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중 일부분인데, 지금 여기 얘기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엠비를 대통령으로 두고 살았던 나라에서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우리의 국민성은 타락하지 않기를.

어제 시사인에서 이런 문장을 봤다.



하지만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정치 무관심에 대한 최고의 형벌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 이라는 잠언이 전하듯 총선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나의 삶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혐오만 하기에는 정치가 너무 중요하다. <시사인 제 443호 28쪽, 정리 김은진 기자>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나 몰라라' 하던 사람. 국회가 저모양이지 뭐, 정치야 뭐, 하던 사람. 나는 학생때 운동권이었던 것도 아니고 정말 귀를 닫고 살았었다. 한 번은 대학교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나는 '저런다고 등록금이 인하되나' 이러고는 지나쳤더랬다. 이런 일화를 들자면 수도없이 많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친구들에게도 말했었는데, 그 시절의 나는 '없는 사람' 이었다. 아빠가 말해주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인 줄만 알았더랬다. 그러나 정치가 중요하다는 걸 요즘에야 깨닫는다.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테러방지법 통과되는 걸 목격하고는, 이것이 내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도 있겠구나, 한다. 그래서 대통령을 잘 뽑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놓느냐 하는 것은, 그 대통령에게 표를 준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더 악한 사람을 권력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표를 '주는'행위가 필요하다. 사생활에 대한 것도, 노동에 대한 것도, 그것들이 법안이 되어 통과되는 순간 내 삶에 아주 깊숙하게 침투한다. 나는 악한 사람의 지배를 받고 싶지 않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다. 악하고, 고집세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권력을 주고 싶지 않다. 정말 그렇다. 



전남친 중에 한 명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너는 '비학습 좌파' 라고(정확히 이런 워딩이었나??). 학교때 공부도 못했고 운동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살아가면서 생활에서 좌파로 변하고 있다고. 요즘의 나는 전남친의 그 말이 생각난다. 그때는 그런가, 했는데, 요즘에는 그렇구나, 한다. 내가 좌파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딱히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데, 뒤늦게야 좀 알게 되고 보이는 것 같다. 내가 '없었던' 시절을 돌려받고 그 때로 돌아가 더 열심히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지금의 나인채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면, 과거로 시간을 돌린다해도 나는 그때와 아마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똑같이 무심하고 똑같이 혐오하고 똑같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런 시간들을 거쳐서야 비로소 나는 지금의 내가 된 것일 거다.


유시민의 이 책이 진짜 참 좋다. 지금의 내게 맞춤한 책이다. 다 읽고나면 또 글을 쓰게 되겠지만, 어쨌든 좋다.



결과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더 악한 사람에게 권력을 주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거다. 그것이 투표라면, 나는 그것을 할 것이다. 지금도 나는 많은 주변 사람들, 나의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내가 젊은 시절에 무심해서 이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들었는지도 몰라. 이 꼴 되지 않게 하려고 했던 당신들에게 미안해. 나는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죄책감을 앞으로는 갖고 싶지 않고, 이런 미안함을 앞으로도 갖고 싶지 않다. 간혹 친구들에게 '너는 그때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니? 나는 몰랐는데' 라고 말하는데, 그럴때마다 과거의 나로 인해 미안해진다. 나이들면서 아주 많은 것들이 미안해진다. 페미니즘에 관심 없었던 게 미안해지고 정치에 관심 없었던 게 미안해진다. 내가 모르는 채로 지냈던 많은 것들에 대해 미안해진다.


엊그제는 오래전부터 유시민을 좋아했던 한 친구에게, 이제서야 네가 왜 그를 좋아하는지 알게됐다,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하다, 라고 말했다.


나는 참 늦되구나..




