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 선언 - 일상의 혁명 페미니즘 철학 세미나 1
윤지선.윤김지영 지음 / 사월의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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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김지영과 윤지선은 이 책에서 탈코르셋의 의미와 의의를 정확히 궤뚫고 있다. 게다가 철학자들이니만큼, 들뢰즈, 마르크스, 부르디외 등을 데려와 글에 설득력을 더한다. 들뢰즈 무엇 마르크스 무엇.. 이냐 라며 그들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해서, 이 작은 책 한 권을 읽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페미니스트라면 이해가 되고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 윤김지영 교수님을 처음 만난 건 몇 해전 책출간 행사에서 였다. '독자와의 대화' 같은 것이었는데, 그 당시 윤김지영 교수님은 긴 머리에 예쁜 원피스를 입고 곱게 화장을 하고 다소곳이 앉아 계셨다. 질의응답 시간에 나는 '남자들이 다 죽어야 끝날 것 같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ㅎㅎㅎ 그 때 거기 계시던 다른 독자분께서 '아니에요,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라고 말씀해 주셨더랬지.

그런 윤김지영 교수님이 지금은 브라대신 니플패치를 하고 원피스 대신 바지를 입는다고 하신다.

 

 

- 얼마전에 여자 k 가 남자친구에게 불만인 점을 얘기했었다. 자신은 항상 예쁘게 화장하고 옷을 입고 나가는데, 남자친구는 꼭 집에 있다 바로 나온 옷차림이라 화딱지가 난다고.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k 는 그 남자와 헤어졌다. 자신에게 성의를 보이지 않는 남자인데 자신 혼자 성의를 보이는 것 같아 짜증이 났다고 했다.

 

이런 일은 비단 k 에게만 있는 일은 아니다. 나도 데이트 하면서 집에 누워있다 나온건가, 싶은 남자들을 더러 만나기도 했으니까. 편한 게 좋지, 라며 나는 그들에게 옷차림이나 겉모습에 대한 어떤 지적도 한 적이 없다. 나는 원피스에, 힐에, 화장에, 무거운 가방을 들었으면서. 씨부럴..

 

 

- 꾸밈노동을 '내 기분이 좋다, 내 의지다' 라고 주장하며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나 역시 내가 좋아서 하는 줄 알았었지. 후훗. 그러나 탈코르셋을 접하고 화장을 하고 다니지 않으면서, 아 내가 그동안 누구 좋으라고 화장 하고 다닌건가, 하는 것에 더 강한 의문을 갖게 됐다.

 

낯선 나라, 여행지에서의 일이다.

그림을 보러 갔는데 화장을 전혀 하고 가지 않았다. 박물관에는 나 외에도 당연히 다른 사람들, 남자들도 많았는데, 내가 그들의 존재에 대해, 그들의 시선에 대해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홀가분함, 바로 그것이었다! 늬들이 거기 있든지 말든지, 나를 보든지 말든지, 가 내가 화장을 하지 않으니 비로소 가능해졌던 것. 나는 그냥 그림을 보러 온 사람1 이었다.

그간 나는 남자들에게 잘보이려고,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화장한 게 아니라고 내 스스로 생각해왔다. 내 기분 좋으니까 한거야, 라고 당연한듯 생각해왔지. 그러나 그 박물관에서, 이국에서 온 남자들과 더불어 있으면서 내가 얼마나 홀가분한지를 깨닫고는, 아 나는 나도 모르게 의식하고 살았구나, 싶었다. 화장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의식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겠구나, 하는 깨달음. 그러니까, 내가 꾸몄기 때문에 꾸밈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든 바랄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그것이 과연 나의 자유의지였을까?

이 경험은 나에게 굉장히 새롭고 충격적이었다.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느낌.

 

 

 

- 인스타에는 숱한 여자들이 사진을 올린다. 날씬한 여자들이 '통통한 몸이지만 뭐 어때' 라고 올리고, 이목구비 뚜렷한 여자들이 '오늘 못생겼어..' 라고 올린다. '운동이 좋아' 라면서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몸매 과시하는 옷을 입어 올리고. 그런 사진들에는 보란듯이 하트가 수백 수천개씩 따라붙고 팔로워도 많다. 누가 봐도 의도와는 다른 멘트로 올려지는 사진들.

반면 탈코르셋을 해시태그로 쓴 사진들에는 거침없는 욕이 따라붙는다. 화장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서 사회가 정해놓은 '미'에 거스르는 것, 못생기거나 뚱뚱하게 되는 건 탈코 당사자들일텐데도, 그걸로 욕을 하는 남자들은 대체 무슨 심리일까. 자기들이 못생겨지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뚱뚱하게 되는 것도 아닌데, 왜 '화장 안할거야' 라고 하는 여자들에게 못생겼다, 쿵쾅댄다 욕을 할까. 그여자들이 못생겨서, 뚱뚱해서 싫으면 그 여자들하고 안놀고 안사귀면 되잖아. 저리 가. 니네가 원하는 예쁜 여자 찾아, 쭉빵 여자 찾으라고.

 

나는 이게 내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바로 그 자유로움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너는 나에게 예쁘게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남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다는 것.

미모에 대한 자연스런 갈망은 애초에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주위 사람들과 매스컴에서 엄청 주입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그러나 남자들에게는 그것이 '너는 나에게 선택받기 위해' 당연해 지는 것이고 여자에게는 '저 남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당연해져 버리는 것.

탈코르셋은 기본적으로 이걸 거부하기 때문에 남자들이 화딱지가 나는 것 같다.

왜 너는 나에게 잘보이기 위해 화장하지 않지?

왜 너는 나에게 잘보이기 위해 날씬해지려 하지 않지?

화장 안해서 못생겨진다면, 다이어트 하지 않아서 뚱뚱해진다면, 그리고 그게 나쁜거라면, 그걸 하는 '당사자'는 탈코르셋을 하는 페미니스트들인데, 탈코르셋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면서, 자기는 살던대로 그 얼굴에 그 몸매로 살면서, 화장하지 않고 다이어트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여자들을 비난하다니. 너무 이상하잖아? 같은 나라에서 같은 교육을 받고 사는데 왜그럴까?

 

 

- 완전히 코르셋을 버리진 못했지만 나도 탈코르셋을 시작하면서 가장 기이하게 생각됐던 게 볼터치였다. 볼터치라면, 하아- 과어의 내가 '반드시 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볼터치 하지 않으면 밖에 못나가겠어, 했었는데. 친구에게도 '우리 볼터치 하며 살자' 며 선물하기도 했는데. 하하하하. 이제는 볼터치한 사진들을 보면 너무 기이한거다. 이렇게 이상한 걸 내가 왜 했지? 너무 이상하잖아. 왜 볼이 발갛게 보여야 해? 왜 발갛게 보이려고 심지어 거기에 색을 입혀? 볼터치한 사진만 보면 미쳐버릴 것 같다. 그거 너무 이상해요...

나는 제일 먼저 볼터치를 갖다 버렸다.

 

 

 

- 요즘은 색조화장을 안하고 산다. 개기름이 끼는 걸 어떻게 방지할 수가 없다는 것...이 고민이긴 하지만, 세상 편해. 일터에서 내가 맡은 자리가 있어 립스틱까지 버릴 순 없지만, 회사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이제 화장을 하지 않는다. 팩트 사둔 건 썩고 있고 파운데이션을 이제 사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다. 나는 모든 화장품을 백화점에서 비싼 것만 사서 쓰는 사람이었는데, 화장품 비용이 싹 줄어들었지. 게다가 여행지에서 화장을 하지 않으니, 외출 준비도 빨리 끝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팬티랑 속바지 대신 남자 드로즈 하나 입고 원피스 입고 바깥에 나가버리면 끝이여. 이번 여행에서 동행과 함께 나갈라치면 나는 화장하는 동행을 계속 기다려야 했는데, 동행이 자꾸 미안해했다. 아녀, 천천히 하고 싶은 거 다 해. 나는 친구가 화장하는 동안 크레마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든가, 가족들과 연락을 하든가, 스맛폰을 들여다보든가 했지.

 

남자사람 만날 때도 걍 노메이크업으로 나간다. 코르셋을 벗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여.. 남자 만나기 전에는 약간 고민이 되는 것이다. 하도 화장 안해버릇 하니까 하기 너무 귀찮은데 내가 이 남자를 만나기 위해 화장을 해야 하는 것인가...고민이 되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나가자, 그 남자도 안하는데 내가 뭐하러 해. 이런 내가 싫으면 그 다음부터 안만나겠지 뭐, 이러면서 남자 1 만날 때 화장 안하고 나갔더니 그 다음에 남자2 만날 때도 노메이크업이 당연해지더라.

 

 

- 책날개에 있는 저자의 이력을 보노라면 그 타이틀의 화려함에 너무 반해버린다. '페미니스트 철학자' 이며, '연구자' 이며, '교수' 라니.. 너무 멋져버리는 것. 여자들이 지금보다 좀 더 많이 타이틀을 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의사, 박사, 교수, 국회의원 등등 여기저기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더 많이 보일 수 있기를.

