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동안 하노이에 다녀왔다.


2월에 호치민에 다녀오면서 5월 연휴엔 하노이 가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나의 계획을 말하니 여동생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그래 그렇다면 이번엔 나랑 함께 베트남에 가볼래? 하고 여동생과 둘이 떠났다.

여동생과 둘이서만 해외로 나가는 건 처음이었다.

여동생 결혼 전에는 삼남매가 함께 부산에, 제주도에 간 적 있었고, 결혼 후에는 조카들과 여행을 같이 했었다. 이제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서 며칠간이라면 제아빠랑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제부는 아이들에게 '엄마에게 전화 하지마!' 라고 일러두었고 여동생에게도 집 신경 쓰지 말고 잘 다녀오라며 여행비까지 주더라. 내 여행비는 내가 마련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은 신혼 여행도 가족 여행도 패키지로 다녀왔었기 때문에 나처럼 아무 계획 없는 나홀로 여행은 처음이었다. 언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 나는 그냥 따라갈게, 라고 해서 정말로 그렇게 했다. 그래도 여동생에게 하노이는 처음이기에 호안끼엠 호수와 성요셉성당만큼은 보여줘야지, 가 계획했던 거였다. 아, 내가 좋아하는 쌀국수고 먹게 해주고 여동생이 좋아하는 커피도 다 마시게 해야지. 에그 커피, 연유 커피 모두 다! 호텔은 좋은데를 예약한 만큼 스테이크도 사주고 잭콕과 마가리타도 마시게 해줘야지! 


나는 택시 대신 버스를 택했다. 이미 검색을 통해 몇 번 버스를 어디에서 타야 내가 머무를 숙소에 도착할 수 있는지 알아두었다.



호텔 체크인 시간은 오후 세시였지만 우리는 열두시를 좀 넘겨 도착했다. 혹시 지금 당장 체크인이 되는지 묻자 가능하다고 하더라. 우리는 얼른 체크인을 하고 밥을 먹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분보남보를 하노이 첫국수로 해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했고 여동생과 나는 맛있게 먹고 싹싹 비워냈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의 식당까지 그랩을 잡아 이동했다. 국수를 먹고 호안끼엠 호수까지 걷고 호수 주변 한바퀴를 돌았다. 제법 오래 걸었는데 중간에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내 얼굴이 시뻘겋게 익어버렸고, 여동생은 그런 내 얼굴을 보고 겁을먹었다. 언니 괜찮은거야? 나는 괜찮았지만 썬글라스를 챙기는 걸 잊었고, 여동생은 안되겠다고 모자를 사자고 쇼핑센터로 이끌었다. 우리는 덕분에 같은 디자인 같은 색깔의 모자를 샀다. 쇼핑센터를 통틀어 가장 저렴한 모자였고, 색이 딱 하나였기 때문에... 그래서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얼굴을 시뻘겋고...







그도 그럴것이 그 날의 날씨는 39도였다가 40도까지 올랐기 때문이었고, 바로 그 시간에 내가 걷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많이 걸었고 더웠던 우리는 까페 쓰어다를 먹기로 했다. 나는 이미 먹어봤고 이게 진하고 달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마시기 전만 해도 여동생만 마시게 하려고 했더랬다. 그런데 너무 땀을 흘리고 너무 더워서 두 잔을 시켰고 엄청 들이켰다. 이렇게 쎄고 단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가 이들에겐 있는 거였어!




커피를 마시다가 동생이 궁금해한 리치 들어간 음료도 한 잔 마시고, 우리는 성요셉성당으로 향했다.


나는 천주교도 아니고 하노이에 올 때면 어김없이 성요셉성당에 들렀는데, 그러니까 들를 의도가 있어서 들른 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eh 호안끼엠에서 숙소로 이동하노라면 자연스레 지나가게 되기도 했던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하노이에 가지 못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성요셉 성당이 자꾸 생각났다. 거기 가고 싶다, 거기 가고 싶어. 다른 나라에 여행하면서 성당에 들른 적도 많고, 유럽이나 미국의 성당은 성요셉성당에 비하면 규모도 훨씬 크고 화려했는데, 왜 성요셉성당이 특별히 더 가고 싶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렇게 성요셉성당에 도착했다.



성당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 성당 안으로도 들어갔다. 마침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는 가만히 잠깐 앉아있다가 나왔다. 성당에 가면 마음이 뭔가 숙연해지는, 어떤 홀리함이 전해지는, 그런 게 있다.


많이 걸어서 동생은 발마사지를 받고 싶어했고 그래서 우리는 발마사지 까지 받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은 내가 계획한대로 스테이크 였는데, 아니 무슨 스테이크가 10만원이나 하나요. 왜 유럽보다 비싼가요. 왜죠..






와인은 내가 주문했고 칵테일은 여동생이 주문했다. 여기 시그니처라고 하는데 정말 맛있다고 여동생이 크게 만족하며 마셨다.



다음날엔 내가 하노이 대학에 가보고 싶어했고 아침은 호텔 조식을 먹기로 했다. 호텔 조식 쌀국수 맛있었고 당연히 오믈렛도 먹었는데, 아니 세상에 여기 에그 베네딕트가 있는 거예요. 심지어 그 사이에 과카몰리를 넣었더라고요? 나는 흰죽 조식을 사랑하고 그래서 이 모든걸 다 담아 왔는데, 저기 저 쪽에 제육볶음과 볶음김치가 오 마이 갓 …








여동생은 그런 나를 보고 '언니 대식가구나!!'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사진 사이즈 어쩔… 수정하기 너무 고달프다 … 그냥 갈게요~


아침 먹고 배부르니 우리 산책을 좀 하자꾸나. 주변의 뚜레 호수로 갔다.





여동생은 좋은 파트너였다. 내가 이끄는대로 따라주었고 내가 헤맬 때면 도와주었다. 그렇지만 나는 미안했다. 하노이 대학에 가보고 싶어, 하니 그래 해서 여동생과 같이 걷는데, 그 날도 어김없이 39도 였던 것. 게다가 길은 걷기에 좋지 않았다. 인도임이 분명한데도 수십대의 오토바이가 줄세워져 있고, 인도임이 분명한데 걸을 공간이 부족해 차도로 내려서기도 해야했다. 번화가에 이르러도 도로의 사정은 걷기에 좋지 않았다. 왜 인도가 이렇게 걷기에 좋지 않은걸까, 했는데 여동생은 말했다.


"언니, 아무도 걷지 않으니까!"


그제야 나는 이 더위에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고작 우리 둘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동하는 사람들은 자가용이나 오토바이로 이동했고, 다른 사람들은 다들 가만 앉아있었다. 실내로 들어가있거나 실외여도 의자에 가만 앉아있었지, 아무도 걷지 않았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이야 나를 비롯한 관광객들이 땀흘리며 걷고 있었지만, 지금 걷고 있는 곳은 관광지도 아니었고 그냥 도심 한복판이었다. 이 날씨에 도대체 누가 걷겠어? 그제야 그간 하노이에 오면서 인도가 좋지 않았던 모든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인도에 오토바이를 세워두는 이유까지도. 이들은, 걷지 않는 거였다. 그러니 걷는데 최적화 시킬 필요도 못느꼈던 것. 정말로, 정말로, 나와 내 동생만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이 더위에 낯선 곳을 지도를 보며 걷고 있노라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또 흘러내렸다. 내 손수건은 숫제 짜면 내 땀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더라. 나는 여동생에게 미안해졌다. 여동생은 색다른 경험이라고, 이 더위도 이렇게 걷는 것도 그리고 이 많은 땀도 색다르다고 얘기했고 나에게 투정 한 번 하지 않았지만, 나는 너무나 미안하고 신경이 쓰였다. 나야 내가 원해서 내가 좋아해서 이렇게 하지만, 내 동행은 그게 누구든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이상 이 더위와 걸음이 힘들 터였다. 나는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포기했다. 더 갈 수가 없었다. 그만 가자. 그리고 에그커피나 마시러 가자. 지도에서 다시 에그 커피를 검색해 찍고, 이제 에그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그것도 또 제법 걸어야 했다. 나는 여동생을 정말 실컷 걷게 했다. 이 땡볕 더위에. 그렇게 도착해 간 까페에서는 그런데, 에그 커피는 아이스로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오, 신이시여. 우리는 더운데!


아이스 에그커피를 마시러 왔는데 아이스 에그커피가 안된다니.. 눈물이 났죠.

잠깐만요, 생각 좀 해보고 올게요. 하고 여동생과 테이블에 앉아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지금 다시 걸을 힘은 없는데… 하고 있는데, 직원이 다가왔다. 에그 커피는 아이스로 만들면 냄새가 나기 때문에 해줄 수 없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만약 너희가 원한다면 계란을 따로 주고 너네가 직접 아이스로 해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데 그러면 냄새가 나. 결국 여동생과 나는 에그커피를 따뜻하게 주문하고 연유커피를 아이스로 주문해 마셨다. 에그 커피는 맛있었다. 그런데 여동생은 아이스 에그커피를 꼭 맛보고 싶은가 보았다. 검색해보니 누군가가 에그 커피로 유명한 까페에서 아이스 에그커피 마셨는데 너무 냄새났다고 되어있더라. 여동생은 일단 에그커피 맛을 보고난 후 컵에 얼음을 달라고 해서 거기에 남은 에그커피를 부어 아이스로 만들었다. 오! 냄새가 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역시 에그 커피를 따뜻하게만 파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한참을 쉬고난 후 또다시 국수를 먹으러 갔다.


그리고 국수, 국수들!!







분짜, 반쎄오, 포 를 주문했는데, 여동생과 나는 이중에서 반쎄오를 제일 맛있게 잘 먹었다. 싹싹 긁어 그릇을 비워냈다. 놀랍게도 포는 제일 맛이 없었는데, 내가 그동안 베트남 다니면서 먹었던 쌀국수 중에서 가장 맛없었다. 베트남 쌀국수가 맛이 없을 수가 있다니?! 놀라운 발견이었다. 깜짝 놀랐다. 이 식당에 들어올 때 검색해봤던 한 블로거는 인생 쌀국수다, 너무 맛있다, 여기가 최고다, 라고 해서 똑같은 걸 시켰는데, 너무 맛없어서 정말이지 당황스러웠다. ㅎㅎ 너무 내 취향 아닌 국수였다.



고단했고 쉬고 싶었다.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여동생은 전신 마사지를 받으러 갔고 나는 침대에서 잤다. ㅋㅋ 그리고 저녁은 루프탑 바에서 먹기로 해 올랐다. 65층에 도착하고 나서도 2층을 더 올라야 루프탑 바가 나왔다. 하늘과 좀 더 가까워졌고 하늘 위에 어쩐 일인지 붉은 달이 떠있었다.




나는 이 분위기와 음악 소리에 너무 신나서 주문을 받으러 온 웨이터에게 달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걸 좀 봐, 붉은 달이야!"


직원은 웃으면서 알고 있다고 했다.


술이 가득한 메뉴판에 그런데 마가리타가 없었다. 나는 여동생에게 마가리타를 맛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직원에게 물었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마가리타를 만들어 줄 수 있니?"


직원은 그렇다고 했다. 그렇게 내가 주문한 마가리타와 여동생이 주문한 칵테일이 나왔다.



여동생은 마가리타 짜다고 싫어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때 온도가 35도였지만 옥상은 바람이 불어 덥지 않았다.

이 분위기가 진짜 너무 좋아서 울고 싶었다.

여동생에게 '지금 너무 좋아서 울 것 같아!' 몇 번이나 말하며 즐겼다.

그리고 실내로 가서 한 잔 더 하자고 했다.

나는 63층의 바bar 로 내려가 잭콕과 모듬 튀김을 주문했다.

메뉴판에 잭콕 없지만 가능하니 물었더니, 가능하다며 잭다니엘 온더락과 코카콜라 캔을 주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날 조식으로 제육덮밥을 먹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세상에, 제육 대신 떡볶이와 김말이가 있더라. 저기요, 이보세요 여러분? 어떻게 제육 대용이 떡볶이죠? 크게 실망하고 대신 다른 것들을 배터지게 먹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 더위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을 걷게 하는 일을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베트남은, 이 더위는, 나니까 다니는거지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권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상대가 싫어하지 않았어도 내가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동행이 있다면, 신경 쓰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백화점이나 상가에 들어가서도 그리고 호텔에서도 내가 어김없이 출구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노라니, 동생은 내게 정말 엄청난 방향치라고 말하며 나가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신기하게 지도 보고 길은 잘도 찾아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런 동생에게 답했다.


"지도 보고 길도 못찾았지, 당연히. 엄청나게 반복된 훈련이 나를 이렇게 만든거야."