그나저나

진선미 의원에게 표를 주고 싶은데 진선미 의원은 강동갑... 나는 강동을.. ㅠㅠ


테러방지법 통과되고나니 글 쓰는 게 쫄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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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애 2016-03-09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민 교수님의 경향신문 칼럼을 보며 시원하긴 한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랑방 (뒷)담화 같다는, 우린 줄곧 그런 이야길 나누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판은 하지만 절실하지 않은. 반성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아무개 2016-03-09 09:00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아침에 그 칼럼을 읽었어요. 아애님 말씀에 공감 백만개 드리고 갑니다...

다락방 2016-03-09 11:58   좋아요 1 | URL
음 저는 조금 생각이 달라요. 글을 쓰는 사람이 글로 하는 얘기, 그리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쓴 글은 이미 뒷담화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밖으로 퍼진 말은 분명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글을 쓸 때 제게 어떤 식의 악플이 달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그걸 매체에 발표하는 사람이라면 더 크게 알고 있겠지요. 그럴 경우에 비판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어떤 말을 혹은 어떤 욕을 듣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감당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그것은 `우리끼리 하는 뒷담화`의 수준을 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아애님만 하더라도 벌써 그 글을 읽고 반성과 고민으로 넘어가셨잖아요. 그렇다면 이미 뒷담화를 넘어선 거 아닐까요?

반성하고 고민하게 된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건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저 역시 최근 몇 년간 많은 것들을 반성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아애 2016-03-0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자각이 절실해지면 행동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락방님의 생각이 점점 많은 이들의 자각이 되고 그러면 변화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꿈을 여전히 꿉니다.

다락방 2016-03-09 12:00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것처럼 자각이 절실해지면 행동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자각은 그 단어가 말하는 것처럼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죠. 저는 움직이지 않는 자들을 움직이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 힘이 너무나 미천하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글을 씁니다. 어딘가의 누군가는 어떤식으로든 제 생각과 글로 말미암아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고 변화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아애님, 저도 그런 꿈을 꿉니다. 그리고 그 꿈을 멈추는 순간 변화 자체도 멈추는 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꿈을 꾸도록 합시다, 아애님.

단발머리 2016-03-09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악한 자가 나가면 더 악한 자가 들어선다, 가 지금의 우리 상황이죠.
MB를 보면서 아...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피로 얻은 민주주의가 이렇게 한번에, 단번에 후퇴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웬걸로... 박근혜는 한 수 위네요. 더 할 수 없을 거라는 한계를 넘어섭니다. 여기에서 방심하면 안 되는데, 이게 끝이라 생각하는 순간, 더한 사람이 대통령 될 수도 있다는 거, 그런 생각을 하면 또 머리가 띵해집니다.

오래전부터 유시민 좋아했던 친구가, 제가 아니란 말입니까. 아... 누구신가요. 그 분은.
유시민에 대해서라면 저도 나중에 따로 글을 쓰고 싶네요.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 뭐 이런 제목으로요.

<진보와 빈곤>은 대학 때 읽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저쪽 방 어딘가 있을텐데, 다가가서 먼지 한 번 털어주는 센스. 점심 맛난거 드세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6-03-09 12:03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도 유시민을 좋아하셨군요. 게다가 진보와 빈곤도 읽으셨다고요? 하아-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께 무한한 질투의 감정이 생깁니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았고, 지금도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데, 왜 저는 이렇게 갈 길이 멀기만 한걸까요. 누군가 진작 깨달은 것을 왜 저는 이제서야 깨닫고 있는 걸까요. 이미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알고 계셨던 단발머리님께 저는 질투가 납니다.

