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루티는 아주아주 가난하게 자랐고 부모님은 딸의 공부를 지원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마리 루티는 기어코 공부를 했고 대학에 진학을 했고 그리고 지금은 토론토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해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절망을 가져왔을테지만 지금과 같은 자리에 오르게 됐다는 것은 어느 순간마다 성취감을 가져왔을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머리가 좋다든가 하는 가지고 태어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마리 루티는 노력했고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학자가 생기고 자신만의 이론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성차별적인 세상의 부조리함을 모두 깨달았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지만 그러나 내게는 그녀의 '행동' 자체는 다소 온건하게 보였는데, 그러나 그녀가 어떤 지원도 없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나에게 온건하게 보이는 행동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보여진다. 아니, 그래야만 했겠구나. 과격한 행동이 나는 조금 더 앞으로 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러나 사람들 모두가 다같이 과격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전선의 최전방의 있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면 좋겠다. 이야기가 좀 다른 쪽으로 새려고 하니까 다시 정신 단단히 붙들고 얘기하자면, 마리 루티는 이 책, 《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의 처음 부분에 이런 얘기를 한다.



난 오랫동안 최고의 이론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넬슨은 시인인 아일린 마일스Eileen Myles의 말을 인용한다. "나의 더럽고 사소한 비밀은 늘 당연히 나에 대한 것(이야기)이다." -《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마리 루티, p.38



정말이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문장 아닌가. 최고의 이론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생겨나다니!


나는 얼마전에 무지와 게으름 그리고 악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페이퍼를 썼는데, 그렇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의 현실과 실제 사건들이 있었다. 작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회사 생활이 있었고 그리고 크게는 뉴스에서 매일마다 보도되는 여성대상 범죄에 대한 것이었다. 작게는 개인대 개인의 일이지만 크게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것.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끔찍한 범죄소식을 맞닥뜨리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를까'를 생각하게 됐고 '이런 범죄가 상대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생각을 '못하는' 거구나','생각을 '안하는' 거구나', '그럴 필요조차 못느끼는 거구나' 라고 거듭되다보니 어느 순간 게으름과 무식함 그리고 악으로 이어졌던 거다. 이건 사소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불편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하게 되는 사소한 일들 앞에서, '이걸 이대로 내버려두면 어떻게 상황이 개선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누가 할거라고 생각한걸까' 를 생각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이것도 작은 게으름과 무식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까지 생각에 미치게 된거다.



마리 루티의 저 문장을 읽으면서 내가 만들어가는 이론이야말로 정말로 나의 경험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로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최고의 이론이라는 말도 그래, 틀리지 않겠어. 그렇다면, 사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론을 만들게 되지 않을까? 각자가 만드는 이론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또한 타인과 나의 이론은 어느 면에서 완전히 반대되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우리는 나름의 이론을 만들 수 있겠어. 


마리 루티의 책을 다 읽은 후 최재천의 책을 읽었다. 최재천은 이런 얘기를 한다.



평소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자꾸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공부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교육의 내용이 사실을 분별할 수 있도록 채워져야 하고요. 진실을 말하는 전문가들의 말이 일반인에게 신뢰를 받아 통용될 수 있도록 사회의 갈등이 잦아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위정자들이 힘써 노력해야 하지요. 갈등의 골이 깊으면 진영 논리로 사실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저는 무엇보다 앎이 가져오는 사랑이 소중하다고 여겨요. 우리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안희경, p.39



알면 사랑한다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그것이 최재천이 그간 살아오면서 깨달은 진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나름 최재천의 이론일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만들어낸 혹은 정립하게 된 최고의 이론이라는 것은, 새로운 발견인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아주 없던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이미 어딘가에서 숱하게 말해왔던 것, 그러니까 다른 누군가의 이론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다른 식으로 접하기 전에 내가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에 의의가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렇게 깨닫고 정립하게 된 이론은, 그 후에 세상을 둘러보면 여러가지 방식으로 마주치게 된다. 나는 게으름과 무식 그리고 악에 대해 한 번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니 얼라리여~ 최재천의 책에서도 만나는거다. 




저는 2020년 내내 미국 동료들과 이메일로 논쟁하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툭하면 우리가 마스크를 잘 쓰는 모습을 빈정거리더라고요. 한국인은 너무도 순종적이라면서요.

존스홉킨스대학교에 있는 친구는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공권력의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반박했습니다. 한국인은 경찰이 내 목을 무릎으로 누를까봐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라고요. 덧붙여 미국 정부가 방역을 위해 집에 머물라고 했을 때 총을 들고나온 미국인이 있었는데, 이는 무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문제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왜 내 자유를 구속하느냐'라고 외치며 총을 들었다고요.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안희경, p.18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는 '내가 협조해야 방역이 완성된다'라는 생각과 판단에 따라 행동했기에 서로를 지켜낼 수 있다고 최재천 교수는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 방역에 협조한 것에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다는 친구의 말에 반박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 때 최재천 교수는 총을 들고나온 미국인을 향해 '무식하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나는 총을 들고나온 미국인이 무식했다는 최재천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총을 들고나와서 그가 얻게 된 결과는 무엇일까? 무엇을 얻기 위해 그는 총을 들고나왔나? 게으름은 무식을 가져오고 무식은 아차하는 순간 범죄가 된다. 



마리 루티가 공부하는 이야기를 읽는 것도 너무 좋았는데, 최재천 교수가 미국에 가 공부할 때 수학도 전공하라는 제안을 재차 받는 것, 자신은 수학을 못한다 그리고 싫어한다고 생각했다가 수학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말을 교수들로부터 듣는 부분의 이야기가 진짜 너무 좋았다. 결국 하버드에서 대학원에 진학해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아 수학도 필요하겠구나 싶어 수학 강의도 듣게 되는데, 그 때 교수님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수업을 들어도 되는데 강의실 뒤편에 앉아 팔짱 끼고 있으면 안 되고, 무조건 맨 앞줄 가운데에 앉아야 한다. 시험도 봐야 하고 숙제도 전부 해야 한다. 학점을 받지 않는 학생의 시험지를 내 손으로 채점해야 하는데 누가 손해일까?" 그러면서 "수학은 관조하는 학문이 아니다. 직접 풀고 이해해야 하는 학문이다"라고 하시더군요.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안희경, p.59



아 너무 재미있는 일화 아닌가.

물론 최재천은 너무 천재되시고 서울대 나오고 하버드대 나오고.. 그런 사람이긴 하지만, 최재천의 이 책을 읽다보니, 아니 어쩌면 나도.. 사실은 수학 감각 있는 건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걸 미처 모르고 여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해괴망측한 생각이 들어버린다. 대한민국의 수학교육이 나랑 안맞았기 때문에... 내가 수학점수 개똥같이 나온 건 아닐까. 만약 내가 미국에서 수학 수업을 받았다면 나의 미래 수학교수.. 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고 인생을 되돌릴 수 없는 걸 뻔히 알면서 한 번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가보지 못한 길을 후회하고 아쉬워하기 마련인데, 어쩌면 수학천재일지도 모르는데 발견되지 못했던 나의 또다른 과거 혹은 미래.. 아쉽구먼.. 그렇다면 나에게 있을지도 모를 수학적 재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공부해서 수학과에 다시 들어가 ...볼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 걸로 하자. 

나중에 늙으면 젊은 조카들 붙들고 얘기해야겠다. 어쩌면 너네 이모(혹은 고모)는 수학 천재였을지도 모른단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재능은 발견되진 못했지.. 삶이 아쉽구나. 다시 한 번 살고 싶구나.... 다시 태어나야지.. 수학 천재로 살게 될 미래를 위해....



내가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남들 열심히 공부한 얘기 들으면 진짜 너무 재미있고 좋다. 나는 고삼시절에도 밤 한 번 샌 적이 없어.. 하아- 졸리면 어김없이 잤는데 고3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내가 왜 공부 때문에 잠을 포기해야 해? 날 그렇게 살게 두지 않겠어' 라고 잤다가 지금 이모양 이 꼴...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아니, 그러면 깨어 있는 동안에 공부했냐 하면, 할리퀸 읽고 소설 책 읽고 그랬다. 영어 수업 시간에 할리퀸 읽다가 선생님한테 걸려가지고 큰 쪽팔림을 무릅쓴 적도 있다. 그 때 읽다 걸린 할리퀸은 <개구리 연가> .. 진짜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하아- 다시 태어나면 그 때는 열심히 공부해라, 나여...




오늘 아침 트윗을 통해 오은영 쌤이 공감에 대해 한 말을 알게 됐다. 공감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그렇구나 라고 알게되는 것이지, 그것을 내가 똑같이 느껴야 하는게 아니라는 거다. 혹시 궁금해할 사람을 위해 영상을 첨부한다.






아이돌 가수인 '츄'는(이 영상으로 처음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까 걱정하고 또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본인의 불편함이나 힘든 감정에 대해 절대 들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무리의 일원일 때도 다른 누군가의 불편함에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그 때 오은영 박사가 공감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면서 이야기 해주는 거다. 타인의 감정을 내가 똑같이 느껴서 흡수하는 게 공감인 게 아니라고. 그리고는 요즘 청년들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혹시 본인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아닌지 테스트하는 일곱 문항을 보여준다. 이 중에 네 개 이상 해당되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의심된다고. 내가 캡쳐해왔다.




나도 테스트 해보았는데 나는 하나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러니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과는 상관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텐데, 그런데 나는 공감에 대한 오은영 박사님의 설명을 듣고 나자 '내가 책을 잘못 읽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다. 내가 소설을 읽을 때, 나는 '이 사람은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흡수해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타인의 감정을 흡수하는 경우가 더러 생기기도 하는데, 소설에서는 거의 매번 그래버리는 거다. 그래서 힘든 소설을 읽고 나면 녹초가 되어버리고 사랑에 빠지는 소설을 읽으면 같이 사랑에 빠져버리는 거다. 이게, 잘못된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된 것. 그러면 안되는건데 나는 그러고 있는걸까? 휴.. 현실에서 타인을 만나고 오면 녹초가 되지는 않는데(물론 어쩌다 그럴 때도 있다.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을 때.), 왜 책 읽고 나면 녹초가 되는가.. 왜.. 이건 내가 등장인물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해버린 게 아닌가. 이 사람은 이런 감정이구나 하고 한걸음 떨어지는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이 되고 그 사람이 내가 되고 우리는 하나가 되어버렸... 그런데 이 세상에, 그러니까 현실이든 소설이든 나랑 같은 생각, 같은 행동, 같은 감정, 같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지구상에 나는 유일한데. 소설속의 등장인물이라고 나랑 같은 생각이나 행동을 당연히 하지 않는 바, 그래서 등장인물이 나쁜 사랑을 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사랑하는 사람과 어긋나면 개슬프고, 그래서 해리 포터가 재미가 없어버려...... 왜냐면 나는 아무리 아무리 애를 써도 해리 포터 책 속의 인물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한걸음 떨어져서 읽어야 되는데 이게 안되네. 에휴... 이걸 .. 도대체 어째야 하나...



오은영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지만, 타인의 감정을 완전히 흡수해 그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통제욕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달은 거지만, 나의 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은 이 통제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었고, 그걸 깨닫고 나서는 그것을 덜어내고자 애를 쓰고 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완전하진 않고, 요즘에도 통제 욕망이 차오를라 치면 내가 나를 인지하려고 애쓰면서 다독인다.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이거 아니야 이거 아니야, 라고 내가 내게 말한다. 내 통제 욕망은 현실에서 타인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 내가 통제 욕망이 생겼다면, 그것은 상대가 문제를 해결하기를,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러나 이 생각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긴다는 데에 있다. 반다나 시바와 마리아 미즈의 <에코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그 때 나는 내 통제 욕망에 대해 깨달았고 마찬가지로 잘못된 욕망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 후에 통제 욕망이 찾아들라치면 나를 다스리면서 내가 생각하는 건 나에게만 최선이다, 라고 재차 되새기고 있다. 내 스스로의 분석에 의하면, 그러나 소설속에 들어가 내가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흡수해버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내가 알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좀 더 연구해볼 문제다. 아무튼, 통제 욕망을 버려야지.


오은영 선생님은 이 영상 속에서 '강박의 뒤에는 언제나 불안이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나는 일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몇 개의 강박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 뒤에는 분명 불안이 존재했다. 이건 내가 자라면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아주 많이 극복했지만, 그러나 어김없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건 사라지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다는 것,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 나는 잠들기 전에 나를 다독이고 다스릴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아침에 눈을 뜨면 지금보다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내가 나에게 얘기해준다.