그랬다. 일전에 미국에 함께 간 친구도 커다란 마트에서 내가 출구가 아닌 곳으로 향하는 걸 보고 빵터져서 웃으면서 "엄청난 방향치인데 지도는 하도 봐서 훈련됐구나?" 했더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항상 못찾아서 내 여행친구는 객실 문을 나서자마자 항상 내 뒤에서 양어깨를 잡고 방향을 아예 처음부터 정해주곤 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천공항에 내려 동생과 헤어지기 전, 동생은 나를 몇 번이나 안아주었다. 나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했어, 하면서. 나는 그 심한 더위에 여동생 데리고 걸었던 게 영 걸린다. 베트남은 혼자 가는 걸로 …너무 … 덥다 



집으로 가기 위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탔다. 해가 지고 있었다.




밤 아홉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고, 엄마는 다음날 출근인 내 걱정을 하셨다. 너 피곤해서 어떡하냐 고. 그렇지만 나는 걱정되지 않았다. 내가 이미 다 알고 한 일인걸. 나는 괜찮아! 정말 괜찮았다. 나는 그 땡볕에 걸었던 것, 옷을 흠뻑 적셨던 것도 좋았고, 여동생과 내내 붙어 있었던 것도 좋았다. 발마사지 받은 것도 좋았고 여동생과 루프탑바에서 함께 신나한 것도 좋았다. 너무 좋아서 울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것도 좋았다. 여동생에게 라운지를 이용하게 할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다 언니가 돈 쓰고 다녀서 그렇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텔에서 a 레스토랑 가려다가 착각하고 b 레스토랑으로 갔고, 이상하다 여기가 여기가 아닌데, 하고 나와서야 아이코 이럴 줄 알았어 했는데, 다음날엔 또 그 경험으로 인해 처음에 간 레스토랑에서 잭콕을 알지 못한다고 하자 '어제 거기로 가자'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어제의 실수가 오늘의 대안이 되는 일이, 여행에서 일어나는 거다. 이런 거 너무 좋다.


오랜만에 성요셉성당을 보아서 좋았고, 뜻밖의 에그베네딕트가 좋았다. 제육덮밥 먹고 싶어진 건 역시 미래는 예측불허. 


한국에 오니 추웠다. 그리고 일해야 했다. 열심히 일해서 또 여행 가야지.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야지. 현란한 영어솜씨를 뽐낼 수 있도록 영어책 읽기에 집중해야지. 구체적으로 뭐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영어책 읽는 거 좀 도움된 것 같다. 어쩐지. 느낌적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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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5-09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사에서 본 베트남 폭염!
폭염도 다락방님의 걷기를 멈출 수 없다!!
음식 다 맛있어 보입니다.
점심 쌀국수 먹어야겠네요!

다락방 2023-05-09 13:44   좋아요 1 | URL
기사에… 나왔습니까, 베트남의 폭염이? 오, 마이, 갓.
저 햇살과함께 님의 이 댓글을 보고 여동생에게 미안하다고 연락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아, 내가 잘못했구나!

저는 한동안 쌀국수를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ㅎㅎ

단발머리 2023-05-09 1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기다리던 여행기, 자유여행의 끝판왕 베트남 쌀국수 여행기 너무 잘 봤습니다. 그리고...

언니, 이제 언니라고 부를게요.
저도 사 주세요. 저도 저기 저....
분보남보, 커피, 스테이크, 오무라이스, 쌀국수, 분짜, 반쎄오, 포.... 전부 다 주세요, 언니...
그리고 저 이거 다 사주시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테니 일 많이 하시구요. 연락 기다릴게요, 언니!

다락방 2023-05-09 13:49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 님께는 원하시는 모든걸 다 사드릴 의지가 저에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40도 더위는 피하도록 합시다. 제가 신경쓰여서 안되겠어요. 하노이는 5,6월이 제일 덥거든요. 사실 그래서 저는 부러 그 때 가고 싶었던 거긴 한데 그래도 39도~40도는 좀 너무했던 것 같아요. ㅋㅋㅋ
단순히 먹고 걷는 것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면, 떠납시다, 쌀국수의 나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5-09 12: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 이유가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 이유있는 사람들 ㅋㅋ 에그베네딕트 사진에 눈돌아가요!! 앞으로 여행을 제가 얼마나 다닐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여행을 하면 무조건 3만보를 걸을 겁니다. 반드시 여행은 걸.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옳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3-05-09 13:50   좋아요 2 | URL
저는 에그 베네딕트 먹으러 런던에 다녀온 사람인데, 아니 글쎄 하노이 호텔에 에그 베네딕트가 있는겁니다. 세상일은 알 수 없어요. 하노이에서 에그 베네딕트를 만날 줄이야! 물론 제육볶음도 ㅋㅋㅋ 제육볶음 너무 좋아했던 건 안비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저를 어쩔 수가 없네요.

3만보 걷기는 좋지만, 그러나 40도에서는 만오천보로 줄입시다. 40도에서는 오천보만 걸어도 얼굴이 시뻘겋게 익고 옷이 다 땀으로 젖어요 ㅠㅠ

물감 2023-05-0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 다락방님 글이 안올라오면 해외 가셨다고 생각하면 되는거였네요 ㅋㅋㅋ
근데 베트남 날씨 덥네요 벌써부터 ㅋㅋㅋㅋ 에그커피맛 궁금궁금

다락방 2023-05-09 13:51   좋아요 2 | URL
설마요. ㅋㅋ 그건 아니고요, 제가 사무실에 출근하는 순간 사무실이 저의 작업실이 되므로 주말은 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9,40도는 엄청 뜨겁고요 또 베트남이 습하기도 합니다. 땀냄새 작렬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확률이 매우 높음을 알려드립니다. 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5-09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글을 다 읽고 나니 함께 실컷 먹고 마시면서 더위 속을 누빈 느낌입니다!! 저는 연휴 때 부모님과 셋이 담양으로 여행 다녀왔는데 비가 오고 내내 추웠어서 그런지 바로 몸살나서 앓아누웠거든요.. 이런 강행군에 바로 다음날 출근까지 하시다니!! 다락방님의 멋진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체력이 특히 멋지십니다..💕 이 여행 굉장히 고생스러울 것 같은데 생애 한번쯤은 따라가보고 싶어요ㅋㅋㅋ

다락방 2023-05-09 13:53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제가 어제 출근도 했고 심지어 퇴근 후에 어버이날이라고 피자 포장해가가지고 와인과 피자를 먹지 않았겠습니까. 하아- 저도 저를 어째야 좋을지. 제가 피로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아닌데, 피로 회복은 좀 빠르지 않나 싶어요. 이게 다 저의 체지방이 하는 일… 일까요? 껄껄. 저의 체지방 덕분에 베트남에서 땀을 10리터는 흘린 것 같습니다. 에휴 …
이 여행을 저와 함께 하신다면 저에게 대단히 화가 나실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5-0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더위로 기사가 났길래 아이구야 했는데 그 더위에 거기 계셨군요. 저도 만약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혹서에 걷는다는 것이 걸렸을 것 같네요ㅠㅠ 하지만 동생분은 언니와의 진득한 추억이 되셨을 듯합니다.
저도 심한 길치라 공감하며 읽었어요. 같은 길을 가야 그나마 학습으로 그나마 길을 찾을터인데 한번 가는 길은 도무지... 암튼 무사히 한국에 도착한게 다행이죠~ㅋㅋㅋ
야무지게 마사지도 알차게 받으셨네요^^ 밤에 루프탑, 좋은 사람과 함께 저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다락방 2023-05-09 13:56   좋아요 0 | URL
기사가 날 정도로 더운 날씨에 걸었다니, 동생에게 너무 미안하네요. 이런 언니라서 미안해, 동생아. 널 땡볕에 걷게 했구나…
네, 저야 제가 선택한거지만 제 동생은 덥다는 말을 들었어도 이렇게까지 더운줄은 몰랐을 것이기에, 투정을 부리지 않았음에도 정말 신경 쓰이더라고요. 정작 동생으 제 얼굴 보고 제가 쓰러지지 않을까를 걱정했지만 말입니다. 하핫.
예전에는 종이 지도를 보고 찾아야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이젠 구글맵으로 다닐 수 있어서 그나마 여행하기 되게 좋아진 것 같아요. 또 번역 앱 깔아두면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혼자 여행하기에 디지털 기기는 참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게 편하고 좋지만, 과연 좋은건가 싶기도 하고요. 하하하하.
야경을 보는 건 어디서나 참 감상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도시의 야경은 사랑입니다. ♡

독서괭 2023-05-09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풍경사진보다 음식 사진이 대빵 큰 것, 그것이 다락방님의 마음 아닐까요? ㅋㅋㅋㅋ
와 지금 베트남은 엄청 덥군요?? 그럼에도 열심히 걷고 오신 다락방님.
울고 싶을 만큼 좋다고 하셨는데, 아이들 키우다 오랜만에 해외여행 갔을(아마도?) 동생분은 또 얼마나 좋았을까요! 언니랑 둘만의 여행이라니. 저도 언니가 비혼이고 여행 좋아하는데, 언니랑 여행가면 언니 가자는대로 잘 따라다닐 수 있는데.. 언니랑 여행가고 싶네요 흑흑. 저도 몇년 뒤면 가능하겠죠?
39도에 막 걷게 해도 색다른 경험이라고 얘기하는 동생분.. 다락방님 남매는 모두 성격이 좋으신가 봅니다.
다락방님 현란한 영어솜씨 기대할게요 ㅎㅎㅎ

다락방 2023-05-09 13:59   좋아요 2 | URL
여동생은 올해 초에 싱가폴 다녀오긴 했는데 엄마 모시고 여동생 식구들 다 다녀온 거거든요. 그런 여동생에게 자기가 홀로 떠나는, 그러나 믿고 의지할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은 큰 바람이긴 했어요. 저는 너무 뜨거운 날씨라 미안하기도 했고, 여동생은 저만큼 쌀국수를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여동생에게 좋은 여행이었던 것 같긴 합니다. 후훗. 언니랑 동생 둘만의 여행은 너무나 편하잖아요. 호텔에서도 서로 막 벗고 돌아다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서괭 님도 언니분과 즐거운 여행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랄게요. 제일 편한 상대니까요!!

현란한 영어솜씨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빠샤!!

잠자냥 2023-05-09 1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 40도에 걷기!
저도 사실 베트남 갔을 때 40도에 걷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걸었습니다....만 40도에는 다시 걷기는 싫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여동생과 함께 해서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근데 부장님 거기서 제육볶음 김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부장님!!!!!

다락방 2023-05-09 14:01   좋아요 2 | URL
인도가 걷기에 최적화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은 걷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온 여행이었습니다. 40도 걷기는 정말 빡센 것 같아요. 호텔에서 그냥 드러누워 호텔의 시티뷰를 즐길걸 그랬나 싶지만, 그렇지만 제가 또 땀을 흠뻑 흘리니 노폐물 다 빼낸것 같아 기분이가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과 함께라서 편하고 좋았어요.

아니 그러니까 저도 제가 제육에 꽂힐줄은 몰랐 … 저는 대한민국에 최적화 되어 있는 육체인듯 합니다. 제육볶음 너무 맛있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5-0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연휴에 여동생과 베트남.... 너무 좋았던게 글과 사진에서 다 묻어납니다. ^^
그런데 하노이의 저 기온 실화입니까? ㅠ.ㅠ
저 오늘 아침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격이 드디어 떠서 올여름 베트남 항공권 드디어 티켓팅에 성공했습니다. 올여름에는 저도 베트남에서 알라딘을..... ㅎㅎ 저는 지금부터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돈 모아야겠습니다.

다락방 2023-05-09 14:03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 님, 베트남은 5-6월이 가장 덥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갔던 때처럼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이니, 그 시기를 피하시면 베트남의 더위도 지치지 않게 경험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쌀국수를 많이 드시고 싶으시다면, 제가 읽었던 책 ‘진유정‘의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왔네>를 추천해 드릴게요. 저는 베트남과 쌀국수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이 책 읽고 으앗 이게 뭐야? 하고 이 책 들고 베트남에 가게 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님의 여행, 화이팅!!

