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영국 정원 산책
영국 정원 산책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오경아 지음, 임종기 사진 / 디자인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아이러니는 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이는 정원엔 자연스러움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영국의 풍경식 정원은 '자연스럽게'가 아니라 기존의 정형화된 패턴을 깨고 싶어 탄생시킨 또 다른 스타일이었다. 구불거리는 호수는 수천 명의 인부가 삽으로 땅을 파서 만든 인공 호수이고, 우거진 숲의 조화로움은 인간의 힘이 아니면 결코 나란히 설 수 없는 낙엽수와 상록수가 자연보다 더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든 조합일 뿐이다. 그래서 이 정원을 두고 훗날 사람들은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자유로움'의 정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정원은 우리가 꿈꾸는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파라다이스일 뿐이다. 정원이 지극히 자연을 닮고 싶어 하지만 결코 자연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55)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내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지만, 현재의 나는 '전원 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나이 들어 시골 가서 조용히 살고 싶다, 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간혹 만나게 되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그것이 삶에서 휴식을 의미하는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해보지만 그렇다한들 나는 그 휴식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거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부러 시간을 내어 제주도를 찾고, 제주도에서 살기를 원하고 하는 모습도 나와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나는 한적함과 고요함 그리고 자연이 주는 풍경이 좀 무섭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은 내게 너무나 거대하며 웅장하고 친해지기 많이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내가 수목원을 찾고, 공원을 산책하기를 즐겨한다는 것이 무얼 뜻하는 지 몰랐다. 단적인 예로, 시간을 내어 제주도로 휴가를 가기는 싫은데, 왜 광릉수목원엔 가고 싶을까? 결국은 나도 자연을 원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왜 여기는 되고 저기는 안되는걸까? 왜 저기는 가기 싫고 여기는 가고 싶을까? 이건 어디에서 오는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내가 원한건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란걸 알게 됐다. 내가 공원을, 수목원을 더 좋아하고 또 그런 곳을 찾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 것은, 그것들의 배경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 책속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정원들 역시 그랬다. 나는 시골에 가서 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 책에 나온 정원들을 산책하기 위해 인생의 어느 한 부분쯤은 기꺼이 뚝- 떼어낼 의향이 있는거다. 사람들이 만들어둔 연못을, 사람들이 심어놓은 꽃과 나무를, 사람들이 자신의 팔로 가지치기 한 그 인공적임을, 그 공간들 사이에 의도적으로 둔 바위와 자갈과 벤치를, 나는 경험해보고 싶다. 그것은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심지어 하고 싶은 일이기까지 하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며, 반 년쯤 영국에 머물며 한가로이 이 정원들을 모두 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누리고 싶은 것, 내가 가장 함께하고 싶은 대상, 내가 최종적으로 머물 곳은, 결국은 사람이라고 나는 이제는 결론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거닐고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함께 누리는 것도 좋고, 그 아름다움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물론 좋다. 혹여 벤치에 앉아 혼자 사색하거나, 혼자 천천히 걷는 시간 속에도, 그곳이 정원이라면 나는 풀과 꽃과 나무와 바위의 숨결을 맡으며 동시에 인간의 숨결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점이 내게는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될 것 같다. 안심이 될 것 같다. 




영국의 정원들을 천천히 산책하며 호흡하는 날들이 내 인생에 언제고 오기는 올까? 내가 기꺼이 짐을 챙겨 그곳으로 가게 될 순간이 올까? 아침에 눈을 떠 거하게 식사를 하고 편한 복장으로 정원을 찾는 삶. 내리쬐는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벤치에 앉아 과거를 혹은 미래를 가만히 생각해보고, 혹여라도 벌레를 밟아 죽이게 되지는 않을까 조심히 걷는 그런 순간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천천히 샤워를 하고, 다정한 사람들과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거하게 술상을 봐서 술을 마시는 그런 사람이, 내게 가능할 수 있을까?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 빡시게 일해봤자 스끼야끼는 먹을 수 없고 고작 황태만 뜯어야 하는 이 현실에서, 내가 벗어날 수 있을까? 황태가 맛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십년 이상 직장생활 했으면 스끼야끼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 먹을 수 있어야 되는거 아니야??


