) 두 개와 토마토 하나 였다. 달걀 두 개와 토마토 하나를 먹고나니 으음, 그럭저럭 배고픈 게 사라지는 것 같았다. 허겁지겁 먹고 샤워를 했는데, 하자마자 또 배가 고픈 게 아닌가! 아아. 너구리 끓여먹을까.... 하다가, 계란을 더 먹자, 하다가 결국 토마토를 하나 더 꺼내서 먹었다. 하아- 뭔가... 살짝 배고픔이 사라지긴 했지만 이 커다란 공허함... 이렇게 살아야 하나?


엄마는 왜 육개장을 끓였나?

왜 고추랑 오징어를 졸였지?

왜 취나물을 볶았지?


가까스로 토마토 하나를 먹고 물을 마시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내 옆에서, 엄마는 이제 막 다 된 밥솥의 밥을 퍼서 밥통으로 옮기고 계셨다. 콩이 잔뜩 들어간 잡곡밥이었다. 윤기가 좌르르 흘렀고, 아, 냄새는 또 얼마나 좋던지! 


먹고싶지?


엄마가 물었고 나는 응, 이라고 했다. 


먹어.


라고 엄마가 말했고 나는 됐어, 그럼 아까 찐계란하고 토마토 먹은 게 뭐가 돼, 하고 말했다.


밥솥을 주걱으로 싹싹 긁던 엄마는, 마지막에 밥주걱에 붙어 있는 그 밥풀들, 밥을 새로 했을 때 지극히 소량만 나오는 그 엑기스, 바로 그것을 내 입으로 넣으시려는거다. 이거라도 먹어, 하면서. 아아아아 나는 입을 벌리고 말았고, 결국 주걱을 핥아버렸다. 너무 맛있어. 으으음~ 하고 신음소리를 내자 엄마가 깔깔 웃더니 이번에는 밥을 퍼서 주걱에 다시 붙이시고는 또 내미셨다. 또 먹어, 하시며... 나는 또 받아 먹으면서, 엄마는 사탄이야, 엄마는 악마야, 라고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아침.

엄마는 계란 푼 것에 참치를 넣어 전을 부치셨고, 비지를 내놓으셨고, 육개장을 퍼두셨고, 취나물과 시금치를 주셨다. 밥이 어찌나 꿀맛인지, 먹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양쪽 볼이 미어터져라 밥을 넣고 먹는데, 아, 밥상의 질이 정말 너무 높아. 엄마, 여동생네 집으로 출근 안하고 계속 나랑 있었으면 좋겠어, 했다. 엄마는 깔깔 웃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아침에 니 (남)동생은 밥을 조금밖에 안먹는데....



으응? 나는 그냥 많이 먹어. 아침도 완전 맛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오후에 엄마는 다시 안산에 가신다. 히융 ㅠㅠ 고퀄의 아침 밥상은 또 당분간 안녕-




오전에 외근 다녀오면서 여동생과 통화를 했다. 오늘은 제 딸과 데이트를 할 거라고 했다. 이번 한 주 방학이라 평일날 쉬는 게 오늘 마지막이고, 그래서 제 딸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는 것. 그래서 어디갈건데? 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타미가 도서관 가자네, 과자 먹으러.

서점 가쟤, 스티커 산다고.

스벅도 가자고 하네, 한글 숙제 한다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도서관은 과자 먹으러 가는 데야? 서점은 스티커 사러 가는 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과 나는 통화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딸은 딸이다》를 읽으면서 엄마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더랬다. 내가 내 행복을 위해 선택한 것이 엄마에게는 불행으로 가는 길로 보였던 것, 그래서 엄마가 말렸던 일. 그때 반나절을 울고 엄마랑 사이가 안좋은 채로 며칠을 보냈더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원한 게 내 행복인건지 혹은 엄마의 행복인건지 헷갈렸었다. 결국 엄마와 나는 각자 행복한 것이 서로를 위해서도 최상이었음에도, 그당시 나는 '엄마가 내 행복을 방해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한동안 오래 자리잡았고. 엄마는 그 일에 대해 엄마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게 미안해했다. 한번쯤 그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고, 나는 그 일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채로 시간이 흘렀고, 이 일은 이제 우리 둘다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결국 엄마의 선택이 내게도 최선이고 궁극적으로 행복해지는 것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엄마가 나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생각하고 마음을 써줬기에 내가 지금에 이르렀음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엄마에게 빚지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이 빚을 갚기 위해서는 엄마에게 한번쯤은 꼭 그 일에 대해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 그거 계속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이제 그 일을 엄마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자꾸 다짐하지만 용기가 없어 아직 말하지 못했다.


나는 점점 더 엄마에게 어릴 때에 고마웠던 일들을 언급하며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게 남아있다. 엄마는 '너 시집 안가고 엄마랑 술마시고 살자' 라고 장난스레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내가 엄마랑 술 마실라고 결혼 안하는 거잖아' 라고 대꾸했더랬다. 그리고 둘다 어처구니 없어서 웃었었고. 엄마는 나와 술마시는 시간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그래서 나도 가급적 엄마랑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번 그런 시간이 오면, 그때는 정말 말해야 겠다.


엄마, 그때 나를 말려줘서 고맙다고, 그 일로 미안해하지 말라고, 결국 최선이었다고, 그래서 내가 지금 행복해졌다고.



밥 대신 찐 계란 먹는 나를 너무나 안쓰러워하시고, 아침마다 양 볼 가득 밥과 반찬을 먹는 나를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시는 엄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사실을, 엄마 덕분이라는 사실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여동생과 조카의 데이트 얘기를 듣다가, 나와 엄마에 대해 생각하다가-빚 진 느낌은 빚을 갚아야 사라질테니-, 이 책, 《딸은 딸이다》가 생각났고, 그래서 검색해봤다. 내가 리뷰를 쓴 기억은 나는데 뭐라고 썼더라, 하고. 그러다 밑줄 그은 걸 보게됐는데, 캬- 나는 참 밑줄도 잘 긋는다. 그을만한 문장들에 그었더라. 다음과 같다.



"스물여섯 살 때였나, 사실 아주 화기애애했던 가족 모임 도중에 그런 순간을 맞았어. 나는 섬뜩했고 두려기도 했지만 결국 받아들였어. 진실을 부정하지 마.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갈 동반자는 세상에 딱 하나,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지. 그 동반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해. 자신과 사는 법을 배워. 그게 답이야.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p.21)



"하지만 소유욕은 나쁜 거잖아요!"
"물론 그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매일같이 접하지. 아들을 앞치마 끈에 매달고 사는 엄마, 딸을 독점하는 아빠, 하지만 항상 부모들만 그러는 건 아냐. 예전에 내 방 앞에 새 둥지가 있었어. 대가 되자 새끼들이 하나둘 떠났는데 한 마리가 계속 남아 있는 거야. 둥지 안에 계속 있으려 하고, 먹이를 받아먹으려 하고, 둥지 밖으로 굴러떨어지는 시련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지. 녀석은 어미를 몹시 걱정시켰어. 어미는 새끼에게 보여주려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짹짹거리고 날개를 퍼덕였지. 그러더니 결국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지 않더군.먹이를 물고 와 둥지 한끝에서 부르기만 하더라고. 그래, 그런 인간들이 있어. 성장하려고 하지 않는, 어른의 삶에 있을 고난을 피하려고 하는 자식들. 그렇기 길렀기 때문에 그런 게 아냐. 그들 자신
이 그런 거지." (p.22)



"잘 들어, 앤. 내가 봐줄 수 없는 일이 두 가지 있어.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고결한 인간인지 자기가 한 일에 무슨 도덕적인 이유가 있는지 떠들어대는 일, 또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계속홰서 후회하는 일이야. 양쪽 말 다 사실이겠지, 자기 행동의 진실을 깨닫는 거라는 점에서는. 그래야 하는 거고. 하지만 그랬으면 넘어가야지.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어. 계속 살아가야지." (p.307)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또 나왔더라. 이로서 다른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 여섯권 전체가 나온건데, 크- 이번에 새로 나온건 제목도 표지도 진짜 또 완전 좋아. 하아- 아까 주문을 마치고, 복불복 마일리지 3만점 꽝되었건만, 또 주문을 해야겠다. 부지런히 읽어 중고샵에 내다팔고, 예치금이 쌓이면 내가 너를 사주마. 



















