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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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01 13: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돈많은 이작가님~!! 완전 부럽네요 ^^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얄라알라 2022-08-03 21:07   좋아요 1 | URL
ㅋㅋ 돈 많으신거구나..다부장님^^

키야...그냥 사진만 봐도 부러워서 그냥 막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어지네요.
안전 여행, 우연하고 즐거운 만남들이 이어지는 여행되시길

다락방 2022-08-09 11:37   좋아요 2 | URL
ㅋㅋ 실컷 돈쓰고 왔으니 이제 돈 버는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ㅜㅜ

거리의화가 2022-08-01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덥지는 않은가요? 풍차와 집 모양을 보니 네덜란드구나 싶네요^^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종종 사진 올려주세요!ㅎㅎ

다락방 2022-08-09 11:37   좋아요 2 | URL
네덜란드는 정말 시원해요! 잘 때는 긴팔 입고 자야했어요. 걸어다니기에 너무나 시원하고 아름다운 곳이어서 저는 앞으로 네덜란드를 자주 갈까 합니다!! >.<

미미 2022-08-01 13: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곳에도 비가 왔었군요!! 풍경이 다 엽서같고 예쁩니다~♡^^♡

다락방 2022-08-09 11:38   좋아요 2 | URL
네, 단 하루 비가 왔었는데 그런데 그것도 좋았어요. 떠난 곳에서는 모든게 좋은것 같습니다. 후훗.

2022-08-01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9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1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9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8-01 1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도착하셨네요!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ㅋㅋㅋㅋ 풍경이 예술이네요! 부럽부럽!!

다락방 2022-08-09 11:39   좋아요 1 | URL
네덜란드, 벨기에(잠깐), 프랑스(잠깐) 다녀왔는데 그중 네덜란드가 압도적으로 좋았어요!! 마음의 고향 삼기로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8-01 14: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장님 네덜란드 음식이랑 잘 안맞으신 듯… 입이 짧으시네요 ㅎㅎㅎ

잠자냥 2022-08-09 11:35   좋아요 1 | URL
올해 발견한 가장 놀라운 댓글.

다락방 2022-08-09 11:39   좋아요 1 | URL
제가 의외로 까다로운 사람입니다. 흠흠.

페넬로페 2022-08-01 14: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덜란드, 생각대로 풍경이 넘 아름다워요
즐거운 여행,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다락방 2022-08-09 11:39   좋아요 1 | URL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싶어 네덜란드로 정했는데 기대한대로 아름다운 풍경 잔뜩 보고 왔어요. 행복했습니다. ㅎㅎ

황금모자 2022-08-01 14: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뢸러 뮐러 미술관, 킨더다이크 꼭 가보세요~

다락방 2022-08-09 11:40   좋아요 0 | URL
둘다 안갔습니다. 제가 가고 싶었던 곳만 갔어요. 후훗.

수이 2022-08-01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많이 찍어갖고 와요!!!

얄라알라 2022-08-03 21:07   좋아요 0 | URL
엽서 제작을 기대합니다!

다락방 2022-08-09 11:40   좋아요 1 | URL
엽서 제작을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번엔 팔지 않고 무상으로 드릴까.. 합니다. ㅋㅋ

라파엘 2022-08-01 17: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정말 멋져요!!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다락방 2022-08-09 11:40   좋아요 0 | URL
벌써 다녀와서 여긴 한국이며 심지어 회사네요 ㅠㅠ

등롱 2022-08-01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네덜란드!!! 너무 멋집니다~~~ 즐거운 여행기 기다려지네요 ㅎㅎㅎㅎ

다락방 2022-08-09 11:41   좋아요 1 | URL
여행기를 제가 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각잡고 쓰진 않더라도 아마 천천히 조금씩 쓰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후훗.

mini74 2022-08-01 2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집들이 너무 예쁩니다. 장난감 같아요 ㅎㅎ

다락방 2022-08-09 11:41   좋아요 0 | URL
네,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무엇보다 쾌적한 곳이기도 했고요. 저는 매해 네덜란드를 방문하고 싶어졌어요!! >.<

햇살과함께 2022-08-02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덜란드 가셨군요!! 즐거운 여행되세요. 집들이 정말 인형의 집 같아요^^

다락방 2022-08-09 11:41   좋아요 1 | URL
네. 거리도 집들도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로테르담,헤이그,잔담,잔세스키스 다 너무 아름답고 좋았어요!!

그레이스 2022-08-02 1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와!^^
넘 예뻐요~~

다락방 2022-08-09 11:42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예쁜 곳이더라고요. 자주 멈추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
 
His thumb just moved.
















자, 다시 어글리 러브다.


'마일스'는 6년전 사랑의 상처로 인해 '다시는 사랑 안해' 라는 각오로 살고 있고 그래서 키스도 섹스도 6년전이 마지막이다. 6년간 여성을 만나 데이트한 적이 없어서 그의 직장동료인 코빈은 그가 게이인줄로만 알았다. 그런 마일스가!! 코빈의 여동생 '테이트'를 보고 매력을 느끼게 된다. 바로 앞집에 살면서도 딱히 살갑게 지내진 않았지만 사실은 매력을 느끼고 있었던거다! 추수감사절에 코빈의 집에 밥 먹으러 가는 길, 코빈이 잠든 틈을 타 테이트의 벗은 발을 살짝 쥐어보고 문질문질 하기도 하고 ㅋㅋㅋ 코빈의 집에서는 테이트와 키스도 해보게 되는거다. 그 키스는 무려 6년만의 키스였어. 꺅 >.<

6년 후에도.. 키스는 잘 되나요?

잘 된다고 테이트는 말한다. 6년간 안했단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렇게나 잘하는데...


자,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되느냐.

테이트도 마일스에게 매력을 느끼고 마일스도 테이트에게 매력을 느끼니 서로 알아가며 데이트도 하고 연인이 되어가면 좋겠지만, 우리의 마일스는 자신이 마치 그레이라도 된것마냥 나에게 로맨스를 기대하지 말아요, 데이트도 기대하지 말아요, 그런데 당신에게 매력을 느껴요, 그러니 우리 섹스파트너 어때요? 라고 제안하는 거다. '섹파가 되자'고 노골적으로 그 단어를 쓴게 아니라, '나는 너랑 섹스하고 싶다, 그런데 데이트는 안할거다' 라는거. 세상 귀찮고 이기적인 새끼.. 지만, 그런데 이런 마일스가 테이트에게 현재까지 어떤 남자냐 하면,


1. 잘생기고

2. 직업도 좋고

3. 키스도 잘하고

4. 싱글이고

5. 앞집에 사는


그런 남자인 것이다. 


테이트 역시 마일스에게 심하게 호감을 느끼던터라 이 제안에 응한다. 이렇게 키스를 잘하는데, 그 키스를 또 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이 제안에 응하겠다!! 그가 내건 조건대로 과거를 궁금해하지 않고 미래를 묻지 않는 것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나는 그와 섹스를 하고 싶다. 그러니 하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하고 싶다. 원해, 원해, 그와의 섹스를 원해!!



"So, Miles," I say. "Let me see if I've got this straight. You haven't had sex in six years. You haven't had a girlfriend in six years. You haven't kissed a girl in eight hours. You don't like relationships, obviously. Or love. But you're a guy. Guys have needs."

He's watching me, still amused. "Go on," he says with that unintentionally sexy smirk.

"You don't want to be attracted to me, but you are. You want to have sex with me, but you don't want to date me. You also don't want to love me. You also don't want me to want to love you."

