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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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다 힘든 내용이었지만 특히 마지막에 계속 강간에 대해 다룰 때는 더했다. 평화유지군이 미성년자 성매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너무 충격이었는데, 이런 걸로 충격받는 나는 아직도 남성이란 성별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가, 라고 스스로 되묻게 만들었다. 순진하게도, 평화유지군이라면 평화에 더 힘쓸 줄 알았지 뭐야. 고통에 가담할 줄은 몰랐어. 아, 나는 아직도 너무 순진했구나.


그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통해 다뤄온 도서들, 특히 《페미사이드》,《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와 연결되는 내용이 많다. 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저 책에서 나오는 내용과 겹치는데, 마찬가지로 이 모든 것들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겹친다. 페미사이드와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에서는 사례들이 다 나온 후에 마지막 결론으로 희망에 찬 부분을 얘기했다면, 《여자, 전쟁》은 매 꼭지마다 이 모든 부당함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벌어지는 일들에 대하여 취재하고 거기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옳지 않다고 말하며 고통받는 편의 서려는 여자들의 노력이 그러나 언제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고통을 주고자 하는 남성 세력이 워낙에 강했으므로. 소위 알탕 카르텔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면에서 저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고 했지만, 미성년 강간을 비롯하여 전쟁 강간까지 봐주기에 힘을 쏟는다. 



'문화'라는 것이 대체 뭘까에 대해서도 한참 생각해야 했다. 내가 생각한다고 결론 내려진 건 아니지만, 문화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성기를 잘라내는 일들, 어린 아이를 신부로 팔아버리는 일들이, 그러나 그 나라를 벗어나 다른 나라에 가도 여전히 그들 사이에 단단한 중심이 되어 유지되어 왔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것은 마땅히 그러해야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학대라면, 그것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용인해야 하는걸까? 여성의 성기를 잘라내는데? 어린 아이를 신부로 팔아치우는데? 수 로이드 로버츠는, "우리는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고 관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때때로 닫힌 문 뒤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학대를 허용하기도 한다" 고 자신의 책을 빌어 말한다.




어제 SNS 를 통해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아동 구조 연합> 관련 연설을 보게됐다.






영상을 보면 알게되겠지만,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아동 포르노에 관련된 괴로운 일들을, 말하기도 듣기도 고통스러운 그것을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현실을 직시해야 그 다음 과정을 밟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내가 저 연설을 듣는 자리에 있었어도 그러했겠지만, 영상을 보면서도 '그 사실을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듣고 싶지 않다고. 아동 포르노라는 말만 들어도 괴로운데, 그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을 듣는 것은 또 얼마나 괴로울까. 그러나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미안하지만 여러분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여성주의 책을 읽는 것, 페미사이드와 강간에 관한 이 고통스러운 일들에 대해 읽는 것으 바로 여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읽는 것은 물론 괴롭지만, 아는 것 역시 괴롭지만, 알아야 한다. 알아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알고 또 거기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해 아는 것.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고 하기보다 두 눈 부릅뜨고 알고자 하는 것. 그것이 그 다음으로 갈 수 있는 길이며 또 더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읽을 것이다. 계속 두 눈을 부릅뜨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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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4-24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화유지군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 도우러 갔던 NGO 직원들 일부도 돕는 일은 하지 않고 ‘나쁜‘ 일만 하고 있다는 뉴스도 최근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단체들 이름에 ‘children‘ 들어가 있고, 그런 거 보면 정말 피가 거꾸로 솟구치죠.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자신들이 하는 일의 정당성 또는 의미와 자신의 욕구,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을 구별해버리는 그런 ‘뇌 구조‘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님의 ˝괴롭지만, 알아야 한다˝는 문장에 밑줄을 긋습니다.
맞아요.
괴롭지만 우리는, 알아야 해요......

다락방 2019-04-24 11:07   좋아요 1 | URL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알면 많은 것들이 달라지죠.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이 연설에서 잔인한 현실에 대해 말을 하고 그 후에 그러므로 우리가 이 단체를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것 같아요. 이런걸 보면 여자들은 계속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거기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저는 평화유지군의 행태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나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제 자신의 순진함에 너무 놀라고요. 그런 한편, 내가 아무리 나쁘게 상상해도 세상 남자들은 내 상상보다 더한 나쁜 짓을 저지르는구나 싶어요. 세상이 너무 절망적이에요, 단발머리님...

비연 2019-04-24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 정말 힘들고 괴롭네요. 선듯 읽겠다고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생각하고 이해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 괴롭지만 알아야 할 일들이 많아서 마음이 참 심란해요...ㅜ

다락방 2019-04-24 11:15   좋아요 0 | URL
매 장마다 맞서 싸우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함께 실려있어서 좋긴한데, 고통에 대한 얘기는 정말이지 무뎌지지 않네요. 이 세상은 전체적으로 다 여성을 혐오하고 성적대상화 하고 있어요. 게다가 거기에 미성년자까지 동원되니.. 세상을 다 갈아엎어야 하는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요.ㅜㅜ

2019-04-24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4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4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4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만해 거짓말
필립 베송 지음, 김유빈 옮김 / 니케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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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마 앙드리외(1966-2016)를 기억하며




이 책은 위의 헌사로 시작한다. 책을 읽노라면 이내 토마 앙드리외는 십대 시절 필립 베송이 사랑했던 소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의 헌사는 곧바로 스포일러인 셈이다. 그렇게 토마 앙드리외가 지금은 살아있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 이 책을 읽게 되는 것이다. 헌사가 곧 스포일러네, 하면서도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뱃속에 바위라도 든 것마냥 무겁게 무겁게 가라앉는다. 


그건 아마도 토마가 거짓말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국내에 번역된 '필립 베송'의 모든 책을 읽어본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책 [포기의 순간]을 가장 많이 떠올렸는데, 포기의 순간에서 주인공도 계속 자신을 속인 채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포기의 순간에서는 오랜 시간 속이며 살다가 솔직해지기로 결심하지만. 그건 그대로 문장과 여백 모두가 스며들었다면, 이 책은 또 이 책대로 끝까지 유지된 거짓말 때문에 스며든다. 그러지말지 그랬냐고 내내 원망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일찍이 깨달았던 필립은 같은 학교의 과묵한 소년 토마에게 호감을 품게 된다. 그를 향해 연정을 품었다는 게 적절한 표현일텐데, 그들에게는 접점이 없었고 자신은 친구도 별로 없는 외톨이였던 터라 그가 자신을 알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역시 필립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떻게든 필립과 단둘이 있게 되는 순간을 바라왔다. 그렇게 그들은 연인이 된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밝혀서는 안된다. 그들은 학교에서 만나도 서로 아는 척도 하지 않지만, 둘만 있게 되는 순간에는 서로에 대한 욕망에 시달린다.


사실 이 관계에서 나는 좀 의문스럽긴 했다. 어떻게 서로를 연모하는 마음이 일단 육체적 욕망으로 해소가 되는지, 만나기만 하면 그렇게 뜨겁게 서로를 품에 안는 걸로 끝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 사랑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이 사랑은 내게 조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들은 서로 대화를 하긴 하지만, 지난번 김봉곤의 국내 소설을 읽었을 때도 그렇고, 왜 그렇게 육체적 욕망이 강한 것이 사랑이 큰 것과 같은 것이 되는 거지? 내가 사랑에 대해 그들과 다른 관점을 갖기 때문인가? 



