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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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만지고난 후 책 속의 가희가 더 건강해진 것처럼, 꽃을 소재로 이야기하는 김이설 작가는 기존보다 따뜻해졌다. 선화는, 작가가 그려낸 인물들 중 가장 얼굴이 붉어진 여자였다. 그녀에게 치맥이 있어서 다행이다. 치맥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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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0-07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이설 작가는 너무 슬퍼질까 무서워서 늘 읽기가 두려운데 선화로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락방 2014-10-07 08:31   좋아요 0 | URL
네. [선화]는 기존 작품보다 덜 하드해요. 그래도 중간까지 가슴 답답해진다는.. ㅠㅠ
일단 선화로 도전하시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휘모리님! ㅎㅎ

세실 2014-10-0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더 따뜻해지고, 더 부드러워져서 좋아요. 선화가 행복할거라는 희망이 보여서 좋아요.
전 꽃 포장하는 모습을 막 상상하면서 행복했답니다. 하이드님에게 도움을 받았다지요^^
근데 어른 셋, 아이 한명이서 치킨을 세마리나 먹을 수 있나요? 통이 큰 김지님^^ ㅎㅎ

다락방 2014-10-10 08:37   좋아요 0 | URL
세실님, 시장에서 싸게 파는 치킨은 한 마리가 무슨 약병아리 같아요. 혼자서 한 마리 먹는 것도 가능합니다. 소설속 선화의 언니가 사온 치킨은 `또래오래`등의 치킨체인점이 아니라 근처 작은 가게에서 구입한 작은 치킨일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하하하. 게다가 자주 치킨을 먹던 사람들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가능해요, 얼마든지. 고단한 육체노동이 끝난 후라면 또 가능해지고요. ㅎㅎㅎㅎㅎ

저 역시 세실님처럼, 선화가 치맥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만 반지하에서 나와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수술을 할 것도 아니니, 이미 힘든 과정을 다 겪어냈으니, 이제는 반지하에서 나와 햇볕 보고 살아도 좋겠다고 말이지요.
 
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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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여자는 알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자의 남편은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척도 하지 않으며, 우리 사이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그는 여자가 달라지고 있는 걸 눈치채고 있었지만 애써 못본척 한다. 그에게 가정생활을 끝내는 것, 여자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을 보는 것이 힘들어지고 새로이 만난 남자에게 속절없이 끌려간다. 새로운 남자와 비로소 자신이 생각만 했던,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성적 환상들을 풀어나가며 서서히 또다른 자신을 발견해간다. 내 안의 숨겨진 나를, 내가 그간 보지 못했던 나를.


여자는 남자에게로 향한 욕망이 어느새 사랑으로 바뀌었음을 깨닫게 되고 남자도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혹여라도 그를 잃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지나쳐, 그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2주간, 그녀는 집착의 끝을 달리게 된다. 집요한 여자가 되고 과잉 행동을 보이는 여자가 된다. 남자가 있는 곳으로 가려던 여자에게 여자의 친구는 그건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니 가지 말라 조언하지만, 여자는 오지 않는게 좋다던 남자의 말을 자기 좋을대로 해석한 뒤 연락도 없이 그를 방문하고, 그건 여자와 남자를 갈라놓는 계기가 된다.


아, 이 여자야. 지나치고 있어, 그렇게 집요하면 상대는 당신을 떠나게 된다고. 그녀가 집요함의 꼭대기에 올라 있을 때 나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걸 여자의 친구가 해줬고, 내가 예상한대로 여자에게 조언은 먹혀 들지 않았다. 사랑과 욕망에 정신이 나가 있는 여자에게 대체 무슨 말이 들릴 것인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잔인하게 혹은 아프게 읽힌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집착에 쩔어 허우적대는 장면. 내적 갈등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집착을 감추지 못해 입 밖으로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내뱉는 장면장면들. 그 후에 찾아오는 쓰라린 후회. 이렇게까지 가진 않아야 했어, 그 말은 하지 않았어야 했어... 아, 그들은 좀전까지 얼마나 뜨거운 연인들이었던가! 