 

 

 

 

 

- 인용하는 구절이 매우 많은데, 그냥 이 책 사서  읽어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남성 욕망경제 매트릭스 내에서 교환가치가 일어나지 않는 신체를 가진 여성들은 실질적으로 어떠한 취급을 받았나요? 이 사회에서 그러한 여성들은 소위 게으르고 쓸모없는 자들로 취급되고 조롱받습니다. 그 이유는 이 사회가 그러한 여성을 자연적으로 거저 주어진 스스로의 여성-신체자원의 가치조차 제대로 활용·관리하지 못하며 꾸밈노동이라는 의무를 방기한, 나태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폄하하기 때문입니다. - P22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들이 가부장제의 유용한 여성-신체자원(자궁-여성 유기체로서의 대상)으로 동원, 소비, 착취, 억압되는 것을 거부하는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이때껏 스스로의 신체의 교환가치를 더 높이고 적어도 남성의 성애적 욕망의 투여가 일어나지 않는 무가치한 몸(교환가치=0)으로 전락하지 않고자 지속적이며 의무적으로 수행하던, 일체의 꾸밈노동을 집단적으로 보이콧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거부와 보이콧의 물결이 일으키는 진폭과 파장은 우리 사회의 인식론적 담론 지형뿐만 아니라 정상성 규범의 실천 지형까지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일회적 차원의 운동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판‘에 대한 도전이며 이 사회를 지배하는 ‘지층화 작용‘에서 벗어나려는 탈주의 움직임입니다. - P23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의 신체를 남성석 성애의 투자(investissement)대상물이자 순수한 부계혈통의 성씨를 날인한 세대 재생산의 몸으로 환원시키는 일체의 작용을 거부하는 탈지층화(destratification) 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 P25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여성들은 남성 욕망경제에 철저히 귀속되어 있는 이성애 연애와 섹스, 결혼, 출산의 경로를 자신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욕망의 서사로 받아들이길 거부할 뿐만 아니라, 일상적 성담론 속에서 남성의 성애적 욕망의 대상인 삽입구 기관으로 축소되고 환원·유통-단체 카톡방 내 음담패설, 성희롱,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피해-되는 것을 폭로하며 이와 절연을 선언합니다. 그와 동시에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들이 남성 욕망경제 매트릭스 내에서 성적 대상물-물방울 모양 가슴, 핑크빛 성기, 애플힙, 11자 다리-이란 기호로 부유하는 것을 벗어나, 특이성과 비전 등과 같은 다각적 요소들과 함께 구축해 나가며 새로운 욕망의 서사를 배열, 조성해낼 수 있는 구조적 장을 기획하고자 하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 P27

『자본론』에 따르면 ‘상품‘(commodity)이란 ‘타인과의 교환을 목적으로 생산된 유용한 물건‘입니다. 여성의 신체 역시 남성적 담론과 실천의 장 안에서는 교환을 위한 ‘유용한 물건‘이 되면, 따라서 일종의 상품으로 기능합니다. 그리하여 사실상 여성에게 자신의 ‘신체‘는 남성 욕망경제 매트릭스 속에서 사회경제적으로 교환가치가 인정되는 상품으로 존립시켜야 할 대상이 됩니다. 달리 말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자연적으로 여성-신체자원이라는 ‘천연적 노동대상물‘을 타고 났으며 이를 보다 세련되게 관리하고 정교히 세공해내는 기술을 투입함으로써 스스로의 신체를 ‘가공된 노동대상‘으로 탈바꿈하는 ‘꾸밈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 P32

‘늘 젊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란 처절한 꾸밈노동의 산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그러한 여성을 그 자체로 아름답게 태어난 존재로 신비화함으로써 인위적 꾸밈노동의 모든 노력들-아름다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화장술과 시술, 지속적 운동과 고강도 식이요법-과 사회적 압력들을 단번에 비가시화해 버립니다.이는 마르크스가 거론한 ‘상품의 물신화‘ 현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물신화 현상은 일종의 착시 현상입니다. 인간 노동의 산물인 상품이 마치 그러한 노력의 과정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상품 자체가 가진 자연적·본질적 속성으로 인해 교환가치를 발생시키는 독자적·독보적 존재물처럼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 P35

남성의 신체자원이 성적으로 동일한 방식과 강도로 채굴되고 착취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신체가 가부장적 교환가치-남성 욕망경제의 기호품이자 부계혈통의 세대 재생산 도구-로 결코 환원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여성의 성적 신체자원은 그들의 노동력의 기본값(default value)으로 설정되어 있기에 업무의 분야에 상관없이 여성들을 향한 아름답고 젊어 보이는 외모에 대한 요구는 사회적으로 이미 조건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용모단정의 엄격한 규준을 준수해야 하는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성적 신체자원은 노동 상품성의 자격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기본값으로 간주되기에 고용주의 상품판매 촉진과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와 자원으로 원할하게 동원됩니다. - P39

여성을 보지라는 신체자본(capital corporel)을 통해 신분상승과 부(벼슬, 잉여가치)의 창출을 손쉽게 추구하는 존재로 환원하고 있는 ‘보슬아치‘라는 용어는 매우 문제적입니다. 여성의 신체자원이 채굴, 배분, 활용, 억압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맥락 이해 자체가 상실되어 있고 성차별적 현실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남성들을 여성들에 의해 부와 특권을 탈취당하고 피해를 입는 계층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 P43

‘보슬아치‘는 ‘창녀와 꽃뱀, 된장녀와 김치녀‘라는 여성혐오 용어의 스펙트럼 확장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연애와 결혼의 잠재적, 현실적 상대인 모든 여성들이 성적 매력자원을 미끼로 남성들이 어렵게 취득한 부와 계층적 특권을 손쉽게 탈취하거나 나눠 갖는다는 기묘한 환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상은 사실상 ‘모든 남성이 남근권력의 상징물인 경제적 부와 계층적 특권을 보유한 강력한 팔루스(Phallus)가 될 수 없다‘는 남성 특유의 구조적 불안의 원인을 스스로의 자격미달이 아니라 외부에 있는 여성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 P43

탈코르셋 운동을 실천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어떻게 남성과 구별되는 외형과 속성(propriete)들로 구성되는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여성들이 어떠한 역량들(puissances)을 가지고 있는가(여성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문제의 축 자체를 이동시켜 버립니다. 여성을 옥죄며 가동되던 식별(distinction)의 코르셋-남성보다 가녀린 신체, 선이 곱고 예쁜 이목구비, 볼륨감 있는 몸매, 사근사근함, 애교 등-으로부터 스스로의 신체를 해방시키고 새로운 역량과 감각을 발굴하며 더 이상 남들에게 예쁜 인형이 아닌, 다양한 역량의 다발체로서의 자신을 조우하고 탐험해 나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 P52

예를 들어 급격한 체중감량을 위해 식욕억제제와 이뇨성분이 든 다이어트 약을 섭취하는 여성은 자신의 신체와 해당 약품의 합성(melange)작용이 일으키는 탈수 증상과 복통, 기력쇠진과 두통, 생리불순이라는 부정적인 감각증상에 대해 자신의 존재 및 신체역량의 축소와 하락의 상태(etat)를 느끼며 술픔의 정동(affect)에 놓입니다. 왜냐하면 스피노자가 말하듯이 자신의 신체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신체와의 만남과 합성은 우리의 신체를 불유쾌하고 유해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며 조화로운 신체 밸런스를 깨뜨리고 파괴한다는 점에서 슬픔의 정동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 P58

개인의 성향과 취향의 체계는 그 개인이 속한 성별, 사회적 위치, 경제적 계층, 교육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고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비춰볼 때 여성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별 계층성(sex class)에 의해 침투·각인되어 있는 다양한 습속들-특정 취향과 기호, 소비성향, 행동방식과 습관, 태도, 말투, 걷거나 앉는 방식, 제스처 등-의 총체들을 무의식적으로 체화하고 있습니다. - P74

이러한 관점에서 화장이나 외모 꾸미기에 대한 여성들의 취향이나 관심,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인형이나 분홍색에 대한 선호, 나긋나긋한 말투나 수동적 태도 등은 여성에게 각인된 ‘아비투스‘(habitus)를 드러냅니다. 여기서 아비투스란 사회적으로 범주화된 계층적 가치가 육체에 각인된 상태로서, 한 개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계층성을 온전히 체현한 방식으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위하고 무언가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화장과 같은 꾸밈노동을 여성 개인의 사적인 취향이나 기호로 오인하도록 만드는 구조야말로 성별 계층성에 의해 도식화된 개인의 행동패턴과 특정 라이프스타일의 재생산 효과가 얼마나 한 개인의 신체와 사고방식에 온전히 칩습되어 있는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74

예컨대 남성보다 가녀린 신체, 선이 곱고 예쁜 이목구비, 볼륨감 있는 몸매, 긴 머리, 호전적이지 않고 부드럽고 순종적인 태도와 눈빛, 배려심, 착하고 고운 마음씨, 애교 등은 임의적이고 우연적인 특성들의 총합일 뿐이지만, 이것이 남성과 확연히 대별되는 신체적, 심리적 차원의 성별 특성들의 총체를 형성함으로써 결국에는 ‘여성‘이라는 하나의 균질하고 동질적인 성별 계층성의 고유한 특질(property)로서 고정화되기에 이르는 것입니다. - P75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에 대한 성별 식별체계로 가동되고 있는 아비투스 도식들의 임의성과 우연성을 통렬히 비판하고 사회구조의 차별성과 억압성을 그대로 체현하고 있는 ‘여성성‘ 분류화의 틀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하고 반기를 드는 행위입니다. - P75

