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의 '유즈키 아사코'의 신작 단편집이다.


버터를 재미있게 읽긴 했어도 다음 작품도 반드시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라, 사실 이 단편집의 작가 이름을 보고도 이 작가가 그 작가인 줄도 몰랐다. 이름 외우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런데 실린 단편들 중, <아기 띠와 불륜 초밥> 이 너무 궁금해 검색해보니 이 작가가 버터의 작가였고 이 책이 신간이었던 거다. 아기 띠와 불륜 초밥이라니, 그러니까 초밥 먹으러 아기띠 메고 갔다가 불륜현장을 목격했나? 이정도의 내용을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 차례대로 읽지 않고 가장 먼저 <아기 띠와 불륜 초밥>을 펼쳐 읽었다.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이 단편집에서 가장 재미있는 단편이었고, 이야기 자체로도 아주 흥미로웠다.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비싼 오마카세 초밥집, 이곳에서는 와인과 초밥을 내는 마리아주로 유명한데, 가격이 비싼만큼 회원제로 운영되며 중년의 남성이 찾는 거다. 테이블 몇 개 없는 작은 식당인데, 대체적으로 여기에는 중년 남성들이 자기의 젊은 불륜 상대를 데리고 온다. 자 이건 이렇게 먹는 거고 이건 이거랑 페어링을 해야하지, 하고 으스대면서 그녀들에게 본 적없는 비싼 음식을 사주고, 그리고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는 코스를 생각하게 되는거다.


이야기의 처음에 부장급 남자와 신입 여직원이 이 식당을 찾는게 나온다. 이 신입 여직원을 어떻게 해보고 싶어서 잔뜩 공들였던 터, 평소보다 과감한 옷차림인걸 보니 오늘 이 여자도 '그럴 생각'인가보지? 뿌듯한 마음으로 비싼 오마카세 집으로 간다. 그곳에는 이 커플 말고도 두 커플이 더 있었는데 모두 남자는 중년, 여자는 젊은 여자들이며, 모두 불륜관계로 짐작된다. 주방장까지 암묵적으로 이런 관계를 알면서 음식을 팔고 또 사고 먹고 있는데, 이곳에 아기띠를 메고 잠든 아기를 데리고 초라한 모습의 덩치 큰 여자가 갑작스레 등장하는 거다. 그 여자는 이 레스토랑 사장의 어머니와 잘 알고 지내고 있으며 언제 한 번 여기에 밥을 먹으러 오라했다는 말을 전한다. 그렇게 이곳과는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아기엄마가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여자는 자신이 술과 음식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아이를 임신하고 모유수유를 하면서 지금껏 그것들을 참아왔다고 모두가 듣는데 말한다. 그런데 모유수유를 오늘로 졸업하기로 했고, 그래서 축하를 하겠다, 참았던 걸 먹겠다! 하는 거다. 아이는 지금 막 잠들었으니, 아이가 깨기 전에 자신은 후딱 먹고 가겠다며, 본인이 먹고 싶었던 비싼 와인을 주문하고 그에 맞는 초밥들을 이것저것 주문해 이것 줘보세요, 이건 저렇게 해주세요, 하면서 먹는거다. 술과 음식을 그녀는 진정으로 즐기고 있으며 조금씩 얼굴에 생기가 돈다. 그런데 이 여자의 존재는, 모두에게 불편하다.


주방장은 주방장대로 손님이 주문하는 음식을 만들어야 해서 좀 불만이지만,


이곳의 중년남성들이 불편하다.


저 여자, 집에서 아이나 봐야할 것 같은 추레한 여자, 그런데 저 아기를 보니 우리 첫째딸 저만할 때 생각나네, 그 때 나는 집에 잘 들어가지 않았지, 저 여자, 누군가의 '아내' 이자' 엄마'인 여자. 여기에 젊은 여자를 데리고 온 중년 남자들의 집에 있는 바로 그 여자의 상징. 먹고 싶은 거 참아가며, 좋아하는 거 참아가며 사는 여자를 뒤로한 채, 젊은 여자들을 데리고 이곳에 온 자신들.


저 여자, 지금 여기서 나에게 돈을 쓰고있는 이 남자의 집에도 저런 여자들이 잇었을텐데, 이 남자는 언제나 아내가 대화가 안된다고 아내 흉을 봤지만, 저렇게 힘들게 아이를 키우고 있으면서 자연스레 뒤로 감춰진 존재가 된게 아닌가. 이곳의 모든 중년남자들보다 더 와인과 음식에 진심이며 또 지식이 가득한 여자, 마시고 먹으면서 생기 도는 여자, 그런데 약 2년간 그걸 모두 참아왔다고 말하는 바로 저 아기 엄마. 그녀의 출현으로 이 식당의 다른 모든 대화들은 정지되고 모두가 그녀를 본다. 그녀는 아랑곳없이 먹고 싶은 걸 주문하고 그렇게 먹고 마신다. 그녀 덕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혹은 애써 보려 하지 않았던- 전업주부가 드러난다.



사마다 마사미는 알맞게 차가워진 로제와인과 생고기카르파초, 성게알초밥, 과일소스를 곁들인 푸아그라를 앞에 두고, 아기엄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런 부류의 여자가 술을 마시고 비싼 음식을 먹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마사미는 전업주부인 어머니를 포함해서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전문대를 나와 컨설팅 회사에 입사한 지 오 년이 된 마사미는 옆에 앉아 있는 처자식이 있는 상사와 줄곧 사귀고 있다. 마사미는 결혼도 아이도 관심이 없는 데다 이 관계에 불만이 없다. 남자에게 아내는 지루한 여자라고 들었다. 육아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끔 외식을 가도 제대로 꾸미지도 않고 시야가 좁아서 대화가 유난히 재미없다고 한다. 그 점에서 마사미는 영화나 독서의 화제도 풍부하고 독립했기 때문에 대등하게 교제할 수 있으며 함께 있으면 세계가 넓어지는 것 같다고 칭찬을 받았다. 실제로 둘이서 몰래 다녀온 남미 여행은 무척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지루한 사람일까. 아이 외에 아무도 만나지 않으면 시야가 좁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가장 먼저 손을 놓는 것이 문화생활이다. 어쩌면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 너머에 그녀가 본래 가졌던 즐거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이 아기 엄마처럼 레드와인을 한 손에 들고 자기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남자의 아내를 상상해 봤다. 그녀를 딱 한 번 시내 바비큐 파티에서 만난 적이 있다. 세 아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조신한 여자였다. 누가 술을 권해도 입에 댈 겨를이 없어 보였다.

마사미가 겸열해야 할 사람은 그 여성이 아니라, 어쩌면 옆에 있는 남자가 아닐까. 그들이 이렇게 다림질이 잘된 셔츠를 입고 젊은 여자와 고급 초밥을 먹는 사이에, 그 등 뒤에는 집안일과 육아에 쫓기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가게의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진 것은 본래는 숨어야 할 존재가 갑작스럽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p.156~157



와인과 초밥을 먹는 장면장면의 묘사가 아주 맛깔스러워 당장이라도 떫은 와인과 초밥을 먹고 싶어지는 재미도 있는데, 이 아기엄마의 존재 자체로 이야기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얼마전에 읽은 '사라 아메드'의 《행복의 약속》도 생각난다. 바로 '분위기 깨는 여자'.




결국 페미니스트들은 기꺼이 소란을 일으키겠다는 사람들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심지어 고집을 부려야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주체의 의지가 다른 사람들의 의지, 즉 그의지가 일반의지 또는 사회의지로 물화物化된 이들의 의지와 일치하지않을 때 고집스럽다고 말한다.

따라서 여성 트러블 메이커의 형상은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의 형상과 동일한 지평을 공유한다. 두 형상 모두 행복의 역사라는 렌즈를 통해 해석하면 이해가 가능하다. 페미니스트는 행복을 약속하는 대상들이그렇게 장밋빛이 아님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깰 수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그래서 불행으로 흠뻑 젖어 있다. 페미니스트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바로 그 행동이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고 행복을 가져온다고 생각되는 그 어떤 것을 파괴한다고 미리부터 읽버린다.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깬다." -《행복의 약속》, 사라 아메드, p.120




초밥집에 갑작스레 등장한 아기엄마는 '내가 페미니스트다' 라고 말한게 아니지만, 등장만으로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깼다. 중년남자에게 곧 닥칠 미래였던 젊은 여자와의 섹스를 부순다. 불륜 커플에게 지금 당장의 긴장감과 즐거움을 깬다. 그러나 그녀가 한 '잘못'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깬게 악이라면, 그녀가 행한 악은 무엇인가.




없다.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를 키웠고, 이제 비로소 마시고 싶고 먹고 싶은 걸 먹으러 그걸 파는 식당에 들어왔을 뿐이다.

그녀는 가지 못할 곳에 간 것도 아니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 참았던 것을 이제야 하고 있고, 그걸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는 그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깼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외에도 <둔치 호텔에서 만나요> 가 재미있다.

왕년의 인기작가였던 남자가 호텔에 갔다가 젊은 여성들 보고 좋아하고 말을 거는데, 정작 여성들은 그를 불편하다고 호텔에 말하는 게 좋았다. ㅎㅎ



책을 샀다. 월요일이니까 올려야지.



여러분, 저 맘모스 좀 봐. 당연히 한 입에 들어가질 않는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단면 아름답지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책 사진 찍고 우걱우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맘모스 때문에 밑에 책이 안보이네. 다시.


