아무튼 소설 읽는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이대로 괜찮은가... 그런데 뭐, 나쁠 건 없지 않나..... 내가 사랑하고 내가 헤어지고 혼자 다 하는데 뭐. 아, 섹스도.... 흠흠.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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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4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10-1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친구와 통제욕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 다락방님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
사유라는게 그래서 중요한가봐요. 제 친구도 저도 스스로의 통제욕망에 대해 어느정도는
인지하는데 제어하지 못하는 통제욕망과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통제 욕망도 있어서 뒤에것들이
괴로움을 안겨주곤 한다고요. 저도 마리루티가 넘 좋아지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본인의
타고난 성질. 즉 기질을 수용해야 한다는 말에서 위로와 치유받은 기분을 느꼈어요.
그런 측면에서 통제욕망도 기질의 한 측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 통제 욕망에 불안감이 많이
내재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통재하는 거라고, 그래서 독재자들이
타인을 억압하고 구속해도 늘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결국 사유를 계속하는것만이 스스로 만든 통제 욕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길인가 싶고요.
기질적 측면에서 그 과정을 너무 혹독하게 생각하진 말자 어느정도 받아들이자 하고 있어요.
아무튼 다락방님의 연구를 응원합니다. 다락방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다락방 2022-10-14 14:18   좋아요 1 | URL
저는 제 통제욕을 인지하고나니 다른 사람의 통제욕도 보이더라고요. 제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 그것에 대해 정확히 어떤 것이다 짚어낼 수 없었던 부분이 일정부분 통제욕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통제욕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통제욕 강한 사람을 보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부딪치게 되는 거예요. 나도 통제하려고 하고 상대도 통제하려고 하고. 저는 이제 그걸 놓고 살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통제욕망을 맞닥뜨리면 갑자기 또 훅 올라옵니다. 삶이란 것은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과정인가 봅니다.
통제욕망을 인지하면 그것을 다스리려는 노력을 할 수가 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인지하지도 못하면 다스릴 수가 없죠. 그저 ‘이게 더 나은길인데 왜 다른데로 가는거야!‘하고 답답할 뿐이죠. 저는 정말 저 잘난줄로만 알다가 <에코 페미니즘> 읽을 때 뒷통수를 너무 세게 맞았어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은 누구의 기준인가. 이래서 책이 중요한가 봅니다.

제 글이 미미님을 사유하게 했다면, 그건 미미님이 사유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미미님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후훗.

2022-10-14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10-14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글 너무 좋아요! 마리 루티 이야기도 좋고 공부 이야기도 좋고, 방역 이야기도, 통제욕망 이야기도 좋구요. 이번주에는 오래 기다렸는데, 다락방님 글을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마리 루티 신간을 읽고 있는 저로서는 (흠흠) 마리 루티의 그런 어린 시절의 환경과 그의 노력이 그의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어메리칸 드림을 결국, 이뤄낸 사람으로서요. 핀란드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마리 루티가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그리고 캐나다의 교수가 되는 그 모든 과정이 그걸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무지와 게으름, 그리고 악에 대한 다락방님의 생각과 고민에 대해 더 듣고 싶어요.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에 대한 대답이 그 속에 숨어있다고도 생각하고요. 또 개인으로서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사유를 불러오는 좋은 질문이 될 수 있을것 같아요.

다락방 2022-10-14 14:29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께 이 글 너무 좋아요! 라는 댓글을 받으니 오늘은 특히 더 행복해집니다. 글 쓰는 제 스스로가 막 좋고 자랑스러워지고 그래요. 오늘은 유독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역시 사람은 글을 쓰면서 살아야 해, 특히나 나는 더 글을 쓰면서 살아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님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다락방은...음, 춤 말고 뭐하지? 여튼 다락방에게도 뭔가 하게 하시는 분... 음..... 책장 정리를 할까요? (아니라고 이내 고개를 젓는다)

저는 마리 루티 신간을 사두었고 그걸 읽기 전에 사두고 안읽은 책을 읽으려고 남근선망 읽었는데요 아 너무 좋았어요. 제목만 보고 남근선망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이런 글만 잔뜩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그런 얘기 나와서 진짜 너무 좋고 이 사람 너무 대단하네, 이런 글을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이 더 읽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여러번 했습니다. 단발머리 님이 이 책 너무 좋아서 두 번 읽었다고 하신게 막 이해됐어요. 아아,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막 이렇게 마음속으로 단발머리님께 텔레파시 보냈는데 혹시 받으셨어요?


저 예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지만, 대학 졸업할 때 진짜 점수도 엉망진창이었고 논문도 쓰레기였고.. 그러니까 제 이십대는 정말 그냥 엉망진창 그 자체의 시간이었는데요, 지금이라면 잘 준비해서 논문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그건 어느 순간까지는 성폭력에 대한 것이었거든요. 제가 여기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계속 생각하고 또 책도 읽고 그러다보니 성폭력이 인생의 풀어야 할 숙제, 과제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것을 포함하는 게 바로 게으름과 무지 그리고 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성폭력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거든요. 내가 너랑 섹스하고 싶고 너에게 욕망을 느끼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계를 시작하고 또 유지하고 서로에게 끌려야 한다 라는 과정까지 나아가지 않고 그 모든 과정을 싹둑 잘라버린 채, 너는 내 욕망의 대상이고 나는 해소하겠다, 로 가버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의 애쓰지 않음(게으름), 생각하지 않음(무식), 그렇게 오는 악(성폭력) 에 대해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 이번주말까지는 생각을 그만하자고 생각했는데 댓글 쓰다가 또 생각을 하고 있네요....

건수하 2022-10-14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타인의 감정이 이해가 안되면 괴로워하다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편이에요.
통제 욕망은 이해되지 않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생기는 것일까요? 그래도 타인의 감정을 흡수한다는 건 공감능력이 뛰어날 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락방 2022-10-14 14:34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이해하려고 애를 쓰면 타인의 감정이 다 이해될거라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아 저 사람은 저게 좋구나, 저게 싫구나, 저기에 열등감을 느끼는구나.. 이 모든 걸 다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는 편이기는 한데요, 그게 막힐 때가 남자들의 여성대상 성폭력이었어요. 도대체 왜 불법촬영을 해서 여성의 신체를 봐야하는지, 왜 여성들의 얼굴을 합성해서 음란물을 제작하는건지 거기엔 뭐가 있길래 그러는건지, 여자들 화장실 간 걸 몰래 봐서 뭐하려는건지, 그걸 이해하려고 애를 쓰고 애를 쓰다 보니 이해가 되는게 아니라 그것은 악이고 게으름과 무지에서 비롯됐다, 라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아, 통제 욕망으로 돌아가야지

제가 통제욕망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오만함도 한몫한다고 보여집니다. 아니 사실 그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 옳은 방향,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있는데 상대가 어긋난 길로 가는듯 보일 때, 내 통제욕망이 발휘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분명 ‘선의‘에서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선한 결과를 가져오느냐, 라고 보면 늘 그런 것도 아니고요, 사실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선의 보다는 내 기준의 강요가 아닐까 합니다.


잠자냥 2022-10-14 14: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정말 자뻑이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최재천 교수 책 읽다가도 내가 혹시 수학천재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 1도 안 들던데 그런 생각이 들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내 땡투 잘 받아여, 미래의 대 수학천재여~

다락방 2022-10-14 14:35   좋아요 1 | URL
저는 초조합니다. 몹시 초조합니다. 내 안의 수학천재가 제대로 발견되지 못하고 있을까봐 초조하고 또 초조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잠자냥 님의 땡투 잘 받아서 책 살게요, 또!! 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10-14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잠자냥님, 저도 사실 살짝 수학천재 다락방 고모님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지만, 잠자냥님처럼 대놓고 ˝ㅈㅃ˝이라고 쓰지는 못했는데 ㅎㅎㅎ두 분의 캐미는 질투나게 강력합니다요!!! 훈훈~~땡투까지 날려주시는 더욱 훈훈한 마무리!! 부러워요. 두분 우정 ㅎ

다락방 2022-10-14 14:36   좋아요 1 | URL
제 안에는 수학천재를 열망하는 부분이 일정부분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수학천재 보면 좀 반해요...(응? 이게 아닌가? ㅋㅋㅋㅋㅋ)
잠자냥 님과 저는 땡투로 서로 돕고 삽니다. 이것이 서민이 사는 법...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0-14 15:04   좋아요 1 | URL
웬만한 갈굼도 무너뜨릴 수 없는 땡투로 맺어진 사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2-10-14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10-14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천재일 수도 있었을 것!!!
저는 그 부분 빵~ 터지면서도 어느 정도는 무척 일리있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고개 끄덕끄덕!!!
그럴 수 있죠!! 맞아요~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자랐다면 우린 어떤 재능이 간택당하여 내적으로 폭발? 했을지도 모를 일이죠!!ㅋㅋㅋ
이런 부분들 유쾌해서 좋아요^^
근데 전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4 개나 해당되어 깜놀했는데, 영상을 보고 또 좀 놀랐네요. 며칠 전, 지인과 우울증에 관한 대화를 했었어요. 지인은 늘 긍정적인 사람이고, 씩씩한 사람이라 늘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몇 년 전 우울증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고 본인이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상담 받으라는 진단을 받았었다더군요. 지인은 먹고 살기가 바빠 무시했었는데 얼마 전, 갑자기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하다가 순간 이게 우울증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본인이 너무 가엾어서 한참 울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는데...집에 돌아와 며칠동안 든 생각이 본인은 본인 스스로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마음을 회피하고 부정하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며칠 그런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도 약간 일맥상통하는 것도 같고, 통제욕망이란 단어도 다른 듯, 비슷한 듯...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네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다스리는 것! 그게 쉬운 듯 하지만, 때론 가장 어려운 일인 것도 같아요. 에혀~
근데 지금 이게 일맥상통하는 얘기가 맞는 건가요?ㅋㅋㅋ

다락방 2022-10-17 09:51   좋아요 1 | URL
이게 단순히 많이 웃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의 내면이나 정신 상태가 건강한건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표정을 잘은 아니더라도 감출 수도 있고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일일이 말하며 사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감정에 솔직하게 표정을 짓고 말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나을 것이라는게 지금 저의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상처 입히지 않으려면 거기에 생각하고 사유하고 성실해지기가 있을 테고요.

얼마전에 친구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고 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크게 보면 악으로 가지 않는 길이고 작게 보면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한 길이고요. 책나무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앗차 하는 순간 손에서 놓게 되기도 하는 것일테죠. 저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스스로를 향해 ‘자, 이런 감정이 찾아들 때 나는 어떡하면 좋은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것 같아요. 자, 좋은 그림을 볼래? 좋은 글을 읽을까? 햇볕을 보면 어떨까, 사람을 만나볼까? 등등 끊임없이 물어보고 시도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맞는 어떤 방법이 찾아지는 것 같아요. 운동이나 공부도 그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테고요.


저는요 책나무님, 기분이 아주 다운되는 어떤 날에는, 아주 잘 쓴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냥 나아져요. 그런걸 찾아가면서 살도록 합시다, 책나무 님!!

독서괭 2022-10-18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하고 어른 되어 공부 안 하고 게으르고 편협하게 사는 사람이 많잖아요. 지금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다락방님이 훨씬 멋진 거 아닐까요?^^
아니, 나 자뻑 천재 다락방님, 어쩌면 수학 천재일지도 모르는 분에게 불필요한 말씀을 드리고 있군요.. 이미 나는 멋져 하고 계신 분에게 ㅎㅎㅎ
공감에 대한 오은영 선생님 말씀이 맞는 것 같네요. 저는 양희은 선생님의 ˝그럴 수 있어~˝가 공감의 마인드라고 생각하거든요. 흠.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완전히 빠져서 읽는 게 더 재미있지 않나요? 근데 저는 예전엔 그랬는데 요즘은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피곤해서 그런가 ㅋㅋ
아무튼 수학천재일 수도 있습니다.. 그 수학자 허준씨도 학교다닐 때 특별히 잘하지 못했다잖아요? 우리나라 교육이 워낙 학문의 본질과 어긋나 있으니, 다음 생애엔 수학자의 길에 도전하시는 걸로..

다락방 2022-10-19 10:17   좋아요 1 | URL
아니 독서괭 님, 그렇지만 허준이 교수와 제가 수학을 못했다고 하는 것은 그 기준치가 완전히 다르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말씀하신 뜻은 제가 잘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제 안에 수학천재 있는 걸로.. ㅋㅋㅋㅋㅋ

저는 지금 공부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있는 한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학창 시절에 대해 곧잘 후회하거든요. 그런 후회 앞에 제 친구중 한 명도 독서괭 님처럼 제게 말해주곤 했어요. 학교 때 공부 잘했던 애들이 지금 좋은 직장에 들어가긴 했지만 너무 편협한 인간이 되어 있다고요. 어쩌면 저의 자뻑 기질은 어릴 때 공부 잘했다면 지금의 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두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워낙 저 잘난맛에 사는데 심지어 공부까지 잘했으면..와우- 어마어마한 빌런이 됐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그나마 신이 저를 사랑해서 어어~~ 얘 공부까지 잘하게 만들어놓으면 하염없이 질주한다, 공부는 빼, 라고 하신게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소설 이렇게 읽는 저를..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소설의 바다에 나를 맡겨 둠칫 두둠칫..
 
