화장과 꾸밈노동이라는 아비투스를 거부하는 행위는 단순히 ‘~하지 않음을 선택함‘을 넘어서 여성의 행동양식과 감각, 활동반경과 인식태도, 욕망과 기호까지 온전히 새로이 발굴하고 주조하게 한다는 점에서 존재론적 탐색을 추동시키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 점에서 탈코르셋 운동은 성별 식별체계 내부에 식별 불가능한 존재들이자 남성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이질적인 몸들을 난입시킴으로써 성별 식별체계의 가동에 거대한 타격을 가하며,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라는 위계적 질서가 새겨진 사회적 공간을 균열시키고 그로부터 탈주를 감행케 하는 것입니다. - P81

대다수의 여성들은 외모 꾸미기는 사회적 강요가 아닌, ‘내가 좋아서‘, 내가 자유롭게 선택해서 하는 일이라고 반문합니다. 그래서 왜 그것을 그만두라고 하는지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이 세계가 구조적 착취와 차별의 시스템으로 가동되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깨달은 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파란 약을 먹고 그 진실을 알기 전으로 되돌아가서 편안하고 자유롭다는 환상에 젖어 살 것인지, 아니면 빨간 약을 먹고 이 진실을 있는 그대로 목도하며 매트릭스의 파괴를 힘겹게 싸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 P92

우리 대다수가 꾸밈노동의 완벽한 수행을 찬사와 무조건적인 박수로 맞이했었다면, 여성들의 민낯과 짧은 머리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불편함의 감각‘을 선사합니다. 왜냐하면 짧은 머리를 하고 바지를 입은 여성들은 기존의 여성성 수행 방식에 대한 반란자들이자 이 억압적 사태에 ‘동참하지 않음‘을 선언하고 그것을 자신의 몸으로 보여줌으로써 여전히 꾸밈노동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전엔 느껴보지 못했던 윤리적 불편함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탈코르셋 운동을 배제와 차별의 정치라고 반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코르셋이야말로 수많은 여성들을 스스로의 신체와 불화케 하고 아름다운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했다는 것을 우리는 반드시 깨달아야만 합니다. - P99

화장이나 외모 꾸미기라는 행위에 대한 고정화된 기쁨의 정동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코르셋을 전시하는 이들에 대한 일방적 비난과 설득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화장이 주는 기쁨의 정동의 강도보다 탈코르셋 운동을 실천하는 이들이 드러내는 존재역량의 상승의 사진들과 경험담들, 이로 인한 새로운 삶의 양식들의 전략과 태도들이 더 많이 사회적으로 발화되고 공유됨으로써 탈코르셋이 주는 기쁨의 정동의 강도가 더 높아질 때, 많은 여성들은 그 기쁨의 정동의 물결을 스스로 따를 것입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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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8-2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열심히(!) 읽고 있는‘성의 변증법‘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남성보다 ‘더 순수한‘존재로 여김으로서 그들의 열등한 지위가 정교한 ‘숭배‘하에 은폐되어 있었다고 꼬집고 있던데요. 이 관점에서도 왜 남성은 아무렇게나 입어도 될 자유를 얻고 여성은 꾸밈노동을 하지 않으면 욕먹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요.. 아무래도.. 이 책 그냥 사서 읽어보는게 낫겠죠? (๑◔‿◔๑)

다락방 2019-08-21 13:5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블랙겟타님. 이 책은 얇으니까 금방 읽을 수 있을 거에요. 사서 읽어보시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책 한 권에 전체적으로 밑줄을 긋고 싶더라고요. 이개 철학세미나 시리즈 1편이던데, 앞으로 나올 시리즈도 기대돼요. 하하하하.

그나저나, 성의 변증법 읽고 계시군요. 화이팅입니다, 블랙겟타님! 빠샤!!

별족 2019-08-2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모르겠네요.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고, 요구되는 능력이 다르고. 연예인이 학벌을 자랑하는 것도 우습고, 교수가 미모를 자랑하는 것도 우습고. 그럼에도 교수가 아름다우면 한 번 더 눈이 가고, 연예인이 학벌이 좋으면 또 그렇고.
‘꾸밈노동보다 타이틀에 집중하라‘라는 게 의미있는 말인지도 모르겠어요. 타이틀을 숭상하는 것은, 예쁜 것을 숭상하는 것보다 더 나은가요? 저는 박사학위는 없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할 거니까 ㅋ

다락방 2019-08-21 15:05   좋아요 0 | URL
누군가 타이틀을 숭상하는 것은 예쁜 것을 숭상하는 것보다 나으냐, 는 말을 꼭 할 것만 같아서 부연 설명을 하느라고 했는데 잘 안닿았나 보네요. 저는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좀 더 많이 다양한 곳에 자리잡아서 서로에게 보이자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지금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력 있는 자리는 대부분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그런 곳에 여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뜻으로 타이틀을 얘기한 거에요. 교수라는 타이틀, 연구자라는 타이틀, 국회의원 이나 판사라는 타이틀을 우리가 좀 더 많이 가져오자고요. 저는 의미있다고 한 말인데 별족 님은 의미를 모르겠다 하시면 그것까진 제가 뭐 어떻게 할 수 없고요. 저 역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거니까요.

단발머리 2019-08-21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좋죠~~ 잘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제일 좋지요.
주의할 점은..... 여성들에게 더 지엽적인 일, 보조적인 일들이 제안되고, 주어지고, 강요된다는데 있다고 봐요, 저는.
주변을 정리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런 성향의 여성이 아니더라도 그런 일들을 하도록 강제하는 문화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탈코르셋도 전, 그런 의미에서 이해해요. 자신을 아름답게 정돈하고 꾸미는 일을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테죠.
그런 남자, 그런 여자가 있겠죠. 문제는 1년 365일 대부분의 시간을 민낯으로 보내는 대부분의 남자들과 달리,
여성이 민낯으로 나서면 ‘어디 아프냐‘는 이야기부터 듣게 되니까요.
화장을 안 하겠다는 여성들에게 달리는 혐오댓글이 보여주죠.
그런 사람들이 원하는 여자 사람이란 남자를 위해 ‘단장하는 여자‘라는 것을요.

잘 읽고 가요, 다락방님. 참 좋은 책이었어요, 그죠? ㅎㅎㅎ

다락방 2019-08-22 08:02   좋아요 2 | URL
예전에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님께서 저에게 직장인이냐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니 당신 딸은 너무 못생겨서 취직이 안된다고 어떡하면 좋겠냐고 하셨어요. 가수들이 노래 실력만으로는 뜨기 힘드니 성형 수술하라는 권고를 받는다는 건 우리도 종종 듣곤 하잖아요.
소개팅 할 때도 남자들은 제일 먼저 ‘예뻐?‘ 를 묻죠. 요즘은 카톡으로 프로필 사진 보며 얼굴 직접 확인하고요.
어디를 가나 무얼 하나 그 여자가 예쁜지를 확인하는데, 이 얼마나 강요된 코르셋인가요. 너무도 자연스럽게 예뻐야 직장에서도 연애에서도 선택받는다는 걸 끊임없이 주입하잖아요.

그렇게 외모를 가꾸어야 대우받는 상황에서 또 지하철안에서 화장하는 여자는 못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를 만나기 전에, 출근하기 전에 셋팅은 반드시 집에서 하고 와라, 셋팅하되 셋팅하는 과정을 보이지 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들은 셋팅하기 위해서 더 일찍 일어나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하죠. 하아-


어제는 윤자매님들이 다른 여성학자들보다 더 정확하게 탈코르셋에 대해 이해한 것은 철학을 공부하기 때문일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철학이 그렇게 만든건가, 하는 생각요. 탈코르셋에 대해서라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불쾌해하곤 하는데, 윤자매님들은 그 불쾌함의 지점까지 명확히 짚어내주시잖아요. 그동안 공부했던 철학들이 그 이해를 가능하게 만든걸까, 결국 학문은 철학으로 닿게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 역시 철학도 좀 공부해야 겠다....고 생각만..... ( ˝)


단발머리님,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이 책을 단발머리님 덕에 읽게 되고 또 우리가 같이 읽었다는 것도 너무 좋아요. 같은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일이야 언제나 환영할만한 일이고 기쁜 일이지만, 이 책에 대해서라면 더 그런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책, 좋은 독서였어요. 얇은 책 한 권에 북마크를 얼마나 붙였는지 몰라요.

단발머리님, 우리 계속 공부하도록 해요!

별족 2019-08-23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까지, ‘화장하라‘는 억압을 당해본 적이 없어서 전혀 공감이 안 생기는 거 같습니다. 저는 ~촬영,일 때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화장했거든요.
그러면서, 저는 예쁜 사람들을 좋아해서, 사람들이 예쁘게 꾸미면, 화들짝 마음이 쿵, 하는 타입이거든요. 내 얼굴은 거울이 없으면 볼 일이 없으니, 저렇게 예쁘게 꾸민 사람들은 참으로 이타적인 사람이구나, 덕분에 내가 이렇게 기분이 좋네, 고맙구나, 생각하거든요.
 
버려진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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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소녀 였을때 지금의 남편과 만나 사랑에 빠졌던 여자는 그의 대학 입학을 돕고 그의 공부를 돕고 그가 직장에 들어가 어엿한 사회인이 되는 동안 계속 그의 옆에서 그를 돕는다. 그의 아이를 둘 낳고 주부로 살아가면서 그녀는 그전에 가졌던 그녀의 직업을 잊고 살았고,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남편과 아이들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남편은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그녀에게 이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남편의 여자는 이제 고작 스무살이다. 게다가 남편의 애인이 스무살이 되기도 훨씬 전부터 시작된 만남이라, 그는 미성년자인 여자를 애인으로 두고 있었던 셈이다. 자신의 옆에서 경력단절이 되며 자신의 삶을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 자리를 지켜주었던 아내를 배신한 데에서 그는 개새끼지만, 미성년자인 소녀와 연애를 시작한 걸로는 더 개새끼이다. 이래저래 쓰레기만도 못한 새끼이니 이 세상에 어디에도 그가 발붙일 곳이 없어야 마땅하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엘레나 페란테의 다른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독하게 몹쓸 놈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내가 느끼는 건 이 남자에 대한 분노에 앞서, 하아- 남편의 배신에 다쳐버린 여자의 무너짐이다.