I'm still amusing him. He's still smiling. "I didn't realize I was so transparent." -p.84



테이트가 잘생긴 남자라고 무조건 섹스를 원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테이트도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사람을 가려가며 만난다. 가령,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오빠의 동료 직원인 한 유부남에 대해서는 아주 끔찍하게 반응한다. 유부남인걸 속일 생각도 안하면서 '우리 집은 언제 아내가 없으니까 그때 찾아와' 라고 노골적으로 껄떡대는 남자는 좆같게 생각하는거다. 그러니까 무슨말이냐면, 테이트가 섹스를 원하는 것은 섹스섹스섹스섹스 섹스만세 내인생의 목표는 섹스섹스 으르렁!! 이 아니라, '이렇게나 매력적인 싱글남자와의 섹스'를 원하는 거다. 무슨말인지 알쥬? 



나는 어제 이 상황에 대해 친구에게도 질문을 던졌고 친구는 내 질문에 '좋은 질문이다' 라고 답했는데, 자 그렇다면 그 질문을 당신에게 돌리겠다.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저 모든 조건을 갖추었을 때, 1번부터 5번까지 갖추었을 때, 당신의 선택은? 당신은 상대의 '단순히 섹스만 하는 사이가 되자'는 제안에 응할 것입니까?


섹스파트너는 그 어감 자체에서 어쩐지 불량한 느낌을 준다. 저렇게 1-5번까지의 조건을 갖춘 상대가 나(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섹스파트너를 제안하는 일은 사실 거의 없고, 섹스 하는 사이가 되자는 제안은 보통 저 조건들과 어긋나는 새끼들이 하곤 한다.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직장 다니면서 유부남 남자 상사로부터 껄떡대는 걸 받아보았을 것이다. 이십년 이상 직장생활중인 저에 대해서라면 말을 아끼겠습니다. 우리, 여성으로서 직장생활 하는거 어떤지 다 알잖아요. 결혼한 남자 상사로부터 이상한 문자메세지와 신체적 접촉과 그 외의 씨발것들... 아무튼 그런 놈들이 허다한 판에, 저렇게 연인으로도 손색이 없을만큼의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남자가 섹스만 하는 사이가 되자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응할 것인가?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한 답을 떠올릴 때마다 그 상황 자체에 대한 답을 해보고 그 후에 구체적 대상을 넣는다. 일단 굵직하게 '누가 섹스파트너를 제안한다면' 나는 거기에 '아니' 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구체적 대상을 넣어 '그런데 그 남자라면'을 생각해보면 '오케이' 라고 할것이다. 그리고 이젠 책 속 조건처럼, 저게 다 갖추어진 남자가 제안한다면? 나는 그렇다면, 오케이를 할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경우, -아마도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많겠지만- 처음 만난 날부터 매력을 느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처음 만난 날 신체적 접촉을 한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분히 저렇게 매력적인 남자가 나에게 제안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그런데 내가 느끼는 매력은 잘생긴거랑은 좀 거리가 먼 것 같다... 씨부럴....), 그래서 '예스'를 할 것이다. 여기까진 그래, 예스. 할 수 있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이제 섹스를 즐기기엔 좀 체력이 딸리는 것 같아서 머릿속으로만 섹스해도 한 달은 쉬어야 하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제안에는 예스를 할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사랑이 싹터도 망하고 사랑이 싹트지 않아도 망하는 것 같다.


자, 일단 사랑이 싹튼 경우!


매력적인 남자가 제안해오고 이미 우리는 키스도 해본 터, 그게 좋았으니 나도 예스를 했겠지. 키스를 잘하니 섹스를 잘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올것이고 그러면 우리의 육체관계 베리 굿이야. 게다가 앞집에 사니 얼마나 편한가. 콜? 콜! 하고 시시때때로 할 수 있고 잠은 우리집에 가서 잘 수도 있고 오케이. 좋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만나서 좋은 섹스를 하면서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가능한가? 그의 과거를 묻지 않고 그와의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게, 과연 가능한가?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내가 침묵해야 하고 많은 것들을 삼켜야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을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나는 그의 과거를 궁금해할 것이고 그와의 미래에 대해 수십번 수천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그와 하고 싶은게 많아질 것이다. 이렇게나 발가벗고 나랑 안는 게 즐거운 남자라면, 이 남자랑 바깥에 나가 같이 광합성도 해보고 싶고 기차도 타보고 싶고 손잡고 걷고도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뭐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섹스만 하기로 했지만 섹스 했더니 너무 좋아, 그렇다면 그 외의 일상을 함께 나누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남자가 그러면 안된대, 그것은 우리 사이의 룰을 어기는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만나는 걸 더이상 지속할 수 없대. 나는 이 모든걸 참아가며 그래도 그와 섹스라도 하려고, 그렇게라도 이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아닌거다.

나는 그러고 싶지가 않은 거다.

더이상 커지지 않는 내 존재를 내가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육체적으로 이렇게 교감이 되는데 여기에 감정을 뒤로 미뤄두자고? 아니,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식으로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이어간다면 나는 그에게 고작 이만큼의 존재라는 사실을 번번이 깨닫게 될 것이고, 그것은 나에게 아플 것이다. 나는 나를 아프게하고 싶지 않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라면 만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가 세운 내 인생의 기준 같은 것이다. 너는 나를 아프게 하네, 나를 함부로 대해, 나를 존중하지 않네? 그렇다면 내가 아무리 너를 좋아해도 이 관계를 유지하지 않겠어. 

마찬가지로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다. 당신이 날 만나는 게 힘들면 나를 만나지 마라, 날 끊어내라, 고. 나는 그게 맞다고 여전히 믿는다. 힘들게 하는 사람은 계속 만나면 안된다. 우리가 상대를 존중한다면 상대가 힘들지 않게끔 하기 때문이다. 유 가 릿?

그러므로 이 관계는 사랑이 싹틀 경우 큇. 스톱. 끝나는 것입니다.




자, 사랑이 싹트지 않았을 경우!


아니, 잘생기고 직업도 좋고 섹스도 잘하는데 사랑이 싹트지 않는다? 이건 무슨 경울까? 상대가 멍청한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얼마나 똥멍충이면 이 모든 조건을 갖췄는데 사랑이 싹트질 않아? 이건 그냥 텄다 텄어. 이럴 경우 어떻게 된다? 섹스 하기가 싫어짐. 허탈하고 허무하고 이게 뭔가 싶어져서 처음엔 좀 즐길 수 있겠지만 이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천장 보면서 눈만 꿈뻑꿈뻑 할거고, 관두자.. 차라리 노섹스의 삶을 살면서 똑똑이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자!! 가 될 것 이다. 그러므로 망.. 큇.. 스톱.... 굿바이-

그리고 훗날 친구들에게 말하겠지.

섹스 아무리 잘해도 멍청하면 매력 없어..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러니까 내가 며칠전에 넘나 멍청한 영상을 봐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본 영상은 페미와 반페미의 토론이었는데,


페미: 남성 취업률이 70프로인데 여성 취업률은 50프로이다, 이 차이를 메꾸기 위해 여성할당제가 있는거다.

반페미: 잠깐만. 야, 50 더하기 70은 백이십이잖아!!


.............................


저런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아무튼 '오케이, 섹스만 하자는 거 접수! 내가 그 제안에 응한다!' 를 하면, 이러거나 저러거나 결국은 망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는 뭐, 그런 고지식한 입장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랑해도 망하고 안사랑해도 망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잠시 오후에 보쓰의 수행비서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디 다녀올 일이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2AM'의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가 나오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듣는 곡. 그들이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라고 하는데, 문득, '지금 내가 전화하면 그는 전화를 받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 


그만두자, 이런 얘긴. 어쩌면 전화번호도 바뀌었을지도 몰라.