주말에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두 번의 큰 수술을 앞두고 계신다. 아빠의 입원도 그리고 수술도 처음은 아닌 터라 그렇게 걱정되거나 긴장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아빠를 두고 돌아다오는데에는 눈물이 나더라. 게다가 전신마취와 극도의 고통으로 인해 일시적 치매가 찾아올 거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얘기도 들은 터라 걱정은 더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엄마는 내내 우셨다. 우리는 모두 남동생네 집으로 갔는데 남동생네 집에 가니 지난번과는 또 다르게 훌쩍 성장한 아가 조카가 방긋 웃으면서 제 할머니를 할미 할미 따라다녔다. 우리는 또 모두 함께 웃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누군가의 존재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은데 또 어느 누군가의 존재는 점점 커진다. 아빠가 수술을 무사히 받고 나오시길 바라고 회복되길 바라면서 그간 아빠에게 내가 너무 못된 딸이었던 것 같은 생각에 괴로워졌다. 그런 한편 내내 울던 엄마가 아가 조카의 존재에 웃는 걸 보면서 시간이 흐른다는 단일한 진실 앞에 오직 인간만이 저마다의 이유로 상실과 고통 그리고 행복과 축복을 느끼는구나 했다. 그리고 여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윌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런 윌을 지켜보는 루이자의 이야기를 읽는다.



지난주 우리가 읽어야 할 분량에서 드디어 루이자가 윌의 안락사 결정을 알게 된다. 그리고 루이자의 마음은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찾아오며 괴로워진다. 영어로 천천히 읽었기 때문일까. 그간 나는 윌에게 정이 들어버려서, 이 결정을 알게 되는 루이자 때문에 울고 싶어졌다. 이제 어떡하지. 나보다 더 윌에게 정들었을 루이자를 어떡하지. 그런 한편, 오늘 출근하면서는 번역본으로 이번주 할당량을 시작했다. 윌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자식의 사고와 그리고 안락사 결정을 마주하는 엄마의 마음.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이었다. 그러니까 자식의 죽음이 고통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이 자식이 나에게 그저 지금의 어른 윌로서만 보이는게 아니라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마주쳤던 수많은 순간들과 그 순간들이 가져온 그 수많은 감정들, 그 모두가 윌이었던 거다. 윌의 엄마에게는. 그런 엄마가 윌의 안락사 결정을 듣고 그 결정을 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때, 그 때는 어째야 하나. 나는 오늘 이어폰을 통해 이 책을 들으면서 또 울고 싶어졌다.




몇해 전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책이 잘 쓰여진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재독을 하면서 '잘 썼구나' 했다. 무엇보다 내 팔과 다리를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의 고통과 불편은 내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당사자가 아니면 이렇게나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구나. 루이자는 윌을 지켜보면서 윌의 불면에 대한 걸 알게 된다. 다음날 피로가 겹겹이 쌓인 눈을 보며 루이자는 생각한다. 밤에 잠이 안와도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그저 누운 그대로 그 밤을 지새야 하는 것에 대해서. 불면은 그 자체로도 불면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인데, 그런데 오로지 뜬 눈으로 그리고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불면을 맞이하는 것은 얼마만큼의 불편일까. 그러게, 미처 생각도 못했어.


어제 친구는 이 영화의 어느 한 클립을 보내주었다. 영상 속에서 루이자는 슬픔과 서운함으로 윌을 두고 돌아서고 있었다. 나는 남겨진 윌을 생각했다. 저기에 저렇게 저 사람 두고 가면 어쩌라는건가. 오늘 아침 읽은 책의 분량에서도 엄마가 윌을 두고 나오면서 자신은 자신의 마음대로 윌을 두고 나올 수 있음에 대해 언급한다. 그저 돌아서 나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조조 모예스가 보여주고 있다. 조조 모예스, 잘 썼구나.



이 책을 같이 읽는 친구와 윌의 선택에 대해 얘기 했었다. 윌의 입장에서는 안락사가 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데에는 우리 둘다 뜻을 같이했지만, 그리고난 후 뻗어나가는 생각들은 다른 방향이었다. 나의 경우에는, 윌의 선택을 이해하고 윌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장 아메리의 자유 죽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만약에 나라면? 을 내게 물었을 때, 나는 바로 단호하게, 고민 없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택할 거야' 라는 답이 나왔다. 그러나 이 답은 나온 후에 그대로 머물지는 못했다. 그 다음에 대해서는 윌과 나의 상황이 달랐으니까.


윌은 부자였다. 자신이 일을 잘 해서 벌어들인 돈도 있지만 애초에 부자였다. 돈을 많이 가진 그리고 사회적 지위도 가진 부모로부터 태어났다. 윌이 치료받고자 한다면 그 모든 지원을 해줄 부모가 윌에게는 있었다. 지금도 윌의 부모는 간호사를 고용하고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정신적 파트너인 루이자도 고용한다. 윌의 부모는 윌을 위해서 병원비도 대줄 수 있고 집에 별채를 마련할 수도 있고 윌을 위해서라면 최상의 도움을 줄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윌이 삶을 선택한다해도, 윌의 마음만 아니라면, 문제될 게 없는 거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달랐다. 내가 윌과 같은 상황에서 삶을 선택한다면, '그 다음은?'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나는 윌의 부모와 같은 부모를 가진 것도 아니고 내가 윌만큼의 경제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쉽게 말해, 나는 돈이 없다. 윌이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지원을 나는 받을 수 없다. 나는 좋은 병원에 들어갈 수도 없고 나를 위해 일해줄 좋은 간호사나 보호사를 고용할 수도 없다. 설사 고용할 수 있다 해도 어느 순간 그만둬야 할 것이다. 내가 가진 돈은 윌만큼이 아니니까 윌만큼의 질적으로 좋은 간호나 케어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주변 그러니까 가족 구성원중에 누군가가 나를 케어해야 할 것이다. 나를 케어할 돈도 나 대신 누군가가 벌어야 할 것이고. 내가 선택한 삶은 나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의 돌봄 노동과 경제 노동을 필연적으로 불러올 것이다. 그것도 보통의 경우보다 더 심하게, 더 많이. 그렇다면 내가 선택한 삶은, 그것이 더 나은 결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살고자 함으로써 다른 누군가에게 더 고통스러운 삶을 준 것은 아닌가. 아니 그래도 사랑하는 네가 살아있으니 그것만으로 감사해, 그렇게라도 살아줘, 라고 언제까지나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하다 보면, 내가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나는 나 아닌 사람들의 힘든 시간들을 지켜보면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내 결정에 후회하게 되진 않을까?

막상 다른 가족을 놓고 본다면 나는 기꺼이 돌봄노동과 경제노동을 자처하겠지만, 그러나 내가 돌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마음이 몹시 불편해진다.

아 몹시 괴로워지는 것이다. 



예전에 원수연의 만화 <풀하우스>에서 여자주인공 '엘리'가 자신의 집에 이미 살고 있는 '라이더'(주인공들 이름 정확히 기억 안남)를 보며 이렇게 생각하는 장면이 있었다. '내 것을 찾는게 당신 것을 빼앗는 것이 되었네' 라고. 내 삶이 결국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아 버리게 되는 거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은 소중하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 몹시 괴로워진다.



책 산 얘기나 해보자.

책을 샀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일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의 평이 별로 좋지 않았던 걸 기억해 제껴두고 있었는데 최근에 이 책이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 소설이었어? 흐음 그렇다면 읽어보자. 내가 생각하기에 내 독후감도 그 분과 별다를 바 없을 것 같지만(보면 소설 읽은 감상이 대체로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도 히틀러 관련 해서 하나씩 뽀개보자.


《가치 있는 삶》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마리 루티'의 책이다. 마리 루티의 책이라면 그간 두 권을 읽었고 지금은 마리 루티의 책 《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을 읽고 있는데 정말 너무너무 좋다. 다만, 다소 온건한 것 같아.. 그 점이 살짝 아쉽지만...


《오늘을 잡아라》는 장바구니를 결제하기 바로 직전, 짧게 이 책을 읽다 감상을 남기신 알라디너 b 님 덕에 부랴부랴 구매하게 됐다. 평소 신뢰하는 리뷰어분이라 뭐 고민할 게 없었다. 


《정치적 올바름》은 강준만의 책. 그간 읽어본 강준만의 책들이 나는 좋았고 이번 책도 어쩐지 그럴 것 같다. 아직 읽어본 것도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나 짜증에 대한 언급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러나 '이렇게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나'에 취하는 건 너무 싫은데, 바로 그 지점을 얘기해주지 않을까 싶다. 나는 행동에서 보여지는 그 사람을 신뢰한다, 그렇게 '보여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피씨한 나, 에 취한 인간들이 너무 싫다.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는 읽어보고 싶어서 샀다. 뭐, 다른 책은 안그랬냐마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일전에 읽고 아마도 뭔가 감상을 남겼을텐데, 내가 그 때 놓친게 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읽어볼라고 다시 샀다. 제기랄..


《숭배와 혐오》도 읽어보고 싶어서 샀다. 물론 다른 책들도 읽기 싫지만 산 건 아니다.


《어두운 시대의 삶》은 한나 아렌트 라서 샀다. 한나 아렌트 일단 닥치고 사고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도서관엘 갔다. 내가 사려고 한 책들이 이미 품절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는 이런 책들을 빌렸다.


















《감겨진 눈 아래에》는 여자가 군대에 가는 단편이 있다고 해 어떤 이야기를 하나 싶어 빌려왔다.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은 짐작하건대, 내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악과 게으름 그리고 멍청함과 연관된 글일 것 같아서 빌려왔다.


《중독 사회》와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는 둘다 구매할 의사가 이천프로 였는데 품절이어서 빌려왔다.




그리고 또, 다른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나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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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0-12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수술 잘 받으시고 빨리 건강 회복하시길 바래요!

다락방 2022-10-14 10:01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님. 첫번째 수술 잘 마치셨고 두번째도 잘 이겨내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따라쟁이 2022-10-13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도할게요.

다락방 2022-10-14 10:01   좋아요 3 | URL
여러분들이 기도해주신 덕분에 첫번째 수술 잘 마치신 것 같아요. 두번째도 잘 이겨내시라고 기도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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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하루종일 히틀러를 생각했다. 유대인을 학살했던 잔인한 인간이라는 것 외에 그가 채식주의자이며 동물을 사랑했다는 것, 그림에 재능이 있었다는 것 말고는 아는게 없었는데,《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를 읽고 나자 그가 왜 그런 사람이 된건지 궁금해진거다.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 이래서일까 저래서일까 추측할 수도 없었지만, 나름대로 그가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만 나름의 결론으로 내릴 수 있었다. 내가 종종 글을 쓸 때 게으르고 멍청하면 악과 연결된다고 밝히곤 하는데, 이게 요즘 내가 아주 자주 생각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사소한 게으름-이를테면 쓰레기통 찾기 싫어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는 것-같은 게으름도 길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그 상황은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면 길은 지저분해지고 다른 사람들은 쓰레기 때문에 불쾌해진다'까지 생각하지 않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하지 않으려하는 멍청함에 기인한다고 나는 보는 거다. 쓰레기를 만들어낸 사람이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그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버려야 한다. 지금의 내 귀찮음과 내 기분 때문에 내가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 그것은 사소할지언정 게으름이고 멍청함이다. 악이다. 몇해전에 나는 '무지는 죄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밀란 쿤데라의 책을 읽고나서였다. 토마스는 다른 여자랑 섹스를 하고난 후였다면, 아내에게 돌아오기 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어야 했다.


 무지는 죄다 (aladin.co.kr)


어제 하루종일 히틀러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러나 한 나라의 지도자였으며 그를 따르는 추종자가 많았는데, 멍청하다는 내 생각이 맞는 것일까? 를 생각했다. 누군가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똑똑해야 하는게 아닌가?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영부인을 보면 그들은 똑똑한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똑똑해야 하지 않나? 멍청한데 어떻게 한 나라의 우두머리가 되고 다른 사람들을 지휘하고 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따르게 하는거지? 여기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거다. 그렇다면, 히틀러는 똑똑한건가? 어제 걸으면서도 생각한거였다. 그러다 일전에 읽었던 소설 《낫씽맨》생각이 났다. 그리고 갑자기 불이 환하게 밝혀지는 것 같았다.