복불복 마일리지, 너 딱 기다려. 나는 5만점, 3만점 말고는 밑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작은 건 쳐다보지 않겠어, 나는 큰 걸 갖겠어. 지금 니가 나한테 계속 튕기지만, 어디 딱 두고봐. 내가 기필코 너를 갖고 말겠다.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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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5-05-1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달걀에 참치를 휘저어 만드는 전, 맛있겠다. 오늘 저거 해먹어야겠어요. ㅎ

다락방 2015-05-15 11:42   좋아요 0 | URL
겁나 맛있어요 치니님. 완전 술안주로도 짱임. 양파나 당근 같은 야채를 썰어 넣어도 좋습니다. 저희 엄마도 야채 넣어주시거든요. 최고임. 히융- 먹고 먹고 또 먹고~

얼룩말 2015-05-15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네 집..그곳이 바로 파라다이스로군요! 정말 맛있는 음식만 잔뜩!!!

다락방 2015-05-15 12:47   좋아요 0 | URL
인피니트의 파라다이스가 생각나는군요.

니가 있어야만 여기가 패러다이스~

맛있는 반찬이 있어야만 패러다이스, 로 바꿔야겠습니다. ㅎㅎ

비로그인 2015-05-1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밥 잘먹는 딸이 있어봐서 아는데!!!아침마다 싹싹 비운 그릇과 함께 자알~먹었습니다 해주면~ 그 만족스러운 표정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매일 매일 새롭게 벅차게 기뻐요!!!

다락방 2015-05-15 13:50   좋아요 0 | URL
네, 울엄마도 정말 좋아하세요. 보다가 막 웃어요. 한 입에 너무 많이 넣는 거 아니냐며, 조금씩만 넣으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저녁에 밥 대신 다른 걸 먹는 저를 보는게 마음 아프신가봐요. 밥을 얼마나 좋아하고 잘 먹는지 아시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5-05-1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요즘 엄마랑 통화나 문자를 자주 주고 받는데, 좋다가도 빡치는 지점이 있어요.
그 지점은 이제 우리 둘다 알아서 그때쯤엔 서로 눈치보며 조심하고 있는데.
뭔가 예전같으면 둘다 폭발해서 터지겠지만 지금은 각자 혼자서 터지는 느낌? ㅎㅎ;;; 이거 웃으면 안되나..
무튼 엄마랑은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을것 같기도 한데(어디까지나 아직은 가정!) 아빠랑은 힘드네요.

[사랑을 배운다] 크. 제목도 좋고 표지도 아름답고. 책만 읽으면 되는데...ㅡ.ㅜ

다락방 2015-05-18 11:40   좋아요 0 | URL
우리에게도 폭발하는 지점은 있었지만 이젠 서로 피해가는 것 같고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나이들면서 더 부모가 애틋해지는 것 같아...같이 늙어가서 그런가 -0-
아빠랑은, 뭐 나는 엄청 친하기는 한데, 뭔가 엄마한테 주는 만큼의 사랑을 주게 되진 않는 것 같아요. 애증의 관계..같어 ㅎㅎ

단발머리 2015-05-1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이름으로 펴낸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이 벌써 여섯번째군요~~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은 있지만 한 권만 읽고 마는 사람은 없다는, 그 아가사 크리스티~~ 아.... 내용 역시 훌륭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어쩜 표지들이 하나같이 이리 예쁜가요~ 정말... 구매를 부르는 외모*^^* 난 아직 정희진님이랑 할 말이 좀 남았는데 말이죠.@@

다락방 2015-05-18 11:42   좋아요 0 | URL
여섯권이 있는데 여섯 권 전부 다 나온거에요, 단발머리님. 저는 세 권을 읽었고 한 권을 가지고 있는데 세 권 읽고 판 게 약간 후회되네요. 셋트로 꽂아두면 예쁠텐데...싶어서 말이지요. 하핫;; 그렇지만 책장은 좁고 셋트 예쁘다고 다 꽂아둘 수는 없는 법...하아-

정희진님과 충분히 대화하고 오세요, 단발머리님. 그래도 됩니다. 그 편이 더 좋습니다. 후훗 :)

보물선 2015-05-15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 요리가 하고 싶어졌어요!
맛있는 냄새를 피워보고 싶네^^

다락방 2015-05-18 11:43   좋아요 1 | URL
오, 보물선님, 요리는 하셨습니까? 하셨다면 어떤 요리를 하셨을까요? 어떤 냄새를 피우셨을까요?
:)

보물선 2015-05-18 16:30   좋아요 0 | URL
부추김치, 머훗대볶음, 아구포조림 했지요^^

무해한모리군 2015-05-1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뭄때 논에 물 들어간 소리하고 자식 목에 밥 넘어가는 소리가 젤 좋다는 옛분들 말씀이 생각나네요. 훔쳐오고 싶다 저밥상 ㅎㅎㅎ

다락방 2015-05-18 11:43   좋아요 0 | URL
네, 휘모리님.
며칠전에 조카가 저희집에 와서 찐 계란에 요구르트를 제 앞에서 먹는데요, 와, 너무 좋고 행복한 거에요!! 그런건가봐요. >.<

다다 2015-05-15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효 좋으네요. 풍경이 막 샤랄랄라 그려져요. 애거사 크리스티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사실 누군지 몰랐어요. 다락방님께서 살포시 소개해주셔서 오오 하고 있습니다요. 기억해뒀다 읽어볼게요 :)

다락방 2015-05-18 11:46   좋아요 0 | URL
소금꽃님도 읽으시면 좋아할만한 작품들입니다. 그녀의 추리소설들도 재미있지만 추리 소설이 아닌 것들도 아주 훌륭합니다. [봄에 나는 없었다] 가 소금꽃님에게는 가장 낫지 않을까, 라고 확신없이 생각해봅니다. ㅎㅎ

hellas 2015-05-16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완전 내 스타일. >_< 요리해드리고 싶네요!!!ㅎㅎㅎ

다락방 2015-05-18 11:46   좋아요 0 | URL
어머, 부끄러워요. ㅋㅋㅋㅋㅋㅋ저는 hellas 님 스타일. 하트뿅뿅 ♡

moonnight 2015-05-17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댁에 가서 밥먹고 싶어요ㅠㅠ 애거사 크리스티 책 여섯권 완성되었군요^^ 이 시리즈는 중고시장에 내놓지않고 간직하고 있어요. 딸은 딸이다를 읽으며 저와 엄마를 대입해보기도 했었지요. 결국 중요한 건 나였던건가 하면서요.

다락방 2015-05-18 11:47   좋아요 0 | URL
히잉, 저는 중고샵에 내놓고 살짝 후회했어요. 여섯권 나란히 꽂아두면 정말 예쁠텐데 말예요. 그쵸? 문나잇님은 아무쪼록 아름다운 책장 완성하세요. 흑흑.
 















나랑 독서 취향이 전혀 다른 타부서의 ㅇ 과장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았다. 로알드 달을 읽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나는 셈인데, 이제 막 처음의 단편 하나를 읽었는데 재미있다. o과장은 나와 동갑이고 남자사람인데, 일전에 우리는 서로 책에 대한 취향이 달라서 회식중에 살짝 투닥거리기도 했었건만, 그 뒤로 복도에서 만났는데 내가 극찬한 핏츠 제럴드 단편선을 읽고 있다는 게 아닌가! ㅎㅎㅎㅎㅎ 암튼 그뒤로 살짝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데, 로알드 달의 소설을 읽어보라며 선물해준 것이다. 암튼 하나 읽고 재미있다고 어제 고맙다고 인사를 했는데, 두번째 단편에서 병맛 캐릭터가 나온다... 아직도 두번째 단편 읽는 중이므로 뭐, 이 병맛 캐릭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인데, 이런 구절을 봤다.




그러나 훌륭한 말솜씨와 눈의 표정만으로 여자를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었다. 코도 한몫을 했다. (오스왈드는 XIV권에서 어떤 여자가 보낸 짧은 편지를 인용하면서 그 내용을 기분 좋게 음미하는데, 그녀는 그의 이런 면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했다.) 오스왈드는 흥분을 하면 콧구멍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던 모양이다. 콧구멍 테두리가 팽팽해지면서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져 안의 선홍색 피부가 드러나는데, 이것이 묘하게도 야생 동물 같은 인상을 주었다. 글로 묘사하면 별로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을지 몰라도, 실제로 여자들은 그것을 보면 감전을 당하는 듯한 자극을 받았다.

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오스왈드에게 끌렸다. 우선 그는 어떤 가격으로도 소유되기를 거부하는 남자였으며,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일류의 지성, 넘치는 매력, 난잡하다는 평판이 기이한 조합을 이루어 강력한 매력이 만들어졌다. (p.60)



아니, 이게 뭐야? 콧구멍 테두리가 팽팽해지면서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져? 안의 선홍색 피부가 드러나? ... 싫은데? 근데 그게 야생 동물 같은 인상을 준다고???????????????????? 그러면..좋은가? 물론 내가 맹수를 좋아하고, 뭔가 으르렁- 하면 매력을 느끼긴 하지만....그래도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지는 콧구멍..같은게 좋을리 없지 않나? 아마 나처럼 생각할까봐 '글로 묘사하면 별로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을지 몰라도' 라고 쓴건가? '실제로 보면 감전을 당하는 듯한 자극을 받는'다고? 되게 궁금하다.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지는 콧구멍..이라니. 감전을 당하는 듯한 자극, 그런거 나도 한 번 받아보고 싶네 그려. 감전을 당하는 듯한 자극을, 근데 왜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지는 콧구멍..으로부터 받는걸까. 그게 주는 게 뭘까? 콧구멍 페티쉬..같은건가?