영화 <비포 선셋> 보면 여자와 남자가 9년만에 만나 그동안의 일을 얘기하는데, 여자가 2년간 뉴욕에 살았던 적이 있고 남자는 언젠가부터 뉴욕에 살고 있는 거였다. 그래도 그들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고, 남자는 '어쩌면 그 때 거기서 본 게 너였을까?' 하는데 여자는 '난 거기 간 적 없어' 라고 대꾸한다. 어쩌면 그들은 정말 동시에 한 공간에 있었을 수도 있는데, 서로가 '그 사람이 여기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 서로를 발견하지 못했을런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고, 그가 그리웠던 어느 날, 나는 남동생에게,

'만약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이 한국에 와서 살고 있다가 다른 여자랑 걸어가면서 나랑 눈 마주치면.. 난 어떡하지?'

했더니, 남동생은 내게 그랬다.

'한국에 와서 밤늦게 술먹고 노상방뇨 하다가 누나랑 눈마주치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놈이 얼마나 내 환상을 깨는 놈이냐면,


'그도 나처럼 지금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내 생각 하고 있을까?'

'다른 여자랑 자고 있겠지.'


아 쉬바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무튼 그러니까 그가 지금 어느 나라에 있어도 내가 알지 못하고 전화번호를 바꿨어도 알지 못하고 그러면 나는 전화를 걸어도 받을 수 없을 것이고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았다면 내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았던 때도 있었는데, 그게 생각나면서 후회가 됐다. 그 때는 그걸 원해서 그런 선택을 한거였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전화를 받지 않는 내게 전화를 했던 그 당시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진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고 서점으로 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사서 읽었고, 얼마 후 그는 내가 읽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자기가 사는 나라로 가지고 떠났다.




간식을 좀 그만 먹어야지 싶어서 굳이 계란을 쪄와서 먹었는데 계란을 먹을수록 욕구불만이 쌓여 터질 것 같다. 그래서 간식을 또 먹고 있다. 간식을 안먹으려고 계란 싸왔는데 계란도 먹고 간식도 먹어버린.... 인생은 항상 이모양이야.



이만 총총.







얼마나 얼마나 싫어할지 알면서도 이것 밖에 할 게 없다

너의 집 앞에서 하릴 없이 너를 기다리는 일


아무리 아무리 나 비참해도 너를 잃는 것보단

잃을 게 없어서 같은 곳에서 너의 집 앞에서 기다린다


이미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나를 보려조차 않는 너에게

아무리 빌어도 용서를 구해도 소용 없는 일이라 해도


너의 집 앞에 서서 기다린다 나를 본체조차 하지 않아도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날 지나쳐도

미안하다는 내 한마딜 들어줄 때까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전화기를 보고 작은 소리에도 놀라서

너의 문자인지 몇 번씩 확인하곤 했어


처음에는 처음엔 늘 있는 다툼처럼 돌아 올 줄 알았어

이렇게 독하게 날 떠나기엔 너는 너무 착한 여자라서


이미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나를 보려조차 않는 너에게

아무리 빌어도 용서를 구해도 소용 없는 일이라 해도


너의 집 앞에 서서 기다린다 나를 본체조차 하지 않아도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날 지나쳐도




댓글(26) 먼댓글(1) 좋아요(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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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지만, 그러나 가끔만 마주칠 순 있지
    from 마지막 키스 2022-08-20 10:27 
    나는 소설에서 작가가 보이는 걸 싫어한다. 인물을 만들고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가끔 작가가 끼어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떤 느낌을 강제하는 느낌을 갖게 되어서 나는 영 별로인데, 콜린 후버가 이 책에서 내가 싫어하는 그걸 했다. 작가는 끼어들어서 우리의 남자 주인공 마일스가 얼마나 괜찮은 남자인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비록 섹스파트너를 찾고 그녀에게 결코 사랑은 주려 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그녀를 상처입히지만,
 
 
공쟝쟝 2022-07-28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라리 노섹의 삶을 살면서 똑똑이 친구들을 만나자.................는 내 인생인 줄 알았네요. 어 그거 내 좌우명이었던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문제는 직업이 좋지도 않은 데다, ......... 멍청.. .... 난 멍청해도 돈 없어도 잘생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 데... 잘생기고 섹스 못 할 수 있다는 경우의 수도 있어요 ....... 그러니까 아무리 섹스!!!!!!!!! 섹스!!!!!!!!!!!만 하고 싶어 하는 남자를 만나서 그래 나도 섹스~만 하자!! 이래도 그게 안될 수가 있다는 거예요... ...... 그러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똑똑한 이성애자 여자 인간에게 섹스란 얼마나 어려운 것입니까? 사랑보다, 사랑만큼, 어렵다. 어떻게 다 하고 사는 것인지 너무 신기하다. 다 하고 살았으니까 인구가 70억이 넘어가는 거지?

단발머리 2022-07-28 10:56   좋아요 2 | URL
아니 ㅋㅋㅋㅋ 잘생기고 섹스 못 하는 이런 슬픈 경우의 수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전 10시 19분에 이렇게 올리기 있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데. 마일스랑 테이트는 그걸 해내네요. 역시 책이라 가능한가. 오늘은 뜨겁지 말자, 다짐 좀 ㅋㅋㅋㅋㅋ 아, 나만 다짐하면 되나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28 11:00   좋아요 3 | URL
이성애자이면서 섹스를 좋아하는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얼마나 고통인가에 대해 저도 어제 한참 생각했어요. 이성애와 섹스로 들어가는 순간 ‘그게 아닌데‘하는 것들을 애써 억누르며 하게 되는 경우들이 수두룩하니까요. 그리고 자기 합리화를 해야 하고.. 자기 모순을 마주하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라서, 아무리 받아들인다고 해도 편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죠. 편하려면 어떡하면 되냐. 노연애, 노섹스로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 내 모순을 수시로 마주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똑똑한 이성애자 여자 인간에게는 섹스,사랑 모두 어렵습니다.

맞아, 그런데 우리만 어려운가봐요. 그러니까 세상이 이렇다...


단발머리 님, 잘생기고 섹스 못하는 게 슬플까요 못생기고 섹스 못하는 게 슬플까요? 저는 그나마 쟝님이 나은 경우라고 보는데요.

잘생기고 섹스못하기 vs. 못생기고 섹스 못하기

저는 주로 후자를 만나곤 .. 그만하겠습니다, 이런 얘긴.

공쟝쟝 2022-07-28 11:20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 왜 잘생기면 섹스 잘 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편견이다 편견이야!!!ㅋㅋㅋㅋ 그렇다고 못생기면 섹스를 잘하냐? 그것도 아닐 거고요....!!! 돈/잘/못/섹/멍청 아무튼 이것 만도 경우의 수가 어마 무시 해집니다. 우린 이런 노래를 알고 있죠.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건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어.. (기적의 세일러문....) 그리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원리! = 신 도출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의 하느님 ㅋㅋㅋㅋ 그러나 나는 신을 안 믿는 사람..... 무얼 탓해? 나의 과계몽을 탓하며 기투를 하자. 실존주의. 까(?)보지 않으면 모른다. 응? 뭘? 뭘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 못.못..... 지못미........ 그렇다면 역시... 노섹. 똑똑. 천재의 삶. 잘잘의 %와 못잘의 %를 더 따져볼까 하다가.. 오늘은 뜨겁지 말자. 더우니까....

다락방 2022-07-28 11:31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잘생긴 사람이 성격도 더 좋고 섹스도 더 잘 할 확률이 높긴 하잖아요. 경험치가 더 많을테니까. 경험이 쌓이면 기술도 늘어간다..는건 대부분의 경우 사실 아닙니까. 문제는 우리는 인간인지라, 잘생긴 놈이 멍청할 때.. 바로 그 때 생기는거죠. 대체적으로 대화가 안되는 놈들은 아무리 잘생겨도 매력이가 없어. 물론 맞춤법보다 얼굴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나는 섹스를 했을 땐 해서 좋기도 했지만 안할 땐 안해서 좋아요. 일단, 생리가 늦게 나와도 걱정이 1도 안된다는 사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01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어제 제가 이 책 페이퍼 쓰면서 어쩜 나는 이렇게 재미있는 책에 대해 재미있는 리뷰를 못 쓸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너무 관찰자시점인 것입니다,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페이퍼는 책보다 더 재미있네요. 여러분, 책 읽지 마요. 책을 왜 읽어요. 다부장님이 이렇게 재미있게 써주는데 말입니다.