《왕가리 마타이》는 그림책이다. 읽다보니 아마도 '반다나 시바'와 '마리아 미즈'가 함께 쓴 《에코 페미니스트》에 분명 언급됐을 것 같은데 찾아보진 않았다. 세상에, 나무를 심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정말 나무를 심는 실천이 가능하다니. 세상엔 멋진 여성이 너무 많다!


《폭탄》은 사실 내 흥미를 전혀 불러 일으키지 않는 책인데, 얼마전에 《방주》재미있게 읽은 남동생이 일본 소설로 좀 달라고 해서 사봤다.


《동맹 속의 섹스》는 정희진 선생님이 오디오 매거진에서 언급하셔서 샀다.


《파묻힌 여성》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1월 도서다.
















《동맹의 풍경》도 정희진 선생님이 … 아 선생님이 말할 때마다 책 사는 거, 큰일이다.


《악연》중고거래시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이 천 원 있어서, 뭐 살까 알라딘 중고 둘러보다가 사봤다.


《하틀랜드》는 얼마전에 《빈곤의 풍경》읽다 언급되어 샀다.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는 예전부터 읽고 싶어서 구판을 도서관에서 빌렸더랬다. 그런데 몇 장 안읽었는데 반납기한이 다 되어 그냥 갖다주고 다음에 다시 …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길래 그냥 사버렸다. 인간이여…orz


《강물 아래, 동생에게》도, 저 위의 《초급 한국어》도 사실 다 존재를 몰랐던 책들이었는데, 알라딘의 blanca 님의 감상을 보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게된 책들이다. 여러분 블랑카 님 글 읽어 보셨나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블랑카 님의 글은 정말이지, 매우 훌륭합니다. 읽노라면 책을 안 살 수가 없어요. 즐찾에서 빼야 할까요? 지름신 …


《한밤중의 꽃향기》는 작가 자체로는 별로 호감이진 않은데, 미술관 이라고 하니 그래? 하면서 궁금해졌다. 나는 어떤 사람들은 좋은 그림을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는것을 안다. 내게도 속 시끄러울 때 해결할 방법이 몇가지 있는데, 좋은 문장을 읽는 것도 그렇고 맛있는 걸 먹는 것도 그렇지만, 그런데 내가 해결하는 방법중에 그림은 없었다. 그림을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일은 그 자체로 너무 좋을 것 같아 내게도 그런 해결방법이 생기기를 바라며 그림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화집도 사서 보곤 했지만 딱히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그림 보는 거 내게는 되게 우아하게 느껴지는데, 그런데 우아함이란 후천적 습득은 안되는걸까?















《이상한 집》은 딱 일본 소설 느낌이다. 이 책 다 읽고 구매자평 쓰긴 했는데, 이렇게나 자극적인 소재와 이야기로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이 작가가 책이란 수단으로 추구하는 것은 그저 흥미와 재미인걸까? 그런 점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


《나의 독일어 나이》는 제목도 표지도 너무 좋다. 아직 읽기 전인데, 이 책을 받자마자 미국에 사는 내 친구 J 가 생각났다. 어쩐지 J 가 좋아할 이야기가 이 안에 있지 않을까 싶다. J 는 영어, 독일어, 폴란드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불어와 일본어를 약간 할 줄 안다. 오래전에 "내 친구 4개국어 하는데" 라고 말을 꺼내자 내 앞에 있던 남자가 이렇게 대꾸했던 일이 떠오른다.


"경상도어 전라도어 서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딴엔 재밌다고 한 것 같은데, 아니, 독일어 폴란드어 영어 한국어. 라고 답하자 입 싹 다물었던 일이 있었다.


비슷하게는 아주 오래전에 소개팅을 받았는데 나보다 몇 살 많은 남자가 내 앞에 앉아 있었고 무슨 이야기 끝에 비행기 얘기가 나왔다. 그가 나에게 비행기 타봤냐고 물어봐서 내가 그렇다고 하자, 그가 이러는 거다.


"어디. 제주도?"


하 쉬바. 


"뉴욕이요."


라고 답했더랬다. 

자기 생활과 자기 기준에서만 사람은 상상하고 대응이 가능하다. 비행기=제주도 되어버리고 외국어=비서울어 되어버리는 사람들 …


여하튼 책 샀고, 빌리기도 했고, 연장도 했다.

다음엔 이 책(이라고 쓰고 안알랴줌)의 페이퍼로 돌아올 것 같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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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19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버터>의 작가 저도 또 읽을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저 역시 이름도 모름;;;) 저 단편은 정말 재미날 거 같네요? 존재만으로 불편함을 확 깨우는 여자라, 어쩐지 통쾌&흥미롭습니다.

아니 근데 비행기=제주도라고 말하는 그 뇌는 어떤 작동을 하면 그렇게 되는 걸까요? (4개 국어의 그 뇌도 마찬가지)
으흠... 상대를 깔봄? 본인이 제주도만 가봄?(본인이 외국어에 열등감?) 그것참 신기하다........

다락방 2023-06-19 11:08   좋아요 1 | URL
이 단편집에서 제일 재미있었어요. 읽는 동안에도 재미있고 유쾌했어요. 뭔가 ‘좋은데?‘ 이런 느낌이 뽝 오더라고요. 불륜커플 많은 초밥집에서 그녀가 한 잘못이 없는데 그녀 때문에 불편해진다면, 그건 불편한 사람들이 잘못 아니겠어요? 껄껄.

상대가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혹은 많은 지식을 가질 수있다는 상상을 하지는 않는 초라한 한남들입니다. 왜 ‘어디냐‘고 묻지 않고, ‘어떤 외국어냐‘ 묻지 않고 지들 머릿속에 있는 걸로 한계를 정해요? 한심하기 짝이없어요. 하하.

잠자냥 2023-06-19 12:56   좋아요 0 | URL
초밥 먹고 싶다~

다락방 2023-06-19 13:09   좋아요 0 | URL
전 초밥에 와인요~ ㅎㅎ

blanca 2023-06-19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터> 안 읽어봤는데 이 단편집부터 시작해 볼까요? 그리고 중간에 ㅋㅋㅋ 민망하지만 솔직히 기쁘네요. 다락방님 아니면 누가 제 칭찬을 이렇게 해주겠어요. 고마워요. ^^;;; 맘모스빵 ㅋㅋ 저거 먹다 턱 빠지는 거 아니예요? 저번에 쌈 싸서 먹다 턱에서 갑자기 툭 소리 나서 얼마나 무서웠던지...그리고 다락방님, 강낭콩 꽃 피면 열매 맺는 거 맞나요? 잎이 시들시들한데 조그만 꽃봉오리가 맺혀서 이게 죽어가는 건지, 희망의 전조인지 헷갈려서요. 더운 월요일, 건강 조심하시고 힘차게 시작해요!

다락방 2023-06-19 12:32   좋아요 1 | URL
강낭콩은 꽃 피고 열매 맺는 거 맞는데요, 저희집 콩은 잘 자라고 열매까지 맺더니 지금 다 죽고 있어서 열매도 더이상 크질 않아요.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겠는데 죄다 죽어가요. ㅠㅠ 슬프네요 ㅠㅠ

버터도 읽을만하고(그거 읽으면 버터간장밥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어휴…) 이 단편집도 몇 개의 단편이 특히 좋았어요. 블랑카 님 읽게 되시면 또 얼마나 멋진 감상을 써내실까요!!

저 맘모스빵 한꺼번에 먹어야 맛을 제대로 느낄텐데 너무 높아서 ㅋㅋ 한번에 먹을 순 없었고 그래서 이래저래 쪼개 먹었습니다. 저는 쌈 싸서 먹다가 너무 크게 싸가지고 목구멍에 걸린 적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6-1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유즈키 아사코의 책 흥미롭네요! <버터>도 읽고 싶어져요.
저 어제 밤에 향이 근사했던 와인 마시고 잤고
점심에 먹으려고 초밥 시켰는데 아직 안왔습니다. ㅎㅎ
몇 권 담아갑니다.


다락방 2023-06-19 17:52   좋아요 1 | URL
미미님, 저 초밥집 단편 정말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그리고 버터 도요!! 후훗.
제가 오후 내내 회의하느라 이 글을 지금 봤는데, 초밥 드셨습니까? 초밥에 와인이라니, 저도 좋아하는 조합입니다. 맛있게 드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미미 님의 책탑도 구경시켜 주세요! >.<

난티나무 2023-06-1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 생각엔 그 남자들, 경험과 생각의 기준이 아니라 ‘여자’이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여자가 외국에 가봤겠나 여자가 외국어 할 줄 알겠나 이러고 깔본 게 맞… 하…)

다락방 2023-06-19 17:53   좋아요 0 | URL
네, 당연하게도 거기엔 여자라서 깔본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자 주제에 니가 뭐 외국을 가봤겠냐, 니가 외국어를 하면 뭘 하겠냐 이런 깔봄이요. 바로 그 지점에서도 상상력이 완전 제한되어 있는 거고요. 자신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난다는 명백한 진실을 깨닫지 못하는 멍충이들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6-20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 님 제게도 은근 지름신 이십니다.ㅋㅋㅋ
저도 블랑카 님 덕분에 구입한 책이!!!^^
책을 읽어 보면서 블랑카 님의 안목을 따라가고 싶단 생각을 여러 번 했네요.
같은 책을 읽어도 그런 감정선의 감상을 끌어낸다는 건 아마도 안목이 높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었던 적 있어요.
그걸 다락방 님도 캐치를 하셨으니...다락방 님의 사람보는 안목도 탁월하십니다.^^

잠자냥 2023-06-20 22:42   좋아요 1 | URL
블랑카 님 글은 은은한 멋이 있던데 지름도 은근 은은하게 ㅋㅋㅋㅋ

다락방 2023-06-21 07:36   좋아요 1 | URL
좀 오래되긴 했는데 모신문에서 토요일마다 인터넷서점 서평가 글을 실었었거든요. 교보랑 예스랑 알라딘이었나, 인터파크도 있었나. 그 때 돌아가면서 글을 썼던 걸로 기억하는데 알라딘은 블랑카 님이 쓰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ㅎㅎ 우아하고 깊은 글을 쓰시는 분. 서평이 너무나 문학적인 분이죠. 저도 그런 글을 쓰고 싶은데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포기합니다 …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베란다의 바질은 무럭무럭 자랐다. 