진보와 빈곤은 이 책에서 읽고 너무 인상깊어서 다음에 책 살 때 사야겠어요. 너무 읽어보고 싶어지지 뭡니까. 인용문들만으로 진짜 근사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2016-03-09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9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8-30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늦었습니다. 정치도 진보도 페미니즘도요. 그리고 유시민도요. 투표말고 사회참여도 해야되는데 `책만 읽는 바보`가 되었습니다ㅠㅋㅋ

다락방 2016-08-30 21:16   좋아요 1 | URL
일단 읽는 걸로 시작합시다, 고양이라디오님. 읽다보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다보면 또 실천하고 싶어지기도 할테니까요. 바보 아니에요, 고양이라디오님.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는 행동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책 읽고 부지런히 글 쓰시잖아요. 그 글을 보고 누군가는 자극 받아서 책을 읽기도 할텐데, 그것만으로도 영향력 있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8-31 10:06   좋아요 0 | URL
ㅠㅠ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다락방님 덕택에 좋은 책들을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다락방님의 저서부터해서 <곰스크로 가는 기차>, <청춘의 독서>, <악어 프로젝트> 등등이요.

저도 사람들의 독서율이 올라가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손톱만큼이나마 이바지하고 싶네요^^

singri 2016-08-30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로서의 유시민이랑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이 좀 어긋나 보일때가 있어서 요즘 전 유시민 다시 보기 중입니다 ㅋㅋ

다락방 2016-08-30 21:16   좋아요 0 | URL
전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 읽고 이사람 책 차근차근 다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아직 그러고있진 못하지만요 ㅋㅋㅋㅋㅋ

징가 2016-08-31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유빠 입니다. 🤗

다락방 2016-08-31 06:3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 친구중에도 유빠가 있습니다! ㅎㅎ
 













매일 텔레비전에서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오는 새누리당 대표인 황우여는 학림사건 때도, 그 전의 명동3.1사건 재판 때도 법대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은 아마도 《고문묵인 판사 열전》의 앞부분에 모셔야 할 겁니다. (한홍구, p.206)



위 부분을 읽다가 네이버 검색창에 황우여 를 입력해 보았다. 아아...그는 네이버에서조차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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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3-04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그를 보니 마치 내가 황우여를 그리워하는 꼴이 되어버렸군...

단발머리 2016-03-04 11:30   좋아요 1 | URL
나의 그 분도 그렇게 환히 웃곤 하셨는데...

나는 그 분을 이제 다시 볼 수 없는데,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는데...
다락방님 저 책 표지만으로도 나는 울고 싶은데...


아... 그런데 저 분은... 저리도 환히..

다락방 2016-03-04 17:14   좋아요 2 | URL
이 책에 보면 노무현 전대통령이 시대를 앞서갔다는 말이 나오는데, 우리가 갖기에는 지나치게 훌륭한 대통령이었던 것 같아요. 누구의 글이었는지 모르겠는데, 결국 우리 국민의 수준은 지금 대통령의 수준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고요. 그렇다해도 우리가 투표를 해서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어봐야죠. 힘을 냅시다, 단발머리님!

Forgettable. 2016-03-0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생글생글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남자라니!

다락방 2016-03-04 18:14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말입니다 ㅎㅎㅎㅎㅎ
 
시사IN 제442호 2016.03.05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EBS 도 더이상 청정지역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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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6-03-0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ㅜㅜ 사장을 보세요, 최근 이상한 사람이 낙하산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낙하산은 찢어지지도 않나봐요. ㅠ

다락방 2016-03-04 17:22   좋아요 0 | URL
네, 시사인에서 보니 EBS 도 이제 .. 하아. 이 나라는 점점 더 살기 싫어지는 나라가 되는 것 같아요, 테레사님. ㅠㅠ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책 뒤표지에 보면, '단숨에 읽히지만 긴 후유증이 남는다' 라고 이적(뮤지션)이 평했던데, 역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것이로구나. 나한테는 후유증이 1도 안남는다.