저는 섹파 하다가 사랑에 빠진 경우만 생각해 보았지, 그런 와중에도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경우는 상상도 못 해봤구요. 그러고 보니 1번에서 5번까지 완벽남이라도 멍충하면 아무 소용 없네요. 아, 이 길은 이렇게나 좁고도 험하며 ㅋㅋㅋㅋㅋㅋ
저라면.... 조나단이라면 한 번 튕길 거 같고요. (대신 두 번째 제안 안하면 나랑은 끝이야!! ) 마일스가 제안하면 전 싫다고 할듯 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 보니 내가 낯가리는 스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28 11:03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 님은 로맨스를 관찰자의 시점으로 재미있게 읽으시는군요. 저는 그 사랑을 합니다, 제가. 그래서 몹시 피곤하고 그래서 함부로 대하는 상대 때문에 내팽개쳐집니다. 하아- ㅋㅋㅋㅋㅋ 제가 왜그렇게 조슈아를 좋아했는지 짐작 가능하시죠? 저는 그 남자를 만나 사랑한 것입니다. 진지하게 연애하고자 하는 근육질의 남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만하자, 눈앞에 등근육이 아른아른.. 이렇게 벗은 등 떠오르면 배고프다...

단발머리 님, 저 좋은 조건들을 가지고서도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 경우가 심한겁니다 ㅋㅋㅋ 그 남자는 그냥 끝이에요. 여러차례 만남이 이어지지도 않을 거라는데 이천원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런데 지금 바로 이 현실과 현재에서는 저런 제안에 응하지 않을겁니다. 피곤해서요. 회사 출퇴근하고 책 읽고 글쓰고 열시반에 자는 사람은 섹스파트너와 약속 잡고 만나 섹스할 시간과 체력 따위, 없습니다. 저는 이제 누가 해도 무조건 노, 노!! 입니다.

공쟝쟝 2022-07-28 11:11   좋아요 2 | URL
배가고파........ 배가고파ㅣ....... (잠자냥 나와라 오바) 이 사람 또 배고프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28 11:19   좋아요 1 | URL
세상은 나를 배고프게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7-28 11:20   좋아요 2 | URL
음.. 그러고보니 저도 관찰자 시점으로 로맨스를 보는 것 같네요 ㅎㅎ
내 생각 안하고요 그냥 흐뭇하고…
그게 단발머리님과의 공통점이었던건가…

공쟝쟝 2022-07-28 11:22   좋아요 1 | URL
수하님// 그렇죠? 다락방님은 너무 참여자의 시점이죠? ㅋㅋ 배가 고프지 배가 고파 ㅋㅋㅋ

건수하 2022-07-28 11:24   좋아요 2 | URL
/쟝님

그러게요. 거기서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경우 / 안빠지는 경우까지 생각하시다니..

제가 생각하는 건 기껏해야

섹스했는데 좋았다 / 안좋았다 정도인데 ㅋㅋㅋ

다락방 2022-07-28 11:27   좋아요 1 | URL
저는 그 안에 들어가서 그 사랑을 하기 때문에 여간 남자가 아니면 통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운동하는거 안나오는데 근육질이라고 하면 좀 튕겨져 나와버려요. 현실성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싫어하는 거 섹스하면서 팬티 찢고 이러는거 나오면 너무 스트레스가... 뭔가 수습해야 되는 섹스 진짜 싫어요 ㅠㅠ

미미 2022-07-28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완벽한 상대라도 다른 교감없이 섹스만 하는건 제 생각에도 고통스러울것 같아요.
그래도 매즈 미켈슨이라면...생각좀 더 해봐야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저 아직 비포 시리즈 못봤는데 함 봐야겠네요. 흐흐😆

다락방 2022-07-28 11:19   좋아요 3 | URL
아 미미님.. 미미님이 비포 시리즈를 완보셨다뇨. 그건 반칙입니다. 반칙이라구욧!! 미미님이야말로 비포 시리즈를 꼭 보셔야 할 분. 왜냐! 그걸 보시면 정말 생각을 많이 하실 것이고 그걸 다 글로 써내실 것이므로!! 저는 미미님에게 지금 우선시되는 건 비포시리즈를 보는거다!! 그렇게 감히 장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제가 아무리 좋아하는 제이슨 스태덤이어도, 잔나비여도(이쪽은 딱히 막 좋은건 아니지만) 섹파 제안은 ‘아니‘ 라고 답할겁니다. 그보다는 저는 소울메이트...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8 11:21   좋아요 3 | URL
다락방 // 소울 메이트랑 섹스도 하면 안되는 건가요? 소울이 있나요? (이거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저는 소울이 없어...

다락방 2022-07-28 11:24   좋아요 2 | URL
제가 소울메이트를 왜 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쟝쟝 님?
소울메이트랑은 대화가 너무 잘돼서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운 나머지 서로의 육체를 탐하고야 마는 시간이 오고야 마는 것입니다......... (빅픽쳐)

그럼 이만.

공쟝쟝 2022-07-28 11:25   좋아요 2 | URL
다락방....... 떼잉.. 이 유물론자.... 소울메이트를 원하지만 소울을 믿지 않는 사람.......... 천재.... 현자....

다락방 2022-07-28 11:32   좋아요 3 | URL
소울은 육체를 부릅니다.
컴온, 바디!!

건수하 2022-07-28 11:2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런 남자가 섹파하자고 하면 일단 해보겠어요. 해보고 생각해도 늦지 않아…

하지만 그런 제안따위 한 번도 없었다…

다락방 2022-07-28 11:23   좋아요 4 | URL
아 저 수하님 댓글 읽다가 웃어서 콧물 나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8 11:23   좋아요 4 | URL
좋아요 하트로 제 공감을 대신합니다. 조건은 있죠. 산부인과 가서 성병 검사 먼저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2-07-28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완전 싫어요ㅋㅋㅋㅋ모든게 저의 이상형인 남자가 만약 저런 제안을 하면 가지고 있던 모든 환상이 와장창 깨지면서 싫어질거 같아요ㅋㅋㅋ

다락방 2022-07-28 12:37   좋아요 1 | URL
앗! 그 제안 자체가 그 사람에게 실망을 느끼게 할 수도 있겠군요!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형이라는 것에는 처음부터 섹스 생각만 하는 상대는 싫다가 들어갈 수도 있겠어요. ㅎㅎ
아 완전 싫어요 라니 ㅋㅋㅋㅋㅋ 웃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8 14: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가 그곳이군요??
단발님이 얘기한 어제보다 더 더운 곳??ㅋㅋㅋ
이렇게 하루에 글로서 두 번 변신하기십니까?
금방 아련하게 글 읽다가, 지금은 또??ㅋㅋㅋ
비포 선라이즈 아까 다 보고, 이제 비포 선셋 들어갔는데, 뉴욕에서 한 번도 안만났대요??
글을 읽으면서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한다면 비포 선셋 같은 관계도 괜찮겠단 생각이 퍼뜩 드네요. 아까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는 아니..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면 왜 기차를 탈까? 싶었는데....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한다면 섹파는 하지 않는 게 이득입니다!!!ㅋㅋㅋ
하지만 저처럼 낯가림 심한 타입은 비포 남녀처럼 밤새도록 수다 떨어서, 간을 좀 보고 나서 결정 내릴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밤을 새서 수다 떨고 나면 이미 지쳐 있겠죠?
체력도 좋아야 해요ㅜㅜ
6번에 넣어 주세요. 체력^^

다락방 2022-07-29 08:06   좋아요 2 | URL
네, 여기가 바로 그곳입니다. 모두들 내가 되어 생각해보자. 나라면? 나라면 섹스 파트너 제안에 예스를 하겠는가, 그 관계를 이어나가겠는가!! 책나무 님도 생각해보세요! ㅋㅋㅋ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한다면 섹파를 하는게 이득 아닐까요. 왜냐하면 훌륭한 섹스의 경험치는 쌓일테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포 시리즈는 비포 선셋이 진짜 최고예요! 둘이 엄청 수다만 떨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수다만 떨다가 영화가 시작하고 끝납니다. 후훗.

