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9월,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와... 안올것 같았던 11월도 기어코 오고야 말았네요.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정말이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싫고 또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좋고. 우리는 시간의 인질인 것입니다..


자, 2022년 11월과 12월은 두 달에 걸쳐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어마어마한 두께라는 걸 책을 가지신 분들은 다들 아실텐데요, 모르는 분들도 검색해보면 압도적인 페이지수에 놀라게 되실 것. 그러니 두 달에 걸쳐 읽고 또 수시로 글도 쓰도록 합시다. 밑줄긋기, 페이퍼, 리뷰, 구매자평 뭐든 좋습니다. 읽다가 인상깊거나 생각나는 것들 다 기록할 수 있도록 해요, 여러분. 그동안 함께 해온 분들이라면 이미 아시겠지만, 지금 내가 읽는 책을 같이 읽는 누군가가 어떻게 읽고 있는지 아는 것은 우리의 독서 라이프에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것이야말로 기여!!) 또 받기 위해서 부지런히 글을 쓰도록 합시다. 아시겠지만,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읽고 어떻게든 그 후의 활동을 하는 것-누군가에게 얘기한다든가 글을 쓴다든가 하는-은 내가 읽은 책을 내가 잘 흡수하고 소화하기 위한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이미 이렇게 하고 계신 분들은 매우 훌륭하신 분!! (네, 저 말하는 거 맞습니다..)


우리 2022년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웅장하게 마무리합시다.

그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참여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이 책에 있어서만큼은 혼자 완독하기 매우 힘든 책임이 분명한 바,

이번 기회에 도전하세요.



그나저나 저는 이 두 달의 시간 앞에,


1. 매일 조금씩 읽어서 완독해 나간다

2. 11월 펑펑 놀고 12월 가열차게 달려 완독한다


중 어떤걸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읽기 싫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여러분 고고씽, 화이팅! 우리는,


Hal Su It Da!!



오늘 알라딘 검색창에 뭐 넣었더라, 독보적 넣었던가..(독보적 이벤트 창 좀 찾으려고..이제 안하나요, 그 이벤트? 찾을 수가 없네..) 그러다가 잡지들이 쫙 떴고 맥심.. 표지 보았네요. 


(여러분 후방 주의!!)



















뭐, 저는 아무 말도 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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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02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일 조금씩 읽으려고 합니다^^ 이 책이야말로 여러 명이 읽어서 도움 서로 받고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밑에 내렸다가 깜짝 놀랐네요. 표지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워요ㅠㅠ 뒤에 직원 있어서 황급히 화면 스크롤 올렸습니다^^;

아 그리고 독보적 기록이요. pc 에 알라딘 서재 메인화면 오른쪽에 독보적 기록이라고 이미지 링크 있어요.

다락방 2022-11-02 10:02   좋아요 1 | URL
제가 너무 맥심표지라니.. 심했죠. 거리의화가 님의 놀란 댓글 덕에 후방주의 라는 문구도 추가하고 사진도 두 개 내렸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많이 놀라셨죠 ㅠㅠ 죄송해요. 아니 제가 아침에 제일 첫번째 저 뒷모습 사진 표지 보고 헉 하면서.. 이걸 표지로.. 그런데 이걸 사서 봐? 그러면 내 방 책장에 이게.. 있는건가?? 이러면서 참 여러가지로 거시기한 생각이 들어버렸지 뭡니까!
저는 아직 다락방의 미친 여자 책장에서 꺼내지도 않았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1-02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독보적 그 이벤트해서 지난달에 적립금 1만원 받았다요~
그 이벤트요, 모바일 알라딘 접속해서 나의 계정 볼 수 있는 페이지 클릭, 그러면 고 아래 ˝이달의 적립금 혜택 누구나 2천원+ 다양한 이벤트˝라는 배너 광고 뜰 거예요, 그거 클릭하면 맨 아래쪽에 독보적 기록 (서재지수 1천점 이상인 회원 대상) 참여하기 나와요. 거기서 이벤트 페이지 보기 클릭해서 ˝참여하기˝ 누르면 됩니다요. 자동으로 되는 듯.

pc에서는 알라딘 서재 페이지에서 오른쪽에 독보적 기록 연필 그림 있는 거 클릭........

다락방 2022-11-02 10:00   좋아요 2 | URL
저도 지난달 1만원은 받았는데요, 이번달 하려니까 어디에 있는지를 못찾겠더라고요? 방금 피씨로 참여했습니다. 으하하. 도움 감사합니다, 잠자냥 님. 어휴. 1만원 놓칠 뻔했네 ㅋㅋㅋㅋㅋ 만세!! 적립금에 도움 주셔서 베리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11-02 0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 맥심 표지 출근길에 핸드폰에서 보고 ㅋㅋㅋㅋㅋㅋㅋ 급당황했는데
회사에서 피시로 보니까 표지 사진 몇 개 내렸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02 09:58   좋아요 2 | URL
위에 거리의 화가 님 글 보고 내가 너무 심했구나.. 싶어서 후방 주의하라는 문구 넣고 사진 두 개 내렸습니다. 너무.. 너무잖아요. 제가 심했습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저런 표지의 책을 사는 사람이 있는 거잖아요? 자기 집 책장에 꽂아놓고...

다락방 2022-11-02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오 진짜 내 방 책장에 꽂힌 책이 맥심이라니... 아 나는 그런 나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다락방 2022-11-02 10: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맥심 을 내 방 책장에 꽂아 놓는 나...
아 싫다........................받아들일 수 없어................ 나는 나에게 그런 나를 허락하지 않겠다. 아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내 자신에게 쪽팔리고 싶지 않다..................

독서괭 2022-11-02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10/31 딱 포르노랜드 끝내고 어제 11/1 다미여 책을 독서대에 짠 펼쳐놓았습니다 ㅋ 오늘 초판서문 들어가면 되네요ㅋ
근데 맥심 표지 저렇게 심한가요. 포르노랜드가 펼쳐지는군요 우어어

다락방 2022-11-02 12:27   좋아요 2 | URL
검색해보니까 2011 년에 표지모델이 로지 헌팅턴 휘틀리여서 제가 맥심을 한 번 샀었던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로지.. 그 때 잘 안나가던 때라 맥심 표지 모델 같은거 했나보네요.. 하아- 아무튼 지금 시점에 맥심 표지를 보는데 너무 너무 싫더라고요. 제가 오늘 저 엉덩이 뒷모습 표지 딱 처음 보고 진짜... 이런거 돈 주고 사서 보냐.. 싶더라고요.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 싫으네요. 포르노랜드 읽고 나니까 저런 맥심 같은 잡지 진짜 다 너무 싫어요. 표지부터 토나와요 ㅠㅠ

다들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진심이셔서(어쩐지 다미여 라고 쓰기 싫은 1인 ㅋㅋ) 제가 바싹 긴장해야 할 것 같아요!! 아 나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막 이렇게 되네요? 아.. 그런데 읽기 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02 21:05   좋아요 2 | URL
훗!!!!!!!!!!!!!!!!!!!!!!!!!!!!!!!!!!!!!!!!!!!!!!!!!!!!!!!!!!!!!!!!!!!!!!!!!!!!!!!!!!!!!!!!!괭님 저는 서문 끝냈어여!!!!!!!!!!!!!!!!!!!!!! 근데 다미여 독서대에 펼쳐져요? ... 그 독서대 사진좀 찍어서 보여주세요!!! (안되더라고요 저는 ㅜㅜ)

독서괭 2022-11-03 07:00   좋아요 0 | URL
쟝쟝/ 저도 어제 서문 끝냈어요!!ㅋㅋㅋㅋ 이따 사진찍어 올리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11-02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11월이라니요!
저도 이 책은 완독하고 싶은데, 주중에는 많이 읽지 못해서 2달 안에 끝내지 못할 것 같아서
10월부터 꾸준하게 읽어야지 했는데, 이제 겨우 2장, 210페이지까지 읽었네요;;;
11월엔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아니. 저런 표지 아무나 검색하면 볼 수 있나요. 19금 인증해야 보이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다락방 2022-11-02 14:22   좋아요 3 | URL
저 초등3학년 남자 조카아이와 교보문고 갔는데요 잡지 코너에 맥심 떡하니 진열되어 있더라고요. 조카가 그걸 보더니 이모 이런게 왜 있어? 이상해! 해서 저기로 가자 하고 다른 데로 데려갔거든요. 아 정말이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아주 어릴 때부터 가까이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화하고 팔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아요. 포르노 랜드에 우리 모두 함께 살고 있는 겁니다. 아 답답해요..