잠자냥 2023-05-09 14:20   좋아요 1 | URL
돌이 님 요즘 남아시아/동남아시아 이상 기후로 폭염 심하대요... 참고하세요..ㅠㅠ

바람돌이 2023-05-09 16:27   좋아요 0 | URL
저는 7월 말에 갑니다. 뭐 언제 가든 더운 곳이니 그건 미리 각오하고요. ㅎㅎ 다락방님 책 추천 감사해요. 처음 듣는 책인데 읽어보고 가서 곳곳에서 쌀국수 가득 먹겠습니다. 이제 겨우 티켓팅했는데 앞으로 계획 열심히 짜서 곳곳의 쌀국수 맛집을 다 넣어서 먹어버리겠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3-05-11 09:14   좋아요 0 | URL
베트남에서라면, 바람돌이 님이 들어가는 식당이 그 어디든, 그곳이 바로 맛집입니다!! ㅎㅎ

유수 2023-05-09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막 나라의 도시에 잠시 살았는데 거기서 인도를 걷고 있으면 구조해주려고 하더라고요. ㅎㅎㅎ 이 여행기 보며 떠오르는 게 많은 게 저뿐만이 아닌가 봐요. 어제의 실수가 오늘의 대안! 이거 너무 다락방님만의 기운이 담긴 말이라서 저도 오늘 품고 다니렵니다!!

다락방 2023-05-09 14:0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동안 여러차례 베트남에 갔었는데, 그동안 한 번도 길에 걷는 사람이 없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었어요. 제가 너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사람인 듯 합니다. 여동생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번 여행에서도 깨닫지 못했을 거예요. 이래서 사람은 늘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우는가 봅니다. 혼자서는 1인분의 생각밖에 못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라면 그만큼의 생각이 더 생겨나게 되니까요. 여러모로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유수 님, 우리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힘차게, 기운차게 살아봅시다. 빠샤!!

유수 2023-05-09 14:08   좋아요 0 | URL
혼자 자주 하는 생각인데, 관광객일 때의 저와 거주자일 때의 제가 달라서 그런 거 같아요, 제 경우엔. 의도하지 않았는데 모드전환을 하게 된달까 ㅎㅎ 그러게요 다락방님은 여동생 분 덕분에, 저는 다락방님 여행기 덕분에 배웠네요. 즐겁게요. 고맙습니다!! 빠샤!!

라로 2023-05-0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이 예쁜 자매들이군요! 그나저나 무척 부러운 포스팅이에요!!! 괜히 낼 일하러 가기 싫어짐요. 🤣

다락방 2023-05-09 14:06   좋아요 0 | URL
오호호 감사합니다. 저는 여행 다녀와서 기분이 좋은데 그런데도 회사는 때려치고 싶네요? 그러나 앞으로도 여행을 다니고 싶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면 회사를 다녀야 하고 …

힘을 냅시다, 라로 님!! 빠샤!!

DYDADDY 2023-05-09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글에 인도라는 단어에 인도에 다녀오신 줄 알았는데 인도에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군요. ㅋㅋㅋㅋㅋ
혼자 하는 여행도 좋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과 즐겁게 돌아다니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일 것 같아요. 게다가 방향치에게 동행은 큰 도움이 되지요. ㅎㅎㅎ (저도 방향치 ㅠㅠ)
일의 목적이 단순하게 돈이 아닌 경험을 사는 것이라면 열심히 일하실 동기가 충분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 여행기도 고대하고 있을께요. 같은 곳을 가지는 못해도 눈으로 맛있게 먹겠습니다. ^^

다락방 2023-05-10 10:59   좋아요 1 | URL
인도는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가보고 싶은 생각도 안드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ㅎㅎ

맞습니다, 대디 님. 혼자 여행도 즐겁지만 마음 맞는 사람과의 여행도 즐겁죠. 그런데 저는 낮에 돌아다니고 뭐 먹을 때는 혼자인 게 더 좋은 것 같고요, 숙소에 들어가면 그 때는 사람이 있는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오늘 어땠는지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그립더라고요. 그런데 걸을 때는 혼자인 게 제일 좋아요. 하핫.

돈 벌어야죠, 대디 님. 돈 벌어야 술도 마시고 밥도 사 먹고 여행도 가고 호텔도 예약하고 책도 사고. 그래서 저는 여태 퇴사 안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가 봅니다. 현재 잡혀있는 여행은 7월인데, 그 전에 한 번 또 기회를 노려볼까 해요. 후훗.

잠자냥 2023-05-09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장님! 투비 아니 적립금 확인해 봐!!! 그동안 투비 글 열심히 올리거나 응원 열심히 한 분들도 다 확인해보세요~~~ ㅋㅋㅋㅋ 알라딘이 적립금 쐈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3-05-09 20:59   좋아요 1 | URL
알라딘 투비에 진심이구나 🥹 그리고 책나무님 ㅋㅋ 댓글왕 2등이시던데요 ㅋㅋㅋ

잠자냥 2023-05-10 12:04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발동동 ㅋㅋㅋㅋㅋㅋ 책나무 님 투비에도 알려드림 ㅋㅋㅋㅋ

다락방 2023-05-10 10:59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진짜 내 인생의 돈 알리미 …
그 알라딘 앱에서 기대평 누르는 그거 알려주셔가지고 종종 천 원씩 들어오고 있거든요. 물론 유효기일이 짧아서 바로바로 책을 사야 하지만 ㅋㅋㅋㅋ 그런데 이번에 투비 적립금 알리미 까지. 잠자냥 님, 복받으실 겁니다!

잠자냥 2023-05-10 12:04   좋아요 1 | URL
돈을 드리고 싶어도 드릴 수가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알리미라도 충실히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She couldn‘t see it.















《기척》은 《제인 에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써낸 '레이철 호킨스'의 소설이다. 레이철 호킨스를 내가 들어본 것 같고 읽어본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읽은 작품이 없더라. 그런데 왜이렇게 이 이름이 익숙하지? 엄청 익숙한데? 하고 곰곰 생각해보니, 오호라, 폴라 호킨스였다. 내가 읽은 건 폴라 호킨스였어. 호킨스 라는 성 때문에 내가 들어본 것 같았구나!


진 리스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썼는데 레이철 호킨스가 《기척》을 쓰다니. 《제인 에어》가 읽고나면 정말 할 말이 많은 작품인가 보구나 했다. 진 리스가 제인 에어를 읽고 '다른 면이 있을 거'라며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집 안에 갇힌 버사 부인의 입장에서 써냈다면, 레이철 호킨스는 제인 에어도 읽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도 읽고 제인과 버사 부인 모두를 화자로 내세워 기척을 써냈다. 제인 에어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니, 내가 제인 에어를 막 좋아햇던 건 아니었지만, 요즘 작가가 어떻게 써냈을까 싶어 호기심에 읽어 보았다.


'제인'은 위탁가정을 옮겨다니던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부유한 동네에서 부유한 집안의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개 산책을 시키던중 '에디'라는 부유한 남자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며 결혼하기에 이른다. 그 남자는 잘생기고 섹시하고 다정하고 심지어 엄청난 부자이다.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집에 살게 되고 한 번도 경헙해보지 못한 욕조에 몸을 담글 수도 있다니. 그녀는 이제 이 부유한 마을의 다른 여인들처럼 되고자 한다. 그 과정은 사실 결코 쉽지 않다. 


에디는 현재 싱글이지만 그에겐 실종된 부인이 있다.언젠가부터 제인이 집안에서 나는 소리들을 듣게 되는데, 이런 굵직한 이야기의 흐름은 제인 에어와 같지만, 그러나 현대적인 제인과 현대적인 버사는 브론테의 제인, 버사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제인은 백인 남자가 사회에서 가지는 위치, 그리고 빈부의 계급차를 알고 있다. 제인과 버사의 목소리를 교차시키는 건 브론테와 진 리스를 읽었기에 가능해진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리고 로체스터인 에디에게도 물론, 나름의 생각과 계획과 사정이라는 게 있다.


에디는 이 큰 집의 침실에는 제인을 두고 그리고 저기 위층에 버사를 두고 두 여자 사이를 오고간다. 그러다가 독자인 나는 느닷없이 이런 문장을 읽게 된다.




하하하하하. 자, 그와 잔 여자는 누구일까요?


1. 제인

2. 버사

3. 제 3의 여인

4.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얼마전에 (먼댓글로 연결한) 단발머리 님의 페이퍼에서 읽었던 문장이라,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반가운 문장이었다. 



음. 제인이 버사의 존재를 알게 되는지 궁금해서, 진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지만, 그러나 이 책은 딱히 내가 좋아할만한 책은 아니다. 좀 더 현대적인 시선을 갖추고 있고 또 버사와 제인에게 주체적이고 생생한 캐릭터를 부여하긴 했지만, 이 책에 쏟아졌다는 찬사가 적합한 것 같진 않다. 가난하게 자란 시절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부유해지고 싶은 마음 너무 잘 알겠고,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본 적 없으니 그들에게 속하고 싶은 것도 알겠지만, 바로 그런 지점에서 내가 공감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고 있었다. 어제 페이퍼에도 썼던 것처럼, 그동안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나의 지금을 형성했고, 내가 지금 이런 사람이 된 건 다시 말해 나의 그런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인이 부촌 마을의 부유한 여자들 무리에 단단히 속하고 싶은 마음은 모르는 바도 아니고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전제되는 게 이 부자 남자의 아내, 반드시 결혼으로 맺어진 아내여야 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프로포즈를 받기 위해 어떤 수를 쓸까, 하는건 너무 내 취향이 아니었다.


가족도 없고 가난했으니 나 스스로 재산을 형성하기엔 당연히 무리가 있고, 아무리 열심히 이집 저집의 개를 산책 시켜봤자 부촌 마을에 어떻게 집을 사나. 그런 집에 살고 싶다면 그런 집에 사는 남자를 꼬시는 게 더 빠른 길이다. 아니,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부자 남자와 결혼하는 젊은 여자들에 대해 세상이 '돈 보고 결혼했다'고 손가락질 하는 걸 보노라면, 나는 되묻고 싶다. 너는 뭘 보고 결혼했는데? 뭘 보고 할건데? 왜 돈 보고 하면 안되는데? 돈 없는것보다 있는게 낫고, 내가 가진 자원이 미천하여 미친듯 노동해도 한 달에 이백 번다면, 그러면 이미 억대 연봉 받는 남자랑 결혼하는 게 좀 더 편한 삶에 빠르게 가는 길 아닌가. 뭐 그렇긴 하지만 지금 여기의 나에게 '어떻게 저 남자로 하여금 나랑 결혼하고 싶게 만들지?' 이건 내 감성이 아니라서..  제인 에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면 역시 진 리스가 짱인 것 같다. 





어제 올렸어야 했지만 너무 바빠 못올린 책탑.

지난주에는 이렇게 세 권만 딸랑 샀다.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는 줄리언 반스의 소설이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뭐였지?) 이 책이 언급되길래 읽고 싶어서 샀다.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은 내가 진작에 산 줄 알았는데 책장에 없어서 샀다. 물론 사기 전에 '아 이거 산 것 같은데' 하고 <산책>앱도 검색했는데 안나오더라. 안..산건가? 사실.. 산책 앱에 책 안올린지 좀 되었다. 내가 그럼 그렇지.. 여튼 안보여서 샀는데, 안산거 맞쥬?


《암컷들》은 트윗에서 원서 알게 되어서 나중에 번역본 나오면 사야지 찜해두고 있었는데 아니 번역이 되었다는 거예요. 이게 무슨 일이야,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구먼! 하고 부랴부랴 주문했다. 마음이 급했다. 연휴 동안 하노이에 갈 계획이었는데, 비행기 안에서 읽을 책을 고르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었던 바, 바로 이 책이다 싶었던 거다! 비행기 타기 전에 내 손에 들어오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주문했고, 그렇게 도착도 완료하였고, 그래서 비행기에 가지고 탔지만!! 오고 가는 길에 작가 소개만 읽은 거, 실화인가요? 


하 … 가방만 무거웠고, 제기랄

비행기안에서 이 책 읽을거야! 하던 간절한 마음이 한국으로 그리고 내 집의 내 침대로 돌아오는 순간 싹 사라져버려, 아마도 이 책은 또 사두고 안읽은 책이 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래서 어제 책을 주문했다는 놀랍지만 안놀라운 소식



자, 이제 작업실에 출근한만큼, 여행기 페이퍼를 쓰러 가겠다. 고고씽!!



아, 그리고 내가 인생 목표 하나 또 생겼으니. 저 문장 실제로 써보는 거다.



'독자여, 나는 그와 잤다!'