나는 결핍에서 오는 고통을 경험했다. 그의 피부, 성기, 한때 나의 것이었는데 내게서 앗아간 것, 그래서 다시 주어지지 않으면 나를 광기로 몰아넣을 그런 것들의 결핍에서 오는 고통을 경험했다. (p.59)




나 역시 결핍에서 오는 고통을 경험했지만, 그리고 경험하고 있지만, 그 결핍이 그의 피부나 성기를 의미하진 않는다. 그 결핍은 다른 것이다. 나는 그의 존재의 결핍에서 오는 고통을 느끼고, 일상의 매순간에서 어떤 것들을 같이 하지 못한다는 것, 거기에서 오는 결핍이 내게 크다. 그러니까 '그의 성기가 내가 없어서 고통스럽다' 같은 것과는 다르단 말이야. 그의 피부, 라는 것은 은유일까. 내 옆에 누워 있는 그의 존재를 필립은 '그의 피부' 라고 은유한걸까? 내가 느끼는 결핍은 그의 '존재'인데 필립이 느끼는 결핍은 뭐랄까, 피부와 성기인 것 같아, 이 점에 있어서는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말장난 같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육체적 욕망을 느끼는 게 아니라, 육체적 욕망을 느끼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거다. 상대의 내면보다 육체에 더 중점을 두는 느낌.




어쨌든 필립과 토마는 이 사랑이 동성애인 만큼 그들의 비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토마는 항상 언젠가 필립이 떠날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살아온 삶도 달랐고 살아가는 삶도 다르며 앞으로 살아갈 방향 역시 다를 것이라는 걸, 토마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토마가 알고 있던 그대로 그들의 삶은 진행된다. 그들은 헤어지고, 서로 다른 삶을 산다.



필립은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고 동성의 애인과 함께 산다. 그러나 토마는 이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 그들은 십대에 사랑하고 헤어져서 서로의 존재를 깊이 서로에게 각인시켰지만, 잊지 못하고 내내 그리워하지만, 그 시절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지만,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찾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서로 상대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을 때조차도 그들은 서로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나는 평생 토마에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p.171)



그리고.



토마도 평생 연락하지 않았다. (p.173)




나는 필립이 토마의 아들을 통해 토마의 전화번호를 받아든 순간, 그리고 토마의 아들이 필립의 전화번호를 가져간 순간, 그들에게 무지개가 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를 간절히 바랐다. 평생을 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결국은 닿아야 하는 게 아닌가. 어째서 나도 당신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당신도 내게 연락하지 않는가.


나는 평생 토마에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토마도 평생 연락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단 말인가. 안돼, 무지개가 떠야해, 올리브 키터리지가 그랬던 것처럼, 무지개가 떠야 한다고!




고약한 날들이었다. 잭 케니슨은 전화하지 않았고, 올리브도 전화하지 않았다.

.

.

.

.

그리고 그 때, 마치 무지개처럼 잭 케니슨이 전화를 했다. "내일이면 날이 갠대요. 강변 산책로에서 만날까요?"

"안 될 거 없죠." 올리브가 말했다. "난 여섯지면 집을 나서는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p.469-471)



그러나 '평생 연락하지 않았다'고 하면, 무지개가 뜨지 않았음을 의미하잖아.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러냐고!!! 



연락하지 않음음 무엇을 의미할까. 그들이 서로를 그리워하지 않았음을 의미할까? 아니, 토마는 필립을 그리워했다. 필립의 존재는 찾을 수 있었던 만큼, 공개되어 있던 만큼, 토마는 할 수 있는 최대한 필립을 찾았고, 보았다.




"여러 번 봤어요. 선생님이 어느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예고 방송이 나오면 그 프로그램을 보곤 했어요."

방송이 시작되면 아버지는 조용히 하라고 명령했고, 어머니는 부엌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일을 하러 갔다. 그녀는 소설가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자기를 만나기 전에 남편이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 아이만 아버지 곁에 남았다. 그는 아버지에게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가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래도 그는 남았다. 그는 텔레비전 화면보다 화면을 주시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더 많이 보았다. (p.166-167)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상대의 행방을 좇으면서, 그러나 그는 그런 자신을 감추고 속이며 아내와 아들과 살았다. 그러다 결국 그 역시 폭발하는 순간이 온다. 더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이 지점에서 화가 난다. 그렇게 자신을 속이는 내내 그는 괴로웠을 것이다. 자신을 속이고 살아오는 동안 그는 행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살고 싶은 삶은 따로 있는데 이렇게 살아야 하는 데서 오는 불행함,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음이 그에게 있었을테니. 그러나 그가 그렇게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삶으로 자신의 삶을 불행으로 모는 동안, 불행속에 살아야 했던 사람은 또 있었다. 그의 아내. 그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이 동성애자인줄 모르고, 사랑하는 존재가 따로 있는 줄 모르고 남편의 껍데기를 끌어 안고 살아야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됐을 때 그녀의 허탈함은, 그녀의 절망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보상 받아야 하는가. 젊은 시절을 내도록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살았는데, 그걸 대체 어쩌면 좋은가.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 스스로를 불행으로 끌고가지만, 다른 사람을 같이 엮어서 끌고 가버린다. 그의 아내는 무엇이 잘못인가. 그의 아내는 무엇을 잘못했길래 평생을 거짓된 존재와 살아야 하는가. 사랑하는 사람을 따로 둔 사람과 살아야 하는 일은,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다. 대체 그녀에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했나. 그건 자신을 속인 한 남자가 한 일이다.



토마가 세상을 향해 당당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 토마 개인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받게될 눈총이 두려웠던 걸 잘못이라고 볼 순 없으니까. 그러나 그가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계속 감춰왔기 때문에 불행해져버린 사람이 그 외에 또 있다면, 그것은 그가 잘못한 게 아닌가. 나는 그의 아내가 살아온 그 부부의 삶이 과연 그녀에게 어떤 식으로 남게될 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다시 필립과 토마의 사랑으로 돌아와서,

토마는 내내 자신을 속이며 그러나 필립과 살았다. 필립이 나온다는 방송을 다 챙겨보고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는 과연 누구랑 살고 있었단 말인가. 책을 전혀 안읽는 사람이지만 필립의 책은 전부 읽으면서, 그렇다면 토마는 과연 누구랑 살았던 건가. 그러나 평생 전화하지 않으면서 이 사랑은 아픔이 되고 비극이 되고 그리고 '기억'이 된다. 기억. 상대를 기억하고, 그 시절을 기억하고, 그 사랑을 기억하고. 그러나 사랑한다면 그것이 기억에서 끝나서는 안되는 게 아닌가. 




시간은 또 흘렀고 그리고 토마의 아들은 비극을 전하기 위해 필립을 찾는다. 