책장에서 괜찮은 시를 발견했다. 감탄하여 읽고 또 읽으며 외우려 애썼는데, 알고 보니 내가 쓴 시였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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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2-2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도 안남더라고요ㅎ

다락방 2016-02-24 16:10   좋아요 1 | URL
저 안그래도 제 평 남기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싶어서 리뷰 훑어보는데 죄다 극찬이더라고요. 막 별 다섯에다가..그러다 고양이라디오님이 네 줄 리뷰, 별 셋 주신 거 보고 너무 반가웠어요!! 오, 나랑 같은 느낌이다!! 하고 말이지요. 잘 읽히는 것 말고는 남는 게 없는 책이에요. 뭐야, 김영하, 왜이래, 싶었달까요. 고양이라디오님, 반갑습니다! 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7:05   좋아요 0 | URL
저랑 같군요ㅎ 저도 그래서 별 셋의 다락방님 리뷰가 반가웠습니다ㅎㅎ

저도 사람들 리뷰보니 극찬에 별 다섯개도 많아서 당황스럽더라고요.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말하다>를 괜찮게 봐서 찾아 보게 된 소설인데... 다락방님 말씀대로 잘 읽히는 것 말고는 남는게 없었어요ㅠㅋ

다락방 2016-02-24 17:30   좋아요 1 | URL
저는 이제 부러 김영하 찾아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찾아읽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말예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군단에 김영하는 포함될 수 없겠어요. 하핫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8:27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읽는 소설이었는데 앞으로 김영하작가를 찾아보진 않을 것 같더라고요ㅠ
그래도 에세이는 괜찮았어서 에세이는 읽어보려고요ㅎ

다락방 2016-02-26 08:02   좋아요 0 | URL
저는 김영하 처음도 아니에요. ㅎㅎ 제가 읽었던 김영하의 책들은 다 재미있었어요. 재미있었는데 그게 끝이더라고요. 제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전 책장 덮고나서도 계속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책이 좋거든요. 김영하의 책은 그렇진 않더라고요, 제게.

고양이라디오 2016-02-26 14:02   좋아요 1 | URL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플롯에서 태어난 이야기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p200)

˝플롯은 좋은 작가들의 마지막 수단이고 얼간이들의 첫번째 선택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p200)

라는 구절을 봤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바로 플롯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아닐까요ㅎ? 미리 계획된 이야기다 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이야기가 종결되어 더이상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여운이 있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비로그인 2016-02-24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히는데 남는 것이 없다면, 잡문이라는 말인데, ㅋㅋ 암튼 김영하는 도서관에서 읽어야 겠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8:26   좋아요 0 | URL
개개인마다 다를것같아요. 그리고 남는 것이 없다보다는
남는 것이 적다 나 그 정도가 약하다가 보다 정확할 것 같네요ㅎ

다락방 2016-02-26 08:03   좋아요 0 | URL
저도 고양이라디오님 댓글의 동의합니다. 이 책의 리뷰를 보면 별 다섯 리뷰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요. 배익화시인님은 저랑 완전히 다른 감상을 가지실 수도 있죠.

조선인 2016-02-2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선해서 그런게 아닐까요. 동류가 별을 주는 거죠. 저도 별 다섯. ㅎㅎ

다락방 2016-02-26 08:0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동류가 그렇게나 많단 말입니까! 정녕 세상에 선한 사람은 이토록 적단 말입니까! ㅎㅎㅎㅎㅎ

hellas 2016-02-2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류가 별을 준다는 말에 ㅋㅋ 웃으며 동의하게 됩니다. 재미있다와 별루다의 사이가 참 다채로운 이유가 있을테니까. 어떤 평도 귀기울이게 되요:)

다락방 2016-02-26 08:04   좋아요 0 | URL
책장을 넘길 때는 재미있어서 팔랑팔랑 잘 넘겼는데요 덮고나니 멘붕이 오더라고요. .....이게 뭐지? 하고 말예요. 그래서 저는 높은 별을 줄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나봐요. 별 다섯이 쏟아집니다. 역시 책은 읽는 자의 몫인가 봅니다. 하핫

젤리곰 2016-02-25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확히 같은 느낌을 받았더랬더랍....