01:48

-나 아직 깨어 있어. 자긴?

02:03

-자긴 나랑 놀고 싶지 않은 모양?

02:20

-아무 때라도 좋으니 대답해줘. 걱정돼서 그래.

02:51

-별일 없는지만 알려줘. 아니면 나 잠 못 자.

03:03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왜 대답 안 해? (p.274-275)




"화가 나서가 아니야. 그냥 수천 개씩 쏟아지는 문자 폭격 같은건 받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답이 없으면 그건 그 순간에 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야.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중에 문자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면 그때 연락하면 되는 거지, 그렇게 한꺼번에 수백 개씩 보낼 필요는 없는 거 아니겠어?"

"미안해, 걱정이 돼서 그랬어. 갑자기 그렇게 사라져버리니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고..."

"아니, 도대체 뭘 걱정한 건데?내가 자기한테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얘기해줬고 파티에 간다고까지 얘기했었는데."

"그냥 오케이라고만 보내줬으면 됐을 거 아냐. 나중에 통화하자고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 걸 가지고...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야? 그렇게 사라지는 대신 그냥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되는 거였잖아."

"난 사라진 적 없어. 그냥 누가 나를 그렇게 몰아세우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p.278)



-나 여기 왔어.

5분도 안 돼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여기라니, 어디?"

"여기. 바 이름이....'로마'네. 커피 한잔 하고 있어."

침묵이 흘렀다.

"예상 못 했던 모양이지?"

"그래, 데리러 갈게. 5분만 기다려." 

(중략)

조금도 변하지 않는 무뚝뚝한 표정 그대로 그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내게 말했다.

"왜 온 거야?"

가슴팍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질문이었다. 나는 솔직하기로 마음먹었다.

"보고 싶었어."

"출발하기 전에 왜 말 안 했어?"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p.300-301)



집요한 문자폭탄 후 여자가 남자에게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남자는 동생네 집이라 동생과 함께 있고 해야 할 일들도 많으니 자신이 돌아오는 대로 목요일에 보자고 하고 여자도 알겠다며 전화를 끊은 후였다. 그런데 여자는 말없이 남자에게로 갔다. 그로 인해 여자와 남자가 헤어졌다한들, 그건 오로지 그녀가 감당할 몫이다. 이런 일들이 여자에겐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고통스럽고 아팠지만, 여자는 그 일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과 만나며 그리고 자신을 성장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된다.


성장한 여자가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장면, 그리고 우연을 믿는 장면, 그 믿음에 우연이 찾아오는 장면 등은 여자를 위해 기뻐할 일이지만, 여자의 성장 다시 말해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이 왜 남자에서 시작하며 남자로 끝을 맺어야 할까는 의문이다. 그러나 연애의 과정을 거쳐 이별을 맞닥뜨리는 것이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 여자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현실을 현실로 보지 않고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만 보려고 했던 여자의 남편에게도 이 일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고.



여자의 내면이 서서히 변해가는 일, 전혀 새로운 남자를 만나 점점 감정이 바뀌는 것들을 마치 여성이 쓴 것처럼 세밀하게 표현해낸 남자 작가의 능력은 놀랍지만, 그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 중간부터는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좀 분량을 줄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 고 생각할 무렵 저렇게 집착에 폭발하는 여자의 내면이 그려진다. 읽다가 내 감정이 같이 지친다. 나도 한때, 묵묵부답인 그의 상황을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기 보다 몇 천 개의 상상을 만들어 내어 나 스스로를 괴롭히던 적이 있었으니까. 뭐,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고. 반대로 문자 폭탄을 받았던 적도 있다. 나는 단지 문자를 조금 늦게 보았을 뿐인데, 나에게 문자를 보낸 이는 자신이 만든 시나리오 속에 나를 넣어두고는 한껏 걱정을 해댔던 것. 아, 그 때가 그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던 때였다. 