☞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가 옳았다. (aladin.co.kr)
















《낫씽맨》은 잡히지 않고 있는 연쇄살인범이 나온다. 아동일 때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책으로 쓰게 되고, 그 책이 궁금해 사서 읽은 연쇄살인범은 성인이 된 작가를 역시 죽여버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나 오히려 작가는 이 책을 씀으로써 연쇄살인범을 잡게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메세지가 나온다. 연새살인범은 결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사회에서는 커다란 악을 행한 범죄자에 대해 괴물이라니느 끔찍하다느니 하면서 주시하지만, 그러나 그가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게 된 건, 다른 식으로 업적을 이루어서가 아닌 누군가를 죽여셔야 가능했다는 것. 그가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그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바로, 낫씽맨 이라는 것.



짐 도일의 삶을 짧게 축약하자면, 그는 전반적으로 별 볼 일 없는 남자였다. 그는 자신이 시도한 모든 일에 실패했다. 군대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경찰에서 진급에도 실패했고 경비로 일했던 슈퍼마켓에서조차 해고당했다. 내가 아는 한, 그가 죽은 날 아내의 얼굴에 난 상처들은 또한 그가 남편으로서도 실패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의 딸이 남은 생을 그가 진정 누구였는지 알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또한 아버지로서의 실패도 보장한다. 그를 아는 모든 이가 그를 싫어했고, 육체적으로도 그는 전성기를 한참 지났다.

반대되는 정보가 부재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범죄 동기는 전형적연쇄살인범 동기 1번, 여성 혐오인 듯하다. 그가 여자들을 싫어한 이유는 그들이 그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그조차도 평범하다. 닥터 위어가 지적했던 대로, 낫씽맨은 연쇄살인범에게 특히 잘 맞는 이름이다. "그를 찾아내면, 아마 그가 사실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지에 대해 충격받게 될 거예요." 그녀는 내게 말했다. 그녀가 옳았다. -p.352



그녀는 이제 점점 더 크게 말하고 있었다. 더 강해 보였고, 자신의 요점을 명확히 하려고 팔을 휘둘렀다. "우리는 그들이 잡혔기 때문에 그 이름을 아는 겁니다. 이 남자들은, 그들은 살면서 다른 어떤분야에서도 무엇을 성취하거나 특별히 성공적이지 못했어요. 그들은 따분하고 별 볼 일 없는 실패자들이에요. 그리고 저는 그 점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낫씽맨 역시 그렇다는 걸요. 경찰은 그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그렇게 부르지만, 저는 그것이 그의 실체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릅니다. 낫씽. 별 볼 일 없는 사람, 실패자. 그리고 저는 그의 정체를 밝혀서 그 점을 증명하고 싶어요." - P163



"연쇄살인범에 매혹되는 건 괜찮아요." 그녀는 수업이 끝나고 자신의 연구실에서 내게 말했다. "나도 그러니까요, 분명히. 그들은 매혹적이죠. 우리와 똑같이 평범해 보이는데 우리는 결코, 절대 하지못할 짓을 저지르니까. 하지만 그들은 특별히 지적이지 않아요. 경찰보다 더 똑똑하지도 않죠. 데이비드 버코위츠 알아요? 샘의 아들?

그는 자신이 저지른 한 범죄 현장에서 주차 딱지를 떼는 바람에 잡혔죠. 그들은 지루하고, 평범한 실패자들이에요. 우리 모두가 10대쯤이면 그럭저럭 익숙해지는 세계에서 제대로 생활하지도, 사랑하지도, 자기들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도 못하는 남자들 항상 남자들이지는 않지만 주로 남자들 - 이고요. 이들은 흑마술사가 아니에요. 특별한 기술이 있지도 않죠. 사람들은 그들이 잡혔기 때문에 우리가 그 이름들을 안다는 사실을 잊는 것 같아요. 사실, 그들에게서주목할 유일한 부분은 그들이 세상에서 앗아간 것들이죠. 그 희생자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그들의 이름이에요." - P293



나는 닥터 위어에게, 그녀가 아는 사실을 바탕으로 낫씽맨은 어떨 것 같은지 물었다.

"맙소사." 그녀는 말했다. "나한테 소위 ‘프로파일링‘을 시작하게하지 마요. 하지만 이 말은 할게요. 그는 지루할 거예요. 지루하고평범하고 별 볼 일 없고요.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결혼생활도 대단치 않을 거예요.

정말로 잘하는 것도 없을 테고, 너무나 지루하고 성취감 없는 직업을가졌을 테고요. 그런 직업으로는 암 치료도 못 하겠죠. 근본적으로, 그는 사람들을 강간하고 살해했다는 사실 외에는 그다지 보잘것없을 거예요. 낫씽맨은 연쇄살인범에게 특별히 잘 들어맞는 이름이에요, 이브, 그를 찾아내면, 아마 그가 사실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지에 대해 충격받게 될 거예요." - P297



나는 히틀러에 대해 모른다. 그러나 히틀러를 위의 낫씽맨에 적용해도 바로 들어맞지 않는가 싶어지는거다. 그가 유대인을 학살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의 이름을 모를 것이다. 그가 수많은 인간을 죽여서야 비로소 그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은 무얼 말해주는가. 그는 결국 다른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는 가진게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 아닌가. 소설 속 남자가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을 혐오하는' 여성혐오자였다면 히틀러는 그 개인적으로 단독적으로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죽인게 아닐까. 나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 열등한 인간을 죽인다는걸 보여줌으로써 그 잔혹성으로 사람들을 옆에 있게 만들고 그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그 잔혹함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옆에 있는 그런 사람. 자신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옆에 둘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힘이 사라지는 순간 옆에 있는 사람들도 없어질 사람이라는 것. 그렇다면 그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지않나.



여성혐오자들 그리고 여성대상 범죄를 저지르는 남자들은 여자들이 자기를 무시해서, 자기들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위의 낫씽맨속 연쇄살인범은 좋은 남편도 좋은 아버지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길은 살인이었고. 여자들이 나를 안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좋아하게끔 자신이 노력을 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 내가 이런 모습이 되면 될까, '생각을 하고' 그런 모습을 갖추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해서 지금의 아무것도 아닌 모습으로부터 좀 더 달라지는 걸 보여줘야 한다. 저 사람과 알고 지내고 싶고 친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파악하고 나도 그 책을, 영화를, 음악을 들어보면 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얼마전에 SNS 본건데 누군가 짝사랑하는 상대와 어떻게든 대화하기 위해 그 사람이 언급하는 애니매이션이며 책을 다 보았더니 자기가 정말 그걸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 했다. 그거다. 상대가 깔끔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나는 매일 씻으면 된다. 그 씻는 성실성을 보이면 설사 상대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 해도 깔끔한 내가 남는다. 그러니까 내가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설사 그 관계가 이어지지 않아도 성실하게 노력해서 이만큼이 된 내가 남는다는 거다. 그런데 이걸 안한다. 귀찮으니까. 저 사람이 뭘 좋아하는걸까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왜 나를 안좋아해!'라고 자기 기분만 생각하는 그 멍청함은 상대를 해한다. 


히틀러에 대해서 궁금해서 나는 앞으로 좀 더 읽어볼 참인데, 나는 히틀러도 결국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음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다른 식으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라면, 다른 식으로 사람들에게 자기를 인식시키기 위해서라면, 다른 식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옆에 있게 하려 했다면, 그는 '생각하고' '노력을 해야' 했을 거다. 이를테면 미친듯이 그림을 그린다든가 해서 예술에 자신을 들이붓는 일이 있을 수 있겠고 혹은 평소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약자의 편에 서고자 행동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밑에 사람을 부려 다 죽여버리는 일보다 결과는 사소하고 에너지는 더 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 44》는 소련의 비밀경찰인 '레오'가 주인공이다. 진짜 살인범을 찾는것보다 살인 누명을 씌워 살인없는 나라로 만드는 비밀경찰들. 레오는 자신이 뿌듯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눈을 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지금과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고 진짜 범인을 찾고자 한다. 그런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데, 아내를 처음 만난 순간과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레오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회상하기 좋아하는 낭만적인 시간들이다. 그러나 나중에야 아내에게 그 때의 기억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내는 비밀 경찰인 레오에게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없어 데이트를 하고 결혼까지 하게된 것. 



나는 히틀러를 생각하면서 히틀러의 아내를 생각했다. 그는 레오의 아내처럼, 히틀러가 무서워서 결혼한걸까. 그러나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히틀러의 아내는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의 아내와 비슷한 포지션인것 같다. 바라보는 눈과 방향이 비슷한 사람. 



히틀러를 읽어야겠다.

아니 제기랄, 게으름과 무지와 악에 대해 꽂혀 있었는데(요즘 이 생각을 진짜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눈앞에 나타난 히틀러 어쩔... 인생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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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10-05 0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차일드44 내용과 히틀러의 아내, 그리고 이장의 아내...소름입니다.
한나 아렌트가 그러더라구요.
‘유대인혐오에는 단지 유대인혐오만 있는게 아니다‘라고요.
여성혐오도 여성혐오 그 이상이 있겠죠. 혐오하는 사람들은
그 이상을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그 공간에 있는게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도 끔찍해서가 아닐까싶네요.

다락방 2022-10-06 07:38   좋아요 2 | URL
여성혐오를 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여성혐오만 하지는 않겠죠. 자신보다 약자를 혐오하는 마음은 다른 약자를 향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혐오야말로 멍청함의 상징이죠. 조금만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혐오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텐데 그저 자기 기분 내키는대로 저지르는 행동들은 저는 멍청함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과 그의 아내에 대해서라면 저는 이미 자기들 기분과 욕심 말고는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사건 있었을때도 걱정 하나도 없이 집에서 술이나 퍼마셨을 것 같아요. -.-

blanca 2022-10-05 1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하루종일 히틀러를 생각했다...아, 이 문장에서 역시 여긴 내가 있을 곳이야, 라고 생각했어요.

다락방 2022-10-06 07:39   좋아요 1 | URL
아이고 너무 좋네요, 블랑카 님. 저는 블랑카 님의 리뷰나 페이퍼 올라올 때마다 그게 너무 좋아서 아, 역시 문학을 읽는 사람은 이렇게 다른 글을 쓴다! 하고 감탄하는데 말이죠. 블랑카 님, 읽고 쓰기를 멈추지 마세요!!

공쟝쟝 2022-10-05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재자가 되는 법이라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있는 데 그거 1편이 히틀러예여. 전 히틀러에 대한 지식은 딱 그 영화 한편이 전부인데... 그는 분명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그냥 여성혐오자 였을 것 같아요. 다락방님 말대로. 근데 그런 종류의 인간을 옹호하는 논리도 되게 비슷하네요. 1차대전을 겪으면서 힘들어서 그래. 신자유주의 때문에 힘들어서 그래. 그리고 그런 선택적인 처지에 대한 이해력과 공감이 남성에 한정 된 것도 되게 웃기고요.
아, 역시 대단한 글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악의 게으름> 그리고 악을 옹호하는 이들의 게으름까지. 대 사상가 다락방!! 최고!!

다락방 2022-10-06 07:42   좋아요 3 | URL
히틀러에 대해서라면 저는 아는게 없지만 쟝님 말씀대로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가장 강한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그들의 편에 서서 약자를 어떻게든 혐오하는 사람이었을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누구나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상처들을 가지고 살아가잖아요.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고 하고 왜 어떤 사람들은 악으로 표출될까요? 역시 저는 게으름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요. 멍청함과 게으름으로 다 설명이 가능해지는 부분 같아요.

어제부터 마리 루티의 책 <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좋네요. 자꾸 푸코가 나와서 미치겠어요. 그런데 마리 루티는 푸코 보다 라캉이 좋대요. 아니, 또 라캉은.. 뭐여... 하아-

공쟝쟝 2022-10-06 08: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제게도 그게 궁금한 이유이고 제 공부가 시작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프로이트에 기댔죠. ㅋㅋㅋㅋ 나는 왜 그것들을 참거나 두고볼 수가 없었나...ㅋㅋㅋㅋ 지금도 여전히 그 분노를 긍정적으로 풀기 위해 나를 다스리는가…. 어쨌든 저는 똑똑한 걸로 ^^
마리루티 책 저도 누가 선물해줘서 그 책을 살펴봤는데요, 엄청난 천재 대천재 더라고요. 라캉은 다락방님 즐겁게 읽으신 <여성괴물>에서 프로이트와 함께 바바라 크리드가 대차게 까는 프로이트의 적자인 것 같고… 루티는 정신분석학을 전공했으니 아무래도 라캉을 더 좋아할 거 같긴해요. 저도 라캉은 전혀 거의 몰라요. 그냥 상징계... 정도만 기억하고 있고… 저의 근본없는 직관에 의거하면 푸코는 사회학(권력)과 더 관련이 있고 라캉은 심리학(욕망)과 더 가까운 쪽인데 루티카 라캉이 더 좋다고 하면 정신분석 전공했기도 했겠지만… 뭔가 그 쪽이 더 자신의 삶을 해석하는 데 이로웠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루티 책 온 것 같은 데 몰아서 뜯으려고 안 뜯고 있어요…. ㅋㅋ
전… 라캉까지는 안갈래요. 크리스테바로 충분함…

다락방 2022-10-06 08:56   좋아요 1 | URL
‘책의 논점이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푸코에서 라캉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 두면 좋을 수도 있겠다. 푸코는 첫 두 장에서 펼쳐지는 신자유주의 비판과 책 중간의 주요 주제인 (이성애) 여성 주체성의 무감각을 설명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지만, 나는 언제나 푸코 보다는 라캉 쪽이다. 푸코보다는 라캉이 행위주체와 자기결정권self determination의 여지를 더 남겨두기 때문이다.
둘 다 포스트구조주의에 속한다고 아는 독자들에겐 의외일 수 있지만, 학계의 통념과 달리 라캉의 이론은 이성애가부장제를 매우 능란하게 비판한다.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마리 루티, p.56


저도 라캉 까지는 못갈것 같고요, 아니 어떻게 가, 나 히틀러 가야 돼 ㅋㅋㅋ 아무튼 근데 마리 루티가 저렇게 말했어요. 라캉의 이론은 이성애가부장제를 매우 능란하게 비판한대요. 이성애가부장제를 비판하는 프랑스 남자 철학자라니.. 좀 궁금해져 버리는 것. 안돼, 궁금해하지맛!! 그만 궁금해하잣!!