그 곳에 가고 싶다. 두 다리에 알이 땅땅하게 박이도록 걷고도 싶다. 종아리에 알이 박이고 허벅지에도 근육이 솟아나면, 레슬링도 할 수 있겠지. 이 모든 게 영국 정원을 반 년간 돌아다니다 보면 가능해질텐데.


그런데 알은 박이는 건가 박히는 건가????























돈만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 순 없지만 돈이 없다면 정원 예술은 절대 꽃필 수 없다. 이것이 정원이라는 예술이 결국은 귀족의 문화를 주심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결코 사거나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의 힘이다.
수백 년 습기 속에 피어나는 돌에 낀 이끼, 바람에 부대껴 바람결대로 휘어져 굵어진 고목들, 수만 번은 잘려 안으로 단단해진 생울타리는 돈, 인간의 힘이 아니라 시간의 창조물이다. 그러나 시간은 창조의 힘만 지니고 있지는 않다. 버리고 소멸시키는 힘도 함께한다. 한때는 풍성한 아름드리나무로 정원을 지켰을 고목이 병들어 밑동만 남긴 채 사라지기도 하고, 화려하게 반짝였을 돌계단이 수백 년의 찬이슬에 부식되어 허물어지기도 한다. 정원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 점점 우리 것이 아닌 시간의 것이 되어간다. 오래된 정원엔 설익은 인간의 손길을 다듬고, 보듬어 만들어놓은 시간이 흐른다. (p.33)

집을 짓는 것도, 정원을 만드는 것도 날 위해서다.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이도 따지고 보면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치는 것도, 이제 인간은 자연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더 나아가 우리 손으로 자연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 이 지구라는 공간 속에서 잘 사랑가기 위해서이지, 인간과 관련이 없는 자연 그 자체를 위해서는 아니다. 어차피 우린 철저히 우리를, 엄밀히 나를 위해 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참 ㅏ이러니하지만 지극히 나를 위해 착해져야 하고, 남을 배려해야 하고, 때론 정말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원수조차도 용서해줘야 한다. 남을 위해서라면 결코 할 수 없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
왜 정원을 만들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도 결국 나를 위해서라고 말해야 할 듯하다. 우리가 정원을 만드는 것은 본능이다. 내 마당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고, 휴식처를 마련하는 것은 모두 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다. (p.45)

내 정원에 야생 새가 날아오기를 바라는 것도 새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걸 지켜볼 나를 위해서다. 행복한 일은 나를 위한 정원이지만, 정원은 지나가는 사람까지도 즐거움을 나눠주는 고마움이 있다는 것이다. (p.45)

가끔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우리가 서로 얼마나 다른지 이해하는 일이다. 결코 내가 너의 입장이 될 수 없다는 걸, 절대 우리가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할 때 갈등이 줄어들지 않을까. 역사를 이해한다는 건 그래서 철저하게 우리가 왜 이렇게 다를 수밖에 없는지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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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9-0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꿈이 꼭 이루어 지길 바라요!


음.. 운동화 대신 탐스화를 가져가야겠어요. ( ") ㅎ

다락방 2014-09-04 15:11   좋아요 0 | URL
탐스화가 뭔지 몰라서 검색해봤음 ㅋㅋ

건조기후 2014-09-0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정원을 햇볕 속에 거닐다 돌아와서 따뜻한 물로 천천히 샤워... 하아. 그냥 천국이네요 ㅜㅜ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이란 영화가 있었는데.. 귀족이 화가를 고용해서 정원을 그리게 하고, 이후에 정원이 조금씩 변하면서 결국 그림이 살인사건의 단서를 품게 되는 그런 영화였어요. 나는 왜 저렇게 평화로운 정원 풍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멘탈이 왜 이 모양일까요? ㅎㅎ

알은 박이는 거 맞아요. ^^ 저도 순간 헷갈려서 찾아봤네요 ㅎ

다락방 2014-09-05 17:40   좋아요 0 | URL
저도 박이다랑 박히다 찾아봤는데 설명을 읽어도 둘 다 맞는것 같더라고요-0-

건조기후님, 언젠가 우리가 같이 정원을 걷게 될 날이 올까요? ㅎㅎㅎㅎㅎ 같이 걷고 들어와서 샤워한 뒤에 술을 마시면서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ㅋ ㅑ -
 