얘들아, 내가 자고 싶은 남자가 생기면 저 문장 페이퍼에 꼭 쓸게. 꼭 기다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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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5-09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꼭 성적인 부분이 아니라 심지어 친구일지라도)는 것은 상대의 어떠한 면이 좋아서 관계의 지속성을 유지한다고 봐요. 그 조건이 외모일 수도 있고, 성격일 수도 있고, 성관계일 수도 있고, 하다못해 그집 강아지가 예뻐서일 수도 있죠. 부유함이라는 것도 그런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관계를 선택했을 때 나중에 그 관계를 감당하고 솔직하면 되는거죠. 부유한 사람과 관계맺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젠더적인 문제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어요. 지금은 어느정도 달라졌지만 ‘부유함‘이라는 것은 관습적으로 남성에게 허락된 단어였으니까요.
성이라는 문제에 있어 우리가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것도 그저 여러 조건 중 하나인데 굳이 사랑의 최종 확인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너무 급진적인가요? ㅋㅋㅋㅋㅋㅋ
이번 여행에서도 맛있는 것을 많이 드셨을터이니 맛있는 여행기 기대할께요. ^^

다락방 2023-05-09 12:37   좋아요 2 | URL
애초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아닐 뿐더러 여성에게 더 불리한 조건이 주어지는데 미친듯이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고, 그런데 가난하게 사는게 지긋지긋하다면, 지금 나에게 부족한 자원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그것은 대디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주 많은 다른 이상형이 존재하겠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끌리는 거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뭐 저는 부자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말입니다. ㅎㅎ 부자랑 저랑 활동반경이 다르기 땜시롱 우연히라도 마주치질 않네요? 껄껄.

잠자냥 2023-05-09 15:49   좋아요 1 | URL
아 그래서 대디 님이 즤집 고양이들이 예뻐서 저에게 그리 많은 응원을 하사하시는 것이로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5-09 16:38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 많은 응원이라뇨? 츄르 한개 값도 안나올.. (바닥에 끼적끼적 ㅠㅠ) 하지만 잠자냥님의 고냥님들과 글을 많이 좋아 하는 것은 맞아요. ㅎㅎㅎㅎ
얼마전 <여자는 인질이다>의 말미에 나온 해결책으로 제시한 SF를 통해 상상력을 가져야한다는 부분에서 잠자냥님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 글이 지속되는 것을 보기 위해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야겠죠. 관계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니까요. ^^

단발머리 2023-05-09 1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우리는 이 문장을 두 번이나 만난거죠? ㅋㅋㅋㅋ 저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 문장이 미국 작가들이 한 번쯤 써 보고 싶어어하는 그런 문장인가? 이런 생각이요.

전, 이 페이퍼 읽는데 <푸른 수염>이 생각나고, <피로 물든 방>이 생각나고, 그리고 하성란의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가 생각나고 그러네요. 과거 있는, 아내가 실종된 미스테리한 부유한 남자, 잘생긴 남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로체스터는 아닌데.
이 소설의 남주는 잘생기고 섹시하고 다정하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다락방 2023-05-09 12:38   좋아요 1 | URL
저도 되게 써보고 싶은 문장이에요. 정작 저는 제인 에어에서 저 문장을 읽은 기억은 전혀 없거든요. 그런데 단발머리 님 페이퍼 덕에 알았고, 그랬더니 여기에서 똭!! 알아챌 수 있었어요. 이래서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 되는겁니다. (이게 아닌가? ㅎㅎ)

잘생기고 다정하고 돈도 많고 섹스도 잘하고 뭐 그런 남자인 것입니다.

아무튼 제가 올해 안에 ‘독자여, 나는 그와 잤다!‘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킁킁.

건수하 2023-06-15 09:06   좋아요 0 | URL
저 오늘에야 이 문장이 다른 두 책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엔 같은 책인 줄 알았지 뭐예요...
재밌네요. ㅎㅎ

다락방 2023-06-15 09: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단발머리 님 아니었으면 제인 에어에 저 문장 나온다는 것도 몰랐을 겁니다. 아, 거긴 결혼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6-15 10:09   좋아요 0 | URL
Reader, she thought, I slept with him.

피터 스완슨의 문장 한 번 더 놓고 가는 이 마음 ㅋㅋㅋ 저도 사실 저 문장을 한 번 써먹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일단 ‘그‘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slept with him‘이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 좀 해볼게요. (지금?)

아니요, 지금 말고.... 이따 밤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5 10:13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은 오늘밤에 생각해보시고요,
저는 올해가 가기 전에 행동하겠습니다.

I slept with him.

이거 행동으로 옮길게요. 불끈.

단발머리 2023-06-15 11:4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
다락방님 💪💪💪💪💪

공쟝쟝 2023-05-09 1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꿈에서 마저 잔나비 내쫓는 분의 마지막 문장 쓰기ㅋㅋㅋ 기다립니다.. (흠흠) 🙊🙈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5-09 12:39   좋아요 1 | URL
2023년 안으로 한 번 쓸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가만 있자, 5월이니까 지금은... 흠흠. 아직 반 년 남았으니 뽜이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일로 줄리언 반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5-09 13:46   좋아요 0 | URL
어디서 저 책을 알게 됏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최근에 읽은 무언가였는데 말입니다. 최근에 어딘가에서 저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샀는데, 그게 뭐였는지 원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저 소릴 들으려나......... *먼산*

다락방 2023-05-09 13:46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올해 안에 들려드릴겁니다. 딱 기다리고 계세요!! 불끈!!

잠자냥 2023-05-09 14:19   좋아요 2 | URL
잔나비가 올해 안에 근육을 키울 수 있을지......*먼산*

다락방 2023-05-09 14:27   좋아요 2 | URL
그런 애송이는 제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흠흠.

바람돌이 2023-05-0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갑자기 저런 문장을 만나면 빵 터지다가 뭥미? 할듯한 분위기.....
락방님 책에서 저 문장을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면 제가 먼저 꼴가닥할지도..... ㅋㅋ

다락방 2023-05-09 14:27   좋아요 2 | URL
책으로 하려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고요, 페이퍼에 쓰겠습니다. 그러니 제 페이퍼 놓치지 마세요. 올해 안에 올라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따라쟁이 2023-05-1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문장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쓸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ㅎㅎㅎ
저 한 문장으로 인해 책은 저의 장바구니로 쓕쓕
 
뜻밖의 사람
















같이 읽는 친구중 한 명은 이 책을 종교서적을 읽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친구의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교훈적이고, 그래서 처음에는 '아무리 정희진 쌤이라도 …' 가 되었다. 아무리 정희진 쌤이 추천한 책이라도 그렇지, 나랑 안 맞을 수 있지. 이 책을 읽는 일이 고될 것 같았다. 길게 느껴질 것 같았고 그래서 빨리 진도를 빼고 싶었다. 지루하고 교훈적이고, 사실 읽기 전에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바로 그 모든 내용들이 이 책안에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긍정적이고 선하고 좋은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사실, 모든 책이 그러하다.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정리해둔 걸 우리가 읽을 뿐 아니던가.


정확히 이 책이 좋아진 지점은 어떤 관계도 실수가 아니라고 말할 때부터였다. 


우리는 어떤 관계가 지속되지 못하면 그 관계가 실패했다고 여깁니다. 마치 완벽하고 성공적인 삶이란 95년 동안 지속된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는 성공적이고 완성된 관계란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계가 단지 6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하더라도, 그 관계는 성공적이고 우리 자신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관계가 필요치 않을 때, 관계 그 자체는 성공적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 P79


사람들은 헤어졌다가 또다시 만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아직관계가 끝나지 않았고 치유해야 할 상처들이 남아 있을 때 일어납니다. 하지만 때로 겉으로는 관계가 이미 끝났지만 마음속으로 그것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됩니다. 삶에서는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마무리란 관계의 완성과 실패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관계에 실수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정해진 대로 일어납니다. 첫만남에서부터 마지막 작별 인사까지, 우리는 서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관계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자신이 미리 갖고 있는 기준을 버릴 때, 누구를 얼마나 오래 사랑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도 해방될 수 있습니다. 신에게 선물 받은 위대한 사랑을 찾기 위해서는 이런 한계들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 P80



There are no mistakes in relationships; everything unfolds the way it's supposed to. From our first encounter with one another to our last good-bye, we are in relationships with each other. We learn through them to see our souls, with their rich topograpy, and to deliver ourselves to healing. Wen we let go of our preconceived agendas in loving relationships, we set aside questions of whom we will love and for how long. We transcend these limits to find a love that is magical and created by a force greater than us, just fo us. -p.54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가 '관계에 실수란 없다'고 말해주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마리 루티'가 생각났다. 내가 이별 직전과 이별후 한창 힘들었을 때, 나는 사랑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공부하면 사랑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잘 행하고 무엇보다 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다른 모든 부수적인 감정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접한 책이 '마리 루티'의 《하버드 사랑학 수업》였고, 그게 내가 읽은 첫 마리 루티였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책이었고, 그 책에서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다는 것이 나에게 '사랑의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보통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것, 행복한 끝을 결혼 혹은 함께 사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니, 더이상 함께 하지 않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사랑의 실패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하나의 사랑이었다는 거다.



 













사람들은 장기적인 안정성을 기준으로 연애의 성공을 측정하곤 합니다. 남녀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지속석 외에도 다른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영혼을 건드리지 않는 밋밋한 관계를 오래 끌고 가느니 아주 잠깐이라도 무모한 열정에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불안정한 관계를 좇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안정감, 편안한, 신뢰감이 추구할 가치가 없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랑의 가치를 이런 식으로만 평가한다면 우리는 사랑의 근본적인 소명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의 가장 감동적인 통찰은 사랑의 좌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런 고통스러운 좌절은 인생의 방향을 전체적으로 재평가하게 만듭니다. 그것이야말로 좌절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보상인 셈이죠. (pp.22-23)


나는 지속되는 사랑이 예외이고 상실이 일반적인 거라고 말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직물은 처음부터 상실이라는 실로 짠 것입니다. 사실 사랑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사랑이 본디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언제라도 잃을 수 있음을 알기에 사랑을 고귀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아끼는 것은 모두 찰나의 것들입니다. 들판의 야생화가 아름다운 것도 잠시 피었다 지기 때문입니다. (p.229)


언제고 사랑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의 엄연한 이면일 뿐입니다. 사랑은 또한 오래 지속되지 않아도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고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은 오히려 그런 사랑입니다. (p.230)



그러니까 뜨겁게 사랑하다 헤어지는 것은 사랑의 실패가 아니라, 사랑의 이면이라는 거다. 



아주 오래전에 '스칼렛 요한슨'이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았더랬다. 언급했다시피 스칼렛 요한슨은 그 영화에서 조연이었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단역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영화속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셰프인 남주가 만드는 음식을 다 맛보고 실수로 인해 절망하고 실패한 셰프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는 사람이었다. 그 당시 주인공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고 중요한 사람은 스칼렛 요한슨이었는데, 그런데 스칼렛 요한슨은 그 뒤에 그 남자와 다른 어떤 특별한 관계가 되지 않는다. 당시에도 연인은 아니었다. 오래전이라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 후에 더는 비중있게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남자는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성공하게 되는데, 그러니 만약 남자가 시간이 흘러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았을 때, '현재 내 옆에 그녀는 없지만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었다'라고 회상할 수 있을 것이었다.


먼댓글 링크한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에서도 그런 사람이 나온다. 그동안 특별했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가장 절망한 주인공에게 나타나 다시 힘을 내 살아보기를 격려해주는 단역. 


내 인생을 하나의 극으로 놓고 보자면 나는 당연히 주연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와 마찬가지로 비중 있는 상대역을 다른 사람들에게 줄 것이었다. 내 가족과 베스트프렌드들이 그럴 것이고 연인도 그럴 것이었다. 그러나 내 인생에도 특별한 엑스트라가 있었다. 아마 나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그런 존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에 정말 강렬한 영향을 미쳐서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거나 혹은 나의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 사람. 그래서 너무나 고맙고 특별한 사람이지만, 그러나 더 길게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 사람. 


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었다. 하는 말마다 내 가슴에 날아와 꽂혀서 실제로 내 육체에 영향을 주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아주 오래 고통받고 있었고 아주 오래 나 자신을 학대하고 있었고 아주아주 오래 나를 원망하고 죄책감과 고통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이 괴로움은 누구도 알지 못할 거란 생각에, 그보다는 아마도 모두가 나를 내가 그랬듯이 손가락질할거란 생각에 바깥으로 내뱉지 못하며서 나를 원망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우연히 그 친구와 그 얘기를 하게 되었고, 그 때 그 친구의 한마디 말이 나를 크게 위로해주었다. 내가 그동안 나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그 친구 덕에 알았고, 비로소 나는 오래 고통받았던 나를 풀어놓을 수 있었다. 그 뒤의 나는 그전의 나와는 다르게 육체적으로도 치료가 되어 있었고, 나는 지금까지도 내 인생에 아주 가장 중요한 치료를 그 친구가 해주었다고 믿고 있고 확신하고 있고 또한 감사하지만, 그 친구랑 연락하지 않고 지낸지가 오래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내 인생에 아주 중요한 사람으로 나에게는 자리매김 하고 있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그렇다. 친구든 연인이든 그렇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어쩌면 인생을 바라보는 눈과 방향까지 달라지게 만들지만, 또 인생 그 어떤 때보다 큰 행복을 느끼게도 해주지만, 그러나 그 관계가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이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실은 이어지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그렇게 다정한 사람들의 손을 놓고 더이상 보지 않는 사이가 되었을 때, 그러니까 관계가 더이상은 이어지지 않고 끝났을 때 이 관계가 실패라고 생각해 절망하고 울고 아파할 것이다.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을 알고 지냈던 일은 내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은 일들이 될 때가 있다. 나 역시도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왜 나타났을까', 혹은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해서 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렇게 오랫동안 후회하는가'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더러 있다. 내 인생에 그 관계가 혹은 그 사람이 없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왜 그렇게 내 인생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을까. 내가 어디에서 잘못한걸까. 