아, 책나무 님. 맞아요. 체력! 체력이 너무나 중요하죠. 중요한 조건입니다. 저는 체력이 좋지 않은 남자를 만나보았고 그것은 이내 스트레스가 되어 저를 후려칩니다. 체력, 체력은 중요한 것입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4월~12월(2022년)
















여러분, 안녕?


8월이 곧 오네요. 샤라라랑~ 아름다운 8월이지만, 우리가 읽을 책은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먼 책이 될듯 합니다.

그것은 바로바로~ '에리카 밀러'의 《임신중지》!!

우리, 뜨거운 8월에 임신중지 읽으면서 뜨겁게 분노하고 뜨겁게 으르렁 댑시다.

으르렁~ 어흥~~ 



7월 도서 완독 인증과 글이 쭉쭉 올라오고 있네요.

다 읽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읽고 계신 분들도 힘내세요.

빠샤!!



그러면 저는 내일 오전, 아무말 페이퍼로 돌아오겠습니댜.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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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당한 독일 여자를 봤어. 여자는 알몸으로 바닥에 누워 있었어. 다리 사이에 수류탄이 박힌 채…지금은 부끄럽지만 그때는 그걸 보고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했어. 하지만 감정은 변하는 거잖아. 며칠은 이런 감정이다가 또 며칠은 저런 감정이고몇 달 후에 우리 대대로…독일인 아가씨 다섯 명이 지휘관을 찾아왔어.

흐느껴 울더라고산부인과 의사가 아가씨들을 검진했더니 여자들 그곳이 많이 상해 있었어. 심하게 찢겨 있었지. 팬티는 온통 피로 물들고 밤새 성폭행을 당한 거야. 병사들이 줄을 서서 그 짓을 한 거 지

이 이야기는 녹음하지 마… 녹음기 좀 꺼…… 하지만 다 사실이야! 전부 다! 우리 대대 전체가 나와 정렬한 가운데… 독일 아가씨들에게 지시가 떨어졌어. ‘가서 당신들한테 몹쓸 짓을 한 놈들을 찾으시오.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그 자리에서 총살시켜버릴 테니.' 부끄럽더라고. 하지만 아가씨들은 앉아서 그저 울기만 했어. 원하지 않는다면서…더이상 피를 보는 일은. 그 아가씨들이 한 말이야… 그리고 각자 커다란 빵을 한 덩어리씩 받아 돌아갔지. 물론 그건 다 그놈의 전쟁 때문에… 당연히…용서하는 게 쉬웠을 거라고 생각해? 멀쩡하고……… 새하얀……… 벽돌지붕의 집들을 보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을 거 같냐고… 장미가 탐스럽게 핀 집들…나는 그들도 고통스럽기를 바랐어. 당연히

그들의 눈물을 보고 싶었지한순간에 착한 사람이 될 수는 없어. 올바르고 선한 사람이. 지금 당신처럼 그런 훌륭한 사람이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기까지 나는 수십 년이 걸렸어…….."

A. 라트키나, 하사, 전화교환수 - P517~518



세상에 강간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은 없을 것이고, 강간 피해에 대해 듣게 된다면 가해자를 욕할 것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에 당연히 동의할 것이다. 수차례 언급했지만 '이사카 고타로'는 자신의 소설 《골든 슬럼버》에서 '성폭행은 명분이 없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나 역시 거기에 동의하는데, 대부분의 여자들(과 어떤 남자들)이 강간피해 여성에게 연대하고자 하면서도, 그러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대의 앞에서는 여성의 성폭행이 '그렇다면 뒤로 미뤄두어도 될 것'이 되거나, '피해자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되어버리는게 나는 겪을때마다 당황스럽다. 


몇해전 한 남자 연예인의 성폭행 소식에는 '그렇게 생긴(잘생긴) 남자가 성폭행을 왜하겠냐'며 피해자를 의심하는 댓글도 있었고, 나중에 사과하긴 했지만 집단내에서의 성폭행 사실이 폭로되자 해일이 오는데 조개를 줍고 있을 순 없다고 말한 정치인도 있었다. 한 여성이 당한 성폭행이 '어떤' 대의들 앞에서 혹은 어떤 '사람' 앞에서, 어떤 '집단' 앞에서는 갑자기 조개 줍는 일로 다뤄지는 것을 나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그렇게 되는거야? 그것은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이 여성의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고 처벌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민주당 내에서 박지현이 그렇게 욕먹은 건, 내부의 남자들이야 뭐 원래 그런 놈들이었다 치더라도 여성들조차도 더 중요한 건 선거에 이기는 것이지 성범죄를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박지현을 지지하고 박지현의 의견에 동의하고 박지현의 뜻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나는 성범죄가 절대 있어서는 안되며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을 어떤 대의 앞에서 뒤로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 어떤 남성 정치인(그간 그동안 선했다는 이유로 혹은 당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이유로)의 성범죄는 일단 그냥 넘어가도 되는게 되는걸까? 어떻게 그게 가능한걸까? 왜 여성의 성폭행 피해는 '그 다음', '나중에'가 될까. 한 여성의 삶을 파괴해버리는 일에 대한 것이 어떻게 그 다음이 될까? 그게 뭐가 됐든 어떻게 그것에 앞서는 대의가 있을까? 나는 이럴때마다 번번이 그런 일들을 보는게 아파서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라고 내가 나를 다독이곤 하지만, 애써 이해하려고 할 뿐 아직 진심으로 이해되는 건 아니다. 


위의 인용문을 읽으면서도 너무 힘들었다. 강간이 벌어진 일도 힘들었지만, 강간이 벌어졌으나 적국의 여성들이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까지 오래 걸렸다는 것을, 내가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가 아닌 상대편 여성들이 내 편의 남성들로부터 강간을 당했지만, '너네들도 우리처럼 불행해져야 해' 라고 생각하는 지점에 대해서, 눈앞의 파괴를 보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했다. 그런 한편, 전쟁이라는 상황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고 수많은 죽음과 부상, 피와 파괴등을 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나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저 사람도 아무리 그래도 해서는 안되는게 있는거야 이놈들아! 했을테지만, 전쟁이라는 상황은 그녀의 선한 면을 뒤로 미루고 다른 여성을 향한 성폭행이 잘못됏다는 판단을 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그렇게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대의 앞에 너의 성폭행 폭로는 좀 입다물어 줄래? 가 되는건 정말 나를 미치게 한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를 읽는 일은 즐겁지도 않았고 좋지도 않았다. 어떤 여성학 책이든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게 있겠냐마는, 참전했던 여성들의 그간 침묵했던 일들을 읽노라니 너무 괴로웠다. 그런 한편 이걸 모르고 살았다는 것도 역시나 괴로웠다.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는 정희진 쌤의 말은 참진리이고, 그래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기분이 공존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이번달에도 무사히 완독했다.