몇차례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 나는 거절을 잘한다. 거절하면 상대가 상처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다 같은 상황을 또 만들게 되는 것 보다는, 순간 상처를 주고 받을지언정 같은 상황을 또 만들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 상대와 나에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절은 확실히 해줘서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는 것. 궁극적으로는 그게 낫다는 것이 나의 삶에 대한 태도랄까. 그러니까 이걸 왜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느냐 하면, 그래서 나는 어제도 2차 맥주집에서의 헌팅을 단호히!! 거절했다는 거다. 움화화화화화화화핫


문제는 거절의 주체가 '나'여서는 안되었다는 것...내가 아니라 내 동료.. 여야 했다는 것... 하아- 



직급이 사원인 L 양과 나는 어제 같이 술을 마시러 갔다. L 양은 입사한지 아직 1년도 안된 20대의 미모로운 여자사람이고, 나는 이제 차장으로 진급한 '내일모레 마흔'인 여자사람이다. 우리는 곧잘 같이 술을 마시곤 하는데, 서로 대화하는 게 무척 즐겁기 때문이다. 대화도 잘 통하고 술도 좋아하고 그래서 우리 둘의 어마어마한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술자리를 즐겨 갖는데, 혹시라도 직장 상사이기 때문에 상대가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진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나랑 노는걸 즐거워한다는 게 눈에 보이므로 나 역시 기꺼이 함께 노는 것이다. 내가 감각이 좀 젊지....않나? 여튼 우리는 회사 얘기서부터 그동안 만나왔던 서로의 찌질한 연인들에 대한 뒷담화 까지, 또한 사랑에 빠졌을 때 뭐가 좋았는지 어떤 것들이 후회가 되는지 서로 이야기하며 깔깔대고 즐거워하는데, 어제도 마침 우리 둘에게 이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되서 같이 술을 마시러 간 것이다. 1차로 쭈꾸미를 먹으러 가서 그곳의 친절한 사장님과 약간 대화하며 또 깔깔대고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화를 좀 더 하자며 2차로 옮겼다. 2차는 근처의 맥주집이었다. 간단히 맥주 한 잔씩만 하고 가자, 라고 말하고 2차로 옮겨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와 안주(치즈스틱과 감자튀김...고칼로리...성공적)를 주문한 뒤 우리는 다시 폭풍 수다를 떨었다. 떨고 있는데 갑자기 덥썩,


내 옆자리에 와이셔츠 차림의 젊은 남자가 와서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거다. 나는 아이쿠 깜짝이야, 라고 했고,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며, 자신들도 맥주를 한잔 하고 있는데 같이 마시자는 거다. 그래서 나는 아니다 됐다 라고 했다. 그래도 계속 같이 놀잔다. 남자는 나보다 한 십년쯤은..젊어보이는 듯했고, 의욕이나 뭐 이런 게 그러니까 직장에 입사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았는데, 잘생겼지만, 여튼 나는 됐다고 했다. 우리 금방 갈거에요, 라고 하자 남자는 우리도 금방 갈거에요 라는 거다. 저희는 이것만 마시고 갈거에요, 라고 하니까 저희도 이만큼 남았어요 라는 게 아닌가. 하아- 이 시점에서 나는 사실 이 남자가 나랑 같이 놀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내 옆자리에 앉았고, 나보다 젊어 보였으니까. 또한 내가 이십년 가까이 술을 마시는데 같이 술마시자고 남자가 헌팅한 경험이 거의 없으니까. 분명 나랑 같이 있는 L 양 때문에 온 것인데, 이 거절의 기회를 L 양에게 줘야하는게 아닐까 싶어 거절의 대답을 잠깐 멈췄다. L 양은 거절하기 싫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L 양도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 남자는 포기를 모르더라. 하아- 그래서 나는 개정색을 하고 말했다.



- 저희(라고 말하며 L 양과 나를 가리켰다) 지금 얘기중이었잖아요.

- 네

- 가세요.

- 네


결국 남자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는데, 혹여라도 L 양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된 게 아닐까 좀 걱정이 되는 거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같이 놀고 싶었던 거 아니냐, 라고 물으니 아니란다. 이 아닌게 정말 아닌 게 맞는 건지, 아닌 게 아닌 건 아닌 건지...지금부터 남자들과 합석해서 놀게 되면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될거고, 나는 다크서클 관리 때문에 일찍 자야 되니까 늦게까지 놀기 싫고, 늦게까지 놀면 택시 타고 집에 가야 되는데 나는 택시 타기도 싫고... 결정적으로 나는 지금 별로 남자랑 놀고 싶지도 않았고..나에게는 거절의 이유 밖에 떠오르지 않았는데 혹시 L 양은 이걸 아쉬워하는 게 아닐까?



이게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진짜 폭풍 미안함으로 다가오는 거다. 내가, 나에게 오지도 않은 제안을 너무 단호히 마치 내것인듯 거절해버린 게 아닌가...아, 너무 미안한거다. 그래서 오늘 출근해서는 내가 미안하다, 내가 너무 나이가 많아서 노는 데 지장을 준 것 같다, 내가 거절했어야 되는 게 아닌데 내가 한 것 같다 등등의 말을 건넸다. L 양은 절대 아니라며, 차장님하고 노는게 훨씬 더 재미있다고 했다. 그렇지만...그건 내가 직급이 높고 바로 앞에서 말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일 수도 있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너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걸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나랑 놀지 말라고 웃으면서 말했는데 내가 젊은이들의 창창한 즐거움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침에 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이 일에 대해서 출근한 뒤  K 양에게 말하니, 왜 거절했냐며 같이 놀지, 다음엔 자신도 꼭 같이 가자는거다. 같이 놀자고. 그래서 내가 그래, 나는 중간에 빠질테니 너희들이 즐겁게 놀아, 라고 했다. K 양은 무슨 소리냐고, 차장님을 절대 보내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아무래도 .. 난... 안될것 같아...... Orz



미안해..



아침 출근길에는 '박정현'의 <미안해>를 들었다.


https://youtu.be/1RaquBAwefY






바뀐 졸리 사진 너무 이쁘다. 머리 올린 것도 너무 예쁘고 빨간 립스틱도, 웃는 것도 예쁘다. 내가 좋아하는 게 여기 다 들어있다. 나는 여자사람들의 헤어스타일 중에서 올린 머리를 가장 좋아하고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올림 머리가 가장 완벽한 헤어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하고나서도 제일 편한 스타일이기도 하고. 립스틱은 크, 빨간색이 진리지. 게다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미소 짓는 졸리라니. 예뻐서 미치겠다. 나중에 서재 사진 바꾸게 되더라도 이 모습은 기억하고 싶어서 페이퍼에 넣는다.


나도 눈동자 색깔 특이한 거였으면 좋겠다. 회색이나 초록색이나 파랑색...핑크색은 어떨까? 핑크색은 별로인가?



밥 먹고 싶다 ㅠㅠ

많이 먹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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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5-1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의 젊은 여자사람과 함께 있을때 발생할수 있는 일을 당하셨군요 ㅋㅋ
그런데
다락님이 지금보다 더 젊고 미모로웠던 시절에는 이럴때
어떻게 했었어요? @_@

올린머리는



짱!

저도 오늘은 왜인지 계속 배가 고프네요.
간식도 먹었는뎅 킁!

신김치 쫑쫑 썰어 넣고
조물조물 챔기름 넣고
비빔국수 해먹고 싶어욧!

다락방 2015-05-14 11:29   좋아요 0 | URL
제가 젊은 시절은 있었지만 젊고 미모로운 시절은 없었숑 -_-
그러므로 이런 일이 제게는 별로 일어나지 않는 일....
같은 코스로 십수년 출근했지만 저 여기서 내려요, 이런 일도 없고.. 하하하하하.