책 속 여자의 집착, 내것이기도 했던 그 집착을 덜어내 자유로워질 때, 혼자이면서 머릿속에 몇 천개의 그림을 그리는 대신 지금의 나를 즐길 때, 그때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내가 건강하고 행복할 때 찾아오는 관계야말로 건강한 연애로 이어질 것이고. 그러니 헤어짐이란 고통은, 감당할 가치가 있는 것일 테다.




커피 잔을 내려놓고 책꽂이에서 책을 몇 권 집어 들었다. 책을 펼쳐 들고 한때 줄을 그어놓았던 문장들을 다시 접해조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른다. 내게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무엇을 느꼈고 정말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p.17

"어제 정말 좋았다고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얼마나 좋았는지, 여태 웃고 있는 거 알아요? 언제 또 올래요?"
"글쎄. 잘 모르겠어요. 정신이 조금 오락가락하네요. 사실 그런 걸 기대했던 건 아니라서..."
"괜찮아요. 그래서 더 이상 날 보러 오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면 알려만 줘요. 그럼 내가 갈 테니까." -p.116

"남녀가 서로 잘 지내면서도 사랑에 깊이 빠져들지 않는 것만큼 멋있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 대신에 사랑에 빠지게 되면 말이야,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이 오가기 시작하고 대화에 `영원히`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바로 그때부터 왠지 이륙이 아니라 착륙이 시작되는 것 같단 말이지. 마치 사랑한다는 말이 끝내자는 말의 시작인 것처럼 보인다는 거야.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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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뭔말이여..
인생의 맛 - 몽테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
앙투안 콩파뇽 지음, 장소미 옮김 / 책세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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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저자 '앙투안 콩파뇽'의 이름은 어쩐지 칼로리 높은 요리의 이름 같아 정겹다.


2. 그의 모든 말들에 다 동의하진 않을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3. 짧은 분량으로 한 꼭지가 구성되어져있고 책 자체도 얇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지 않은 독서였다. 오타와 멍청한 문장들이 매끄러운 독서를 방해한 것은 물론이다.



아래 인용문의 「」부분은 수상록의 인용문을 발췌한 것.




마키아벨리즘은 국가의 안정을 최고선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 국익의 이름으로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어기고 살인하는 것을 허용한다. 몽테뉴는 이 논리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는 어떤 경우건 기만과 위선을 거부했으며, 관례를 무시한 채 있는 그대로의 꾸밈없는 모습을 드러내고 생각한 대로 말했다. 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가려진 길보다는 드러난 길을 선호하고, 솔직함과 올바름을 중시했다. 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며, 국익을 위해 결코 개인의 윤리를 희생하려고 하지 않았다. p.13-14

「나는 지나치게 강압적인 자와는 연을 끊는다. 실제로 나는 자신의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견을 낸 것을 후회하고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모욕으로 간주하는 어떤 자를 알고 있다.」 p.18

인디언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구대륙의 신성 불가침한 왕권을 이해하지 못했다.

「둘째로 그들은 우리 중에 온갖 편의를 차고 넘치게 누리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나머지 반쪽은 허기와 가난으로 비쩍 말라붙은 몸으로 다른 쪽의 문전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이 빈궁한 반쪽이 어떻게 이 지경의 부당함을 참아내고 있는지, 어떻게 나머지 다른 쪽의 멱살을 붙잡지 않고 그들의 집에 불을 놓지 않는지 괴이하게 여겼다.」p.28

몽테뉴는 《수상록》의 도입부부터 마지막까지 강조하게 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 즉 성실성을 곧바로 전면에 내세운다. 성실성은 그가 자신에게서 인정하는 유일한 덕목이며, 그가 보기엔 모든 인간관계를 성립시키는 핵심적이고 필요 불가결한 기본 요소다. 성실성foi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피데서fides에서 유래한 말로, 피데스에는 성실성뿐 아니라 신의, 즉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도 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모든 신뢰의 기초다. 믿음, 충실성, 신뢰, 그리고 비밀 고백,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상대와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 p.57