공쟝쟝 2022-10-06 09:04   좋아요 0 | URL
하,. 부장님은 어디까지 똑똑해질텐가....... 부장님은 심지가 굳세시기 때문에 히틀러.... <악의 게으름>에 대해서 더 탐구하셔야 할테니까, (악을 들여다 보다가 악을 닮을 것 같지 않으셔가지고요 ㅋㅋㅋ) 너무 멀리가지 말고.. 일단 악에 천착해주세요.... 욕망의 라캉은 단발님 드리도록 할까요? ㅋㅋㅋ 포트노이 좋아하시는 분이니까...
아 진짜 너무 책 읽고 싶어요. ㅜㅜ 너무 읽고 싶다. 미치겠다. (ㅠㅜ)
저 루티 신간 소개글 보고 눈물을 흘렸잖아요.... 한나 아렌트 나오는 거... ㅋㅋㅋㅋ 우리의 공부는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데 분명한 건 천재인 사람들도 다 우리가 보고 있는 뭔가를 알아보고 있다는 거예요. (그저 어려운 말로 조리있게 쓰셨을 뿐...)

프레이야 2022-10-05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미 부분, 대한민국의 아내 아니고 대한민국 대통의 아내. 오자 수정 바랍니다 다락방 님. ^^
쾅쾅! 좋아요 누르는 소리입니다.

다락방 2022-10-06 07:43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 지적 감사합니다. 덕분에 얼른 수정했습니다. 후훗.

mini74 2022-10-05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큐멘터리에서 히틀러의 아내 본 기억이 나요. 동반자살하기 전에 정식으로 결혼했죠. 그의 블론디란 개보다 낮은 위치랄까 ㅠㅠ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이란 책도 재미있답니다. 일명 히틀러의 기미상궁들이라고 할까요 ㅠ

다락방 2022-10-06 07:45   좋아요 2 | URL
저도 찾아보니 히틀러의 아내와 히틀러가 같이 산 시간이 얼마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결혼하고 자살했다고.. 아니 .. 무슨일인가 싶어서 역시 히틀러를 좀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일전에 잠자냥 님 백자평에서 안좋은 감상 본 것 같은데, 잠깐만요, 찾아보고 올게요.

맞네요, 잠자냥 님이 별 셋 주셨던 책이네요. ㅎㅎ
앗, 저는 이 책 사실을 기술한 것인줄 알았는데 소설이었군요? 오오...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아놔.. ㅎㅎ

2022-10-05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6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6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6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의 저자 '정혜선'은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덴마크로 공부하러 떠난다. 내가 그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세계시민학교, 호이스콜레에 가 배우기로 한 것. 


호이스콜레의 교육 목적은 다음 세가지로 정리된다.

삶에 걸친 계몽, 대중 교육, 민주주의 소양 교육. 덴마크가19세기에 호이스콜레를 만들고 지금까지 세금을 투입해 학교를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국민이 무지에서 깨어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시민이 되어 민주주의를 실현하도록 하는 것. - P279


대부분이 십대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인 학생들이고 한 학기에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은 백명, 게다가 이 학교는 이 백명이 모두 한 기숙사를 사용한다. 그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거나 티비를 시청할 수 있는 커먼룸이 있고 그러니까 수업을 들을 때도 그리고 수업에서 벗어났을 때도 언제나 누군가와 계속 함께 있게 되는거다. 젊은이들인만큼 모든 하루 일과가 끝나면 파티를 하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데 저자는 처음에 그것에 적응이 되지 않아 혼자 방안에 있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도 사귀고 학기 끝에는 함께 춤을 추기도 하는데 어쩌면 환경 속에서 사람은 자연스레 변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는 그렇게 살아본 적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일 수도 있겠구나.


교육 과정은 대부분 프로젝트나 토론이어서 자꾸 그룹을 만들어야 하는데, 내게는 이 수업 과정이 전반적으로 너무 힘들어 보였다. 한 학기동안 나는 어떤걸 연구할까 생각하고 또 수업을 들으면서 그에 맞게 발표하고 다른 이들의 질문을 듣고 토론하는 일등은 주입식교육에 찌들어있는 나에게는 상상하기도 싫은 것인데, 주인공은 어려워하면서도 그걸 너무 잘해낸다. 마지막에는 일본 학생들과 위안부 문제를 수업시간에 토론하고 나중에 일본 학생이 '우리 그걸 좀 더 얘기해보자'고 해서 일본학생들과 한국학생들만 따로 모여 그에 대해 얘기하기도 한다. 그들과 이야기를 잘 하기 위해서라도 위안부를 비롯한 국내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아야 외국으로 공부하러 갈 때도 훨씬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누군가 내 나라의 사정을 물었을 때 내가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것 보다는 아는 걸 말해주는 게 훨씬 나와 상대에게 도움이 될테니까. 외국에 나가서 외국말로 공부하고 젊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교류하는 건, 얼마전에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을 생각나게 했다. 두 저자 모두 나이 들어 혼자 외국으로 훌쩍 떠났고 젊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교류하고 그 과정을 써냈는데, 다 읽고 나면 정혜선의 글이 훨씬 더 좋다. 정혜선은 마지막 후기에 자신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친구들 모두에게 책으로 내기 전 이메일을 보내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너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될텐데 괜찮겠니, 라고. 그렇다고 답을 한 친구들의 이야기만 썼고 답을 보내지 않은 친구들에 대해서는 싣지 않았다고 한다. 


한학기를 마치고 다시 한학기를 더 다니면서 조교도 하고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정혜선은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몸에 질병이 찾아온 것.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지리산 대안학교에 가 교사를 하고 있다고.


지린산의 대안학교 교사를 한다는 것도 내게는 완전히 색다른 길이었고 덴마크의 시민학교에 가 배움을 받고자 하는 것도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다. 그 학생들은 모여서 기후 위기에 대해 얘기하고 성평등에 대해 얘기하고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며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도 배운다. 세상 어딘가에 이런 가르침과 배움이 있다니, 그런데 여태 내가 모르고 살았다니. 세상엔 다양한 관심사와 다양한 관점을 가진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어서 지금껏 이렇게 세상은 유지되는가 보았다. 


수업에서도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항상 같은 얼굴을 보고 같은 얼굴과 지낸다는 게 내게는 좀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이 때는 참 좋았다.


그는 더 이상 매콤한 한국 음식을 보며 신나하던 표정이 아니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커먼룸에는 스크린이 설치되었다. 학생들은 의자를 한쪽으로 밀고 매트리스를 바닥에 가져와 깔았다. 이제 한 손에는 베개를, 다른 손에는 맥주캔을 거머쥐고 밤을 새며 미국 대선 결과 보도를 볼 것이다. 새벽 5시쯤 되면 정말 매튜에게 슬픈 날이 될지 아닐지밝혀질 것이다. - P264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설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어떡하지 라는 대화들을 하다가 미국인 학생과 그 친구들이 함께 대선결과를 보는 거다. 밤을 새면서. 이게 너무 좋았다. 이런건 같이 봐야 제맛이지!

















나는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너무 좋다. 이 책,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는 히틀러의 잔혹한 짓을 알게되어 그 존재를 알게된 책이지만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한 건, 자신이 히틀러의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과 그 후의 이야기들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 '잉그리드 폰 울하펜'은 엄마의 사랑은 물론 아빠의 사랑도 충분히 받지 못했고 그래서 언제나 엄마의 사랑을 갈망한다. 어느 순간 엄마는 자신을 보육원에 버려두고 편지만 주고받으면서 살기도 한다. 엄마 나 좀 데려가주세요, 라고 편지로 아무리 애원해봤자 엄마는 데리러 오지 않고, 나중에야 자신이 친딸이 아님을 알게 된다. 친딸이 아니고 자신이 레벤스보른의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본격적으로 찾아나서게 된 건 오십대가 되어서였다. 장애청소년을 돕는 일을 하면서 만족을 느끼고 살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 것.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치는 레벤스보른의 기록을 많이 삭제했고 게다가 그것이 독일 내에서만 이뤄진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잉그리드는 자신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조차 알 수 없었던 거다.


레벤스보른은 나치의 순수 아리아인 혈통 만들기 프로젝트였다. 순수 아리안인이 우수한 혈통이고 좋은 피이기 때문에 세상에 그런 아이들을 더 많이 만들어서 세상을 지배하려고 했던 것. 나치 친위대 백인 남성들에게 혼외 정사를 가지라고 권유하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을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다는 거다. 그러나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거나 우수함이 보이지 않을 경우 살해도 마다하지 않았다. 독일은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아이들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 주변국들로부터 아이들을 납치한다. 순수 아이라인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급을 나누고 그중에서 가장 우수한 혈통으로 보이는 아이는 나치 친위대 부부에게 위탁하는 거다. 자, 키워라. 그러니 나중에 그 프로젝트를 알게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레벤스보른의 아이였다는 걸 알게된 이 사람들은 그제야 자신이 누구인지 혹은 자신의 뿌리는 누구인지 찾으려해도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거다. 


잉그리드는 끝내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 점에 대해 아쉬워하긴 하지만 예순이 넘어 드디어 자신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것을 알아내었고 그 과정에서 친절하게 자신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느끼고 감사하게 된다.


그런데 이제 나는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했다. 그것도 내가 들어본 적조차 없는 언어로. 더군다나 유고슬라비아는 이제더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철의 장막의 마지막 국가였던 유고슬라비아는 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해체된 뒤 몇 개의 신생국들로 쪼개졌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한단 말인가?

나는 게오르크 릴리엔탈의 말을 믿기로 했다. 나는 그에게 편지를써서 안내를 부탁했다. 나는 내 과거를 찾는 여행 내내, 비틀거리며내딛는 걸음마다 기꺼이 내게 시간과 지식을 내줄 사람들을 만나는행운을 누렸다. 그들 중 릴리엔탈 박사가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길잡이였다. 그는 내게 베를린에 있는 독일 정부의 두 부처에 편지를보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외무부와 내무부였다.

나는 그의 도움을 받아 편지를 작성했다. 내 상황을 설명하고 내가 전 유고슬라비아에서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으로 독일에 오게 되었으리라는 믿음을 피력했다. 그리고 동유럽의 외무부 및 내무부 직원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내 요청은 무시되었다. 두 부처 모두 퉁명스럽고 비협조적인 답장을 보내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이 제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슬로베니아 정부에 편지를 써보라는 것이었다. 한때 히틀러 제3제국이 지배했던 유고슬라비아의 중앙부에등장한 신생국가에 말이다. - P102



결국은 따로 정해진 우수한 피가 없다는 당연한 얘기를 하기 위해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진행되었으며 끝맺게 되는 것 같다. 히틀러와 힘러가 주장한 우생학에 대해서라면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도 미국 역시 자유롭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언급된다.


피의 순수성을 이유로, 한 종족이 다른 종족보다 우월하다는 위험한 생각은 19세기 말 수십 년 사이에 등장했다. 1920년대 초에는 이런 생각을 기초로 한 ‘과학‘이 서구 세계로 퍼졌다. 이른바 우생학은다른 사람들보다 더 우량한 특질을 지닌 부류가 있으므로, 우수 인종이나 계급은 더 많이 번식하도록 장려하고, 열등한 부류의 번식은통제함으로써 전반적인 인간의 유전형질을 개선하는 것이 당연히옳다고 주장했다. 지금으로서는 충격적인 주장이지만 당시에는 허버트 조지 웰스"를 비롯한 저명한 영국 작가들과 현대 피임의 창시자 마리 스톱스, 미국 대통령 우드로윌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까지이런 주장을 지지했다.