"사실 언젠가 선생님이 한 해의 반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낸다고 한 인터뷰를 봤어요. 그래서 가끔 선생님을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LA는 끝이 없어 보일 만큼 엄청나게 큰 도시죠. 선생님이 저보다 더 잘아시겠지만요. 그래도 가끔 우연이라는 게.... 결국 그런 일은 없었지만.....게다가 선생님의 연락처를 몰라서 연락할 수도 없었어요." (p.179-180)



위의 문장은 꽤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때로는 이렇게 무모하게 우연을 기대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몇 해전에 그런 우연을 아주 많이 기대하고 살았더랬다. 그가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단지 그 나라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곳에 가면 언젠가는 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를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거다. 언젠가 기필코 가리라, 그를 마주칠 때까지 그곳에 머무를테야, 나도 그랬던 거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식의 무모한 우연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걸까, 그것이 어딘가에 가고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걸까. 




처음, 그만해 거짓말은 이야기를 지어내고 상상하는 필립을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에게 들려주어야 할 말이다. 그만해 거짓말.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고, 사랑을 결국 비극으로 만드는 일이며, 그 비극을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엉뚱하게 전염시키는 일이다. 

이 사람과 있을 때 즐겁다, 행복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의지로 그것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속이면서 죽는 순간까지 후회만 하다 살고가서는 안된다. 그러면 정말 안되는 거다.




필립 베송은 여전히 좋지만, 이제는 예전만큼 좋지는 않다. 그만큼 좋아할 순 없을 것 같다.



나는 자신이 지닌 힘을 휘두르지 않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 P33

그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다고, 절대로, 자기가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엄두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어떻게 자기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거기까지 오면서 그가 품었던 모든 의문, 망설임, 부정, 극복해야 했던 장애물, 이견, 그가 벌여야 했던 지극히 내적이고 은밀하며 조용한 갈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도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그 일이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되어버렸으며, 거기에 맞서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P40

그는 더 이상 이 감정을 홀로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너무나 상처가 된다고 했다. - P41

나는 최근 ‘방을 새로 꾸미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옛날 물건을 버리기‘로 작정한 엄마의 뜻에 따라 내 방 책상에 남아 있던 물건을 정리하던 중, 두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하나는 중학교 일학년 때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칼로레아를 치르던 해 여름에 찍은 것이었다. 차이가 엄청났다. 결코 같은 소년이 아니었다. 첫 번재 사진에서는 위축되어 있었고 축 처진 어깨에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웃고 있었으며 피부는 햇빛을 머금고 잇었다. 물론 각기 다른 상황이 미친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변신의 이유가 비밀스러운 사랑에 있다고 믿는다. - P96

그동안 함께 있는 모습을 남들 앞에서 드러낼 수 없어 미칠 것 같았다. 그런데 남들 앞에서 서로 모르는 사이인 척 해야 하는 이 상황으로 인해 나는 더욱 미칠 것 같았다. 자신의 행복을 드러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미칠 듯함. 참 가엾게 들리지 않는가? 다른 사람들은 그럴 권리가 있었고, 그들은 그것을 행사하고 있었으며, 절제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하면서 더 행복해졌고, 더 의기양양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금지 때문에 더욱 위축되고 억눌렸다. - P114

내 경우, 마침내 이별을 실감하게 되었을 때 그것은 괴로움, 고통 그 자체였다. 나는 늘 내가 더 고통스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만 괴로워할 것이라고.
우리는 가끔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있다. - P130

"우리, 그러니까 네 아버지와 나는 그때 연락이 끊겼지."
나는 아무 감정도 싣지 않고 마지막 단어들을 강조했다.
마치 삶이란 그런 것이라고, 단순히 그런 것이라고 말하듯이. 삶이란 함께 어울려 지내다가 멀어지고 그렇게 계속 사는 것이라고. 온 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힘겨운 이별은 존재하지 않으며, 괴로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결별도 없다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자신을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후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 P148

나는 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렸다.

그는 표현할 단어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그 말들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말(馬)이 장애물을 거부하듯, 우리는 상처 주는 말(言)을 거부할 수 있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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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04-2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콜미바이유어네임 원작 소설 그해 여름 손님 읽는 중인데 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ㅋㅋㅋ 뭔가 제 머릿속(?)으로만 야하지 이입(?)이 안되더라고요ㅋㅋㅋ (앍 이게 뭔말이얔ㅋㅋㅋ) 뭐 등장인물을 다 이해할 수는 없는 거지만ㅋㅋㅋ 요즘은 이입이 되는(?) 아름다운 야한 소설 읽고 싶어요!! ㅋㅋㅋ

다락방 2019-04-22 16:25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책 읽으려고 샀는데 사고나서 영화를 봤거든요. 그랬더니 책을 안읽게 돼요. 전 그 영화가 썩 마음에 들질 않아서.. 하하.
이입이 되는 아름다운 야한 소설... 이라. 저는 ‘아름다운‘ 이란 수식어를 뺀다면 [낯선 살냄새] 나 [잘생긴 개자식]을 추천합니다. 자꾸 여자주인공 팬티 찢는 남자주인공이 나와요. 쿨럭.

clavis 2019-04-2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너무나 기쁘고 고맙습니다. 저의 부탁을 들어주셔서요..저도 불편해지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고 삽니다. 진솔한 인간이 되는 것을 고민하게 되네요. 책은 정말 좋지 않나요?락방님♥리뷰도 책도 사랑도 만세입니다

다락방 2019-04-22 16:26   좋아요 1 | URL
불편해지기 싫어 하는 거짓말이 결국은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궁극적으로 가장 행복해지는 길인 것 같습니다.

책 정말 좋지요, 클래비스님. 책도 좋고 글 쓰는 것도 좋고 이렇게 책으로 엮이는 인연도 좋습니다! 만세!

얼룩말 2019-04-2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9-04-22 16:27   좋아요 0 | URL
네, 이 책 괜찮아요. 저는 필립 베송이라 믿고 봤습니다. 이제는 예전만큼 좋진 않지만 말이지요...

clavis 2019-04-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에게 솔직해지자고, 오늘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언제나 품위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렇게 하는 데에 락방님의 글은 참 많은 도움을 줍니다. 려성동지로서도요♡♡

clavis 2019-04-22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농심 멸치 칼국수 먹고 있습니다. 오늘 부활절 마지막 방학이라 학교가 쉬어서 하루 종일 문 닫아 걸고 연습 중이어서 출출했다는 말을 길게 변명은 아니고, 국물은 너무나 시원하고, 강추를 해 드리면서...락방님 음식 얘기도 너무나 맛깔지고 좋아하는데 제가 블로그 주소를 잃어버려서ㅠㅠ혹시 다시 한 번 알 수는 없을까요? 팬심을 잃은 건 아닙니다. 아니구요..ㅠㅠ)

2019-04-22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9-04-2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웅꺄웅 완전 사뢍합니다 락방님♡♡
 
큰 가슴의 발레리나
베로니크 셀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세계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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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젖가슴을 가지기로 선택한 적이 없다. 그것은 유전적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그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p.275)



요가를 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나는 여전히 요가를 못하는 사람이다. 동작들이 안될 때면 나는 그 동작이 왜 안되는지 알고 싶어 생각하고 분석하려하고 또 질문한다. 선생님, 저 이 동작 왜 안될까요, 근육이 짧은 걸까요, 살이 많아서일까요? 어깨가 굽어서일까요? 계속 시도하면 나아질까요? 나는 끊임없이 묻고 들여다보며 문제점을 찾아내고 싶다. 개선하고 싶다면 원인을 분석하는 게 먼저이니까. 어쩌면 이런 나의 성격 때문인지 한 요가선생님은 내게 좀 더 깊은 수련인 지도자교육을 받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했다. 이렇게나 요가를 못하는데 그런 제안이라니, 선생님 왜 그러세요.. 나는 당연히 거절을 하고 돌아섰다.