「이 두 가지 교제(사랑과 우정)는 우발적이고 타인 의존적이다. 하나는 드물어서 곤란하고, 다른 하나는 나이와 더불어 시들어버린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나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한다. 세 번째는 바로 책과의 친교인데, 이것이 가장 확실하고 우리와 가깝다. 앞의 두 가지가 가진 장점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책은 꾸준히 그리고 손쉽게 누릴 수 있다는 그것만의 장점이 있다.」p.116-117

「책은 나와 전 여정을 함께하며 어디서나 나를 돕는다. 나의 노화와 고독을 위로하고, 권태로운 무위의 짐을 덜어주고, 성가신 친구들을 언제라도 떼어내주고, 극단적이거나 치명적이지만 않다면 고통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해준다. 괴로운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책을 집어들기만 하면 된다. 책은 이내 나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고 고통을 덜어준다. 또한 내가 보다 실제적이고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다른 편익이 없을 때에만 찾더라도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언제나 똑같은 얼굴로 나를 맞아준다.」p.118

「우리는 죽을 것을 걱정하느라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살 것을 걱정하느라 제대로 죽지 못한다. 하나는 우리를 권태롭게 하고, 다른 하나는 우리를 두려움에 몰아넣는다. 우리가 준비하는 것은 죽음에 맞서는 것이 앙니다. 죽음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런 해악도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15분간의 고통에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치 않다.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는 죽음을 맞을 준비를 준비하는 것이다. (‥·)내 견해로는 죽음이 끝이긴 하나 그럼에도 목표는 아니다. 인생의 끝이요 극단이나, 목적은 아닌 것이다. 인생은 그 자체로 목적이고 목표여야 한다.」p.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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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9-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역시 당연히 요리이름일줄;; ㅋㅋㅋㅋㅋㅋㅋㅋ 수상록은 저도 인용문으로만 접했는데 꼭 읽어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4-09-29 14:33   좋아요 0 | URL
나도 조만간 질러야겠어요. 자기전에 조금씩 읽어보면 좋을듯. 근데 그렇게 읽으려고 산 책이 너무 많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Alicia 2014-09-2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관심가는데요? 근데 다락방님은 별 세개 주셨네요^^

다락방 2014-09-29 15:36   좋아요 0 | URL
바로 밑의 페이퍼를 보면 아시겠지만 매끄럽게 읽히질 않아서요. ㅠㅠ
 
에피톤 프로젝트 - 정규 3집 각자의 밤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노래 / 파스텔뮤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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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에서 차세정이 내세운 보컬은 기존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부담스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차세정은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선택하되 그들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바다' 라든가 'BMK', '김현정' 등의 가수들은 노래를 잘 부르긴 하지만 나로서는 듣기에 힘들게 느껴지는데, 기존 차세정의 앨범에 참여한 한희정이나 심규선 그리고  이번 앨범의 '손주희'와 '선우정아' 모두, 부담스럽지 않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노래를 잘하고 들으면서 힘겹게 느껴지지 않으니 차세정 앨범의 색깔과 잘 맞는다 여겨진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노래부르는 목소리로는 차세정이 압권이다. 차세정은 위에 언급한 모든 보컬들처럼 노래를 '잘'하는건 아니지만 그 목소리가 무척이나 조심스러워 사랑스럽다. 조용하고 수줍은 듯한 목소리, 조심스러운 그 느낌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나 크- 나는 이 목소리를 사랑하는구나, 싶어졌다. 