우생학 관련 협회들이 속속 생겨났는데 종종 부유한 미국 재단의재정 지원을 받았다. 이들은 (1911년 카네기 재단의 후원을 받은 연구 논문의 표현에 따르자면) ‘결함 있는 생식질을 인류로부터 차단할 가장 실용적인 수단‘으로 불임수술과 안락사를 널리 장려했다. - P108


쉰여덟에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되기까지 낮은 자존감과 수치심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의혹으로 살아야 했던 다른 레벤스보른 아이의 고백은, 히틀러의 우수한 피에 대한 주장이 왜 틀렸는지를 보여준다.


2001년 쉰여덟 살이 되어서야 군트람은 친아버지가 어머니의 주장처럼 명예롭게 죽은 젊은 군인이 아니라 친위대 소장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의 폴란드 서부에 주둔해 있었고, 그 기간에 수만명의 죽음을 감독한 사람이었다. 그는 1949년에 전쟁범죄로 재판에 넘겨져 폴란드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아르헨티나로 달아나서 1970년에 그곳에서 죽었다.


제 아버지는 전쟁범죄자였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모든 걸 할 수있는 사람이었죠. 친위대는 그에게 그런 권한을 줬고요. 아마 어머니는 권력 있는 군인을 사랑했던 것 같아요. 그는 평화롭게 죽었고장례식 때는 옛 동지들이 그의 무덤가에서 오른팔을 올리고 나치식경례를 했죠. 한 번 인종주의자는 영원한 인종주의자인가봐요.


군트람의 이야기에는 씁쓸한 아이러니가 있었다. 레벤스보른 시설에서 태어난 그는 ‘인종적으로 순수한‘ 유전자 덕택에 강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자랐어야 했다. 우수 인종의 미래 지도자로 말이다. 그런데 그는 60년 넘게 낮은 자존감과 외로움과 의혹에 시달렸다. 유일한 위안이라곤 다른 레벤스보른 아이들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 P212



자신에 대해 알고 싶고 그래서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 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여있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그들은 살아오면서 자신의 삶에 계속 의혹을 가져야했고 결국 자신이 친위대의 자식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 수치스러워했다. 잉그리드 는 나치에 반항했던 사람이 부모였다는 걸 알고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일이 이들의 나이 오십에서 육십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을 때 일어나는 거다. 그들의 평생에 걸친 삶,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라는 의혹과 '그렇지만 그냥 살던대로 살자'했던 체념과 '아니야 나에 대해 알아야겠어' 라고 비로소 알아가는 그 시간은 결코 평범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겪어낸 잉그리드는 이렇게 책을 써냈고,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끝을 맺는다.



‘나는 마트코 가족에게서 보통의 가족이 서로 느끼는 친밀감을 느끼지 못한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고, 너무 오래, 너무 멀리 떨어져있었다. 우리 사이를 가르는 심연은 단순히 언어만이 아니다. 나는슬로베니아어를 모르기도 하지만, 유고슬라비아에서 성장기를 보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른다. 사실 나는 세상을 떠난 의붓동생후베르투스에게 훨씬 큰 친밀감을 느낀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혈연관계도 아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나치의 이데올로기를 무너뜨리는 깨달음이 있다. ‘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그 생각을 하며 웃을 수 있다. 어떻게 그토록 당연한 것을 이해하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나는 평생 육체적·정신적 장애와 씨름하는 아이들과 함께했다. 어떻게 사랑과 인내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 보았다. 양육이 모든 것을 형성하지는 않지만, 양육은 언제나 본성을 이길 길을 찾는다.

여러 해 동안 나는 찾을 수 없는 것을 찾느라 내 삶에 그늘을 드리웠다. 우리 모두에게는 원하는 것과 가질 수 있는 것 사이의 틈이 있다. 그리고 그 틈에는 회한이 무성하게 자란다. 나는 꿈과 현실 사이,

실망스러운 무인 지대에 오래 갇혀 있었다. 나는 우리가 태생의 조건이 아니라 살아가는 내내 우리가 내리는 선택으로 정의된다는 근본적인 진실을 보지 못했다. - P263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그러니까 나는 누구인가를 궁금해하고 찾아나서고 그리고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되는지를 지켜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내가 그간 알고 있던 세계사 지식보다 더 많은 걸 여기서 얻어냈다. 저자는 자신의 어릴적부터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에서 자신이 어디에서 왜 그렇게 살게 되었는지를 2차 대전과 독일의 패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는 걸 덧붙이면서 얘기해주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히틀러가 궁금해졌다. 우생학 주장을 하는 것은 미국도 그러했고 세계전체가 그러햇으니 설사 그 흐름에 따라간 것이라고 해도, 그러나 우생학 때문에 다른 많은 인종들을 그렇게나 아무렇지도 않게 죽일 수 있었던 그 생각과 실행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것일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죽여놓고도 발 뻗고 잠이 오나? 그와 보통 사람들의 뇌가 완전히 다른건가. 어디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던걸까. 


나는 보통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가게 되는게 너무나 분명한 사실인데, 게다가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자기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자기에게 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하고 불법촬영을 하고 강간을 하고 살인을 저지른다? 내가 들키거나 잡히지 않을 거라는 오만함이 거기에 있고 그 오만함은 무식함에서 나온다.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보다 멍청한 줄 아나? 그 멍청함이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 히틀러는, 어느 부분에서 무엇이 어긋나서 그런 사람이 되엇을까? 그게 너무 궁금한거다. 물론 우생학이 짱이야! 라는 히틀러에게 그렇다면 이런 방법으로 우수혈통을 늘리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실행한 힘러가 있지만, 그러니까 히틀러 같은 사람이 히틀러 하나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들의 대장이 되어 그 위에 있게 되었다는 것, 그게 너무 궁금한거다. 그래서 히틀러로 검색을 해봤다. 히틀러에 대해 좀 알고 싶어서. 그러니까 그의 자라는 과정이라든가 자라면서의 사고방식 같은 것들.

















아니 막 두 권씩 되고 그러면.. 굳이 히틀러를 두 권에 걸쳐서 읽어야 하나 싶고. 그런데 이런 책이 있더라.



156쪽 짜리다.. 

이걸로 읽어봐야겠다.












그, 무슨 책이었더라. 무슨 소설이었는데..아 뭐더라.

그거 보면 책의 마지막에 술집인가 까페에서 히틀러 만나는 이야기 나오는데. 히틀러가 그림을 그렸다고 한 것 같은데.

잠깐만.. 찾아보고 와야겠다. 문학동네 책이었던 것 같은데.


찾았다!!















이 책에는 까페에서 카프카와 히틀러가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히틀러는 화가지망생이었고 그와 이야기를 나눠본 카프카는 '이 사람 위험한 사람이 되겠는데' 생각햇었다고 한다. 그리고 히틀러를 만난 걸 계기로 카프카는 <변신> 을 쓰게 되었다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마지막 즈음에 이런 언급이 되어있었던 거다. 크- (그런데 이 책 진짜 진짜 어려웠다 ㅜㅜ)


여러분, 소설을 읽읍시다!!



자, 책을 샀다. 짜잔-

















《마틴 에덴》은 알라딘의 ㅈㅈㄴ 님이 리뷰를 넘나 재미있게 써주셔가지고 홀랑 반해서 읽으려고 샀다.

《에티카》는 스피노자가 궁금해지는 바람에 샀고, 스피노자 궁금하다는 내 말에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은 친구가 선물해주었다. 아니, 스피노자 궁금해서 책 사놓고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히틀러 궁금해지기 있긔없긔.. 이러지 말긔.. ㅠㅠ
















《한나 아렌트 평전》은 내가 살 책이었지만 친구가 선물해줬다. 세상에, 얼마나 인생을 잘 살면 한나 아렌트 평전을 선물해주는 친구가 있다. 이래서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해.. ㅋㅋ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사고 싶어서 산거 맞는데 그런데 왜 사고 싶었지? 무슨 책 읽다 그런것 같은데.. 기억이가 안난다고 한다.

《엄마들》도 예전에 알라디너의 리뷰를 보고 담아둔 지 한참 된 책인데 마침 중고 나와있길래 잽싸게 샀고 읽었고 잽싸게 팔아버렸다.



연휴를 이용하여 나는 혼자 호캉스를 했는데, 껄껄, 내가 시티뷰도, 마운틴뷰도, 오션뷰도 아닌, 공사장 뷰에 묵었다는 사실은 안비밀!! ㅋㅋㅋㅋㅋ




껄껄.. 내가 웃겨서 공사장뷰네, 사진 찍었는데 나는 또 왜 그래도 좋대? ㅋㅋㅋㅋ

친구에게 사진 보여주면서 야, 내가 묵는 호텔 공사장뷰야~ 했더니 친구가 막 웃다가 '그런데 너 그래도 좋지?' 했다. 나는 "응!!"이라고 답했다.


하룻밤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는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갈까 하다가 순대국이 너무 생각나(전날 과음..) 순대국 집을 찾아 나섰다. 순대국으로 해장을 하고 한참을 동네 산책을 하고 다시 객실로 돌아오는 길에 스벅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을 샀다. 그리고 객실로 돌아와서는 이번주 할당량을 마저 읽기 위해 미 비포 유를 펼쳤다. 모르는 단어를 찾기 위해서는 새로 산 아이패드가 준비 되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사진 올리고 나니, 누군가는 저기 어지러운 선들 때문에 잔소리할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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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04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어지러운 선들 엄청 현실적인데요~? 게다가 공사장뷰라니ㅎㅎㅎ 그래도 호캉스 즐거우셨겠습니다^^
저는 종이책 원서가 여전히 어색합니다. 원서는 킨들로 대부분 읽어서~ㅋㅋ 예쁜 표지로 된 원서면 종이책에 관심이 가겠지만 제가 읽는 책들은 이쁘지 않는 표지들이 많거든요.
스피노자도 읽게 되실텐데 이제는 히틀러까지~ 히틀러는 워낙 관련 작품들이 많습니다. 발 담그시면 읽으실 것들이 많을텐데요ㅎㅎ 작가 정혜선님의 삶은 저도 꿈은 꾸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겠죠ㅠㅠ 그래도 꿈을 꿔야 나이를 덜 먹는 것 같아요. 꿈이라도 꿔야 살아갈 의미가 있을테니까요!

다락방 2022-10-04 09:30   좋아요 2 | URL
원서는 종이책으로 가지려고 하는데요 페이퍼백 특유의 금세 낡아버리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단어 좀 찾아가며 읽으면 책이 금세 낡은 책이 돼요. 저는 그게 참 좋습니다. ㅋㅋ 막 단어 찾고 밑줄 긋고 그러면서 읽어서 온전히 제 책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전 그러려고 원서를 사는건 아니지 .. ㅋㅋㅋ

그나저나 스피노자는 언제 읽죠? 저 한나 아렌트 책도 많고요 ㅋㅋ 스피노자도 읽고 싶고 히틀러도 읽고 싶은데 다 언제 읽죠? 게다가 계속 책을 읽고 있으니 또 알고 싶고 궁금한 사람 또 생기지 않을까요? 저는 평생 누군가에 대해 공부를 할 수 있긴 한걸까요? 역시 퇴사가 답인것 같아요. 그렇지만 퇴사하면 호캉스를 못하겠죠. 하하하하하.

2022-10-04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4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4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10-0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읽고보니 범죄는 결코 혼자서 완성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히틀러도 그랬고 다른 범죄도 그 끝이 뻔하지만 동조자들,
협력자들 아니면 적어도 방관자들이 있어야 동력을 얻어 완성되니까요.

공사장 뷰 뭔가 상징적으로 느껴지는데요? 비어있지만 저 곳을 채울 건물을
상상해볼 수 있잖아요. 뭘 상상하든 가능성이 무한히 열린공간^^*

다락방 2022-10-04 10:42   좋아요 1 | URL
정말 그렇죠, 미미 님. 최근의 신당역 살인사건만 보더라도 경찰이나 법관이 다른 식으로 대응했다면 그리고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리 사회가 여성혐오 범죄에 얼마나 강한 벌을 내리는지를 보여줬다면, 그랬다면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신당역 사건을 놓고 보더라도 거기엔 수많은 동조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 또 갑자기 빡치네요.. 휴..

앞으로 생길 건물이나 가능성까지 생각해보진 못했는데 그래도 좋았다면... 역시 제 미래는 밝은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해요, 미미 님!! ㅎㅎ

공쟝쟝 2022-10-04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ㅇ ㅏ.. 저 선보다는 저 반짝이 에티카가 너무 거슬려요. 저 반짝이 에티카를 사실 줄은 몰랐어요.... 아 나의 미감에 맞지 않는 표지다 정말...