아니, 그나저나 다들 막 시작하시고 그러시니 저도 시작해야 겠습니다!!

공쟝쟝 2022-11-02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꿀팁 알려드렸는데 서문초판2가 고비입니다. (고비넘긴 사람 ㅋㅋㅋㅋ) 그 후로는 쭉쭉 달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 재미가 보장될 예정입니다 ㅋㅋㅋ (저는 빌레뜨를 읽느냐 마느냐가 지금 최대 고민)

아, 다락방님. 배운거 바로바로 써먹는거 정말 짱이시네요! 읽고 쓰기로 모두를 기여하게 만드는 센스라니....

다락방 2022-11-03 07:31   좋아요 1 | URL
아.. 이것도 서문이 있고 또 서문이 있고 또 서문이 있고... 그런가요. 하아- 정말 읽기 싫다. 어떡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심지어 빌레뜨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읽어야죠, 읽겠습니다. 그런데 언제... (먼 산)

바람돌이 2022-11-02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11월에는 여전히 여성작가들의 책을 읽는걸로..... 그리고 12월에 다미여를 읽겟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2-11-03 07:33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 출근길에 소설책 한 권 들고 나왔어요. 요즘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서 책이 잘 안읽히네요. 아무튼 저도 곧 다락방의 미친 여자 및 빌레뜨, 맨스필드 파크.. 다 읽어야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22-11-03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같이 따라가 볼까요. 다른 책들 제쳐두고 일단 다미여로요. 이미 출발한 분들 따라 한번 가보겠습니다. 12월엔 좀 바쁠 일들이 많아 이번달에 집중해야 할 거 같은데 영 심란하니 이거 뭐 글자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심장은 부글거리고 스트레스 많네요.

다락방 2022-11-03 12:07   좋아요 3 | URL
오 프레이야님, 함께 읽겠다 하시니 격하게 환영합니다. 스트레스 받는 뉴스가 내내 반복되어 가슴 답답한데 우리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이 그리고 프레이야님이 함께 해주신다는 것이 그 와중에 순간의 기쁨이네요.
저도 읽어야 되는데.. 저도 11월에 집중해서 끝낸다면 12월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을테니 바싹 읽어야지, 하다가도 아 읽기실다.. 이래서 아직 꺼내지도 않고 있어요. 저는 과연 언제 읽게 될까요.. 하하하하하.

함께해요, 프레이야 님!

책읽는나무 2022-11-03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부지런하신 다락방님!!^^
여기 저기 신경쓰시느라 수고 많으셔요.
요즘 컨디션이 수습이 안되어 수습되면 다음 주부터라도 저도 책을 잡아 보려구요.
책장에서 저도 아직 빼지도 못했네요ㅜㅜ
암튼 다들 열심히 의기투합 하시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네요^^
 

서재방 도배 새로 하느라 책을 죄다 빼고 다시 꽂아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라딘에 책도 좀 팔고 개인에게 팔기 등록도 좀 해두었는데요, 책 상태 대체적으로 좋지만 빨리 처분하고 싶은 마음에 200원부터 가격 시작합니다. 아주 저렴하게 내놓았으니 여러분 이번 기회에 책 장만 고고씽씽!!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shopitem.aspx?SC=1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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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놀랍게도 일이 도움이 되었다.


하루쯤 집에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했고 주변에서 다들 그러라고 했지만, 그런데 쉴 수 없어 나온 일이었다. 회사에 사정이 있어 내가 출근을 해야만 했다. 아 나도 하루 쉬고 싶은데 지금은 내가 쉴 수가 없네, 하고 출근한 것이었다. 출장에 입원에 임원들이 자리를 비워, 보쓰에게 보고를 해야 할 사람이 이번주 내내 나여야 했던 거다. 그래서 가야해, 하고 출근한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그게 도움이 되었다. 보쓰는 나를 재차 불렀고 나는 거기에 대응해야 했다.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거나 다른 부서에서 나를 찾으면 또 거기에 대응해야 했다. 대응하는 순간들에 나는 답을 찾거나 혹은 짜증을 내거나 하면서, 어쨌거나 그 순간만큼은 힘들게 하는 생각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혼자 걷는 그 길에서 또 눈물이 주루룩 나와서, 아, 나 집에 있었으면 안됐겠구나 했다. 집에 있었다면 쉼 없이 내 눈앞에 어떤 장면들이 떠올랐을 것이고, 나는 계속 그 장면들에 따른 생각을 했겠구나. 와, 놀랍게도 일이 도움이 되었다. 일은 평소대로 짜증나고 빡치고 힘들었는데, 그런데 그게 도움이 되었다.

예상 외로 일이 도움이 되었어. 이건 일에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일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일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조금씩 나아졌다. 일이 나를 돕고 있어. 


그제밤에 잠들기 전에 고통스러워 하면서, 나는 강한 사람이니까 잘 이겨낼 것이다,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그런데 그게 될까, 나는 억지로 이겨내려다가 탈이 나는 건 아닐까, 그런데 나는 강한 사람이니까 이 일로 인해서 바닥으로 가라앉기만 하지는 않을거야, 라고 하면서 그런데 이렇게 내가 스스로에게 말하는 건 나를 압박하는 건가 했다. 나는 괜찮아질까 괜찮아야 해 그런데 안괜찮으면 어떡하지 아냐 나는 강한 사람이야 나는 뭐든 스스로 극복해낼 힘을 가지고 있지 라고 오락가락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의심하고 답을 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건, 일이 나를 도울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일이 나를 도왔다. 일이 나를 돕고 있어. 일이 나를 돕는다는 걸 또 내가 깨닫고 있어. 그것은 내게 정말로 큰 위안이 되었다. 일이 나를 돕고, 일이 나를 돕는다는 사실을 내가 안다는 것. 나는 내가 나를 무너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누구보다 내가 나를 돕고 있었다. 내가 일을 함으로써 나를 돕고 있었어. 



집에 가서는 저녁을 먹고 신경안정제 한 알을 먹었다. 도배로 어질러진 집을 조금 정리를 해야겠다 싶어서 책을 좀 옮기고, 그리고 빼두었던 앨범들을 다시 제자리에 꽂았다. 제자리에 꽂는 과정에서 겉표지가 낡아서 찢어져버린 국민학교 졸업앨범을 보았다. 그렇다. 초등학교 아니라 국민학교. 맨 앞장에 교장선생님 얼굴이 보였다. 아, 그래 기억난다. 길에서 보면 못알아보겠지만 그 때 이 교장 선생님이었지. 이게 벌써 얼마전이야, 하고 앨범을 넘겼다. 아무래도 6년을 다니다보니 다른 반 아이들 중에도 아는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 그래, 얘도 알고 얘도 알고... 하다가 내가 있는 반을 열었다. 첫장은 남자애들이었고 뒷장이 여자애들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내가 나를 찾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나를 찾았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 어차피 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서 이 사진만으로 아무도 지금의 나를 알아볼 수 없을 터라 올려둔다.





이게 국민학교 6학년 졸업사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백이 세월을 말해주고 흑백이 내 연령을 짐작케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보고 너무 웃겨서 엄마 보여주면서 엄마 이것봐, 했다. 엄마도 같이 웃었다. 세상에, 엄청나게 똘똘하고 야무져 보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는데 딱 나 같고 또 나 같지 않기도 했다. 나이면서 내가 아닌... 지금은 저기에서 많은게 아주 많은게 변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굳이 적지 않기로 하겠다. 그것은 슬픔의 새드니스로 향하기에..... 이거 보고 누구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가 속으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 어린 시절의 나야.. 너에게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어준다고 말해준다면 너는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그거 아니, 너는 시간이 흘러 어느 지점에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어른의 너에게 갑자기 웃음을 준단다. 너는 너 자신에게 웃음을 주는 아이란다. 내가 나를 웃게 했다! 아무튼 세상 다 뽀개버릴 작정을 먹은 똑순이 같구나. 실제로 국민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은 나를 똑순이라고 불렀다. 몇학년 때였지, 책 잘 읽는다고 선생님이 나한테 자꾸 일어나서 책 읽는 거 시키기도 했다.