이만큼 살아오며 굳어버린 몸, 굳어버린 근육이 내가 요가를 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나는 틈틈이 내 두꺼운 허벅지가, 배가, 그리고 큰 가슴이 요가를 잘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가슴은 내 몸을 굳게 만들고 휘어지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고, 그리고 요가를 못하게 만든다. 인스타그램에서 요가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다보면 힘있게 가벼운 몸짓에 늘 감탄하곤 하는데, 그들은 아무도 큰 가슴을 가지지 않았다. 어쩌면 큰 가슴을 가지고서는 요가를 잘 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어차피 나는 여기까지구나, 절망하다가 어떤 날에는 큰 가슴으로 요가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보이겠다!고 의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의 나는 이렇게 가슴이 크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지금보다 요가를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엊그제 요가를 하면서 선생님이 말하는 동작이 되지 않아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 돌아보니 다른 회원들은 다 하고 있는데 또 나만 안돼. 분명 이들중에는 나보다 요가를 늦게 시작하고 요가를 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텐데, 왜 그보다 더 오랜시간 요가하는 나는 이 동작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가...절망하다가, 수업이 끝난 후 주저앉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가진 큰 덩치가, 무엇보다 큰 가슴이 요가를 잘하고자 하는 나를 막고 있는 것 같다고 나는 선생님에게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가슴이 큰 건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데, 그걸 요가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그건 가지고 태어난거잖아요. 큰 가슴으로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래서 몸도 굳었을텐데, 오히려 그런 몸을 더 잘 보살펴줘야죠. 이만큼 고생했을 내 몸에 감사하며 더 보살펴주세요. 그리고 내가 가진 몸으로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는 게 중요해요. 요가를 잘한다는 건 아사나(자세)를 잘 취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최선을 다한다는 걸 의미해요."



그러고보니 최근에 그동안 사용해온 몸에 감사하라는 말을 여동생에게도 들었었는데, 이렇게 요가 선생님으로부터 듣는다. 그러고보니 내가 이렇게 태어난 내 몸에 대해서 나는 감사하기는 커녕 '요가하는데 방해가 되네' 라고 생각했네. 아, 나 너무 나쁘다. 선생님의 조언은 적절했고 또 감사했다. 그래, 내가 뭘 더 얼마나 하겠다고 이런 내 가슴을 원망했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지.




이 책의 주인공 바르브린은 발레에 천재적인 감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일류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이미 유명해진 천재적인 발레리노와 섹스도 한다. 재능도 전염이 될테니까.



우리는 얼이 빠져서 비틀거리며 파티장을 나왔다. 여주인은 우리가 취했다는 사실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리가 온전히 그녀에게 속해 있는데도 말이다. 그녀는 런던 시티 발레단의 무용수인 카티아의 오빠와 그것을 했다. 그녀는 재능이란 전염성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p.103)



바르브린 역시 자신의 큰 가슴이 발레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남자들은 바르브린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바르브린의 가슴을 사랑한다. 바르브린의 큰 가슴은 발레를 하는데도 방해가 되지만, 온전히 인간으로 보이게 하는데도 방해가 된다.




이별은 깔끔하지 않았다. 우리는 여러 차례 화해했다. 그러나 짧은 이별이 이어지면서, 나는 올리비에의 나에 대한 사랑이 허약하고, 부실하고, 불안하고 불행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나를 욕망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뿐, 재능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가 나의 가슴을 바라볼 때마다, 그것들을 수첩에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나는 분홍색 살로 이루어진 두 개의 포장 팩으로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그럴 때마다 그의 뺨을 갈기고 싶다. 나는 어느 날 그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있는 테이블에서 내 가슴에 대해 말하게 될까 봐 두렵다. (p.125)



이 방해가 되는 큰 가슴을 그녀는 없애버리기로 한다. 그녀는 그렇게 가슴 절제수술을 받지만, 결국 그녀가 더이상 발레를 할 수 없게된 건, 임신과 출산이었다. 그녀가 임신하는 동안 그녀의 파트너는 춤으로 계속 캐스팅되고 있었고, 그녀가 출산하고나자 출산 동안 그녀의 옆에 '없었던' 아이의 아빠는 '사실은 남자를 좋아해' 라고 고백한다.


네? 



그러면 바르브린을 왜... 임신시켰어 이 개놈아.




잘라낸 가슴은 '다시' 자란다. 게다가 이제 그녀는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아버지는 남자를 좋아한다. 자, 그러면 그녀가 이제 무너지는 길만 남았을까? 아니.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안고 그리고 그간 자신이 읽어왔던 발레리나의 생애들을 통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간다. 그녀는 다른 방법을 찾는다. 그녀는 그 다른 방법으로 인생을 조금씩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그녀야말로 다시 자라나는 가슴을 방해물로 생각하는걸 그만두고, 순전히 자신이 가진 것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다.




여성의 가슴은 마치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성적 대상화된 여자들은 항상 큰 가슴을 가진 이미지로 그려지고 다뤄진다. 큰 가슴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나는 알지도 못하는 남자들에게 그저 가슴 하나만으로 희롱의 대상이 된 적도 여러번이었다. 내가 내 가슴을 요가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건, 사실 그보다 앞서 내 삶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던 게 컸기 때문이겠구나, 이 책을 다시 훑어보다 생각했다. 어떻게든 가슴이 작아보였으면 좋겠다고 움츠렸던 삶은, 큰 가슴이 드러나서 희롱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원햇던 거였다. '나'보다 '가슴'이 먼저 보이는 걸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여자들 조차도 가슴이 커서 남자들이 좋아하겠다는 말들을 하곤 했다. 내 가슴은 그렇게 남자들이 좋아하라고 만들어진 걸까, 그래서 행운인걸까?


나는 힘들었다. 나는 내 큰 가슴이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깨를 움츠리며 살아온 삶도 힘들었고, 이 무거운 걸 이고 살아가는 삶도 힘겨웠다. 길을 걷다가 감추는 기색도 없이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들을 만나게 되는 것도 소름끼치게 싫었다.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내 앞에서 내 가슴만 보지? 그렇게 내 큰 가슴은 차곡차곡 내 인생의 방해물이란 존재로 내게 쌓여갔다. 그러다가 요가를 만나 이 마음이 폭발한 것 같다. 이건 좋은게 하나도 없어, 이렇게도 저렇게도 방해가 되더니, 요가할 때도 이모양이야!



그러나 이건 내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이었다. 게다가 남자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결국 바르브린에게 두 가슴이 지워지듯이, 나도 내 가슴을 지워내야 할 것이었다. 그것은 거기에 있으되, 그것이 내게 방해요인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 내가 지금의 나로서 살아가는 데, 큰 영향력으로 나를 휘두르지 않을 수 있을 것. 그러고보면 너무 많이 가슴에 휘둘려 살아온 건 아니었을까. 