옆 화분으로 좀 옮겨 심고나서 둘다 힘없어진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그 몸살을 잘 이겨내고 쑥쑥 자라는 중이다.

옆 화분은 기존에 치커리를 키웠다 뽑아낸건데, 옮겨심는 과정에서 흙을 요케요케 한 때문인지, 지금 바질과 함께 치커리가 새로 싹트고 자라고 있어서 크게 당황중이다. 아마 이건 조만간 뽑아버려야 할 듯.


고수를 키우면서는 똠양꿍 밀키트에 고수를 넣어먹고 싶었고

바질을 키우면서는 꼭 내 손으로 바질페스토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바질페스토 요리법을 찾아보면 크게 유별난 재료가 필요하지 않고 요리 방법도 간단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베란다의 바질을 매일 들여다보았다. 이쯤되면 수확해도 되겠지?




그냥 잎을 따면 되는지, 따기전에 유튭 검색을 해보았더니 바질이 자랄 때 위에 순을 가위로 잘라줘야 옆으로 잘 자란다고 하더라. 그리고 가위로 잎들을 잘라 사용하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해주었다. 내가 블로그로 찾아본 레서피에서는 큰잎 위주로 땄다고 하고, 나도 그게 맞는 것 같아 큰잎 위주로 따냈다. 그렇게 레서피를 보면서 재료를 준비한다.


잣 35g 이 필요하다고 해 마트에 잣을 사러 갔다. 잣을 내돈주고 사 본 기억이 없네? 레서피 몇 개를 보니 꼭 잣일 필요는 없고, 아몬드나 캐슈너트, 호두로도 가능한 것 같았다. 그런데 잣이 가장 기본인 것 같아, 나는 가장 베이직하게 가고 그 후에 응용하자 싶어 잣을 사러 갔다. 그러다 잣의 가격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50g 에 만원이다.


오 

마이


나랑 함께 잣을 사러 갔던 엄마는, 바질페스토를 사먹으라 하셨다. 잣 만 원주고 어떻게 사냐고.

그도 그럴것이, 컬리에서 바질페스토 180g 울 주문하면, 4,700 원. ㅜㅜ



아아ㅏㅏㅏㅏㅏ 나는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그래도 내 목표가 목표인이상 꼭 바람을 이루겠어! 나는 만 원주고 잣을 산다. 마늘도 필요해서 산다. 세 쪽 정도 들어간단다.

파마산 치즈가 필요하다는데 이것도 4천원 이상의 돈을 주고 산다.

올리브유는 집에 있고, 소금도 있고, 바질도 있고. 


그렇게 재료를 준비한다.




재료를 준비하고, 나는 일전에 사두었던 책, 《제로 웨이스트 키친》을 꺼내보았다. 거기에서도 바질페스토가 나왔던 기억이 나서 한 번 비교해보자 싶었던거다.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레서피들은 다 믹서에 갈라고 해놓았다. 절구 얘기도 있었고.

책에 의하면 '페스토'가 이탈리아 단어 '찧다, 빻다'에서 온거라고 하던데, 제로 웨이스트 키친에서는 믹서기 얘긴 나오지도 않고(당연하다, 제로 웨이스트 키친이다, 저자는 냉장고도 안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절구에 빻으라고 되어 있었다.


그 책을 보고나자 나도 절구에 빻고 싶었다. 그래야 오리지널이 될 것 같아서. 그런데 집에 절구가 없었다. 엄마는 보통 마늘을 다져서 냉동실에 넣어두시는데, 그건 수수료를 주고 시장 가서 잔뜩 빻아 오시는 거였다. 절구를 하나 살까, 싶었는데 엄마는 반대하셨다. 층간소음으로 그거 빻는 소리에 아래층에서 올라올 수도 있다고 그냥 믹서기를 쓰라 하시는거다.


그래서 시키는대로 프라이팬을 달궈 잣을 살짝 볶고(라지만, 태웠다), 바질은 물로 살작 헹군뒤 키친타올로 물기를 닦아주었다. 여기에서 키친타올을 사용하는게 영 마음에 걸렸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잣과, 마늘과, 파마산 치즈와, 올리브유를 믹서기에 넣고 갈다가 바질을 넣고 간다. 잣이 너무 작고 마늘도 어느 순간 작아지면, 믹서기에서 갈아지지가 않았다. 밑에 깔려버리는 거다. 올리브유를 수시로 넣어줘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수시로 저어줘야 했다. 아, 믹서기는 별로네, 덩어리가 너무 커졌다. 어느 정도 덩어리감이 있어야 씹는 맛도 있다지만, 나는 덩어리가 너무 크게 나온 것 같았다. 그런데 더는 갈아지질 않았다. 다 갈아지고나서 올리브유를 재차 넣기 전에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바게트를 살까, 식빵은 바질페스토랑 딱히 어울리는 느낌은 아닌데, 하다가 일전에 치아바타 만들고 남은 블랙올리브가 있다는 걸 기억해내곤 치아바타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만든 치아바타, 내가 키운 바질로 내가 만든 바질페스토가 완성되었다.




마침 여동생도 와있던 터라 함께 먹었는데 여동생은 마늘맛과 잣향이 너무 강하다고 했다. 이것들의 양을 좀 줄여야 할 것 같은데? 하고. 결과적으로는 바질의 양이 적었던 것 같다. 레서피에서는 바질 80g 이라고 했는데, 저울이 없어 확인을 못했지만, 바질이 그보다 양이 훨씬 적었던 것 같은 거다.


바질을 늘리면 돼, 


라고 나는 말했다.


그나저나 저울을 사야 할까.


아빠는 바질페스토를 별로 안좋아하실 것 같은데, 그래도 아빠 좀 드셔봐, 내가 키운 바질로 만든 소스에 내가 만든 빵이니까 한 번 잡숴봐, 하고 조금 잘라서 발라드렸는데 맛있다고 한 쪽 더 달라 하신다. 나는 한쪽 더 발라드렸다.




저장해두고 먹기 위해 유리그릇을 끓는 물에 소독해 두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버렸다.

물론 기성품보다 적은 양이 나오기도 했지만, 사두고 먹으면 잘 먹지 않아 유통기한이 다 지나도록 남게 되는데,

내가 만든 바질페스토는 아주 헤펐다. 푹푹 퍼서 발라먹으니 금세 동나버려 저장이고 뭐고 없었다.


치아바타는 총 세 개가 나왔는데 앉은 자리에서 두 개를 다 먹어버리고 하나는 여동생이 집에 갈 때 여동생 손에 들려보냈다.


그리고 베란다의 바질은 앙상해졌다.




그래도 좋은 시간이었다.

일요일 오전이 치아바타와 바질페스토 만드느라 훅 지나가버렸지만, 

내가 결국 목표했던 걸 해냈다는 뿌듯함이 가득찼다. 후훗.

나는 바질을 심고, 키워내고, 수확하고, 페스토를 만들고, 빵도 만드는 사람이다! 멋짐이 하늘까지 치솟았다. 나뽕에 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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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6-1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함 글 금지라고 했었는데 또 한 편 쓰셨군요?
잣 비싸죠?ㅋㅋㅋ
저도 예전에 바질 화분을 키웠던 적 있었어요. 바질 페스토를 해 먹으려구요^^
바질도 잣처럼 만만찮케 비싸더라구요.
전 바질이 다락방 님댁처럼 저렇게 무성하게 안자라주어 딱 두 번 해먹어 봤어요.
그러다 사먹는 게 더 싸겠다! 싶어서 그리곤 사먹고 있는데 확실히 내 손으로 해먹었던 그 향이 잘 안나더군요.
미니 절구는 쿵쿵 두드릴 때 절구 아래에 수건 같은 걸 깔고 사용하면 되긴한데 그래도 그 소리가 조심스러워서 사용하는 게 정말...ㅜㅜ
어머님 말씀이 맞을지도 몰라요.
예전에 편스토랑에서 트롯가수 장민호가 절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절구공이를 쿵쿵 찧더군요. 층간소음 걱정된다구요.
인상 깊었네요.
암튼 다락방 님표 바질 페스토에 치아바타 맛났겠습니다.^^

다락방 2023-06-19 11:10   좋아요 1 | URL
저 바질이 저렇게 잘 자랄줄 몰라서 너무 신나고 예뻐요. 아주 그냥 예뻐 죽겠어, 하면서 베란다에 수시로 나가 들여다본답니다. 제가 들여다보는만큼 더 잘 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요. 별로 해주는 것도 없는데 그저 예뻐해주는 걸로 이렇게 잘 자라는가 싶어 기특해요. 그리고 이렇게 저에게 페스토를 하게끔 해줍니다. 내가 키운 바질로 페스토 해보는 건 저의 오랜 목표였어요. 그걸 해냈습니다. 아 너무 좋아요. 나중에라도 혹여 손님이 방문한다고 하면, 반죽해서 치아바타도 만들고 바질잎 따서 페스토도 할 수 있겠구나 싶으면서 그런 저 자신의 멋짐에 취했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절구는 그래서 사진 않을 것 같고, 아흔 넘으신 외할머니 댁에 있다고 해 그걸 일단 가져와볼까 합니다. 층간소음 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해야겠지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3-06-19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강원도 오일장에서 바질을 샀는데 바질을 시금치처럼 한 봉지 담아주셔서
그걸로 바질 페스토 만들어서 빵에도 발라먹고 파스타도 해먹었어요~
(마트에서는 플라스틱 통에 가지런히 몇 가닥 담아주는 가격으로 엄청 주시더라고요^^)
저는 잣 없어서 냉동실에 있던 땅콩으로^^ 견과류면 되겠지 뭐 하며,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락방 2023-06-19 20:37   좋아요 1 | URL
아아 장에서 사는 바질은 풍성하군요! 그러면 정말 양껏 페스토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저도 다음엔 남은 잣 캐슈너트 도전할 겁니다. 불끈!!