이 똘똘하고 야무진 국민학교 시절의 내 사진은, 어제 나의 글에 함께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려고 했던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바칩니다. 반사는 받지 않습니다.



이만 총총.




덧. 맨 위에 올려둔 책은 페이퍼 내용과 무관합니다. 그냥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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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0-27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 반사하려고 들어왔더니 안 받는다네! 반사반사반사무조건반사! 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화제의 서재글에 지금 이 사진이 메인에 똭~ 올라온 거 알아요? 남들 서재에는 책 사진 올라와있는데, 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어린이는 자라서 부장님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녀석 당차게 생겼네.

다락방 2022-10-27 10:02   좋아요 2 | URL
악!! 화제의 서재글 생각을 못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악 저 지금 잠자냥 님 댓글 보고 화제의 서재글 봤다가 너무 놀라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밥통아 어째 이래버렸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아이는 미처 몰랐습니다. 나중에 ‘부장님‘같은게 될 줄은.. 미스코리아 되라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거 할 줄 알았건만.... =3=3=3=3=3=3=3=3=3=3=3=3=3=3=3=3

잠자냥 2022-10-27 10:43   좋아요 1 | URL
화제의 서재글 노린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저 화면 캡쳐해서 트이타에 올리고 싶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0:44   좋아요 1 | URL
ㅋㅋ 저 이미 저 사진은 트위터에 올렸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할 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화제의 서재글은 정말 엄청 뻘쭘하네요. 뭔가 저기에 저거 있지 않게 책을 한 권 부랴부랴 찾아 넣어야겠어요. 뭘 넣지?

다락방 2022-10-27 10:48   좋아요 1 | URL
저 책 넣었는데 화제의 서재글 왜 안바뀌죠? 나갔다 다시 들어와봐야겠다.

(잠시후) 바뀌었다!!!!!

잠자냥 2022-10-27 11:03   좋아요 2 | URL
아 엄한 책 사진 넣은 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면은 이미 캡쳐해뒀으니 필요하신 분 말씀하세요~ 땡스투 단돈 100원에 보내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0-27 13:30   좋아요 0 | URL
노동의 힘…… 파워 오브 노동

다락방 2022-10-27 14:57   좋아요 0 | URL
노동의 힘을 믿숩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0-27 16:49   좋아요 0 | URL
예에에에~~~~~!!!!! 😫😫😫 노동노투더동!!

프레이야 2022-10-27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똑순이 락방 님. 야무락져 보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사진 릴레이붐이 일어날지도요 ㅎㅎㅎ 읽다가 빵터져가지고 커피 뿜을 뻔했어요. 진짜 왜 남자애들 먼저 여자애들은 뒤에 이랬는지 참 ㅠㅠ

다락방 2022-10-27 14:56   좋아요 0 | URL
지금 이 나이 되어 저 어릴 적의 사진을 보니 낯설더라고요. 오, 나다! 하면서도 그런데 난가? 싶고요. 어릴적에 똘똘하고 야무져 보였건만 지금은 왜 어째서... 이런 생각도 했고요. 하핫.

독서괭 2022-10-2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사할 줄 어떻게 미리 알고 거절부터 ㅋㅋㅋㅋ
힘들 때 일하는 게 도움이 돼죠! 한없이 땅파고 들어가지 않게 해주니까요. 락방님 똑순이 사진에 저도 웃고 갑니당 ㅎㅎㅎ 아무책이나 넣은 것도 넘 웃겨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4:57   좋아요 1 | URL
일이 도움이 될 줄 몰랐는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좋았어요. 이로써 우울로 침잠하려고 할 때 저를 구할 방법을 하나 더 알아낸 것 같아요. 어떤 우울함을 맞닥뜨린다면 일이 도움이 된다!
독서괭 님, 노동의 힘을 믿습니까!!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0-2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정말 똑순이 닮았네요?ㅋㅋㅋ
와...저 카리스마 눈빛과 야무진 입!!!
이후 모습은 가히 상상해 볼 순 없지만, 저 모습이 어딘가에 남아 있겠죠??^^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출근해서 무언가에 몰두하시는 모습!!! 정말 현명하신 판단!!! 반사 받지 않겠다는 말씀도 역시 부장님 답다!! 그러면서 엄숙하게 좋아요! 눌렀는데..... 전 잠자냥님 댓글에 커피 뿜을 뻔했네요ㅋㅋㅋ
알라딘 서재 화제글에 증명 사진이 올라갔나요??ㅋㅋㅋㅋ
개구쟁이 잠냥님!!ㅋㅋㅋ
근데 좀 궁금하긴 합니다.
다들 근엄한 책 이미지 속에서 저 야무진 눈빛의 어린이 사진이 딱!!! 건재하고 있던 그 시각 모습!!!
가히 상상은 되옵니다만, 상상하니 웃기네요ㅋㅋ 아무 책은 더 웃김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4:58   좋아요 1 | URL
제가 사진 하나 떠억- 하니 올릴 때만 해도 화제의 서재글에 제 사진이 걸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가지고 완전 당황스러웠어요 ㅋㅋㅋㅋ 부랴부랴 노동의 힘!! 책을 넣었습니다. ㅋㅋ
이상 똑순이 과거를 가진 안똑순이 어른 다락방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0-27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어릴때부터 표정이 카리스마가.... ^^
일상의 힘이 정말 세죠. 그래서 지극한 슬픔을 겪어도 우리들은 살아갈수 있는거같아요. 힘내서 화이팅하며 오늘은 오늘의 일을.^^

다락방 2022-10-27 14:59   좋아요 1 | URL
친구가 어제 일상의 루틴을 그대로 살라고 했는데, 그 말이 해답이었어요, 바람돌이 님. 제가 가진 루틴 그대로를 해내는 것, 그것이 제 일상의 회복을 돕네요.
저도 저 표정 보고 아니, 어린 아이 표정이 이거 어쩐 일이야, 애가 예사롭지 않군!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0-2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랑 사진이 딱이네요. 사진이랑 책은 잠자냥님 말씀처럼 엄한 거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저도 한바탕 웃고 갑니다. 사진 속의 이런 똘똘함이라는 거는, 쉽사리 없어지는 거 아니잖아요.
평생을 똘똘하게 사신 다락방님 칭찬합니다.

다락방 2022-10-27 15:00   좋아요 0 | URL
저 사진 보니까 완전 똘똘하고 야무져 보이는데 지금은 왜이렇게 멍청하고 게으르고 ... 하아- 왜 저대로 크지 못했을까요? 지금도 저때처럼 똘똘하고 야무지다면 좋을텐데요. 지금은 정말이지 아주 많은게 달라졌네요. 절 이렇게 만든건 시간이란 몹쓸 놈....이겠죠? 아니면.... 식욕이 그런 것인가.....

아무튼 단발머리 님의 칭찬은 가슴에 담겠습니다. 충! 성!

blanca 2022-10-27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광이 탁월합니다. 예사롭지 않아요. ^^

잠자냥 2022-10-27 16:09   좋아요 0 | URL
안광에서 빵 터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6:14   좋아요 0 | URL
안광(!)이 탁월한 저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 알라딘 중독자가 됩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0-27 16:21   좋아요 0 | URL
오늘은 무슨 책을 살까 *희번덕*

2022-10-27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7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7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2-10-27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똑순이 아는 분들은 나이가 어떻게…..????

다락방 2022-10-28 07:35   좋아요 1 | URL
저 올해 스물넷입니다!(아니 나 둘이었나요? 스물이었나??)

잠자냥 2022-10-28 16:42   좋아요 0 | URL
늙으면 자기 나이도 잘 모른다던데….
 

어제.