바르브린에게 다시 가슴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이제 그 전의 의미와 달라졌으니, 나 역시 휘둘리지 않고 요가 선생님이 내게 말했던 것처럼,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내 젖가슴이 나의 비극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돈 때문에 쪼들리는 형편이었으므로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나는 바디페인팅 화가인 알리시아를 위해 포즈를 취해 주기로 한다. 당시의 나에게는 엄청나 보이는 금액을 받기로 한다. 알리시아는 예술과 돈과 여성 육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예술 안에서의 여성의 위치는 빌리지 미술가들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누드는 질문을 던진다. 어떤 미술가들은 알리시아처럼 플라워 파워 시대에 의해 해방되었다고 주장되는 육체는 여성들을 종속시키고 그녀들의 신체 구조에 투기하는 우회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현대미술가들 중에서 여성 미술가의 비율은 4%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시되어 있는 누드 작품의 85%가 여성이다. 여성들은 벌거벗고 포즈를 취하기에는 충분히 훌륭하지만, 큐레이터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히 화가가 아니기라도 하단 말인가? - P190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꼼짝도 못하고 서 있다. 한 남자가 아기를 DHL 상자처럼 들고 서 있다. 그녀는 그가 차라리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통계에 따라, 아버지 둘 중 하나는 신통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여성들이 무능력한 아버지의 불확실한 도움에 기대느니 차라리 혼자서 해나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간호사의 눈에서 읽을 수 있다. 그녀는 공유된 무책임함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 P248

여성의 육체적 조건을 상징하는 젖가슴은 여성 주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 한 쌍의 젖가슴은 그들의 주인인 바르브린이 자기들 때문에 겪게 되는 비극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그들은 자기 발현만 사납게 추구한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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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문지 스펙트럼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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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소설들은 어째서 그토록 빨리 읽을 수가 있을까? 읽기 쉬워서? '읽기 쉽다'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가 읽기 쉽다고? 『죄와 벌』이 읽기 쉽다고? 『이방인』보다도, 『적과 흑』보다도? 결코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들이 학교 교과 과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일단 시칠리아 미망인을 비롯하여 그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하달된 이른바 '교양 필수 권장 도서' 따위는 으레 '고리타분'할 것이라고 속단한다. (p.173)



아주 어릴때부터 이웃집에 놀러가면 그 집 책장 앞에 가 책들을 구경하고 또 빼서 읽었더랬다. 놀러간 내 형제들이나 혹은 친구들이 수다를 떨며 다른 놀이를 즐길 때 나는 꼭 그렇게 혼자 책들을 구경하고 읽곤 했다. 고모네 집에 가면 나보다 두 살 많은 사촌오빠의 국어책을 꺼내 읽었다. 소설을 다룬 부분만 읽었는데, 그게 그렇게나 재미있었던 거다. 나보다 아홉살 많은 이모네 집에 가면 이모가 없을 때에도 아무 책이나 꺼내 읽곤 했는데, 그러다보면 아직 어린 내가 읽지 말아야할 책들도 더러 껴있었다. 아니, 대부분 그랬다. 이모는 집에 오고 나서 '그건 니가 볼 책이 아닌데... '했다. 그렇다고 이모는 내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고등학생 때는 여동생이 친구로부터 빌려온 <스타킹 훔쳐보기>시리즈를 하루 꼬박 몰아 읽었더랬다. 마침 시험기간이었던지라 여동생은 도대체 왜 공부를 안하고 책을 읽는 거냐며 내게 잔소리를 했다. 그래서 너는 전교 일등 나는 일등 한 번 못해본 사람...이었던 건가보다.



내가 공부보다 소설 읽기를 즐겨한 데는 그것이 교과과정이 아니라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읽는 책이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스타킹 훔쳐보기를 열과 성을 다해 읽는다고 해서 내 성적이 오를 리가 없다. 아니, 떨어지겠지. 내가 2년 위의 사촌 오빠 국어 책을 읽는다고 해도 그것이 지금의 나의 교과과정과는 아무런 상관없다. 예습도 될 수 없다. 나는 그저 재미있어서 읽었다. 나는 소설 읽기가 재미있었다. 교과과정이 아닌 그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책 마다 펼쳐지는 다른 이야기들이, 다른 인물들의 삶을 읽는 것이 정말 좋았다. 책 좀 그만 읽으라는 소리를 들어도 도무지 끊어낼 수가 없었다. 나는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누가 왜 소설을 읽냐고 물어보면 '재미있어서'가 가장 먼저 튀어나왔다. 사실 그것말고 다른 이유는 어린시절에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나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아니 왜? 이렇게나 재미있는데? 이렇게 재미있는데 책을 왜 안읽지? 안읽어봐서 재미있다는 걸 모르는 거 아닐까?



나는 소설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좋았지만, 내가 이야기 자체를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책마다 품고 있는 다른 이야기들이 좋다고 늘 생각했으면서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게 '이야기'인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가 놀랐다.



이를테면 소설이란 무엇보다 하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소설은 '소설처럼'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말해 소설 읽기란 무엇보다 이야기를 원하는 우리의 갈구를 채우는 일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p.151)



나는 위의 문장을 읽고 내게 몇 번이나 물었다. 내가 정말 이야기 때문에 소설을 읽었던 거야? 나는 이야기 그 자체를 좋아했던 거야? 늘상 재미있어서 읽는다고 말해왔지만, 나는 '소설이란 무엇보다 하나의 이야기' 이기 때문에 좋아했던거야? 이야기? 이야기란 대체 무엇이지? 물론 소설은 단순히 이야기의 나열은 아니지만, 거기엔 작가 고유의 문체라는 것도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런데, 어쨌든, 그러니까, 내가, 이야기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거야? 그래? 나는 이야기에 목마른 자란 말인가?



묻고 묻고 또물었는데 답은 '그렇다' 였다. 왜냐하면, 소설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으니까. 소설은 이야기였으니까. 소설이란 무릇 이야기이니까. 작가의 고유한 문체가 그 안에 들어있고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들어있다해도, 작가가 어떤 의도로 글을 썼다해도 어쨌든 그것은, 하나의 이야기였다.



아.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렇다면 이야기였구나.


아, 이제야 모든 게 제자리를 찾는 것 같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이야기를 좋아했어. 이 사람의 저 이야기, 저 사람의 저 이야기.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였어. 그렇다면 말이 된다. 그래, 말이 돼. 내가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 것, 연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 모두가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었어. 내가 기본적으로 인간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모든 것, 그 안에는 인간들이 저마다 품고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었어. 내가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소설을 계속해서 읽어대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었다. 그래,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였어. 우리는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사는 존재니까.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였어!!




이 작은 책의 절반쯤을 읽을 때까지는, 그러니까 책 읽기에 관련된 책이라면, 게다가 청소년에게 책을 읽게 만드는 책이라면, 이 책보다는 '김소영'의 《어린이책 읽는 법》이 이천오백배쯤 낫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간을 지나면서부터, 그러니까 좋지 않은 학교의 열등생들, 자신들이 공부도 못하고 책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두꺼운 책을 이해할리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을 책에 빠져들게 만드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이 책은 반짝거리며 빛이 난다.