하늘이나 바다가 아무리 좋아도 내게는 현미경 렌즈 아래놓인 모래 한 알이, 바닷물 한 방울의 세계가 더 소중하다. 그곳에서 내가 빗장을 열고 보게 될 위대하고도 놀라운 한 사람의 삶이. 만약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똑같이 무한하다면, 어떻게 작은 것을 작다고 하고 큰것을 크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둘을 구별짓지 않는다. 한 사람만으로도 벅차다. 한 사람 안에 모든 것이 있으므로, 그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맬 만큼. - P272


-아이들은 전선으로 보내지 않는다. 콤소몰 당원이라고? 그거 잘됐구나 콜호스 일을 도와라.
우리는 낟가리가 썩지 않도록 삽으로 잘 흩어줬어. 그다음엔 채소도 거둬들였지.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고 입술은 갈라 터지고 얼굴은 까맣게 그을렸어. 글쎄, 그 마을 여자애들과 다른 점이라면 내가 수많은 시를 안다는 것, 그리고 그 시들을 다 외워서 낭송할 수 있다는 것 정도였을 거야. 들에서 집까지 참 멀었어. 나는 그 먼 길을 시를 외우며 걷곤 했지. - P323

- 전쟁이 끝나기 며칠 전 일인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말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바이올린 소리가……그리고 바로 그날이 나한테는 전쟁이 끝난 날이었어요…… 갑자기 음악 소리라, 그건 기적이었죠……또다른 소리가 들려왔어요……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것 같더군요…… 우리는 모두 전쟁만 끝나면, 그 숱한 눈물만 그치면 멋진 삶이 우리를 기다릴 거라고 믿었어요. 아름다운 인생이. 승리만 하면…… 이날들만 견뎌내면…… 모든사람이 한없이 선해지고 서로 사랑만 할 거라고 믿었죠. 모두 형제자매가 될 거라고, 우리가 얼마나 그날을 기다려왔는지……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어요…… - P296

불구가 되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았어. 무엇 때문에 살아? 내가 누구한테 필요하다고? 아버지도 엄마도 안 계신데, 평생 사람들 짐만 될 텐데. ‘다리도 없는 나 같은 게 누구한테 필요하다고! 목을 매자……‘ 그렇게 마음먹고, 간호사에게 작은 수건 대신 큰 걸로 갖다달라고 부탁했지. 게다가 병원에서 모두들 나보고 ‘할머니, 할머니……여기 연로하신 할머니가 누워 계신다……‘며 놀려댔거든. 병원장을 처음 만났는데 몇 살이냐고 묻는 거야. ‘열아홉이라고, 곧 열아홉이 된다‘고 얼른 대답했지. 아, 그러자 병원장이 웃으며 ‘오, 꽤 나이가많은데, 벌써 할머니네‘ 그러잖아, 글쎄. 그뒤로 사람들이 그렇게 나만 보면 할머니라고 놀리더라고. 간호사 마샤 아줌마도 나를 놀려먹었지.
큰 수건으로 바꿔달라니까 마샤 아줌마가 그러는 거야. ‘수건은 갖다줄게. 너는 곧 수술을 받아야 하니까. 하지만 내가 지켜볼 거야. 왠지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 혹시 무슨 나쁜 생각이라도 하는 건 아니지?‘ - P218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보니까, 정말 수술 준비가 되고 있더라고.
나는 수술이 뭔지도 몰랐고 그때까지 몸에 칼을 대본 적도 없었지만 이제 몸에 지도가 생긴다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지. 베개 밑에 큰 수건을 숨기고 모두 잠들기를 기다렸어. 곧 다들 잠이 들었지. 마침 침대틀이 철로 된 거였어. 그래서 수건을 침대에 잡아맨 다음 목을 매기로 했지. 다만 도중에 수건이 끊어질까봐 그게 걱정이었어……
그런데 마샤아줌마가 밤새 내 곁을 지키고 앉았는 거야. 아줌마가 나를, 어린 나를 지켰어. 밤새 한숨도 안 자고……어리석은 나를 보호했어…… - P218

"나는 왜 살아남았을까? 무엇을 위해? 생각해보면……그건 아마 지금 이렇게 그때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 P187

- 전쟁터에서 연애도 하고 그랬나요?
내가 묻는다.
-전선의 소녀병사들 중에는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 눈에는 여자로 보이지 않았지. 내가 봐도 정말 멋진 여자들이었지만 말이오. 그 아가씨들은 우리를 전장에서 구해낸 우리의 전우였소. 우리를 구해내고 간호해주고 돌봐줬어요. 나도 두 번 부상을 당했는데, 그때마다 나를 구해줬지. 그런데 어떻게 그들을 나쁘게 생각할 수 있겠소? 하지만 당신은 형제하고 결혼할 수 있나요? 우리한테 그들은 누이였소.
-그럼 전쟁이 끝난 뒤에는요?
-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소. 내 아내같이 똑똑한 여자도 여자병사들을 좋게 보지 않았으니까. 사람들은 그녀들이 남편감을 찾아 전쟁터에 간 거고, 그곳에서 연애질만 실컷 하다가 왔다고 믿었어요. 이왕 터놓고 얘기한 김에 하는 말인데, 실제로 소녀병사들은 대부분 정숙한 처녀들이었어요. 순결한 처녀들. - P169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더러운 오물도, 들끓는 이도, 시신들도……더이상 안 봐도 되자 뭔가 아름다운 게 그리워지더군요. 뭔가 밝고 화사한 그런게……아름다운 여인들 …… - P169

-하지만 그 여자들이 고국을 지킨 건 사실이잖아요? 조국을 구해냈다고요……
- 그건 그렇소만……그런 여자들이랑 정찰은 같이 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혼은 하지 않을 거요. 그게, 그래요……우리 남자들은 여자를 엄마나 아내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요. 결국은 아름다운 숙녀에게 익숙하다는 거요. 동생이 해준 이야기가 있어요. 한번은 우리 도시로 독일군 포로 행렬이 지나갔는데, 동생이 또래 남자애들이랑 어울려 포로 행렬에 대고 고무총을 쏘았나봐요. 그걸 우리 어머니가 보시고는 동생 뺨을 때렸소. 그 포로들이란 게, 히틀러가 최후 수단으로 징집한, 아직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들이었던 거요. 동생은 그때 겨우 일곱 살이었지만 우리 어머니가 그 어린 독일군 포로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너희 엄마 같은 사람들은 눈이 멀어버려야 돼. 세상에 어떤 엄마들이기에 이렇게 어린 자식들을 전쟁터로 내보낸단 말이냐!‘ - P166

"전쟁은 남자들의 일이오. 그런데도 남자들 이야기는 그렇게 쓸 게 없는 거요??"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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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25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부분 읽으면서 너무 분노하고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한동안 다음을 넘어가질 못했어요ㅠ 무엇이 중요한지를 따지는 우선순위에서 왜 가장 가혹한 폭력을 제쳐두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힘든 책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락방 2022-07-25 10:54   좋아요 4 | URL
전쟁은 전쟁강간범들의 좋은 핑계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강간이 전쟁시에만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적국의 여자들이다‘라는 걸로 강간에 대한 변명을 가해자들 스스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치 그래도 되는 것인양.. 그게 너무 화가나고, 그걸 보는 사람들조차도 전쟁이니까, 라고 그 일에 대해 눈감아버리는게 미치겠어요. 저 장면 읽으면서 ‘그건 내가 지금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일까, 만약 저 상황이라면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할까‘를 수없이 생각했는데, 답은, 잘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아무리 가정한다해도 제가 그 상황에 있는건 아니니까요.

얼마전 인하대 강간살해 사건 보면서도 생각했는데, 어떻게 고작 스무살밖에 안된 놈이 강간할 생각을 할까요? 어떻게 그 머릿속에 그런게 들어가있을까요? 강간은 남자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것 같아요. 너무 싫어요.

공쟝쟝 2022-07-25 1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통에 대한 감정이입역시 매우 정치적이고 선택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의식적으로 신경을 써도 내 시선이 닿지 않는 영역은 존재하고. 그래서 열려있어야 하고 두눈 뜨고 봐야한다고 그런 태도가 필요한 것 같고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서 부단히 견주고 깨지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없애버리자고 하는 건 (그렇고 싶지만) 시기상조라고 치고… 그 동안의 위계에 질문하는 것 밖에, 끊임없이 문제제기 하는 것. 이미 잘하고 있으니, 더 오만하게!! 읽느라 수고많으셨어요. 저도 부단히 따라가겠습니다!