집에 수리 및 도배를 해야 했고 그 일로 엄마가 몹시 힘드셨을 거라 퇴근 후 엄마를 불러 외식을 했다. 엄마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내가 가고 싶었던 식당이 생겼어. 탄탄면 먹으러 가자. 나는 퇴근후 백화점에서 엄마를 만나 12층에 있는 크리스탈 제이드로 갔다. 탄탄면과 마파두부밥과 소룡포 그리고 소주를 시켜서 엄마랑 함께 맛있게 먹었다. 탄탄면 먹으러 갈 데가 별로 없었는데 가까운데 생겨서 좋네, 그런 얘기도 했고 아빠의 회복에 대한 얘기도 했다. 다 먹고 계산을 한 후 엄마랑 화장실에 들렀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2층에서부터 차례로 내려와 백화점 바깥으로 나갔다. 엄마 집까지 슬슬 걸어가자 소화시킬 겸, 그리고 가는 길에 이마트 들러서 키오스크로 상품권좀 교환하자, 그러면서 걸었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중이신 아빠랑 통화를 시작하셨고 나는 그런 엄마보다 두 걸음쯤 앞서 걸었다. 그런데 저기 앞에 불빛이 환하게 보였다. 저 불빛은.. 뭐지? 하는데, 아니, 그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라는 걸 이내 알게 되었고, 내가 그걸 알게된 이유는 자동차 한 대가 차도에서 인도로 돌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헤드라이트를 본 건 그 차가 내가 있는 인도 쪽을 향했기 때문이고. 차가 달리고 있다는 걸 안 순간 나는 얼른 뒤를 돌아 엄마를 붙잡고 "도망쳐!"라고 말했다. 엄마는 영문도 모르고 나랑 뒤를 돌아 뛰기 시작했고 나는 그 순간에 '우리는 저 차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내 쿵 소리가 났고 두려운 와중에 뒤를 돌아보니 인도로 뛰어든 차는 옷가게를 들이박고 멈춰 있었다. 차의 앞부분 중간쯤이 가게에 박혔으니 당연하게도 가게는 다 박살이 나 있었다. 길거리에 유리파편이 널려 있었다. 나는 얼른 그 자리에서 119에 신고를 했다. 내가 있는 위치를 말하고 내가 본 상황을 말했다. 전화를 받고 있는 직원은 내게 사람이 다쳤냐고 물었고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전화를 하는 동안 그리고 끊고 나서도 보았을 때는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흰머리가 조금 있는 차의 남자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는데 어디 불편해 보이지도 않았다. 가게 안에도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나봐, 하면서 가까이 갔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하고 차 근처에 두어명이 차 밑을 보다가 사람이 있다고 꺼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차를 들어 올려야 한다고. 나는 얼른 달려갔다. 엄마는 나를 붙잡고 가까이 가지 말라 말리셨는데, 사람이 밑에 있다잖아! 하고는 달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차를 들어 올렸다. 올리면서도 올려질까 의심했고 그런데 올려야한다 생각했다. 여러명이 차를 들어 올리고 있었고 밑에 깔린 사람을 꺼내려던 사람들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했다. 그리고 이제 됐다고 해서 차를 놓았을 때 차 밑에서 꺼낸 사람은 어디에서 났는지 모를 피를 바닥에 흘리고 있었고 숨을 헐떡이는 것 같았다. 살아있어, 살아있어. 나는 얼른 119에 전화했다. 부상자가 있다고 알려야 했다. 그런데 내가 119에 전화를 하자 동일건으로 신고 전화를 한 거라면 끊으라는 안내 메세지가 나왔다. 전화연결이 잘 되지 않는 걸 보니 사람들이 죄다 전화를 걸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침 내 옆의 어떤 여자분과 통화가 된 것 같았다. 그 분은 전화의 상대방에게 규칙적으로 헐떡이시는 것 같다, 엎드려 있다, 여자분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 차리세요, 제 말 들리세요, 쓰러져있는 분께 말을 걸었고, 어떤 사람들은 가족에게 알려야 할 것 같다고 옆에 떨어진 가방을 뒤졌는데 거기에선 핸드폰이 나오지 않앗다. 구급대원들이 바로 도착했고 그 자리에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살아있는 것 같았는데, 아무리 심폐소생술을 시도해도 기척이 없었다. 아 어떡해 어떡해, 그렇게 엄마가 계신 곳으로 갔는데, 우리가 차를 들어올렸던 그 자리로 천장에서 커다란 유리가 조각나며 떨어졌다. 아마도 차가 박을 때 금이 갔다가 지금 떨어진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또다시 소리를 질렀고, 나는 방금 내가 거기 있다 온 터라 다시 한 번 놀랐다. 구급대원들은 부상자를 저 쪽으로 옮겨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엄마는 사는 거, 저 사람 살아있다는 거 보고 가고 싶어, 라고 하셔서 한참 거기 있었지만 내내 심폐소생술 하는 것만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여러가지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인도로 향하는 차를 보는 순간 도망치면서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찰나의 그 두려운 감정, 차를 들어올리고 그 밑에서 피 흘리던 부상자를 꺼냈을 때의 그 주저앉을 것 같았던 두려운 감정. 이런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우리가 화장실에 들르지 않았다면,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탔다면, 그렇게 1,2분만 앞서 나왔다면, 돌진하는 차에 내가 부딪쳤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쓰러져 있는 부상자를 보면서 자꾸 눈물이 났었다. 저 사람 어떡해, 엄마, 저 사람 어떡해, 저 사람 가족들은 어떡해, 이럴 줄 몰랐을텐데 어떡해, 발을 동동 굴렀던 것들까지. 그리고 천장에서 쏟아지던 유리를 내가 간발의 차이로 피했던 것까지. 이런것들이 휘몰아쳤다. 중간에 엄마와 전화를 끊었던 아빠는 무슨 일이냐 다시 전화를 걸어오셨고 나는 동생들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다. 여동생은 언니, 청심환 먹고 자, 그리고 한바탕 울어, 라고 했는데, 동생들과 전화를 끊고 여동생이 메세지로 그걸 내게 전한 순간, 엄마는 내게 "너 청심환 사줄까?" 하셨다. 나는 응, 먹어야될것 같아, 라고 말하고 그걸 신호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길에서 울고 있었다. 엄마, 우리가 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게 자꾸 생각나, 인도로 뛰어들던 차의 불빛이 자꾸 생각나, 차를 들어올렸을 때 그 밑에서 사람을 꺼냈던 게 자꾸 생각나, 이러면서 울었다. 엄마는 걷다가 나온 약국에 들러 내게 청심환을 사주셨다.



집에 돌아오니 머리도 아픈 것 같고 뱃속 가득 커다란 돌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맥이 풀렸다. 청심환 먹었으니 괜찮겠지, 아빠는 너 괜찮냐고 전화를 걸어오셨고 여동생도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해왔다. 나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자야지. 엄마는 내게 수면제를 먹겠냐 물으셨고, 청심환을 먹은 마당에 수면제까지 먹으면 안될 것 같아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잠이 오질 않았고 머릿속에 반복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우리가 차를 들어올리던 장면, 엄마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치던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다. 나는 울지 않는데 눈물이 자꾸 흘렀다. 나는 안우는데 왜 눈물이 나오고 있지. 그리고 밤새 잠을 설쳤다.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랑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길 기다리면서, 엄마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내가 아무리 신호를 잘지켜도 인도로 돌진하는 차가 있으면 사고가 나는 건데,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 다 부질없네. 나는 이렇게 허무주의자가 되는걸까, 생각했다.

알고 보니 부상자는 자전거를 타고 그 가게 앞을 지나던 터였다. 나중에야 흩어진 파편들 중에 자전거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저 사람, 저렇게 자전거 타고 가던 사람, 저 사람은 인도로 돌진한 차에 치어 부상을 입을 줄 알았을까. 가족들은 집에서 기다리다가 이 소식을 알게 되면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울까.

잠을 한숨도 못자고 심장이 쿵쿵 거리는 걸 느껴야 했다.

나 괜찮을까? 나는 괜찮은걸까? 이게 나를 지배하게 될까? 나는 내가 잘 때 곧잘 하던 가슴 쓸기를 했다. 손바닥을 펴고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그런데 뭐가 괜찮지?