여자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그에게 바쳤고 또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배신에 치를 떤다. 그가 떠난 자리에서 그녀는 그전에도 그랬듯이 공과금을 납부해야 하고, 보안에 신경써야 하고, 아이들 둘을 학교에서 데려오며 신경써야 한다. 둘이 하던 때에도 딱히 남편이 도와준 건 크게 없었지만, 그러나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자기 앞에 닥친 일상들에 힘겹다. 남편이 잠깐 방황하는 것뿐이라고,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지 않냐고 자기 자신을 다독여 보지만 쉽지 않다. 우리가 사랑했는데, 그가 어떻게 해야 내게 돌아올까, 그를 어떻게 있던 자리로 돌려놓을까 고민하느라 그녀는 힘들다. 죽을 생각도 해보다가, 아니야 나는 그렇게 무너져내리는 여자가 아니야, 이를 악물지만, 그러나, 그녀는 무너져내린다.



공과금을 제때 납부할 수 없고, 아이는 아프고 개는 죽어간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이성의 끈을 자꾸 놓친다. 아픈 아이를, 시름시름 앓는 개를, 열리지 않는 출입문을 열어야 하는,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 앞에서 그녀는 자꾸만 과거속으로 빨려들어가며 현실을 벗어나려고 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아이가 아픈데, 개가 죽어가는데, 그런데 그녀는 자꾸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생각이 뻗어나가 좀처럼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남편에 대한 신뢰와 믿음과 사랑이 배신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충격으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나 이 여자야 정신을 차리란 말이야, 나는 읽으며 얼마나 힘겨웠는지 모른다. 게다가 그녀를 힘겹게 하는 건, 자꾸만 남편의 애인과 남편이 함께 발가벗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는 데에 있다. 그의 몸에 내가 새긴 흔적들을 그녀가 그동안 다 지웠겠구나 생각하고, 나한테 했던 것처럼 그녀에게도 했겠구나 생각하고, 내 옆에 있으면서도 그녀를 떠올렸겠구나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그들은 섹스하며 쾌락속에 있겠지, 생각한다. 혹시 그동안 나와 섹스하며 나를 최상의 상대라 생각했던 건 아닌건가, 지금 만난 새로운 여자야말로 진정한 짝이라 생각하고 있는건가, 생각한다. 나는 그와 오래 살며 그의 성적 취향을 닮게 되었는데, 이제 그는 그녀와 성적 취향이 닮게 되었겠지, 생각한다. 나는 그녀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그렇게 무너져내리면 안된다고, 바닥을 치고 올라오라고, 아이들이 아픈 걸 돌보라고, 당신의 몸을 돌보라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무너짐에 동참해서 힘들었다. 이제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취향을 맞추고, 다른 여자에게 익숙해지고, 다른 여자와 은밀한 농담을 새로 만들고, 다른 여자와 역사를 만들어나갈 걸 생각하면 어떻게 무너져내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보는게 정말이지, 너무나 힘겨웠다. 내가 지나온 시간이라 힘들었고, 지내고 있는 시간이라 힘들었다. 아, 나도 까딱하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무너져내릴 수 있었어, 하는 생각에 무서워졌다. 아, 내게 돌봐야 할 나보다 약한 존재가 있지 않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미칠것 같은 그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그녀의 영혼이 너무 힘들었다. 그녀가 결국은 그 시간을 극복하는지 보고 싶어서 힘겹지만 꾸역꾸역 책장을 넘겼다. 그에게 복수라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보았지만, 아무 만족도 느낄 수 없는 그 서러움이 너무 슬펐다. 이건 비단 그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나자 나는 너덜너덜해져있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길 한복판에 버려진 휴지가 된 것 같았다. 이대로 비가 계속 내린다면 흔적도 없이 약해지고 흩어져 사라지고야 말 휴지쪼가리...



너무 힘든 독서였다. 차라리 엘레나 페란테가 분노를 주는 편이 더 좋다. 무너짐말고 분노를 주세요, 페란테 님...

대신 지나도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인심이 후했다. 우리 집에 올 때마다 항상 나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잊지 않았고 내게 자기 소형차를 빌려주었다. 주말에 가서 쉬라며 케라스코 근처에 있는 자기 별장 열쇠를 내어주기도 했다. 별장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기 대문에 우리는 기꺼이 지나의 친절을 받아들였다. 비록 딸과 함께 갑자기 들이닥쳐 우리 가족의 주말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기도 했지만.
상대방의 친절에는 또 다른 친절로 보답하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호의는 결국 사슬이 되어 우리 가족을 옭아맸다. 마리오는 어느새 카를라의 후견인이라도 된 듯 죽은 아빠 대신 카를라의 선생님들과 상담하러 다녔다. 언젠가 부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크랄르에게 화학 과외까지 해주기 시작했다. - P11

그의 대학 시험 준비를 도운 것도 나였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그를 끌고 시끄러운 푸오리그로타가를 가로지른 것도 나였다. 도시와 시골에서 몰려든 학생들로 주위가 북적이는 데도 터질듯이 두근거리는 남편의 심장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때 나는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남편을 이끌고 대학교 복도를 누볐다.
난해한 정공과목 복습을 도와주느라 남편 옆에서 며칠밤을 새운 것도 나였다. 나는 내 시간을 남편의 시간에 투자해 그를 더 강한 남자로 만들었다. 그의 야망을 위해 내 야망은 접어두었다. 남편이 낙담해서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남편을 위로해주기 위해 내게 닥친 위기는 덮어두었다. 남편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의 시간 속에 스며들었다. 나는 집안일을 하고 요리를 하고 아이들을 돌봤다. 일상생활을 위한 귀찮은 일들을 도맡았다. 그러는 동안 남편은 비천한 출신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집스레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올라갔다.
그랬던 그가 이제 와서 나를 떠나버린 것이다. - P116

지금껏 그에게 바친 내 모든 시간과 에너지와 노고를 몽땅 가져가 버린 것이다. 내 모든 노력의 결실을 다른 계집과 즐기기 위해서 가져가 버렸다. 내가 남편을 낳고 길러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랑 말이다. 이보다 더 부당한 일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게 이런 모욕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총기가 흐려진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 둘만의 추억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어디선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강렬히 느껴졌다. 열정이라기보다는 불안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남편에게 지금 당장 내 도움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대체 어디에서 남편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 - P117

여자는 흔하디흔한 성욕을 대단한 호의로 오해한다. 남자들의 성욕을 사랑하고 지나치게 현혹된 나머지 사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하고만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오직 한 사람과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한다고 착각한다.
그렇다. 여자는 특별한 남자가 자신의 특별함을 알아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성욕에 이름을 붙인다. 나만의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내 사랑‘ 이라고 부른다.
아! 황홀함이니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지. 남자는 여자와 섹스하고 나면 다른 섹스 상대를 찾는다. 그런 남자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시간이 흐르면 먼저 여자는 떠나고 다른 여자가 오기 마련이다. 나는 수면제를 몇 알 삼키려 했다. 나의 내면 가장 어두운 곳에 누워 잠들고 싶었다. - P139

둘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섹스를 하고 있었다. 둘은 분명 밤새 섹스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나 몰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괴로움에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그들은 쾌락에 못 이겨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이제 그만 힘들어하기로 했다. 깊은 밤 그들의 행복한 입맞춤에 나는 복수의 입맞춤으로 맞서야 했다. 나는 버림받고 혼자가 됐다고 무너져 내리거나 미쳐버리거나 목숨을 버리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조금 망가지기는 했지만 나는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온전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누구든 내게 상처를 주려 한다면 나는 그대로 되갚아줄 것이다. 나는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나는 독침을 품은 말벌이다. 나는 시꺼먼 밤이다. 나는 불 위를 걸어도 타죽지 않는 불멸의 생명체다. - P143

카를라에게서는 나와 똑같은 맛이 날까? 나와 똑같은 냄새가 날까? 혹시 남편은 지끔껏 내 맛과 체취를 혐오스러워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카로노에게서 느끼는 것처럼? 나를 만난 후 수십 년이 흘러 카를라를 만나고 나서야 남편은 자신에게 맞는 체취를 찾아낸 것이 아닐까? - P153

정말이다. 나는 바보 같았다. 감정의 수로가 꽉 막혀서 삶의 에너지가 흐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마리오가 세심하게 제공하는 황홀한 부부생활에 취해 내 존재의 의미를 가정주부로만 한정지은 것은 너무 큰 실수였다. 마리오의 만족감과 기쁨, 날이 갈수록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의 삶을 내 자존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너무나도 큰 실수였다. 그중에서 가장 큰 실수는 그와 함께 있어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된 지가 이미 오래인데도 그 없이 살 수 없다고 믿었던 일이다. 손끝에 스치는 그의 피부를 마지막으로 느껴본 지가 언제였던가. 그의 입술의 따스한 온기를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 P275