서른 다섯명의 아이들, 도통 책 읽기엔 흥미가 없을 뿐더러 그런건 이해할 수도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어느 책의 첫 구절을 읽어주면서부터, 그 때부터 갑자기 독서란 너무나 재미있고 아름다운 행위가 된다. 아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다음을 궁금해한다. 그러니까 그 다음의,




아. 이야기란 무엇인가. 이야기란 이렇게 다시 이 자리로 나를 불러오는 힘이 있다. 이제 아이들은 선생님이 읽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책의 책장을 넘긴다. 읽을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책들의 책장을 넘기고, 저마다 그 안에 있는 이야기를 전하기에 바쁘다. 아, 이 과정이야말로 또한, 그 자체로 아름다운 한 편의 이야기가 아닌가. 너무 좋아 ㅠㅠ

책이란 나랑 안어울려, 라고 생각하다가 책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그렇게 책을 읽게 되고, 그러다가 종국에는 읽은 책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 아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단 말인가.



이 작은 책 한 권은 그렇게 또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완성한다.




게다가 책이란 것에 실려있는 사연, 그러니까 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것이 하드웨어적인 것으로서의 의미, 누군가와 얽힌 사연에 대한 것도 잊지 않고 얘기해준다.



대개의 경우 우리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가장 가깝고 소중한 존재로부터 추천받은 책이다. 또한 책에 대한 느낌도 우선은 가장 소중한 이에게 먼저 전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아니 확실히, 감정이란 원래 책읽기의 욕망처럼 무엇 무엇을 더 좋아한다는 속성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우리가 좋아하는 이와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눔은 우리 스스로가 자유롭게 쌓아 올린 보이지 않는 요새에 자리 잡게 된다. 책과 친구들이 우리 안에 들어와 사는 것이다.

가까운 이가 우리에게 책을 한 권 읽으라며 주었을 경우, 우리가 책의 행간에서 맨 먼저 찾는 것은 바로 책을 준 그 사람이다. 그의 취향, 그가 굳이 이 책을 우리의 양손에 쥐여주었던 이유, 그와의 유대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증표를 찾으려 애쓰는 것이다. (p.110-111)



누군가가 나에게 주었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읽었기 때문에, 어떤 이유든 우리는 책에 대해 다른 누군가와 하나의 사연을 공유하게 되는 경험을 더러 하게 되지 않나. 이 부분을 읽는데 가슴 속에 봄이 오는 기분이었어. 크-




다니엘 페나크는 물론, 나쁜 책도 있다고 말한다. 나쁜 책을 흥분하면서 읽었던 때도 분명 있었을 거고, 그 시절을 부끄러워하기도 했을 거라고. 동시에 책을 읽지 않아도 되고, 건너뛰며 읽어도 되고,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되고, 다시 읽어도 된다고, 아무 데서나 책을 읽고, 군데군데 골라 읽고, 소리 내서 읽고, 읽고 나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 모든 권리가 책 읽는 사람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책 읽는 사람의 자유로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자유로움이 우리를 계속해서 책을 읽게 하는거겠지. 자, 읽고 읽고 또 읽자. 이야기를 만나고 또 만나자.


아,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우린 정말로 아이가 걱정스러웠다.
어찌나 걱정스러운지 시도 때도 없이 내 아이를 또래의 다른 아이와 시시콜콜 비교하곤 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친구 아무에게나 …… 가 아닌, 학교 성적이 뛰어나며 죽어라 책만 읽는다는 아이를 둔 친구에게 자문을 구해보기도 했다.
귀가 잘 안들리나? 난독증이 아닐까? 아예 학교에 안가겠다고 하는 건 아닐까? 학습 장애가 있는 건 아닐까?
별의별 검사를 다 해보았다. 청력 검사에서도 모든 게 정상이었다. 언어 치료사도 안심해도 좋단다. 심리 검사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왜?
둔해서일까?
단지 둔해서일 뿐이라고?
아니다. 아이는 그저 자신의 리듬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 리듬은 다른 아이와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법도, 평생 일정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아이에게는 저마다 책읽기를 체득해나가는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때론 그 리듬이 엄청난 가속이 붙기도 하고, 느닷없이 퇴보하기도 한다. - P58

열두 살인가 열세 살 때(열세 살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난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처음으로 『전쟁과 평화』를 읽었다. 여름 방학의 초입부터 형(앞서 말한 『계절풍』을 읽던 형)은 그 두꺼운 책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럴 때 형의 눈빛은 고향 생각을 오래전에 잊은 탐험가처럼 아련해지곤 했다.
"형, 그렇게 재미있어?"
"응, 무지."
"무슨 얘긴데?"
"으응, 어떤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다, 결국은 세번째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는 얘기야." - P196

더욱이 한밤중에 50명의 친구가 코를 골고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기숙사 방 한가운데서, 이불을 텐트처럼 뒤집어쓴 채 손전등을 비추어가며 책을 읽는 맛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달콤했다.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감시 초소를 지척에 두고도, 언제나 나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 것은 오로지 사랑을 얻느냐 마느냐뿐이었다. 당시 내 손에 쥐여 있던 그 책의 두께며 무게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 P198

간단히 뭉뚱그려 말해보자. 우리 주변에는 똑같은 유형의 이야기를 끝없이 복제해내는 것만으로 자족하면서, 상투적인 인물을 양산하고 감상과 선정성을 적당히 버무려 장사하려는 유의 문학이 존재한다. 나는 이를 ‘공산품 문학‘이라 부르려 한다. 말하자면 세간의 화제로부터 온갖 소재를 끌어모아 시류에 편승하는 세태 소설을 만들어내는 문학이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경기 동향‘을 분석하여 특정한 독자층에 영업할 만한 특정한 유형의 ‘상품‘을 내다 파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나쁜 소설임은 말할 것도 없다.
왜 그런가? 그러한 소설은 창조의 결실이 아니라, 미리 짜맞춘 일련의 ‘형식‘을 복제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이 진실석(복합적이다)의 예술이라고 한다면, 그런 복제품은 단순화(거짓이다)를 추구할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무의식적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우리의 호기심만을 달래줄 뿐이기 때문이다. - P208

무엇보다도, 결국 그런 책에서는 작가도, 작가가 보여주겠다고 하는 현실도 전혀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정해진 틀에 짜 맞춰져 우리까지도 덩달아 그 틀에 가두고자 하는, 오로지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 문학이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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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토록 부끄러운, 남자의 향기
    from 마지막 키스 2019-04-04 16:50 
    간단히 뭉뚱그려 말해보자. 우리 주변에는 똑같은 유형의 이야기를 끝없이 복제해내는 것만으로 자족하면서, 상투적인 인물을 양산하고 감상과 선정성을 적당히 버무려 장사하려는 유의 문학이 존재한다. 나는 이를 ‘공산품 문학‘이라 부르려 한다. 말하자면 세간의 화제로부터 온갖 소재를 끌어모아 시류에 편승하는 세태 소설을 만들어내는 문학이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경기 동향‘을 분석하여 특정한 독자층에 영업할 만한 특정한 유형의 ‘상품‘을 내다 파는 것이다.
 