그런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와 그리고 마리 루티가, 내가 실수한 게 아니고 실패한 것도 아니라고 말해주는 거다. 이 모든 일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혹은 미워하고 헤어지고 하는 일들이 이 모든 관계들의 이면, 이 관계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라는 거다. 어떤 관계에도 실수는 없고, 그 관계는 그 관계일 뿐이라는, 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 책 속의 활자로 만나는 순간 내게 커다란 위로가 되었고 삶의 지혜가 되었다. 내가 당신을 만나 괴로웠고 후회하는 것도, 내가 당신을 만나 한껏 즐거웠다 안타까워하는 것도, 내가 당신을 만나 내 인생의 상대역 주인공으로 놓거나 특별한 엑스트라로 만들어두는 것도,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지극히 자연스럽게 거쳐가야 하는 일들인 것이다. 이렇게 여기까지 온 내 인생은, 겪어야 할 것을 겪어낸 하나의 고유하고 온전한 삶이었다. 그 삶 속의 관계들은 실수도 실패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 

나는 일전에 나의 강박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두려움을 언급한 적이 있다. 강박은 두려움에서 나오는데, 이 책에서 fear 에 대해 얘기해주고 있다. 


Fear is a warning system that, on a primal level, serves us well. If we're walking late at night in a dangerous part of town, fear warns us to be on guard against the genuine possibility of trouble. In potentially dangerous situations, fear is a sign of health. It is a protector. Without it we would not survive long.

But it's easy to experience fear where there is no danger. -p.111


두려움은 우리에게 위험한 상황을 경고해주기도 하고 그러므로 우리를 보호해주기도 하는 감정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도 솟아나는 감정이다. 바로 그래서 강박이 생기는 것. 

나는 분명 어떤 두려움들을 가지고 있고, 내가 강박적인 습관들을 가지고 있고 또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이 바로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걸 안다. 내가 나를 판단할 때 나에게 가장 취약한 것, 나를 가장 약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내가 나의 치명적 약점이자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나의 두려움이다. 그 무엇도 나를 판단할 수도 평가할 수도 없다고 당당하다가도 두려움으로 인한 불안이 차오르면 안절부절하게 된다. 나는 너무 극심하게 두려움과 불안이 찾아오면 가만가만 내가 나를 진정시키려고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찮아,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괜찮아,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하는데, 그런식으로 진정되지 않을 때면 처방받은 신경안정제를 먹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두려움과 불안을 가지고 살아가는걸까?



This type of fear is based in the past and triggers fear of the futres. -p.111


이러한 유형의 두려움은 과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합니다. (번역서가 지금 없어서 구글 번역기 돌렸다.)


그냥 생겨나는 두려움이 아니고 그냥 생겨나는 불안이 아니다. 아무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뿅- 하고 두려움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을 보고도 놀라는 거다. 시간이 지나고 점점 더 강해지면서 저것은 솥뚜껑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날이 오겠지만, 아주 많은 경우, 미래에 보게 될 자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엊그제, 여동생에게 '등'에 대한 얘기를 했다. 내가 기억하는 좋은 등이 두 개 있다고. 하나는 어린 조카의 등이다. 둘째 조카가 어렸을 때 블루베리를 좋아해서 잘 먹었는데, 너무 많이 먹길래 '아가야 이제 그만 먹어야 될 것 같은데?' 했더니 내게서 등을 돌려 반대편을 보면서 먹는 거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그 등을 사진 찍었었고, 그 등을 보고 웃었었고, 그 등을 기억한다.




또 하나의 등은 연인의 등이었다. 새벽에 잠들다 깨서 내게서 돌아 누운 연인의 등을 보았을 때, 그 등이 나는 너무 좋았었다. 자면서 여러차례 자세를 바꾸는거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마침 자다 깼을 때 내가 보게 된 건 그의 등이었는데, 그의 그 큰 등이 그 순간 그렇게나 좋았던거다.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안심이 되고 안전하다는 그 느낌을. 그와 함께하는 동안 나는 어떤 위협을 느끼고 실제로 그가 보호해주는 등의 행동을 경험했던 적은 없다. 그가 실제로 나를 위험에서 구해주는 상황은 일어난 적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등이 앞으로 내게 닥칠 위험에서 보호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거다. 그러니까 그라는 사람으로부터 그 등을 사랑하게 된 것은, 내게 있었던 어떤 과거, 그렇게 형성된 내 현재가 한 일일 것이었다. 다른 연인을로부터는 등을 보고 좋았던 적이 없었는데 유독 그 연인으로부터는 그 등에 반하고 여전히 기억하게 되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데에는 '사랑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라는 말로 모든 이유를 없는 것처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태어난 순간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자라는 동안 겪었던 일들, 그렇게 형성된 '내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며 선택하지 않았을 상대이기도 하다. 나였기 때문에 그 사람을 사랑했던 것이었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처음부터 좋았던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처음에 좋지도 않았는데 좋아하려고 애쓴다고 해서 좋아지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좋았다면, 거기에는 그럴만한, 그러나 나조차도 모르는, 나만의 이유가 있었던 거다.



자, 다시 인생 수업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좋지 않았던 사람을 좋아하려고 애쓴다고 해서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경험으로부터 배웠다. 다른 사람의 경험이 아닌 나의 경험. 내 인생이 내게 알려준 것이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이 책을 통해 인생이란 것이 매순간 내게 가르쳐주는 것을, 그러니까 나는 매순간 내 인생으로부터 깨닫고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얘기한다. 다 아는 얘기지만, 다 아는 얘기를 누군가 정리해둔 걸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일은 때때로 필요하다. 아직 읽어야 할 많은 분량이 남아 있지만, 나는 어떤 관계도 실수가 아니라는 말이, 그리고 우리의 두려움이 멈추는 건 우리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라는 말이 그렇게나 좋았다.



Our fears don't stop death, they stop life. -p.112

나는 삶을 계속해서 살아나갈 것이다. 멈추고 싶지 않다.




사족인데, 

저 아가 조카 사진 찾으려고 내 사진첩에 '뒷모습' 검색했더니, 이거 한 장 딸랑 나오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남동생 12년전 사진이다. 지금은 육아로 많이 야위었는데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허락없이 올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f you were an unhappy single person, you‘ll be an unhappy spouse.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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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3-05-0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그래요. 요새 가끔씩 사랑하는 사람들 죽음 생각하면 막 두려워요. 저 쪼꼬미 발 어떡해요! 남동생분 헉, 헬스하시나요?

다락방 2023-05-08 10:22   좋아요 0 | URL
남동생 헬쓰 열심히 했다가 결혼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몇 년 못했고요 최근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ㅎㅎ
저렇게 쪼꼬미 아가 조카가 지금은 초등학생이 되어서 열심히 복싱을 하고 있습니다!! 아 세월 … ㅋㅋ

잠자냥 2023-05-08 1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휴에 베트남 다녀오신 줄 알았더니 인도 다녀오셨군요...? ㅋㅋㅋㅋ
다부장 득도하셨다.

다락방 2023-05-08 10:21   좋아요 3 | URL
어휴 쓸 거 왜이렇게 많아요. 저 책탑 사진도 올려야 되고(얼마 안되지만요), 여행기도 쓸 생각인데.. 바쁘네요?
잠자냥 님, 자전거 여행은 다녀 오셨어요? 비 와서 연기하셨나요?

잠자냥 2023-05-08 10:32   좋아요 2 | URL
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일단 부처님 오신 날 그때로 미뤘어요. 연휴는 진탕 마시고 놀았 ㅋㅋㅋㅋㅋ 허무하다 ㅋㅋㅋ

다락방 2023-05-08 10:33   좋아요 2 | URL
진탕 마시고 놀라고 연휴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공쟝쟝 2023-05-08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샤라랑 💕 좋은 글 잘 간직하겠습니다.

다락방 2023-05-08 14:42   좋아요 1 | URL
인생수업 번역본으로만 읽었으면 저는 별 셋 줬을것 같아요. 하핫.

햇살과함께 2023-05-0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저 발바닥 어떡해요. 너무 귀여워.. 저 발바닥에 얼굴 막 문지르고 싶네요!
인생 뭐 있어요...

다락방 2023-05-08 14:43   좋아요 1 | URL
저게 벌써 7년전이지 뭡니까!! 아이는 저때 이후로 아주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귀요미 ♡
 

몇해전부터 헤어스타일은 언제나 짧은 컷트였다. 처음 컷트를 잘라주었던 미장원 원장님은 내 머리가 짧아지는 걸 아주 좋아하셨다. 짧은 머리가 훨씬 잘어울리네요, 라고 하시면서. 이 원장님은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바로 내 마음에 들게 확- 해주셔서 내가 믿고 가는 미장원이었는데 어느날 먼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시는 바람에 나는 그 뒤로 맞는 디자이너를 찾아 방황하기 시작했다. 회사 근처에서도 여기 저기 가보고 여동생이 사는 동네, 친구가 사는 동네, 그리고 집 근처에서도 끊임없는 방황에 방황을 거듭했다. 그 어디도 흡족한 곳이 없어서 한 번은 먼데로 이동한 그 원장님을 찾아간 적도 있다. 그렇지만 오고 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어서 다시는 못오겠다 싶어진거다. 그래서 방황, 또 방황.. 하다가, 어느날 집 근처 시장을 가는 길에 있는 미용실을 보게 되었다. 컷트도 그간 내가 갔던 그 어디보다 저렴한거다. 어라, 네이버 예약도 되네? 나는 네이버로 원장님께 컷트를 예약했다. 그 때쯤 내 머리는 갈곳을 잃고 엉망진창이었지만, 뭐, 나는 언젠가부터 그러든가 말든가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그래서 처음 잘랐을 때는 그냥 여기에 정착하자, 하면서 '가격이 저렴하니까' 라는 이유를 댔다. 단발 비슷한 머리 길이었는데, 그런데 이게 아무리 해도 너무 귀찮앗다. 그간 짧은 머리를 하다 약간 길어지니 영 불편한거다. 나는 이번에 가서 예전 내 머리스타일을 보여주며 이렇게 짧게 컷트를 쳐달라고 했다. 원장님은 단발인 내 머리를 컷트로 잘라주셨고, 그 과정에서 이미 나는 만족하고 있었다. 짧은 머리가 되어갈수록 내 인물이 살아나는 거다!!!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나도 느끼고 원장님도 느껴서 둘다 웃었다. 확실히 짧은 머리가 낫네요, 네 저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 다음부터는 그냥 이 미용실이 고정이 되었는데, 딱히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그 미용실을 찾고 원장님과 대화하게 되면서, 아마도 처음 시작은 그러니까, 내가 퇴근후에 예약도 하지 않고 전화로 '혹시 지금 가면 컷트 되나요?' 물었고 안된다는 답을 들어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끊었는데, 5분도 안되어서 '혹시 오실 수 있냐, 예약자가 취소했다'고 해가지고 '갈게요!' 해서 갔더니 미용실에 원장님과 내가 둘만 있었고, 어쩌다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족발 덮밥 얘기를.... (네?)