나는 괜찮지 않았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면서, 오늘은 집에 돌아오면 신경안정제 한 알을 먹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청심환 처음 먹어본 거였는데 나한테 아무런 도움이 안된 것 같아. 신경안정제 한 알 먹고 자자. 사실은 아침부터 먹고 싶었지만 그걸 먹으면 졸린 터라 먹을 수 없었다. 회사 근처에 도착했을 때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 사람 사망했대, 라고 엄마가 소식을 전해주었다. 아 어떡해 엄마, 어떡해. 그 사람 살려야 돼서 차를 들어올렸는데.. 살기를 그렇게 바랐는데. 그 사람 어떡해. 그렇게 죽을 줄은 몰랐을텐데 어떡해.


엄마랑 전화를 끊고 나자 그 사람을 차에서 꺼내지 말아야 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이었던가 아니면 방송이었던가, 사고난 그대로 사람을 두는게 더 나빠지는 걸 방지한다는 걸 본 것 같은데, 만약 차 밑에서 꺼내지 않았다면 살았을까? 잘못한걸까? 온갖 생각이 휘몰아쳤다.



[단독]천호역서 SUV차량 상가로 돌진…1명 사망·2명 부상 - 노컷뉴스 (nocutnews.co.kr)




오늘 아침, 친구에게 문자로 이 소식을 알렸다. 친구야, 나 괜찮은걸까? 

친구는 내 얘기를 듣고난 후 너는 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조금만 슬퍼해도 될 것 같다, 라고 답해주었다.

그런데도 자꾸 울지않는데 눈물이 난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혀질까. 도망치라고 말하던 일과 도망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과, 차를 들어올리던 일과, 그 밑에서 피 흘리던 사람이 나왔던 일을 생각하며 살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사람 어떡해, 어떡해, 안타까워하던 그 마음을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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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나를 웃게 했다.
    from 마지막 키스 2022-10-27 08:55 
    놀랍게도 일이 도움이 되었다.하루쯤 집에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했고 주변에서 다들 그러라고 했지만, 그런데 쉴 수 없어 나온 일이었다. 회사에 사정이 있어 내가 출근을 해야만 했다. 아 나도 하루 쉬고 싶은데 지금은 내가 쉴 수가 없네, 하고 출근한 것이었다. 출장에 입원에 임원들이 자리를 비워, 보쓰에게 보고를 해야 할 사람이 이번주 내내 나여야 했던 거다. 그래서 가야해, 하고 출근한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그게 도움이 되었다. 보쓰는 나를 재
 
 
미미 2022-10-2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ㅠ.ㅠ 무슨 말을 해야할지...
그 분...아...다락방님도 어머님도 큰 위기를
넘기셨네요. 요즘 이런 사고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것 같아요.
어제 졸음운전으로 소년들이 차에 치인뉴스를 보고 놀랐는데
다락방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읽으면서 조마조마했습니다.ㅠ

persona 2022-10-2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도 안국동에서 아이가 치여서 날아간 걸 보고 나서 내내 고통스러워 했었어요. 다락방님도 어머님께서도 한동안 오랫동안 고통스러우시겠지요. ㅠㅠ 에고. ㅠㅠ 자전거에 깔려 넘어지는 걸로도 아픈데 그분은 얼마나 힘드시다 가셨을까요.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잠자냥 2022-10-26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여러 가지로 안타깝고 심란한 일입니다.
글 읽는 내내 그 사고 당한 분이 무사하길 바랐는데..... 에휴.
제가 다락방 님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얼른 잊으라는 말씀은 섣불리 못 드릴 거 같고, 따뜻한 음식 드시면서 다른 생각을 하도록 애쓰는 수밖엔 없을 것 같아요.
인생 참 허무하죠. 저도 가끔 자전거 탈 때나 인도를 걸어가다가도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저쪽 차량에서 졸음운전, 음주운전 또는 운전 미숙/자동차 결함으로 내게 돌진해온다면 아무 소용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곤 하거든요. 그래도 또 살아가야하는 게 인간의 삶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꼭 두 가지 메뉴 드세요~ 따뜻한 것으로.

따라쟁이 2022-10-2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을 위한 기도에 오늘은 다락방님과 어머님의 깊고 다정한 수면을 더해 기도할게요.

단발머리 2022-10-2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데도 이렇게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다락방님과 어머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다락방님... 병원 아니더라도 회사 근처 약국이라도 가서 이야기하고 약을 타면 어떨까 싶어요. 저도 우황청심환 생각했는데 그게 효과가 없으시면... 그거 아닌 다른 약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인생이 허무하다는 거,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지만 너무 안타깝네요. 그 분도 안타깝고 또 그 순간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도 그렇고요.
밥 꼭 챙겨드시고요. 잠을 많이 잘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회사이실테니... 얼른 저녁 시간되기를 ㅠㅠㅠ

쎄인트saint 2022-10-26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겠어요...당분간 종종 그 현장이 생각나서 힘드시겠습니다. 결국 그 여자분은 운명하셨군요...ㅠㅠㅠㅠ

수이 2022-10-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좋은 기억은 가급적 잊도록 애쓰는 게 좋아요. 생각날 거 같으면 다른 거 하면서 빨리 잊어요. 락방님

그레이스 2022-10-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저도 그 상황이 그려져서 힘든데, 다락방님 ....ㅠ

독서괭 2022-10-2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예요. 정말 큰 사고가 있었네요. 바로 앞에서 일어난 일, 얼마나 충격이 크실지..
그래도 다락방님을 비롯해 달려가 힘을 합쳐 차를 들어올린 사람들, 한마음으로 119에 전화하고 그 사람이 무사하기를 빌었던 사람들, 사망 소식에 슬픔과 안타까움에 괴로워할 사람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공쟝쟝 2022-10-2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다락방님이 물리적으로 다치시진 않으셨더라도 분명히 충격이 크셨을 거같고 몸 살살 잘 달래서 평안해지시길 바라요. 너무 놀라고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그 와중에도 기지 발휘하셔서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서 조처취하신 것 같구… 인생은 정말 예측불허이지만, 또 하루가 일이 있다는 글도 울림이 크고요. 그리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햇살과함께 2022-10-2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서나 보던 일을 눈 앞에서 겪으시다니요..많이 놀라셨겠어요..
약을 드시더라도 잘 주무시고 잘 드시도록 하시고요.
돌아가셨다는 분 소식 들으니 인생 한순간이구나 또 생각 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새파랑 2022-10-2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가님 큰일을 목격하셨네요 ㅜㅜ 앞으로도 정신적 후유증이 있으실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ㅜㅜ 안잊혀질거 같긴한데 잘 극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ㅜㅜ

건수하 2022-10-2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많이 놀라셨죠.. 어머님과 다락방님이 피하실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 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전 그냥 토닥토닥햐드릴게요.

거리의화가 2022-10-26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계속 썼다 지우다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네요.
다락방님 어쨌든... 쉽지는 않겠지만 몸과 마음을 잘 추스리시면 좋겠어요. 고인의 명복을 저도 같이 빌겠습니다.

blanca 2022-10-2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저는 읽다가 중간에 다락방님 꿈 이야기인가 그랬어요. 아우, 어떡해요. 너무 안타까운 사고네요. 다락방님도 마음이 힘드실 것 같고요. 아, 그 사람 생각하니 아...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바람돌이 2022-10-2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큰일날뻔 하셨네요. 게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분은 정말 큰일이 나버렸고.... 그걸 모두 현장에서 보셨으니 한동안 많이 힘드실듯요. 이런 일은 그냥 자동반사로 문득문득 떠올라서 사람을 힘들게 하더라구요. 그래도 어떡하겠어요. 어머님이랑 다락방님 무사하신거 다행이라 생각하시고 오늘 하루가 다 선물이구나 나는 나 하고싶은거 미루지 말고 살아야겠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행동 이런거 미루지 말고 살아야겟다 그런 생각하면서 살아가는거 같아요.

테레사 2022-10-2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가슴이 철렁하네요...정말 큰일을 겪으셨습니다...ㅜㅜ아이고 참..

dollC 2022-10-26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지금은 좀 어떠신지... 섣불리 댓글 달기가 조심스럽네요. 혹시라도 많이 괴로우시면 혼자 감당하려하지 마시고 상담치료를 고려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큰일을 겪으셨어요...