저는 오늘 점심을 아주 많이, 맛있게 먹을 겁니다! 빨리 점심 시간 됐으면 좋겠어요. 히융-

붉은돼지 2015-05-1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정색!!!! ㅋㅋㅋㅋ 남자사람이 좀 놀랐겠어요 ㅎㅎㅎㅎ
잘 하셨습니다. 말을 안들어 먹을 땐 본색을 좀 보여줘야죠 ㅋㅋㅋㅋㅋ

뭐 별로 미안해 하실 일은 아닌듯해요,
미모로운 여자 사람 L양은 그 미모로움으로 인해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충분히 차고 넘칠듯...^^

다락방 2015-05-14 11:39   좋아요 0 | URL
네, 근데 어제 그 남자가 잘생겨서...제가 좋은 기회를 쫓아버린 게 아닌가 싶은... 그런 미안함.....하아-
그 남자는 잘생겨서 자신이 거절당할 줄 몰랐던 것 같아요. 중간에 저희한테 물어보더라고요. `저 못생겼어요?` 라고. 정확히 저런 말은 아니었고, `저 별로에요?` 라던가, 뭐 여튼 자기가 잘생겼는데 왜 거절하지? 라는 뉘앙스를 풍겼어요. 하하하하하.

이제 22분만 있으면 점심시간이에요. 기다려야지요, 점심 시간을. ㅋ

2015-05-1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너무 귀여우세요ㅋㅋ 말씀하시는것을 보니 후배들이 왜 따르는지 알듯. 저라도 다락방님 같은 선배랑 놀고 싶을것 같아요ㅋㅋㅋ

다락방 2015-05-14 12:49   좋아요 0 | URL
제가 어제 페이퍼에서 `에스카`님께 단 댓글을 오늘 그대로 `롸`님께도 달아야겠네요.


이 구역의 귀여움은 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5-05-1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딩때 버스정류장 오빠들 다 만나는 건데! 대학생때 먼저 쪽지주던 남학생들 다 만나는 건데! 저도 마흔을 바라보며 이제야 후회합니다 하핫
가세요!!이토록 나쁜 여자 다락방님!♥

다락방 2015-05-14 13:14   좋아요 0 | URL
아아, 쪽지 주던 남학생..같은 게 제겐 없었어요. 대학생 때 전 어딜 둘러봐도 여자여자여자여자....고등학교때도 여자여자여자여자 중학교때도 여자여자여자여자.....
아른님도 한 미모 하셨군요! >.<

네, 저는 나쁜 여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5-05-1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우리는 뭐 여자 아니랍니까--;; 락방님 보고 온 거라고요. 졸리 정말 우아하다....

다락방 2015-05-14 14:03   좋아요 0 | URL
그러기엔 남자가 좀 젊었거든요. 젊은 남자가 절 보고 왔을리가...orz

(왔을 수도 있지 않나? 의외로 제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5-05-1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 졸리 짱!
내일은 오랜만에 빨란 립스틱 발라야지. ㅎㅎ

다락방 2015-05-14 16:11   좋아요 0 | URL
난 이 부서로 옮기고나서부터 빨간 립스틱을 못바르겠어... ㅠㅠ
토요일에 발라야징 ㅋㅋ

유부만두 2015-05-1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과장님들끼리 독서취향으로 티격태격.. 피츠제랄드로 화해... 로알드 달 선물... 무슨 이비에스 외화 줄거리 같아요!

다락방 2015-05-14 16:28   좋아요 0 | URL
아 티격태격할때는 진심 빡침이 찾아왔었어요. 제가 며칠을 부르르 떨었다고요.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피츠제럴드 읽는다길래 마음이 풀어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5-05-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절을 잘하는건 정말 중요한 장점이지요.

저도 둘이 수다떠는데 누가 끼어들면 싫을거 같아요. 잘하셨어요!!!!!

다락방 2015-05-15 11:43   좋아요 0 | URL
다들 저한테 잘했다고 하긴 하는데 저 스스로는 제가 잘했다는 생각이 안들어요 ㅠㅠ 너무 제가 하고싶은대로만 했다는 생각이 ㅠㅠ

세실 2015-05-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빨간 립스틱은 할 수 있지만 올린 머리는 불가해요. (새치가 많아요. ㅜㅜ) 근데 누가 하래? 그쵸?
졸리 나이 들어도 참 예쁜 배우^^

저라면 은근 슬쩍 합석했을텐데 ㅋㅋ

다락방 2015-05-15 11:44   좋아요 0 | URL
올린 머리는 저도 못해요. 올린 머리 정말 좋아하는데 말이죠, 제가 지금 짧은 단발이라 -0-

저도 술자리 처음 이라면 아마 합석했을 거에요. ㅋㅋㅋㅋ 아님 다음날이 공휴일이어도 생각해봤을 거고요. 그렇지만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5-05-1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헤어스타일이 올린머리예용 특히 여름에 최고인 거 같아요.^^ (다락님 좋아하신다니 괜히 기분좋음ㅎㅎ;) 후배사원분께는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될 듯해요. 저라면 다락님과 더 시간보내고 싶을 것 같아요. 내가 거절당할리가. 하는 남자의 태도도 별로-_-;

다락방 2015-05-18 11:48   좋아요 0 | URL
꺅 >.< 문나잇님 올린 머리에요? 와- 저는 진짜 올린 머리 사랑해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완벽한 스타일인 것 같아요. 보기에도 그렇지만 제가 하기에도 제일 편한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사랑스러운 헤어스타일의 소유자시네요, 문나잇님!! 꺅꺅 >.<

네, 이제는 저도 거절한 것에 대해 그리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생각해요.
최근 있었던 일중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해프닝 이었어요. ㅎㅎ
 

제목...이게 뭡니까 ㅠㅠ


















원제: Mad about the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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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의 장비 2015-05-1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 아니 제목 저게 뭔가요ㅋㅋㅋㅋ

에이바 2015-05-13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우리나라에도 출간됐어요? 세상에나...

cobomi 2015-05-13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빵터졌어요ㅎㅎ

유부만두 2015-05-13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moonnight 2015-05-13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정말 이게 뭔가요ㅠㅠ

그렇게혜윰 2015-05-13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우하하하 ㅎㅎㅎㅎㅋㅋ

hellas 2015-05-1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ㅋㅋㅋㅋ

수이 2015-05-14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듯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5-05-1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원제도 정말 저걸까요????

다락방 2015-05-14 14:03   좋아요 0 | URL
원제: Mad about the boy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5-05-15 09:31   좋아요 0 | URL
원제가 더 좋은데요 ㅎㅎㅎㅎ 그런데 번역도 잘했네요 ㅋㄷㅋㄷㅋㄷ
 















말이나 글 그리고 행동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는 추측하곤 한다. 우리가 추측하는 상대에 대한 느낌들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우리가 읽어내는 상대가 '보이고 싶은 대로 보이려고 하는지' 혹은 '있는 그대로'를 보이려고 하는지에 따라 다를텐데, 여태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보이고 싶은대로 '사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라는 거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개념 있는 사람, 깨어있는 사람, 똑똑한 사람, 예의 바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욕망이다. 그러나 내가 '실제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어떠한 '척' 하는 삶이란 제대로 되지도 않고 결국 뽀롱나기 마련이다. 내가 보이고 싶은, 내가 꾸민 면을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보며, 그것이 나의 진짜 모습인 줄 생각한다 하더라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내 진짜 모습을 궤뚫고 있다. 그 사람은 친한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들키고 싶지 않은 꽁꽁 감추어둔 면을 누군가는 보고야 만다.


[우행록]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보이고 싶은 면'을 보이려고 행동했지만, 누군가에게 진짜 모습을 들켜 버리는 사람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사는 게 편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내 무식함을 드러내고, 내 무례함을 드러내면서 사는 것. 그러다보면 누군가는 그건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 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게 말하고 또 내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기도 하면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보이고 싶은 면만 보이고 살려면 가면에 가면을 쓰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해야 하고 꾸민데 더 꾸며야 한다. 아, 생각만 해도 피곤하지 않은가. '이렇게 보이고 싶다면 이렇게 말해야겠지', '이렇게 보이고 싶다면 이렇게 써야겠지' 를 생각하다가는 결국 본질의 나를 놓치고 만다. 그냥 '난 이렇다' 하는게 가장 속편한 듯. 화장을 두껍게 해서 내 얼굴의 넓은 모공을 감출 수 있다고 해도 내 모공이 정말 없어진 건 아니다. 아주 크게, 그냥 거기에, 계속 있다. 이건 뭐 모공에센스를 발라도 쪼그라들질 않어...