아무튼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퍼 보고 너무 궁금해서 족발 덮밥 만들어 먹어 봤다고 원장님은 얘기하셨고, 나는 '그거 보고 족발 덮밥 먹으러 태국 갔다왔어요' 해가지고 둘이 너무 웃었다. 나는 미용실 근처에 내가 좋아하는 태국식당 을 알려드렸고, 아니 이 근처에 그런게 있었어요? 원장님은 놀라셨다. 그렇게 헤어졌다가 다음 컷트하러 갔을 때, 원장님은 내가 추천한 태국식당에 가서 똠양꿍이랑.. 또 뭐더라, 아무튼 뭔가를 드셨다고 했고 아주 맛있게 드셨다고 했다. 그렇게 대화는 주변 맛집으로 이어졌는데, 아니 알고보니 우리가 나이대가 비슷했고(서로 나이는 모름) 식성도 비슷했고, 게다가 둘다 싱글인 거였던 부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원장님은 순댓국집을 추천해주셨더랬다. 거기 너무 맛있고, 대기해야 할 수도 있고, 본인은 정말 거기 자주 가고, 장사가 너무 잘되어 지점도 냈고... 등의 이야기를 하시는거다. 그래서 내심 '다음에 컷트 오기 전에 그 순댓국집에서 순댓국 먹고 와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가게 되질 않았... 저녁에 혼자 가서 순댓국 시켜 소주 한 잔 먹어야지 했지만, 그게 우리 집근처 였기 때문에 회사 근처 순댓국 집에서 먹고 오거나 집근처에 오면 자꾸 집으로 들어가버려.. 친구라도 만나면 거길 갈까 했는데, 당분간 나 자신 외에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 모드.. 이기 때문에.. 여태 못가고 미루고 미루고, 거길 못가니 미용실도 못가겠는 거다. 그렇게 머리는 길고 길고 또 길고... 이젠 너무 길어져버린 부분. 가기 전에 반드시 순댓국 체험하고 가야한다, 그게 원장님에 대한 예의다!! 하다가,



어제 5월 1일 쉬는 날. 오후에 미용실 컷트를 예약해두고 점심에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둘이 그 순댓국집을 찾았다. 걸어서 15분 거리면 가능한 곳이지만, 아버지가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걸으셔야 하고 또 가다가 쉬기도 하셔야 해서 가는데 50분이 걸렸다. 그렇게 도착한 순댓국집에서 앞에 세 테이블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우리 순서가 되었고, 나는 아빠의 몸보신을 위해 삼이 들어간 순댓국을 주문해 드렸다.




나를 위해서는 일반 사골 순댓국




일단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철판 계란후라이를 주시는데,




어머 이게 뭐야 터뜨려서 먹고 있었더니, 직원분이 오셔서는 '섞어서 스크램블 해 드세요' 하시는게 아닌가. 그래서 아빠, 섞어 섞어 해서 섞어서 먹었는데, 아니 계란.. 늘 먹는 계란이 뭐 이렇게 맛있을 일이야? 희한하게 맛있더라.  아무튼 그렇게 아빠랑 순댓국을 맛있게 먹고 다시 한시간 걸려 집에 갔다가 집에서 좀 쉬고 머리를 하러 갔다. 원장님께 당당하게 '순댓국집 다녀왔어요!'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순댓국에 대한 감상을 나누면서 생각했다. 잠자냥 님은 이런 나를 보며 정말 이해 안된다고 하시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돌아와 영어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너무 졸렸다. 사진을 찍어 동생들에게 보냈다. 지금 공부중이야. 졸 멋지지?





그리고 책을 샀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언어의 무게》는 친애하는 알라디너 ㅊㅁㅈ 님의 글을 보고 사게 되었다.


《The Bromance BOOK CLUB》는 번역본을 재미있게 읽고 사게 되었는데, 박스를 뜯고 꺼내자마자 후회했다. 안읽을 것 같아... 하아-


《기척》은 제인 에어를 다시 쓴거라길래 궁금해서 사봤다.


《해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은 한나 아렌트 책장에 꽂아 두려고 샀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고수가 무럭무럭 자라는데, 따먹어도 될 때가 언제일지를 잘 모르겠다.. 지금인가요?




우리 엄마의 최애는 방울토마토.




나는 요즘 고수 옆에 치커리 자라는 게 또 그렇게나 예쁘다.





어휴, 하루 쉬고 왔는데 일 겁나 많아서 이제부터 일 겁나 열심히 해야 한다.

빨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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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5-02 10: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댓글 1등일 것 같은 예감입니다.
늘 꼴찌로 댓글을 달고 있었기에..언제쯤이면 1등으로 달아보나? 싶었거든요ㅋㅋ
바쁘실테지만 곧 댓글 알람이 뜰겁니다ㅋㅋ
컷트는 저도 지금 몇 달째 진행형인데 머리가 넘 빨리 자라 미용실을 넘 자주 가야하는 단점이 있던데, 순대 국밥집을 찾아가 먹어 보고 미용실 찾아갈 것이란 계획은 다락방 님의 인성이 돋보입니다.
다락방 님을 바라보는 콩깍지는 언제 벗겨질까요?
어떤 행동을 하셔도 아름다워 보이시니...ㅋㅋㅋ
아버님 기력을 많이 찾으셨군요?
함께 식당을 찾아가실 정도면...^^
얼마 전 저는 구순이 넘으신 큰 이모를 뵈었는데, 허리가 꼬부라져 바깥 외출이 넘 어려우셔 오랜만에 외출을 나오시니 어리둥절 하시면서 아이가 되셨더군요.
외출을 하실 수 있다는 것도 복일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를 부축하며 느린 걸음으로 순대 국밥 집을 찾아간 부녀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상상되어 집니다.
그나저나 고수 어마어마하게 자랐네요?@.@
고수 향에 쓰러지셨겠습니다ㅋㅋㅋ

다락방 2023-05-03 17:03   좋아요 1 | URL
원장님도 다녀오시고 후기를 들려주셨는데, 최소한 한 번은 저도 그렇게 해야 예의를 지키는 것 같아서 말이죠. 뭔가 당신의 말을 씹어 삼키지 않았습니다, 를 보여주어야 할 것 같았어요. 덕분에 머리가 길어졌네요. ㅎㅎ
컷트는 미용실을 자주 가는 단점이 있는데요, 가면 짧게 끝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파마 안한지 진짜 오래됐어요. 미용실에서 파마하고 앉아있는 그 순간을 못견디겠어요. 그걸 견디려고 책도 가져가보고 그랬지만 전 아무리 그래도 너무 힘들어서 ㅠㅠ 그래서 몇년째 파마 없는 숏컷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달 가지만 고작 30분 정도면 모든게 다 끝나버려서 너무 좋아요!!

아버님 걷기 운동 열심히 하셔서 이젠 지팡이 짚고 걸으실 수 있어요. 지팡이 없어도 절뚝대지 않고 걷는게 목표이긴 한데, 그 길까지는 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래도 본인의 의지가 있으니 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책나무 님! 그리고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ㅎㅎ

잠자냥 2023-05-02 10: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순댓국 먹었으면 먹은 거지 뭘 대화를 해요! ㅋㅋㅋㅋㅋㅋ 거참 이해 안 되네. ㅋㅋㅋㅋ
전 금요일부터 4일 쉬었거든요. 그중 이틀은 또 부여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정말 인생 순댓국집을 만났어요!!!!!!!!!!!!!
아 이건 증말 다락방님에게 알려드리고 싶다. 언제 부여 가시면 제가 알려드릴 테니 꼭 드셔보세요.
난 이 가게가 서울에 없다는 게 넘나 슬프네...요. 또록......
또 먹고 싶다 또 먹고 싶어!!!!!

다락방 2023-05-03 17:04   좋아요 1 | URL
오오, 부여 가게 되면 잠자냥 님께 꼭 여쭐게요. 순대국 맛집이 어디입니까? 하고 말이지요. ㅎㅎ 순댓국은 그런데 왜이렇게 먹어도 먹어도 좋을까요? 그거 아세요? 저 이십대 초반에 ㅋㅋ 아니 중반이지 ㅋㅋ 회사에서 단체로 순댓국 처음 먹었는데, 순대로 국을 끓여먹다니 너무 충격받고 그 국 못먹었었어요.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3 18: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5-02 1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식물들 쑥쑥 크고 있군요. 근데 나머지 식물 화분 사진도 궁금하다는 생각이!ㅎㅎㅎ

커트 머리가 어울리실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머리를 포기한 지 오래고 귀찮아서 미용실 안간지도 음... 10년이 넘은 것 같아요^^;;; 그냥 대충 제가 집에서 머리를 일자로 잘라버리고 있는!

저희 아버지도 지팡이를 짚고 다니셔야 해서 아무래도 같이 다니면 시간이 꽤나 걸린답니다. 요즈음은 친정에 가면 어머니 음식 안하게 하자고 ˝나가서 먹죠˝ 이러는데 아버지가 오래 걸으면 힘들어하셔서 거리 생각해 음식점을 찾곤 해요. 그래도 함께 나가실 정도가 되어서 다행입니다^^

계란 얹은 순대국 넘 고소할 것 같아요!ㅎㅎㅎ 저희 집도 그렇고 회사 근처에도 순대국집 하나같이 맛이 없어서 넘 우울합니다.

다락방 2023-05-03 17:06   좋아요 0 | URL
제가 나머지 식물들도 사진을 다 찍기는 찍었는데 사진 올리고 글 쓰는게 너무 귀찮아서 이번엔 그냥 세 개만 올렸네요. 제가 다음주에는 다 찍어서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쵸.. 제가 이렇게 저의 식물들을 차별하면 안되는건데 말입니다.

제가 컷트 머리 하게 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미용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가 싫어서였어요. 파마 하는 시간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컷트를 치면 파마도 안하고 바로 휙 자르고 나와도 돼서 너무나 좋습니다. 같은 이유로 저는 염색도 안합니다. 미용실에 있는 시간은 짧게, 가급적 짧게.. ㅎㅎ

계란은 스크램블로 따로 먹는거고요, 저는 회사 근처에 맛있는 순댓국집에 두 군데나 있어서 넘나 좋아요. 오늘 점심은 돈까스 먹었지만요. ㅋㅋ

건수하 2023-05-02 1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순대국을 먹어야 미용실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다니.. 정말 다락방님 매력적이십니다 ☺️ 아버님도 다락방님과의 나들이 그리고 외식 좋으셨을 거예요.

순대국집에서 계란 후라이 주는 건 처음 봐요! 그것도 스크램블로.. 태국 음식도 맛나겠고 점심 전 침 폭발 중입니다 ㅎㅎ

다락방 2023-05-03 17:07   좋아요 2 | URL
아버지는 당연히 너무나 좋아하셨어요. 저랑 같이 있는 시간 좋아하시는데, 너랑 같이 있으면 아프지도 않고 즐겁기만 하고.. 막 이런 얘기 하실 때면 저는 근데 또 너무 도망치고 싶어져요. ㅠㅠ

수하 님, 저 주말에는 베트남 음식을 먹을 예정입니다. 자랑할테니까 딱 기다리고 계세요!! ㅎㅎ

잠자냥 2023-05-03 18:30   좋아요 1 | URL
다부장 가는구나! 이번에는 넓은 침대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3 20:41   좋아요 0 | URL
베트남 음식 먹으시는 구나 했는데 그게 그 뜻이었나요? 연휴에 베트남!! 딱 기다릴게요 흑흑 부럽다…

단발머리 2023-05-02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순대국 정말 좋아합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좋네요. 집에 갈 때 하나 포장해 가겠어요^^
언어의 무게, 계속 눈에 띄어서 목차 보러 갑니다. 두께가 심상치 않네요.
저는 텃밭 키우게 되면(베란다에) 방울 토마토 심고 싶어요!!!
- 이상 웨이브 단발이어서 단발이라 할 수 없는 단발머리 드림

다락방 2023-05-03 17:08   좋아요 1 | URL
순댓국은 포장해가셨는지, 맛있게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요즘 순대는 뺀 ‘고기만‘으로 시켜서 새우젓하고 먹는데 어찌나 꿀맛인지 모릅니다. 공기밥은 절반 정도는 그냥 먹고 절반 정도는 말아서 먹어요. 아 또 먹고 ㅣㅍ네요..

방울토마토 얼른 자라서 열매 맺었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귀여울까요? 단발머리 님도 베란다 방울토마토 도전!! ㅋㅋㅋㅋㅋ

이상 컷트머리 다락방 드림.

그레이스 2023-05-0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맛있게 먹은 순대국은 병천 아우내장터 안에 있는 순대국집에서 먹은 거예요
10년도 더 되었네요^^
일때문에 독립기념관 갔다가 함께 간 사람들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다락방 2023-05-03 17:09   좋아요 2 | URL
저는 순댓국을 요즘 제일 맛있게 먹는 것 같아요. 잠자냥 님의 소설에 순댓국 나온 순간부터 제가 순댓국 마니아가 되었어요. 어떤 글은 사람의 식성을 변화시킵니다.. ㅎㅎㅎㅎㅎ

blanca 2023-05-0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점심은, 순대국으로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3-05-03 17:09   좋아요 0 | URL
오, 오늘 점심은 순댓국으로 드셨습니까? 저는 오늘 돈까스 먹었는데 내일은 순댓국 먹을까봐요. ㅎㅎ

2023-05-03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3 0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3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3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3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5-03 0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건강이 좀 나아지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어딜 가나 맛과 멋과 웃음을 퍼뜨리는 다락방님이시군요!! ㅎㅎ 맛집으로 대동단결 ㅋㅋ 전 미용실에서 말하는 거 안 좋아하는 사람인데 두분 깔깔 웃으시는 거 상상하니 괜히 흐뭇합니다.