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계절 - 2003년 전미도서상 수상작 꿈꾸는돌 6
폴리 호배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돌베개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엄마를 사랑하게 되었는가보다. 엄마한테 사랑 받지 못해도 엄마를 사랑하려는 그 마음이 너무나 애틋하다. 유쾌한 농담과 아름답고 평화로운 결말이 펼쳐지는데도 나는 제 엄마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응답 받지도 못하는 사랑을 하고 있는 아이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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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9-0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능적으로 엄마란 존재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보호해주지 않으면 생존할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엄마란 존재와 애착관계가 형성된다.........라고 쓰면
그렇게만 생각하고 산다면
문학은 없었을꺼에요....그죠?

다락방 2014-09-03 11:18   좋아요 0 | URL
엄마가 아이에게 결코 잘해주지도 않고 사랑해주지도 않고 보호도 관심도 가져주지 않는데, 거의 내팽개다시피 하는데 이 소녀는 엄마에 대한 사랑을 계속 가지고 있어요. 그게 너무 아프더라고요. ㅠㅠ

유부만두 2014-09-03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랑 아이는 한몸이었으니까요.....아, 애들한테 잘해야겠어요;;;;; 구박하는 큰애한테 미안해지는 아침입니다. ^^

다락방 2014-09-03 11:20   좋아요 0 | URL
엄마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도 불쌍하지만, 자신에 대해 큰 애정을 보이지도 보살핌도 보이지 않는 엄마를 향해 계속 사랑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보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유부만두님. 그래서 아이가 이모할머니들에게로 가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그 곳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걸 보는데 안도했어요. 그럼에도 엄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아요. ㅠㅠ

건조기후 2014-09-0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는데도 계속 애정을 갖는 아이도 애처롭지만.. 엄마의 무관심을 깨닫고는 사랑받기를 애저녁에 포기한 저같은 사람도 좀 불쌍하단 생각이 드네요. ;; 어린애 삶이 너무 삭막했어.. ;

다락방 2014-09-05 17:41   좋아요 0 | URL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는 애처롭다..는 거네요. 아..마음 아파 ㅠㅠ 어릴때는 사랑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최소한. 어른이 되어 좀 거둬들이더라도 말이지요. 애들 마음아픈 거 싫어요. ㅠㅠ
 
춘정 문어발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3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남자 주인공들이 죄다 찌질해서 짜증 제대로 나지만 음식에 대한 묘사만큼은 압권이다. 어휴..읽으면서 스끼야끼랑 오꼬노미야끼랑 막 검색해봤네..어휴...스끼야끼 음식점은 찾아놨으니 돈 벌어서 가야겠다.
근데 나는 이 작가랑은 잘 안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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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9-01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딥니까 그 스끼야끼집?

다락방 2014-09-01 15:46   좋아요 0 | URL
역삼동인데 1인분에 오만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개 2014-09-01 16:30   좋아요 0 | URL
헐! 거길 갈껍니까? 진심? 우오오오오오!!

다락방 2014-09-01 16:37   좋아요 0 | URL
네, 꼭 갈 겁니다! 지금 당장은 못가고....부자 친구 사귄 다음에......( ")

아무개 2014-09-03 08:43   좋아요 0 | URL
킁...우리 함께는 못가겠군요.
ㅠ..ㅠ

2014-09-01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2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2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4-09-0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끼야끼 잘하는 집이 어디냐고....저도 물어보려고 했.....
뽀인트는 그게 아닌데 말이죠.... ㅎㅎ

다락방 2014-09-03 11:21   좋아요 0 | URL
ㅎㅎ 역삼동에 있는 '오무라안' 이라는 일식집입니다. 스끼야끼가 1인분에 오만원이므로 쉽게 갈 수는 없는 곳입니다. 직장 동료와 더치로 가자, 언젠가는, 이렇게 말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4-09-0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삼동 갈테니 스끼야끼 사주세여ㅕㅕㅕ
(ㅋㅋ 스끼야끼가 뭔지도 모르는 1인)

오랜만에 (아니면 처음으로?) 취향 겹쳤네요. 저도 다나베 세이코 별로에요. 근데도 두권인가 읽었음...
일본 드라마에서 오꼬노미야끼를 직접 부쳐먹는 장면이 나왔었는데요, 정말 먹고 싶어써요. 지금도 먹고싶어요. ㅠㅠ
배고파.........