연애란 게 참 어려워요. 마음의 추가 서로 평행을 이루면 좋겠는데 그게 좀처럼 쉽지 않으니까요. 서로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어느 한쪽으로 추가 기울기 마련이죠. 감정의 무게가 덜한 쪽은 결국 상대방에 질리기 시작할 수밖에 없어요. 함께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걷는 게 귀찮게 느껴지는 거죠. 그런 온도차를 서로의 노력으로 메워나가면서 연애를 이어나가는 건데, 젊을 때는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어요. 그러다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죠. (p.161)



이 문장을 읽는데, 너무 슬펐다. 분명 처음 시작할 때는 함께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걷는 게 지상 최고의 목표이기도 했을텐데, 그러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귀찮게 느껴지다니. 결국 새것은 헌것이 되고 헌것도 새거였던 순간이 있었다던, 《우리도 사랑일까?》의 대사만이 명백한 진리일까. '오래된' 혹은 '오래 지속되는' 연애라는 것은, 바로 그런 '온도차'를 메워나가는 것이구나, 새삼 고개를 끄덕인다. 내 마음대로 안된다고 팽- 돌아서는 게 아니라, 이걸 메워나가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 아마도 그것이 젊은 시절을 보내고 조금 더 어른이 된 사람들의 연애이겠다.


나란히 혹은 함께 걷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일전에 한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나서 다음날 채팅으로 남자사람친구랑 대화를 하는데, 어제의 데이트는 어땠냐, 고 친구가 물어봤다. 나는 좋았다고 말하면서 덧붙였다. 좋아하는 남자랑 걷는다는 거, 그건 굉장히 안정감을 준다, 옆에서 함께 걷는 것 만으로도 내 걸음 자체가 편안해지고 또 편해진다, 내가 더 쉽게 걸을 수 있게끔 이 남자가 다 길을 마련해주는 그런 느낌이다, 라고 말을 했더랬다. 실제로 그순간 그와 걸을 때 길이 그냥 모세 앞에서 바다 갈라지듯이 갈라지는 느낌이었달까. 그가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줘서는, 사람들이 많을 때면 자기 옆으로 바싹 나를 끌어당기는데, 뭔가 샤라라라랑- 마음속이 꽉 차는 느낌. 만나자마자 함께 걸어 식당으로 향하는데 문득 내 발을 보더니, 보도블럭 홈 파여서 그 굽으로 걷기 불편하겠다, 고 말하는데도 깜짝 놀랐다. 이 남자는, 어떻게 이런 것까지 신경쓰지? 하고. 그 남자의 전과 후에, 보도블럭 위를 걷는 내 굽에 대해 신경쓴 남자는 없었다. 아, 이런거 쓰니까 또 막 마음이 거시기해질라고 해...그만 생각해야지. 막 가슴이 뻑뻑해지고 묵직해지고 그러네. 그렇게 함께 걷고 헤어진 다음날, 출근길에 이화동 들으며 완전 가슴이 폭발할라 그랬었는데..하아-


그만두자. 이런 생각은....술만 마시고 싶어지니까. 




몹시도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장면들이 몇 개 있는데, 나는 특히 남자든 여자든 운동하는 장면이 그렇다. 내 남동생도 예외일 수 없어, 나랑 산에 가다가 웨이트 하는 거 보면 막 뿌듯해지고 좋아가지고서는 '사진 찍어도 돼?' 라고 묻고는 '이 사진 올려도 돼?' 하고 막 애원한다 ㅋㅋㅋㅋㅋ 나는 엄청난 근육을 가진 파워맨들한테서는 매력을 못느끼는데, 뭐라고하지, 이런 보통의 일상을 사는 남자사람들이나 여자사람들이 자신의 몸 관리한다고 운동하는 거 보면 막 겁나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거다. 암튼 이걸 알아서인지, 내 이성친구중 한 명은 가끔 자신이 운동하는 장면을 찍어 보내주는데, 와, 진짜 속깊은 이성친구인게, ㅋㅋㅋㅋㅋ, 어제는 무려 허리들기 운동하는 장면을 찍어 보내준 거다. 똑바로 누워 팔다리를 바닥에 대고 허리와 머리를 들어올리는 건데, 어떤건지 내가 간단히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우앙 멋져 >.< 뭘 이런걸 다해!!!

그래서 완전 초멋짐,초섹시함이라고 호들갑 겁나 떨었는데, 내게 이게 안되냐고 묻는거다. 해본적은 없지만 안될걸? 이라고 했더니, 해보라고, 될거라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또 자려고 불도 다 껐다가 다시 켜고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누워 양 팔을 위로 들어올려 바닥에 댄 뒤 다리와 허리를 들어올렸다. 거기까진 되는데, 머리가 절대 안들어지더라. 아무리 기를 써도 머리가 안들어져....그래서 속깊은 이성친구에게 말했다.



머리가..안들어져...든 게 너무 많아서 무거워 그런가봐.



저건 머리 무거워서 나는 안되는 걸로...그렇다면 속깊은 나의 이성친구의 머리는 새털처럼 가벼운건가? 갸웃갸웃.



그리고 마음을 빼앗기는 또하나의 장면은 바로 책을 읽는 장면이다. 히잉. 몇 년전에 애인과 데이트하다가 까페 앞을 지나는데, 애인이 옆에 있는데도 나는 까페 안에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남자를 멈춰선 채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애인 따위...-_-

오늘 여차저차해서 영화 [제인 오스틴 북클럽]의 스틸컷을 찾아볼 일이 있었는데, 아아, 갑자기 영화속에서 책 읽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때도 내가 되게 좋아했지, 하면서 사진 보는데 너무 좋은 거다. 아, 나는 진짜 책읽는 모습이 너무 좋아! >.<













아 좋아...너무 좋아... ㅠㅠ



















그나저나 내가 그려서 올린 저 그림을 보노라니 이해를 돕기는 커녕 망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나 이제 미술학원 좀 다녀야할까...암튼 대단한 고칼로리를 겁나게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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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5-13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일상에서 기억에 남고 또 스칠 수 없는 장면들이 여럿 있죠. 다락방님 멋진 데이트 하셨네요. 샤라랑- 단어를 보니 얼마 전 읽은 <숙녀의 기분>이 생각나요. 저도 영화 보면서 책 읽는 컷들이 좋았어요ㅎㅎ

휴 댄시가 읽고 있는 건 오스틴 소설 6권을 한데 모은 책입니다. 통큰 남잨ㅋㅋ 북클럽 한다니까 다 읽어야되는 거 아니냐며 저 책 사와요. 첫등장도 귀엽답니다.

전 이 생애는 망했어요. 탄수화물이 넘 좋아요. 고칼로리 음식들은 진짜 맛있어요...

다락방 2015-05-13 10:47   좋아요 0 | URL
네, 그렉? 그릭? 영화랑 책에서 이름이 조금 다르더라고요. 한쪽은 그렉, 한쪽은 그릭. 제인 오스틴 책 엄청 큰걸로 사오죠. 그것 때문에 안그래도 오늘 검색했던건데요, 저 남자 웃긴게 ㅋㅋㅋㅋ 스벅에서 텀블러에 커피 받아 먹잖아요. ㅋㅋㅋ이거 있으면 커피 할인해준대요, 였나 이거 있으면 커피 리필 된대요, 였나. 그런 말 하면서 텀블러 들어올리는데 진짜 초귀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에 여자한테 그러잖아요. `우리집에 당신이 좋아할 책이 많아요` 라고. 아, 완전 귀엽 ㅋㅋㅋㅋㅋ 자기는 여자한테 호감 있어서 그녀가 좋아하는 북클럽에도 들어왔는데, 여자는 자기가 선물해준 르귄 책도 안읽고 막, 서운하게 ㅠㅠ


고칼로리 음식들은 정말 맛있죠. 영혼을 송두리째 앗아가요. 전 술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진짜 웬만한 남자들보다는 술과 맛있는 안주들이 제 인생에 더 행복감과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아요. 술과 안주여, 영원하라!

에이바 2015-05-1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쫄쫄이도 귀엽지 않았나요? 오스틴 소설 읽는다고 영국 남자배우 넣어준건지ㅋㅋ <쇼퍼홀릭> 보셨어요? 거기서 첨 봤는데 안뜨는게 이상하더라니까요. 제가 마리아 벨로였음 이미 넘어갔어요. 르귄 여사 얘기하면서 sf라고 다 허무맹랑한 건 아니라고. 전 자기가 좋아하는 걸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좋거든요. 게다가 오스틴을 자발적으로(?) 읽다니... ㅎㅎ

칼로리가 높아질수록 행복도 높아지지 않나요? 후후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에요. 술과 안주여, 영원하라!22

다락방 2015-05-13 14:32   좋아요 0 | URL
쇼퍼홀릭은 봤는데 저 남자 나온 건 기억이 전혀, 전혀 안나요! 그 재벌아들 이었나? 갸웃갸웃 ㅋㅋㅋㅋㅋ

저도 자기가 좋아하는 거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사람 좋아요. 되게 멋지죠!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 사람은 초섹시한 것 같아요. 크- 게다가 에이바님 말씀처럼, 자기가 호감있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자 제인 오스틴을 자발적으로 읽는 것도 정말 사랑스럽고요. 그것도 저 무거운, 운동 기구같은 합본으로!!!!!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저는 벌써 170킬로그램쯤 찍었을 거에요. 뒤뚱거리면서 지금 이순간도 계속 먹고 있겠죠. 고칼로리고칼로리 노래를 부르면서 룰루랄라~ 술과 안주, 만쉐이~!!