2022-10-26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7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를 천천히 읽고 있기 때문인지 윌에게 정이 너무 들어버렸다. 이번주 분량에서는 '루'가 '윌'로 하여금 살고 싶은 의지가 생기게끔, 안락사에 대한 결심을 바꿀 수 있게끔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생각과 의욕으로 가득차 있어서 실행에 옮긴다. 경마장에 데려가지만 일은 루의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윌은 '왜 나의 의견을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느냐'고 서운해한다. 나는 말도 싫고 경마도 싫단 말이야, 그런데 넌 내게 묻지 않고 그것이 내게 좋을 거라고 네 마음대로 생각했지. 늘 생각하고 얘기하는 것이지만 나의 선의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불러오는 것도 아니고 나의 선의가 상대에게도 선의일 수는 없다.

그리고 클래식 콘서트. 윌의 친구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데 그 친구의 공연이 윌의 동네에서 열린다고 한다. 친구는 윌에게 초대권을 보내줬다고 윌은 클라크에게 그걸 네게 줄테니 어머니랑 다녀오렴, 이라고 말한다. 클래식 공연에 한 번도 가본 적도 없으면서 루는 자신은 클래식 연주를 즐기지 못한다, 좋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거절한다. 그때 윌은 루이자에게 지독하게 속물이라고 표현한다.


"당신만큼 지독한 속물은 처음 봤어요, 클라크"

"뭐예요? 내가?"

"혼자서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정해놓고 온갖 경험들을 아예 막아놓고 있잖아요."

"하지만 진짜 아닌 걸요."

"어떻게 알아요? 아무것도 안 해보고, 아무 데도 안 가봤는데.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길이 없었는데?" -책속에서


번역본으로 먼저 읽었던 터라 '속물'이라는 단어가 귀에 꽂혔다.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속물인건가?



'You're the most terrible snob, Clark.'

'What? Me?'

'You cut yourself off from all sorts of experiences because you tell yourself you are "not that sort of person".'

'But, I'm not.'

'How do you know? You've done nothing, been nowhere. How do you have the faintest idea what kind of person you are?' -p.205-206


snob 을 사전에서 찾아보닌 '고상한 체하는 사람', '속물' 이라고 되어있긴 하네. 


그런데 정말 저런 사람을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게 된다. 해본 적 없으면서 그것을 단정하는 사람. 일전에 최재천교수가 공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면서 '알면 사랑하게 된다, 미워할 수 없게 된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경험하지 않고 모르는 채로는 싫다고 말하기도 쉽고 욕하기도 쉽다. 그러나 경험해보면 내가 단순히 가정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곤 하는 거다. 간혹 '나는 그거 싫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해봤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되는데 '안해보고 어떻게 알아?' 라고 되물으면 '내가 그걸 좋아할 리 없어'라고 하는 거다. 글쎄. 그럴까? 나는 사실 실생활에서 루이자처럼 말하는 사람에게 좀 짜증이 나고, 실생활에서는 이 책에서의 윌과 가까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안해보고 어떻게 알아?


클래식은 이런 대화 혹은 경험의 대표적인 클리셰다. 미 비포 유에서도 클라크는 결국 윌에게 '너가 함께 간다면 내가 한 번 가보마' 하게 되어 생애 처음 클래식 공연에 가게 되고 감동에 젖어 어쩔 줄을 모른다. 아주 오래된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도 길거리에서 성을 팔던 여자 '줄리아 로버츠'는 재벌인 남자 '리처드 기어'가 데려간 오페라 공연에서 감동받아 눈물을 흘린다. 미 비포 유 에서도 언급되지만 피그말리온. 돈 많고 경험 많았던 남자들이 여자로 하여금 경험하게 해주고 새로운 감동에 눈을 뜨게 해준다. 식상하고 전형적이고 그야말로 클리셰이지만, 그런데 나는 이런 거 좋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모든걸 경험하며 살아갈 순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 첫 스타트를 끊어 줘야 한다. 윌은 부유한 집에서 자랐고 모든 경험에 열려 있었다. 그러나 루이자에게는 한정된 공간이 주어졌고 또한 일찍부터 노동을 해야만 했다. 스무살 시절,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뭔가 달라졌던 동창을 보고 루이자 역시 해외 여행을 계획해 비행기 티켓까지 끊었었지만, 그러니까 그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자신에게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찰해보고 싶었지만, 그러나 그 여행을 가기 전, 루이자는 타인에 의해 추락한다. 차츰 그 일이 언급되면서 루이자가 다른 사람의 몸을 기피하고 자신을 세상에 내놓지 않으려하고, 남자들에게 성희롱 당하지 않게끔 괴상한 옷으로 자신을 무장하려는 이유들이 나온다. 그러니까 지금의 루이자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단정하게 된 이유는 남들보다 경험이 적어서이며 제한되기도 해서이지만, 또 일어나지 않아도 좋았을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들과 즐거이 어울려 놀다가 자신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던 경험은 루이자를 한 곳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루이자에게 뭐가 더 나은지는 루이자 자신이 판단할 수 있을 테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진심 어린 관심이 도움이 된다. 윌은 아직 그런 루이자의 트라우마를 알지 못한 채로 너 안해보고 어떻게 알어, 해봐, 라면서 권유해주고 루이자는 서서히 바뀐다. 이건 가족도 그리고 남자친구도 루이자에게 해주지 못했던 일이었다. 어쩌면 같은 제안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또다른 결과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합'이라는 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루이자에게 끊임없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제안하기도 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러나 루이자는 함께 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윌과 함께 클래식 공연에 처음 가게 되고 거기에서 마음이 크게 움직이는 거다. 아, 프랑스 영화를 처음 본 것도 이십대 중반, 윌과 함께였다. 난 그런 영화 내 취향이 아니야, 라고 했다가 윌이 세상에, 한 번도 안봤다고? 하며 함께 보자고 했다가 너무 재미있게 보는 루이자를 마주하게 된 것. 어쩌면 클래식이어서 외국 영화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윌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윌과 클래식'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루이자는 자신에게 자신이 쳐놨던 어떤 경계들을 이제 슬쩍슬쩍 넘는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의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서 예상치 못하게 나의 회복 혹은 치유를 돕는다.



나에게도 물론 상처가 있고 트라우마가 있다. 그것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내 평생 이것이 완전히 치유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으면서도 다만 사람들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 때 나를 이해해주길 바랐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다. 내가 이런걸 알잖아, 내가 이런말을 할 때 나를 좀 이해해주며 안돼? 라는 생각을 때로는 속으로 한다. 내 상처는 어른이 되고난 후에 어떤 반응으로 내게 작동했고, 그것은 나를 오래 지배했다. 나는 어떤 걸 할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한 친구를 만났다. 어쩌다보니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을 그 친구에게 말하고 있었고, 친구는 내 말을 듣고 내게 한 마디 말을 해주었다. 그 말에 나는 엉엉 울었고, 그 후에 나는 나를 억압하던 어떤 것에서 자유로워졌다. 친구의 그 말을 듣기전보다 인생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내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었지만 내가 누구에게도 그 일에 대해 말한 적 없기 때문에 들을 수 없는 것 역시 당연한 거였다. 그러나 그 뒤로 그 일에 대해 언급했을 때 그 친구처럼 말해준 사람이 없기도 했다. 그 친구여서 그리고 그 말이어서 내가 좀 자유로워진 건 분명하다. 나는 그 점에 대해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네 덕분이라고.