그냥 한꺼번에 쓸게요,
영국식 정원이 왜 낯이 익은 단어일까 생각해봤어요.
영국식 정원 vs 프랑스식 정원 이란 글인지 책인지 뭔지를 예전에 봤었는데 잘 기억은 안나요.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보진 않았지만 보고 싶어요.

그럼 잘자요~

다락방 2014-09-05 17:42   좋아요 0 | URL
스끼야끼는 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삼겹살을 먹든가 치킨을 먹든가..그런거 먹읍시다.

난 다나베 세이코 별로인데 세 권 읽었음 ㅋㅋㅋㅋ 그리고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난 그것도 별로였음..-_-

난 영국식 정원이든 프랑스식 정원이든 정원하면 에르고숨님 생각나요. 에르고숨님이 예전에 정원 페이퍼 쓴 적 있거든요. 헤헷.

뽀도 오늘 잘 보내고 잘자요!!
 
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절반도 채 안 읽었는데 나는 윌을 사랑하게 되고야 말았다. 계속 읽고 싶지만 같은 크기의 마음으로 끝을 알고 싶지 않다 ㅠㅠㅠㅠㅠ 나를 슬프게 만들지 말아줘, 부탁이야 ㅠㅠ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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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8-2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웅.. ㅡ.ㅜ

다락방 2014-08-26 12:02   좋아요 0 | URL
다 읽었어요.. ㅜㅜ
 
둘런과 모리스의 컬렉션
린 섀프턴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한 커플의 경매 물품으로 꾸며진 책이라고 해서 대체 그게 무슨말인가, 어떤 책이란 말인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니 '읽는'다기 보다는 '보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 책에 쓰여진 글자들은 경매물품들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니까. 물론, 그 경매 물품들 중에는 엽서나 메모, 편지가 있고 그에 대한 해석도 있으니 엄밀히 따지자면 '이야기'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20대의 음식칼럼니스트인 여자와 30대의 사진작가 남자가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함께 공유했던 물건들을 경매로 내놓는 데서 시작했다. 그들의 경매 물품에 대한 브로셔, 카탈로그 라고 보면 딱 맞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전시회에 가서 한 커플의 물건을 직접 보고 엽서나 편지를 읽고 그들의 사진을 보는 일들이 흥미로울 수는 있으나, 딱히 그것들을 '보고싶다'는 욕망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 역시 호기심에서 읽기 시작했으나 책장을 덮을 때 만족할만한 책은 아니랄까. 이 책은 다시 말하지만, 책이라기 보다는 경매물품 안내책자에 가깝다. 


그래도 책장을 넘기며 피식피식 웃었는데, 케이크 서버와 자몽 껍질 벗기는 칼을 봤을 때 그랬다. 그들의 귀여운 소품. 손수건, 티셔츠, 모자, 스커프, 시디, 책, 사진 등의 일상적인 물건들. 그리고 해마다 여자가 일기를 써서 손 때묻은 '스미슨 오브 본드 스트리트'의 다이어리. 아, 그 다이어리는 어찌나 갖고싶던지. 검색창에 쳐봤지만 국내에서 파는 다이어리가 아닌 것 같다. 약간 몰스킨 비슷하게 생겼는데. Irish Countryhouse Cooking은 요리책인데, 하하, 이것도 갖고 싶어서 알라딘에 외국도서로 검색해보니 이 책에 실린 사진과는 커버가 다르다. 다른책인지 같은 책인지를 모르겠어. 