다다 2015-05-1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포스팅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많네요. 마음속으로 밑줄 치고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모공 비유는 정말 아프게 찌르네요. 음음. 저는 글쓰기를 하지 말아야 할까봐요. 뭔가 가만히 `섬세한 학삐리`처럼 근사하게 보이려고 자꾸 꾸며요.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수많은 내가 있지만 그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이중인격자.....` 뫙 보고싶네요. ㅜㅜ

저도 속깊은 이성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럽네요. ㅜㅜ

다락방 2015-05-13 14:37   좋아요 0 | URL
아니, 모공 비유는 .. 유머로 넣은건데 아프게 찌른다고 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유머..인데. -0-

속깊은 이성친구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금꽃 님의 댓글을 읽으니 그네누나 드립 치고 싶네요.

당신이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

우주는 안도와줍니다, 소금꽃님. 그네누나가 뭘 몰라서 저런것 같아요. 간절히 원하면, 스스로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겁니다. 우주가 왜 저따위를 도와주겠어요. 자기도 할 거 많을텐데. 그쵸? 소금꽃님 주변에 늘 있는 사람들을 속 깊은 마음으로 먼저 바라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똭- 하고 누군가 속깊은 이성친구가 되어 다가올지도 모르니까요.

다다 2015-05-13 15:40   좋아요 0 | URL
왜 그런 말 있잖습니까. 뼈있는 농담! 앞 문단 내용이 마치 전차군단처럼 압도해서 유머 코드를 그만 놓치고 말았네요. 이 둔팅이! 박근혜 대통령이 저런 말을 하셨나요? 당신이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이 신비신비한 주문이 양자역학으로 보면 아주 터무니 없는 엉터리는 아니라고 읽었습니다만...
당신이 간절히 원하면 ( .............. ) 우주가 도와준다. 우주적 에너지와 채널링하는 많은 물리적 과정들이 괄호속에 생략되어 있긴.....아무튼,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는 운명이든 팔자든 우주의 소관이라 치고, 그 속에서 어떤 삶의 퀄리티를 유지할 지는 자신의 몫이겠죠. `똭-` 하고 나타주길 기다리는 편보다 다락방님이 제 이성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는.....머....그런....속 깊은 고백을 해봅미더....저도 쾌 괜찮은 남자거든요. (뭐래?)

다락방 2015-05-13 16:45   좋아요 0 | URL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186

2015-05-13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5-05-13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달달하다. 그리구 나 최근에서야 에피톤프로젝트를 알았다는 것! 듣다 보니 절로 맘이 막 흐물거려서 관뒀어요 ㅡㅡ;;

다락방 2015-05-13 16:4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블랑카님, 저는 요즘 박정현 노래 들으면서 눈물을 삼키고 있습니다. 현실의 저는 블랑카님 댓글처럼 달달한데(응?) 어째서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슬퍼하고 있는걸까요?
에피톤프로젝트를 이제야 아셨군요!
크- 저는 좋아하는 남자가 외국으로 이민간다고 만났다가 헤어지는데 ㅠㅠ 다음날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 듣다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살면서 제일 좋아했던 남자여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포 선라이즈]는 약 이십여년쯤 전에 보았던 영화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자취하는 선배가 외박할 예정이라 집이 빈다는 말에, 다른 친구와 함께 그 빈 방에 가 이 영화를 비디오테입으로 보았었다. 그러나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그 당시에 '친구와 둘이 술을 마시며 빈 집에서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는다. 깔깔대고 친구랑 웃던 순간들과. 나는 대학생이었고, 술을 마셔도 되었으며, 그런 것들에서 어떤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할까. 그래서 이 영화를 '봤다'는 기억만 존재할 뿐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한 어떤 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그래서 그 다음 시리즈인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에도 무덤덤했다. 다만,


언젠가 한 번은 이 영화를 다시봐야겠다는 생각은 했더랬다. 전(前)연애에서, '이 영화 시리즈를 언제고 함께 다시보자' 하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러나 대체적으로 무언가 함께 하자는 약속들이 불발되는 것처럼, 그 약속 역시 그랬다. 뭐, 이래저래 구질구질하게 여기까지 썼는데,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냐, 하면, 나는 이걸 그래서 어제 봤다는 거다!!! 혼자서!!! 크- 와인을 마시면서!!! 굿 다운로더로!!!!



보면서 생각했다. 아, 이 영화가 괜히 시리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충분히 사랑받을 영화로구나, 하고.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조차도 아마 이 영화의 줄거리만큼은 알텐데, 간단하다. 여행하는 기차 안에서 만난 프랑스 여자와 미국 남자가 다음날이 될때까지 하루를 온통 같이 보내며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지는 당시의 여자와 남자의 나이는 이십대 초반이며, 학생이다. 남자는 마드리드에 있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헤어지고 오는 길이고, 여자는 할머니랑 여행하고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들은 기차안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시작하게 되고, 충동적으로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내려 하루를 온통 같이 보낸다.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 가정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주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웃고 키스한다. 


특히 여자가 매력적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할 줄 알며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안다. 게다가 열정적이고 똑똑하다. 남자주인공은 그런 여자에게 아마도 'super smart'라고 했던 것 같다. 이 여자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잔뜩 기대하게 되더라. 여자는 자신을 '노파'에 비유하는데 남자는 자신을 '아직도 어린 꼬맹이'에 비유하는 게 인상깊다. 여자는 미래지향적인데 남자는 미래를 두려워한달까. 이렇게 서로 많이 다른데도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얼마나 근사한가! 


중간에 전시회 포스터를 보며 여자가 화가와 그림에 대해 감상을 얘기할 때, 내가 남자라면 아마도 그때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불가인 그림을 보며 나직하게 자신의 감상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도 끌리지만, 자신과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도 끌리니까. 내가 볼 줄 모르는 그림에 대해 내게 멋지게 감상을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쩐지 흔들흔들, 흔들리다 훅- 넘어가버릴 것만 같다. 


잔디밭에서 같이 와인을 마시고 나란히 누워 여전히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까페에서의 전화 씬이 아닌가 싶다. 서로를 앞에 두고 서로에 대한 얘기를 자신의 친구에게 이야기한다는 설정인데, 오글거리면서도 정답다. 이 젊은이들의 솔직함에 자꾸 웃게된다. 그래, 이런 사랑은 바로 지금이 아니라면 할 수 없어! 설사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해도, 이 감정은 충분히 지금 즐겨야해!!


물론 이 이십대 초반의 이국의 젊은이들의 사랑을 보며 이제 그보다 스무살쯤 더 많아져버린 나는, 여러가지로 '지금의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밤을 새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때의 너희들에게나 가능한 일, 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야, 나는 요즘 열시만 되면 졸려...자야 돼... 낯선 도시를 호감이 가는 이성과 함께 걷는다는 건 나의 로망이지만, 크, 야, 그렇게 하루종일 걸으면 쌍코피 터져...나는 어서 빨리 이들이 안정적인 호텔로 들어가 깨끗이 씻고 자기를 원하더라. 하루종일 니네 양치도 안했잖아. 그런 상태로 먹고 마시고 키스하고 먹고 마시고 키스하고...게다가 이십대 초반이라면 얼마나 개기름이 좔좔 흐르겠어, 머리는 떡지고 얼굴은 번들거리고, 날은 더운데 계속 걷고, 겨드랑이에 땀찰테고...아...안돼. 그냥 잔디밭에서 뒹굴지마, 호텔로 들어가. 섹스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따뜻한 물로 깨끗이 씻고 쉬어. 자다 일어나서 다시 얘기하면 되잖아, 졸린데 자꾸 얘기하면..피곤해 ㅠㅠ 


아아, 이런걸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또한,


6개월뒤 여기에서, 라는 만남이 참으로 호기롭다. 그것 역시 아직 낭만을 아는 사람들의 약속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take this waltz 에서도, 먼 훗날의 언젠가를 엽서에 적어 남자는 여자의 집 우편함에 넣었지만. 전화번호를 줘, 이메일 주소를 줘, 집 주소를 줘. 우리가 닿고 싶다면 우연에 기대지 마, 액션을 취하자. 라고, 이제 한참 늙어버린 나는 무언가 확실한 것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의 이 낭만적인 만남이 부럽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부럽다. 다만, 저기말이야, 니네, 확 깬게 있어...잔디밭에서 와인을 마시고나서, 그 잔디밭에 와인병과 와인잔 두 개를 그냥 두고 떠났어....어쩌라고. 그거 수습하고 갔어야지. 쓰레기통에 넣었어야지. 만약 그 잔디밭에 아이들이 뛰놀다 넘어져서 잔이라도 깨지면, 그 애들은 너희 낭만적인 사랑의 희생자가 되어 상처가 나고 피를 흘릴 거 아냐. 그 깨진 잔을 줍다가 어느 노파가 손을 베일지도 모르고, 깨진지도 모르고 킁킁대다가 지나가던 강아지가 코를 다칠지도 몰라. 미국에서 온 남자와 프랑스에서 온 여자야, 오스트리아 잔디밭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지 마. 그렇게 가는 거 아니야.