 
단발머리 2019-04-04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우리가 좋아하는 이와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눔은 우리 스스로가 자유롭게 쌓아 올린 보이지 않는 요새에 자리 잡게 된다. 책과 친구들이 우리 안에 들어와 사는 것이다. (p.110-111)

저번주에 친구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했어요. 그저께 <질의응답>을 선물받았구요.
책이 저와 친구, 저와 언니 사이에 있어요. 확, 들어와버린거죠.
너무 좋아요, 이 글!! 다락방님, 하트뿅뿅!!!

다락방 2019-04-05 14:5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께 제가 받은 하트의 정확히 두 배 돌려드립니다.

저도 제가 받았던 어떤 특별한 책들에 대해 떠올렸어요. 또한 특별하지 않고 내보내고 싶었던-순전히 그걸 준 사람 때문에-그런 책도 떠올렸고요. 책은 그 안의 내용으로도 소중하지만 그걸 선물한 사람때문에 특별햊기도 하는 것 같아요. 선물이란 게 물론 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성질의 것이지만, 책은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잖아요. ‘아, 이 부분 때문에 줬구나‘, ‘어떤 이유로 내게 이 책을 준걸까?‘ 같은 거요. 그래서 더 유심히 읽게 되는.

저도 이 공간에서 단발머리님과 끊임없이 책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읽고 때로는 책을 선물로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행복합니다, 단발머리님!! >.<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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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기존에 속해있던 것들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로 말하자면 친하게 지내던 남자사람들과 멀어지게 되었고(새로 사귄 남자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탈코르셋을 선언하고 비혼을 선언한다. 비연애나 비섹스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기존에 자연스레 하고 있던 것들, 그것이 응당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과 작별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자연스레 따라올거라는 생각을 하게된거다. '거다 러너'의 이 책,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으면서, 남자사람들과 또 결혼과 멀어진 사람이 있는것처럼, 종교랑 멀어지는 사람들도 많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그 보수성과 남성주의를 도무지 버텨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거다. 



메소포타미아까지 거슬러 올라가 가부장제의 창조에 대한 글을 써내려가기 때문에 나는 거다 러너가 이 책을 쓰기까지 아주 많이 애를 썼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읽기에는 결코 쉽지가 않았다. 낯선 용어와 여신들의 이야기들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좀 힘들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성서를 가져오고나서부터는 읽기에 수월해졌는데, 그러면서 '아, 종교를 버텨낼 수 없는 사람들도 있겠구나' 싶었던 것. 



성서에서 성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은유는 남자의 갈비뼈로 창조된 여자에 관한 은유와, 신의 은총에서 인간의 타락을 초래한 유혹자 이브에 대한 은유이다. 이 두 은유는 여성의 종속을 신이 승인했다는 증거로써 2천년 동안 인용되어 왔다. 동시에 이들 은유는 그 자체만으로 성별 관계에 관련된 가치와 실천을 정의하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 창세기와 같은 시적, 신화적, 풍습적 복합체에 대한 해석은 해석하는 사람의 욕구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예상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해석의 전통이 지나치리만큼 가부장적이었다는 점과, 지난 700년 동안 여성들이 개인적으로 구축해 낸 다양한 페미니스트 해석들이 그동안 굳건히 지켜졌고 신학적인 인가도 받았던 기독교신앙 이전의 오랜 전통에 대항해 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318-319)




아담의 갈비뼈에서 여성을 창조한 것은, 수천년 동안 글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하느님이 부여한 여성의 열등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 해석이 이브가 창조된 갈비뼈가 아담의 '아래' 부분 중 하나이며 그래서 여성의 열등성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점에 기대고 있거나, 혹은 아담은 흙에서 창조되었지만 이브는 뼈와 살에서 창조되었다는 사실에 기대고 있거나 간에, 그 구절은 역사적으로 극도로 가부장적인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p.319-320)




창세기 이야기의 상징적 의미는 둘 다 야훼의 개입을 통해 신성한 물질들이 스며들었지만, 흙에서 창조된 아담과, 인간 몸의 일부에서 창조되었으며 고대 다산 여신들의 후계자인 이브로 양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이분법은 야훼가 벌로써 노동의 성별분업을 명한 타락 이야기 속에서 강화된다. 아담은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 속에서 일할 것이며, 이브는 고통 속에서 생명을 낳고 후손을 키울 것이다. 부과된 처벌이 남성에게 일을 부담으로 만들지만, 여성을 고통과 괴로움에 빠지도록 한 벌은 여성의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자연적 결과인 여성의 출산하는 몸에 대해서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323)




이로써 3월의 마지막 날에 3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를 완독했다. 으하하하하. 장하고 뿌듯하다. 아직까지는 제 때에 잘 읽어내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렇게 같이 읽기를 하는 게 너무 좋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같이읽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공개적인 약속이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지금까지의 책들을 다 읽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읽다보니 더 읽고 싶어진다. 이 책 [가부장제의 창조]는 너무 오래전의 역사로 거슬로 올라가 힘들게 읽혔던만큼 좀 더 가까운 과거 속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다르게 쓰여진 가부장제에 관련된 책들이 궁금해지는 거다. 이성애를 스톡홀름 신드롬에 비유한 책을 한 권 사둔만큼, 가부장제, 결혼, 이성애에 관련된 책들을 더 많이 읽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 권을 읽으면 또 다른 책들이 읽고 싶어지는 게 바로 독서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내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는 만큼,

대학시절에, 그렇게 공부하기 좋은 환경에(학교 도서관! 여대!) 그때 이렇게 페미니즘에 열정을 쏟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도 생각한다. 그랬다면 지금쯤 페미여전사가 되어 가부장제를 다 뿌셔버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쉽다.






‘온정주의‘의 토대는, 교환을 위한 문서화되지 않은 계약이다. 그것은 모든 사안에서의 종속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과 보호를 남성이 제공하고, 성적 서비스와 무임가사서비스를 여성이 제공한다는 계약이다. - P414

우리느 반드시, 최소한 당분간은 여성중심적(woman-centered)이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가능한 한 가부장적 사고를 떠나야 한다. - P396

여성들은 항상 자아(self)와 공동체의 현실을 경험해 왔고, 그것을 알고, 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왔다. 그러나 그들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세계에 살기 때문에 그들의 경험은 중요하지 않다는 오명을 안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을 불신하고 평가절하하는 것을 배웠다. 월경 속에 무슨 지혜가 있을 수 있는가? 모유로 가득 찬 젖가슴 속에 무슨 지식의 원천이 있는가? 일상적인 수유와 청소 속에 추상성을 위한 무슨 재료가 있는가? 가부장적 사고는 그와 같은 성별 정의된 경험들을 비초월적인 ‘자연스러움‘이라는 영역에 소속시켰다. 여성의 지식은 단순한 ‘직관(intuition)‘ 으로 되었고, 여성들의 이야기는 ‘수다(gossip)‘로 되었다. 여성들은 특히 희망이라고는 없는 특수한 것들을 다룬다. 그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기능(음식과 쓰레기를 처리하는)속에서, 끊임없이 방해받는 시간 속에서, 그들의 분산된 주의집중 속에서, 매일 매시간 현실을 경험한다. - P390