우리 관계가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그의 어떤 면을 보았던 걸까.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남편의 생각과 행동과 말투와 기호와 성적 취향을 얼마나 많이 닮게 되었을까.
나는 그런 식의 질문으로 종이를 여러 장 채우곤 했다.
마리오에게 버림받은 후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도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는데 왜 아직도 그의 흔적을 몸에 간직하고 살아야 하나.
내가 그의 몸에 남겼던 흔적은 나 몰래 은밀한 관계를 지속했던 지난 몇 년 동안 이미 카를라에 의해 지워졌을 것이다. 한때는 내 몸에 새겨진 그의 흔적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이제는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그의 흔적을 내 몸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 자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그가 남긴 흔적만 내 몸과 마음에서 깔끔하게 긁어낼 수 있을까. - P320

앞으로 다시는 이런 자리에 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절대로 다리 놔주기를 좋아하는 지인들이 마련한 자선 행사를 찾아다니지 않을 것이다. 상대 남자가 제대로 작업하고 있는지, 여자가 제대로 반응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만남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훔쳐보는 이들 앞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광경은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식탁에 음식 찌꺼기만 남았을 때 농담거리로 삼기 딱 좋은 소재가 아닌가.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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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8-1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16쪽 읽는데, 딱 홍상수 감독 부인이 생각나더라구요.
시어머니, 치매인 시어머니를 한참 모셨다고 그러런데, 세계적인 감독이 되고 사랑 찾아 떠났죠.
다 자기 일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살겠지만.... 제일 좋은게 사랑이고 제일 잔인한 것도 사랑 같아요.
서로 영혼의 짝이라 믿고 있겠죠.... 허허...

저도 이 책 읽을 때 힘들었어요. 화자가 너무 제정신 아니어서.... ㅠㅠ 정신차려라!!! 하면서요

다락방 2019-08-13 07:58   좋아요 0 | URL
화자가 무너져내리는 게 보이니까 미치겠더라고요. 게다가 아이도 아프고 강아지도 아프고 문은 안열리고 ㅠㅠ 아 저 너무 스트레스. 집어던질까 하다가 그래도 바닥 치고 올라와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보고 싶은 마음에...
화자가 자꾸만 새애인하고 함께 있는 남편의 모습을 그릴 때마다 저도 같이 그리느라고 대환장했답니다 ㅠㅠ

비연 2019-08-1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안 읽고 좋아요 만.. 책 다 읽으면 차분히 읽기로~

다락방 2019-08-13 07:58   좋아요 0 | URL
비연님 이 책 읽기 엄청 힘드실거에요. 포기의 순간이 수시로 찾아옵니다.....
 
성가신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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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이탈리아 남자들의 매너, 로맨틱한 감성들은 말 그대로 외부에서 본 판타지였나 보다. '나폴리 시리즈'부터 이 책까지, 엘레나 페란테는 끊임없이 애기한다. 여기 이곳에 괜찮은 남자는 하나도 없다고. 


[성가신 사랑]에는 멀쩡한 남자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뿐이랴. 성추행과 폭력을 일삼는 남자들만이 가득하다. 

'델리아'가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질투하고 갈구하는 그 모든 감정들이 뒤섞인 것, 섹스를 할 수 없는 육체가 된 것. 이 모든 것들이, 엄마와 그녀 사이에 남자(아버지, 외삼촌, 이웃 아저씨, 이웃 할아버지, 어린 시절친구, 그 외 수많은 지나쳐가는 남자들)가 없었다면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엘레나 페란테가 결국은 이걸 말하기 위해서 소설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어디에도 제대로 된 남자는 없어.



한번은 인파 속에서 어떤 남자가 어머니 몸에 손댔다고 확신한 아버지가 우리 세 자매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그 순간 나는 비통함과 놀라움을 느꼈다. 아버지가 그 남자를 죽여버리는 대신 왜 어머니의 뺨을 때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도 아버지는 어머니가 피부와 어머니의 몸을 감싸고 있는 옷감을 통해 전해져보는 다른 사내의 체온을 느꼈다는 이유 만으로 어머니를 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P102

아버지는 너무나 광폭하고 증오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쾌락을 갈망하고 싸움을 좋아하는데다 나르시시즘에 빠져 어머니가 가끔가다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머니가 즐거워하는 것도 보기 힘들어했다. 그런 기미가 보이면 어머니가 자기를 배신했다고 의심했다. 육체적인 배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나도 아버지가 자기 몰래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할까봐 두려워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아버지가 제일 두려워했더 것은 버림받는 것이었다. 어머니 혼자 적군의 주둔지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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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8-1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런데 뭐가 걸려서 오늘 내 서재 방문객이 천 명이 넘는거지? 어디에서 뭐가 걸린거지??

syo 2019-08-11 22:03   좋아요 0 | URL
왜 불안하지.....?

다락방 2019-08-11 22:04   좋아요 0 | URL
아니야 괜찮아요. 서재 뉴스레터 때문인것 같아요. 친구가 말해줬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9-08-11 22:24   좋아요 0 | URL
그 친구 훌륭하네요.
다락방님 의문을 막 풀어주고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9-08-11 22:24   좋아요 0 | URL
제 주변엔 훌륭한 이들이 많습니다. 훗

syo 2019-08-11 22:48   좋아요 0 | URL
어쩐지, 내가 좀 훌륭하더라니, 그게 다락방님 주변에 있어서 그런 거였구나!!

다락방 2019-08-11 22:51   좋아요 0 | URL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는거구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8-1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책.. 읽을 때 힘들었어요 ㅜ

다락방 2019-08-11 22:03   좋아요 0 | URL
저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있었던 진실을 기억해낼 때 엄청 힘들었어요 ㅜㅜ 아아 성인이 되어 섹스를 못하는 것도 다 이것 때문이네 싶어서 너무 화나요 ㅜㅜㅜㅜㅜ

비연 2019-08-11 22:32   좋아요 0 | URL
정말 어느 넘이나 제대로 된 넘이 없는 거죠. 아 정말 힘들었어요 이 책 ㅜ

다락방 2019-08-11 22:32   좋아요 0 | URL
버려진 사랑도 읽었나요, 비연님?

비연 2019-08-11 22:33   좋아요 0 | URL
지금 제 옆에 있어요. <시녀이야기>와 함께.. 고민중.

다락방 2019-08-11 22:34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 잠들기 전까지는 버려진 사랑, 내일은 시녀이야기를 읽을까해요. ㅎㅎ

비연 2019-08-11 22:35   좋아요 0 | URL
앗. 저랑 반대. 전 잠들기 전까지는 <시녀이야기>, 내일 <버려진 사랑>을 읽을까 하는데 ㅎㅎ

다락방 2019-08-11 22:36   좋아요 0 | URL
하아 비연님. 버려진 사랑 12쪽에서 저 이미 개빡침이............ ㅜㅜ

비연 2019-08-11 22:44   좋아요 0 | URL
ㅜㅜㅜㅜㅜ 수면을 위해 내일 보기로.. 저 <성가신 사랑> 볼때도 빡치고 답답하고 해서 잠 잘 못잔적 있어서 ㅠㅠ 아 겁나네요.. 다시 느끼게 될 빡침 ㅜㅜㅜㅜ

다락방 2019-08-11 22:45   좋아요 0 | URL
네 ㅜㅜ 내일이 벌써 월요일이에요 ㅜㅜㅜ

비연 2019-08-11 22:46   좋아요 0 | URL
월요일. 절망이 느껴지는 단어 ㅜ

단발머리 2019-08-11 23:02   좋아요 0 | URL
전 세번째 사랑, 그러니까 잃어버린 사랑이 제일 괜찮았구요. 두번째 사랑, 버려진 사랑의 빡침은 끝까지 계속되리라는 점, 소심히 밝혀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 그만 책 덮으시고요, 여러분, 굿나잇^^

비연 2019-08-11 23:0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이미 세 권 다 읽으셨군요! 두번째 사랑의 빡침을 딛고 넘으면 좀 나은 세번째 사랑을 만날 수 있으려나요. 전 지금 <시녀이야기> 흥미진진 읽는 중이라 좀만 더 있다 자려고 바둥대는 중요. 여러분 미리 굿나잇!

다락방 2019-08-11 23:06   좋아요 1 | URL
세번째는 좀.. 괜찮다고요? 도서관에서 두번째까지만 빌려왔는데... ㅜㅜ
시녀이야기 흥미진진이라니 시녀이야기로 갈아탈까 싶네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9-08-11 23:10   좋아요 1 | URL
세번째 사랑에도 빡침 가미되어 있지만 전 가끔 공감 가는 문단이 있더라구요. 시녀이야기는 뭐~~~ 최고죠.
여러분~~ 굿나잇2^^
 
비욘드 앵거 - 분노 폭탄을 안고 사는 이들을 위한 심리 처방
토머스 J. 하빈 지음, 김소정 옮김 / 교양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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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주변에는 화내고 소리지르는 게 주특기인 남자들이 있다. 그게 그렇게 화가 나? 라고 되물을 정도로 분노로 똘똘 뭉쳐있다. 목소리가 커야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목소리가 크다. 목소리가 크면서 소리도 잘 질러. 화를 내고 소리지르고 욕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그것이 분노 조절 장애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열등감이나 자존감 낮음을 감추기 위한 거란 생각이 든다. 정말 분노가 조절이 안되는 거라면, 자신이 소리지르고 욕하는 상대를 고를 리 없으니까. 자기가 그렇게 소리 질러도 어쩔 수 업이 자기를 계속 보아줄 수밖에 없는 사람, 그런 사람만을 골라 소리지르고 욕을 하고 화를 내는데, 그것이 어떻게 분노 조절이 안되는 거라 할 수 있는가. 누구보다 잘,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일테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나는 화를 잘 내고 소리를 잘 지르는 사람이 너무 싫다. 머리 끝까지 스트레스가 차올라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사람들을 내 인생에서 아웃시키고 싶지만 밥을 먹고 살려면 내 영혼의 한 부분을 일부 뚝 떼어내어 견디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설사 여기의 이 폭탄을 피한다고 해도 다른 데 가면 폭탄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세상에 남자는 절반이고 그들 대부분은 분노에 가득 차 있으니까.