독서괭 2023-06-1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멋짐에도 정도가 있는 거 아닙니까? 바질 기르고 수확해서 심지어 직접 만든 치아바타에 발라.. 우왕.. 전 따라할 엄두는 안 나고 동생분이 부럽습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3-06-19 20:38   좋아요 1 | URL
저도 제가 너무 멋져서 감당이 안됩니다. 빵 만드는 것도 멋지고 페스토 만드는 것도 멋진데 그 둘을 같이 하다니!! 무슨 신인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

은하수 2023-06-23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새 만드셨는데 전 왜 이거를 지금 알았을까요
바질 꽤 컸을텐데 언제 만드시나 했죠! 잣 비싼거 보고 놀라실거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저 작년에 잣 가격보고 깜놀했잖아요.
맛있게 만들어드셨다니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네요~~
마당에서 뽀득뽀득 자라는 바질보니 저도 빨리 만들고 싶네요~~
그나저나 바질 페스토 색감이 진짜 초록초록 예술이네요^^
근데... 다른 견과류랑 섞어서 잣은 꼭 들어가는게 확실히 풍미가 살아나더라구요!

다락방 2023-06-23 08:52   좋아요 1 | URL
오오, 잣은 꼭 들어가는게 좋다고요? 메모메모.
잣이 조금 남았어요. 대략 15g 정도 될텐데, 다음에 만들때는 여기에 다른 견과류 섞어서 만들어봐야겠어요.
바질 위에 순 잘라줬는데 그 뒤로 그 사이로 새롭게 작은 잎들이 비져 나와서 너무 예뻐요.
요즘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베란다로 가서 얼마나 컸나 들여다보고 있답니다. 으하하하하.
이렇게 예뻐하면서 따서 먹다니, 어쩐지 모순되는 것 같지만요.. 아하하하하.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이라면 성희롱 피해의 경험을 누구나 다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에 그것을 무시해버렸든 혹은 수치심에 엉엉 울었든 혹은 그것을 성희롱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든, 남성들과 함께 일하는 공간에서 성희롱을 당하는 일은, 특히나 여성들의 젊은 시절에 빈번하게 벌어진다. 


나 역시도 예외가 아니고 내 주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나의 경험도 몇 개나 말할 수 있고 내 주변인들의 경험들도 마찬가지. 내가 가장 많이 들어왔던 '사소한' 성희롱은 '미인계를 써서 상사의 결재를 득하라'는 거였다. 윗선에서의 결재가 늦어진다거나 하면 '니가 미인계좀 써봐' 하는 것. 이건 정말이지 사소한, 아주 사소한 경우에 속한다. 


위계를 이용해 계속되는 구애를 하는 것도 다반사(남자를 알려줄게!)고 신체적 추행 역시 만만찮다. 역시 내 주변에서 숱한 사례들을 보고 들었고 그중에 어떤 부분에서 나는 그 일에 끼어들어 중간에서 더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지속된 성추행이 다른 부서에서 일어났다는 걸 알고 그 부서 중견급들에게 말했을 때 '자기가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표현해야죠'라는 말이 돌아와서, '아 이 부서에서는 아무도 해결하지 않겠구나' 싶어 내가 그 부서로 찾아갔더랬다. 그 일을 공론화하고 중견급들 다 불러서 재차 약속을 받고, 만약 이 일이 한 번 더 벌어진다면 보쓰에게 바로 직행하겠다는 내 말에 가해자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과, 가해자 상사의 가해자에 대한 질책, 그리고 다른 중견급들의 약속들을 받았었는데, 정작 피해자는 나를 원망했다고 했다. 이 부서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었다고. 피해를 당해 엉엉 혼자 울지언정 앞으로 일하는데 분위기 불편해진게 몹시 신경쓰였던 거다. 한참이 지난후에 피해자는 내게 그 때 말해주어 고맙다, 만약 그 때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그 일을 당하고 있었을 거 아니냐, 그걸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 고 하더라. 그렇지만 그 당시에 나는, 아주 많이 복잡했더랬다.


성희롱 피해 사실을 밝혀서 가해자의 죄를 묻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일은, 내 입장에서 '정의' 였는데, 그런데 나는 제삼자이다. 피해자가 사무실 분위기 흐려지는 게 싫었는데 그걸 밝혔다고 나를 원망했다면, 그렇다면 내가 한 일은 '누구의' 정의인가. 내가 한 일은 옳았던가? 시간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도 나는 같은 일을 할 거라는 결론을 내긴 했지만, 그러나 그게 맞았는가? 피해자가 한참이 지난 후에 그 일이 고마웠다, 라고 했으니, 결과적으로 나는 옳은일을 한것인가? 잘 모르겠다. 이건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우선 피해자에게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팀장한테 말하고 가해자의 다짐을 받을게'를 먼저 말했어야 했던걸까. 그래서 피해자로 하여금 '싫어' 라는 말이 돌아오면 묵묵히 참아야 했던걸까? 당시에 내가 그 일을 진행했을 때 그 부서의 다른 여직원이 내게 말했더랬다. 너무 감사하다고, 가해자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위경련도 일어났었다고. 그러니까 그 성추행은 단 한 명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어린 여직원들에게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부서에서 그토록 오래 진행되고 있었다니. 나중에 그 부서 중견에게 이 일을 얘기했을 때, '다른 직원이 그렇게 스트레스 받는지 몰랐다'는 말을 들었다. 글쎄.



성희롱 관련 법은 가장 직접적으로 법 이론이 법원칙으로 변모하는 양상의 전형 중 하나다. 1979년, 지배 이론을 주장하는 이론가인 캐서린 맥키넌은 주요 저서인 『일하는 여성의 성희롱』을 집필했다. 맥키넌은 성희롱 사례와 관련된 여성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녀는 고용주로부터 내밀한 부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성관계 체위에 관한 의견에 대한 질문을 받아온 18세 여성 문서 정리원의 이야기를 전했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상사로부터 시외 출장에 동행할 것을 요구받고, 해당 출장에서 상사와 동일한 숙소를 사용할 것을 요구받은 여성 비서의 사례를 언급하며, 해당여성 비서가 상사와의 성관계를 거절하자 그 대가로 업무의 일부가 축소되었다는 내용을 전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회사 내 최초의 여성 건물 관리인이 야간 교대 근무에 남자 화장실 청소 업무를 지시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수차례 반복적인 성관계 요구가 있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단순히 성격의 충돌 문제나 "남성이 나쁘게 행동하는 것" 이상의 문제다. 사례자들은 모두 성적인 묘사로 가득한 상스러운 것부터 시비조의 호전적인 행동들이 전국에 걸친 여성들의 업무 환경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남성 청소 관리인들은 임금을 받기 위해 걸레질을 하고 바닥을 닦으면 되지만, 여성 청소 관리인들은 걸레질을 하고, 바닥을 닦으며, 그에 덧붙여 포식자들의 성적 공격을 물리쳐야 한다. -P.101



원고가 직장 내에서 이루어진 희롱이 "원치 않은"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말의 이면에는, 원고가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기 전까지는 직장 내 성적인 행동에 근본적으로 동의했다고 본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이는 직장내에서 일상적으로 성적인 행동을 묵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록 일부 학자들은 "(원고가 기꺼이 원했다는 사실을 상대방의 적극적 항변 사유로 보지만, 대부분의 판례는 원고가 이를 원치 않았다는 사실, 즉 부정적 요건에대한 주장을 요구하고 이를 입증하면 반증이 없는 한 성희롱으로 판단한다. -P.103



성희롱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아니'라는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그 성적인 희롱에 '근본적으로 동의했다'는 것이 되고, 그러므로 당해도 되는 것이 된다. 아니, 그건 '당했다'는 말은 적절치 않다. 동의했으니 같이한 게 된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그냥 출근해서 일하다 퇴근하면 되는데, 나는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여자들은 적극적으로 아니라고 말하는 행위까지 더 해야 한다. 심지어 퇴근 후에도 상사의 속옷 사진을 받고 답장을 보내야한다. 


자기가 싫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했어야죠, 라는 말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성희롱 피해자를 향해 내뱉는 말이다. 속옷을 입은 문자메세지를 보낸 것, 남자를 알려주겠다는 말을 한 것, 그런 상사에게 공손하게 대응하고 웃어버리면, 그건 나 역시 그 말에 맞장구 친것이 된다. 그 때 속옷 차림을 보낸 남자 상사와 그 문자 메세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비서는 손바닥을 마주친 것이라는 거다. 그러니 그녀가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은 '거짓'이란다. 나는 숱한 '거짓말'을 한 성폭행 피해자들의 사례에 나를 여러차례 대입할 수 있다. 그들의 원리대로라면,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당한 그 수많은 일들에 '적극적으로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으므로 근본적으로 동의한 게 된다. 아르바이트 시절 내 가슴을 만졌던 남자 손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웃었던 일은, 내가 그 가해자에게 동의한 것이란다. 그 손님이 가고 나서야 주저 앉아 엉엉 울었던 일은, 아무도 보지 않았으므로 없던 일이 되고, 가슴을 만지는 아저씨에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 나는 그 행위의 동의자가 됐다. 