미 비포 유에서 하필이면 남자 윌이 여자 루이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고 자신을 둘러싼 경계를 허물게 해주지만, 그것이 반드시 이성 사이에서 그리고 연인(이 될 가능성을 품은) 사이에서 일어나는 건 아니다. 내게 일어났던 것처럼 동성의 친구로부터도 가능해지고 또 동성의 선후배에게서도 가능하다. 그리고 연인의 가능성이 없는 이성 사이에서도 물론 가능하다. 내가 인생에서 큰 축으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그 말을, 나는 나와 같은 성별의 그러나 나보다 나이는 어린 친구로부터 들었다. 그 친구는 내가 잘못생각하고 내가 어린 나를 원망하며 살았다는 걸 알려주었고, 화나거나 슬픈 상황에서 웃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주었다. 내 인생의 그 시점에서 그 친구를 만나 그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 안에는 하나의 그러나 그 사람만의 커다란 세계가 있다. 바깥에서 보기에 그것이 닫혀있고 좁은 것으로 보여도(내가 루이자를 그렇게 봤듯이)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쌓여 견고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루이자에게 그 일이 있었고 그 일은 루이자를 그런 사람이 되게끔 했다. 그리고 인생의 이 시점에 윌이라는 사람을 만나 인생의 축과 방향이 달라지게 된다. 그건 윌에게도 마찬가지. 윌이 바라보는 방향은 '이것은 내 삶이 아니고 나는 살지 않는 걸 택할 것이다' 였고 그 방향이 변한 건 아니지만, 그러나 그가 죽음으로 가기 전에 그는 루이자를 부르고 루이자를 웃게 해주고 루이자라는 사람을 만나 그 시간들을 풍요롭게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타인을 만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반드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은 특별히 더 누구에게 필요했던 것 같다. 내가 필요한지도 모르는채로 필요했던 바로 그 사람이기도 하다. 그 사람은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연인일 수도 그리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다. 인생에 있어서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일 것이다. 그래서,



윌 때문에 더 미치겠다. 그러니까 윌의 선택은 윌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함에는 변함이 없는데, 나는 이제 윌을 아끼는 사람1이 되어버린 거다. 다른 한 사람-애정을 품게된-과 농담을 하고, 네 안에 다른 네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했던 윌. 그런 윌 때문에 내 세계가 달라져버린 루이자. 그걸 알기 때문에 미치겠다. 콘서트에 다녀온 후 차에서 내리기 전, 잠시만 이대로 있자, 빨간 드레스를 입고 함께 콘서트에 다녀온 남자로 잠깐만 있고 싶어, 라고 말하는 윌이라서 보내기가 너무 힘이 든다. 나는 이 영화를 두 번 보았고 책도 두번째 읽는데, 이만큼의 가슴 아픔은 원서와 함께 읽는 지금이 처음이다. 슬픔의 크기가 너무 달라졌다. 어제 문득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는데 넷플릭스에 없는 거다. 유튜브로 들어가 콘서트신을 검색해 보았다. 연관되어 나오는 윌의 마지막 장면도 보았다. 루이자와 삶에서 나누는 마지막 대화 신에서 미칠듯한 기분이 되었다. 윌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머릿속으로 생각했건만, 영상을 보는 나는 '어떻게 보내, 못 보내, 보낼 수 없어' 라고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 되는 거다. 아 안돼, 안된다, 안돼! 벌써부터 이 책을 완독할 시점 펑펑 울 내가 그려진다.

살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살아달라고. 그리고 살아줬으면 좋겠다. 




어제 알라딘에서 이메일을 받았다. 드디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간이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 오, 윌리엄!!















원서를 가진 지는 오래되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번역본 나오면 읽어야지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 나왔어. 만세!!



오늘 아침 출근길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포르노랜드를 읽으면서 왔는데,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휴 헤프너'의 이야기가 계속됐다. 그가 소위 '바니걸'이라고 불리는 젊은 여성들과 그의 큰 저택에서 함께 사는게 텔레비젼에서 리얼리티 쇼? 뭐 이런걸로 보여지기도 했다는데, 그 바니걸 중 한 명, 플레이보이 맨션에 살았던 여성의 책이 있다고 하더라.



헤프너의 전 '걸프렌즈'였던 이자벨라 세인트제임스는 자신의 저서 『버니 이야기Bunny Tales』를 통해 실제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언급했다. 헤프너는 피임 없이 수많은 여성과 돌아가며 섹스하려 했지만, 아무리 많은 여자에게 삽입한다 한들 포르노를 보면서 자위해야만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인트제임스는 헤프너와 섹스하기를 원치 않는 여자들이 많았지만, "그건 암묵적인 규칙의 일부였고, 흡사 우리가 누린 모든 것의 대가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장면에 쇼에 나올 리가 없었다. -《포르노랜드》, 게일 다인스, p.89



나는 이자벨라 세인트제임스의 책을 검색해보았다. 그럴 줄 알았지만 역시나 번역본은 없었고 원서만 검색되더라.
















전자책을 다운 받아 앞에 프롤로그만 살짝 읽어봤다. 세인트제임스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었다.


어느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자신을 쳐다보는 유명한 남자 배우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그녀를 줄곧 보고 있었다며 다음날 초대한거다. 그렇게 그 유명한 남자 배우와 대화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그녀가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살았다는 걸 알고는 그가 분노했다는 거다. 세인트제임스는 이 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 자유로운 나라의 대통령 클린턴은 인턴 직원과 업무장소에서 부적절한 일을 저질렀고, 유명한 배우 휴 그랜트는 매춘을 하다 발각되었는데 사람들은 그냥 다 넘겼다. 그런데 왜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살았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판단하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왜 그것만으로 판단하냐, 안되겠다 책을 써야겠다 생각한 것. 그러자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남자배우는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인트제임스는 아니 쓸거야, 그리고 그녀는 말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판단은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직접 하라고. 



Did I really ruin my life? You be the judge. -《Bunny Tales: Behind Closed Doors at the Playboy Mansion》, Izabella St. James, p.13



이번호 시사인 장정일의 독서일기 에서는 세 명의 철학자에 대한 얘기가 실렸다. 하나는 최근에 알라딘에서도 엄청 핫했던 한나 아렌트의 평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버마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키르케고르 평전이었다. 

















나는 장정일의 글을 읽다가 특히 키르케고르의 평전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클레어 칼라일의 <마음의 철학자키르케고르 평전>(사월의책, 2022)을 보면 키르케고르로 하여금 종교적으로 산다는 것을 평생의 문제로 씨름하게 만든 것은 창세기 22장에 나오는 어느 이야기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외동아들 이삭을 바칠 것을 요구했고 아브라함은 아들을 데리고 모리아산으로 올라갔다. 키르케고르는이 이야기에서 엄청난 철학적 교훈을 이끌어냈으며 "아브라함의 칠흑 같은수수께끼에 매혹되었다". 키르케고르는 저 일화를 이성에 대한 신앙의 우위로 해석하는 목사들이나, 아브라함의 행위를 도덕 법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이삭을 희생시키라는 목소리를 악마의 속임수거나 미망으로 추론해야 한다는칸트를 함께 물리쳐야 했다. 그는, 도덕법칙은 시민적 제도를 대표할 뿐이며 칸트는 신을 도덕적 삶으로 축소시켰다고 말한다(실제로 교회나 절이 뭐 필요하냐면서 "선하게 살면 그게 종교다"라고 믿는 모범적인 시민이 있다).

목사들이 저 일화에서 신에 대한 인간의 무조건적인 굴복을 읽어낸 것과 달리, 키르케고르는 공포를 강조한다. 신앙은 나의 실존을 파괴할 수도 있고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다. 신앙은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세속의 휴머니즘과 공포 사이의 도약에 의해서만 얻어진다. -<시사인 제788호>, 장정일의 독서일기 中, p.66


아마 기독교가 아닌 사람도 그리고 성경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아버지가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던 저 얘기를 다들 알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따른 각자의 생각이나 느낌이 있을 것이고. 저 이야기는 분명 강렬하고 이승우도 자신의 책을 통해 저 이야기를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해 쓰기도 했다. 나에게도 아주 흥미로운 부분인데 나는 제물로 바쳐질 아들의 입장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되는거다. 내 아버지가 나를 제물로 바친다는 것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런 참에 키르케고르가 저 부분에 대해 얘기한다고 하니 너무 궁금해지는 거다. 사야겠다.



그런 한편 하버마스 평전에 대해서는 하버마스 평전을 사고 싶은게 아니라 칸트가 더 궁금해졌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이 장정일의 독서일기에 실려있다.