다락방 2022-07-25 11:14   좋아요 6 | URL
공쟝쟝 님 댓글을 읽으니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고통에 대한 감정이입 역시 매우 정치적이라는 것이요. 저는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럼에도불구하고 저 역시도 눈감거나 뒤로 미뤄두는 수많은 고통들이 있겠지요. 그건 제가 제 나름의 우선순위를 정했기 때문일 것이고요. 제 우선순위는 다른 기준의 사람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기도 하겠지요. 정치적.. 오늘도 배웁니다.

공쟝쟝 2022-07-25 11:25   좋아요 3 | URL
네! 어쩌면 우리가 감정이입하기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내가 이런 시절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여성인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 더더 페미니즘 적이어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고요 ^^
저는 다락방님이 이해 충분히 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납득이 안되는 거예요 ㅋㅋ 그리고 이해를 전혀 못하는 사람들이 절망적으로 많은 거고요. 다른 몸을 살면서도 자기 시각을 갖는 것이 두려우니까요. 이미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몸을 가지고도 이해를 하지 않는 시선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오천년에 대해 애도를 표합니다. ㅋㅋㅋㅋㅋ

미미 2022-07-25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실제로는 더 많았을텐데 강간 이야기가 저 부분 뿐이었다는게
조금 이상하더라구요. 그리고 독일로 들어갔을때 독일 여성들에게도 3일간 허 했다는 스탈린의 말 이외에는 아예 그런 증언,기록이 없고. 다락방님 말씀에 아프게 공감합니다. 여성의 권리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쉽게 배제시키고 쉽게
후순위로 밀리고 무시당하는 이런
상태가 없어져야 비로소 변화되었다고 저는 체감할 수 있을것 같아요.

다락방 2022-07-25 11:26   좋아요 4 | URL
여성의 권리가 나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도 다른 것들과 부딪치면 여성을 뒤로 미루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죠. 그 나름의 우선순위를 가졌기 때문일것이고, 그 우선순위에서 여성은 그 다음이 되기 때문이겠죠. 내 우선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타인은 아마 자기의 우선이 옳다고 생각할텐데, 저는 제 우선권이 여성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혐오자로 불리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누가 저를 뭐라고 부르든간에 저는 제 우선권을 위해 행동해야 할 것 같아요.

항상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 님.

그레이스 2022-07-25 1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는 것은 고통스러웠습니다.
다시 전자책 펴서 조금씩 읽어가고 있는데 ... 그 감정의 기억들이 올라오네요.

다락방 2022-07-25 11:27   좋아요 3 | URL
그렇게나 어린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했다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요. 부상과 죽음을 눈 앞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은 어떤 크기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걸까요.

단발머리 2022-07-25 13: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은 사람도, 읽지 않은 사람도 불쌍하다는 말이 기억나네요. 읽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이번달에 우리 모두 힘들었다는 ㅠㅠ

잠자냥 2022-07-25 14:14   좋아요 3 | URL
그럼 전 읽지 않고 불쌍한 사람으로 남기로....; 이 책 아주 오랫동안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읽으면 너무 고통스러울 게 뻔해서;;

다락방 2022-07-25 14:32   좋아요 2 | URL
그렇지만 다음달 책도 .. 역시 힘들겠죠? 안힘든 책은 없는걸까요? 빌레뜨 읽어야 되는데... 다락방의 미친여자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세상 사람들이 다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읽어보라고 막 추천할 수도 없고 그렇습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2-07-25 16: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폭행 당한 저 부분 읽고 하~ 했네요ㅜㅜ
그리고 우리네 근현대사 책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던 장면이 떠올랐어요.
미군 부대에서 한국 소녀를 성폭행하면서 농락했는데 콜라병을 쑤셔 놓은 사진 기록물 보고 참 경악을 금치 못했었어요.
전쟁은...여성들에게 참혹함의 시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론 신념에 의해 자원 입대한 여성들의 본인들의 공을 자랑스럽게 인터뷰한 장면들을 읽을 때는 또 그게 다는 아닐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살짝 했었네요.
그래도 어쨌거나 전쟁은 여성들에게 너무나도 참혹한 현실이에요.
전쟁은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에요ㅜㅜ

다락방 2022-07-26 08:20   좋아요 2 | URL
며칠전 인하대 강간사건 기사에 어떤 남자애가 댓글 단걸 봤거든요. 자신이 전교1등하는 성적표를 인증하면서 ˝그런데 강간 좀 하면 어떠냐 보지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라고 해놨더라고요. 와.. 도대체 공부 잘하는 건.. 뭘까요?
저는 본인의 선함을 뒤로 밀어두게 하고 그래서 당시에는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하게끔 막는 것 역시도 전쟁이 가져온 부작용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평소와 다른 결정을 하는 건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인데, 그런 극한상황으로 몰고가는게 바로 전쟁이잖아요. 어제도 전쟁을 다룬 책을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읽기를 멈췄는데, 아 너무 싫으네요.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2-07-26 09:23   좋아요 1 | URL
미친 놈이군요???ㅜㅜ
인하대 사건 뉴스 보고 남편이랑 깜놀했었어요. 니네들은 절대 저래선 안된다고 어리둥절한 애들한테 잔소리 해댔는데... 보통 집에서 자식들 단속하기 바쁠텐데 아니...쟤는 어떻게 교육 받았길래 저런 댓글을 쓴답니까??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요!!!
요즘은 공부 잘하면서 인성 나쁜 애들이 제법 있어요.ㅜㅜ
딸애 고등학교에도 공부 잘하는 남학생이 사고 쳤는데...학폭을 여네~어쩌네~ 그러긴 했었는데...그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더라구요. 머리 좋은 애들이 사고 치면 더 무섭잖아요.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으면 먼저 애도하는 게 정상일텐데...왜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지?? 저런 아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무섭네요.
책을 읽으면서도 신념을 지킨다는 게 뭘까? 그런 생각이 들곤 했었는데,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막아버린다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내가 지키려는 신념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수백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그 순간 수정도 해야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들구요. 내 신념이 양심의 토대위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기초는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워지는군요.
잠깐이라도 잊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냅시다^^
 
왜 소중한 사람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아요?
거기에서 여기까지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일단 한숨 한 번 쉬고 시작하자.


나는 비포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비포 선셋>을 가장 좋아한다. 여자와 남자 주인공 둘만 나오는 영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둘이서 수다 떨면서 걷기만 하는 영화인데 이게 어찌나 좋은지. 아마도 서로에게 가장 충실하고 서로가 서로만 관심있어하고 서로가 서로에게만 집중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편에서는 낯선 너와 내가 만났고 2편에서는 너와 내가 9년만에 너와 나의 간절한 바람으로 재회했고 3편에서는 그런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세상을 함께 만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는 이 시리즈가 그대로 사람을 그리고 인간 관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면에서는 3편도 참 좋다.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서 같이 여행하고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같이 얘기하고 같은 풍경을 나란히 앉아 보는 현재를.


후아. 