며칠전에 정식이랑 '목소리'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정식이는 누구의 목소리가 좋고 누구의 목소리는 그렇게 좋진 않고...하며 말을 하는데, 그러고보니 나는 한 번도 다른 사람의 말하는 목소리에 대해 '좋다' 혹은 '싫다'에 대한 감정을 가졌었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거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사소한 몸짓이라든가 태도, 웃는 모습 혹은 그들에게서 맡아지는 향기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했지만 목소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 목소리에는 내가 예민하지 않은가보다, 생각하다가 정식이와 내가 동시에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떠올려 보았는데, 그 중 누구도 특별히 목소리가 좋다라든가 싫다 라는 느낌으로 떠오르질 않는거다. 그렇지만,


노래 부르는 차세정의 목소리는 좋았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사람이라면 어떤 관계를 맺어도 힘들지 않게 할 거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런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상대에게 집착을 하지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노래들 면면을 살펴보면 그는 사실 상당히 집요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앨범은 이제 아플만큼 다 아팠다는 생각이 든다. 《긴 여행의 시작》과 《유실물 보관소》에서 한없이 아파하다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에서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애를 쓰고 《각자의 밤》에서 비로소 털어낸 느낌. 그는 이제 '생각하려고 해야만 생각이 나는' 단계에 이르른 것 같다. 노래들의 안정된 느낌 덕인지, 이 앨범은 바로 전의 앨범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보다 훨씬 좋다. 사실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는 별로였어.....마음에 쏙- 드는 노래가 한 곡도 없었어.....



에피톤프로젝트를 좋아해서, 차세정을 좋아해서, 이 앨범을 특별히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에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해달라고 할까, 하다가 어쩐지 '나 시디 하나만 사 줘' 라는 말을 하기가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아 그냥 내가 샀다. 그리고 실린 곡들을 차례대로 들으면서 내가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서 들어도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다운 앨범이니까. 앨범에 집중하기 위해선 그 편이 더 나았던 것 같다. 한 곡 한 곡 음미하면서 이 앨범을 내 스스로 선택했다는 데 대해 강한 자부심이 밀려들었다. <낮잠>도 좋고 <미움>도 좋다. 요즘 이 앨범을 듣고 있는 친구중 한 명은 <시월의 주말>이 참 좋다고 하는데, 나는 현재 <회전목마>가 가장 좋다. 



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 있으니



라는 가사에서 나는 그냥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이 세계로부터 동떨어지게 되고 땅바닥에서 십일센티쯤 공중부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차세정이 만든 음악, 그렇게 내가 선택한 음악이 내 속에 아주 흠뻑 스며드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속에서 특별한 감정으로 나를 감싸주고, 현재를 살면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매력적인 곡이다. 



그는 이제 혼자 지내는 밤을 안다. 언젠가 이별을 한 후, 이제 앞으로 펼쳐질 모든 주말들이 내 것이란 생각에 짜릿했던 기억들이, 이 앨범을 들으며 떠올랐다. 혼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안락한 밤들과 더 많은 사랑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흡족하다.



고마운 앨범이며 지독히 사랑스러운 앨범이다. 나는 그의 팬으로서 그는 나의 가수로서 이 사랑을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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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9-2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있을때면 무너지는 락방씨
으흠..

다락방 2014-09-24 12:03   좋아요 0 | URL
함께 있어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렇게 노래 부르는 에피톤프로젝트 때문에 무너지는 겁니다...( ˝)

Mephistopheles 2014-09-2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음악 리뷰라지만.......˝고기˝라는 단어가 눈에 안띄는군요...(그동안 식생활에 변화가 온 건 아닌가요.)

다락방 2014-09-24 14:57   좋아요 0 | URL
엊그제도 삼겹살을 먹었습니다만.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메피스토님!
 
싱고,라고 불렀다 창비시선 378
신미나 지음 / 창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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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아마도 첫 연애였다면, 그래서 아마도 나는 그토록 혹독히 앓았나보다. 이런 사람을 어찌 또 만나려나, 이런 감정을 또 어찌 느끼려나, 내가 앓았던 시간은 길고도 길었고, 그 긴 시간동안 나는 혹여라도 그를 다시 보게 된다면 하는 기대감으로 지냈다. 그 시간은 너무도 길었고, 내 앞으로의 날들에도 역시 그를 향한 그리움만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대체 그게 아니라면 또다른 무엇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어린날 내가 만난 그 남자가 진짜 남자였고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이었다고 생각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그것보다 더 뜨거운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다른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고, 설사 다른 사랑을 해도 그 사람을 사랑했던 만큼 사랑할 수 없을거라고 감히 단언했다. 오, 그러나 자신에 대한 확신은 얼마나 위험한가. 시간은 흘렀고 나는 그를 당연히 잊었으며, 웬걸, 우리가 했던게 정말 사랑이긴 했나, 하는 자조 섞인 중얼거림도 찾아왔다. 그거, 사랑도 뭣도 아니었던 것 같어, 라는. 심지어 그를 사랑(이라고 생각했지, 그때는)했던 것보다 더 큰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생기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면서, 무시로 떠오르던 그는 어느 순간, 억지로 기억하려고 해야만 기억나는, 애를 써야만 떠오르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옛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첫 연애는 옛일이 되었다.