이 책에서 저자도 얘기하지만, 특히나 남자들은 여자를 통제하려고 한다. 자신의 가족과 여자친구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하려 하고 감싸주려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남자들의 본능 자체가 여자보다 폭력적이라고 하는데, 하하하하하, 정말 그럴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건 그냥 남자들이 만들어낸 문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버지가, 선생님이, 직장 상사가, 학교 선배가, 군대 선임이 계속 때리고 학대하는 모습을 보아온 남성이라면, 자신 역시 그러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잖은가. 책에서 저자도 지적하지만, 대중문화에서도 폭력적인 남자를 미화하는데, 온통 폭력적인 남자들만 보고 자란 남자들이 스스로 폭력을 자신 안에 담게 되는 건 도리가 없잖은가. 잘못했으니 맞는 거다, 를 받아들인 피해자는 결국 잘못했으니 맞아야지, 라며 학대하는 가해자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 역시 분노로 가득차 있었으며 그로 인해 아내와 사이도 좋지 않은 결혼생활을 해왔다고 했다. 그러다 자신의 성향을 고쳐갔고 아내로부터도 같이 사는게 훨씬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는데, 자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이 세상에 분노로 가득찬 남자들에게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그러한 성향을 고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주고자 한다. 물론 더 깊게 들어가면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하라고 되어있긴 하지만, 이 책의 모든 사항들은 상당히 쓸모 있고 유의미하다. 게다가 저자는 분노로 인해 폭력적이 된 남자와 같이 사는 여자들에게도 말한다. 여자들의 잘못이 아니니 그 옆에 있으면서 남자 고치려 하지 말라고, 그 남자를 고치는 건 여자가 할 일이 아니라 남자 자신이 해내야 하는 거라고, 그러니 떠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운동의 쓸모였다. 물론 익히 잘 알고 있는 사항이긴 하지만, 운동은 분노를 다스리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가져오고 우울증에도 역시 그러하다. 우울해 죽겠는데 나가서 뛸 생각이 어디 들겠느냐마는, 평소에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둔다면 우울증과 수시로 분노하게 되는 감정들의 에너지를 다른 데로 분산시킬 수가 있다. 어제 친구를 만나 양꼬치에 소주를 마시면서 이 책 얘기를 덧붙여, 친구에게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뭐가 됐든 이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요즘 사람들 많이 뛰던데 나가서 뛰라고, 그것이 결국은 너를 지탱해줄거라고. 뭐, 꼬박꼬박 요가를 다닌 지 2년 째 되는 내가 건방지게도 그런 조언을 친구에게 한 것이다. 하하.




남자들의 문제 그리고 사회에서 남자를 대하는 문제도 잘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 지 성의있게 쓴 책이긴 하지만, 그러나 실제로 분노에 가득차서 매사 소리지르고 화내는 남자들이 이 책을 과연 보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안보겠지..화내느라 소리지르느라 미치겠지. 세상이 나를 무시하고 세상이 내 뜻대로 안된다는 것에 에너지를 쏟느라, '나는 뭔가 남들보다 더 화를 잘 내는 것같다'라는 인식 자체도 못할 것이고 설사 인식한다 해도 '이걸 고치고 싶다' 까지 나아가질 않겠지. 거기까지 나아간들 '책을 한 권 볼까, 이런 나를 고칠 수 있을지' 까지 생각이나 할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는 분노한 남자들이 책으로 약간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데까지 과연 생각하기나 할지.


글쎄, 잘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영화 《돈 존》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분노하는 남자, 포르노그래피에 중독된 남자에 딱 맞는 케이스가 그 영화의 남자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이다.





어째서 남자의 분노에 관한 책이 필요할까? 분노는 어쨌거나 분노일 뿐 아닌가? 물론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남자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여자와 다르다.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폭력적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와 달리 자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조절할 의지가 크지 않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그것이 옳든 옳지 않든지 간에 이미 그렇게 상황이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자가 훨씬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한, 분노한 남자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 P18

어떤 부류의 경험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어휘들을 알지 못하면, 그런 경험을 다루는 법을 알아내기가 훨씬 어렵다. 장식장을 만드는 목수가 나무를 묘사하는 단어를 많이 아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신이 구사하는 나무에 관한 어휘들 덕분에 목수는 자기 인생에서 나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나무를 설명할 수 있다. 자유로운 언어 구사력 덕분에 나무들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고, 다른 사람보다 훨씬 깊이 나무를 경험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묘한 감정을 구사하는 어휘는 감정을 경험하는 일에 영향을 끼친다. 많은 남자들이 감정적으로 마비되어 있는 이유는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감정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묘사하는 어휘력이 발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 P94

따라서 감정을 경험하는 일도 적고 감정을 처리하는 일에도 서투르다. 실제로 많은 남자들, 특히 화가 난 남자들이 유일하게 표출하는 감정은 분노와 성욕뿐인 것 같다. - P94

화가 난 남자들은 어디서 감정에 관해 배울까? 바로 대중 문화를 보면서 배운다. 거기서 무엇을 배울까? 난폭함, 경쟁심, (잘못된) 성적 기교를 배운다.
영화를 한번 살펴보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남자들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공격적이고 오만하다. 그들은 악당을 물리치고 여자를 황홀하게 만든다.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남성상이 있을까? 이와 완벽하게 반대인 모습도 있다. 시트콤 <앤디 그리피스 쇼>에 나오는 보안관 바니 파이프, 스탠 로럴과 우디 앨렌이 연기하는 조롱받고 비웃음을 당하는 따분한 남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작품에서 이들은 성적으로 혼란을 겪는 멍청한 실패자이다. 남자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에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온다. 남자 주인공은 오만하고 공격적이지만, 만나는 모든 여성에게 굉장한 오르가슴을 하룻밤에 수차례 느끼게 해줄 능력이 있다. - P97

화가 난 남자들이 자기 삶에 존재하는 여성들을 대하는 방식은 결국 그들 자신에게 고통과 슬픔, 죄책감을 가져다준다. 어머니부터 여자 형제, 여자 친구와 아내에 이르기까지 화가 난 남자들은 주로 여자들을 공격한다. 대체로 남자와 여자의 육체적 힘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렇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남자들은 제멋대로 세상을 휘둘러 왔다. 왜냐하면 남자가 여자보다 몸집이 크고 힘도 세서 여자를 강제로 복종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를 육체적으로 학대했을 뿐 아니라 정치, 종교 같은 모든 모든 권력 제도에도 성차별이 존재하도록 만들어놓았다.
화가 난 남자들 다수가 주로 여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여자들이 남자의 행동을 참고 견딜 때가 많다는 데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여자들은 대체로 남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참고 인내하며 용서하는 경향이 있다. - P104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도 남자들은 여자들을 다방면으로 통제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아이를 더 능숙하게 기를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여자들은 직장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자 상사와는 함께 일하기 싫다고 투덜댄다. 고위 군 장성부터 기업체 간부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은 비슷한 이유를 들어 모든 공공 기관에서 여자들이 고위 간부직에 오르는 일을 방해한다.
여자를 만날 때마다 자기 마음이 편하려고 상대를 통제하려고 든다면, 결국 그 관계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상대를 통제하다 보면, 결국 상대방이 정말로 원해서 내 곁에 머무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를 칭찬할 때도,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 때도, 여자가 사랑한다고 말해도 남자는 늘 여자의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기가 필요해서 심은 통제라는 씨앗이 훗날 의심과 의혹이라는 싹을 틔우게 되는 것이다. - P109

일단 한 번이라도 폭력을 쓰게 되면 아주 획기적인 계기가 생겨 두 사람의 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다시 폭력을 쓰게 된다. 과거의 폭력은 미래의 폭력을 예측하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변수이다. 더구나 거친 논쟁은 폭력을 부르는 전조이다. 만약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 자주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즉시 태도를 바꾸어야만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폭력을 쓰는 일을 피할 수 있다. - P122

《오즈의 마법사》에서 겁쟁이 사자가 갑자기 펄쩍 뛰어오르면서 흐느껴 울었다. "누가 내 꼬리를 잡아당겼어." 그러자 허수아비가 ‘네 꼬리를 잡아당긴 것은 사자 너‘라고 알려주었다. 이게 바로 화가 난 많은 남자들이 놓인 상황이다. 화가 난 남자들은 살면서 자신이 겪는 고통과 괴로움은 거의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이 만든 것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거쳐야 하는 다음 단계는 스스로 자기 인생을 비참하게 만드는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자기 꼬리를 그만 잡아당기자. - P138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내가 당신을 도발하는 말을 했기 때문에 화를 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분노에 가득 찬 반응은 분노를 어뜨리는 현재 상황과 별로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 터뜨리는 분노는 현재 무슨 일이 있건 간에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나 직전의 사건에 영향을 받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분노를 터뜨리는 순간에 진행중인 사건은 분노의 진짜 원인이 아닐 때가 많다. - P152