저는 멍청함 보다는 혐오 혹은 멸시의 쾌락이라고 생각하는 데요 (저 자신도 좀 경계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왜 덕질을 함께하는 것도 너무 좋지만 남욕을 함께하는 것이 주는 쾌감과 친밀감이 훨씬 크잖아요? 남자들도 지들끼리 쑥덕대며 여자를 혐오하는 쾌락을 포기를 못하고 나 역시도 미러링 그거 배워보서 똑같이 돌려주니까 어마 무시한 쾌락이 있습디다 ㅋㅋㅋ (물론 여성의 발화와 남성의 발화는 완전히 다르지만요) 그 쾌락을 참아야한다는 도덕적 언설을 하고 싶은 건 아니고요. 사람들을 묶어내서 어떤 힘있는 집단으로까지 만들어내는 (정치세력화 하는??) 과정에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한데 모으는 어떤 선동의 기술이 있고...(저는 그게 때로는 정의롭게 -이를테면 박그네를 미워하는...- 작용한다고도 봤는데 이제는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이 점점 기울어져요. 아렌트 읽고 싶음) 한국 사회에서 그것을 최근에 가장 잘한 것은 이준석입니다.

다락방님의 히틀러 읽기 완전 응원합니다. 낱낱이 읽어내주세요~

다락방 2022-10-04 12:47   좋아요 1 | URL
저는 그래서 멍청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혐오와 멸시의 쾌락을 쟝님도 지금 말했다시피 함께 싫은 사람 욕하면서 느끼잖아요. 그런데 쟝님, 쟝님은 그 쾌락을 느끼지만 그것 때문에 감옥갈 짓을 선택하지는 않잖아요. 또 대상이 듣는 데에서는 욕하지 않잖아요. 대상이 듣는 데에서 욕을 하면 그건 대상에게 못할짓이라는 걸 아니까요. 그정도를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지점까지 생각하지 않는 것, 그 쾌락은 쾌락이되, 그러나 이 쾌락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그 지점이 저는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번에 윤석열 만 보더라도 사실 사석에서는 욕할 수 있잖아요. 우린 없는 데에서는 나랏님도 욕하잖아요? 그런데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뱉어버리는 건, 그건 ‘여기서는 하면 안된다‘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멍청함이라고 생각한거예요. 저는 범죄가 이 지점에서 맥락이 이어진다고 봤어요. 내가 불법촬영을 하면, 강간하면, 살인을 저지르면 누군가는 괴롭고 힘이 들것이고 나는 죄인이 될것이며 감옥에 갈것이다 까지 가는게 아니라, 순간 자기 기분에 충실하는 지점이요. 이 지점이 저는 멍청하다고 생각한거거든요. 이게 범죄 심리학에서도 범죄자의 지능은 생각보다 낮다고 말한다는데, 그래서 저는 범죄심리학도 좀읽어보고 싶고요. 물론 범죄가 일어나는 지점은 위에 미미님과의 댓글에서도 말했지만 결국 그 멍청한 한 사람과 그를 돕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게으름과 무지와 죄악은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제 밥 먹으러 갑니다. 쓩-

공쟝쟝 2022-10-04 12:58   좋아요 0 | URL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넘어서는 다락방의 <악의 게으름> ㅋㅋㅋ 기대하겠습니다. 그 악은 게을렀다!!! 그 악은 순간적인 쾌락을 참치못하였다!!! 그 악은 멍청했다!!! 일단 점심으로 두메뉴 천천히 드셔야 사유를 더 구체화하실 수 있을 것 같고요, 해버나이쓰데이~입니다!!

독서괭 2022-10-0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혜선 작가님 책 내용이 뭔가 익숙한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혹시 다락방님이 전에 페이퍼 쓰신 적은 없나요?(하고 찾아봤으나 아닌 듯.. 어디서 봤지..) 암튼 배움과 도전을 지속한다는 건 참 멋진 일입니다.
공사장뷰 호캉스 ㅎㅎ 그래도 책만 있음 좋으시죠?(순대국도?) 책탑에 마틴 에덴이 참 예뻐 보입니다. 아렌트 평전도.. 저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읽었어요. 별세개 줬던 기억이..? 내용은 전혀 기억 안 나고요 ㅋㅋ ˝기억이가 안 난다고 한다˝ ㅋㅋ

다락방 2022-10-06 08:43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정혜선 작가님의 책은 전에 쓴 적은 없고 아마도 위에 언급한 ‘박수영‘ 의 책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과 내용이 많이 겹쳐서 그런것 같아요. 저도 읽으면서 엄청 그 책이 떠올랐거든요. 둘다 늦은 나이에 유럽 학교로 가 젊은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ㅎㅎ
아니 세상에,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읽으셨다니.
요즘 저는 윤리, 도덕, 악.. 에 너무 꽂혀가지고 또 막 이렇게 책을 사네요. 껄껄.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휴..

그레이스 2022-10-0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공사장 뷰
어차피 밖을 바라보는 시간보다 책 읽는 시간이 많으실듯요.^^

다락방 2022-10-06 08:44   좋아요 1 | URL
네 사실 호텔에서 밖을 바라보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오션뷰 마운틴뷰 시티뷰 다 너무 나름대로 좋은데 공사장뷰는 빵터졌지만 뭐 괜찮습니다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0-04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라는 제목 보고 저는 아 히틀러 유겐트에(나치당 소년 조직) 대한 얘긴가보다 했는데 전혀 아니었네요. 인종주의가 극단으로 가면 참.... 왜 아르헨티나에서도 군부독재시절 자신들이 죽인 민주 인사들의 아이를 납치해서 정권쪽 인사들에게 강제 입양시켜버린.... 그 아이들이 커서 자신들에 대한 저항군이 될걸 두려워한건지....어쨌든 아이들을 데리고 이상한 짓 하는 것들은 다 죽일놈들이에요.

진지하게 글 읽다가 공사장 뷰에 빵 터집니다. ^^

다락방 2022-10-06 08:47   좋아요 1 | URL
히틀러가 생각보다 나쁜짓을 더 많이 했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나쁜짓을 저질렀어요. 악 그 자체인데 저는 그렇지만 그런 악으로 유명해진 사람들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끊임없이 사회가 말해줘야 될 것 같아요. 때론 어떤 악들이 영웅시 되잖아요. 악들의 지도자가 되고요. 그거 결국 아무것도 아니야, 너네는 고작 그정도의 인간인거야 를 끊임없이 알려야 할 것 같아요. 아.. 빡쳐....... ㅠㅠ

공사장 뷰도 좋으니 호텔에 또 가고 싶네요. ㅎㅎ

단발머리 2022-10-12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틀러에 대한 다락방님의 연구를 응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 인종주의에 대한 연구는 거듭하다 보면 아렌트와도 연결될 거 같아 더 기대되네요. 공사뷰 어째요? 근데 그래도 호캉스니까요 ㅎㅎ

다락방 2022-10-14 13:50   좋아요 0 | URL
저는 게으름,무지,악에 대한 것이 결국 한나 아렌트랑 닿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진 않았지만, 한나 아렌트가 하는 얘기도 이런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그래서 얼른 한나 아렌트도 읽고 싶어요! 책만 닥치는대로 사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요.. 그나저나, 그거 아세요?
저희 아빠 퇴원하면 계실 방에 침대도 새로 놓고 또 얼마전에 천장에 물샌거 수리하고 도배도 해야 해서.. 제 서재방 책장을 잠시 빼야 하는데..책장을 빼기 위해선 책을 빼야 하는....

단발머리 님, 오셔서 책 좀 빼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0-14 13:59   좋아요 0 | URL
책 꺼내서 저희집 책장에 꽂으면 되는 거죠? 주소는 아니까 시간만 정해보세요! 나는 참~~~ 한가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0-12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짝이 에티카도 걸리지만 선 좀 정리해요.......... :P

다락방 2022-10-14 13:51   좋아요 1 | URL
반짝이 에티카 너무 눈에 띄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표지 저모양인가 몰라요 진짜. ㅋㅋㅋ
저는 정리 안되는 저를 볼 때마다 정리 잘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집니다. ㅋㅋㅋㅋㅋ 내꺼 정리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을 사람과.....

단발머리 2022-10-14 13:52   좋아요 0 | URL
그 분 오셨습니다! 많이 기다렸어요^^

다락방 2022-10-14 13: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제 사무실 책상 보면 아무리 단발머리 님이라도 저한테 정떨어지실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0-14 14:02   좋아요 0 | URL
정 안 떨어져요 ㅋㅋㅋㅋㅋ 제가 더 어지를 자신이 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14 14:0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사진 보면 언제나 깔끔한 책상이던데요!! 책과 간식이 있는 아름답고도 깔끔한 풍경!!

단발머리 2022-10-14 14:09   좋아요 0 | URL
깔끔하기 위해 ㅋㅋㅋㅋㅋ 뒤, 옆을 모두 잘라내고 밀어내고 이리저리 치우는데 7-8분 걸립니다. 저의 노력과 집요함으로 이뤄낸 깔끔샷입니다. 이상 깔끔단발이었습니다.

다락방 2022-10-14 14:11   좋아요 1 | URL
앗! ㅋㅋ 저도 책 인증샷 찍을 때 주로 식탁 위에서 찍는데, 식탁 위 물건들 다 옆으로 다 치워놔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식탁도 지저분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어어~~기 책들이 쌓인 지저분한 책상 위로 인증샷 찍은 책들 다시 쌓아놓죠. 껄껄.
 
















이번주 읽어야 할 분량에서는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 '루이자'와 '윌'이 만난다. 첫 만남은 좋지 않았다. 한 번도 자기가 사는 동네를 떠나본 적 없고 까페 일 말고 다른 건 해본 적도 없고 자격증도 없고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던 루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별로 없다. 그런 참에 시급을 많이 쳐주는 사지마비 환자를 돕는 일을 마다할 수가 없다. 그렇게 윌과 첫만남을 가졌는데, 윌은 마치 루이자와 한 방에 있는 것도 싫다는 듯 행동한다. 환자를 돌본 적도 없는 루이자는 윌에게 어떻게 해줘야할지를 모르겠고, 그래서 차를 끓여줄까 커피를 내어줄까 차 타고 어디 갈까? 이래저래 말을 걸어보지만, 윌은 '너 수다스럽다는 거 우리 엄마한테 들었는데, 나랑 있을 땐 제발 수다 떨지마'라고 말하고 루이자를 무시한다. 루이자는 그와 한 장소에 있는 것도 지옥같고 너무 끔찍하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난 할 수 없을 것 같다. 너무너무 힘들다. 그래서 동생에게 근무 중에 문자메세지를 보내지만, 동생은 말한다. 언니 참아, 고작 반나절 밖에 안되었잖아, 지금 언니가 돈을 벌지 않으면 안돼, 언니 우리집 형편 알잖아, 하면서 힘들어하는 루이자에게 계속 일하기를 권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직장이 어디있냐며, 그래도 치킨공장에서 야간근무보단 낫지 않냐며 모두들 루이자가 일하기를 원한다. 루이자는 너무 힘들고 끔찍하고 다시 또 거길 가야 되는지 고민스럽지만, 그러나 식구들 모두가 루이자가 거기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그만두기를 원하지 않는다. 루이자는 모든 식구들을 먹여 살릴 돈을 벌고 있으니까. 그런 참에 루이자가 그만둔다? 안될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먹고 살아?


엄마와 얘기해봤자 뻔하고 그런데 일하는 건 너무 끔찍하고, 그렇게 근무 첫날 루이자는 자신의 작은 방에 갇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한다. 집의 가장 큰 방은 여동생과 조카에게 이미 내어줬다. 여동생은 그렇게 똑똑해서 가족들 중에 처음으로, 유일하게 대학에 간 사람이었는데 중간에 임신해서 대학을 그만뒀고 지금은 꽃집에서 일하고 있다. 돈을 버는 그나마 가장 큰 수입원이고 모든 가족의 기댈 곳인 루이자는, 가장 작은 방에 머물면서 갇힌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만 한다. 그렇게 첫 근무가 끝나고 복잡하고 힘든 자신을 방 안에 가둬놓고 있는데 여동생은 노크도 없이 들어온다. 언니가 일 그만둘거라는 말, 나는 엄마아빠한테 못해, 라고 말하는 동생. 그런 동생이 그러면서 자신은 대학에 돌아가겠노라 말한다.



네?


뭐라고요?