다락방 2023-05-03 17:11   좋아요 1 | URL
아버님 건강은 차츰 회복중이시긴 한데요, 순간순간 막 짜증이 올라올 때가 있어요.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수시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요즘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돌봄 노동이 할당되어있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저는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없어서 눈누난나 자유롭기만 할 줄 알았는데 늙으신 부모님을 부양합니다. 인생이란 그런것인가 봐요. 하하.

저도 미용실에서 대화하는 거 너무 싫어서 말시키는 미용실이면 바꾸곤 했는데, 그 날, 족발덮밥이 모든걸 바꿔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5-03 1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순대국을 꼭 먹고 머리 하면서 그 썰을 풀어야 해서 반드시 들렀어야 하는 그 마음 너무 이해됩니다!!! 제가 자주 가는 미용실의 원장님과 저는 빵순이라는 어마어마한 공통점을 발견해버려서 동네 빵지순례 정보를 주고 받곤 하는데 비슷한 부채감 느낀 적 있어요ㅋㅋㅋ (원장님은 먹는 것뿐 아니라 만드는 것도 잘하셔서 크리스마스 무렵에 가면 직접 만든 슈톨렌까지 다과로 내주십니다ㅋㅋㅋ)
으아 쫌쫌따리 땡투가 있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휘둥그레했는데!!! 땡투 적립금 받고 책 지르고 싶어져서 정말 큰일입니다!!
고수가 진짜 고수 모양인 게 너무 신기해요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화분에서 자라는 고수를 본 게 처음인 것 같아요ㅋㅋㅋㅋ

다락방 2023-05-03 17:13   좋아요 2 | URL
그런거 있잖아요, 당신의 말을 내가 허투루 듣지 않았습니다, 를 보여주고 싶은거요. 그래서 한없이 미루다 보니 머리가 너무 지저분하고 길어져서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다! 이렇게 되어네요. ㅎㅎ

세상에.. 슈톨렌..을 만드신다니요. 원장님 능력자시네요!!

책먼지 님 땡투 제가 드렸습니다. 책먼지 님, 부자 되셔가지고 책 많이 많이 사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시고 그러면 또 땡투 들어오고 또 부자가 되고.. 부자의 연속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이거 비문..이지요? ㅋㅋㅋㅋㅋ)

저도 고수 싹 틔우고 잎이 자라면서 고수향 진하게 뿜는 걸 보면서 아니 고수에서 고수향이 나~ 하고 넘나 신기해했답니다? 당연한데 너무 신기한... 후훗.

책먼지 2023-05-04 10:46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저 문장 저대로 완벽해서 절대로 다른 문장으로는 지금의 축복을 다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저 맞춤법과 비문 조심하지만 공식문서나 간판 같이 기본적으로 맞춤법을 꼭 지켜줬으면 하는 곳외에 다른 글쓰기에서는 오히려 문법 파괴하며 시원하게 메시지 전달당할(?) 때 쾌감 느낍니다!! 정작 저도 맞춤법 많이 틀린다는 게 또 함정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5-04 10:49   좋아요 2 | URL
그리고 다락방님 말씀 듣고 보니 기본은 진짜 당신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습니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네요ㅜㅜ 다녀와서 너무 좋았다고 썰푸는 게 신난건 줄 알았는데 그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어요!! 다락방님 덕에 또 언어를 발견합니다!!!
 















김혜리 기자의 팟빵 <조용한 생활>을 유료 구독하고 있는데, 의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는 클래식 음악에 관련된 코너이다. 책 코너도 영화코너도 미술코너도 아니고 클래식 음악 코너. 정윤수 작가가 나와서 설명해주는데 이 코너 덕에 정윤수를 처음 알았다. 검색해보니 여행기를 써둔 것 같아 주문해두었다.


나는 클래식음악을 듣는 귀가 없다. 그러니까 가사가 없다면 이 음악이 저 음악 같고 저 음악이 이 음악 같고 들어본 음악 같고 처음 듣는 음악 같고… 그래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라면 지식이 전무하며 취향같은 것도 성립되지 않았다. 남들이 클래식 음악 얘기하면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에피톤 프로젝트 좋아하고 루시아 좋아하면서 흐느끼는 쪽의 사람이다. 나름 클래식 공연에 가보기도 했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이것은 확실히 이과의 영역'이라는 거였다. 그러니까 에피톤의 경우는 문과의 영역 같은데 클래식이라고 하면 어디에서 무슨 악기가 어떤 강도로 연주되어야 한다는 걸 설정하고 그대로 연주하고 지휘해서 또다른 곡으로 완성시키는 지점은 확실히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혹은 상상하지 못하는 영역의 것 같은거다. 그런점에서 클래식 음악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나랑은 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김혜리 기자의 코너에서 클래식 음악을 다룬 코너를 좋아할까. 말러가 화가인지 연주자인지도 모르고 말러라는 이름은 그러나 들어본 상태의 무식한 내가 그런데 이번 코너에서는 말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이걸 유료구독하게 된 계기 자체가 정윤수의 이 코너 때문이었는데, 아니 이게 말러를 얘기하잖아? 그러면 말러 얘기만 하는게 아니라, 말러가 이랬다고 얘기하기까지 끊임없이 줄기차게 아주 다른 많은 것들이 소환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말러 얘기하면서는 세상에, 버지니아 울프도 소환됐다니까? 지난번에 바그너 얘기하면서는 니체도 소환되고. 나는 이런 얘기가 세상에, 그렇게나 재미있다. 그리고 그 시대적 배경까지 다 언급되는데 세상 꿀잼인거야. 한 번 듣는다고 기억하면 좋겠지만 또 그건 아니라서 다 까먹고 어디가서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겠지만, 아 나는 진짜 김혜리와 정윤수의 이 코너 듣는게 넘나 꿀잼이다. 그렇다면,


내가 행복의 약속 책을 링크해두고 왜 김혜리 팟빵 얘기를 했느냐. 그것은 사라 아메드가 본인이 생각한 행복과 불행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다른 작가들의 책과 또 영화들을 예로 들기 때문이다. 꿀잼이다. 내가 본 책이나 영화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이걸 읽는게 넘나 꿀잼이다. 덕분에 나는 SF 장르라서 볼 생각 전혀 없었던 <아일랜드>라는 영화를 보려고 마음 먹었다. 아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좀비' 영화도 그것은 결국 인간에 대해 말하는 영화야!! 라며 다 찾아보면서, SF 도 결국 인간을 말하는 영화임에 분명할텐데 왜 안보는걸까, 나는??? 각설하고,


자,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 말이 많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백인 남자' 이다. 백인 남자. 사라 아메드가 <아일랜드>영화를 소개하기 전에 <칠드런 오브 맨>을 가져오는데, 그 때도 결국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는 건 백인 남자(쉽게 말하면 주인공이자 히어로) 라고 언급했었는데, 아일랜드 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적한다.



거짓 희망(아일랜드)은 진짜 희망(사랑, 해방)으로 전환된다. 전화전이 되는 사람, 행복이 보장하던 거짓 희망에서 클론들을 해방시켜 그들에게 진짜 희망을 주는 사람은, 클론이든 아니든, 백인 남자다. (p.345)



이 지점에서 나는 영화 <히든 피겨스>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속에 천재 여성들은 모두 흑인인데, 일터에서 흑인의 화장실은 분리되어 있을 뿐더러 저기 먼 데 있다. 일하다 말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저기 저 먼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는 거다. 이 때 그녀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다는 걸 인지해 어디 갔다왔냐 묻고, 그것이 백인과 분리된 화장실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며, 그래서 백인전용 화장실이라는 간판을 부수는 사람은 누구냐? 백인 남자다. 불편을 겪은 것은 흑인인데, 그 불편을 겪지 않게 만들어주는 우리들의 히어로, 기꺼이 그 간판을 부수는 사람은 백인인 거다. 정말 불쾌한 장면이었는데, 여기에는 그가 백인 남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 한몫했다. 불편한 당사자인 흑인 여성, 저 멀리까지 기어코 땀 흘리며 뛰어가야만 화장실에 닿을 수 있는 그 흑인 여성은 본인의 힘으로 간판을 부술 수 있었을까? 힘들고 불편하고 빡치는 당사자인 흑인 여성은 왜, 그 간판을 부술 수 없었을까. 왜 백인 남성이 그렇게 해주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까. 흑인 여성은 고통 당하면서도 부수지 못한 것을, 이 백인 남성은 어떻게 한 번에 부숴버릴 수 있었을까? 너무 빡치지 않나? 역사속에 드러나지 않은 흑인 여성들을 전면에 보여주는 영화여도 어쨌든 백인 남성은 히어로적으로 등장해버리는 부분. ㅋ ㅑ  분리한 것도 백인이고 합치는 것도 백인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 네…



그리고, 샤론 볼턴을 떠올렸다. 내 사랑 샤론 볼턴.




"글쎄, 이곳에선 적응을 잘 못한 것 같고, 그 점에 있어서는 그들의 말이 맞아요. 이곳 섬들은 작지만 강력한 패거리가 다스리고 있거든요. 체격이 큰 금발의 남자들 말이죠. 모두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스코틀랜드 대학을 다녔고, 노르웨이 부족의 침략이 있던 시절부터 가족끼리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 말이에요. 토라, 생각해봐요. 병원의 아는 의사들이나, 학교의 교장이나, 경찰이나 치안판사, 또 상공회의소, 지역 시의회까지, 그들이 전부 차지하고 있다고요."

그 점에 관해서는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꽤 많은 섬 주민들이 눈에 띄게 비슷한 외모를 지녔다는 사실을 나도 이미 여러차례 실감한 터였다. (p.249)








이 인용문 가져오려고 페이퍼 뒤졌더니, 내가 샤론 볼턴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당시에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적혀있더라. 옮겨와본다.


- 이 구절 속에서는 작은 섬이지만 비슷한 사람들이 차지하잖아. 그렇지만 이건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지.

- 아아

- 백인 남자들이 지배하고, 전세계적으로 남성들이 주요한 위치를 다 차지하고. 작가는 그 얘기를 이 섬에 빗대어 한 것 같아. 그게 너무 좋았어.

- 거꾸로 보면 이렇게 볼 수 있겠네. 백인 남자들이 지배하고 전세계적으로 남성들이 주요한 위치를 다 차지하는 그 짓이 이 세계를 자그마한 섬으로 만드는 짓이다.

- 크- 해석 좋다.

- 아니야 나는 니가 말하기 전까지 저 구절은 그냥 사실적시라고만 생각했어. 과연 니가 좋아할만하네.

- 나는 이 작가가 이래서 좋아. 할 말을 되게 세련되게 해.




사라 아메드가 이 책에서 언제나 히어로로 출연하는 '백인 남성'을 지적했고, 샤론 볼턴 역시도 자신의 소설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백인 남성'에 대해 지적한다. 젊은 작가인 '샐리 루니'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소설에서 '백인 남자'라는 워딩을 등장시킨다. 기억이 맞다면 그 워딩은, 백인 남자의 입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그동안에는 지적되어지거나 언급되어진적이 없었던, 그러니까 너무나 당연햇던 일들이, 이렇게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백인 남성, 백인 남성 하고 자꾸 소환되면, 아마도 듣는 백인 남성들 빡칠것이고 우리가 뭘 그렇게 더 누렸다는 거야, 하면서 그렇게 언급하는 여성들을, 사라 아메드 식으로 말하자면,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로 보겠지만, 나는 이렇게 여성학책이든 소설책이든 백인 남성이라는 워딩이 등장하는 게 즐겁다. 그 워딩이 등장하는 순간, 그러니까 '백. 인. 남. 성' 이라는 워딩이 등장하는 순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히어로적이지도 않고 지도자 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보다는, '그동안 히어로 역 따놓고 했던 놈들' 의 의미가 더 크다. 짜릿하지 않은가? 챙피하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대표적 히어로 백인 남성이 등장하는 영화 <아마겟돈>을 너무 좋아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 볼 때마다 우리의 백인 남성이 자신을 희생해 지구를 구하러 가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오열하곤 했다. 극장에서 통곡해서 같이 보던 동생들이 이제 그만하라고 말려야 했고, 집에서 다시 보면서도 또 울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부끄럽다. 백인 남성이 지구를 구한다고 자기 한 몸 희생하는데 왜 유색인종 아시아여성인 내가 그렇게 흐느끼는 것이야 …



아직 행복의 약속을 끝내지 못했고 오늘이 벌써 4/28 이다. 주말에 나름의 스케쥴이 있기 땜시롱 오늘 안으로 끝내야 한다. 어제 끝내려고 새로 산 책상에 앉았다가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자버렸… 침대에 앉아서 읽기 때문에 조는 줄 알았더니 책상에 앉아도 졸더라고요? 책상 괜히 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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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4-28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여는 인질이다>에서 여자가 노예에서 탈출할 대안으로 공간 마련하기 라는 것이 있는데 여자는 공적인 공간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겠죠. 그럼 그 공간을 선점 혹은 획득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남자이겠죠. 지금까지 봐왔던 영화를 되짚어보니 언제나 남자가 세상을 구원하고 여자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거나 희생되는 쪽이 더 많아요. 인질로 잡히거나 죽음을 당해 남자의 행동에 촉매제가 되는 역할이었죠. 가끔 여자가 히어로인 경우도 있어 멋있다며 보고 있던 영화들도 필요 이상으로 타이트한 의상으로 성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아 마음 한구석이 내내 불편했어요.
여자는 왜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라는 질문에서 그 역할을 맡을 ‘공간‘을 남자가 차지했기에 여자의 ‘공간‘은 육아 즉 돌봄에 한정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종종 밤에 책을 읽다 저도 모르게 졸아버려서 새벽 두세시쯤 깨는데 저만 그러는 것이 아니구나 싶어 안도감이 생기는 아침입니다. 즐거운 주말을 위해 오늘 하루 에너지를 아끼고 보충하며 보내시기를 바라요. ^^

다락방 2023-04-28 10:38   좋아요 1 | URL
대디 님, 저는 여자에게 공간이 없다는 대디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또 그래서 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공간을 지키는 일이라면 아주 예민해지고 신경을 뽝 쓰게 돼요. 여성공간을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 모든 시도에 반대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진, 생겨난 여성전용 공간인데 자꾸 모두를 위해 양보하라고 하는건지… 여자에게 양보하라고 배려하라고 하는 건 이제 그만 듣고 싶어요.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는 행태라고 봅니다.