화가 난 남자들의 경우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믿는 성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성향과 맞물려 훨씬 심각해진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화가 난 남자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믿을 때가 많다. 이런 남자가 자신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안다고 믿으면 그 사람이 자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가정하게 된다. 쓸모없는 정보가 입력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실제 생각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자기 혼자 믿는 것을 근거로 삼아 사람들에게 반응하면, 결국 약간의 타당한 이유만 생겨도 스스로 크게 상처받고 화가 날 것이다. 쓸모없는 정보로 인해 쓸모없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 P160

제프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독심술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즉시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절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의 견해는 무엇인지 직접 물어야 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당신의 물음에 대답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확증하는 듯한 말이 조금 나오자마자 상대방의 말을 끊어버리는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안다고 확신하는 사람에게 해줄 말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해도, 다른 사람은 내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물어봐야 하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말해줘야 한다. - P162

분노를 조절하려면 다른 사람이 당신이 하는 일이나 당신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을 개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고른 넥타이나 당신의 정치적 견해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이 틀렸다거나 바보라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방어 태세는 취하지 말자. - P196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을 하면 점점 더 화가 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행동이 감정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우리가 흔히 믿는 것과 다르다. 우리는 대부분 화가 나기 때문에 화내는 행동을 한다고 믿는다. 물론 맞는 이야기이지만,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을 하면 더 화가 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논쟁을 하는 동안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고 탁자를 손으로 내려치면 그런 행동을 하기 전보다 훨신 더 화가 난다. 그러니 이제 이 흐름을 바꿔보자. - P201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해야 한다. 결혼 생활과 인간관계가 예전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상담을 받거나, 아내를 좀 더 인정해주거나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저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항상 여행을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살았다면 기다릴 이유가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P222

삶을 통제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통제해야 한다. 늘 소파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운동을 하고 건강해져야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우울증, 불안, 분노가 줄어든다. 자제력도 자존감도 높아진다. 신체가 건강해지면 정신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 P222

여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자기 통제의 문제이다. 특히 자제력의 문제이다. 여자를 때릴 때 자제력을 잃는 이유는 여자가 손쉬운 표적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이익조차 내팽개치고 덤비는 상황이 아니라면 남자는 절대로 상사나 경찰이나 자기보다 몸집이 큰 남자를 때리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더 위험한 상대여서 자기가 다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폭력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시도이다. 남성은 여성을 통제하려고, 논쟁에서 이기려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폭력을 쓴다. 하지만 남자에게 그럴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권리와 기회를 누려야 하고, 남자처럼 폭력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어야 한다. 논쟁을 끝내려고 폭력을 쓰는 것은 자제력이 없고, 자기에게 찬성하지 않는 사람을 공정하게 대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자기가 폭력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 P237

화난 남자들은 아이들이 어른들을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물리적 폭력을 써서 문제를 잠재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좌절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폭력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또 다른 화난 남자로 키우는 것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배우란 말이야."라는 요구는 정말 터무니없다. 아이들은 당연히 부모와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한다. 그러니 부모에게는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행동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자제할 줄 아는 남자는 좌절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겨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도 보여준다. 일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고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다른 방법을 써서 다시 한번 노력해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준다. - P240

‘자유 연애‘ 시대가 온 뒤로 자기 욕망을 억제하거나 잔뜩 긴장한 상태는 나쁘게 여겨졌다. 사람들은 ‘긴장을 풀라‘거나 마음 가는 대로 하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억제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따라서 기본적인 충동을 억제해야 할 때가 많다. 친구의 아내와 섹스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정말로 할 수는 없잖은가. 가게에서 탄산음료를 훔쳐 나오고 싶다고 해서 정말로 훔칠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가 당신을 미친 듯이 화나게 했다고 해서 상대방을 함부로 때릴 수는 없는 법이다. - P250

우울하고 화까지 난 남자들은 자기 자신을 고립시킨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보이려는 시도는 화난 남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그들은 그저 혼자 있고 싶어한다. 가능하면 사람들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고립은 우울증을 한층 더 악화시킨다. 그 이유는 터무니없게도 자기가 우울해서 사람들을 피하고 있으면서도 왠지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고 자기와 함께 있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람들을 피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당연히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이지만, 이는 사람들이 나를 원하지 않고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생각으로 이끌어 더욱더 심한 우울과 분노에 빠지게 한다. - P259

화가 난 많은 남자들이 삶의 다른 영역에서 겪은 불만족과 불행을 성생활에서 보상받으려고 한다. 당신은 형편없는 직업에 아이들은 예의 없고 머리도 벗겨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화난 남자들은 적어도 암묵적으로는 섹스를 자주 해야 하고(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섹스는 놀라울 정도로 근사해서 섹스가 끝난 뒤에는 두 사람 모두 반쯤 넋이 나간 황홀감에 휩싸여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인생처럼 섹스도 엄청나게 근사할 때가 있으면 그저 그럴 때도 있는 법이다. 성생활이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모든 감정의 달걀들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매일 같은 음식만 먹는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인생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일이 섹스밖에 없다면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다른 활동도 찾아봐야 한다. - P285

가능한 한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해야‘만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들도 있다. 가능한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하는 이유는 섹스 외에는 아무런 기쁨도 없는 황량한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절제하게 섹스를 하면 성병에 걸릴 수도 있고, 대체적으로 남자들이 찾고자 하는 즐거움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아무 의미 없이 여러 사람과 하는 섹스로는 자신을 입증해 보이고 싶은 욕구를 조금도 채우지 못한다. 자신을 입증하는 문제와 섹스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섹스로 자신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는 욕구는 사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아주 낮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불안을 감추려고 남성성을 계속 확인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밖에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면 결국 계속 좌절하고 불행할 수박에 없을 것이다. - P287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남자들이 그 원인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성 중독‘일 때가 많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혼외정사를 한다. 포르노그래피를 만이 보고 스트립쇼를 하는 술집에도 자주 간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이 세상에 ‘성 중독‘은 없다. 성 중독이라는 말은 무책임하게 섹스를 하는 남자들이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하려고 약물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같은 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자신이 ‘성 중독‘ 이라고 말함으로써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난 책임 없어"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 책임이다. 언제 누구와 함께 섹스를 할 것인지는 당신이 한 선택이다. 그 선택은 중독과 아무 상관이 없다. - P287

혼외정사는 잘못이다. 솔직하게 밝힐 수 없다면 옳은 일이 아니다. 결혼 서약을 깨뜨리는 일이며, 아내를 속이는 일이다. 혼외정사라는 기만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 P288

질투는 사랑의 증거가 아니다.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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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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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잘난척 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데 잘난척하지 않는다. 이미 이름난 독서가이고 책을 냈던 사람이니 독서란 이름 붙여 책을 쓸 거라면 온갖 유명한 철학자나 인문학자 끌고 와서 내가 이런 책들을 읽었소~ 할 수 있을텐데, 문유석은 전혀 그러지 않는다. 순정만화부터 김연수까지, 그저 정말 자신이 재미있게 읽었던 작가들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좋았고, 인상적인 건 하루키의 유머 감각을 언급한다는 점. 하루키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역시 하루키의 유머감각은 재미있어~ 하는데, 그게 참 좋았다. 하루키에 대해 최근에 좀 아아, 가슴 집착남... 같은 거 생겨서 실망했지만, 하루키 유머감각은 나도 항상 깔깔대며 웃었던 바, 이 책에서 문유석이 언급한 하루키 유머 부분은, 까페에서 읽다가 빵터져버렸다.



내가 아는 한, 비틀스의 <예스터데이>에 일본어로(그것도 간사이 사투리로) 가사를 붙인 인간은 기타루 한 사람밖에 없다. 그는 목욕할 때면 곧잘 큰 소리로 그 노래를 불렀다.


어제는/내일의 그저께고

그저께의 내일이라네 (p.141-142)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에 나온 부분이라는데, 나도 그거 읽었는데 왜 기억 1도 안나지? ㅋㅋㅋ 아무턴 어제 까페에서 이 책 읽으면서 어제는 내일의 그저께고 그저께의 내일이라네, 여기 읽다가 혼자 소리내서 웃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오래전에 썼던 단편소설도 생각났다.  하루키답게 썼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뭔가 리뷰가 또 산으로 가는데, 아무튼 잘난 사람은 굳이 잘난척하지 않아도 잘난 게 다 드러난다...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아, 뭔가 초딩 감상문이다 ㅋㅋㅋㅋㅋ)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정독도서관의 독소교실에 다니게 되었다. 가고 싶어서 간 건 아니었고, 인근 학교들에 몇 명씩 인원이 배정되어 강제 차출된 것이었다. 책이야 각자 알아서 읽으면 되는 거지 독서교실은 무슨 놈의 독서교실이람. 툴툴거렸지만 어차피 나는 불의를 질끈 잘 참는 아이였다. - P39

흥미로운 것은 당연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얘기를 할 때도 굳이 ‘개인적으로‘를 덧붙이는 강박증도 자주 관찰된다는 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크림 파스타를 좋아해." 이런 얘기를 길게 듣다보면 나는 개인적으로 하품이 나고 개인적으로 소변이 마려워진다. - P77