"그런 일이 있었고 당시에 아무 말도 못했어." 라고 하면,


"니가 적극적으로 아니라고 했어야지, 그랬으면 안그랬겠지, 너도 받아들인거잖아" 라는 답을 듣는다니.



그 후로도 살면서 나는 여러차례 '너 아니라고 확실히 말했어?'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물론, 여성들로부터도. 나한테 그러지 않은 남자가 너한테 그랬다고? 세상 정의로운 남자가 너한테 그랬다고? 그러면 너도 사실 좋았던 거 아니야? 지금도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제삼자로부터 그 말을 듣는다.


그렇게 정의로운 남자가 너한테 그랬다고?

그렇게 젠틀한 남자가 너한테 그랬다고?

그렇게 약자의 편에 서는 남자가 너한테 그랬다고?

그렇게 부족한 거 없는 남자가 너한테 그랬다고?

그렇게 교양있는 남자가 너한테 그랬다고?



그건 … 너도 원한 거 아니야?



성희롱 파트 읽다가 아주 많은 장면들이 눈앞에 스쳐지나갔고 아주 많은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괴로운 출근길이었다. 지금도 용기 내어 성폭행 피해를 공론화했다가, 여전히 '너도 원했잖아' 라는 말을 듣는 피해자들을 생각하게 되어 더 괴로웠다. 닥치고 있으면, 웃어 넘겼으면, 나에게 성적으로 말을 하거나 성적인 접촉을 하는 일이 동의가 되어버린다니. 



그런 한편, 동성에 대한 성폭행 부분도 있었다.

동성이라고 왜 성폭행이 없을까. 동성 애인에 대한 폭행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여성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여성들 사이의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라면, 소설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사람들》에도 언급된다.


근해 석유굴착 시설의 선원인 조셉 온칼리는 지속적으로 직장 동료와 감독자에 의한 성적 조롱, 신체적 폭행, 강간 위협에 시달렸다. 한 사건에서는 그의 감독자가 그를 억누르는 동안 한 동료가 그의 항문에 비누 1개를 밀어넣었다. 온칼리는 직장을 그만두고 성적 괴롭힘으로 제소했지만, 연방 제5항소법원은 민권법 타이틀 VII은 동성 간의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동성 간의 성적 괴롭힘도 타이틀 VI에 따른 성차별로 제소할 수 있다고 결정하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성별을 이유로"라는 요건은 성적 욕구를 내보이는 것, 한 성별에 대해 적대감을 표시하는 것, 또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혼성의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비교할 수 있는 직접증거"를 제시함으로써 만족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Oncale 사건 이후 불명확한 것은 피해자의 성적 지향 또는 성정체성을 근거로 한 괴롭힘이 제소 가능한지 여부다. 이 논점을 다루었던 거의 모든 연방법원들은 민권법 타이틀 VII의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는 "섹슈얼리티"또는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LGBT 차별의 피해자들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직접적 이유로 하여 소송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연방 항소법원 중 절반은 여성스러운 남성 또는 근육질의 여성이 일반적인 성 고정관념에 따르지 못하여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와 같은 성 고정관념으로 인한 청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차별의 피해자가 (남성의 경우) 충분히 화려하게 하고 다니거나, (여성의 경우) 충분히 남자같이 하고 다니지 않는 한, 게이 및 레즈비언 노동자들이 그들의 섹슈얼리티로 인해 해고 또는 강등되거나, 고용되지 않거나 공개적으로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108



남성 조셉 온칼리는 남성동료들로부터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을 당한다. 급기야 강제로 누르고 비누를 항문에 넣는 행위까지 당한다. 버티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이 일을 성적 괴롭힘으로 제소했지만, 처음 이 청구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법원이 제소할 수 있다고 결정하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고 하지만, 나는 만약 이것이 대법원에서도 인정되지 않아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앗다면, 그렇다면 가해자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같이 일하는 남자 동료의 항문에 비누를 넣은 일이, 그러나 감옥에도 가지 않고 어떤 전과로도 남지 않을 때, 그렇다면 아무 기록도 흔적도 남지 않으니 가해자는 흠없는 사람이 되는 걸까? 만약 그 일이 제소가 불가했고 그래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면, 가해자는 그 일을 또 할셈인가? 가해자는 그 일로 인해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먼훗날 자신의 자녀들에게


"아빠는 동료 항문에 비누를 쑤셔 넣은 적이 있단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혹은, 부모님께,


"동료 항문에 비누를 넣었어요. 껄껄." 할 수 있을까?


여자를 소개받는 자리에서,


"동료의 항문에 비누를 넣은 일이 최근 가장 재미잇는 일이엇어요." 할 수 잇을까? 


아무도 그 일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고, 그가 그 일로 감옥에 가지도 않고,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어떤 기록도 남지 않았다고 해도, 그 누구보다 그 자신이 안다. 그 행위를 한 그 자신이 그 일을 알고 있다. 가해자의 당시 나이가 몇 살인지 모르겟지만, 그는 앞으로 30대가, 40대가 될것이고 50대가 60대가 될것이다. 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늙어갈 것이고, 그러나 아무리 십년 이십년 시간이 흘러도 그가 누군가의 항문에 강제로 비누를 넣었던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가 나이 쉰이 되어 더이상 그런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는 그런 일을 '했던' 사람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의 과거는 그 자신이다. 이제 달라졌어, 라고 말해도 그는 과거에 타인의 항문에 강제로 비누를 넣는 폭력을 저질렀던 사람이다. 훗날 그가 나이를 먹어 그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부끄러운 일이라 여긴다해도, 그래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해도, 그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그 자신에게 남는다. 그렇게 살고 싶은가? 나의 과거 어느 한 순간에 타인의 성기를 함부로, 강제로 침범했던 일을, 내 자신에게 남기고 싶나? 타인에게 폭력을 저지른 나를 나는 나로서 계속 살아가고 싶은가? 그 가해자에게 말하고 싶다.



너는 타인의 신체를 강제로 침범한 남자야.

너는 타인의 신체를 강제로 침범한 아버지야.

너는 타인의 신체를 강제로 침범한 아들이야.

너는 타인의 신체를 강제로 침범한 남편이야.

너는 타인의 신체를 강제로 침범한 할아버지야.

너는 타인의 신체를 강제로 침범한 이웃이야.

너는 타인의 신체를 강제로 침범한 동료야.

그리고 너는, 타인의 신체를 강제로 침범한, 바로 너야. 너는 그런 사람이야.



우리의 지금 바로 눈앞에 놓인 작은 선택 그리고 큰 결정들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 우리의 현재는 우리의 과거로 쌓인다. 내 과거에 남기고 싶지 않은 일을, 지금 해서는 안된다. 내 현재는 곧 과거가 된다. 내가 한 일은 곧 나다. 그런 일을 했다면, 그런 사람이 되는 거다.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전투에서의 통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더구나, 여성의 전투병과 복무 금지 해제는 2013년 이전에는 여성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처럼 생각하게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일반화는 2013년까지 엄밀히 따지면 전투 참여가 금지되어 있었던 여성들에 의한 무수한 기여를 무시한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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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6-16 14:0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진짜 언행일치가 되는 분이네요. 회사에서 성희롱 성추행 공론화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나서서 하셨다니 대단하고, 피해자 입장도 일응 이해가 되지만 더 많은 피해가 계속 발생할 것을 막아내셨으니 정의롭고 용기있는 행동 맞고, 그걸 깨달아서 그 피해자도 나중에는 고맙다고 한 거겠지요.
이래서 회사 후배들이 다락방님을 그렇게 좋아하는 거군요.😍😍😍
이 책 읽어보고 싶어서 도서실 희망도서 신청했는데 가격 땜에 거절되는 거 아닌지;; 가격 왜이리 비싸요? ㅠㅠ

잠자냥 2023-06-16 17:37   좋아요 7 | URL
그래서 저도 다락방 언니 좋아해요. 선배님~~~ 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6-16 15: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멋지십니다. 회사에서 그런 용기 내기 쉽지 않은데요.
행동하는 지성이십니다~~
이 책 읽고 다락방님 페이퍼로 복습하니 너무 종네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3-06-16 15: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정말 멋집니다!!!
제가 얼마 전에 올린 중드에 이런 비슷한 내용이 나오거든요. 비서로 취직한 신입 사원인데 관리자가 자꾸 치근덕대고 실제로 추행당할뻔한 일이 발생해요. 밖으로 꺼내놓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합니까. 휴...
대부분은 업무나 회사 자체에서 잘릴까봐 뭐라 말 못하고 쉬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직접적인 신체 가해 행위도 문제지만 말로 하는 성희롱 발언들도 있는데 여러 모로 바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죠. 답답합니다 참.

따라쟁이 2023-06-16 17: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여러 번 썼다가 지웠다 합니다.. 후... 이걸 공감하고 그래, 나도 그랬어, 누구도 그랬어 하면서
머리에 수많은 일이 떠오르는게 마음을 엄청 무겁게 하네요.

잠자냥 2023-06-16 2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비누 잘 못 보겠네….