옛일



해마다 잊지도 않고 공양하나

저 꽃들, 보노라니

어쩌나 

죽어도 너를 못 잊는다는 약속은

거짓이었어라



너 없어도 찢어진 살 위에 새살 돋고

밑이 젖는 내 몸 봐라

어쩌나

향불 한올 피우지 못하고

너는 이제 강가에 던진 돌이나 되었는데



내 슬픔만으로 꽃 모가지 하나 꺾을 수 있느냐

산비알에 독짝 하나 굴릴 수 있겠느냐



내가 너를 어찌 잊어

어찌 잊을 수가 있어

지글자글 타는 자갈밭 맨발로 걸으며

울던 내 낯도 옛일, 다 옛일




한번은 같이 바다를 보았었다. 달무리를 보고 꽃게찜을 먹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던 일이 그 바다에 있었더랬다. 환한 대낮에는 방파제 위에 훌쩍 그가 올라섰고, 질 수 없어 내가 올라섰다. 폴짝 폴짝 그가 이 방파제에서 저 앞의 방파제로 발을 옮길때, 그러나 나는 그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곧 울 것같은 목소리로 못해, 하며 주저앉아 버렸다. 그는 다시 폴짝 폴짝 내 앞으로 와, 무서워 벌벌 떠는 내 손을 잡고 육지로 데려왔다. 나는 폴짝폴짝 방파제를 넘을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는 폴짝 포올짝 더 먼 데로 갈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 일도 옛일, 그 앞에서 못한다고 주저 앉았던 나도 아주 머언- 옛날의 나. 방파제 앞에 선 그 당시의 내 가슴속엔, 그때는, 가득했던 사람도 옛, 사람.




파랑파랑파랑파랑파랑



방파제만 따라 걸었네 병신같이 미쳐 걷고파, 가닥진 머리칼에 미역 냄새 풍기고 배꼽에 잔디씨처럼 까만 때는 끼어서



내 속에 작은 파도 밀려온 적 있었네



네 두 손을 꼭 끌어다 가슴에 대고 녹을 듯이 몸이 젖었던 생각만 되풀이하던 그때, 그날들의 눈 먼 물보라





오이지


헤어진 애인이 꿈에 나왔다



물기 좀 짜줘요

오이제를 베로 싸서 줬더니

꼭 눈덩이를 뭉치듯

고들고들하게 물기를 짜서 돌려주었다



꿈속에서도

그런 게 미안했다





잊혀진 옛일이 있고 잊혀진 옛사람이 있다. 그러나 아직 잊혀지는 중인 사람이 있고 그렇게 옛사람으로 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잊으려고 노력해도 의지로는 되지 않는 것처럼, 잊지 않으려고 해도 어느 순간에는 잊혀지는 것 역시 의지로는 되지 않는 일. 나는 그런대로, 되는대로 내버려두겠지만, 혹여 내가 아직 당신을 못잊어 내 꿈에 당신을 초대하거든 당신 역시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서도 같은 꿈을 꾸어 그 속에서 나를 만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 인사를 나누고 웃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만나는 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꿈에서는 하도록 하자. 그리고 눈을 떠 아 이것이 꿈이었구나, 하고 알게 됐을 때, 바로 고개를 털지는 말자. 누운 자리에서 혹은 그렇게 앉은 침대 위에서, 조금쯤은 꿈을, 꿈 속의 서로를 생각하도록 하자. 하루를 몽글몽글하게 시작하는 게 나쁘진 않으니까. 그 시간이 혹여 자다 잠깐 깬 새벽이라면, 다시 눈을 감고 한 번쯤 더 만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칸나꽃 분서