하버마스가 제시하는 것은 의사소통적 합리성이다. 서구 철학은 시작부터 이분법적이고 위계적(플라톤)이면서 주관성(데카르트)과 자기동일성(헤겔)을 받들었다. 근대적 도덕 이론을 정초한 칸트의 정언명령 제1정식은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 여겨질 수 있도록 행위하라"인데, 하버마스는 칸트가 선험적인 선(善) 논리로부터 도덕을 구출하고, 이를 규범 검사 절차로 재구상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저 정식에는 고독한 개인과 독백적 절차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시사인 제788호>, 장정일의 독서일기 中, p.67



아니, 칸트가 맞는말 했구먼 왜... 라고 반응함과 동시에 나는 '저 정식에는 고독한 개인과 독백적 절차밖에 없다'는 문장에 끌렸다. 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그래서 나의 외로움과 고독을 깊이 깊이 받아들이고 있다. 아, 칸트여..



트윗을 통해서는 이 책을 알게 됐다.
















아... 사실 이 페이퍼가 이렇게나 길어지게 된 건 다 이 책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면서 '아니 박테리아에서 바흐라니' 라고 놀라웠던 거다. 박테리아랑 바흐랑 무슨 상관이 있길래 박테리아랑 바흐를 언급하면서 무려 마음에 대해 얘기한다는 걸까. 나는 궁금해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고, 그러다 바흐.. 나는 클래식을 모르는데.. 생각하게 되었고, 클래식, 이라고 하니까 어제 읽었던 미 비포 유의 클래식 장면이 생각난 거였는데, 페이퍼를 작성하려고 똭- 글쓰기 페이지를 열었던 시점에서 바로 그 생각이 주루룩 저기 맨 위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 페이퍼의 원래 목적은 사고 싶은 책 언급하는 거였는데, 윌 살아주길 바라... 가 되어버리게 된 것. 흐미......... 삶은, 



뭘까?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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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0-20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한무더기 주문하셨다는 거죠? ㅋㅋ 원서도 사셨고요?? ㅋㅋㅋ
누군가는 스타트를 끊어줘야 한다, 는 말씀에 공감이 가네요. 중산층 아이들이 어른을 잘 대할 줄 알고 권한에 대한 감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똑똑해도 누리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뭔가를 요구하는 걸 잘 못하고요..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경제관념이랄까, 돈에 대한 인식을 습득하지 못해서 독립 후 고생한단 얘기도 봤었는데,, 여러가지 문을 열어주는 어른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2-10-20 14:48   좋아요 2 | URL
으하하 아직 사지는 않았고요, 다음 구매에 포함할 책들입니다. 다음 구매가 그렇다면 언제이냐? 안알랴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일지 일주일 뒤일지 내년일지...으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문화자본을 엄청나게 갖고 태어난 사람과 같이 여행해본 적이 있는데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친구였는데도 저보다 훨씬 아는 것도 많고 즐길줄 아는 것도 많더라고요. 어릴 때 더 많은 것들을 접하면 그만큼 시야가 더 넓어지잖아요. 자라면서 누구나 자연스레 모든걸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제가 너무 많은 것들을 모르는 채로 살아왔다는 걸 알고 그래서 제 스스로가 저에게 해주려고 하는 편입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열린 마음이라는 것도 노력해야 가질 수 있는 것 같고요. 많은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가 혹은 선인가는 사람들마다 좀 가치관이 다르겠지만, 저는 이왕 태어난 인생 좀 많은 걸 경험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 뿐만 아니라 사람들 모두가요. 그런데 저희 아빠는 ‘그걸 왜 꼭 경험해봐야 하냐..‘고 하시는 입장입니다. 하하하하하.

성인이 되어서도 그리고 나이 많은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가 문을 열어줘야만 보게 되는 세상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일정 부분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었기에 어떤 것들이 가능해졌을 것이고 제가 또 누군가의 문을 열어주기도 하겠죠. 제가 다른 이들에게 문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제가 열 수 있는 문이 일단 많아야 하는 것 같아요. 열심히 살겠습니다!!

공쟝쟝 2022-10-20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방금 뒤메질의 최후를 댓글달고 왔는데 여기서 바흐와 바이러스와 키에르케고르에 관심을 가져하는 악의 게으름 철학자를 만난다.그러니까 막 사제낀거 후회하긴 하는 데, 그래도 살 거라는 거죠? 책?
- 저, 그거 생각났어요. 우리 여행 갔을 때 읽은 책. 만남 이라는 모험. 한 사람을 만나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를 구성하고 있는 풍경 총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뭐 어쩌고 저쩌고. 했던.
마음을 열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그것들을 공유하고... 각자의 방식 대로 성장한다는 거 되게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그리고 이별까지도요. 아. 이별 알고 있어서 마음이 찢어지지만. 나는 모든 만남의 이별을 아는 그런 으른이다.) 와. 미비포유. 넘나 좋은 책.

다락방 2022-10-21 09:59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에 읽은 부분에서는 루이자의 부모님이 윌에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루이자가 너와 함께하고 나서부터 확실히 변했다 성장했다고요.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성장을 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건 너무 좋은 변화잖아요. 결코 쉽지 않은. 이 사람 덕분에 비로소 내가 이만큼까지 올 수 있었다, 더 나아갈 수 있다 라는 자각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궁극적으로 우리는 그런 관계가 되어주고 또 추구해야 하겠지만, 그러나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빡치게 하고 뒤로 돌아가게 만들고 움츠리게 만들곤 하죠. 내 인생의 어느 시점에 누구를 만나느냐는 내 인생에 정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쁘다는 판단이 든다면 질질 끌지 말고 돌아서야 할 것 같아요. 물귀신처럼 나를 물고 늘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미 비포 유 읽기가 너무 재미있는데 윌에게 너무 정이 들어버려서,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너는 지금 너무나 슬픕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2-10-20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젠 책을 살거라고 미리 예고를 하시는군요?ㅋㅋㅋ
그래요!! 그러고보니 오늘은 월요일이 아니잖아요^^
이자벨라 세인트 제임스라는 여자 책이 좀 궁금하긴 합니다. 이미 어떤 내용일지 예상은 됩니다만...ㅜㅜ
<포르노랜드> 읽으면서 어이상실! 정신혼미!
가슴답답! 부들부들!! 온갖 감정들이 밀려왔었네요.
어쨌거나 현재 6장 들어갑니다^^

다락방 2022-10-21 10:00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일단 책 구매를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있습니다. 좀 더 미뤄보려고요. 일단 10월은 벗어나자... 생각하고 있는데 잘 되겠죠? ㅋㅋ
이자벨라 세인트제임스 책은 국내에 번역될 가능성이 1도 없을 것 같아요. 저도 궁금한데 말예요. 음, 짐작해보자면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여성주의 적인 책은 아닐 것 같아요.

6장이라니, 많이 읽으셨네요, 책나무 님! 저는 열심히 달려가야 합니다. 빨리 끝내고 다른 거 읽고 싶어요! ㅠㅠ

mini74 2022-10-2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비포유 영화 봤어요. 원작하고 조금 다르던데요. 울었어요 ㅎㅎ 영화보고 우는 거 오랜만이에요. ~ 하버마스 ㅎㅎ 하면 전 오규원의 시만 동동 떠오르네요 *^^*

다락방 2022-10-21 10:01   좋아요 0 | URL
미 비포 유 를 저는 책으로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영화를 봤거든요. 남주인공이 영화에서 너무 잘생겨서.. 지금 책을 다시 읽는 시점에서 윌을 주인공의 얼굴 떠올리며 읽게 되더라고요. 문제는... 그래서 더 정이 들어버리는 지도 모르겠다는...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실제의 얼굴을 대입해버리게 되니까 아주 미칠것 같은 마음이 됩니다. 흑흑 ㅠㅠ

바람돌이 2022-10-20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노 랜드 읽기가 점점 두려워지는..... ㅎㅎ 바흐에서 클래식으로 미비포유로 생각의 흐름에 따른 글쓰기 좋아요. ^^
오 윌리엄을 읽기 위해서 저는 루시바턴부터 읽어야겠다는.....
그래도 하버마스와 키에르케고르는 저는 하나도 안 궁금합니다. 계속 안 궁금할테야요. ㅎㅎ


다락방 2022-10-21 10:03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 님, 포르노랜드 읽다가 여러번 책을 던져버리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차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악의 세계가 거기에 있고요, 그런데 그 세계가 바로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입니다. 앞으로 읽게될 바람돌이 님을 위해... 화이팅 전합니다.

오 윌리엄 읽을 생각에 너무 신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