책읽는나무 2023-06-16 2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은 일인데...정말 멋진 여성이세요!
이젠 더 이상 반하고 싶지 않은데, 후배 여성을 위해 용기를 내는 것!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근데 용기를 냈었는데 당장에 후배 여성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난감하고도 당황스러우셨겠어요.
훗날 고맙다는 말을 들은 게 어쩌면 그 후배 여성의 인식을 바꿔줄 수 있었던...결국은 그것이 옳은 일이었다는 걸 확인시켜준 일이었지 싶습니다. 그래서 다락방 님이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반할만한 이야기는 금지입니다.ㅋㅋㅋ

은오 2023-06-17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하나님부처님조상님 착하게 살테니 제게 다락방님같은 멋지고 다정한 선배상사님을 내려주시옵소서...... 물론 마음 쓰실 일은 없도록 ㅜㅜ
 















내가 읽은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 중, 나는 《단순한 열정》을 제일 좋아한다. 아주 오래전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나 솔직해서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더랬다. 당시 아니 에르노를 좋다고 말한 친구 덕에 읽게 됐는데, 아니 나는 너무 불편한걸? 했다가, 다시 몇해전 이 책을 재독했다. 그 당시 뜨거운(?)사랑에 빠져있던 나는 어쩐지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었고, 그럴 때 다시 읽었던 이 책은 완전 '사랑에 미친' 나에게 맞춤한 책이었던 거다. 나는 아주 즐거이 읽고 리뷰도 썼더랬다.


리뷰는 여기 ☞ 만약 당신이 지금 단단히 사랑에 빠져있다면 (aladin.co.kr)


한참 시간이 흘러 아니 에르노는 노벨문학상을 탔고, 그리고 이 작품, 단순한 열정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나는 이 책을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에 열정적인 여성이 나오는데, 영화가 책을 충실히 반영했다면 영화 내내 섹스만 할 거 아닌가. 물론 나는 에로틱한 영화를 좋아하고 보고 싶지만,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서로간에 감정이 있고 그래서 성적 긴장 타오르다가 마주하게 될 섹스였지, 그냥 무조건 섹스섹스 아니었고, 그리고 뭔가 요래죠래 이래저래 해서 마주하게 될 섹스였지, 계속 그냥 섹스섹스섹스섹스 인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야한 것도, 에로틱한 것도, 섹스도 좋지만, 그냥 섹스만이 전부인 걸 원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다.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5월호에서는 이 영화를 다룬다. 선생님은 보통 섹스 장면은 지루하다, 재미없다고 하셨는데, 나 역시 동의하는 바다. 맥락 없는 섹스는 그저 지루하고 내가 보길 원하는 건 그런게 아니다. 게다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만 나온다면 더더욱 보기 싫다. 내가 원하는 야함은 그런게 아니야! 그런 참에 선생님이 이 영화를 소개하시는데, 그 매거진 자체는 재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스신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역시나 '아무리 정희진 쌤이 말해도 나는 안본다' 였다. 그런데, 그랬는데,


얼마전에 투비에 어떤 글을 가져다 옮길까 하고 과거 글을 보다가, 내가 영화 <DANCER>를 보고 쓴 글을 다시 읽게 됐다.

러시아의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자전 영화였다. 글은 여기 ☞ https://tobe.aladin.co.kr/n/68783



영화 포스터를 가져오기 위해 이 영화를 검색하다가, 나는 이 영화의 주연배우이자 발레리노이기도 한 '세르게이 폴루닌'이 영화 <단순한 열정>의 남자주인공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


네? 

아니, 이 발레리노가 단순한 열정을요?

아니, 저기요, 잠깐만요! 네?

세상에나 네상에나. 이게 뭔일이래여..

나는 이 배우를, 이 발레리노를 보고 싶다. 문신이 아주 많았던 배우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니 세상에, 이 발레리노가 이제 영화를 찍는다고요? 세상에. 나는 그 날 당장 다운 받아서 보기 시작했다. 영화의 처음은 책의 처음과 같았다. 그 남자를 기다리는 일에 대한 나래이션. 그런데, 아, 역시 끝까지 못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다 말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vod 로 보면 이게 문제여. 끝까지 보지를 못해. 아 역시 섹스섹스 그래가지고 못보겠어. 하. 그러니까 내가 섹스 보고싶은건 맞고 좋아하는 건 맞는데 이건 내가 좋아하는 과가 아니네요? 그래도 돈 내고 다운 받아가지고 언젠가 다 보긴 해야겠지만 여하튼 당황스럽다. 그래도 봐야지. 볼게. 볼거다. 아하하하하. 아니, 세르게이 요즘 영화 찍고 있었어요? 왜 나한텐 말 안했어? 당신의 성취를 내게 자랑하시오. 나는 언제나 당신의 성취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낼 것입니다.



지난번에 친애하는 알라디너 ㅈㅈㄴ 님께서 알라딘 앱으로 접속하면 기대평 누르고 적립금 받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주셔가지고 그 뒤로 열심히 그걸 하고 있다. 덕분에 책을 더 많이 사게된 건 함정이지만, 또 덕분에 모르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기도 하는데, 오늘 터치했다가 화들짝 놀란 책은 이것.














19금 딱지 붙어있고, 세 권에 5,670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e북으로 모시고 있는데(응?), 이거 보자마자 너무 … 이 표지 어쩔 ;;

이걸 책장에 꽂아두면 뭔가 스스로 자랑스럽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마음? 물론 내 책장에는 그 뭣이냐 '낯선 살냄새' 같은 거 꽂혀있긴 하지만, 아니 그래도 이거 표지가 넘나 너무 … 그런데 전자책이니 사실 남이 볼 일 없나? 제목도 불온한 마음이래. 아니, 불온이라고? 왜? 왜 불온해? 표지도 제목도 너무나 자극적이다. 세 권이면 저렴한데? 표지 넘나 갖고 있다가 들키기 부끄럽지만, 그런데 전자책이면 뭐 갖고 있어도 알 게 뭐람? 살까? 이게 불온한 마음이라고 하면, 안되는데 막 원하고 이러는 거니까 막 거시기한 긴장 같은거 있을 거 아녀? 이러면서 책소개를 봤단 말야?



식물인간이 된 동생,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한 여자.

진욱은 눈앞에서 무연히 흩어지는 하얀 연기를 보며 그 여자를 떠올렸다.

‘당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역겨운 인간인지 단 몇 마디 섞은 나조차도 알겠는데.’

오만하고 역겨운 인간. 뻔한 족속.

그 여자가 자신에 대해 내린 판단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황당했다.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작게 터뜨렸다.

독한 연기가 목 끝에 걸려 짧은 기침을 몇 번 뱉었다.

그 여자의 말은 자꾸만 자신을 찔러댔다.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멍하니 담배를 피울 때라던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누워 술을 마실 때라던가, 혹은 잠들기 직전이라던가.

그러니까- 혼자 있는 모든 순간에 자꾸만 그 여자가 떠올랐다.

위험한데, 생각하는 순간 진욱은 깨달았다.

이 위험이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결코, 거기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라딘 책소개 中



아니, 책소개가 너무 …너무잖아요? 너무 …어, 그러니까, 음, 너무라기 보다는 좀… 허접하잖아요? 전자책 소개는 보통 이런 식인가? 책소개가 왜이렇게 부끄러워;; 흠. 뭐 그렇다는 거다. 



내가 종이책만 사놓고 안읽는게 아니라

전자책도 사두고 안읽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안읽고 쌓아뒀는데

VOD 도 결제해놓고 안보고 폰에 쌓여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OTT 야 아무때고 들어가서 보면 되는거고 정액제인데, 네이버 이용하는 VOD 는 내가 한 편마다 돈 내고 사는 거라고! 그렇게 사두고 안읽은 영화가 하루 이틀 사흘, 이 아니라 한편 두편 …


존윅4 (극장에서 놓쳤으므로 조만간 볼거임)

단순한 열정(재도전할게)

언노운 걸(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킬링 로맨스(재미없어서 보다 껐다)

애프터썬 (너도 기다려라)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이것도 극장에서 놓쳐서 VOD 뜨자마자 결제했는데 왜 아직 안본것이냐)

탑건:매버릭(나 진짜 어떡하냐)

사랑 후의 두 여자(언제 보죠?)

나일 강의 죽음(이것도 초반에 조금 보다 말았다)

나이트메어 엘리(볼게요, 미안합니다)

주토피아(이건 진짜 사둔지 오만년 된듯. 보다 말았음)



나, 어떡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요가 끝나고 집에 가서 열무김치에 밥 말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가지고 엄마한테 그랬다.


"엄마, 나는 이 열무김치 하나면 산 속에 들어가서 자연인으로 살기 가능할 것 같아!"


이래가지고 엄마 빵터지셨는데, 저 VOD 다 가지고, 우리 엄마표 열무김치 가지고 산으로 들어가야겠다. 

여러분,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잠시만 안녕~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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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15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폰에 사생활보호필름 부착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철에서 불온한 마음 막 보여주는 사람들 너무 많아요. (보고 싶지 않아도 보임...제발 붙여!)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이 영화 올라왔군요? 저도 이거 보고싶던데, 왓챠냐 넷플릭스에 안 풀리나...
<언노운 걸> 재밌습니다...... <나이트메어 엘리>도 재밌습니다. 둘 다 다른 재미이지만.

그나저나 열무김치 갖고 산으로 가는 거예요?
잠깐만- 참기름도 챙겨가!