제가 그래서 여성 히어로 영화인 <원더우먼> 볼 때도 너무 불편했고요, 그런 옷을 입고 싸움을 한다니. 말도 안되죠. 그리고 무엇보다 그 … 뭐냐, <레지던트 이블> 그건 대환장 지점이죠. 싸우는 여성들에게 싸울만한 옷을 입혀라, 좀!! 여성 액션도 여성들이 끈나시 입고 가슴 보이고 힐 신고 뛰는게 너무 많잖아요. 힐 신고 걸어다녀도 족저근막염 걸리는데(제가 바로 그런 사람) 왜 힐 신은 여성 영웅 만드나요. 아 정말 다 꼴보기 싫어요!!

DYDADDY 2023-04-28 10:56   좋아요 0 | URL
몇년 전 이야기이지만 회사 건물 내에 여직원을 위한 휴게공간이 없어 (남직원은 점심 시간에 누워서 잘 수 있는 휴게실이 있어요) 만들자고 건의했다가 대차게 까인 적이 있어요. 왜 여성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지 내내 궁금했는데 다락방님의 추천으로 읽은 <여자는 인질이다>에 그 답이 있었어요. 페이퍼에는 쓰지 못했지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

잠자냥 2023-04-28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도 말러 이야기하다가 버지니아 울프까지 가는 거 완전 잘해요. 주특기 아님? 이 페이퍼에서도 몇 개를 끌어와 이야기하시는지….. 암튼 그것이 부장님의 특기이자 페이퍼를 재미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갑자기 칭찬하려니까 이상하다. ㅋㅋㅋㅋ 풋- 댓글로 기분 상하게(?)한 거 같아서 급 칭찬 모드였습니다. 좀만 깐죽대야지…;

그런데 <아마겟돈>에서 울 부분이 있던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람 참 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8 10:35   좋아요 3 | URL
풋댓글 기분 안상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안해서 그렇게 느끼셨을까요? ㅋㅋㅋ 아니 이게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걸 많이 하면 너무 사람이 가벼워보이잖아요? 음... 안가벼워 보이나? (먼 산)

아마겟돈.. 백인 남자가 모두를 살리고 지구도 살리고 죽는게 너무 슬프더라고요.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저도 참….

네,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흠흠.

잠자냥 2023-04-28 10:55   좋아요 1 | URL
그렇게라도 가벼워 보여야죠!

체지방도 많은데…..

다락방 2023-04-28 11:29   좋아요 1 | URL
딱 기다려요! 체지방 내가 다 없애버리고 말겠엇!! 불끈!!

책먼지 2023-04-28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좋아하신다는 포인트가 딱 다락방님이 글쓰시는 스타일 그 자체라고 언급하러 내려왔는데 이미 자냥님이 칭찬 날리셨군요!!!

저 다락방님 지난번 페이퍼 읽고 <조용한 생활> 무료체험 중인데 해당 코너에서 정윤수 작가님이 워낙 열정적으로 신나게 말씀하시니까 덩달아 더 신나고 알고 싶고 재밌고 그렇더라고요!!

<히든 피겨스> 관련해서 알쓸신잡에 출연하셨던 김진애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도 떠올라요. 재학 당시 서울대 공대에 여자화장실이 아예 없었다면서 본인은 교직원 화장실 이용하면서 학교 다녔는데 딱히 불편한 게 없었다고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 그걸 문제제기하고 여자화장실을 만들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신다고요. 저는 여자화장실 없던 것에서 1차 충격 (설계 당시 여성이 서울대 공대에 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한 거잖아요..??), 그걸 겪은 당사자가 어떻게 불편을 못 느꼈지 싶어 2차 충격이었어요..

(덧붙여, 다락방님 인바디 이미 칭찬 잔뜩 받으셨겠지만 저희 요가쌤이 보셨으면 완전 폭풍칭찬 날리셨을 것입니다!! 막대 세 개가 고르게 분포된 게 가장 베스트라고 하셨어요!! 저도 다락방님 것처럼 고른 그래프는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체지방이 많아서 조절해야 하는 유형은 가운데가 움푹 패인 브이형태고 실제로 인바디 재보면 이 유형이 가장 많이 나온대요!!!)

다락방 2023-05-02 14:57   좋아요 0 | URL
정윤수 작가님 코너 정말 애정합니다. 이번호 듣다보니 본인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지휘의 발견>이란 책에서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책도 사려고 장바구닝 넣어두었습니다.

저 예전에 김진애 자서전인가 에세이인가, 그러니까 제목이 <나의 프로젝트는 세계 나의 테마는 사람>이런 류였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게 저 국민학교 6학년때 읽었던 책이고, 그 때 화장실 얘기가 나왔던 것 같았어요. 여자화장실 없었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문득 책먼지 님의 댓글 읽으니 그 책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책먼지 님, 제 인바디 고른 그래프 아닙니다. 절대로, 절대로 아닙니다. 저야말로 가운데가 움푹 패인 유형입니다. 부끄럽지만 체중과 체지방이 너무 높아서 가운데가 움푹 파였어요. 누가 빠진다면 올라올 수 없을 정도로 파였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도 이런 말.. 하고 싶지 않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서괭 2023-04-28 1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복의약속 링크해놓고 팟캐스트 얘기하다가 사실 하려던 얘기는 백인남자였고, 히든피겨스에 샤론 볼턴까지 가는 다락방님 글도 만만찮게 흥미롭습니다 ㅋㅋㅋ
저는 히든피겨스 내용 말씀하신 부분을 보니 <제2의 성> 964-965페이지가 생각납니다.
(덩달아 멋져 보이고 싶어서 보부아르 소환 ㅋㅋ)

공쟝쟝 2023-04-29 12: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동의하고 독서괭님 앞으로는 문장까지 같이 보여주세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9 15:01   좋아요 2 | URL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어제 바빠가지고 ㅋㅋㅋㅋ

바로 여기에 여자의 초라함의 뿌리 깊은 원인이 있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부르는 남자들은 - 어떻게 해서든지 - 자기들의 어깨에 세 계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사람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그 일을 잘 해내었다. 그들은 세계를 재창조하는 데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다. 그러나 우선 그 엄청난 중책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바로 어떤 여자도 결코 하지 못한 일이며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세계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세계의 죄를 자기의 죄로 여 기며 세계의 진보를 자랑스럽게 여기기위해서는 특권자 계급에 속해야만 한다.
세계를 변화시키고 생각하고 드러냄으로써 세계를 정당화하는 것은 거기에서 명령권을 장악하고 있는 특권자들에게만 속한다. 그들만이 유일하게 세계 속에 서 자기들을 알아볼 수 있고, 거기에 자기의 표지를 새길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 이 구현될 수 있었던 것은 여자 속에서가 아니라 남자 속에서다. 그런데 우리에 게 모범적으로 보이는 개인들이나 천재로 불리는 개인들은 그들 개개의 실존 속 에서 인류 전체의 운명을 걸려고 한 사람들이다. 자기에게 그런 권한이 주어졌다.
고 믿는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것입니다

다락방 2023-05-02 14:59   좋아요 1 | URL
저는 진짜 알라딘의 여성분들 글쓰기에 자랑스러움이 솟구칩니다. 샤론 볼턴, 히든 피겨스, 사라 아메드 얘기했더니 보부아르 똭- 가져오는 이 멋짐, 어쩌면 좋아요. 정말 정말 멋집니다, 독서괭 님. 알라딘 만세만세 만만세에요. 특히 여성주의 책 읽는 분들 더 만만세!! 꺄울 >.<

햇살과함께 2023-04-28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히든 피겨스 그 장면 보면서 처음엔 자동적으로 와 멋지다, 역시 케빈 코스트너! 했다가 ㅋㅋㅋ
책에는 없는 장면인데, 역시 미국 영화의 영웅주의 또 시작이구나 반성했네요.
미국식 영웅주의 영화 너무 싫어서 못 보겠어요.

다락방 2023-05-03 17:15   좋아요 1 | URL
저 극장에서 그거 같이 본 친구가 케빈 코스트너 멋지다고 해가지고 ‘난 짜증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미국식 영웅주의 싫다고 하면서, 백인 남자 하나가 세상을 구하고 지구를 구하는 거 싫다고 하면서, 그러면서도 저는 아마겟돈 보면 울고 배트맨 좋아해요. ㅠㅠ 하아, 이 모순을 어쩌면 좋을까요 ㅠㅠ

난티나무 2023-04-28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메드가 ‘백인 남자’ 말해줘서 늠 속시원했어요!!!
저도 클래식 잘 안 듣는데 어젯밤에는 피아노연주에 꽂혀서 한 시간을 들었네요????@@ 이야기도 늠 재밌을 거 같아요.
저 어제 다 읽고 방금 백자평 썼어요!!!

다락방 2023-05-03 17:17   좋아요 0 | URL
저는 ‘백인남자‘라는 워딩을 사용하고 지적하는 모든 글쓴이들에게 복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백인 남자를 한국남자보다 올려치기 했던 시간들에 대한 후회도 들고요. 뭐 그건 그런데 ..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언젠가 클래식 귀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빠샤!!

책읽는나무 2023-05-01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김혜리 기자님 <조용한 생활> 구독하지 싶네요. 지난 번 댓글을 읽고 며칠 무료 듣기 몇 개 골라서 들어봤었는데요. 목소리도 좋고, 주제들도 좋아 귀담아 들어지더군요. 걷기할 때 희진샘 팟빵 다 들음 김혜리 기자님 것도 듣다 보면 한 달은 훌쩍 지나있겠구나! 생각 했었네요.
클래식 잘 모르는 사람도 훅 빠져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건 참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인 거네요.
다락방 님의 페이퍼도 훅 빠져 읽게 하시니 그렇다면 같은 양질의 페이퍼!!!^^
전 <아일랜드> 영화는 극장에서 봤었는데 꽤나 충격이어 몇 개의 장면들이 조금 기억에 남습니다. 디스토피아 영화여서 충격이었던 건가 봅니다. 그런데 책에서 이 영화 이야기가 나와 또 놀랐었어요. 영화 풀이를 읽으면서 충격이 아닌 공감으로 읽혀서....격세지감을 살짝 했었네요ㅋㅋㅋ

다락방 2023-05-03 17:18   좋아요 1 | URL
김혜리 기자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고 굵은데 되게 매력있더라고요? 저 어제 새로 등록한 요가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싫어서 지금 고민입니다. 3개월 등록했는데 이 목소리 어쩔.. 저는 제가 목소리에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어제 쌤과는 목소리 합이 안맞는가보다. 하고 있어요. 하하하하하.

아일랜드 영화 책 읽을 땐 보고 싶었는데, 사실 퇴근 시간이 되면 그런 영화 말고 다 때려부수는 영화나 사랑사랑하는 영화 보고 싶어요. 하아. 아무튼 좋은 책이었습니다, 책나무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