그 특수한 것들이 자신의 소매를 당기는 동안 사실들을 일반법칙으로 추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상징을 만들고 세계를 설명하는 그와, 그의 신체적,심리적 욕구와 그의 자녀를 돌보는 그녀- 그 둘간의 간극은 엄청나다. - P390

가부장제 체계는 여성의 협조가 있어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여성의 협조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수단에 의해 확보된다. 그 수단들은, 성별교의의 주입(gender indoctrination), 교육기회의 박탈, 여성의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는 것, 여성의 성적 행동에 따라 ‘존중받을 수 있음‘(respectability)과 ‘일탈‘(diviance)을 규정함에 의해, 제재와 노골적 강압에 의해, 경제적 자원과 정치적 권력에의 접근 차별에 의해, 그리고 동조하는 여성들에게 포상으로 계급적 특전을 줌으로써 여성들을 분리하고 서로 반목하게 하는 것이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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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3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시절에 그 좋은 환경에.... 공부하지 않았던, 찬란하지 않았지만 어마무시 바빴던 20대를... 저도 엄청 후회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그래도 자꾸 아쉬움이 밀려오기는 해요.

전 아직 좀 남았네요. 재독이라고 괜히 여유부리다가 ..... ㅠㅠ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려요!!!

다락방 2019-03-31 21:26   좋아요 0 | URL
학창시절에 왜그렇게 공부를 안햇을까요, 저는 ㅠㅠ 대학때도 학사경고나 받고 다니고 ㅠㅠ 그 때 못한 공부 지금 다 몰아서 해야하는가 봐요 ㅠㅠ

완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렇지만 이 책은 다시 읽어야할 것 같아요. 전 너무 어렵더라고요. 용어도 낯설고 그래서 ㅠㅠ
이 책을 다시 읽는 것도 좋겠지만 나와있는 다른 책들을 열심히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앞으로도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단발머리님도 천천히 완독하시고!! 우리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읽어요!

비연 2019-04-0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같이 읽기 .. 넘 좋은데 번번히 참여 못하고.. 혼자 끙끙거리고 있는 1인입니다.. 흑흑.
다시 참여해보기로 굳게 결심... 그래도 뭔가 꾸준이 읽고는 있는데 여러 권 붙잡고 진도는 안 나가고...

다락방 2019-04-01 17:08   좋아요 1 | URL
4월 도서는 [여자 전쟁] 이에요. 이 책은 [가부장제의 창조]에 비해서 읽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렇다해도 내용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요.

천천히 같이 해봐요, 비연님. 천천히 같이 해봅시다.

비연 2019-04-01 17:41   좋아요 0 | URL
여자전쟁.. 이군요. 일단 시작해보렵니다. 꾸준히 길게 가기로...

무해한모리군 2019-04-01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입사 15년만에 ‘나요즘 여자가 되나봐(바로 직전에 짜증을 냈음. 쉽게 감정적이 된다란 뜻인듯)‘란 남자팀장의 말에 ‘그거 성차별적 발언이예요. 주의해주세요‘라고 처음으로 말했어요.

제가 입사했을때 관리자급중 여성 ‘0‘명, 현재는 메니저급은 6명(대다수는 원래도 여성팀원이 많던 디자인팀) 팀장임원은 여전히 0.

저는 제가 남성문화에 맞추면서 살아남았는데 후배들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생활에서 불편해져 보려구 합니다. 그러려면 공부열심히 해야되는데 삶이 비인간적으로 바쁘네요 제길 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9-04-01 17:11   좋아요 0 | URL
아이고 바쁘셔서 어떡해요, 모리님 ㅠㅠ 비인간적으로 바쁘다니 너무해 ㅠㅠ 아마도 지금이 3월이라 (이제 4월됐지만) 더 바쁘셨던 거겠죠? 아무쪼록 4,5월은 좀 한가해지시길 바랍니다.

일일이 지적하고 잔소리하는 거 너무 피곤한 일이에요. 그래도 제가 지금 피로하고 불편하게 살아야 저보다 훨씬 젊고 어린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세상이 되는거겠죠. 지치지말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어요.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그 과정에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자, 우리 열심히 합시다, 모리님!

블랙겟타 2019-04-02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려요!!
역시나 마지막은 스티키인증샷으로. ^^
제가 가지고 있는 책표지랑 다른걸로 봐서 구판인가요?

읽으면서 저도 느낀건데 이 책을 읽으면 종교 속에도 드러나는 가부장적 시선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제껏 여성주의에 대한 책을 몇권읽어가면서 특히 가부장제도에 대해 관심이 더 갔었는데요.
그래서 이 책을 제목만 봤었을 땐. 나에게 딱 맞는 책이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으.... 저에게 제일 취약한 종교와 옛날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용이 쓰여져있다보니(변명? 인가...;;;;)
아직도 쪼..쪼꼼.. 남았는데 고..곧 따라갈께요. ^^;;;
(3월안으로 읽지 못한 것은 스스로에게 분하지만요.ㅠ)

다락방 2019-04-03 08:55   좋아요 1 | URL
으하하핫. 축하 감사드려요!
네, 제가 가지고있는 건 구판이에요. 구판을 구입했던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지요. 그 친구는 다 읽지도 않고 제게 건넸답니다. 아하핫.
그나저나 저 구판은 난장판이 되었어요. 중간이 떡- 벌어지는 바람에 ㅋㅋㅋ 그래서 새 책을 살까 했지만, 그냥 구판으로 읽고 가지고있기로 결정했어요.


종교야말로 사실 가장 가부장적이 아닌가 싶어요. 애초에 이브를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었다고 했을 때부터 여자의 위치는 그런식으로 남자로 인해, 남자 때문에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런 인식이 사람들에게 스며들었을텐데, 그러니 가부장제로부터 빠져나오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자신이 믿었던 종교로부터 느꼈을 배신감을 생각하면, 뭐랄까, 인정하고 싶지도 않을 것 같고요. 너무 오래된 역사라 갈 길이 그만큼 더 멀게 느껴져요.


저도 역사에 너무 취약해서(학교다닐 때 국사, 세계사를 제일 못했어요 ㅋㅋ 아 정치경제도 ㅋㅋㅋㅋ 다 못했네 ㅋㅋㅋㅋㅋ), 그래서 이 책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메소포타미아 나오는데 눈알 팽팽 돌아가더라고요. 역시 현대물이 저한테는 읽기가 더 수월해요. 얼른 따라오시고요, 블랙겟타님! 여러가지로 4월의 도서도 기대됩니다. 4월의 도서 읽고 우리가 더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블랙겟타 2019-04-03 10:48   좋아요 0 | URL
네네!!
4월에도 자주뵈어요 다락방님 ^^ (๑˃̵ᴗ˂̵)و

다락방 2019-04-03 10:48   좋아요 1 | URL
아니 이렇게 귀여운 이모티콘은 대체 어케알고 쓰시나요 ㅋㅋㅋㅋ 지난번부터 너무 귀여워서 원 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04-03 10:58   좋아요 0 | URL
어이쿠.. (◜▿‾ )ノ
그 그런가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4-03 11:05   좋아요 1 | URL
아이참 ㅋㅋㅋ 귀여워 미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