다락방 2023-06-15 12:36   좋아요 1 | URL
저 불온한 마음은 안살거고 안볼거라서 일단 패쓰고요, 문제는 <단순한 열정> 입니다. 이건 반드시 집에 있을 때 혼자 봐야할 영화인 듯 한데 말이죠. 하아- 밤에 보면 잠을 못자고 뒤척일텐데 …
잠자냥 님, 저랑 만나서 같이 볼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사실 열무김치 하나만 딸랑 가지고 가도 되지만, 잠자냥 님의 조언을 받들어 참기름에 고추장까지 가지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3-06-15 12:47   좋아요 1 | URL
푸하하하 만나서 같이 보자는 말에 진짜 크하하핰 웃었어요.
아니 초면부터 만나서 저런 영화를 보자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루해서 둘 다 코골면서 자는 거 아닐까요? (부장님 글이나 희진쌤 영화 소개 보면 세상 지루한 영화 같음)

다락방 2023-06-15 15:07   좋아요 1 | URL
생각만해도 너무 좋죠? 홀랑 넘어오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6-15 1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 이 글에 섹스가 몇 번 언급되는지 세다가 포기했습니다.
2. “불온한 마음”보다 “낯선 살냄새”가 더 불온해보여요ㅜ
3. 불온한 페이퍼를 덜 불온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용된 열무김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잠자냥 2023-06-15 12:28   좋아요 1 | URL
1. 다부장 저 인간 요즘 못하는 걸 단어로 쓰면서 해소하는 듯.....ㅋㅋㅋㅋㅋ
초딩들이 길거리나 화장실 벽에 낙서하듯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6-15 12:32   좋아요 0 | URL
무성애자 은오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어 결혼을 재고하다....

다락방 2023-06-15 12:37   좋아요 3 | URL
낯선 살냄새 제목 진짜 어처구니 없죠? ‘크리스티나 로런‘ 이라고 로맨스에로 쓰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자매품, <잘생긴 개자식>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은근 크리스티나 로런 몇 권 읽은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 대한민국에 낯선 살냄새 읽은 사람 나 하나 일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리고 저 그렇게 섹스 좋아 안해요. 그냥 쓴거지 막 하고 싶고 그런거 아니야. 은오 님, 나 괜춘해. 내가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요. 사실 나도 요즘 무성애자에 가까워요. (매달린다)

호시우행 2023-06-1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한 걸 싫어한다는 말이 오히려 거짓말 아니까 싶어요.ㅎㅎ

다락방 2023-06-15 15:06   좋아요 0 | URL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아니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6-15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혹시 그 ‘50일간의 썸머‘에 제대로 된 로맨스 소설을 쓰려고 산에 들어가시는 거 아니십니까?
내가 제대로 보여주겠다!
야한 듯한데 야하지 않은 로맨스는 이렇게 쓰는 것!
하시면서요.ㅋㅋㅋ
빨리 써주세요.!!!!!

다락방 2023-06-16 09:23   좋아요 1 | URL
제가 책나무 님의 이 댓글을 읽고 ‘중년의 여름 로맨스‘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오늘 출근하면서 가만 있자, 베트남에 가서 현지 가이드와 여행객으로 만날까, 회사에서 신입사원과 중견급 직원으로 만날까 설정에 설정을 거듭하면서 … 제가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나올 것이냐, 머릿속에서 나온다면 도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6-16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6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23-06-1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OD 서비스를 받는 자연인이라... 열무 비빔밥을 먹으며 존윅을 보는 자연인이라....
 















오늘 점심 산책시간에 정희진의 오디오매거진 6월호를 들었다. 

이번호에서 선생님은 미국, 미군 얘기들을 하셨는데 '이태원 살인사건'에 대한 언급도 하셨다. 

선생님으로서는 아주 아쉬운 영화라고, 피해자와 유가족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미스테리의 기능이 더 부각됐다는 거다.

나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듣다가 선생님에 대해 또 감탄하게 됐다.

책이든 영화든 뭐든 언급하시게 되면 그 모든 걸 다 기억하고 관련된 것들까지 다 가져오시는 거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이번호 매거진에서의 영화는 <맨체스터 바이 더 시>인데, 각본가의 전작과 쓰인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의 작곡가 까지 … 물론, 사람이 관심이 있으면 그 점에 대해서는 더 알아보고 싶고 더 기억하게 되긴 하지만, 내 경우에 그건 지극히 한정적인 부분에만 쏟아지는데 선생님의 경우에는 어느 분야든 가능해지는 것 같은 거다. 


일전에 김혜리의 팟빵에 게스트로 출연하셨을 때에는 일본에 여행간 얘기를 하시면서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도 좌르륵 말씀하시더니 이번에도 주둔하는 미군과 달라진 한국 사람들의 시선, 그 시선이 달라진 시간의 흐름까지…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했던 걸 새삼 떠올리게 됐다. 내가 아무리 아무리 여성주의 책을 읽어봤자 결코 정희진 쌤처럼 될 순 없다는 것. 이런 류의 사람, 인간 종류는 따로 있다는 거다. 그건 문과냐 이과냐의 문제든, MBTI 의 문제이든, 혈액형의 문제이든, 아이큐의 문제이든, 그러니까 뭐가 됐든 선생님이 속한 인간의 집단과 내가 속한 인간의 집단은 다르다는 거다. 이걸 '류' 나 '집단' 이라는 단어 대신 뭔가 다른 단어를 쓰고 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여하튼 인간들을 분류했을 때 내 '과'는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살다 보면 이런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보게 되고 만나게 되는데,

읽거나 보는 것들을 습득하고, 그걸 머릿속에서 지도를 그려서 위치시키고, 그 위치에 맞는 다른 것들과 또 연관시켜서 지도를 그려버린다고 해야할까. 내 경우에 전체적인 그림을 보지 못하는 맹점을 갖고 있는데 이건 나의 고질적인 문제다. 암기를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 암기라는 건, 내가 이미 이해를 잘 하고 있다면 굳이 필요없는 게 아닌가. 그런데 왜 암기를 못하냐, 머릿속에 그리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머리속에 그리려고 펜을 똭 잡으면 어휴 귀찮아 하고 펜을 던져버리게 된다고 해야할까. 국사, 세계사를 못하는 데에는 어느 시대에 어떤 일이 일어나서 상황이 어떻게 변했고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가지고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하는 걸 내가 그려내야 되는데, 나는 그걸 그리는 사람이 못되는거다. 그보다는 어떤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뭐야 이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 아 너무 힘들었겠다' 이렇게만 되어버린달까. 내가 나 이런 거 문제인 거 알아서 전체적 그림을 그려주는 책을 읽고 도움을 받고자 하면, 읽을 때는 오 알겠어 알겠어 이러는데 책 덮고 나면 기억이 또 하나도 안나는 거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떤 하나에 대해 얘기를 딱 할라치면, 그 전에 이랬잖아요? 그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고요, 그래서 이게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하면서 머릿속에 어떤 하나의 사건을 던지는 순간 지도가 그려지는 것 같은 거다. 지도가 그려진 것뿐만 아니라 지도 곳곳에 또 책장이 있어서 그 책장에서 이것저것 상세하게 끄집어낼 수도 있는 거다. 난 …이게 안돼.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이렇게 머릿속에서 지도를 그리지 못하는 것이,

내가 길치인 것과, 내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것과, 요리를 못하는 것과, 프랑스 영화등을 비롯한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클래식 음악의 경우, 나는 공연에 갔다가 이건 완전한 이과의 영역이다, 라고 생각했던 게,

어느 지점에서 어느 악기가 어떤 강도로 어떤 속도로 연주되는지를 배치해야 하고,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합을 이루는지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나의 음악이 탄생하는 거다. 현악기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악기는 피아노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아야 훌륭한 음악이 나오는 거다. 내가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 보러 갔다가 높은 관객석에서 무대를 보는데, 이건 단순히 작곡과 연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지도를 그리고 그러면서도 세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요리도 마찬가지. 각 재료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것들이 어느 순간에 어떻게 섞여야 어떤 맛이 나는지를 이해해야 요리를 잘 할 수 있는데, 나의 뇌는 너무나 단순하게


버터 좋아

청경채 좋아

둘이 섞으면 더 좋겠지?


이러다 망해버리는 거다. 


내가 도저히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프랑스 영화, 책 등의 예술등에 대해서도 그 어떤 예술의 지도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안에 뭐가 있는 것 같고, 그러니까 그들이 그렇게 한걸텐데, 그게 뭔지를 내가 모르게쒀 …뭐, 문학도 예술이긴 하지만, 내 경우에 스토리에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데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 듣다보면, 선생님은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고 곳곳에 책장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이게 되는걸까' 싶은 거다. 그걸 다 달달 외우시는 걸까? 아니면 읽다가 혹은 보다가 다 기억이 되는걸까? 나는 왜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거지? 오전에도 우연히 내가 몇년전에 쓴 책의 리뷰 보면서 '뭐야 이런 책을 읽었어?' 라고 깜짝 놀랐는데 내가 그 리뷰로 이달의 당선작도 됐더라. 그런데 정말이지 기억이 전혀, 1도 나지 않는다. 리뷰를 읽어도 모르겠더라. 나는, 왜 읽지? 내가 읽는 이유는 뭐지? 내가 읽는 의미는 뭐지? 왜 선생님은 이렇게 되는데 나는 못하지?


역시… 아이큐 탓인건가.


선생님이 언급하셔서 <동맹 속의 섹스> 주문했는데, <동맹의 풍경>도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런데 이래봤자 뭐해, 나는 읽어도 다 까먹는데, 머릿속에 지도도 못그리는데. 내 머리는 … 뭘 하고 있지?