'I'm really desperate to use my brain again. Doing the flowers is doing my head in. I want to learn. I want to improve myself. And I'm sick of my hands always being freezing cold from the water.' -p.53



"머리를 다시 쓰고 싶어서 정말 미칠 지경이야. 꽃꽂이 일을 하다 보니 머리가 다 썩고 있어. 나 공부하고 싶어.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 그리고 물 때문에 항상 손이 얼음장처럼 찬 것도 지긋지긋해."-책속에서


그러니까, 동생 트리나는 머리를 쓰고 싶다. 똑똑한 여자였으니까. 그런데 아이를 낳느라 앞길이 막혀버렸으니까.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 될거라고 동생 트리나는 말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서 학자금을 댈거고, 주중에는 보조금 나오는 기숙사에서 아들 토마스와 머물거고 주말에는 다시 이 집에 아들 데리고 들어오고, 그렇게 살겠단다. 맞다. 그래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일을 할 수 없어서 엄마와 아빠한테 돈을 한 푼도 가져다드릴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엄마 아빠한테 돈을 좀 빌릴 수도 있을 거라고 한다(언니가 벌어온 그 돈 말이다). 언니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나는 아이 낳고 남자친구가 생길 가능성도 없어, 내가 대학을 가는게 나와 내 아들을 위한 유일한 미래야, 그러니까 언니 나를 좀 한 번만 봐줘..


나는 개인적으로 트리나의 삶을 응원한다. 머리 좋은 여자가 배움을 멈춘건 짜증난다. 그녀가 아이를 낳고 배움을 멈추고 꽃꽂이를 하는 동안, 아이의 아빠는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나? 응당 아이 아빠가 해야 할 일을 트리나의 언니와 부모님이 대신 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 가난하고 모두 힘들다. 그러나 갑자기 생긴 자식 때문에, 그러니까 뭐가 됐든 트리나가 배움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루이자였다고 해도 배우고자 하는 여동생을 응원해주고 조카의 돌봄을 함께 해나가려고 했을 것이다. 마땅히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배움을 위해서 일자리가 너무 싫고 끔찍하고 괴롭다는 언니에게 '그래도 일하라'고 압박하는 동생인건 진짜 너무 싫다. 물론 현실적으로 누군가가 돈을 벌어와야 먹고 살고, 일 하기 괴롭다고 그만두는 순간 다들 굶어죽을지도 모르고, 더욱이 학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런 형편에서 힘들다고 일을 그만둘 수 있을 리 없다. 이를 악물고 일을 해야 할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누구의 학업인가? 트리나의 학업이다. 트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다. 대학을 가는 것, 머리를 쓰고 싶은 것, 자기 계발을 원하는 건 트리나의 일이다. 토마스는 누구의 아이인가. 트리나의 아이이다. 그런데 언니 루이자에게 일을 하라고 압박한다. 언니가 일 해야해, 언니 일은 처음엔 다 힘든거야, 언니 우리집 형편 알잖아. 그런데 막상 트리나는 대학에 가고 싶어서, 학업을 이어나가고 싶어서 돈벌기를 그만둔다. 매일 꽃을 만지는 것도 지긋지긋하단다. 다르게 살거란다. 자기 자신은 꽃 만지는 일이 너무 싫어서 일을 그만두면서 언니에게는 왜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디라고 하는걸까. 언니 나 꽃 만지는 일 너무 힘들어, 그런데 언니 아무리 괴로워도 일 더해 돈 벌어야지. 이 지점이 너무 화가 나는거다. 나는 힘든거 못하겠지만 너는 힘든거 견뎌, 왜? 나 공부해야 되거든. 그러니까 공부만이 유일한 목적은 물론 아니지만, 힘들다는 언니에게, 언니 그거 너무 힘들면 다른 일 찾아볼까, 언니 6년간 쉼없이 일해왔으니까 잠깐 쉬었다가 다른 일 찾자, 왜 이렇게 말해주지 못할까. 잠깐이라도 쉬면 생계에 지장이 생겨서라면, 그렇다면 바로 일을 찾으면 된다. 노동현장에 뛰어들고 일을 해야 하는 언니가 '힘들지만 버텨볼게' 하는 것과, '힘들지만 너의 배움을 지원해주고 싶어' 하는 것과, '나 공부 계속 하고 싶은데 언니 돈 벌기를 멈추지마!'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지 않나.



나도 언니다. 나도 딸이다. 나도 이모이고 고모이다. 만약 나의 경제능력이 있어야 가족이 먹고 살아간다면 나는 마땅히 할 것이다. 그러나 일이 고달프면 나도 관두고 다른거 하고 싶어질 수 있다. 그래도 모두가 나만 바라본다면 푸념할지언정 쉽게 그만둘순 없을 것이다. 그런 언니에게, 생계의 부담을 지고 있는 언니에게 언니 직장은 처음부터 좋을 수 없지, 라고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압박하는 그 말이, 그 말에 실린 마음, 혹시 언니가 일 그만둬서 돈 없어가지고 내가 대학을 못가면 어떡하지, 하는 그 마음이 진짜 너무너무 야속하고 속상하고 빡치는거다. 너가 일하는 거 괴로우면 나도 괴롭다. 너는 괴로운데 나는 신나는게 아니란 말이다. 나한테 참고 견디라고 말한다면 너도 참고 견뎌야지, 왜 누군가는 참아야 하고 누군가는 참을 수 없는 것인가. 내가 하는 일은 견딜 수 없을만큼 너무 힘들고 언니가 하는 일은 견딜만큼만 힘든 건가? 그 일 안해봤잖아? 하아- 딥빡.



나는 루이자의 동생이 특별히 악하다거나 언니 피 빨아먹을 작정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마 대학도 졸업하고 원하는 직업을 갖게 된다면 분명 언니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언니에게 정말 잘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동생이 그렇게 자리잡아 가는 시간동안 언니의 삶은, 언니의 마음과 몸은 어떻게 되는걸까. 솔직히 나는, 루이자에게 말하고 싶었다. 도망치라고. 그 끔찍한 일자리로부터 도망치고, 가족들로부터 도망치라고. 그러나 루이자에게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 자체가 없다. 그 점이 내가 루이자로부터 싫어하는 지점인데, 경험이 없으니 더 큰 세계를 열망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다.


런, 런, 데빌 런!!







자연스레 김이설의 소설도 생각난다. 김이설은 도망쳐도 남은 식구들의 가능해지는 삶을 얘기했다. 나 아니면 어떡하란 말이야, 는 나 아니어도 그들끼리 어떻게든 한다, 가 된다.
물론 도망칠 수 없는 그 마음까지도, 안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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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9-28 15: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카프카가 떠오르더라구요. 변신. 여러모로 훌륭한 소설입니다, 미 비포 유.

다락방 2022-09-29 08:18   좋아요 1 | URL
저는 루이자가 되게 답답했거든요. 너무 갇혀있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루이자가 살아온 삶이 그간 갇힌 삶이었잖아요.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하고 그리고 돈만 열심히 벌어야 했던 삶이요. 저는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어요. 여자를 규방에다가만 가둬놓고 왜 시야가 좁다고 비난하느냐는 말이요. 제가 루이자를 보는 시선이 그랬던 것 같아서 저라는 인간에 대해서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휴..

2022-09-29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9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9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9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9-28 15: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현실에서는 저런 희생이 대부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많죠. 심지어 감사조차 못받는 일도 흔하더라구요.
좀 오래전에 저희 어머니가 막내 남동생한테 ˝너는 큰누나한테 잘해야 된다. 큰누나가 니 대학등록금 다 댔잖아˝라고 하니 이놈의 망할놈의 새끼가 한다는 말이 ˝그랬어요? 몰랐네?˝
아 진짜 한대 패고 싶었어요. 내가 지 등록금댄다고 등골이 휘었건만..... ㅋㅋ
다른 사람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또는 누구에게든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인정하는것 마음속에 잘 새겨두고 저는 잊지 않고 살아야겠다하고 오늘 또 건전한 결심 하나 추가합니다. ^^

다락방 2022-09-29 08:23   좋아요 2 | URL
맞아요, 바람돌이 님. 노동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대주는 사람이 계속 있다는 사실은 때로 싹 지워지는 것 같아요. 저도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숱하게 봤는데요(제 친척들 중에도 있고요), 가족이기 때문에 도망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계속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만 하는 그 삶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제가 너무 싫어하는 말이 일하지 않고 형제자매의 돈 쓰면서 ‘나는 조직생활 적성에 안맞아‘ 라는 말인데요, 전 그 말 들으면 너무 화나요. 나는 좋아서 견디고 돈 버는 건줄 아나... 제 지인중 하나도 가족구성원 뒷바라지 계속 하고 있는데 그 구성원이 일을 안하면서‘나는 진짜 조직생활 적성에 안맞아‘ 이래가지고 너무 속터져 하고 있어요 ㅠㅠ 그렇게 말하면서 조직생활해 돈벌고 있는 형제의 돈을 얻어갑니다.. ㅠㅠㅠ

바람돌이 2022-09-29 08:29   좋아요 1 | URL
나는 조직생활 안맞아라니.... 아 진짜 확 열받는 소리입니다. ㅠㅠ

독서괭 2022-09-28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 동생 넘나 이기적이네요 ㅠㅠ 루이자는 거기다 아무 말도 못한 건가요? 당연하다는 듯이 희생을 요구당하는 장녀는 동서양을 불문하나 봅니다..
근데 이거 로맨스죠? 윌이 상대인가요? 사지마비가 낫는 건가요? 궁금😳

수이 2022-09-29 08:22   좋아요 2 | URL
이거 로맨스 아니라 좀 뭐랄까 각성시키는 작품인데 그냥 그런 로맨스는 진짜 아니거든요 독서괭님 스포할까봐 말을 못함;;;

다락방 2022-09-29 08:47   좋아요 2 | URL
독서괭 님, 이 댓글을 읽으니 진짜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루이자는 계속 일을 합니다. 그래, 하다보면 낫겠지, 하고 일터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야겠지요. 윌이 남자주인공이니까요.
저는 이것을 로맨스로 분류하는 건 좀 억지가 있다 라고 생각하는 쪽이고요, 그래서 이걸 그냥 흔해빠진 로맨스.. 라고 분류하면 그거 아니라고!! 막 이렇게 됩니다. 제가 뭐라고 더 말씀은 못드리겠고, 그러나 이것만 말씀드릴게요.
윌의 사지마비는 낫는 것이 아닙니다.

끝!!

독서괭 2022-09-29 09:39   좋아요 1 | URL
오오 두분 댓글 보니 막 궁금해집니다…! 일단 보관함으로 쓩~!!

책읽는나무 2022-09-29 1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강렬하게 남아서 루이자의 동생이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던 장면이 이제 기억에 떠오르네요.
맞아요. 그 장면에서 동생의 말이 좀 이해가 안갔었어요. 조금 더 다른 방식의 말을 했었어야 한 거 아닌가? 너무 당당하게 언니에게 부탁하던데 외국의 스타일인가?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식구들도 모두 루이자에게 기대고 있으니ㅜㅜ
그럼에도 루이자의 밝음이 짠해 보였어요.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책이 두꺼워 계속 미루다가 일단 영화를 먼저 봤거든요. 예상했었던 로맨스가 아니라 영화 보구서도 좀 놀랐었네요. 나라면 과연??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 것 같은 영화였는데 근데 책도 읽고 싶어지네요.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작가의 생각이 더 깊숙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김이설 작가님 저 책 샀었는데 연관이 되는군요?^^

다락방 2022-09-29 11:25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은 이걸 영화로 보셨군요! 저는 책을 먼저 읽었고 나중에 영화를 봤어요. 책 읽고 울다가 회사 동료들도 빌려줬었어요. 책나무 님, 이거 책으로 읽어보세요. 당연하겠지만 영화에서 담지 못한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어요. 저는 안락사 부분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데요 지금 다시 책을 읽다보니 계속해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는 윌이 보여요. 저 창밖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테이블에 놓인 스키 탔던 과거의 자기 사진을 보면서 윌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이번주에 읽은 분량중에 밤에 잠을 못잘 때가 있다고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루이자가 생각해요. 혼자 몸을 움직일수도 없는 상태에서 밤에 잠이 안오면 그 밤을 도대체 윌은 어떻게 견뎌낼까, 하고요. 그런 지점은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지점이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세세하게 나오는게 참 좋더라고요. 책이 좀 두껍긴 하지만 정말 빨리 읽혀요. 책 추천합니다, 책나무 님.

mini74 2022-09-2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의 희생으로 대학 간 세대들이 있죠. 누나혹은 여동생들이 공장에서 버스 등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그 검은머리 동생들이 은혜를 갚았을까요. ㅠㅠ 지금도 그렇겠죠 ㅠㅠ 다락방님 글 읽기만 해도 속상하네요.

다락방 2022-09-29 13:51   좋아요 2 | URL
대학 등록금 뿐만이 아니라 생활비와 유흥비까지 모두요. 그러니까 살아가는 삶의 비용 자체를 자신이 충당하질 못하는거죠. 거기엔 자기만의 이유가 다 있더라고요. 나는 조직생활이 적성에 안맞아, 아침에 출근하는 삶 못하겠어, 뭐 기타 등등. 저는 베풀지 않아도 정말 괜찮으니 각자가 자기 자신 챙기는 것만 잘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내 몫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잘하는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소한인것 같아요. 어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