생각해보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선조 남성들은 이천년 동안 끝도 없이 ‘남자가 온 세상을 떠돌며 방탕하게 놀고 다니는 동안 아름답고 순수한 처녀는 고향에서 지고지순하게 그를 기다리다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타락한 남자를 구원에 이르게 한다‘ 유의 철면피스러운 이야기들을 재생산해온 것 아닐까. 파우스트와 그레트헨, 페르귄트와 솔베이지, 오해로 돔아간 신랑을 평생 초록저고리 다홍치마 입고 앉아 기다리다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는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 새색시까지. - P105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누리는 타인의 존재를 편하게 받아들일 만큼 수양이 된 사람은 많지 않다. 꼭 누구를 착취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부를 만끽하는 모습만 꼴 보기 싫은 게 아니다. 정당하게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자신의 성취를 누리는 당연한 자유가 누군가에게는 의도적인 과시로 비쳐 증오를 낳을 수도 있다.
그건 부조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인간 세상은 원래 부조리하다. 논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상 모든 것은 결국 연결되어 있다. 나 홀로 관계로부터 단절되어 세상과 영향을 주고받지 않고 사는 건 불가능하다. 관계의 촘촘한 거미줄 속에서 나는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으며, 또는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 P127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은 채 남들 하는 대로, 관습에 따라, 지시 받은 대로, 조직논리에 따라 성식하게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류 역사에 가득한 악의 실체였다. 흑인과 같은 화장실을 이용하면 병균에 감염된다고 진심으로 믿은 미국 남부의 숙녀들, 유대인을 가스실에 보내는 일이 많은 바 행정절차인 뿐이라고 믿은 독일 공무원들, 미국 한 주보다도 작은 나라에서 호남 사람들은 다 뭐가 어떻고 저떻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킬킬대며 지껄이는 사람들, 여자의 ‘노‘는 ‘예스‘니까 남자가 좀 터프하게 밀어붙여야 된다고 믿는 남자들. 누군가에게는 좋은 부모고, 자식이고, 친구였을 평범한 사람들이 누군가에게는 악마였다. 타인의 입장에 대한 무지가 곧 악인 것이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라는 이경규의 말을 들으며 웃을 수 없는 이유다. - P192

정치, 젠더, 환경, 교육... 거의 모든 이슈마다 양쪽 극단에서 가장 큰 소리들이 쏟아져나온다.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이들이다. 중간에 있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공격적이고, 유연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이고, 시끄럽지? 하지만 그 소음 속에는 귀기울여 들어야 할 진짜 신호들이 있다. 그건 대부분 ‘힘들어 죽겠어....‘ ‘아파....‘ ‘억울해....‘라는 비명이다.
성폭력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온건하고 예의바르게 성차별과 혐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알바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젊은이가 어떻게 최저임감 인상이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걱정할 수 있을까.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ㄴ인이 어떻게 안보에 대해 지나칠 만큼 예민하지 않을 수 있을까. - P194

줄다리기는 양끝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이 아니라 중가에 맨 손수건이 약간 움직이는 것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중간에 있는 이들이 제자리에서 튼튼하게 버텨주지 않고 시늉만 하고 있으면 줄은 한쪽으로 확 끌려가고 만다. 중간자들은 성실한 독자여야 한다. 들어야 할 진짜 목소리를 듣고, 작응ㄴ 한걸음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내디뎌야 한다. 양끝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이 이를 악물고 외쳐대는 욕설 때문에 이들을 비웃어서도 안 된다. 결국 가장 먼저 넘어져 뒹굴고 흙투성이가 될 것은 양끝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 P194

비행기를 예약해두지 않았어도 마음속으로 나는 언제나 이전 여행과 다음 여행 사이에서 스톱오버중이었다. 다음 여행을 꿈꾸고 있으면 지금 일상에서 부딪히는 일들에 좀더 관대해진다. 여행자가 굳이 아등바등할 이유가 없으니까. 여행자답게 가능하면 좀더 친절한 사람이 되려 애쓸 뿐이다. 어쩌면 이번 삶 전체가 다 스톱오버일지도 모르겠다. 그전, 그후에 뭐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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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9-07-2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정곡입니다!ㅎㅎ

다락방 2019-07-21 12:49   좋아요 1 | URL
굳이 잘난척 하지 않는데 참 잘나셨더라고요. 하하하하하.

hnine 2019-07-2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올리신 마지막 페이지는 시간절약을 위해서? ^^
인도에 다녀온 유일한 저희 집 식구인 제 아들 말에 의하면, 웬만한 환경에서 군소리하는 편이 아닌 녀석임에도, 인도는 정말 가보라고 권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하더군요. 단순히 청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면서요.
아직 문유석 판사님의 책을 못읽어본 저로서, 다락방님의 이 리뷰가 굉장히 읽어보고 싶게 만드네요. 그렇죠. 무슨 척 한다는 것, 어떻게 보이고 싶어하는 티가 난다는 것은 일단 그 수준에 못미친다는 것이지요. 뭐, 못봐줄 일도 아니지만요.

다락방 2019-07-22 07:44   좋아요 1 | URL
저 마지막 하나의 인용문을 두고 타자 치기가 너무 귀찮아지더라고요. 아아 더이상 치기 싫다..이래서 사진 찍어 올렸는데, 사진 찍어 올리는 것도 만만찮게 귀찮았어요. ㅎㅎ

인도가 추천할 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생각보다 실망이었다, 라는 구절 때문에 찍은 건 아니고요, 그렇게 기대를 품고 갔는데 아니었다면서 ˝류시화씨, 싸울래요?˝ 한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 구절 때문에 인용했는데, 저 구절이 재미있기 위해서는 앞 구절들이 필요해서.. ㅎㅎ


살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이웃으로서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게 되고요. 그럴 때 ‘나는 ~ 하는 사람이다‘ 라고 자신을 어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 이라기 보다는 ‘남들에게 그렇게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의로운 사람, 용감한 사람, 잘난 사람은 딱히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드러내지 않아도 그 행동으로 알게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재미있었어요, 나인님.

clavis 2019-07-2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같지 않아요.아아,그렇구나 했는걸요.락방님 저는 왜인지 이 글을 보다가 울고 말았어요. 언어의 한계때문에 저능아처럼 그냥 밥만 먹고 연습만 하는 것 같아요. 밤에도 우리말 유투브든,라디오를 켜놓고 있어요.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이렇게 사람다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우리말이 참 그립고 좋습니다. 좋은 책, 좋은 글 소개해주셔서 늘 고마워요 락방님♡

다락방 2019-07-22 08:02   좋아요 1 | URL
으아아 멀리서 외롭지요, 클래비스님? 오랜 연습과 우리말을 듣기 위한 유튜브라니..
클래비스님, 말하고 쓰기도 중요한 것 같아요. 말할 수 없다면 쓰는 거라도 부지런히 해요. 매일매일 짧은 일기라도요. 여기에 못쓴다면 작은 노트에 써도 되고요. 제 경우에는 쓰기가 저를 참 많이 지탱하게 해주거든요.

지치지마요!

clavis 2019-07-2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길가에 거지들이 누워있는데, 오르간은 큰소리가 나는 악기니까, 선생님께 배운 대로 소리를 만들고 치면서도 나에겐 고국과 가족을 맞바꾼 이 피같은 시간들이 한량 놀음 같이 보여서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겠지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락방님의 글에서 저자의 글을 접하고, 어제 내가 얼마나 고민하면서 소리를 줄였는지,또 소리를 키워야했는지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늘 연습을 안하고 있을 때는 백퍼 아, 연습해야 하는데..로 마음 불편하게 사는 이 길로 접어들면서 오늘은 마음 편히 쉬려고 락방님네 놀러왔어요. 내일은 또 초긴장 속에 연습과 연주 준비를 해야하기에 늘 제 기분을 잘 맞춰줘야 해요. ㅠㅠ락방님 글 덕에 많이 울고 많이 웃을 수 있어서 늘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9-07-22 08:04   좋아요 1 | URL
저 역시 누군가로부터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제 글을 보면서 혹은 제 삶을 보면서 괜히 열등감 생기기도 할 거라는 생각도 해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니, 누군가의 존재 만으로도 안정감을 얻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하겠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또 우리가 생각하고 가야하는 길을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해야할 일을 해야 하고요.

벌써 날이 바뀌었네요. 연습과 연주 준비 잘 하고, 기분도 잘 맞춰요, 클래비스님!
저는 오늘 아침 일어나니 기분이 괜찮아요. 사무실 책상 위에 간식이 많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인가봐요. 클래비스님도 간식 먹으면서 해요!

비연 2019-07-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정말 겸손한 말들이 즐비했으나 이 분은 잘난 분이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다락방 2019-07-22 11:18   좋아요 1 | URL
잘난 사람들은 티가 나는것 같아요, 비연님.... 아무리 따라하려고 해도 따라할 수 없는 본연의 잘남.....

비연 2019-07-22 11:21   좋아요 0 | URL
쩝 ㅠㅠㅜ

얼음장수 2019-07-22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자 없는 남자들>의 저 대목이 기억나요. ‘예스터데이 간사이 사투리‘는 킥킥거리면서 봤거든요. 잘난척하지 않는 자의 미덕을 논하는 글에, 잘난착을 해버렸네요 ㅋㅋ

다락방 2019-07-22 14:15   좋아요 0 | URL
이런 잘난척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얼음장수님!
더운데 잘 지내고 계십니까?

유부만두 2019-07-22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문유석 판사의 예전 독서책을 읽었는데
심하게 자기자랑을 해서 밉상이었습니다.
ㅎㅎㅎ

같은 작가 다른 인상

다락방 2019-07-23 07:48   좋아요 0 | URL
독서책이 다른 게 또 있군요? 저는 이거 하나 뿐인줄 알았어요.
저는 최근에 제가 생각한 열등감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