머리야, 그렇다고 너 싫다거나 원망하는 건 아니야.

나는 이런 나를 받아들인단다. 내 머리, 내 몸, 모두 나지.

내 엉덩이 내 가슴, 모두 나지.

내 팔 내 다리, 모두 나야.

















하도 이슈가 되어서 오히려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중고로 샀고 그래서 아까 잠깐 펼쳐보는데 집 도면이 나오는 거다. 아, 그러면 또 나는 그 도면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일단 건너 뛰고, 글이 다 말해주겠지, 한다. 봐봤자 모르니까 볼 생각이 없어져버리는 부분 … 



에휴, 커피나 내려 마셔야겠다. 

난 학교때 공부 열심히 했어도 전교1등 각은 아닌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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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3-06-14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을 나름 오래 했던 사람으로써 얘기해보자면, 음악을 머리로 하는 친구들과 몸or삘로 하는 친구들은 확연히 달라요. 일단 머리로 하는 친구들의 실력이 확실히 앞서갑니다. 그만큼 하차나 포기도 더 빨라서 아쉽죠. 음악을 계산하려하면 아무래도 즐기질 못해요. 어느 악기가 어떤 역할인지 아는 것도 필요하나, 각종 소리의 어울림에 몸을 맡기다보면 알아서 리듬을 타고 계실거에요^^ 저도 곡 전체의 그림은 볼 줄 모르지만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23-06-14 16:13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제 경우에는 리듬 타는 거야 무리 없지만 (둠칫 두둠칫) 가사 있는 노래에 반응하거든요. 서사에만 반응한달까요. 가사 있는 노래에는 막 울고 웃고 기쁘고 이러는데 가사 없는 음악에 있어서라면 기억하지도 못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에 바로 저의 뇌 구조가 뭔가 작용을 할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가사 없는 음악을 기억 잘하는 사람들은 아이큐가 좋을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으하하하핳. 가사가 없는데 어떻게 음악을 기억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물감 2023-06-14 16:18   좋아요 1 | URL
아 어디선가 노래들을 때 가사를 보느냐 멜로디를 보느냐 하는 설문을 봤는데, 다락방 님은 가사쪽이시군요ㅋㅋㅋ 저는 무조건 멜로디라인... 가요든 클래식이든 들으려고 듣지 말고, 백색소음마냥 틀어놓고 다른 일에 집중해보세요. 저는 그렇거등요ㅋㅋ

잠자냥 2023-06-14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다락방님이야말로 이것저것 끌어와서 합쳐서 새로운 생각해내는 데 천재 같은데요?
희진쌤의 평민버전이랄까.ㅋㅋㅋㅋㅋㅋㅋㅋ 희진쌤은 저기 안드로메다급이고(희진쌤은 또 버틀러를 그렇게 보시는 거 같더라고요 ㅎ)... 다락방님은 희진쌤의 인간버전 ㅋ

희진쌤이 당신이 본 영화랑 책이랑 신문자료랑 등등을 섞어서 새로운 생각을 똭- 내놓는 거 지금 다락방님이 이 서재에서 하고 있는 일입니다.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웃기고 좀 더 먹는 냄새 나는 버전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4 16:15   좋아요 2 | URL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잘하는 게 있다는데, 저는 유독 잘하는 건 없지만 유독 못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생확속에서의 정리정돈도 그렇지만 머릿속 정리정돈도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체적인 큰 그림도 못보고 구조도 잘 못보고 … 뭐,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핫. 그렇다고 슬프거나 한 건 아니고요, 아 세상엔 저런 사람도 있구나, 나같은 사람도 있고 …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하핫.

그나저나 먹는 냄새 나는 버전 이라 … 제가 앞으로 소식하는 삶을 살고 식이 조절하고 그래가지고 먹는 냄새를 좀 글에서 빼볼까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말)

망고 2023-06-14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터 청경채가 왜 망해요? 맛있을거 같은데요ㅋㅋㅋㅋㅋ저는 어떤 노래도 가사를 안 듣는데 다락방님은 저랑 반대시군요 오호! 암튼 다락방님 글도 책에서 영화로 또 연애썰로 막 뻗어가다가 일상에 적용한 재밌는 글들로 마무리 하시는거 보면 너무 천재적이신데요 다락방님 넘 겸손하십니당😄

다락방 2023-06-15 09:18   좋아요 1 | URL
너무 맛이 없어요, 망고 님 ㅋㅋ 저 깜짝 놀라서 이걸 어쩌나 고민하다가, 이미 버터에 볶은 청경채 물로 다 씻어낸 다음에 된장찌개 끓여 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가사 없는 음악 듣고 좋다고 느끼고 그래서 책 읽거나 공부할 때 틀어두긴 하지만, 그 음악들을 기억하진 못하더라고요. 에피톤 프로젝트 앨범에도 연주곡들이 있거든요? ‘이거 에피톤 꺼다‘는 알지만 그 연주곡들 중에 어떤 곡인지는 모르겠어요. 가사가 없으면 그 곡이 기억이 안돼요. 하하하하하.

건수하 2023-06-14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진샘은 논리 다락방님은 마음
전 둘 다 넘 좋은데요? :)

다락방 2023-06-15 09:18   좋아요 0 | URL
희진샘은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는 분이시고 저는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질 않아서 말이지요. 하핫.
저도 머릿속에 지도를 그릴 수 있다면 지금보다 똑똑한 인간이 되어있을 것 같아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06-14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진샘의 지식은 참말로 👍
저는 매거진을 항상 두 번씩 듣거든요.
방대한 지식을 순식간에 다 내뱉어 버리시니까 다 듣고 나도 돌아서면 기억이 잘 안나는 거에요. 제가 듣기가 좀 약하거든요.ㅋㅋㅋ
그래서 다시 또 듣는데도 전혀 지겹지가 않아요. 오히려 앞서 놓쳤던 부분들이 이제 다시 들린달까요?
들으면서 희진샘의 달변이 미리 자료 조사를 하셔서 대본을 읽으시는 건지? 막 속사포로 내뱉으실 때는 분명 에드립같아 보이는데 이 에드립도 지식인 거잖아요.? 들을 때마다 저도 놀랍니다. 더군다나 쌤은 드라마도 많이 보셔서 놀라기도 했지만 장면들을 어떻게 기억을 다 하시는지? 오늘 다시 듣기 한 것 중 <비밀의 숲 2> 드라마를 언급하신 것 같던데 조승우 배우가 내뱉었다는 장면은 금시초문이라...길을 걷다가 또 감탄했었네요^^
큰 그림을 그리는 구조적인 뇌구조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촘촘하고 미세한 감수성의 뇌구조를 가진 사람이 있는 거란 생각을 하는데 다락방 님은 후자가 아니신가? 생각합니다. 우린 또 감수성에 민감한지라...다락방 님 글을 읽는 거구요^^

다락방 2023-06-15 09:30   좋아요 1 | URL
저도 희진샘 매거진 두 번들을 때도 있지만 다 그렇진 못하거든요. 왜냐하면 ‘두 번 들어야지‘ 할라치면 김혜리의 매거진이 발행되는 겁니다. 아하하하. 그래서 두 번씩 들어야지 다짐해도 못들어요. 김혜리 기자의 매거진도 클래식 코너 두 번 듣고 싶은데 발행되는 매거진을 전부 다 듣지 못할 때도 있어서요.

정희진 쌤 매거진 들으면서 대체 이 책들을 언제 다 읽고 영화는 언제 다 보시고 또 드라마는 언제 다 보시나 싶더라고요. 유명한 드라마는 다 보셨더라고요? 저는 이름만 들었지 안 본 드라마들(비밀의 숲, 글로리) 모두 다 보시고, 한장면 영화 얘기 하시는 거 보면 그 영화만 본 게 아니라 그 감독이나 배우들의 다른 영화들도 막 술술 읊으시잖아요. 되게 많이 읽고 보시고 또 그걸 죄다 기억하시는 분 같아요. 넘나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저 보통사람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은오 2023-06-15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버터 좋아 청경채 좋아 둘이 섞으면 더 좋겠지?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귀여운 요리고자라면 사랑할 수 있지.... 근데 저희 결혼하면 그냥 맨날 사먹어야겠어요.

다락방 2023-06-15 11:24   좋아요 3 | URL
아 요리고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 요리고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뭔가 좋다 요리고자.

안녕하세요? 요리고자 다락방 입니다!!

그리고 은오 님, 나 돈 잘벌어요. 맨날 사먹는 거 괜춘괜춘!! 나한테 다 맡겨!! 빠샤!!

잠자냥 2023-06-15 11:44   좋아요 1 | URL
요리고자 다락방 웃기다.
뭔가 라임이 맞는 듯해요. 요리고자 락방 체력고자 은오~

다락방 2023-06-15 11:52   좋아요 1 | URL
고자중의 최고는 요리고자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6-15 12:04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은 그림고자 합시다 투비에서 그림을 봤어요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6-1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음악은 멜로디가 좋아야 듣게 되고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도 악기 구성, 배치, 합은 잘 모르고요. 듣다 보면 자주 듣는 곡들은 기억나더라구요. 클래식 음악은 들으면서 좋다 하는 곡은 따로 list화해서 자주 들어서 그런 듯요^^;
저는 영화 많이 보는 분들이 신기합니다. 정희진 선생님도 많이 보시는 것 같은데 말이죠ㅎㅎㅎ
그리고 다락방님이야말로 지도 잘 그리시는 분 아닌가요? 통합적으로 잘 엮어내시는 능력이 누구보다 탁월하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