이 영화는 언제고 다시 보아야지 하다가 이번에 보게 된건데, 아니 좋아서 다시 보려고 했고 내가 좋아했던 것도 아는데, 다시 보는데 왜이렇게 좋은건지. 여자와 남자가 9년만에 만난건 우연이지만, 그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지만, 그러나 만나기를 원한 것도 사실이다. 첫 만남에서 9년이 흐르는동안 그들은 서로를 잊지 못했고 그래서 남자는 그것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썼다. 파리로 저자와의 만남을 하러 가면서 내심 어쩌면 그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기적처럼, 아니 그의 바람이 간절한 덕에, 그녀가 거기, 서점에 와 있었다. 남자는 이제 곧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공항에 가는 시간이 임박하기까지 내내 그녀와 이야기한다. 그들은 9년 만에 만났는데, 9년 전에도 고작 하루를 같이 있었을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다가 멈출 줄을 모른다. 9년 전의 일과, 6개월후 빈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 그 때 왜 그들은 재회하지 못했는가 부터, 어린시절의 이야기 현재 하는 일들, 미국의 총기 소지와 전지구적으로 환경에 관한 것들, 동유럽에서 잠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까지 대화는 여기에서 저기로 또 저기에서 저어어어어어어어어기로 통통 튀면서 이동하고, 정말이지 멈추지를 못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이야기에 취해 과거의 어느 때로 돌아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한시간 남짓 있으면서 꼬박 둘은 이야기를 나누는거다. 찻집에 잠깐 들어가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한 대씩 피고 다시 센강 주변을 걷고 유람선도 잠깐 타고.


한 명이 그 때의 시간이 그리고 그 때의 상대가 그리워 글을 썼다면,

다른 한 명은 그 때의 시간이 그리고 그 때의 상대가 그리워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비행기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둘은 이제 여자의 집에 잠깐 들르기로 한다. 여자가 만들었다는 노래를 듣기 위해. 여자는 집에 도착해서는 차 한잔 줄까? 묻고 남자는 좋다고 한다. 그 때 여자가 차의 이름을 말하는데, 내가 영화를 다 보고 잠깐 '근데 그 차가 뭐였지?'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네 글자였는데.


페퍼민트?

아니다, 민트 류가 아니었어. 내가 마셔본 거였던 것 같아.

로즈마리?

아니다.

라즈베리?

아니다.

아.. 네글자, 네글자였는데. 페퍼민트도, 로즈마리도 아닌 네 글자. 뭐지?

너무 기억하고 싶은데 생각이 나질 않아서 영화의 그 부분을 다시 돌려봤다.


캐모마일 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캐모마일이라니.



여자는 남자에게 차를 끓여 주고, 노래를 들려준다. 그들은 함께 음악을 듣고 콘서트에 갔던 일을 얘기하다 여자가 춤을 추면서, 너 그러다가 비행기 놓쳐, 라고 말하는데, 남자는 이제 비행기 놓치는 것을 각오한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여기 있으니까. 내내 그리워하던 사람이 여기 있으니까. 그는 마지막에, 비행기를 놓치기로 한다.



왜 어떤 만남은 길지 않아도, 횟수가 많지 않아도, 그토록이나 강렬한걸까? 왤까?


















<비포 선셋>이 미국 남자와 프랑스 여자의 사랑이야기라면,

<브로큰 잉글리쉬>는 미국 여자와 프랑스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미국 여자는 미국에 여행온 프랑스 남자를 우연히 알게 되고 그와 같이 밤을 보내게 된다. 남자는 여자에게 '나 프랑스로 돌아가야하는데 너 같이 갈래?' 묻지만, 그녀는 '아니'라고 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혹시 프랑스에 오면 연락해, 라며 전화번호를 남겨준다. 


그녀는 프랑스에 간다. 그를 만나고 싶다. 프랑스에 도착했으니 그에게 전화만 걸면 되는데, 전화번호가 쓰여진 종이를 잃어버렸다. 내가 여기에 대해서는 엄청 안타까워하며 그리고 노여워하며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먼댓글 트랙백 참조)

여자는 남자의 전화번호를 찾지 못해 연락하지 못했고 만나지도 못했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시간을 홀로 보낸 후에 미국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가는 길, 기적처럼 그녀는 지하철 안에서 그렇게나 만나고 싶던 남자를 만난다.

남자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지하철에서 내리고 그들은 그렇게 바에 들어간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그녀에게 '그러니까 나를 만나러 왔지만 만나지 못했고 이제 돌아가려 한다는거냐' 물었고, 여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여기 좀 더 있으면서 나랑 얘기 나눠요' 라고 말한 뒤에,


'당신은 비행기를 놓치겠지만'


이라고 덧붙인다. 그녀는 그렇게 비행기를 놓치는 걸 선택한다. 비행기를 예정대로 타고 돌아가는 것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남자와 보내는 시간이 그녀에게 더 큰 까닭이다. 그것은 찾아왔던 상대이기 때문일 것이며 기다리던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돌아가기로 예정된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갑작스럽지만 결국엔 선택한 것, 그것은 사랑일 것이다. 사랑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만약, '아니, 돌아가야 해' 라고 말해서 돌아가는 비행기를 예정대로 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눈앞의 사랑이 커도, 내 눈앞의 상대가 간절해도,

예정된 비행기를 타고 가 내게 주어졌던 일을 다시 맞닥뜨리고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물론 며칠, 설사 몇 달이라도 내가 없다고 세상이 엉망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내가 있던 곳에 혼란을 주는 일을 선택하길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비포 선셋에서도 그리고 브로큰 잉글리쉬에서도, 상대가 비행기를 놓치기를 바라는 마음 혹은 상대 때문에 비행기를 놓치는 마음을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건 사랑이었네, 사랑이 틀림없네,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라면? 나였다면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돌아갈 것이다. 돌아갔다가, 널 만나러 다시 올게, 라고 말할 것이고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충동적으로 너 때문에 여기 좀 더 있겠어, 를 선택해서 내가 하는 일이나 나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은, 나는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이 사람이 너무 좋아. 그러니까, 



다시 만나러 올것이다.

만나러 올게.

만나러 온다고 말했으니까, 만나러 올게.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나의 상대가 비행기를 놓치지 않는다해도, 예정대로 타고 가기를 선택한다고 해도, '넌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 라고 실망하지도 않을 것이고, 거기에 대해 서운하지도 않다. '너가 나를 사랑한다면 지금 떠나지 않을텐데'같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비행기를 놓치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왔던 곳으로 예정대로 돌아가길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만 진실한 사랑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사실, 나는, 상대가 충동적으로 비행기를 놓치기보다는 예정대로 돌아가는 성향의 사람이기를 원한다. 나는 그 편이 더 마음이 끌린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 다만, 갔다가 다시 올게, 라고 말만 해준다면, 그거면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온다고 말해놓고 오지 않을 사람은 아닐테니까. 세상에 자기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사랑하지 않으니까.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건 아니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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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7-25 0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를 다시 보았습니다. (사실 종종 자주 봅니다) 전 이 투머치토커 커플이 정말 너무 좋습니다. 그들이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인 것 너무 좋고요. 저랑 동족이라고 생각해서 더 좋아합니다. ㅋㅋㅋ 대화를 섞는 것은 몸을 섞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정희진 슨상님께서 말씀 하셧쥬. 그건 너무 맞는 말이고, 그래서 저는 좀 대화 섞는 것에 헤픕니다. (몸 섞는 건 락방님 말씀대로 사주에 없는 걸로 합시다ㅋㅋㅋ 굳이 양자택일 할 필요는 없지만, 둘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저는 대화, 무조건 대화입니다) 저는 걸으면서 대화하는 것의 희열을 좀 압니다. 그리고 종종 길을 잃죠. 기꺼이 가던 길과 대화의 길을 함께 잃어주던 친구들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 거기에 낭만과 사랑을 더해버린 판타지 같은 영화... ㅎㅎㅎ 비 포 선 셋 -! 크으!

다락방 2022-07-25 10:47   좋아요 3 | URL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게 정말 미치게 해요. 너무 좋아요. 그런데 그게 좋을 수 있는건 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게 드러나기 때문이에요. 지식배틀 같은거 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래서 리액션을 하잖아요. 특히 에던 호크 쪽이 더 여자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보는것 같아요. 여자는 좀 자제하는 것 같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았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

clavis 2022-08-1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이 너무 좋네요. 락방님..이렇고 저랬던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의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건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