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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리플라이 - 2집 Dream
노 리플라이 (No Reply) 노래 / 해피로봇레코드 / 2010년 9월
평점 :
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연애한 적이 있다. 그가 내게 연애를 하자고 말했을 때 나는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남자는 '좋은 사람' 이고 그래서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준 적도 있었던 사람이다. 만약 내가 그에게 '노'를 말하면 그를 좋은 사람이라며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줬던 그 일들이 모두 가치를 잃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그래서 나는 그에게 예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애를 하는 하루째 이틀째,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이 연애가 '억지로' 유지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변함없이 좋은 사람이고 내게 지독하게 잘해줬지만, 나를 좋아해줬지만, 그렇게까지 나에게 구애했던 남자는 그 뒤로도 없었지만, 나는 이 남자와 계속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번번이 그를 속상하게 했다. 만나자는 그에게 핑계를 댔고, 그가 전화를 하면 나는 어김없이 다른 남자들과 놀고 있었다. 그는 그때마다 내게 '지금 다른 남자들이랑 있죠' 라고 물었다. 윽.
그때는 어렸었고, 이제 나는 내가 '좋은 사람'과는 연애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있다. 토이의 노랫말처럼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말할수도 있지만 그것이 '그래서 나는 너와 연애하고 싶어'랑은 다르다는 것쯤은 구분할 수 있다. (아 그런데 '오빠'라는 단어는 진짜 우라지게 오글거린다. 오글오글)
이 앨범은 그런 앨범이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 가 아니라 '좋은 사람' 같은 앨범. 누가 어떠냐고 물으면 어 괜찮아, 나쁘지 않지, 라고 대답하겠지만, 그렇다면 사귈거야? 라고 묻는다면 아니, 좋아하진 않아. 나에게 어필하지 않지. 매력도 별로. 그저 좋은 사람일 뿐이야, 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느낌의 앨범. 내가 아는 누군가와 사귄다면 아 그래? 좋은 사람이지, 라고도 말해줄 수 있지만 '그 사람하고 사귀어서 좋겠다'는 부러움은 주지 않는, 그런 느낌의 앨범.
듣기에 나쁘지 않지만 마구 듣고 싶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싶다. 알아들을 수 있는 가사, 노래 같은 노래를 불러준다는게 어딘가. 시디를 사고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거, 그게 어딘가. 그래, 이쯤이면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