절명을 꿈꾼들 저 꽃같이는 심장을 걸 수 없었네

계절은 매번 색다른 변절을 꿈꾸어왔으므로

이제 나를 거쳐간 연애는 미신이 되었다



돌아본들 유산 후에 돋는 입덧 같은 것이었나

꽃 진 자리 화기가 남아 피 더운 까닭은

용서하라, 눈 매워 혈서 한잎 흘려 쓰지 못하는 것을



오로지 그대, 한올 그림자마저 태우고 높이 떠나라

이 여름 다 가고 붉은 두근거림마저 지면

당신 눈짓과 살내를 곁에 두고 오래 잊을 것이라



화대처럼 받아든 이 시간에 불붙이고

연기도 없이 지등(紙燈)타는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라





눈 감으면 흰 빛



살 무르고 눈물 모르던 때

눈 감고도 당신 얼굴을 외운 적 있었지만

한번 묶은 정이야 매듭 없을 줄 알았지만

시든 꽃밭에 나비가 풀려나는 것을 보니

내 정이 식는 길이 저러할 줄 알아요



그래도 마음 안팎에 당신 생각을 못 이기면

내 혼은 지읒 시옷 홑겹으로 날아가서

한밤중 당신 홀로 잠 깰 적에

꿈결엔 듯 눈 비비면 기척도 없이

베갯머리에 살비듬 하얗게 묻어나면

내가 다녀간 줄로 알아요, 그리 알아요




이별은 언제나 고통스럽지만 이제 내게는 그렇게까지 혹독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지금 이별중이 아닌, 이별을 지나온 상태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또 이별을 맞이하게 되면, 이별은 언제나 혹독한 것이다, 라고 중얼거리게 될지도 모를 일. 그러나 이 시집의 시인에겐 이별이란 언제나, 항상, 지금도 혹독한 일인가보다. 혹독히 앓고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가슴 깊숙한 곳에 묻어둔 흔적이 이 한 권의 시집이 되어 나온 것 같다. 이를 악물고, 아프지만 내가 지금 겁나게 아프다, 고 소리칠 수 없어 대신 시로 표현한 느낌. 나는 시인과 거의 나이차이가 나지 않지만, 다 괜찮다고, 모든게 지워지고 잊혀지는 시간이 원하지 않아도 오고야 만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만약 그렇게 말한다면 시인은 그렇겠지, 하고 더는 대꾸하지 않은 채, 또 한편의 시를 써낼지도 모를 일. 


시는 감정에서 오는 것이라고 할 때, 이 시인에겐 그 감정이 넘치도록 많아, 뭔가 제대로 끝맺지도 못한다는 느낌마저 준다. 아니, 그것은 완결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책망이 아니라, 다 쓰지도 못해 기력이 빠졌구나, 라는 느낌. 시인이 아득하고 젖어있어서 덩달아 나까지 아득하게 젖어버렸다. 눅진한 시집, 눅진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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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09-1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말씀드리는게 실례겠지만 정말 많은 만남을 가지셨던것같아요 그추억들이 님이읽은책과 결합해 아름다운글들로 만들어지고요 하나하나가 다 아름다운 시같습다

다락방 2014-09-19 09:46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마태우스님. 많은 만남을 가지진 않았고요, 있는 만남을 재탕삼탕 우려먹고 있는 겁니다. ㅎㅎ 아름다운 글이라뇨, 제 글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죠. 그렇지만 고맙습니다!! 꾸벅 (--)(__)

자작나무 2014-09-2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수많은 남자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나요...

다락방 2014-09-21 23:55   좋아요 0 | URL
수많은 남자들이라뇨. 오해십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