그러다보니 일전에 길을 걷다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던 여자가 생각난다. 그 여자는 남자친구와 함께였는데, 암수 서로 정다웁게 길을 가면서 여자쪽이 쓰레기를 버렸는데, 남자는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둘다 엔지라는 생각을, 나는 했다. 남자는 최소한 여자에게 '야, 쓰레기를 길에다 버리면 어떡해' 라고 말을 하던가, 쓰레기를 곱게 주워 들고 다니다 쓰레기통에 버렸어야 했던 게 아닐까.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싫고, 그런 사람과 함께 다니면서 그걸 지적해주지 않는 사람도 별로다. 그건그거고,



그래서 이 멜랑콜리한 영화에 대해 그 다음 시리즈를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갈등이 생긴다. 이십대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듯이 그들 역시 많이 달라졌을텐데.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하면서도, 그걸 알고 싶지 않아지는 거다. 어차피, 사랑, 그런거, 뻔하지 않나? 하는 심정이랄까. 그 뻔해지는 걸 보고싶지 않아. 그런데 궁금하다. 이들은, 재회하는지. 물론 재회하는 걸 전제로 영화가 만들어진거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의 서로에게 모두 낯선 도시에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좋아서, 나는 잠깐 화면을 멈추고 책장으로 가, '이광호'의 [사랑의 미래]를 펼쳐 들었다.



사랑은 무거운 생을 송두리째 들어 올리는 축제의 시간을 만나는 것이다. 상투적이고 지리멸렬한 시간으로부터 전속력으로 도주하는 에너지 가은 것. 세상의 모든 축제는 일시적이고, 얼마간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축제는 그 안에 방탕과 폭력을 포함하고 있으며, 때로 그것은 죽음과 맞먹는 삶의 폭발적인 낭비를 의미한다.


그들에게 구체적인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었으나, 이국의 땅으로 함께 여행하는 상상은 로맨틱한 것 중의 하나였다. 그들은 떠들썩한 축제가 열리는 낯선 땅에서 이방의 리듬에 맞추어 손ㅇ르 잡고 축제의 행렬을 따라가거나, 그 행렬이 지나는 호텔의 2층 창에서 다른 별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영원히 취기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술을 마시며 서로의 상기된 눈빛을 어루만지고 싶었다.


그 순간, 어떤 미래의 약속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가장 아름답게 생을 탕진하는 장면이었다. (p.107)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을 때의 나는 종종 세계지도 앞에 가 섰더랬다. 내가 있는 곳을 손으로 짚고, 그가 있는 곳을 손으로 짚었다. 어디쯤에서 만나야할까, 어디가 우리의 중간쯤일까. 아니, 중간이 아니어도 좋다, 나도 날아가고 그도 날아가, 아주 엉뚱한 곳, 지금 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아주 멀리에서, 모두가 낯설고 서로가 서로에게만 익숙한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렇게 나는 그가 있는 곳을 짚고, 내가 있는 곳을 짚고, 곡선으로 슈우우웅 날아가, 포르투갈을, 미국을 그리고 콸라룸푸르를 짚었더랬다. 얼마만큼 날아가야 할까. 어쩌면 중간에 한번쯤, 또다른 어떤 곳에서 쉬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훌쩍 늙어버린 나는 그를 만났다는 반가움을 한가득 흡수하고서도, 그럼에도불구하고, 밤에는 잠을 잘 것이다. 샤워를 할 것이고, 양치를 할 것이고, 머리를 감을 것이고, 푹, 잘것이다. 꿈을 꿀 것이고, 잠꼬대를 할 것이며, 코를 골겠지만, 어쨌든 잘 것이다. 



오늘은 먼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생각했고, 그런 노래를 들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시차>와 <이제, 여기에서>를 들었다. 서로 각자 이사를 와 1년간 벨기에에서 함께 생활하는 '에릭 오르세나'의 《오래오래》를 떠올렸다. '이스마일 카다레'의 《사고》도 떠올렸다. 내가, 당신에게, 낯선곳으로 가 며칠간 함께 있자고 제안한다면, 그건 에로틱한 뜻으로 받아들여질까요?


를테면 어느 저녁 모임 식사 자리에서 알게 된 지 일주일 만에 중부유럽 어느 도시로 사흘 동안 여행을 가자는 그의 제안만 해도 그랬다.

(중략)

잠을 통 이루지 못하던 그 기나긴 밤에, 똑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초대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의 초대를 에로틱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그럴 거야. 그게 아니라면 다른 뭐가 있겠어? 호텔에서 단둘이만 지내자는 거야. 사흘 그러니까 사흘 밤. 아직키스도 해보지 않은 남자와 단둘이서. 하느님 맙소사, 다른 이유가 있을 리 없어. 

그러다 로베나는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다. 그런 게 아니라면? 같은 방을 쓰는 게 아니라면? 아냐, 그럴 리 없어. 방은 하나만 잡을 게 분명해. 침대도 마찬가지고. (p.80)



















어제는 월급날이었다. 그러나 카드값을 제외하고나면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더라. 빡빡해. 회사 동료 e양과 점심을 먹으며 돌아오던 길, 우리는 월급날마다 하는 얘기를 또 했다. 월급을 받았는데 왜 돈이 없지? 하는 얘기.



-월급을 받았는데 빡빡하다.

-빡빡하면 그나마 낫죠, 전 늘 적자에요.

-뭔가 방법을 마련해야 해.

-무슨 방법이요?

-우린 월급쟁이라 한달에 들어오는 돈이 뻔하잖아. 더 들어올 수가 없잖아.

-그렇죠.

-월급 말고 더 들어올 돈이 있어야 하니, 그걸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지. 

-뭐가 있을까요?

-.................오목? 난 오목으로 돈을 마련하겠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이렇다. 지난 토요일, 나는 중학교때 반 아이들 모두를 제치고 선생님과도 대결하여 오목에서 이겼다는, 자칭 오목챔피언인 칠봉이와 오목을 두기로 한 것. 오목이라고 하면 네가 이겼다 내가 이겼다 하는거지, 특별히 잘한다는 게뭐냐, 내가 네 코를 납작 눌러주겠다, 라며 도전장을 내민것이다. 칠봉이는 내 도전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우리는 오목을 시작하며 외쳤다.


만원빵!!


신났다. 가욋돈이 막 들어올 생각을 하니 어깨가 으쓱. 이렇게 돈을 마련하는거구나. 이것은 도박? 끌끌대며 오목을 뒀는데, 


졌다.


응?


그래서 다시 뒀다.


졌다.


또 다시 뒀다.


졌다.



야...이거 왜 계속 지냐....어처구니가 없어. 단숨에 3만원이 날아가버리는 거다. 아..속이 너무 쓰려. 그래서 한 판 더 뒀다. 이겼다. 그런데 찜찜해. 여태 둔 걸로 봤을 때 내가 이렇게 이길 수가 없는데? 칠봉이에게 말하니 "니가 잘둬서 이긴거야" 란다. 구라치지마...아놔. 이싸람이..져줬네. 아놔. 나는 나한테 져주지 말라고, 나는 그게 더 싫다고, 정정당당해야 한다고 발끈하며 그렇지만 어쨌든 이겼으니 2만원을 주겠다, 고 했다. 



-그런데 월요일에 줄게.

-왜 월요일에 줘?

-지금은 2만원이 없어.

-지금 없는 2만원이 월요일에 생겨?

-응. 월급 받아.


칠봉이는 그런 내가 불쌍하다고 말했....여튼 두고두고 분해서 일요일에 일자산 가는데도 오목 생각밖에 안나는 거다. 이 얘기를 e 양에게 하니, 차장님은 술마시고 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맨정신에 하면 이기지 않을까요? 라는 게 아닌가! 좋다. 맨정신에 다시 도전하겠어!! 그래서 칠봉이에게, 야 내가 술취해서 졌던 것 같아, 맨정신에 도전한다!! 라고 하자 좋다 네 도전을 받아주마, 라고 해서 우린 또다시 오목을 뒀다.