The Voyeur

케이크 서버

존 업다이크, 커플

irish Countryhouse Cooking

Edna O'brien


아마도 그들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면서 수시로 상대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위의 사진은 정말 사랑스러운데 1052번의 사진은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의 22살때의 사진을 준 것이고, 밑에 사진은 여자가 그런 남자에게 답장으로 보낸 사진이다. "당신이 스물두 살일 때 난 아홉 살이었어. 키스허그.L." (p.28) ㅎㅎㅎㅎㅎ 이런건 나중에 써먹어도 좋을 것 같은 러블리한 대화다. 




파티의 좌석배정표와 동전이 가득 든 양념 병 세 개도 경매물품으로 나와있다. 



이게 내가 책장을 넘기다가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다이어리. '스미슨 오브 본드 스트리트'의 제품.




책에 껴져있던 '둘런(여자)'의 전 남자친구 다섯 명의 사진. 하하하하하.





시디들. 내 방 어딘가에 나도 누군가 복사해준 시디가 있는데. 




2003년에서 2006년 사이에 구매한 속옷들.




내가 갖고 싶다고 생각한 책. Irish Countryhouse Cooking





나는 개인적으로 와인 선물을 엄청 좋아하는데, 이 와인 두 병은 모리스(남자)가 밸런타인데이에 '둘런'에게 보낸 것이라고 한다. 이런 설명이 적혀있다.



모리스가 2005년 밸런타인데이에 이 와인 한 상자를 둘런에게 보냈다. 메모지가 붙어 있었는데(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그녀에게 동거를 제안했다. (p.76)



와- 완전 좋아. 와인 한 박스라니!! 와인 한 박스 선물하는 남자라니. 아..동거할 만 하다!! 뭔가 엄청나게 낭만적으로 느껴져서, 와인 한 박스를 선물하며 동거하자고 하면 어쩐지 예스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대신 조건이 있어. 와인이 다 떨어지기 전에 꼭 다시 한 박스씩 채워놔야 해!!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매해 쓰는 다이어리에, 둘런은 2005년 8월 13일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핼을 미워하는 것 같다." (p.103)


이런 메모도 메모장에 쓰기도 했다.

"권위적으로 좀 굴지 마/ 당신 스트레스를 내게 풀지 마/젠장, 제발 좀!" (p.103)


2003년에 핼은 둘런을 '버터 타르트' 라고 불렀는데. 



이런 것이다. 이 책이, 그리고 그와 그녀의 관계가, 혹은 당신과 나의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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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solo 2014-08-19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좋은 추억을 경매로 ㅠㅠ 작가 마니 나쁘네 쩝 둘런과 모리스가 헤어진 다음에 정리한건가???
글이 좋아 여길 와서리 좋은 글에 댓글이라도 달아야 하기에 걍 적어봅니다.
다락방님!!!










좋은 책 내신 것 축하 드리고용. 작가가 의도 하지 않은 것을 걍 자기 일상화 시킨 것을 존경 ㅡㅡ?
음 어렵다 단어 선택 우쨋든 대~~~단합니다. 감수성이 남다르시네여.. 저도 EQ는 최고라고 자부 했는데
좋은 글 좋은 책 마니 보여 주세여. 책읽기가 두려워 지는 계절입니다.

다락방 2014-08-22 08:25   좋아요 0 | URL
음 작가가 아이디어를 내긴 했지만 둘런과 모리스가 사랑하고 이별하고 경매한 것은 그들의 의도였으므로 작가가 나쁜것 같진 않고요. 누군가에게는 꽤 재미있는 책이 되었을 법도 한데, 저는 좀 별로였어요. 다만,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들을 다들 비슷하게 겪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퇴색되는가 봐요. 어쩌면 그래서 이 세상이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고요. ㅎㅎ

yssolo 2014-08-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어지는 과정에 깨끗한 정리군요 흠

dreamout 2014-08-19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훑어만 봤는데, 책들이 주로 눈에 들어오더군요. 멋진 책표지가 많던데요. ㅋ

다락방 2014-08-22 08:25   좋아요 0 | URL
역시..드림아웃님은 벌써 보셨군요! 전 아이리쉬 쿠킹책 너무 궁금해요!! 보고싶어.. ㅠㅠ 음식 사진 많겠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