다락방 2016-02-26 08:04   좋아요 0 | URL
크- 기모키님이 저랑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니 씐나요! >.<

젤리곰 2016-02-2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그레) ㅎㅎ 저는 이 책은... 정작 책보다 북트레일러가 더 강렬한 체험... 혹 보셨어요? https://youtu.be/BOiJLGvtzbY ※ 꼭 소리 켜고 들어야...

다락방 2016-02-28 12:17   좋아요 0 | URL
무..무...무서운건가요? 재생을 못시키고 있네요. ㅎㅎ

젤리곰 2016-02-2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최면 걸리는 기분...? (무섭진 않아효!)
 
노란 새
케빈 파워스 지음, 원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많은 문장들이 한 번에 읽히지 않고 몇 번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잘 읽히지 않는 문장들만 제외한다면 이 소설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슬프고 깊고 아프고 고독하다. 올해의 책이라 해도 될만큼 좋은 책이라, 문장이 너무나 안타깝다.


대단히 좋은 소설이다.








"제군은 곧 선한 목적을 위해 맹렬한 폭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p.115)

"안쪽에서부터 누가 날 파먹는 것 같은 기분인데 아무한테도 그걸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어. 모두들 내게 아주 고마워하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배은망덕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테니까. 아니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할 테고 정말로 다들 내가 한 짓 때문에 날 미워해야 마땅하지만, 다들 내가 한 짓 때문에 날 사랑하고 난 그것 때문에 미칠 것 같아." (p.184)

아니면 죽고 싶다고 말해야 할까? 저쪽의 철교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게 아니라, 영원히 잠들고 싶다고. 그러면 여자들을 죽일 필요도 없고 여자들이 죽는 걸 지켜볼 필요도 없고, 혹은 남자들을 죽일 필요도 없고 죽이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으로 그들의 등 뒤에 총을 쏴댈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마치 영혼에 산(酸)이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어 가끔은 보이는 것마다 모조리 죽이려 하고, 그러다 영혼은 사라져버리고, 평생에 걸쳐 내가 한 짓을 만회할 길이 없다는 사실을 배워 알지만, 평생 그렇게 배웠지만 내가 라이플을 조준해 사람들을 쓰러뜨리고 다신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머니마저 너무나도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래, 놈들이 날 죽이려 했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 달리 어쩌겠어? (p.184-185)

자기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살고 싶다는 욕망의 확증이다. 이제 와 진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리고 스털링이? 진실은, 스털링은 자신에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털링이 자신만의 욕망과 기호를 가져도 된다는 걸 깨닫기나 했는지도 의문이다. 스털링이 좋아하는 장소를 가져도, 그가 다음에 가게 될 부임지의 길고 곧은 대로들을 만족스럽게 걸어도, 파랗고 무한한 하늘 아래 깔끔하게 깎은 푸른 잔디의 균일함에 감탄해도, 깨끗하고 차가운 개울가에 몸을 담그고 그의 상처 입은 몸의 흉터 난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물살을 느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기나 했는지.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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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2-2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_-;;; 어쨌든 부랴부랴 보관함으로 ^^;;;;

다락방 2016-02-23 16:46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책이에요, 문나잇님.
저 역시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래요. ㅎㅎ
사고 싶은 책도 너무나 많은데 당분간은 집에 있는 책 좀 읽고 사던가 해야겠어요. 집에 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요. 책장엔 읽은 책보다 안읽은 책들이 꽂혀있어요. ㅠㅠ

moonnight 2016-02-23 16:50   좋아요 0 | URL
저역시 ㅠ_ㅠ 읽은 책들은 다 팔고 지금 꽂힌 책들은 죄다 안 읽은 ㅠ_ㅠ; 무서워요. ㅠ_ㅠ;;;;

비로그인 2016-02-2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에 꽂혀 있는 안 읽은 책들을 읽어봐야 겠네요. ;^^

다락방 2016-02-26 08:05   좋아요 0 | URL
올 한 해는 책을 가급적 안사고자 합니다. 불끈!