나는 맨정신인만큼 곰곰 생각했다. 그가 앞으로 어떤 수를 두게 될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내가 여기에 두면 쟤가 여기에 둘거고 그러면 나는 이렇게 두면... 하면서 결국은 내가 이길거라고 자신만만하게, 그러나 신중하게,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해가며 하나씩 두었다. 그런데,



졌다.



쒸바....이게 뭐여...........오목을 ..........계속 질 수도 있는거야? 분하다고 이를 악물고 칠봉이와 대화했다. 칠봉이는 내 수를 다 예측한다고 했다. 나 역시도 네가 둘 수를 예측했는데. 하아- 문제는 그거였다. 나는 그가 예측한대로 두었고, 그는 내가 예측한대로 두지 않았어...그래서 나는 삼만원을....어제 월급 받자마자 그에게 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어제 월급 외에 어떤 방법으로 우리는 돈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e양은, '오목'이라는 내 말에, 이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는 바,



차장님, 오목 두다가 패가망신 할 것 같은데요?



라고 했다. -_- 내 생각대로라면 오목을 두고 이기고 또 이겨서 한 백만원쯤 만들면 내 생활이 필 것 같은데. 그래도 상대도 사람인데, 먹고 살아야 되니까, 한꺼번에 다 이겨서 백만원 가져올 순 없고, 일주일에 한 삼만원쯤 쏠랑쏠랑 이겨서 가져오면 되지 않을까....

내 머릿속, 오목, 성공적.


둘 때마다 졌다는 게 함정..



오목, 책 사서 배울까?



















자, 마지막은 다시 [비포 선라이즈]로.

여자가 프랑스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에 탔고, 남자는 배웅을 한다. 떠나려는 기차를, 그리고 떠나가는 기차에 남자는 가만 손을대었다. 남자는 플랫폼에서 그녀가 가는 걸 보았고, 그녀는 기차를 타고 떠났다.

남자는 공항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탔는데, 그녀가 탄 기차에 손을 대어보는 남자를 보는데,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생각이 났다. 떠나는 기차, 그리고 플랫폼. 당신과 나.



"아마데우는 기차를 좋아했어요. 기차는 그에게 삶의 상징이었어요. 난 같은 칸에 함께 타고 싶었지만, 그가 원하지 않았어요. 아마데우는 내가 플랫폼에 있기를, 그래서 창문을 열면 내가 언제든지 자기가 묻는 말에 대답해주길 원했어요. 그리고 그는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플랫폼도 함께 떠나길 바랐어요. 난 기차와 완벽하게 똑같은 속도로 달리는 플랫폼에, 그 공중의 플랫폼에 천사처럼 서 있어야 하는 거였죠." (p.460-461)

















내 포지션은,
플랫폼에 서서, 창문을 열고 그가 뭔가를 물을 때마다 대답해주는 걸까?
나는 떠나는 기차에 가만 손을 대고 그를 배웅해야 할까?
그냥, 확,
올라타면 안될까?


비포 선라이즈를 당분간은 스맛폰에서 지우지 않기로 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그저 틀어두고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는 J 가 생각나, 나도 어떤날엔, 이 영화를 그냥 틀어놓고 대사를 듣기만 해야지, 했다.

비포 선셋은 어쩌지?



그리고 이 영화를 본후, 또한 이 페이퍼를 쓰면서 생각나는 노래 세 곡.



https://youtu.be/JhLyoXth57g



https://youtu.be/10qJenNpFp4



https://youtu.be/P79KC3Do7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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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5-05-1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비포선라이즈를 무척 사랑했지만, 그래서 비포선셋을 보기 전에 걱정했지만, 비포선셋이 더 좋았어요. :)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셋 중에도 여전히, 비포선셋이 제일 좋습니다.

다락방 2015-05-12 10:24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그럼 볼래요. 보겠습니다.
다만, 이 여운이 좀 가시고난 다음에요.
바로 보면 훅 깨질 것 같아요. 비포 선셋 볼래요. 보겠습니다.
고마워요, 치니님. 흣 :)

다다 2015-05-1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미투! 저도 비포 선셋이 좋았더랬어요. 음음.

다락방 2015-05-12 13:43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봐야겠어요. 흣.

단발머리 2015-05-12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비포선라이즈를 보고 싶지 않고, 다락방님과 오목 두면 내가 질 것 같다는 생각만 들까요?
저는 진짜, 오목을 못 두거든요.
우리 만나면 오목 한 판? 아니 세 판? 삼만원 준비해요?

아무개 2015-05-12 13:48   좋아요 1 | URL
댓글에 좋아요 를 세개!!!^^

단발머리 2015-05-12 13:49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도 저랑 한 판 하실거예요?
그럼, 저는 바로..... 6만원 준비할께요.

두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내가 져요..... ㅋㅎㅎㅎㅎ

2015-05-12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5-12 13:49   좋아요 1 | URL
꽥!!!!!!!!! 보신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거길 어떻게 알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딱걸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5-12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추는인생. 2015-05-1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다락방님 글 너무 재미지게 쓰세요 ~~ 그리고 저도 완전 공감이예요 여행왔으면 얼른 호텔들어가 깨끗히 씻고 자야지요 ㅋㅋ 다음날을 위해서 ㅋㅋ 얘네는 짱 힘이 넘쳤나봐요
저도 비포선셋이 제일좋았어요 비포 미드나잇도 좋았지만,
비포선셋의 아련함으로머물렀으면 더 좋았을걸 싶어요. 미드나잇은 너무 현실적이라.ㅎㅎ 파리또한 비포선셋을 꿈꾸며 갔지만, 그런일은 없더라구요 물론 저는 여행중에 그런 만남도 없었지만요 !!

다락방 2015-05-13 14:15   좋아요 0 | URL
비행기든 기차든 자가용이든 뭘 탔다하면 그 탄 것 만으로도 힘들잖아요. 앉아있어도 이동은 힘든 것. 그런데 밤새 걷고 이야기나누고 먹고 마시다니, 크- 그런 것이 바로 젊은인가봐요. 그러고보면 저도 젊었을 적엔(응?)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요즘엔 차 끊기기 전에 집에 가다 못해, 열한시에 잠들려고 일찍 일어나 집에 가요. 이렇게 늙어가는가봐요. 집에 일찍일찍 가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여행을 숱하게 다녔지만 여행지의 로맨스 따위......제겐 없더라고요. -0-

감은빛 2015-05-12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여행에 대한 책 리뷰에 이 영화 이야기를 살짝 얹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에게도 무척 인상 깊은 영화였어요.
그 뒤 시리즈 두 개는 다 보긴 했는데, 나름 괜찮은 영화였다고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이 영화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어요.

다락방님의 글 중에 호텔에 들어가 씻으라는 조언은 무척 재밌네요.
역시 다락방님의 센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요! ^^

다락방 2015-05-13 14:16   좋아요 0 | URL
전 여행의 이동이 끝나면 그렇게나 자고 싶더라고요. 자는 거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체력 회복해서 신나게 먹기! ㅋㅋㅋㅋㅋ 또한 호감있는 남녀가 만나서 단둘이 있을거면 좀 씻어야...되지 않겠습니까? -0-

이 영화를 지금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 좋게 봤습니다, 감은빛님.
:)

transient-guest 2015-05-13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1편은 이탄 호크가 X세대의 총아로 한참 잘 나가던 시절에 찍었고, 테마 내내 X세대의 자유분방함, 살짝 염세주의 등등이 보이는데, 2편은 거의 20년 정도 있다가 나왔죠.ㅎ 둘 다 봤는데, 1편은 내내 부러웠고, 2편은 서글펐어요. 2편에서 나온 서점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건 나중에 알았구요.ㅎㅎ 3부작이면 사람의 인생여정이 다 나오네요.ㅎㅎ 지금 보면 1편은 다소 우습기도 합니다. 95년에 볼 때에는 세상이 지금같으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잖아요.ㅎㅎ 영화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네요.

다락방 2015-05-13 14: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영화속 남자는 자유분방하고 염세주의자이죠. 반면 여자는 긍정적, 미래지향적, 열정적이고요. 저는 이 영화속 여자의 캐릭터가 참 좋더라고요. 가슴속에 사랑도 가득한 그런 여자 같았어요.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여자요. 게다가 솔직하기까지! 후훗.

저는 헤어지는 남자와 여자를 보면서, 아 너희들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아이메세지로 얼마든지 연락 가능할텐데...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하하하

붉은돼지 2015-05-1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놀랍군요...오목 관련 책도 있군요..알까기는? ㅎㅎㅎ
저, 알까기 잘해요....적군을 봐가며 어떨 때는 학익진, 어떨 때는 일자진을 펼쳐서리 풍림화산의 전법으로......음..

다락방 2015-05-13 14:19   좋아요 0 | URL
`알까기`로 검색하면 책 몇 권이 검색되긴 하는데, 그 알까기가 이 알까기인지는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